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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와 개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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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와 개선 방향

익명 (미확인) | 목, 2018/02/01- 10:34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와 개선 방향

 

정다운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중증장애인의 경제 활동 실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빈곤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굳이 수치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일단 중증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보기가 드물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는 더 드물다. 장애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은 그 가족 구성원에게 떠넘겨지고, 부담을 감당하지 못 하는 경우 장애인은 거주시설에 보내진다.

 

고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 자료 중에서도, 전체 인구 통계에 비해 눈에 띄게 차이나는 중증장애인 통계는 바로 현격하게 높은 ‘비경제활동인구’이다. 전체 인구의 경우, 10명 중 3.6명이 비경제활동인구인 반면 중증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는 10명 중 7.8명이다. 이처럼 중증장애인의 현격하게 높은 비경제활동비율은 보다 질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취업을 하지 않은 중증장애인을 경제활동인구인 실업자로 볼 것인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치부하고 기생적 소비계층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실업자는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인은 전체 인구에 비해 노동할 ‘의사’가 부족한가? 혹은 노동할 ‘능력’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왜 구직활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가?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고용법이 제정되었지만

80년대 후반 심신장애자복지법 전면 개정과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을 요구하는 양대 법안 쟁취 투쟁의 결실로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고용법)’이 90년에 제정되고 91년부터 시행되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주의 장애인고용의무 ▲장애인고용촉진기본계획 수립 ▲장애인에 대한 직업 훈련 ▲장애인고용촉진공단(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장애인고용법 제정의 가장 큰 의미는 노점이나 구걸로 생활을 이어가던 장애인들이 직업 생활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에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최초로 제도화 되었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도 근로 능력과 의욕을 지닌 ‘사람’으로서 노동할 기회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권’의 주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 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러나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에 비해 경쟁 고용1)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복지의 관점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애계 내부의 상당한 갈등 끝에 장애인고용법은 2000년 1월 12일,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으로 전면 개정되었다. 법 전면 개정의 결과로 보호고용을 통해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후에 경쟁 고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직업재활시설이 설립되었고, 보건복지부가 일부 소관 부처가 되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제도, 기능보강사업, 고용장려금 등의 여러 가지 직업재활시설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직업재활시설의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보호고용에서 경쟁 고용으로 전환되지 못 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배제했던 ‘장애인 거주시설’과 마찬가지로 직업재활시설도 장애인의 노동에 있어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요컨대 모든 일터가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장애인의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 중증장애인을 한데 모아 그들만이 노동하는 사회 배제적인 정책은 중증장애인 노동의 유일한 대책일 수 없다. 실제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유엔의 최종 견해’2)에서 ‘심리사회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는 것과 개방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보호 작업장이 지속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인원의 94.4%가 직업재활시설에서 노동하는 중증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신청한 후,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인가를 받으면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직업재활시설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매년 20~30개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인원도 3,436명(`12년)에서 8,108명(`16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민간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의무고용제도’는 이미 한계

