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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적폐추적① 박근혜법이 양산한 세습왕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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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적폐추적① 박근혜법이 양산한 세습왕국들

익명 (미확인) | 금, 2017/07/21- 02:07

수많은 적폐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될 부분이 ‘교육 적폐’다. 교육적폐 중의 적폐는 ‘사학적폐’. 우리나라 대학 85%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비리를 해결해야 교육개혁 가능하다.

류석준 영산대 해직교수/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과제 중 하나로 사학비리를 꼽았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 가운데 85%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뉴스타파는 교육개혁 시리즈의 첫번째로 친인척이 장기간 운영하는 사립대학, 이른바 ‘족벌사학’의 행태를 취재했다.

영산대, 20년 째 부부 운영…대학 교비로 총장-이사장 부부 집을 ‘관사’로 매입

경남 양산시에 있는 영산대학교. 이 대학 부구욱 총장은 부모로부터 대학을 물려받아 2001년부터 17년째 영산대 총장을 지내고 있다. 올해 5선 연임이 돼 2021년까지 총장직을 수행한다. 영산대 재단 이사장 노찬용 씨는 부 총장의 배우자다. 노찬용 이사장은 1997년 학교법인이 설립된 이후 이사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계속 이사장을 맡고 있다. 총장 부부가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대학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 17년 째 총장(5선)을 하고 있는 부구욱 영산대학교 총장

▲ 17년 째 총장(5선)을 하고 있는 부구욱 영산대학교 총장

영산대는 2008년 교비 4억 5000만원을 들여 부산 금정동의 아파트를 총장 관사로 구입했다. 총장의 집이 학교에서 너무 멀어 관사가 필요한 경우 교비로 관사를 매입할 수 있다. 하지만 부 총장은 2001년부터 총장이었고, 부산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갑자기 2008년 관사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총장 관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봤다. 영산대 학교법인인 성심학원에 아파트를 판 사람은 노찬용 씨. 즉 부구욱 총장의 배우자이자 재단 이사장이다. 그런데 이들은 2005년부터 지금의 관사, 이사장 명의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던 집을 관사로 학교에 매도했고, 그 이후에도 쭉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다.

문제는 매매 가격. 영산대가 매입한 관사의 가격은 4억 5000만원(49평). 하지만 당시 실거래가를 확인해 본 결과 비슷한 시기에 팔린 같은 평수의 아파트는 3억 3500만원이었다. 또 다른 아파트도 3억원 안팎이었다. 총장-이사장 부부는 학교에 아파트를 팔면서 1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재단 이사회에선 이같은 관사매입 안건을 만장일치로 이 의결했다. 당시 이사회를 보면 부 총장의 모친인 박용숙 씨가 이사장이었고, 부인과 동생이 이사, 같은 재단의 고교 교장도 이사였다. 8명의 이사진 중 4명이 부 총장 측근인 셈이다.

▲ 영산대 이사회는 대부분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절반 이상이 총장의 측근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 영산대 이사회는 대부분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절반 이상이 총장의 측근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54조3의 3항에 따르면, 이사장과 친인척관계에 있는 사람은 학교의 장을 할 수 없다. 다만 단서조항이 있는데, 이사회 2/3의 동의를 얻고,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단서조항이 없었는데,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등 야당의 거센 반발로 사학법이 재개정 됐고, 단서조항이 붙었다.

뉴스타파가 최근 4년간 열린 영산대 이사회 회의록 12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총 50건의 안건 가운데 49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1건은 부구욱 총장 연임 건으로 자신이 찬반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사회가 모든 사안을 100% 만장일치로 의결한 셈이다. 이사장과 총장의 정책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 영산대학교 이사회 회의록

▲ 영산대학교 이사회 회의록

영산대 이사회는 수십억의 교비가 들어가는 일도 기계처럼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교비는 학생 등록금이 주 재원이다. 학생 교육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되는 돈이다. 영산대는 2005년 부산 부암동에 같은 재단 산하 고등학교 부지를 매입하는 데 영산대 교비 약 30억원을 썼다.

영산대는 “고등학교를 이전한 자리에 대학 캠퍼스를 확장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대학 교비로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법인재산이나 고등학교 교비로 고교 이전 부지를 매입하고, 개발된 뒤 다시 대학 교비로 기존의 고교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부암동 부지를 매입한 시점은 2005년 9월8일. 이사회에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안건을 올린 건 2005년 9월 29일. 이미 땅을 매입해놓고 사후에 요식행위로 이사회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건도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하지만 이후 사업은 무산됐다. 교육용 부지에 3년간 제공되는 면세혜택도 사라졌다. 12년째 땅은 방치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도 모두 영산대 교비로 지출하고 있다.

영산대는 2009년 울산에 교비 53억원을 들여 또 땅을 샀다. 영산대 관련 부서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후 울산 부지 개발도 흐지부지 무산됐다. 이 땅에 지금까지 교비로 들어간 세금만 5억 원이 넘는다. 울산 땅에 총 60억 원. 학생 1700명의 한 학기 등록금이 낭비됐다.

▲ 영산대 곳곳에서 낡은 시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영산대 곳곳에서 낡은 시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산대는 이렇게 수십억 원의 교비를 허투루 쓰면서 정작 학생들을 위한 교육 투자에는 인색했다. 대학알리미를 통해 최근 3년간 영산대의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율, 법인전입금 비율 등을 살펴보니 모두 평균 이하였다. 반면 예산을 쓰지 않고 이월한 이월금 비율은 상당히 높았다. 최근 3년간(2014~2016년)전국 대학 이월금 평균은 4%, 영산대는 8.7%로 두배 이상 높았다. 이월금 비율이 낮을 수록 예산계획을 제대로 세워 학생들에게 투자했다는 뜻이다.

영산대에서 만난 한 신입생은 “나름 낭만을 가지고 대학에 왔는데 고등학교 시설보다 못 하다”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운동장은 흙바닥에 곳곳이 부서져있다. 등록금을 어디에 쓰는지, 오랜 기간이 지나도 고쳐주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영산대는 올해 대학의 재정악화를 이유로 교직원들에게 5%씩 기부금을 걷었다. 부구욱 총장의 연봉은 2012년 기준 1억 7000만원 , 전국 대학 총장 평균 연봉인 1억5000만 원 보다 많다.

▲ 영산대의 각종 교육지표는 평균보다 떨어진다.

▲ 영산대의 각종 교육지표는 평균보다 떨어진다.

학교 비판하던 교수들 ‘해고’…쓴소리 할 수 없는 대학

이런 상황이지만 영산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부 총장 부부가 장악한 대학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총장과 학교를 비판했던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2명은 지난해 6월과 9월 각각 해직됐다.

