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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서울시 청년수당, 그 산고의 시간들 /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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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서울시 청년수당, 그 산고의 시간들 / 김경미

익명 (미확인) | 금, 2017/04/28- 16:20
[세상읽기]서울시 청년수당, 그 산고의 시간들
김경미 | 정치발전소 이사

‘웅~’ 하고 전화기가 진동했다. 서울시 청년정책과 주무관 전화다. “됐어요. 됐어요. 협의 통과했어요!!!” “아! 정말요? 진짜 축하드려요. 정말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아. 뭐 저희들이 했나요. 청년들이 했지요. 그런데 진짜 기뻐요. 하하하하.” 보건복지부 반대에 부딪혀 지급되지 못하고 있던 청년수당이 잠금 해제되는 소리였다.

대선정국에 묻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 하나 있다. 서울시가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최대 6개월까지 매월 50만원씩 지급하려던 청년수당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복지부 협의를 얻어냈다는 소식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작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탐색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작은 버팀목이라도 대어주자며 시작한 청년수당이 드디어 시행 가능하게 되었다. 크게 보면 촛불정국 때문이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이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사람들 덕분이다. 청년수당을 처음 제안했던 청년들, 이것을 서울시 정책으로 적극 받아안은 박원순 시장, 정책적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전문가들 등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이 17개월을 함께 버텨낸 사람들 중에서도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거버넌스에 대해 요즘 제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어요.” 청년수당을 놓고 서울시와 복지부 간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청년과 과장이 속내를 꺼내놓았다. “청년수당을 놓고 청년들이랑 협의를 하는데 사실 너무 어렵더라고요. 매번 논의하지만 자꾸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고. 우리가 조금 양보해서라도 이 정책이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청년들은 너무 이상적인 모델만 이야기하는 것 같고. 청년들과 협의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어요. 그런데 문득 우리 논의가 한자리에서 계속 빙글빙글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치 용수철의 나선형처럼요.”

“용수철의 나선형요?” “네! 용수철요. 청년수당 반대하던 사람들이 하는 말 있었잖아요. 청년이면 쇠도 씹어먹을 나이인데 왜 돈을 주냐고. 솔직히 말해 저도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청년들이랑 한 달, 두 달, 석 달 그렇게 몇 개월을 계속해서 만나고 토론하다 보니까 청년들이 말하는 ‘인간 존엄이 지켜지는 방식으로의 청년수당’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들의 삶이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 지난 시간에 나눴던 이야기들이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청년들과의 토론 시간은 제자리를 맴돌았던 것이 아닌, 사실은 촘촘하게 용수철이 감겨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요. 단단하고 탄력있게 잘 감겨진 용수철은 멀리 날아가잖아요. 저는 그래서 우리 청년수당 잘될 것 같아요.”

그의 말에 같이 있던 청년과 사람들이 다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는 촛불정국도 아니었고, 복지부와의 협의도 잘될지 예측할 수 없었던 때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가보자라는 이야기를 그는 그 스스로에게 또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싶었다.

또 하나의 풍경이 있다. 청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해볼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에 대해 회의를 하던 때였다. 회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신문 1면에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한 19세 청년 김군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김군, 우리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였는데….” 누군가 회의 중 이 말을 했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날 청년 문제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 제목으로 ‘너는 나다’가 정해졌다.

그냥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 이야기하겠지만, 옆에서 보지 않았으면 모를 이야기들을 그 누군가는 기록을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지면을 통해 남긴다. 이런 정성들이 알알이 배여 있는 서울시 청년수당이 단단하고 탄력있는 용수철처럼 우리 청년들의 삶을 오래오래 잘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것, 매일 아침 옹기종기 모여 인사하던 그 구호로 이 글을 마친다. “청년이 미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272036045&code=990100#csidx999a9cc40d8030eb02e394b9a8496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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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2017년 7월 수입지출 내역입니다.

 

2017년 7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09/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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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민주주의 교실 <민주주의 강독> Season 3

Season 3에서 함께 읽을 책

  • 절반의 인민주권(샤츠슈나이더, 후마니타스)
  •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앤서니 다운스, 후마니타스)
  • 정당과 정당체계의 변화(피터 메이어, 오름)

 

일시 : 2017년 10월 16일 ~ 11월 20일 오후 7:30(매주 월)
장소 : 정치발전소
수강료 : 6만원(비회원 12만원, 1005-203-267406 우리은행, 사단법인정치발전소)
수강신청 : http://bit.ly/democracy2017-3
회원가입 : http://bit.ly/join_powerplant
문의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정치발전소

* 교재는 개별 지참입니다.

금, 2017/09/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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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이 아니라 나쁜 선례에서도 배워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격언이다. 지난 대통령의 사례 역시 대통령이 견지해야 할 민주적 통치 규범과 관련해 큰 교훈을 준다.

우선, 역사 해석을 바꾸려는 욕구를 절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정교과서 문제만큼 이를 잘 보여준 사례도 없다. 역사에 대한 보수적 시각 못지않게 다른 시각도 존재해야 하고 다양한 관점이 다퉈질 수 있어야 민주사회라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역사를 재정의하겠다고 하면 부작용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건국절 논란을 자초한 문재인 대통령도 생각할 점이 있어 보인다.

