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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법원 100미터내 집회전면금지 위헌심판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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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법원 100미터내 집회전면금지 위헌심판신청

익명 (미확인) | 수, 2015/12/30- 10:32

법원 100미터내 집회전면금지 위헌심판신청 


대법원 옆 건물인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열었다고 체포당한 박성수 씨
외국 대사관 앞 집회 전면 금지조항 개정처럼 집시법 개정되어야 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오늘(12/30) 법원 앞 100미터 내에서는 그 어떤 집회도 금지한 현행 집시법 제11조 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국회 앞 100미터 내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11조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2013년에 9월에 제출한 바 있는데, 집회구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개선하기 위해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게 되었다.

 

참여연대가 법률 지원하는 이 사건의 신청인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제작, 배포하여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은 박성수 씨다. 박 씨는 지난 4월 28일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작 및 배포를 단속하던 경찰을 지휘하던 검찰을 비판하기 위해 시민 10여 명과 함께 대검찰청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체포되었다.


 그런데 경찰은 박 씨를 명예훼손 혐의만으로 체포한 것이 아니었다. 박 씨가 기자회견을 개최한 장소인 대검찰청 정문 앞은 서울 서초구의 대법원 담장 바로 옆인데, 경찰은 법원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도 적용해 박 씨를 체포하였다. 그 결과 박 씨는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혐의와 함께 금지된 장소에서의 집회개최 혐의로도 기소되어, 지난 12월 22일에 유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의 경우, 다른 공공기관과는 달리 재판의 독립성, 공정성 보장을 위해 일정정도 집회의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씨의 사례는 법원에 항의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박 씨는 검찰의 행태를 규탄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이었고,  대검찰청이 법원과 담장을 경계로 붙어있어‘우연히’지리적으로 법원 경계지점 100미터 이내에 있었던 것 뿐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검찰청을 비롯해 각 지역의 검찰청들은 모두 법원건물 바로 옆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이 집시법 11조 1호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검찰청 앞에서의 집회는 대상, 규모 등에 상관없이 모두 금지당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박 씨는 바로 그 불합리한 조항의 피해자이다.


 미국과 독일 등 다른 나라의 경우도 법원 건물 안이나 법원 인근의 특정 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법작용을 방해할 목적을 가진 집회나 시위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제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처럼 집회의 규모에 상관없이 법원 인근 특정장소가 아닌 100미터 이내의 모든 공간에 대해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법원 100미터 이내 집회 전면금지조항뿐만 아니라 국회 앞 100미터 집회도 전면금지하는 현행 집시법 11조는, 외국 대사관 등 외교 기관 인접 100미터 이내에서의 모든 집회를 금지하던 집시법 11조 4호를 2003년에 헌재가 위헌으로 선언하여 결국 2004년 1월에 개정된 것과도 비교된다.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한 시민단체가 일본대사관과 미국대사관 인근의 세종로에서 미군의 양민학살 진상규명 관련 집회 신고를 불허한 근거가 된 “외교기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집시법 11조4호 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그 결과 외교 기관 앞에서 해당 외교 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거나, 외교 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에는 외교 기관 100미터 이내 금지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집시법은 개정되었다.
  
법원에의 원활한 출입, 업무의 보장, 법관의 안전 그리고 이를 통한 재판의 공정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 인근의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제한이 어느 정도 인정되더라도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다. 따라서 법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소규모 평화적 집회,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우연히 장소가 법원 인근인 집회 및 법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기의 집회 등은 허용하여야 한다. 참여연대는 2003년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렸던 것과 같이 재판부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 참고 


1.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제11조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개정 2004.1)
1.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2.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3. 국무총리 공관.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


2.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1조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호에 규정된 청사 또는 저댁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미터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2. 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3. 국무총리공관,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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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캐시서버이용료 및 ‘망이용료’에 대해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위 합의가 인터넷의 구성원리인 망중립성의 정신에 반하는 선례를 남겨 앞으로의 국민의 인터넷 이용에 심대한 부담을 지우게 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인 2014. 11. 5. 개정 상호접속고시(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로 도입된 발신자 종량제 원칙의 폐지를 요구한다.

