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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금융의 자격② – 금융개혁이 필요한 7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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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금융의 자격② – 금융개혁이 필요한 7가지 이유

익명 (미확인) | 수, 2017/07/05- 20:40

금융의 사회적 영향력과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08년 키코사태, 2011년 저축은행사태, 2013년 동양사태 등 금융사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대형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개혁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결국엔 유야무야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금융의 문턱이 높다보니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야할지 좀처럼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금융개혁 과제들을 놓고 학계와 정계, 법조계, 그리고 금융 감시단체의 금융 전문가 4명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소비자학회 회장),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정무위원회),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전 금융사 직원)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1. 일상의 금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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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것이 금융에 대한 과잉 관심이 급증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평생 직장이 보장된다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살림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면 머리 아프게 금융으로 관심을 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환위기를 지나며 중산층의 울타리가 깨진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 시장이 불안정해졌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고, 노후의 부모와 자녀 모두가 불안하고,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열심히 일해도 희망보다는 불안을 크게 갖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열심히 일해서 번 돈 가지고 미래의 큰 돈 만든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치부하기 시작했어요.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을 잘 활용하면 이것을 지렛대 삼아 자산가치를 크게 키울 수 있다는 환상을 모두가 가지게 된 것입니다. 때마침 금융사들도 금융소비자 개인에게 공급하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영업에 집중을 했고,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금융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전성인 : 금융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금융상품은 복잡해집니다. 옛날에 대출이라고 하면 은행에서 돈 빌리고 돈 갚는 것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출에도 일정기간은 금리가 싸고, 그 다음부터 금리가 올라가고, 또 연체금리는 연체금리대로 내고, 대출 받을 때는 상환능력 심사를 하고, 중간에 상환능력이 악화되면 대출한도를 줄이고 이런 여러가지의 기법이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파생상품의 복잡성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금융소비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초기 몇년의 이자가 저렴하다고 이것을 전반적으로 이자가 저렴한 것으로 알고 덜컥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금융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좀더 철저하게 지키도록 감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2. 이빨 빠진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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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예전엔 정부가 기업에 힘의 우위를 보였다면, 이제는 그 우열관계가 깨졌어요. 정말 큰 이해관계가 걸린 분쟁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약자입니다. 금융과 기업을 감시하는 공직자들이 다해서 얼마나 되겠어요. 또 이들이 커버해야하는 케이스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엄청난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이 이런 금융소비자 관련 사건에서 정말로 대형로펌을 동원했을 때는 정부로선 감당이 안 됩니다. 애당초 금융소비자 보호 활동을 위해서는 법무부와 검찰, 금감원과 공정위, 이렇게 모두가 초기 단계부터 공조해야 합니다. 담합 건 같은 것은 공정위 조사만으로는 역부족이예요. 공정위가 몇년을 조사하고, 또 의결해서 겨우 하는게 고발입니다. 이렇게 고발을 해야 그때서야 검찰이 미적미적 개입을 하고 결국에 가서 벌금 얼마를 때리는 것입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얘기하기 전에 고발한 경우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는 검찰의 문제가 있어요. 궁극적으로 검찰이 화이트컬러 범죄, 반독점 범죄에 더욱 특화해 수사권, 기소권을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견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김득의 : 은행권의 생리가 은행장은 지주회사 회장으로, 회장은 연임, 3연임으로 가야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것이 신한사태, KB금융 전산사태입니다. 결국은 금융을 자기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서 금융의 공적기능을 무너뜨리는 것이죠.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3년, 3년, 3년을 하면 총 9년입니다. 국가 권력도 5년 내지 6년이면 바뀌는 데 자신들의 권력을 10년씩 누리다보니까 ‘황제’가 되는 거죠. 이렇다보니 법도 무용지물입니다. 우리나라 증권거래법상 허용되는 집단소송제는 일단 집단소송 대상인지 아닌지 먼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1, 2, 3심입니다. 그렇게 5~6년 걸려서 허가 받았어요. 그 다음에 또 1, 2심을 가야하니 전부 다하면 10년이 걸립니다. 회장이 ‘우리 잘못하면 다 날라가, 하지마’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그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네, 소송하세요. 나는 내 책임만 넘기면 돼요’, ‘내 임기만 피하고, 다음 임기에 가서는 누가 보상금 내줘도 상관이 없어요’ 이렇게 시간끌기기 때문에 집단소송법같은 법적 장치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제윤경 : 금융당국이 하는 금융 건전성 관리 감독이란 것이 평상시 금융사들이 저지르는 불완전판매 이런 것들을 다 들여다 봐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 말에 금융소비자 보호의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것을 어떻게 비틀고 있습니까. 금융 건전성 관리·감독을 수익성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전성이라는 단어을 어떻게 저렇게 오용하나 싶습니다. 덩치가 커지면 공정해진다? 그런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금감원의 건전성 지표는 산업적 지표고 수익적 측면을 다루는 지표입니다. 금융당국부터 금융을 산업으로 보는 것이 일종의 이데올로기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처음부터 건전성이라는 말 자체에 충실했다면 금융소비자 문제, 대형금융사고 문제 등이 이렇게 잘못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3. 고객만 모른다

김주영 : 예전에 키코(KIKO) 판매 은행들을 보면 진짜로 중소기업의 환율 헷징(Hedging, 위험 회피)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파생상품 속에는 이해상충이 숨어 있었던 것이죠. 키코상품은 사실상 헷지상품이 아닌 투기상품, 제로섬 게임의 상품이었습니다. 금융 관련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 이같은 투기상품을 헷지 상품으로 알고 투자해서 많은 피해를 본 것입니다. 금융소비자가 진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피해를 보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 피해가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나중에서야 변호사가 ‘당신이 더 받을 수 있는데 파생상품의 복잡성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있었다’하고 하면 그제서야하는 피해사실을 알게되는 그런 소극적 개인피해자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김득의 : 고객들은 모릅니다. 금융사 직원들은 ‘이 상품을 판매했을 때 점수를 더 준다’고 하면 평가에 무장돼있는 직원들은 무조건 밀어냅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감언이설을 하는 거죠. 우리나라의 금융에는 칸막이가 없습니다. 내가 증권회사나 투자회사를 간다고 하면 고객들은 아무래도 더 신중해지는 것이 있거든요. 키코를 어디서 팔았습니까. 은행에서 팔았어요. 은행에 종합화되다보니까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 고객들은 여전히 은행에 대해 느끼던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 직원들은 미리 장치를 다 만들어놓고 이들을 상대합니다. 싸인도 다 받고, 고지도 다 하고, 불완전판매도 아니고. 고객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못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은행에 예금 넣는다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예금이 아니라 펀드상품이었다는 것을 피해를 보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죠.

제윤경 :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잡아삼키는 위험한 금융에 대해 강도높은 책임을 묻고 사회적 동의를 계속해서 끌어내야 합니다. 지금은 금융 개혁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낮은 수준이잖아요. 심지어 빚을 갚고 계신 분들도 그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집니다. 가끔 금융소비자들을 만나 ‘왜 채무불이행 상태된 것 같으냐’ 물으면 스스로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라고 합니다. 그저 자책하고 도망가기 바쁩니다. 아니,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책임은 금융사에게도 있어요. 수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채무자에게 수치감을 주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어요. 빚을 갚지 못한 경험을 숨기려고 해요. 그 의식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4. 약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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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 은행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마저 요즘은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옛날에는 은행이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지만 ‘은행이 틀린 적은 없다’ 이렇게 말했거든요. 사람들은 은행이 꼼꼼해서 1원조차 틀려도 밤새도록 맞추고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은행이 금융관련 규제를 어기는 것이 찾아보면 수도 없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일임 매매를 부탁해놓고 나면 회전을 많이 돌려가지고 수수료를 곶감 빼먹듯 빼먹습니다. 실적은 안나고 수수료만 계속 날리니 원금이 날라가서 반토막이 납니다. 심지어는 원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투자를 잘못해서 마이너스 수익이 나는 것이라기보다는 계속 자전거래를 해서 수수료만 날린 경우들이거든요. 금융소비자 보호도 문제지만, 고객들이 증권사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증권업 쪽 전반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증권업계 혹은 자산운영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가 있다는 것을 금융사들이 알아야 해요.

제윤경 : 돈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누가 투자자인지 결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간에는 이것이 불균형하게 작용합니다. 소비자가 투자해서 실패하면 수만 명이 피해를 봐도 투자자 피해로 끝내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반대로 은행이 누군가에게 투자한 것이 곧 대출입니다. 하지만 채무가 불이행됐을 때 누구도 은행에게 ‘투자자니까 네 책임’이라고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무자의 부담이 되는 거죠. 이것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 사회가 투자자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사에게는 끊임없이 면책을, 투자자 개인에게는 끊임없이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회 계약의 갑을관계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죽은 채권도 거래하는 금융사들입니다. 부실채권을 10%도 안 되는 헐값에 넘깁니다. 가끔 금융소비자들에게 물어봅니다. 대부업체에 10%에 넘길 때 금융사는 왜 채무자에게 20%만 받고 끝낼 생각을 하지 못하나, 이렇게 묻습니다. 다들 ‘그러게요’합니다.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는 일종의 봉건적인 관계가 존재합니다. 20%에 끝내면 못된 버릇이 생긴다, 이런 것이 금융사의 속마음입니다. 설사 헐값에 채권을 파는 일이 있어도 금융소비자들의 버릇을 나쁘게 길들이진 않을꺼야, 이런 것입니다. 빚을 일부 탕감한다고 채권자의 모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압류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필품은 압류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도없는 빈집에서 열쇠따고 들어가 살림살이를 압류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금융사에 ‘네 책임도 크니 손해보고 팔지말고, 금융소비자의 이후의 건강한 삶, 안정된 삶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채무 조정해라’ 이런 제도가 우리사회에 전제되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5. 금융이 성과주의를 만나면

전성인 : 시장에 계신 나이드신 할머니께 후순위채권을 팔고서 마치 후순위채권이 안전한 것처럼 보증 도장을 꽝꽝 찍어서 팔았습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고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졌습니다. 거기엔 비단 판 사람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몰고 갈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금융회사 자체의 실적지상주의, 성과급 이런 것이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공식적인 성과급이 들어오기 전에도 금융기관들의 영업직 사원은 여러 가지 성과지표에 시달려왔거든요. 어쩔 수 없이 위험 상품을 팔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본인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금융기관 직원이 자괴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이 있었거든요. 모두의 불행인데, 잘 안지켜지고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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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 은행에 있는 친구 하나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게 뭐냐면 은행 평가에 ‘조국통일’이 들어가 있으면 조국통일도 자신들은 달성할 것이라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뒤집어서 말하면 평가에 있는모든 것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은행의 경우도 길거리 영업했는데, 15세 이상이면 되니까 중학생들에게 가서 호객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중학생들이 이 카드가 뭔지 알고 만들겠습니까. 커피를 공짜로 준다거나 영화쿠폰이 나온다니까 아이들은 그냥 쓰는 것이죠. 은행의 직원들은 싫으면서도 가서 해야 되는 것입니다. 성과제에서는 천정이 없어요. 누구든지 3억, 4억 원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3천만 원만 받아요. 그러다보면 평가에 따라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구조에서는 할당된 것들을 판매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면 피해는 누가 다 갖냐, 직원들 믿고 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입니다. 2013년 동양사태 때 가슴 아픈 장면이 많았습니다. 봉급받아서 암치료하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가 와서 이것 좋은 것이라고, 수익률이 7%, 8%라고 해서 투자했다가 날리고, 암 치료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피해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야, 탐욕을 넘어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증권 사태 때 직원 두 사람이 자살했습니다. 그들의 고객이 누구겠습니까. 다들 친구 아니면 친지입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6. 기울어진 운동장

김주영 : 금융분야에서 벌어지는 상당부분의 불법행위는 기업같은 대형조직에 의해 이뤄지는 불법행위가 많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이 이들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봤을 때 소송에 필요한 정보는 기업에 다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법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기업이 가진 증거를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작해야 문서 제출명령인데 이것도 기업이 응하지 않았을 때 실효성 있는 제재가 없습니다. 미국은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제도)를 시행해서 쌍방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증거는 다 드러난 상태에서 진실을 따지는 쪽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진실을 가지고 있어도 증거가 상대에 있어 입증을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 측에서 인지대 명목으로 돈을 예치해야 하고, 입증 부족으로 패소를 해도 기업의 소송비용까지 물어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러가지 제도가 피해를 입은 개인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성인 : 금융감독 체계가 너무 금융산업의 발전 위주로 짜여 있다보니까 구조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가 뒷전으로 밀린 부분이 있습니다. 또 법원의 태도가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 사람들이 의심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요새는 좀 달라졌습니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면 법원이 ‘개인정보가 유출돼 무슨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하라’는 식입니다. 이런 경우 소송을 제기한 금융소비자들은 굉장히 난감할 수가 있거든요.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7. 골든타임

김주영 : 우리 소송 제도는 피해액 백만 원가지고는 소송제기가 힘든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만 명이 모여 집단소송을 하면 피해액이 100억 원이거든요. 이것을 집단소송하게 하는 것은 규제가 아닙니다. 원래있는 피해자를 구제받게 하는 ‘룰’입니다. 그런데 마치 그것을 기업을 옥죄는 규제라고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정부도 집단소송제 확대를 한다고 공약하더니 중간에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기존의 룰을 보완하고 오히려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흔들림없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제윤경 : 새정부가 모럴해저드 반대 논리 부딪칠까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보다 과감한 빚 탕감이 필요합니다. 더 과감한 시그널을 금융사에 더 던져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효과를 갖게 됩니다. 이 때까지 공적자금은 개인에게 투입된 적이 없습니다. 항상 금융사에만 투입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금융사가 뭘 했습니까. 사람들이 절박한 삶을 볼모로 수익 잔치,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최대 수익을 기록해 배당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잘못됐습니다. 이것이 공공의 이익으로 환원이나 됩니까. 배당은 상위 1%가 95%를 가져갑니다. 그에 반해 금융소비자들은 60만 원을 못갚아 유치장에 갑니다. 지독한 채무 감옥에서 삽니다. 이런 약탈적 구조가 지속되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새 정부가 과감하게 빚 탕감에 나서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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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다보면 금융감독원의 조직 개편문제를 이야기해야하고, 또 그러다보면 금융위의 조직개편문제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번에 큰 그림을 그려서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구조 설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새 정부가 공교롭게도 인수위 없이 급하게 출범을 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들을 논의할 공론장,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김남범, 신영철
편집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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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일가에 수백억 원 대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삼성그룹 후계자는 일단 구속 수사를 빠져 나갔다. 이로써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진 삼성그룹은 3대 총수 모두가 각종 비리와 정경유착, 뇌물 사건에 연루됐으나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는 기록을 이번에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 완전 마무리될 때까지 ‘법 위의 삼성’ 신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서울지방법원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영장 전담 판사는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 등에 430억여 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조 판사는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 판사는 지난해 롯데 비자금 사건 당시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비슷한 논리를 편 바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삼성이 최 씨 일가에 막대한 돈을 준 행위가 단순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법원의 판단은 삼성그룹에 대한 ‘봐주기 기각’이란 지적을 낳는 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논외로 치더라도, 삼성그룹이 최순실 씨 일가에 별도로 제공한 자금 230여억 원을 뇌물로 판단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별도 제공 금품은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의 정당성과 본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강조해 온 문화융성, 스포츠강국 따위의 주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저 대통령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 역할을 해온 비선실세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미 검찰 및 특검수사와 언론의 취재를 통해 차고 넘칠 만큼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삼성 ‘봐주기 기각’ 논란 속에 일단 특검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은 오늘 오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벌 수사와 2월 초로 예상됐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일정도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수사에 명운 걸어… 예상 깬 직접 뇌물죄 적용

박영수 특검은 출범 때부터 삼성 수사에 명운을 건 것으로 관측됐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했고,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200억 원 넘는 별도 자금을 제공한 삼성을 처벌한 뒤 대통령을 정조준하지 못한다면, 반쪽 특검이 될 것이란 판단과 각오가 특검 내부에 팽배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삼성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도 특검에게는 동력이자 짐이 됐다. 특검 최강화력인 윤석열 수사팀장,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했던 기업수사통 한동훈 부장검사를 삼성 수사에 투입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동안 특검 주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들어간 자금은 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예상을 깨고 강수를 뒀다. 특검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이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제3자 뇌물, 최 씨측에 별도로 준 돈은 직접 뇌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최순실이 수십 년간 이익을 공유해 온 경제공동체인 만큼, 최 씨 측에 직접 전달된 자금은 모두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였다. 특검이 장충기 사장, 최지성 부회장 등 이번 사건에 관련된 여타 삼성 임원들은 불구속 수사하면서, 그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대통령 비선실세에 맞춤형 지원과 청탁… 왜 뇌물 아닌가?

