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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적 공공기관 누리집, 시민들 정보접근권은 신경 안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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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적 공공기관 누리집, 시민들 정보접근권은 신경 안써?

익명 (미확인) | 화, 2016/02/16- 17:28

대한민국의 많은 법률들은 시민들의 권리와 안전한 생활을 위협하는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 공표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정보들이 얼마나 잘 공표되고 있는지 정보공개센터에서 확인해봤습니다.

 

14개 법률의 공표의무사항들을 검토하고 각 부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행정처분이 얼마나 있었는지에 따라, 법적 공표 기간에 따라, 혹은 소관 업무나 사이트가 어떻게 분리되어 있는지에 따라 공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난이도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반 행위자와 사항들이 알기 쉽게 정리되고, 쉽게 열람할 수 있는 부처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공표정보들은 세부내용을 보기도 전에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공표정보의 링크가 메인 페이지에 떡하니 게시되어 있음에도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표되야 하는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와 처분 현황은 그 정보가 게시되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mafra.go.kr)’,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nags.go.kr)’ 두 부처의 사이트 모두에서 열람이 불가능했습니다.

 

 

 

 

 

열람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 1) ‘보안상의 문제로 익스플로러 6.0 이상의 브라우저만 지원하고 있어 크롬 등의 타 브라우저에서는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2) 익스플로러에서도 보안프로그램 다운 및 실행 오류로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익스플로러밖에 모르는 바보..!

 

많은 정부사이트들이 단순한 정보열람에도 보안프로그램 패키지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다보면 복잡한 절차와 잦은 오류로 인해 열람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원산지 위반사항은 시민들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열람하기까지의 길은 멀고 험난한 상황입니다.

 

정보를 열람하기까지 상당히 까다로운 사례는 또 있는데요,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표하도록 하고 있는 성범죄자 정보 및 현황입니다.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의 신상정보공개와 취업제한 등> 에 관한 시행령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주소 및 실거주지, 신체정보, 사진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개별적 사이트를 구축해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사이트는 성범죄자 알림e’ 인데요, 인터넷사이트 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시민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몇 가지 관문이 있습니다. 1) 먼저 5가지 종류의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2) 공인인증서나 아이핀, 전화번호인증, 주민번호인증 등의 방법으로 실명인증을 거쳐야 공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위 법률에서 전용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공개정보를 열람하려는 사람은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의 방법으로 실명인증을 받아야 하, ‘공개정보를 열람한 사람의 신상정보와 접속정보를 일정 기간 동안 보관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러하다라는 근거 이외에 열람자의 개인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명분에 따라 수집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번호와 핸드폰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의 안 함을 누르면 보지 못하리.

 

 실명인증의 절차에 있어서도 사용하는 기기나 브라우저에 따라 정보에 접근하기 까지 수많은 오류를 마주하곤 하는데요, 특히 아이핀인증이나 전화번호 인증은 보안 프로그램의 충돌로 인한 오류가 잦아 링크된 페이지에서 정보 입력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공인인증서는 법률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이용하기 상당히 까다롭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청소년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자 할 때는 부모와의 동행 하에 은행에 직접 방문하도록 요구하는 금융기관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죠.

 

 물론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의 경우, 오류가 발생했을 시 대처법에 대해 홈페이지 내에서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고, 주민번호 인증 등 비교적 쉬운 인증방법을 이용할 수 있어 절차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정부사이트들에 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설치 오류에 대해 아무리 잘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정보열람에 있어 시민들의 편의성이 향상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인증서 및 각종 보안프로그램의 설치 요구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을 행정기관이 아닌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는 정보들에 있어, 왜 열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명인증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그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 역시 비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시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설정하지 않고, 주민번호나 전화번호를 수집하지 않고 악용의 소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당장 그 방법이 없더라도 지금처럼 개인정보를 내놓지 않으면 정보를 볼 수 없어!”라는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 악용의 소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정말 열람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할 만큼 우려할만한 것인지 좀 더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행정적 편의에 치우쳐 있는 공공기관들의 공표정보공개 현황, 시민들의 정보 접근과 행정에 대한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반성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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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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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Usline>



2017년 1월 18일, 정보공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제기한 '국정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 명단 정보공개거부취소 소송'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적 임무 수행의 투명성을 위해 집필진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입니다. (법률신문, [판결] "국정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명단 공개해야", )


정보공개센터는 2015년 11월 20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 국정교과서 집필진편찬심의위원들의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교육부는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며 12월 3일 집필진 명단과 편찬심의위원 명단에 대해 비공개 결정통지를 해왔고, 이에 12월 24일에 정보공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공동으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까지 제기하였습니다. (2015/12/25 - [오늘의정보공개청구] - 정공센&민변 교육부에 정보공개거부취소소송 하다 "집필진을 공개해!")