위 고시는 2016년 1월 1일부터 망사업자들 사이의 상호접속에 발신자 종량제를 의무화하였는데 이는 발신자들 즉 인터넷에 정보를 제공하는 자들의 표현행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었다. 망사업자가 타 망사업자에게 지출하는 발신자 종량제 상의 접속료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에게 전가할 동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위험이 현실화되었다.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서비스하던 KT가 타 망사업자(SKB)에 지출하던 접속료를 못 견디고 페이스북에 더 높은 접속료를 요구하였고 결국 페이스북이 모든 부담을 뒤집어쓴 셈이 되었다. 앞으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기가 무료로 올린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트래픽이 늘어나면 자신의 망사업자로부터 엄청난 접속료 인상 압력을 견뎌내거나 모든 대형 망사업자와 일일이 별도로 접속료를 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이미 2016년 발신자종량제 시행부터 인터넷접속료가 50~60% 인상되었고 세계 유일하게 접속료가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계속 보이면서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접속료는 $9.22/Mbps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 정도에 일본의 $2 싱가폴의 $1.39에 비해 최고수준이다(Telegeogrphay 2018).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까지 2016년 발신자 종량제로 발생한 접속료 인상 압력에 굴복하게 되니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적 ‘인트라넷’의 위상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해외사업자는 대형 망사업자에 일일이 캐시서버를 하나씩 설치할 자원이 없으면 텀블러 및 각종 게임사이트들처럼 해외서버에 위치하면서 혼잡도 상승과 이용속도 지연을 버텨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합의는 일종의 정산피어링(paid peering, 아래 설명)계약의 일종으로 그 자체는 망중립성을 직접 위반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콘텐츠제공자가 망사업자 및 그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피어링을 하다가 더 왕성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이 소통이 지연없이 이루어지도록 더 큰 용량의 연결을 요구할 수 있고 연결상대인 망사업자가 그 용량확장을 받아주도록 금전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2013년 구글과 프렌치텔레콤(Orange)의 딜이 그랬고 2014년 넷플릭스와 컴캐스트의 딜이 그랬으며 많은 CDN들이 그런 조건으로 망사업자들과 접속하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에 페이스북과 KT도 그런 관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산피어링 합의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국가가 합의를 강요하였다. 인터넷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망중립성이 중요한 만큼 물리적 접속의 자유도 중요하다. 단말들이 자유롭게 접속하고 접속비용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강제로 콘텐츠제공자 쪽에 접속비용이 전가되도록 하였다. 특히 또 다른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3월 콘텐츠제공자인 페이스북이 종량제 상호접속료의 부담을 받아들일 것을 거부하자 행정제재까지 하여 결국 국가가 SKB 캐시서버를 페이스북에 강매한 꼴이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런 태도를 연장해보자면, 중소스타트업이 접속용량을 제때 늘리지 못해 지연이라도 발생하면 “이용자 이익 저해”의 책임을 자신들이 뒤집어쓰고 유료캐시서버 설치나 대용량회선을 강매당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강요의 방법이 망중립성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 현 상호접속고시 하에서는 망사업자들은 상호접속료를 접속용량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라 누적정보전달량에 따라 주고받는다. 망사업자들 간에 이렇게 거래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용자나 콘텐츠제공자에게도 정보전달량에 따라 과금을 할 동기가 발생하고 결국은 접속료가 아니라 돈에 비례해서 정보전달을 해주는 “정보배달료(termination fee)”가 되어버린다. 즉 모든 단말들이 서로 돈을 받지 않고 조건없이 모든 단말들의 정보를 서로 전달해준다는 인터넷의 상부상조의 원칙인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수많은 단말들의 집합체이며 이들 단말들은 스스로 정보를 발신·수신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단말들이 발신·수신하는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바로 이 덕분에 전세계에 널리 흩어져 있는 단말들과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각자의 손바닥 안에서 그 단말들에 올라있는 웹사이트에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정보의 전달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정보의 내용이나 수발신처 및 관련 어플리케이션의 종류에 관계없이 무료로 해준다는 것이 망중립성이다. 망중립성의 다른 이름은 ‘정보배달료(언론에서 ‘망이용료’, ‘망사용료’라고 부르고 있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단말들 사이에 물리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즉 접속료는 연결의 용량에 비례하여 단말들 간에 주고받게 된다. 이때 한 단말그룹이 다른 단말그룹과의 연결을 동등하게 원하여 접속료를 무료로 하여 접속하기도 하고(peering), 그 연결을 더 강하게 원하는 한쪽 단말그룹이 접속료를 내기도 하고(paid peering), 한 그룹이 다른 단말그룹을 제3의 단말그룹들과 연결해주면서 제3의 단말그룹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중계접속료(transit fee)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자유롭게 물리적 접속이 우선 짜여지면 정보전달 자체는 차별없이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망중립성이다.