사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다소 쉬운 길도 있었다. 이미 위증 문제가 걸려 있는 이 부회장에게 최소한의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이었다.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제외하고 최 씨 측에 직접 전달된 자금, 특히 최 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되거나 제공될 예정이었던 220억 원(약정 금액)만을 제3자 뇌물로 적시해 영장을 청구했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아질 게 분명했다. 삼성과 최 씨 측이 독일에서 약정을 맺었던 220억 원을 뇌물로 볼 사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은 쉬운 길을 버리고 대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특검이 택한 길은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단 특검 수사에 따르면, 두 재단 출연 자금이나 최 씨 일가에 직접 건네진 자금은 같은 성격의 돈이다. 삼성의 지원금이 승마협회와 최순실 씨가 설립한 독일 유령회사 비덱 등을 거쳐 최 씨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에 들어간 출연금은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같은 최 씨 소유 기업을 거쳐 최 씨 일가 주머니로 일부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었다. 모두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계획적으로 자금을 빼내려 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같은 범죄 혐의라고 특검은 판단한 것이다.

삼성, 정유라, 최순실

또 재단이나 최순실 씨 일가에게 돈을 낸 기업들 모두 저마다의 민원을 대통령에게 청원했다는 점도 같다. 출연금과 지원금 규모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삼성이 계열사 합병을 부탁한 것과 여러 다른 기업들이 사면과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 무마, 혹은 면세점 문제 해결 등을 청원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없다. 법의 형평성이란 측면에서, 재단 출연금과 삼성의 최 씨 일가 지원금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돼야 마땅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일괄 뇌물죄 적용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일정 부분 차질은 불가피하게,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 깨지지 않은 ‘법 위의 삼성’ 신화

이번 영장 기각으로 특검의 대기업 수사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만 출연한 재벌들은 일단 특검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순실 씨 측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계획했던 롯데, SK 등에 대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영장기각 이후 특검이 “흔들림없는 수사”를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진 삼성그룹. 공교롭게 1, 2, 3대 총수 모두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한 번도 구속 수사를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멀게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시대인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때부터 가깝게는 2대 이건희 회장 시절인 1995년 비자금, 정관계 로비 사건, 2008년 비자금, 불법 경영승계 사건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은 아예 검찰에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실상 3대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도 이번에 특검의 구속 수사를 피해 가면서, 여러 비리와 정경유착에도 불구하고 3대째 이어져 온 삼성의 총수 불구속 기록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구속 수사든, 불구속 수사든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인 삼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이른바 ‘법 위의 삼성’ 신화가 이번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취재 강민수 한상진

목, 2017/01/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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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정부부처 고위 관료들의 성향과 전력 등을 파악해 정리한 인맥 관리 리스트 등 대외비 문서를 뉴스타파가 최초로 입수했다. 이 문서는 삼성전자 대관업무팀이 정부 부처 등에 대한 로비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대관(對官) 업무란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로 한 기업의 대외협력업무, 즉 일종의 로비행위를 지칭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삼성전자 내부 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외기관 핵심인사 현황>이란 100여 쪽짜리 보고서다. 여기에는 대관업무팀의 운영목적이 “관계기관별 대외업무 단위별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 및 “주요현안 사전 정보센싱, 지지기반 확보, 당사 의견 건의 등”으로 기재돼 있다. 접촉 채널을 구축해 삼성전자의 이익에 맞게 주요 현안에 대처하는 게 대관 업무의 목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삼성전자 대관업무팀의 이 내부 문서엔 청와대와 특정 정부 부처가 “협력 채널”이라고 적시돼 있고, 정부기관과 청와대 비서실 등의 조직도가 함께 그려져 있다. 이는 삼성이 자신들의 사업 영역과 관련이 있는 정부 기관에 줄을 대기 위해 전사적으로 담당 정부 부처 등을 지정해서 관리해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 내부 문서를 제보한 삼성의 전 대관업무 담당자는 해당 문서에 파란색 글씨로 표시된 정부 부처나 기관들은 자신이 소속된 대관업무팀이 담당한 곳이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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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부서 별로 담당할 정부 기관 등을 지정하고 정부부처와 청와대의 조직도를 그려넣은 뒤 삼성은 ‘대외기관 핵심인사’들을 한사람씩 파악해 경력과 성향 분석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에 오른 ‘핵심인사’들엔 ‘합리적 업무 스타일, 온화한 인품, 소탈한 성격’ 등의 인물평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평가만 적혀 있는게 아니다.

‘강압적 업무 추진, 직설적, 참고자료 욕심이 많아 과장급들이 백자료를 많이 준비해야 한다, 부내에서 주류 국장급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인사, 보신주의 성향이다, 다소 권위적이며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기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적이며 언론플레이에 신경 쓴다, 후배직원들에게 모욕적 언사도 서슴치 않아 존경받지 못하는 인물, 사시 동기들 중 지검장 승진 대상 5순위 내 등 매우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도 여럿 발견된다. 거의 사찰수준의 보고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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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주무국장, 가전/IT분야 주무 국장, 당사 UHDTV사업 연관성 큼, 당사 스마트TV사업 연관성 큼’ 등 삼성전자 제품이나 사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의 부서들은 따로 명기해 놓기도 했다. 산업자원부의 한 국장에 대해서는 “4-5년전 친동생이 당사(삼성전자)의 홍보팀 경력이 있다”며 ‘핵심인사’ 주변의 특이 인물도 파악해 놨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기업청의 최고위직 관료에 대해 ‘대기업 저승사자’라거나, ‘친중소기업 성향’이라고 평가한 부분도 눈에 띈다. 거대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른바 ‘적군’을 따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정부고위 관료들이 골프를 치는지, 술이나 담배를 하는지, 종교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 놓거나 친한 지인들이 누구인지 파악해놓은 이유도 유사 시 원활하게 정부 고위 관료들을 접촉하기 위한 인맥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런 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접근하기 편한 상대를 고르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의 한 국장에 대해서는 “기업보다는 공정위의 입장을 중시하는 편임”이라고 적어놓거나 “대기업 저승사자로 조사가 철저하고 깐깐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다른 국장이나 과장에 대해서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기업에 대해 합리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묘사해 놨다. 뭔가 대화가 통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내부에서 공유한 것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일부 주요 보직 과장과 국장에 대해서는 “당사와도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 유지중”, 또는 “친 대기업 성향을 가졌음”이라고 명시했다. 삼성에 의해 이런 평가를 받은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핵심사업부문들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는 부서의 과장과 국장 급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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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친대기업 성향을 가졌음”이라고 명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장은 취재진에게 자신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에게는 다 잘해준다”고 답변했다. 삼성 자료에 ”당사와도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 유지 중”이라고 묘사된 산업자원부의 국장급 고위 공무원은 자신은 특별히 삼성과 우호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며 삼성 문건에 기재된 내용을 부인했다.

삼성의 이 내부 자료를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제보한 삼성전자 전 대관업무 담당자는 10만여 명의 삼성전자 직원뿐만 아니라 수백 개에 이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인맥과 이 보고서의 공직자들을 매칭시킨다면 “삼성이 뚫지 못할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은 꾸준한 로비를 위해 관련 부처 과장 한 명만 바뀌어도 보고서를 ‘판갈이’하고 주요 내용은 모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에 보고된다고 증언했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이 만든 이 내부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관세청, 동반성장위 등 9개 정부기관과 유관단체들의 과장, 국장, 실장, 장관등 고위직 125명의 현황이 파악돼 있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 40여 명이 맡고 있는 정부 기관과 유관 단체들이 모두 9곳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내의 미래전략실이나 노출되지 않은 또 다른 조직, 그리고 삼성그룹 각 계열사들의 대관업무팀이 다른 정부 부처나 국회, 사법, 정보, 언론 기관 등을 이중 삼중으로 담당하면서 주요 인사들의 성향을 파악해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뉴스타파 취재진이 입수한 고위관료 성향 파악 리스트는 삼성그룹이 관리하는 전체 ‘대외기관 핵심인사’ 리스트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는 삼성전자가 왜 ‘대외기관 핵심인사” 리스트 등을 만들었는지 답변해주기를 요청했지만 삼성전자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최경영
촬영:김기철,김수영
C.G:정동우,하난희
편집:윤석민

목, 2017/01/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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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에 삼성전자 대관( 對官)업무팀의 ‘대외기관 핵심인사 현황’ 등 내부 문서를 건넨 제보자는 삼성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삼성의 입김이 정부, 국회, 검찰, 법원, 언론 등 우리 사회 모든 곳에 미치지 않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삼성은 막대한 돈과 시간, 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자신이 소속된 곳은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였지만 사실은 ‘상생’이 아니라 오직 ‘삼성’의 이익만을 위해 일했다는 사실에 그는 괴로웠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제보한 ‘대외비’ 문서에는 ‘대관업무 기능강화’를 위해 “상생협력센터내 업무팀 통합에 따라 대관 업무기능을 효율적으로 재편, 운영”하겠다고 적혀있다. ”공정위와 국회는 업무팀으로 통합”하고 “산업부 관련 업무는 상생협력팀으로 통합한다”, 다만 “미래부, 방통위, 총리실의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업무팀에 기능을 유지”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삼성’후자’로 나뉜다고 한다. 이는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 흔히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에 삼성의 모든 돈과 인적자원이 집중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삼성그룹 내 속어다. 그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이른바 ‘본사’가 따로 있으며 대관업무는 이 ‘본사’업무에 속해 대관업무 담당자들을 뽑을 때는 사내에서 따로 시험까지 치른다고 증언했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이전 경력도 본사에서 경리, 관세, 구매기획, 하도급 업무를 했던 사람부터 로스쿨 출신까지 다양했다. 취재진이 확보한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경력서류를 보면 4개월짜리 신참부터 24년 동안 대관업무만 한 베테랑 부장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 장관이 행정부 과장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대관업무 담당자도 있었다고 한다. 제보자의 증언이다.

가령 산업부의 그 때 윤상직 장관이 있을 때였거든요.윤상직 장관이 과장일때부터 명함을 돌리신 분이 제 상사로 계셨었어요.그 분이 힘들게 채널을 하나 여신 거거든요.그리고 어떻게 하냐면.계속 갑니다.3개월동안,계속 명함을 돌려요.그러면 정부에서도 어린 친구가 명함 돌리고 있으니까 한 번 와보라고 하겠죠.너 누구야.저 삼성전자에서 왔습니다.해서 친해지게 되거든요.그분이 과장,국장 되시고 결국에는 차관,장관까지 올라가게 되는 거잖아요.

취재진이 윤상직 의원(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제보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윤 의원은 제보자의 상사와 오랜 지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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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전무였던 한 인사도 센터 내 대관업무팀 존재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상생협력센터내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다시 제보자의 말을 들어보자.

제일 중요한 것은 센싱이구요.센싱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제가 교육을 받아서 아는 내용이고요.그런 센싱하는 주요 사이트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입니다.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업무팀이랄지 대외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정보들을 받아요.사람이 친해지다보면 보도가 되기 전에 미리 자료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그 담당자들이랑 친하기 때문에.그럼 그런 것들이 센싱인 거거든요.미리 대응을 할 수가 있는거죠.부고나 그런 것들을 보고 이제 정부기관의 (주요 인사) 친인척이 돌아가셨다고 하면은 가서 인사할 수는 있는거잖아요.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사람들을 접촉하기 위해 부고 등의 기사가 나면 조의금을 전달하면서 안면을 텄다는 말이다.

대기업도 돈을 쓰고,사람을 쓰고 해서 얻는 정보들이잖아요.그래서 폐쇄된 정보긴 하지만.사람 고문해서 옛날에 김기춘…아 김기춘이라고 하면 안 되나.뭐 그런 것처럼.고문한게 아니라.잘 구슬려 가지고.돈도 주고.뭐 협박한 것도 아니고.

제보자는 삼성이 막대한 돈과 인적 자원을 동원해 삼성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 정보들을 취합하는데 이 가운데 핵심 정보들은 모두 미래전략실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를 가지고 삼성이 목표로 했던 것은 결국 삼성에게 불리한 법안이나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것, 또는 삼성에게 유리한 정책들을 입안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분(부장)이 이야기 하신 게 이제 상생협력센터인데,상생을 생각하면 안된다고.삼성을 위해서 생각해야지 기획이 나온다고.그런데 굉장히 쇼킹했는데.한 몇 개월 지나고 나니까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어떤 기획을 하더라도.아,삼성을 위해서 해야하는구나.