2016년 9월 9일, 1심 재판부는 교육부가 정보공개를 굳이 하지 않아도 11월에 집필진이 공개될 예정으로 2달 후에는 국민들의 알 권리가 충족될 것이라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는데요, 이는 그동안 짓밟혔던 국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판결일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정부 기관이 소송으로 시간을 끌며 정보 공개 요구를 무시할 수 있도록 빌미를 주는 처사로, 시민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적 판결이었습니다. (2016/09/08 - [오늘의정보공개청구] -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개하라는 국민에 "가만히 있으라"는 판결)


정보공개센터는 이에 항소심을 제기하였고, 4개월이 더 지난 끝에 정보비공개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2년 동안의 긴 싸움끝에 얻은 승소판결은 시민들의 알권리와 정책과정에서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기에 무엇보다 반갑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2년동안 정부는 당초 투명한 집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밀실행정으로 교과서 제작을 강행했고, 7억 6천만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연구비를 집필위원들에게 지급하며 오류와 왜곡 투성이인 국정교과서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기존 교과서와 혼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시민과 학자들은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작단계에서부터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았던 국정교과서가 폐기 요구를 받는 것은 어찌보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을 텐데요, 여론 수렴을 배재한 채 사회적 비용만 탕진하는 쓰레기 행정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참여를 위한 시민의 알 권리는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알권리와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판례를 더 많이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중한 판례들을 디딤돌 삼아, 정부의 정보 독점과 밀실행정에 맞서 더 열심히 싸워나가겠습니다.    




*서울 고등법원의 판결문을 첨부합니다.

_고등_2016누65987_교육부장관_201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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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2/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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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오늘부터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전국 사립대학에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해집니다.

 

사립대학은 고등교육법따라 설치된 학교로서,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 입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정보공개포털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학생과 시민들이 쉽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없었는데요, 드디어 오늘! 전국 사립대학이 정보공개 포털에 등록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사실 한국의 정보공개포털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도 청구를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편의성이 높고, 청구 이후의 절차나 담당자, 문의처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의신청도 결정통지 페이지에서 바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는 모든 사립대학을 정보공개 포털에 등록시키라고 끊임없이 요구 해왔습니다.

 

올해 초, 정보공개센터에서 서울시내 36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제도 운영현황에 대해 전수조사 해본 결과, 정보공개청구를 홈페이지에 안내한 대학은 17, 47%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학교의 경우, 학교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싶다고 한참 설명한 뒤, 수차례 더 통화를 거쳐 담당부서 및 담당자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안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접수를 진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해왔는데요, 메일 계정을 관리하지 않아 휴면상태가 되어있다든지, 담당부서에서 응답을 하지 않아 청구접수 확인조차 안 되는 학교가 대다수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난 여름 정보공개센터에서 주최한 사립대 정보공개 워크샵에서 20명의 학생, 시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했었는데요, 서울 시내 사립대학 중 청구인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는 곳은 숭실대 단 한 곳 뿐이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에서는 공공기관은 정보의 적절한 보존과 신속한 검색이 이루어지도록 정보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정보공개 업무를 주관하는 부서 및 담당하는 인력을 적정하게 두어야 하며,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립대학의 경우 청구한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은 둘째 치고, 본인들이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청구를 하기 까지 절차가 이렇게 험난하다보니, 사립대학이 의혹 덩어리인데 비해 들어오는 정보공개청구 건수 역시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36개 서울 사립대학 중 정보공개처리 현황을 공개한 9개 학교를 살펴보면, 2015년에서 20163월까지 청구 건수가 평균 9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동일 기간 동안 시스템에 등록되어있는 44개 국공립대는 평균 65건의 청구를 받았는데요, 편의성이 떨어지니 청구를 많이 받지 않고, 청구를 많이 받지 않으니 정보공개의 중요성은 내팽개쳐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사진출처 Usline>


사이 이대 미래라이프 사업 등 대학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고, 대학본부의 비밀주의와 깜깜이 운영에 문제제기를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행정자치부에서는 올해 안으로 전국 사립대학을 정보공개포털에 등록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오늘부터 포털을 통해 사립대에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작은 성과를 얻게 된 셈인데요, 사립대학이 그 동안 정보공개 문제에 있어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만큼, 시민들의 편의와 정보공개 제도의 좀 더 나은 운영을 위한 행정자치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시민들과 행자부의 끊임없는 요구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포털 등록은 절대 안 된다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친 6개 대학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가장 두려워하는, 비밀이 많으신 6개 대학...어디일까요?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원광대학교

-농협대학교



<사진출처: 뉴스1>



다른 모든 전국 사립대학이 포털을 통해 더 쉽게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이 와중에도, 위 대학들은 정보공개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사립대학의 예산 규모로 비추어 보았을 때 정보공개제도를 운영할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상황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정보공개청구가 너무 많이 들어오게 될까봐 우려하는 것도 있겠지만, 정보공개 요구가 많다는 것은 그 동안 그 기관이 얼마나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척도일 것입니다. 청구가 너무 많다면 미리 온라인을 통해 공개해 놓으면 될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위 학교들이 투명성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부의 지원 사업에는 정부방침이라며 그렇게 잘 협조하더니 행정자치부의 포털등록 이행에 대해서는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행태. 의무와 책임은 피하고 어떻게든 특혜만 얻으려는 대기업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이 명백한 사실을 잊고 있는 6개 대학에 정보공개센터는 앞으로 더 많은 정보공개 요구와 압박으로 응답하겠습니다.

