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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동향2]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43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이상훈 변호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1. 들어가며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16년간 대한항공에서 부사무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A씨를 대리한 실업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실 센터가 진행한 사건은 법리적으로 어려운 사건은 아니다. 그보다는 최근 각국에서 점차 강조되어 오던 activation 정책과 관련한 사건이기에 activation 정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사건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acivation정책이란, 실업수당(내지 부조)에 안주하거나 일할 수 있음에도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재정부담 증가와 경제활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여, 좁게는 실업급여나 실업부조 지급을 적극적 구직노력과 연계하여 실업자들에 대한 구직을 독려하는 정책이고, 넓게는  다른 사회보장혜택 역시 적극적 구직노력과 연계하는 정책을 말한다.  

아래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현황과 관련하여 주목하여야 할 여러 자료들과 함께 판결을 통해 발견된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2.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현황: 다른 나라 실업급여와의 비교

(1) 지급기간의 비교

 

실업급여제도는 크게 단기간의 실업급여만 있는 유형, 장기간의 실업급여만 있는 유형, 실업급여와 실업부조가 있는 유형, 실업부조만 있는 유형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1유형인 단기간(1년 미만)의 실업급여만 있는 국가로 캐나다. 이태리, 미국, 일본 등이 있다.

제2유형인 장기간(1년 이상)의 실업급여만 있는 국가로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있다.

제3유형인 실업급여와 실업부조가 있는 국가로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이 있고, 제4유형인 실업부조만 있는 국가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는 제1유형의 국가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급여수준과 짧은 지급기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상한(4만원)이 최저임금액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낮은 형편이며, 지급기간도 최대 8개월로 미국, 영국과 함께 매우 짧은 국가에 속한다. 또한 자발적 실직자에 대해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coverage는 낮은 편이고, 사각지대 또한 넓다. 

 

 

(2) 순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의 비교

 

실업급여수준을 나타내는 기준 중 하나로 순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이 있다. 

순소득대체율이란 실업전 순소득(총소득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 대비 순실업급여(실업급여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OECD에서는 여러 유형(자녀가 몇 명인지, 맞벌이인지,다른 주거용 지원을 받는지 등)으로 분류하여 순소득대체율을 비교하고 있는데, 그 분석결과가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실직자의 실직 후 5년 동안의 순소득대체율은 매우 낮아서 불가리아와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두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맞벌이가 아닌 혼자 버는 가장이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5년 이내의 순소득대체율은 OECD 내외의 비교 국가들 중에서 아예 꼴찌다.  

 

(3) 낮은 실업급여에 따른 빈곤에의 진입가능성

 

OECD의 자료들은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 논문 결과와도 연결된다. 이 논문에서는 통계청의「가계동향조사」의 월별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실직할 경우 얼마나 빈곤 상태로 전환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이 논문에서 기술한 아래 <표 >는 가구주가 실직하였을 때 빈곤 지위의 변화와 빈곤 진입률을 보여준다. 가구주가 실직하였을 때 비빈곤 상태에서 빈곤 상태로 진입하는 비중은 38.7%에 이르고, 가구 소득이 적을수록 가구주 실직시 빈곤 진입률이 높다. 

 

(4) 분석

 

앞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실업급여의 지급수준과 지급기간이 짧은데다가 아동수당이나 주거지원비 등 실업급여 이외에 다른 사회안전망도 부실하다. 그렇다보니 실직 후 조기에 재취업하지 않을 경우 버틸 힘이 부족하여 빈촌층으로 전락하는 비율이 상당하고, 특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인 가족의 형태, 즉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자녀와 배우자를 홀로 부양하는 가장이 실직한 경우의 사회안전망의 부실은 세계적으로도 최악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쌍용차 노동자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쌍용차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08만원이었는데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순간 얼마 안 되는 실업급여를 받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평균 부양가족이 3명인 쌍용차 노동자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3.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을 통해 본 Activation정책

(1) 사실관계    

 

A 씨는 16년간 대한항공에서 부사무장으로 일하다 퇴직했고, 10년간 서울시 영어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에 2년간 거주하면서 한인방송국에서 일한 적도 있다.   A 씨는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영어실력에 부족함을 느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만둘 때까지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구직활동 4개월째인 2013년 8월 A 씨는  취업정보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해커스 어학원의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A 씨는 그동안 자신이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였기에 새로운 직장 역시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희망하였다. 그래서 학원에서 일하다 보면 영어를 접할 기회도 많고 수강할인의 혜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학원의 채용공고를 발견하자마자 지원하였으나 서류 탈락하였다. 

 

구직활동 5개월째인 2013년 9월 A 씨는 다시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해커스 어학원의 채용공고가 새로 뜬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부서이었고, 그래서 A씨는 다시 지원했으나 또 탈락하였다.

그런데 고용센터에서는 A 씨가 해커스 어학원에 재차 지원 신청한 것을 두고 ’동일 사업장에만 반복해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 해당한 형식적 구직활동으로 보았고, 그래서 A씨가 ‘허위 혹은 형식적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줄 수 없다고 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2) 사건의 숨은 배경 

본 사건은 언뜻 보기엔 까다로운 고용센터 직원을 만나서 그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본 사건 처리과정에서 다른 고용센터에 확인한 바로는, 이런 경우 현재는 보통 1차로 주의를 주지 바로 실업급여지급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이유는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한명숙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9월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가 2만5497건으로 2012년 전체(1만2462건)의 2배를 넘어섰는데,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는 2010년 9293건, 2011년 1만880건, 2012년 1만2462건으로 조금씩 늘어나다 2013년 들어 갑자기 대폭 증가하였다』라는 것이고, 그 원인으로 『노동부가 ‘2013년 지방관서 평가 기준’에 실업급여 불인정률 1% 이상이면 30점, 0.8~1%이면 27점, 0.6~0.8% 24점, 0.4~0.6% 21점, 0.4% 미만 18점 등 구간별로 세부적인 평가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센터별로 평가 기준에 맞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불인정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취약 계층인 20대와 50~60대 이상에서 불인정률 증가폭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판결에서의 처분일은 2013년 9월 26일로서 바로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가 급증한 기간에 발생한 것이고, A씨 또한 54년생으로 불인정률 증가폭이 큰 연령대에 속하기 때문에 한명숙 의원의 발표 자료에 정확히 부합된다. 결국 수급자 중심에 서서 과연 그 수급자자 실업급여를 필요로 하는 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고 그  목표치 범위를 중심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 것이 이 사건의 숨은 배경이다. 

