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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아프리카 TV 규제, 개인의 동영상도 국가가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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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아프리카 TV 규제, 개인의 동영상도 국가가 심의한다?

익명 (미확인) | 수, 2016/03/09- 18:21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규제, 개인의 동영상도 국가가 심의한다?

글 | 오픈넷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 TV만 64건의 시정요구를 받았으며, 지난 2016. 2. 4. 제11차 통신소위원회에서는 BJ 6명과 아프리카 TV 관계자들이 의견진술 절차에 출석하여 질책을 받고, 해당 BJ들은 (계정) 이용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방송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 표현의 장으로 기능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며, 국가기관이 ‘건전성’을 기준으로 국민 개개인의 표현활동을 검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1.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적 표현의 장, 방송 매체를 보는 시각으로 규제해선 안돼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은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공중파 방송은 희소한 전파 자원을 분배받은 소수의 방송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수신자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고 이로써 건전성․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일반인 누구나 표현물을 게시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들은 개인적 기호와 욕구에 따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취사선택 활동을 통해 어떠한 정보를 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쌍방향적인 통신이다.

인터넷 방송은 그 용어로 인해 자칫 공중파 방송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혼동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 역시 정보전달의 형식이 ‘동영상’인 것뿐 다른 인터넷상 표현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인터넷상 표현물은 기본적으로 국민 개인의 사적인 표현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아야 하고, 불법적 내용이 아닌 이상 공적 책임 혹은 공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공중파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반인의 인터넷 방송을 규제할 수는 없다.

 

2. ‘유해성’을 기준으로 한 국가의 인터넷 검열은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은 물리적인 해악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에 ‘불법’성이 있는지 여부와 같이 명백한 기준에 의하여 금지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가치 있는 표현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정서로 소통할 자유도 보호한다. 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막말’, ‘욕설’ 방송을 한 BJ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이라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유해한 내용’으로서 심의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기관이 ‘유해성’, ‘저속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국민 개인의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건전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강요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흔히 유해정보 심의의 근거로 이용되는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로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불온통신’ 규제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훌륭한 판시를 내린 바 있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 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3. BJ 계정의 이용정지, 아프리카 TV에 대한 제재 시도는 과잉적 규제

이번 방심위의 BJ들에 대한 ‘이용정지’ 결정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아프리카 TV)에 대하여 이용자(BJ)와의 이용계약을 일정기간 정지하라는 것으로, BJ는 일정기간동안 해당 계정으로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원래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법률상 정의는 해당 문제 정보 내용 그 자체를 시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함에도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는 ‘이용해지․정지’를 시정요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해지․정지’는 법률의 문언을 벗어나 해당 정보 자체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인적 제재로 기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사적 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높다.

또한 방심위는 지속적으로 아프리카 TV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3기 방심위는 출범 이후 내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정보 유통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이상, 정보의 삭제․차단 요청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에게 그 정보의 유통에 대한 책임 부과나 실재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를 지속하여 왔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규제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그 이용자들이 제공하여 유통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완화시키려는 국제적 기준에 역행하는 것이며, 국내 산업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4. 인터넷을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는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어야

다양한 표현과 소통이 공존하는 거대한 표현매체인 인터넷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국가의 일방적인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방심위는 유해성과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인터넷 개인 미디어를 규제하는 관행을 재고하여야 하고, 이러한 위헌의 소지가 높은 규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방심위의 통신심의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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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05/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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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조롱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기본계획

남희섭(법학박사, 오픈넷 이사)

 

법무부가 4월 20일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초안에는 인권과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정부 부처들이 그 동안 인권과 무관하게 해 오던 업무들을 짜깁기 해 인권정책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포장만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인권의 기본개념도 없이 그럴싸한 포장만 하다 보니 인권에 반하는 것까지 들어 있다.