▲ 영산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류석준 교수(좌)와 김진환 교수

▲ 영산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류석준 교수(좌)와 김진환 교수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류석준 법률학과 교수의 해직 사유는 강의계획서에 점(.)만 찍는 등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이유였다. 류 교수는 “부구욱 총장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영어강의계획서 작성 방침에 저항하는 의미로 점만 찍어 제출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그러나 “교원업적평가 기준에 강의계획서는 0.5점에 불과한 낮은 배점이기 때문에 재임용탈락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류 교수의 업적평가 점수는 기본점수 1500점을 700점 이상 상회했다. 대학측은 “류 교수가 교원의 최소한의 자질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업적평가 점수와 무관하게 재임용 탈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교가 부당하게 재임용 탈락을 결정했다며 류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교협 공동대표였던 김진환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부구욱 총장이 교수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학내 인트라넷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해임됐다. 김 교수는 “도저히 총장으로서 할 수 없는 말을 했기에 왜 그런 말을 했느냐 질의했는데 답이 없었다. 이는 학내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문제라 생각해 공론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부 총장은 교수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도 고백을 하면은 제가 법관으로 있을 때, 그 때 초년 판사 시절이었어요. 정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거의 요정이나 룸에 갔어. 아주 혼났어. 그런데 이게 그 당시 법관들 사이에서는 돈은 안 받아도 술은 얻어 마실 수 있다는 관념이 있었어요. 그래서 술 산다고 하면 되는 줄로 생각했는데, 그런데 사실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전부 뇌물이에요.

부구욱 영산대 총장 / 2016.6.28

부 총장은 1981년부터 20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으며, 1992년에는 이른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2심의 배심 판사였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강기훈 씨의 무죄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를 채택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강기훈 씨는 24년만인 2015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부 총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발언은 강의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해 재임용 탈락한 류 교수의 사례를 비유하기 위해 한 말”이라며 “자신이 선배를 따라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간 일화를 말한 것으로, 당시는 법관들 사이에서 그게 관행이었지만 지금 시점으로 보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강의계획서를 성의없이 작성하는 것도 예전은 관행일지 몰라도 지금은 큰 문제다. 재임용탈락 사유가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 ‘교비횡령’ 혐의 유죄 판결 받고도 3선 연임

대학 교비로 써야할 기부금 50억원을 자신의 사돈회사인 TV조선에 투자하고, 객관적인 평가없이 자신에게 스스로 ‘셀프 포상금’ 1억원을 지급한 총장. 총장과 이사장 부부가 출장을 가면서 출장비 3700만원을 초과 지급하고, 총장이 주주이며 총장 부인인 이사장이 대표로 있던 사실상 총장 부부의 개인사업체 공사비를 교비로 사용한 총장. 수원대학교 이인수 총장의 이야기다.

▲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교비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총장 3선 연임에 성공했다.

▲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교비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총장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 총장은 올해 1월 교비횡령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4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원대 재단 이사회는 올해 3월 만장일치로 이 총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임이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인수 총장이 그동안 총장으로 재직하며 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점, 또한…제2 창학을 선포하는 등 뼈를 깎는 혁신의 자세를 높이 평가하여 제9대 총장으로 연임하는 것을 제의한다.

2017.3.17/수원대 이사회 회의록

수원대 이사회 8명 중 4명은 이인수 총장 측근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장은 이 총장 부친의 지인, 이인수 총장 부부가 이사로 들어가 있다. 다른 이사 1명은 총장의 대학 동문이다. 2007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이 총장의 부인은 2014년 이사회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등기부등본을 보면 올해 2월 퇴임 등기를 마쳤다. 사립학교법 상 친인척 임명 제한 조항을 피하기 위해 이사장직에서 급히 물러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대학 교무부처장은 이 총장의 처남이 맡고 있다.

이인수 총장 부부가 10년간 대학을 운영하는 동안 수원대의 각종 교육지표는 곤두박질 쳤다. 지난 3년 연속 대학구조개혁평가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전국대학 하위 15%에 해당하는 평가다. 수원대 학생들은 2013년 대학 최초로 등록금 환불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까지 승소했다.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승소한 주된 이유는 대학등록금을 제대로 학생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과도하게 적립했다는 것.

당시 소송을 진행했던 채종국(수원대 연극영화학부 졸업) 씨는 “전국 4위 규모로 적립금(3,400억)을 쌓으면서 학생들 실험실습비, 시설 등에는 돈을 안 썼다. 재판 과정에서 이 총장이 교비 일부를 자신의 이발비, 병원비 등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승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교비 뿐만이 아니다. 수원대는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등 총 33건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이중 상당부분이 이인수 총장과 직접 연관돼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인수 총장은 과거 교육부 지적사항을 모두 이행했을까.

수원대는 뉴스타파에 교육부 감사결과를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지만, 뉴스타파가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33가지중 2건은 이행중, 1건은 미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이행한 1건은 수원대와 같은 재단 산하 수원과학대 교비로 이인수 총장이 주주로 있는 라비돌 리조트 보강공사를 한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은 2개월 내로 이행해야하는데, 3년이 넘도록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수원대는 학생 정원감축 등 행정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사회가 이인수 총장의 3선 연임을 의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진은 이사장을 만나 이인수 총장 연임을 의결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이창홍 수원대 이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일생동안 수원대 이사로 있으면서 수원대 발전을 가장 원하는 사람이 이인수 총장님이라고 평소에 생각을 해요. 우리 수원대가, D등급을 받아 마땅한 대학인가 의문이 있어요. 공정한 평가를 다시 받고 싶어요.
기자 / (이 총장의)어떤 업적을 크게 평가하시나요?
적립금을 많이 모은 것도 큰 공로 중의 하나에요.

이창홍 수원대 이사장

수원대 학내 구성원들은 이인수 총장 연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 총장의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2014년 해직됐다가 소송 끝에 3년 만에 복직된 이재익 교수는 “대학이 대학다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교수협의회 활동을 하고 투쟁도 했지만 바뀐 게 없더라”며 “더이상 자신이 학내에서 제대로 연구나 교육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렵게 복직한 학교에 결국 사표를 냈다.

이재익 교수와 함께 해직됐던 장경욱 교수도 지난해 복직했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경비가 내 동선을 보고한다. 내가 학교에 왔는지 안 왔는지 강의실까지 들어와서 확인한 적도 있다. 대학에서 감시당하고 교수사회에서 고립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014년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폭로했다 해직됐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6명 중 현재 4명(2명 정년퇴임, 2명 현직)은 복직했고, 2명은 아직도 소송 중이다.

재학생들은 이인수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도 학내에 대놓고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원대 재학생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굴을 내고 인터뷰하고 싶지만, 얼굴이 나가면 나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질 지 모른다. 총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면 20분 만에 떼어지고, 학교에 찍힐까봐 학내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도 없다. 수원대는 그런 곳이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다. 학교가 D등급을 받고,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연임하는 총장은 대학 내에서 신과 다름없다. 학교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바뀌지도 않는 총장. 절대 불가침영역이다.

