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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정책과제] 군복무기간 단축과 대체복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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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정책과제] 군복무기간 단축과 대체복무 인정

익명 (미확인) | 수, 2016/03/0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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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희망에 투표한다”

2016총선에서 다뤄져야 할 52개 정책과제 중 '외교국방통일 분야'

민생·평화·민주주의·인권을 위한 제안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위한 정책과제>

 

정책과제26.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 평화체제 논의 재개
정책과제27. 군비경쟁 가중시키는 공격적 군사훈련과 무기배치 중단
정책과제28. 졸속체결된 약정 합의 폐기 및 조약 비준절차법 도입
정책과제29. 탄저균 반입 진상규명과 전작권 환수 등 한미동맹 정상화
정책과제30. 위헌적 파병 철군 및 해외파병 요건 엄격히 제한
정책과제31. 국방획득과정에서 국방부 독점 해체 및 주요무기도입 타당성 재검토
정책과제32. 군복무기간 단축과 대체복무 인정
정책과제33. 평화교육 확산과 군 인권 보장

 

정책과제32. 군복무기간 단축과 대체복무 인정

 

1) 현황과 문제점

 

-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말 63.3만 명이었던 상비병력 규모를 2022년까지 52.5만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15
년 다시 감축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연기하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함. 북한 비상사태 시 북한 점령 및 안정화 작전을 펼치겠다는 공격적 군사 계획을 국방부가 버린다면 비대한 사단 수와 병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음.
-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군복무기간 18개월로 감축을 약속했으나 대통령직인수 직후 폐기해 지금까지 21개월로 유지되고 있음. ‘군의 안정적인 전투력 유지 필요성’, ‘병사 숙련도 유지 어려움’ 등의 이유를 주장하고 있으나 기본 역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훈련 기간은 6~10개월 이상 소요되지 않고, 특수 병과나 기술 병과의 경우 숙련된 유급 사병이 담당하게 할 수 있음.
-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총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숫자인 매년 600~800여 명의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있음. 병역거부권은 국제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보편적 권리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국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음.

 

2) 실천과제

 

① 군 복무기간 12개월로 단축, 상비병력규모 감축 위한 국방개혁법, 병역법 개정

- 병력을 30~4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군복무기간을 12개월 내외로 단축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해야 함. 육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육군 중심의 비대한 병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군 지휘구조를 개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함.

 

②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는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국가들의 관행으로서 이제 입법부의 결단만이 남았음.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즉시 도입해야 함.

 

 

3) 담당부서 : 평화군축센터(02-723-4250)

 

※ <2016총선에서 다뤄져야 할 52개 정책과제> 보도자료 및 정책자료는 [기자회견] 20대총선 참여연대 정책과제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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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행률 12%!! 19대 총선 개발 공(公)약, 역시나 헛 공(空)약!! - 20대 총선에서도 개발 헛공...
화, 2016/03/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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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로 입대하라', 전 법정에 서는 걸 택했습니다

[대체복무제가 답이다①] 양심 내세워 군복무자 양심 짓밟는다? 사실 아닙니다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  홍정훈 병역거부 기자회견 ⓒ 홍정훈    
 

2017년 4월 20일,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서려다, 다시 앉아서 발톱을 깎았습니다. 1심 판결로 구속될 수도 있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이미 많은 걸 정리했습니다. 10분 남짓한 법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안주머니에 챙겨둔 펜과 편지지를 꺼내어 전날 밤 생각한 인사를 적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많은 분들이 법정 입구에서 초조하게 절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당사자는 평소의 습관대로 제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습니다. 

 

그날따라 법정 안에 들어서면서 유치장으로 향하는 문이 가장 먼저 눈에 밟혀, 다시 마음을 단단히 여미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제 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옆에 앉아있던 변호인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워낙 악필인데다가 흔들리는 버스에서 어렵게 쓴 글씨라 잘 알아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는 편지를 받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변호인을 울린 게 미안해서 손수건을 꺼내려는 순간, 재판장이 홍정훈이라는 이름을 호명해 변호인과 함께 피고인석으로 향했습니다.