장애인고용법이 시행된 지 25년이 되어가고 의무고용 이행률도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의무고용률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무고용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납부하는 고용부담금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으로 민간 기업은 4,424억원, 공공기관은 150억원, 국가 및 지자체는 28억원을 납부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의무고용 이행률이 낮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하기 보다는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간편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와 같은 행태에도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기업의 의무고용 이행을 위해 과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기업들이 낸 고용부담금으로 조성된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 기금’으로부터 운영비와 사업비를 출연받기 때문이다. 의무고용제도는 한국의 주된 장애인 고용 정책이지만 그것을 이행하면 운영비가 고갈된다. 정부가 장애인 고용 정책에 대하여 일반 회계를 투여하지 않는 한, 모순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2016)」를 통하여 장애인 근로자 채용이 용이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였는데,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해서(32.0%)’, ‘업무 능력을 갖춘 장애인이 부족해서(20.6%)’, ‘장애인 지원자 자체가 없어서(12.1%)’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이윤과 효율을 중심으로 문제를 진단한다면, 장애인의 노동력은 평가의 대상일 뿐이며 비장애인보다 능률이 떨어지는 존재일 뿐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처방으로 장애인을 기업이 원하는 수준만큼 훈련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적당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증장애인 노동권 정책 요구 3가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애인 고용 정책은 그 심각성에 비해 민간의 영역으로만 떠넘겨져 있기 때문에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 11월 21일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소속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노동계는 지지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농성은 어느덧 해를 넘기게 되었다. 점거 농성 현장에는 중증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이 노동권 보장에 대한 염원을 담아 적은 종이가 빼곡히 붙어 있고, 현장에서 모의 접수를 받고 있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구직 신청서’ 접수가 1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 지난 11월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 요구 첫 번째는 중증장애인 특성과 속도를 고려한 신규 ‘사회적 공공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의 고용 정책이라 하는 ‘직업재활시설’은 생산직 중심의 단순 반복 작업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산업 분야는 가까운 시일 내에 기계로 대체되어 미래가 불투명한 산업이기도 하다. 낮은 생산성을 보조하기 위한 지원금의 규모도 상당하여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수익 창출 부분에 있어서도 생산품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동정에 근거한 판로 개척에 의존하고 있어 그 한계가 분명하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사회적 활동을 종합적인 직무로 구성하여, 그 업무를 신규 ‘사회적 공공일자리’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공공일자리로 할 수 있는 활동은 ▲장애인 동료상담 활동 ▲장애인 인권옹호 활동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 ▲장애인 민원 안내 활동 ▲장애인 문화 예술 활동 등이다. 이미 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 장애인평생교육기관, 장애인NGO(비영리민간단체) 등에서 이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가 이와 같은 기관을 ‘사회적 공공일자리 제공 기관’으로 선정하고 인건비와 노무관리비용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공공일자리’는 국가가 고용주가 되어 사회 전체의 인권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즉, 비장애인 보다 생산성이 낮은 것이 아니라 다른 역량을 가지고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 (최저임금법 제7조) 폐지 및 지원 대책 마련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원칙에 어긋나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14년에 폐지를 권고한 사항이다. 또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가 취약한 노동자 계층을 지나친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 계층인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법 제7조와 시행령 제6조를 개정하여 모든 장애인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방안으로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용처를 제한하여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으로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현재 중증장애여성이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다면 고용장려금 60만원(중증장애여성 지급 단가)을 급여로 지급하고, 최저임금 수준인 158만원(주 40시간 근무, 2018년 최저임금 기준)에 맞추어 나머지 금액 98만원을 사업장이 지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고용장려금 지급 단가표로는 최저임금을 보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중장기적으로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최저임금액의 100% 이상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업을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전면 개혁하고 선배치·후훈련 지원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 패러다임이 보호고용에서 경쟁고용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원고용은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유용한 취업 지원 제도이다.

 

지원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일반적으로 ‘직무지도원’이라 부른다. 직무지도원은 장애인의 직장으로 찾아가 작업 분석, 직무 분석, 환경 분석, 고용주와 직장동료와의 대화 등을 통해 장애인이 직업기술을 현장에서 배우고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4)을 한다. 특히 중증의 발달장애인들이 직장에 적응하는 데에는 직무지도원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발달장애’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다.

 

현재 2016년 기준 중증장애인 실업자는 약 1만5,000명이다. 그러나 2017년 6월 기준 지원고용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체는 1,985개, 직무지도원 수는 2,049명이고, 그에 비해 지원고용으로 일을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은 2,95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원고용 대상 중증장애인을 현재 수준에서 1만 명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직무지도원 관련 전달체계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각 지자체 및 민간 위탁기관 등으로 혼재되어 있다. 어떤 전달체계에 있느냐에 따라 직무 내용과 처우도 제각각인 상황이다. 따라서 직무지도원의 처우기준을 단일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마치며

