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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필관리사 잇단 자살…다단계 착취구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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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필관리사 잇단 자살…다단계 착취구조 있었다

익명 (미확인) | 화, 2017/07/18- 17:50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가 자살한 지 한 달 만에 과천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가 또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월 24일 토요일 낮 12시 30분께 국모(46) 씨가 자신의 차에 아내 김모(46) 씨와 10대 아들, 딸을 태우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한남대교를 200m 앞둔 곳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차에서 내려 10m 아래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로 투신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주변 목격자들이 투신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차 안에는 함께 탔던 가족들은 경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유족들이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사고경위를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다.

▲ 지난 6월 24일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 투신사고 현장 (YTN 화면 캡처)

▲ 지난 6월 24일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 투신사고 현장 (YTN 화면 캡처)

경력 15년 마필관리사, 가족 앞에서 극단적 선택

국 씨는 서울경마장에서 15년 간 일해 온 마필관리사였다. 동료들은 국 씨가 최근 일하다 말에 채여 다치는 바람에 병가를 냈으나 쉽게 낫지 않아 고민해왔다고 했다. 전국마필관리사노조(서울,제주경마장)에 따르면 숨진 국 씨는 몇 년 전 말에게 무릎을 채여 철심을 박는 수술 끝에 겨우 회복됐지만, 지난 5월 다시 사타구니를 채인 뒤 한 달이 넘도록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국 씨는 진통제를 맞았지만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경마장 산재, 일반사업장의 25배

숨진 국 씨가 소속된 전국마필관리사노조는 “워낙 산재 발생률이 높은 곳인데다 최근 같은 마방의 동료까지 다쳐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원 전국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은 “숨진 A씨는 늘 차분하고 성실했던 동갑내기 친구였는데, 이번에 다친 곳에 쉽게 낫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우울증을 앓았지만 치료를 다 마쳤고, 현재 유족과 협의해 산재보상 신청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경마공원의 지난해 재해율은 13.89%(서울, 부산 평균)로 전국 평균 재해율(0.52%)보다 25배 이상 높다. 그나마 안전장구 착용을 의무화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2014년 이전 재해율은 20%대였다. 2014년 한 마필관리사의 산재조사를 위해 경마공원에 나갔던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마방 맞은편에 앰블런스가 상시대기해 있어 해당 관리사의 병원치료 내역을 보니 그 해에만 이미 골절 등으로 6번 치료를 받았는데, 산재 신청은 그게 처음이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련되지 않은 미숙련 말을 경마용으로 훈련시키다 보니 물리거나 채이고 낙마해 다치는 등 산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노조는 “요즘은 산재 은폐는 거의 없지만, 경마 일정 때문에 웬만한 부상은 참고 일 한다”고 했다.

마사회, 1993년 개인마주제 도입

마필관리사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마사회 고용구조에 관심이 모인다. 원래 마필관리사는 공기업 마사회 소속 직원이었다.

1992년 경마 승부조작 관련자 8명이 구속되고 조교사 2명이 연쇄자살했다. 검찰은 당시 마사회 소속 전체 기수와 조교사 150여 명 중 2~3명을 빼고 대부분이 사실상 부정 경마꾼에게 전속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조직 전반이 도마에 오르자 마사회는 80년대부터 논의해온 ‘개인마주제’ 카드를 내밀었다. 개인마주제는 개인 마주가 조교사에게 말을 위탁하고, 조교사는 기수와 기승계약을 맺고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당시 마사회는 개인마주제가 경쟁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그동안 병폐였던 조교사와 기수들의 부정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기수와 조교사들은 “군 출신 낙하산들이 전횡을 휘둘러 온 마사회 상층부 개혁은 안 하고 우리만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며 개인 마주와 계약해야 하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마사회가 개인마주제 도입을 준비하던 1992년 10월 국정감사에선 마사회가 선정한 개인마주 380명 중엔 군인, 안기부, 법원, 경찰 등 공무원이 15명이나 포함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말썽이 됐다.

기수·관리사, 다단계 고용구조의 맨아래

경마부정을 막고 선진경마체제로 간다는 명분 하에 도입된 개인마주제는 마사회와 마주, 조교사, 기수·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구조 때문에 기수와 관리사에겐 가혹한 착취구조가 됐다. 고용형태와 임금구조가 왜곡돼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지만 마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숨진 국 씨와 같은 마필관리사는 마사회와 마주, 조교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구조의 맨 아래에 있다. 경마에서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두 직군은 개인사업자인 조교사가 채용한 근로자다.

앞서 5월 27일 새벽 부산경마장에선 14년차 마필관리사 박경근(39) 씨가 마방에서 마사회를 향해 욕설에 가까운 유서를 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 개장 이후 부산경마장에서만 2명의 기수와 2명의 마필관리사가 자살했다. 숨진 박씨가 소속된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는 마사회를 상대로 마필관리사 직고용 등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대화를 진행했지만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 공공운수노조와 두 마필관리사노조가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해결을 위해 과천 서울경마장을 찾아 기자회견하고 있다. ⓒ 이정호

▲ 공공운수노조와 두 마필관리사노조가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해결을 위해 과천 서울경마장을 찾아 기자회견하고 있다. ⓒ 이정호

선진경마 VS. 다단계 착취구조

마사회는 “마필관리사 고용방식은 정규ㆍ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경마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전 세계으로 공통된 고용체계”라며 직고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마사회는 관계자는 “마필관리사는 프로야구 구단의 트레이너에 해당하는데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트레이너를 직고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노조가 내건 9개항의 요구 나머지 8개는 논의하겠지만 직고용만큼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는 “과거 경마부정은 조교사와 기수가 연루된 것이고, 마필관리사는 경마 순위와 상금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양정찬 위원장은 “형식적으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지만, 마사회가 마필관리사 고용승인권을 행사하고, 고용승인이 안 되면 마필관리사는 마방에 출입도 못한다”며 마사회의 사용자성을 주장했다. 마사회와 노조의 공방으로 부산경마장 자살사건은 두 달 가까이 진통만 거듭하고 있다.

부산경마장 관리사는 상금 배분율도 제외

마사회는 “마필관리사가 경마부정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의 연봉이 제공되도록 상금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마사회는 평균근속 6년인 마필관리사는 월 446만 원(연봉 5,352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15명의 3~4년치 임금은 턱없이 낮았다. 2016년 6명의 임금명세서에 기본급은 126만 270원으로 적혀 있다. 이는 지난해 최저시급 6,030원에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을 곱한 액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기본급은 해마다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었다. 기본급에 연장, 야간, 당직, 연차 등의 수당과 성과급을 모두 합친 실수령은 지난해 월평균 214만 2천 원에 불과했다.

양정찬 노조위원장도 “1~5위까지 주는 순위상금이나 1~8위까지 주는 출전장려금 등 성과급을 많이 받는 마필관리사도 극소수 있지만 대부분은 월 250만원을 받기도 힘들다”고 했다.

▲ 경마 순위상금 배분율(출처 : 마사회 ‘2017년 경마 시행계획’)

▲ 경마 순위상금 배분율(출처 : 마사회 ‘2017년 경마 시행계획’)

서울경마장은 순위상금과 부가상금, 출전장려금, 부가순위상금에 대해 마주와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사 사이의 배분율을 소숫점 둘째자리까지 명시하지만, 부산경마장은 마필관리사 배분율이 없다. 부산경마장은 조교사가 자기 몫에서 일부를 떼 관리사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경마장 조교사와 마필관리사 사이에 몇 년째 갈등이 이어져 왔다.

33명 조교사와 일일이 교섭

서울경마장은 노조가 조교사협회와 집단교섭하는데, 부산경마장은 노조가 33명의 마필관리사와 개별로 교섭하는 구조라 임금과 근무시간을 놓고 교섭마다 몇 년씩 걸린다. 부산경마장 노조는 2004년 노조 설립 뒤 2010년 4월에서야 단체협약을 단 한 번 체결했다. 이후 근무시간 협의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노동부 진정과 고소고발, 소송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이뤄졌다. 첫 단협 체결 이후 근무시간을 1시간 줄이는데 합의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와 조교사들은 2014년 10월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11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오후 3시까지로 1시간 줄였다. 그나마 경마가 없는 날의 근무시간이다. 경마가 열리는 날엔 저녁 6시나 7시까지 일해야 한다.

2015년엔 저녁 6시 이후에 출발하는 ‘노을경마’에 대한 근로시간 합의가 안돼 노조가 노동부에 조교사들을 고발한 끝에 겨우 합의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부산경마장에서 조교사와 관리사 사이의 배분율이 명확치 않아 양자간 갈등이 심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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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무시 담화, 짜고치는 기자회견은 국민들에겐 큰 고통”
“극심한 양극화·민생고에 꼭 필요한 정책은 거부하고 노동·민생 파탄책 강요”

북핵위기 빌미로 국회에 악법처리 압박·정책실패와 무능력에 대해 성찰 없는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 청년·노동·인권·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


기자회견 일시·장소 : 1.14(목) 오전 11:00 청운동주민센터 앞(청와대 부근)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국정방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담화문의 내용도 이전부터 했던 내용들의 재탕일 뿐 특별한 내용은 담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는 전혀 동떨어진, 오직 재벌·대기업특혜만을 위한 경제, 민생, 노동정책을 강요하고, 핵실험과 제재 그리고 군사적 긴장 조성이라는 악순환 밖에 없는 외교·남북 정책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북핵위기를 빌미로 북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테러방지법을 또 강요하였습니다.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바꿔달라며,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나서는 등 사실상의 선거개입에 해당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청년팔이’를 반복했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35만명에 이르고,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까지 합치면 100만 명이 넘는 상황이다.”“일자리를 달라는 우리 청년들의 간절한 목소리도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등등... 박근혜대통령은 작년 8월에 발표한 담화문과 같이 청년들이 일자리를 위한다며, 역시 또 “청년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악용하여” 노동개악법안들의 통과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하는 법안과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지침은 모두가 재벌·대기업들의 민원에 불과한 것으로 “쉬운 해고, 비정규직 기간연장, 실업급여 수급조건 악화, 간접고용 파견직의 전면화”등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우리 국민들과 비정규직·청년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악법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노동악법과 노동지침은 양보하거나 분리해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노동악법과 정부지침은 폐기되어야 할 사안인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청년 당사자들이 왜 박근혜표 노동개악안을 거부하는 지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청년·비정규직들과 우리 국민들을 두 번 죽이는 노동개악이 아닙니다. 정말 청년과 비정규직들이 걱정이라면 청년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뽑게 하거나 즉시 전환하게 하는 좋은 정책들이 이미 다 제시되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는 이를 한사코 거부만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지 않자, 서울시와 성남시에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원해주고, 모든 청년들이 누릴 수 있도록 확대해도 모자를 판에‘청년의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범죄행위’‘표를 매수하는 행위’‘악마’등 막말을 일삼고 있는 것이 현 집권세력의 실정입니다. 일방적인 담화도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질문 순서와 내용까지 고스란이 사전에 공개된 짜고치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머리가 좋다고 역대급 저질 연기를 한’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장 할 때 청년 취업활동수당을 월 30만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했던 것만큼은 기억을 아예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실업률과 고용률이 모두 낮은 것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월급 빼고 안 오르는 것이 없으며, 20대도 명예퇴직을 강요받을 정도로 고용불안이 만연한 조건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보다 좋은 일자리,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여력이 있는 정부와 대기업의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OECD 최하위권의 공공서비스를 대폭 확충해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야 합니다. 또 동시에 구직촉진수당도입(청년 실업부조 또는 청년수당),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도입 등의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시급히 도입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는 오로지 거부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청년을 위한다’ 운운할 수 있는 것인지, 그 검은 양심과 후안무치함에 절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노동개악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법안의 기본 구조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의 적용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며,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의료민영화를 우회하는 정책일 뿐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축소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법안입니다. 대통령은 중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영리화를 추진하기 위해 근거도 없는 69만개 일자리 창출을 운운하며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법안이 70만개 가까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거짓말을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거듭하는 것인지,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부디 간담회라도 열어서 제대로 토론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역시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대기업 총수들은 자주 만나면서도 평범한 우리 국민들은 아예 만나지를 않습니다. 국민과의 대화나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인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은 그것으로 머물지 않았습니다. “G20회원 국가 중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4개국에 불과하다.”며 테러방지법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테러방지’와 관련하여 G20 소속 어느 국가보다 더 강력한 ‘대테러’기구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조사와 수사, 시민사찰과 정치개입을 더욱 강화하도록 고안된 법안입니다. 대통령은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테러 위협을 빌미로,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악법을 강요하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이야기하였지만, 보통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리해고를 수반하여 일자리 창출보다, 일자리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특혜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재벌·대기업이  이 법을 경영권승계의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의사결정구조를 합법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는 도대체 재벌·대기업을 위하는 일이라면 왜 이렇게 강력하게 관철시키려는 것이냐는 범국민적 의문부터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대북 제재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현실은 위협과 제재 그리고 군사적 긴장 조성의 무한반복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식의 대응으로는 현재의 상황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짜고 치는 기자회견에서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잘 한다’고 자화자찬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내세웠던 각종 경제민주화 공약, 서민 경제 살리기 공약, 노동을 존중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국민 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기억해내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북핵위기를 빌미로,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한 채 악법처리 강행을 요구하는 모습이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오늘 모인 청년·노동·인권·시민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라도 악법처리를 중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한편, 청년광장과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의 청년·민생·경제민주화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중단(행정지침 철회)과 진짜 청년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기 위하여 정부종합청사 앞 1인 시위, 시민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1월 27일 노사정위원회 회의 결과 후, 추후 행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북핵위기 빌미로 악법처리 강행 요구 규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 일시와 장소 : 2016년 1월 14일(목) 오전 11 청운동주민센터 앞

