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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적폐 ‘임시조치’에 드디어 철퇴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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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적폐 ‘임시조치’에 드디어 철퇴 내릴까

익명 (미확인) | 금, 2017/05/12- 14:03

인터넷 적폐 ‘임시조치’에 드디어 철퇴 내릴까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블로그를 시작한 지 14년 가까이 됐다. 온라인도 자아가 움직이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 그동안 희로애락이 없지 않았다. 그중 가장 열 받았던 때를 들라면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임시조치’를 당하여 블라인드 처리되었을 때다. 그 순간에 비하면, 팬덤이나 ‘국뽕’으로 무장한 군중이 게거품을 물고 몰려드는 일 따위는 차라리 행복했다. 적어도 말은 계속할 수 있었으니까.

임시조치는 인터넷에 쓴 글에 대해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노출을 막아버리는 제도다. 삭제와 다른 점은 30일 한정으로 그런 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시’다.

하지만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 신속한 공론화와 토론이 생명인 인터넷에서 30일을 가려버리는 것은 영구 삭제나 다름없다. 임시로 채워진 족쇄를 푸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자기 글이 문제가 없다고 구질구질하게 소명해야 한다. 양식을 갖춰 소명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랬다 하더라도 30일이 지나야 족쇄가 풀릴 수 있다. 글이 풀릴 때쯤이면 ‘떡밥’은 이미 다 상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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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 글은 네 번 임시조치나 삭제 처리되었다. 그중 세 번은 ‘권리 침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측이 똑같았다.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다. 인터넷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기독교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글들을 찾아내어 무차별적으로 권리 침해 신고를 하여 삭제시키는 악명높은 단체다. 나머지 하나는 ‘대구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였다. (이것은 적용 법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기회에 살펴봐용.)

첫 번째 임시조치는 2012년 9월에 가해졌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라는 글이 대상이었다. 이 글은 한 신부가 내놓은 발언을 계기로 하여, 인간이 상상하여 그리는 천국과 지옥의 양상을 잠깐 살펴본 것이다. 글의 끝부분에 김홍도 목사의 주장을 사례로 인용했다. 이게 빌미가 됐다. ‘권리 침해를 당했다’며 임시조치를 한 신고자는 인터넷선교네트워크, 위임자는 김홍도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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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의지와 상식을 반영하여 쓴 글을 놓고 새삼스레 문제가 없다고 남에게 소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억지로 신고질을 하는 목적은 1) 담론을 제거하고 2) 필자들을 귀찮게 만들어 비슷한 논의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함에 있음이 뻔했다.

이런 악의적인 의도를 고려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대응이 있었다. 같은 글을 다시 올리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더 올리는 것이다. 두 곳, 세 곳에 더 올리는 것이다. 억지 신고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더 늘어난 게시물로 미어터지리라!

임시조치 통보를 받은 즉시 나는 같은 글을 재게시했다. 이 게시 글은 넉 달 뒤 같은 신고자, 위임자에 의해 다시 임시조치됐다. 나는 같은 글을 즉시 재재게시했다.

귀찮아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데 먹잇감이 더 많아서였는지, 세 번째 올린 이 글은 신고를 받지 않았고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다른 임시조치 대상 글은 2010년 7월에 쓴 ‘고 심성민 씨의 가족은 피해자다’라는 글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하러 갔다가 납치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의 가족이 낸 피해보상 소송을 계기로 하여 해당 사건의 교훈을 살펴본 글이다.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는 이 글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4년이나 지난 2014년 6월에 용케 찾아내어 얼토당토않은 권리 침해 신고를 하여 임시조치시켰다. 위임자는 샘물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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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홍도 때와는 달리 이번엔 신고 사유가 자못 거창하다. 김홍도 때는 무성의하게 ‘명예훼손’ 딱 넉 자를 사유로 들었다. 이번엔 무려 128자나 된다. 모욕, 명예훼손, 왜곡, 욕설 따위를 열거해 놓았다.