여야와 국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의 역할을,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뒷받침하는 종속적 역할로 낮춰 봐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강조해야겠다. 권위주의에서와는 달리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다. 국가를 대신하는 지도자로서 정치에 지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스스로 정치가로서 변화를 이끄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이를 경시한 사례도 드물다.

재임 기간 내내 국회, 야당과 함께 일하기보다는 그 밖에서 지시하고 요구만 했다. 급기야 국회와 야당을 적폐로 몬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었다. 민주주의는 ‘법에 의한 통치’의 원리 위에 서 있고, 그런 의미에서 ‘시민 주권의 제1부서’는 대통령이 아니라 입법부라는 사실이 중시되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 때의 ‘구악일소’나 전두환 정권 때의 ‘사회정화’처럼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앞세운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점이다. 이것들은 하나의 옳음만 정당화될 수 있는 정치 언어이자, 반대할 수가 없는 강요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를 억압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성장이냐 분배냐 혹은 안보 우선이냐 평화 우선이냐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처럼, 서로 다른 가치를 두고 경쟁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서 사회를 통합하는 효과를 갖는 민주적 정치 언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정치가 적폐 세력과 적폐척결 세력의 싸움으로 정의되면, 나머지 세력은 적폐옹호 세력, 방조 세력으로 단순화되게 마련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세력을 배신자로 공격하려는 열정도 제어되지 못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강조했듯 ‘자신이 옳기 위해 도덕적 심판의 구도를 불러들이는 일은 정치적 범죄 행위’라는 경계심이 규범화돼야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지자를 앞세워 정치를 압박하려 한 것 또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국민 소통을 강조했다지만, 실제는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을 증폭시키는 채널만 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반향에 있었다. 합창에 비유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 지지자와 적극적 반대자의 강한 목소리만 들리는, 양극화 정치의 극단적 심화를 낳았기 때문이다. 주변이 적극적 지지자로 채워지면 대통령은 소외된다.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특별한 일로 기록될 대통령 탄핵과 새누리당 붕괴는 촛불 시위 이전에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추종 세력을 앞세워 당내 경선과 선거를 지배하려 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은 결국 국민을 앞세우는 한편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反)정치주의로 귀결되었다. 대통령이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국회를 심판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은 최악의 일이었다. 이런 무모한 일에 당당했던 건 국민의 지지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오래 걸리고 지루하고 소란스러운 민주적 정치 과정을 견디기 싫어하는 대통령일수록 정치를 탓하며 국민을 불러들이려는 조급증에 빠지기 쉽다. 스스로를 개혁을 바라는 국민과 일치시키고, 그 맞은편에 파당적 이익만 얻으려는 사악한 정치 집단을 설정한 뒤, 이들 때문에 대통령이 일을 못한다는 희생자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통령’이길 바라지만 정치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생각은 군주의 태도이지 정치가의 자세는 아니라는 사실을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를 통해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통치 모델을 보여줄까? 아니면 적폐 청산을 앞세워 정치로부터 멀어지는 대통령,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대의제를 우회하려는 대통령, 극성 지지자 저편에서 이미지로만 보이는 대통령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도 돌아볼 일이 아닌가 한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919/86390520/1?lbFB=4f747b9845d652eb2b65880e319ff97#csidx4e7e2727d98dd369cd056f6de3d8f19

수, 2017/09/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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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전망하는 외신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정착 한국 정치는 일종의 초현실적 분위기에 젖어 있는 듯하다. 한반도 위기는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울 만큼 악화되고 있지만, 위기는 한국정치에서 중심이슈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대응이 구태의연하다. 문재인 정부는 6차 핵실험 이후 보다 분명해진 북한 핵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과거 정부의 경직된 사고방식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 보인다. 베를린 선언과 사드 배치, 신북방정책 천명과 북한 봉쇄. 엇갈리는 행보는 그 정책적 맥락을 알기 어렵게 한다. 며칠 전 논란이 된 외교안보라인의 집안싸움이 보여주듯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결정에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오리무중이다. 집권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데, 민주당이 나서서 위기의 진전된 해법을 제시하거나, 위기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정당 간 논의를 이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까지 집권당이었던 보수정당은 야당이 되자 신속하게 자신의 입장을 더 강경하게 변경했다. 전임 정부를 이끌었던 보수정당은 당면한 외교안보 문제를 직접 다뤘기 때문에 현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정당은 경험을 가진 통치주체로서 문제해결에 책임 있게 협력하기보다 위기를 틈타 강경한 여론몰이에 집중하고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 대안정부의 실력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기보다, 정권을 때려 얻는 반사이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진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이해가 충돌하는 가운데 대두된 북핵 위기는 진보건 보수건 누가 문제를 다룬다 해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전례 없이 심각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정치의 불신과 적대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협치가 절실하지만, 그 길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북한 핵 문제로 격발된 외교안보적 위기에 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내정치가 작동하지 못하는 2중의 복합 위기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말 중에 “물가에 가면 정치적 싸움을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라는 표현이 있다. 중대이슈인 국가 간 외교문제에 있어 국내정치적 갈등은 가능한 줄이고 정치 내부의 합의와 협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외교정책 결정에 있어 통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진보-보수를 나누는 가시적 기준은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경제적 입장이라기보다 주로 선거 시기에 보여지는 남북관계에 대한 태도였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거의 대부분의 전국 선거에서 주요 정당들이 동원한 중심 갈등은 남북관계 문제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한쪽은 퍼주기 종북세력이라고 날 세워 헐뜯고, 다른 쪽은 수구 냉전의 호전 집단이라고 받아쳤다. 상대에게 악마의 이미지를 덧씌워 외교안보 무능 불안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또한 새정부에 의한 적폐청산론은 결과적으로 보수-진보 사이의 반목을 한층 강화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 외교안보적 위기를 넘어설 힘과 기반을 만드는 협치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난 대선, 선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전격적으로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의 사진을 표지 전면에 게재했다. 그 사진의 부제이자 TIME지의 헤드라인은 “THE NEGOTIATOR”(협상가)였다. TIME지는 “북한의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리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고조의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한반도에서 ‘협상가’ 대통령의 출현은 국내외 모두가 기대하는 것이었다.
적폐, 즉 폐단을 바로잡자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폐단도 현재의 한반도 위기만한 것이 없다. 또 박근혜 정부를 실패로 이끈 가장 중대한 폐단은 무엇보다 집권파의 독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독단은 협상가의 덕목이 아니다. 지금 한국정치는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해 우리 공동체를 통합으로 이끄는 “THE NEGOTIATOR”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리더”로 평가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국내정치의 지도자와 정당들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대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 2017년 5월 15일 타임 아시아판(Time Asia) 표지 ⓒ타임