“불법복제 단속 및 저작권 보호 강화”가 대표적이다(NAP 초안 179쪽). 이를 위해 새로운 저작권 침해 유형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해외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강화하며 불법 복제물 단속 및 폐기에 나서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이란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했음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고 기본적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하겠다는 문제인 정부가 향후 5년간 펼칠 기본적인 인권정책이 이런 거라고?

2000년부터 지재권과 인권에 관한 유엔 인권기구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좀 더 가깝게는 2014년 유엔 문화권특별보고관이 내놓은 저작권 정책과 인권에 관한 보고서(A/HRC/28/57)만 읽어보았다면, 불법복제 단속이 인권에 왜 반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인권의 틀로 보자면, 저작권 보호를 빌미로 문화예술 및 과학의 진보를 향유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권정책의 기본방향이다.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간의 균형도 빠질 수 없는 인권정책의 뼈대다.

하지만 NAP 초안에는 이런 기본과 뼈대가 빠져 있다. 빠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인권 침해를 조장한다.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한 해외 사이트 차단 정책은 2011년 미국에서 SOPA, PIPA란 이름의 법안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이 법안들은 위키피디아의 블랙아웃이란 초유의 사태를 낳았고, 일반 시민들과 정보인권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인권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검열이란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 의회는 입법시도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反인권 정책을 국가인권정책으로, 그것도 인권 기본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대체 인권에 대한 무지가 어느 수준이기에 이런 걸 인권정책기본계획으로 명시하는 걸까?

 

국제인권기준 조롱하는 수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지재권이 인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근거는 국제인권조약(사회권 규약 제15조, 세계인권선언 제27조)에서 인정하는 저자의 인격적, 물질적 이익의 보호이다. 만약 법무부의 NAP 초안이 저자의 물질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복제 단속을 인권정책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 이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준이다. 국제인권법에서 보장하는 저자의 물질적 이익의 보호는 배타적 성격의 현행 저작권보다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에 더 가깝다는 것이 유엔 인권기구의 공식입장이다. 그리고 현행 저작권 제도에서 인정되는 저작권과 국제인권기준에서 인정되는 저자의 물질적 이익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유엔 인권기구는 10년 넘게 경고를 해 왔다. 그 동안 법무부의 제3차 NAP 수립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왔던 국내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유엔 인권기구의 경고를 자세히 소개하고,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국내인권정책기본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지재권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서면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 단속을 NAP 초안에 포함시키고 국제인권기준들을 무시한 것은 법무부가 인권을 조롱하고, 인권단체들을 희롱하려는 생각이 없다면 할 수 없는 행태다.

이번 NAP 초안에 포함된 나머지 저작권 관련 정책들(저작권 교육, 저작권 전문인력 양성, 생활속 저작권 홍보 등)도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이 외에도 지재권과 관련하여 특허청이 인권정책으로 내세운 것(사회적 약자의 지재권 보호 지원)도 마찬가지다. 특허는 인권이 아니라는 유엔 문화권 특별보고관의 2015년 보고서(A/70/279)를 보면, 특허 관련 인권정책으로 무엇을 계획해야 하는지 세부 내용까지 잘 나와 있다. 이 역시 국내인권단체들이 의견서를 통해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NAP 초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 동안 특허청은 공공정책은 뒷전이고 특허청의 조직강화를 위해 특허 제도를 악용하는 이른바 ‘특허장사’에 골몰해왔다. 이런 부처의 일방적인 정책을 국가인권정책기본정책으로 그대로 수용한다면, 법무부가 과연 국제인권법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는 하고 있는지(NAP는 국제인권법에 규정된 기준을 국내법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NAP를 주도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법무부가 주도하는 NAP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도하도록 바꿔야 한다. 현재 NAP는 근거 법률도 없이 대통령 훈령(국가인권정책협의회 규정)만 두어 법무부가 주도하도록 만들었다. 이 훈령에서 NAP 수립 권한을 부여한 국가인권정책협의회는 법무부장관이 의장을 맡고 각부 차관이 위원이 된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끼지도 못하고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부르면 참석할 수 있을 뿐이다. NAP 사전 연구와 검토를 위한 실무협의회도 법무부 차관을 의장으로, 각 부 실국장을 위원으로 꾸린다. 여기에는 국가인권회가 참석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아예 없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만든 행정조직이다.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법무부가 담당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헌법이 보장하거나 국제인권조약에서 인정하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 수행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둔 나라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엉뚱한 법무부에서 담당하도록 한 대통령 훈령은 없애야 한다. 대신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하여 인권위 주도의 NAP 수립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각 부처의 업무들을 짜깁기한, 그래서 인권을 대놓고 조롱하는 민망한 수준의 NAP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부 부처의 인권 침해 파수꾼이자 인권견인차 역할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하기를 기대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NAP 초안을 보면,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강조하는 시늉만 할뿐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NAP 수립 과정의 민주화와 인권화를 통해 무너진 인권을 바로 잡고, 시늉뿐인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때다.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2018.05.25.)

