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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여섯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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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여섯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

익명 (미확인) | 수, 2017/09/06- 14:16

[이대근 칼럼]여섯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에 휩싸였다.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 같은 전쟁 이미지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차원이 다른 조치, 더 강력한 대응, 군사적 옵션, 자멸, 최고의 적의, 최강의 무기, 최악의 언어가 좁은 한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을 빼앗는 이런 소란과 불안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실패는 북핵 문제를 외면했던 오바마 때문만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명박·박근혜 때문만도 아니다. 한·미 모두의 실패이자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공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대화 거론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 트럼프도 해당된다. 그는 군사적 조치를 언급하는 사이사이 대화론을 불쑥 꺼내곤 했다. 진짜 대화를 했다면 다른 경로가 펼쳐졌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대화론은 건성이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달리는 북한을 멈춰 세울 만한 것을 그는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무책임했고 무능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인지 아닌지도 애매했고 그런 것조차 대화와 반대되는 신호들에 압도되었다. 보리에 쌀이 몇 톨 섞였다고 쌀이 되는 건 아니다. 북한도 보리와 쌀은 구별할 줄 안다.

이번 핵실험이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월22일 트럼프는 말했다.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을 유인할 만한 어느 것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편 것이다. 13일 뒤 긍정적인 일이 아니라, 수소폭탄 실험이란 부정적인 일이 일어났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그런 트럼프와 발을 맞추고 때로는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사드 조기 배치, 독자적 대북 제재, 핵잠수함 도입,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전술핵 검토와 같이 군사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보유국의 목표에 다가갈수록 대북정책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았다. 핵실험 유예도 어려운 판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하자고 트럼프와 합의했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한·미·일 협력을 강조, 중국을 자극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해명했다.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일관성 있게 한길로만 갈 순 없다. 전술적으로 다양한 변화들이 다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부의 전략적 목표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핵동결이라고 하자. 그동안 정부가 한 것은 북한 도발 때마다 눈에는 눈식의 일대일 대응이었다. 그게 대북정책의 실체였고 전부였다. 그 때문에 전략적 목표는 하늘 높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임기응변적 조치들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전략적 목표가 없었던 게 아니다.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데 충실하다 샛길로 빠지고, 목표에서 멀어지는 줄 몰랐을 뿐이다. 몸통이 꼬리를 흔든 게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두 정부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중요한 순간에 전략적 목표를 놓쳤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순간이란 말할 것도 없이 핵실험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다. 실현가능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그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쟁위기, 중첩된 안보위기의 수렁을 박차고 나갈 생각을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코앞에 닥쳤다. 전술적 변화라는 이름으로 우회할 시간이 없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올바로 학습하고 김정은을 잘 다룰 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에 솔직해져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낡은 명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버려야 한다. 선제적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대화 국면을 조성,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유도하고 핵동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훈련은 이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핵 문제 해결 기회를 포기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어떤 숭고함이 훈련에 있는 걸까?

6차례나 실패를 반복한 대북정책이 있다면 그건 ‘실패한 방법’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7번째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빠르면 북한 정부 수립 기념일인 9월9일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ICBM 발사일 수도 있고, 7차 핵실험일 수도 있다. 그것도 끝이 아니다. 8번째 실패가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052101005&code=990100#csidx8a1c952990e4b528e1f45a31e8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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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법령과 사전에 기초한 북한 사회보장제도의 이해1)

 

민기채 |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 전공 조교수

 

 

북한의 다양한 사회보장 관련 법령

북한에서는 사회보장과 관련된 다양한 법령을 제정해 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국광복회 10대 강령(1936)을 시작으로 하여, 광복 후 20개조 정강을 발표하면서 조선 인민에게 고함(1946), 북조선 로동자·사무원에 대한 로동법령(1946), 북조선 노동당 강령(1946), 사회보험법(194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1948), 국가사회보장에 관하여(1951), 국가공로자에 대한 사회보장규정 승인에 대하여(195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1972), 어린이보육교양법(1976),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사회주의로동법(1978), 인민보건법(1980), 협동농민들에게 사회보장제를 실시할 데 대하여(1985), 량정법(1997), 주민연료법(1998), 장애자보호법(2003), 년로자보호법(2007), 사회보장법(2008), 살림집법(2009), 녀성권리보장법(2010), 로동보호법(2010), 아동권리보장법(2010) 등을 제정・공표해왔다.

 

북한의 사회보장 관련 법령을 다음의 <그림 2-1>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북한의 사회보장 관련 법령을 체계화하면 최상위에 사회주의헌법이 자리하고 있다. 헌법 아래의 하위 법령들은 근로인민인지 공민인지에 따라 크게 2개로 구분할 수 있다. 근로인민이라면 노동에 기초한 급여로 이해될 수 있고 공민이라면 거주에 기초한 급여로 이해될 수 있다. 먼저 원칙적으로 ‘노동’에 기초하여 수급자격이 결정되는 사회보장 법령들로서 상위법으로서의 사회주의로동법과 하위법으로서의 사회보험법, 사회보장법, 로동보호법, 기업소법, 외국인투자기업로동법이 있다.

 

다음으로 원칙적으로 ‘거주’에 기초하여 수급자격이 결정되는 사회보장 법령들로 인민보건법, 량정법, 살림집법, 주민연료법, 년로자보호법, 장애자보호법, 녀성권리보장법, 아동권리보장법, 보험법, 교육법(어린이보육교양법, 보통교육법, 고등교육법), 적십자회법이 있다. 그리고 해당 사회보장 법령들에 대한 재원은 국가예산수입법과 재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명시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내용

먼저 사회주의헌법(1948년 채택, 2013년 수정보충)은 국가의 기본법으로 북한의 사회보장에 있어서도 최고의 지위를 갖는다. 사회주의헌법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주권이 있으며(동법 제4조), 근로인민의 인권 존중 및 보호(동법 제8조), 모든 공민에 대한 행복한 물질문화 생활의 실질적 보장(동법 제64조)을 천명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의료·교육·모성·가정 분야 등에 대한 보호 혹은 보장 조치를 별도 조항으로 명시하여 강조하고 있으며, 각 분야별로 관련 하위 법령들이 존재한다.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로 전진하기 위한 과도기로서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인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에 기초하여 분배가 실현되는데, 사회주의로동법(1978년 채택, 1999년 수정)은 그 원칙을 다루고 있는 핵심 법령이다. “로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받는 것은 사회주의경제법칙”(동법 제37조) 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기여에 따른 급여의 원칙을 제도화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로동에 의한 분배 외에 추가적으로 많은 국가적 및 사회적 혜택을 받는다”(동법 제68조). 사회주의노동법에서 규정하는 국가적 및 사회적 혜택은 살림집(동법 제69조), 식량공급(제70조), 보육(제71조), 교육(제72조), 국가사회보험제에 의한 일시금 및 국가사회보장제에 의한 로동능력상실년금(제73조), 년로년금(제74조), 국가공로자 배려(제75조), 정기 및 보충휴가, 산전산후휴가(제76조), 유가족년금(제77조), 무의무탁 노인 및 장애인에 대한 시설급여(제78조), 무상치료제(제80조) 등이다. 

 

1946년 12월 19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노동자 사무원에 대한 사회보장을 구체적으로 실시할 목적으로 사회보험법(1946년 채택)을 공포하였다. 적용대상은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동법령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는 일체의 노동자 및 사무원”이다(동법 제15조). 급여종류는 의료상의 방조, 일시적보조금, 해산보조금, 장례보조금, 실업보조금, 폐질년휼금, 유가족년휼금, 양로년휼금, 의료상 방조로 구분하고 있다(동법 제1조). 전달체계는 “보조금을 받으려는 자는 소정의 증빙서류를 첨부한 청구서를 소속직장 또는 최후소속직장의 직업동맹 및 고용주에게 제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51조).

 

사회보장법(2008년 채택, 2012년 수정보충)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병 또는 신체장애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 어린이”가 사회보장대상임을 밝히고 있다(동법 제2조). 즉 사회보장법에서는 과거에는 근로자였으나 현재 근로자가 아니거나 장애인, 무의무탁 노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다루고 있다. 또한 동법 제2장 사회보장수속의 제9조에서 제16조까지는 사회보장의 신청 관련 행정절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특히 동법 제4장의 제24조부터 제36조까지는 영예군인보양소, 양로원, 양생원 등 사회보장기관의 조직운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회보장법은 남한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로동보호법(2010년 채택)은 사회주의로동법에서 규정한 노동보호와 관련한 조항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로동보호법에서는 로동안전교양의 실시, 로동보호조건의 보장, 로동보호물자의 공급, 로동시간과 휴식·휴가, 로동안전규률 확립, 로동재해구호 등을 규정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안전하고 문화위생적인 로동조건을 보장하며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적극 보호 증진시키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동법 제1조). 해당 기업소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여성근로자의 임신과 육아에 대해 관련 조건을 보장할 것을 강조하는 등 직장 내에서 시행해야 하는 복지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사회주의로동법이 노동에 의한 분배 원리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국가사회보험 및 사회보장의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면, 노동에 의한 분배 원리에 관계없이 공민의 지위로써 거주에 따라 전체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규정을 해당 법령들에 제시하고 있다. 

 

인민보건법(2007년 채택, 2012년 수정보충)에서는 인민을 위한 보건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7장 51조로 구성되어 있다. 제1조 인민보건사업의 성격에서 “인민보건사업은 자연과 사회의 주인이며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시켜 그들이 사회주의위업수행에 적극 이바지할 수 있게 하는 보람차고 영예로운 사업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외에 완전하고 전반적인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에 의한 건강보호, 주체적인 의학과학기술, 인민보건사업에 대한 물질적보장, 보건기관과 보건일군, 인민보건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등을 규정한다.

 

년로자보호법(2007년 채택, 2012년 수정보충)에서는 그 대상으로 “로동년한을 끝마쳤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남자 60살, 녀자 55살 이상의 공민은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조). 급여에 관하여는 “년로자는 국가로부터 년로년금과 여러 가지 형태의 보조금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4조). 또한 “년로자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사회활동에 적극 참가하도록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노년기의 사회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년로자보호법은 무의무탁 노인을 국가가 부양할 것(동법 제12조), 년로년금 및 여러가지 형태의 보조금(제14조), 무상치료(제17조), 장수보약, 영양식품의 보장(제20조), 보조기구 및 치료기구 보장(제21조), 문화오락시설의 보장(제28조), 휴양, 관광, 탑승(제29조) 등을 명시하고 있다. 년로자보호법은 남한의 노인복지법에 대응될 수 있다.

 

사회보장 재원과 관련하여 국가예산수입법과 재정법이 있다. 먼저 국가예산수입법(2005년 채택, 2011년 수정보충) 제2조에 의하면 “국가예산수입은 국가의 수중에 집중되는 화폐자금”으로, “거래수입금, 국가기업리익금, 협동단체리익금, 봉사료수입금, 감가상각금, 부동산사용료, 사회보험료, 재산판매 및 가격편차수입금, 기타수입금으로 이루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사회보험료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로동능력상실자와 년로보장자를 물질적으로 방조하기 위하여 국가예산에 동원하는 자금”이며, “사회보험료의 납부는 기업소, 협동단체의 공동자금과 종업원의 로동보수자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44조). 

 

다음으로 재정법(1995년 채택, 2011년 수정보충)에서는 ‘재정법의 사명’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재정법은 재정의 기능과 역할을 높여 나라살림살이에 필요한 화폐자금을 계획적으로 마련하고 통일적으로 분배, 리용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조). 국가예산자금은 크게 5가지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그것들은 인민경제발전비(제15조), 인민적시책비, 사회문화사업비(제16조)2), 국방비(제17조), 국가관리비(제18조), 예비비(제19조)이다. 이 중 ‘인민적시책비’에서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이루어진다. “인민적시책을 위한 지출에는 교육, 보건,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이, 사회문화를 위한 지출에는 체육, 문화, 대외사업에 대한 지출”이 있다(동법 제16조).

