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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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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익명 (미확인) | 월, 2016/03/14- 11:07

고개 숙인 철구형: 우리 시대의 ‘교무실’ 방심위

글|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중략…)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데일리,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김유성 기자, 2016년 2월 4일)

아프리카TV 인기 BJ 6명이 ‘교무실’에 끌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2016년 2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가 열였다. 의견 진술자로 아프리카TV 관계자 4명과 BJ 6명이 참석했다. 장낙인 소위원장이 “위원회 역사상 의견진술 하시는 분이 10명 오신 것은 처음인 것 같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10명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를 작성한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공개회의에 방청자로 참여해 그날의 회의 모습을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기사에는 심의위원의 표정(“이맛살을 찌푸렸다”)과 진술자의 말투(“철구형은……말끝을 흐렸다”)까지 묘사된다. 이 묘사도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관찰에 불과하지만, 표현이 정제된 공개 회의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방심위가 뭐길래?  

우선, 방심위가 뭘 하는 곳인지 짚고 가자. 방심위는 말 그대로 방송과 통신(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다. 방심위는 법에서 금지한 ‘불법 정보’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문제되는 ‘유해정보’를 심의해 이를 규제한다.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지만, 방송광고정책, 편성평가정책, 방송채널정책과 방송용 주파수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방송과 통신을 심의하고, 방통위는 행정기구로서 해당 심의내용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판례는 방심위의 법적 성격을 행정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방심위는 국가 심의기구, 좀 더 비판적으로 보면 국가 검열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판례는 방심위가 내리는 시정요구 결정도 행정처분으로 본다. 명시적으로 시정요구에 따를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왜? 방심위 결정을 거부할 사업자는 대한민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방심위 의결을 사업자가 수용하는 비율은 100%에 가깝다(통계로는 97~99%).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아프리카TV는 6명의 BJ들 계정을 “이용정지”하라는 의결을 현실적으로(사업하는 입장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BJ는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 계정의 이용을 정지당했다.

 

고개 숙인 철구형, “창피합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 회의록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의 분위기.’ 위 기사에서 묘사한 방심위 회의실의 분위기는 죄인을 꾸짖거나 선생이 학생을 훈계하는 공간의 느낌이다.

그 ‘죄인’ 혹은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아프리카TV 인기 BJ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지금까지 그토록 거리낌 없이 농담과 욕설을 쏟아냈던 ‘악동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스스로 만든 방송을 심의위원과 함께 본 뒤에 “창피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저는 이제 욕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제1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발언내용] 중에서

그렇게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은 ‘교화’되고, ‘순화’됐을까. 김유성 기자의 후속 기사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유하면, 학생(BJ)이 사고를 쳐서 학부모(아프리카TV)와 함께 교무실(방심위)에 끌려갔는데, 학생이 반성하는 척만 하고, 다시 비행(?)을 일삼으니 학부모와 선생이 모두 골치가 아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 과연 방심위원은 국민을 혼낼 수 있는 선생인가. 국민은, 심지어 성인이 된 자기 방송을 하는 BJ들은, 언제든 ‘꾸중 듣는 학생’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존재인가.

Cliff, CC BY https://flic.kr/p/5nNg9d

Cliff, CC BY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회의록에는 등장하지 않는 건 표정과 말투만은 아니다. 회의록에는 없지만,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만 등장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심위원의 발언은 따로 있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

한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직후에 했다는 말이다. 김유성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의견진술자들(BJ)이 들리도록 (크게) 말했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성 차별적 발언을 하자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김 기자의 서술이다.

방심위원의 성 차별적 발언에 젊은 BJ들의 표정이 정말 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J들은 ‘썩소’를 날렸는데, 김유성 기자가 그걸 “표정이 풀어졌다”고 봤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바도 아니다. 중요한 건 방심위원이 의견진술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성 차별 발언을 대놓고 했다는 점에 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저 심의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누가 심의해야할까?’ 정말 문제는 버젓이 저런 성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이른바 ‘꼰대’가 방심위원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1], 국민을 불러다 공개된 자리에서 ‘성 차별 발언’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오히려 “굳었던 젊은 BJ의 표정이 풀어졌다”는 기사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국가

해법은 뭘까. 전 방심위원을 역임했던 박경신 교수와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구했다.

박경신 교수(전 방심위원)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 통신(인터넷) 영역의 무게감이 방송과 비교해서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박경신방심위 존치나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현실적으로 방심위 문제를 보면, 인터넷(통신)도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의 태생적 발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율성(소통의 쌍방향성)을 좀 더 두텁게 고려할 것인가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의 자율성을 더 두텁게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을 검열자로 칭하면서 국가기관의 심의에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방심위가 잘못하기도 했으니까. 심의위원 자신의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도 했으니까. 헌법상 검열금지 원칙의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금지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의 제도로는 그런 자의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있어서 방송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검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는 방심위원의 발언. 어떻게 보나.

