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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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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7/08/04- 16:52

조기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4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개인 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휴대전화에 회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거부한 KT 노동자에게 내린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그것입니다.

소송을 낸 이는 KT 노동자 이영주 씨입니다. 그는 1995년 통신기술직으로 입사했다가 2014년 명예퇴직을 거부한 이후 CFT(현 업무지원단)에 배치됐습니다. 이 씨는 무선품질 측정 업무를 맡게 됐는데 회사 측은 이 씨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습니다(KT 업무지원단 운영 실태에 대한 내용은 “해고가 쉬워지는 나라, 당신의 의자는 안전할까” 방송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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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앱을 설치할 경우 사측 관리자가 이 씨의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 연락처와 문자 메시지 정보는 물론 현재 위치, 달력일정, 계정과 사진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회사가 맘만 먹는다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씨는 앱 설치를 거부했고 사측은 성실의무 위반과 조직내 질서존중 위반 등의 사유로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씨는 징계 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회사의 업무지시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

소송을 낸 지 1년 7개월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과학기술이 진보하면서 기업의 노동감시 활동이 전자장비와 결합해 확대됨에 따라 노동자의 인격권·사생활 침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서비스 제공자(사용자)가 단말기 정보를 얼마나 수집하고 어디까지 활용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업무 지시보다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씨가 회사측과 불편한 관계를 감내하면서까지 앱 설치를 거부했던 이유는 뭘까요? 힘없는 노동자도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가 있고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은 사람이 사는데 인권은 공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잖아요. 노동자의 인권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이지, 자기 스스로 인권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런데 ‘너희들은 내가 안 보면 일을 안 할 거야‘ 그런 식으로 사람답지 못하게 감시당하고 통제당하고…

이영주 / KT 업무지원단

최근 들어 노동 현장에서 감시 논란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갈수록 첨단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를 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동의 절차도 없이 사무실 출입구에 CCTV를 달아놔도, 업무용 차량에 위치를 추적하는 GPS 장치를 설치해도 사측에 항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측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게 뻔한데다 인사 불이익은 물론 자칫 해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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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에 일하는 A/S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도 취재했습니다. A/S 노동자들은 월별로 평가받은 점수가 미달할 경우 경고장을 받고 이것이 누적되면 반성문 같은 대책서를 써 제출하도록 요구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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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적 평가 항목에는 A/S 기사들의 능력밖의 항목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령 삼성전자 제품 자체의 하자로 인한 고객 불만이나 표준 단가가 이미 정해져 있어 A/S 기사들에게 재량권이 없는 수리비 청구에 대한 불만 사항도 A/S 기사의 책임으로 물리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든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해고될 수도 있다는 각서까지 쓰게 한다고 합니다. 올해 5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팀장과 A/S기사 사이에 오간 대화의 일부입니다.

A/S기사 : 이 이상 더 쓸 게 없습니다.
팀장 : 그럼 뭐 개긴다는 거야? 나는 너랑 같이 일 못한다고 분명히 얘기했어, 그치?
A/S기사 : (고객 불만) 또 뜨면 그만 두겠습니다 이런 거 적어야 돼요? 그렇게 못 해요.
팀장 : 그럼 계속 (고객 불만을) 띄운다는 거 아냐.
A/S기사 : CMI(고객만족) 하나 잘 못하면 내가 그만 둬야 됩니까? 내가 왜 그런 것을(각서) 적습니까?
팀장 : 왜 안 적는데?
A/S기사 : 그렇게 못 적습니다.
팀장 : 노동부에다 신고 할 거 아냐? 그럼 내가 뭘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냐. 부당 노동으로 해고했다고 갖고 오라고 할 거 아냐. 가지고 가야 될 거 아냐?

직장동료 앞에서 자기반성과 복명복창 등 ‘공개적인 망신주기’

실적이 저조한 A/S 기사들은 직장 동료를 앞에서 ‘복명복창’을 해야 합니다.

누적점수를 한 번 봐 볼까요, 이 세 분들, 000씨가 88점 잘 한 건가? 고객이 고장 원인 내역설명을 잘 못 들었다는 얘기야 고객이. 시작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협력업체 팀장

팀장의 ‘시작’과 함께 지적을 받은 서비스 기사 3명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3번 외쳐야 합니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고장 원인 및 수리내역 설명을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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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적 평가가 낮은 이들은 직장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기 반성을 발표해야 합니다. .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해서 (고객이) 깎아달라고 했는데,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게(고객 불만) 5번이 떴거든요. 불만이 떠서 정말 죄송하고요. 앞으로 (불만) 뜨지 않게 신경 써서 잘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제작진은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센터 2곳에서 각각 지난해 1월과 올해 7월 A/S 기사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자기반성과 복명복창 행위가 이뤄졌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게 됩니다. 인권 단체나 노동 단체는 전형적인 ‘공개적인 망신주기’ 행태라며 노동자의 존엄성을 무시한 비인간적 처사라고 말합니다.