그런데 내 글은 여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신고 사유에 ‘해당 게시물들은’ ‘일부 게시물은’이라고 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것은 게시물 하나를 신고할 때 쓰는 말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 신고 사유는 내 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삭제하고 싶은 인터넷 게시물 모두에 관해 쓰는 ‘디폴트’ 신고 사유, 혹은 ‘복붙’ 신고 사유인 것이다.

전과 같이 웬 개가 짖나 하며 다시 긁어 올려도 되지만, 모욕~욕설 따위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아마 시간도 넉넉히 있었을 게다. 나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의 신청을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서를 이글루스(내 블로그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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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신청은 6월 25일에 보냈다. 보내자마자 접수받았다는 이메일이 왔다. 그런데 내가 이의 신청을 하더라도, 이를 전달받은 신고자가 어떻게 할지를 30일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무슨 수를 써도 30일간 삭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개명 천지 민주 국가에 이런 호박엿 같은 일이 다 있다니.

이글루스로부터는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날짜를 꼽고 있던 나는 무려 2~3일이나 여유를 준 뒤, 7월 27일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날렸다.

권리침해를 빙자하여 신고되어 임시조처된 게시물(http://deulpul.egloos.com/3382699)과 관련하여, 신고, 소명, 소명의사 전달이 각각 이루어지고 30일이 지났으니, 신고자가 명예훼손 입증 등 다른 명백하고 법적인 사후조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게시물 임시조처를 해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문의&답변 내용을 첨부합니다.

다음날, 이글루스는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회원님의 소명 의사를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측에 전달해 드렸고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측에서 한국방송통신위원회에 심의 신청을 하지 않으시어 해당 게시글에 대한 임시조치를 철회해드렸습니다.

신고자는 나의 이의 신청에 대해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30일을 보냈다. 무슨 일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명예훼손 따위를 입증할 길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의 삿된 목표는 거의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넷을 짓누르고 있는 많은 규제와 유사 검열 중에서 최악은 바로 이 임시조치일 것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명시된 이 규정은 나쁜 짓을 하고도 남에게 비판을 받기 싫은 놈들이 마음껏 악용할 수 있는 극강의 독소조항이다. 얼마나 위험하고 위헌적인 규제인지,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로서 서로 펀치를 주고받던 박근혜와 문재인이 목소리를 합쳐 개선을 약속했을 정도다.

하늘에서와같이땅에서도9박근혜 공약 (18대 대선)

하늘에서와같이땅에서도8문재인 공약 (18대 대선)

안철수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포괄적인 공약을 던졌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 음습한 악법 임시조치 규정에 드디어 햇볕이 들게 될 듯하다. 새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임시조치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관행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글쓴이가 임시조치에 이의 의사만 밝히면 심의 등 절차 없이 글의 블라인드 처리가 풀리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판 당사자가 피해 호소만 하면 사실상 바로 콘텐츠 차단이 되는 만큼, 글쓴이도 같은 수준의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관계자는 “종전에는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이 명예 훼손 등 피해만 주장하면 포털 등 사업자가 기계적으로 임시조치를 해 정당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문제가 컸다”며 “임시 조치의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인터넷 검열 논란’ 포털 블라인드처리 손본다,  2017. 5. 11 중에서 

나로서는 이 같은 방안이 성에 차지 않는다. 이미 한국에는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족쇄, 명예훼손죄가 있다. 인터넷 게시물로 인해 진정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법정에서 다투면 된다. 그런 노력조차 들이지 않고, 명예훼손이 아닌 비판 게시물까지 싸잡아 광범위하고도 손쉽게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게 임시조치다.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개정조차 오랜 숙원이었고,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시퍼렇게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마당에, 게시자의 반론권/재게시권을 보장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향한 진일보한 조치라 여겨진다. 현실이 워낙 바닥이라, 아무것이나 해도 진전이다. 국회에서는 이미 유승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번에야말로 이 독소조항이 반드시 개정되어, 욕먹을 놈들은 욕먹고 비판받을 놈들은 비판받는 사회, 그래서 욕먹을 짓, 비판받을 짓은 미리 삼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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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일시 및 장소 : 2월 24일 (월) 14시, 헌법재판소 앞

주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 취지와 목적

 

작년 8월 2일 국회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악시켰습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목적과 달리 사용하고 공개하면 처벌한다고 합니다. 노동자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2월 2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사고와 질병, 죽음 등 국민들이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이 법이 위헌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대책위는 오는 2월 2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헌법소원 기자회견은 맨 아래 소개와 같이 진행됩니다.