월, 2018/05/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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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독점 20년, 공인인증제도가 곧 폐지된다

글 |  박지환 변호사 (오픈넷 회원)

 

정부의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혁신적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정부는 지난 2018. 9. 14.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인증서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천명하고 당선된 후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도개선 해커톤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도 명시되어 있듯 공인인증서는 도입 초기에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국가정보화에 기여했으나, 시장독점, 기술 및 서비스 혁신 저해, 선택권 제한 등의 심각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이에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등 관련 제도(이하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여 민간의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되,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 인정제도”를 통해 정부는 제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도록 하고 이용자 보호을 위한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자서명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는 기본법의 성격을 띤다.

오픈넷은 2013년 개소 이후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는 전자금융거래법령 개정 운동을 시작으로 최근 전자서명법 전면 개정을 위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에 참석하는 등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번 정부의 전자서명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지금까지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위해 해왔던 활동을 회고해본다.

 

전자금융거래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부터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 발의까지

(1) 2014년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웹트러스트 인증 – 소송의 힘

오픈넷은 공인인증서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안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진행했다.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인인증제도와 관련해 웹트러스트(Web Trust)와 유사한 형태의 보안감사를 해왔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운영 실태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개된 바가 없었다. 이에 오픈넷은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관련 사실관계를 비공개처분한 당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치열한 법정 공방 중이었던 2014년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제로 웹트러스트 인증을 받기에 이른다. 오픈넷은 공익소송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소를 취하하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웹트러스트 인증을 환영했다. 다만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구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당 공익소송의 성격 등 여러 사정들을 고민하지 않고 소 취하에 따른 패소비용을 청구하여 무려 150여만원을 국고로 환수해갔다. 정부가 좋은 IT 정책을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2014년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로 혁신적 서비스 등장의 서막

오픈넷은 이종걸 의원실과 함께 사실상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해 온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전력했다. 법안 발의 이후 국회 통과를 위해 정책 세미나, 오픈넷 아카데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의외로 개정 범위는 크지 않았다. 조문 하나 개정했을 뿐인데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부는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강제하지 않고, 기술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도록 노력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맡아 이용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제3항 : 금융위원회는 제2항의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특정 기술 또는 서비스의 사용을 강제하여서는 아니되며, 보안기술과 인증기술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편 오픈넷은 매년 만우절에 전자금융거래법령 개정의 염원을 담아 아래와 같은 가상의 보도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만우절 이벤트는 2014년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중단됐다.

