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9월 20, 2018 - 09:33
국회 입법권 포기하면서까지 '재벌은행'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본회의 처리 중단하라!
내용은 물론 처리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 낳은 졸속 법안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시행령에 위임, 사실상 국회 입법권 포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은산분리 완화, 재벌 은행 가능성만 열어둬
어제(9/19) 국회 정무위원회는 재벌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금지조항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하여 사실상 재벌의 금융 산업 진출을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여당이 당초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할 때만 해도 재벌 대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며 법안 본문에 ‘자연인이 총수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를 명시했었다. 하지만 최근(9/17) 3당 간사 합의안이나 어제 정무위를 통과한 정무위원회 수정 대안에서 이 내용은 법률에서 삭제되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이 애초 주장한 것보다 훨씬 후퇴한 안이 되어버렸다. 결국 은산분리 원칙 준수라는 정부·여당의 대선공약도, ‘재벌대기업 제외’라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명분도 사라졌다.
은산분리 특례 대상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은 향후 재벌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의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개혁 정책이자 새로운 적폐의 시작이다. 정권에 따라 언제든 시행령을 변경해 재벌은행을 허용할 수 있고, 은산분리 원칙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불문곡직하고 특례법을 졸속처리하려는 정부·여당의 속임수에 불과하다.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3중·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은 허언에 가깝다. 게다가 여·야 3당 정무위 간사가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조항을 강화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은행법 수준으로 후퇴했다.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조항을 강화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팩트프리핑이라는 카드뉴스를 통해서도 강조했지만, 결국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가 만든 법의 취지를 넘어서는 행정부의 시행령과 규칙을 규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었고, 국회가 마비되며 당시 협상 책임자였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와 이러한 결정은 결국 입법부의 법률제정 위에 행정부의 시행령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그런 잘못된 방식을 자신들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로남불 식으로 특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재벌은행’ 만들기에 앞장서면서 국민들은 점차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규제 완화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생생하게 경험했다. 규제 완화에는 충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야 할 시급한 사안도 아니다. 이번에 시간에 쫓겨 이처럼 어설픈 방식으로 은산분리 빗장을 풀 경우,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가 지금보다 더 단단한 재벌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다.
만약 20일 본회의에서 이 특례법이 통과된다면 금융시장에는 문재인 정부가 선전하는 금융혁신이 오는 대신 커다란 재앙이 올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재벌은행이 출현하고 산업과 금융의 비정상적인 결합이 공고해져서 금융시장은 더욱 교란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례법의 본회의 처리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언제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가던 길을 멈추는 것이 진정한 용기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빚쟁이유니온(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주빌리은행·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