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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 많던 노동자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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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 많던 노동자는 어디로 갔을까

익명 (미확인) | 화, 2016/03/29- 10:38

 그 많던 노동자는 어디로 갔을까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10년 전쯤 알아주지 않는 싸움이 하나 있었다. 부산지하철 매표소 해고 노동자 싸움. 그 동네에서는 어떻게 다뤘는지 모르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모르는 일이었다. 알게 된 건 부산 가서였다. 생경했던 무인매표기. 아직 수도권에 일반화되지 않은 무인매표기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었다. 교통카드는 무용지물이고, 지폐는 물리고, 동전은 없고…. 물어볼 사람조차 없는 매표기 앞에서 생각했다.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딸기밭에 가보았을까?


부산교통공사는 정규직 공무원의 매표 업무를 용역회사에 넘겼다. 파견노동자들이 일을 맡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파견노동자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일방적이었다. 그들 자리는 무인매표기로 채워졌다. ‘나도 이런 지경인데 교통 약자라 불리는 노인, 어린이, 이주민과 관광객은 어떻게 대처할까…?’ 기계는 온기만 없는 게 아니었다. 대답도 없었다.


인공지능과 바둑 싸움에서 인류가 4번 지고, 1번 이겼다. 넘치는 말 중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은 두려움이다. 인공으로 만든 것에 압도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다. ‘부.지.매’(부산지하철 매표소 노동자)라 불리던 그들이 궁금해졌다.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금꽃 나무>의 김진숙 글 속에 그들은 이렇게 등장한다. “마흔일곱에도 해고자로 남아 있는 제가 20년 세월의 무력감과 죄스러움을 눙치기 위해 스물일곱의 신규 해고자에게 어느 날 물었습니다. 봄이 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내게도 저토록 빛나는 청춘이 하루라도 있었다면… 볼 때마다 꿈꾸게 되는 맑은 영혼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원피스 입고 삼랑진 딸기밭에 가고 싶어요. 적개심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닌… 그 순결한 꿈이 이루어지는 봄이길….”


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 파견노동으로 채우고 비용을 이유로 무단으로 해고하는 세상에서 이제 중고가 되었을, 스물일곱 해고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삼랑진 딸기밭에는 가보았을까?

인공지능에 패배한 인류는 공포에만 젖어 있지 않다. 영민한 자본은 희망을 연출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나누어주고, 기계화된 편리한 세상이 더 풍요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 그러나 가능한 일일까. 기계 문명이 유토피아를 열어줄까. 이미 넘치는 편리와 이익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의 말대로 ‘잘못된 분배가 빈곤을 낳는 것’이지, 자원의 부족이 빈곤을 낳는 것은 아니다.


틀린 ‘수’ 쓰는 시스템


사람 없는 무인매표기 앞에서는 아는 게 없고, 가진 게 없을수록 더디고 서럽다. 새로운 것이 생산될수록 불평등의 골은 깊어진다. 비용의 이름으로, 효용의 명분으로 버려지는 인생이 즐비하다. 승부 이후, 정부는 ‘AI(인공지능) 종합육성정책’을 발표하고 투자 금액도 늘릴 계획이라 한다. 아뿔싸… 인공지능에 패배한 것보다 두렵다. 여전히 틀린 ‘수’를 쓰고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알파고를 앞세운 혁신의 시작과 끝에 여전히 ‘체제’가 있다. 공포도 희망도 새롭지 않은 ‘사람’ 말이다.


2016. 3. 25  한겨레 21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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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자백한 진범이 잡혔는데도

 

일명 ‘약촌 오거리 택시 강도 살인사건’이라고 들어보셨는지. 2000년 8월10일 새벽 2시. 택시기사 유씨는 사납금도 훌쩍 넘게 번 운수 좋은 날,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 짜장면을 후루룩 마셨을 것이다. 손님이라 생각하고 경적 울리며 어떤 이를 태웠다. 약촌 오거리로 가자던 손님은 강도로 돌변했다. 유씨는 10여 군데 칼에 찔려 운명했다. 병원으로 달려갔던 아내는 “그 진동하던 피비린내를 무슨 말로 표현할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라고 지금도 말한다. 범인으로 15살 소년이 체포됐다. 최성필(가명). 소년은 처음부터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며 절규했다. 그러나 모진 고문이 있고 나서 “죄송합니다. 내가 택시기사를 죽였습니다”라고 자백했고, 별다른 증거 없이 10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3년 뒤 진범 김모씨가 체포됐다. 그는 “나 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최성필에게 미안하다”며 4차례 자백했다. 진범 아니면 불가능한 진술도 했다. 사건 당일 그를 숨겨준 친구 임모씨 진술도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범을 풀어주었다. 자신들이 가둔 범인이 감옥에 있는데, 이를 번복하면 따라올 책임이 두려웠을 것이다. 결국 소년은 10년을 꼬박 채우고 감옥에서 나왔다. 이제 서른이 넘었다. 살인자라는 낙인을 안고 살았다. 그는 재심을 청구했다. 피해자 유가족도 재심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가는 2년 넘도록 대답이 없다. 공소시효는 곧 끝난다.