정보배달료를 받으나 접속료를 받으나 조삼모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산이다. 불특정다수와 확장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인터넷의 꽃이자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미이다. 이 월드와이드웹의 성공은 저마다 더 많은 정보 앱 및 플랫폼을 무료로 온라인에 올릴 수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 자기가 올린 정보를 가져갔다고 해서 그 전달비용을 물어야 할 걱정을 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정보배달료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더 많이 본 사람에게 돈을 더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을 더 많이 봐서 도서관의 시설을 늘려야 한다면 돈을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피어링이든 트랜짓이든 더 큰 용량의 접속을 원하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시설은 똑같이 쓰면서 더 많은 책을 봤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인터넷의 기획 즉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의 규모화(scaling)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발신자 종량제는 바로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에 세금을 물리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돈이 많아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상호접속고시 때문에 구조적으로 서비스 및 콘텐츠 서버가 기피되는 환경에서 중소스타트업들은 바이럴한 성공이 도리어 두려운 지경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며 망중립성을 위협하고 스타트업들의 인터넷접속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게 만든 발신자 종량제 원칙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2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운동의 ‘규모화’, 망중립성 수호의 중요성 (한겨레, 2019.01.17.)
‘망 이용 대가’는 없다 (한겨레, 2018.11.19.)

수, 2019/02/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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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 - 지금이 바로 그때다

 

강우진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들어가며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3당(정의당, 평화민주당, 바른미래당)과 주요 시민단체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라는 구호아래 연합하여 현행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로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 중이다. 한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자유한국당의 지지기반이었던 영남지역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 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같은 당 내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은 선거제도 개편은 정부형태를 포괄하는 개헌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집권 2년차를 마무리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구도의 해소를 위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공약하였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집권 여당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 중인 듯 보인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선거제도 개혁은 언제 해야 하는가? 역설적으로 지금이 바로 그때다. 먼저, 한국 민주주의는 촛불혁명과 제19대 대선을 통해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권력의 교체 방식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제도화에 집중했었고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내용을 채우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비교적으로 평가할 때 한국 민주주의는 제삼의 물결을 통해서 민주화를 이룬 나라들 중에서 매우 성공적인 민주화 사례로 꼽힌다. 또한 제도적인 안정성과 함께 지난 촛불혁명이 보여주듯이 역동성을 함께 가진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갈등해결 기제로서 한국 민주주의는 대단히 취약했다. 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은 지난 20여 년 동안 OECD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성공적인 민주주의라는 한국이 사회갈등 해결에 취약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제대로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촛불혁명과 대선을 거치면서 선거제도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다.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약속했다. 혼합형 선거제도이면서도 사실상 다수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선거제도를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 바꾸어야 한다는 데 다수의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1)

 

한국 선거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두루 알듯이 한국 선거제도는 총 300명의 국회의원을 단순다수대표제를 통해서 지역구에서 253명을 선출하고 정당명부 비례대표를 통해서 47석을 선출하는 혼합형 선거제도이다(mixed electoral system). 유권자가 한 표는 지역구에서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서 행사하고 다른 한 표는 정당에게 투표하는 1인 2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혼합형 선거제도는 학자들에 의해서 다수제의 장점과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결합한 이상적인 선거제도로 거론되어 오곤 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선거제도 개혁을 이룬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혼합형 선거제도를 채택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선거제도는 혼합형임에도 불구하고 단순다수 소선거구를 통해서 선출하는 지역구 의원의 전체 의석의 84.3%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자독식의 다수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지역에서 지역구 전체 표(108만여 표)중에서 새누리당은 50%에 못 미치는 52만여 표를 얻었다. 하지만 전체 12석 중에서 8석을 확보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득표 중에서 20%에 약간 못 미치는 20만여 표를 얻었지만 의석수는 1석에 불과했다.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표성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다수제의 선거제도가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제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보다 명확한 책임성을 보장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다수제적 선거제도는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 간에 불일치가 큰, 즉 불비례성이 큰 제도로서 많은 사표를 발생시켜왔다. 예를 들어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사표 비율이 49.99%,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7.09%,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6.44%에 달했다. 가장 최근 선거인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 비율이 오히려 상승하여 50.32%에 달했다. 지난 네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평균 1000만 표에 달하는 사표가 발생한 것이다.