 

국가사회보험과 국가사회보장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는 법령보다 사전에서 명확하게 구분되어 설명되고 있다. 북한의 사전을 통해 본다면,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국가사회보험과 국가사회보장이라는 2개로 구분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국가사회보험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로동자, 사무원들이 질병, 부상, 임신과 해산 등으로 일시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며 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로동자, 사무원들이 질병, 부상, 임신과 해산 등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에 해당한 보조금을 받으며 무료로 의료상 치료를 받고 있으며 또한 정양소, 휴양소, 야영소들에서 무상으로 문화적인 휴식을 보장받고 있다”고 설명한다(사회과학출판사, 1973: 83). 또한 국가사회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정한 보험금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된 기준에 따라 보조금이 지불되며 보험가입자의 보험료와 함께 기관, 기업소에서 납부하는 보험료를 원천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보험과 구별된다. 또한 그것은 보험형식을 취하여 현직 일군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보장과도 구별”되며,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은 국가기관, 기업소, 사회단체와 생산, 건설, 수산 및 편의협동조합들에서 일하는 모든 로동자, 기술자, 사무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일시적 보조금, 산전산후보조금, 장례보조금, 의료상 방조, 휴양, 야영, 관광, 탑승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실시되고 있으며, 그 지출은 기관, 기업소들의 부담을 원천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되어 있다(사회과학출판사, 1973: 533). 국가사회보험은 “사회주의 하에서 국가가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 증진시키며 로동재해, 질병, 부상 등으로 일시적으로 로동능력을 잃은 근로자들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로 정의되며, “생활비를 받는 현직 일군들 중에서 국가의 정휴양소, 야영소들에서 휴식을 하는 사람들과 일시적으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서 로동능력을 완전히 또는 장기적으로 잃었거나 년로하여 일을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는 사회보장과 구별된다. 국가사회보험을 위한 자금원천은 국가예산자금과 근로자들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들이 내는 사회보험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다. 국가사회보험에 대한 지출형태에는 일시적보조금, 산전산후보조금, 정휴양, 료양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백과사전출판사, 1996: 122). 

 

반면 국가사회보장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늙거나 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하여 종신토록 또는 오랜기간 일할 수 없게 된 사람들, 그리고 무의무탁한 사람들에게 국가부담으로 생활자료와 의료상 봉사를 보장하여 그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인민적 시책”으로 정의되며, “우리나라에서 국가사회보장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실시된다. 1) 국가사회보장해당자의 희망에 따라 그의 능력에 알맞은 적당한 직업을 알선하여 주며, 2) 년금 또는 보조금을 주며, 3) 무의무탁한 불구자, 년로자, 고아들을 양로원, 양생원, 애육원, 육아원과 같은 데 보내어 보호하는 것 등이다”라고 설명한다(사회과학출판사, 1973: 82-83). 

 

국가사회보장은 “사회주의사회에서 국가사업을 수행하다가 로동능력을 완전히 또는 오랫동안(6개월 이상) 잃었거나 년로하여 일을 못하는 근로자들과 혁명과업을 수행하던 도중 사망한 근로자들의 유가족들에게 돌려지는 국가적 혜택”으로 정의되며, “우리나라에서 국가사회보장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작성하신 조국광복회 10대강령에 그 력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사회보장의 적용대상은 항일혁명투사들과 군인(경비대, 사회안전원 포함)들, 로동자, 사무원, 협동농장원들과 그들의 부양가족들이다. 국가사회보장은 1) 현금 및 현물에 의한 방조, 2) 의료상 방조, 3) 국가사회보장보호시설(영예군인보양소, 양로원, 양생원)에 의한 방조의 형태로 실시된다. 현금에 의한 방조는 사회보장년금 및 보조금 지불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사회보장 년금 및 보조금에는 항일투사사회보장년금, 공로자사회보장년금, 영예군인 및 영예전상자 사회보장 년금 및 보조금, 일반사회보장년금(년로년금, 로동능력상실금, 유가족년금)이 있다. 현물에 의한 방조에는 의족, 의수 등과 같은 교정기구 보장이 포함된다. 의료상 방조에는 사회보장대상자들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것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의료상 방조가 포함되며 사회보장대상자들의 건강회복을 촉진시킬 목적으로 조직된 경로동직장의 운영과 관련한 비용이 포함된다. 사회보장보호시설에 의한 방조는 영예군인보양소, 양로원 등의 운영과 관련한 비용을 국가예산에서 보장하여 주는 것이다. 국가사회보장의 자금원천은 국가예산자금이다”라고 설명한다(백과사전출판사, 1996: 122).

 

맺으며

남한의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사회보장을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사회보험과 국가사회보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여 사회보장제도 간 교류로 확장될 때, 용어 차이뿐만 아니라 기능적 등가를 가진 제도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가올 통일시대를 사회보장분야에서 주동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보장 제도와 현실을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아닌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위한 눈과 귀가 필요할 것이다.

 


1) 이 원고는 ‘북한 노후소득보장 제도 및 실태 연구’(민기채 외, 2017)에서 북한 사회보장과 관련된 내용을 재정리 함.

2) 2007년까지의 재정법에서는 사회문화시책비(제16조) 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가, 2009년 또는 2009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인민적시책비와 사회문화사업비로 구분되었다. 경제사전에 따르면, 사회문화시책은 “교육, 문화, 보건 부문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실시되는 국가의 시책”이며, 사회문화시책비는 “교육, 문화, 보건 부문 등 사회문화시책에 돌려지는 국가예산자금”으로 정의된다(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 1985a: 677).


<참고문헌>

민기채, 조성은, 한경훈, 김아람(2017). 북한 노후소득보장 제도 및 실태 연구. 국민연금연구원.

민기채, 주보혜(2018). 통일 후 남북한 보육서비스 통합에 관한 연구: 독일 보육서비스 통합 경험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21(5), 77-106.

백과사전출판사(1996~2001). 조선대백과사전 3.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1985a), “경제사전 1”, 제2판,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1985b), “경제사전 2”, 제2판,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출판사(1973a), “정치사전 1”,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출판사(1973b), “정치사전 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출판사(1995), “재정금융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일, 2018/07/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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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북한의 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영양부족, 질병 그리고 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유아의 20%가 심각한 발육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사무총장 직속 OCHA(인도주의사무국)책임자가 7월 09-12일 3일간 북한을 방문하여 평양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내용을 번역  소개한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에 대한 과감한 인도적 지원과 협력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실천해 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북한 내 인도주의적 요구의 정도와 유엔이 제공하고 있는 지원을 살펴보고 추가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파악하기 위해 마크 로우칵 (Mark Lowcock) 유엔 인도주의사무국 사무차장이 직접 북한을 방문했다.

현재 북한주민 1천 6십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북한 아동의 20%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12일 인도주의단체들이 발표한 2018년 필요와 우선순위 계획(Needs and Priorities Plan)의 자금조달이 90% 가까이 부족한 상태에 머무르자 로우칵 긴급구호조정관은 기부단체들에게 자금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수년간 유엔이 북한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되었으므로 이러한 자금지원이 특히 중요하다.

로우칵 긴급구호조정관은 황해남도에 위치한 은율군 인민병원과 신촌군 인민병원을 방문하여 유엔의 인도적 지원이 아동, 임신부, 수유부 등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은율군 인민병원과 신촌군 인민병원은 각각 연간 약 170,000명과 62,000명의 외래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영양실조 아동과 결핵환자에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약품과 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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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남도 은율군 인민병원 (국제보건기구 및 유엔아동기금, 유엔인구기금의 지원으로 운영). 사진제공: 인도지원조정국/안소니 버크 (Anthony Burke)

로우칵 조정관은 신촌군의 한 유치원도 방문했는데 이곳은 지난 2016년까지 유엔의 영양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17년 11월 이후 자금지원이 부족해지면서 유엔의 활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Central Emergency Response Fund)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총 6,518명의 아동과 임신부 및 수유부를 위한 영양지원 활동을 운영해왔다. 로우칵 조정관은 봉사자들과 아이들을 만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양실조 조기검사가 어떻게 영양실조를 초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본적인 보건서비스는 여전히 우려로 남아있다. 북한의 많은 지역에서 보건 시설과 설비, 약품 또는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의료진이 충분하지 않다.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간 보건서비스 접근의 불균형이 여전하며, 실제 농촌지역의 5세 미만 사망률이 도시지역에 비해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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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군의 유치원. 사진제공: 인도지원조정국/안소니 버크 (Anthony Burke)

 

<기자 회견 내용>

2018년 7월 11일

북한 평양 유엔사무국을 방문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방북을 지원해준 북한 정부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북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향후 진행 방법 및 어떻게 인도주의적 성장을 강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북한은 인도주의 기구들과 일하기를 열망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인도주의 지원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고, 또한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인도적 이슈를 다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또한 북한 보건상을 만났고, 박 외무성 부상 및 외무성의 여러 고위급 관계자를 만나 다양한 논의를 가졌습니다.

이제 제가 왜 북한에 오고자 했는지, 제 목표가 무엇인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저는 이곳 북한의 인도주의적 이슈를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이 이곳을 찾은 지 오래되었고, 그동안 유엔 기구들이 북한의 인도주의 이슈를 해결하고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중요한 업무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둘째, 유엔 기구들의 업무를 살펴보고, 유엔이 북한 내에서 일을 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접근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셋째,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유엔이 어떤 추가 지원을 하면 좋을지 제 스스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또한 북한이 직면한 인도주의적 어려움의 특성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우선은 인도주의적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활동에 많은 진전이 있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수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진 대규모 인도주의 문제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아동의 약 20%가 성장과 삶의 기회를 악화시키는 영양실조에 노출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의 신체 발달과 삶의 전망이 평생 영향을 받습니다.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아동의 절반 가량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오염된 물을 마신 결과 질병이 발생하고, 너무 많은 아이들의 신체발달이 위협을 받습니다. 그간 보건서비스가 증진되었고, 실제 지방 병원에서 매우 인상적인 의료인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만, 약품과 의료용품, 의료장비 등이 부족해 의료당국이 기본적인 인도주의 기준치를 충족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의 필요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인도주의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어제는 기쁘게도 황해남도의 군 두 곳을 방문해 농장과 유치원, 탁아시설, 해당 군의 병원 두 곳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엔 기구의 동료들이 북한 당국과 단체들을 도우며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보건 분야에서 행해지는 구명활동과 식수 및 위생설비 지원활동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좀더 믿을 수 있는 급수원을 얻게 된 한 가정을 방문했는데, 이 가정에게는 새로운 급수원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변화였습니다. 탁아시설에서는 영양실조의 위험이 있는 아동들에게 영양강화 식품과 비스킷을 제공하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의 활동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농업공동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인 동시에 국제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sation)의 활동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오늘도 비가 많이 오고 있고, 강물이 불어났습니다. 그렇게 발생하는 홍수가 인도주의적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마찬가지로 가뭄에도 취약합니다. 그러므로 북한정부를 도와 식량안보를 구축하고 있는 유엔의 업무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잠시 보건분야에서 의약품 및 기타 물품의 부족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어제 방문한 군 병원 중에는 유엔의 지원이 많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이 곳에 근무하는 숙련된 의료진들은 결핵환자 140명을 치료하고 있는데 이들 중 40명을 치료할 수 있는 양의 약 밖에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엔이 돕고자 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약과 의약용품의 부족은 치료법을 시도하고 생각해내야 하는 의사에게 온갖 딜레마를 안겨주고, 보건분야의 온갖 광범위한 문제를 양산합니다. 저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지원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 내 유엔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한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제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몇 달 전 저희가 발간하여 관련 당사자와 논의를 거친 필요와 우선순위 계획에 명시된 바와 같이, 올해 유엔은 앞서 언급한 보건, 식수, 위생, 식량안보 분야에서 약 6백만명의 북한주민의 인도주의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1억1천1백만 달러를 조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북한 방문 직전, 스웨덴과 스위스, 캐나다 정부의 너그러운 기부 덕택에 목표금액의 약 10%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턱없이 모자랍니다. 

뉴욕에 돌아가 유엔 회원국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생생한 인도주의적 어려움에 집중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유엔이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고, 과거보다 유엔 직원들이 북한의 곳곳에서 자유로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저희는 제공된 기금이 제대로 쓰이고, 인명을 구하며, 고통을 줄이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습니다. 접근과 모니터링, 데이터 측면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뤄 목표로 하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핵심은 북한에는 인도주의적 필요가 있고, 더 많은 기금이 제공되면 그러한 필요를 충족할 수 있으며,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실하고 납득이 가는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과 다른 인도주의 단체가 해결해야 할 북한 내 가장 중대한 문제는 무엇인지 간략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P]

다른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도주의적 이슈와 영양실조, 더 안전한 물과 위생, 제가 방문한 병원과 같은 의료시설에 인명을 구할 약과 기타 의약용품의 공급하는 것 등 핵심적인 인도주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엔이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신화통신]

최우선순위는 앞서 언급한 필요와 우선순위 계획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모든 인도주의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1억 1천 1백만 달러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회원국들이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때에만 비로소 인도주의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회원국들과 함께 이 계획의 자금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자원을 찾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선과제입니다.