 

5개월여 전인 2016년 11월, 느닷없이 집으로 통지서 한 장이 날아왔습니다. 4주 후에 논산훈련소로 입대하라는 병무청의 통보였습니다. 작년 초부터 "해당 기간에는 입영가능한 날짜가 없습니다"라는 병무청 홈페이지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안심했는데, 느닷없는 국가의 요구에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군대에 관한 오래된 고민을 끝낼 수 있는 결정에 대한 마지막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결정을 마치고, 우스갯소리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유했던 동료들에게 덤덤하게 제 뜻을 밝혔습니다.

 

최후변론 한 대목에서 소리없이 흐느낀 변호사

 

10여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던 변호사를 다짜고짜 찾아가 두 번째 변호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역시 피고인 홍정훈을 변론하는 법정에서, 멋지게 준비했던 최후변론의 한 대목에서 갑작스레 말을 멈추고 소리없이 흐느꼈습니다. 

 

그가 온전히 읽을 수 없었던 대목은 10여년 전 자신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법정에서, 또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는 문장입니다. 마지막 순서로 제가 힘겹게 최후진술을 읽자, 법정은 방청석에 앉아있던 동료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찼습니다.

 

결국 저는 1심 재판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저에게 씌워진 죗값의 크기가 왜 1년 6개월이나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어떠한 종류의 폭력에도 가담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어떻게 범죄로 정의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신념을 가진 개인이 무려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무기를 들겠다는 선택도,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정훈과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양심을 내세워, 군대에 복무한 수많은 남성들의 양심을 짓밟는다는 비난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 국가제도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신념과 존재 자체를 인정받을 수 없는 비난을 직면해야 합니다.

 

대체복무제 도입, 정말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가요

 

 
▲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병역거부자 및 엠네스티 관계자들이 옥중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옥의 문턱에서 겨우 멈춰서 숨을 돌리고 있을 무렵, 항소심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법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8월 17일, 항소심 재판의 첫 기일에 출석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는 달리, 재판을 곧바로 진행하지 않고 올해 12월까지 기일을 연기했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냈고, 올해 안에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릴 경우, 사법부는 더 이상 저와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을 할 수 없으며, 정부와 국회는 곧바로 대체목부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2016년 UN자유권위원회는 한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즉시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제게 유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현재까지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도 대체복무제법이 발의되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는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지 묻고 싶습니다.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도 스스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옥을 눈앞에 둔 제게, 그리고 이미 감옥에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생각과 신념을 감옥에 가두는 일은 멈춰야 합니다. 왜 병역거부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아무런 중압감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부디 내년에 감옥이 아닌 곳에서, 대체복무를 하면서 저를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웃으며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o5n8

수, 2017/09/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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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계병역거부자의 날맞이 자전거 행진

‘평화의 페달을 밟자’

 

5월 15일은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입니다. 전 세계에서 많은 평화운동가들과 병역거부자들이 살상을 거부할 권와 전쟁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으로서 병역거부를 이야기하며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이해 해마다 자전거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2015년 행사 사진 보기, 2016년 행사 사진 보기)

 

올해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출발해서 국회까지 자전거를 탑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시작하는 까닭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병역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중이어서, 헌재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을 통해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국회에서 마무리를 할 예정입니다.

 

행사 개요

헌법재판소 앞  출발 (2시 시작)

국회 앞 도착(약 5시 예정)

 

행진코스

헌법재판소->광화문역->서대문역->공덕역->마포대교->여의도진입->국회앞

 

*행사 시작(헌법재판소 앞)과 끝(국회앞)에는 간단한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자전거를 직접 가져오셔도 되고, 자전거가 없는 분들은 신청해주셔도 됩니다. 자전거를 빌리는 분들은 꼭 대여비 1만원을 신청서에 기재된 계좌전호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참가자들께는 예쁜 티셔츠를 드립니다. 행진이 끝나고 난 뒤에는 한강시민공원에서 피자와 맥주를 곁들이는 자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분들, 병역거부자와 함께 하실 분들, 봄날 자전거 타고 서울 시내 복판을 달리고 싶은 분들 많이많이 참가해주세요.