외교안보에 있어 보수는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세력이다. 한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전환은 보수정부(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었다. 그 성과와 한계의 토대 위에서 민주정부의 햇볕정책과 화해협력 정책이 뿌리 내릴 수 있었다.
외교적 협상은 국가 간 협상과 국내정치 내부의 협상인 협치가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많은 만큼 첨예한 이견을 다뤄야 하는 내부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가 간 협상에서 힘을 받지 못한다. 설사 일부 성과를 내더라도 지속되기 어렵다.
외교정책은 정권의 책략이 아니라 정치가 만든 합의된 대안일 때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걸 위해서는 정치적 숙의와 공동통치를 이끌어 내는 민주적 리더십에 기초해야 한다. 심각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지도자들이 만나 위기를 진지하게 다뤄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외교안보 정책의 정치적 컨센서스와 공동 통치를 위한 정치 대화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우리 정치는 한 번도 외교안보에 관해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책임 있게 참여하는 협치 과정을 만들지 못했다. 외교안보 문제가 온전히 외교안보적 맥락에서 다뤄진 적도 없다. 정치와 정당을 우회해 성공한 외교정책은 없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THE NEGOTIATOR”의 정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월, 2017/09/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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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위한 민주주의 강좌 <노동 있는 민주주의>가 열립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노동이 실제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공부해봅니다.

현재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 노동 있는 민주주의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기간 : 2017년 10월25일~12월20일, 수요일 저녁 7시

(세부 일정 포스터 참조)

장소 : 정치발전소(마포구 신촌로14 황해빌딩 3층)

수강료 : 10만원(비회원 15만원)

* 우리은행 1005-203-267406 사단법인정치발전소

수강신청 : bit.ly/노동있는민주주의

문의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정치발전소

 

“노동은 모든 사회 구조물의 기반을 이루는 힘이다. 경제성장도 시장도 재벌 대기업도,

그리고 민주 정부도 모두 노동에 기반을 두고 서있다. 노동 없는 경제, 노동 없는 시장으로

달려 나가는 한국 사회의 ‘바닥으로의 질주’가 계속 된다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유지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주의 자체를 잘 제도화하고 실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서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에도 최대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그것은 사회 발전의 성과물을 좀 더 공정하게 배분하고, 공존을 위한

사회적 윤리를 창출하는 공동체 위에 시장과 경제를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핵심에 노동이 위치해 있다.”

–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中

 

수, 2017/10/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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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내가 속해 있는 정치발전소의 ‘독일 민주주의 기행 프로그램’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9월 24일 치러진 독일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와 맞물려 있던 탓에 독일 정치의 소용돌이를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로 언론에 의존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관한 정보와 해석을 접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해외토픽 수준의 단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그 나라 정치의 움직임이나 정당, 정치인, 노동조합 등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알기는 어렵다.
물론 현장에 있었다고는 하나, 일주일여의 짧은 기간 동안 독일의 정치를 지켜본 경험과 느낌으로 독일 정치 일반을 말하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 가죽의 어떤 언저리를 만지는 일처럼 한계가 크다. 다만, 이번 방문이 총선 전후의 긴박한 기간 동안 이루어졌음에도 다행히 주요 정당 및 독일 노총(DGB)과 금속노조(IG Metall) 등의 주요 관계자, 독일 정치 분석가 등을 인터뷰하고 독일 정치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전망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성과였다. 또 총선과 관련된 몇몇 정당의 선거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현장의 분위기를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독일 민주주의라는 외부의 창을 통해, 익숙하기 때문에 둔감해지기 마련인 한국 정치의 몇몇 문제를 객관적 거리감을 갖고 낯설게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이 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재될 이 글은 독일 정치에 대한 어떤 분석을 위한 글이 아니다. 독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지점을 필자의 시각에 따라 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거”  
우리에게는 총선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우리의 선거는 이렇다. 요란한 유세차와 율동패들, 하루 종일 지속되는 선거운동원들의 구호와 인사, 쏟아지는 명함과 선거 공보물, 언론에 나기 위해 쥐어짜듯 연출된 행보에 주력하는 정치인….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거리에서 밟히는 것은 전부 선거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한 과잉된 전쟁을 치룬다. 공통점은 이 모든 행위가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사실 이런 일에 우리는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대체로 이런 것은 ‘선거니까 당연한 일’로 수용되었고 이제 관성화 되어 있다. 선거운동원 숫자부터 선거운동 방법 등 선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관료적 통제 대상으로 삼아 정치활동 자유를 크게 옥죄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선거와 정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선거는 어떨까.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을 안고 독일 총선일을 나흘 앞둔 지난 9월 20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주요 거리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독일이 지금 선거 중인가”하는 의아함이었다. 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하고 차분했다. 거리 어느 곳에서도 소란스런 가두 캠페인이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선거운동원을 만날 수 없었다. 유세차도,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이나 홍보물도 없었다. TV에서도 정치인이 연예인처럼 분해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현란한 미디어 선거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방인에게 독일이 선거 중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곤 거리 곳곳에 부착된 선거 포스터(Wahlplakat) 정도였다. 이마저도 거리를 오가는 베를린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는 것 같지 않았다.