 

이 사건은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로 알려진 무기수 김신혜의 담당 변호사 박준영에 의해 세상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함께 작업한 박상규 기자가 여론을 일구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우리 삶이 얼마나 허당인지,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낙망에 이르게 한다. 발밑에 숭숭 구멍 뚫린 체제와 제도를 깨닫게 한다. 두렵다, 그렇다 두려움이다. 15살 소년의 일생과 허기진 배로 살아보려 애썼던 한 가장과 그의 가정을, 국가는 매정히 버렸다.

 

 

휴먼드라마 아닌 잔혹영화

 

“전 제 자신을 포기했어요.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달라지겠죠.” 몇 해 전 <한겨레21> 기획 연재 ‘인권 OTL’ 중 ‘일터로 내몰린 이주·탈북 청소년들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후 목소리가 잊혀진 적이 없었다. 포기하도록 내몰린 삶들. 오롯이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삶들. 최성필은 “계속 맞았어요. 울면서 내가 안 죽였다 애원해도 소용없었어요.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저를 때렸어요”라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국가정보원 사찰 소문과 최성필의 울부짖음이 오버랩된다. 진범을 잡아야 한다. 예승이 바보 아빠 이야기는 휴먼드라마가 아니라 잔혹영화였다.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그렇다. 8월9일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하기는 인권운동가 박래군마저 감옥에 가두는 세상… 민주주의를 심폐 소생할 시간도 별로 남지 않았다.

 

2015. 7. 29 한겨레21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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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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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8/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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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오렌지가 좋아’(이하 오렌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랫동안 신장병으로 투석을 받았던 그였기에, 때로는 일을 부탁하러, 때로는 그의 안부를 물으러 그에게 전화를 했더랬다. 그 날도 현장에 인터뷰를 가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했던 참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낯선 목소리는 오렌지가 쓰러졌고, 아주대학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낯선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이야기들. 어쩌면 오래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닥친 그 시간은 너무도 낯설었다.



▲ '오렌지가 좋아' 활동가의 모습(사진=다산인권센터)

          

2주 동안 오렌지는 병실에 누워있었다. 아주대병원에 지인을 만나러 와서 급작스레 심정지가 왔다고 했다. 만약 아주대병원으로 오는 버스 안이었으면, 집이었다면, 아마도 며칠 지나서야 그의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병원에서 쓰러져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 늘 친절했고, 배려심이 많은 그였기에 주변 사람들이 마음을 준비할 시간을 주려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평생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을 고단한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휴가였을지도 모른다. 늘 곁에 있어왔지만 오렌지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다. 그가 오래도록 신장병을 앓아왔다는 것, 혼자 살고 있다는 것,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8년의 시간동안 친구로 지내왔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오렌지가 누워있는 2주 동안 가족을 만났고, 오렌지가 다녔던 샘터 야학 사람들을 만났고, 신장병 환우회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분주히 돌아다니며 마음을 내어주고, 셔터를 눌러 기억해주던 사람들을 만났다. 어쩌면 오렌지가 누워있는 2주는 자신 주변에 떨어져 있던 모든 이들을 연결해주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기억해달라고, 함께 아파해달라고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봐달라고 말이다.