 

(3) 판결(서울행정법원 2015. 1. 23 선고 2014구합13980판결) 

 

<판결 내용> 동일 사업장에만 반복하여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를 실업 인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을 하는 수급자가 실업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데, ① 원고는 대한항공에 20여년간, 서울특별시 영어 문화관광해설사로 10년간 근무하였고, 그러한 원고의 경력에 비추어 원고가 해커스 어학원에 근무를 희망하는 것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13. 8. 9.과 2013. 9. 11. 해커스어학원의 각기 다른 구인공고에 대하여 구직활동을 하였을 뿐, 그 외에는 별도의 사업장에 지속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여 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3. 9. 11. 해커스 어학원에 다시 구직활동을 한 점만으로는 원고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인 재취업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해커스어학원에 대한 구직활동이 허위․형식적이어서, 원고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분석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은 실업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비용이 상승하게 되면서 사회보장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였다. 그러자 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용을 촉진하고 복지급여 수급자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여 일자리를 구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구에서 사용했던 일련의 정책이 Activation정책이고, Activation정책의 특징은 공급 측면의 노동시장정책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업급여에 대한 Activation정책은 실업급여의 수급자격 조건, 구직탐색 요건, 구직탐색노력에 대한 모니터링, 일자리나 ALMP(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 참여 제의 거부에 대한 제재 등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구직활동을 증명’토록 요구하는 것이고, 센터에서 진행한 사건은 Activation정책 중 구직활동의 증명도에 대한 현장에서의 다툼에 대한 사건이다.   

 

Activation정책은 취업우선(work first)과 인적자본개발(human capital development) 측면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우선전략은 “어떤 일자리든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방향 속에 취업에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접근방식을 말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교육과 훈련보다는 단기간의 구직활동을 통해 실업급여 혹은 복지급여 수급자가 빠른 시일 내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반면 인적자본개발 전략은 장기적으로 수급자의 고용가능성을 제고하여 안정적인 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조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수급자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어느 나라든지 취업우선과 인적자본개발 중 하나의 전략만을 일방적으로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취업우선전략은 단시간 내에 고용률 상승이라는 계량화된 개선 수치를 산출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 관료나 현장 담당자로서는 취업우선전략을 우선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반면 이에 따른 일자리들은 대체로 고용이 단기적이고 불안정하며 훈련의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취업과 실업 그리고 비경제활동 상태를 오가거나 다시 복지제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취업우선전략이 가지는 한계와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수급자가 신속하게 취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고용을 유지하고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지원하는 최선의 전략과 수단을 조합하여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고용센터에서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갖고 수급자의 취업 의욕․기술․능력 등 개별적 특성을 파악한 후 수급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본 사건의 경우도 A 씨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회활동을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였기에 새로운 직장 역시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희망하였다. 그렇다면 고용센터에서는 A 씨의 특성에 맞추어 상담 및 구직지도를 하는 것이 취업우선과 인적자본개발 전략의 조화로운 접근법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구직자와 직업상담원이 만나는 짧은 시간에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확인하는 등 실업급여 지급을 중심으로 한 실업인정절차에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하고, 수급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대상판결의 경우 그 과정에서 실업 불인정 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러자 정부 차원에서 실업인정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였으며, 경직된 행정으로 말미암아 원고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게 되어 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Activation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단시간 내에 고용률 상승이라는 계량화된 개선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구직자의 특성에 맞는 프로파일링, 심층상담 등 실질적인 고용지원서비스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도록 기본 접근 방향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용센터 현장에서도 실적 위주의 실업급여 관리업무 보다는 실직자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지원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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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 - Ein Regenbogen spannt sich am 18.08.2013 über grünen Feldern und Windkraftanlagen vor grauen Regenwolken bei Wilster (Schleswig-Holstein). Die Energiewende ist auch in Hessen ein hoch umstrittenes Vorhaben. Spätestens im 2050 will sich das Land hauptsächlich auf Wind, Sonne, Wasser und Biomasse verlassen. Foto: Christian Charisius/dpa (zu dpa «In 37 Jahren soll der Umstieg geschafft sein» vom 18.09.2013) +++(c) dpa - Bildfunk+++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제 끝난 일일까? 일본이라는 기술 선진국이 알아서 잘 수습하고 정리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원전 4기가 폭발한 후쿠시마 대재앙은 만 5년이 지났지만, 사고수습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후쿠시마는 지금도 매일 30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오고 있고, 사고 현장은 높은 방사능 때문에 접근조차 어렵다. 사고처리 비용은 200조에서 최대 1000조원 까지 예상된다. 더욱이 유전자를 통해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방사능은 이 사고의 후유증이 앞으로도 계속 된다는 걸 말해준다.

1 Satellite image shows damage at Fukushima Nuclear Power Plant (via ecowatch.com) <위성으로 찍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장면. 사고 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고, 수습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수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이 핵연료를 거둬드릴 방법이 아직까지 없다. 때문에 1986년에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원전도 거대한 납관으로 원전을 덮어 방사능이 유출되는 걸 최소화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 일대의 농작물에는 지금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올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내 핵연료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대의 로봇을 투입했지만 모두 초고농도의 방사능 때문에 2, 3시간 만에 수명을 다하거나 통신이 두절되고 말았다. 이는 현재 후쿠시마 내부의 상황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 주요 국가들은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하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 했다. 이 사고를 타산지석 삼아 탈핵을 선언한 것.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사고가 지금까지의 내 생각을 바꾸었다. 우리에게는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중단하는 탈핵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운영하는 경주 월성원전 홍보관 주변에는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안전성과 한수원의 우수한 기술력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가 전시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한수원이 얻은 교훈은 ‘한수원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그대로 투영됐다. 당시 핵산업계와 원전당국은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과 달라 안전하다’며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했다. ‘원전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10년 만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대형 원전사고 우선 안전성에 대해서 짚어보자. 대학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했지만, 탈핵의 길을 걷고 있는 염광희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자신의 책 <잘 가라, 원자력>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안전기준을 강화한다고 원전 사고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의 원인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결과였다.” 일본 나고야대학 명예교수인 이케우치 사토루 역시 자신의 책 <핵을 넘다>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원전사고는 천재가 원인이 되고 인재가 사고를 확대하는 전형적 사건이다.”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 원전산업계는 ‘일본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천만 년에 한 번 꼴’이라 했다. 이를 두고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책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에서 “세계 핵발전소 운영 60년 역사상 미국, 구소련, 일본 등에서 6개의 핵발전소가 폭발하거나 녹아내리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며 “확률로 치면 1천만 년에 한 번이 아니라 10년에 한 번 꼴로 대규모 핵사고가 일어난 것”이라 지적했다.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 등 많은 탈핵운동가들은 다음 원전 사고가 원전밀집도 세계 1위인 한국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활성단층 위에 원전을 밀집시켜 놓았다(김익중 스토리펀딩 6화 인터뷰). 지난해 9월 원전이 밀집한 경주 일원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시민들의 불안을 극도로 자극했다. 후쿠시마의 진짜 교훈은 ‘탈핵’ 여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건 이것이 본진 이후 여진인지 아니면 더 큰 본진을 앞둔 예진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시설이 밀집된 곳에 원전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는 물론 국가경제가 몰락할 것이란 지적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박종권 스토리펀딩 5화 인터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엄마들이 가장 민감했다. 방사능은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먹거리 내 방사능 관련 문의가 늘어났다는 에코생협 최재숙 상무의 말이다. 엄마들은 검색 몇 번이면 알 수 있는 진실을 정부가 숨기려한다고 분개했다. 정부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기에 엄마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내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선 엄마들은 ‘우리 아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 탈핵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스토리펀딩 4화 인터뷰).