▲ 베를린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선거용 포스터 ⓒ(사)정치발전소

선거일을 하루 이틀 남기고 베를린 시내에서 진행된 몇몇 정당 집회(우리는 마틴 슐츠 사민당 총리 후보가 참석하는 사민당 집회와 좌파당의 집회를 참관했다)도 우리의 광화문 선거 유세처럼 선거 막판 세과시를 목적으로 대규모로 동원된 집회는 아니었다. 총리 후보가 직접 참석한 집회조차 많이 잡아도 500명 미만의 사람들이 참석한 규모로, 장황하지 않고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굉장한 이벤트나 대중적인 명망가, 스타들을 불러 올려 막연하게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것이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이 스스로의 확신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성격이 커 보였다.

▲ 9월 22일 베를린 도심에서 열린 사민당 총리 후보 마틴 슐츠 유세 ⓒ(사)정치발전소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한국에서 들었던 대로 이번 독일 선거가 “쟁점 없는 맥 빠진 선거”라거나 메르켈의 기민당 승리가 예견되는 “뻔한 선거”의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한 독일교포는 ‘자신이 경험해 온 독일 선거는 늘 이렇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사람들은 정치를 매우 중요하고, 진지하게 받아드린다”며 “직업‧계층‧연령‧취미 등 다양한 필요에 따른 풍부한 시민 결사체들이 있고, 지역의 작은 커뮤니티까지 잘 정비된 정당조직과 당원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활동과 대화는 일상적이며 참여 역시 조직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같은 보여주기식 선거운동은 여기서는 매우 우스꽝스런 일”이라고 했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정당과 정치, 그리고 선거와 선거 사이에 정당이 보여준 활동에 대한 집합적 평가들을 통해 자신들의 선호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익 있는 곳에 결사 있고, 결사 있는 곳에 참여 있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다원주의적 원리가 독일 사회 전반에 잘 뿌리 내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치적 진지함은 각 정당이 선거공약(Regierungsprogramm)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민/기사연합은 기민련과 기사련의 정치 협약의 형태로 선거 강령을 제시했으며, 사민당은 당대회(Parteitag)라는 당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선거 강령을 확정했다.(주1)
선거공약이 선거를 앞두고 캠프 주변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과 당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조직적인 협상, 토론, 동의과정을 통해 확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선거일이 임박해 구도를 흔들어 보기 위해 캠프가 없던 공약을 급조하는 일은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 메르켈 총리(CDU 대표)와 제호퍼 CSU 대표가 회담을 마친 후, 기민/기사연합의 선거강령 “Wohlstand und Sicherheit für alle(모두를 위한 번영과 안보)”을 발표하고 있다.(2017.7.3.) ⓒ CDU(www.cdu.de)

선거운동 역시 정당의 조직력에 기초해 기초 지역 단위부터 꾸준하고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민/기사연합의 청년조직인 JU(JUNGEN UNION, JU는 유럽최대의 청년 정치조직이다)의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맞아 지난 8개월간 독일 전역에서 100만 호에 달하는 가구별 방문을 통해 선거운동 활동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그들은 누적된 호별 방문을 토대로 지역별 지지자의 분포를 DB화하는 일도 함께 진행했으며, 이를 해당 지역의 지역당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호별 방문은 한국에서는 불법이라고 하자 JU관계자는 꽤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선거운동에 제약이 없다”며 그것은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규제하고 금지하는 반면, 독일은 선거법에 선거운동과 관련된 금지 규정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은 각 지역별로 정당들의 자율적 협의에 맡겨져 있다.

