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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블랙리스트 1심 판결 깊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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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블랙리스트 1심 판결 깊은 유감

익명 (미확인) | 금, 2017/07/28- 14:58

블랙리스트 1심 판결 깊은 유감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훼손과 직권남용 및 실제적 강요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양형,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어

 

어제 (7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정치적 반대 문화 예술인들을 국가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을 주도한 핵심인물인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에 징역3년을 선고했고, 김기춘 전실장과 함께 협의, 실천했던 김종률 전교문수석, 김종덕 전문체부 장관 등 관련자들도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조윤선 전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것만 유죄로 인정되고 블랙리스트 관련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블랙리스트는 헌법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국가의 중립성 의무를 심대하게 훼손하여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든 사건이다. 국민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전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중대 범죄혐의 중 하나다. 이번 판결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재판부가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판결이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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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국가의 자원 지급을 차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표현활동에서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인정하였다. 이로써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의 공정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었고 그로 인한 피해 정도를 쉽사리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김기춘 전실장에 예술위 책임심의위 선정,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 영화 관련 지원 배제 도서관련 지원배제 등에서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지 않고 가장 정점에서 지시, 실행 계획을 승인한 범죄의 본질적 기여자로 인정하면서도  3년을 선고한 것은 범죄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에 비해 국민 눈높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 양형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특히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비서관 등에게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거나 승인했다고 보기 어려워 관여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윤전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재임할 때 정무수석실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조 전 장관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관련자 한 두 명이 그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이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지시를 내리고, 청와대 각 수석들이 문체부에 이를 하달하면 문체부 공무원들 등 관련 기관에서 집행하는 구조였다. 청와대 내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된 작업에 대해서 조 전 장관이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몰랐다는 변명을 수긍하기 어렵다. 최소한 조전 장관은 관련 부서의 책임자로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암묵적 승인 내지 동조한 것으로 보는 것이 국민 일반의 상식이다.

 

또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의 사직서 제출을 지시한 부분을 직권남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쟁점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적 이익을 공고히 하고 정치적 비판 입장을 억누르기 위해 국가공무원을 동원하여 비판세력을  국가의 자원배분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켰다는 것이 본질이다. 대통령이 가지는 상징적 실체적 권한이 막중한 만큼 책임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일일이 배제명단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으로 지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이 사건의 정점에는 박근혜 전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특검이 항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증거를 보강하고 공소유지 활동에 최선을 다하여  관련자들이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심 재판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부분을 제대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적어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직권남용 사건과 다르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사적 이익을 취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한덩어리인 이번 사건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배제하기 위해  국가공무원제도와 국가의 자원 배분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만으로도 중한 처벌이 필요한데, 이 블랙리스트는 장시간 계획되고 실행되었고 그로 인해 문화예술계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다시는 누구도 이런 헌법파괴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역할은 범죄에 대한 적정한 처벌을 판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차의 범죄에 대한 예방의 역할도 있다. 이번 1심 판결이 유감인 이유다. 

 

논평 [원문/다운로드]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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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거래의 진실 전시

 

전시자료

무기 거래의 진실

2017. 10. 21(토), 서울 ADEX 전시장 앞

 

10/21(토), ADEX 전시장인 성남 서울공항 앞에서 진행되는 퍼블릭데이 캠페인에서 <무기 거래의 진실> 전시가 펼쳐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7 아덱스 저항행동 stopadex.org

 

전시자료 [원본보기 / 다운로드]

 

토, 2017/10/2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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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포럼]

참여연대-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 소득보장을 중심으로"

 

6회 문재인 케어, 속도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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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한국 사회는 탈산업화와 저출산고령화 등 민주화 담론 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신사회위험이 등장하고 있으며, 지구화, 탈산업화 시대 및 인구문제 시대의 민주화 담론이 필요한 상황임.

 

이에 복합적인 현실에서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 소득보장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공동기획 포럼을 진행하고자 함. 

 

1차 포럼 :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2차 포럼 :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주요쟁점과 과제

3차 포럼 : 기초생활보장과 현금급여,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한다

4차 포럼 : 사회서비스진흥원, 공공성 강화인가 후퇴인가

5차 포럼 : 저출산, 인구 문제가 아니다

 

일 시  2018.05.11.(금) 16:00 ~ 17:30

장 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B1)

 

사 회  남찬섭(동아대학교)

발 제  김   윤(서울대학교)

토 론  정형준(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기태(숭실대학교)

금, 2018/05/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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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조석래·조현준·조현문 등 ㈜효성 사내이사들 업무상배임 혐의 고발

적자·자본잠식을 지속하고 있는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신주 대부분을 인수하게 하여 효성에게는 손해를 끼치고, 반면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주주로서 개인(조현준 등)은 전량 실권하는 자기모순적 행태도 보여