4 19대대선에너지공약 <19대 대선 주요 후보들의 에너지 공약 제안에 대한 답변.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원전을 백지화하고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겠다고 답하며, 탈핵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자세히 보기-http://kfem.or.kr/?p=177354 Ⓒ환경운동연합>

다행히 이번 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들은 신규원전 건설 중단을 공약화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건설 단계에 돌입한 신고리 5,6호기의 중단을 비롯해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전 대신 안전’을 선택한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신규원전 중단이 탈핵의 시작이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은 “탈핵은 그냥 통으로 탈핵이냐 아니냐 얘기하면 그림이 잘 안 잡히는데, 새로 원전을 지을 거냐 말 것이냐. 그 문제만 명확해 지면 거기에 시간을 더해 탈핵이냐 아니냐가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신규원전 안 짓는 것이 탈핵의 시작”이라는 의미로서, “이번 대선이 탈핵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대선 주자들이 신규 원전 중단을 선언하자 핵산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원전 1기당 최소 3.5조 원, 통상 2기가 한꺼번에 지어지기 때문에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7조 원 규모의 시장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권력과 밀접했던 원전산업의 폐쇄 구조를 통해 기득권을 누려왔던 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입때껏 이들이 보여 온 행태는 ‘위험 독재’였다. ‘위험’을 다룬다는 명목으로 시장을 독점했지만, 그 위험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전력이 있다. 고리원전 1호기 블랙아웃 사건처럼 치명적인 부실을 은폐하기도 했다(서토덕·최수영 스토리펀딩 7화 인터뷰). 그러나 정작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후쿠시마 사례에서 보듯이 책임질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원전의 대안에 대해 이상훈 소장은 “지금 (에너지 공급) 설비가 과잉돼 있기 때문에 수요 관리를 잘하면 당분간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도, 또 십 수 년 동안 또 다른 발전소를 짓지 않고도 전력 수급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대표적으로 LNG 가스발전소의 경우 원전, 석탄화력 등으로 가동률이 30%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 소장은 “우리가 지금 원전 비중이 30%대지만, 원전 없이도 전력을 공급하는 나라가 많이 있다”면서 “여러 나라가 원전 없이도 경제성장과 전력 수급을 해 왔듯이, 우리도 다른 선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독일이 사례가 될 수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탈핵을 결정하고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염광희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유럽 내 제조업 비율이 20%에 달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이런 나라가 원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원전 없이도 에너지 문제와 경제 발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럽의 스위스, 이태리, 벨기에와 아시아의 대만 등도 탈핵 대열을 선도하고 있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독일이 탈핵을 할 수 있는 요인을 ▲ 35년간 지속된 시민 참여 탈핵운동 ▲ 민간싱크탱크 설립과 에너지전환시나리오 ▲ 녹색당 등 탈핵 정당과 정치인 지지 ▲ 태양과 바람으로 만드는 시민발전소 설립 ▲ 100만개가 넘는 재생에너지산업 동맹 ▲ 전기요금 인상을 수용하는 시민 실천 등으로 꼽고 있다. ARCHIV - Ein Regenbogen spannt sich am 18.08.2013 über grünen Feldern und Windkraftanlagen vor grauen Regenwolken bei Wilster (Schleswig-Holstein). Die Energiewende ist auch in Hessen ein hoch umstrittenes Vorhaben. Spätestens im 2050 will sich das Land hauptsächlich auf Wind, Sonne, Wasser und Biomasse verlassen. Foto: Christian Charisius/dpa (zu dpa «In 37 Jahren soll der Umstieg geschafft sein» vom 18.09.2013) +++(c) dpa - Bildfunk+++