 

(3) 2017년 4월 국회의원과 정책협약체결 –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해 이용자들의 의견 대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이후 남은 과제는 공인인증제도와 본인확인제도의 개선이었다. 오픈넷은 대선 국면을 맞이하여 작년 초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한 이용자모임’(이하 “이용자모임”)의 일원으로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와 힘을 합쳤다. 이용자모임에는  (사)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사)오픈넷, 로아팩토리, 보맵, 한국NFC, 한국핀테크산업협회, C2SOFT, SOPT 등이 참여했다. 이용자모임은 김관영, 김세연, 김영진, 홍의락 의원과 아래의 내용으로 정책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추후 전자서명법 개정과 본인확인 규제 개선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대비 공인인증서/본인확인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협약서>

  • 정부 주도의 경직된 인증수단 및 본인확인 규제 개선
  •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본인확인 관행의 폐지
  • 국제규범에 따른 전자계약 관련 법령 개정
  • 정책협의체 구성


‘공인’ 시대의 종언, 시장경쟁과 민간자율 영역의 확대는 숙제

정부가 제출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동안 한국 IT 정책을 상징하던 이른바 ‘공인’ 시대의 한 축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 오픈넷은 정부 주도의 IT 정책을 ‘새마을 운동’에 비유하기도 하했다. 정부의 자원과 능력이 민간의 그것을 압도하던 시대에는 정부가 IT 기술 정책의 큰 그림을 짜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주지하다시피 이와 정반대이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설계자가 아니라 점증하는 IT 서비스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번 전자서명법의 개정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최근 한 인터넷기업의 카풀 서비스 진출을 두고 택시업계가 극명히 반발하는 것은 정부가 허가하고 관리하는 진입규제 패러다임의 균열을 방증한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 역시 작은 균열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전통적 규제 산업에 비해 그 가능성과 파괴력은 더 크다 하겠다. 오픈넷의 노력에 이어 이제 시장이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답할 차례다. 진입규제에 막혀 혁신적 서비스의 싹을 틔울 수 없다는 스타트업 업체들의 불만도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 과정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찾았으면 한다.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반복하여 사용했던 홍보 문구를 인용하면서 글을 줄인다.

“좋은 기술은 강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18/10/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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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컨버전스와 내용규제 모델에 대한 국제회의 참관기 – 공인인증서 문제와 기술중립성 원칙

지난 2015년 7월 24일 태국의 Foundation for Community Educational Media (FCEM) National Broadcasting and Telecommunication Commission (NBTC) 공동주최로 “New Thinking for New Media”이라는 제목의 국제회의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었고 필자는 패널로 본 회의에 참석하였다.

본 회의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환경에서 규제의 지향점을 모색해보고자 여러 국가들의 규제상황을 비교 분석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한국에서는 필자를 포함하여 미디액트의 김명준 대표, 한국인터넷자율정기구(KISO)의 유정석 실장이 함께 초청되었다.

 

필자는 오전 세션인 “Infrastructure for the Future: How convergent media governance could facilitate innovative economy and democratic society?”에 패널로 참석하여 한국의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 문제 및 기술 중립성이라는 인터넷 규제 원칙에 대해 간략히 발표했다. (발표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우선 최근 한국에서 윈도우 10 업데이트시 기본 브라우저에서 더 이상 액티브 엑스(Active X)가 지원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언급하고, 문제의 원인은 한국의 전자서명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이 기술중립성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전자금융거래법령에서 공인인증서 사용을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면서 공인인증서라는 특정 기술만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었고, 공인인증서가 액티브 엑스 (Active X)라는 기술에 의해 구현되면서 한국의 인터넷 이용환경은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유럽 등에서 인터넷 규제의 원칙으로 자리잡은 “기술중립성”을 위반한 것인데, 기술중립성은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는 특정 기술이 드러나거나 특정 기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의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 규제가 특정 기술만 사용되거나 특정 기술에 유리하게 디자인되면 특정 기술 외의 다른 기술들이 시장에 선보이지 못하여 경쟁이 제한되고, 이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여 결국 시장에서의 기술 혁신이 좌절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픈넷은 특정 기술의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는 취지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했고 지난 해 9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올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함께 소개하였다. 주지하다시피 금융당국은 법 개정의 취지에 맞게 전자금융거래에 공인인증서 사용의무와 관련한 규제를 이미 철폐한 바 있다.