삼성전자의 홈페이지를 보면 상생협력센터는 삼성전자가 중소기업 등과의 이른바 ‘상생경영’을 위해 세운 CEO 직속 조직이라고 설명돼 있지만 제보자에 의하면 직원 120여 명 가운데 40명 안팎이 대관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에는 전략1, 2팀과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등 6개 팀이 있다. 이 팀들은 팀장이 사장이나 부사장급이고, 각 팀장 밑에 보통 전무나 상무급만 서너 명이상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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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입수한 삼성전자의 조직도를 보면 삼성 미래전략실에는 거의 전담으로 배치된 법무팀이 따로 있었다. 이 곳에도 50-60 명의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이는 삼성전자 법무실과는 별도의 조직이다. 제보자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상생협력센터 내의 대관업무팀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업무팀들이 삼성 계열사 별로 따로 있다고 증언했다. 결국 상무급 이상만 수십 명이라는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 그리고 각 계열사 별로 별도로 존재하는 대관업무팀, 때때로 대관업무를 보조하는 전 계열사의 홍보팀 등을 모두 감안하면 삼성에서 정부와 국회 등 외부 기관을 상대로 사실상의 로비를 하고 있는 임직원은 최대 천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기업 집단이 이처럼 거대한 로비조직을 운영한다면 정부나 국회 등의 공적 기관이 공정한 시장 경제를 중재,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제보자 역시 그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정직하게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리워드(보상)를 못받으시는 것 같더라구요.한국사회 자체가.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거기서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게 법안도 건드릴수있다.대기업이… 정상적이 아닌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그 사람(이재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그런 인식들이 좀 바뀌어야 하고…


취재:최경영
촬영:김기철,김수영
C.G:정동우,하난희
편집:윤석민

목, 2017/01/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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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1938년 대구 수동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해 무역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확장해 가던 그는 1961년 5.16쿠데타 직후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된다. 하지만 박정희와 만나 군부 세력에 적극 협조를 약속한 뒤 감옥행을 면한다. 1966년에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서울지검에 소환돼 계획적 밀수로 폭리를 취하고 정치자금을 조성했단 혐의 등을 받았지만 법적 책임은 이병철 회장 대신 삼성의 부하 직원이 졌다.

그의 대를 이은 이건희 회장도 군사독재정권 기간 삼성을 급성장시킨다. 때로는 세금포탈 혐의로, 때로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이나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그가 구속 수사를 받거나 감옥에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삼성 재벌 3세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이번에 구속을 면했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게 수백억 원 대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19일 새벽 이를 기각한 것이다.

3대에 걸쳐 대물림되고 있는 삼성가의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역사. 그리고 3대에 이르도록 단 한번도 삼성재벌 총수를 법의 심판대에 제대로 세워보지 못한 사법 시스템, 대한민국의 법은 과연 언제 ‘법 위의 삼성’ 신화를 깰 수 있을까?


리서치,구성:이보람
편집:박서영

목, 2017/01/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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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구조에 나선 구급대원들 사이로 종잇장처럼 구겨진 자동차가 보인다.작년 8월 부산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이다. 이 사고로 운전자를 제외한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 2016년 8월 2일, 부산 감만동 싼타페 교통사고 구조 현장

▲ 2016년 8월 2일, 부산 감만동 싼타페 교통사고 구조 현장

경찰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고,사고로 아내, 딸, 손자 둘을 잃은 운전자 한무상 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차량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부산 급발진 의심 사고 미스터리, 굉음의 실체는?

경찰이 판단한 것처럼, 혹시 운전자 한 씨가 운전이 미숙해 실수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을까? 한 씨는 지난 89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30년 가까이 택배 배달, 택시 운전 등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운전해 왔다. 운전에 익숙한 한 씨가 십 년 이상 탔던 차량을 타고 늘 다니던 길을 지나던 와중에 당황을 하거나 브레이크 밟지 않았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 씨가 2002년식 싼타페 차량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정비 불량으로 차량이 오작동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최근 5년간 한 씨의 차량 정비기록을 받아 검토해 본 결과, 정기점검을 비롯해 엔진이나 변속기, 각종 필터 등에 대해 1년에 한번 꼴로 꾸준히 정비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씨는 평소 집에서 급격한 내리막길을 운전해 내려와야 하는 것을 고려해 브레이크 등 기본적인 차량 점검을 자주 받아왔다고 말했다.

운전자의 차량 조작 미숙도, 점검 불량도 이유가 아니라면 사고의 이유는 무엇일까?취재진은 사고 당일 차량이 출발한 시점부터 녹화되어 있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검토했다. 그리고 이 영상에서 사고 전, 차량에서 심한 진동과 함께 이상 소음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 부산 사고차량 블랙박스 영상

▲ 부산 사고차량 블랙박스 영상

사고 당일 한 씨 부부는 모처럼 집에 온 딸 그리고 두 손자들과 함께 가까운 바닷가에 가던 중이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십여 분 전인 낮 12시 19분, 한 씨는 잠시 손자들의 간식을 사오기 위해 차를 골목길 옆에 세웠다.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후 심한 소음이 나기 시작한다. 블랙박스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차가 요동쳤다.

이상 소음은 사고 직전까지 계속됐다. 차량이 부산 감만동 현대아파트 사거리로 향하는 고개를 넘어선 순간, 운전자 한 씨는 차량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듯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끝까지 차량은 높은 출력음을 내면서 사거리를 지났고, 결국 길가에 주차된 트레일러와 충돌했다.

사고 직전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서 돌진하는 차량을 가까스로 피하는 남자, 즉 이 사고의 최초 목격자인 박한수(가명)씨는 “등을 지고 있었는데 뒤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컸다. 생전 처음듣는 소리였다”며 사고 직전 차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또한 차량이 달려가 부딪힌 트레일러 차량의 운전자인 윤주환(가명)씨 역시 사고 당시 “RPM이 꽉 차게 올라간 상태라고 느껴질 만큼 소리도 컸으면서 카랑카랑하게 째지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면서 차량의 이상 소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블랙박스에는 사고 직전과 사고 당시의 소음들이 녹음되어 있다. 취재진은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의 김필수 교수에게 해당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준 뒤 이것이 차량의 결함과 관련이 있을지 물었다. 김 교수는 “이 차의 소음 자체가 워낙 이상하다”면서 “이런 경우 단순하게 엔진이 떨린다고만 보기는 어렵고, 자동차 급발진의 전조 현상이라는 부분들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사고 직전 차에서는 일반적으로 차에서 들을 수 없는 소음이나 굉음이 여러 차례 들려왔다. 취재진은 차량의 이상 여부를 좀 더 정확히 검증해보기로 했다. 취재진은 국내 최초로 자동차 정비 분야 명장에 오른 박병일 씨와 함께, 부산 사고 차량을 직접 입수해 분석했다.

사고차량 입수… ‘고압펌프 결함 확인’

취재진과 함께 차량을 살펴보던 박병일 명장은 사고 차량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엔진오일 양을 계측하는 막대를 꺼내 보여줬다. 취재진은 차량의 엔진오일 계측 막대에 엔진오일양이 약 3cm 가량 정상 범위를 초과해 찍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 부산 사고 차량의 엔진오일양을 측정해보니 정상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 부산 사고 차량의 엔진오일양을 측정해보니 정상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박 명장은 엔진오일에 이 차량의 연료인 경유가 섞이면서 전체 엔진오일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엔진오일에 섞인 경유는 차량의 출력을 불안정하게 하게 만들어 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

엔진쪽으로 경유가 많이 들어가면 차량의 출력이 늘고 RPM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할 수 있어요. 원래 실린더 안에서 엔진오일은 유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연소실 안 까지 들어올 수 없는데, 엔진오일에 경유가 섞이면 점도가 떨어져서 타고 들어올 수 있어요. 그러면 원래 연료 분사에다가 현재 연료가 더 증가하니 RPM도 따라서 올라가는 거예요.

박병일 자동차 명장

▲ 엔진의 실린더 내부 구조. 엔진오일에 경유가 섞이면 점도가 떨어지면서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에 유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 유막을 만들지 못한 엔진오일과 경유의 혼합 액체는 연소실로 들어가 이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 엔진의 실린더 내부 구조. 엔진오일에 경유가 섞이면 점도가 떨어지면서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에 유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 유막을 만들지 못한 엔진오일과 경유의 혼합 액체는 연소실로 들어가 이상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취재진은 다른 자동차 전문가에게도 엔진오일에 경유가 섞일 경우 차량의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지 물었다.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박병일 명장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교수는 “엔진 RPM이 좀 더 시끄럽고 높고 출력이 좀 더 높아지고 이런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고 차량의 엔진오일이 늘어난 까닭이 박 명장의 주장처럼 정말 경유가 유입되었기 때문일까. 취재진은 사고 차량에 남아있는 엔진오일을 채취해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사고 차량에서 추출한 엔진오일은 같은 엔진오일 새 제품에 비해 인화점이 약 50℃ 가량 낮았고, 점도도 훨씬 낮아 묽게 된 상태였다. 취재진은 한국석유관리원에서 받은 데이터를 우석대학교 화학과 권무현 교수에게 보여주고 엔진오일에 경유가 혼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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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엔진오일에 경유가 다량으로 섞여 나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엔진오일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된 걸까.

박 명장은 엔진오일에 경유가 혼입된 원인이 고압펌프 결함에 있다고 진단했다. 고압펌프는 연소실에 연료를 공급하는 통로인 커먼레일 쪽으로 연료(경유)를 고압으로 분사하는 경유 차량의 핵심 장치다. 고압펌프의 분사 부분을 고정하는 볼트가 풀려 연료가 샜고, 이것이 엔진 아래쪽의 엔진오일통으로 흘러들어 경유와 엔진오일이 섞이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취재진은 박 명장과 함께 부산 사고차량의 고압펌프를 분해했다. 박 명장의 말처럼 실제로 해당 고압펌프의 볼트는 느슨하게 풀려있었고, 이로 인해 나타난 틈으로 경유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고 차량의 엔진에서 엔진오일과 경유가 섞였고, 이로 인해 이상 출력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 중대결함 은폐했나?

부산 사고 차량은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초반에 제작한 모델명 ‘SM’으로 불리는 구형 싼타페다. 부산 차량에서 확인한 연료 샘 현상은 동종 차량에서 폭넓게 발견된다. 또 고압펌프에서 연료가 새어 나와 엔진오일과 섞일 경우, 이상한 굉음이 들리고 출력이 과다해짐을 여러 사례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새벽에 서해안 타고 시속 100km 정도로 내려가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나면서 제가 엑셀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멋대로 RPM이 막 올라갔어요. 브레이크도 안 먹혀서 깜짝 놀랐죠.” (김영철 / 구형 싼타페 차주)

“갑자기 굉음이 나면서 4천 RPM, 5천 RPM까지 부아앙 하면서 올라가더라고요. 사실 저는 차가 폭발하는 줄 알았어요. 정지하자마자 정비사 아저씨가 엔진오일을 체크했어요. 그런데 평소 맥스 레벨보다 훨씬 높았고 엔진룸 안에서 경유 냄새가 나니까 정비사 아저씨가 고압펌프 쪽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유수준 / 구형 싼타페 차주)

문제의 고압펌프는 현대기아차가 만든 다른 차종에도 쓰였다. 그 중 하나인 트라제XG의 차주 김윤겸 씨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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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브레이크를 밟아도 엔진힘 때문에 차가 멈춰지지가 않고 속도가 줄지를 않았어요. 그때 거의 15분을 그렇게 그냥 계속 갔습니다. 키를 뽑아도 시동이 안 꺼지고 RPM이 4000 정도로 유지가 됐어요. 정말 상상도 하기 싫고, 다시는 겪어보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김윤겸 / 트라제XG 차주)

이처럼 가속페달(엑셀)을 밟지 않았는데 차가 제멋대로 폭주하고, 키를 뽑아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현대기아차는 고압펌프 결함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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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각한 안전문제가 아니라는 현대기아차 해명은 거짓이었다.

취재진은 현대차 품질전략팀에 부장급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김광호 씨를 만났다. 김 씨는 25년간 현대기아차에서 일하다 작년 가을 해고됐다. 내부 기밀 누설, 즉 현대기아차 품질 문제를 언론에 제보했다는게 해고의 이유였다.

김 씨는 지난 2015년 7월 현대차가 문제의 고압펌프를 납품한 보쉬사 관계자를 불러 대책을 논의한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현대차, 기아차, 보쉬 등 각 관련사들의 품질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취재진은 박용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이 회의때 작성된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고압펌프의 “플랜지 볼트 풀림은 헤드부 누유와 달리 수리비용 및 운행중 사고 등 안전상 심각한 품질문제”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품질 대책 문건에는 고압펌프 결함으로 키를 뽑아도 시동이 꺼지지 않는 엔진 오버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적시돼 있다. 고압펌프를 고정하는 볼트가 풀려 연료가 엔진오일과 섞이는 현상이 심각한 안전 문제임을 현대기아차가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의 자체 조사 결과, 플랜지 볼트 풀림현상은 차량 열 대중 1대 꼴(8.3%)로 나타나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난 2014년 고압펌프를 교환한 차량 1만6천여대중 1380대에서,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는 9200여대중 770대에서 볼트풀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취재한 사실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현대기아차를 다시 찾아갔지만 담당자를 만날 수 없었다. 또한 최근 보름간 여러 차례 직접 만나 취재 내용에 관해 얘기해보자고 요청했지만, 현대기아차 측은 담당자를 연결해줄 수 없고 인터뷰도 서면으로만 진행하겠다고 답해왔다.

고압펌프 결함이 안전상 심각한 문제임을 현대기아차 측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질문하자 현대기아차 측은 이렇게 서면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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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하지 않은 이유…평판, 비용, “회장께 보고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4년부터 고압펌프의 결함 문제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리콜 대신 무상수리를 해 왔다.

리콜과 무상수리는 큰 차이가 있다. 리콜의 경우 차량 소유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알리고, 과거에 수리를 받은 차량에 대해서 추후에라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무상수리는 차주가 부품 교환을 요구한 경우에만 해주면 된다.

현대기아차 내부 문건에는 리콜 대신 무상수리를 선택한 이유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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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이 실시되면 무상수리 효과가 상실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강제 리콜로 인한 평판 저하를 막을 수 있고, 무상수리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리를 해주지 않음으로써 비용을 절약하는 등의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 임을 알면서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비용이나 평판 문제보다 리콜을 실시할 수 없는 더 중요한 이유가 현대기아차 내부에 있었다. 김 씨는 “리콜을 하게 되면 100% 회장한테까지 보고해야 한다”면서 “무상수리로 돌리면 보고를 안 해도 되는데 이게 엄청난 차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리콜은 나를 잘라달라고 그 리콜 보고서에 같이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작성한 고압펌프 교환 현황 문건에 따르면, 문제의 고압펌프를 사용한 차량은 현대차에서만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생산된 싼타페, 트라제XG, 투싼 등 41만6천 대에 이른다. 하지만 2015년 7월 현재 무상수리를 받은 차량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인 20만대 이상의 차량은 지금도 잠재적인 위험성을 안고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무능한 국과수의 엉터리 조사

부산 싼타페 교통사고가 운전자 과실로 일어났다는 경찰의 결론에는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국과수는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가능성을 아예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수는 고압펌프 결함 조사는 물론 사고 차량 검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엔진 구동 시험도 하지 않았다.

국과수측은 사고 차량이 지나치게 파손돼서 정상적인 검사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과연 사실일까? 취재진은 박병일 명장과 함께 먼저 엔진 구동을 시도해봤다.

▲ 박병일 명장이 부산 사고 차량의 시동을 걸고 있다

▲ 박병일 명장이 부산 사고 차량의 시동을 걸고 있다

간단한 조치를 통해 시동을 걸 수 있었어요. 시동이 걸리지 않아 시스템 검사가 불가능했다는 국과수 말은 믿기 어렵다는 거죠. 엔진뿐 아니라 고압펌프가 문제라는 얘기가 많았으니 한번 뜯어는 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뜯지도 않았더라고요.

