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북풍 이용 선거개입 즉각 중단하라!
2015년 10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허준영 총재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관제 데모’를 지시, 요청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또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이던 정관주(구속) 씨도 같은 내용의 요청을 자유총연맹에 전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뒤 5일 후 자유총연맹은 전국 지부에서 500여 명을 동원, 서울 광화문에서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열었다. 자유총연맹 전현직 핵심 간부들은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2015년 10월 15일 허 총재가 전화와 문자로 이병기 실장의 요청을 받은 뒤, 전국 지부에 긴급 공문을 보내 사람들을 동원했다. 5일 간 준비해 청와대가 요청한 내용대로 관제데모에 나섰다. ”
(자유총연맹 핵심 임원 A 씨)
“이병기 실장이 허 총재에게 관제데모를 요청한 뒤,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도 연락을 해 왔다.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라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 자유총연맹 핵심 임원 B씨)
이 전 실장으로부터 관제데모 부탁을 받은 허 전 총재도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식인터뷰가 아님을 전제로 “A 씨가 말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또 같은 시기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허현준 행정관이 자유총연맹 간부 B 씨에게 국정 교과서 지지 집회를 지시, 요청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자메시지 일체를 확보했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기간은 2015년 10월 19일부터 같은 해 12월까지다. 입수한 문자메시지에는 국정교과서 찬성 관제데모를 청와대가 요청한 것 외에도, 어떤 내용으로 시위를 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행사를 진행할 것인지를 일일이 지시한 내용도 보인다.
자유총연맹에 문자로 관제데모를 지시한 허 행정관은 지난해 초 논란이 된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의혹에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 등을 통해 청와대 입맛에 맞는 관제데모를 벌여줄 것을 지시, 요청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정부정책자료 널리 알려달라”
2015년 10월 19일 허 행정관이 자유총연맹 인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면, 다음날로 예정된 서울 광화문집회 상황을 체크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자유총연맹 집회가 청와대와 교감속에 진행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연맹 기자회견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자유총연맹 간부)
본부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행사 후 언론보도 결과 취합해서 보내주시면 활용하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허현준 행정관)”
같은 해 10월 27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청와대가 자유총연맹 회원들을 국회로 동원한 사실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인됐다. 청와대가 대통령 시정연설에 보수단체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불렀다는 의혹은 제기된 적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수단체를 동원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었다. 허 행정관과 자유총연맹은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이런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
“2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본회의장) 시정연설. 경호 문제로 방청자 필요한 인적사항은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입니다.(허현준 행정관/ 2015년 10월 21일)
관련건에 대해 (자유총연맹) 조직본부에 조치토록 지시했고, 인적사항 등에 대해서는 내일중으로 완료시키겠습니다. (자유총연맹 간부/ 2015년 10월 21일)
신원확인 등 사전 조치가 필요해서요. 내일 오전중으로 명단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현준 행정관/ 2015년 10월 21일)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단서도 확인됐다. 먼저 허 행정관은 자유총연맹에 어떤 논리로 국정교과서 반대여론과 싸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피가 개통되어 있습니다. 정책설명자료와 홍보자료가 일부 게재되어 있고, 계속 업데이트를 하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널리 알려주세요.” (허현준 행정관/ 2015년 10월 22일)
자유총연맹이 국정교과서 찬성을 위해 어떤 행사에서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할 것인지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청와대의 요청과 지시를 전달받은 내용도 확인됐다. 허 행정관이 자유총연맹에 보낸 문자를 보면, 당시 청와대가 국정교과서를 관철하는 문제를 사실상 친북, 반대한민국 세력과의 전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역사학자와 교사들이 반대하고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던 상황에서도 청와대가 친북과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였음이 드러난 대목이어서 충격을 준다.
“교과서관련 추가 행사
경기도지부 한마음대회 11/2
하남시 잔디구장 경기대회 1200명 참석.