수원대 학생 인터뷰 중에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사립대학 67%…허울 뿐인 사립학교법 친인척 규제조항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립대학 법인 284개 가운데 191개, 67%에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사립대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6곳(55%)은 부모로부터 대학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이른바 2대 세습 대학. 20곳(7%)은 3대째 세습해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다.(2016년7월 기준)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가 조사한 22개 이른바 분규사학(재단이나 총장 등의 비리의혹이 제기돼 구성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학)중 16곳이 2대 이상 세습해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었다. 친인척이 장기간 운영하는 사립대학에선 다른 대학보다 사학비리 등 갈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 분규사학 22개 가운데 2대 이상 세습 운영되고 있는 대학은 16개이다. (자료: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 분규사학 22개 가운데 2대 이상 세습 운영되고 있는 대학은 16개이다. (자료: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학법을 개정해 이사장, 총장의 친인척 공동운영에 제한을 뒀다. 사립학교법 54조3의 제3항(임명의제한)이다. 사학법인의 이사장과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총장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사학법이 사학재단에 견제장치 두는 방향으로 개정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였고, 결국 사학법은 2007년 재개정됐다. 그리고 54조3의제3항에는 단서가 붙었다. 이사회 2/3의 동의를 얻고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이사장의 가족이나 친인척도 총장에 임명될 수 있다.

▲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여 사학법을 개정했다.

▲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여 사학법을 개정했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4년간 교육부의 이사장, 총장 친인척 임명 승인 현황을 확인한 결과, 19개 대학이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했고, 모두 승인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내분규나 소요가 있어서 대학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심사 대상이 실형을 받는 등 결격사유가 있지 않으면 모두 승인된다”고 말했다.

연번

대학명

승인 년도

승인 사유

1

건신대학원대학교

2014

사립학교법 제54조의3 제3항에 해당

2

용인대학교

2014

상동

3

가야대학교

2014

상동

4

남서울대학교

2014

상동

5

신라대학교

2014

상동

6

호남대학교

2014

상동

7

성산효대학원대학교

2015

상동

8

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2015

상동

9

동서대학교

2015

상동

10

부산외국어대학교

2015

상동

11

강남대학교

2015

상동

12

경동대학교

2015

상동

14

추계예술대학교

2015

상동

15

단국대학교

2016

상동

16

남부대학교

2016

상동

17

창신대학교

2016

상동

18

서원대학교

2016

상동

19

영산대학교

2016

상동

▲ 최근 4년간 이사장, 총장 친인척 임명 승인 현황(자료 : 교육부)

세습왕국이 된 사학, “핵심은 사립학교법 개정”

그러나 교육부가 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를 맡고 있는 류석준 교수(영산대 해직 교수)는 “사립학교법에 이사장의 친인척 총장 임명 제한 조항을 둔 것은, 친인척이 (이사장과 총장) 둘다 맡으면 학교운영을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친인척을 임명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친인척 임명을 허용하라는 게 단서조항인데, 교육부는 거꾸로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모두 허용하고 있다. 사학을 감시해야할 교육부의 교묘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결국 사학비리 등 사학 내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선 현행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그리고 이제 그의 배우자까지 총장을 할 수 있도록 한 단서조항은 개정돼야 한다”며 “또한 사학법 제21조에 따르면, 이사회 전체의 친인척 비율 제한이 4분의 1 수준인데 공익법인처럼 5분의 1 수준으로 제한비율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사회 뿐만 아니라 학교 내 회계책임자 등 중책에도 친인척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취재 : 홍여진
촬영 : 신영철
편집 : 박서영, 이선영
출판 : 임종헌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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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8/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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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강원도 철원 육군 5군단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추진체가 폭발해 장병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년 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K-9 자주포 시험 발사 중에도 동일한 폭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ADD가 K-9 자주포의 결함과 폭발사고 재발 가능성을 알고도 면밀한 사고원인 조사 없이 각급 부대에 배치해 훈련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K-9 자주포

▲ K-9 자주포

기종과 생산연도 같은 동일 기종에서 다시 폭발 사고 발생

2년 전 K-9 자주포 추진체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곳은 ADD가 운영하는 제8본부 안흥시험장이다. 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8월 13일 오후 3시경 K-9 자주포 시험 발사 중 추진체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용된 K-9 자주포의 주포 및 추진체는 이번에 폭발을 일으킨 기종과 생산연도가 같은 동일 기종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K-9 자주포 사업에 직접 관여했던 한 군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이 군 관계자는 “2015년 폭발 사고가 폐쇄기 작동 등 K-9 자주포 자체 결함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문제가 된 장비 및 추진체는 각급 부대에 배치된 이후 단 한 차례도 회수 및 점검 시험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 안 됐는데도 금요일 사고 이후 또 시험 발사 의혹

뉴스타파가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군은 지난주 금요일 폭발 사고 이후에도 K-9 자주포 시험 발사를 계속했다. 이에 대해 ADD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지난 21일 육군은 이번에 발생한 폭발 사고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발표하며 “자주포 폐쇄기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와 화염이 자주포 내부로 새어 나왔다”며 “폐쇄기 부품 중 하나인 ‘밀폐링’ 변형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명확한 사고 원인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2015년 8월의 K-9 자주포 폭발 사고 원인과 조사 결과, 그리고 사후 조치 내용 등을 군 당국에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취재 : 한상진, 오대양

화, 2017/08/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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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감됐다. 법무부는 "김 전 실장의 건강상태와 과거 협심증...
화, 2017/08/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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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오랜 시간동안 국민이 아닌 권력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다.

경찰 노조 만들어서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하는 경찰 만들자.

감찰기능을 민간에 넘겨서 시민들에게 통제받자.