박병일 자동차 명장

국과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ECU(Engine Control Unit)도 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ECU는 자동차 엔진의 동작을 제어하는 컴퓨터 장치다.

취재진은 ECU가 혹시 파손되어 검사가 불가능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산업용 엑스레이를 찍어봤다. 검사 결과, 파손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즉 ECU의 오작동 여부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었지만 국과수는 이를 생략한 것이다. 결국 엔진이나 고압펌프, ECU등 이 차량의 사고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던 모든 부분을 국과수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엔진, 고압펌프, ECU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엔진, 고압펌프, ECU

국과수는 왜 기본적인 검사조차 하지 않았을까. 국과수의 교통사고 분석을 책임지고 있는 박종찬 교통사고분석과장은 “고압펌프를 실험하려고 그랬는데 유족 측에서 절대 현대기아차가 끼면 안된다고 주장을 했다”면서 “고압펌프라는 게 조작이 가능한 부품이 아닌데 유가족들이 자꾸 차단을 하니까 검사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급발진 사고 가능성을 자체적으로 분석할 기술과 장비가 없어 현대기아차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유족 측이 이를 거부해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안실에 제 첫째 아들놈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첫날 와서 대뜸 하는 말이 국과수가 현대자동차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거예요. 분석 기술이 국과수에 없다는 거죠. 기술력이 인력도 없고. 그럼 뭘 조사하겠다는 말이냐… 황당했죠.

최성민 / 유가족

국과수 감정서 입수해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 그들의 분석역량은?

취재진은 지난 2015년 4월 경기 고양시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를 분석한 국과수 감정서를 입수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네 명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에서도 경찰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자 과실이라는 결론을 냈다.

사고 감정서에서 국과수는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특이 흔적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해놓고도, “일부 제동장치 계통에 사고 당시 제동불능을 유발할만한 특이 흔적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 사고 원인은 모르지만 제동 장치 결함은 없다는 반쪽짜리 감정 결과다. 사고 운전자 가족이 급발진을 주장했고,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차량의 오작동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국과수는 제동장치의 결함 여부만 따졌다.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는 핵심인 ECU에 대한 감정도 등한시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ECU에 금이 갔는지, 납땜한 기판에 단락이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한 게 전부였다. 이 감정서를 검토한 자동차 결함 전문가는 국과수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검사를 극히 일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발진은 전자식 자동변속기 쓰는 차에서 대부분 발생하는데 이런 차에는 엔진 ECU하고 사고기록을 저장하는 에어백 ECU가 있어요. 거기에 차량 사고를 유발했을 만한 결함이나 차량 동작에 관한 기본적인 데이터들이 있는데 그 분석을 이 감정서에서는 극히 일부만 합니다. 해야할 항목의 한 20분의 1 정도 하고 있죠.” (장석원 / 전 정부합동급발진조사반 자문위원)

사고 운전자 가족들은 국과수가 조사 첫 단계에서부터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고 운전자 아들인 최도영 씨는 “국과수에 조사 들어간다길래 사고 차가 어디 경찰서나 관련된 곳에 잘 보관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3주 가까이 폐차장에 방치돼 있었다”면서 “비 온다는 소리 들리면 저희가 폐차장에 가서 비닐 좀 씌워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 고양시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파손된 차량 쏘렌토

▲ 고양시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파손된 차량 쏘렌토

취재진은 국과수의 교통사고 분석 역량을 좀 더 정확히 검증하기 위해 국과수 본원의 교통사고분석과에서 보유하고 있는 감정 장비 전체의 목록을 입수해 세 명의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의뢰했다.전문가들은 국과수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이 “카센터나 대학 연구소에서 가지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고, “최첨단 의료 장비가 들어와 분석을 하는 시대에 엑스레이만 쓰는 수준”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정확한 사고 조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들이 국과수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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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장치가 쓰인 제품을 분석할 때 가장 기본적인 장비가 초음파 현미경입니다. 반도체 내부 박리가 일어나서 그것 때문에 고장이 많이 나거든요. 근데 국과수에는 반도체 박리로 인한 전자장치의 오류를 분석할 초음파 현미경이 없습니다.” (장석원 / 전 정부합동급발진조사위 자문위원)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엑스레이밖에 없어요. 모든 최첨단 의료장비들이 들어와 분석을 하는 시대인데 여기 있는 건 딱 엑스레이 수준이에요.” (최영석 / 법안전융합연구소 결함조사 전문위원)

“일반 카센터나 대학 연구소에서도 가지고 있는 장비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할 수가 없고요. 이 정도 열악하고 부족한 장비 가지고 급발진이 없었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이호근 /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뉴스타파는 국과수의 교통사고 조사 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을 국과수 측에 전달하고 입장을 들어봤다. 박종찬 국과수 교통사고분석과장은 “어디까지 장비를 갖춰야 급발진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외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장비를 갖출 수 있을 만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과수에서 20여년 간 교통사고 분석을 맡아오다 재작년 교통사고분석과장을 끝으로 퇴직한 박성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급발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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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장비들이 없다고 봐야죠. 특히 급발진 의심 사고를 검증하려면 ECU가 제일 중요한데 ECU가 오작동 하냐 안하냐에 대해서는 살 수 있는 테스트 장비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전에 보니까 3억 정도 하더라고요. 고가라서 좀 예산확보가 어렵습니다.

박성지 교수

장비뿐 아니라 인력도 문제였다. 박 교수는 원가 기준 전자 장치의 비율이 40% 가까이 올라간 최근 자동차를 분석할 만한 차량 전자장치 전문가들이 국과수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과수의 교통사고 분석 역량이 지금의 차량 기술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이미 늦었고, 앞으로 지금보다 더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과수 보고서가 소송에 가면?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윤두현 씨는 지난 2010년 아내가 급발진 의심 사고를 낸 뒤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2015년에서야 마쳤다. 5년 간 지루한 소송전을 벌였지만 기아자동차 측에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최종 패소했다.

▲ 윤두현 씨가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대법 판결문. 국과수 감정서가 주요하게 인용되어 있다

▲ 윤두현 씨가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대법 판결문. 국과수 감정서가 주요하게 인용되어 있다

윤 씨 재판의 판결 이유에는 국과수 자료가 주요하게 인용되어 있다. 윤 씨는 “국과수가 능력도 안 되고 급발진 사고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장비나 인력도 없으면서 급발진이 아니다, 이상이 없다는 쪽으로 통보가 됐기 때문에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결함 의심 사고에서 국과수의 의견은 판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강신업 변호사(대한변협 공보이사)는 “판사도 자동차 같은 기술적인 제조물에 대해 거의 문외한일 수밖에 없다 보니 기술적 소송에서 국과수 의견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며 “모르는 사람일 수록 국과수를 완전히 옳은 것처럼 생각하다 보니 국과수의 결론이 중요하게 인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이후 작년까지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도로교통공단에 접수된 사고 기준으로만 700건에 이른다. 하지만 자동차 결함의 책임을 물어 차량 제작사에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사고 당사자가 이긴 경우는 없다. 자동차 결함의 입증 책임을 기술적 정보가 부족한 사고 당사자가 입증해야 하는 법리적 한계와, 제작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국과수 감정서 등이 작용한 결과다. 결국 대법 판결까지 나온 손해배상소송 13건에서 모두 자동차 제작사가 승리했고, 사고 당사자들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취재 : 정재원
촬영 : 최형석, 김기철, 김수영, 김남범, 신승진
편집 : 박서영

자료협조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기술자문 : 권무현 우석대학교 화학과 교수,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박병일 자동차 명장, 장석원 인사이터스 수석전문위원,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결함조사 전문위원

목, 2017/01/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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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으로 주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생님 대신 개인의 ‘선생’으로 불리면서 그의 몰락은 시작됐다.

그는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수용자 번호로 불리고 있다. 재정과 복지 분야에서 괜찮은 경제학자로 불렸던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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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학계에서 인정받던 재정학자였다. 그런 그가 박근혜-최순실의 심부름꾼으로 일하다가 결국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권력을 쫓던 어느 폴리페서의 비참한 운명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사진 출처: 세계일보)

그는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의 ‘주연급 조연’으로 구속 기소됐다. 최순실씨에게 ‘안 선생’이라 불리며 국정 농단 게이트의 사실상 ‘하수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역설적으로 그가 대통령의 지시를 꼼꼼히 받아 적은 수첩은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가 작성한 17권의 수첩은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이 증거 채택에 이의신청을 할 만큼 탄핵심판의 ‘스모킹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단에서 존경받던 학자가 왜 전근대적인 게이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을까.

주목받던 미국 유학파 재정학자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난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1991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이다.

재정·복지 전문가로서 좋은 논문도 많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4월 <신동아>가 교수 출신 주요 공직자들의 연구실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는 총 논문 수(24), 피인용 횟수(154)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학자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사회복지 제도 개혁이 꼽힌다. 1996년 미국 정부가 사회복지 정책의 근간인 AFDC(아동부양가정 보조) 제도를 폐지하고 TANF(한시적 빈곤가정 지원) 제도로 대체한 배경에 안 전 수석의 논문이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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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인 AFDC(아동부양가정 보조)제도를 비판한 안종범의 논문은 1996년 클린턴 행정부가 AFDC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TANF(한시적 빈곤가정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은 1996년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복지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 출처: http://usuncut.com/news/)

그가 경제학 박사과정에서 쓴 논문은 AFDC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혼모의 자립 의지를 높이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 논문이 학회지에 오르며 제도 개혁 논의에 불을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안 전 수석은 대우경제연구소, 조세연구원, 서울시립대를 거쳐 1998년 성균관대 교수로 부임하며 학자의 길을 이어갔다.

전문가로서 국가재정 운영의 건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그의 논문이나 보고서는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성향은 보수이지만 유연한 자세로 말이 통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박근혜 경제교사로 인연

하지만 그는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고 ‘선생’이 되면서 그동안 걸어온 학자의 길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위스콘신 동문인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청와대 경제수석)와 함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비공식 캠프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주저했다고 한다. “독재자의 딸 아니냐”고 망설였지만, 주변의 설득에 캠프에 합류했다고 한다. (‘독재자의 딸’이라 반발하더니 박근혜에 올인하더라). 

TK와 위스콘신 인맥이 그의 합류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전 수석은 2006년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끈기나 성실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라톤을 하듯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김광두 당시 서강대 교수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우자)’ 공약 등을 만들며 박근혜 대표의 2007년 대선 경선 경제 공약 밑그림을 그렸다.

박근혜 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한 뒤 그도 학교로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그는 박근혜의 ‘개인 선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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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 공부를 돕는 ‘5인 스터디 그룹’. 왼쪽부터 김광두 서강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사진 출처: http://luxmen.mk.co.kr/)

2007년 말 박근혜는 경선 때 자신을 도왔던 정책팀의 다섯명-김광두,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최외출(영남대), 안종범(성균관대)-을 불러 송년회를 열고 2012년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유명한 ‘5인 공부 모임’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박근혜를 정기적으로 만나 경제, 사회 분야의 과외교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경제사령탑으로 승승장구

그는 학자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전인 2002년,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으며 현실 정치에 기웃거렸다.

이회창 후보의 실패 뒤 그는 보수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뉴라이트 운동에 가담하고 2004년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의 기획위원, 2005년 뉴라이트 교수들의 모임인 ‘뉴라이트싱크넷’의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친박’이라는 날개를 단 그가 여의도에 입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1년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려던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했고, 그는 비대위에 합류하며 여의도 정치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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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6일, 당시 안종범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대통령직인수위 고용·복지분과위원 임명장을 받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이때부터 그는 ‘친박’으로서 꽃길을 걸었다. 19대 총선에서 11번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다음 순번인 12번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에는 새누리당 선대위 기구의 하나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대선 공약을 총괄했고, 대통령 당선 뒤 인수위원(고용·복지분과)과 경제수석(2014년 6월), 정책조정수석(2016년 5월)을 거치며 거침없이 달려갔다.

범죄자로 전락한 ‘폴리페서’

학자로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청와대 수석의 자리에 올랐지만, 최근 드러난 그의 행적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충직한 부하직원을 방불케 했다.

최순실씨는 청와대의 실세인 그를 ’안선생’이라고 부르며 부려먹었다. 그는 대통령의 깨알 같은 지시에 따라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만나 최순실 일가와 주변 인사들에게 특혜를 주도록 부탁했고,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의 구성에도 관여했다.

그는 최근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확보한 업무 수첩의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대로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그가 친박 핵심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내놓은 경제정책들은 연이어 실패했고 한국 경제는 침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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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석이 된 뒤 안종범이 한 일은 박근혜, 최순실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이 일로 그는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미지 출처: YTN)

결국 학자로서의 소신과 철학보다 한 사람에 대한 충성과 권력 욕심이 그를 지금까지 달리게 한 동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는 2007년 신자유주의를 바탕에 둔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가 2012년에는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등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에 따라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뒤집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2016년 10월, 그의 모교인 성균관대엔 “학자적 양심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그의 교수직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제 누구도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수, 2017/02/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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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진 기업은 삼성만이 아니다. 16개 기업이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출연 요청에 응해 거금을 내놓았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기업에 필요한 정책적, 법적 특혜를 정부에 요청한 상황에서 이뤄진 출연이었다. 이들이 피해자가 아닌 공모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기업 가운데서도 재계 6위 포스코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계열사를 직접 최 씨의 측근들에게 내줬다. 2014년 권오준 회장의 취임 때도 청와대와 비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후문을 낳았다. 뒤이어 비선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 속속 포스코의 요직을 차지했다는 정황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최 씨에 대한 계열사 매각 시도, 청와대의 인사 개입, 건설사업과 스포츠단 사업의 이권 몰아주기 등 비선실세와 포스코의 접점은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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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명확히 해명된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권오준 현 회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총 7차례, 매회 평균 4시간을 넘기면서 심도있는 분석과 격렬한 토론’을 벌였고, ‘권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근거가 없거나 회장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포스코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는 권오준 회장 임기 중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다. 결국 여전히 검찰과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권 회장이 스스로에게 ‘셀프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단독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포스코와 권오준 회장이 비선실세와 결코 남일 수 없는 ‘결정적 장면’들을 모았다.

장면 하나. “대통령도 무시 못할 비선의 선택, 권오준”

2014년 3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했다. ‘MB맨’으로 통하는 정준양 회장이 떠나고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있는 포스코 회장 인선이었다. 당연하다는 반응보다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의 여러 연구소와 기술 관련 임원을 지낸 ‘기술전문가’다. 경영 경험이 전무한데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포스코의 전통에도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 회장직의 자격요건인 등기이사 자격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5명의 후보가 포스코의 회장직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경선을 거쳤지만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일찌감치 청와대가 권 회장을 낙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권 회장이 부적절하다’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의 조언을 듣고도 일을 밀어부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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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실은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 입을 통해 재확인된다. 박범계 의원실은 김응규 전 포스코 사장(당시 CEO추천위원회 위원), 최명주 전 포스코기술투자 사장의 관련 증언을 확보해 특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가운데는 권 회장을 낙점한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조차 무시 할 수 없는 누군가’였다는 최 전 사장의 진술도 포함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권오준을 의중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권오준으로 내정됐다 보고를 듣고 주총을 연기하라고 지시했으나 (주총은)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이를 듣고 박통이 무시 못한 비선이 권오준을 정한 것으로 생각했고 당시에는 비선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지금 최순실임을 알았습니다.