 

둘째, 혼합제이지만 비례대표의 비율이 15.7%에 그치기 때문에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장애자와 같은 소수자의 대표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여성대표를 살펴보면 민주화 이후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 제16대 국회에서는 단지 2.2%에 지나지 않았으나 제18대 국회에서는 13.7%로 증가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17%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의 순위(국제의원연맹 자료 기준)는 여전히 116위에 그쳤다. 또한 청년의 정치적 대표 또한 심각하다. 제20대 국회에 진출한 30세 미만의 국회의원은 비례대표에서 한명에 그쳤다. 40세 이하로 그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국회의원 수는 두 명(지역구 1명 비례대표 1명)에 그쳤다. 또한 20대 국회에서 장애인 비례대표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소수자 과소 대표의 자연스런 결과로서 법조인·관료·정당인 집단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전체 300명 중에서 상위 3개 집단인 정당인, 법조계, 관료가 각각 50명. 47명, 42명으로 나타나 과반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 승자독식의 다수제의 성격이 강한 현행 한국의 선거제도는 진입 장벽을 낮추어 비례성이 높으며 소수자가 더 많이 대표될 수 있는 선거제도로 개혁해야 한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가 다양한 이해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이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권의 각 당의 이해가 걸린 이슈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세우고 현실 가능한 실행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승자독식의 경향이 강한 현행 선거제도의 다수제적 성격을 완화할 수 있는 비례성(proportionality)을 높이는 것이다. 두루 알듯이 비례성이 가장 높은 선거제도는 완전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이다. 완전 비례대표제를 제외하고 높은 비례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Mixed Member Proportional System). 이른바 독일식 선거제도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제도는 각 정당이 얻은 정당 득표를 의석수로 연동하여 보장해주는 선거제도이다. 이 제도가 원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례대표 의석의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이에 따라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1로 조정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바 있다(2015년 2월). 현재 한국의 선거제도와 같이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분리되어 선출되는 경우(병립형) 비례성이 보완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례대표 의석이 필요하다. 원래 혼합형의 취지에 맞도록 승자독식의 성격을 가진 다수제의 불비례성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요컨대, 완전 비례대표제를 선택하는 급격한 개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한 비례성을 높이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을 연동형으로 할지 병립형으로 할지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두 가지 방향이 존재한다. 첫째, 현 300석을 유지한다면 지역구를 상당히 줄여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지역구 53석 감소(지역구 200석 대 비례대표 100석)를 제안한 선관위 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안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둘째, 지역구 의석은 현행 253석으로 고정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충분히 늘리는 것이다. 이 안의 문제는 국회의원 정수 증가에 국민들의 불신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거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비례성 향상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국회의 총예산 동결과 보좌관 공유제와 같은 특권 내려놓기를 통해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던져야 하는 질문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개혁인가 아니면 특권의 확대인가? 현시점에서 국회의원 정수의 확대는 특권의 확대가 아니라 개혁이다. 먼저, 국회의원 정수의 확대를 통해서 의원들의 특권을 줄일 수 있다. 국회의원 정수가 늘면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시민들의 수가 준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국민 수는 17만 2천여 명으로 OECD의 다른 국가들 보다 많다. 또한, 의원 정수가 200명이었던 제헌의회의 10만여 명 보다 훨씬 많다. 국회의원 수가 늘면 국회의원 한 사람의 당선에 미치는 국민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둘째, 국회의원 수가 늘면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그동안 대표되지 못했던 소수자가 더 많이 대표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인사의 수혈도 가능할 것이다. 국회의원 수의 증가와 함께 입법기능의 확대와 행정부 견제 등 국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해서 비례대표 의원 수 증가가 이루어진다면 같이 고민해야할 것이 비례대표 선출과정을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주요 정당 모두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파동을 겪었다. 비례대표 공천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제도적 통로의 확장이라는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의 원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비례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 대표되지 않았던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인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대통령제 정부형태가 유지된다면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두루 알듯이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혹은 법률로 정한 투표율을 달성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 최다 득표를 한 1·2위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제도이다.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제18대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어느 대통령도 과반 득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나가며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모든 제도는 해당 국가의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고려를 충분히 하지 않은 특정한 선거제도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기획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선거제도 개혁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선거제도는 정부형태와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야 한다. 한국이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대통령제와 정합성을 가지고 대통령제의 통치가능성(governability)을 심각하게 훼손시키지 않는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입구에 해당하는 대표의 선출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의 개혁이 이루어지더라도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정책으로 반영되지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사에 조응하는 정당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1)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리터의 조사에 따르면 ‘비례성 확대’ 방향으로의 선거제도 개혁에 58.2%가 공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반대하는 비율은 21.8%로 찬성 비율의 3분의 1에 그쳤다(프레시안 2018.11.8).