노동자로서 존엄 혹은 인권에 대한 존중을 느끼면서 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굴욕감을 줘서 망신을 당하신 분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자기는 저렇게 망신을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것까지 낳게 되거든요.

명숙 /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현장에서 전자 감시와 공개적인 망신주기 등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계가 급한 노동자들은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아 뚜렷한 개선책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노동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촬영 심재엽
글 구성 이조훈
취재 연출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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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기왓집 살인사건”: 페이스북과 대통령 모욕죄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2014년 9월 16일 국무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틀 만에 사이버 명예훼손 대응 전담팀을 만들었다. 그해 10월, 11월 카카오톡(이하 ‘카톡’) 사찰 논란이 터졌고, 많은 이들이 ‘텔레그램’으로 망명했다.

2016년 3월 현재.

필리버스터는 좌절됐고, 테러방지법은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제 사이버 테러방지법이 바로 국회 문 앞에서 대기 중이다.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올해 초 페이스북(이하 ‘페북’)에서 일어난  “파란 기왓집 살인사건”[1]에 관해 한 번 살펴보자.

 

사건 타임라인  

  • 게시물 페북 게시 (2016년 1월 15일): 한 페북 이용자(20대 중반 남성)가 ‘청와대 공격’을 골자로 사제 총기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자는 3일 뒤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게시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박근혜 저까튼년 사지를 찢어 죽일 거다. 내일 파란 기왓집 살인사건 일어나면 접니다. 오늘 거사를 치를 준비가 되었읍니다.”(참고 기사)

청와대

  • 경찰, 협박죄로 혐의 변경 + 압수수색영장 (1월 25일): 경찰은 (검찰을 통해) 혐의를 ‘모욕죄’에서 ‘협박죄’로 변경하고,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참고 기사)
  • 페북, 게시자 IP 전달 (1월 25일~2월 16일 사이): 경찰은 협박죄 혐의로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페이스북 본사에 보내 협조를 요청했고, 페이스북 측은 경찰에 해당 게시물 게시자의 IP를 경찰에 전달했다.
  • 경찰, 게시자 긴급체포 (2월 16일): 페이스북으로부터 게시자 IP 전달받은 경찰은 청주로 수사팀을 급파, 해당 게시물을 올린 ‘ㄱ 씨’ 검거.
  • 경찰, 하루 만에 게시자 석방 (2월 17일): 경찰은 피의자가 1) 전과 없는 대학생이고, 2) 총기 사진은 인터넷에서 구한 것이라는 이유로 하루 만에 피의자를 석방했다. 1개월여에 걸친 ‘체포 작전’의 끝은 허무했다. 경향신문은 “청와대 공격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한때 새누리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참고 기사)

 

‘체포 작전’ 벌일 만큼 위험하고 급박했나 

1. 해당 페북 게시물에 관한 판단 

페이스북에 ‘청와대를 공격’하겠다는 글과 함께 ‘사제 총기’ 사진이 올라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있을 수 있는 가장 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 게시물은 국가원수에 대한 테러 실행 모의인가? 그렇지 않다. 경찰이 직접 밝힌 것처럼 ‘사제 총기’ 사진은 가짜로 판명됐고, 경찰 스스로 테러 모의가 아닌 ‘모욕죄’ 입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테러가 실제로 발행할 가능성(현존 위험)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않는 한 이 사안은 ‘욕설’과 ‘가짜 총기’ 사진이 담긴 ‘모욕죄 가능성’ 있는 게시물이다.

2. 신원 파악 실패와 압수수색영장

우선 경찰(검찰)은 게시물을 올린 게시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특별한 사실관계 변화는 없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을 통해 혐의 내용을 모욕죄에서 협박죄로 변경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언론은 이런 일련의 상황 변화를 ‘게시자 검거를 위한 경찰의 무리수(과잉 충성)’라고 해석(추정)한다. 이 의심은 혐의 내용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3. 페북 본사(미국)의 영장 집행 협조 

다시 확인하자. 이 사안은 테러의 실질적인 가능성이 없는 ‘모욕죄’ 사안이다. 이를 확인해 준 건 다름 아닌 경찰이다. 하지만 모욕죄의 용의자 신원을 확보하지도 못한 채,새로운 사실관계가 추가됨이 없이 혐의 사실은 모욕죄보다 그 죄질과 처벌 수위가 한 단계 높은 ‘협박죄’로 바뀌었고,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내줬다.

그리고 경찰은 페북 본사에 용의자 신원정보을 확인하기 위해 IP(인터넷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왜냐하면 한국에는 페이스북 서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리고 페북은 이 요청에 협조했다. 페북 측에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 사건 영장에 협조한 바 있는가”라고 페북 측에 묻자, 담당자는 “법률팀에서 사안을 검토해 협조할 만한 사인이라고 판단하면 협조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런 영장 협조는 한국이 최초이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며, 각국의 영장 협조 사실에 관한 통계를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다”고 말했다. 페북의 영장 협조에 관해 좀 더 살펴보자.