▲ JU가 진행한 가구별 방문 선거운동의 모토. “Der Walhkampf steht Vor der Tür(선거운동은 문 앞에 서 있다)” ⓒ www.cdu.de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JU는 기민/기사연합이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위성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의사결정, 재정,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정당(기민/기사연합)으로부터 독립된 청년들의 독자적인 조직이라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단순 실무자나 율동부대, 또는 선거의 얼굴마담 격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차원의 정치활동과 선거활동의 전면에서 스스로의 조직에 기초해 자율적이며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청년 스스로 기초부터 정치활동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당의 청년조직이 처해 있는 현실에 비춰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당원과 지지자가 주인공인 선거파티(Wahlparty)”
그렇다고 독일의 선거가 열정 없는 조용한 선거는 아니다.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가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선거가 끝난 직후에 개최된 정당의 선거파티(Wahlparty)이다. 선거파티는 말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거니와 그 내용에서도 선거나 정당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된 인상과 현저하게 달랐다. 선거파티란 간단히 말하면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의 종료를 축하하는 행사이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방송사 출구조사 시청 행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중앙당 강당의 단상을 차지한 카메라 앞에 서열별로 줄지어 앉은 당 지도부가 출구조사 결과에 따라 환호나 박수 등을 연출 한다. 방송사 요청에 따라 사전 예행연습까지 한다. 출구조사 시청은 선거 마지막을 장식하는 빠질 수 없는 이벤트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행사의 주인공은 당 지도부와 방송사이라는 점이다.
녹색당(Bundnis`90/Die Gruenen)의 선거파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총선일 저녁, 베를린의 칼-맑스가(Karl-Marx Strasse) 인근 한 강당에서 개최된 녹색당의 메인 선거파티에 초청받았다. 우리 일행은 방송사 첫 예측조사가 발표되기 한시간 쯤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 행사장 안과 밖은 이미 수 시간 전부터 몰려든 당원,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평범한 노동자풍의 중년, 개성 넘치는 청장년과 노인들, 성소수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들었다. 독일 녹색당 관계자는 선거파티장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과거 양조장이었던 홀을 간단하게 손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끈 것은 공간의 구성이었다. 강당 어디에도 당 지도부를 위한 특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강당 옆에는 바(bar)가 설치되어 있어서 누구나 맥주와 와인 등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 지도부 전면의 상석을 차지했을 카메라를 위한 공간은 강당 뒤편에, 기자들을 위한 공간은 2층 객석으로 구분되어 배치됐다. 강당의 메인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당원과 지지자였다. 빽빽하게 들어선 강당 한 가운데, 마이크가 있는 좁은 단상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었다.
선거 종료와 함께 방송사의 첫 번째 예측조사(Hochrechnung)가 발표되자 사회자는 당의 공동 총리 후보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Katrin Göring-Eckardt)와 젬 외즈데미르(Cem Özdemir)를 호명했다. 당원들 속에 묻혀 있다 단상에 오르는 두 당 대표의 손에는 참모가 써준 연설문이 아니라 바로 직전까지 당원들과 함께 마시던 음료가 들려 있는 것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당원들을 한껏 고무시킨 두 공동 후보의 연설이 끝난 후 곧 그들은 또 다시 당원들 속으로 사라졌다. 인터뷰를 위해 당의 주요 인사를 찾아 이리저리 방송사 카메라와 아나운서들이 군중 속을 헤집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방인의 눈엔 서로 격려하고 또 긴 선거운동의 노고를 나누는 그 자리에 운집한 사람들 모두가 당원이고, 또 한편으론 모두다 주요 인사처럼 보였다. 말그대로 당원들을 위한 파티였고,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 녹색당의 선거파티 장면. 선거파티에 참석한 당원들 속에서 연설하는 녹색당 총리 후보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와 젬 외즈데미르가 보인다. ⓒ (사)정치발전소

예년에 비해 높았다고 하는 우리의 지난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58%였다. 우리는 절반을 조금 넘는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고 오기 위해 정당들은 선거 때가 되면 이름을 바꾸고, 실천의 뿌리나 축적된 노력 없는 공약들이 전략이라는 거창한 말로 대중에게 제시된다. 사나운 선거운동으로 거의 나라 전체가 내전을 치른다. 사회적 대표성이 취약한 정당이 만들어내는  “시끄럽지만 약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이번 독일 총선의 투표율 잠정치는 76.2%다.(주2) 2013년 총선에 비해 4.6% 증가했다고 한다. 누가 그 대상인지 알 수 없는 현란한 선거캠페인도, 이벤트도 없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쟁점 없는 뻔한 선거라는 평가가 선거 직전까지 독일 안팎의 일반적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독일 유권자가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정당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선거결과 5% 진입장벽을 넘어 독일 의회(Bundestag)에 진입한 정당의 수도 지난 총선의 4개(CDU/CSU, SPD, LINKE, GRUENEN)에서 6개 정당(CDU/CSU, SPD, LINKE, GRUENEN, FDP, AfD)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 가운데는 극우정당인 AfD도 포함되어 있지만(AfD 문제는 3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독일 시민들이 자신들의 더 많은 정치적 대표들을 의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영국 등의 사례에서처럼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활력 있고, 강력하며, 안정되게 작동하는 독일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보는 것은 또 다른 감회이기도 했다. 강한 정당과 잘 조직된 사회에 의해 뒷받침되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거”, 이번 독일 선거를 보며 느낀 독일 민주정치의 힘이었다.