최명주 전 포스코기술투자 사장, 2015년 12월 (출처 : 박범계 의원실)

권오준 회장과 최순실 씨의 행보에는 교차점들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한독경제인회’다. 2012년 최 씨의 독일 내 거점으로 알려진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결정된 이 단체에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 씨의 추천으로 각각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으로 영전하게 된 유재경 전 삼성전기 전무와 김인식 전 코트라 무역소장에서부터, 양해경 전 삼성전자 사장(최순실 친분설 제기됨),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삼성 합병’ 압력행사 의혹),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 강 모 전 한국은행 연구위원(‘낙하산 인사’ 의혹) 등이 이 단체의 회원이다. 권오준 회장도 이 단체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취임 전 독일 뒤셀도르프 포스코 유럽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며 이들과 관계를 맺었다.

권 회장의 배우자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최 씨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시사저널’은 복수의 관계자 진술을 통해 박 대통령의 서강대 후배이자 정치적 조력자인 박 교수가 최 씨와도 교류를 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권 회장과 박 교수 내외는 최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장면 둘. “안되면 방법을 찾아오라”

이른바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은 포스코와 최 씨의 남다른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최 씨 일당이 포레카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또다른 광고기획사 ‘컴투게더’ 측에 접근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포레카 매각 과정을 살펴보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권오준 회장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권 회장은 ‘피해자’를 자처했다. 권 회장은 포레카 매각과 관련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정상적인 매각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의 녹취록’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권 회장이 등장한다. 이 녹취록은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의 핵심 증거 가운데 하나다.

'포레카 사건' 녹취록

▲ ‘포레카 사건’ 녹취록

이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의 측근이자 포레카의 전 대표였던 김영수 씨는 한 대표와의 대화 중 권오준 회장이 최 씨의 차명회사 ‘모스코스’에 포레카를 넘길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회장님이 갑자기 부르셨죠. ‘여기(모스코스)를 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불가능합니다’라고 했더니 ‘그럼 방법을 찾아와’라고 얘기해서 그렇다면 컴투게더랑 같이 이쪽(모스코스)이랑 엮어서 지나가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가 보고를 드렸어요. 그리고 회장님도 (상부에) 굉장히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셨겠죠? 그리고 나서 이제 일이 진행이 된 거죠.

‘포레카 사건 녹취록’ 중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말

권 회장이 포레카를 최 씨 측에 넘길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영수 씨가 ‘컴투게더’라는 회사에 우선적으로 매각한 뒤, 이 회사의 지분을 모스코스에 다시 넘기는 방식을 제안했고, 권 회장은 이것을 승인했다.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정상 매각을 했다’는 검찰 진술과 달리, 권 회장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비선실세에 이권을 주기 위한 비정상적인 매각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컴투게더는 포레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경쟁자였던 롯데 계열사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포레카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컴투게더가 지분을 넘기라는 최씨 일당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포레카를 모스코스 쪽으로 끌어오겠다는 최 씨의 계획은 결국 미수에 그쳤지만, 적어도 포스코는 자신의 몫을 그대로 실행한 셈이다.

장면 셋. 최순실 이권 챙겨주다 ‘부실공사’까지

지난해 11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권 회장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추궁받았다. 차은택의 추천을 받은 조원규 전 서울광고기획 부사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권오준 회장 이 세 사람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 검찰의 주요 증거였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인사 관련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은 혜량해달라’는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들어 그 취지를 묻자 권 회장은 ‘완곡한 거절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인사 청탁 역시 청와대의 강요가 있었지만 자신이 최종적인 판단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종범-권오준 문자메시지 전문(2015.5~8)

▲ 안종범-권오준 문자메시지 전문(2015.5~8)

뉴스타파는 당시 검찰이 제시했던 문자메시지의 전문을 입수했다. 2015년 5월부터 3개월 사이 권 회장과 안 수석은 9통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포스코의 인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력서를 주고 받는 한편, 특정인에 대한 인사 조치 사항을 보고했다. 참여정부 시절 인사에 대한 이른바 ‘찍어내기’ 정황도 확인됐다.

‘완곡한 거절’이었다는 권 회장의 검찰 진술과 달리 문자메시지에서 거론된 인물들에 대한 인사는 대부분 실현됐다. 최 씨의 추천을 받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조원규 전 서울광고 부사장은 각각 계열사 사장직과 마케팅 관련 임원으로 취임했다.

안종범 전 수석도 권 회장의 메시지를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작성한 한 대통령 보고 문건에는 조원규, 김영수의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이 모두 ‘완료’된 상태라고 기재됐다.

이른바 ‘대구 철강홍보관 사건’에서도 권 회장의 흔적이 나타난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2015년 8월 최 씨는 한 중견 전시업체가 포스코가 진행하는 대구과학관 내 철강홍보관 건설 사업을 수주하도록 힘써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2억 원을 챙겼다.

대구과학관 내 철강홍보관 (출처 : ㅅ전시업체)

▲ 대구과학관 내 철강홍보관 (출처 : ㅅ전시업체)

뉴스타파가 입수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이 사업을 최 씨의 측근 김영수 씨에게 맡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황 전 사장은 이 지시를 권 회장에게 보고했고, 권 회장은 ‘청와대의 지시대로 하라’고 답했다. 김 씨가 비선실세의 측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대금의 상당액이 이들에게 빠져나갈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권 회장이 이를 묵인한 것이다.

2억 원의 공사 예산이 최씨 측으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진행된 철강홍보관 건설은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기존 예산보다 2억5천만 원을 더 투입하고서야 이 사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취재 : 오대양, 한상진, 강민수, 김성수
촬영 : 신영철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목, 2017/02/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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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측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스포츠토토(운영사 케이토토)가 포스코와도 여러 형태의 연결고리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관련기사 : ‘황금알’ 스포츠토토, 최순실 유착 의혹) . 케이토토의 대주주인 두 펀드의 운용사(트루벤인베스트먼트, 이하 트루벤) 측이 포스코에서 투자받은 500억 원으로 사업을 키워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확인 결과 트루벤이 포스코에서 투자받아 설립한 펀드인 IBK포스코트루벤 사모펀드는 트루벤-스포츠토토로 이어지는 현금흐름의 시드머니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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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스포츠토토의 홍경근 고문이다. 그는 지난달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문고리 3인방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트루벤 측이 포스코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 홍 고문의 역할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홍 고문이 트루벤 측에 투자를 결정한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다음은 홍경근 지인의 증언.

홍경근 고문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담배 끊기 내기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다.

홍경근 지인

스포츠토토 사장을 맡고 있는 주성영 전 의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주 전 의원은 “정준양 회장과 홍경근 고문은 중학교인가 선후배 사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회장과의 친분으로 부적절한 투자가 이뤄졌던 것은 아닐까.

뉴스타파는 이런 추정을 의심해 볼 수 있는 포스코 내부자의 증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3년 포스코가 트루벤 측에 500억 원 투자를 결정할 당시 포스코 내부에 논란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펀드에 자금을 넣는 것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위(경영진)에서 떨어져서 밑에서 담당 팀장 정도가 바로 진행한 그런 일이라고 봐야 한다.

포스코 관계자

취재진은 이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투자가 이뤄질 당시 포스코 대표를 맡았던 박 모 전 포스코 사장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투자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고가 인수 논란 성진지오텍 전정도 전 회장도 트루벤 지분 소유

트루벤과 포스코의 인연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트루벤에는 정 전 회장 말고도 포스코와 관련된 인사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전정도 전 회장이다. 전 씨는 현재 트루벤의 지분 14%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성진지오텍은 이후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 포스코가 고가에 회사를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문제는 이후 검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이 인수로 포스코에 15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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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확인결과 홍 고문은 전정도 전 회장과도 친분이 있었다. 정준양, 홍경근, 전정도 이 세 사람이 서로서로 가까운 사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사실은 포스코의 자금을 이용해 오랜 친분이 있는 이들 세 사람이 사업을 키우고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스포츠토토까지 손에 넣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관련 의혹을 다음과 같이 부인했다.

정준양 회장 시절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에 대한 경험이 많은 IBK의 제안으로 사업(500억원 투자)을 검토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

한편 특검은 지난 1월 12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스포츠토토 관련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은 두 가지. 뉴스타파가 보도한 문체부의 스포츠토토 증량발행과 빙상단 창단의 대가 관계, 그리고 포스코가 트루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500억 원을 둘러싼 의혹이다. 특검 관계자는 “포스코가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회사에 500억 원이나 투자한 것은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년간 투자와 인수합병에서 각종 논란을 불렀던 포스코가 이번에도 수사 대상에 오를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취재 : 조현미, 한상진

목, 2017/02/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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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2011년 1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남미기업 산토스 씨엠아이(이하 산토스)를 최근 1,000만 달러 가량에 매각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회사를 사들인 사람은 산토스 현지법인의 일개 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뉴스타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산토스 관련 기업들이 사실상 껍데기뿐인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포스코 측은 “산토스는 기술력과 시장성이 있는 회사로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자산가치의 90% 이상이 날아간 헐값매각으로 포스코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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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는 에콰도르에 있는 법인이다. 남미와 유럽 등에 여러 개의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재임시인 2011년 이 회사를 1억 달러가량을 들여 인수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각각 70%와 30%씩 지분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뉴스타파가 산토스와 연결된 영국법인(EPC에쿼티스)이 자산과 현금흐름이 전혀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포스코 측은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취재과정에서 포스코가 이들 기업의 재무상황을 허위공시해 왔고, 인수 당시 이 회사들의 실적을 두 배가량 부풀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논란이 증폭됐다. 포스코는 허위공시 사실을 인정하고 정정공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산토스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뉴스타파, 지난해 페이퍼 컴퍼니 의혹 제기… 포스코는 의혹 부인

최근 뉴스타파는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들을 통해 포스코가 이미 지난해 12월경, 산토스를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결과 매수자는 산토스 에콰도르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기술력을 갖춘 회사라던 포스코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취재에 응한 포스코 관계자들은 “매각 규모가 최소 6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

실제 매각 대금은 6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산토스를 매입한 사람은 산토스의 에콰도르 현지 직원이다.

포스코 관계자 A 씨

또 다른 포스코 관계자는 산토스 매각과 관련, 포스코가 직원들에게 일종의 함구령을 내렸다는 사실도 뉴스타파에 알려왔다.

실무자들로부터 1,000만 달러에 매각이 완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2,000만 달러 수준에서 매수를 추진하던 곳이 있었지만,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져서 (실무자들이) 자세한 내막을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 B 씨

의문의 매각과 함구령은 과연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산토스 매각주체인 포스코건설에 정식으로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매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매각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의문의 기업 헐값 매각…포스코 내부에 내려진 함구령

지난해 뉴스타파는 산토스 인수를 둘러싼 의혹을 취재하던 중 두 번에 걸쳐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찾아가 관련 의혹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첫 만남에서 정 전 회장은 시종일관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산토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포스코건설이 한 일이다. 나는 인수 과정을 모른다. 산토스 라는 회사를 인수하라는 지시도 내린 바 없다. 산토스 라는 회사가 있는 줄도 몰랐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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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정 전 회장과의 첫 만남 이후 정 전 회장의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산토스 인수 직후 정 전 회장이 직접 에콰도르에서 열린 산토스 인수 축하 파티에 참석했음을 보여주는 여행일정표였다. 2011년 4월 만들어진 이 일정표에는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대표 등의 여행 일정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여행목적에는 에콰도르 정재계 인사 초청 만찬(2011년 5월 4일), 산토스 주주와 경영진 만찬(2011년 5월 5일) 등이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일정표에선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던 산토스 주주와 경영진 만찬에 정준양 회장 일행만 참석한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 정작 산토스 인수 주체인 포스코건설 정동화 대표는 전날 귀국해 버린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내용은 산토스 인수가 포스코 본사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이며, 산토스 라는 회사 자체를 모른다던 정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이 여행 일정표를 확보한 뒤인 지난해 7월, 뉴스타파는 정 전 회장을 다시 찾아가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산토스 방문 일정표로 거짓말 들통

지난해 뉴스타파는 포스코의 산토스 인수 배후에 이명박 정권이 있었다는 정황도 보도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산토스 인수에 깊숙히 관여했음을 짐작케 하는 단서들이 뉴스타파 보도로 확인됐다. 포스코의 산토스 인수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일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하는 것들이다.

국민기업 포스코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앞으로 출범할 새 정부가 반드시 확인하고,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취재 : 한상진
영상 : 김수영, 김남범
편집 : 윤석민

목, 2017/02/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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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모인 광장의 시민들이 이제는 박근혜의 퇴진과 처벌을 넘어서서 사회경제적 사안에 대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주요 사안 중의 하나가 재벌에 관한 것이다.

실상 재벌이 문제라는 이야기는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었던 1970년대부터 귀에 익숙한 주제이다. 그 당시에는 삼성은 이병철, 현대는 정주영, 금성(현재 LG의 전신)은 구자경, 대한항공은 조중훈 등 창업 1세대가 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핵심적 주제는 국민경제에 대한 독과점보다는 부정부패의 원천인 정경유착과 군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특혜를 받는 재벌에 대한 비판이 주로 다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권은 바뀌어도 재벌은 영원

시민혁명을 무산시키고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해외로부터는 굴욕적인 경협차관을 도입하고 국내적으로는 강제저축으로 초기의 원시적 산업자본(seed capital)을 축적하여, 정권에 고분하고 정치자금줄의 역할을 담당할 기업인들에게 몰아주면서 개발독재의 시대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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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5for10&artSeqNo=4824782)

때마침 문호를 활짝 개방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임가공을 통한 수출이 무서운 속도로 확장일로에 있었고, 이를 계기로 하여 거대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간산업과 중공업에 대한 투자가 일정 시차를 두고 왕성하게 이루지고 있던 시절로 기억된다.

이후 40-50년이 흘러 한국경제 규모는 아시아의 변방의 가난한 나라에서 제조업 규모로 세계 10위권을 형성하면서 OECD의 주요 국가로서 성장하였고, 정권은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등 7명의 대통령이 헌법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선거에 의해 바뀌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경우에는 창업자 사후 후손들인 2.5 세대들은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의 절차도 없이 세습적으로 대를 이어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고등학교 동창회를 가면 흔히 듣는 ‘국적은 바뀔 수 있어도 학적은 영원하다’이라는 슬로건처럼 ‘정권의 주역은 바뀌어도 재벌의 승계는 영원하다’는 씁쓸한 연상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

국가권력 위의 재벌

세습적인 재벌권력은 과거의 단순한 정경유착과 정책적 특혜집단이라는 지위를 넘어서 이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임기제한의 정치권력을 능가한다.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국민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독과점적 위치를 강화하면서 산업경제 분야의 신규 진입을 통제하는 소위 문지방권력 (gate-keeper)과 선사후민(先私後民, 見利私益)의 부패한 관료들을 뒤에서 수족처럼 조정하는 배후통치세력(shadow rule-setter)으로 입지를 완벽하게 구축하였다.