○ 진행안
- 사회
- 각계각층 말씀
- 퍼포먼스
- 기자회견 후 곳곳 1인 시위 등

목, 2016/01/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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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⑦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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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회자되는, 한 코미디언이 청소년에게 조언했다는 말이다. 농담인 것 같지만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다. 예리한 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도 그대로 투영한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인식, 그러므로 그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 말은 결국, 청소년에게 ‘그런 노동자가 되면 안 된다’는 공포심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구해근)에 따르면 1977년 한국노총이 전국 여성 노동자, 대부분 공장 노동자였던 여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작업장’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48%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직장’이라고 답했다. 단지 14%만이 ‘높은 보수를 주는 직장’을 꼽았다. 저자는 ‘인간적인 대접’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대접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 노동자는 흔하다. 경비 노동자가 주민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반성문을 쓰는 일, 청소 노동자가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거나 콧노래도 부르는 것까지 통제 받는 일, 운전기사가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일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는 전문직인 항공승무원이었다. 피존 회장의 엽기적 폭력에 시달렸던 것은 사무직 노동자들이었다. 직원을 고용계약을 맺은 상대가 아니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특정 직군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마치 직업에 귀천(貴賤)이 있고 계급이 있는 것 같은 차별, 그리고 직장 내 존중 없는 문화가 뒤엉켜 공포와 절망감을 만들고 ‘헬조선’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이런 소식이 더 자주 들리는 것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금, 복지혜택 등 다른 조건도 중요하지만, ‘존중’이 없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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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의 요건인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먼저 ㈜서울메트로환경에서 2016년 1월 1일부로 ‘관리장’ 또는 ‘기동반장’으로 승진을 한 여성들이다. 이 기업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사‧기지 등을 청소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회사다.
또 다른 사람은 얼마 전까지 출판 노동자였다가 지금은 반전‧평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상근자로 일하는 이용석씨다. 두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같은 주제, 즉 ‘존중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성 청소 노동자 ‘관리장’ 승진의 의미

지난 1월 8일,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의 회의 탁자에서 신임 관리장 한정림 신명주 박시후씨, 그리고 신임 기동반장 이동순씨를 만났다. 나이는 50대 초중반, 입사 5~9년차, 대부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40대에 일을 다시 시작한 여성들이다.

이들에게 ‘승진’은 보통 의미가 아니다. 3년여 전까지만 해도 아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전 직원이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 소속의 비정규직이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2013년 5월 서울메트로환경이 서울메트로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그 결과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용역회사 몫이 없어진 만큼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랐다.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이 두 가지 변화의 의미가 가장 크겠지만,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좋은 점들은 더 있다. 승진 기회가 열린 것이 그 중 하나다. 이전에는 직원의 80% 이상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관리장 60명 전원이 남성이었으며, 청소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경력직들이었던 것이다.
2014년 1월, 현장 직원인 여성 3명이 처음으로 관리장 승진을 했고, 이번 승진자까지 포함해서 현재는 60명의 관리장 중 13명이 여성이다. 기동반장도 이전에는 24명 전원이 남성이었는데, 이번에 이동순씨가 첫 여성 기동반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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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관리 업무는 처음이라 발령받고 걱정도 됐지만 제가 맡은 3개 역사 직원들을 만나보니 현장 출신 여성 관리장과 일하게 된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했다. 업무를 잘 알고 애로사항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데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고령 직원들이 많은 편이라서 관리장이 직원을 ‘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2개 역을 담당하게 된 신씨는 “지금까지는 군대식 지시문화가 강했던 현장이다보니 저보고도 ‘언니, 언니’ 하지 말고 권위를 세우라고 조언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쉬라고 권해도 안 쉴 만큼 성실하신 분들이라 위계를 앞세우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청소 일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좋아진 점 또 하나는, 교육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17주에 걸쳐 직무지식, 안전,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청소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는데 승진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매 기수마다 신청자를 다 받을 수 없을 만큼 호응이 크다.
지난해 이 교육을 수료한 박씨는 “꼭 관리장이 되려고 수강한 게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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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소약품과 설비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그 전까지는 직원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는 채로 약품과 설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조진원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청소는 팔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하는 허드렛일’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약품을 오남용해서 호흡기 질환, 낙상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청소야말로 전문지식과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좋아진 점’들은 더 있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가 명절에 전 직원에게 초콜릿 선물을 했다는 것, “고민 있으면 누구든 연락하라”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는 것 등이다. 이들은 “초콜릿 단가가 1,000원쯤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고민 있다고 대표에게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말할 곳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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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고 나서 씻지 못하고 집에 가는 게 가장 고역”이라는 직원들 의사가 반영돼 거의 전 역사에 샤워시설이 마련된 것도 ‘소통의 채널’이 생긴 효과다.
신씨는 “예전에는 퇴근할 때 지하철을 타면 땀 냄새를 옆에서 맡을까봐 자리가 비어도 앉지 못하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서서 갔다”고 했다. “역무원 시설을 이용하도록 해주는 역도 있었지만, 당직 기관사가 쉬는데 피해가 될까봐 드나들기까 꺼려졌어요. 그런 고충을 아무도 영영 몰라줄 줄 알았는데 말할 기회가 생기고, 실제로 바뀌니까 꿈만 같지요.”

이런 변화들이 알려지면서 채용 경쟁률도 높아졌다. 지원자 나이도 젊어지는 추세다. 청소업계에서 지하철 역사 청소는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도 그렇다는 게 중요하다. 조 대표는 농담조로 “우리는 특수물질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취객들이 남긴 토사물을 말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특수물질’을 다루는 게 즐거울 리 없건만, 네 신임 관리장들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이씨는 “이 일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다 ‘왜 하필 청소를 하느냐’고 말렸지만 건강할 때 땀 흘려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하게 됐다”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좋아지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또 “더 좋은 직장도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면서 “제 아이에게도 뭘 하든 네가 행복한 곳이 좋은 직장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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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존중’

이처럼 전 직원이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식의 변화는 흔치 않은 것이라서, 서울메트로환경의 변화 대부분이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변화라 해도 일방적으로 ‘주어졌을’ 때 반발을 사기도 한다. 진정한 ‘존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망원동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석씨는 몇 년 전까지 ‘하루 6시간 근무’로 유명한 한 출판사에서 일했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짧은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직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이씨도 “하루 6시간 근무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은 확실히 있었다”고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대신 업무 강도가 극심해진 것도 아니었다. 본래 일이 많은 편이 아니라 6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한다. 폭언이나 위계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사가 반말도 삼가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비롯한 몇몇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대표가 “내 밑에는 아무나 데려다 놓아도 책을 만들 수 있다. 강아지나 병아리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했다. 부서 이동, 업무 배치 등에 직원의 의사가 무시되는 일도 잦았다. 그밖에도 여러 문제에 대해 직원들이 소통과 개선을 요구했지만 거부되면서 사내 갈등이 심해졌다.
“일터에 존중이 있는지 아닌지는, 어떤 복지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겉으로는 신사적이면서도 직원을 쓰다버릴 물건처럼 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은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이고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게 존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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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은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지만 다수의 상근자를 둘 여건은 안 된다. 이씨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그것도 주 4일 상근하는 시간에 대해서만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 이곳은 ‘좋은 직장’이다. 가치관에 맞는 일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끼리 계획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인데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 인정하면 일 더 발전시킨다”

그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사람은 아주 단순한 일을 할 때도, 심지어 아우슈비츠처럼 내일이 없는 환경에서 일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지, 어떻게 개선시킬지를 고민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자기 일을 조금이나마 더 잘하려고 노력할 수 있게 인정하고 북돋아주는 일터가 좋은 일터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너는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하는 곳은 임금 등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일일 수 없다는 생각도 전했다.
“물론 개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꼭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그 일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그게 인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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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야기는 약간 다르다. 앞의 이야기는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청소와 같은 육체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고, 이로 인해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현상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 편견이 강한 일터에서도 존중의 문화가 있을 때 환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조진원 대표는 “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 처우를 개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많은 부분을 개선한 뒤 실제로 지하철 역사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고 했다.

뒤의 이야기는 사회적인 차별의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출판사라는 직장은 ‘계급이 낮은 것 같은’ 대접을 받을 일은 없는 곳이다. 이용석씨가 경험한 출판사는 도리어 겉으로 볼 때 부러움을 살 만한 근무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고 도구인 것 같은’ 대우에 괴로워했고 일부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좋은 노동, 인간적 대우 요구해야

사회적 차별이 개별 기업들의 문화 개선만으로 고쳐진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고용 현실은 없던 차별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대표적이다. 책 ‘비정규사회’(김혜진)의 저자는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신분상승처럼 여겨진다”고 썼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임금 및 처우 면에서 차별할 뿐만이 아니라 낮은 계급인 것처럼 대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는 데 따른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 묻기보다는 “비정규직을 하대하고 자기 일까지 떠넘기는 정규직들을 다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끼리의 대립구도로 가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또, 파견‧용역 제도 하에서 청소‧경비 노동자, 건설‧제조업 하청업체 노동자 등은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처우에 몰려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특히 고령자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파견할 수 있게 하는 소위 ‘노동법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도 기왕에 ‘낮은 일자리’에 진입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자리의 질’을 따질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존엄성을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해고’다. 노동자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다가 언제든지 ‘구조조정’할 수 있는 ‘생산요소’로만 보는 기업들, 그리고 그 기업들이 ‘사람들의 집합’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고용 유연성’만 주면 경쟁력이 생긴다고 믿는 정부로 인해 노동자의 존엄성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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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토마스 바셰크)의 저자는 “만일 누구나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 정의라면, 누구나 좋은 삶에 기여하는 노동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공부를 잘 했든 못 했든, 능력이 있든 없든, 업종과 직업과 직무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적인 대접’, 즉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도 ‘낮은 계급인 것처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문화, 누구도 도구처럼 쓰고 버릴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야 차별을 하는 사람조차 ‘나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사는 모순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시리즈를 통해서 지금까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존중의 측면까지 ‘좋은 일’의 기준을 하나씩 돌아봤다. 앞으로 재미, 개인의 발전의 측면을 더 살펴볼 것이다.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하단의 설문조사에는 1월7일까지 1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의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일을 확산시켜 가자는 제안을 위한 것인데, 참여도를 보면 이 일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사회의 어느 부분은 어쩌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체로 ‘인간’의 존재가 부정되는 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차별과 존중 없음에 대해 점점 민감해지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위의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기억해야 할 장면 하나를 짚어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시발점이 된 울산 현대그룹 공장들의 봉기 때, 노동자들의 최우선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는 ‘머리길이 규제 철폐’였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권위적이고 경멸적으로 대한 결과는 이후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이어진 투쟁이 말해준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맨 위 사진은 희망제작소 사무공간과 연구원을 찍은 것입니다