 

‘페북’만 수사기관에 협조하나? 아니다 

각설하고, 우선 페북 정부 요청 보고서를 보자.

페이스북, '정부 요청 보고서' 페이지 https://govtrequests.facebook.com/

페이스북, ‘정부 요청 보고서’ 페이지

페이스북의 정부 요청 보고서(2015년 상반기)

구체적으로 2015년 상반기(1월~6월) 한국 정부가 페이스북 측에 요청한 개인정보 처리 결과는 아래와 같다.

페이스북, 2015년 상반기 '대한민국'에 관한 정보 요청 보고서 https://govtrequests.facebook.com/country/South%20Korea/2015-H1/

페이스북, 2015년 상반기 ‘대한민국’에 관한 정보 요청 보고서

구글이나 애플은 어떨까? 결론을 미리 말하면, 그 절차와 처리 기준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구글과 애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즉, 구글과 애플도 한국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등 형사 절차 협조 요청에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협조하고 있다.

 

애플의 투명성 보고서(2015년 상반기)애플 투명성 보고서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2015 상반기) 

구글 투명성 보고서, 2015년 상반기 국가별 '개인정보 요청' 통계 중 일부 발췌 https://www.google.com/transparencyreport/userdatarequests/countries/

구글 투명성 보고서, 2015년 상반기 국가별 ‘개인정보 요청’ 통계 중 일부 발췌

 

페북 애플 구글의 ‘수사 협조 현황’ 

2015년 상반기 동안 페북, 애플, 구글에 대한민국 정부가 개인정보를 요청한 건 수와 각 기업이 이 요청에 협조한 비율은 다음과 같다.

  • 페북: 총요청 수 25, 사용자/계정 요청 수 24, 제공 비율 28%
  • 애플: 총요청 수 17, 사용자/계정 요청 수 57, 제공 비율 41%
  • 구글: 총요청 수 306, 사용자/계정 요청 수 3417, 제공 비율 36%

계정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정부가 구글에 요청한 개인정보(3,417건)가 압도적으로 높고, 각 기업이 정보를 제공 비율로 보면, 애플 > 구글 > 페북 순이다.

페북 애플 구글

주의할 점은 페북과 구글 그리고 애플은 그 서비스의 성질과 특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어떤 기업이 더 한국 정부에 협조적이라거나 또는 그 반대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사 모두 한국 정부의 수사 협조 요청에 각자의 기준으로 대응(협조)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대통령 죽이겠다는데 그럼 가만히 있나?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는 일정한 조건에서 제한될 수 있다. 일률적으로 무조건 압수수색영장 협조를 거부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조건 협조하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설득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건을 구체적이고, 다각도에서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끌어내는 관점과 철학이다.

이 사건은 본질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테러나 살해 모의가 아니라 ‘모욕’이 문제된 사안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는 경찰이 직접 확인해 준 바이며, 또 달리 판단할만한 새로운 사실도 없다.

오픈넷 성명서 중 일부를 인용해보자.

특히 페이스북은 최근 우리나라가 대통령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제기한 여러 명예훼손 민형사소송 때문에 프리덤하우스의 연례조사에서 OECD국가들 중에서 드물게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오픈넷, 페이스북의 “대통령 모욕죄” 영장 협조에 우려한다. 중에서

내 보기에 오픈넷 성명서에서 주목해야 하는 문구는 둘이다. 하나는 “대통령의 평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국가기관이 제기한”.

박 대통령 자신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고, 검찰은 그 ‘시그널’을 바로 접수했다. 둘의 ‘호흡’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국민도 있을 수 있다. ‘감히 어떻게 대통령에게’라고 생각하는 국민, 분명히 많을 거다. 그분들 생각, 나는 진심으로 존중한다. 다만, 그 국민 중에서 나는 빼주시라.

 

글로 만든 폭력과 몰상식의 해법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위험천만한 테러를 직접 실행하겠다는 글을 페북에 썼다. 이런 폭력적 행위와 몰상식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손쉽게 국가의 공권력에 기대어 이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국가는 공적 폭력(복수)을 독점하고, 대리한다. 그래서 그 공권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말과 글로 만들어진 ‘폭력’과 ‘몰상식’은 우선은 말과 글로 풀어야 마땅하다. 경찰이 긴급체포조를 투입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체포조 투입이 상식이 되면 우리의 ‘아가리’도 봉인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다. 욕을 해도 칭찬을 해도 우리가 한다. 대통령 욕하라고 권장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욕 안 먹는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없는 곳에선 나라님도 욕한다’는 속담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괜히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고 시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한 게 아니다.

