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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을 그대로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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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을 그대로 두라

익명 (미확인) | 화, 2016/01/26- 13:45
산을 그대로 두라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야매 채식주의자다. 몇 해 전 바로 이 ‘노 땡큐!’ 지면에서 채식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앞으로 더욱 공존의 영토를 넓히겠다, 장담했다. 자주 실패했다. 만두에 지고 치맥에 졌다. 때로는 건강 때문에, 언제는 여행 중이라 결계를 풀었다. 빚지며 살고 싶지 않은데, 스스로 글에 빚졌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더 도축된 어떤 생명들에 빚졌다. 단 한 덩어리의 살이고 피라도 말이다.


어이쿠… 타봤다


그러나 아직 채식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만큼 덜 빚지지 않겠나 싶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에 대해 자신은 유연하다 말하지만 친구는 뻔뻔하다 조언하는, 내가 ‘생태적으로 살아가기’ 수준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당연히 반대해왔다. 서명도 했고 책상머리에서 인증샷도 찍었다. 그러나 지난여름 지리산 오르며 이랬더랬다. “케이블카 필요해, 필요해~.” 동행한 벗은 웃으며 말했다. “인권은 생태와는 좀 먼가봐요?”


심지어 케이블카를 타지 않았냐면, 그것도 어이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봤다. 1970년대, 박정희 때 설치된 권금성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케이블카. 어린이들까지 포함한 여행이었다. “설악산 올라가보자”는 다중의 의견을 물리치지 않았다. “그럼 나는 참관차 한번 타보겠다”는 예의 뻔뻔하고 유연한 태도로 기계에 의지했다. 만약 인권의 현장이었다면, 이토록 말랑말랑할 리 없었을 것이다. ‘그걸 왜 타느냐’ 핏대를 올렸거나 안 되는 이유 아흔아홉 가지로 입에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그러던 얼마 전, 드디어 제대로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농성장을 들러보았다. 짧은 거리지만 등정도 했다. 배낭에는 ‘케이블카 설치 반대’ 현수막을 붙였다. 지난여름 내가 한 말을 지리산이 일렀을까 싶어 낯이 붉어졌다. 산바람은 매서웠다. 거기서 제대로 배우고 왔다. 정부와 강원도, 자본이 합착해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 커넥션에 대해 들었다. 절대 보전해야 할 곳까지 토건업자에게 내주는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는 녹색연합 논평처럼, 설악산 케이블카에서 4대강, 밀양, 청도, 강정, 평택 대추리를 보았다.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한 대통령의 한마디에 환경부는 모든 절차를 불식시키고 조작된 문서까지 통과시켰다. 천연기념물,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 드라이브가 걸렸다. 박정희와 박근혜… 몇 세대를 거쳐, 부녀는 사람에게만 모진 게 아니라 산에도 참 독하다.


설악산 문제만도 아니다. 설악산이 뚫리면 전국 곳곳에서 규제가 풀릴 것이다. 케이블카를 버스 삼아 사람을 나르고, 산 중턱에 호텔 짓고 카지노 세우려는 욕심이 숨어 있다. 돈과 돈의 흐름을 위해 산정기를 끊고 산양 살 곳을 빼앗으려 한다. 돈으로 인해 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다.


90% 희망 지키는 비박


이걸 막기 위해 지난 1월13일 활동가들이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비박농성을 시작했다. 날숨조차 바스러지는 추위가 시작됐는데, 맨몸으로 부딪히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불과 10% 남짓 절차를 밟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90%의 희망이 있습니다. 충분한 희망입니다.” 호소한다. 추운 겨울, 그들이 울리는 알람은 조용하나 묵직하다. 자본의 욕망과 민주주의의 질식,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까지 짜고 치는 도박, 정치의 부재… 망가진 인간들의 탐욕이 산을 짓밟고 있다. 무얼 할 수 있을까. 인권은 생태와 멀지 않다. 산양이 행복하지 못한 곳에서 인간이 행복할 턱 없다.


2016년 1월 19일 한겨레 21 (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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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그대로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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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모르겠다. 지나는 사람들의 종종거리는 발걸음이 더욱 시려 보이는 것은. 몇 십 년 만에 찾아 온 한파에 대한민국 곳곳이 얼어붙었다. 빙판이 된 거리, 날지 못하는 비행기, 얼어버린 세탁기 배관과 터져버린 보일러들. 영하의 추위에 얼어붙은 한국사회는 재난이 닥쳐오면 최소한의 방어막이 되어주지 못함이 탄로 났다. 복지, 사회적 안전망, 안전과 그 비슷하게 불리 우는 수많은 따뜻함의 조건들은 이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온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국가적 재난에도, 갑자기 바뀌어버린 날씨에도 안전하지 못한 사회는 개개인의 삶과 안녕을 지켜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것. 그것은 한국사회에서 두말하면 지겨운 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광화문 한 가운데, 하이디스 농성장의 그/녀들이다.




▲ 민주노총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26일 공장을 폐쇄하고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와 먹튀자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민중의 소리 정의철 기자)


광화문 한가운데 그/녀들의 이야기

“4조 3교대였어요. 주말에 휴가도 동료들과 시간을 맞춰서 가야했어요. 트러블도 있었죠. 3교대, 4조 3교대, 그러다가 다시 주간.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까 한 15년을 계속 일하고 있더라고요. 고등학교 취업으로 들어간 첫 직장이었어요. 이렇게 짤리고 나니까, 지금은 공장만 다시 돌리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어도, 다시 배우고, 다시 일하고 싶어요. 3교대로 일했지만 그때가 행복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행복했던 걸 몰랐던 것 같아요.”