<독일 풍력발전단지에 뜬 무지개. 한국은 ‘원전 제로’를 선언한 독일 보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더 풍부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환경운동연합에서는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2042년까지 원전을, 2046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풍부하다.”며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현재의 총 에너지 수요의 4배가 넘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효율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 최남단의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연평균 하루 일사량은 3.02kWh/㎡로, 우리나라 대구와 부산의 4.7kWh/㎡에 비해 3분의 2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세계적인 태양의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책 <잘 가라, 원자력> 참조) 원전 없어도 전기요금 크게 오르지 않을 것 핵산업계는 원전이 없으면 전기료가 인상 될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훈 소장은 “요금 인상 요인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사람들의 전기요금 민감도를 굉장히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30% 가까이 인상됐지만,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는 것이 이 소장의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자체가 왜곡된 구조다. 휘발유, 경유는 50% 가까이 세금이 붙지만, 전기요금에는 3.7%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밖에 붙지 않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 비용은 원자력 홍보 등에 쓰이고 있다. 이상훈 소장은 “미국, 캐나다 등 일부 자원부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에서는 전기세가 있다”며 “독일은 환경 부담금 등 세금이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지언 팀장 역시 “전기요금 인상을 (핵산업계가)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의도된 전략”이라며 “기존 화석연료와 핵연료 등에 세금을 부과해서 그 비용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 분석이다. 은행원 출신으로 숫자 계산에 능통한 경남탈핵국민행동 박종권 대표는 노후 원전 10기를 지금 당장 폐쇄해도 월 전기료 4만 원 내는 가정의 경우 3천 원 정도의 추가 부담만 하면 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위해 월 3,400원 정도 추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나타났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 주요 후보들이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을 일은 아니다. 독일은 2002년 신규 원전 건설 중지 및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했으나, 후쿠시마 사고 직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결정 했다. 이는 원자력산업계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 로비가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권에 목을 매고 있는 원전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반핵운동 과정에서 탄생한 독일 생태연구소는 그때나 지금이나 주요 모토로 사용하는 말이 “우리가 스스로 행동할 때에만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라는 것이다. 탈핵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ARCHIV? Mit Spruchb?dern und Fahnen demonstrieren Atomkraft-Gegner am 24.04.2010 beim Kernkraftwerk in Biblis. Die Polizei sprach von rund 10000 Teilnehmern an der Demonstration, die Organisatoren von rund 20000. Zu dem Protest vor dem 24. Jahrestag des Reaktorunfalls in Tschernobyl hatten Initiativen, Umweltgruppen und Parteien aufgerufen. Block A ist Deutschlands ?tester noch laufender Atommeiler. Der Atomunfall in Japan hat die Diskussion um die Risiken der Atomkraft neu entfacht. Foto: Marius Becker dpa/lhe +++(c) dpa - Bildfunk+++

<독일 비블리스 원전 앞에 모인 시민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독일 국민들의 탈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독일 정부는 결국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3-3 햇빛발전소2 <베를린 시민발전소 준공식. ‘원전 제로’를 선택한 독일은 그 대안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탈핵을 넘어 동아시아 탈핵으로 원자력산업계와 탈핵을 외치는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국 원전 문제다. 중국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원전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제13차 5개년(2016~2020) 국가 과학기술혁신 계획에서 원전 설비용량을 27GW에서 58GW로 늘릴 계획이다. 원전 1기를 1GW로 보면 총 58기로 원전을 늘리겠다는 거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나라 특성상 원전 관련된 정보가 더욱 통제된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슷하게 지진으로 전원이 끊겨 노심을 식히는 냉각수 탱크가 파열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방사능 누출 우려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올 3월, 즉 9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후쿠시마 당시 이명박 정부는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을 것(사실이 아니지만)이라 했다.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나면 편서풍이 불면 우리나라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대부분 중국 원전은 동쪽(황해)에 인접해 있어 이런 우려를 높여준다. 우리나라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촉각을 세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5 한겨레 <한국, 중국,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현황. 동아시아에는 원전이 밀집되어 있고, 사고가 날 경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탈핵, 그 다음은 동아시아 탈핵이 되어야하는 이유다. Ⓒ한겨레 신문>

한국, 중국, 일본에서의 원전 사고는 단지 자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나라만의 탈핵을 넘어서야 한다. 즉 동아시아 위험공동체로서 인식해야 한다는 거다. 김혜정 위원장은 “우리가 탈핵을 해야, 그 힘으로 중국에게 탈핵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탈핵은 동아시아 탈핵의 커다란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스토리펀딩에 보내주신 관심과 지지, 그리고 후원금에 감사드립니다. 환경운동연합과 함께하고 있는 탈핵운동가들은 앞으로도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새로운 원전은 짓지 않는 탈핵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운 과제로 현재 수명이 연장 돼 운영 중인 월성원전1호기의 수명연장 무효 소송을 승리로 이끌고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해 전력을 다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다음 스토리펀딩]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1. 방폐장, 지진 위험지대에 들어서다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인터뷰 2. 우리가 꿈꾸는 축복은 ‘탈핵’ -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 인터뷰 3. 할머니는 왜 '탈핵운동가'가 되었나 -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 4. 아스팔트서 방사능 노출? ‘엄마’가 찾았다 -  최경숙, 박찬희, 고이나, 조주연씨 인터뷰 5. 잘 나가던 은행원, 왜 탈핵운동가 됐을까 -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인터뷰 6. 영화 판도라와의 만남, 하늘이 도왔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인터뷰 7. 원전사고, 부산은 90분만에 방사능으로 - 서토덕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기획실장,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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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5/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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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빈곤의 현황과 에너지복지를 위한 과제1)

 

 

이정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2005년 7월, 경기도 광주에서 건설 일용직 남모씨 집에서 중학교 3학년생인 남씨의 둘째 딸이 촛불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 현장의 인부로 일하는 남씨는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없어 지난 2월부터 전기료 88만원을 체납했다.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면서 전기료가 많이 나왔고, 이를 납부하지 못해 단전된 것이다.(프레시안, 2005년 7월 13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 에너지 빈곤의 과거와 현재