화, 2016/01/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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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포기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역주행”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23개 평가·점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주창했고, 수없이 많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고, 이에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약속해서 당선되어 놓고도 대선공약집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핵심 공약을 폐기해버렸다!”는 각계각층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갑을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적 연대기구인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가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23가지의 이행 상황을 분석․평가․점검해보니 이 같은 비판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제민주화 포기라는 지적도 관대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역주행하거나 후퇴한 부분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과 태도는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아예 역주행하고 있다”라고 규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재벌․대기업 특혜정책”과 “무분별한 규제완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역주행과 퇴행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13년 봄,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가맹점주들의 반발과 저항, 그리고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폭로와 투쟁으로 시작된 갑을 투쟁이 전국으로 번지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갑을 문제’의 해결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이 존중받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먹고는 살 수 있는’ 경제민주화를 갈구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대기업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강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수탈과 횡포, 이른바 ‘갑질’을 근절하자는 호소가 울려 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우리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가 그 기조를 바꿀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재벌․대기업 특혜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들을 위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정책’이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 별첨자료 :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노동관련 공약 평가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노동관련 정책 공약 평가

* 공동 평가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노동사회위원회․민생희망본부/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1. 평가 대상 공약(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총 23개 평가)
   ①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재벌․대기업 규제
   ②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개혁
   ③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 처벌 강화
   ④ 비정규직 보호 등 노동시장정책


2. 공약 평가

 1) 공약대로 충실히 이행된 경우는 1~2개에 불과
   ∎ 평가 대상 전체 23개 공약 중에서 공약 취지대로 이행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축소 2개에 불과. 그런데,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 축소와 관련해서는 최근 인터넷 은행 도입을 빌미로 다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공약을 온전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려움.
   ∎ 6개 공약은 공약 내용을 일부분 반영하거나 최종 입법 과정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질
     :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제고, 대형유통업체·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근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몰아주기 근절,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 산정기준 개선
   ∎ 15개 공약은 공약 내용에 현저히 못 미치거나 불이행
     :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입점 지역협의체 합의 요건 필수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와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독립적 사외이사 시스템 구축,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상시·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최저임금제 위반 처벌 강화, 근로시간 단축 
 
 2) 경제민주화 포기와 경제활성화론으로의 전환
   ∎ 2014년 2월 <한국일보>와 참여연대의 박근혜 정부 공약이행 평가 당시 상기 공약 중에서 공약 내용대로 비교적 충실히 이행된 것으로 평가한 공약은 5개에 불과.
   ∎ 이 상태에서 2014.2.20. 공정위 업무보고의 캐치프레이즈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겠습니다”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완성론’에 부적절하게 화답하는 것임
   ∎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경제민주화론(대선 전)-경제민주화 완성론(집권 1년차 지난 시점)-경제 활성화론(집권 2년차)로 변화 
   ∎ 경제 활성화는 그 수단이자 방법으로서 재벌·대기업에 사업 기회를 늘려주는 집중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로 연결(경제민주화 포기를 넘어 퇴행과 후퇴) 

 
3. 공격적 반(反) 경제민주화

 1) 경제민주화, 포기가 아니라 역주행
   ∎ 박근혜 정부의 포지션은 경제민주화를 중단하거나 폐기한 것이 아니라 매우 공격적으로 반(反)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
   ∎ 집중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와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바로 그 실례

 2) 무분별한 규제완화
   ∎ 경제민주화는 재벌·대기업 위주, 수출 경쟁력 위주, 친자본 일변도 노동시장정책 등 그간의 신자유주의적 국정운용기조의 한계와 파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었고, 그 핵심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재강화를 통해 중소상공인, 노동자, 가계,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었음. 
   ∎ 따라서 집중적인 규제완화 정책 추진은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임
   ∎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의 내용은 의료 민영화, 그린벨트 해제지역 개발 확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지자체 조례의 폐지, 수직증축 허용과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등을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파견제 확대와 비정규직 사용기한 확대, 특정재벌들을 위한 학교앞 관광호텔 허용, 선상도박장 설치 등으로 오로지 재벌·대기업의 사업기회를 확장할 뿐 경제민주화의 가치, 국민안전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들 일색임

  3) 비정규직 종합대책
   ∎ 박근혜 정부의 공약 중에서 거의 ‘제로’ 수준의 이행상태를 보이는 것이 노동시장 분야의 공약인데, 박근혜 정부는 단지 공약을 불이행하는 것이 아니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의 공격적인 반노동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음
   ∎ 종합대책 안에 특히 ‘파견제 확대’는 제조업 중심의 간접고용 활용을 축소하려는 판례가 축적되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여 오히려 파견 고용을 더욱 확대시키는 정책이며, 비정규직 사용기한 확대는 현행 2년으로 제한되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오히려 4년으로 늘리는 것으로, 대선 공약이 부분적으로나마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었다면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지금보다 더 늘리겠다는 것임 

 

<표1>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및 노동시장정책 공약 평가(총 23개 대표공약 평가)

* <표1>은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 2016/01/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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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포기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역주행”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23개 평가·점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주창했고, 수없이 많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고, 이에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약속해서 당선되어 놓고도 대선공약집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핵심 공약을 폐기해버렸다!”는 각계각층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갑을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적 연대기구인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가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23가지의 이행 상황을 분석․평가․점검해보니 이 같은 비판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제민주화 포기라는 지적도 관대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역주행하거나 후퇴한 부분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과 태도는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아예 역주행하고 있다”라고 규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재벌․대기업 특혜정책”과 “무분별한 규제완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역주행과 퇴행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13년 봄,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가맹점주들의 반발과 저항, 그리고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폭로와 투쟁으로 시작된 갑을 투쟁이 전국으로 번지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갑을 문제’의 해결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이 존중받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먹고는 살 수 있는’ 경제민주화를 갈구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대기업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강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수탈과 횡포, 이른바 ‘갑질’을 근절하자는 호소가 울려 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우리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가 그 기조를 바꿀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재벌․대기업 특혜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들을 위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정책’이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 별첨자료 :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노동관련 공약 평가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노동관련 정책 공약 평가

* 공동 평가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노동사회위원회․민생희망본부/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1. 평가 대상 공약(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총 23개 평가)
   ①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재벌․대기업 규제
   ②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개혁
   ③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 처벌 강화
   ④ 비정규직 보호 등 노동시장정책


2. 공약 평가

 1) 공약대로 충실히 이행된 경우는 1~2개에 불과
   ∎ 평가 대상 전체 23개 공약 중에서 공약 취지대로 이행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축소 2개에 불과. 그런데,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 축소와 관련해서는 최근 인터넷 은행 도입을 빌미로 다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공약을 온전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려움.
   ∎ 6개 공약은 공약 내용을 일부분 반영하거나 최종 입법 과정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질
     :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제고, 대형유통업체·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근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몰아주기 근절,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 산정기준 개선
   ∎ 15개 공약은 공약 내용에 현저히 못 미치거나 불이행
     :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입점 지역협의체 합의 요건 필수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와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독립적 사외이사 시스템 구축,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상시·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최저임금제 위반 처벌 강화, 근로시간 단축 
 
 2) 경제민주화 포기와 경제활성화론으로의 전환
   ∎ 2014년 2월 <한국일보>와 참여연대의 박근혜 정부 공약이행 평가 당시 상기 공약 중에서 공약 내용대로 비교적 충실히 이행된 것으로 평가한 공약은 5개에 불과.
   ∎ 이 상태에서 2014.2.20. 공정위 업무보고의 캐치프레이즈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겠습니다”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완성론’에 부적절하게 화답하는 것임
   ∎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경제민주화론(대선 전)-경제민주화 완성론(집권 1년차 지난 시점)-경제 활성화론(집권 2년차)로 변화 
   ∎ 경제 활성화는 그 수단이자 방법으로서 재벌·대기업에 사업 기회를 늘려주는 집중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로 연결(경제민주화 포기를 넘어 퇴행과 후퇴) 

 
3. 공격적 반(反) 경제민주화

 1) 경제민주화, 포기가 아니라 역주행
   ∎ 박근혜 정부의 포지션은 경제민주화를 중단하거나 폐기한 것이 아니라 매우 공격적으로 반(反)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
   ∎ 집중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와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바로 그 실례

 2) 무분별한 규제완화
   ∎ 경제민주화는 재벌·대기업 위주, 수출 경쟁력 위주, 친자본 일변도 노동시장정책 등 그간의 신자유주의적 국정운용기조의 한계와 파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었고, 그 핵심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재강화를 통해 중소상공인, 노동자, 가계,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었음. 
   ∎ 따라서 집중적인 규제완화 정책 추진은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임
   ∎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의 내용은 의료 민영화, 그린벨트 해제지역 개발 확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지자체 조례의 폐지, 수직증축 허용과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등을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파견제 확대와 비정규직 사용기한 확대, 특정재벌들을 위한 학교앞 관광호텔 허용, 선상도박장 설치 등으로 오로지 재벌·대기업의 사업기회를 확장할 뿐 경제민주화의 가치, 국민안전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들 일색임

  3) 비정규직 종합대책
   ∎ 박근혜 정부의 공약 중에서 거의 ‘제로’ 수준의 이행상태를 보이는 것이 노동시장 분야의 공약인데, 박근혜 정부는 단지 공약을 불이행하는 것이 아니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의 공격적인 반노동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음
   ∎ 종합대책 안에 특히 ‘파견제 확대’는 제조업 중심의 간접고용 활용을 축소하려는 판례가 축적되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여 오히려 파견 고용을 더욱 확대시키는 정책이며, 비정규직 사용기한 확대는 현행 2년으로 제한되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오히려 4년으로 늘리는 것으로, 대선 공약이 부분적으로나마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었다면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지금보다 더 늘리겠다는 것임 

 

<표1>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및 노동시장정책 공약 평가(총 23개 대표공약 평가)

* <표1>은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 2015/12/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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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⑧ 재미있게 일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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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원래대로 출근할 것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 당첨금 액수로 유명한 미국의 ‘파워볼’ 복권 당첨자인 한 중년 부부가 NBC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남편은 창고 관리자로, 아내는 병원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 돈으로 약 4,800억 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게 됐는데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102살의 나이에도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요리와 바느질을 가르치는 미국의 ‘할머니 선생님’ 이야기도 최근 화제가 됐다. 이 선생님은 “이 일을 가능한 한 오래 하고 싶다”, “가르치는 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도 고된 일상을 주머니 속 복권 한 장에 대한 희망으로 이겨내고 있는, 어떻게든 빨리 일에서 놓여나야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이란, 금전적 여유가 충분하면 할 필요 없는 것일까?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책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에 “만족과 보수를 받는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한 말을 전한다. 이후 2,000년 이상 이런 생각이 유지되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신흥 자본가 계급인 부르지아지에 의해 “보수를 받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태도가 나타났다. 이는 “결혼 안에도 로맨스가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면서, 알랭 드 보통은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을 중심에 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이 형벌이나 속죄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처음이다. (중략)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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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어떤 직업을 원하느냐?’와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그런 질문을 수없이 들으며 자란다. 어려서는 무작정 야구선수, 요리사, 연예인 등 ‘재미있을 것 같은’ 직업을 댄다. 주변의 시선과 인정, 부모님의 기대 등을 의식하면서 의사, 변호사 등 보다 현실적인 직업을 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개인의 삶은 포기해도 돈은 많이 받는’ 식의 기준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기왕이면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직업 선택의 요건에 늘 ‘적성’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적성이란, 내가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의 조건에서 ‘재미’는 어디쯤 위치할까?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과 근무조건이 괜찮고, 인정과 존중이 있는 일이라 해도 ‘재미’가 없으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의 ‘재미’란, 어떤 의미일까?