다시 앞에서 제기했던 질문에 대답을 해본다. 중증장애인은 전체 인구에 비해 노동할 ‘의사’가 부족한가? 혹은 노동할 ‘능력’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노동권은 소득과 직결된 권리로, 장애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물론 생존의 문제는 복지의 영역에서 보장 수준과 대상을 늘려나감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를 공약했다. 사회적으로도 복지를 더 이상 시혜적 관점이 아닌 권리로써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에게 노동권이란 단순히 생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독립된 구성원으로서 자기 삶을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본문의 앞에서 제기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중증장애인은 노동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 비장애인 중심의 노동 환경에서 ‘능력’을 의심 받으며 ‘훈련’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왜 중증장애인은 구직을 포기하는가?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제도가 뒷받침 된다면 중증장애인도 노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회는 그 선택지 자체를 고려하지도, 만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장애인이 ‘노동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복지서비스에 머무르며 보호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노동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노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노동’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대통령’이라면 중증장애인의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중증장애인 당사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기를 바란다.


1)  ‘일반 고용’이라고도 함. 장애인이 아무런 지원 없이 비장애인과 작업하는 고용 형태임. 일반 작업 조건하에서 노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분리된 작업 환경을 마련하는 보호고용(sheltered employment)과 대비 되는 개념임.

2)  한국 국회는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함. 이에 한국 정부가 제출한 국가 보고서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심의하여 2014년 9월 30일에 채택함.

3) 네이버 지식 백과 참조 /  이철수, 사회복지학사전, 2009 / 국립특수교육원, 특수교육학용어사전, 2009

4)  네이버 지식 백과 참조 / 국립특수교육원, 특수교육학용어사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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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보안과 증설 계획, 즉각 중단해야

보안정보 수집기능 축소해야 하는 경찰개혁 방향과 배치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 증대가 보안과 증설 이유 될 수 없어

 

경찰청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보안과를 두는 일선 경찰서를 21곳에서 41곳으로 늘린 데 이어, 금년 중 다시 50곳의 경찰서에 보안과를 두는 방침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는 보안범죄 혐의가 분명히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잠재적 보안범죄자로 보고 그들에 관한 동향정보를 조사하고 수집해, 인권침해와 정치탄압의 수단이 되었던 경찰의 보안정보 수집기능을 폐지하고 보안부서를 축소해야 하는 경찰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선 경찰서의 보안부서 확대와 그에 따른 인력충원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경찰청이 경찰개혁위원회 등에 보고한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금년 중 경찰서 50곳에 보안과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선 경찰서의 정보보안과 소속 '보안계'를 상급조직인 '보안과'로 승격시키고 그만큼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인원도 1.5배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보안과 설치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5일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 때부터이다. 당시 경찰청은 보안과를 두는 경찰서를 20곳 늘린 바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정한 계획에 따라 올해 50곳 증설을 앞두고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1999년 5월 이전에 보안과가 있던 일선 경찰서는 전국 110곳이나 되었다. 서울에만 28곳이었고, 부산에도 13개 경찰서에 보안과가 있는 등 전국 대부분의 경찰서에 보안과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보안경찰의 위세가 높았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보안경찰 축소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1999년 5월에 앞서 말한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보안과를 두는 경찰서는 절반 이상 줄어 전국 51곳으로 바뀌었고, 2010년 6월부터는 전국 21개 경찰서로 다시 절반 이상 줄었다.


따라서 작년 말에 20개 경찰서에 증설하고, 올해 50곳에 또 증설한다는 것은 민주화 시기에 이룬 성과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실제 이번 달에 경찰이 낸 하반기 경찰채용공고에는 보안부서 경찰을 10명 채용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추경이 편성되면서 증원하겠다는 경찰인력 중에도 혹시 보안부서 증원 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경찰청은 보안부서 증설을 추진하는 이유로 탈북민에 대한 정착지원과 신변보호 업무의 증가라고 지목하고 있다. 탈북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의 직무를 정한 경찰법 등 어디에도 탈북민에 대한 정착지원을 경찰 업무로 정해둔 바 없다. 이는 통일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몫이다.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 증대가 경찰의 보안부서 유지 또는 확대 이유가 될 수 없다.


