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①] 바다위 6층짜리 구조물... 5년만에 제주에서 벌어진 일
제주해군기지 반대 싸움이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는 파괴되었고 아름다운 연산호도, 구럼비 바위도 사라졌습니다. 작년에 완공된 해군기지에는 미국 군함들이 수시로 드나듭니다. 강정 뿐만이 아닙니다. 제주 전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강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주민 동의 없는 제2공항이 성산에 지어지려 합니다. 제주 전역을 행진하며 제주의 평화를 기원하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7/31~8/5)을 앞두고 제주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기자 말
① 바다위 6층짜리 구조물... 5년만에 제주에서 벌어진 일
바다위 6층짜리 구조물... 5년만에 제주에서 벌어진 일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①] 강정의 10년, 생명평화의 마을로 가는 길
고권일 강정마을 반대대책위원장
▲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군관사가 뒤로 보인다. ⓒ 강정마을
이제는 변해버린 나의 고향, 강정마을
아름다운 제 고향, 강정마을만큼은 이 속담이 비껴갈 거라 믿었습니다. 집을 나서면 한라산 백록담을 둘러싼 암벽이 밀짚모자 형상의 봉긋한 자태로 올려다 보이고,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짙푸른 바다가 뭉게구름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 풍경만큼은 앞으로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어쩌면 내 아이의 아이의 아이가 생을 다 할 때까지도 변하지 않을 테지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지어질 것이라고 발표된 2007년에도 이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본격화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불과 5년만에 바다는 빠르게 변해갔습니다. 처음에는 8700톤짜리 케이슨이, 중간에 이르러서는 9800톤짜리 케이슨이, 나중에는 6층짜리 건물보다 큰 1만 3000여 톤짜리 케이슨이 바지선에 실려 와서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 바다에 던져졌습니다.
넓고 푸르른 바다, 막힘 없던 그 곳에 거대한 방파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육중한 케이슨은 그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절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듯한 장벽으로 우리와 구럼비 사이를 가로막았습니다. 누구나 오갈 수 있던 생명의 바위 구럼비는 어느새 아무도 갈 수 없는 바위가 되었고 결국에는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비통한 마음을 안고 그렇게 하루하루 변해가는 바다를 보고, 이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한라산을 보아 왔습니다.
지난 10년. 누군가는 잡혀가고 누군가는 감옥에 갇힌 사이, 또 누군가는 팔이 부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다른 누군가는 강정천 다리 축대에서 밀쳐져 철근에 배가 찢기고, 또 누군가는 방파제에서 떠밀려 생과 죽음 사이에 놓이게 되었던 시간들. 억장이 무너지고 원망의 한숨이 짙게 밴 나날들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그 시간들이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 제주 해군기지 앞에 세워져 있는 간판 ⓒ 강정마을
이기는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
그렇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강정의 그 시간을 함께 견딜 수 있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와 주셨습니다. 저마다 성향도, 취향도 다르고 삶의 목적도, 수단도 다른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해군기지 반대를 외쳤습니다. 모질고 악착같이, 끌려나가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느리지만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제주의 평화를 외쳤습니다.
구럼비가 파괴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국가 공권력의 잔인함이 노여워서, 같이 손잡고 흘린 눈물 때문에, 부당함에 굴복하기 싫어서. 우리가 한 목소리로 강정을 지켜낸 여러 가지 이유이겠지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힘든 순간 같이 나눈 웃음의 힘이, 추운 겨울 불법 공사를 감시하겠다며 기지사업단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귤을 구워먹던 그 따뜻한 기억의 힘이, 무더운 여름 강정천에서 함께 물놀이 하던 즐거움의 힘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제주해군기지가 강정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35억 원이라는 구상권이 철회되고 진상조사를 통해 마을의 명예가 회복된다고 해도 제주해군기지가 가져올 군사 대결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지겠지요. 수시로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오는 외국 함정들이 역내 군사적 긴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넘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에 10톤이나 되는 오물을 버리고 가는 일까지 버려졌습니다. 앞으로 미 해군의 최신 전략자산이라는 스텔스 이지스함 줌왈트가 들어온다면 제주도는, 그리고 한반도는 어떻게 변해갈까요?
그래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강정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는 강우일 주교님의 말씀처럼 생명평화마을로 나아가는 강정마을이 제주의 평화를,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화는 기지와 무력으로 지켜지는 평화가 아니라 평화로 지키는 평화, 연대로 지키는 평화입니다.
가장 짜릿한 1주일의 휴가
강정마을 평화의 발걸음을 함께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생명평화대행진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제주의 평화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심으러 오세요. 올해에는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강정에서 출발해 제주시에서 만나는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함께 걷고 함께 또 웃으며 또 1년을 버텨낼 수 있는 용기를 나눠주시고 10년 후 모두가 누릴 평화를 나눠 가져 가시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위한 미래를 함께 걸어요.

▲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공식 포스터 ⓒ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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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환경보전의 직무를 포기한 환경부를 규탄한다. 부끄러움을 잊은 채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며 환경부의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 한화진 장관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 환경부는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임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투성이 개발 사업들을 잇따라 허가해주고 있다.
환경부는 흑산도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 지정구역 해제, 국립공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환경영향평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잇달아 허용하고 있다. 환경부의 직무유기로 전국에 케이블카와 공항 건설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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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국립공원은 국토 면적의 4%에 불과하지만, 국내 생물종의 42%,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66%가 서식하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런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상징이 바로 설악산이다. 지난 정부는 이를 고려해 설악산 국립공원에 대한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정권이 바뀌자 정부판단은 1년 만에 번복됐다. 더구나 환경부는 국가기관 5곳이 낸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부정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결정했다.
한주 뒤 환경부는 자연유산과 보호종이 즐비한 제주에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 평가에 동의했다.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2021년 조류와 서식지 보호, 남방큰돌고래 영향, 숨골 보전 등의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됐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결과를 번복했다. 제주는 매년 1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과 오폐수 처리 초과 상황 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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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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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환경부가 환경보전이라는 본분을 잃은 채 정권의 입맛대로 판단과 결정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와 제주 제2공항 건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개발이 풀리자 지리산, 북한산, 소백산, 무등산, 주흘산, 보문산, 영남알프스 등의 소재 지자체에서 잇달아 케이블카 설치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의 건설 개발 역시 지자체로 이어지면서 현재 8개의 국제공항과 7개의 국내공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10개의 공항 건설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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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정부는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국제사회에는 생물다양성보전협약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에서 환경부는 한국의 보호지역 확대, 생태계 복원, 야생동물 관리정책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육⋅해상에 30%의 보호구역을 확보하고 30% 이상의 훼손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것인가.
환경운동연합은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자연환경 보전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환경부와 한화진 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엄중하게 촉구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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