‘구성원 즐겁게 해주기’ 전담팀 둔 기업

요즘 부러움을 사는 근무환경으로 ‘꿈의 직장’이라 통하는 기업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직장’으로 자주 거론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을 찾아가봤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개발‧운영업체로 더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바로 앞, 놀이동산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위치해 있다. 최근 몇 년간 정규직만 3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배민프레시’, 맛집 메뉴를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등 조직이 더 생기면서 지금은 본사의 옆 건물 일부도 사용하고 있었다.

이용화 피플팀장과 성호경 홍보팀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13일 오전 찾아갔을 때, 이들은 옆 건물 지하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직원들에게 월요일 점심, 화~금요일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인데, 요리를 책임지는 쉐프 2명도 피플팀 소속의 직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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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팀은 인사팀의 다른 이름인가 했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서였다. 쉐프를 제외하면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구성원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주된 업무다.
“저희는 직원이 아니라 구성원이라고 불러요.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라는 말을 쓰고요.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대표적인 업무가 구성원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다. 300명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 수준도 회의 때 이름 불러서 문화상품권 주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이 팀장이 “제가 최근에 받았던 생일 케이크”라면서 보여준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니, 케이크 위에 ‘용’과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팀장의 이름(용화)에 맞게 구성원들이 데코레이션을 해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일 맞은 사람의 특성에 맞게 케이크를 준비하고, 개성 있는 사진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복도에 붙여 놓고 여러 사람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전달한다.

생일날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게 한다. 이것을 ‘지만가’라고 하는데 ‘지(자기)만 집에 가도 돼요’라는 뜻이란다. ‘지만가’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양가 부모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도 적용된다. 각 부서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도 피플팀의 일이다. 부서장에게 일주일 전부터 날짜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조정해서 해당 일에 구성원을 일찍 퇴근시키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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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에는 전 직원 야유회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샵’ 행사가 크게 열린다. 2015년 9월에는 회사 전체를 피터팬 동화 속 네버랜드를 콘셉트로 꾸몄다. 이런 일은 피플팀원들끼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 노예’라는 이름의 봉사자를 모집한다. 자기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더 내서 참여하라는 것인데도 경쟁률이 상당하다. 지원 동기와 특기를 적어내도록 해서 이를 바탕으로 선발해야 할 정도다.

“내 아이디어가 채택될 때 제일 즐겁다”

이렇게 별도의 팀까지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구성원을 즐겁게 하는’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업계다보니 발 빠르게 대응해야 될 상황도 자주 생기고, 야근도 자주 하게 되는데 구성원들끼리 친하고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일하겠느냐”고 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에 대한 압박, 내부 경쟁,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팀장은 “재치 있고 기발한 서비스, 광고, 이벤트 등을 계속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사업인데, 그런 문화가 내부에서부터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키겠느냐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말은 즉,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건 어느 기업이나 알아요. 그렇지만 ‘소통하라’고 액자에 써서 온 사무실에 붙여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탑다운’(top-down) 방식은 한계가 있어요. 뭔가를 진짜로 바꾸려면 아래로부터 문화를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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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에서 중시하는 ‘재미’는 비단 이벤트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데 더 강조점이 있다. 사내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를 보면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등 문구들이 눈에 띈다. 자기 업무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업무 전체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메시지다.

성호경 홍보팀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일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학생 인턴은 ‘열정 노동’ 논란이 일면서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추세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여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IT 개발자 지망생을 위한 ‘배민 개발학당’, 마케팅과 디자인 분야 지망자를 위한 ‘우아한 캠프’ 등이 진행됐는데, 처음부터 채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참여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성 팀장은 커피를 따라 줬던 종이컵을 들어 보이며, “여기 이 ‘나를 따르라’는 문구도 대학생 인턴 팀에서 디자인한 것”이라며 “현재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팀은 대학들을 다니면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계단을 활용한 옥외 광고 아이디어를 내서 실제로 실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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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마칠 때 들어보면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라고들 합니다. 조사하느라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야근도 하면서 고생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업에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독특한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서 견학을 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성 팀장은 “제가 알기로는 젊은 기업, 특히 IT업계 기업들 중에는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곳들이 꽤 많다”면서 “세대가 바뀌어감에 따라서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점이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어야 하고, 아래서부터 문화가 생겨나야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포 줄여야 재미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다. 최근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가진 책인데 ‘재미’의 측면에 대해 조금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을 거치며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제 대표는 직장을 그만뒀을 때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 “재미없어서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독서 모임을 함께 하던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을 때도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돈을 벌겠느냐”, “무책임한 소리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제 대표는 “재미를 ‘쾌락’의 개념으로 생각해서 나오는 반응들이 아닐까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이렇다”면서 네 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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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활동 자체가 주는 재미다. 몇 시간이 잠깐처럼 느껴질 만큼 몰입해서 일할 때 느끼는 그런 재미를 말한다. 두 번째는 원하는 판을 짜서 일하는 재미다. 이것은 자기결정권의 문제라고 제 대표는 말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질 마음으로 일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미다. 이것은 두 번째 재미와 어느 정도 연결된다. “내가 원하는 판에서 일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는 때로 지루하고 괴로운 활동을 견뎌내고 남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다. 혼자 하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할 때는 재미없는 일도 맘이 맞는 사람과 합을 맞추면 재미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들으니 비로소 일의 ‘재미’라는 게 특정 분야, 특정 직업,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보다는 ‘어떻게’, ‘누구와 일하느냐’, 얼마만큼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롤링다이스는 조합원 12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처음에는 상근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각기 직업을 가진 12명이 일주일에 서너 시간씩 할애하면 한 명의 풀타임 직원이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상근자 2명, 파트타임 직원 2명을 두고 있다.

제 대표는 “사실, 일은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롤링다이스는 망하더라도 12명이 12분의 1 만큼 책임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무리 재미있던 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될 때 싫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고요. 우리 사회는 직장생활이든 사업이든 자기 인생을 온전히 걸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오는 부담은 ‘공포’에 가깝죠.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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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표는 마치 시시포스 신화에 나오는 돌 굴리기처럼 고된 노동을 그만둘 수 없게 하는 이유 중 첫째가 ‘생계유지의 공포’라면서 이 공포를 줄일 수 있어야 ‘일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자칫 돌을 놓치더라도 잠깐 손을 뻗어서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면 공포는 줄어들 거예요. 그 존재는 동료일 수도 있고, 맞벌이하는 배우자일 수도 있고, 공동체, 혹은 사회복지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굶어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죠. 그럴 때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 구조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일하는 사람 개개인이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당장 누릴 즐거움과 행복감이 있어야 사회 변화를 이끌 동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이 즐거운 시대는 언제 올까? 혹시 이제 곧?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에 집에 있고 서울을 오가며 일한다는 제 대표는 “조금씩 할 때는 뿌듯하고 재미있지만 혼자서 해야 하고, 꼭 해야 할 때 고되고 공포스러워지는 대표적인 일이 눈 치우기”라면서 웃었다.

책 ‘가슴 뛰는 회사’를 펴낸 존 애이브램스는 자신이 공동 창립한 미국의 건축회사 ‘사우스 마운틴’에 대해 “이윤보다 우선시해야 할 다양한 가치들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 중에는 ‘직원의 마음이 기쁜지, 생계는 잘 유지되는지, 서로 잘 배려하는지’ 등이 포함된다. 그밖에도 고객, 지역, 환경 등의 가치를 고려하는데, 그 이유는 ‘성공하는 회사가 되는 데 경쟁보다 협동이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4년 독일의 단체 ‘노동의 새로운 질을 위한 운동’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7,444명의 근로자에게 일의 어떤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동은 재미있어야 한다”(85%), “노동은 의미 있게 느껴져야 한다”(73%)는 대답이 고정적 소득(92%), 안정성(88%) 못지않게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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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연재 시리즈를 통해서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그리고 재미와 발전까지 ‘좋은 일’의 측면을 나눠서 생각해 봤다. 매 회차마다 수만 명이 글을 읽었고, 함께 진행한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에는 1만 2,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만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과 더 나은 일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또 아직 집계 중이지만, 기존 산업화 시대의 좋은 직장과는 다른 차원의 ‘좋은 일’에 대한 기대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그러나 “직장이 놀이터냐”,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을 누가 쓰겠느냐”, “놀 거 다 놀고 월급 받으려 하느냐” 등의 비판도 많았다. 이 글 밑에도 틀림없이 그런 댓글이 달릴 것이다. 고용주인 기업가들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매일 하는 일을 ‘의미 없는 밥벌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원래 그런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을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꿈’을 묻고 ‘적성을 찾으라’고 하면서 어른이 돼서는 왜 다 잊어버리는 걸까?

어쩌면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래로 아직 충분히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연애결혼’이란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은 지나갔는데, ‘일은 즐거울 수 있다’, ‘좋은 일을 요구하자’고 생각하는 시대는 언제쯤에나 올까? 혹시, 지금 거의 도래했는데 깨닫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이로써 8회에 걸친 ‘좋은 일’ 탐방은 끝났다. 1월 31일로 설문조사는 마감되며, 결과는 2월 중에 발표된다. 아울러, 자신의 일 이야기를 들려줄 세대별, 직군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인터뷰,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대안을 묻는 토론회도 진행된다. 그 이후로도, ‘좋은 일’의 상(像)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글 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화, 2016/01/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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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쉬운 해고'를 '공정 인사'로 둔갑시켰다!

정부의 아전인수식 법제도 해석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판도라의 상자가 드디어 열렸다. 지난 1월 19일 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을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던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내용을 담고 있는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한 공정인사·취업규칙 지침'이 22일 전격적으로 발표되었다. 작년 12월 30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선보인 '가이드북'이 이번에는 갑자기 '가이드라인(지침)'으로 바뀌더니, 보도자료의 발표 제목에서 '일반해고'가 어느새 '공정인사'로 둔갑했다. 애써 일반해고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피하고자 하는 꼼수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예상했던 바대로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가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노사 모두 불확실성에 직면하기 때문에 법과 판례에 따라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화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지침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은 "업무 능력의 결여와 근무 성적의 부진 등을 이유로 일반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는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지만, 일반해고 지침의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를 둘러싼 노사, 노사정간 대립과 갈등이 향후에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사례를 언급하면서 일본과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의 준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법제도 및 판례의 최근 변화 양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고용 보호가 가장 강한 나라에 속하는 독일조차 저성과 및 나쁜 성과(Minder- und Schlechtleistung)를 노동자의 개인적 사유에 근거한 해고 사유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몇몇 판결에서 상당히 엄격한 전제 조건들을 부여한 상태에서 예외적으로 해고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또한 독일은 우리와 달리, 해고 조치의 전후 단계별로 촘촘한 고용 안정 조치들을 법제도적으로 잘 구비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할 때 저성과자의 해고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독일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맥락이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독일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전혀 다른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고용보호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인 독일조차 민법, 해고 보호법, 기업 조직법 등 다층적인 법제도를 통해 해고에 대한 사용자의 오남용 행위를 막고 있으며, 고용 조정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개별적, 집단적 해고에 대한 보호 지수가 OECD 평균보다 못할 정도로 고용 안정성이 낮고, 평균 근속 연수가 5~6년에 불과할 정도로 직업 안정성도 낮은 우리나라에서 업무 능력과 실적 미비 등을 사유로 한 저성과자 해고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해고 '자유화'를 의미한다.