 

6개 대학은 제외되었지만, 이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정보를 요구하고, 처리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사립대의 정보공개 인식 수준도 향상될 수 있길 바랍니다.

 

대학 운영 정보에 대한 공개가 실질적으로 이루질 수 있도록, 정보 독점이 점점 더 완화될 수 있도록, 정보공개센터도 지속적인 제도 연구와 모니터링을 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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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12/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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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여·야간 특수활동비 개선 여부를 두고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국회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산재해 있고, 당장 며칠 뒤부터는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는 그 업무마저 정지되었을 정도다. 특수활동비는 지금처럼 정치영역에서 논쟁 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사회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잘 알려졌다시피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또한 최근에는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고위공직자들의 부정사용 의혹과 비리가 연달아 발견되어 왔기 때문이다.


위 사진:(출처: 국민TV)


특수활동비가 뭐길래 


특수활동비 개선을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특수활동비 공개와 개선에 반대하고 있다. 그 명분은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감사원, 국회, 헌법재판소 등 정보기관과 수사기관, 헌법기관에 편성되는 특수활동비가 세세하게 공개되고 그로 인해 사용이 제한될 경우에는 국가안보가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 및 의정 효율성을 위해 고위 공직자들이 드러나지 않게 행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그간 공직자들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으로 특수활동비 사용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기관 전체 약 8800억 원의 특수활동비 예산 중 절반이 넘는 약 47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적절하게 쓰이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특수활동비에 관한 입장 차이 같지만, 이 문제는 사실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는 이 논쟁이 안보와 행정 및 의정 효율성이 알 권리와 충돌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결국, 가치의 문제라고 할 때 이들 가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보고자 한다. 논의가 혼탁할 때는 결국, 본질을 확인하는 것이 최소한 명확함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와 효율성 VS 알 권리?


우선 국가안보는 국가 안전보장(安全保障, national security)을 줄인 흔히 쓰이는 개념이다. 국가가 외부의 위협과 불안에 대해 안녕이 보장되고 대응이 준비된 상태를 말한다. 근대국민국가가 들어서고 국경이 존재한 이래, 모든 국가들에 외부의 위협은 항시적인 것이었다. 결국, 안보는 달성 가능한 완료상태나 객관적 도달지점이 아닌 항시적으로 지속되는 정부의 행위이며 주관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국가안보의 범위나 행위 또한 역사적으로, 시기적으로, 또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냉전이 해체되면서 전 세계, 특히 북미와 서유럽에 위치한 선진국들의 안보 조건은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으로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이 두 국가 각각의 북쪽과 남쪽 국경은 휴전선이다. 또한 한국의 산업기밀을 외국(특히 중국)으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들의 활동 또한 지속적인 안보문제로 대두된다.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가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활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이런 중요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증빙 없는 예산의 지출도 가능하다. 단, 조건은 이런 안보활동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한 원칙으로 두고 내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국민들이 정보기관을 신뢰하는 한에서 그렇다.


다음으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되고 있는 행정 및 의정의 효율성(效率性, efficiency)이란 것은 경제적 개념이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산출과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말은 곧잘 생산성(生產性, productivity), 경제성(經濟性, economic efficiency)과 같은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경찰과 검찰, 감사원 같은 치안과 수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성공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사과정에 긴급하게 필요한 지출을 증빙하지 않도록 하는데, 이런 증빙이 필요할 경우 증빙 절차에 따른 행정력과 시간이 등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경우에는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특수활동비가 국회의장, 부의장, 교섭단체장, 각 상임위장을 맡는 의원들에게 지급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특수활동비의 명목은 분명 의정활동의 효율성일 것이다. 국회 내의 치열하고 분분한 쟁점들을 원활하게 조율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국회 외부의 자원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의 일을 정해진 회기와 멀게는 임기 내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부터 국회의원에 이르는 공직자들에게는 이런 효율성이 중요하다. 단, 조건은 이런 특수활동비가 공직자들의 당연한 특권으로 머물거나 개인적인 편의, 유흥, 또는 어떤 형태의 경제적 이득으로 유용되지 않는 한에서 그렇다.


반면 앞서 설명한 가치들과 대립하고 있는 알 권리(right to know)는 (정치적)표현의 자유와 상보 관계를 이루는 인권 개념이다. 알 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상보 관계를 이루는 인권 개념인 까닭은 시민으로서 개인이 정부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면 자유로운 옹호와 반대, 비판, 대안제시 등의 의견개진과 함께 넓게는 이런 정치적인 결단에 따른 결사 또한 금지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알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특수활동비는 국가구성원 각 개인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국회가 안보와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라는 합의에 의해 알 권리라는 보편적 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권을 제한하는 것의 정당성이란 것은 앞서 이야기한 가치에 달라붙어 있는 조건들을 충족하는 것에 있다.