 

‘대통령 모욕죄’라는 퇴물 – 박경신 교수 일문일답  

박경신 고려대 교수(오픈넷 이사, 사진)에게 이번 사건의 의미를 물었다. 박 교수는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역외 영장에까지 협조하면서 국제적 기준에서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의 인권 침해적 법률 집행을 도와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하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오픈넷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성명서를 냈다.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뭔가.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은 놀랍다.

한국인이 외국 서버를 쓰는 서비스를 통해 저지르는 범죄를 수사할 때마다 경찰과 검찰은 국내접속자 IP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예를 들어, 소라넷의 성폭행 선동글에 대한 수사) 그런데 이 사건은 단 21일말에 뚝딱 해치웠다.

– 21일이 “뚝딱”이라고 할 만큼 짧은가? 

그렇다. 통상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려면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 제대로 된 절차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범죄수사를 위한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그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공직자 즉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영장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판사가 아무 나라 판사라도 괜찮겠는가?

예를 들어, 다음카카오 서버에 있는 정보를 압수수색하는데 서인도제도의 생소한 나라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면 충분한가? 아닐 것이다. 바로 이 원칙을 세우기 위해 만든 게 ‘믈랫’(MLAT; 형사사법공조조약)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도 체결돼 있다. 즉, 국내 정보를 압수수색하려면 국내 영장이 있어야 하고, 외국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국내 영장 발부를 위해 상호협조한다는 게 ‘믈랫’의 취지이다.

– 믈랫(MLAT)? 

페북, 구글, 애플에 영장을 집행하려면 ‘믈랫’ 절차를 밟아 미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역으로 한국에 서버가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미국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믈랫’ 절차가 미국 기준으로 영장을 발부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부될 때도 잦다.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보통 검경이 해외 서버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파란 기왓집” 건은 통상 1년 걸렸을 절차가 ‘초고속으로’ 21일 만에 영장이 집행됐다.

– 왜 그랬을까?

페북이 ‘믈랫’ 절차를 통한 미국 법원의 영장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 그럼 페북의 영장 협조는 위법한가. 

제공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미국 통신비밀보호법은 특이하게도 한국 통비법과는 다르게 IP주소나 통신자 신원 등 통신의 내용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사업자들이 외국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반드시 제공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 사업자가 사안의 경중을 가려 제공하기도 하고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 이번 사건의 “빠른 진행이 놀랍다”고 한 건 그런 맥락인가. 

그렇다. 성폭행 선동글 수사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IP 제공이 안 이루어지다가 이번에는 이렇게 빨리 이루어진 것이 눈에 밟힌다.

– 페북의 영장 협조를 비판했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나. 

페북, 애플, 구글이 집행하는 여러 역외 영장 중 페북이 집행한 한 개에 관해 우연히 전후 사정이 밝혀져 이번에 의견을 낼 수 있었지만, 나머지 케이스에 관해서는 그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알 수 없어 전반적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잘하고 있고 본다.

MS 마이크로소프트

-MS는 잘하고 있다? 

MS는 현재 미국 정부와 소송 중이다. 미국 검찰이 아일랜드 서버에 있는 미국 이용자의 정보를 영장 들고 와서 달라고 하니까, MS 측은 이렇게 대응했다:

‘아일랜드에 가서 형사사법공조조약 절차를 밟아라.’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자세는 높게 평가할 하다. 하지만 역으로 미국 검찰이 자국민(미국인)을 수사하는데 아일랜드까지 가야 하나, 이런 반박도 있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논의가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그것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현재 법 체계는 그렇게 돼 있다. 적어도 법 제도를 엄격하게, 특히 이용자의 권익을 고려해 적용한다는 점에서 MS의 대응은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나 프라이버시가 항상 우선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프라이버시는 물론 절대적이지 않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형사사법공조조약 절차를 따르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이 큰 테러나 현재 발생한 납치범 수사 등여러 긴급한 사안이 있을 때는 프라이버시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법원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일반 상식으로 개별 사안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난구조를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페북 게시물 사건은 긴급한 테러나 재난이 아니다. 우선 모욕죄 자체가, 페북이 스스로 따르겠다고 약속한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하는, 폐지되어야 할 범죄 아닌가. 물론 협박죄로 죄목을 바꿨지만, 애초에 모욕죄 수사였다는 것을 경찰 스스로 언론에 밝힌 상태였다.

그런 사안에 대해 경찰이 영장 집행을 요구할 때는 욕설과 비난의 대상이 대표적 공인인 대통령이었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 ‘모욕죄’야말로 ‘국가원수모독죄’와 같이 퇴물 취급받아야 구시대의 유물 아닌가.

표현의 자유 검열

 

[1] 맞춤법상 표기는 ‘기왓집’이 아니라 ‘기와집’이 맞지만, 이 사건의 대상인 게시물의 표기를 따라 ‘기왓집’으로 표기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3.31.)