 

한편, 2월 24일 오전 10시에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이 국회 정론관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이 기자회견은 잘못된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기로 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님의 어머니 김시녀님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법률팀을 대표하여 임자운 변호사가 참석하여 발언할 예정입니다.

 

  • 개요
    • 제목 :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 일시 : 2월 24일(월) 오후 2시/ 장소 : 헌법재판소 앞

    • 주최 :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대책위 참여단체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건강한노동세상, 생명안전 시민넷,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기자회견 순서 

    • ⓵ 작업환경측정보고서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포함하여 반올림의 우려 :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 ⓶ 노동현장의 우려 :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 ⓷ 연구자의 우려 :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최상준 교수 (산업보건학회)

    • ⓸ 피해당사자 발언 :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 ⓹ 기자회견문 - 헌법소원 취지 및 내용 요약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헌법소원 법률팀

    • ⓺ 퍼포먼스 : 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 참여자들


      * 기자회견 후,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합니다


  • 문의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02-3496-5067 / [email protected]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이지은 02-723-0666


    보도협조쵸청서https://drive.google.com/open?id=1OWfafte1beEDLIkCAsSisyQDSWRg_IO_zD-4gz...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20/02/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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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떠돌았을 때, 많은 사람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특히 북한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많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적으로 취급하든, 혹은 같은 언어와 민족성을 나누는 통일과 화합의 대상으로 보든, 상식적으로 우리가 분단국으로서 북한을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한국은 북한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뿌리 깊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배경에는 북한을 찬양·미화하는 표현물을 ‘이적표현물’로 보고, 이의 유포와 소지를 범죄화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남용의 역사를 거쳐, 법원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등으로 처벌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기준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경우에만 고려될 뿐, ‘이적표현물’ 조항의 존재는 여전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키고 있다.

북한의 폐쇄성, 통제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국영·선전매체가 직접 생산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나 알다시피 낯간지러운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들 콘텐츠와 북한 사이트 등 거의 모든 북한발 정보를 이적표현물(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분류하고 온라인상에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으로 수난을 겪은 두 명의 외국인 ‘마틴’ 씨들이 있다. 북한 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달하는 온라인 매체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영국인 ‘마틴 윌리엄스’는 뉴스의 출처로써 조선중앙통신을 링크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사이트가 차단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발 보도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독자적·학술적 분석을 해온 매체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차단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차단은 해제되었지만,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정보를 통제하는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북한학을 공부하는 독일인 ‘마틴 와이저’씨는 연구를 위해 북한의 장애인 관련 단체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차단되어 있어 한국에서 정상적인 인터넷 활동으로 북한의 정책이나 관행을 연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인권위에 정보 접근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도 넣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는 아마 한국이 전 세계에서 북한 연구가 가장 힘든 곳일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KCNA watch라는 사이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한국에서 차단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사이트는 조선중앙통신 등의 북한 매체 및 각종 온라인상 북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아카이빙하여 검색 편의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북한 연구자, 외교부, 통일부 등 공공기관 관계자, 언론 등에서 많이 활용했던 사이트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최대한 많이 파악되고 공유되어야 하는 나라다. 북한발 정보의 왜곡·과장·미화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모든 ‘정보’가 그러하듯,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는 정보에 대한 접근 이후 비로소 독자들이 선택하는 영역이다. 북한발 정보가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에 위협이 될리는 만무하다. 또한 세계적 시각에서 북한의 동향은 늘 ‘핫한’ 이슈로, 한국의 국가 가치 역시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더 크다. 실리적 관점으로도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수월하게 하여 이해관계나 언어적 이해력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북한 연구와 보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발 정보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보는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사실상 원천적으로 통제·차단되는 위헌적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의 보도·연구 활동이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크나큰 제약을 받게 됨으로써, 북한의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 국가보안법을 확대해석하여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불필요하게 옥죄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새 수장을 맞이한 기관들이 당장 이적표현물 조항의 폐지 추진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북한 정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보장하는 열린 태도를 견지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우리 체제와 북한 체제와의 근본적인 차이를 선언하는 길이자, 우리 국민과 체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길일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8.05.)