▲ '오렌지가 좋아' 활동가의 모습(사진=다산인권센터)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렌지가 살아온 삶의 퍼즐 조각을 맞춰갔다. 초등학교 4학년 신장병이 시작되었고, 투병으로 인해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야학에서 어렵사리 공부를 이어갔다는 샘터 야학의 기억. 기초생활 수급자로 당사자 운동을 해왔던 빈곤 활동가들의 기억. 2008년 한미FTA, 광우병 촛불에 나오며 현장 사진가로 살아왔던 다산인권센터의 기억,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사진을 찍고 같이 아파했던 반올림의 기억. 신장병 환우회 카페에서 조언을 해주고, 의료민영화에 맞서 싸웠던 기억. 골목잡지 사이다에서 객원기자로 일하며 수원을 누볐던 기억. 그리고 오렌지가 뛰어다녔던 수많은 현장의 기억들이 하나로 모아졌다. 2주 동안 35년을 살다간 오렌지의 퍼즐 조각들을 맞추고 나서야, 진짜 오렌지가 보였다. 그리고 퍼즐조각이 다 맞춰질 즈음, 6월 10일 오후 2시 40분 오렌지가 떠났다.

오렌지의 가방은 늘 무거웠다. 카메라, 노트북, 외장하드 등 늘 한 짐 가득 가방에 짊어지고 다녔다. ‘제발 좀 가볍게 하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해도 그 때 뿐이었다. 현장을 담아야했고, 편집을 하고, 기록해야겠기에, 오렌지의 가방은 늘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렌지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현장으로 향했었다. 쌍용차, 밀양, 용산, 세월호 등 시시각각 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내동댕이쳐진 이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가끔은 경찰들에게 연행 될 뻔하기도, 몸싸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현장을 기록하느라 카메라를 놓지 못했다. 다른 이들의 눈물과 아픔, 삶을 기록하려 수천/수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자신은 영정사진을 할 만한 변변한 사진 한 장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포즈를 요구해야 할 오렌지가 하얀 꽃에 둘러싸인 영정사진 속에 있다는 게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처럼 어색하기만 했다.



▲ '오렌지가 좋아' 활동가의 모습(사진=다산인권센터)

          

늘 카메라를 들이대는 오렌지였다. 가끔은 그만 좀 들이대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오렌지가 다산인권센터 자원 활동가를 시작한 이후 몇 년간 나의 기록 역시도 오렌지의 렌즈에서 나왔다. 다산인권센터의 활동과 오렌지가 관계 맺었던 수원지역 많은 단체의 활동을 기록해주고, 기억해주는 것, 오렌지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다. 이제는 남은 이들이 오렌지를 기억해주고, 기록해줄 차례였다. 쓰러진 이후 카페에 있는 오렌지 사진을 긁어모으고, 개인 SNS에 있는 사진과 기록을 모았다. 그리고 오렌지가 지나쳐간 발자국들을 따라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오렌지와 관계 맺고 있었다. 그리고 오렌지의 기록에 고스란히 우리가 남겨져 있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기록하느라, 함께 하느라 아픈 몸 돌보지 못했구나. 미안함이 밀려왔다.

오렌지가 떠나는 마지막 날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오렌지가 생전에 다니고, 만났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억하고, 추모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였다는 것, 이렇게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아파했다는 것을 오렌지는 알고 있을까? 오렌지가 늘 모두와 함께 했듯 마지막 떠나는 여행길 외롭지 않게 많은 이들이 동행이 되어주었다. 오렌지가 늘 지나던 행궁길 골목, 다산인권센터 사무실, 저 멀리 보이는 서장대. 잊지 말라고, 그리고 하늘에서도 길 잃어버리지 말고 찾아오라고 영정 사진 가득 담아주어 보냈다.

사람이 한 줌의 재가 되는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한 많은 세상을 살아온 이들이 떠나는 시간은 살아온 시간이 길던, 짧던 그 시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평생 온전히 살아온 육신이 재가 되는 순간은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러닝 타임과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을 영화 같다 하는지도 모르겠다. 6월 10일, 35년을 살아 온 오렌지의 영화가 끝났다. 오렌지가 떠나는 마지막 많은 사람이 울었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모르겠다. 그저 열린 결말쯤, 평생 잊히지 않을 영화라고 해두자. 오렌지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오렌지를 기억하고 함께하니 말이다.


▲ '오렌지가 좋아' 활동가의 화장 전 활동했던 다산인권센터를 찾은 모습(사진=박김형준)


2015. 6. 16 미디어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늘 '현장'을 누비던 오렌지의 '휴가'를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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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6/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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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여당, 노동관계법 강행처리 안 돼

예산안 처리 시한 앞두고 해당 법안 졸속 처리 추진하는 정부여당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늘(12/1), 정부·여당의 5대 노동관계법과 내년도 예산안을 연계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야당의 합의를 종용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여야 협상 타결까지 예산안 수정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담당상임위가 사실상 종료된 시점에 정부여당이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노동관계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노동관계법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훼손하는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이미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해당 법안들을 처리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히고, 나아가 예산안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노동관계법을 연계 처리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발상을 강력히 규탄한다.