 

목, 2016/03/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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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통과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카드 뉴스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발표일자: 
2015/12/28
Cyberterror1 0

나머지 보기

월, 2015/12/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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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년 전 할머니가 남긴 목소리

<뉴스타파 목격자들> 제작진은 18년 전 촬영한 8mm 테이프 하나를 다시 꺼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테이프의 존재도 잊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한일 양국 간의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테이프를 찾았습니다.

▲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8mm로 촬영했는데, 故 김학순 할머니의 생전 마지막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국내 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하셨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제기하지 못했던 ‘위안부’ 문제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공론화 됐습니다.

2) 1997년 7월, 상계동 임대아파트

18년 전, 1997년 7월, 그날은 무척 무더웠습니다. 제작진은 서울 상계동 임대아파트에서 김학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지병으로 늘 누워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단정하게 차려 입으시고 꼿꼿하게 앉아 취재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촬영은 현재 뉴스타파 목격자들 제작에 참여중인 박정남 PD가 맡았습니다.)

▲ 1997년 7월, 제작진은 김학순 할머니의 자택에서 인터뷰 했다. 할머니는 5개월 뒤 지병인 폐질환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 1997년 7월, 제작진은 김학순 할머니의 자택에서 인터뷰 했다. 할머니는 5개월 뒤 지병인 폐질환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우리 죽으면 우리 죽은 뒤, 나 죽은 뒤에는 말해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싶은 생각에 내가 이제 나이가 이만치나 먹고 제일 무서운 것은 일본사람들이 사람 죽이는 거, 제일 그걸 내가 떨었거든. 언제나 하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끌려가서도 봤지만도 사람 죽이는 걸 너무 많이 봤고 그렇기 때문에 젊어서는 사실 무서워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어)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인터뷰는 1시간 20분 동안 진행했습니다. 더 시간을 내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할머니의 건강문제로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어떻게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가 됐고, 어떤 수모와 고초를 겪었는지, 그리고 수치스러웠지만,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증언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우리 정부에, 일본 정부에 무엇을 바라는지 말씀하셨습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혀요. 그 어마어마한 군인들이 강제로 달려들 때는 정말 기가 막혀서 하도 입술을 깨물고 도망을 가려고 뿌리치고 도망을 나오다가 붙잡혀서 끌어가면 당하면서도 어떻게 기가 막하고 가슴 아프고 말이 안 나와. 그때 생각을 안해야지 하면 내 마음이 아주 그냥 더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그때 생각을 하면…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김학순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1924년 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후 어렵게 살다가 16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가 됐습니다. 일본군이 운영하던 수용시설에서 온갖 능욕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 끔찍했던 고통은 평생 커다란 멍울이 됐습니다.

16살 난 것을 딱 끌어다 가서 그 군대에다가 일본 군대에 넣어서 그렇게 참 강제로 그 모양을 해서 사람 이 꼴 만들어서 평생을 이렇게 혼자 살면서 참말로 남 안 보는 데에서 밤 날 눈물로 세상을 살게 하니 정말로 그 분을, 그 화를 어떻게 해야 풀지를 모르겠어. 아주.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생각할수록 아주… 생각할수록 분하고 원통하고 죽겠어. 아주 그냥 아주. 정말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주 펄펄 뛰다가 내가 죽겠어 그래서 더 이렇게 이렇게 되는가 봐 숨을 제대로 못 쉬고 그러는가 봐, 호흡곤란이…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 생전 김 할머니는 거북이를 키웠는데, “내가 오래 사나 ‘네’(거북이)가 오래사나”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 생전 김 할머니는 거북이를 키웠는데, “내가 오래 사나 ‘네’(거북이)가 오래사나”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생전 김학순 할머니는 집안에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거북이를 보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거북이)가 오래 사나, 내가 오래 사나. 한번 해보자”, 그렇게 “110살이든 120살 까지든 살아서 내 귀로 직접 일본 정부와 일왕의 사과를 듣겠다”던 김학순 할머니는 인터뷰 후 5개월이 지난 1997년 12월 겨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날의 인터뷰가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되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 생전에도 일본 정부는 민간 기금 지원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돈 몇 푼 줘서 그 일을 이제 무마하게 하려고. 이제 나라에서 우리는 사죄를 하고 이제 배상을 해라. 이렇게 되고 있고 사죄는 거기에서 할 수가 없다는 징조로 나오면서 하는 소리가 이제 배상도, 정당한 배상을 할 수가 없으니까 얼마만큼 위로금으로 모금해서 일본에서 여성단체들이 모금을 해서 200만 엔인가 얼만가 일본 돈으로 200만 엔인가 얼마인가 위로금을 준다. 우스키 게이코가 그런 소리를 하는데 우리는 절대 그런 그럴 수는 없다. 그건 ‘천만에’다 말이야 위로금이라니 왜 우리가 위로금을 받아? 뭐 했다고 위로금을, 천만에 그럴 수는 없다 정정당당하게 사죄하고 배상해라.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日王(일왕) 으로부터 직접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겠다.”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 왕 (인터뷰 당시 김학순 할머니는 천황이 아닌 일왕이라고 표현했습니다.)으로부터 범죄 사실을 상세히 고백받고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반드시 일왕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힘줘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법에 따라 배상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역사교육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병마와 힘겹게 싸우면서도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 수치는 둘째 문제야. 둘째 문제 억울한 생각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어 전 세계에서 지금 가만히 생각해봐. 세상에 일본에서 전쟁을 한다고 해서 자기네는 전쟁이 아니고 무슨 아시아 여러 나라를 위해서 했다고 독립을 시켜서 했다고 이런 소리를 하지만 말답지 않은 소리를 말이지 그것이 말이 닿는 소리야? 일본이 전쟁을 했기 때문에 이런 피해 본 나라가 한 두 나라야? 아시아에 이 여러 나라가 피해를 봤는데 그렇다면 자기네가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고 이렇다 할 사죄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야. 원체 인간이라면 난 다른 사람 다 필요 없어 일본의 저이는 천황이라 하지만 난 일왕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 일본 왕이니까 일왕이라고 하지 일왕한테 그때 일은 자기네가 잘못했다 전쟁 시작한 것은 잘못했다만 그건 반드시 사죄해야 된다 생각해 다른 사람도 필요 없어 일본에 다른 사람도 다 필요 없어 일본의 일왕이 사죄를 해야지 다른 사람이 무슨 소용 있어. 그렇잖아.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 김학순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지 18년 만에 소녀상 옆 석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 김학순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지 18년 만에 소녀상 옆 석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끝내 소원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학순 할머니가 떠나신 지 18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태도는 그때 보다 더 나아졌을까요? 우리 정부는 할머니가 ‘사과’를 받으실 수 있도록 충분한 노력을 해 왔을까요?