경찰 개혁과 관련해 다소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진솔한 과거 반성과 혁신적 개혁 방안은, 놀랍게도 시민단체나 경찰에 비판적인 그룹이 아닌 현직 경찰관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한국 경찰 역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경찰 개혁 관련 전국 경찰 토론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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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전에선 ‘시민과 경찰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전국 경찰 대토론회’가 열렸다. 경찰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띠앙이 주최한 이 행사엔 전국의 현직 경찰관과 행정관, 주무관 등 130여 명이 모였다. 폴네띠앙 회장 류근창 경위는 “경찰개혁위원회로부터 경찰 개혁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수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일선 경찰관 등 130여 명 참석해 인권 경찰, 민주적 통제 방안 등 토론

토론회 시작 전, 폴네띠앙 관계자는 현직 경찰관들이 얼마나 참석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오후 1시 토론회가 시작될 무렵엔 미리 마련한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몰려왔고, 의자를 추가로 가져와 앉아야 할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회는 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선 인권경찰 실현방안으로 경찰노조의 설립, 2부는 시민 중심 치안업무를 위한 인력재배치 필요성, 3부에선 경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이 논의됐다.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온 양영진 경정은 1부 발제를 통해 “인권경찰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경찰노조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경찰의 3가지 장애물로 경찰 내부에서 경찰관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반인권적 내부문화,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막는 실적 경쟁주의, 그리고 장시간 야간 교대근무에서 비롯되는 열악한 노동여건을 꼽았다. 양 경정은 “노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노조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노조 설립해서 시민인권침해하는 부당 지휘에 항거하자”

전북 완주경찰서 모두성 경위는 “지휘부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지휘방침에 경찰개혁을 내맡길 수 없다”며 “노조가 있어야 모든 개혁과제를 유지할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당장 몇 명이라도 좋으니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연구회나 토론회를 만들어서 노조 설립을 진행하자”, “경찰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지휘에 항거하려면 저항할 수 있는 내부적인 체계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노조다” 등 경찰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지지하는 발언이 계속됐다.

경찰 인력 재배치를 주제로 한 2부에서는 만성적인 현장 인력 부족, 조직 내 무기계약직 차별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충주경찰서 정현수 경사는 “경찰청은 틈만 나면 현장에서 인력을 빼내 행정 경찰 수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정 경사는 “고도로 훈련된 경찰이 무기도 휴대하지 않고 전혀 위험하지도 않은 쾌적한 사무실에 앉아 행정 업무만 전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 경사는 해결책으로 경찰청 내에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있는 주무관(행정담당 인력)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행정업무는 이들에게 맡기고, 경찰관들은 현장으로 내보내는 인력재배치를 제안했다. 또 경찰 내에서 주무관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청 주무관노조 조합원들도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서 받은 차별과 설움을 토로했다.

충남 아산경찰서 신중성 경정도 “경찰청의 여러 개 실무국들이 하는 일을 경찰서에서는 한 사람이 담당해서 업무가 거꾸로 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방청, 경찰청 단위에서 사법경찰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인력재배치를 통해 주무관 분들 정원을 확보해서 행정경찰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사법경찰관을 현장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 경쟁의 폐해도 여러차례 언급됐다. 한 경찰관은 “스티커 단속실적 등을 수치화하는 실적경쟁은 국민과 경찰을 이간질시키는 공공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경찰관도 “실적경쟁은 경찰관이 시민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점수로 보게 한다”며 실적경쟁은 경찰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감찰 기능 민간에 개방해 시민 통제 받자”

3부에서는 경찰을 정권이 아닌 시민에게 봉사하게 만들 수 있는 통제방안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청주흥덕경찰서 이장표 경감은 경찰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으로 경찰위원회제도의 개선과 경찰청장 직위개방제, 그리고 감찰조직 개선 등을 꼽았다.

충주경찰서 정현수 경위는 지난 4월 파면당한 표정목 경장의 사례를 들며 감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표 경장은 경찰 지휘부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실적 경쟁 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비판글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가 ‘먼지털이식 표적감찰’을 당한 후 파면된 바 있다. 정 경위는 경찰 지휘부가 자신들의 눈밖에 난 직원을 찍어내는데 감찰 기능을 악용했다며 “경찰관의 기강 확립을 할 수 있는 주체는 딱 하나, 국민이다. 왜 지휘관이 이걸 하고 있냐”고 질타했다. 부산북부서 정학섭 경위는 “감찰이 경찰 지휘부 입맛에 맞는 감찰활동을 하니까 문제가 된다”며 “아예 민간에 개방해서 시민들에게 통제를 받으면 우리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폴네띠앙 회장 류근창 경위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경찰청장을 앞에 두고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토론을 해보고 싶은데, 안타깝지만 아직은 멀었고 우리끼리 하니 서글프고 마음이 아프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 토론회는 경찰관 처우개선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고, 경찰관이 국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더 잘 보호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류 경위를 비롯한 폴네띠앙 회원들은 이번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서 경찰개혁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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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에 시작한 경찰개혁 대토론회는 저녁 6시까지 이어졌다. 토론에 참석했던 경찰관들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류근창 경위는 “분위기가 좋아지면 앞으로 2회, 3회도 토론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둔산경찰서 민인근 경위는 “이번에는 정말 바뀌어야 하는데..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목, 2017/08/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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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앞에서 14년째 주류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만 씨. 20년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성격대로 조용한 일을 하며 미래를 만들어 보자’는 다짐으로 가게를 시작했다.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 처음엔 낯설었던 와인과 양주의 이름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이 씨를 찾아 일부러 서울대입구역을 찾는 단골도 생겼다. 가벼운 호주머니로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 가게의 주된 손님이다. 덕분에 이 씨는 인근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름이 오르내리는 지역의 명사가 됐다.

지난 13년 간은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돈벌려고 매달려서 일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끼리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봤지만, 저 나름대로는 조용하고 가정적으로 행복하다 느끼며 지내왔습니다. 시간날 때면 책도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으면서 제 꿈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이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대 상권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씨가 스스로 ‘서울대입구역 최고의 자리’라 말하는 그의 가게는 정작 비어 있는 상태다. 지난해 7월, 그가 입점해 있는 대성빌딩의 건물주가 바뀌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여전히 쫓겨나는 사람들… ‘꿈도 미래도 다 잃었다’

새 건물주는 건물의 등기를 마치자마자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겠다며 명도 통고장을 보내왔다. 14년동안 서울대입구역 앞을 지켜온 가게를 정리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두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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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는 것은 서울대입구역 최고의 자리만이 아니었다. 통고장 어디에도 권리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14년 전 입점 당시, 이전 임차인에게 냈던 권리금이 9000만 원이다. 현재는 1억5000만 원 선에서 얘기가 오가는 자리다. 노후 준비의 전부였던 가게와 목돈 모두를 날리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명도 소송에 나섰지만, 패소 가능성이 짙자 소송을 포기했다. 가게는 손해를 감수하고 인근 다른 빌딩으로 이전했다. 주류 전문점이라는 특성상 주류 보관을 위한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대항할 힘이 없다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아무리 소리 지르고 외치고 해봐도 손을 맞잡아 끌어줄 곳이 없다는 것이 너무 허탈합니다. 비록 소시민이지만 살아오며 세금 한 푼 안 낸 것이 없고 길거리에 담배 꽁초 하나 버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범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의 가게가 있던 빌딩을 매입한 건물주는 인근 빌딩을 하나 더 매입했다. 빌딩 매입자금은 100% 금융권 대출이었다. 건물주는 매입한 빌딩 2채를 함께 재건축할 계획이다.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쫓겨나게 된 점포는 모두 16곳이다. 이들이 받지 못한 권리금 총액은 18억 원(입점상인 측 주장)이 넘는다. 건물주가 명도 통고장을 발송한지 1년, 입점 상인 대부분은 명도 소송을 포기하고 점포를 이전했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빌딩에 남아 점포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면 달리 생계를 찾을 방도가 없는 이들이다.