 

쉬운 해고, 비정규직 남발 등 노동개악을 추진하면서 ‘청년 고용 절벽’이 해소된다는 빈곤한 논리를 들어 노동관계법을 ‘청년실업 해소방안’으로 둔갑시킨 바 있는 정부여당은, 역시나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관계법이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거짓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청년을 내세웠지만 정작 해당 법안들은 청년을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내몰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축소·훼손하는 내용이다.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훼손하여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우려가 큰 법안들의 통과를 위해, 처리 시한을 앞두고 갑자기 예산안을 볼모로 삼은 정부·여당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정부·여당의 노동관계법이 청년실업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많은 청년단체의 비판을 계속해서 외면해왔다. 청년을 내세우면서도 제대로 된 청년대책과 일부 지자체의 의미 있는 청년정책은 한사코 거부만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기업 일방의 이익만을 반영하고 있는 노동관계법의 통과를 위해 연일 무리수를 두는 행보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정부·여당의 노동관계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 당연히 관련 논의도 중단해야 한다. 

화, 2015/12/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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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그대로 두라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야매 채식주의자다. 몇 해 전 바로 이 ‘노 땡큐!’ 지면에서 채식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앞으로 더욱 공존의 영토를 넓히겠다, 장담했다. 자주 실패했다. 만두에 지고 치맥에 졌다. 때로는 건강 때문에, 언제는 여행 중이라 결계를 풀었다. 빚지며 살고 싶지 않은데, 스스로 글에 빚졌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더 도축된 어떤 생명들에 빚졌다. 단 한 덩어리의 살이고 피라도 말이다.


어이쿠… 타봤다


그러나 아직 채식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만큼 덜 빚지지 않겠나 싶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에 대해 자신은 유연하다 말하지만 친구는 뻔뻔하다 조언하는, 내가 ‘생태적으로 살아가기’ 수준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당연히 반대해왔다. 서명도 했고 책상머리에서 인증샷도 찍었다. 그러나 지난여름 지리산 오르며 이랬더랬다. “케이블카 필요해, 필요해~.” 동행한 벗은 웃으며 말했다. “인권은 생태와는 좀 먼가봐요?”


심지어 케이블카를 타지 않았냐면, 그것도 어이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봤다. 1970년대, 박정희 때 설치된 권금성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케이블카. 어린이들까지 포함한 여행이었다. “설악산 올라가보자”는 다중의 의견을 물리치지 않았다. “그럼 나는 참관차 한번 타보겠다”는 예의 뻔뻔하고 유연한 태도로 기계에 의지했다. 만약 인권의 현장이었다면, 이토록 말랑말랑할 리 없었을 것이다. ‘그걸 왜 타느냐’ 핏대를 올렸거나 안 되는 이유 아흔아홉 가지로 입에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그러던 얼마 전, 드디어 제대로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농성장을 들러보았다. 짧은 거리지만 등정도 했다. 배낭에는 ‘케이블카 설치 반대’ 현수막을 붙였다. 지난여름 내가 한 말을 지리산이 일렀을까 싶어 낯이 붉어졌다. 산바람은 매서웠다. 거기서 제대로 배우고 왔다. 정부와 강원도, 자본이 합착해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 커넥션에 대해 들었다. 절대 보전해야 할 곳까지 토건업자에게 내주는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는 녹색연합 논평처럼, 설악산 케이블카에서 4대강, 밀양, 청도, 강정, 평택 대추리를 보았다.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한 대통령의 한마디에 환경부는 모든 절차를 불식시키고 조작된 문서까지 통과시켰다. 천연기념물,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 드라이브가 걸렸다. 박정희와 박근혜… 몇 세대를 거쳐, 부녀는 사람에게만 모진 게 아니라 산에도 참 독하다.


설악산 문제만도 아니다. 설악산이 뚫리면 전국 곳곳에서 규제가 풀릴 것이다. 케이블카를 버스 삼아 사람을 나르고, 산 중턱에 호텔 짓고 카지노 세우려는 욕심이 숨어 있다. 돈과 돈의 흐름을 위해 산정기를 끊고 산양 살 곳을 빼앗으려 한다. 돈으로 인해 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다.