어쨌든 내가, 어쨌든 끝나기 전에는 내가 안 죽는다 110살까지도 살란다. 120살까지도 살란다 지금 그러고 악을 쓰고 있잖아 그냥 내 직접 내 눈으로, 내 귀로 (사과를) 들어야 하겠다고.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3) 2016년 1월, 소녀상을 지키는 젊은이들

▲ 영하 15도가 넘는 한파에도 청년 학생들이 20일 넘게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키면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 영하 15도가 넘는 한파에도 청년 학생들이 20일 넘게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키면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올 겨울 들어 가장 차가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는 소녀상을 지키려는 청년들의 노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20일이 넘었습니다. 보온병이 얼고, 이가 시리는 추위가 계속되는데도 침낭과 비닐에 의존해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잠을 자기에 날이 춥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여학생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는 고작 20일이지만, 할머니들은 20년을 계속해서 싸워오셨잖아요.


자료제공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진제공 : 안해룡, 이토 다카시
취재작가 : 이우리, 박은현
글 구성 : 정재홍
연출 : 박정남

화, 2016/01/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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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는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애플과 미국 수사기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수사 기관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가진 아이폰을 잠금 해제해달라고 명령하고 애플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이 공방과 관련해 알려진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동부지원의 셰리 핌 판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5년 12월 미국 샌버나디노 장애인시설 총기 난사 용의자의 아이폰[1]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이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은 명령 반대 메시지를 담아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공개하며 반대하고 있다. 2016년 2월 25일 결정 취소 청구를 했으며 3월 22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애플은 청구 취소 절차 외에도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뉴욕 마약거래상의 아이폰

FBI와 마약단속국(DEA)은 마약 거래상의 아이폰[2]을 압수했지만 잠금 해제를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플에 잠금 해제를 우회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2016년 2월 29일 뉴욕의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오렌스틴 행정판사는 FBI와 DEA의 협조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로서의 애플의 거부

많은 사람이 이를 두고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국가안보가 부딪히는 사례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건 프라이버시보다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코딩(프로그래밍)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지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플에 아이폰 1대를 위한 운영체제를 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금고회사에 금고를 여는 키를 만들어달라는 것과는 다르다. 운영체제 개발은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금고의 열쇠를 새로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알리바바에게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

표현의 자유

피카소에게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 제작이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증언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이라는 ‘공론의 장에서의 진실추구’라는 공익이 ‘증인의 말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에게 사건을 분석하고 의견을 말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코딩이 연설, 작곡, 조각, 회화 또는 저술과 같은 행위인가 아니면 닫힌 금고를 열어주거나 법정에서 자신이 이미 아는 사실을 말하는 정도의 행위인가?

만약, 전자라면[3] 절대로 애플에 강제되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정부의 공익이 아무리 지대해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코딩이나 운영체제 개발과 같은 창조적 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같은 걸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프로그래머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애플에 ‘부탁’해야지 애플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 애플의 거부는 일종의 ‘프로그래머 윤리 선언’으로 칭찬받아야 한다.