“법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재건축은 임차인 내모는 만능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갱신 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 제공’ 등 임차 상인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노후화나 훼손에 의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철거 및 재건축을 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명도 소송에 나선 서울대입구역 앞 빌딩의 입점 상인들이 줄줄이 패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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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상인들의 변호를 맡은 이영기 변호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여러차례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 왔지만 여전히 ‘건물주 중심’이라는 법의 대전제를 허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예외조항이 아직 법에 남아있는 것의 대전제가 있습니다. 건물의 가치의 상승에 대해 임차인은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피땀을 흘려서 상권을 개발하고, 상가 건물의 가치 상승에 기여를 해도 모든 것은 건물주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법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어 철거를 해도 임대인, 임차인 공동의 노력에 의한 건물의 가치 상승분에 대해 일정부분 임차인에게 돌려줄 필요있습니다.

문제는 건물주가 의도적으로 이같은 법의 허점을 노린다면 얼마든지 임차상인의 권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건물의 경우, 명도 소송 과정에서 건물의 안전진단 결과가 주요 쟁점이었다. 새 건물주는 건물 매입 후 사설업체를 통해 건물 구조안전진단을 했고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 결과보고서의 ‘종합결론’에 따르면, 이 건물은 콘크리트 압축강도, 철근 배근에는 결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진 등으로 인해 수직하중과 수평하중이 동시에 작용 했을 시에는 충분한 내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축법상 내진설계 기준은 매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3층, 연면적 900여 ㎡ 규모인 서울대입구역 건물의 경우, 2015년 내진설계 기준 강화에 따라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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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된 지 20, 30년 이상 지난 건물 가운데 현행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은 드문 실정이다. 2016년 기준, 서울시 건물들의 내진설계율은 26.8%에 그친다. 이른바 ‘건물 사냥꾼’들이 주요 상권의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재건축하려 하면, 임차 상인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우선입주권, 퇴거료 보장’…의안은 1년 넘게 계류중

지난달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임차인 지위 강화를 골자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미 20대 국회 들어 총 13개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가운데는 건물 노후화에 의한 재건축이라도 임차 상인이 우선입주권이나 퇴거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명시한 법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목, 2017/08/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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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18일.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를 외치는 마산 시민들의 시위가 격렬했던 당일 밤, 유치준(당시 51세) 씨는 실종됐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고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도 유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일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은 다음날 경찰서와 의료원을 찾아가 수소문을 했지만 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부마민주항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경찰 두 명이 유치준 씨 집을 찾아왔다. 경찰은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일러줬다. 경찰은 가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미 부검에 가매장까지 한 상태였다. 아버지의 소지품에는 주민등록증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뒤늦게 가족에게 아버지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가족들은 영원히 아버지의 행방을 모른 채 살았을지도 모른다.

도시락 안에서 뒤늦게 주민등록증을 발견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회사 가실 때 항상 도시락을 들고 가셨거든요. 도시락 안에 주민등록증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어린 나이에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당시 열아홉 살이던 유치준 씨의 아들 유성국 씨는 “도시락 안에 주민등록증이 있었다”는 경찰의 말이 의아했지만 더 이상의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렸고 시절은 엄혹했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낸 가족들은 2011년 지인의 소개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찾게 된다. 그 곳에서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가족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인 고 유치준 씨의 가족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유치준 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인 고 유치준 씨의 가족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유치준 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부마민주항쟁 기념 단체들은 1989년 부마항쟁 10주년을 기념해 자료집 한 권을 발간했다. 이 자료집에는 부마항쟁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취재 보고 기록이 남아 있다. 거기에는 “50여 세로 보이는 노동자가 대림여관앞 도로변에서 죽어 있었다”는 내용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 나이, 옷차림 등이 모두 유치준 씨와 일치했다.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의 신원이 처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5월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보상법)이 통과됐다. 부마항쟁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부마민주주의재단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마항쟁 관련 공약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1년 넘게 위원회 구성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부마민주항쟁 35주년을 며칠 앞둔 2014년 10월이 돼서야 위원을 임명했다.

유치준 씨 가족은 부마항쟁 진상규명위가 설립되자 아버지를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또 한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 어떤 활동을 해온 것일까.

위원회 구성에 1년을 허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원 선정에서 또 한번 실망을 안겼다. 행정자치부 장관, 경상남도지사 등 당연직 위원 4명을 제외하고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10명의 위원 중에 4명은 박근혜 선거 캠프 또는 인수위 출신, 2명은 박정희와 역사교과서를 옹호하는 인사들이었다.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이른바 ‘친박’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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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보상법상 본위원회에는 부산과 창원의 부마항쟁 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2인이 반드시 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기존에 수십년 동안 활동해온 기념사업회가 아니라 2013년 법률 제정 이후 설립 등기를 한 ‘동지회’라는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부산동지회, 마산동지회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했던 인사들이 가입해 있는 단체였다. 기념사업회 추천 인사들은 본위원회에서는 배제된 채, 2개의 실무위원회에만 위원으로 임명됐다.

진상규명위의 운영도 파행이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졌다. 기념사업회에서 추천된 일부 위원들이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기념사업회 추천 실무위원 4명은 지난해 10월 “더 이상 들러리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특히 진상규명위는 유치준 씨 사건과 관련해 당시 창원지방검찰청이 작성한 1장 짜리 검시사건부를 찾는 것 외에 조사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서둘러 ‘관련자 아님’으로 결정을 내리려다 기념사업회 추천 실무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유치준 씨의 가족이 신청을 철회했다.

▲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과 마산에서 연행된 시민은 16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가 출범한 후 관련자로 신청한 사람은 194명에 불과하다. 이 중 166명은 인용되고 28명은 기각됐다.

▲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과 마산에서 연행된 시민은 16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가 출범한 후 관련자로 신청한 사람은 194명에 불과하다. 이 중 166명은 인용되고 28명은 기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현재 진상규명위는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 그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규명위는 오는 10월까지 진상조사를 마치고 내년 4월까지 보고서를 내게 돼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조차 현재 상태에서는 보고서를 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진상조사보고서가 자칫 국정교과서처럼 관련 단체들의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재 조현미
촬영 정형민 김기철 김남범 오준식
편집 박서영 이선영
CG 정동우
그래픽 하난희

목, 2017/08/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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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0월 8일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직된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3명의 YTN 기자가 복직해 해직 3천249일 만인 8월 28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으로 출근했다.

YTN 빌딩 옥상에서는 ‘해직자가 온다’란 문구가 적힌 파란색 종이비행기 천 여장이 하늘을 날았고 동료직원들은 해직기자들에게 사원증과 명함을 전달했다.