김영남 상임위 위원장과 외무성 부상을 만났다고 하셨는데, 북한정부가 인도주의적 이슈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무엇입니까? [CCTV]

북한정부는 국가 발전 및 자립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경제개발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지정학적 이슈와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간단하고 분명히 설명하면서도, 이러한 문제가 저의 책임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북한정부가 유엔이 제공하는 인도주의적 도움을 중요하게 여기며,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경제발전과 자립을 위한 전략을 추구하는 동시에 앞서 제가 말씀드린 종류의 구명활동을 통한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의 중에는 어떻게 인도주의적 활동이 더 잘 이뤄질 수 있을 지와 관련해 많은 이슈를 제기했고, 저는 이러한 내용을 뉴욕으로 가져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동의 20%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수치의 출처는 어디입니까? [신화통신]

해당 수치는 실제로 발육 부진을 겪고 있는 아동의 숫자입니다. 즉, 불충분한 영양섭취로 인해 물리적으로 그리고 인지기능 상 발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이들의 숫자입니다. 이 수치는 2011년 약 28%였으므로, 28%에서 20%로 개선된 것입니다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는 유엔아동기금(UNICEF)와 북한 중앙통계국, 그리고 북한의 전반적 상황을 대표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8천5백 가구를 인터뷰 후 지난 달 말 발간된 복합요인조사프로그램(Multi Cluster Indicator Survey) 입니다. 북한에서 그리고 방문 준비 중에 만난 유엔아동기금의 동료들은 모두 북한의 데이터 품질과 가용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꽤 좋은 편이라고 평가하더군요. 그런 면에서 저희는 전문적으로 수집한 사실정보를 근거로 북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느 분야에 도움이 필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월, 2018/07/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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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N(핵무기폐기 국제운동기구)는 2017년 UN총회에 핵무기금지조약을 제안한 공로로 깜짝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그런데 ICAN의 특별제안에 대한 UN총회의 진행 과정과 결과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120여개국이 찬성한 가운데 53개국이 서명을 마친 상태이다. 실제 핵을 보유하거나 배치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국가들은 대부분 불참하였고, 한국과 일본 등 30여 개국은 기회적으로 기권하였으며, 놀라운 것은 핵무기 개발로 선진제국으로부터 집중적으로 비난을 받아온 북한이 핵무기금지 조약의 찬성을 주도해온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거부한 미국 등 강대국이 오히려 조약의 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북한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이름으로 보복적 제재를 시행하는 역설과 모순이 진행되는 것이 오늘날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유엔 조직 내에서 또 다른 역설과 모순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이 주도하여 대북 원유 및 정유제품의 공급에 대한 제한조치, 북한 해외노동자의 24개월내 전원 송환조치, 북한의 수출입금지 품목의 확대(무역규모의 8-90% 수준), 해상차단 및 검색에 대한 조치강화 등 실제적으로 ‘저강도전쟁’ 수준의 제재를 2017년 12월 22일 안보리 제2397호로 결의하였다.  

반면에 사무총장 산하에 있는 OCHA(인도주의사무국)은 수년 전부터 평양에 주재원을 두고 북한의 식량, 건강, 질병 및 장애 등 인도적 사항에 대한 실태를 정밀하게 조사하였고 실무책임자인 로우콕(Lowcock) 사무차장이 지난 6월 9일-12일간 평양을 방문하여 향후 지원계획을 협의하면서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7월 16일자로 다른백년 아젠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의 지원이 절실하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60 여 년간 미국에 의해 강요당한 준전시(準戰時)적 체제와 국제적 지원의 창구역할을 하였던 소련조차 붕괴된 상황에서 오랜 기간을 고립당한 채 살아온 북한의 현실은 한마디로 가혹하다.

북한 주민의 40%가 넘는 천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와 질병 그리고 장애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미행정부는 여전히 유엔안보리의 결의라는 미명하에 인도주의적 원조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북한에게 목조르기식 봉쇄조치를 양보없이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한심한 것은 민족의 당사자인 남한 당국이 안보리 결의에 눈치를 보느라고 OCHA에서 할당한 지원금 8백만원의 송금을 보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엔의 OCHA조직에 의존하여 진행할 사항이 아니라, 오히려 남한 당국과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국제사회의 결의와 비난을 무릎 쓰고라도 대대적인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한편 대규모 의료봉사단을 조직하고 파견하여 북한의 의료 체계를 지원하고 보완해야 할 사안이었다. 이는 진작이 배달 민족의 역사와 이름으로 세계 만방에 알리면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진행했어야 동포애적 협력사업이다. 세계시민들은 문제아 트럼프보다 모범생 문재인을 더 열렬히 응원하고 지원한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언급한 로우콕 사무처장의 평양 기자회견과 호소문조차 당일 남한 주류언론에는 단 한 줄도 소개되지 않았다. 통일을 외쳐온 우리들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427판문점과 612싱가포르에서 정상간 회담과 선언이 이루어 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쟁 직전의 험악한 말폭탄과 위협을 주고받은 북미 당사자들이 극적으로 합의한 센토사 성명은 우리에게 한반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공하기에 충분하였다. 구체적인 실천의 내용과 이행 과정에 합의가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장래에 평화협정에 이루어 지고 북미간에 국교가 정상화 된다면 인류의 역사에 남을 대사건 이다.

사실 센토사 성명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고 명쾌하다. 양국간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정착하기 위하여 양국은 전쟁행위를 극복하고 후속 협상을 통하여 대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북한의 비핵화가 아닌)에 대한 노력을 약속하며 한국전쟁의 포로와 유해를 즉각 송환한다는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관계를 위하여 포괄적 합의와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체제와 양국의 정상화를 위하여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미국이 승인하고 이를 신속하게 이행한다는 약속을 만천하에 공포한 것으로 해석한다.

북한은 정상회담 전에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 폭파하였으며, 회담 이후 신속히 전쟁실종자 유해를 송환하였으며 미사일 발사장치대의 순차적 해체를 진행하는 등 회담의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여기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과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두 개의 쌍비적 주제가 갖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핵무장은 어떤 경우에서도 상대방에게 먼저 사용할 수 없는 자기방어적 성격을 지닌다. 북미간에 핵무기의 용량과 군사력의 규모는 비교가 의미가 없을 만큼 큰 격차의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모한 자살행위이며 북한 지도부가 누구보다도 이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해 북한의 핵무장은 군사적으로는 순수한 자위적 방어 무기체계(MAD, Massive Assured Destruction)이며 정치외교적으로는 강력한 협상의 자산일 뿐이다.

이에 반하여 미국이 종잇장으로 약속하는 평화협정은 언제라도 묵살하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매우 취약하고 위험한 함정적 성격을 지닌다. 더구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적하였듯이 소연방 붕괴 이후 미국은 국제사회의 약속을 단 한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통독과정에서 약속한 나토체제의 동결, 리비아와 이라크의 불법적 침공, 파리 기후협약의 탈퇴, 이란 핵개발 방지를 위한 JCPOA의 파기, WTO 무역체계의 일방적 묵살 등 근년에 미국이 보인 패악은 끝이 없는 지경이다. 더구나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과 미국 주류사회조차 동의하지 않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향후 미국 정치의 향배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 위에 북한이 자신들의 안위와 주권을 위하여 미국행정부에 확실한 ‘행동 대 행동의 원칙’과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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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히 볼턴을 포함한 네오콘들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묵살하고 북한에 대해 길들이기에 들어갔고, 북을 중국으로부터 격리시키려 하는 듯 하다.

이러한 북한의 요구에 대하여 미국측은 주류언론과 네오콘 등을 동원하여 온갖 여론을 조작하며 북한에게 일방적 이행을 강요하고 협박을 가하고 있는 형세이다. 현재 국면에서 우리는 특별히 현재 미국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으로 있는 ‘존 볼턴’을 예의 주목해야 한다.

2002년 국무부 차관보였던 켈리가 평양 방문시, 조작이 의심스러운 여러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당시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항의에 대하여, 북한 조선인민 공화국은 국가의 자위를 위해서라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entitled to do so)고 반발한 사실이 있다. 물론 현재에도 북한은 당시까지 농축한 사실이 없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당시 국무부 정무차관보였던 ‘볼턴’이 리비아에 적용했던 CVID를 들먹이며 북한 핵에 대한 원칙으로 내세웠고, 이에 반발하여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판도라 상자를 열듯이 핵개발에 진입하고 만다. 한국전쟁 이후 자존심 하나로 버터 온 북한 당국으로서는 도무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악연은 계속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6 년, 북한은 대치적 상황의 변화를 위하여 미국에 평화협상과 양국간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첫 번째 핵실험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대하여, 미국은 북한이 희망하는 대화와 외교로 대응하기는커녕, 자신의 안마당 격인 유엔 안보리를 통하여 외교적 경제적 제제조치인 1718호를 결의한다. 이때 상황을 주도한 인물 역시 당시 미국의 유엔 대사였던 ‘볼턴’이다. 불행한 유년시절 과정에서 형성된 심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볼턴’은 북한에 대해 확고하고 불변하는 하나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 ‘철저하게 의심하고 끝까지 파헤쳐라’

북미 정상이 센토사에서 합의한 내용과 무관하게, 유엔의 안보리 결의 2397호를 내세워 ‘볼턴’은 그의 신조에 따라 북한을 철저하게 압박하여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한편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부단히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정상 회담 이후 유엔 제재의 내용을 점차적으로 완화하고 종국에는 해지하여 북한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자는 국제사회의 일반적 여론과 이를 반영하는 중러의 제재 완화 제안을 철저히 묵살하고, 미국측이 사소한 문제를 확대하고 없는 사실마저 조작해 가면서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강요하는 배경의 핵심 인사에는 ‘볼턴’과 그의 성실한 충복인 헤일리 현 유엔대사가 버티고 있다. 다른백년은 8월 1일자에, 글로벌 리서치 유엔 특파원이 기고한 ’싱가포르 비핵화 합의를 거스르는 폼페이오-헤일리 라인’ 라는 칼럼을 빌어 이를 고발한 바 있다.

북미간 생산적 대화의 진행이 어려움에 봉착된 현재, ‘볼턴’을 계속 안보보좌관으로 끌어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과 판단이 무엇이지 확실하지 않다. 장사꾼적인 감각과 기질로 벌리는 양동작전 수준의 전술인지, 11월에 있을 중간 선거의 승부수로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연출의 과정인지, 위에 언급하였듯이 북한을 굴복시키고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적 포석인지, 자신이 결국 미국 내 보수집단에게 완전히 포위를 당한 수준인지, 갸름하고 미리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 있다. 9월 북한 정권수립 70주년과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사이에 종전선언 또는 이에 준하는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북미간에는 다시 험악한 대결과 전쟁 위협을 되풀이 하는 상황으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

조만간, 문재인 정부는 센토사 북미 정상간 합의의 단계적 이행과 북한의 굴복을 강요하는 안보리 제재 사이에서 새롭게 상황을 주도하는 돌파구를 모색하여야 한다. 그것이 판문점 선언의 정신이자 이행이다.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자면, 배후(背後)인 미국의 패권놀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통로인 유엔안보리를 무력화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평화 위원회를 유엔 내에 구상하고 제안할 시점이다. 현재의 미국은 예전처럼 세계질서를 지켜주던 미국이 아니다.

월, 2018/08/1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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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자신들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핵무기와 관련 시설 폐기를 위한 진정한 의지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그에 대한 대가로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합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합의문 이행까지 앞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 펼쳐질 듯하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 이후 무려 한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은 워싱턴의 많은 지식인들과 한국의 보수 정치계, 상업 미디어, 그리고 기업의 지원을 받는 기성 싱크탱크 내 한국 전문가들의 눈에는 실패작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까지 취소하면서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미 풍계리 핵실험 시설과 평양 근처의 ICBM 조립시설을 폐기했고, 동창리에서는 미사일 발사시설 해체의 신호도 있다.  

게다가 김정은은 7월 30일,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으로 송환했다. 유해 대부분은 한국전 당시 북한 땅에서 전사한 미군들이다.

북한은 이 정도면 마땅히 미국으로부터 “한국전 종전선언” 같은 구체적인 응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어떤 법적인 확약은 아니지만, 평화협정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이 미국의 최종 결정을 늦추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남한과 북한 모두 늦어도 곧 있을 유엔총회 기간동안 종전선언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은 특정 조건만 충족된다면 정말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난해 화성 15호를 발사한 이후 김정은의 바램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북한주민들도 번영과 평화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그는 “병진전략”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다시 말해 핵개발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고, 따라서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악수를 나눈 후 보여준 트럼프의 행동과 발언을 보면 정말 그가 싱가포르 합의를 지킬 의향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단은 트럼프가 진심으로 싱가포르 회담의 내용과 정신을 이행할 뜻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트럼프가 그럴 능력이 있나?” “김정은 정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나? 정말 북한이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행하면 북한주민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나?”일 것이다.

트럼프가 “워싱턴의 함정”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한 이런 약속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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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의 함정이란 미국 워싱턴 내 반(反) 북한 정책을 지칭하며, 이는 대다수 미국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 어떤 미 대통령도 북한에 호의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도, 적용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트럼프도 예외없이 이 함정에 걸려들었다.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이 함정을 빠져나오지 않는 한 북한에 큰 양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함정의 목표는 북한을 이 세상에서 가장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 파괴되어야 마땅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전멸시켜야 옳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극단적 방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류 언론과 기업 산하 연구기관들을 동원, 미국인들이 북한을 싫어하고 불신하도록 만들었다.

이 함정은 극도로 공격적인 논리 전개를 따라 구성된다.

첫째, 북한을 미국과 한국, 일본을 위협하는 존재, 즉 위험한 존재로 묘사한다.

냉전시대 북한은 공산주의 진영의 일부였고, 따라서 남한을 위협하는 존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그들은 남한을 위협할 의지도 능력도 잃었다.