전국자유청년트래킹대회 11/28
대전 보문산 청년회원 1000명 참석
해당 행사에서 올바른 역사 바로세우기 촉구 결의문 낭독 등 실시 예정”
(자유총연맹 B씨 / 10월 30일)
“<관련 추가 일정>
허준영 회장 미국 방문시 관련 강연 및 결의대회 실시
11/3 시애틀, 11/5 알래스카
11/8 로스앤젤레스, 11/11 하와이
해외지부 국내 광고건 협의 중”
(자유총연맹 B씨 / 10월 30일)

“국정도서 찬성 의견제출서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11시 역사교과서 국정도서 확정고시 발표 후, 중순경 집필진 발표가 예정돼 있어 반대진영의 항의가 한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11.7(토, 18시, 광화문) 국정교과서 반대 집중집회에 세월호특별법 제정 1주기 집회가 겸해질 것입니다.
-11.14(토, 16시,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로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집필진 공격에 대응하는, 검정교과서 집필진 문제점 및 좌파단체의 친북 반대한민국 행적 등 컨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도 대비하고, 반대진영의 대규모 시위에도 맞서는 준비를 미리 미리 구상하고 협의하여 함께 진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현준 행정관/ 2015년 10월 30일)
“친북, 반대한민국 단체와의 2차 전투 대비하자”
지난해 4월,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경련 지원, 관제데모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사를 맡은 검찰은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관제데모 지시 의혹을 받았던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의혹을 최초 보도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지난해 10월 26일 기각된 것이 이후 과정의 전부다.
반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일명 ‘블랙리스트’) 수사를 어버이연합 관련 사건으로 넓혀간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가 보수단체들을 어떻게 관제데모에 동원해 여론을 왜곡했는지를 보여주는 허 행정관의 문자메시지는 향후 특검 수사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현준 행정관, 관제데모 요청은 “통치행위, 즉 정무적 문제”
뉴스타파는 의혹의 핵심인 허 행정관에게 ‘왜 민간단체에 청와대가 관제데모를 요청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와 같은 일을 실행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대면인터뷰는 거부한 채 문자메시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했다.
“저는 21012년 대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국가운영을 위임 받은 박근혜 대통령 비서로서, 통치행위와 관련된 행위와 관련된 것이니 님이 나설 문제는 아닌 통치행위, 즉 정무적 문제라 판단됩니다.” (허현준 행정관)
행정자치부에서 일부 운영비를 보조받고 있지만, 엄연히 민간단체인 자유총연맹에 청와대가 관제데모를 요청하고 실행시켰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블랙리스트 문제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받고 있는 혐의도 바로 이 부분이다.
취재 : 한상진, 강민수
총선넷, 국정원장 등에게 선거중립 요구하며 면담요청
“국정원장님, 이번 총선에 개입하지 않겠다 약속하세요”
선거개입 금지약속 요구했으나 아무 답변없어 직접 방문할 예정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참여하고 있는 「국가기관 선거개입 감시 캠페인단」(이하 캠페인단)은 오늘(3/11)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 조성직 국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각각 공문을 보내 오는 20대 총선에서의 선거 공정성 보장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지난 2012년 불법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선거개입행위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이들 기관이 어떤 조치를 세우고 있는지 직접 듣고자 하는 것이 면담의 취지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여당에 유리한 조성을 마련하기 위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선전전을 벌이는 등 불법선거개입을 주도했던 기관들이다. 이들은 정치중립 의무를 어기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국내정치 개입이나 선거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어떤 책임있는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캠페인단은 면담요청서에서“국가정보원은 심리전단 3차장 산하의 국내심리 부분을 폐지하는 등의 자체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심리전단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국내정치개입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고, 국군사이버사령부도 심리전단의 조직 명칭만 바꿨을 뿐 실질적인 개선조치를 단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민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캠페인단은 지난 3월 4일 이들 기관을 포함해 청와대, 법무부, 보훈처 등 지난 대선개입사건에 책임이 있는 10개 국가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번 총선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요청한 3월11일까지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행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문의했으나 답이 없었다.