90% 희망 지키는 비박


이걸 막기 위해 지난 1월13일 활동가들이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비박농성을 시작했다. 날숨조차 바스러지는 추위가 시작됐는데, 맨몸으로 부딪히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불과 10% 남짓 절차를 밟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90%의 희망이 있습니다. 충분한 희망입니다.” 호소한다. 추운 겨울, 그들이 울리는 알람은 조용하나 묵직하다. 자본의 욕망과 민주주의의 질식,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까지 짜고 치는 도박, 정치의 부재… 망가진 인간들의 탐욕이 산을 짓밟고 있다. 무얼 할 수 있을까. 인권은 생태와 멀지 않다. 산양이 행복하지 못한 곳에서 인간이 행복할 턱 없다.


2016년 1월 19일 한겨레 21 (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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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그대로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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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1/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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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다리포럼 공개

“팩트를 보고 디자인하면 된다.” 사석에서 한 원로 경제전문가가 우리나라 경제의 해법과 관련해 던진 말입니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경제정책의 성패도 역시 결국 ‘팩트에서 출발하였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이야기이지요. 어쩌면 사다리포럼의 목표를 가장 잘 축약해주는 문장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10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가톨릭청년문화회관에서 첫 번째 공개 사다리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사다리포럼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막다른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 논의대상은 ‘대학 청소노동자’였습니다. 대부분 용역업체에 맡겨진 채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꿔보자는 것이지요. 노동, 복지, 기업,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고용주인 대학들, 노동조합, 청소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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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개포럼은 앞서 열린 3차례 비공개 토론회에서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포럼의 제1부에서는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과 ‘정규직화 이후 청소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한 발제 및 토론이 진행되었고, 제2부에서는 희망제작소와 경희대가 함께 ‘경희모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공개되었습니다. ‘경희모델’은 대학이 소셜벤처를 만들어 청소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뼈대로 합니다.

포럼에서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8월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대학은 증가하는 청소용역비용으로,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처우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노사관계에서의 과다한 신뢰비용, 취약계층 노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부족 등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습니다.

parktaeju-400-267 presenter_배규식-400-267 kimsangjo-400-267 presenter_조진원-400-267 presenter_오건호-임주환-400-267



신뢰와 존중. 청소노동자 문제의 해법을 디자인하는 열쇳말

서울메트로환경의 조진원 대표는 봄철 대청소 기간에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직원들로부터 300통이 넘는 감사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조 대표는 “개인적으로 청소는 ‘정성’집약적인 산업이라고 본다.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일터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뢰와 존중. 사다리포럼에서 대학 청소 노동시장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열쇳말이었습니다. 대학의 직접고용, 대학의 청소 자회사 설립,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활용 등 고용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해법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노사 모두의 ‘신뢰와 존중’이 바탕에 있어야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진첩을 넘겨보듯 지난 포럼의 장면들을 돌아봅니다. 정진영 경희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은 축사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과 인간적 대우 하에서 일할 수 있는 모범적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 일이 사회에 작게나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경희모델’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경희대 관계자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분과는 대화를 여러 차례 했는데,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분이시라 신뢰가 갑니다.” 사다리포럼의 최대성과는 청소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소셜벤처’라는 방법론을 설계한 점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신뢰와 존중이 바위처럼 공고한 현실을 깨뜨릴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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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모델의 설계와 확산을 위하여

공개 사다리포럼이 개최된 지 20여일이 지났습니다. 경희대에서는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학 청소노동자 고용개선, 캠퍼스 내 공간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공유, 문화와 예술에 기반한 대학 주변지역 도시재생 등 경희대의 ‘미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직과 로드맵’를 준비하는 것이지요. 한편, 서울 소재 대학 한 곳이 희망제작소와 함께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대학이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11월말까지 고용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사다리포럼 소식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한 대학, 노동조합, 민간기업 관계자들이 희망제작소를 방문해 경희모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또 향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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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포럼에서의 작지만 소중한 성과가 다른 대학으로, 또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민간 기업들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까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2015년 한국사회에 비정규직, 막다른 일자리가 넘쳐나는 데에는 골치 아프고 뿌리 깊은 ‘이유’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사다리포럼의 앞에 놓인 바다는 험난합니다. 그래도 한숨만 푹푹 내쉴 일은 아닐 겁니다. ‘팩트’를 똑바로 쳐다본다면, 폭풍우나 암초를 극복할 방법 역시 ‘디자인’될 테니까요.

글_임주환(연구조정실 연구위원(변호사) / [email protected])

금, 2015/10/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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