통계상으로 보면 상장된 10대 재벌의 평가액이 주식총액의 절반을 넘어섰고, 합산된 매출액 역시 GDP 총액의 60-70% 수준을 넘나든다. 물론 매출액 자체가 국민경제의 차지하는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해도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10대 재벌들의 영향은 이제 한 나라의 사회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지나치게 팽창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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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였던 노키아 실패 사례를 깊이 연구한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절박감에서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라는 저서를 써야 할 만큼 이제 재벌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 교수에 의하면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노키아가 전성기에 핀란드 경제에 미쳤던 영향보다도 더욱 크다고 한다. 참고로 핀란드는 노키아가 몰락한 2013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3년이 넘도록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때마침 최근 재벌들의 심각한 폐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 족벌 경영의 문제점을 고발이나 하려는 듯이 해운산업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가문의 며느리들이 기업의 총수로 앉아 있으면서 급변하는 국제 해운업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과거형 대마불사 방식으로 경영해오다가 급기야 파산의 지경에 이르러 관련 업계와 노동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입혔다.

또 박근혜 개인과 주변에 있는 사인들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하여 재벌들의 임의단체인 전경련이 수백억에 달하는 자금을 회원사들에게 할당하여 추렴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처럼 족벌가문의 경영권에 대한 유지와 승계를 위하여 황당무계한 박근혜 정권과 결탁하여 협작스런 방법으로 계열기업 간에 불합리한 합병을 승인하도록 대주주격인 국민연금에게 강요함으로써 국민들의 노후재원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고 연기금운용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더하여 특검이 암시하였듯이 삼성그룹과 박근혜정권 간에 주고받은 수많은 뒷거래는 일반적 상식을 넘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반드시 형사적 처벌이 따라야만 한다.

재벌체제의 공과, 동시에 평가해야

구미의 경험에서 보면, 사회에 영향을 줄 만한 대규모 기업집단과 상장된 기업들은 대체로 3세대로 넘어오면서 가문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계로 전환되었다 한다.

나라마다 산업의 역사와 실제 사정에 편차가 있기에 단순화하고 일반화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한국사회도 대기업 재벌집단이 보여온 가족중심의 족벌경영체제에서 경영성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 시대 또는 국민주권적 통제가 가능한 지배시스템으로 이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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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biz.heraldcorp.com/)

그러나 이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재벌들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문제가 거대하고 복잡한 만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대응하거나, 과거에만 너무 집착한 분석에 의존하거나, 혹은 단죄라는 재판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이룩한 일정한 성취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현재 국민경제의 장애물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폐해에 더하여 한국을 둘러싸고 새롭게 진행되는 국제정치질서와 경제지리적 조건, 그리고 국내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 관행과 문화,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전문경영인 집단의 형성여부와 역량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제3차 산업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는 산업적 변천과정 역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수 백년간 산업화 경험을 축적한 선진국 거대기업에 맞서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는데 재벌들의 대규모 조직 역량이 크게 기여한 바를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가전, SK통신과 에너지, 포스코 철강 등 간판 기업군들이 이룬 금자탑은 제 3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자랑스럽고 훌륭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업적이다.

재벌체제를 통하여 세계적 기업군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과 단계적 과정 그리고 대내적인 조건이 서로 결합된 것으로, 그 요인들과 과정, 조건을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작업 또한 역사적 평가 못지않게 중요하다.

반면에 재벌체제는 군사권력과 결탁하여 비정상적 특혜를 통해 국민들이 피땀을 흘린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한국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여 만들어 낸 군사동원체제의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이중적 다층적 단절과 극심한 양극화라는 격차를 구조화한 주요 원인이다.

안타깝게도 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민간정부마저 대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타협하고 내부적으로는 재벌들의 기득권을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사회경제 성과의 대부분을 1.0%도 안되는 극소수의 재벌가문들이 독점하는 오늘의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홍익인간’이라는 위대한 건국설화를 지닌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천형같은 빈곤과 상습적인 불안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헬조선’으로 변질되었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

마침 대규모 재벌들이 끼친 국민경제적 비중과 폐해가 한국과 비슷했던 이스라엘이 재벌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경험이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적 사례가 되었다. 필자는 자연스레 이를 깊이 연구한 박상인 교수의 저작과 논문을 참조하여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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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이스라엘 국회에서 통과된 재벌 개혁 법안은 상장기업의 피라미드식 지배 구조를 2단계까지만 허용하는 것이었다. (이미지 출처: KBS)

‘헬조선’ 배경의 주범이 된 재벌체제의 고질적이고 무책임한 가문중심의 족벌경영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를 받쳐주는 금산겸업 체제부터 무력화시켜야 한다.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는 일체의 금융집단 지분을 현재 시점에서 소유권과 배당권은 인정하되, 의결권과 경영권은 전적으로 무효화하여야 하며, 일정기간의 유예를 거쳐 재벌집단의 금융지분을 모두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강제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재벌들의 큰 장점이었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의 경험을 가급적 살리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되, 반드시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결정권자가 반드시 책임지는 경영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순환과 상호출자 방식으로 소수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전횡적으로 지배하는 현재의 관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재벌을 일정기간 안에 지주회사 형식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재벌 가문은 지주회사의 대주주로 지분만큼 경영에 관여하도록 허용하되,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출자규정을 2단계까지는 지분참여의무 비율 50% 이상으로 정하고, 3단계부터는 100% 지분만을 허용하여서, 순환과 상호출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타사 간 거래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이를 불이행할 때는 거래이익을 능가하는 처벌적 벌금과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 또 위반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국민 대다수가 소유하는 국민연기금의 현재 자산규모가 400조를 넘어서 향후 20년간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므로, 연기금 자산을 활용해 재벌에 대한 국민주권적 통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재정비해야 한다.

앞으로 국민연기금의 지위와 역할이 막대하고 중요하기에 이사장과 이사 선임의 방식을 현재처럼 해당 장관 또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선임하거나, 또는 필히 청문회를 통해 승인하는 과정으로 바꾸어 나가야만 국민주권적 통제가 가능해 질 것이다.

연기금을 통한 재벌 통제 고려해 볼만 

한편에서는 이를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한국적 상황에서는 연기금을 통해 재벌의 지배구조에 개입하고 경영성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충분한 재무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귀한 축복과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시장경제 하에서 재벌 설립자들이 기여한 창업정신과 경영 헌신 노력 역시 적정하게 인정해야 하나, 이에 대한 지분 인정과 평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리와 부정으로 점철한 역사적 배경,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이룬 교육과 문화적 기반, 사회전체가 치룬 희생과 땀의 대가 등을 함께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의 창업가문 후손들이 소유한 재벌의 지분과 영향은 지나치게 과다하며, 그동안 상속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편법과 비리 역시 참조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노후대책인 연기금의 수익성은 결국 그 나라의 경제운용 성과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연기금이 국민 대다수의 이해를 대변해서 국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재벌의 경영성과에 개입하여 함께 공유해야 한다.

또는 최소한 문제가 되는 10대 주요 재벌 기업의 경영진 선정과 경영 평가에 대해 연기금이 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한국 산업사의 정상화’라는 맥락에서도 매우 정당하고 마땅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너출신이 아니라 고용된 경영진의 지위에 대해 회의를 표하나, 외환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지 한 세대가 지난 오늘, 한국사회도 서구식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겪었고 질높은 전문경영 역량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혹시 필요하다면 마땅히 외국의 스타 경영인을 영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가문출신 경영진들의 자질과 능력을 문제 삼아야 옳은 일이다.

연기금을 통한 개입 뿐 아니라 시장을 통한 평가, 소액 주주운동을 통한 견제, 사외이사제의 취지에 맞는 운용,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론화 등을 통해 전문경영인 제도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견제 그리고 적극적 지원이 가능하리라 본다.

지속가능한 성장 고민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 기업전략을  수립할 때, 수익성, 성장, 지속가능 이라는 3대 요소를 균형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그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개념이 심각한 도전과 비판을 받게 되었다. 금융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신을 당하고, 지구 자원과 에너지의 한계로 인하여 성장 중심의 경제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환경조건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전략에서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마땅히 재검토 되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제는 ‘지속가능’이라는 조건에 일차적 방점을 두고 수익성과 성장도 지속가능조건을 창출하는 전제와 여건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역성장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 인정해야 한다.

기업경영인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미래에 다가올 파산의 위험을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적 대외환경이 격변하고 새로운 기술혁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독과점의 특혜에 익숙하고 공룡의 몸집을 지닌 거대한 규모의 재벌기업구조로는 이에 적응하기에 명백한 어려움과 한계가 존재한다.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상황 대처에 둔한 근육질적인 제조중심의 산업구조와 군대식 명령적 수직 결정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또 상황에 기민하게 응동할 수 있는 연성적 산업을 육성하고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평적 자율조직으로 기업의 구조와 문화를 재편성해야 하는 것은 재벌의 문제를 떠나 한국경제 미래의 사활적 과제이다.

수평적 분권적 기업조직 문화 정착돼야

경영의 성과와 과정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과 더불어 기업 내부의 조직 관행과 문화에도 대변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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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ct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2115)

개발독재의 쌍생아처럼 과거 군대식 명령하달과 일방적 평가방식이 횡행하는 그간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현대경영의 구루로 평가되는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대로 기업전략에 의해 설정된 목표관리에 기업의 모든 종업원들이 민주적이고 자발적이며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과 스위스의 조직문화를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온 최동석 경영학박사는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하여 기업조직에도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수평적 자율적 조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종업원은 단순한 경영 자원이 아니라, 영혼을 지니고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존재이다’라고 선언한다.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종업원들이 명령과 강요에 의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성과 창의성을 통해 자기실현의 의미를 발견할 때 기업 역시 탁월한 성과를 통해 발전과 지속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가오는 미래시대를 대비하는 매우 적절한 경영조직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시간 안에 기업의 조직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들어가려면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것이고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몇 권의 책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다만 기업조직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은 응당한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본적 역할에 더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가 정한 법규와 원칙을 따라야 하고 사회적 규범에 응해야 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지역사회에 적정한 공헌과 합당한 기여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관행보다 우선하는 국가와 사회의 법규와 규범을 위반하거나 무시할 경우에는 내부 종업원은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해야 할 도덕적 근거를 가지며, 시정되지 않을 때는 외부에 고발하고 알려야 할 의무를 지닌다.

내부고발의 유인체제 만들어야 

한국적 기업 문화에서 내부고발행위(whistle blower)를 마치 배신자로 경멸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매우 좁은 단견이다.

지난 수십 년간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물들은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변에 대한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내부적 고발을 실천하는 행위는 사회발전에 크게 헌신하고 기여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당연히 내부 고발인의 지위와 안전을 국가에서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링컨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조직 내에 누구라도 부정행위를 인지하였을 경우 국가를 대신하여 부정행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승소할 경우 해당 금액의 최고 30%까지 보상받는다고 한다. 내부고발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유인책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로써 재벌기업 모두가 예외 없이 참여한 건설업이 과거 정경유착의 자금을 만들어 내는 통로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건설업이 가지는 업종 특유의 현장회계 특성상 검은 돈을 조성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보인다. 더구나 해외 건설의 경우에는 외화가득의 변형된 수출행위로 평가되면서 과다한 정책금융적 혜택과 수주 비리에 대한 면책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건설의 경우에도 주택건설사업을 할 경우 외국에서는 실례를 찾기 어려운 ‘선분양방식’을 허용하여 땅을 짚고 헤엄치며 황금알을 만지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 지면서 금융기관을 경유한 정경유착과 비리부패의 관례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재벌-중소기업 간 협력적 산업구조  

매년 50-60조에 달하는 재벌들의 R&D 연구활동비 지출의 일부를 개별 재벌기업 단위로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목적과 주제에 따라서 몸집이 가벼운 전문적인 중소기업과 연합하여 분업형, 합자형, 기여배분형 등 다양한 협력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의 국책 전략과제인 경우 정부 연구기관, 대학 그리고 전문업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형 CJV(common joint venture)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에 전착해 온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최근 발표를 통해 전문적 중소기업은 인적 재정적 자원이 빈약하고 경영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전문기업의 신속한 혁신능력에 재벌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재무적 인적 자원을 보태 새로운 합자방식의 혁신기업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규칙에 의거한 기업 가버넌스와 새로운 거래모델을 창출하여 미래의 기술시대에 대비하자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단순히 재벌기업과 전문 중소기업의 협력을 넘어서 활용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개로 참여자 간에 협력적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산의 공유방식으로 혁신적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협력과 신뢰를 고양하고 조건적 상호성과 이타적 징벌방식을 도입하는 등 산업영역의 새로운 민주제적 실험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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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Insight&wr_id=214&devic…)

위의 제안에 보태여 필자는 그간 재벌체제에만 의존해 왔던 현재의 수직적이며 근육질적인 단일 산업구조(single dependent pillar system)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유연하며 협력적인 산업구조( multi-supportive pillars system)로의 전환이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회적 영향이 지대한 재벌 기업의 역할과 활동범위는 단순히 기업조직내로 한정할 수 없다. 함께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기업의 동동한 참여자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시장과 고객과 사회와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자본주의적 시각이 요구된다.

과거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이중적 차별적 임금구조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납품업체들이 개발한 혁신적 창의적 기술을 갑의 입장에서 갈취하고 도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혹독한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다.

정부관련 부처들은 협력업체와는 정당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거래관계가 이루어지도록 감독하고, 일정한 수준의 성과공유제 도입도 제도적으로 고려해 볼만 한다.

거래 계약의 자동연장 조항을 강화하고, 계약을 부당하게 파기할 때는 하청권 등을 도입하여 거래협력 업체의 법적 지위를 강화해서 사전에 조정과 협의가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해약을 인정해야할 때는 선행투자와 사업정리에 따르는 손실을 적정하게 보상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재벌 기업 단위의 경영참여는 회의적

일반기업과는 달리 재벌노조의 경영참여 부분은 재고가 필요하다. 재벌이라는 기득권 집단과 협력적 공범이 된 재벌노조가 국민경제와 사회에 순기능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희생하고 양보를 할 수 있을지는 판단이 어렵다. 