수, 2020/08/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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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0.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HY 과학기술 윤리·법·정책 센터가 주최한 “AI 윤리 성찰 포럼”에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가해 인공지능과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토론문] 인공지능과 젠더 문제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사단법인 오픈넷은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이라는 가치를 옹호하자는 취지 하에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 시민사회단체입니다.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오픈데이터, 망중립성 등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제를 맡은 이상욱 교수님께서 오픈넷의 이사로 계시기도 합니다.

오픈넷에서는 한 3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윤리에 관한 논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여러 국내외 관련 세미나에 참석을 하고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하버드 대학교 버크맨 클레인 센터 등과 함께 인공지능과 윤리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인공지능이 정보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유의미한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아서, 미래를 대비한 연구나 예측을 하는 연구소나 학계와 달리 활동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로서는 관련 논의를 관망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빅데이터의 활용에 수반되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얼굴인식기술 등이 국가감시 고도화에 악용될 가능성을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원칙들을 비교해보면 큰 틀에서 몇 가지 공통되는 핵심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이는 발제문에서 잘 정리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들이 앞으로 유네스코에서 성안할 윤리 규범에 잘 반영되길 바랍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기존의 시도와 달리 윤리 전문가 및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워킹 그룹을 꾸려 논의를 시작하고, 젠더나 아프리카 대륙 같이 논쟁적인 주제(mandate)를 다루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지난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용자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위한 원칙」을 발표했는데, 이를 논의하는 자문단에 기업과 학계만 참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논의에는 당연히 이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참여했어야 하는데 오픈넷은 전혀 초대를 받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추구하는 유네스코의 방식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AI는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로서 우리가 가진 편견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결국 AI와 윤리는 AI를 개발하고 관리·감독하는 인간을 감독하는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발제자께서 개발자나 이용자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는데 매우 중요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AI와 젠더 문제는 간과되고 있는 면이 있어서 더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네스코의 방향성은 매우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올해 발표한 디지털 기술 성 격차 관련 <I’d Blush If I Could> 보고서도 매우 좋은 자료인데요, 보고서에서 다룬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성정체성 관련 논의를 통해 AI와 젠더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애플 시리, 삼성 갤럭시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아마존 알렉사 등 인공지능 음성비서 또는 스피커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AI일 것입니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세계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여성 비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이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 진짜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의 개성과 성장과정, 이력과 같은 세세한 ‘인간적인’ 면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하는데, 이러한 정체성이 대부분 여성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성형 음성비서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사람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더 따뜻하게 느꼈다고 하고, 스탠포드 대학의 Clifford Nass 교수는 “인간의 뇌는 여성의 목소리를 좋아하도록 발달했다(“It’s a well-established phenomenon that the human brain is developed to like female voices.”)”라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조사에서 일반 유저들이 여성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여성형 인공지능이 덜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성형 인공지능이 많은 이유가 대중문화에서 접한 남성형 인공지능의 위협적 성향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SF 영화에서 남성형 인공지능은 살인을 저지르는 등 종종 매우 위협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Gender, Women & Sexuality 학과의 Michelle Habell-Pallan 교수는 다수의 엔지니어가 일반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위협적으로 느끼거나 거부감이 들게 하지 않도록 여성형의 인공지능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여성형 음성비서가 많은 이유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비서 역할에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IT 업계 핵심 직종의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한 사실이며, 이를 고려한다면 음성비서가 여성으로 성별화되어 있다는 것이 IT 과학자들의 무의식 속 성편견의 반영물이라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유네스코가 발표한 보고서는 ‘시리’를 비롯한 음성비서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설정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답을 내놓게 돼있어, 여성 역할을 수동적·소극적이며 명령자에 복종하는 역할에 한정해 젠더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단순히 AI 개발이나 활용에 적용되는 윤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다른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성평등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근본적으로 성격차를 줄이고 성평등을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젠더 문제에 관한 별도의 윤리 규범을 논의하기로 한 유네스코의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논의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도 더욱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토, 2019/12/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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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9. 7. 31(수) – 8. 2.(금), 3일간

