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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어린이들의 미래에 대한 명백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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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어린이들의 미래에 대한 명백한 공격

익명 (미확인) | 화, 2015/12/15- 11:49

 

 

학교를 대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여러 차례 공습을 가하면서 국제인도법을 위반하고, 예멘 어린이 수천 명의 교육받을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11일 새롭게 발표한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로부터 무기 공급을 받고 있다.

브리핑 <‘폭격 당한 아이들’: 공격받는 예멘 학교>는 예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2015년 8월과 10월 사이 학교를 대상으로 5차례의 공습이 벌어져 민간인 5명이 숨지고 어린이를 포함해 14명이 다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공습 당시 학교에 학생들은 없었지만, 폭격으로 인해 학교 건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파괴되면서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최근 예멘 현지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라마 파키흐(Lama Fakih)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 상임고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은 군사적인 목적이 아닌 교육적 목적으로 운영되던 학교를 대상으로 연이어 불법 공습을 가했고, 이는 명백한 전쟁법 위반”이라며 “학교는 주민들의 삶에 중심적인 존재로,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예멘의 어린 학생들은 강제로 이러한 공습의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혹독한 분쟁을 견뎌야 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장기간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격변과 혼란에 직면한 것이다. 아마도 평생 동안 감당해야 할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학교는 공습을 한 번 이상 당한 경우도 있어, 이러한 공습이 의도적으로 학교를 노려 이루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파키흐 상임고문은 “군사적 표적이 아닌 학교를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적대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에게 직접 공격을 가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말했다.

사나아 지역과 하자, 호데이다 지역의 학교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6,500명이 넘는 학생들의 학교 교육이 심각한 차질을 겪게 되었다. 어떤 지역은 유일한 학교가 파괴되기도 했다. 5건의 공습 모두 피해 학교가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2015년 10월 사나아 지역 베니 후샤야시의 ‘과학과 신앙’ 학교는 불과 수 주 만에 4차례의 공습을 당했다. 그 중 3번째 공격은 민간인 사망자 3명과 10명 이상의 부상자를 냈다. 마을에 단 하나뿐이었던 이 학교는 학생 1,200명의 배움터였다.

하드란 마을의 케이르 학교 역시 여러 차례 공습을 당하면서 재건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마을은 학교 외에도 민간 주택 2채가 폭격을 당해 어린이 2명이 숨지고 그 어머니가 부상을 입었으며, 근처 이슬람 사원 역시 폭격으로 기도를 하고 있던 남성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브리핑에서 다룬 5건의 공습에 대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할 것과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불법 공습으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할 것을 연합군에 요청했다.

파키흐 상임고문은 “불법 공습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과 그 지원국들이 이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이번 전쟁이 예멘 민간인들에게 초래한 참담한 결과를 냉담히 무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음 주 예정된 평화회담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불법 공습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분쟁으로 예멘의 교육제도 전반이 피해를 입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예멘 어린이의 최소 34%가 2015년 3월 첫 공습이 시작된 이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사나아에 위치한 예멘 교육부가 국제앰네스티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 254곳은 완전 파괴, 608곳은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421곳은 분쟁으로 국내실향민이 된 사람들을 수용한 탓에 현재 운영되지 못하는 학교는 1,000곳이 넘는다.

학교에 대한 공습은 사상자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학생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살고 있어요. 오늘도 비행기를 봤는데 너무 무섭고 겁이 났어요.” 지난 8월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호데이야 시 만수리야 마을의 알아스마 학교에 다니던 12세 어린이의 말이다.

호데이야 시에 위치한 또 다른 학교인 알샤이메 여학교는 학생 3,200명을 수용하던 곳으로, 이 학교의 교장은 2015년 8월 며칠 사이에 연달아 2번 폭격을 당하면서 2명이 숨졌던 당시의 공포를 이렇게 전했다. 공습 당시 학생들은 학교에 없었지만 이로 인해 남성과 여성 각각 1명이 숨졌다.