 

플로어에서는 기술중립성 원칙에 비추어 특정 기술에 대한 지원도 제한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저개발국에서 기술 보급을 위한 정부 지원이 다분히 필수적인데 기술중립성과의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에 필자는 기술중립성은 인터넷 규제 디자인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원칙이거나 유일무이한 원칙이 아니며 다른 원칙들과 조화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특정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원금에 관한 규제에 의해 조화롭게 규제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지원금 선정 기준으로는 특정 기술을 직접 규정하는 방식보다는 최소 충족 기준(performance standard)을 설정하여 그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에 대하여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기술중립성 원칙과 조화로운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본 회의에서 기술중립성 사례 외에도 한국의 인터넷 관련 규제와 진흥 정책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미디어 융합 환경에서 마을 방송 등 지역의 대안적 미디어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에 태국 청중들의 질문이 집중되었고, 오후 세션에서 내용규제와 관련한 자율규제기구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청중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한국의 정보매개자에게 부과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사가 항상 뒤따른다. 그러나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라는 다분히 인프라 적인 측면에서의 평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발표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 문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한국의 인터넷 이용환경은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규제들로 인하여 폐쇄적이며 특유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픈넷은 전자금융거래 규제가 기술중립성 원칙에 따르도록 법 개정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처럼 한국 인터넷 환경을 보다 자유롭고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월, 2015/10/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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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2. 1.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전희경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18228)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전희경 의원안, 18228)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이하 ‘불법촬영물’이라 함)이 게재되어 있는 경우 이를 지체없이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

2. 본 개정안의 입법목적은 현행 법제로도 달성 가능함

  • 본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촬영물에 대한 임시조치를 강제하여 불법촬영물의 유포, 확산을 방지하게 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
  • 그러나 불법촬영물은 정보통신망법 44조의2 제1항 상의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로써 삭제 혹은 임시조치 대상정보이고, 이는 동조 제2항 상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정보에 해당하며 이는 의무규정으로 해석되고 있음.
  • 즉, 현행 규정에 따르더라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불법촬영물에 대하여 피해자 등으로부터 삭제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이를 삭제 혹은 임시조치할 의무가 있음. 또한 판례에 따라 이러한 요청이나 신고가 있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불법정보가 유통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에는 일정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있음.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3.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인식 여부가 아닌 ‘게재되어 있는 경우’에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함

  • ‘정보통신서비스’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며,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의 정보를 시시각각 교환하는 플랫폼임. 이러한 정보통신서비스 내에 불법촬영물 등의 각종 불법정보는 필연적으로 유통되고 있을 수밖에 없음. 따라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서비스 내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한 감시 및 삭제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법적으로 부당함. 즉, 적어도 특정한 불법촬영물 정보가 신고 또는 삭제요청이 되어 해당 불법정보의 존재와 위치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인식한 경우에 한정하여 삭제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여야 함.
  • 현행 제44조의2 규정에 따르면 적어도 삭제요청이 있는 경우나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정보에 대한 삭제나 임시조치 의무가 발생함. 그러나 본 개정안은 ‘불법촬영물이 특정되어 신고, 삭제요청된 경우’ 혹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특정 불법촬영물을 인식한 경우’를 넘어, ‘게재되어 있는 경우’에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선제적으로 서비스 내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 즉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음.
  •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여 모든 이용자들이 교환하는 정보의 내용을 감시·검열하도록 하는 것은 다른 이용자들의 합법적 이용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음. 불법 촬영물 모니터링 의무는 한-EU FTA 제10.66조에서도 금지되고 있으며, 이의 기반이 된 유럽연합의 전자상거래지침(Directive 2000/31/EC)은 모든 불법정보(저작권 침해 정보, 음란 정보, 아동 포르노물)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음. 국제인권기구들이 성안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도 정보매개자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음.
금, 2019/02/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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