다시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 해직기자들과 YTN 동료들이 서로 부둥켜안는 순간 곳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오랜 공정방송 투쟁 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YTN의 해직기자 복직 현장을 뉴스타파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최기훈
영상:신영철
편집:박서영
CG:장동우

월, 2017/08/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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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416 해외연대 서울포럼 -재외동포 4.16해외연대 40여 명 10월에 서울서 한자리에 모여 -서울시, 4.16연대, 4.16가족협의회, 4.16해외연대 공동주최 -6월민주항쟁30주년기념사업회 주관 편집부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해외 곳곳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재외동포 활동가들이 10월말 서울에서 만난다. ‘4.16해외연대 서울포럼, 2017’(4.16 Global Networks Seoul Forum 2017)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이 포럼의 대주제는 <재외동포 풀뿌리 네트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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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9/0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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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국방송협회(회장 고대영 KBS 사장) 주관으로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 63빌딩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 조합원들은 ‘김장겸 퇴진’, ‘퇴진 고대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두 공영방송 사장을 기다렸다.

행사 시작 10여분 전 김장겸 사장이 먼저 기념식장 입구에 도착하자 조합원들은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하지만 고대영 사장은 조합원들을 피해 화물을 옮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갔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 여야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축사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닌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이 읽었다.

허욱 부위원장은 “방송의 주인은 정부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니고 시청자인 국민”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은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방송인 스스로 외면하지 않았나 성찰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부위원장은 이어 “지금 많은 방송인들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려놓고 방송 현장을 떠나 있다”며 “하루 빨리 법과 원칙에 따라 방송이 정상화되어 이들이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장겸 MBC 사장은 기념식이 끝난 후 “퇴진할 의사가 없느냐”, “고용노동부에는 왜 출석하지 않느냐”, “블랙리스트는 왜 만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대영 KBS 사장은 면담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을 피해 대기실에 30여분 간 머물러 있다가 축하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한 김장겸 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했다. 서울서부지검은 1일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취재 조현미 신동윤 정재원
촬영 최형석 김기철
편집 정지성

금, 2017/09/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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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국방송협회(회장 고대영 KBS 사장) 주관으로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 63빌딩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 조합원들은 ‘김장겸 퇴진’, ‘퇴진 고대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두 공영방송 사장을 기다렸다.

행사 시작 10여분 전 김장겸 사장이 먼저 기념식장 입구에 도착하자 조합원들은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하지만 고대영 사장은 조합원들을 피해 화물을 옮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갔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 여야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축사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닌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이 읽었다.

허욱 부위원장은 “방송의 주인은 정부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니고 시청자인 국민”이라며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은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방송인 스스로 외면하지 않았나 성찰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부위원장은 이어 “지금 많은 방송인들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려놓고 방송 현장을 떠나 있다”며 “하루 빨리 법과 원칙에 따라 방송이 정상화되어 이들이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장겸 MBC 사장은 기념식이 끝난 후 “퇴진할 의사가 없느냐”, “고용노동부에는 왜 출석하지 않느냐”, “블랙리스트는 왜 만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대영 KBS 사장은 면담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을 피해 대기실에 30여분 간 머물러 있다가 축하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한 김장겸 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했다. 서울서부지검은 1일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취재 조현미 신동윤 정재원
촬영 최형석 김기철
편집 정지성

금, 2017/09/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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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0월 8일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직된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3명의 YTN 기자가 복직해 해직 3천249일 만인 8월 28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으로 출근했다.

YTN 빌딩 옥상에서는 ‘해직자가 온다’란 문구가 적힌 파란색 종이비행기 천 여장이 하늘을 날았고 동료직원들은 해직기자들에게 사원증과 명함을 전달했다.

다시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 해직기자들과 YTN 동료들이 서로 부둥켜안는 순간 곳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오랜 공정방송 투쟁 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YTN의 해직기자 복직 현장을 뉴스타파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최기훈
영상:신영철
편집:박서영
CG:장동우

월, 2017/08/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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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앞에서 14년째 주류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만 씨. 20년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성격대로 조용한 일을 하며 미래를 만들어 보자’는 다짐으로 가게를 시작했다.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 처음엔 낯설었던 와인과 양주의 이름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이 씨를 찾아 일부러 서울대입구역을 찾는 단골도 생겼다. 가벼운 호주머니로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 가게의 주된 손님이다. 덕분에 이 씨는 인근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름이 오르내리는 지역의 명사가 됐다.

지난 13년 간은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돈벌려고 매달려서 일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끼리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봤지만, 저 나름대로는 조용하고 가정적으로 행복하다 느끼며 지내왔습니다. 시간날 때면 책도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으면서 제 꿈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이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대 상권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씨가 스스로 ‘서울대입구역 최고의 자리’라 말하는 그의 가게는 정작 비어 있는 상태다. 지난해 7월, 그가 입점해 있는 대성빌딩의 건물주가 바뀌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여전히 쫓겨나는 사람들… ‘꿈도 미래도 다 잃었다’

새 건물주는 건물의 등기를 마치자마자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겠다며 명도 통고장을 보내왔다. 14년동안 서울대입구역 앞을 지켜온 가게를 정리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두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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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는 것은 서울대입구역 최고의 자리만이 아니었다. 통고장 어디에도 권리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14년 전 입점 당시, 이전 임차인에게 냈던 권리금이 9000만 원이다. 현재는 1억5000만 원 선에서 얘기가 오가는 자리다. 노후 준비의 전부였던 가게와 목돈 모두를 날리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명도 소송에 나섰지만, 패소 가능성이 짙자 소송을 포기했다. 가게는 손해를 감수하고 인근 다른 빌딩으로 이전했다. 주류 전문점이라는 특성상 주류 보관을 위한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대항할 힘이 없다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아무리 소리 지르고 외치고 해봐도 손을 맞잡아 끌어줄 곳이 없다는 것이 너무 허탈합니다. 비록 소시민이지만 살아오며 세금 한 푼 안 낸 것이 없고 길거리에 담배 꽁초 하나 버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범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의 가게가 있던 빌딩을 매입한 건물주는 인근 빌딩을 하나 더 매입했다. 빌딩 매입자금은 100% 금융권 대출이었다. 건물주는 매입한 빌딩 2채를 함께 재건축할 계획이다.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쫓겨나게 된 점포는 모두 16곳이다. 이들이 받지 못한 권리금 총액은 18억 원(입점상인 측 주장)이 넘는다. 건물주가 명도 통고장을 발송한지 1년, 입점 상인 대부분은 명도 소송을 포기하고 점포를 이전했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빌딩에 남아 점포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면 달리 생계를 찾을 방도가 없는 이들이다.