캠페인단은 이들 기관이 3월 16일(수) ~ 3월 22일(화) 사이 면담 일정을 잡아줄 것을 요청하며, 면담이 성사될 시 캠페인단의 대표자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의 대표자 및 공동운영위원장 등 4-5인이 면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캠페인단은 지난 3월 7일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서울선관위)를 방문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공개해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하고, 유권자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정하고 균형적인 업무를 수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선관위는 이후 3월9일 캠페인단에 회신을 보내,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행위와 관련 “온․오프라인을 망라하여 적발된 위법혐의에 대하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조사․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캠페인단의 활동 및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의 활동내용은 총선넷 홈페이지www.2016change.net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보낸 면담요청서>
4.13총선의 공정성 보장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장께 면담을 요청합니다
안녕하십니까?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참여하고 있는「국가기관 선거개입 감시 캠페인단」(이하 캠페인단)은 다가오는 20대 총선이 유권자들이 자신의 대표를 자유롭게 뽑을 수 있는 공정한 선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에 캠페인단은, 이번 총선에서 지난 ‘불법대선개입’과 같은 문제가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시민의 요구를 국가정보원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개선 조치를 구체적으로 듣기 위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께 면담을 요청합니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과 국가기관에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여하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정권을 잡아선 안 된다는 정권 옹호의 논리 하에 자국민을 상대로 온라인 심리전을 펼치는 등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였습니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이후 국내정치 개입이나 선거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불거지자 심리전단 3차장 산하의 국내심리 부분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리전단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형식적인 개편에 불과합니다. 이 밖에도 국가정보원의 ‘자체개혁안’에 따른 조치사항들은 있지만, 어떤 민주적인 통제와 감시도 받지 않는 국가정보원이 스스로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시민들이 국가정보원의 조작 또는 공작행위를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에 캠페인단이 지난 3월 4일 국가정보원에 공문을 보내 이번 총선에서 어떤 불법적인 선거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국가정보원은 캠페인단이 회신을 요구한 3월 11일까지 어떤 연락도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캠페인단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직접 전달하고, 지난 대선불법개입사건 이후 국가정보원이 이행한 개선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께 면담을 요청하니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은 국가정보원이 민주주의와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출연자
- 진행 :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참여연대)
- 고정출연 :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 이슈손님 : 임경지 위원장(민달팽이유니온), 김주호 사무국장(청년 참여연대)

참팟 31회 / '총선저격' 나선 뿔난 청년들
청년팔이 노동개악 주동자, 채용비리 청년취업 강탈자, 청년비하 청년수당 망언자, 주거빈곤 청년부채 유발자, 최저임금 대폭인상 반대자, 청년기만 부모등골 파괴자 등이 청년들이 각 정당에 요구하는 공천불가 기준입니다.
청년단체들이 모여 만든 2016총선청년네트워크가 전현직 국회의원 중 18명 낙천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참팟31회는 40일 앞으로 총선을 앞두고 청년들이 뽑은 낙천 대상자 명단과 그 이유를 분석하고, 총선에서 청년 유권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16069
* 아이튠즈에서 듣기 : https://goo.gl/dwhMog
※ 모바일 팟캐스트 어플리케이션 '쥐약', '올팟캐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같이보기
- [칼럼] 필리버스터 중단, 그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 [기사] ‘필리버스터 중단’ 그 방법밖에 없었니?
- 청년단체, 총선 낙천 명단 18명 선정 발표
- [2016총선넷] 1차 공천부적격자 발표 기자회견
[김종철칼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직무유기를 고발한다
김종철(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민주행동 공동대표)
당신들은 ‘대국민담화’ 발표의 방청객인가
대통령 박근혜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지난 6일 오전은 기온이 30도를 웃돌 정도로 무더웠다. 텔레비전으로 25분 동안이나 그 장면을 지켜본 국민 가운데 ‘담화’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됐는지는 별개 문제로 보고, 담화가 끝난 뒤 도대체 청와대 출입기자들(카메라 기자 제외)은 왜 단 한 마디 질문도 하지 않았는지, 또는 왜 하지 못했는지를 엄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들이 명백히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 이유를 제시하겠다.