북한은 단 한번도 미국을 위협하지 않았고, 그럴 힘도 없었다. 항상 미국이 먼저 공격을 하면, 그런 경우에만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말해 왔을 뿐이다.

즉,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남한에게도 미국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 보수파와 미국의 미디어는 북한의 위협성을 오래도록 강하게 강조해오고 있고, 그 결과 이제는 북한의 위협이 아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한국 내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굳게 믿고 있다. 이렇게 무서운 북한 이미지의 조성을 위해 충실히 헌신해 온 한국의 3대 일간지가 있으니 바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일명 조중동이다.   

둘째, 북한에 불법국가 꼬리표를 붙인다. 북한은 “사악한 괴물”이 되어, “독재국가”, “불량국가”, “악의 축”, “부패한 국가” 등의 꼬리표가 달렸다. 미디어는 이런 꼬리표를 반복해 보도하고, 미국인들은 언론에서 보고 읽은 것을 그대로 믿게 된다.

북한과 북한주민에 대한 이런 지독한 이미지들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덕분에 다소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주입된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는 어렵다.

반 북한 선동의 세번째 무기는 신뢰할 수 없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과 정부관료, 언론인,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북한이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을 역설해오고 있다.

 “북한은 1994 합의를 위반했다.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 대화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대북제재를 강화해야한다.”

2007년과 2008년 대북협상에 참여한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er) 전CIA 요원과 전 주한미국대사 크리스토퍼 (Christopher Hill)은 북한이 불량국가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George W. Bush)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 중 하나로 지정했다.

이후 북한의 정직성에 대한 의심은 한층 더 심해졌고, 미국은 1994 합의와는 관련 없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도 1994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보자. 2008년 북한이 일본을 지나는 위성을 발사했다. 그러자 마치 1994 합의를 위반한 것처럼 해석되었지만, 사실 이는 합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증인들도 많다. 199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중지를 확인했다. 2008년, 조지 W. 부시 정부의 국무부가 1994 합의가 위반되지 않았음을 공식화했고,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콜린 파월(Colin Powell) 역시 1994 합의가 건재함을 밝혔다.

실제 북한은 이 1994 북미 기본합의(Framework Agreement)에 의거, 다수의 핵폭탄 생산이 가능한 원자로 2기의 건설은 물론 영변 원자로의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해당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북한의 진정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지부진함에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미국 측은 한, 미, 일이 구성한 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즉 KEDO(Kore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에 제대로 자금지급을 하지 못했다. 이 컨소시엄은 자금이 있어야 합의문에 명시된 경수로 2기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합의문에 약속된 50만톤 연료 지급에 실패했다.

1994 합의를 위반한 쪽은 누구인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이에 북한은 1994 합의가 무용지물임을 깨닫고, 군사옵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1994 합의 이후 미국의 행동을 보면 다음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북정책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나? 비핵화가 미국의 진정한 의도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 합의만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생산해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만해도 북한은 핵무기 생산을 완성하지 못했다.  

미국 대북정책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무엇인가 일수도 있다. 군사력을 동원한 북한 정권교체일수도 있다.

실제 1990년대에 클린턴 (Bill Clint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려 했지만 지미 카터 (Jimmy Carter) 대통령의 개입으로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도 여러 차례 군사행동을 언급해왔고, 2017년에 보수파인 박근혜 정부가 계속 청와대 (한국의 백악관)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실제 대북 공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북한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수십만에 달하는 남북한 주민은 물론 만명에 가까운 주한, 주일 미군도 희생될 수 있다. 세계 제3차 대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예컨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이었다면 대북 전쟁은 “물론 끔찍하겠지만, 전쟁은 한국 땅에서 일어날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고, 북한에게는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되겠지만, 미국 땅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보는 세계: 전쟁 또는 평화』,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빅 (Morillot-Malovic) 공저, 2018)

미국의 상원의원이 이런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

트럼프는 일단 당분간은 북한과의 전쟁 계획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이 CVID를 이행하지 못하면 군사 옵션을 포함한 여러가지 선택지를 고수할 것임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북제재의 범위, 강도, 효율성이 점점 더 커졌다. 북한주민들이 지하 무역망과 지하 금융거래망을 만들지 않았다면, 대북제재로 북한의 주체사상 정권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북한주민들의 용기, 인내, 상상력, 창의력이야 말로 강력한 제재에 맞서 북한이 살아남은 힘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한국전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그동안 훈련의 규모는 커지고 더욱 위협적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2008년, 가장 노골적으로 북한을 적대시한 아베 신조(Shinzo Abe) 정권과 이명박(Lee Myong-buk) 정권이 각각 일본과 한국에 들어서며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진해졌다.

이들은 동북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들이다. 그리고 정치적,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핵 문제를 십분 활용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을 통해 미국에게 대북정책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세계 지배를 위한 필수 요소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시점에 스티븐 렌드먼(Stephen Lendman)이 다음의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은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을 대신할 서구친화적 꼭두각시 국가를 원하고 있다. 북한도 그 후보 중 하나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북한이 얼마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 복종하는가 달려있다.” (트럼프 정권은 여전히 북한에 적대적이다 (Trump Regime Remains Adversarial toward North Korea), 글로벌리서치, 2018년 7월 9일)

정리해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고, 불량국가이며, 믿을 수 없는 국가이므로 북한을 다루기 위해 대화가 최선은 아니라는 논리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전쟁이나 북한 내부의 격변으로 정권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데 전쟁은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내부 격변이 해결책이다.

워싱턴의 함정은 미국 내 군사/안보 권력층과 한국과 일본 보수진영이 공모하여 탄생했고, 언론과 보수 지식인들이 이를 홍보했다. 이 함정은 매우 견고하게 자리잡아 미국의 일반 대중은 무엇이 위험에 처한 지도 모른 채 당연히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워싱턴 지식층과 상업 미디어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렌드먼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미국선거 개입은 거짓말(The Russian US Election Meddling is Lie), 글로벌리서치, 2018년 7월 10일).

“미국인들을 속이기는 쉽다. 과거에 몇 번을 속았든, 어떤 내용이 마음 속에 주입되든, 주요 미디어의 확성기를 통해 공식적으로 조작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선전하면 무엇이든 믿도록 조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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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 5주가 더 지났고, 트럼프는 이제 어려운 과제 한가지를 마주하고 있다. 말로는 싱가포르 합의 실현을 위한 선한 의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인 CVID의 속력을 내기 위해 열심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로 한 일이 없다.

오히려 북한이 싱가포르의 약속에 대한 그들의 진정한 열망을 보여주는 일들을 몇 가지 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장 최근에는 한국전 당시 북한 땅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를 전달했다.

왜 그에 대한 답으로 트럼프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지 묻고 있다. 트럼프는 딜레마에, 워싱턴의 함정에 빠졌다. 미국인들이 보기에 트럼프가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 같으면 반 트럼프 바람이 더 크게 번지는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기대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지 못한다면 CVID 프로세스는 더 늦어지거나 아예 중지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트럼프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딱 한가지 옵션만이 가능해 보인다. 조작된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 전부, 또는 적어도 일부를 버림으로써 워싱턴의 함정을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문화 및 스포츠 교류가 필요하고, 학문과 연구의 교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일어나고 나면 트럼프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든, 보수적 군사/안보 단체와 주류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이 쌓는 장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니 김정은에게 양보를 하기 위해 트럼프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 이런 상황에서 CVID는 완료되기 어렵고, 잘 된다 한들 부분적 이행에 그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정치적 단두대 앞에 서는 수밖에 없다.

다만, 한가지 탈출구가 있다. 북한이 불량국가이고, 온갖 나쁜 특성을 다 가졌지만, 미국 친화적으로 만들어 중국 견제를 위한 흥미로운 도구로 쓸 수 있다고 미국 내 강경파와 일반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워싱턴의 함정에 빠진 자들에게 북한이 미국의 유순한 신하임을 알려야 한다.  

물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제스처에 발맞춰 뭔가를 보여주기는 해야 한다. 미국 내부정세를 고려해보면 트럼프가 시간을 좀 벌 수 있을 듯하고, 북한에게는 핵무기 제품 목록을 작성하도록 요청해 두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을 포함하는 목록을 작성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목록을 미국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아마도 숨겨둔 핵무기와 핵시설이 더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조작된 불신의 필연적 결과라 하겠다.

한국의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는 지난 8월 3일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의 “북한 관료가 미국에게 북한 핵탄두 및 핵시설 규모를 속이기 위한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기사를 인용했다.

그런 계획을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멍청한 북한 관료가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이 에피소드만 봐도 북한에 대한 미국 내 불신이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있다.

비핵화의 전 과정이 불신으로 인해 중지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은 지속되고, 미국의 군사/안보 권력층과 한국의 보수진영은 행복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으며, 싱가포르 회담의 실패는 북한 탓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이를 믿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점점 더 고립되고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의 지배에 의한 평화)는 사라질 것이다.

 

조셉 H. 정(Joseph H. Chung)

현재 퀘벡대학교 몬트리올 캠퍼스의 경제학 부교수이자

 Study Center for Integration and Globalization (CEIM)의 Observatory of East Asia (OAE) 부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글로벌리서치(Center for Research on Globalization)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월, 2018/08/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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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23일 다음 주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문을 취소하였다. 24일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 방문을 취소한 것은 그가 느끼기에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있어 충분한 진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 “그밖에 우리가 중국에 대해 무역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했기에, 그들이 비핵화 과정에서 예전처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이는 전형적으로 도둑이 도둑 잡으라고 외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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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북 대화가 정체되고 있는 것은 그 주요한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 김-트 회담 후 북한은 풍계리 핵심험장을 파괴하고 미사일발사장 시설을 철거하였으며,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성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지금까지 상응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였으며, 여전히 끊임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위협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방의 대화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겠는가.

보건대, 백악관은 마치 좋은 핑계거리 하나를 발견한 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와 중국의 무역전에 있어서의 단호한 반격을 연계시키는 것인데, 이로써 미국 국내의 김-트 회담 성과에 대한 의혹을 완화시키고, 또 부단히 상승하는 백악관의 무역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 회답함으로써 중간선거에 앞서 더 많은 지지표를 획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백악관이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전혀 성의가 없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시간표가 필요한데, 이 시간표의 빠르고 느림은 미국 측의 자의적인 조작에 의존할 수는 없다. 미국이 만약 진심으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마땅히 북한과 정치적으로 ‘시간 맞추기’를 해야 하며, 북한의 시계가 늘 미국의 시계에 맞추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가 전진하려면, 미국은 필히 북한의 체제안전에 대한 요구를 고려해주어야 한다.

과거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결정적 순간을 회고해 보면, 거의 항상 돌파구가 한발짝 남아 있을 때 후퇴하였으며, 그 원인은 바로 미국이 늘 자신의 정치적 시간표에 따라 일을 처리하려했기 때문이다. 얼마간 겉으로 성의를 보여야 할 때는 백안관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 변동이 요구될 때에는 백악관은 다시 자신의 북한정책의 기점으로 되돌아갔으며,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안전보장 문제에 있어 계속해서 강한 압박을 유지하였다. 이번에는 다만 백악관이 중국으로 하여금 이 누명을 쓰도록 하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은 동북아 국가가 아니다. 미국의 이 지역에서의 이익은 주로 정치적인 것이다. 미국에게도 안보적 이익이 있긴 하지만, 미국의 안보 이익은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약속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여전히 그 정치적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 강력한 군사력이 존재하는 미국은 그 지휘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사고의 출발점은 먼저 정치적 필요성이다. 당연히 워싱턴이 가장 근심하는 것은 이 지역 국가들이 받게 될 안보적 압박 내지는 경제와 사회 발전에서의 제약이 아니라, 백악관이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느냐의 여부이다.

중국은 줄곧 미북 대화에 대한 적극적 입장을 간직하면서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일을 해왔다. 중국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미·북은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계속해서 미·북이 대화를 통해 쌍방 이익이 절실한 지점에서 일정한 공통점을 찾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굳건한 기초를 놓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워싱턴이 마땅히 고려해야 할 점은, 미국이 무역문제에서 중국에 난폭하게 이전투구를 하면서 또 중국이 이전처럼 자신과 보조를 맞추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카드로 삼지 않을 것이지만, 중미 간의 상호 신뢰가 쇠약해지면 필연적으로 수많은 영역에서 중미 간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에 대항하고 반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기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 미국의 무역전 압력 하에서도 중국이 더욱 희망하는 바는 비핵화의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로써 이 지역 국가들의 정치적 제약과 제재를 완화시켜 동북아지역의 경제발전 잠재력이 석방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지역 다른 나라들 역시도 똑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지금 보면 백악관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의가 부족하며, 더욱이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백악관이 이 문제에 있어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세계정책이 처한 상황을 절사(折射)하는 것이다. 정치·경제· 무역·안보 등 제반 문제에 있어서의 ‘재조정’은 미국을 ‘다시 강대해’지도록 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각종 저지와 반격과 협력 거부에 부닥친 후, 미국은 국면을 어지럽게 하는 방해자에 더욱 가깝게 된다. 미국 고위층의 이러한 졸렬한 곡예를 얼마나 더 오래할 수 있을지 진정 알 수가 없다.