정부와 사용자는 일반해고 도입의 명분을 노동위원회와 법원 등을 거치면서 장기화되는 부당해고 소송의 증가 추세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변명이다. 오히려 정부가 일반해고 도입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이유가 일상적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합법적인 고용 조정이 필요하고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등과 같은 조치도 추가 비용 부담이 유발된다는 재벌 대기업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둘째, 정부는 저성과자로 인한 해고가 법률적으로나 판례를 볼 때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법제도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 노동부가 자주 인용하는 국내 판례는 주로 해고 처분이 아니라, 인사권 행사(승진누락, 성과급 미지급, 대기발령 등)에 국한된 경우이며, 징계해고와 같이 행위적 이유에 의해 발생한 해고라고 하더라도 실적 부진만으로 근로계약 해지(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사실상 능력 부족이나 적격성 문제 등 개인적 사유로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독일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법률적 근거에 의하면, 행위적 이유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 저성과를 초래하는 개인적 사유에 의한 해고는 상당히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우선 해고 예고 시 노동자 본인과 노동자 대표(사업장 평의회)의 설명 보고 및 이의 제기권이 보장되고, 성과 판단의 기준과 내용, 절차와 영향 등 성과 체계 전체에 대한 노동자 대표의 참여권, 특히 공동 결정권이 부여되고 있다. 또한 해고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 절차에서 사용자의 증빙 의무는 상당히 엄격하다.

독일연방노동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성과가 '현저하게' 객관적으로 증명되어야 하고, 노동자의 책임 소재라고 판단할 수 있는 계약 위반 사실이 '분명하게' 증거로 제출되고, 이러한 저성과 문제로 인해 기업에 '명확한' 피해가 발생하고 이러한 손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용자가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조건들이 모두 논증되어야만 해고 정당성이 유효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셋째,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 사유가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노사 모두 불확실성에 직면함으로써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일반해고의 도입은 굳이 입법조치가 아니라, 행정지침 방식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조차 해고의 '정당한 이유'(근기법 23조 1항)를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의 귀책 사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근로 계약상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굳이 저성과의 개념 규정을 고집하는 정부의 의도가 오히려 의심스럽다. 그래서 독일 또한 저성과의 기준으로 '성과 중간치', 혹은 '평균치'에 대한 애매한 규정을 열거하기보다는 민법상의 "중간 수준의 형태와 수준을 나타내는 성과"라는 개념을 준용하고 구체적인 적용은 기존 판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행정지침을 통해 새로운 해고 제도를 도입하고 현실에 적용하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이며, 행정부의 월권 행위에 해당한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반해고 지침을 밀어붙인다면, 정부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렇게 행정지침을 남발하는 것은 정부가 그렇게 비판하던 해고 소송의 장기화와 중복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정부는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도입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에서 일반해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수차례 강조하였다. 평가 제도의 설계에 노동자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고 평가 방법의 객관성과 평가 실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갖추고 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인사고과제도는 노동자의 공정한 참가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사실상 인사고과제도와 유사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 성과평가제도는 경영 특권으로 사용자의 권한으로 귀속될 것이며, 성과 평가의 기준과 절차에 있어서 노동자의 개입력과 영향력은 사실상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독일 사례를 참고로 하여 저성과자에게 재기의 기회로 부여되는 재교육과 배치 전환의 가능성은 굳이 일반해고의 도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용 안정 수단으로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조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전권 하에서 만들어지고 실행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을 고려하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 

이상과 같이 2016년 벽두부터 정부는 한국사회에서 고용 '유연화' 수준을 넘어서는 가히 해고 '자유화'라고 할 수 있는 '일반해고'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개인적 귀책 사유에 근거한 해고를 합법화하는 이번 지침이 만일 시행된다면, 근로계약의 해지 상황에서 노동자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을 것이다. 경영상의 사유로 정리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할 권리, 즉 고용안정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노동자의 개인적 사유에 따른 해고에 대해 사회적 보호와 배려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으로 인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청년유니온 등 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대응하고 있지만, 사회적 저항으로 승화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반해고 도입에 대한 노동자의 대응이 촉발되고 이러한 대응이 물꼬를 열어 국민적 저항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양대 노총이 제 시민사회 세력과 얼마나 제대로 사회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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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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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의 현장, 바로 우리 아파트일지 모릅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웃음 짓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도 웃음이 번지는 아파트가 될 수는 없을까요? 희망제작소가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문제 해법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월, 2016/02/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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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아래쪽 끝자락 경기도 안산까지 내려가면 2개의 거대한 제조업 공단이 나온다.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그것이다. 두 공단은 행정구역으론 안산시와 시흥시로 나뉜다.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상록수역에서 불과 다섯 정거장 떨어진 안산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으면 10분 만에 반월공단이 나온다. 안산시 반월공단엔 15만 명, 시흥시 시화공단엔 10만 명이 고용돼 일한다. 두 공단은 편법, 불법 파견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전국의 2천여 파견회사 중 312개(안산 229개, 시흥 83개)가 이곳에서 성업 중이다. 전국의 파견노동자 12만 명 중 2만 명이 두 공단에서 생계를 이어간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으뜸이다.

두 공단 안에서 벌어지는 감시와 통제, 노동기본권 제약은 60~70년대에나 있을 법한 무법천지다. 작업 중 화장실이나 물 마시러 가는 걸 통제하는 건 기본이고, 휴대폰은 출근과 동시에 압수하고, 팀장이 여자탈의실에 들어와 제품 도난을 핑계로 가방과 사물함을 검사하고, 하루 종일 차에 태워 이 공장 저 공장을 돌아다니며 일 시키기 일쑤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엔 통근버스도 작업복 색깔도, 사물함 이름표 색깔조차 다르다. 구내식당에서도 작업복 색깔에 따라 따로 먹는다.

반월공단 휴대폰 조립회사에 다니는 40대 후반의 A씨는 좁아터진 탈의실을 출퇴근 시간 지옥철에 비유했다. A씨는 “출근하자마자 3층으로 된 사물함 100여 개가 놓인 4평 남짓 좁아터진 탈의실에 1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지옥철보다 더 힘들다. 파견 사용업체는 파견노동자를 위한 공간 확보엔 관심조차 없다”고 했다.

하루 공장 셋 돌며 ‘뺑뺑이 노동’

40대 중반의 여성 파견노동자 B씨가 겪는 사연은 더 기막히다.

200여 명이 일하는 반월공단의 한 공장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일하는데 관리자가 와서 나오래요. 차를 타래요. 탔는데 설명도 없이 ‘용인’엘 가요. 불량 났다고 거기서 출장 선별하래요. 가방도, 물통도 없이 슬리퍼 신은 채 끌려갔어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독일 유명회사 제품이었어요. 종일 양치도 못 하고 짜장면 시켜 먹었어요. 며칠 있다 또 차타래요. 이번엔 얼른 가방부터 챙겼더니, 반장이 ‘가방 왜 챙기냐’며 빨리 가라고 해 가방도 놓고 왔어요. 차 타고 가서 5시 반 정규시간까지 일했어요. 거기 과장이 퇴근 시간에 데리러 왔는데, 원래 공장으로 안 가고 ‘수원’의 또 다른 공장으로 갔어요. 이 공장에서 잔업 하래요. 저녁도 못 먹고 물만 먹고 잔업까지 마친 뒤 원래 공장으로 가서 카드 찍고 퇴근했어요. 그 회사는 한 달 만근수당이 있어서 딱 한 달 채우고 관뒀어요. 그런데 10일 뒤 나온 월급명세서엔 만근수당이 없었어요. 화가 나 전화로 따졌더니 ‘두 분이 같이 관두셔서 제가 얼마나 혼났는 줄 아냐. 그러고도 수당까지 받으려고 하냐’고 했어요.

작업 장소도 알려주지 않고 하루에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작업시키는 건 파견노동자의 몸과 정신이 모두 회사 소유하라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은 지난해 9~12월 두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월담은 설문에 응한 150명 가운데 12명을 심층면접한 결과 두 공단엔 감시와 통제, 폭언과 폭행, 노동기본권 제한, 불합리한 작업지시, 괴롭힘과 차별 등 다양한 형태의 가부장적 작업장 문화가 폭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월담은 무리한 생산량 설정과 이를 위한 무리한 작업지시의 배후엔 두 공단을 하청기지로 활용해온 대기업의 횡포가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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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문자로 다음 날 아침 8시 출근 지시

파견회사는 언제든 노동력을 공급받도록 대규모 파견시장을 키워놓고 저녁 6시나 밤 9시 반에도 휴대폰 문자로 다음날 아침 8시 출근을 지시했다. 위 사진 왼쪽엔 저녁 6시에 다음날 아침 출근을 지시하면서 ‘대기자가 200명이니 개인사정으로 출근 못하면 파견회사로 알려달라’고 한다. 사진 오른쪽은 밤 9시 반에 출근지시하면서 문자로 작업 내용을 통보한 것이다.

법 위반 사례도 부기지수다.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엔 파견노동을 시킬 수 없다. 그러나 반월시화공단엔 ‘임시/간헐적’이란 단서를 악용해 불법파견이 성행 중이다. 너무나 상시적인 일에 너무도 많은 파견노동자가 일한다. 회사는 노동자에게 불법파견 은폐도 종용한다.

파견법 5조 (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 ①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②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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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공단으로 들어가는 안산역 앞엔 파견업체 간판이 즐비하다. 5층짜리 한 건물에 10개의 파견회사가 입주한 곳도 있다. ‘근로자 파견전문’이란 커다란 입간판을 단 한 파견회사는 입구에 ‘생산직’ 파견이라고 아예 써 놨다(위 사진 오른쪽). 이들에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금한다는 파견법 조항 따윈 소용없다.

세금과 노동법 위반 등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업체 이름을 수시로 바꾸기도 한다. 안산시 단원구 원곡본동에 있는 파견업체 ‘잡플러스’는 1년 뒤 ‘포맨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간판 색깔을 붉은색에서 남색으로 바꿨다.(아래 사진) 같은 건물에 있는 ‘우리 솔루션’은 1년 뒤 ‘우정 솔루션’으로 바꾸면서 ‘리’를 ‘정’으로 바꿔 달았다. 하얀 간판에 붙은 전화번호도 그대로다.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있는 ‘우리’라는 글자는 채 바꾸지 못해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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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수시교체, 간판 비용 아까워 A4용지 붙여

또 다른 파견업체는 제조업 파견이 원칙적 불법인 걸 알고 ‘도급’ 노동자를 모집한다고 유리창에 흰 글씨로 새겼다. 이 업체는 수시로 바꾸는 회사 이름에 따라 간판 교체할 비용을 아끼려고 A4 복사용지로 바뀐 회사 이름 ‘㈜00잡스’를 출력해 유리창에 붙였다. 물론 이 회사도 진성 도급보다는 불법 파견도 개의치 않고 수행했다.

안산 일대에서 파견노동자로 수년 동안 일해온 이숙영 씨(30)는 “하도 회사 이름이 자주 바꿔 내가 소속된 회사 이름도 모른 채 일하기도 했다”고 했다. 4대 보험을 신청하려는 이 씨에게 회사는 아래 사진처럼 ‘연기 신청서’ 작성을 유도했다. 4대 보험은 5인 이상 사업장 모든 노동자가 의무가입해야 하지만, 본인이 희망하면 연기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악용해 파견회사들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공적 보험 가입을 미루는 편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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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열 가족, 파견노동시장

한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 100여 명이 십여 개 파견회사 소속으로 나뉘기도 했다. 50대 파견노동자가 찍은 공장 안 출근카드함 사진을 보면 이름표마다 노란, 빨간, 분홍, 초록, 회색 스티커가 붙여 소속회사와 정규직/비정규직 신분을 구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장에 5개월째 다니던 김은선 씨(51)는 “직원 150여 명이 일하는 한 공장에 ‘한 지붕, 열 가족’으로 다른 파견회사 소속 노동자가 뒤엉켜 일한다”고 했다.