탈북민에 대한 신변보호는 경찰법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업무이다. 이 법률에서는 통일부장관이 경찰에 탈북민 신변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이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렇지만 탈북민 신변보호를 보안과에서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생활안전과라든지 경비과 등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업무이다. 민간인 사찰이나 인권침해의 어두운 과거가 있는 보안부서에게 말길 이유는 없다.


과거부터 수행해온 경찰 보안부서의 실제 역할과 업무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경찰의 분류법에 따른 ‘국가안보위해사범 검거’ 규모는 2010년 이래로 최근까지 급감하였다. 경찰청이 2016년 11월에 발간한 <2015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찰 보안부서가 검거한 ‘국가안보위해사범 검거’ 규모는 2010년 151명, 2011년 135명, 2012년 109명, 2013년 121명, 2014년 66명, 2015년 62명이다. 이른바 ‘보안 사이버안보사범 검거’ 규모 역시, 2010년 82명, 2011년 62명, 2012년 44명, 2013년 69명, 2014년 49명, 2015년 29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찰 보안부서 모두를 아우르는 통계는 아니지만, 전국 경찰 보안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경찰청의 보안국(보안1,2,3과)에 접수된 문서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2010년 8941건, 2011년 8795건, 2012년 10316건, 2013년 8559건, 2014년 8320건, 2015년 8231건이다. 조금씩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보안업무의 수요가 줄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보안부서 규모와 경찰인력은 축소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보안분야 경찰인력 정원은 2013년에 최저점을 찍은 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앞서 말한 <2015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1918명, 2011년 1891명, 2012년 1871명, 2013년 1812명, 2014년 1839명, 2015년 2059명이다. 2015년에 갑자기 220명이 늘어났던 것이다. 2016년 이후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는 경찰의 보안부서 증설 계획을 중단할 것을 경찰청과 청와대에 촉구한다. 그리고 탈북민에 대한 정착지원은 경찰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이 할 업무인만큼 경찰이 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탈북민에 대한 신변보호 업무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얼마나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그 업무를 경찰의 보안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가 맡도록 해야 한다. 경찰청의 보안과 증설 계획은 박근혜정부때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는 민주화 이후 이어진 경찰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조치를 경찰이 임의적으로 지속하는 것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수, 2017/07/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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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1987>이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학생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리사회를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로 그리고 보다 인간다운 사회로 바꾸고자 한 함성이었다. 하지만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 함성이 드높아가던 그 시절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흙을 딛고 살던 우리 동료들이 인간다운 삶은 고사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생명마저 빼앗기는 참혹한 일을 겪었다.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부랑인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 <내무부훈령 410호>를 근거로 급속도로 확장되었고 연 3-4천명을 단속・수용하였다. 집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사람, 껌팔이나 구두닦이를 해서라도 살아보려던 가난한 사람들을 ‘부랑인’으로 낙인찍어 가둔 것이다. 1981년에는 전두환의 직접적인 지시로 사회정화란 미명 하에 사람들을 마구 잡아가두었다. 형제복지원은 군대처럼 소대・중대로 편성・운영되었고, 강제노역과 폭력・성폭력, 과다약물투여 등이 일상적으로 존재한 ‘지옥’ 그 자체였다. 당시 검찰 수사로 밝혀진 수만 해도 513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런 생지옥을 만들어놓았으면서 원장인 박인근은 국고를 착복하여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윗선’의 지시로 축소, 왜곡되어 부산 본원의 수용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조사는 전혀 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게다가 ‘특수감금죄’의 성립여부를 두고 무려 7차례에 걸친 재판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오가며 진행되었고 이는 아마도 건국 이래 전무후무할 재판기록이지만 결국 대법원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로 특수감금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권유린 범죄자요 살인용의자인 박인근은 외환관리법 위반 등 터무니없이 가벼운 형만 적용받아 2년 6개월을 복역하였고, 출소 후에는 사회복지법인의 이름만 바꿔 2016년 사망 시까지 ‘복지사업’을 계속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다 잊혀져가던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2012년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의 1인 시위로부터 다시금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 형제복지원 인권유린사건의 피해자들은 존재하였지만 존재하지 않았고 목소리가 있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공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한 국가의 잘못이다. 또 검찰수사를 가로막고 재판마저 왜곡시킨 국가의 잘못이다. 이러한 국가의 잘못을 규명하고 바로잡기 위해 형제복지원 진상규명특별법이 발의되고 많은 요구가 제기되었지만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화 함성이 있은 지 꼭 30년 만에 국정농단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그 춥디추운 겨울날씨를 마다않고 저마다 촛불을 손에 들어 밝혔다. 시민들이 다 같이 밝힌 수많은 작은 촛불들이 모여 만든 위대한 외침이 다시금 인간다운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열망을 표현하였고 이것이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일은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0년 전 형제복지원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가담했던 당시 사법부와 검찰의 적폐세력,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고 사건의 축소를 지시했던 전두환과 형제복지원 사건의 시발이 되었던 박정희 등의 적폐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 지난 정권 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방해하였다. 이는 이들이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의 축소・은폐를 기도했던 적폐세력들과 한통속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자유한국당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복지는 언제나 시혜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지만 시혜는 그 이면에 시혜하는 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권위주의를 숨겨두고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는 언제라도 전면에 나와 시혜 받는 자에게 복종과 감사함에 대한 보답을 강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혜적 복지는 통제와 억압의 수단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시혜적 복지가 가진 통제와 억압이 국가 차원에서 극대화된 것이다. 통제와 억압은 국가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비호를 직・간접적으로 받는다면 민간시설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시혜적 복지와 그것의 동전의 다른 면인 통제와 억압의 복지 역시 적폐이다. 촛불정신은 보편복지를 가리키고 있고 권리적 복지를 가리키고 있다. 통제와 억압의 복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제2, 제3의 형제복지원은 대구에서도 경기도에서도 광주에서도 존재하였고 전국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은 우리사회가 가진 복지의 적폐인 시혜적 복지, 통제와 억압의 복지를 청산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첫걸음은 제2, 제3의 형제복지원이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게 우리사회의 복지패러다임을 바꾸고 인권패러다임을 바꾸는 위대한 걸음으로 바꾸어낼 것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천명한다.