이미 한국 재벌기업과 공기업의 임금수준은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하여 국제경쟁력의 장애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재벌기업 내의 높은 임금구조는 결국 사내 일거리가 저임을 찾아 과다하게 외주와 하청으로 이동하게 하고 이중적 다층적 임금의 차별구조를 만들어 낸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저임에 의존한 외주와 하청의 관행은 결국 장기적으로 한국산업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고갈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필자는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입지조건에서 기업 단위의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폐단이 극심한 산업간, 기업간, 직종간 격차와 단절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노조간부가 사외이사진의 하나로 참여하여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은 매우 추천할 만하다. 재벌 기업의 민주적 책임경영 여부는 개별 조직의 단세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경제 전반적 필요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부에서는 실행단위의 조직 관행과 문화가 DAO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외적으로는 가난한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적인 정당이 주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아 법적인 강제가 이루어 질 때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재벌개혁,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국의 재벌체제는 군사정권의 개발독재 방식으로 지난 50-60여 년간 한국의 가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노동과 사회 제 세력을 억압하는 가운데 온갖 정책적 지원과 특혜를 받아 가면서 세계적 기업군으로 성장하였다. 그사이 한국인 개인별 PPP수준이 선진국에 접근한 점에 대해서는 재벌기업들의 역할이 지대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군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이행하면서 군사정권의 재벌기업에 대한 개입과 통제가 사라지고 때마침 불어 닥친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린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맞추어 월가의 금융자본과 결합하면서 그동안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산업적 질서를 교란하며 시장을 무력화시키는(gate-keeper) 한편 막강한 재력과 조직기반으로 행정과 정치조직을 뒤에서 조정하는 배후세력으로 군림하게(shadow rule-setter) 이르렀다.

SEOUL, SOUTH KOREA - DECEMBER 06:  (L-R) Sohn Kyung-shik, chairman of CJ Group, Koo Bon-Moo, chairman of LG Group, Kim Seung-Yeon, CEO of Hanhwa Group, Chey Tae-Won, chairman of SK Corporation, Lee Jae-Yong, vice chairman of Samsung, Shin Dong-Bin, chairman of Lotte Group, Cho Yang-Ho, chairman of Hanjin Group and Chung Mong-Koo, chairman of Hyundai Motor Group, take an oath at a parliamentary hearing of the probe in Choi Soon-sil gate at the National Assembly on December 6, 2016 in Seoul, South Korea. South Korea started the parliament hearing with leaders of nine South Korean conglomerates including Samsung, Hyundai, Lotte over the tens of millions of dollars given to foundations controlled by Ms Park's friend Choi Soon-sil, the woman at the center of the scandal.  (Photo by Jeon Heon-Kyun-Pool/Getty Images)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재벌 회장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

이러한 결과로 이중적 다층적 격리와 차별적 구조가 심화되어 청년실업이 40%선에 이를 만큼 수평적, 수직적 이동성이 지극히 제한되었으며, 양극화의 폐해가 OECD국가들 중에 가장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한국사회를 하나의 국민적 정체(政體) 단위로 유지하고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적 흐름으로 저성장 또는 탈성장이 구조화하였고,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적 자원과 에너지의 한계가 지속가능한 조건을 위협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등장이 상징하듯이 국수적 보호무역이 급격히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기존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격변하는 국제적 환경변화와 국내의 극심한 양극화 조건으로 인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족벌경영 방식의 재벌체제를 묵인하고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오랫동안 재벌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경제의 현실적 조건에서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하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권력이 의지를 갖고 수행해야할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명명백백하게 재벌의 향방은 창업가문의 소유문제를 떠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문 중심의 족벌경영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선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금산겸업을 해체하여야 하며, 재벌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중심으로 재편하여 순환과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철저히 감시하여 필요에 따라서는 매각처분을 강제하고, 대주주인 연기금을 통하여 반드시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착시켜야 한다.

재벌의 금력을 이용하여 정치권과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격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개별적 이해를 뛰어넘는 다양한 협업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재벌에 대한 단일적 의존구조에서 벗어나 연성적이고 다양하며 혁신적이고 전문화된 산업구조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 재벌, 대학들이 함께 협력하여 전문기업들과 혁신 벤처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자산공유적 플랫홈을 구상해야 한다.

사람이 자산이고 지식이 미래 산업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관행과 문화가 변해야 한다. 명령과 강요 대신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업무수행을 통하여 재벌조직 전체가 개방적 수평적 자율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재벌 단위들과 사업을 함께하는 협력업체와는 성과와 어려움을 공유하는 이해관계자 참여방식을 통하여 차별과 격차의 벽을 극복하고, 전반적인 경제운용의 성과를 정부가 매개하여 전 국민이 공정하게 함께 누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재벌체제가 이룩한 산업경제의 성과와 폐해는 현재 한국사회의 토대이자 조건이다. 이를 섣불리 해체하거나 개혁한다고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재벌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려가면서 폐단을 척결하고, 지배구조를 혁파하여 폐쇄적 경영에서 국민적 통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질서를 회복해 가면서 미래를 위한 다양한 경제적 산업적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하여 나가야 한다.

월, 2017/02/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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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랭’ △사회 -“서울시 재건축 아파트 35층 일괄제한은 문제”..박춘희 송파구청장 -특검 ‘朴대통령 피의자 전환’ 머뭇..현직 예우해 대면조사 노리나 -안봉근, 헌재 불출석…사유서 제출도 안 해 -접견권 악용…한달에...
화, 2017/02/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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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 사업자인 케이토토(대표 손준철)에 투자했던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올해 안에 투자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월 케이토토의 주주 중 한 곳인 케이비즈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케이비즈 사모펀드)에 60억 원을 투자한 중앙회는 출자 지분을 올해 모두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앙회는 당초 케이비즈 사모펀드 운용사인 트루벤인베스트먼트(대표 구본진, 이하 트루벤)와 106억 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했지만 실제 투자한 금액은 60억 원 가량이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중앙회가 2014년 5월 케이비즈 출자와 사모투자 전문회사 설립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60억 2천만 원이다. 2015년과 지난해에는 펀드 운용사 트루벤에 보수로 각각 1억 5천만 원과 1억 3천만 원을 지급했다.

<표> 중소기업중앙회가 케이비즈 사모펀드에 투자한 내역

투자시점 투자금액(억 원) 비고
2014.5.23 60.2 (주)케이비즈 출자금액 및 사모투자전문회사 설립비용 등
2015.6.26 1.5 운용사 보수
2016.1.14 1.3 운용사 보수

▲ 출처 : 중소기업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케이토토 투자 지분 연내 매각 방침

중앙회는 스포츠토토 투자 건으로 최근까지 아무런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2014년 중앙회가 트루벤으로부터 처음 스포츠토토 사업 제안을 받았을 때 트루벤 측이 밝힌 수익률은 24.2%였다. 그러나 사업 투자가 최종 결정될 당시 기대 수익률은 11.2%로 떨어졌고, 최근까지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 중소기업중앙회가 케이비즈 사모펀드 투자로 거둔 수익률

사업 제안을 받았을 당시 수익률 24.2%
최초 사업투자 결정 당시 기대수익률 11.2%
사업 개시 시점부터 현재까지 연도별 수익률 없음

▲ 출처 : 중소기업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중앙회는 김기문 회장(제이에스티나 회장) 시절 스포츠토토 사업 투자를 결정했는데 사업 초기 부터 논란이 많았다. 투자의 적정성 여부 등을 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감사에서 일부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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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제안 받을 때 수익률 24.2%, 최근까지 수익은 없어

지난해 8월 중소기업청이 공개한 중소기업중앙회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중앙회가 케이비즈 사모펀드에 투자한 경과가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중기청의 감사 결과 내용을 일부 옮기면 다음과 같다.

2014년 1월 중앙회의 A경영기획본부장 및 B팀장이 체육진흥투표권 공모사업에 참여 권유를 받고, 권유 내용을 당시 김기문 중앙회장에게 보고한 이후, 중앙회 관련자는 2014년 1월 C 회장 D 및 E대표이사를 찾아가서 사업전반에 대해 청취했다.

당시 A경영기획본부장은 중앙회 재정이 좋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형편이 아니어서 중앙회 차원의 참여가 곤란하다는 보고를 하였고, 김기문 중앙회장은 투자기회가 좋으니 다른 경로로 참여를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2014년 2월 말에 최종적으로 김기문 중앙회장이 노란우산공제에서 대체투자로 할 것을 지시하였고, A경영기획본부장은 F공제사업단장에게 이러한 결정 사실을 전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중소기업청 감사 결과 보고서 발췌

<중소기업중앙회의 케이비즈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경과>

2014.2 투자제안서 접수
2014.3.25 케이비즈 사모펀드 정관 작성 (투자계약 체결)
2014.3.26 체육진흥투표권 발생사업(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입찰공고(입찰 마감 5.8)
2014.5.13 (주)케이토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14.5.22 노란우산공제 대체투자위원회 서면 결의
2014.5.23 케이비즈 사모펀드에 출자금 납입
2014.7~2015.8 우선협상자 선정 관련 소송 진행, 대법원 결정
2015.7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탁사업 개시

▲ 출처 :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감사 결과 보고서

결국 중앙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 공고 하루 전인 2014년 3월 25일 트루벤인베스트먼트와 케이비즈 정관을 작성했다.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투자계약 체결 2개월 후 뒤늦게 투자위 서면 심의

문제는 중앙회가 소기업·소상공인의 폐업이나 사망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퇴직연금 성격의 사회안전망인 노란우산공제기금을 대체투자위원회의 논의도 거치지않고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당초 투자 약정 금액은 106억 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였다. 이 투자건에 대해 중앙회가 대체투자위원회에 서면 결의한 것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2개월이 지난 2014년 5월 22일로 투자금액을 집행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중소기업청의 감사 내용에 대해 김기문 전 중앙회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비상근이라 결재 권한이 없고, 경영기획본부장이 그런 (투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면 노란우산공제 쪽에 한번 얘기해봐라 이 정도였지 내가 하라 마라 할 이유가 없다”며 “대체투자위원회에서 결론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중앙회 측에 투자 지분을 처분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금, 2017/02/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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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은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한 대가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어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그러나 삼성이 받은 대가는 이것 뿐만이 아니라는 게 박영수 특검의 판단입니다. 특검이 청구한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에는 삼성물산 합병 뿐 아니라 삼성 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과 관련한 혐의도 함께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에도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고 적힌 부분에 “삼성 바이오로직스”라는 이름이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박근혜- 최순실이 어떻게 개입되었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2년 동안 삼성 바이오로직스에 벌어진 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말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말 한마디로 2천9백억 원짜리 자회사를 5조 2천억 짜리로 만들고,계속 영업손실이 나는데도 자산은 오히려 불어난데다,상장 요건까지 완화하는 특혜를 받아 코스피에 상장된 주인공이 바로 삼성 바이오로직스입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이 모든 게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며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코스피 상장 요건을 완화해줬습니다.

만년 적자 회사였던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지금 시가 총액 11조 원짜리 초대형 기업이 됐습니다.뉴스타파는 그 과정에서 벌어진 변칙적인 회계처리와 특혜 상장 의혹을 가상 대화 형식을 통해 쉽게 풀어냈습니다.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말 한마디를 살짝 바꿔 2조 7천억 원을 벌어들인 바이오로직스의 ‘마법’을 훤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뉴스타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 대화에 소환된 인물은 지금 구치소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입니다.

말 한마디로 2.7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마법’

‘뉴스타파 궁금이’님이 이재용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재용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요즘 구치소에서 고생 많으시죠?

만날 특검에서 조사한다고 불러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구치소 밥도 맛없고…ㅜㅠ 근데 나 왜 부른 거야?

아 다른게 아니고.. 삼성 바이오로직스 문제 관련해서 좀 여쭤볼까 싶어서요.

아 그거.. 특검에서 다 얘기했는데..

저희 독자들을 위해서 잠깐만 시간 내주시죠.

에이 안 그래도 구속돼가지고 짜증나 죽겠는데 그거까지 내가 대답해야 되냐?

에이 어차피 지금 할 일도 없으시잖아요. 거두절미하고 물어볼게요. 6년 전에 삼성 바이오 로직스라는 회사 만드셨죠?

그랬지

지금까지 바이오로직스에 1조 2천억 투자하셨더라고요. 주로 삼성전자랑 삼성물산 통해서..

응 우리 삼성이 통크게 투자 좀 했지 ㅎㅎ

그리고 지금까지 바이오로직스 앞으로 된 부채가 3조 2천억 원이고

그치.. 근데 지금 바이오로직스 자산이 얼마인줄 알아? 자그마치 6조원이야. ㅋㅋ

우와

봐. 우리 돈 1조 2천억에 빚내서 투자한 3조 2천억을 합치면 4조 4천억원이잖아.근데 내가 이걸 6조원으로 만든거지.자산을 1조 6천억 원이나 단박에 늘린거라구!

삼성바이오로직스자산

대단하네요!!!

하하하 나보고 무능하다고들 하는데, 이 정도면 사업의 귀재 아님? ㅋㅋ

6년 동안 영업이 잘 돼서 돈을 좀 많이 버셨나봐요..

노노, 영업은 잘 안 됐어. 5년 동안 영업손실 난 게 5천 5백억이나 돼.

삼성바이오로직스영업손실

앗 그럼… 어떻게???

장사가 잘돼서 돈 불리는 건 누구나 다하지.야, 난 특별하잖아.나 ,이재용이야. 장사가 안 돼도 돈을 불리는 비법이 다 있단 말이지… ㅋㅋ

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뭐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뭐 그런 속담 알지? 그거랑 비슷한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잘 들어봐.. 내가 삼성 바이오로직스 밑에 자회사를 하나 만들었거든? 2012년에.

알아요, 바이오에피스잖아요.

2014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 자산이 2천 9백억 정도였는데.. 1년 뒤에 이게 얼마가 됐는지 알아?

글쎄요.. 뭐 많이 늘어봐야 한 3,4천억 원 정도 됐겠죠?

하하 그렇게 통이 작으니까 너희는 안되는 거야. 놀라지마.. 5조 2천억이야. 1년 만에 2천 9백억 짜리를 5조 원으로 만든거야. ㅋㅋ

바이오에피스기업가치

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뭐 신기술이 대박났다든가.. 뭐 그런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사실 별로 한 건 없어. 그냥 말 한마디 한 정도인데.. ㅎㅎ

말 한마디로 2천 9백억 짜리를 5조원으로???

잘 들어봐 ㅋ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우리가 91%, 미국의 바이오젠이라는 애들이 9% 갖고 있거든? 근데 미국애들한테 지분을 49%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이 있어.

바이오에피스기업가치

콜옵션? 그게 뭐죠?

하여튼 무식해가지고. ㅉㅉ 미국애들이 언제든 자기들이 원할 때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 말이야.

아하.. 그러니까 바이오에피스 주가가 올라가거나 회사가치가 높아졌을 때 미국 애들이 지분을 살 수 있다는 거죠? 미리 정해놓은 싼 가격으로?

바이오에피스기업가치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듣는구먼.

근데요?

우리가 딱 보니까 미국애들이 갑자기 콜옵션을 행사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우리는 선언했지. “바이오에피스는 더 이상 우리의 자회사가 아닙니다”라고.. ㅋ

아.. 콜옵션을 행사하면 미국애들 지분이 49%까지 올라가게 되니까?

근데 미국애들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나요? 뭐 공시를 했다거나 아님 공문을 보냈다거나..

아니 아니, 그냥 우리 생각에 콜옵션을 행사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한거야 ㅋ

흠… 뭔가 좀 이상한데.. 근데 그게 왜 중요한 거죠? 자회사건 아니건. 자회사가 아니게 되면 오히려 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더 불리한 것 아닌가요?

하하하 넌 정말 뭘 모르는구나. 여기가 바로 포인트야.

??

자회사가 아니면 회사를 더 이상 장부가치로 평가하지 않아도 되거든.