여성의 외모로 그 인격을 판단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다. 법적으로 성희롱 발언일지는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명백하게 성 차별적 발언이다. 이 발언은 ‘못생긴 여성은 욕을 잘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전제돼 있다. 즉, 여성의 외모를 인격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의가 검열이 되지 않도록, 심의위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심의하지 않도록 심의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즉, 그 폭이 넓은 유해정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규정한 불법정보만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심의해야 한다.

-현재 방심위의 방향은 정반대로 보인다.

그렇다. 아프리카 BJ 사건을 예를 통해 보면, 인터넷 심의를 방송처럼 엄격하게 하고, 게다가 심의대상의 폭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심의가 검열화할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아프리카TV 일부 BJ의 방송 내용(욕설, 소수자 비하, 혐오성 발언, 과도한 선정성)에 관해서는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떻게 보나.

손지원 변호사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 심의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것이 된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손 변호사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이른바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른바 ‘혐오 표현’의 남용이나 상업적 의도로 양산하는 과도한 선정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헌재 1992 2 25 89헌가10 중에서)

-끝으로 한 마디.

국가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떤 게 유해한지 국가가 일일이 결정해주는 ‘유아적인 존재’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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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임 심의위원은 차관급,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3.11.)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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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1.-12. 이틀에 걸쳐 Digital Asia Hub가 주최하고 The Ethics and Governance of AI Initiative 와 the Konrad-Adenauer-Stiftung가 후원하는 FAT/Asia Hong Kong 2019에 김가연 변호사가 참석했습니다. FAT는 Fairness, Accountability, Transparency를 의미하며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의 공정성, 책임성, 투명성에 대해 논의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첫날 오프닝 세션에서 한국과 일본의 AI 윤리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션 1의 사회를 맡았습니다.

오프닝 세션 Taking Stock of Trends and Challenges: Perspectives from Multiple Disciplines 메모

  • In Korea, AI ethics, or Roboethics has a relatively long history of 12 years.
  • In 2007, the Ministry of Industry and Energy (Ministry of Commerce) disclosed the draft of the Robot Ethics Charter. It included not only robot ethics but also researcher ethics and user ethics, which we boast as the first in the world. However, the draft is yet to be finalized.
    • Not really different from Asimov’s robot principles
  • The Intelligent Robots Act 2008 was amended in 2016 to mandate the government to enact the AI Ethics Charter.
    • At the end of last year, the Ministry of Science and ICT announced that it will finalize the charter.
    • In 2016, in terms of accountability, the draft made it designers, manufacturers, and users’ responsibility if a robot causes any damage or harm.  
  • Kakao published “Kakao Algorithm Ethics” in January 2018:
  1. enhance mankind’s benefit and wellbeing and keep all efforts for algorithm development within the ethical framework of society;
  2. ensure that algorithms shall not generate biased results;
  3. collect and manage data for algorithm learning in accordance with social-ethical norms;
  4. ensure that algorithm shall not be manipulated internally or externally; and
  5. provide explanations on algorithm to strengthen users’ trust to the extent that it does not compromise corporate competitiveness. 
  • KAIST Killer Robot controversy in April 2018:
    • More than 50 leading academics from nearly 30 countries signed the letter calling for a boycott of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AIST) and its partner, defense manufacturer Hanwha Systems. The researchers said they would not collaborate with the university or host visitors from KAIST over fears it sought to “accelerate the arms race to develop” autonomous weapons.

Japan:

  • 2004 World Robot Declaration
  • 2017 Japan Society for AI Ethical Guideline
  • 2018 Japan Ministry of Internal Affairs and Communications AI R&D Guideline draft