 

참고문헌

정해식, 김미곤, 여유진, 김문길, 우선희, 김성아(2016),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 방안(Ⅲ).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화, 2019/01/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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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이용자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 침해하는 

개정안 2건에 대한 의견서 제출

 

2018. 12. 26. 사단법인 오픈넷은 권미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일부개정안 및 정보통신망법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웹하드 사업자가 금지어 필터링을 포함한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하는 정보의 대상을 모든 불법정보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불법정보 유통 방지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으면서 합법정보의 공유를 크게 제한하여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을 침해하고, 불가능한 기술적 조치를 강제함으로써 사업자의 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모든 정보에 대해 사적 검열을 조장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불법촬영물(‘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이 유통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임시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과태료 혹은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의 정보를 시시각각 교환하는 정보통신서비스 내에서 불법촬영물 등의 각종 불법정보는 필연적으로 유통되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불법촬영물이 특정되어 신고, 삭제요청된 경우’ 혹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특정 불법촬영물을 인식한 경우’를 넘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고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불법촬영물이 서비스 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위 권미혁 의원안 2건에 대한 의견서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 오픈넷 의견서(전문) 링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9/01/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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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의 식사나마 대접하고 싶었다. 로힝야 난민캠프에서의 일이다. 그런데 식사하는 모든 분들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우리의 식비를 아껴 바나나 하나씩을 함께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투명성이 높아진 민주정부에서의 회계처리에 이제는 익숙해져서 일부는 체념하고 일부는 민망하지만 사인을 하고 식사를 하는 관행이 어색하게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사인을 하고 식사하는 것이 우리끼리는 이제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공동체의 풍습이 남아있는 아시아 지역과 관계 될 때는 좀 어색하다. 그간 믿어준 신뢰를 배반하고 공공기금을 사유화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런 절차적 번거로움은 당연히 감수하고자 한다.

촛불 정부가 들어섰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받는 그릇은 작동하고 있나? 현실에 느껴지는 민주화는 수많은 절차적 합리성으로 되돌아온다. 정부 프로젝트는 다 공개되고 절차상의 합리성을 거쳐 일정한 심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화의 과정은 길지만 성과가 체감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칼럼_181119

다중적 이해관계의 표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멀미 이외에도 민주정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 숫자에 의한 정당성 확보 유혹이다. 숫자는 편리하다. 글로 풀어내어 설명하려고 하면 한참이나 걸려야 하는 일을 그래프 하나, 도표 하나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 설득력에 대한 힘도 강력하다. 그것은 마치 가치 판단이 배제된 자연법칙과도 같은 무결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람의 신념을 움직일만한 문장을 써 낸다는 것은 그 어떤 대문호 정도에게나 가능한 일인 것에 반해 숫자는 수치가 그러하다는 말 자체만으로 반박하는 자들을 입 다물게 할 수 있다. 즉각적이고 자체 완성적이다. 그래서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숫자로 설명된다. 선거의 유효 득표수, 출산율, 기업의 시가총액, 학생의 대학입시 성적에서 sns의 팔로워 숫자까지. 이처럼 수치 자료는 일응 객관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하에 가치판단의 대상에서조차 벗어날 때도 있다.