 

FBI가 애플에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측면을 보지 않고 프라이버시 측면만 본다면 애플의 입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 범죄수사에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기능을 하는 영장주의의 요건을 훨씬 충족하고 남는다. 여기에 ‘미래의 테러방지’라는 중요한 공익도 있다.

아이폰 1대 운영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그 코드가 유출되거나 기억될 수 있다는 논리도 애플이 이미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 즉, 지금도 애플은 지금도 백도어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만들지 않고 있을 뿐이다.

테러범이 이용한 아이폰(5C)의 운영체제에는 암호를 여러 번 틀리면 점점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다시 입력할 수 있는 기능과 사용자 설정에 따라 더 많은 횟수를 틀리면 아이폰 내의 정보가 몽땅 삭제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아이폰 1분간 잠금 예시

FBI는 애플에 이와 같은 기능이 없는 운영체제(iOS 10)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두 가지 기능이 빠진 iOS’로 아이폰을 업데이트한 후 무차별 공격(brute force)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잠금 해제 암호를 직접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때 iOS 업데이트를 하려면 애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 애플이 업데이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은 이렇다:

‘애초에 왜 애플이 잠금 해제 없이도 iOS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FBI의 요청에 대해 애플은 그냥 ‘불가능하다’고 답하면 그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만약 애플이 iOS 업데이트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암호보호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켰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이후 버전의 아이폰에는 보안 엔클레이브(Security Enclave)라는 프로세서[4]가 있어서 어떤 종류의 iOS가 업데이트되더라도 암호를 풀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즉 새 버전의 아이폰은 이용자가 암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정보는 영원히 폰 안에 잠기게 되어 지금과 같은 공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래머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애플이 실제로 고객 프라이버시만을 생각했다면 왜 예전 버전에서는 이용자 동의 없이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설계했을까? 고객이 암호를 잃어버렸을 때 그 안의 중요한 정보를 빼주기 위해서? 그런 목적이었을 리는 없다. 애플은 이미 용의자의 클라우드 계정에 있는 정보를 FBI에게 넘겨줬다.

만약 고객의 중요 정보를 빼낼 목적이었다면 FBI가 요청한 업데이트도 안 해줄 명분이 없다. 애플이 클라우드 정보는 제공하면서 아이폰 내의 정보 취득을 돕지 않는 이유는 고객의 프라이버시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기기의 보안기준은 사회규범을 통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프로그래머들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고 전 세계 시민단체 중에 누구도 애플에 왜 보안 엔클레이브를 미리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한 적이 없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럴 수 있다면 모든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애플 스토어

즉, 아이폰을 완전히 침투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침투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자유를 이미 애플의 프로그래머들이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iOS 10 하나만 만들어도 그 코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협조를 거부하기에 충분한 반론이 아니다.

결국, 더 강한 반론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코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논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특히 ‘나쁜 선례를 만든다’는 주장도 그 선례가 이용자 협조 없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선례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선례임을 이해할 때 의미를 얻는다. 혹자는 프로그래밍(코딩)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 동일시하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규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원칙적으로 이런 견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애플의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FBI가 마약범죄 수사에서 애플에 백도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기각된 건을 살펴보자. 이 건에서의 핵심 논리는 “수사대상 범죄에 관여하지도 않은 사기업에 그 수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사는 특히 애플의 부담을 논하면서“애플이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보안이 지켜지는가는 애플의 매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되려고 열망하는가에도 영향을 준다”[5]고 논하는 대목에서는 코드에 영혼을 담는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참고로 이 결정을 내린 제임스 오렌스틴 판사는 오랫동안 친(親)프라이버시 결정을 내려온 판사다. 임기제 판사[6]라서 연방판사[7]보다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압수수색, 감청, 통신사실확인과 관련해서는 임기제 판사들이 결정을 많이 내리기 때문에 다른 임기제 판사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

[1] 아이폰 5C

[2] 아이폰 5

[3] 참고로 나는 비개발자다.

[4] 보안 엔클레이브는 애플 A7 이상 버전의 A 시리즈 프로세서에 내장된 보조 프로세서. 애플 문서를 따르면 응용 프로그램 프로세서와는 별개인 자체 보안 부팅과 개인화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사용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 키 관리를 위한 모든 암호화 작업을 제공하며 커널이 손상된 경우에도 데이터 보호의 무결성을 유지한다.

[5] It is entirely appropriate to take into account the extent to which the compromise of privacy and data security that Apple promises its customers affects not only its financial bottom line, but also its decisions about the kind of corporation it aspires to be.

[6] magistrate

[7] district judge. 종신제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3.14.)

월, 2016/03/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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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301_01

늘 고되면서도 또한 사소롭지 않았고,
공직의 소방대원인 우리에게는 그 모든 노동이
각자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밥벌이인 동시에
인명에게 다가가는 임무를 지닌 자로서의 사명이었다.
– 오영환 소방관

가장 위급한 순간, 사람들은 보통 119를 누른다. 화재진압, 교통사고 등 긴급 구조 등 늘 위험 속으로 소방 공무원들은 뛰어든다.