특수활동비, 알 권리를 요구하자


하지만 이런 안보와 효율성이 용인되는 조건으로서 정당성들은 일찍이 무너졌다는 걸 국민 모두 알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012년 대선개입과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내국인 사찰의혹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하지 못해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 간부들에게 나름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올해 홍준표 경남도지사, 신계륜 의원 등 공직자들의 특수활동비 유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수활동비가 공직자 개인에게 부여되는 당연한 특권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드러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최소한 특수활동비 제도 정비를 위해 일시적으로라도 특수활동비에 대한 우리의 알 권리를 다시 요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성국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


*이 칼럼은 2015년 9월 2일자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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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9/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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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죠. 유행은 지났지만 여전히 취업난에, 경제난에 몸과 마음이 아픈 청년들이 많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청년들이 아프기 전에 미리 사회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태어나자마자 가입이 의무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최근 2017년 각 부문별 건강검진 안내문이 공개되었는데요, 청년 세대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자료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본문 3줄 요약 : 

20세-39세의 청년들이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건강검진도, 암 검진 등의 주요 질병 검진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황. 특히 암 환자에게 3년간 최대 600만원까지 지급되는 지원금도 지원자 대상에서 제외되어 지원받을 수 없음. (*의료급여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은 별도)



먼저 2017년 일반건강검진 안내문에서 대상자 선정 부분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요,  



헉! ㅠ.ㅠ

청년세대는 세대주가 아니거나 직장이 없다면 매년 혹은 2년마다 실시하는 기본적인 건강검진에서도 제외가 되고 있었습니다! 장기 불황으로  20세 이상 40세 미만의 인구 중 미취업자 비율이 2017년 2월 현재 33%가 넘어가고 있는데요(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10명 중 3명은 세대주가 아니라면 기본적인 건강검진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업 준비 기간이 장기화되고, 그동안 청년들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되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관련 기사들(하단 링크 참조)에 따르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청년 중에는 건강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하지 못해 ‘생계형 체납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이들의 경우,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질병을 키울 수 있어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다음은 국가암검진 인데요, 역시 청년세대(20세-39세)는 자궁경부암 검진을 제외하고는 암 검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건강검진 안내문에는 ‘암은 생존율이 높은 초기에 확진을 위해서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까지 친절하게 적혀있지만 20세-39세는 국가암검진 대상자가 아니라니 아이러니합니다.



이에 관련 내용을 건강보험공단의 관련 부서로 문의했는데요, 관련 부서는 청년세대가 암 검진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건강검진제도가 만들어질 때 성인병을 진단하는 데에 주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건강검진 항목은 국가건강검진원칙에 따라 설정되는데 이 원칙을 따르다보니 청년세대는 암 검진에서 제외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을 구성해야 하다 보니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 보다 커야 하는데,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암 발병률이 장년층보다 낮아 이득이 손해 보다 크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국가건강검진원칙 1.중요한 건강 문제 일것 2.조기에 발견하여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 것 2-1.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정확한 선별검사방법 및 검사주기가 존재 할 것 2-2.조기발견에 따른 근거 있는 치료 및 관리방법이 있고 가능 할 것 3.검진방법이 수용성이 있을 것 3-1.국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일 것 3-2.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을 것 (검진기관 수,시설,장비,인력 등) 4.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5.비용대비 효과가 있을 것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암 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의료비를 지원 대상이 되려면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중 필수 조건은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확인된 암환자일 것’입니다. 해당 사업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최대 200만 원씩 3년을 지원받는 큰 사업입니다. 2014년도 기준으로 암 발생자수 중 20세-39세가 16,743명(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애초에 국가암검진 사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자궁경부암 환자 제외) 암에 걸려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암환자 의료비 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39세라면 40세에 검진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ㅠ.ㅠ 만에 하나 암 환자라면 암세포가 계속 자라겠죠..ㅠ.ㅠ)


건강보험공단 담당 부서의 설명대로 재원이 한정적이라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은 20세-39세의 국가암검진은 검진 주기를 길게 잡거나 미실시한다 치더라도, 암 환자의 의료비 지원 사업에서 나이를 이유로 지원 대상에 차별을 두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보험이나 재산이 적은 청년세대에게 이런 제도는 꼭 필요한 것 아닐까요?


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건복지부의 제 2차 (16년~20년)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7년도의 과제 중 하나로 20~30대 건강검진 프로그램 개발 및 타당도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한 점입니다[각주:1]. 현재 암 검진은 물론, 우울증 검진 등 여러 분야에서 청년세대의 건강검진은 제외되고 있는데요[각주:2], 정보공개센터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해당 연구와 사업의 진행 상황도 모니터링하겠습니다.