“인간성의 종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움의 전당인 학교가 이런 식으로 사전 경고도 없이 폭격을 당하다니… 인간성이란 건 어디 있나요? … 이런 장소를 폭격하는 건 어떤 전쟁이라도 불법이에요.”

공습에 앞서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학교가 무기 저장고로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루머가 퍼졌으나, 교장은 이러한 루머가 사실이 아니며, 이에 따라 학교 전체를 수색했지만 무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국제앰네스티에 밝혔다.

예멘에서 여러 분쟁 당사자들이 학교를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상당수 있었지만, 이번 브리핑에서 다룬 5건의 사례에서는 무기의 흔적이나 2차 폭발의 증거, 이외에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암시하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정부군과 비정부 무장단체 모두 군사적 목적 또는 인근의 군사 작전을 위해 학교를 이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이 때문에 학교가 정당한 군사적 목표 또는 공격 대상이 됨으로써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어린이 교육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해 초 채택된 무력분쟁 시 어린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25호는 분쟁의 모든 당사자에 대해 “학교의 민간적 특성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고, 또한 학교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경우 학교가 국제법상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됨으로써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이번 브리핑 역시 미국, 영국 등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전쟁범죄 등 국제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데 이용될 무기의 이전을 모두 시급히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연합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국가들은 범용 폭탄과 전투기, 전투헬리콥터 및 관련 부품과 구성요소의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

지난달 미국 국방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MK89 시리즈의 범용 폭탄을 포함해 총 12억 9,000만달러 규모의 무기 이전을 승인했다. 해당 무기가 불법 공습에 이용되어 민간인 사망자 수백 명을 발생시켰다는 국제앰네스티의 발표에도 불구한 일이었다.

파키흐 상임고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 소속 국가들이 전쟁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이들에 대한 무기이전을 허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다. 이러한 무기 이전은 모두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같은 무기거래조약의 당사국들은 이전된 무기가 민간인, 민간 표적을 공격하거나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데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경우 이러한 무기의 이전을 허가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영어전문 보기

Bombing of schools by Saudi Arabia-led coalition a flagrant attack on future of Yemen’s children

Saudi Arabia-led coalition forces have carried out a series of air strikes targeting schools that were still in use, in violation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and hampering access to education for thousands of Yemen’s children, said Amnesty International in a new briefing published today. The coalition forces are armed by states including the USA and UK.

The briefing ‘Our kids are bombed’: Schools under attack in Yemen, investigates five air strikes on schools which took place between August and October 2015 killing five civilians and injuring at least 14, including four children, based on field research in Yemen. While students were not present inside the schools during the attacks, the strikes caused serious damage or destruction which will have long-term consequences for students.

“The Saudi Arabia-led coalition launched a series of unlawful air strikes on schools being used for educational – not for military – purposes, a flagrant violation of the laws of war,” said Lama Fakih, Senior Crisis Advisor at Amnesty International who recently returned from Yemen.

“Schools are central to civilian life, they are meant to offer a safe space for children. Yemen’s young school pupils are being forced to pay the price for these attacks. On top of enduring a bitter conflict, they face longer term upheaval and disruption to their education – a potentially lifelong burden that they will be forced to shoulder.”

In some cases the schools were struck more than once, suggesting the strikes were deliberately targeted.

“Deliberately attacking schools that are not military objectives and directly attacking civilians not participating in hostilities are war crimes,” said Lama Fakih.

The damage has severely disrupted the schooling of the more than 6,500 children who attend classes at the schools in Hajjah, Hodeidah and Sana’a governorates. In certain cases the schools had been the only ones in the area. No evidence could be found in any of the five cases to suggest the schools had been used for military purposes.

In October 2015 the Science and Faith School in Beni Hushayash, Sana’a was attacked on four separate occasions within the space of a few weeks. The third strike killed three civilians and wounded more than 10 people. The school, which was the only one in the village, was providing education to 1,200 students.