34살 효선 씨가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하이디스에 취업 한 그녀는 15년의 세월을 하이디스와 함께했다. 하이디스는 그녀의 일상이었다. 가끔은 휴가를 맞추기 위해 동료들과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고된 일과가 끝나고 시원한 맥주한 잔에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3교대 근무에 피곤함이 몰려와도 매달 쌓이는 통장의 월급에 웃음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공장과 기숙사를 오가는 길을 15년 동안 걸으며, 오늘과 다르지 않은 평온한 일상을 보냈을 그녀였다. 하지만 평온함이 산산조각 나는 것은 한 순간. 그녀와 그녀의 동료 330여명은 공장에서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 330여명의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 그 늘어선 이름들의 의미는 늘 반복되던 일상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330여 명 중 109명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희망퇴직을 신청 했어요. 그리고 희망퇴직하지 않은 인원 78명을 정리해고 했어요. 원래는 현대 하이디스였는데, 중국의 BOE 하이디스로 분할 매각되었죠. 그때도 중국에서 중요한 핵심 기술은 다 빼갔어요. 그 다음에는 대만의 영풍그룹으로 넘어갔어요. 시설투자나 설비투자는 하나도 없었죠. 핸드폰 액정 관련한 특허권이 있는데 대만 영풍 그룹은 특허권만 쏙 빼가고, 공장을 폐쇄한데요. 몇 차례 해외로 매각되면서 중요한 기술들은 쏙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노동자들만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죠.”

지난 10여 년간 하이디스는 수차례 국적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대만으로. 회사는 이윤의 논리에 따라 국적을 바꾸고, 국적의 변화에 따라 핵심기술들은 하이디스를 떠나갔다. 현재 하이디스의 실소유주인 대만의 이-잉크 자본(영풍그룹 계열사)은 특허기술을 외부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매년 몇 백억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시설과 설비투자는 없이 앙상한 공장을 만들어갔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이 핵심기술을 빼가고, 몇 십 년을 일한 노동자들의 삶을 거리로 내모는데도, 노동자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한국 정부기관은 없었다. 노동자들 스스로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것.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대만 영사관이 있는 광화문 한복판에 농성장을 차리고, 대만으로 원정 투쟁을 떠났다.


낯선 나라에서의 환대

“저는 2,3차 원정투쟁에 함께 갔어요. 원정투쟁은 대만에 하이디스 상황을 알리고, 영풍그룹을 압박하려는 거였어요. 만나서 협상이라도, 아니 면담이라도 해달라는 바람이었죠. 저는 대만에서 15일인가, 16일인가 만에 강제출국 당했어요. 정말 낯선 곳이었는데 대만 분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한국에서도 잘 모르는 사안인데, 대만 분들은 자기 일처럼 함께 해줬어요. 영풍그룹이 그랬다는 것에 같이 화내주고, 정리해고 때문에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이 더 미안해했어요. 한국정부에서는 외면하지만 대만에서의 따뜻함에 너무 고마웠어요.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어요. 근데 다시 갈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억울함을 알리고, 호소하기 위한 원정투쟁이었다. 영풍그룹에 상처받은 마음에 대만의 시민들은 따뜻한 온기와 환대를 보내주었다. 국경을 넘어선 노동자들의 연대.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자본에 맞선, 국경 없는 노동자/시민들의 연대였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향후 몇 년간은 대만에 입국하지 못한다. 대만 입국 자체가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자본은 국경의 벽을 허물었지만, 저항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국경의 벽은 견고했다.
 
언제까지 할 거예요?

“사람들이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어봐요. 나는 앞으로 1년을 더하고 싶어요. 근데 모르겠어요. 법원 판결등도 남았으니까. 그거 끝날 때까지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니까 포기할 수 없어요. 아직 내가 원이 풀릴 만큼 싸워보지 못한 거 같아요.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죠. 작년에 사랑하는 동료를 먼저 보내기도 했어요. 배재형,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었어요. 나중에 내가 하늘나라 가게 되면 잘 했다고 칭찬 듣고 싶게. 그렇게 싸우고 싶어요. 적어도 꿀밤 맞지는 말아야죠. 그리고 함께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더 버틸 수 있어요.”

지난해 5월 하이디스에 배재형이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먹튀 자본의 정리해고는 소중한 목숨마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다. 노동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고통, 그것이 정리해고의 본뜻일 것이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했지만, 회사는 이 끔찍한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아놓고, 그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했을 시 주는 위로금의 액수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서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도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쉽지만은 않은 시간들이다. 추운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것은, 노동자들을 끝으로 밀어 붙여버리는 회사와 법이었다. 330여명의 정리해고가 발표된 시점부터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시간은 멈췄다. 아무리 회사의 경영과 법이라 한들,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희망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결코 옳은 경영과 법이 아닐 것이다. 법과 이윤의 잣대로 노동자의 삶을 재단하기에는 그들의 삶과 일상은 너무도 소중하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소박하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일하는 것. 국가의 주요한 기술을 유출하지 말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이 외침을 외면하는 국가를 대신해서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추운 겨울을 농성장에서 보내고 있다. 국가가 외면한 곳에 동료들의 온기와 타국에서 보내온 연대의 훈훈함이 넘쳐흐른다. 제발 이 엉터리 국가가 노동자들의 외침을 듣기를. 그들이 스스로를 돌보기 이전에 이 사회가 모진 삶에 치인 이들을 먼저 막아주는 안전망이 되기를. 그리고 이 겨울이 끝자락으로 가기 전 에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든 일터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2016년 2월 1일 미디어스

랄라(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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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하이디스, 그/녀들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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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2/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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