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풍소식] 내성천은 지금 ② : 고려사찰 터를 수장하면서도 그 위에 흙을 다지는 기막힌 이유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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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 소식을 전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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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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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꽃사슴
만화 그리는 디자이너 겸 카페주인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무턱대고 그냥 살아가는 강화도에 있는 버드카페 주인





<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섬에서 삶>은 필자가 제주에 내려와서 살고 정착하기까지 2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제주의 환경, 생태, 생활 이야기를 담습니다.
<필자 소개>
이승은 전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제주도민
생태지평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대학원에서 환경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제주도로 내려와 살고 있습니다.

2006년 9월4일, 미국 알래스카의 북극해의 해안마을 카크토비크에서 북극곰을 만났다. ⓒ남종영
15년 전, 나는 툰드라와 바다의 경계 지점에 있는 카크토비크 마을에 있었다. 마른 식물들을 밟으면, 상큼한 풀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따뜻한 여름날이어서, 갈라진 땅은 우수수 떨어졌다. 땅 속에는 하얀 얼음이 들어 있었는데, 그들은 한 입 베어물면 나타나는 찰떡아이스의 아이스크림처럼 ‘나, 오래된 얼음이야’라고 말을 걸었다.
그런 소리 말고는 적막했다. 나무 한 그루조차 없었다. 바람은 소리를 내지 않고 이끼 위로 날아가기만 했고, 거대한 환초가 막아버린 파도도 성을 내지 않았다. 일주일 머무는 동안 나를 자극한 것은 어느 어린 북극곰의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유일했다.
그날 우리는 에스키모들이 버리고 놔 둔 고래 사체 더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북극고래의 몸에 작살을 꽂고, 소형 야마하 엔진이 달린 보트가 끌고 온 것이었다. 바닷가에서 고기를 해체하고 마을 사람들은 잔치를 벌였다. 몇 해가 지났지만 북극곰들은 이 냄새를 맡고 저 멀리 바다에서 헤엄쳐 상륙한다. 북극의 여름은 깊어져 모기들은 득실대고 바다 얼음이 녹았으니, 북극곰은 한참을 헤엄쳐야 할 것이다.
사흘만에 나타난 것은 덩치가 작은 어린 백곰이었다. 아마도 갓 독립해 거친 북극의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저 마을에 가면 이제 곧 에스키모들이 고래를 잡아 올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려’라고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을까.
우리는 픽업트럭 안에서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감자탕에 붙은 고기를 파먹듯이, 북극곰은 몇 해 동안 얼었다 녹았다 한 고래 뼈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북극곰은 빨간 피를 얼굴에 묻히고 우리를 멀뚱이 쳐다봤다. 뒤로는 <눈의 여왕>에서나 나올 법한 잔잔한 은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라고 쓰려니 인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면을 더럽히는 것 같다.
이렇게 표현해야 옳다. 흡사 폭풍전야처럼 고요하여 나는 숨막힐 듯 긴장했다. 세상은 갑자기 소란에에서 조화로 이행한 듯 했고, 이제 곧 진리의 신이 강림하여 모든 것을 바꾸어 놓으리라는 착각에 빠졌다. 이 순간은 너무 아름답고 순수해서, 세상의 진리를 담은 결정체 같았다. 출장비가 찍히는 월급 통장이 없었다면 셔터를 누르던 나는 카메라를 팽개쳤을 것이다.
‘벅피버’라는 말이 있다. 동물이 가까왔을 때 사냥꾼이 느끼는 서늘하고 긴박한 감정이다. 총을 들지 않은 우리도 숲이나 바다에서 우연치 않게 고래나 북극곰, 고라니, 노루를 조우했을 때, 강렬한 느낌이 온 몸을 압도한다. 물론, 구석기 시대 우리의 조상들이 프로그래밍 해놓은 유전자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벅피버와 에피파니는 동전의 양면이다.
많은 사냥꾼들이 북극곰을 마주쳤다. 기후변화가 북극곰을 멸종시킬 거라고 하지만, 북극곰이 2만2000~2만5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데는 과도한 사냥이 주 원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만큼 많은 북극곰이 죽어나가는 동안 동물의 영혼과 활기가 뿜어대는 벅피버는 축구 경기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게 되고 말았을 것이다.
많은 자연주의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에파피니를 마주친다. 찰나의 순간에서 경험하는 영원의 감각. 세계의 시원에 맞닿은 듯한 이 경험은 사람을 사로잡고 혁명적으로 삶을 바꾼다. 당신의 에피파니는 언제였는가? 당신의 삶이 남이 보기에 여전히 궁핍하고 쫓길지라도, 에피파니는 우리의 영혼 속에 여전히 꺼지지 않는 진리의 불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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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들었는데 신이 잠깐 왔다 간 순간, 소음과 혼란에서 갑자기 완벽한 조화가 찾아든 순간, 영원에 닿아있는 이 시간을 우리는 '에피파니'라고 부릅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동물과 자연에 대한 짧은 생각을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담아봅니다.
<필자 소개>
남종영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한겨레> 기자
15년 전 캐나다 처칠에서 북극곰을 만난 뒤 기후변화와 고래, 동물 등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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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꽃사슴
만화 그리는 디자이너 겸 카페주인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무턱대고 그냥 살아가는 강화도에 있는 버드카페 주인