신문, 방송, 지역 언론, 인터넷매체 등에서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이번처럼 박근혜의 일방적 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나서 의례적인 질문조차 던지지 않은 것은 지난 2년 반 가까운 기간에 벌써 네 번째나 된다. 그때마다 “청와대 홍보 관련 공직자들이 기자단 집행부를 상대로 질문을 아예 안 하도록 ‘사전 협의’를 해왔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졌다. 그 속사정은 나중에 짚어보기로 하고, 지난 6일 출입기자들이 보인 태도가 왜 언론인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인지를 따져보자.
무엇보다도 먼저, 박근혜가 생중계되는 텔레비전을 통해 담화를 발표한 장소는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이었다. 프롬프터를 보면서 담화문을 읽을 것이라면 차라리 집무실이나 대회의실에서 시청자들을 향해 그렇게 하지, 왜 공직자들과 기자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훈시’나 ‘지시’를 하듯이 했을까? 화면에 비친 기자들은 노트북을 들고 있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진정한 ‘자유언론인’ 또는 ‘독립언론인’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은 자괴감을 넘어 모욕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창피스런 들러리 노릇을 하려면 무엇하러 청와대에 상주하면서 취재활동을 해야 하는가? ‘고급정보’를 다른 매체보다 빨리 입수하거나 보도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담화를 발표한 뒤 박근혜는 춘추관에서 70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출입기자들과 담소를 나누었다고 한다. 담화 발표에 쓴 시간보다 세 배 가까이나 된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기자들이 담화 내용이나 국정 현안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에 관한 보도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사교의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국정이 무궤도 질주를 하고, 국가가 파탄 상태에 빠질 정도로 대통령이 독선과 오만,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도 유체이탈 화법을 계속할 때 이성과 양심을 가진 기자들이라면 ‘질문을 안 하기로 사전에 담합’된 대국민담화 발표장에서라도 과감하게 손을 들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할 것 아닌가?
“국가정보원의 ‘국민 해킹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통령이 사전에 승인한 사실이 있습니까?”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메르스 사태로 36명이나 사망하고 국민경제가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하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만 책임을 묻지 말고 대통령 자신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의사는 없습니까?”
“대통령이 공포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때문에 침몰 원인과 진상을 가릴 수 없다면서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의 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이 지금도 시행령 바로잡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지요?”
“최근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씨가 일본에서 한 인터넷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천황폐하’를 극찬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관해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전혀 다른 망언을 쏟았는데 언니로서는 물론이고 대통령으로서 엄중히 질책할 뜻이 있는지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근자에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중국보다 미국이 먼저’라고 공언하고 노골적으로 ‘큰절외교’를 했는데, 집권당 대표의 그런 언행에 대한 공식 평가를 해주시겠습니까?”
“오늘 담화문에는 ‘경제’라는 단어가 무려 37번이나 나왔는데 정치개혁, 사법부의 독립, 부패한 공직사회 혁신, 롯데그룹의 불법투성이 경영으로 불거진 재벌체제의 근본적 개혁에 대한 방책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최근 구속된 인권운동가 박래군 씨에 대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가 추가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발설했다는 것입니다. 법률전문가들은 국가기관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비민주적 행태 때문에 ‘민주’도 ‘공화’도 실종되고 말았다.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경우가 박근혜의 신년기자회견과 대국민담화 발표이다. 두 차례의 신년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과 박근혜의 응답이 있었지만, 사전에 조정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대통령 재임 30개월 동안 두 차례의 기자회견과 네 차례의 대국민담화 발표라는 수치는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나라들 가운데서는 가장 적은 횟수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CBS 8월 7일 아침 방송(<노컷뉴스>의 ‘Why뉴스’에 보도)에서 선임기자 권영철과 앵커 박재홍이 나눈 대담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재임 12년 동안 881번의 기자회견을 했다. (···)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재임 3년이 채 안 되는 동안 65회를 해서 1년에 22.89회, 한 달에 1.91회 꼴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193회, 조지 W. 부시 대통령(아들 부시)은 재임 8년 동안 210회였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하다고 미국 언론들이 비판한다. 미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철저하게 현장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거나 질문지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기자들의 질문도 신랄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기자들은 ‘르윈스키의 옷에 묻은 액체는 대통령 것입니까?’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이라크 전쟁의 진짜 이유는 뭡니까? 석유입니까? 이스라엘입니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미국의 모든 것이 민주적이지도 이상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여!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한 미국의 이런 역사를 듣고도 당신들은 언제까지 직무유기를 계속할 것인가?