파견회사가 불법과 편법을 조장하는 또다른 사례도 소개했다. 김 씨는 “파견회사가 지난해 4월 내게 전화해 ‘3일 동안 출근하지 말라’고 했어요. ‘혹시 (노동부에서) 전화 와서 거기 다니느냐고 물으면 4월 12일 자로 그만뒀다’고 말하래요.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그 공장에 불법파견 조사 나왔던 거죠”라고 말했다. 생산직 직접공정에 파견노동자가 버젓이 일하는 걸 감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은 “파견노동자들이 스스로 원해 파견을 하고 있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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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한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고용노동부의 방조와 묵인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명숙 활동가는 “노동인권 침해의 진짜 원인은 독점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다단계 하청구조”라며 “대기업이 성장의 단물을 대부분 가져가는 이런 산업구조에서 하청업체가 살길은 비정규직을 쥐어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 2016/02/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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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실명 위기 놓인 하청 노동자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삼성전자 3차 하청 업체 20대 파견 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이 중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보호 마스크나 환기 시설도 없이 장갑도 끼지 않고, 자신들이 다루는 것이 무슨 물질인지 모른 채 일했다. 20대 노동자 4명 중 두 명은 두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고, 1명은 이미 한쪽 눈은 실명했으며 한쪽은 시력이 손상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메틸알코올은 잘 알려진 독성 물질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1월에는 인도에서 29명이, 11월에는 터키에서 26명이 사망했다. 널리 알려진 독성 물질이기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 교육, 안전 장갑, 보호의, 보호 마스크 지급 및 환기 장치 설치 등이 의무화되어 있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처벌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일을 시켰고, 정부의 감독은 완전 사각지대에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전자산업의 다단계 하청으로 삼성전자의 3차 하청 업체였으며,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파견 사업장이었다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 공정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일시적, 간헐적 사유로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했고, 파견 업체 또한 무허가 업체였던 것이 드러났다. 재벌 대기업의 위험 업무의 외주화, 불법 파견, 안전 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참혹한 사고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이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천을 비롯한 전국의 국가 지방 산업단지 공단 내 사업장이 모두 '하청 업체, 불법 파견, 소규모'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각종 맹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며 위험 작업을 하면서 방치되어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한 노동자의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점검을 하면서 알려진 경우이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명을 하고, 중추 신경계 마비가 왔으나 방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4월부터 광주에서는 남영전구의 수은 중독으로 떠들썩했다. 형광등 생산의 대표 기업인 남영전구 광주 공장의 설비 철거 과정에서 철거 작업, 운반 작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집단 수은 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80여 명의 노동자들이 수은 중독 피해를 입었고, 이중 12명은 산재로 인정받았다. 장비, 운반 종사 등 상당수 노동자들은 산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특수 고용 노동자였고, 대부분의 노동자가 치료비 정도만 지원받은 상태이다.

 

수은 또한 너무나 잘 알려진 맹독성 물질이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나오는 '미나마타 병'이 대표적이다. 1956년에 일본의 미나마타 지방의 질소 비료 공장에서 버린 폐수가 바다로 흘렀고, 그곳의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 수은 중독에 걸려. 중추 신경계 마비, 경련, 사망으로 1956년에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 물고기 떼죽음 등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수은 중독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부터 수은 제품의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고, 수은을 관리하는 '미나마타 협약'을 마련했다. 2013년 140개국 대표가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 2016년 발효되며, 한국도 2014년 이 협약에 서명했다. 

 

수은 중독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 주입 작업을 했던 15세 문송면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수은 중독이다.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과 함께 노동 현장의 안전 보건의 심각성을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위험성이 너무도 잘 알려진 수은 중독이 2015년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 문제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영전구-우리토건-ㅅ 건설-(주)에코산업-심장'으로 이어지는 4단계에 걸친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이었다. 남영전구는 수은 폐기물을 적법한 처리도 하지 않았고, 매립해왔으면서, 자르면 수은이 뚝뚝 떨어지는 생산 설비 철거 작업을 하면서 철거 업체에 수은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몇 단계에 걸친 도급을 거쳐 맨 마지막에 일하던 노동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호구나 장치도 없이 일하다가 수은 중독에 걸린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문제가 커지면서 노동부가 감독에 나섰으나,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수은은 도급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 위험 업무이지만, 철거 작업은 도급 인가나 원청의 책임을 묻는 어떤 조항에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을 체결했으나,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그동안 수은에 대한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남영전구는 30년 동안 형광등을 생산했지만 단 한 번도 신고하지 않고 생산을 해왔다. 더욱이 수은의 경우에는 철거 후 운반된 수은이 포함된 고철, 수은을 매립한 땅, 수은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는 하천 등 그 지역 주민 전체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미 절반을 넘어선 한국의 비정규직의 심각성은 재벌 대기업에서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의 2015년 고용 형태 공시제 조사 결과 300인 이상 대기업 3019개 소속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9.5%다. 300인 이상 기업 간접 고용 노동자 중 92%가 1000인 이상 기업에 분포, 10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가운데 41.4%가 비정규직이다. 10대 재벌 기업은 더욱 심각해서 현대중공업은 66.7%, GS는 56.1%, 포스코는 50.2% 등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안전 보건 투자는 오히려 전체 사업장 평균 이하로 심각한 수준이다.

 

1년 반 동안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죽음의 공장으로 불렸던 당진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이다. 아르곤 가스 질식 사고로 5명의 노동자 사망이 일어나 노동부 특별감독이 진행되던 해에 수천 건의 법위반과 더불어 당진 현대제철의 안전투자가 0원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번에 메틸알코올 중독이 발생한 삼성전자는 직업병 사망자 발생과 더불어 불산 누출 사고 당시에도 1000여 건이 넘는 법 위반이 적발되었고, 화학 물질을 다루며 수만 명이 일하는 공장에 전담 보건관리 조직이 없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화학 물질을 관리하는 보건 관리자 선임에 대한 사업장 감독도 부실했고, 미선임으로 적발되어도 300만 원 내외의 과태료에 그쳐, 사업장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도 관리도 교육도 없었다.

 

하청, 파견 등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는 노동자의 임금, 고용의 불안정성뿐 아니라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 중대 재해의 40%가 하청 노동자 사망이다. 더구나 2차, 3차 하청으로 이어진 화학물질 취급의 문제는 노동자 사망과 더불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심대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노동부는 유해 위험한 업무에 상시 고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급과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했다가 경총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방사선, 화학 물질, 설비 보수 업무 등 치명적인 유해 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보건관리자를 원청에 선임의무를 두게 하는 등 원청의 의무를 강화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반영한 법 개정안과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을 포함하여 산재 사망과 일반 재해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청원 입법은 국회에서 심의도 열리지 못하고 법안 폐기의 운명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의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며 뿌리 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한상의와 경제 단체가 주도하는 서명 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나섰고, 강제적 서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도 안산의 반월 시화공단을 방문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 시각 한국의 대표적인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불법 파견으로 일하던 앞길이 구만리인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빠졌다. 이미 차고 넘치는 공단의 불법 파견도 모자라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통과는 노동자들의 피를 토하게 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화, 2016/02/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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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설문조사에 1만5천 건이 넘는 응답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글의 조회 수는 종종 1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로그를 통해 연재한
‘좋은 일 공정한 노동’에 쏟아진 관심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은 일’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설문조사의 응답 내용이었습니다.
높은 임금이나 정규직 여부보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는 ‘고용안정, 직무‧직업 특성, 개인의 발전, 임금,
근로조건, 관계’ 등 일의 6개 측면을 제시하고 내용을 설명한 뒤,
그 중 ‘좋은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 하나를 꼽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근로조건(근로시간, 개인 삶 존중, 스트레스 강도)이라는 응답이
48%나 나왔습니다. 고용안정(16%), 직무‧직업 특성(13%), 임금(12%),
개인의 발전(7%), 관계(4%) 순서로 다른 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열 명 중 네 명(39.9%)은 조건이 나은 직장(임금 측면 제외)이라면,
임금이 현재보다 줄더라도 옮길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일 자체의 내용’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설문에 응답한 이들이 주로 젊은 층이고 인터넷 사용자들이라는 데 주목합니다.
다음 세대의 ‘일’과 ‘일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통해 단지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보람과 재미도 함께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수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도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또한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 경영에서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도록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이 가운데 특히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바로 오늘,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를 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설문에 응답한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복면 좌담회’ 결과도 발표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이 ‘좋은 일’ 확산을 위해 우선으로 필요한 정책 및 법안을 제시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성태 교수,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노무사),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세종대 김혜진 교수 등이 참석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맞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 얼마나
단순명료한 제안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자세히 보기☞클릭)

세상은 흔들리고 기우뚱거리다가도 다시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함께 ‘좋은 일’에 대한 기준을 찾아보고 반전시킬 기회를 모색해보면 좋겠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수, 2016/02/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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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한 번째 책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한다>
국제노동기구 이코노미스트 이상헌이 전하는 사람, 노동, 경제학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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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냉정하다. 경제를 구성하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개념은 수치와 그래프 거기에 정교한 모델까지 더해져 높디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성과 같다.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성을 허물어뜨린다. 저자의 대학 동기는 그에게 경제학이 아니라 문학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단다. 그만큼 그의 글은 인간적이고 성찰적이며 때론 말랑말랑하고 울컥울컥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물론 경제현상을 냉철히 바라보는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무엇보다 필요한 영역이 경제와 노동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확고해진다.

시작은 소소하다. 노란 월급봉투, 우유배달, 화장실과 같은 일상적인 키워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단어들이 사람, 노동자와 만나 조금씩 비틀린 우리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와 같은 의문이 한숨에 섞여 토해진다. ‘시민으로서의 노동자’를 이야기하는 그 바탕이 저자가 스스로 말하듯 ‘성장과 주류’라는 경제학의 중심 프레임과 불화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불화는 아름답다. 그는 경제 성장 뒤에 숨겨진 땀내 나는 노동을 기억한다. 주류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칼질에 피폐해진 다수의 삶에 눈물 흘린다. 막무가내 경제논리에 가라앉은 이 땅의 아이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현실에 분노한다.

그는 노동만을 이야기하지도 경제학만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건조한 숫자 안에 담긴 인간의 삶을 바라보며, 번번이 어긋나는 노동과 경제학을 안타까워한다. 나는 그 길을 어떻게 맞닿게 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 수는 없을까? 먹먹한 마음으로 책을 덮자,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내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질문이 남았다.

글 : 조현진 | 시민사업팀 · [email protected]

금, 2016/02/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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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없다면 좋은 삶도 없다.”
국내에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이라는 이름의 저서가 번역‧출간돼 알려진 독일의 프리랜서 작가 토마스 바셰크는 이와 같은 말로 “좋은 삶, 진정한 삶은 노동 바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지만 노동은 이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복잡한 면을 지니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짧은 노동이 아니라 여가에 집착하지 않는 좋은 노동”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노동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도 책 <노동이란 무엇인가>에서 칸트의 통찰을 인용해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훨씬 큰 만족을 얻을 것”이라며 “노동은 사람에게 힘이 솟구치게 한다”고 했다. 이런 전제 하에서 스벤젠은 노동의 미래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노동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노동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좋은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런 관점은 노동시간을 줄여 나가서 노동자를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좋은 삶’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최근의 보편적 인식과는 방향이 다르다. 자본주의를 붕괴시킴으로써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려 했던 마르크스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노동을 삶과 분리시켜 노동의 바깥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노동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노동 자체를 ‘좋은 노동’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인데, 이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첫 번째 질문은 ‘좋은 노동이란 과연 무엇인가’이며, 두 번째 질문은 ‘좋은 노동은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답하려 할 때 어려운 점은, 좋은 노동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도식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똑같은 직장에서 동일한 직무를 담당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노동이란 일자리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노동을 대하는 노동자들의 태도와 능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많이 받는 직장에서 일하면 만족감이 올라갈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 <달과 6펜스>에는 남들이 부러워하고 안정적 급여를 받는 증권회사 간부였던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 외곽의 허름한 호텔로 무작정 가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가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물에 빠진 사람은 헤엄을 칠 수밖에 없다”고 대답한다.