<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앞서 지난 5월 환경부는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환경 훼손 우려가 적은 노선을 택하는 등 내용으로 조건부 동의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비무장지대(DMZ) 인근 생태계 파괴를 용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와 파주·북파주 어촌계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DMZ 일원의 생태를 망가뜨리고 농어민 생존의 터전을 빼앗는 고속도로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우려를 낳고 있는 조건부 동의 처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 7월 환경부에 보냈습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처리를 개발주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일각에서는 같은 정부 부처인 국토부가 환경부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처리 등에 대해 개발주체가 수용하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긴 하다”거 합니다. 하지만 환경부로서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장단반도 일대가 포함된 서부 민통선 지역은 소똥구리뿐 아니라 멸종위기 조류 12종이 상시적으로 관찰되고,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역과도 중첩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지역에 많이 남아있는 둠벙들은 국내의 주요 보호지역 못지 않는 생물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는 습지로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DMZ생태연구소는 지난달 학술지 ‘환경과 생태’에 서부 민통선 북쪽 지역의 둠벙 가운데 경기 파주에 있는 둠벙 143곳을 선정해 생물상을 조사한 결과 총 59과 192종의 저서무척추동물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2018년 8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둠벙의 생물상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저서무척추동물이란 곤충, 조개류 등 가운데 물속 바닥이나 수초 주변에 사는 척추가 없는 동물을 말합니다. 둠벙은 전통적인 농법에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를 가두어 만든 인공습지를 말합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서부 민통선 둠벙들에서는 연천 물거미서식지(26과 60종), 강화 매화마름군락지(29과 48종), 대암산 용늪(36과 61종), 울주 무제치늪(23과 64종), 창녕 우포늪(59과 135종) 등 정부·지자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습지들보다 더 많은 생물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보호대상인 제주 동백동산습지(22과 60종), 제주 물영아리습지(26과 58종) 역시 서부 민통선 둠벙들보다 적은 수의 저서무척추동물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다. 조사 면적, 시기 및 반복 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서부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일대 둠벙이 국내 주요 보호습지에 준하거나 더 높은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종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도로공사의 제안을 일축하고,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주환경운동연합과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에 대한 ‘공동조사’에 참여할 수 없음을 밝힌다”며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노선은 전 구간 지뢰지역으로 조사를 할 수 없는 곳인데 공동조사를 한다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생태적으로) 소중한 곳에 대해 고속도로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공동조사에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지역주민과 전국의 환경단체,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을 소중히 여기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 지역 농어민의 생존과 생태환경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는 현재 ‘필요하지도 않은 고속도로’와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의 보고’ 중 어느쪽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물어볼 필요도 없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 놓이게 된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 부끄러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택되는 답변은 상식적인 쪽이길 기대해 봅니다.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라는 선택이 내려져야만 한국 사회는 4대강사업을 비롯한 온갖 인위적 환경재앙으로부터 조금이나마 교훈을 얻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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