건강검진기본법의 기본이념은 모든 국민이 건강위험요인과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음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건강검진, 아프니까 의료비 지원!’이 되도록 건강보험공단은 조속히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참고 웹사이트와 기사  

■웹사이트

국민건강보험단 건강검진 안내 페이지 

https://hi.nhis.or.kr/aa/ggpaa001/ggpaa001_m01.do

보건복지부 http://www.mohw.go.kr/

국민건강보험공단 https://www.nhis.or.kr/

■참고 기사

"전국민 의료보장 국가 맞나?…건강보험 사각지대 400만명 방치", 라포르시안, 2017.1.17 (2017.3.15 접속)

"건강보험공단, "생계형 체납자, 제한 받지 않는다?"...건강세상 "거짓말", 김영식, 스페셜경제, 2017. 2. 9 (2017.3.15접속)

""아파도 참아야 하는 나는 건강보험료 체납자입니다"", 홍미은, 여성신문, 2016.8.23 (2017.3.15 접속) 


*본문의 원자료를 첨부합니다. 

2017년생애전환기건강진단안내문.pdf

2017년일반건강검진안내문.pdf

2017년암검진안내문.pdf

160728_제2차_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_최종본.pdf

성_연령별_경제활동인구_통계청_경제활동인구조사.xlsx

61개_암종_성_연령_5세_별_암발생자수__발생률_보건복지부_암등록통계.xlsx




  1. 보건복지부 제 2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서 26페이지 [본문으로]
  2. 보건복지부 제 2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서 22페이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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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3/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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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게임: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이 개인정보를 판매 촉진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지, 동의를 받지 않고도 분석, 가공, 판매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에는 막대한 이윤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안이다. (이은우 변호사, 정보인권연구소)

강원도에 사는 스무살 대학생 철수가 페이스북에 재잘거리는 한담이, 제주도에 사는 서른살 직장인 영희가 트위터에 올리는 짧은 한탄이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고급 정보’가 될 가능성은 그 자체로는 제로다. 하지만 10만 명의 철수가 100만 명의 영희가 모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빅데이터,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날 컴퓨팅 기술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생산되는 무수히 다양한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드디어 ‘정복’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걸 상징하는 용어는 ‘빅데이터’다. 이제 쓰고, 말하며, 대화하고, 소비하는 물리적인 컴퓨터 서버의 어딘가에 저장된다. 이제 디지털 저장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대신한다. 우리는 그저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흘려보내면 그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디지털 전자신호로 서버 속 공간 아닌 공간을 흘러갔던 정보는, 철수와 영희는 영영 모르는 채로, 이제 산업적인 가치를 가지는 정보로 재가공된다.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정보의 총체적 재구성이다. 모든 흩어진 의미가 ‘찬란한 귀향의 축제’를 맞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더욱더 진화시키고, 이윤을 극대화할 기회이자 재료다.

luckey_sun, "big data", CC BY SA https://flic.kr/p/bx1jvU

luckey_sun, “big data”, CC BY SA

하지만 개인정보 주체들에게는 디스토피아의 서막일 수도 있다. 근대 이후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권리(홀로 있을 권리)를 ‘획득’했다. 그리고 오늘날 문명화한 국가는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의 법률로 규정했다. 자기 정보 통제권(혹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은 그렇게 탄생했고, 그 권리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에 눈뜬 근대적 자아가 획득한 전리품이다. (→ 참고: 거짓말할 수 있는 권리)

단, 이 자기 정보 통제권이 각자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공개된 정보와 비공개된 정보 가릴 것 없이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를 소유하듯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로 해석하면 그것은 곤란하다. 이는 타인들 간에 진실한 정보를 공유하는 생활에 검열권을 가지게 하는 셈이라서 자기 정보 통제권은 균형을 고려한 해석이 불가피하다.

 

위험한 게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기업에 빅데이터가 잠재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라면, 자기 정보 통제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길 수 있는 개인에게는 잠재적 공포다. 그 ‘위험한 게임’이 지금 막 시작됐다. 이름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 국무조정실
  • 행정자치부
  • 방송통신위원회
  • 금융위원회
  • 미래창조과학부
  • 보건복지부

참여 부처의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야말로 통합 가이드라인이다. 그 골자는 이렇다.

‘개인정보라고 하더라도 비식별 조치(익명화)를 거치면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 없이 기업이 이를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가이드라인의 쟁점 

이 글은 가이드라인의 개요와 쟁점을 단계적 ‘Q&A’ 형식으로 독자에게 최대한 쉽게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 이하 ‘가이드라인’으로 표기.
  • 개인정보보호법 → 이하 ‘개보법’으로 표기.
  •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 장한 과장 → 이하 ‘행자부’로 표기.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 이하 ‘오픈넷’으로 표기.
  • 정보인권연구소 이은우 변호사 → 이하 ‘연구소’로 표기.[1]

 

1.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의 중심에 있는 화두는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산업 육성이라는 가치와 개인보호라는 가치를 조화롭게 공존하게 하는 게 가이드라인의 취지라면, 이에 시민단체(오픈넷)와 정부(행자부)의 평가와 시각 차이는 명확하다.

오픈넷은“법률적으로 빅데이터에 대하여 정의된 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최근 빅데이터라는 단어 자체에 천착하여 빅데이터 산업의 진흥만이 주로 논의될 뿐, 빅데이터 환경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고, 가이드라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한다.[2]

정보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Intersection Consulting, CC BY NC

이에 대해 행자부는 빅데이터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의 관계는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데이터 이용함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자평한다.[3]

 

2. ‘비식별 조치’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비식별 조치’(익명화)다.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 방법과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런데 ‘비식별 조치’라는 용어, 익숙한가? 용어 정의부터 잘못됐다는 비판과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연구소는 ‘비식별 조치’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용어 자체가 부적절한 법률용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비식별 조치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개인정보 보호법제와 유사한 유럽연합과 일본의 용어 정의를 참고해보자.