“법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재건축은 임차인 내모는 만능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갱신 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 제공’ 등 임차 상인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노후화나 훼손에 의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철거 및 재건축을 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명도 소송에 나선 서울대입구역 앞 빌딩의 입점 상인들이 줄줄이 패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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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상인들의 변호를 맡은 이영기 변호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여러차례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 왔지만 여전히 ‘건물주 중심’이라는 법의 대전제를 허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예외조항이 아직 법에 남아있는 것의 대전제가 있습니다. 건물의 가치의 상승에 대해 임차인은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피땀을 흘려서 상권을 개발하고, 상가 건물의 가치 상승에 기여를 해도 모든 것은 건물주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법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어 철거를 해도 임대인, 임차인 공동의 노력에 의한 건물의 가치 상승분에 대해 일정부분 임차인에게 돌려줄 필요있습니다.

문제는 건물주가 의도적으로 이같은 법의 허점을 노린다면 얼마든지 임차상인의 권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건물의 경우, 명도 소송 과정에서 건물의 안전진단 결과가 주요 쟁점이었다. 새 건물주는 건물 매입 후 사설업체를 통해 건물 구조안전진단을 했고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 결과보고서의 ‘종합결론’에 따르면, 이 건물은 콘크리트 압축강도, 철근 배근에는 결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진 등으로 인해 수직하중과 수평하중이 동시에 작용 했을 시에는 충분한 내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축법상 내진설계 기준은 매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3층, 연면적 900여 ㎡ 규모인 서울대입구역 건물의 경우, 2015년 내진설계 기준 강화에 따라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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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된 지 20, 30년 이상 지난 건물 가운데 현행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은 드문 실정이다. 2016년 기준, 서울시 건물들의 내진설계율은 26.8%에 그친다. 이른바 ‘건물 사냥꾼’들이 주요 상권의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재건축하려 하면, 임차 상인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우선입주권, 퇴거료 보장’…의안은 1년 넘게 계류중

지난달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임차인 지위 강화를 골자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미 20대 국회 들어 총 13개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가운데는 건물 노후화에 의한 재건축이라도 임차 상인이 우선입주권이나 퇴거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명시한 법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목, 2017/08/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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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18일.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를 외치는 마산 시민들의 시위가 격렬했던 당일 밤, 유치준(당시 51세) 씨는 실종됐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고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도 유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일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은 다음날 경찰서와 의료원을 찾아가 수소문을 했지만 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부마민주항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경찰 두 명이 유치준 씨 집을 찾아왔다. 경찰은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일러줬다. 경찰은 가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미 부검에 가매장까지 한 상태였다. 아버지의 소지품에는 주민등록증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뒤늦게 가족에게 아버지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가족들은 영원히 아버지의 행방을 모른 채 살았을지도 모른다.

도시락 안에서 뒤늦게 주민등록증을 발견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회사 가실 때 항상 도시락을 들고 가셨거든요. 도시락 안에 주민등록증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어린 나이에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당시 열아홉 살이던 유치준 씨의 아들 유성국 씨는 “도시락 안에 주민등록증이 있었다”는 경찰의 말이 의아했지만 더 이상의 진실을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렸고 시절은 엄혹했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낸 가족들은 2011년 지인의 소개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찾게 된다. 그 곳에서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가족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인 고 유치준 씨의 가족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유치준 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인 고 유치준 씨의 가족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유치준 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부마민주항쟁 기념 단체들은 1989년 부마항쟁 10주년을 기념해 자료집 한 권을 발간했다. 이 자료집에는 부마항쟁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취재 보고 기록이 남아 있다. 거기에는 “50여 세로 보이는 노동자가 대림여관앞 도로변에서 죽어 있었다”는 내용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 나이, 옷차림 등이 모두 유치준 씨와 일치했다. 부마민주항쟁 당시 유일한 사망자의 신원이 처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5월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보상법)이 통과됐다. 부마항쟁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부마민주주의재단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마항쟁 관련 공약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1년 넘게 위원회 구성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부마민주항쟁 35주년을 며칠 앞둔 2014년 10월이 돼서야 위원을 임명했다.

유치준 씨 가족은 부마항쟁 진상규명위가 설립되자 아버지를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또 한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 어떤 활동을 해온 것일까.

위원회 구성에 1년을 허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원 선정에서 또 한번 실망을 안겼다. 행정자치부 장관, 경상남도지사 등 당연직 위원 4명을 제외하고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10명의 위원 중에 4명은 박근혜 선거 캠프 또는 인수위 출신, 2명은 박정희와 역사교과서를 옹호하는 인사들이었다.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이른바 ‘친박’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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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보상법상 본위원회에는 부산과 창원의 부마항쟁 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2인이 반드시 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기존에 수십년 동안 활동해온 기념사업회가 아니라 2013년 법률 제정 이후 설립 등기를 한 ‘동지회’라는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부산동지회, 마산동지회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했던 인사들이 가입해 있는 단체였다. 기념사업회 추천 인사들은 본위원회에서는 배제된 채, 2개의 실무위원회에만 위원으로 임명됐다.

진상규명위의 운영도 파행이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졌다. 기념사업회에서 추천된 일부 위원들이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기념사업회 추천 실무위원 4명은 지난해 10월 “더 이상 들러리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특히 진상규명위는 유치준 씨 사건과 관련해 당시 창원지방검찰청이 작성한 1장 짜리 검시사건부를 찾는 것 외에 조사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서둘러 ‘관련자 아님’으로 결정을 내리려다 기념사업회 추천 실무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유치준 씨의 가족이 신청을 철회했다.

▲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과 마산에서 연행된 시민은 16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가 출범한 후 관련자로 신청한 사람은 194명에 불과하다. 이 중 166명은 인용되고 28명은 기각됐다.

▲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부산과 마산에서 연행된 시민은 16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가 출범한 후 관련자로 신청한 사람은 194명에 불과하다. 이 중 166명은 인용되고 28명은 기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현재 진상규명위는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 그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규명위는 오는 10월까지 진상조사를 마치고 내년 4월까지 보고서를 내게 돼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조차 현재 상태에서는 보고서를 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진상조사보고서가 자칫 국정교과서처럼 관련 단체들의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재 조현미
촬영 정형민 김기철 김남범 오준식
편집 박서영 이선영
CG 정동우
그래픽 하난희

목, 2017/08/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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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오랜 시간동안 국민이 아닌 권력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다.

경찰 노조 만들어서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하는 경찰 만들자.

감찰기능을 민간에 넘겨서 시민들에게 통제받자.