 

고발 접수 현장 사진

 

1. 취지와 목적

  • 오늘(7/27),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조석래, 조현준, 조현문 등 ㈜효성(이하 ‘효성’)의 사내이사 5명에 대해 재정상태가 어려워 인수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할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효성으로 하여금 갤럭시아포토닉스(주)(이하 ‘갤럭시아포토닉스’)가 유상증자한 신주의 대부분을 2010년, 2011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인수하게 함으로써 효성에 손해를 끼친 행위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함. 
  • 효성과 갤럭시아포토닉스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효성’의 소속회사이며, 갤럭시아포토닉스는 2012년 이후에도 지속된 효성의 거듭된 지원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영업적자로 인해 재무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2017년 4월 25일 이사회를 열어 2017년 7월 1일부로 발행주식 전량을 무상감자하고 효성에 대한 채무액 57억만큼은 유상증자하여 효성으로부터 출자전환 받기로 한 후 2017년 7월 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정함. 

 

2. 주요 내용

1)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재정상태

  • 계속된 LED업계의 불황으로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영업손실은 2009년도 약 21억 원, 2010년도 약 191억 원, 2011년도 약 170억 원에 이르렀음. 
  •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재정상태도 계속해서 악화되었는데, 2010년도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150억 원 초과(유동자산 약 93억 원, 유동부채 약 243억 원, 유동비율 38.3%, 자본잠식률 79.2%)하고, 2011년도 역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137억 원 초과(유동자산 약 92억 원, 유동부채 약 228억 원, 유동비율 40%, 자본잠식률 94.2%)함. 

2)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유상증자와 효성의 신주인수

  • 갤럭시아포토닉스는 계속해서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되었고, 이에 2010년 3000만 주, 2011년 4040만 주, 2012년 4599만 주의 신주를 발행함.
  • 효성은 2010년 9월 20일 이사회에서 약 2900만 주(약 145억 원), 2011년 5월 18일 이사회에서 약 3966만 주(약 198.3억 원), 2012년 4월 27일 이사회에서 약 4028만 주(약 201.4억 원) 등 갤럭시아포토닉스가 발행한 신주 대부분의 인수를 결정함. 

3) 효성에게 갤럭시아포토닉스 신주를 인수하도록 한 이사회 결정의 문제점

 

① 개인적 이해관계의 존재 여부 : 자기거래적 요소 존재

  • 대법원(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에 의하면 배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가 없어야’ 하므로 의사결정에 과정에서 ‘개인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함. 
  • 2010년과 2012년 기준으로 효성의 사내이사 중 조현준, 조현문 등은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었으며, 2011년 말 기준 효성의 주요주주인 조현준, 조현상은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주요주주였음.  
  • 효성과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내이사와 주주가 서로 동일인인 것은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유상증자 참여에 있어 일방에게는 유리하고 타방에게는 불리한 ‘쌍방대리의 자기거래적 요소’가 존재하며, 대법원이 판시한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즉 효성 및 그 사내이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고 갤럭시아포토닉스와 그 사내이사와 주주에게 이익을 주고자하는 여지가 매우 짙음. 

② 회사의 최선의 이익의 도모 여부 : 대리행위와 반대로 자신은 실권함

  • 대법원에 의하면 배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경영자가 ‘선의에 기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의사결정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정직한 믿음이 있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함.  
  • 조현준, 조현문은 효성의 사내이사로서 효성의 대리행위를 함에 있어 2010년과 2011년 효성으로 하여금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신주를 인수하게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에 대해서 전량 실권하여 효성의 이사회에서 한 대리행위와 반대방향으로 행동함. 
  • 조현준의 경우,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유상증자한 주식 대부분을 효성이 인수하게 하여, 효성의 갤럭시아포토닉스에 대한 지분율을 45.7%에서 81.03%까지 높이고, 정작 자신은 갤럭시아포토닉스에 의해 배정된 모든 주식을 실권하여 자신의 지분율을 23.2%에서 9.85%로 낮춤. 
  • 이와 같이 조현준 등은 효성에게는 막대한 투자를 하게 하는 의사결정(대리행위)을 하는 한편, 정작 개인으로서의 자신은 아무런 출자를 하지 않고 배정된 신주를 전량 실권하는 의사결정(본인행위)을 함. 
  • 이러한 조현준 등의 대리행위와 본인행위 사이에 이율배반적이며 자기모순적인 행태에 비추어 이들이 효성에게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신주를 인수하도록 한 것은 ‘선의에 의하여’한 행동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또한 효성에게는 손해를 끼치고 갤럭시아포토닉스 및 자신들이 이익을 취한 것으로 판단됨. 