 

참가신청하기 >> 

월, 2017/04/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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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심판의 장이 아닌 대안 선택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보영 l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의회민주주의의 산실에서 찾은 선거의 의미

영국에서 보낸 5년여 기간동안의 유학생활은 나의 정치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바꾸어놓았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1990년대 말 민주적인 정권교체와 그 뒤에 이어진 사회복지의 확대를 지켜보면서 그 이후의 사회복지의 대안을 찾아보겠다며 나선 유학길이었다. 세계 2차 대전 직후,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1980년대 이를 비판하며 등장한 신자유주의 물결에서 역시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대처 정부를 빼놓을 수 없으며, 1990년대 말에는 다시 대안으로 등장한 ‘제 3의 물결’ 중심에는 역시 영국의 신노동당 정부가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현대사의 시기마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도하고 그 것이 어떻게 정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것이 항상 큰 질문이었다.

 

그런 와중 영국에서 관찰하게 된 선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2005년 선거는 혜성같이 등장한 토니 블레어와 신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1997년 이후 세 번째 선거였다. 노동당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의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지만 선거강령(election manifesto)을 통해서는 ‘영국, 퇴보가 아닌 진보(Britain Forward, Not Back)’를 당당히 외쳤다. 그 선거강령에는 8년 전 어떻게 엉망이었던 영국 경제와 사회를 자신들의 집권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으며, 4년 전 우리가 어떤 약속을 하고 지켜왔는가를 언급한 후, 어떻게 영국은 여전히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빼곡히 적어 놓았다. 이것은 ‘당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고 계십니까?(Are you thinking what we’re thinking?)’라는 다소 맥빠진 구호에 조세 감축, 학교 질서, 청결한 병원, 경찰 증원, 이민 감축 등 단편적 공약을 나열한 보수당의 선거강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다양한 토론과 분석을 통해 이러한 정책적 차이가 신랄하게 드러났다. 총선 보도의 중심에는 언제나 각 분야별 정당의 정책이 있었다. 선거강령을 중심으로 각 정당이 어떠한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그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선거보도의 중심이었다. 선거운동은 지역 정당 활동가들이 선거강령을 각 집집마다 방문하여 설명하며 설득하는 것이었다. 즉, 영국의 총선은 개개인의 후보자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그 정당이 내세운 선거강령에 대한 투표라는 의미가 그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저항투표 여론도 높았지만 여전히 보수당은 노동당에 대안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했고, 줄곧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노동당에 다시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는 ‘심판’이다. 제대로 못한 정부의 여당이나 제대로 역할을 못한 야당에게 표를 주지 말자는 소리다. 사실 이 심판론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진 이후 이전의 독재여당이 선거에 참여하니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야당이 내세우는 것은 ‘심판’의 논리였고, 이것은 독재의 잔재로부터 벗어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 안에서 정당성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적인 정권교체가 일어났고, 교차집권이 이루어진 지금 상황에서 여전한 심판론은 대안이 없다는 안일함의 표현일 뿐이다.

 

지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의 의미를 집어보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의제가 집중되는 공간은 총선이 아닌 대선이었다. 총선은 집권 정부의 중간 평가 내지는 예비 대선의 성격으로 다소 부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강원택, 2012). 물론 이것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대선을 중심으로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며 어떻게 선거에서 표출된 사회적 요구와 정치의 대응이 어떻게 엇갈려 왔는지를 살펴보고, 우리가 이를 극복할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를 집어본 후, 선거의 의미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결론지어보도록 하겠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 분출되는 요구, 엇갈린 정치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정치를 지배했던 의제를 꼽으라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경제발전은 해방과 한국전쟁 등 격변의 시기를 겪으면서 세계 최빈국으로 꼽혔던 현실에서 분출되었던 요구에 바탕을 두고 있었으며, 이는 6~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전면적으로 내세운 의제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정권의 시기를 개발독재라고 칭하기도 한다. 민주화는 그 독재아래에서 자연스럽게 태생된 의제였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개발독재의 산업화가 성과를 거둘수록 당장의 경제적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된 국민들에게서 그 요구는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그 역사적 맥락에서 서로 상극인 듯하지만 사실 시대적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요구의 측면에서는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었다. 6~70년대 국민들의 삶의 문제의 핵심에는 가난에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경제발전이었다. 그리고 경제 성장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는 삶의 문제의 원인을 부정과 부패에 물든 권위주의에서 찾기 시작하였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는 민주화로 표출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997년은 이러한 흐름에서 매우 중대한 기점이 되었다. 우선 민주화에 있어 1997년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는 이루어지면서 일단 형식적인 완성을 이루어냈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의 가장 가시적 성과를 대통령 직선제 쟁취라고 한다면 그 직선제에 의해 실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것은 선거에 의한 권력의 교체를 이루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고속성장 구조가 붕괴되면서 그간 그 속에서 완화되거나 감추어져 왔던 사회적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속성장 속에 감추어져왔던 사회문제들이 민주화와 동시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으니 가희 민주화의 비극이라 할 만하였다.