에너지 복지는 어디까지 왔을까. 에너지가 복지의 대상이라면 국민의 기본권으로 에너지는 어떻게 수용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전기사업법, 에너지법,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을 통해 전기를 비롯한 필수 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공급을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산업에서도 ‘민영화’ 시도가 지속되고 있으며 에너지 빈곤 문제가 악화되고 있지만, 전기 사용을 필수재로 인정하고 전기 요금을 공공요금으로 규제하고 있다. 개발주의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공급 중심의 패러다임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흐름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에너지 공공성 측면에서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무턱대고 무시할 수 없을 노릇이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합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에도 반영되어 광열비(전력비용, 난방비용, 취사비용)로 계측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최저 광열비는 국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건‧환경 유지, 취사활동, 체온유지 비용과 일상적인 활동 및 노동력 재생산과 사회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명 및 전자제품 사용 비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저생계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는, 그마저도 최저 에너지 필요량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복지 효과는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복지에 대한 관심은 2005년의 비극적 사건을 겪은 다음에 시작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국내 에너지 가격도 상승했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 그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과 맞물리면서 에너지 복지 개념이 정치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2006년 3월에 제정된 에너지기본법(현재 에너지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 적지 않은 지자체가 에너지조례를 제정하고 상위법과 유사한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국가, 지자체와 에너지공급자의 책무라는 간접적인 형태로 에너지 기본권이 인정되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부터 에너지 빈곤 해소와 에너지 복지 확대를 위한 정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을 에너지 복지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6년까지 에너지 빈곤층을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한국에너지재단을 출범시키고 에너지복지기금도 마련했다. 이때 처음으로 에너지 빈곤층이 가구소득 중 광열비 지출 비중이 10% 이상인 가구로 설정됐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역시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에너지 빈곤층 해소방안을 제시하며 2030년까지 차상위 계층 포함 에너지 빈곤가구 0%를 목표로 상정, 에너지복지 전달체계를 효율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소득에 관계없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에너지는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밟히면서 복지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법적, 정책적 규정이 미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빈곤선이나 소득 대비 광열비 비중, 또는 다른 대안적 방법론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결과적으로 대략적인 추정치만 되풀이 되어 나오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련 법․제도 정비가 이뤄졌는데, 2014년에 에너지법이 개정되어 에너지복지 사업 조항이 신설되었다. 에너지복지 사업은 ①에너지이용 소외계층에 대한 에너지의 공급, ②에너지이용 소외계층의 에너지이용 효율의 개선으로 나뉘며, 기존에 실시되고 있던 저소득층 주택에너지효율화 사업(WAP)과 새롭게 실행될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히 에너지 바우처는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2015년에 도입됐는데, 이를 통해 선정된 가구는 동절기(12~2월) 연료비를 지원받게 된다.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중위소득 40%이하)라는 소득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동시에 노인(만 65세 이상), 영·유아(만 6세미만), 장애인, 임산부라는 가구원 특성기준 중 하나에 속하는 가구가 지원대상이 될 정도로 제한적으로 선별된다. 이들은 가구원 수를 고려하여 가구당 83,000원~116,000원을 차등 지급받고서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연탄, 등유, LPG 등의 에너지원을 선택적으로 구입하게 된다.

 

한편 에너지 복지의 위상을 높이고 제도와 정책을 체계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 에너지복지 개별법 제정이 수차례 검토됐지만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이다. 다른 한편 일부 지자체의 자치법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서울시는 에너지조례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을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법에 나오는 에너지이용 소외계층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에너지 복지 대상으로 잡고 있는 것을 뜻한다. 부산시는 “소득 가구 중 연료비 부담으로(소득에 비해 에너지 구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차지하는 가구로서) 에너지 이용에서 소외되는 가구”로 규정한 에너지 복지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에너지 복지 사업은 사회구성원이 인간으로서의 적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냉난방, 온수, 취사용 연료, 전기 등을 적정한 수준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정책, 프로그램을 모두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에너지공급자, 지자체별로 다양한 전달체계를 통해 현물․현금 등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복지 정책과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발전․정유․가스 등 에너지기업들로부터 조성되는 에너지복지지금 등을 토대로 난방시설 지원 및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중심으로 에너지 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과 함께 태양광 보급 등 재생에너지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과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를 활용해 시설제품 지원사업과 연료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표 2-1> 참조).2)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 긴급복지 연료비지원, 여름철 냉방비 등을 지원하고, 국토교통부는 주택개량 지원을 통해 단열, 난방 등의 보수를 지원하는데, 주택 노후도에 따라 경․중․대보수로 세분화하여 저소득층 가구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한다. 그리고 에너지기업들도 에너지 사용요금 할인 및 일부 감면, 가격보조, 공급중단 유예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지원하고 있다(<표 1-2> 참조).

 

 

그 외, 민간이나 기타 기업 차원에서도 에너지 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의 ‘연탄은행’ 사업, 현대제철․한국주거복지협회의 ‘희망의 집수리’ 사업, 태양광 기업 등의 저소득층 대상 (미니)태양광 지원사업이 있다. ‘연탄은행’은 2002년 12월 설립되어, 대구, 충북, 인천, 전주, 서울 등 전국 31개 지역 33개의 연탄은행이 설립․운영 중이고, 사업영역을 주거복지․도시재생까지 확장해나가고 있다. ‘희망의 집수리-주택에너지 효율화사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0년까지 1,000세대 집수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화, LG, OCI 등 태양광 기업과 LH공사, SH공사 등 주택토지개발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사회복지시설과 공공임대주택에 (미니)태양광을 보급·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일부 지자체 차원에서도 정부의 에너지 복지 사업을 시행하는 동시에, 자체 사업을 발굴하여 에너지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서울시에너지복지시민기금 조성, 에너지 빈곤 실태조사 실시, 에너지 복지사 양성 등 진행하여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 빈곤 해결의 난맥상과 에너지 복지를 위한 현재 과제