 

하나, 국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라!
하나, 국회는 제2, 제3의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 기본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라!
하나, 정부는 복지시설 등에서의 인권유린사건으로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이미 사망한 사람들과 그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응분의 보상을 행하라!
하나, 정부는 두 번 다시 이러한 인권유린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이 조치를 강구하고 시행해나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제도를 마련하라!
하나, 정부는 복지시설 등에서의 인권유린사태를 축소・은폐하는 데 가담했던 자들을 모두 공개하고 법령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

 

 

2018년 2월 18일

한국사회복지학회,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사회정책학회,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한국장애학회, 한국장애인복지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서울사회복지사협회,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강원도사회복지사협회, 충청북도사회복지사협회, 세종시사회복지사협회, 대전시사회복지사협회, 충청남도사회복지사협회, 광주시사회복지사협회, 전라북도사회복지사협회, 전라남도사회복지사협회,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경상남도사회복지사협회, 대구시사회복지사협회, 경상북도사회복지사협회, 제주시사회복지사협회,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공동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일, 2018/02/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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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경찰의 집회시위 자유 보장의 구체적 이행방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참여연대 집회시위의 자유확보 사업단(단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오늘(11/27) 이철성 경찰청장에  ‘집회시위 자유 보장 방안’의 구체적 이행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지난 9월 7일 경찰개혁위원회가 ‘집회시위 자유 보장 방안’ 권고안을 제시하면서 시민사회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에 따라 경찰청이 요청한 것이다. 