▲ 새로운 연방의원들이 자리잡게 될 연방의회 본회의장. ⓒ (사)정치발전소

주1)
기민당의 선거강령 결정과정과 내용은 다음의 CDU 보도자료 참조. https://www.cdu.de/artikel/regierungsprogramm-wohlstand-und-sicherheit-fuer-alle,
사민당의 선거강령 확정과정은 다음의 언론보도 참조. 사민당은 6월 25일 개최된 도르트문트 당대회를 통해 빽빽하게 정리된 116쪽에 달하는 선거강령을 확정했다. 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spd-beschliesst-wahlprogramm-auf-parteitag-in-dortmund-einstimmig-a-1154172.html
주2)
독일에서는 선거 개표는 수개표로 진행하고 집계만 전자식으로 하기 때문에 검표까지 마치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3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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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0/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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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를 복수정당제의 허용 여부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해 당사자들에게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 역시 민주주의의 기초 요건이다. 입법부가 아닌 대통령의 포고령이나 행정명령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된다면 그 체제를 권위주의라고 하지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경쟁하는 정당과 자율적 결사체, 의회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제도적 요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 자율에 맡기라는 신자유주의의 반정치 담론만큼이나, 정당과 의회 및 이해당사자들의 역할을 냉소하면서 일반 시민이 직접 개헌하고 입법하고 정책을 만들고 부적격 공직자도 쫓아내도록 하자는 직접민주주의론 역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촛불 집회를 직접민주주의로 이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민주주의 체제라면 촛불 집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물론 합법적으로 뽑힌 정부에 대해 비판과 반대를 조직할 자유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기본권이다. 공론 조사로 대표되는 숙의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참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고 발전된 대의민주주의 프로젝트의 하나다.

숙의민주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직접민주주의로 보는 것을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참여자들의 숙의 능력이 그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소 엘리트 편향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숙의민주주의의 한계이기도 하다. 국민투표, 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직접민주주의로 보는 것도 잘못이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국민투표식 민주주의(plebiscitary democracy) 혹은 우파 포퓰리즘(right-wing populism)으로 부른다.

최근의 사례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인데, 이번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내건 슬로건,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이 대표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간접민주주의라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간접민주주의는 정치 이론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일종의 통속어다. 이 말이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2월 15일에 실시된 유신헌법 국민투표 때였다. 당시 야당과 재야 세력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확대되자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찬반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헌법학자들을 동원해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유형론을 펼치게 했다.

과거든 현재든 직접민주주의론자들이 확고하게 추구했던 이상은 공적 사안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었다. 9일에 한 번씩 민회를 개최했던 고대 아테네가 대표적이다. 시민 총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과 조직, 결사는 인정되지 않았다. 고대 아테네의 경우 민회 밖에서의 그 어떤 집단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장자크 루소를 추종했던 프랑스혁명의 주도 세력들 역시 시민의 전체 의지를 분열시킨다는 이유로 정당은 물론 이익 단체의 결사를 법으로 막았다.

시민 총회에서 결정된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 역시 독립된 행정 조직을 만들 수 없었다. 관료제는 없었으며 시민이 번갈아 행정관·평의원·배심원 역할을 맡았다. 아테네에서는 추첨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시민을 뽑았다. 선거로 동료 시민의 지지를 동원해 대표가 되는 것 역시 권력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같은 공직을 두 번 할 수 없었고, 임기는 1년 이하로 짧았다. 사회 규모의 확대는 최대한 억제되었다. 규모의 증가는 기능 분화와 전문화를 낳고, 그것은 곧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의무였다. 아테네의 경우 참여가 법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참여하지 않는 시민은 비난받았다. ‘바보 멍청이’란 뜻의 영어 ‘idiot’는 고대 그리스어 ‘idi ̄ot ̄es’에서 유래한 말로 당시에는 참여하지 않는 시민을 가리켰다.

오늘날 우리가 이런 제도와 원리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접민주주의가 해당 시기의 역사적 제약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현실적 최선을 추구한 실험인 것은 맞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이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때가 많다. 지금은 지금의 조건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론이 필요하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1024/86916628/1#csidxcfc3fd8be35f8ff9b8c185d8e2eba2a

화, 2017/10/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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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10월 살림살이 내역입니다.

 

2017년 10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11/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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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9월 살림살이 내역입니다.

2017년 9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11/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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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전 이제는 바꿔야 할 선거제도>

내일 오후2시에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5당 국회의원들과 정치개혁공동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특위가 공동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립니다. 선거법 피해 사례를 통해 본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화, 2018/07/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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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16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민선 6기 서울시 1년을 맞아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2015 서울시정 평가 포럼'에서 "2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부적으로는 아마추어적인 시민사회 비판자들과 거리를 두고 다른 편으로는 중앙정부의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1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거버넌스를 통한 정통성의 강화와 더불어 혁신을 통해 다른 행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개척자의 모습을 내세웠다"고도 지적했다.


뉴스1, 전성무, 2015-7-16

news1.kr/articles/?233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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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7/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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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서울지역 노동·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5 서울시정평가포럼'의 발제 '새로운 기업가적 시장의 등장?…겉도는 소통과 협력'에서 "1기 시정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다양한 행정혁신과 시민참여 실험이 (2기 시정에서는) 박 시장의 공식적 언급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1기 시정에서는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한 권한분산을 통해 전임 시장들과 차별화하고 전문화한 행정구조를 시민 눈높이에서 다시 살피는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시민의 열광을 끌어냈지만 2기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권영전, 2015-7-16 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7/16/0200000000AKR20150716073700004.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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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7/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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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서울지역 노동·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5 서울시정평가포럼’의 발제 ‘새로운 기업가적 시장의 등장?…겉도는 소통과 협력’에서 "1기 시정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다양한 행정혁신과 시민참여 실험이 (2기 시정에서는) 박 시장의 공식적 언급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1기 시정에서는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한 권한분산을 통해 전임 시장들과 차별화하고 전문화한 행정구조를 시민 눈높이에서 다시 살피는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시민의 열광을 끌어냈지만 2기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 송찬영, 2015-7-16

www.ekn.kr/news/article.html?no=14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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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5/07/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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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10)
빌바오 도시재생의 비밀