에너지 복지 사업이 여러 채널과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지만, 에너지 빈곤의 원인이 다양하고 다방면에서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리고 에너지 복지 지원 정책의 양적․질적 한계로 인해 에너지 빈곤 해결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조손가정 고흥촛불화재 사건이나 2015년 노부부 화롯불 화재 사건은 우발적이라기보다 정책 실패에 따른 필연에 가깝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에너지 빈곤 혹은 연료 빈곤이 사회화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영국 등지에서 연료 빈곤이 처음 논의되었을 때에는 적정한 주거 온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최근에는 냉․난방 이외에도 일상적인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조명, 취사, TV 시청과 같은 기본적인 문화생활의 영위에 필요하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에너지의 사용을 포괄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으로 인한 냉․난방 부족은 거주자의 건강을 훼손할 수 있으며, 특히 만성적인 감기, 기관지염,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을 유발,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 만성질환자, 노인 등이 있는 가구는 더욱 취약한 상태에 내몰리게 된다. 또한 에너지 비용의 증가는 식료품 구입과 같은 다른 생활비용을 감소시켜 생활의 질을 후퇴시킬 수 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한 취약 계층의 의료기관 이용 증가는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 증가와 같은 사회적 비용 유발로도 이어진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한파 등 이상 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노인, 영유아와 사회적 약자가 기후변화 취약계층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기후변화 취약계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빈곤의 일차적 원인은 저소득이다. 실직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인한 노동기회 부족이나 박탈, 그리고 제한된 급여 및 연금 수령 때문에 에너지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 빈곤과 밀접히 연결된 것이기도 하지만, 노인․장애인․한부모 가구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에너지 빈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계층은 가구원이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가 더 많은 편이다. 셋째, 단열 상태가 부실한 노후 주택에 거주하며 비효율적인 냉․난방기기를 교체하지 못하였을 경우에 에너지 빈곤이 발생하기 쉽다. 넷째,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 에너지 기기들, 예를 들어 에너지 등급이 낮은 가전제품과 비효율적인 가스 및 전기 난방기기 등을 사용할 경우에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다섯째,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하여 에너지 가격 자체가 비싸질 경우에도 에너지 빈곤이 악화될 수 있다. 여섯째,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즉 도시가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에너지 빈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농촌이라는 사회공간적 격차와 결합된다. 일곱째,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이를 통한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에 에너지 빈곤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이렇게 에너지 빈곤의 원인이 다양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에너지 빈곤의 해소가 어려우며, 그만큼 에너지 복지 정책은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암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소득 대비 광열비 비중 10%라는 에너지 빈곤의 기준 역시 편의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 적실성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영국에서는 적정 온도 유지라는 세부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근거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편이고, 경상소득과 가처분 소득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도 논쟁적이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와 같이 빈곤선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에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한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쉽지 않다.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가스 단절, 연료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중위소득의 5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그리고 소득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에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는데, 2015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경상소득 기준 1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연료비는 7.9%인데 비해 10분위 가구는 1.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무엇보다 양질의 고용이 확대되고 실질 소득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으면,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주거 안정과 에너지 비용 지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회복지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복지 역시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기 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요금의 개편, 에너지 복지 사업의 추진원칙과 추진체계의 개선 등을 통해 에너지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전력당국과 한국전력공사가 제시하고 있는 원가주의는 생산과 공급원가에 따른 ‘생산 원가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거시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환경적 외부비용을 수용하고, 이와 동시에 에너지 기본권 차원에서의 사회보장비용을 포함하는 ‘사회적 원가주의’ 개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에너지 필수재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적정 필요전력량은 값싸게 공급하되 그 이상의 사용량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누진제를 적용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별 교차보조 요금제는 사회적 원가주의의 원칙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요관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반드시 단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요금개편 방안이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의 유형에 따른 특징과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하이브리드 패키지 정책 구상이 접목돼야 한다. 앞서 살펴본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은 다음 [표 3]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형’, ‘효율형’, ‘전환형’은 각각 에너지 비용의 직․간접 지원, 에너지효율 개선, 에너지원 전환을 목적으로 유형화되며, 정책 효과에 대해서 복지만이 아니라 환경과 고용 측면과 연계하여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공급형’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공공부조 방식이지만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지 않거나 단기적 처방에 그칠 경우, 환경효과와 고용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효율형’은 주택과 가전기기 에너지효율화를 통해서 수요관리효과와 고용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에너지효율화 사업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한국에너지재단은 물론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획기적인 비즈니스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환형’은 아직까지 지극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지만, 복지, 환경, 고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원 마련의 어려움, 저소득층 주거 형태상 태양광 설치의 물리적 제약,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등 개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세 가지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은 어느 하나만 강조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효율형과 전환형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기는 하지만, 이미 적지 않은 에너지 복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 복지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법․제도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각 사업들 간 연계성도 부족하고, 예산 책정에서부터 복지 전달,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복지 추진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복지 전달체계의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고 대상을 발굴하는 지자체와 읍면동 주민센터,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보장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전향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복지 역시 전환의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1) 이 글은 필자가 참여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물의 주요 내용을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2)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에너지복지 사업의 현황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권승문ㆍ김남영ㆍ이정필)가 수행하고 있는 “서울형 에너지복지모델 개발 지원체계구축 용역”(서울시, 2017년 6~10월)의 내용을 주로 활용했음을 밝힌다.

 


<참고문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복지 정책 및 사업의 성과 평가 방안 개발을 위한 선행연구. 산업통상자원부. 2015.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효율화 사업의 복지․환경․일자리 효과 연구.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2010.

에너지후정책연구소. 에너지 복지 실현을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편 방안 연구. 이미경 국회의원실. 2011.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시민을 위한 에너지 민주주의 강의. 이매진. 2016.

이현주 외. 에너지복지 현황분석 및 체계화 방안. 지식경제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

진상현․박은철. 2009. 저소득가구의 에너지 소비실태 조사·분석.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9.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 http://www.seoulenergyfund.or.kr/

에너지 바우처 홈페이지 http://www.energyv.or.kr/

한국에너지재단 홈페이지 http://www.koref.or.kr/

 

금, 2017/09/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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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경제위기 20년과 행복한 삶

 

 

이주하 |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난 10월 13~14일 양일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제7회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한국사회정책학회,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사회보장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등 사회복지정책과 관련된 여러 학회 및 연구기관들이 모여서 함께 소통하는 장인 연합학술대회의 올해 주제는 바로 “IMF 경제위기 20년, 한국 사회의 격차해소 전략과 정책”이었다. 한국 사회 전반에 미증유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IMF 경제위기를 겪은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그 당시 출생한 아이들이 벌써 대학의 새내기가 된 것이다. IMF 경제위기가 초래한 가장 큰 문제점은 (학회 주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신자유주의의 적극적 도입으로 인한 불평등과 불안정성의 심화라 할 수 있다. 즉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자살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1996년 12.9%였던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1998년 18.4%로 급증하였고,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면서 23.7%(2004년)로 다시 급등하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1.2%(2010년)까지 치솟은 자살률은 2015년 24.6%로 다소 낮아졌으나 OECD 국가 평균은 12명으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짊어지고 있는데, 노인자살률은 압도적으로 높고 청소년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다. 

 

사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자살률 뿐 아니라 노인빈곤율, 저임금노동자비율, 임시직노동자비율, 성별임금격차, 노동시간, 저출산율, 사교육비, 산재사망률 등의 지표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인의 삶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한 다양한 행복지수의 국제비교를 살펴보면 한국은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일례로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조사한 ‘2015 세계의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평균 71점보다 한참 낮은 하위권(59점)으로 조사대상 143개 국가 중 118번째에 그쳤고, 유엔 산하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가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10점 만점에 총 5.984점으로 158개 국가 중 47위를 기록하였다. 또한 OECD의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점으로 OECD 평균 6.58점보다 낮았으며,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를 차지하였다. 