토, 2018/09/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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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미국 언론계의 전설이 된 우드워드 기자가 오는 9월 11일 ‘ Fear : Trump in the White House’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으로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로 번역된 칼럼의 내용처럼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의 주류사회는 지난 수 십년간 북한에 대해 근거도 없이 매우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여온 반면에, 트럼프는 이런 흐름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지난 6월12일 북미간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성사시키면서, 한반도에 종전과 평화체제의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한국인에게는 마치 평화의 수호천사로 다가왔다. 그러나 상기 책을 통한 우드워드 기자의 폭로는 괴물 트럼프라는 인물이 단지 미국사회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백년은 문재인 정부가 단지 트럼프가 제공하는 기회와 가능성을 활용하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미대통령으로서 그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역시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만 한다고 제안한다.


 

“백악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중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 중 10분의 1만 사실 이어도 우리는 진정 국가비상사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제이크 존슨 (Jake Johnson), 전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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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 (Bob Woodward) 기자가 2017년 1월 3일, 뉴욕시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그 인수팀은 내각 및 새 행정부의 고위관료를 구성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가 다음달 새 책을 출간한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첫 1년 6개월 간의 자세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화요일 워싱턴 포스트CNN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했는데, 보좌관들조차 대통령을 ‘멍청이 (idiot)’, ‘바보천치 (fucking moron)’, ‘입만 열면 거짓말인 (professional liar)’ ‘초등학교 5, 6 학년’ 정도의 이해력 밖에 가지지 못한 ‘빌어먹을 얼간이 (goddamn dumbbell)’로 부르고, 그 대통령 때문에 백악관이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멍청이다. 그에게 뭔가를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는 선을 넘었고,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 존 켈리 (John Kelly), 대통령수석보좌관

우드워드가 기자와 편집인으로서 수십년간 몸담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그의 신간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는 대체로 “북한과의 긴장관계나 향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등을 포함한 주요 결정과 백악관 내부의 의견 충돌”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요 결정과 의견 충돌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함과 내각과의 부조화가 드러나는 놀라운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존 켈리 (John Kelly) 대통령수석보좌관은 소규모 회의에서 ‘트럼프는 멍청이다. 그에게 뭔가를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선을 넘었고,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대체 우리가 백악관에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가져본 직업 중 최악이다.”

이번 달 11일 출간되는 이 책의 가장 의미심장하고 충격적인 구절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죽여버리자! (Let’s fucking kill him!)”

우드워드는 지난 4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President Bashar al-Assad) 대통령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는 혐의를 받자 트럼프는 제임스 매티스 (James Mattis) 국방장관에게 아사드 대통령을 암살하고 싶다고 했다고 썼다.  

매티스 장관과의 통화에서 “죽여버리자! 시리아로 들어가자. 그것들 죽여버리자.” 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이런 이야기들을 백악관 고위 관료들과 수백시간 동안 인터뷰를 바탕으로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매티스는 트럼프에게 바로 착수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고 자신의 보좌관에게 ‘대통령이 말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다.

사람 죽이는 데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You don’t need a strategy to kill people.)”

지난 7월 한 회의에서는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들이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가르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 회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엉망이 됐지만,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전략 논의는 군 장성들에게 떠넘기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군인 여러분은 지금 적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사람 죽이는 데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라고 했다고 전한다.

증언하지 마세요. 공개망신, 아니면 감옥 갑니다.”

트럼프가 자신은 로버트 뮬러 (Robert Mueller) 특별검사와의 면담에서 자신이 “진정 훌륭한 증인”이 될 것이라고 고집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사임한 트럼프의 전 변호사 존 다우드 (John Dowd)는 트럼프가 뮬러 특검과 이야기하면 위증죄를 저지르고 말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다우드 변호사는 지난 1월 뮬러 특검에게 대통령이 ‘거기 앉아서 멍청이처럼 보이게’ 둘 수는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증언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다우드 변호사는 이 면담 대본은 유출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것 봐라. 트럼프는 멍청이, 빌어먹을 얼간이라고 했지. 대체 우리는 왜 이런 멍청이를 상대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상황이 올 것을 노심초사했다.

이후 다우드 변호사는 트럼프에게 직접 이렇게 애원했다고 한다. “증언하지 마세요. 증언하면 공개망신, 아니면 감옥 갑니다.”

그는 답답한 남부 사람”

트럼프가 습관적으로 제프 세션스 (Jeff Sessions) 법무장관을 공식석상에서 질책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훨씬 더 거칠고 공격적인 발언으로 세션스 장관을 조롱한다고 썼다.

트럼프는 앨라배마 (Alabama) 상원의원 출신인 세션스를 법무부 수장으로 고르면서 ‘이 사람은 정신박약’이라고 했다. “그는 답답한 남부 사람이죠… 앨라배마에서 혼자 작은 변호사 사무실도 열지 못할 걸요.”

행정부의 쿠데타”

백악관 보좌진들은 언제 터질지 모를 트럼프의 무식함과 충동성의 조합에 불안한 나머지, 트럼프의 책상에서 문서를 훔쳐서 트럼프가 보지 못하게 또는 서명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고안했다고 한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게리 콘 (Gary Cohn) 전 국가경제 위원장은 지난 봄 ‘트럼프의 책상에서 편지 하나를’ 슬쩍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 서한에 서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탈퇴할 계획이었다.  

나중에 콘은 한 직원에게 트럼프는 그 편지가 없어졌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한다.

 

목, 2018/09/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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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월말 큰비로 인해 황해남북도에 큰 수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신속히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여 전세계에 실상을 알려 왔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가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북한의 자연재해에 대하여 남한 사회가 도울 수 있는 방도와 경로는 없는 것일까? 북한이 이미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미사일 엔진실험실과 발사대를 해체한 만큼, 북한동포가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이번 수해를 계기로 유엔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무자비한 제재에 대한 완화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마침 정상회담차 9월 18-21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시, 북한당국이 동의한다면 수해현장을 돌아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칼럼_180908

개요

8월 29일과 30일, 48시간동안 지속된 끈질긴 호우로 북한 남서부 지방인 황해북도와 황해남도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했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10,700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발표된 사망자수만 최소 75명이며, 수백명 이상이 부상을 입거나 실종되었다. 앞으로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황해남북도 내 수천만개의 주택이 홍수로 인해 손상되거나 완전히 망가졌고, 주민들은 모든 가재도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건물과 유치원은 물론 철도,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까지 훼손돼 많은 지역이 접근이 접근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긴급 요구

최초 조사 결과, 식량, 영양공급, 보건, 식수 및 위생, 이재민 보호소, 재난위험축소가 긴급하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위험축소의 경우, 이미 피해를 입은 마을이 추가적인 호우와 홍수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한 정부의 보고에 따르면 황해북도와 황해남도의 농경지 중 17,000 헥타르가 홍수로 타격을 입었다.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던 많은 농작물이 홍수에 휩쓸려 간 결과, 식량생산에 끼칠 악영향과 북한주민의 장기적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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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공식적으로 본 지도에 표시되는 경계선과 지명을 지지 또는 동의하는 것은 아님. 2018년 9월 북한정부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함.

 

토, 2018/09/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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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남한과 북한이 한국전쟁의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시작을 반드시 자신들만의 힘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북한의 단계적 핵 보유능력 포기는 종전이나 평화체제와 같은 프로젝트와 병행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가 곧 실현될 듯도 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가 즉각 다차원적인 가치라는 이점을 누릴 것이다. 과거의 투자와 현재의 필요, 미래의 이익을 고려할 때 이런 이점은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를 넘어 미국에까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상당히 확실해 보이지만, 정부의 많은 관료와 전문가, 언론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두고 상충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의견은 행정이나 공개토론뿐 아니라 지도자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달 여러 중요한 회의와 기회가 다가오는 만큼 특히 아래 세 지도자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한겨레)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 (Antonio Gutierrez). 9월에 열리는 유엔총회는 한국 문제에 추진력을 더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유엔은 회원국이 요청하기 전까지는 행동에 나설 수 없으므로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책임을 피할 변명거리가 있다. 그러나 유엔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위하여 창설되었다. 유엔은 최근 수십 년간 다양한 국면에서 미국의 협박을 받아왔으며, 수많은 일방적 결의안을 통해 마치 북한은 핵 억지력을 가질 합당한 사유가 없는 듯 굴면서도 북한보다 강력한 다른 당사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시작하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곧 열리는 유엔총회가 남북한이 진행 중인 협상에 신뢰성과 정당성 그리고 지속성을 부여한다면 과거 유엔의 이 부끄러운 기록이 가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유엔이 나약함과 불안정성이 과감한 행동의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유엔의 그러한 약점이 과감한 행동을 위한 동기가 되어야 한다. 코피 아난의 죽음이 유엔 본부의 뜻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가 처했던 환경은 오늘날 구테헤스가 처한 환경과는 다르지만, 협박에 맞설 수 있는 정치적 기민함과 능력, 필요할 때는 단호한 그의 모습은 유엔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 상기시켜준다.

한국 대통령 문재인. 이제 한미 동맹의 진부하고 모양새 사나운 컨셉을 벗어날 때도 되었다. 한미 동맹은 수십 년간 한미 양국에서 반(反) 화해 및 반(反) 민주주의 단체들에 의해 이용되었다. 이는 한국전쟁에서 그리고 그 이후 한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국가의 군인과 애국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Harry Harris)와 주한미군 사령관 빈센트 브룩스(Vincent Brooks)는 이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미관계에 대한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왜 이런 한미 동맹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이 청와대를 쥐락펴락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믿음의 핵심은 한국이 불안정하고 연약한 동맹국의 지도자가 부리는 변덕에 복종해야 한다는 기대에 있다. 그러나 이 허술한 우정은 교묘한 조종, 공허한 이데올로기, 또는 박애주의의 달콤함으로 금이 가거나 몰락할 수 있기에 지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당혹스러운 발상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길목마다 한미 동맹은 바위처럼 견고하다. 이 순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이익이나 백악관의 정치 혼란을 미국의 이익과 혼동한다면 그것은 용서받지 못할 실수이다. 미국의 이익은 단계적 비핵화,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 남북간 평화 구축, 제재 완화 및 경제 발전에 분명하게 맞춰져 있다. 대다수의 노련한 미국인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

칼럼_180911(4)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에게는 여러 역설적인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는 트럼프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야말로 그의 외교정책 중 유일하게 나쁘지 않은 지점이라는 것이다. 부시와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이 속절없이 실패하고 있을 때 트럼프는 판을 뒤집었다. 다만 그의 공은 판을 뒤집은 순간, 시작과 동시에 끝났음이 분명해졌다. 미국은 앞으로 수년간 방관자의 태도를 고수할 것이다. 이는 폼페오 미 국무부 장관의 언동이나 미국의 다른 정부 관료들, 그리고 이번 주 한반도 문제를 위한 “조정관”을 임명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다른 누군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 간 어떤 갈등이 필요하다거나 한반도 상황의 진전에서 미국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로 미국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격언의 한 구절처럼,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물을 마시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고, 어쩌면 영영 안 마실 수도 있다. 그런데 한반도는 그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미국 정부가 지난번 개발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 거래를 파기한 이후 이미 17년을 기다려왔다. 한국의 대통령 단임제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3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능력이 급격히 쇠락하는 지금,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의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설 수도 있지만, 이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단둘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른 강대국들의 지지 하에, 현재 미국이 채울 수 없는 것들은 오직 유엔만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게 잘만 된다면 9월은 큰 변화를 불러오는 달이 될 수도 있다.

화, 2018/09/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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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의 글은 지난 6월 북미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 있었던 취소와 번복의 소동에 대하여, 미국에 오래 거주한 재미교포(Edward Lee)가 폐북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글이지만,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현재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조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만 의존하고  있는 듯한 한국정부의 미국에 대한 외교역량에 대해 날선 비판과 더불어, 미국내 아군인 공화당과 백악관에서 조차 고립을 면치 못하는 트럼프를 넘어서서, 미국 정치시스템과 문화 그리고 미국시민들의 정서까지 파고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인에게만 의존하여 발생하였던 존 홉킨스대학을 둘러싼 사태와 이후에 보여준 한국정부의 대응 과정은 우리를 부끄럽고 불안하게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제부터 차분하게 우리 스스로 기본을 닦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글속에서 언급하듯이 때로는 미국을 무시한 듯한 걸음으로, 유대인과 중국 민족이 먼저 보여준 선례를 참조하며 배달민족의 고유하고 당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동해 가야 합니다. 남북이 먼저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문대통령의 성공을 빕니다.