빌바오(Bilbao)는 스페인 동북부에 위치한 바스크 주의 수도이며, 1980년대까지 스페인의 금융 및 철강산업 중심지로서 바스크(Basque)주 전체의 경제 중심지이기도 했다. 빌바오 시 및 시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지역의 인구는 100만 명 규모로, 바스크 지방 전체를 견인하는 경제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빌바오의 이런 위상은 역사적으로 빌바오가 풍부한 철광석 생산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중심지였던 데다 항구도시였기 때문이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네르비온 강까지 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수심이 확보되었으며, 강을 거슬러 올라와 도심에 설치된 항만은 빌바오를 스페인 산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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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1980년대 빌바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단일산업구조의 철강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급속히 경쟁력을 잃음에 따라 도시 실업률은 24%까지 치솟았다. 수많은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 도시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문 닫은 공장들과 오염된 항구로 빌바오는 혐오스러운 도시로 변해갔다. 다량의 마약유입과 함께 범죄가 급증하였고, 더욱이 바스크 민족의 독립운동에 따른 테러리즘도 빌바오를 극도로 위험한 도시로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1983년에는 유래 없는 대홍수가 도시를 덮쳐 도심이 2층 높이까지 완전히 침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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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의 도시재생은 이런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도시의 미래전략을 차근히 고민할 여유 없이, 도심을 복원하고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긴급하게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강을 정화하고 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의 문화공간과 생태공간은 빌바오를 매력적인 주거환경을 가진 도시로 바꾸었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도시 건축물들은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하게 하였다.

도시재생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불리는 빌바오 도시재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구겐하임 효과(Guggenheim Effect)로 불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압도적인 랜드마크가 빌바오의 부흥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빌바오 시청 아시르 아바운사 도시계획국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를 국제화하는 데 역할을 한 것뿐이며,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빌바오 박람회장에 우스깔두나 콩그레스 뮤직 홀, 사무디오 기술단지, 파인아트 뮤지엄, 빌바오 국제공항 등 수많은 개·신축에서부터 빌바오 지하철, 아반도이바라, 소로사우레 등 지구단위개발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공업에서 문화로, 도시전략의 전환

빌바오는 산업구조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깨달았다. 한 도시나 어떤 기업, 조직의 주력 업종이 위기를 겪게 되었을 때, 치밀하게 제반환경을 분석하고,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하게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는 기존의 영역이 잘되도록 노력을 하지만, 빌바오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전환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빌바오는 도시재생의 개념을 설정하기 위해 수많은 선진도시들을 견학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빌바오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가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치 전략으로 빌바오는 문화에 주목했다. 문화산업으로 도시의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계획은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빌바오는 철강 산업의 침체로 잃어버린 일자리를 문화 및 관광산업에서 그대로 회복했고, 쾌적한 주거환경과 국제적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메트로폴리 회의와 빌바오 문화도시 bilbao4-400-270 bilbao5-400-270

빌바오는 현재도 문화산업에서 나아가 대학과 지역 내부를 연결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지역의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려 하고 있으며, 새로운 스포츠 단지와 팝·록 페스티벌 공연장, 유럽에서 가장 큰 지붕을 덮은 재래시장의 복원 등 모든 섹터를 결합시켜 창조산업과 관련된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또한 빌바오의 도시경쟁력을 연구하고 전략을 추진한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미래의 도시가치로 혁신, 전문성, 정체성, 공동체, 오픈마인드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되어 여성의 지위 향상, 반외국인운동 극복 등 도시문화 개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단순한 물리적 재생으로 보지 않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경제, 사회, 환경의 복합적 요소가 결합된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 빌바오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성공을 담보한다

빌바오는 도심의 복원과 함께 도심 강변의 항만시설들을 철거하여 모두 네르비온 강 하구 바닷가로 이전시켰다. 이를 통해 도심 요지에 개발공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용도변경과 택지개발을 한 후 민간에 매각해 막대한 개발자금을 확보하였다. 빌바오 시는 이 자금을 통해 강변을 따라 에우스깔두나, 아메촐라 등 수많은 문화시설, 택지개발 및 네르비온 강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추진할 수 있었다.

물론, 빌바오가 바스크 주의 다른 주요 도시인 빅토리아, 산세바스찬과 바스크 도시권에 대한 협력조약을 체결하는 한편, 바스크 주가 거둔 지역 세금의 6.2%만 치안과 방위를 위해 중앙정부로 보내고, 주에서 확보한 90%의 세금을 도시재생의 주요 자원으로 활용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많은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같은 고민을 하며 실행전략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빌바오의 토지 및 재원확보 전략은 구체성이 바탕이 된 사업계획이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기본 요소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중 거버넌스를 통한 지속적인 도시재생 역량 확보