 

참여연대가 제시한 의견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평화집회 개념 등 : 폭력이나 무력의 사용이  계획되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집회 시위는 평화적 집회로 간주하여야 함, 이때 폭력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물리적 폭력에 한정함
  • 교통방해죄, 업무방해죄 적용 절제 : 집회시위 참여자들에 대해, 교통불편, 업무방해가 수인범위를 현저히 넘어서지 않는 이상 집회시위 행위에 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아야 함
  • 사전신고의무 예외 인정 범위  : 기자회견, 50인 이하의 소규모, 우발적 집회시위, 주최자가 없는 집회 등은 사전신고의무 예외로 하여야 함
  • 집회시위 가능구간 및 조건통보의 기준 : 집회시위로 인해 도시기능이 마비될 정도가 아닌 한, 교통소통만을 이유로 집회시위 금지 관행 중단할 것, 제한통고 및 조건 통보의 기준 등도 집회주최측과 협의하여 마련하여야 함
  • 변형된 1인시위의 판단기준 : 1인시위는 그것의 형태가 어떻든 집시법의 규제를 받는 집회가 아님. 1인시위 또는 수명이 집회를 하더라도 주민의 불편이나 시설경비에 상당한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한 제재해서는 안될 것임
  •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범위 : 집회시위로 인한 일정한 교통방해는 회피되기 어려우므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음. 이에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지 않아야 함 . 

 

참여연대는 이번과 같은 경찰청의 시민사회 의견조회가 1회성의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빈번한 시민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장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고 경찰개혁위원회의 집회시위자유 보장 권고안을 전격수용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은 지난 수년간 집회시위 현장에서 보여준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방식이 결코 하루아침에 변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김기용 전경찰청장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뒤 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가 기대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이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로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좀더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시민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17/11/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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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살인과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신남방정책 추진하라

민주주의와 인권 무시하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 입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청와대는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신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 취임 후 한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아세안 국가의 정상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란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살인 행위와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본격 추진하려고 하는 신남방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의 공동체 건설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수립되고 이행되기를 희망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큰 우려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고 경찰에 즉결 처형 권한을 부여하여 총 4,075명(정부 집계, 2018년 3월 기준)을 처형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자경단 활동까지 포함하면 사법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 살인으로 정부 집계의 3배가 넘는 13,000여 명이 처형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엔 어린이 74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조사에 착수할 정도로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 살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시한 채 최근 경찰의 마약범 단속 재개를 승인했다. 또한 ICC 탈퇴를 선언하고 “ICC가 더 이상 마약 용의자 사살에 대해 조사하거나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권을 비판하는 인권옹호자들을 ‘죽여버리겠다’, ‘목을 베어버리겠다’며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한편, 최근에는 인권단체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집요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마약왕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KARAPATAN)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아로요 정권(2001~2010)에서 474명, 아키노 정권(2010-2016)에서 139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에 이어, 2016년 7월 집권한 두테르테 정권에서는 벌써 33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프론트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의 연례 보고서 역시 지난해 인권활동가 사망 사건의 80%가 필리핀, 브라질, 캄보디아, 멕시코 등 4개국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땅과 자원을 지키려고 하는 농민과 선주민, 그리고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선주민문제실무그룹(IWGIA, International Work Group for Indigenous Affairs)은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매달 2명꼴로 선주민과 활동가들이 초법적인 살해를 당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4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필리핀 정부가 정기적으로, 점점 더 많은 수의 선주민들을 위협하거나 학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민 단체인 Pesticide Action Network(PAN)는 지난해 선주민이 가장 많이 희생된 국가로 필리핀을 꼽았다. 한편 필리핀 법무부는 유엔 선주민 권리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of Indigenous People)을 ‘테러리스트’ 목록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를 비판하는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내외 시민사회, 유엔 인권기구에 대해 무시와 조롱을 넘어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급격히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초법적인 처형을 즉시 중단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은 이러한 살인을 선동하거나 장려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한 불법 살해로 의심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정한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조사와 활동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협과 탄압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폭압에 대해 우려와 항의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하는 필리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리핀을 포함해 아세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공적개발원조(ODA)가 이러한 심각한 인권 후퇴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확고하게 천명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ODA 사업이 결과적으로 협력 대상국 시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필리핀 경찰의 부패와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 탄압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경찰청-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이나 ▷선주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필리핀 국내법 위반 등 절차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 등 ODA 사업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허울 좋은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한국 내 이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돌아보고, ‘사람’을 우선에 둔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평화’ 기조 역시 군사 원조나 한국 무기 수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아세안을 단순한 투자 지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생하여 번영할 수 있도록 아세안 지역 내 한국 기업에 의한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신남방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 국제민주연대,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총 21개 시민사회단체)