  • 유럽연합“익명화된 데이터”(data rendered anonymous)[4]
  • 일본: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시 “익명가공정보” 규정한다. 익명가공정보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가공하여 얻어지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해당 개인정보를 복원할 수 없도록 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5]

더불어 ‘비식별 조치’ 혹은 ‘비식별화’라는 표현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가이드라인의 ‘비식별 조치가’가 ‘익명화’나 ‘익명정보’ 혹은 ‘익명가공정보’와 같은 의미라면 그냥 ‘익명화’나 ‘익명정보’로 쓰면 될 것을 “문법에도 맞지 않는 신조어”를 사용해 국민에게 혼동을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비식별 조치'는 쉽게 말해 '익명화'라고 할 수 있다.

‘비식별 조치’는 쉽게 말해 ‘익명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행자부는 익명화든 비식별 조치든 “이는 용어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내용이 중요하지 용어 선택은 부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국제적으로 ‘비식별화’를 쓰는 추세”라고 부연한다.[6]

한편, 오픈넷은 연구소 입장에 동의하면서, ‘익명화’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는 입장이다.[7]

 

3. 가이드라인의 ‘비식별 조치’ 평가 기준은 타당한가

여러 문제와 논란은 별론으로, 우선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집중해 보자.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와 이에 대한 적정성의 평가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다. 그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비식별 조치’의 기준은 과연 합리적일까.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의 위 해당 문답을 해석하면 “이는 재식별 가능성이 현저하지 않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면서 “유럽연합에서 익명정보가 ‘더 이상 재식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익명가공정보’란 복구 불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잘못”이며, “재식별 위험이 현저하지만 않다면 개인정보 주체는 그 위험을 감수하라”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해당 문답의 표현 중 “현저히”는 ‘강조 수사’에 불과”하다며, “해당 문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가이드라인의 “전체 체계”가 중요하고, 해당 문구는 “강조 수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행자부는 인터뷰에서 가이드라인의 법적 성질을 묻는 질문에 “유권해석집”이라고 답했다

한편, 오픈넷 “표현의 모호성 때문에 ‘가이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이드라인이 ‘유권해석집’이라면, “구체적인 법 규정에 대한 해석이어야” 할 텐데, “비식별 조치라는 것은 기존 법에도 없는 새롭게 창조한 개념”이고, 이를 해석한다고 하니 “내용뿐만 아니라 법적인 근거나 성질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4. 비식별 조치에 대한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은 비식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정한다. 이 적정성 평가 기준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연구소는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고, 행자부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의 “적정성 평가 기준은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면서 “K(익명성), L(다양성), T(근접성)의 세 가지 방법의 익명화 기술을 적용하라는 것”은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방법과 기준은 “재식별 가능성이 농후한 방법으로 지목받아 왔던 기술”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반박한다. “현재로썬 KLT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고, “(오히려) 유럽에서는 K를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K를 의무화했다”면서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해당 기술의 재식별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지만, “개인정보처리자 입장에서 특정 기술을 이용한 비식별 조치만을 취하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 양 오독할 여지가 큰 가이드라인 규정의 모호성이 가장 큰 문제”[8]라고 지적한다.

 

5. 적정성 평가단: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기기? 

가이드라인은 분야별 전문기관을 두고, 이 전문기관이 비식별 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게 한다. 그런데 이 적정성 평가 기관에 ‘한국신용정보원’과 같은 빅데이터 산업과 이해가 직결한 이익단체가 속해 있어 문제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구소는 이들 기관이 “공정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면서 특히 분야별 전문기관 중에는 “특히 사업자들 모임인 한국신용정보원이 포함”돼 있고, 금융보안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은 “성과 위주의 조직”임을 지적한다.

특히, 한국신용정보원은 금융업계 모든 고객의 신용정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기관(세계 최초)으로 여기엔 이들은 빅데이터 활용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다음 ‘이익단체’들이 참여한다. 더불어 이들 협회 소속 기업에서 그동안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왔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 은행연합회
  • 금융투자협회
  • 여신금융협회
  • 생명보험협회
  • 손해보험협회 등

빅데이터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가 적정성 평가를 한다?