 

현재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빈곤과 양극화, 자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추이를 보면 [그림 1]과 같다. 이와 관련된 지표들은 모두 문민정부가 들어선 90년대부터 완만하게 악화되거나 정체되어 있다가 97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리고는 2000년을 기점으로 잠시 완화되었다가 2000년대 초반에 다시 급격한 악화가 시작되어 지속적으로 상승 또는 감소하는 추이를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즉 경제위기 때 닥쳤던 사회적 위기는 김대중 정부 시기에 잠시 완화되는 듯 하였으나 노무현 정부 시기에 다시 본격적인 악화를 겪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민주화 흐름에 있어서는 정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역주의 타파와 탈권위주의를 전면에 내걸었던 노무현 정부는 민주화의 완결판이리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추어 분권화도 강력하게 추진하였지만 그 당시 상황은 국가의 주도적인 위기개입이 절실했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엇박자는 사회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깊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사람이 권력을 잡은 듯 보였지만 삶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본격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민주화의 의제는 힘을 잃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다시 떠오른 것은 경제성장의 의제였다. 민주화가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니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이 다가온다면 다시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이에 화답을 하듯 2007년 대선에서 현대건설 입사 12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 즉 경제성장 시대의 상징인 이명박 후보가 연 7% 성장에 4만달러 국민소득으로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만들겠다며 747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정동영 후보는 8%로 받아치는 등 선거는 온통 ‘성장’판이었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지만 집권기간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1%로 노무현 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4.3%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주간경향, 2012). 경제성장의 신화가 집권을 하여도 고속성장은 다시 찾아오지 않으니 그렇게 경제성장의 의제도 퇴색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퇴색된 전통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의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의제였다. 결국 사람들이 앞의 두 의제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의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결과이다. 2008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공약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력은 급격히 확산되었다. 저출산 대응으로 등장하게 된 무상보육, 노인빈곤 문제로 인해 도입하게 된 기초(노령)연금 등은 그 대상도 소외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하위 70% 등 포괄적으로 설정되어 상당수의 사람들이 정책으로 인해 실제 삶의 문제가 완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중심의제는 단연 경제민주화와 복지였다.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데 뒤지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의제라고 여겨졌던 것들이지만 여당은 같은 해 총선에서 전면 무상보육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미 1년 전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안을 직접 발의하였으며,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 박사를 영입하는 등 의제를 선점하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결국 집권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현재 목도하다시피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집권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국민들의 삶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중심의 경제대책들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사회는 2000년대부터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삶의 문제의 해결을 원하며 그 욕망이 정치에 표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악화되기 시작한 문제는 계속되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나 청년실업 등 새로운 위기가 더해질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과거의 향수를 공유하고 있는 고연령층이나 특정 지역기반 등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 버티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현재의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구호를 다시 외치는 것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복지의 경우에는 이미 여러 번 예산 논란을 겪으면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공유되었다. 예를 들어, 최근 공무원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조정하자는 것이 매우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 되어 여야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대립하였다. 그러나 애초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었던 것은 가장 진보적이었다는 노무현 정부였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이었다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대국민 호소문까지 써가며 추진했던 것이다. 아무리 복지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집권한다고 한들 충분히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면 금방 재정논리에 휩싸여 누구보다도 후퇴할 수 있는 것이다.