진정한 민주화는 진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과감하게 비판하는 자유언론 실천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뿐 아니라 현업 언론인들이 거듭 상기해야 할 명제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군 인사와 방위 산업 분야에까지 손을 뻗힌 정황이 드러났다. 최 씨가 지난 3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의 이력서를 받아 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력서의 주인은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 한미연합사령부 정보참모부장 등을 지낸 유현국(육사 35기) 씨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정보분석비서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임감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최 씨 측에 이력서를 보내기 직전인 올해 1월, 유 씨가 국방부 허가를 받아 방위 산업 분야 연구, 컨설팅을 주업무로 하는 연구원을 설립한 사실도 확인했다.

최 씨가 군 인사 등 국방 분야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은 그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의 거래 의혹, 록히드 마틴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의혹도 있었다. 최근엔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이었던 남재준 씨의 경질 과정에도 최 씨 일가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적은 없었다.
뉴스타파는 최순실 씨 관련 회사 사무실에서 입수한 문서더미를 확인하던 중, 예비역 장성인 유현국 전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의 이력서를 확인했다. 이력서가 나온 서류더미는 최 씨 소유 기업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존앤룩씨엔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서 생산된 것이다. 육사 35기 출신으로 2010년 육군 준장으로 전역한 유 씨는 군 재직 당시 주로 정보분야에서 활동했다. 국방정보사령부 참모장(2005~2006년),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2006~2008년)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선 한미연합사 정보참모부장과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도 맡았다.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임감사를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유 씨가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도 이력서와 함께 발견됐다. 자기소개서에는 군 재직 당시 유 씨의 경력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정보장교 출신으로 핵심직위를 두루 거치면서 한국군의 정보능력 발전에 주력했다. 2011년 김정일 사망과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으로 안정적으로 정책을 수행했다.
유현국 씨 자기소개서 중 일부
최 씨가 유 씨의 이력서를 받아본 시점은 올해 3월 14일이다. 당시는 최 씨가 주도해 설립한 K스포츠재단이 2대 이사장 후보를 물색하던 때였다. 최 씨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 후보로 유 씨와 접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 유 씨 지인의 설명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유현국 씨 친구의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다고 들었다. 될 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력서를 받은 곳은 무슨 스포츠재단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유현국 씨 지인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도 발견했다. 유 씨가 최 씨 측에 이력서를 전달하기 전인 올해 1월, 국방 관련 연구원을 설립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유 씨가 설립한 연구원은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연구원은 최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방위 산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 컨설팅 하는 국방부 산하 사단법인이었다. 게다가 유 씨가 최 씨 측에 보낸 자기소개서에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국가안보분야 업무에 활용 가치가 크다”는 내용의 인물평이 들어 있다. 최 씨가 국방 관련 인사나 방산 관련 사업을 염두에 두고 유 씨의 이력서를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유 씨를 직접 찾아가 최 씨 측에 이력서를 보낸 이유 등을 물었다. 그러나 유 씨는 “최순실 씨를 전혀 모르며, 내 이력서가 최 씨 측에 전달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는 MB맨이다. 최순실 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 내 이력서가 왜 그 쪽에 전달됐는지도 모른다. 지인에게 전달한 이력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원 외에 국방 관련 자문활동을 할 생각으로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낸 적이 있다. 유현국 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이사장
유 씨가 연구원을 설립한 올해 1월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만들고, 더블루케이, 비덱 등 개인 회사를 통해 이권 개입을 시도하던 시기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큰 그림을 그려가던 때였다. 정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유 씨의 이력서를 최 씨가 왜 받았는지 궁금증이 커지는 이유다.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최 씨가 국방, 방위 사업 등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비선실세의 국방 관련 개입 의혹은 제기돼 왔다. 특히 군 인사 관련 의혹이 많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이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취재 : 한상진
영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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