③ 가능한 정보의 충분한 수집 여부 : ‘계속기업 존속능력 유의적 의문’

  • 대법원에 의하면 배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경영자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였어야’ 하므로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이용하였는지 살펴보아야 함. 
  • 2010년 9월 20일 이사회에서의 의사 결정 당시, 조현준·조현문 등은 효성의 사내이사임과 동시에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내이사이므로 갤럭시아포토닉스의 내부적인 경영정보는 충분히 수집이 가능했음. 
  • 2011년 5월 18일 이사회에서의 의사 결정 당시, 이미 2010년 9월 24일 효성의 약 145억 원에 달하는 주식납입대금에도 불구하고 갤럭시아포토닉스 재정상태의 개선은커녕 2010년보다 더 많은 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효성의 사내이사들이 이와 같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했다면, 갤럭시아포토닉스에 대한 지원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임. 
  • 게다가 2012년 4월 27일 이사회에서의 의사 결정 이전 발행된 갤럭시아포토닉스의 2011년도 감사보고서에 회계법인은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유의적 의문’의견을 제출함(2012년, 2013년 감사보고서에도 같은 의견). 
  • 또한 2010년 감사보고서의 ‘재무상태표’만 보더라도 유동비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유동성은 이미 위험한 수준이었고, ‘손익계산서’만 보더라도 매출이 증가할수록 영업손실이 확대되는 매우 기이한 구조였음이 확인되기 때문에, 효성의 사내이사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정보들만이라도 수집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했다면, 회계법인의 의견이 제시된 2011년도 감사보고서 제출 이전부터 갤럭시아포토닉스에 대한 무모한 지원과 출자는 할 수 없었을 것임. 
  • 효성의 사내이사 중 조현준, 조현문 등은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내이사들로서 감사보고서에 기재되기 이전에 내부적인 경영정보는커녕 갤럭시아포토닉스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필요한 분석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고, 효성의 다른 사내이사들 역시 경영자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이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따라서 이들의 결정은 효성에게 손해를 끼치고 갤럭시아포토닉스 및 조현준, 조현문 등에게 이익을 취하게 한 것으로 보임. 

 

4) 결론

  • 효성의 사내이사들이 2010년 9월 20일, 2011년 5월 18일, 2012년 4월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갤럭시아포토닉스의 각각의 유상증자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은 갤럭시아포토닉스에 이익을 효성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고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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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7/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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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헌법 절차는 끝이 났다. 시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부가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로 그 목적을 상실했다는 판결이 났고, 위임된 주권은 해지되었다. 다수 시민의 의견과 입법부의 판단 그리고 사법부의 결정이 일치했다는 점에서, 결정의 정당성은 확고해 보인다.

탄핵에 반대했던 쪽에서는 서운하겠지만, 필자는 이 모든 과정이 불가피했고 우리가 처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빠른 탄핵 결정이 ‘현실적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결정은 내려졌고, 이제 우리가 돌아봐야 할 일은 이로 인해 향후 한국 민주주의가 안게 될 여러 문제들에 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탄핵에 반대했던 다수가 나이든 시민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이라는 사실만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도 없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감내해야 했고, 가난 속에서 급격한 산업화의 고된 과정을 겪어내야 했지만, 그 뒤 이어진 민주화와 세계화에서도 그들은 왜 늘 열패자의 위치에 있는 걸까. 태극기 집회의 그 험한 말과 행동에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뭔가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도저히 ‘체제의 수혜자’라고는 볼 수 없는 집회 참여자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번 탄핵 결정이 우리의 나이든 세대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에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청년 문제는 진보가, 노인 문제는 보수가 서로 배타적인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고, 그것이 낳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나라’라는 언어의 분열도 주목할 문제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나라는 민족주의의 언어였다. 그런데 촛불집회에서 이 말은 민주주의의 언어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게 나라냐!”에서 시작해 “우리가 만들 나라”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나라는 ‘동화의 나라’나 ‘신의 나라’ 등의 용례에서 보듯, 좋은 의미로만 사용되는 특별한 정치 용어다. 자기 삶의 평가적 준거가 되는 ‘최선 국가(best polity)’이자 우리가 살고 싶은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를 뜻한다. 향후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민주 사회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딱딱한 정책적 용어나 기술 관료적 접근을 제어하는 효과를 가졌다는 점에서, 필자는 나라라는 관념이 민주주의의 언어가 된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 뒤 태극기 집회에서 등장한 ‘나라’ 관념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이 나라를 우리가 어떻게 지켰는데”라며 “종북 좌파에 나라를 뺏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군복과 성조기는 그 상징이었는데, 이쯤에 이르러서 민족주의와도 상치되고 또 민주주의를 거부할 수도 있는 새로운 나라 관념이 제기됐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행동주의가 등장한다면 그때 그것은 이런 나라 개념에 순교자론이 결합된 내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필자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관에 몹시 불만이 많다. 그는 좌파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웠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의 역사관으로 국민의식을 개조하고자 했다. 의회와 정당을 적폐의 온상으로 여겼기에 통치 기간 내내 적대했고, 집권 세력 안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서슴없이 배신자로 공격했다. 그로 인해 민주 정치는 망가졌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태극기 집회는 그런 ‘좌파 정권 적폐 청산론’에 매달린 시대착오적 대중 동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좌파 정권의 적폐에 맞서 싸우다 패배한 순교자로 호명할 때마다 두렵다. 같은 이유에서 야당이 다른 종류의 적폐 청산론을 앞세우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방법으로도 경제를 더 잘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박정희의 경제 발전 신화’를 넘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듯이, 다른 종류의 적폐 청산론을 불러들이기보다는 우리가 정부를 맡으면 민주주의에 합당한 방법으로도 더 잘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음을 말하는 야당이 되었으면 한다. 탄핵이 야당에도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데, 그 길은 보수적 적폐를 척결하겠다는 결의를 과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보수보다 나은 진보 혹은 공동체의 발전에 더 잘 기여할 수 있는 진보가 되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314/83309285/1#csidx441a0416351f65ca775938a74f2da3e