The Kheir School in the village of Hadhran, Beni Hushaysh, also suffered multiple air strikes causing extensive damage rendering it unusable. Other air strikes on the same village struck two civilian homes, killing two children and injuring their mother, and a nearby mosque, killing one man and injuring another, who were praying at the time of the attack.

Amnesty International is calling for the five attacks highlighted in this briefing to be investigated independently and impartially and for those responsible to be held accountable. It is also asking the coalition to provide full reparation to victims of unlawful attacks and their families.

“The lack of investigations by the Saudi Arabia-led coalition, and those who provide them with arms and other support, into a growing list of suspected unlawful attacks suggests a chilling apathy for the devastating consequences this war has wrought on civilians in Yemen,” said Lama Fakih.

“Regardless of the outcome of planned peace talks next week it is crucial that independent investigations into these and other unlawful strikes are undertaken and that those responsible are held to account.”

The country’s entire education system has suffered as a result of the conflict. According to UNICEF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Children’s Emergency Fund) at least 34% of children in Yemen have not been to school since the air strikes first began in March 2015. The Sana’a based Ministry of Education has also shared data with Amnesty International reflecting that more than 1,000 schools are out of operation: 254 completely destroyed, 608 partially damaged and 421 being used as shelters for people internally displaced by the conflict.

As well as killing and injuring people, the attacks on schools have terrified civilians and caused students to suffer psychological trauma.

“Right now we are living in fear and terror. Today I saw the plane and I was very afraid and terrified,” said one 12-year-old child who attends al-Asma school in Mansouriya, Hodeidah which was destroyed in a coalition bombing in August.

The director of another school in Hodeidah city, the al-Shaymeh Education Complex for Girls, which catered for some 3,200 students described her horror after the school came under attack twice within a matter of days in August 2015 killing two people. No students were present at the school during the attack, but a man and woman were killed.

“I felt that humanity has ended. I mean, a place of learning, to be hit in this way, without warning… where is humanity? …It is supposed to be illegal in any war to strike such places,” she said.

Prior to the attack, rumours had circulated online, including in social media, suggesting the school had been used to store weapons, but the director told Amnesty International this was untrue and that the school had been searched following the rumours- no weapons were found.

Although there have been occasions where schools in Yemen have been used for military purposes by the various parties to the conflict, in all five of the cases highlighted in this briefing no weapon remnants, evidence of secondary explosions or any other evidence was found by Amnesty International to indicate that the schools had been used for military purposes.

Both state and non-state armed groups should refrain from using schools for military purposes or operating nearby, which can have the effect of making them schools lawful military targets and subject to attack, consequently putting civilians at risk and having long-term adverse impact on children’s access to education.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225 on children in armed conflict adopted earlier this year calls on all parties to conflict to “respect the civilian character of schools” and also expresses serious concern that the military use of schools may render them legitimate targets of attack under international law and would endanger the safety of children.

Amnesty International’s briefing also highlights the urgent need for all states who supply arms to the Saudi Arabia-led coalition, including the USA and UK, to suspend all transfers of weapons which are being used to commit violations of international law, including war crimes, to those carrying out attacks. In particular, states supplying arms to coalition forces should suspend transfers of general purpose bombs, fighter jets, combat helicopters and their associated parts and components.

Last month the US State Department approved an arms transfer worth $1.29 billion to Saudi Arabia, which includes the transfer of general purpose bombs from the Mark/ MK89 series, despite the fact that Amnesty International has documented their use in unlawful air strikes that have killed scores of civilians.

“It is simply appalling that the USA and other allies of the Saudi Arabia-led coalition have continued to authorise arms transfers to members of the coalition, despite the clear evidence that they are not complying with the laws of war –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All such transfers must halt immediately,” said Lama Fakih.