FAT/Asia 2019 참석자들

수, 2020/03/1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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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제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일명 ‘매크로금지법’, ‘실검 조작 방지법’ 등으로 불리운다. 이용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본 개정안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여론 조작’, 즉,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댓글 등이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타인 계정을 이용하여 조작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명분이다. 그러나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글을 게시하거나, 게시물에 대한 호불호를 표시하는 행위와 이를 실현함에 있어서 직접 수동으로 행할 것인지, 매크로 등의 자동화된 기술을 이용할 것인지, 혹은 익명‧가명으로 표현할 것인지, 타인의 허락하에 타인의 계정으로 표현할 것인지의 여부는 모두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제한하는 법은 모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로서 엄격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제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판단주체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표현행위의 제한 여부가 남용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과, 표현 행위가 단지 장래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추상적 해악의 발생 가능성만을 이유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중대한 해악을 초래한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본 법안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할 소지가 높다. ‘부당한 목적’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 용어로 사용될 수 없다. 최소한의 예시 개념도 없이, ‘목적’이라는 누군가의 주관적인 내심의 의사가 ‘정당’(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함)한지, ‘부당’(이치에 맞지 아니함)한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확인할 것인가. 본 법안의 모태였던 개정법안들, 즉, ‘여론 조작 금지’를 목적으로 드루킹과 같은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며 발의된 개정법안들 역시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등의 불명확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정치적 이익을 목적하는 행위라면 본조의 ‘부당한 목적’으로 포섭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일 기업이 본인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불리한 기사를 밀어내기 위한 각종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실이 대중에게 꼭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당 검색어 순위나 기사를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서 매크로를 이용한 행위는 ‘부당한 목적’인가? 또 만약 장애인단체가 정당이나 정치인의 장애인 혐오발언 사실을 알리고 그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단체 구성원들의 포털 계정의 포괄적 이용 허락을 받아 게시글, 댓글을 올리거나, 추천을 누르는 집단행위를 도모하였고, 장애인인 운영진이 그 과정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매크로 기술을 사용하였다면, 이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여론 왜곡’ 행위인가, 아닌가?

또한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입법 의도상 실검이나 댓글의 추천수, 조회수 등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이에 포함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협의안의 배경이 된 소위 회의록을 보면 “안 제48조 4항 서비스를 조작하여서는 아니된다의 내용에 ‘게시판에 부호, 문자, 음성, 음향, 화상, 동영상 등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재, 입력하거나 게시판에 게재된 정보의 조회수, 추천수, 또는 실검 순위를 변경, 조작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등으로 ‘변경’의 의미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다. 그렇다면 ‘변경’의 대상이 될 ‘본래’의 서비스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직접 행한 1회의 의사표시를 반영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을 본래의 서비스로 해석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생각건대 크라우드 소싱을 본질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의 다양한 이용행태를 반영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 프로그램 자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지 그 프로그램의 기계적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서비스 결과에 영향을 미친 행위는 서비스의 ‘이용’ 그 자체로 보아야하지, 이를 ‘변경’이나 ‘조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결국 위와 같은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는 본 법안은 법률의 수범자인 일반 국민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나아가 법의 집행자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여 판단자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높은 위헌적 법안인 것이다.

한편, 본 법안이 규제하고자 하는 행위가 과연 강제 규제나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인지,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로써 이를 규제하는 것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매크로를 이용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표현행위를 하는 것이 서비스 제공 약관에 어긋나는 이용행태라 할지라도, 즉, 이용자들이 서비스제공자가 기대하는 방식대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부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 프로그램 자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지 그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서비스 결과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위험은 크라우드 소싱을 본질로 하는 서비스 내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것이며, 서비스제공자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율적 선택에 따라 일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작 가능성을 포착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개선할지, 관련 서비스를 중단할지 여부도 서비스제공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해결하여야 할 문제다. 만일 서비스 제공자의 영업상 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다면 이용약관 위반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민사적으로 해결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면 되지,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여 많은 인터넷 이용자를 함부로 형사 수사 및 처벌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일이 아니다.

또한 타인의 용인, 위임 하에 타인의 계정이나 정보를 이용하거나, 매크로와 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등 각종 방법을 통해 ‘소수의 의견이 실제보다 다수의 의견처럼 보였다’는 것만으로, 이러한 행위를 법으로 규제할만큼 타인의 권리나 사회적 법익에 어떠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종 캠페인이나 집회, 시위 등 모든 형태의 표현행위는 실제보다 더 큰 위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기 마련이며, 정치활동의 본질이 바로 자신이 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음을 내세우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여론’이란 일의적으로 정의되거나 보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왜곡’, ‘조작’이라는 것도 증명할 수 없으며, ‘순수한 여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본연의 업무라고도 할 수 없다.