화, 2017/03/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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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사방이 소란하다. 벌써부터 어떤 단체들은 지난 정부가 결정하거나 행한 정책들의 시행을 막기 위해 집회를 열고,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다급한 현안이 조금이라도 더 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반영되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누군가는 조사를 요구하고 누군가는 입법을 요구하고 또 누군가는 이제 갓 일주일 된 정부에 공약을 지키라고 벌써부터 닦달이다.

 

이런 소란함이 불편한가? 두 가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그렇다’는 답이 들려온다. 한 방향의 대답은 이른바 ‘너무 많은 민주주의’가 가져올 사회 혼란에 대한 우려다.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너도나도 자기 할 말만 하면 사회가 무질서와 혼란에 빠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니 선장이 이끄는 대로 질서정연하게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집권 정부는 이러한 사회 혼란을 방치하거나 부추기면 안 되고 공권력을 엄정히 세워 질서를 추구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그렇다. 우리 사회는 조용한 민주주의, 질서 잡힌 민주주의, 지도자와 여론 주도층이 이끄는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너무도 오랫동안 들어왔고 친숙하기까지 하다.

 

또 다른 방향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새 정부가 잘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서 들려온다. 이제 일주일 된 정부에게 해도 너무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금방이라도 천지개벽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온갖 요구를 해대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다. 새 정부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사회적 요구들이 등장하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소 성급해 보이는 이익집단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요구가 혹시라도 새 정부의 반대파들한테 빌미를 줄까 걱정하며 마음을 졸인다.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이전에 한 명의 대통령을 안타깝게 잃었다. 그의 죽음 이후 많은 이들은 ‘지못미’의 부채를 짊어졌고, 5월9일 새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여기저기서 그런 비운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절실한 다짐들이 있었음을 안다.

 

그런데 그사이 우리 민주주의도 나이를 먹었고, 우리 사회는 지난가을 이래 닥친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낸 경험을 쌓았다.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절실함을 간직하면서도 정치공동체의 어려움을 함께 넘어선 값진 기억을 공유했다. 광장에서 우리는 평소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동료 시민들의 다양한 절규들을 마주했고, 다소 불편하거나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인내하며 서로를 북돋워주었다. 광장의 소란함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듯이 그렇게 일상의 소란함도 인내할 여유를 가져보자.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거리로 나서거나 마이크를 잡는 이들이, 새 대통령을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해 줄 메시아나 슈퍼맨쯤으로 여겨서 그런 것은 아닐 터다. 누군가는 너무 절실해서, 누군가는 기다림에 지쳐서, 또 누군가는 이 정부에서조차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릴까 봐 두려워서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닐까.

 

새 정부를 위험하게 하는 건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아닐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 가만히 있도록 강요받았던 정치, 이해당사자들이 자기 요구를 하면 집단이기주의가 되고 불온한 이념에 선동당한 어리석은 대중으로 매도되었던 그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것이다. 누구든 필요하면 언제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런 정도의 소란함은 일상의 여유로 받아넘겨 줄 수 있는 사회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난한 설득의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민주정치가 자리잡아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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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95153.html?_fr=mt5#csidx81408cf0e8a128aba41bca494dd8c3e

목, 2017/05/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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