 

흔히들 행복 혹은 삶의 질을 측정하고 평가할 때에는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삶의 질 내지는 만족도에 초점을 두는 방식과 개인이 처한 ‘객관적’ 조건과 자원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구분지어 볼 수 있다. 행복을 주관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하버드대의 긍정심리학자 탈 벤-샤하르가 지적하였듯이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행복을 손에 넣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탈 벤-샤하르 교수의 ‘행복’ 강의는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예일대 셜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과 함께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3대 명강의로 꼽히는데, 그는 일상에서 추구할 수 있는 행복의 4가지 요소로 관계맺기(socializing), 베풀기(giving), 집중하기(focusing), 극복하기(coping)를 제시하였다. 한편, 행복에 대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측정한 지표가 객관적인 삶의 질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부탄은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어찌 보면 사회경제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 소득에 좌우되는 빈곤도 결국 한 사회가 감내하기 힘들고 받아들여질 수 없는 수준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주관적이고 도덕적인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빈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나이 든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은 뉴스가 못 되는데, 주가가 2포인트 빠진 것은 어떻게 주요 뉴스가 될 수 있는가?”라고 던진 질문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주지하듯이 객관적인 측면에서 행복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는 소득을 들 수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세 차례의 경제적 위기 상황이 자살률 증가에 미친 영향이나 OECD 평균의 4~5배에 달하는 한국의 높은 노인자살률은 상당부분 OECD 1위의 노인빈곤율에 기인하고 있다는 연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 이후에는 비록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행복의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스털린 역설(The Easterlin Paradox)’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주관적 행복에 있어서 소득을 중시하는 욕구이론(needs theory)과 만족점(satiation point)을 통해 행복의 상대성을 강조하는 이론 사이의 유명한 논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서 만족점을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 적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만족점과 최저생계비, 국민최저선, 기본소득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현금급여 보다는 개별적 욕구에 기초한 서비스가 만족점을 수월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생각해보야야 한다.

 

이스털린의 주장과 다른 맥락에서 세계적인 정치경제학자인 UC 버클리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소득이 많고 소비를 더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였다. 그는 세계적 권위의 로즈 장학금(Rhodes Scholarship)을 받아 영국 옥스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던 배 안에서 빌 클린턴과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클린턴 행정부 첫 번째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하였고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돌아오면 아무리 늦더라도 아빠가 집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 깨워달라는 막내아들과의 선문답과 같은 대화 이후 깨달음을 느끼고 장관직을 사임하였다(<타임>은 그를 20세기에 가장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10대 장관으로 지명하였다!). 라이시가 주목한 것은 신경제가 주는 여러 혜택은 한층 더 필사적인 삶, 직업 불안정성,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라는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며, 더 풍요로워진 세상이 결코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싼 물건을 ‘득템’하거나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오르면 기뻐하게 된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싸게 팔기 위해선 물품공급자에게 가격인하를 압박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며, 자원의 남획과 이에 따른 환경파괴를 감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우리나라의 현실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네이버 웹툰 <송곳>과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라!). 결국 소비자 본인과 주변인, 그리고 소비자의 존립기반인 공동체 전체는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러한 조치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주가를 올리는 대표적인 방안이 대량해고와 인수합병인 상황에서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는 언제든지 대량해고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결국 라이시에 따르면 오늘날 ‘슈퍼자본주의’ 체제 하 권력이 ‘시민’의 손에서 ‘소비자’와 ‘투자자’ 쪽으로 이동하였는데, 이를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라이시의 주장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고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전후 서구 복지국가를 가능케 한 요체인 것이다.

 

행복 혹은 삶의 질에 대한 국제비교를 살펴보면 역시 복지선진국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호연관성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의 저자 토머스 게이건이 언급한 소위 ‘복지와 연애의 상관관계’이다. 즉 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에선 남녀가 상대방의 직장, 재력, 사회적 지위 보다는 매력, 개성, 인품을 보고 사귈 수 있기 때문에 연애성공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의 가장 근원적인 영역인 사랑에 있어서도 복지국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수, 2017/11/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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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이태호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인원 300명 중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우왕좌왕하던 국회가 촛불민심에 의해 견인된 결과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즉각퇴진을 외쳐온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탄핵된 상태였다. 그런데, 광장의 외침은 박근혜 개인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없는 국가, 그 민낯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가 촛불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항의는 이미 대학가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나붙었을 때, 그리고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국가는 없었다”라고 국민 모두가 개탄했을 때 이미 격화되고 있었다.

 

 

무너지는 낡은 체제와 위태로운 시민

 

문제는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그 체제다. 다행히 박근혜-최순실의 국정파괴 행위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환상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어떤 동상도 국정교과서도 이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가질 순 없다. 실제로 모든 지표는 고도성장과 낙수효과에 대한 환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같은 동굴 속의 그림자로 개인의 희생과 순종을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인 양극화, 출산율의 저하와 인구절벽,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극단적 증가, 남-녀간 정규직-비정규직간 최악의 임금격차,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 부채, 최악의 자살률 등 모든 조건들이 불평등과 특권에 분노하는 거리의 촛불에 휘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의제의 위기와 자유로운 시민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던 한국의 보수정치는 파산했다. 그들은 국민에게 가져다 준 것은 ‘국민 없는 국가’였다. 현 상황을 보수의 민주적 개과천선의 결과로 해석하려는 조선일보류의 아전인수가 가당찮은 것과 마찬가지로, 탄핵안 가결을 야당의 정치적 승리로 보는 것도 큰 착각일 수 있다. 광장에 나온 시민은 기존의 정당체제나 조합 등의 사회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들이며, 복지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사회적 돌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즉 위태로운 분노한 시민들이다. 이들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야당도 한 몫 했다. 이 점에서 정치권 전체는 살림, 돌봄, 생명과 안전, 주권자의 권리행사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참여 민주주의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겸허히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특권층의 실상과 또 하나의 게이트

 

청문회나 검찰 수사, 그리고 각종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제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낡은 체제의 수혜자인 특권층은 상상한 것 이하로 저열하고 시대착오적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대 같은 재벌기업들, 관료집단과 공안세력들, 독재자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집권여당 등 지난 30년간 별다른 개혁 없이 이 체제를 재생산해온 온갖 특권집단들의 민낯은 영화나 드라마의 그것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어쩌면 더욱 심각하고 구조적인, 또 다른 국정농단 게이트가 있다. 김기춘, 우병우, 그리고 황교안 총리 등이 간여했던 정치검찰출신들의 공작정치, 국정농단 게이트가 그것이다. 김영환 비망록 등으로 그 일부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경이 모두 간여되어 있다. 부패한 분단안보국가의 적폐가 아직 규명되거나 처벌되지 않은 채 황교안 체제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구악을 파헤쳐 개혁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은 계속된다.