 


칼럼_180918

지난 6월초 북미회담 취소와 번복은 우리는 엄청난 것을 배우고 체득했다. 좀 아프게 체득한 만큼 잊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족의 도약을 위해 좋은 경험으로 받아 들인다면 이는 분명 남는 장사다. 하룻새 마음을 바꾸어 회담재개 가능성을 비친 변덕을 보더라도 노인들의 특징은 감정기복이 매우 심하고 지나치게 의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쉬 휘둘리기도 한다. 그런 사람 가까이 전쟁광 볼턴이 있다는 게 비극이다. 노인들이 변덕이 심하고 보수화 되어간다는 것은 일단 신체의 변화에서부터 온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감이 생겨나고 의심이 도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물학적으로 보수나 수꼴이 되어가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자칭 보수연합이라고 하는 ‘꼴통’들이 바로 그 예다. 게다가 트럼프는 전문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당내 기반이 아주 취약하다. 주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의심이 많고 변덕을 부리게 마련이다.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트럼프에 올인하지 말고 미국 정치시스템을 공략해야 한다. 미국 정치의 특성상 트럼프 임기 끝나면 또 약속을 깰 가능성 농후하다. 욕하고 화 낼게 아니라 차근차근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당하지 않을 것 아닌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것은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전이된다. 외교는 인맥(정보)에서 갈린다. 그런 인맥의 부재가 이번 회담취소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막지 못한 것이다. 그냥 앉아서 당한 것 아닌가? 아무리 외교적 결례를 들어 트럼프를 욕한들 상황은 다르지 않다. 힘없는 아이가 큰 애에게 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힘없는 자에게나 법이 필요하지 힘있는 자들은 법 위에 군림해 버린다. 우리의 한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나쁘지만은 않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돼 다행이다.

나는 이번 일로 우리정부의 정보 취약성과 이에 따른 외교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현재 워싱턴에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친한 인사가 없다. 누가 미 정계나 사회에서 한국정부를 위해 교류하고 있는지 아는 바 없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의심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인맥을 매우 중시한다. 믿을 수 없으면 쓰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사회는 신용(Credit)을 중시한다. 지난번 말한 바 있지만 전신애 전 차관보는 부시 가문과 막역한 사이로 등용돼 임기 8년을 함께 했다. 문화는 지식이 아니고 체화된 감정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문화(뉘앙스 포함)는 단기간에 배워서 캐치할 수 없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체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안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유학했거나 상사 근무 몇 년간 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에 나가 미국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분들께는 정말로 죄송하지만 미국은 그런 정도로 알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물론 다방면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너무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의 생활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활반경을 벗어나면 사실 아는 게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로 미국을 판단하고 알아온 게 우리 실정이다. 이것이 미국을 잘못 판단하게 한다.

나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알고 있었던 것과 너무 달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여기서 아이를 낳고 길러 대학을 보내고, 사회에 내보내면서 경험한 것으로 이 나라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알지만 이곳 사람들과 매주 20 여 년 넘게 교류를 해도 그들을 잘 모르겠다. 태생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데도 그렇다.

한인 2세 사회학교수인 친구에 따르면 미국화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세대, 즉 100년 이란다. 이민 3세가 되어야 비로소 미국인이 된다는 말은 다소 충격이었다. 그게 그런게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많은 2세들이 한국을 전혀 모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래를 좋아하고 문화를 즐긴다. 그냥 피가 땡기는 것이다. 미국을 내밀하게 아는 것은 현지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지 않다. 그 기저에는 문화라는 함정이 있다.

지난번 삼성관련 글에서도 말했지만 정보원들이 대를 이어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측면이다. 단기간 훈련으로는 완전한 정보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언컨데 현지 한인 우수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의심이 많은 나라다. 말로는 안된다. 확실한 것을 보여주고 그들과 융화해 내밀한 그들의 뉘앙스를 캐치하려면 문화전반을 이해하고 체화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간 우리사회는 온통 국내정치에 몰입해 해외 인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 외교력에서 취약점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정치에 급급한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으로 여전히 발전이 없는 가장 경제성 없는 집단이다. 외교는 정보를 기반할 때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친한 인맥으로 형성된 신뢰나 호감을 바탕하지 못한 외교는 분명한 한계를 노정한다. 박통 시절의 ‘박동선 게이트’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실패했고 방법이 좋지 않았지만 필요성은 지금도 당위다. 돈으로 매수하는 저열한 방법 말고 건강하고 투명하게 교류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정치단체나 각종 사회단체들과 교류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사회를 경험하고 체감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정보원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와 정치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교(架橋)다. 이런 기반에서 외교가 펼쳐져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투명하고 신뢰를 기반하지 못한 외교는 현란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칼럼_180918(1)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두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는 현지 한인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게 한국학교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모르면 그들은 머리 검은 미국인일 뿐이다. 세계가 하나로 묶이면서 붐이 일었던 게 각 기업들의 해외우수 인력의 배치였다. 그러나 참담한 실패로 끝난 이유는 소통의 부재와 양국의 문화적 차이다. 그래서 나는 공관 인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학교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외교관들의 특성이 모난 짓(?)에 관심이 없고 보신에 급급해 일이 전혀 진척이 없다. 물론 현지 한국학교가 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언어는 역사와 문화가 기반되지 않으면 그저 글자를 익히는 것에 불과하다. 이래선 진정한 소통은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한국학교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고 체계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들은 미래의 동량으로 엄청난 국가 자원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정부가 유태인연합과 중국 ‘화상(華商)’을 벤치 마킹해 설립한 한상(한인상공인연합회)의 활성화다.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특징은 세계화로 인한 해외 인적자원의 네트워킹이라고 할 수 있다. 1천만에 가까운 해외동포의 네트워킹과 인적자원 활용의 극대화 전략이 마땅히 필요하다. 중국의 화교정책은 해외의 약 6,500만 명에 이르는 화교들을 정부 주도하에 1991년부터 세계화상 대회로 네트웍화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무역의 40%가 화교기업간에 이뤄진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인도의 경우도 막강한 10억 인구와 영어를 백그라운드로 해 실리콘 벨리 등 첨단 산업단지 현장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 그들만의 네트웍을 이용해 첨단 IT기술과 솔루션을 전세계시장에 소개하고 그 과실을 본국의 재투자로 연계시킨다.

유태인의 경우는 실로 교과서다. 전세계 유태인은 1,300만 명이며, 미국에 이스라엘 인구 500만명보다 더 많은 600만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소위 유대인 공동체 ‘WZO'(world zionist organization), 즉 쥬이쉬(Jewish)의 거대한 성곽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재계 실력자들의 대다수는 유태인으로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 미국 내 랭킹 50대 재벌의 36%, 언론미디어들이 거의 유태계 기업이다. 이런 유대인공동체와 중국 화상의 초국가적 네트웍은 그들이 세계의 정치, 경제를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상에 정부의 관심과 독려가 필요한 이유다.

이제라도 우리정부가 범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 큰 그림을 구상하고 그에 따른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해 나가길 바란다. 그 기본 작업이 해외 우수인력의 네트웍이다. 이를 위해 국내정치가 안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체들은 부디 민족의 번영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고 상생의 협력관계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대들은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열강의 틈새에서 변방취급을 받고 있는 우리가 이번 북미회담의 일방적 취소와 번복에서도 배우지 못하면 우리의 무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이 더 긴밀하게 공조해 번영을 꾀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북미간의 대화는 우리 쪽에서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다. 미국을 다루는 방법은 남북의 완전한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으로 인한 공동번영이다. 남북이 공조를 단단히 하면 열받는 쪽은 오히려 미국일 게다. 적당한 무관심도 때론 상대를 달구는 방법이다.

화, 2018/09/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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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9월21일 세계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미국내 최대 반전평화단체인 ‘Peace Action, 대표 Kevin Martin이 commondreams.org를 통해 한반도 내 평화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백년은 내용을 원문과 함께 번역문을  신속하게 게재하여 평화와 통일을 열망하는 모든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귀한 한국인들의 평화에 대한 역사적 소망은 전세계, 특히 미국인과 미행정부가 축복하고 지원해야 한다.

 

칼럼_180922
이번 주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라는 열차가 힘차게 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9.21)은 세계평화의 날이지만, 항시 전쟁상태에 빠져있는 미국에서는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Pace e Bene 가 벌리고 있는 비폭력 캠페인 덕분에 미국과 세계 여러 곳에서 평화행동( Peace Action)을 위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세계의 전쟁과 평화 상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과 동맹들이 개입한 전쟁의 상황은 참혹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미군의 영향하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그리고 수많은 국가에서는 소중한 평화 또는 이를 기대할 만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금지조약 (JCPOA)을 성실히 이행한 이란에 대하여, 오히려 자신들이 약속을 파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무력을 통해 협박하고자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주택과 교통시설, 사회기반시설 개선, 교육, 지속가능조건의 확산과 그린경제 등에 투입되어야 할 소중한 세금들이 세계 최대의 전쟁기구에 투입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유행병처럼, 총기사건, 탈산업화, 이윤추구의 탐욕 등이 잔인스럽게 우리 사회를 불평등과 절망 속에 빠져들게 한다. 세계평화지수에 의하면 163개국 중에 미국이 121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더 낮게 나오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fire & fury’를 언급하고 이에 북한지도자 김정은이 핵위협으로 대응했던 일년 전을 돌이켜 보면, 누군들 한반도가 이제 세계평화의 밝은 빛을 제공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주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라는 열차가 힘차게 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한국전쟁의 핑계로 만들어진 유엔사령부라는 허울을 쓴 미군부가 남북간의 철도라인 연결시험운행을 방해한 사건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다음 주 문대통령과 트럼프가 유엔에서 만나 남북정상간 있었던 대화의 내용을 검토하고 10월 중순 빠른 시일 내 두번째 김-트럼프 간 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동시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수주 내에 북한 방문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반도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 남북간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언급했지만, 그의 현재 정책은 냉전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미행정부는 북한이 수용할 만한 안전보장과 제재완화에 대한 내용의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가공할 핵무기체계를 향상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북한에 결핵이 창궐하여 전 지역에 퍼질 상황에 처해 있으며, UNICEF 가 6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아사 직전에 있음을 경고한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의 조치는 매우 비인조적이다. 

NGO단체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식량과 질병의 위기를 지원하려고 인도적 조치에 대한 제재의 완화를 요청하였음에도 미국은 오히려 제재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상기에 언급한 철도연결 사업을 훼방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개설한 남북연락사무소의 설치조차 반대하였다.

미국이 진심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원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강경한 재제조치를 즉각적으로 완화하여, 남북이산가족의 만남을 지원하고 북한과 협력하여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전사자 유해반환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추가로, 1953년에 잠정적으로 서명한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종전선언의 서명에 동의하여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구상의 최대 군사작전이며 일년에 두 차례씩 실시하던 한미군사훈련을 중지 또는 축소한 점에 답하면서, 지속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을 중단하였고, 핵과 미사일 의 주요한 시설을 파괴하고 폐쇄하였다. 이러한 행동對행동(freeze to freeze)의 실천은 지난 동계올림픽 이후 이루어 왔다.

미국 상원의 승인을 득해야 하지만, 이러한 동결행동의 실천은 평화협정의 협상과정에서 남북간 그리고 미군간에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감축과 같은 내용을 합의하고 문건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진행은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핵무기가 필요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최대압력의 제재정책이 아닌 최대 포용정책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인들은 1950년이래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분단상황에 대하여 이제는 평화를 이루고 민족간에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이처럼 귀한 한국인들의 평화에 대한 소망은 전세계, 특히 미국인과 미행정부가 축복하고 지원해야 한다.

 

Kevin Martin

케빈 마틴씨는 미국내 20만명이 후원하는 평화와 반전운동의 최대조직인

평화행동과 평화행동교육기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한국 내 평화네트워크, 사회정의, 인권과 전역예비군, 한미친선 단체들 등

그룹 또는 개별단위로 협력하고 있다.

토, 2018/09/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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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최고의 성공을 거둔 회담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트럼프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이 바로 나오고 묶여있던 북미 관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이다. 실질적인 종전선언이라고 평가되는 군사분야 합의결과가 구체적 성과이지만, 남북한 정상 간의 친밀한 활동이 생중계되면서 이를 통해 남북한 사람들 간의 마음의 거리가 좁아진 무형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 83.4%가 긍정 평가(‘매우 잘했다’ 39.2%, ‘잘했다’ 44.2%)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겨우 12.3%에 불과했다(‘잘못했다’ 8.1%, ‘매우 잘못했다’ 4.2%).

역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군사적 위협을 제거한 실질적인 종전선언이라고 기록하겠지만, 당대의 사람들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남한 대통령이 북한에서 한 최초의 대중연설 장면이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빌면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할 것입니다.” 9.19일 저녁 능라도 체육관에 모인 15만 평양시민들은 밝고 흥분된 표정으로 7분간 문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무려 12차례의 기립박수를 치면서 열렬하게 화답하였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어떤 말이 평양시민의 심금을 두드렸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차 자리한 가운데 15만 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평양시민들은 비핵화 합의와 평화시대 선언에 열렬히 환호하였다

북한주민들에게 핵은 무엇이었을까? 핵은 자신들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만든 무기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생존을 가로막는 괴물이기도 하였다. 핵은 북한주민들에게 자신의 나라를 외세로부터 지키려는 자존심이었지만 동시에 고압박 대북제재를 낳은 족쇄이기도 하였으며, 인민의 생존과 경제적 발전에 쓰여야 할 자원을 잡아먹는 괴물이기도 하였다.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평양시민들은 비핵화 합의에 환호하였다.

