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후기]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
글 | 김복희
오픈넷은 지난 6월 4일 서울 동숭동 공공그라운드에서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오픈넷은 3개의 세션을 진행했는데, 먼저 1세션은 포털 규제 이슈 관련 인터넷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라운드 테이블 형태로 논의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전문가 패널로는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나현수 한국 인터넷자율정책기구 팀장이 참여하였다.
<1 세션> ‘포털 규제, 어떻게 할것인가’에서는 뉴스 댓글과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논의, 규제를 해야 한다면 법적 규제를 할 것인가 자율규제에 맡길 것인가, 댓글도 여론으로 볼 수 있는가, 여론 형성에 댓글의 영향력을 고려할 것인가, 일반 댓글조작과 매크로를 통한 댓글조작의 차이는 무엇이고 구분 가능한가, 댓글조작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법적 규제를 할 것인가 자율규제에 맡길 것인가를 주로 토론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론 조작에 관하여,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고 조작하고자 하는 집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모든 세력은 여론에 영향을 주고 자기 세력에 유리하도록 해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발전에 따라 매체 환경이 바뀌면서 이와 같은 여론 조작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데 있다. 뉴스는 진실되어야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가짜뉴스라는 말 자체가 모순으로 여겨질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 중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것이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가짜뉴스에는 잘못된 정보라는 뜻도 포함될 것이다. 물론 의도가 없는 오보의 경우는 가짜뉴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여론 개입, 여론 조작의 방식이 많이 발달하여 가짜뉴스의 경계를 확정짓기 어렵다.
이재국 교수는 “매크로, 봇(bot), 밈(meme)” 같은 것을 예로 들며 조작된 것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잘 보이는 것이 가짜뉴스라며, 포털 공간은 가치중립적일 수 있는데 플랫폼들이 가짜뉴스라든지 여러 가지 여론 조작 수단의 매체가 되므로 공간 규제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면 kbs가 불공정 보도를 하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여론 형성 공간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규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방식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기술이 어떤 성격의 기술인지 생각해야 함을 강조했다. 어떤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어 있고 범용화된 경우 개인의 선택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의 사람이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기술, 즉 포털이 어떤 기술이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각 개별 언론사에 들어가서 기사를 확인하지 않는 대신 포털에 들어가 사회문화적 정치적 쟁점을 수집하는데, 이에 따라 포털에 대한 의존성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가짜뉴스, 댓글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기여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어떤 주장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찬반이 아주 깔끔한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 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경우에는 객관성의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생각보다 우리가 언어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했는데, 다시 말해 세상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비유나 은유를 사용하는데, 어떤 것들은 우리 생활과 우리 사회에 엄청 깊이 개입되어 있어서 미처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포털이 빅데이터나 AI를 사용해 가짜뉴스를 걸러낸다고 하는데, 우리 언어가 가진 비유나 은유를 AI가 걸러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평가적 규제가 들어가게 될 것이고, 논쟁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쟁점으로 제시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 개념 정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임을 짚었다. 그러면서 명확하지 않은 개념 대신 우리가 접근해야 할 것은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생각임을 강조했다. 입법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용자들 때문이며, 이용자, 즉 시민의 알 권리를 생각해 봤을 때 이는 사실을 알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용자를 기준으로 미디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디바이스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언론사와 방송에 요구하는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신문은 표현의 자유를 필수적으로 전제하는 철학적 베이스를 가진다. 그러나 방송은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철학적 베이스를 가진다. 때문에 공통의 강제 규제 보다는 자율규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댓글을 여론으로 볼 수 있느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댓글도 여론으로 봐야하겠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인데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문제가 발생다고 해서 기술을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포털과 언론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논의 구조에서 시민들이 빠지는 구조라며,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이용자의 편익과 권익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포털 사이, 포털에 대한 국가 규제 주장에 대해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노예제에 빗대어 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한국의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노예라고 주장했는데, 네이버 댓글 게시판을 방송처럼 떠받들어 놓고 그것을 규제한다는 것은 우리가 고생 끝에 얻은 인터넷 실명제 위헌이라는 진보적인 성과를 다시 내놓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언론이 자생력 없이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터넷 언론이 발전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인터넷을 보호하는 이유는 개인과 집단이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며, 인터넷은 소수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본래 인터넷의 기조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 포털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네이버 제휴(인링크)를 하지 못하면 기사 유통에서 상당히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은 결정권자인 대형 포털의 허락을 얻어야만 많은 사람에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생태계로 퇴보하고 있다고 보았다.