 

대안이 있는 선거를 위하여

지금까지 민주화 이후 우리사회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지만 정치의 대응은 이에 계속 엇갈려왔음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전통적인 경제성장이나 민주화의 의제가 적합하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의제가 등장했던 것처럼 이제 현재의 심화되기만 하는 사회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절실한 시기인 것이다. 이는 점차 단순한 구호의 싸움이 아니라 대안의 설득력과 구체성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빈곤과 양극화, 실업과 고용불안 등의 사회적 위기를 대응하는 것과 재정 및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설득력있는 고리로 연결되지 못하면 공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구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 성장론’을 들고 나오고,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공정성장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정치하지 못하다. 더불어 성장론도 비정규직 차별 철폐, 최저임금 인상, 혁신중소기업 육성, 국토균형발전, 사회적 경제활성화 등 그동안 무수하게 등장했던 구호들의 집합에 불과하다. 공정성장론 역시 현재 대기업에 편중된 경쟁구조를 보다 공정하게 하면 혁신성장이 될 수 있다는 구호 수준이다. 각각의 ‘론’을 내세우면서 법안과 대책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그에 필요한 일부일 순 있어도 이들이 이루어지면 정말 더불어 성장이나 공정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인지 충분한 대안이 담겨있지는 않다.

 

이렇게 정치권의 대안이 여전히 구호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도 않고, 그럴 수 있는 기반도 없기 때문이다. 오랜 권위주의와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정치권의 몫이란 저항의 구호를 앞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은 언제나 정부 관료들의 몫이었다. 지금까지도 구체적 정책 생산의 기반은 이러한 정부 관료들의 부처 산하에 있는 국책연구기관들에서 나온다. 이러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부의 요구에 의한 연구가 주를 이루다보니 당연히 사회적 대안을 생산하는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한 것은 경제계 쪽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소 등 대기업의 싱크탱크들은 97년 경제위기 이후에 자사의 이해를 반영하는 정책생산에 관심을 집중시켜 왔으며(황윤원, 2009),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미 FTA를 추진한 배경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기실 기업 연구기관의 대표격인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국책연구기관의 대표격인 한국개발원(KDI)을 예산, 인력 등의 규모에서 훨씬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이러한 연구기관 역시 자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일 뿐 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안을 생산하는 것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당 연구소는 어떠한가. 주요 정당들은 국고보조금을 포함하여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자체적인 전문인력부터 부족한 상황이며, 정당에 소속되다보니 단편적인 정치적 이슈투쟁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황윤원, 2008). 대부분의 정책연구는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며, 정당 부설이다 보니 정당의 하부조직으로 인사나 운영에 있어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단편적인 이슈에 매몰되고 사회적 대안생산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정치가 구체적 대안보다는 구호에 익숙하다보니 역시 정당 연구소조차 단편적 논리제공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독립성도 있으면서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는 시민사회의 싱크탱크는 어떠한가. 주요 국책연구기관이나 기업의 경제연구소들이 수백억의 예산을 사용하고, 정당연구소들이 수십억의 예산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사회 연구소들은 1억 미만인 경우가 1/3에 달하고 대부분 한자리 수를 넘지 못했다(홍일표, 2011).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안정적이고 구체적인 생산물을 내기에는 그 기반자체가 매우 취약한 수준인 것이다. 결국 사회적 난제를 풀어내기 위한 대안을 의미있게 생산하기에는 영세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 어떤 제대로 된 대안이 출현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희망일 것이다. 물론 규모 있는 연구소가 대안의 생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앞서 든 영국의 예에서 복지국가의 출현에는 페이비언 소사이어티, 대처리즘의 등장에는 경제문제연구소(IEA), 신노동당의 등장에는 공공정책연구소(IPPR)이 있었지만 이 싱크탱크들은 작은 소모임에서 시작하거나 한, 두 명의 연구자의 후원자에 의해서 출발한 것이었다(김보영, 2015). 하지만 이들의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으면서 다양한 경로의 재원을 끌어들여 연간 수십억 규모의 싱크탱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뿐 아니라 정당, 노동조합, 민간재단들이 그 재원이 되었고 이 싱크탱크들은 이 재원간의 균형을 맞추는 등 자신들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한 것이다.