절차적 민주화가 수치로 환산되는 것으로 정치적 신뢰와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만 같다. 민주주의의 합리성은 수치로서만 평가되는 것인가? 매주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의 지지율이 발표된다.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도 공개된다. 숫자가 발표되면 많은 질문이 생략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의 도구로 공론조사가 활용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문제, 대학입시안 등이 공론 조사 결과에 따라 정책 결정의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과정을 살펴보면 전문가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공론 조사위원회 구성은 각 학회 추천으로 구성된다, 심사위원장은 전직 법관이 맡게 된다. 관리의 정당성을 전문가주의에 의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론 조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사회조사의 표본 추출의 공정성이다.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일반 시민의 의견을 대변한다. 그들의 응답 결과가 정책을 좌우한다. 그들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층화 표집을 거쳐 선정되었다. 신고리 건설 재개의 찬반양론의 온라인 강의도 듣고 2박 3일의 합숙도 거쳐 일반 시민보다 그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알고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인지(?) 공론조사 결과는 건설 재개, 건설 반대 사이의 견해차가 10%이상 차이가 나서 건설 찬성 안을 선택하는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처음에 내용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의견을 표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건설 찬성으로 의견을 바꾼 것을 알 수 있다. 공론 결과 자신의 최초 의견을 바꾼 사람들의 숫자는 적었다.

대학 입시조사에 대해서는 ‘수능성적’과 ‘학생부 종합’의 비율을 선택하는 방식이 공론 조사대상 의제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수능중심’안과 ‘학생부 종합 중심’안의 선택에 견해차가 크지 않아 정책 결정을 특정 방향으로 결정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책 선택의 참고가 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높았다. 공론 구성이 정책 결정의 도구로 되었기 때문에 해당 도구로 유용할 때는 수용되고 의견이 팽팽하여 정책 선택의 도구가 되기 어려울 때는 비판을 받게 된다. 공론 구성은 그 자체가 민주시민교육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것이 정책 결정의 수단이 될 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공론조사가 정책 결정을 위해서 해당 정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공론을 구성하는 전문 지식의 대중화라는 점에서는 보완해야할 점이 여전히 많다. 공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은 정책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데 반해 그야말로 공공성 차원에서 공론을 구성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출발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론조사는 ‘조사’에 초점이 있지 않고 공론의 구성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조사 결과가 견해차를 넓혀 정책 결정에 편의를 주는 도구로 작동하느냐의 여부로 평가될 위험을 안고 있다.

외국에서 공론조사는 기후변화라든가 사회적 장기적 공공재의 가치에 관련된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주로 목적을 두고 사용된다. 한국에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한 갈등관리의 편리한 도구로서 공론조사가 활용되게 되면 민주화의 정당성 구성을 수치화하는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또 한 가지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다른 방식은 모니터링, 즉 감시 체계의 작동이다. 일찍이 에밀 뒤르껭은 감시를 통해 작동되는 사회는 기계적 유대에 의한 전근대사회에서나 가능하다고 보았다. 현대사회는 분업을 통해 각 부분의 도덕적 정당성을 스스로 수용함으로써 유기적 연대를 만들어 낼 때 통합력을 갖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는 현대사회의 위험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민주화에 대한 응답이 숫자와 감시로 모아지고 있다. 민주화의 결과가 신뢰, 합의, 합의에 기초한 정당성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가지 못하면 민주화에 대한 피로를 야기할 수가 있다. 대학도 교육의 내용보다는 취업자수, 자격증 취득에 의미를 둔다. 이미 자격증 취업, 단기적인 취업에 유용하지 않은 과목 또는 학문 전공체계는 외면을 받고 있다. 결과로서의 점수에 대한 연연함이 숙명여고 사태까지도 초래했다고 본다.