물론 노동을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당연히 노동은 생계수단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 좋은 노동이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적정한 급여와 해고 위협에 시달리지 않는 안정성은 좋은 노동의 기본적 조건일 뿐이다.

좋은 노동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이 노동에서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 신념을 표현하고 스스로 자신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고립된 주체로가 아니라 사회적관계속에 노동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노동은 자신의 노동 결과물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하면 좋은 노동이란 노동을 통해 안정된 생계를 보장받고 자아를 실현할 기회를 가지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통해 주변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노동 3권은 좋은 노동의 필수 조건

이제 두 번째 질문인 ‘좋은 노동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좋은 노동을 위해서는 먼저 노동자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꾸고,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개인의 마음가짐과 노력만으로 나쁜 노동을 좋은 노동으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알베르토 카뮈의 <시지포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이 아무리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려 해도 거기서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결국 무의미하고 지루한 노동을 보다 인간적인 노동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컨베이어 작업속도, 직무순환구조, 교육훈련기회 등 노동조건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 통제 하의, 고도로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 하에서 개별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노동조건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좋은 노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힘이 필요하다. 노동3권이 좋은 노동을 위한 필수 조건인 이유다. 대한민국 헌법 상 노동3권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해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법원과 정부는 노동3권 행사의 목적인 노동조건을 임금, 복리후생 등 ‘경제적 이익’으로 제한하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의 민영화반대,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영리의료화 반대,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보도 투쟁 등은 모두 좋은 노동을 목적으로 한 노동3권의 행사라 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자신의 노동이 이윤추구나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공공선에 기여함으로써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고객 1인당 100원씩 수수료를 주는 조건으로 경품추첨행사에 가능한 많은 고객들이 응모하도록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 조합에서 ‘개인정보유출’을 이유로 사측의 지시를 거부한 것도 좋은 노동을 위한 모범적 투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의 법은 공동선을 위한 노동3권은 인정하지 않고 ‘밥그릇 투쟁’만을 허용한다. 노동3권을 생존의 권리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노동자들을 임금노예로 가두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합법적인 투쟁은 ‘밥그릇 투쟁’이라고 욕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나쁜 노동을 만들어 낼 때 노동자들은 이를 좋은 노동으로 바꿔낼 의무와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서 노동 3권은 ‘밥그릇 지키는 권리’를 넘어 ‘좋은 노동을 위한 권리’로 재정립돼야 한다.

노동 3권이 ‘시민권’이어야 하는 이유

고대 그리스시대 아리스토텔레스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덕을 획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할 시민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시민들이 정치적 활동을 위해 여가를 누리는 사이 일은 노예들에게 맡겨졌다.

근대 시민민주주의에서도 시민은 부르주아 계급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노동자들은 ‘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 사회사상가 루소의 통찰을 빌리자면 노동자들은 투표하는 날 하루만 시민으로 살 뿐이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되돌아간다. 형식상 신분질서에서 풀려났지만 여전히 공공토론에서 배제돼 있으면서 실질적인 시민권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자신에게도 책임은 있다. 스스로 노동을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공동체의 이익에 무관심하게 살아 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1906~1975)는 “현대 대중사회는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도구적 이성의 위험성을 강조한 마르쿠제(1898~1979)역시 노동자들이 오로지 자동차, 요리도구 상품 속에서만 자신의 영혼을 발견하면서 ‘일차원적 존재’로 퇴락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이 기술적 표준화, 자동화에 따라 점점 획일화되고 노동자들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데만 빠져 있으면서 공동체의 윤리나 도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노동을 위해서 앞에서 말한 정당한 대가, 자아실현의 기회도 주어져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익활동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점에서 좋은 노동에 대한 요구는 시민적 권리이기도 하다.

프랑스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자본주의가 이익을 위한 데모는 견디어 낼 수 있지만 욕망을 위한 데모는 전혀 견디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때의 욕망은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결핍’의 산물이 아니라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바깥세계로 끊임없이 발산하게 만드는 ‘생산’의 동력이다.

인간은 본래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더 많은 ‘가치 있는 노동’을 욕망한다. 가치 있는 노동은 생산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타인과 관계 맺고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그럴 때 노동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 3권’인 동시에 ‘시민권’인 권리다. 이 권리가 보장될 때 노동자들은 비로소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주에서 풀려나 ‘시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치 있는 노동’, ‘좋은 삶’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강진구 |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월, 2016/02/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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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⑩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 노동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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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왜 그렇게 생각할까?”, “왜 좋은 직장을 찾아보기 힘들까?”, “어떻게 하면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

희망제작소는 창립 10주년 기획 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의 일환으로 2015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5,399명이 참여했고 48%의 응답자가 적정한 노동시간, 삶의 질 증진 등의 ‘근로조건’을 좋은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설문조사 결과 자세히 보기) 일자리를 선택할 때 고용안정(16%), 임금(12%)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소 다른 결과였다.

희망제작소는 이어서 지난 2월 20일 오후,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를 열었다. 연령‧성별‧직종별로 선별된 응답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한 것이다. 포근하고 맑은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총 11명이 희망제작소까지 찾아와 참석했고, 자신의 일 경험과 의견들도 적극적으로 말했다. 좋은 일이 많아지는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석자들을 나이순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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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는 연령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과 지역, 직장 등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사진은 가면을 쓴 상태에서만 찍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 칠 만한 일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임금은 크게 바뀌지 않으니 근로조건 꼽았다”

이 좌담회의 1차 목적은 앞선 설문조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었다. 임금과 고용안정보다 ‘근로조건’, 즉 적정한 노동시간, 삶의 질 증진, 과도한 스트레스 및 프라이버시 침해 없는 환경 제공이라는 조건에 더 많은 응답이 몰린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11명 중에서 설문 당시 ‘근로조건’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은 응답자는 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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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 다수는 “임금은 주어진 조건에서 크게 변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근로조건을 택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좋은 일’이 되려면 임금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부분이 어려우면 근로조건이라도 충족됐으면 한다는 뜻이었다.

F: 임금 수준은 직종마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채용 공고를 낼 때부터 공개돼 있으니까, 대체로는 감수하고 들어가잖아요. 근로조건은 밖에서 봤을 때는 알 수 없고, 겪어봐야 아니까 ‘좋은 일’이라고 하면 근로조건이 중요하죠.

E: 임금은 당연히 중요하죠. 임금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나 높아지는 쪽을 택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자기의 노동환경에서 생각했을 때, 임금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근로조건’을 꼽은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A: 연봉이 2,000만 원대라고 하더니 실제로 입사해 보니까 이것저것 빠지고 바뀌고 해서 월 140만원밖에 안 돼요. 방세가 30만원인데요. 그런데도 같이 졸업한 다른 친구들 보면 그만도 못 받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임금에 대해서는 만족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임금보다 근로조건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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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정말 임금보다 근로조건이 중요해서 그렇게 답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D: 저는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다른 기업 정규직으로 다시 입사했는데, 임금은 두 배 넘게 올랐지만 행복해진 것 같지 않아요. 건강한 성인이지만, 하루 12시간 근무하고 나면 지쳐서 연애고 뭐고 할 수가 없어요. 탈모까지 왔었다니까요.

J: 저도 굳이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근로조건을 고릅니다. 근로시간만 지키게 해 주면 임금 깎아도 돼요. 제가 다니던 곳에서는 막내 직원이 “제발 하루만 일찍 퇴근하게 해 주세요” 했어요. 자취하는데 양말 빨 시간이 없다고요. 그런 정도면 임금이 큰 의미가 없어요.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으니까요.

B: 즐겁게 살고 싶어서 돈을 버는 건데 하루에 12시간 이상 회사에 있으면 내 삶이 없잖아요. 저희 회사는 특히 회식이 많아요. 술 마시라는 강요도 심하고요. 프라이버시 침해도 심해요. 주말에도 집들이 같은 걸 하면 다 참석해야 하고, 남자친구 있냐 없냐 꼬치꼬치 캐묻고요. 그런 스트레스 안 받을 수 있는 직장인지가 저한테는 제일 중요해요.

직장맘인 I와 K는 양육 때문에 근로조건을 임금보다 우선시 했다고 답했다.

I : 저는 실제로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소하고 지금 직장으로 옮겼어요. 그 전 직장에서는 업무 실적이 좋아서 성과급을 많이 받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건강이 안 좋아졌고, 자녀를 돌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직장을 바꾼 거예요.

K: 저도 급여가 꽤 괜찮았던 회사에서 그보다 훨씬 급여가 적은 직장으로 옮긴 적이 있었는데, 이유가 양육 때문이었어요. 여성들은 특히 일을 지속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걸려 있기 때문에, 급여보다는 근무조건이 우선일 수 있죠.

특히 대학에서 취업지원관으로 근무하는 K는 “학생들 상담을 해봐도 근로조건을 임금, 고용안정보다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전제는 있었다고 한다.

채용 공고와 실제 근로 환경 다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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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응답자 중 상당수가 채용 공고, 혹은 근로계약과 실제 조건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D: 지금 회사에 입사할 때, 분명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30분 퇴근’이라고 돼 있었어요. 그 점이 좋아서 지원한 건데, 와 보니까 ‘오전 7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이 일반적이에요. 야근수당은 전혀 없고요. 부가적인 복지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제발 계약대로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J: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면접 다 보고 채용 결정된 다음에야 근로계약 내용을 알게 되잖아요. 그건 정말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근로계약서 상에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넣어놓은 경우도 있어요. 기밀을 다루는 회사도 아니면서 ‘퇴직 후 3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 이런 식으로요.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비교하기도 어렵고 하니까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A; 저는 학교에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배웠거든요. 지금 회사에서 그런 특기가 있는 직원을 뽑는다기에 지원한 건데, 지난 반 년 동안 한 번도 그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잡일을 해요. 제일 많이 하는 건 파일에 라벨 붙이는 거예요. 선배들한테 물어보면 “4년제 대학 나와도 그런 일 한다”고만 해요.

적성과 재미, 인격적 대우도 중요하다

A씨의 이야기는 ‘적성’의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직무‧직업 특성’에 관해 가장 중요한 세부 조건을 골라달라고 했을 때, ‘적성에 맞거나 재미있는 일’(52%)이 가장 높은 응답을 나타냈다. 이는 ‘내 일의 중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권한과 자율성이 있는 일’(39%),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일’(6%), ‘사회적 위세가 있는 일’(2%) 항목보다 높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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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 중에도 적성과 재미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에 따라 직업을 갖기에는 제약이 많은 현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C: 인문계로 진학했다가 취업 때문에 이공계로 전공을 바꿨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이 잘 되는 전공이냐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사실 아직도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걸 찾는 게 급선무고, 찾았다면 그 분야로 가기 위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야근이 많아서는 어려울 것 같아요.

D: 저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기 싫은 일은 무슨 일이건 중노동일 수밖에 없어요. 요즘 어지간한 기업은 입사 경쟁률이 1,000대 1도 넘는데, 그렇게 뽑은 스펙 좋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의욕도 없고 창의성도 없이 일하도록 하는 건 낭비잖아요?

B: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다른 부서 일이 많다고 계속 잡무를 시켜요. 잠깐 도와줬더니 잘 한다면서 다른 사람 일까지 제 일로 돌리고요. 그렇다고 디자인 업무를 줄여주는 게 아니에요. 그러다보니까 디자인을 해도 시들해지고,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아요.