그게 무슨 소리에요?

봐, 예를 들어서 A라는 회사가 있다고 쳐. 이 회사의 자산, 즉 장부가치 10만 원이고 시가 총액은 100만원이라고 해봐.

네…

그런데 B라는 회사가 A의 지분을 80% 갖고 있어. A는 B의 자회사가 되는 거지. 이 경우에 B의 회계 장부에 A의 지분가치는 얼마로 표시될까? 힌트, 자회사 지분은 장부가치로 표시된다는 거야.

음… A의 장부가치가 10만 원이고 지분은 80%니까 8만원?

자회사지분은장부가치로표시

간만에 하나 맞췄구만 ㅋㅋ 자, 근데 C라는 회사는 A의 지분을 20%만 갖고 있어. 당연히 자회사가 아니겠지. 자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공정가치로 평가해. 이 경우 공정가치는 바로 주가지.

시가총액이 100만 원이니까.. 100곱하기 20%면 20만원?

자회사지분은장부가치로표시

딩동댕! 자 그럼 봐. B는 A의 지분을 80%나 갖고 있는데 8만원 밖에 반영이 안되고, C는 A의 지분을 20%밖에 안 갖고 있는데 20만원이 반영되는 거야.

바이오에피스기업가치

헐.. 자회사냐 아니냐에 따라 지분 가치가 완전히 다르게 평가되는 거네요. 근데 이게 정말이에요?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냐?

저번에 국회 나와서 거짓말 많이 하시던데 ㅋㅋ

아 됐고!

바로 이 점을 이용한 거지. 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라면 장부가치로 평가해서 2천9백억밖에 안되지만, 자회사가 아니게 되면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고 ㅋㅋ

아까 공정가치는 주가라면서요.

글치, 근데 바이오에피스는 상장사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주가가 있을 수가 없지.

그럼 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는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우리가 회계법인을 고용해서 물어봤지. 우리 바이오에피스의 공정 가치가 얼마냐고. 그랬더니 글쎄 5조 2천억 원이라는 거야 ㅋㅋ 대박이지?

헐… 그래도 뭔가 근거가 있을 거 아니에요?

당연하지. 우리가 그렇게 허술하게 일처리 하는 거 봤어? 미래현금흐름이라는 게 있어. 미래에 매출이 얼마 발생할 거다, 이런 걸 예측해서 그걸 현재 회사가치로 환산하는 거지.

아하.. 그럼 바이오에피스가 돈을 잘 버는 회사인가보죠?

노노.지난 2012년에 설립했는데, 그 뒤로 한 번도 영업이익이 난 적이 없어 ㅋ 지금까지 누적 손실이 한 3천2백억 원 정도 돼.

바이오에피스기업가치

아니, 어떻게 그런 회사를 5조 2천억 원으로 평가하죠?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회사거든. 바이오시밀러가 뭔지는 알지?

음.. 다른 회사들이 만든 바이오 신약의 특허가 만료될 때 맞춰서 그것과 똑같은 복제약을 만드는 것 아닌가요?

맞아, 이거 하나 잘 만들면 완전 대박나는 거지. 그러니까 회계법인에서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준 거라고.

그럼 지금까지 뭐 대박이 난 게 있긴 있어요?

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한 5가지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작년부터 유럽에 수출되기 시작했지.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흠…. 그럼 대박이 날지도 안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회계법인은 대박이 난다는 전제로 가치평가를 해준 거군요?

그렇지. 뭐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이제 그게 무슨 상관이야? 벌써 수십배 부풀렸는데 ㅋ

아 물론 미국애들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우리 지분은 51%로 줄어들테니 바이오로직스 장부에 반영된 건 2조 7천억 원 정도야.

바이오에피스최종평가이익

잠깐만요, 제가 바이오젠 감사보고서를 찾아보니까 그 콜옵션 가치가 0원으로 되어 있네요? 아니, 미국애들은 콜옵션이 0원이라고 하는데 그냥 여기서 삼성 혼자 그냥 상상으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면서 말한마디로 2조 7천억을 벌었다는 애기네요.

누가 나보고 마이너스의 손이래! 이정도면 마이더스의 손 아니야? ㅎㅎ

아니, 회계법인이야 어차피 삼성 돈을 받아서 일하는 곳이니까 그렇게 삼성한테 유리하게 해줬다고 치고… 그걸 감리하거나 감독하는 기관도 그냥 넘어갔나요?

한국공인회계사회, 금감원.. 다 문제 없다고 했어 ㅎㅎ

헐… 이해가 안되네요.. 혹시… 최순실??

뭔 소리야. 이건 2015년 말 얘기라고.

2015년 8월에 최순실이 만든 코레스포츠에 220억 지원하기로 계약체결했죠? 그 다음에 정유라 말도 사줬고.

어허.. 관계없다니까. 증거 있냐? 증거 있어?

가만… 지금보니 2016년 3월 안종범 수첩에 ‘삼성 바이오로직스’라고 적혀있네? 빼박캔트네요.

그거 아니라니까. 대통령님이 얼마나 바쁘신데 이런데까지 신경쓰시겠냐?

안종범 수첩 중에서도 ‘대통령 지시사항’에 적혀있는데요?

아 이거 짜증나서 얘기 못하겠네.

이재용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뉴스타파 궁금이’님이 이재용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재용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아 그건 안 물어볼테니까 계속 얘기 좀 해줘요.

진짜.. 내가 특검에서도 그거 자꾸 물어봐서 얼마나 짜증나는데.. 앞으로 그 얘기 또 하면 확 나가버린다.

알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앞으로 조심해. 어쨌든 이렇게 해서 바이오로직스가 자산 6조원짜리가 됐잖아?

그렇죠.

그 다음 단계는 뭐겠어? 바로 상장을 해서 회사 가치를 더 부풀리는 거지.

아…

우리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 미국 나스닥에 가거나 코스닥에 가거나.

근데 미국 나스닥으로 가면, 그 바이오젠이랑 바로 비교가 되지 않겠어요? 똑같은 나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젠은 콜옵션 가치가 0이라고 계산했는데 바이오로직스는 똑같은 걸 수조원이라고 평가했으니.. 말이 나오지 않겠어요?

얼…. 뭘 좀 아네?

코스닥으로 가려고 해도.. 비슷한 사업을 하는 셀트리온이랑 비교가 되지 않겠어요? 셀트리온은 바이오 시밀러를 벌써 상품화해서 팔고 있는데.

그래.. 그래서 우리도 고민을 좀 했어. 코스피로 가는 게 최선인데 코스피에 상장하려면 두가지 요건 중에 하나를 갖춰야 하거든.

네, 매출 천억 이상, 영업 이익 30억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4천억 이상에 매출 2천억 이상이거나. 둘 중 하나의 요건은 갖춰야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었잖아요?

2015이전코스피상장요건

그래.. 그런데 갑자기 한국거래소에서 연락이 온 거야. 매출이랑 이익은 필요없고, 그냥 시가총액이 6천억 이상이고 자본금만 2천억 원 이상이면 상장시켜준다는 거야.

2015이전코스피상장요건

헐… 완전히 삼성 바이오로직스만을 위한 규정이 신설된 거군요?

ㅋㅋㅋㅋ 그래서 얼른 상장 신청을 했지. 그게 작년 (2016년) 11월의 일이야. 뭐, 상장해서 대박이 났어. 공모가 13만 6천원.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은 9조원. 지금은 주가가 더 올라서 시총이 11조 원 정도 돼.

우와.그러면 “바이오에피스는 우리 자회사가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만년 적자였던 회사를 자산 6조원 짜리로 만들고, 거기에다 특혜 상장으로 시총 11조원 짜리 회사가 된 거네요.

바이오에피스

푸하하하 이게 다 공무원 나리들이 도와준 덕분이지.

돈 버는 거 참 쉽지?

저도 한 번 그렇게 해보고 싶네요. 말 한마디로 수조 원을 벌다니.

안될걸? 왜냐면 나는 삼성이고 너희는 아니니까. 푸하하하하

헐… 진짜 짜증나네.

되게 까칠하네. 원래 이 나라는 그런 나라야. 몰랐어?

뉴스타파 궁금이님이 퇴장했습니다.

야, 그렇다고 나가버리냐? 내가 아직 얘기중인데 네가 감히 방을 나가?

야 이 건방진 놈아!!!!

헐….. 요즘도 이런 애들이 있네.

이재용님이 퇴장했습니다.


취재, 구성 : 심인보

웹디자인 : 하난희

화, 2017/02/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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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미우리, 검찰의 SK수사 주목 –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 수사 움직임 상세 보도 – SK와 박근혜 사이 부당거래에 방점 둬 박근혜는 파면 됐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특검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은 삼성에 이어 SK를 수사 선상에 올리는 모양새다. 일본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는 검찰의 SK 수사 움직임을 서울발로 타전했다. 요미우리는 박근혜가 최태원 회장을 ...
토, 2017/03/1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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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네덜란드 법인에 수상한 자금 270억 유입…삼성은 묵묵부답

국제자금세탁 조직이 활용한 은행과 유령회사로부터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Samsung Electronics Overseas B.V.)의 계좌로 수백억 원이 유입된 사실이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조직인 OCCRP 공조취재 결과 확인됐다.

동유럽에 본부를 둔 조직범죄와 부패 전문 탐사보도 기관 OCCRP(영문 풀네임)과 러시아 언론사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 2010년부터 러시아 범죄조직이 해외 유령회사와 동유럽 은행 등을 통해 200억 달러 규모의 검은 돈을 세탁한 사실을 보여주는 은행 거래 데이터를 입수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부터 OCCRP, 영국 가디언 지 등과 함께 이 데이터를 토대로 국제공조 취재를 벌여왔다.

뉴스타파가 이 은행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은 2013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7개월 동안 러시아 범죄조직이 돈세탁을 위해 만든 4개 유령회사로부터 2,400만 달러, 우리돈 27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송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 러시아 유령회사로부터 2400만 달러, 270억 원 송금받음

이 중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의 시티은행 계좌로 1,700만 달러, 2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보낸 시본 리미티드(SEABON LIMITED)는 영국 기업등록, 관리관청인 ‘컴퍼니 하우스’에 사무실 주소가 영국 런런 툴리가 122번지로 등록돼 있으나 뉴스타파 취재진이 현지를 확인한 결과 이 주소지에 시본이라는 회사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본의 2013, 2014년도 재무제표와 세금 신고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이 법인의 자산과 자본금은 단돈 1파운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유령회사로 판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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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본이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에 돈을 보낼 때 이용한 계좌는 몰도바공화국에 있는 몰딘콘(Moldindcon) 은행 계좌로 확인됐다. 이 은행 역시 러시아 자금세탁의 주요 통로로 활용된 은행으로, 현재 몰도바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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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 측에 해당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성격의 거래였는지 여러 차례 물었으나, 담당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연락을 계속 회피했다. 삼성전자 본사 역시 답변을 피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삼성그룹은 과거 해외법인 등을 통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52개 업체에도 유령회사 계좌 통해 700만 달러 유입

한편 뉴스타파는 OCCRP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제 돈세탁 조직이 활용한 유령업체들 명의의 계좌를 통해 국내 여러 기업에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OCCRP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유령업체들이 라트비아의 트라스타 코메르크 방카를 통해 7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M사 등 국내 52개 업체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와 연락이 닿은 업체들은 해당 금융거래 실제로 있었으나, 제품을 수출하고 정상적인 무역 대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환전이나 환율 문제 때문에 현지 수입업체가 제3자를 통해 수출대금을 보냈다는 것이다. 해외 유령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한 기업은 이런 제3자 변제는 일종의 관행이며,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수출대금만 받으면 되고 돈을 보내는 업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OCCRP, 뉴스타파, 가디언 등 32개국 언론사 공동취재

OCCRP, 가디언 등 32개국 언론사들도 그동안 취재한 결과물을 한국시간으로 21일 뉴스타파와 동시에 보도했다. 이번 국제 공조 취재로 확인된 역사상 최대규모의 국제 돈세탁조직은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처럼 수출입 대금 결제 대행 사업도 하면서 세탁한 자금이 의심스러워 보이지 않게 감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직은 시본(SEABON LIMITED) 등 20여개 유령회사를 영국이나 세계 각지 조세도피처에 설립해 208억 달러, 우리 돈 23조 원 가량의 검은 돈을 몰도바, 라트비아를 통해 세탁했고, 이 자금은 다시 96개국 732개 은행, 5140개 기업의 계좌로 빠져나갔다. HSBC, 도이치은행, 중국은행 등 세계적 은행들도 이렇게 세탁된 돈을 의심없이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돈세탁 시스템 ‘론드로맷’

2014년 OCCRP의 추적보도로 일명 ‘러시안 론드로맷(Russian Laundromat)’, 즉 ‘러시아 자금세탁기’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이 자금세탁 시스템은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러시아 등지에서 조성된 약 200억 달러의 ‘검은 돈’을 합법적인 자금으로 둔갑시켜 유럽 등지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조직범죄 집단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조세도피처 유령회사와 동유럽 국가들의 허술한 사법, 금융시스템을 악용한 것이 이 자금세탁 시스템의 특징이다.

‘러시아 자금세탁기’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영국이나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실체가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 A와 B가 있지도 않은 채권-채무 관계를 가장한 후, 또 다른 러시아 회사가 채무를 진 회사인 B의 채무보증을 선다. 이후 B회사가 돈을 못 갚겠다고 선언하면 A회사는 B회사를 상대로 몰도바공화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이들 유령회사 간 채무불이행 소송을 사법시스템이 허술한 몰도바에서 제기하기 위해, 이들은 유령업체와 러시아 회사의 대표자를 몰도바 시민권자 명의로 등록한다.

몰도바 법원은 판결을 통해 채무이행을 명령하고, 보증을 선 러시아 회사가 채권을 가진 것으로 꾸민 유령회사 A에 ‘합법적’인 채무이행을 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꾸며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검은 돈’은 러시아 회사에서 B회사 명의로 개설된 몰도바 은행계좌를 거쳐, A회사 명의로 개설된 라트비아 은행 트라스타 코메르크방카(Trasta Komercbanka)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엄청난 규모의 검은 돈이 정상적인 자금인 것처럼 둔갑했다.

OCCRP의 보도 이후, 몰도바 당국은 채무이행 명령을 내린 판사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러시아 조직범죄 집단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당국은 2015년 11월, ‘러시아 자금세탁기’의 총설계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그리고리예브(Alexander Grigoriev)를 체포했다. 그리고리예브는 500명으로 이루어진 러시아 범죄조직의 수장으로, 최소 460억 달러의 자금을 몰도바나 발트 3국 등을 통해 빼돌린 혐의를 받아 현재 수감된 상태이다. 한편 라트비아 금융당국은 2016년 트라스타 코머르크방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에도 국제 돈세탁 조직이 만든 유령회사로부터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사실이 드러난 이상 금융당국의 진상조사와 함께 불투명한 무역대금 수취 관행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취재 : 김용진, 임보영

촬영 : 장정훈PD(런던), 김남범, 신영철

그래픽 : 정동우

편집 : 정지성, 박서영

화, 2017/03/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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