‘통일이 되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어려운 시절을 버티어온 북한사람들에게 어느 날 남쪽 대통령이 와서 손을 흔들면서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핵위협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세계에 엄숙하게 천명했습니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박지원대표는 그 때 관중들이 약간 주춤하다가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말한다. 평양시민에게 문대통령의 선언은 그 자체가 감동이요 꿈같은 선물이었을 것이다.

 

북한사람,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다

여러 전문가들과 북한출신주민들은 연설 중에서도 평양시민의 마음을 가장 깊이 어루만진 부분은 아래 ‘어려운 시절에도’로 시작되는 문장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려운 시절이란 협의의 의미로는 고난의 행군(1994~1998)기 혹은 광의의 의미로는 고난의 행군기 이후 대북제재까지 주욱 이어진 체제전환기(1994년이래 2018년 현재)를 가리킨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했던 불굴의 용기’. 문대통령이 북한주민에게 보내는 이같은 헌사는 항일유격대원처럼 때로는 고구려 안시성(安市城)의 군민들처럼 살아오면서 얼어붙었던 평양시민의 마음을 녹여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연설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출신 피난민의 핏줄이라는 사실은 북한주민들의 감동을 더하는 역사의 우연이다.

이어지는 문재인대통령의 연설의 클라이맥스는 다음 대목이다. 평양시민이나 북한동포, 남한주민 나아가 세계 속의 한민족공동체를 향해 멀리까지 여운을 남기며 퍼진다. 레토릭의 여지가 없이 진솔하게 가슴을 친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북한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려던 과거의 대북정책

우리는 이쯤에서 문재인대통령의 진정성이나 친화력, 폴더형 90도 인사로 상징되는 겸손의 미덕을 자랑하기에 앞서, 지난 10여년간 우리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해왔는지를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6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주민에게 탈북해서 한국으로 오라는 취지의 공개연설을 한 바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군림하면서 영향력을 계속 발휘했다면 과연 남과 북이 함께 평화를 꿈꾸는 상황까지 갈 수 있었을까.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 2016. 10. 1.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박근혜 대통령 기념사 중)

 

남쪽 대통령의 북한주민을 향한 탈북권유 연설장면은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하려는 대북정책을 펼쳐왔던 지난 시기를 상징한다. 이같은 멀지 않은 과거에도 불구하고 북쪽 김정은 위원장은 남쪽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인민의 앞에 세우는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을 단행하였다. 전체 북한주민에게 생방송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하였으리라. 아마도 김정일 위원장이 아닌 젊고 담대한 김정은 위원장이기에 그와 같은 결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대통령은 북한 주민 앞에 서서 최초로 대중연설을 한 남한의 대통령이 되었으며,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변화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전세계에 보여주는 데 성공하였다. 이를 통해 북한은 비정상국가, 불량국가라는 기존의 인식을 한 꺼풀 벗겨내었음은 물론이다.

 

북한에 사는 그들도 남한에 사는 우리와 동일한 꿈을 꾼다

평양연설의 성사는 문재인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가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 전개될 남과 북의 대담한 여정을 예고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평양 연설의 보다 깊은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생방송을 통해, 대통령 문재인의 연설에 열띤 호응을 보이는 평양시민들을 직접 목도하면서 그들역시 우리처럼 평화를 원한다는 것, 핵을 버리고 그들의 삶의 질을 선택했다는 것, 그들도 우리처럼 새로운 공동 번영의 시대가 열리길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북한의 그들도 우리처럼 전쟁 없는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꿈꾼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오늘날 문재인대통령의 평양연설을 통해 우리가 얻은 큰 선물이다. 2018년 촛불혁명 이후를 살아가는 보람이다. 역사는 이렇게 선물처럼 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대중연설은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대통령 간에 그동안 쌓인 신뢰와 진정성의 수준을 웅변한다. 동시에 오늘날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재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회와 정부, 시민사회에 던지는 새로운 도전이다. 다음은 서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칼럼_180927(2) 게티이미지 코리아

이제 서울은 어떤 꿈을 보여줄 것인가

서울은 오는 12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서울에 올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에서 태극기 부대가 있는데 상관하지 않습니다. 반대하는 거 조금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왔을 때, 시민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릴 때, 남한 주민을 향해 연설할 때 대한민국 시민들은 어떻게 그를 맞을 것인가? 어떻게 화답하고 교감하게 될 것인가? 국회는? 태극기는? 준비는 되었는가?

희망적인 사실은 우리에게 촛불혁명의 불씨와 열기가 온존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난 2017년 겨울 촛불을 통해 시민주권혁명의 기적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우리 스스로 형성해내는 아름다운 질서에 따라 새로운 한반도 전환과 평화의 도래를 공론의 장에 놓고 토의하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오는 12월에는 엄혹한 시절을 견디며 보다 나은 삶의 질과 평화를 애타게 갈구해온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에 사는 우리도 그들과 동일한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해주자. 그들에게 ‘평양의 감동’에 이은 ‘서울의 감동’을 선물해보자.

목, 2018/09/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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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다른백년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정, 대안농정대토론회, (사)국민주권연구원과 함께 오는 10월 17일(수) 오후 4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강연회를 개최합니다.

지난 2-30년간 농민, 농업, 농촌의 삼농주의로 중국 개방개혁기의 농업분야 정책을 주도해온 전 중국인민농업대학장 겸 농업개혁위원장 출신의 원테쥔 교수가 개혁을 선언한 북한사회에 던지는  충언의 강연회로 ‘북한개혁개방과 농업 중심 발전모델’이란 주제로 진행합니다.

일시: 2018년 10월 17일 오후 4시 ~ 6시반

장소: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

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현실과 이상을 실천적으로 결합하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참가신청서: https://goo.gl/7Rnt6z (클릭)

원테쥔 초청 강연회 포스터(fx600)

 

금, 2018/09/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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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극적인 교착상태를 두고 이리저리 말들이 많다. 대체로 북미가 신속하게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위한 방법을 합의해 낼 수 있을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반면에 두 가지 유형의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데, 트럼프와 김정은 그리고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 등 국가정상간 긴장과, 백악관 및 각 부처 장관 그리고 의회, 즉 미국 내의 긴장이다.

칼럼_181012(1)조선일보
사진: 조선일보

이러한 긴장은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들먹이던 허풍을 버리고 김위원장과 회담에 나설 것에 합의한 이래 지속되어 왔다.  8월에 보도된 권위있는 기사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두 번째 만남을 막는 것이 백악관의 중론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중대한 정책 결정을 두고 남북한의 지도자들과 한편이 되어, 미국의 대다수 고위관료와 워싱턴 정계에 맞선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일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워싱턴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그보다 더한 역설적 모순은 지난 17년간 여야를 막론하고 합의로 이루어져 왔으나 역효과만 낸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트럼프라는 개인이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새로운 방향은 미국에게도, 한국에게도, 동북아시아에게도 유익하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세 번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이를 둘러쌓고 진행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남북한의 회담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는 군대의 철수와 분쟁위험 감축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뿐 아니라, UN 제재조치 중지 시 기업 및 인프라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계획이 포함되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점은 두 정상간 회담에 통역사가 배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짓과 표정, 가벼운 대화를 통해 다른 정상회담에서는 보지 못한 의미를 더했다.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현장을 담은 짧지만 매우 의미있는 영상들이 퍼져 나갔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과 북한, 미국 정부간에 벌어진 격변이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은 각기 다른 이유로, 그러나 모두 결정적인 이유로 지각변동 같은 변화를 겪었다.

북한의 김위원장은 선친에 비해 강한 결단력과 자신감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문대통령은 한국을 독재에서 벗어난 1990년대의 실용적이며 현대적 진보주의의 근원으로 다시 이끌고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미국 정계와 정책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북한과 합의를 이루어 냈고 이것이 그의 유일한 외교정책 성과가 될 듯 하다.

미국은 2001년에 지난 10여 년간 조심스레 다져온 다자간협의를 파기함으로써 북한과 동북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대한 힘을 날려버렸다. 현재로서는 남북한 사이에서 길을 비켜주는 것이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기여이다. 이 시점에는 미국이 군사행동이나 경제지원 등의 약속, 심지어는 외교관계를 약속한다 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어느 정도 길을 비켜주었고, 추가로 UN 제재조치를 완화하도록 한다면 추가적인 돌파구 효과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UN 제재조치 완화는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발전 모두를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 되었다. 그리고 백악관의 한국 정책이 결국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달려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데, 제재완화 문제는 제73차 UN총회에서도 큰 화제였다.

UN 제재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왜 워싱턴의 기득권층이 이토록 UN 제재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지 설명이 된다. 과거 북미합의를 파기한 정당, 그리고 현 국가안보 보좌관 존 볼튼 (John Bolton)을 비롯, 바로 그 정당에서 그러한 결정에 동조한 많은 이들이 현재 권력의 절정에 서있다. 당시 그들의 해법은 제재와 강압이었고, 그것이 현재 그들이 가진 전부다. 일부 제재가 완화되고 나면,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거기에 북한의 무기생산능력을 제한하고 후퇴시키는 등의 진전이 이루어지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문제는 문대통령은, 동맹국 미국이 가장 약해진 지금, UN을 한국의 편으로 만들지 못했고, 백악관의 분열에 중요한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문대통령에게는 트럼프가 미국 내부의 다툼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도울 수 있는 미국 내 논리적 협력자가 없다. 미국이 충분한 성공과 의지를 보여줄 때, 한국은 이제 동맹국 미국의 지속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더 큰 책임을 맡을 준비가 되어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의 성명서로 짐작해 볼 때, 현재 그는 백악관 존 볼튼 계파의 편에 섰고 직접적인 요청이 있기 전에는 문대통령을 돕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제재 완화를 통해 남북한을 돕기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열쇠임에도 불구,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계속 완전한 비핵화만이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미국 혼자서도 얼마든지 UN의 대북제재 완화를 막아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결국 남북 경제협력과 비핵화의 진행에 장애가 될 것이다.. 한가지 기억할 것은 볼튼과 공화당이 대북제재를 이끌어 낸 당시, 그들은 북한을 도발했고  결과로 공화당 집권 전에는 없었던 핵무기를 북한이 개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 및 안보 조치는 대부분 한국의 역할로 수행해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가진 카드도 김정은 위원장 눈 앞을 어른거린다. 반면에 UN과 백악관이 실제로 가할 수 있는 마지막 결정타는 힘을 잃고 있다.

제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계속 힘을 얻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 단독으로 북한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전을 바탕으로 UN제재의 중단을 밀어붙일 것인가? 북한이 특정 조치를 실행하는 경우, 그 대가로 UN에서 지지세력을 모아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지지의 표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갈라지고 힘이  빠진 미국이 또다시 동북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이고 과감한 움직임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금, 2018/10/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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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한국 내 유엔사령부의 존재가 회자되고 있다. 남북철도 연결공사에 대해 DMZ의 관할권이 유엔사에 있다는 구실로 제동을 걸고, DMZ내 경계초소를 줄이고 긴장을 낮추자는 남북간 군사적 합의에 대해서도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유엔주재 러시아대사가 유엔 사무국에 한국주재 유엔사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 대하여 답변을 요구하였을 때, 사무총장을 대신하여 Rosemary DiCarlo 사무차장은 한국전이 발발했을 당시 유엔 결의에 의해 미군이 중심이 되어 유엔참전국을 지휘하도록 결의한 바는 있으나 유엔사는 미군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성되었으며, 휴전 이후 단 한번도 미국으로부터 유엔사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협의를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면서 자신이 파악하는 한, 유엔과 유엔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언급했다.

아래의 외신기사는 미국이 한반도의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을 대비하여 대중국의 군사적 봉쇄를 강화하고 동아시아 역내국가들과 군사적 동맹을 결속하기 위하여 한국 내 유엔사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Abrams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지난달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남북대화가 계속되더라도 모든 관련 사항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판단·감독·집행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정부의 대북제재완화 움직임에 대하여 미국의 승인없이는 불가하다는 발언을 하면서 한국의 국가주권을 무시한 맥락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백년은 이후 유엔사라는 주제에 대해 기회 있을 때 마다 칼럼을 게재할 계획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지난 수 십년간 동북아 지정학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애매한 군사집단이 한반도 내 잠재적인 도발요인으로 떠올랐다. 주한유엔군사령부(UNC)는 최근 몇 주간 미국의 진두하에 일련의 행동에 나섰고, 이는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선보인 한국 정부와 미국 내 강경파 사이의 균열을 내비치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칼럼_181018

특히 유엔사령부는 일찌감치 북한과 철도를 연결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차단하며 한국 외교전문가들에게 무력감을 안겼던 바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후 군사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사령부는 다시 한번 그 존재를 과시했다.