정책의 의도를 이해시키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책 집행에만 몰입하게 되면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정책결정이 갈등 회피적인 차원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 강사법 시행이 2019년 1월로 예고되어 있는데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의 짐을 개별 대학에 떠안기는 방식이 되어있다. 각 대학이 강사법 시행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게 되면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간강사에게 주는 강의를 줄이는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실제 각 대학은 강사법 시행에 대비하여 시간강사 의존도를 줄이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는 일찍이 최저임금 인상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부담을 영세 자영업주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실행되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고용기피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을 목도하고 있다.

정책시행을 위해서는 신뢰구성의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정책 시행을 숫자에 의한 정당성 확보 그리고 갈등관리라는 차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도약이 필요하다. 신뢰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를 전제로 한 정책을 실행하게 되면 일정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신뢰 자본을 구성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월, 2018/11/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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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구형 유감

아동음란물의 제작자나 유포자가 아닌 정보매개자 처벌은 신중해야

 

2018년 12월 7일 검찰은 자사 서비스에서 아동음란물을 적절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에게 재차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4일 이 전 대표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기소 사유로 이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재직할 당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아 2014년 6월 14일부터 8월 12일까지 ‘카카오그룹’에서 7,115명에게 아동음란물이 배포됐다고 했다. 이후 2016년 5월 검찰은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으나, 선고를 앞둔 당시 재판부가 아청법 조항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2015년 8월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해 재판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현행 아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하여, 2년만에 중단되었던 재판이 재개된 것이다.

아청법 제17조 제1항에 의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하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하고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1] 아청법 시행령 제3조는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1.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2호는 일반적으로 금칙어(키워드)나 해쉬값에 기반한 필터링을 의미한다.

2016년 11월 10일 발표한 검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는 (1) 음란물을 신고하려면 설정 → 도움말 → 문의하기 → 그룹생성오류 → 유해게시물신고의 5단계나 거쳐야 하므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상시적 신고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다음으로 (2)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에는 이용자 본인을 소개하는 프로필에 음란물을 상징하는 단어를 금지어로 등록했고, 카테고리를 등록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도 금지어를 등록해놨지만, ‘카카오그룹’은 그런 기능이 없으므로 아청법 상의 “필터링”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시적 신고 기능은 법에 의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갖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5단계라서 접근성이 떨어져” 범죄가 된다는 검찰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금지어 필터링의 경우에는 검찰이 지적한 기술만으로는 아동음란물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하기가 어려워 그 기술의 도입 여부로 범죄성부가 결정될 수는 없다. 키워드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무용지물이 되는 데다가 아동음란물에만 국한된 키워드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로리”라든지 “교복”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는 콘텐츠가 반드시 아동음란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이렇게 부실한 필터링의 도입 여부가 범죄 성부를 결정한다는 해석이 올바른 법률의 해석인지 의문이다.

사실 카카오와 같은 서비스 제공자가 아동음란물을 완벽하게 필터링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이용자가 공유하는 모든 이미지와 동영상의 내용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카카오그룹과 같은 폐쇄형 SNS에서는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사인에 의한 “감청”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인데다가, 육안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하더라도 아동음란물은 법적인 개념이고 음란물인지 아닌지는 맥락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술적 조치를 특정해서 ‘이 기능을 도입 안 했으니 범죄’라고 한다면 카카오가 모든 콘텐츠를 육안으로 모니터링했어야만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오픈넷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에 다름 아니다.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 즉 정보매개자에게 특정 불법정보를 찾아내서 삭제하라는 의무를 지운다면, 결국 그 사업자는 플랫폼 상의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사업자에 의한 사적 검열을 의무화 하는 것이고, 자유로운 정보유통과 공유라고 하는 인터넷의 기본 철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매개자도 기여 정도에 따라 제작자나 유포자, 또는 방조자로 처벌하면 되는데, 사전적인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여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정보매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정보매개자를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범죄자와 동일시하여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오픈넷은 검찰의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에 대한 아청법 위반 구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법원은 인터넷 생태계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이번 사건에 대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1]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①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시행령 제3조(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발견을 위한 조치)
① 법 제17조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란 다음 각 호의 모든 조치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정한 조치를 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2019년 1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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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9/01/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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