빅데이터 산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이익단체’가 적정성 평가를 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 측에서 특히 문제 삼은 ‘한국신용정보원’은 “우리가 지정한 게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것”이라면서, “분야별로 소관 부처에서 관련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이 문제 관해 오픈넷은 “전문기관 자체가 법률에 근거가 없”고, “정보주체들로부터 개인정보의 처리 권한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사업자 모임 여부와 상관없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6. 입증책임 문제 

가령, A라는 기업이 철수와 영희의 신용카드 구매 정보를 ‘비식별 처리’해서 B라는 기업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비식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입증’ 책임은 누가 질까? 철수와 영희일까? 아니면 A와 B라는 기업일까?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이 “비식별 조치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해당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므로, 해당 정보를 어떤 개인이 “개인정보라고 주장하려면 개인정보 주체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연구소 측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가이드라인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며, “당연히 비식별 조치를 한 측에서 (비식별 조치의 정당성과 적정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2016. 6) 중에서

입증책임 논란에 대해 오픈넷은 법원에 까지 가는 사안이 생기면,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이 ‘추정한다’고 하니 반증이 없는 한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 측에선 해석한 것이고, 행자부 쪽에선 원칙적으로 법원이 가이드라인에 구속되지 않으니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이드라인에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들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조치된 정보를 섣불리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 시점에서 가이드라인의 위치라고 답했다.

대법원

‘비식별 처리’ 문제로 ‘분쟁’이 생겨 법원에 가는 일이 생기면, 기업과 일반 시민 중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질까?

연구소 측에 행자부 답변 내용을 전하자, 연구소 측에선 “가이드라인이 입증책임과 관련 없다면, 가이드라인(의 해당 문구)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의 논리 체계에 반하는 해석을 주무 공무원이 공식적으로 답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하다”고 논평했다. 더불어 가이드라인에 참여한 행정부처들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떤 개인이 ‘재식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신고했을 때, 경찰이 어떤 기준을 따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경찰 수사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인 수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각건대, 행자부의 답변은 궤변이다. 연구소나 오픈넷의 지적처럼, 가이드라인를 준수한 기업조차 다시 재판에서 ‘입증책임’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가이드라인의 존재 근거가 없고, 기업은 가이드라인을 따를 이유도 없다. 반면에 그렇다고 입증책임을 개인에게 지운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가이드라인의 딜레마인 셈이다.

 

7. ‘결합지원’ 문제 

가이드라인은 각각 비식별 조치를 한 개인에 관한 별개 정보집합물을 전문기관에서 개인별로 결합시켜 주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비식별 조치를 한 통신사 고객정보와 비식별 조치를 한 신용카드사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정보를 전문기관에 보내주면 각 개별로 결합시켜 결합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은 00홈쇼핑의 고객정보와 xx카드사의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의 구매 내역 정보를 결합하여 xx카드사의 구매금액 상위 10% 고객 중 00홈쇼핑 고객을 골라 내서 구매내역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홈쇼핑과 카드사가 고객의 동의도 받지 않고, 카드 구매내역을 분석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결합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초등학생이나 유아 등 민감한 정보에도 무방비다. 이런 식이면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은 환자나 산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임신, 출산한 고객 중 월 500만 원 이상 신용카드를 이용한 고객의 구매내역을 분석할 수도 있고,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는 초등학생이나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통신사로부터 초등학생의 이동경로를 분석할 수도 있게 된다. 당사자는 이런 정보 결합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반대할 기회도 갖지 못한다. (연구소 발제문 참조)

연구소는 비식별 조치를 했지만, 개인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비식별 조치를 한 정보가 익명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익명정보로 만들었다면 익명정보가 누구의 정보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하다고 지적한다.

결합지원 이슈에 대해 행자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나름으로 안을 짰는데, 결과적으로 유럽과 유사”하게 됐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제3기관을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픈넷 “법률적 근거가 없는 전문기관에 의한 결합지원 역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앨범 3~4만 장을 파는 현실에서 TIF는

비식별 조치된 정보의 ‘결합지원’ 문제 역시 가이드라인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왜 가이드라인가, 누구를 위한 가이드라인가 

행자부는 가이드라인의 법정 성질을 (개인정보보호법에 관한) “유권해석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법을 개정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었을까? 행자부는 “법 개정은 오히려 업계에서 하는 주장”이라면서, “일본법은 개정안이 통과돼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일본은) 법에서 규정한 안전조치(비식별 조치)를 준수하면,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므로, 우리나라 “업계에서도 법 개정을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드는 것은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가이드라인은 “상당한 재식별 가능성이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이드라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기업의 선의를 믿는다면, 기업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비식별화한 정보를 활용할 것이고, 이는 서비스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이용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식별화하려는 욕망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부정적인 선입견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에 있었던 행위를 회고하고, 성찰함으로써 미래를 전망한다.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뿐만 아니라 기업의 개인정보 ‘매매 사건’(홈플러스 사건), 거기에 더해 이런 개인정보 관련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국가권력(검찰)과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개인정보에 관한 인권 감수성(홈플러스 무죄 선고)을 떠올리면 개인정보의 주체, 그러니 평범한 시민이 기업의 선의, 관리자이자 감시자로서의 국가, 공정한 심판관으로서의 법원을 손쉽게 믿어주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초 매물로 나왔다. 지분 100%의 평가액은 7조 원을 호가한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 그리고 법원에서는 무죄. 홈플러스 사건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다루는 관점과 방식, 국가기관의 관리감독 능력, 그리고 공정한 심판자로서의 법원의 판단, 이 모두가 여전히 신뢰를 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여기서 하나 더 질문해보자. 가이드라인이 아니면 정말 기업이 빅데이터 산업 분야에 제대로 뛰어들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방해 요소일까. 이미 개인정보보호법[9]은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동의 없이 새로운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빅데이터는 바로 통계를 목적으로 삼고 있지 않나.