“[남북한]은 대화를 지속할 수 있지만, 모든 대화는 유엔사령부에 의해 중개, 판단, 감독, 집행되어야 한다.” 유엔사령부와 한국에 주둔한 3만여 미군을 이끄는 사령관으로 내정된 로버트 에이브람스(Robert Abrams) 육군대장의 말이다. 그의 이런 단호한 어조는 유엔사령부를 “강화”시켜 동북아 안보체계 내 확고한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는 유엔사의 오랜 캠페인과 딱 맞아 떨어진다. 지난 수 십년간 유엔사는 1953년 한국전쟁을 끝낸 종전협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유엔사령부에 몸을 담았던 장교들과 군사전문가들에게 이 “강화”라는 것은 단순히 북한으로부터 동북아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더욱 심오한 목적을 의미한다. 중국이 부상하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때, 동북아 내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향상시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역 장교는 “유엔사 강화를 향한 미국은 노력은 북한의 위협보다도 동북아내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더 크게 기인한다”라면서, “미국은 유엔사를 기존의 정전 감시용 목적과 함께 전투용으로도 활용할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사령부의 3개년 “강화”운동은 주로 유엔사에 전념할 수 있는 구성원, 즉 주한미군 등 다른 군사조직에서도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장교들을 배치하는 것에 주로 집중해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운동이 유엔사 내 미국의 협력자를 늘리고, 한반도 내 군사훈련을 용이하게 하도록 했다. 최근 개최된 군사훈련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의 군대가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캐나다 3성 육군 장군인 웨인 에어(Wayne Eyre)가 유엔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임명되며 이러한 노력에 새로운 힘을 실었다. 그는 유엔사 부사령관에 임명된 최초의 비(非)미국인이다. 곧 한국을 떠날 예정인 빈센트 브룩스 (Vincent Brooks) 유엔사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 사령관으로서 나의 우선순위 중 하나는 유엔사를 활력 넘치고, 실질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발언 뒤에는 워싱턴의 현실적인 계획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내 전시작전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은 중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작전권”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주권에 대한 우려가 한국의 의욕을 가속화하고 있고, 이달 말 한국 국방부는 전시작전권 이양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창수 전 국방부장관 정책고문은 “유엔사 부흥을 위한 노력의 기저에는 2023년 즈음에는 미국이 한국에 전시작전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사실이 있다”며 이것을 한반도 내 희망의 근거이자 회의론의 근거로 들었다.

“전작권 이양이 실현되면 한미연합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망가질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한반도 내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유엔사의 존재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동북아와 동남아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고, 점점 더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 역시 유엔사의 강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미국은 한반도 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계속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전 해군사령관으로 현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 재직 중인 김동엽 교수의 말이다.

한국전 직후에는 유엔사의 지휘 하에 있는 군사가 백만명에 달했다. 멀리는 콜롬비아와 이디오피아에서 파견된 군대도 있었다. 이후 수 십년이 지나며 북한의 공격을 막는 방어벽으로서의 역할은 주한미군이 대체했고, 오늘날 유엔사령부 내 몇 명 되지 않는 장교들은 남한과 북한 사이 정전협정을 감독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사 조직의 강화전략은 한국 내 저항의 목소리에 부딪혔다. 지난 7월 미 육군 숀 크리머(Shawn Creamer) 중령은 국제한국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n Studies)에 다음과 같이 썼다. “한국의 미온적인 대응은 결국 국권침해에 대한 우려의 팽배, 사령부의 무익함에 대한 인식, ‘강화’라는 용어의 부정적 작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어 그는 “revitalization (강화)”이라는 말은 한국어로 하면 유신이라는 뜻으로도 번역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이는 독재자 박정희의 “유신개혁”에 대한 기억을 끌어내기 때문에 경멸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헸다. 한편 로위 국제문제연구소(Lowy Institute) 유안 그레이엄 (Euan Graham)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는 호주, 영국, 캐나다 등 광범위한 안보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에 맞춰 유엔사령부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유엔사 강화도 광범위한 외교적, 전략적 목표와 함께 한국에 적용되어야 한다. 중국 역시 그와 비슷한 이유로 유엔사 역할 확대를 반대하고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이언 해리스 (Bryan Harris)

목, 2018/10/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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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10월 17일 원테준 교수 초청강연에 110여명이 참석하여 많은 관심과 질문으로 분위기에 열기를 더하였다. 농정신문의 심증식 편집국장의 사회로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박사, 농업농정연구소 녀름의 장경호박사 그리고 대안농정 대토론회 김원일 운영위원 등이 패널로 참여하여 원교수의 강연내용에 대한 비판과 추가적인 검토가 이어졌다. 전체적인 내용을 오마이뉴스의 기사로김덕영 기자가 전문적인 시각을 보태어 잘 정리하여 주셨다.

원교수는 강연 초부터, 시공간적인 거대한 스케일의 내용을 전제로 시작하였다. 공간적으로는 북한을 출발하여 북만주를 거쳐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경과하면서 북아프리카까지 자본제의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벨트를 엮어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환경친화적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생태농업 생태문명의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역사적으로는 19세기로 거슬러 서구사회의 제국주의가 미친 영향과 그에 따른 일본의 군사적 제국주의가 동아시아에 미친 충격,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이 가진 세계사적 의미를 조명하였다. 이후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미패권주의의 대북한제재의 특수성이 새롭게 다가왔다.

북한은 소연방이 해체되기 전까지는 소련의 물물교환 방식 지원 하에 기계농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농업 생산성을 실현하고 있었으나, 소비에트가 붕괴되면서 기계 및 부품공급이 완전히 차단되고 유류공급조차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대체할 경화수단의 자본이 축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천재지변까지 겹치면서 농업이 전반적으로 초토화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아시아 전승의 재래적 농업방식에 익숙하지 못했던 북한농민들은 추수과정에서 기술적인 이유로 20-30%의 수확량 손실마저 발생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듯이 수십 수백만명이 아사한 1994-1999년 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제조업 분야뿐 만 아니라 농산물에서 조차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현재, 원교수는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특유한 농민 농촌 농업의 삼농주의에 기초하여, 북한이 이후 개방의 시기를 거쳐 다시 기계농으로 되돌아 갈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승의 노동집약적 소농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유기농적 생태농업에 집중하기를 조언하면서, 기술, 생산, 판매, 자본 즉 소유 등 전 영역에 걸쳐서 농민과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을 강력히 역설했다. 집단협업(지원)농업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소농중심이 가질 수 있는 취약점을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자산asset과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협업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는 남한에도 도입 또는 적용되지 않은 사안으로 북한뿐 만 아니라 남한도 가능한 지역과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내용이 아닌가 판단된다. 이하 강연의 내용은 오마이뉴스의 김덕영 기자가 아래와 같이 상세히 담아 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2018-10-22


 

아래의 내용은 10월 19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이다.

 

북한, 개방기회 열리면 생태농업으로 전환 빨라질

중국 원톄쥔 교수 강연회, ‘북한 개혁개방과 농업 중심 발전모델’ 주제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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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중인 원테쥔 교수 전 중국인민농업대학장 겸 농업개혁위원장

지난 17일 사단법인 다른백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정신문 등은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중국 원톄쥔 교수의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의는 ‘북한개혁개방과 농업 중심 발전모델’이란 주제로 진행되었다. 변화하는 한반도의 정세 속에서 개혁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 사회에 농업 중심 발전모델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원테쥔 교수는 지난 2-30년간 농민, 농업, 농촌의 삼농주의로 중국 개방개혁기의 농업분야 정책을 주도해온 전 중국인민농업대학장 겸 농업개혁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삼농문제 전문가이자 “농민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학자이다. 특히 연구실에서 앉아서 이론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책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혁명은 사회주의가 아닌 민족자본주의 건설과정’

2013년 국내에 출간된 원톄쥔 교수의 저서 <백년의 급진>은 그의 사상과 정책의 대안적 사유가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국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해내는 그의 독창적인 사유는 국내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 혁명의 정치적 목표는 민족자본주의의 건설이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국가 중심의 자본 축적 과정은 당시 중국의 극심한 자본 결핍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의 사유 속에서 중국은 국가 중심의 자본축적 모델의 경로를 밟은 우파적 발전모델 국가이다. 국가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산업화 발전 모델과도 친자본적인 면에서 유사성이 높다. 이와 같은 그의 사유는 기존 이데올로기 중심의 중국 현대사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역사 발전론 해석과 달리 중국 혁명은 좌파적 과정이었다기보다 우파적 자본축적의 과정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원테쥔 교수는 강의 도입부에 남북 분단의 정치경제적 정세부터 짚었다. 오늘날 남북 분단의 정세를 낳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바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모순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산과잉, 산업과잉, 금융과잉의 모순은 지속 가능한 체제를 위협한다. 서구사회에서 불균형과 경제위기를 돌파하고자 선택한 것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었다. 과잉된 생산력을 새롭게 생성된 시장에서 해소하고자 했다. 이것이 제국주의 정책의 정치경제적 동기였다.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서구식과 중국식의 차이

서구사회는 제국주의적 외부 식민지 시장의 확장을 통해 과잉 문제의 해결을 도모했다. 그러나 국가 수립 직후부터 미국의 봉쇄 전략에 맞서야 했던 중국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제국주의 해양으로의 시장개척이 아닌 내륙의 농촌을 개발하며 과잉 문제의 위험과 비용을 계속해서 농촌에 전가한 것이다. 중국이 현재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 농민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다. 

원테쥔 교수가 주목한 중국 농촌의 현실은 바로 중국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농민공으로 일하더라도 자신들의 농토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농민이 도시로 나가 공업 부분에서 일자리를 찾는 동안에도 고향의 토지에서 산출되는 곡물에 의지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급격한 도시화와 공업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지금까지 도시의 대규모 슬럼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테쥔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친자본적 농업의 발전이 아닌 친민생적 협업 농업을 통해 생태적 문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친자본적 농업발전인가, 친농민적 농업발전인가

자본 중심의 농업발전에서 농지의 사유화와 자유로운 매매가 허용되면, 그 순간 소농들은 지방 권력과 결탁한 자본에 의해 대규모로 토지를 빼앗길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소농들은 농촌의 생활 기반을 잃게 될 것이고, 그런 농민들은 안정적으로 도시에 정착하기도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농촌, 농민, 농업은 죽게 되고 그 결과는 전체 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농촌이 죽으면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미 북한은 중국보다 앞서 소련식 빠른 공업화를 이루었다. 당시 북한은 산업화와 도시화 및 농촌 기계화가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어 전체 인구 중 농민의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기계에 의존한 석유 중심의 북한 농업은 1991년 구소련 해체에 따른 원유 공급 중단으로 큰 식량 위기에 봉착한다. 이후 계속된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 북한은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규모 기아문제까지 초래했다. 

같은 미국 봉쇄정책의 위기 가운데 쿠바의 선택은 북한과 달랐다는 것이 원테쥔 교수의 설명이다. 쿠바는 미국의 장기간 경제봉쇄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생태농업으로 전환하였다. 반면 북한은 여러 차례의 농촌경제관리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은 이른 시기의 기계화 농업을 이루어 30%의 농민 비율로 소농 중심의 자급자족 생태농업의 전환이 쉽지 않았고 경로의존성의 영향으로 기조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테쥔 교수는 현재 북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기회가 열리면 어느 나라보다 생태농업의 전환이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긴 시간 동안 발전이 지체된 북한은 오히려 산업화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활용한 생태농업 중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유기농품은 품질이 우수하여 해외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며, 판매 수입으로 베트남, 중국, 한국 등에서 생산된 저렴한 식량을 구입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원 교수는 분석했다.

동아시아 생태문명을 상상하라

친민생적 유기생태농업의 전환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 지배하는 농촌이 아닌 농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농촌을 건설하는 것이다. 각 개개인 농민은 자본에 대항하기 어렵다. 원테쥔 교수가 제시하는 방안은 공동체 지원 농업(CSA)이다. 공동체 지원 농업은 풀뿌리 조직들을 중심으로 농민이 직접 생태농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서구 중심의 발전모델을 목표로 농업을 현대화하고자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과잉의 문제를 초래한다.  오히려 농민과 농촌 그리고 농업을 자본의 지배 아래 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과잉, 산업과잉, 금융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기농 농업 중심의 생태문명은 지속 가능한 조화사회를 특징으로 한다. 제국주의 식민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체 순환적 경제시스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생태문명의 기본적인 조건은 미개발 자연자원이다. 북한과 몽골, 시베리아 등의 내륙의 개발이 미진한 상태는 생태문명 관점에서는 최적 조건이다. 원톄쥔 교수는 앞으로 남북통합의 지정학적 변환과 함께 미국의 제재가 중지된다면 동아시아 생태문명이 탄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 2018/10/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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