 

월, 2018/06/0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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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사드 기지 운영유지비에 방위비 분담금 사용’ 입장에 대한 우리의 요구

불법부당하고 평화정세에 역행한다

방위비분담금의 사드 운영유지비 사용 입장 즉각 철회하라!

 

국방부가 13일, '미, 사드 기지 운영유지에 방위비 분담금 사용 관련 입장'을 통해 "미측이 사드체계 유지에 필요한 비용에 방위비 분담금 사용을 희망할 경우,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 총액 내에서 항목별 규정 범위에 맞게 소요를 제기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입장은 기존의 자신의 입장마저 뒤집고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드 한국 배치를 위해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경제적 부담까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므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사드 기지 운영유지비를 방위비분담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지난해 5월, "사드 전개와 운영 유지비용은 미국 측에서 부담하고, 전기와 도로, 부지 제공 등은 한국이 부담한다"고 밝힌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무책임한 태도다. 이에 우리는 이미 한미 간에 사드 운영유지비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사드 운영유지비를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기로 한다면 이것이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사드 운영유지비는 종말모드의 경우 285~449억 원, 전방모드의 경우 688~925억 원에 이른다.(미 국립아카데미 산하 연구협회, 『탄도미사일 알아보기』, 2012) 이는 2018년 방위비분담금 9602억 원의 약 3~10%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사드 운영유지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불법적인 것이다. 이는 우선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합의”한 한미SOFA 5조 1항을 위배하는 것이다. 기왕의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도 각 항목(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마다 지출 분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사드 장비 운영에 투입될 항목이 없다. 더욱이 한미 사이에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성주 사드 부지 공여도 조약으로 체결되지 않아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어떤 측면에서도 한국이 사드 운영비를 부담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해외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우리 국민 혈세인 방위비분담금으로 사드 운영유지비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고 굴욕적이다. 루마니아와 폴란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배치하면서 미국에게 MD 장비 및 시설의 운영비, 공공사업 및 전기 통신선의 설치 및 이용료를 부담시켰다. 이는 MD 기지 건설 목적이 주둔국 방어보다 주로 미국과 유럽 방어에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남북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아 북의 탄도미사일이 3~5분 내에 도달하므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렵다. 이에 사드로 북핵․미사일을 막을 수 없으며 사드가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기지건설비, 운영유지비 등 관련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는 ‘임시배치’인 사드체계에 대해 우리가 운영유지비를 부담하기로 한다면 이는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임시배치’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더욱이 북은 여러 경로로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약속했으며, 남에 대해서는 핵은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로도 공격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 따라서 북핵․미사일 위협을 핑계로 들여놓은 사드는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정부조차 북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배치도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한미당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드가 북핵․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편 북은 한반도 비핵화 조건의 하나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의 핵심인 미국 핵 전략자산의 한국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사드는 미국의 핵 확장억제 전력의 하나이며 ‘공격작전’에 이은 ‘적극방어’를 담당하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부로서 미국 스스로 전략자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따른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했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사드 철거는 북의 비핵화에 상응하여 미국이 취할 조치의 하나인 핵 공격 자산의 철거와 함께 적극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운영유지비를 방위비분담금 항목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사드 배치를 영구화한다는 것으로 이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성사와 대전환기에 들어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정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 체계를 위해 우리가 시설과 부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운영유지비까지 부담하는 것은 천만부당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평화정세에 역행하며 우리에게 불법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게 될 방위비분담금을 통한 사드 운영유지비 부담 입장을 철회할 것을 국방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2018. 4. 16

 

사드철회평화회의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배치저지부울경대책위원회(가),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18/04/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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