 

대안이 있는 정치,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더 이상 구호의 정치가 아닌 대안의 정치가 되어야한다는 명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대안생산 구조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의식있는 연구자들의 머리맞대기식 대안모색이 전부라면 우리는 일정수준 이상의 설득력있는 대안을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선거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심판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적 행동만 따질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는 구조부터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강원택, 2012, “왜 회고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한국정치학회보』, 46(4), 129- 147.
김보영. 2015. “베버리지 복지국가에서 캐머런 정부까지: 복지국가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 싱크탱크의 역할과 전략에 대한 영국 사례연구”. 『한국사회복지학』. 67(2). 259-284
김태완 외, 2008, 『2008 빈곤통계연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간경향, 2012, “‘747공약’ 공수표로 끝났네”. 1006호. 12월 25일자
황윤원, 2009, “정책결정과정에서의 민간싱크탱크 역할과 발전방안 연구”. 『한국거버넌스학회보』, 16(3), 1-31.
황윤원, 2008. “우리나라 정당 싱크탱크의 실태 분석과 발전방향”. 『한국거버넌스학회보』, 15(3), 383-413.
홍일표. 2011. “한국에서 ‘시민사회 싱크탱크’의 발전과 특성: 33개 시민사회 싱크탱크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NGO』. 9(1). 93-128.
홍진표·최순호, 2011. 『대한민국 자살현황 연간보고서』. 보건복지부·한국자살예방협회

목, 2016/03/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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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헌재 판결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명령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한다

‘군대가 아니면 감옥인 사회’를 바꿀 평화의 문을 연 결정

하루빨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오늘(6/28)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병역법」  제5조 제1항 소정 병역의 종류로 정하지 아니했기 때문에, 위 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며, 다만 2019년 12월 31일까지 잠정적용하는 것으로 한다는 잠정적용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는 입법 부작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인데, 헌법상 요구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결정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의 실현으로서 인정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제가 주어져야 함에도 이를 보장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위 결정은 다양한 양심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결정이며, ‘군대가 아니면 감옥인 사회’를 바꿀 평화의 문을 연 결정이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노력해왔던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오늘의 결정을 환영한다. 더불어 하루빨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너무 오랜 기다림이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전과자가 되어야 했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다양한 양심과 평화적 신념을 인정하지 않고 처벌으로 일관해왔다.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병역법」 앞에서 좌절되었다.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기록이 확인되는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양심(또는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처벌을 받은 사람은 1만 9천 8백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수감 기간만 합쳐도 3만 6천 년이 넘는다. 누구의 것을 뺏은 적도, 누구를 해친 적도 없는 사람들의 헤아릴 수도 없는 기다림이었다. 비록 늦었지만, 오늘의 결정은 우리 사회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오늘의 결정이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선언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진정한 의미에서 한 발짝 앞당겼다고 평가한다.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8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예정하고 있는 대법원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여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 국방부 역시 헌법재판소 결정 직후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정책 결정 과정 및 입법 과정을 거쳐 최단시간 내에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국회는 상임위에 잠자고 있는 「병역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하루속히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 31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관련 입법이 2018년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신속하게 논의되어 2019년부터는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다른 국가기관을 기속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처벌을 중단해야 한다.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위법한 신상 공개를 즉각 취소해야 하고, 법무부는 수감생활을 마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면/복권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를 때,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200여 명의 병역거부자는 헌법상 권리를 실현한 이유로 처벌을 받고 감옥에 갇힌 것이다. 수감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법무부의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4년,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위헌 여부를 심사했던,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자를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는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관해서는 합헌을 법정 의견으로 선고했다.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적 인정과 대체복무 제도의 입법이 강제된 것은 사실이지만, 처벌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난 것은 매우 아쉽다. 이로 인해 현재 재판 중이거나 수감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권리 구제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사법부와 법무부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전체적인 취지를 적극 고려하여 이에 부합하는 무죄 판결과 관련 후속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찍이 의견서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시민사회의 제안」을 발표하며 합리적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대체복무제는 군 복무 면제나 특혜가 아니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존중하면서 현역 복무와 형평성이 맞는 복무를 부과하여 공동체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국제사회가 확립해 온 원칙을 바탕으로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기준’을 제안했다. 그것은 ▷대체복무 관련 심사와 운용은 군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점 ▷현역 군 복무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긴 대체복무제는 또 다른 징벌이 된다는 점 ▷현역 또는 예비군 복무 중이라도 대체복무제를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또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 병역거부자 당사자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것도 강조했다. 이제는 소모적인 찬⋅반 대립을 넘어 ‘어떤 대체복무제인가’를 논의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한국 사회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함께 애써주신 모든 법률가, 언론인, 활동가, 그리고 성역에 맞서 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양심이 이겼다. 평화가 이겼다. 평화를 석방하라.

 

2018년 6월 28일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목, 2018/06/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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