빌바오는 1983년 대홍수 당시 도심복원을 위해 1985년 15명의 법률가, 건축가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빌바오 도시재생협회를 설립하고, 1987년 네르비온 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기존의 철강 등 전통산업기반이 아닌 문화적 접근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95%에 이르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추진한 이 기구는 빌바오 도시재생의 소임을 1991년 빌바오 리아 2000과 빌바오 메트로폴리-30에 넘겨주었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빌바오 도시전략을 연구하는 민관 합동 연구소였으며, 빌바오 리아 2000은 각급 정부가 모여 설립한 도시재생 추진 공사였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지역의 대학, 금융, 철도, 전기, 빌바오 시청 등 빌바오의 모든 민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처음에는 19개 회원조직으로 시작하여 현재 140개 단체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빌바오의 재생을 위한 모든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프로젝트별로 관련된 회원들이 모여 기획을 하고 기획안이 완성되면 회원 중 일부나 빌바오 리아 2000이 실행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 빌바오 리아 2000에는 바스크 주정부, 비스카야Bizkaia 지방정부, 빌바오 시정부 및 모든 정당 등 빌바오의 변화에 발언할 권한이 있는 모든 정치기관이 참여하였다.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의 지분이 50%, 지방정부와 관련된 지분이 50%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르비온 강의 주요 사업 시행을 전담하였다. 정부기관들은 또한 빌바오 리아 2000에 대해 예산의 직접 지원, 정부차원의 신용보증, 토지의 용도변경 등을 진행하였다.

두 조직의 운영 상의 특징은 빌바오 도시재생의 성공요인에 있어 중요한 거버넌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의 경우, 다른 민간회원과 마찬가지로 빌바오 시청 또한 회비를 내는 140개 회원 중 하나의 회원 자격일 뿐, 민간을 지원하는 행정의 입장이 아니다. 민과 관이 50대50으로 회비를 부담하고 회비의 과소로 권한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철저히 관련된 연구주제에 따라 실무진만 참여하는 독립적 구조이다. 연구의 성과는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의 이름으로 발표되지 않고, 연구결과를 시행하는 회원단체의 계획안으로 진행된다. 연구와 수행성과를 참여회원 단체에 돌리는 것이다.

빌바오 리아 2000의 경우, 다양한 각급 정부기관들이 참여한 공사이다 보니 성과 공유의 방식이 다르다. 이 업체에서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는 공사의 이름으로 완공되어, 어느 정부나 정당의 치적이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기관들은 오직 빌바오 시의 발전을 위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과 합의를 이뤄내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런 합의구조는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빌바오의 도시재생이 집권정당 및 시장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전략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주민의 보행권과 지역사를 중시한 도시재생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르게 주민중심의 철학을 갖고 있다. 95%에 이르는 주민이 1억 유로가 투자된 구겐하임 미술관의 유치를 반대한 부분은, 비록 민주주의 원칙에 있어 한계는 있었으나 주민중심 도시재생의 원칙에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것은 아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유치는 주민들의 생활과 결합된 용도나 방식의 문제가 아닌 도시경쟁력과 주력산업 전략에 대한 문제였기에,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도시경쟁력 복원이라는 측면의 전략을 주민들과 토론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미래전략과 관련된 전략은 때로는 주민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주민을 대표하는 위치와 역할에서는 추진과정에서 합의를 이뤄가며 주민들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계획은 빌바오 도시재생과 관련된 모든 민․관 단체들이 참여해 도시전략을 도출하였다.

주민중심의 철학이 반영된 부분을 짚어보면, 빌바오가 1983년 대홍수로 파괴된 도심을 복원하면서 도시공간의 재생에 있어 가장 큰 원칙을 둔 것은 보행로의 확보이다. 구도심은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로 위주의 공간으로 구성하였으며, 분지형의 도시공간에서 고지대에 거주하는 노령층 및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엘리베이터 등을 지역 요소마다 설치했다. 또한 철도와 네르비온 강으로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철도를 이전하고 포스떼리또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지하철과 트램(경전철), 수많은 보행교와 다리를 건설했다. 빌바오의 네르비온 강변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이 아니라 평범한 빌바오 시민들의 운동, 산책, 놀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시 주민의 사랑을 받는 도시의 핵심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빌바오시 보행공간 bilbao7-400-270

빌바오는 차량 증가를 막기 위해 주차장과 도로를 극도로 제약한 런던의 사례와 달리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였다. 이에 대해 빌바오 시청의 도시계획국장은 대도시인 런던과는 교통의 압박도 다르지만, 주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도시정책은 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세금과 요금제를 이용해 도심혼잡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바오는 대홍수로 파괴된 도심을 복원하면서 산업유산과 빌바오의 역사적 건물들을 복원하여, 조선소를 컨벤션센터로 바꾼 에우스깔두나처럼 현대에 적합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훌륭한 관광자원 가치뿐만 아니라 빌바오의 주민들에게 정신적 가치를 전하는 의의도 있다. “빌바오가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더 멋지고 오래된 건물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의 보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이해해야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빌바오시청 도시계획국장)

관광객을 위한 도시재생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기 위한 도시로 재생, 이를 추진하기 위한 혁신적인 가치전략과 합리적인 실행전략, 이를 통해 빌바오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라서가 아닌 살기가 좋기 때문에 주민들이 애착을 갖고 발전하는 도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들도 각기 다른 지역의 자원과 관계망을 갖고 있기에, 지역에서 합의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지역의 주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지역의 자원으로 풀어갈 때 우리나라에 맞는 지역재생 성공모델이 도출될 것이다.

글_이남표(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금, 2015/11/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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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달팽이공부방에서는 김정후 박사님을 모시고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주민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행정과의 소통을 통해 그 의견을
금, 2016/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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