 

 

탄핵 이후의 과제들

 

박근혜는 즉각 사퇴하여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직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박씨 개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고 나라 전체에는 ‘국정공백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박근혜 직무정지 이후의 대행체제는 박근혜 2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국정농단의 폐해를 회복하는데 최대한 기여하고, 국민통합과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국정관리에 한정하는 중립적인 체제여야 한다. 대행체제는 또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조기대선이 이루어지기까지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행체제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모두 공작정치를 중단하고, 국정원과 검·경·군의 엄정중립을 보장하며,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과거 국정농단과 적폐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등 국정농단과 적폐와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은폐하지 말고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 같은 국민합의 없는 갈등유발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주변국과 큰 외교적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되는 사드배치, 한일정보보호협정 같은 민감한 외교안보사안들은 유보해야 한다.

 

 

황교안 체제는 제2의 박근혜 체제

 

이런 일을 하기에 황교안 총리는 적임자가 아니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는 대행체제를 맡은 자격이 없다. 우선 그에게 중립적인 국정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황교안은 민주인사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공안검사이자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서,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법무부 장관 재직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등 공작정치에 앞장섰고, 김기춘, 우병우 등 정치검찰 출신들의 공작정치를 일관되게 비호하여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대표적인 부역인사다. 일각에서는 총리마저 사퇴하면 국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황교안의 존재가 안정적인 국정관리나 국민통합에 큰 장애가 된다. 그가 사퇴하고 부총리가 대행체제를 맡는 것이 더 낫다.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촛불집회를 이끈 주체는 ‘자유롭고 위태로운’ 행동하는 주권자들이었다. 촛불은 국민 없는 국가, 주권자 없는 정치에 대한 항의였고, 자구적이고 합헌적인 저항행동이었다. 이 항의에 내재하는 무수한 사회적 난제들은 궁극적으로 정치의 개혁,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의 과두제와 진입장벽은 정치개혁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치와 분권의 확대와 주권자의 발의권-감사권-소환권-심판권의 강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각종 소수정당 진입장벽의 철폐, 모든 면에서의 국회의 개방과 특권의 축소 등 국회와 과두정당 자신의 개혁대안을 먼저 내놓고, 다른 개혁조치를 말해야 한다. 또한 헌법 개정 문제를 국회의원끼리 밀실에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퇴진이 완수되기까지 헌법 개정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그 이후에도 개헌이 과연 필요한 지 국민의 의사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헌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이 논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헌법개정 절차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일, 2017/01/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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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1)

 

윤홍식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즐거운 당황스러움이라고 할까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보여주었던 문재인 후보가 맞나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취임 일주일간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지난 9년간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즐거움을 선물했습니다.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의 기념곡으로 제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인천공항을 방문해 좌고우면 없이 비정규직을 단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패한 검찰에 대해서는 민주적 통제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 같습니다. 백미는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유족을 껴안고 모두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이었습니다. 막힌 속이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외하면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검찰 개혁 등은 재정을 투여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있겠지만, 대통령이 결심하면 추가적인 재원이 들지 않고도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어떤 복지국가로 만들어갈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치의 핵심은 그 사회가 생산한 잉여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국 복지국가의 모습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다양한 이념적 지향을 5개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저마다의 공약을 내놓고 치열하게 국민의 선택을 기다렸습니다.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취약계층에게 공적 복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후보부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후보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시민들에게 주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들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일부 후보들은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해 복지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4년 동안 입증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들은 마땅히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수반되는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제시된 대통령 후보들이 지향하는 한국 복지국가의 상을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GDP 대비 사회지출을 OECD 평균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후보들 간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속도를 어떻게 할지는 후보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는 공적 사회복지의 지출을 매년 70조 가까이 늘리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사회복지지출을 확대를 통해 만들어가야 할 한국 복지국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적 복지의 양을 확대한다는 것이 곧 한국 복지국가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지출은 27.0%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25.1%보다 높고, 스웨덴의 27.1%와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를 보면 그리스의 지내계수는 0.3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데 반해 스웨덴은 0.27, 노르웨이는 0.2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빈곤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의 빈곤율은 15%인데, 반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빈곤율은 8%, 9%에 불과합니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10.4%에 불과한 한국의 지니계수가 0.31이고, 빈곤율이 15.0%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 복지지출의 확대가 반드시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계출산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나 지출하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복지국가는 소득보장보다 사회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적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아동수당과 같은 보편적인 사회수당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금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고, 이점에서는 모든 후보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던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만큼이나 확대된 공적 복지를 통해 한국 사회가 만들고자 하는 복지국가의 모습을 정확하게 설계하고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제가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한 것을 옮기면 문재인 정부는 좌파정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의 정당도 의회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유럽의 사민당도 아닙니다. 굳이 민주당의 이념적·정치적 기반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치적으로는 이승만 정권 이래 지속되었던 독재정권에 대항했던 제도권의 자유주의적 민주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안보 문제를 제외한 복지정책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심상정 후보는 물론이고 보수 후보였던 유승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조건 없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문제를 이유로 장애인부터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여건을 고려해 아동수당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유승민 후보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우리의 기대는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성격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중도적 자유주의 개혁의 한계를 넘어 문재인 정부에게 혁명적 개혁을 요구하는 순간 시민은 ‘좌파 신자유주의’와 ‘좌측 깜빡이를 켜면서 우회전’했던 노무현 정부의 재림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도 자유주의 정부에게 좌파적 개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슴을 말이라고 해서도, 말을 사슴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식인과 시민사회는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기능을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한 ‘진보 어용 지식인’이란 지식인과 시민사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어용 지식인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영합하는 지식인을 일컫는 말인데, 여기에 진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진보 정권을 보수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지식인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라크 전쟁과 같은 불의한 전쟁에 파병한다면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처럼 국민연금의 소득보장기능을 약화시킨다면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평등한 분배를 추구하려는 정권에 대한 보수의 공격에 맞서 지식인, 시민사회와 정권이 함께 할 수 있지만, 민주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를 위협하고, 훼손한다면 설령 좌파 정부라 하더라고 우리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입니다.

 


 

1) 본 글은 한국사회복지학 제69권에 실린 편집인의 글 "어떤 기대를 해야 할까?"를 기초로 수정·보완해 작성한 글임

목, 2017/06/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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