장소: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Munk School of Global Affairs)

참석자: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CLSI 2019 Agenda 보기

Citizen Lab Summer Institute (CLSI)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 산하 시티즌랩 주관으로 2013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되고 있는 행사입니다. “인터넷 개방성과 권리 모니터링(Monitoring Internet Openness and Rights)”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보안 및 정보인권 관련 최신 이슈들에 대해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2~3일 동안 논의하는 연구의 장입니다. 오픈넷은 2015년 처음 시티즌랩의 초청을 받아 CLSI 2015에 참가한 이후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CLSI 2019에는 김가연 변호사가 참가했으며, 참가의 주된 목적은 오픈넷이 2016년 시티즌랩과 공동으로 진행한 AMI (Ask My Info) 연구 최종 보고서 마무리와 AMI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중인 KT 상대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 전략 모색이었습니다. AMI는 통신사들이 이용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목적에 의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얼마나 공개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2014년 시티즌랩과 Open Effect의 주도로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픈넷은 2016년에 국내에서 AMI 연구를 수행했는데, SKT, KT 및 LGU+ 주요 이통 3사를 대상으로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첫날 진행된 오리엔테이션과 이후 이틀 간 5개의 세션/워크샵에 참석했습니다. 그 중 “정보주체의 정보접근권(Data Subjects’ Right to Access Information)”세션이 특히 유용했습니다. 세션 주최자인 Lights Institute의 Maristela Miranda는 필리핀의 개인정보보호법제와 정보주체의 권리에 관한 내용에 대해 발제를 했는데, 필리핀의 개인정보보호법상으로는 열람청구권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권리를 행사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세션 참가자 대부분이 열람청구권 관련 소송을 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이어서 흥미로운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한국에서 AMI 연구를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세션 참석과 별개로 시티즌랩의 AMI 연구팀과 만나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KT 소송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받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AMI 연구 관련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논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티즌랩, 오픈넷이 참여한 아시아 5개국 통신사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보장 실태 연구 결과 발표

수, 2020/02/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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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최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모 정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자의 과거 대리게임 이력이 논란이 되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정치이념으로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자로서의 자격에 대한 논란까지 번졌다. 사실 대리게임은 공정성의 관점에서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갖추어야 할 고도의 도덕성에 비추어 보면, 대리게임 이력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 대리게임은 현재 단순히 정치적ㆍ도덕적 비난의 대상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대리게임은 형사처벌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오늘 대리게임의 문제를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 즉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특히 대리게임을 형사처벌하는 법적 규제의 문제를 한 번 짚어 보고자 한다. 대리게임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의 문제이기도 하다.

첫째, 게임은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된다.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은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헌법 제22조에 의해 보장되는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기도 한다.

둘째, 게임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고, 게임을 이용하는 행위도 일종의 표현행위라면, 대리게임은 그것을 의뢰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대리게임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되기도 한다. 여기서 익명표현의 자유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도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그러면 대리게임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게임이용에 있어서 익명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오늘날 인터넷 게임을 통하여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을 반드시 실명으로 혹은 본인임이 확인된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약간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명인사들이 본인의 회고록을 집필할 때 전문작가를 고용하여 대리집필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물론 익명표현의 자유도 우리 헌법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본권보다도 더 고도의 보장을 받는 표현의 자유가 갖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소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대리게임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사회적 해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물론 대리게임처벌법이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요건을 설정하고 있지만,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매우 추상적이고 불분명하여, 사회적 해악이 분명하지 않은 대리게임마저 형사처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대리게임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개별 게임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계약 약관 및 개별 게임사업자 차원에서의 자율규제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남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국가가 형벌권을 동원해서 개입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현행 게임법상의 대리게임처벌조항은 향후 게임법 개정을 통해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4.03.)

수, 2020/05/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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