직장 내에서 인격적 대우를 받느냐 아니냐도 ‘좋은 일’의 핵심적 요건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F: 간호사가 전문직이라지만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보다 낮은 사람, 아랫사람 취급하는 문화가 있어요. 수술하면서 기구 던지고 욕하는 의사들 많은데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요. 그게 일을 못 해서도 아니고, 의사가 한 농담을 안 받아줬다든가 하는 이유여도 그래요. 의사 눈 밖에 나면 해고되기 쉬우니까 반발을 못 하는 거예요.

A: 제가 만 19세가 안 돼서 취업한 건데도 술 마시라고 강요하실 때 정말 난처해요. 벌써 성추행 비슷한 사건도 있었어요. 화장 안 하고 출근하면 “나 오늘 네 얼굴 안 쳐다보겠다”고 하는 상사도 있고요. 저를 직원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용안정, 차별금지는 기본 중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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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좋은 일의 6가지 기준 중에서 근로조건 다음으로 높은 응답을 차지한 ‘고용안정’(16%)은 역시 중요한 요건이었다. 다른 조건이 좋아도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G: 저희 업계는 마흔 되기 전에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계속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옵니다. 저는 스물아홉에 경호지도사 자격증을 땄는데, 서른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어요. 이런 현실이라면 긴 시간 공부하고 자기계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H: 저는 금융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데, 2년 만에 한 번씩 직장을 잃어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법 만드시는 분들은 전혀 모르시는 것 같아요. 3개월간 새 직장을 못 찾아서 쉰 적이 있었는데, 가장 입장에서 정말 피가 마릅니다. 더 힘든 건, 정규직들이 ‘갑질’을 할 때예요. “너희는 2년에 한 번 바뀌니까”라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기도 해요. 그 분들이라고 대단한 스팩 가진 게 아니라 1980~1990년대 여건 좋을 때 우연히 맞아서 취직했을 뿐이면서요.

좋은 기업 인센티브냐 나쁜 기업 처벌이냐

노동현실에 대해 많은 의견들을 나눈 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방법들에 대해 물어봤다. 설문 응답 항목으로 제시됐던 내용 중에서는 좋은 일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근로기준법 위반을 일삼는 기업에 대한 규제 및 처벌 등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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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건 노동자에게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그걸 강요한 기업 또는 상사에 대해서 확실하게 형사 처벌을 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반강제 야근이라는 문화가 없어질 것입니다.

H: 저는 나쁜 기업에 확실하게 불이익을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오죽하면 저 혼자 팟캐스트라도 만들어서 업계의 나쁜 관행을 낱낱이 밝힐까 생각중입니다.

K: 저는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잘 하는 기업을 발굴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불이익 중심으로 가면 나쁜 기업들이 더 숨어버리고, 직원들도 압박을 크게 느끼지 않을까요? 기업이 실업급여도 안 주려고 고, 부당노동행위 신고도 못 하게 막고, “고소 할 테면 해봐, 우리는 다 준비돼 있어” 이렇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니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듯합니다.

E: 좋은 일 확산시키는 정책을 펴더라도 그 전에 나쁜 기업들, 썩은 부분을 도려내서 없애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서 전 국민이 다 알게 했으면 좋겠어요.

“노동자 가족의 직장 체험 의무화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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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는 설문 항목에는 담지 못 했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도 제기됐다.

J: 채용 공고 할 때 회사 기밀사항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 해야 합니다.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전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F: 저는 어려서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곳에 가본 적이 있어요. 내 자식에게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가족들이 직장에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을 의무화 하면 어떨까요? 이를 의식해서라도 기업 문화들이 조금은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D: 취업규칙을 입사할 때 한 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매년 재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 했으면 좋겠어요.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는 것처럼요. 일하는 사람이 권리와 법적 기준을 알아야 개선이 될 것입니다.

D씨의 말처럼 근로기준법, 노동법, 근로계약서 내용 등에 대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청소년들에게까지 확대됐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밖에도 “불편해도 조금 참지 뭐, 이렇게 하면 우리 아이들은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일할 것이다”(I), “사회를 바꾸려면 각자 공부도 더 하고, 선거 때 한 표도 제대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F) 등 의견들도 나왔다.
또한 이렇게 자기 일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면서 희망제작소에 이 일을 이어가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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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찾기 전문가 토론회’로 이어져

‘좋은 일 찾기’와 관련한 희망제작소의 다음 활동은 전문가 토론회다. 다음 연재를 통해서는 2월 24일 열리는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그리고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노동전문가들과 함께 정책요구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물론,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부디 단순명료한 대안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그처럼 단순명료하게까지는 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꾸려면 하나씩이라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그 뜻만큼은 통하리라고 믿는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화, 2016/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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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보장되며, 주 40시간 이하 노동시간을 지키고, 나의 적성에 맞거나 재미가 있으며, 일하는 사람 간에 화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갖쳐줘 있고, 일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증진되며, 그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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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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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라는 게 별거냐? 아무리 월급 많이 주고 복지혜택 많아도 바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트레스 주면 사표 내게 된다.”

“일을 안 해야 좋은 일이지.”

“앞으로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한다는데, 좋은 일을 고민해봐야 뭐하나?”

“어차피 인구가 줄고 있어서 얼마 후면 원하는 일자리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희망제작소 창립 10주년 기획 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을 진행하면서 자주 들었던 비판입니다. ‘하나마나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싶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곱씹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들입니다.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들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다는 이 기획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격인지, 이 기획연구를 담당하는 저의 눈에는 유달리 노동 관련 이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버스에, 열차 좌석들에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너구리인지 강아지인지 모를 캐릭터가 도배돼 있고, 그 비싸다는 포털 메인의 최상단 광고 자리에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배너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적잖은 돈을 뿌리니, 여기저기서 ‘노동’ 소리가 들려온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 ‘노동개혁’이라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네이버 해피빈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한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에 15,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그중 3,200여 명이 추가 의견을 남겼는데, 상당수가 자신의 노동조건이 합법적인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근로시간과 급여가 빈칸인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합니다. 출산휴가도 한 달만 주고, 연차가 없어서 하루 쉬려면 무급으로 쉬어야 합니다.”

“다른 조건은 좋은 편인데 근로계약서를 안 써줍니다. 야근 수당이 없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근로계약서 안 썼다고 부당한 대우는 없을 거라고 하시지만 직원들은 불안해합니다.”

“대졸인데도 주 70시간 이상 근무에 월급을 90만~100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경력이 쌓여야 월급이 올라가는 거지 처음에는 다 그렇다’라고만 합니다.”

모두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들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부당하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거의 모르는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잘 이뤄지는 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좀 낫지만, 노조조직률이 10%, 중소기업은 겨우 2% 수준이니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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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지만, 아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은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위 설문조사의 응답 항목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두 달여 동안 15,000명 이상 이 참여한 것만 봐도 그 열망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희망제작소가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이 좋은 일이냐’는 것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좋은 일의 기준이 ‘정규직’, 혹은 ‘대기업 정규직’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100대 대기업이 전체 고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정규직은 빠르게 없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규직’은 법적 표현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고용형태가 모두 정규직이었다가 계약직, 파견직 등이 하나 둘 생겨나다보니 정규직 법적 개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식으로 모호합니다. “정규직을 달라며 투쟁했더니 무기계약직을 줬다”는 2007년 510일간의 홈에버 파업 결과도 그런 모호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일’의 진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네이버 해피로그 연재를 통해서였습니다. 첫 회 ‘어떤 일을 원하세요? 정규직이면 되나요?’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들어본 다양한 일자리 모습을 전했습니다. 대부분은 비정규직 고용, 정체되는 연봉 등으로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사례였지만 단 한 명, 자기 일에 만족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학력‧성별 차별이 없고, 같은 직급의 고용형태는 모두 같으며, 직원을 배려하는 근로조건이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는 것입니다.

당시 글에는 싣지 못했지만 삼성전자의 중간 관리자급인 40대 초 남성과의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원하는지 관심이 있는 직장이 있다면 연봉이 줄더라도 옮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임금을 제외한) 근로조건 측면에서 ’좋은 일‘의 기준에 부합하는 직장이 있다면 임금이 줄더라도 옮기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응답자의 39.9%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통합니다.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임금이 줄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위의 40대 남성은 분명히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내부경쟁이 너무 심하고, 나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5년 후에도 이 기업에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다 40대 중반에 밀려나는 것보다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다른 대안을 찾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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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세요?’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정규직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없는 좋은 일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청년일자리 현황 파악을 위해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를 만나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제 주변에 손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경력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 전체가 ‘나쁜 일자리’에 직면해 있다. 단지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고, 외국어 실력을 쌓을 기회가 있었던 아주 소수의 여성들에게만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길이 그것도 남성들이 비해 아주 좁게 열려 있는데, 그나마도 출산과 육아의 상황에 직면하면 밀려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 여성들에게조차 경력도 학력도 인정 못 받는 최저 수준의 ‘나쁜 일자리’ 기회만 주어진다는 것이죠.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취업‧이직의 기회가 적은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들도 ‘좁은 길’에서 한 번 밀려나오면 ‘나쁜 일자리’ 기회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거기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중 대다수는 엉뚱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좁은 길’로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들어가 봐야 몇 년 버티지도 못할 텐데,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으려고 그 많은 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극소수만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의 일자리가 ‘좋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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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연재 시리즈는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재미 등의 주제로 각기 이 조건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 또는 단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이런 일부의 사례가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습니다. 주 4일만 출근 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 새누리당 사무처에도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존재한다는 것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좋은 일 찾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임금’보다 ‘적절한 노동시간과 삶의 질 증진, 과도한 스트레스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는 근로조건’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가 열망하는 ‘좋은 일’의 상(像)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며, 주 40시간 이하 노동시간을 지키고, 나의 적성에 맞거나 재미가 있으며, 일하는 사람 간에 화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갖춰져 있고, 일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증진되며, 그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는 일”

좋은 일 찾기 복면좌담회

이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월 20일에는 설문 응답자 중 연령‧성별‧직종별로 선별한 11명과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서울 평창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일하면서 느껴온 점, ‘좋은 일’의 중요한 기준 등을 적극적으로 말했습니다. 특히 좋은 일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후기)

“채용 공고 할 때 회사 기밀사항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전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자식에게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가족들이 직장에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취업규칙을 입사할 때 한 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매년 재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런 의견들을 구처적인 정책요구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월 24일에는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역시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렸고,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습니다.

현실이 난맥상인데 해법이 ‘단순명료’하기가 말처럼 쉽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발제 내용들에서는 최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내놓으려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강성태 교수는 노동자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가까운 지역 고용관청에서 최저근로기준을 담은 ‘근로기준명세서’를 개별 노동자들에게 교부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고용 계약 내용을 분명히 알고 체결할 수 있게 하자는, 어찌 보면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런 만큼, 그조차도 잘 지켜지지 않는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해법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노동시간 단축, 직장 내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 공정노동 인증 등에 대한 방안들이 제시됐습니다.(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후기)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번 연구에서 남은 것은 이 모든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 보고서’를 내놓는 것입니다. 물론 보고서가 나온다고 정책에 다 반영될 수도 없겠고, 노동 현실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토론회에서 강성태 교수님이 “희망제작소 연구의 좋은 점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라고 하신 것처럼 의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왔던 “근로계약법 맺는 법에 대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에 대해 청소년기부터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부터 희망제작소답게, 시민들과의 접점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당장 총선이 다가오면서 ‘일자리 정책’, ‘청년 고용 정책’ 등이 들려올 것입니다. 고용률 높이자고 비정규직, 인턴 자리만 양산하는 그런 정책 말고, 진짜 우리 노동 환경을 바꾸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풍족해지게 하는 그런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냥 고용 정책 말고, ’좋은 일‘을 원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참, 앞에서 전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해당된다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연구에 자문을 해준 이현종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전화 1350)나 지역별 관할고용센터 민원실을 찾아 상담하라”면서 “이런 상담이 고용노동부 본연의, 가장 주된 업무이므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노무사)도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사무국(0505-930-2710)에 연락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위 사진들 중 일부는 희망제작소 사무공간을 찍은 것입니다.

화, 2016/03/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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