재난 현장은 전쟁터입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할지라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최주 소방위

그러나 이들이 감내해야 할 몸과 마음의 상처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그들의 헌신의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업무상 사고를 당했지만 치료비를 걱정하는 소방관들

지난 8월 광주광역시 서부소방서 소속 노석훈 소방장이 전신주에 붙어있는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119 신고를 바고 출동했다가 2만 2천 볼트 고압선에 감전돼 화상을 입었다. 그는 왼쪽 손목을 잃고 오른 팔에도 4도 이상의 큰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노 소방장은 그 날, 자신이 전신주에 오른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아니면 다른 동료가 올라갔을 테고, 더 나쁜 결과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 노석훈 소방장

사고 당시 언론은 ‘윤장현 광주광역시시장과 한전병원의 긴급작전으로 노 소방관을 살렸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광주시장도, 한전병원도 해결해줄 수 없는 치료비 문제가 남았다. 아내 이민정 씨는 “소방공무원이 공무를 집행하다 사고를 당했으니, 간병만 신경쓰면 된 줄 알았다”고 말한다.

▲ 지난 8월 사고 이후 노석훈 소방장은 크고 작은 수술만 10회 이상 진행했고, 현재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 지난 8월 사고 이후 노석훈 소방장은 크고 작은 수술만 10회 이상 진행했고, 현재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지난달까지 노 소방장이 자비로 부담한 치료비만 2천만 원이 넘는다. 치료와 재활을 얼마나 더 해야하는지 기약이 없으니 그가 내야하는 치료비가 얼마가 될지 역시 알 수 없다. 화상 치료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재와 치료보조재, 약제가 개발되는데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상특수요양비 지급기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의수 비용이다. 절단된 손을 대신할 의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노 소방장이 제작의뢰한 의수는 3천8백만 원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의 ‘재활보조기구 지급기준’에 따르면 의수 구입비용으로 지급되는 돈은 550만 원이 전부다.

550만 원으로는 손 모양만 흉내낸 ‘미관용 의수’ 만 가능하다. 아내 이민정 씨는 손을 구부릴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이 있는 의수를 선택했다. 어느 날 갑자기 팔목을 잃어버린 남편에게 최소한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아득한 건 어쩔 수 없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지급 기준은 2007년 개정됐다. 2015년 지급 신청을 하는 노 소방장에게는 낡은 기준으로 보인다.

업무중 사고위험성은 크지만, 제대로 인정 못받아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이 만난 다른 소방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환자를 옮기다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치료를 받았던 최주 소방위는 공상 신청을 했지만 ‘퇴행성 질환인 디스크는 공무와 인과관계 요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전국의 소방관 8천2백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가운데 39%가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진단 시기는 대부분 ‘소방관이 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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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비인두암 4기 판정을 받은 금성웅 소방장도 걱정이 많다. 비인두는 코 뒷부분과 목의 위쪽에 있는 호흡기의 관문이다. 크고 작은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해 온 지 20년 째. 금 소방장은 호흡기 질환인 비인두암과 자신이 20년 동안 노출돼 온 유독 가스 등에 상관관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원은 폐암과 소방공무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 지난 3년 간 부상을 당한 120명의 소방관 중 공상 처리된 소방관은 단 21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화재 진압 중 화상을 당해도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정도로 소방관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 지난 3년 간 부상을 당한 120명의 소방관 중 공상 처리된 소방관은 단 21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화재 진압 중 화상을 당해도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정도로 소방관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만성적인 장비 부족,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소방관하면 흔히 화재 진압을 떠올리지만, 이들의 업무는 훨씬 광범위하다. 응급환자 이송, 문 개방, 벌집처리 등을 요구 등 광범위하다. 119전화가 서울 지역에서만 12초에 한번 꼴로 울린다.

넘쳐나는 출동건수에 인원과 장비는 늘 부족하다. 실제 대한민국 소방대원 한 사람은 평균 1340여명 국민의 안전을 담당한다. 미국과 프랑스가 1000여 명. 일본과 홍콩은 800여 명 수준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인력 부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출동에 필요한 직제상의 정원이라는 게 있는데, 지역별로 직제 상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요.
–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인력 부족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목격자들 제작진은 한 개 군 전체를 관할 지역으로 하는 소도시 규모의 중심소방서를 찾았다. 겉보기에는 화재나 구조 구급시 필요한 소방 장비는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특수 차량을 움직일 대원이 부족했다. 대형 소방차량을 혼자 몰고 나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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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력 충원이 어려운 걸까? 소방관 99%가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이른바 ‘총액인건비제’에 따라 전체 공무원 숫자가 묶여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작 그 업무로 인해 그들의 생명이 위협 받았을 때,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게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현실이다.


취재작가 이우리
글 구성 김근라
연출 김한구

월, 2015/11/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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