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똑같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며 포털에 대해 인링크를 제도화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포털 규제는 국가 규제가 아닌 자발적인 규제여야 하며,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는 결국 아웃링크로 가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짜뉴스, 댓글조작 모두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음을 말하며, 현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마땅히 처벌할 수 있을 만한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이런저런 법 제정에 대해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몇 가지 논의되고 있는 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비언론인이 작성한 허위뉴스는 형사처벌하는 안. 포털과 관련하여 가짜뉴스를 삭제하는 모니터링 규제에 관한 안으로서 포털이 거짓 정보를 삭제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을 실시하는 안, 포털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가짜뉴스가 오픈된 것을 인식했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식의 사업자 처벌을 실시하는 등 강력한 개정안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했을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해서 삭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금 말하는 이 개정안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지만,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 틀이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은 이 틀을 해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최진응 조사관은 특히 비언론사가 가짜뉴스를 유포했을 때, 포털이 자체적으로 허위뉴스인지 아닌지 파악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실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창구가 포털이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곳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를 규제하는 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규제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될 수 있다.
댓글조작의 문제에 대해서도, 댓글이 대표성이 있는 여론인가를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댓글을 조작한다고 했을 때, 댓글을 규제할 정도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연구로 드러난 바가 없고 규제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 또한 아웃링크는 사업자들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업자를 처벌하면 정보 공유의 통로가 막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는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 모두 강제 규제가 문제되는 것은 개념 정의부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앞선 패널들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가짜뉴스라는 것도 결국은 ‘허위사실’을 의미하는 것인데, ‘허위’나 ‘진실‘은 역사적으로 뒤바뀔 수도 있는 것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을 주지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의혹에 대하여 무죄의 법원 판결이 있다고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진실이 증명되지 않아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허위사실’로 치부될 가능성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도 ‘언론중재위나 법원 등에서 판단한 사실과 다른 사실’ 등으로 나름대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 국가 권력기관이 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말하면 ‘가짜’로 치부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여론조작도 마찬가지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여론’, ‘조작’ 개념이 모두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규제를 설정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이다. 따라서 ‘자율규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자율규제로 가더라도 지나친 표현의 자유 제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짜뉴스의 경우는 일반적인 허위정보보다는 ‘뉴스’라는 형식을 사용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므로, KISO가 발표한 것처럼 ‘뉴스’ 형식을 사용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 허위임을 명백히 인식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근거나 사실을 허위로 조작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가짜뉴스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에도 단순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고 타인의 권리 침해나 사회적 해악으로 명백히 이어지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그런데 ‘여론 조작’은 이것이 명백하지가 않기 때문에 ‘여론 조작’을 이유로 한 규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현수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팀장은 규제를 할 때에는 댓글이나 가짜뉴스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80년대 5.18은 가짜뉴스였지만 현재는 아니라고 하며, 어떤 내용에 대해 진실과 거짓을 따져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설명했다. KISO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자율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이며, 언론의 오보나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 규제보다 자율규제 등 합리적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세션>에서는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이자 메디아티 대표인 강정수 이사가 ‘디지털 자본주의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기술 진화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취할 자세에 대해 발표하였다.
<3 세션>에서는 오픈넷 활동가들이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난 5년간 수행해온 대표적인 활동 내용과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계획과 소감을 밝혔다.
이 날 컨퍼런스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긍정적인 방향의 진화로 이끌 수 있는 초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자리였다. 현실의 어려움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 기술을, 이용자들의 자유를 위해 다져나갈 앞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