연구소는 “현재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빅데이터 활용에 장애 요소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공공 부문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분석해 보더라도 공공 부문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익명화하여 처리하거나 동의받는 것을 기초로 하더라도 충분하며, 비식별정보 동의 면제가 있어야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10]

Julien Belli, CC BY https://flic.kr/p/o3eDX5

빅데이터와 개인정보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보 처리 주체와 관리감독 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출처: Julien Belli, CC BY)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이 온갖 논란에 관한 해법은 무엇일까. 명확한 현실 인식은 그 해법을 마련하는 초석이다. 오픈넷의 답변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가이드라인 제정이 지나치게 급한 호흡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진흥이라는 버즈워드(buzz word)에 천착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가이드라인 상 비식별 조치에 의한 “동의” 면제 시도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무력화할 우려가 크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는 “동의” 제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으로 현재 개인정보 보호 법제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비식별조치에 의한 동의 면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핵심을 이루는 “동의”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는 법률 개정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에 따른 비식별 조치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재식별 위험성은 주민등록번호 제도 및 인터넷 상 본인확인을 강요하는 수많은 법률에 의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특히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이동통신사는 식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오히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시대에 동의에 기반한 개인정보보호가 불충분하다. 어떻게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법적 근거 없는 전문기관의 운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 확립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특히 재식별화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만능 열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특히 재식별화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왜냐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자물쇠를 여는 ‘만능열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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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은우, 마케팅 활용 목적 빅데이터 활용과 판매: 개인정보 플랫폼 기업의 탐욕과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 2016. 9. 7. 국회의원회관 제9간단회의실) 별도 인터뷰 인용이 아닌 문단에는 문단이 끝나는 위치에 괄호( )로 해당 발제문의 페이지 수를 표시했음.

[2] 다만, 빅데이터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 수집, 관리 및 처리 소프트웨어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크기의 정보라고 정의되며, 데이터의 양(volume), 데이터 입출력 속도(velocity), 데이터 종류의 다양성(variety)데이터의 양(volume), 입출력 속도(velocity), 종류의 다양성(variety)이라는 세 개의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가트너 보고서). 이를 빅데이터의 3V라고 하는데, 3V가 커질수록 그 데이터의 산업적 가치는 높아지지만, 이에 비례하여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성이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커진다.

[3] 현 가이드라인이 기존에 행자부, 미래부, 방통위에 존재했던 개별안들이 ‘비식별’ 기술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수준이었다면, 검증절차와 보호조치에 관한 내용을 보완하면서 기존 개별안들을 통합한 것이다.

[4] 개인이 더는 식별될 가능성이 없다면(“no longer possible”) 개인정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5] 그러면서 미국은 ‘개인정보’라는 개념 대신 ‘개인식별가능정보’(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라는 개념이 법령에 정의되어 제한적인 보호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더불어 언급하는데, 미국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제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개인정보호보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범위를 규정한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규정이나, 그에 따른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가이드라인을 법제가 다른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설명한다.

[6] 참고로, 현행 개보법에는 ‘비식별 조치’라는 용어나 표현은 없다. 다만 법(제18조 제2항 제4호)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 동의 없이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이 가능한 예외로 “통계작성이나 학술연구 등의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에서 개인정보를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변환하면 제한적 목적(통계작성이나 학술연구 등)이긴 하나 동의 없는 이용이나 제공이 가능하므로 이를 ‘비식별 조치’ 혹은 ‘익명화’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7] 가이드라인이 창설한 비식별화(비식별 조치) 개념은 재식별화하여 개인정보로 인정될 위험성이 상존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만약 비식별화를 거쳐 동의 없이 이용, 제공한 경우 식별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따라 특정 시점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오픈넷)

[8] 물론 가이드라인에서는 특정 기술조치 여부뿐 아니라 종합적 관점에서 판단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다.

[9] 제18조 제2항 제4호

[10] 유럽연합은 우리 법제보다 빅데이트 활용과 관련하여 프로파일링에 대한 규율을 신설, 보완하고, 동의에 대한 규정, 투명성에 대한 규정 등과 관련하여 개인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개인정보보호법제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기업이 재식별화할 의사가 없더라도 재식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고, 비식별화한 정보가 다른 업체에 매매됐을 때 다른 정보와 결합해서 손쉽게 재식별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를 통해서도 실증됐다. 가령 카드사의 구매 정보를 비식별화해서 이 정보를 이통사(이동정보)에 넘겼다면, 두 가지 정보가 결합되면 누가 어디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알게 된다. 재식별화 의지가 없다라도 자동적으로 재식별화된다. 재식별화하면 훨씬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되는데 기업에서 안 할 이유가 있겠나. 더불어 재식별화 의지가 없더라도 해당 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니 그것도 문제다. (연구소)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10.06.)

목, 2016/10/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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