즉, 이와 같은 방식의 표현행위가 실질적으로 어떤 중대하고 명백한 해악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충분한 입증과 근거없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남용될 수 있는 불명확한 기준을 내세워 국민의 일반적인 표현 행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형사처벌 등을 무분별하게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및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매크로 사용이나 여론 조작을 금지하는 법이 다른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와 같이 추상적이고도 세세한 조치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 역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선택에 따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서비스 이용 환경을 보장할 권리를 침해하고,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행태를 상시적으로 감시, 검열하게 함으로써 일반 국민인 이용자들의 인터넷상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인터넷 서비스가 순수한 여론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신화에 기반한 인터넷 서비스 규제는 곧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규제의 도입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안 제48조 제4항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서비스가 실명제 혹은 준실명제에 기반하여 제공되어야 함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소위 회의록을 보면 “본조의 개인정보 ‘이용’에는 ‘도용’뿐만 아니라 ‘매매나 대여’하는 경우 등까지 포함되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실명제를 넘어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표현행위에 대한 대리권을 수여‧행사하는 행위까지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여론 조작’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부당한 목적’의 ‘서비스 조작’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이용한 위헌적 법안을 남발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손쉽게 국민의 자유로운 공론장을 재단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새로 구성될 제21대 국회는 헌법에 위반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유사 법안을 발의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

토, 2020/05/2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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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장)

일제강점기 일본 조선총독부는 시국 불안정 등을 이유로 조선에 댄스홀을 허가하지 않았다. 1937년 잡지 삼천리에 실린 한 레코드 회사 소속 여성들의 ‘경성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라는 제목의 기고는 조선총독부에 대한 탄원서 형식의 글이지만, 조선의 제도적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도시에는 있는 댄스홀을 유독 조선에만 허가하지 않는 것을 통탄하며 댄스홀에서 춤을 추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확률형 상품 판매 시 사업자가 공급 가능한 재화 등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의 확률형 상품에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도 포함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본입장이자 입법의도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은 매우 잘못된 정부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첫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개정안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확률정보 공개 자율규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 주도 확률형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 시작부터, 2018년 확률정보 공개대상 범위 확대 및 개별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로의 일원화, 2018년 게임자율규제기구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출범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게임 분야에서의 자율규제를 정부규제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게임서비스에서 정부규제는 결코 만능이 아니고, 과거처럼 정부규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이 시행되는 순간부터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수준은 떨어져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명분에 반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와 낮은 수준의 정부규제가 동시에 공존하는 경우, 전체적인 규제수준은 당연히 떨어진다. 수범자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제재가 적용되는 정부규제만 준수하면 되지, 비용도 많이 드는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까지 준수할 필요성이나 유인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영역에는 정부규제가 끼어들면 안된다. 사회적 요구에 비해 자율규제 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정부규제의 명분과 실효성이 생긴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으로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게임자율규제기구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그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일정한 규제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반자를 적발해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니터링기구, 위반 여부 심의를 위한 인적ㆍ물적 자원이 상당히 소요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의 준수 여부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어떠한 세부기준을 갖고 위반 여부를 심의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들어본 바가 없다.

넷째, 자율규제도 ‘규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규제의 정당성 및 실효성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체재 혹은 보완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부정하고, 이미 작동하고 있는 자율규제의 싹을 뿌리째 없애는 것은 오늘날의 스마트 시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아니면 최소한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국내 서버를 두지 않은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정부규제도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의도치 않게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만 발생시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게임 규제는 산업계의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는가.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게임 자율규제의 확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산업계는 갈수록 스마트해지는데, 정부는 산업계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 가지 못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게임 자율규제를 허(許)하라!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6.15.)

화, 2020/06/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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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서로가 서로의 메시지를 품앗이로 전달해줌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각자가 메시지 전달에 돈을 받으려거나 메시지 내용에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이 상부상조의 약속인 ‘망중립성’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5G폰을 왜 지금 사면 안되는지, 인터넷은 왜 전화나 우편에 비해 무료인지, 인터넷은 왜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닌지, 왜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 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린지 등등 실생활의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망중립성을 이해할 수 있는 만화를 소개합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오픈넷 이사)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 1]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목, 2020/09/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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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나 사업자 중에서 정보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가 아닌 정보의 전달을 ‘매개’하는 서비스의 제공자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 부른다. 각종 인터넷 포털, 검색엔진, 메신저,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대부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한다.

현행법에서는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법 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 저작권법 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중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를 위한 설비를 제공 또는 운영하는 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나 콘텐츠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그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져야 할까?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할까? 등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법적으로 부과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해서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애매모호한 정보는 모두 삭제를 하려고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소위 ‘사적 검열’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의 과도한 부과는 결과적으로 위축효과를 유발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를 매개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그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 항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정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러한 불법정보를 인지하기 위해 모든 게시물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할 의무가 없다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화 등에 관한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의무가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성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재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각종 예방 책임과 의무를 지우게 되면, 재화 등에 관한 정보의 교환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교환되는 정보가 불법정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감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특히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이 글은 IT조선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7.13.)

화, 2021/07/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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