경찰 개혁과 관련해 다소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진솔한 과거 반성과 혁신적 개혁 방안은, 놀랍게도 시민단체나 경찰에 비판적인 그룹이 아닌 현직 경찰관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한국 경찰 역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경찰 개혁 관련 전국 경찰 토론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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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전에선 ‘시민과 경찰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전국 경찰 대토론회’가 열렸다. 경찰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띠앙이 주최한 이 행사엔 전국의 현직 경찰관과 행정관, 주무관 등 130여 명이 모였다. 폴네띠앙 회장 류근창 경위는 “경찰개혁위원회로부터 경찰 개혁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수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일선 경찰관 등 130여 명 참석해 인권 경찰, 민주적 통제 방안 등 토론

토론회 시작 전, 폴네띠앙 관계자는 현직 경찰관들이 얼마나 참석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오후 1시 토론회가 시작될 무렵엔 미리 마련한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몰려왔고, 의자를 추가로 가져와 앉아야 할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회는 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선 인권경찰 실현방안으로 경찰노조의 설립, 2부는 시민 중심 치안업무를 위한 인력재배치 필요성, 3부에선 경찰 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이 논의됐다.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온 양영진 경정은 1부 발제를 통해 “인권경찰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경찰노조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경찰의 3가지 장애물로 경찰 내부에서 경찰관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반인권적 내부문화,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막는 실적 경쟁주의, 그리고 장시간 야간 교대근무에서 비롯되는 열악한 노동여건을 꼽았다. 양 경정은 “노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노조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노조 설립해서 시민인권침해하는 부당 지휘에 항거하자”

전북 완주경찰서 모두성 경위는 “지휘부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지휘방침에 경찰개혁을 내맡길 수 없다”며 “노조가 있어야 모든 개혁과제를 유지할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당장 몇 명이라도 좋으니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연구회나 토론회를 만들어서 노조 설립을 진행하자”, “경찰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지휘에 항거하려면 저항할 수 있는 내부적인 체계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노조다” 등 경찰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지지하는 발언이 계속됐다.

경찰 인력 재배치를 주제로 한 2부에서는 만성적인 현장 인력 부족, 조직 내 무기계약직 차별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충주경찰서 정현수 경사는 “경찰청은 틈만 나면 현장에서 인력을 빼내 행정 경찰 수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정 경사는 “고도로 훈련된 경찰이 무기도 휴대하지 않고 전혀 위험하지도 않은 쾌적한 사무실에 앉아 행정 업무만 전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 경사는 해결책으로 경찰청 내에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있는 주무관(행정담당 인력)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행정업무는 이들에게 맡기고, 경찰관들은 현장으로 내보내는 인력재배치를 제안했다. 또 경찰 내에서 주무관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청 주무관노조 조합원들도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서 받은 차별과 설움을 토로했다.

충남 아산경찰서 신중성 경정도 “경찰청의 여러 개 실무국들이 하는 일을 경찰서에서는 한 사람이 담당해서 업무가 거꾸로 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방청, 경찰청 단위에서 사법경찰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인력재배치를 통해 주무관 분들 정원을 확보해서 행정경찰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사법경찰관을 현장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 경쟁의 폐해도 여러차례 언급됐다. 한 경찰관은 “스티커 단속실적 등을 수치화하는 실적경쟁은 국민과 경찰을 이간질시키는 공공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경찰관도 “실적경쟁은 경찰관이 시민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점수로 보게 한다”며 실적경쟁은 경찰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감찰 기능 민간에 개방해 시민 통제 받자”

3부에서는 경찰을 정권이 아닌 시민에게 봉사하게 만들 수 있는 통제방안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청주흥덕경찰서 이장표 경감은 경찰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으로 경찰위원회제도의 개선과 경찰청장 직위개방제, 그리고 감찰조직 개선 등을 꼽았다.

충주경찰서 정현수 경위는 지난 4월 파면당한 표정목 경장의 사례를 들며 감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표 경장은 경찰 지휘부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실적 경쟁 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비판글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가 ‘먼지털이식 표적감찰’을 당한 후 파면된 바 있다. 정 경위는 경찰 지휘부가 자신들의 눈밖에 난 직원을 찍어내는데 감찰 기능을 악용했다며 “경찰관의 기강 확립을 할 수 있는 주체는 딱 하나, 국민이다. 왜 지휘관이 이걸 하고 있냐”고 질타했다. 부산북부서 정학섭 경위는 “감찰이 경찰 지휘부 입맛에 맞는 감찰활동을 하니까 문제가 된다”며 “아예 민간에 개방해서 시민들에게 통제를 받으면 우리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폴네띠앙 회장 류근창 경위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경찰청장을 앞에 두고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토론을 해보고 싶은데, 안타깝지만 아직은 멀었고 우리끼리 하니 서글프고 마음이 아프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 토론회는 경찰관 처우개선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고, 경찰관이 국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더 잘 보호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류 경위를 비롯한 폴네띠앙 회원들은 이번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서 경찰개혁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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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에 시작한 경찰개혁 대토론회는 저녁 6시까지 이어졌다. 토론에 참석했던 경찰관들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류근창 경위는 “분위기가 좋아지면 앞으로 2회, 3회도 토론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둔산경찰서 민인근 경위는 “이번에는 정말 바뀌어야 하는데..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목, 2017/08/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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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강원도 철원 육군 5군단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추진체가 폭발해 장병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년 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K-9 자주포 시험 발사 중에도 동일한 폭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ADD가 K-9 자주포의 결함과 폭발사고 재발 가능성을 알고도 면밀한 사고원인 조사 없이 각급 부대에 배치해 훈련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K-9 자주포

▲ K-9 자주포

기종과 생산연도 같은 동일 기종에서 다시 폭발 사고 발생

2년 전 K-9 자주포 추진체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곳은 ADD가 운영하는 제8본부 안흥시험장이다. 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8월 13일 오후 3시경 K-9 자주포 시험 발사 중 추진체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용된 K-9 자주포의 주포 및 추진체는 이번에 폭발을 일으킨 기종과 생산연도가 같은 동일 기종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K-9 자주포 사업에 직접 관여했던 한 군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이 군 관계자는 “2015년 폭발 사고가 폐쇄기 작동 등 K-9 자주포 자체 결함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문제가 된 장비 및 추진체는 각급 부대에 배치된 이후 단 한 차례도 회수 및 점검 시험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 안 됐는데도 금요일 사고 이후 또 시험 발사 의혹

뉴스타파가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군은 지난주 금요일 폭발 사고 이후에도 K-9 자주포 시험 발사를 계속했다. 이에 대해 ADD는 사실 여부를 보도 시점까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지난 21일 육군은 이번에 발생한 폭발 사고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발표하며 “자주포 폐쇄기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와 화염이 자주포 내부로 새어 나왔다”며 “폐쇄기 부품 중 하나인 ‘밀폐링’ 변형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명확한 사고 원인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2015년 8월의 K-9 자주포 폭발 사고 원인과 조사 결과, 그리고 사후 조치 내용 등을 군 당국에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취재 : 한상진, 오대양

화, 2017/08/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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