“States supplying weapons to the coalition must also use their influence to press coalition members to act in compliance with their international obligations and to investigate violations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Countries such as the UK, that are party to the Arms Trade Treaty, are prohibited from authorizing an arms transfer if they have knowledge that the arms would be used to commit attacks against civilians, civilian objects or other violations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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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단체 보코하람의 폭정에서 살아남은 여성 생존자 수천 명이 이들을 구조하러 온 나이지리아 보안군에게 추가 피해를 당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신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 <그들은 우리를 배신했다(They betrayed us)>는 나이지리아 정부군 및 군과 협력하고 있는 민병대인 민간합동기동대(JTF)가 여성들을 남편과 격리해 외딴 지역의 ‘위성 캠프’에 구금한 후, 이들을 강간하고 때로는 식량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국제앰네스티가 2015년부터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의 수용소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른다.

오사이 오지그호(Osai Ojigho) 국제앰네스티 나이지리아 국장은 “이미 보코하람의 점령하에 큰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이 나이지리아군에게 또 다시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여성들은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기아와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강간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학대가 보코하람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박해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처우에 대해 항의할 때마다 보안 관계자로부터 “보코하람 부인”이라고 불리며 구타를 당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군은 2015년 보코하람으로부터 영토를 수복한 후, 교외 마을 주민들에게 위성 캠프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떠나지 않고 집에 남은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지역에서 피난을 떠나거나 강제로 실향민이 되어야 했던 사람만 수십만 명에 이른다.

군은 위성 캠프에 도착한 사람을 모두 검문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14세에서 40세 사이의 남성 대부분은 물론 남편 없이 혼자 온 여성들을 구금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남성들을 구금하다 보니, 여성들은 혼자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굶주린 여성들에 대한 강간과 성착취

여성 수백여 명은 정부군과 민간JTF 대원들이 무력과 협박을 동원해 위성 캠프의 여성들을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이용해, 자신들의 “여자친구”가 되어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질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매우 강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는 완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항상 강간이다.

오사이 오지그호(Osai Ojigho) 국장

다섯 명의 여성들은 2015년 말과 2016년 초, 바마 병원의 캠프에서 기근이나 다름없는 환경이 만연한 가운데 강간을 당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아마(20, 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군인들은 식량을 주지만, 밤만 되면 다시 찾아와요.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돌아와서는 같이 가자고 하죠. … 한 JTF 대원 남자가 제게 와서 식량을 가져다줬어요. 다음 날에는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물을 가져가야 한다고 하기에 따라갔더니, 그 남자가 텐트 입구를 닫고는 저를 강간했어요. 식량과 물을 줬으니, 앞으로도 그걸 받고 싶으면 서로 남편과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같은 캠프에서 생활하는 열 명의 다른 여성들 역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안 관계자들의 “여자친구”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러한 여성들은 캠프 내에 식량과 물, 의료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이미 자녀와 가족들을 잃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충격적인 수준의 성 착취가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이들은 충분한 식량과 생계 수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피해 여성들은 조직적인 제도하에서 성착취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성관계를 갖기 위해 버젓이 수용소를 찾아왔고, 민간 JTF 대원들은 “아주 예쁜” 여성을 골라 군인들이 데리고 가게 했다. 여성들은 겁에 질려 성관계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오사이 오지그호 국장은 “이처럼 매우 강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는 완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나 강간에 해당하며, 나이지리아군과 민간 JTF 대원들은 그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가해자를 비롯해 이런 실태를 방임하고 있는 책임자들은 국제법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

위성 캠프에 갇힌 사람들은 2015년 초부터 2016년 중반까지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이 시기에는 인도적 지원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한 일이었다.

이 시기 바마 병원 캠프에서만 최소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이 기간에만 매일 15명에서 30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갔다고 일관적으로 증언했다. 이 시기 위성 사진을 보면 캠프 내부의 묘지 면적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반키, 디콰 등 다른 위성 캠프에서도 마찬가지로 매일같이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국내실향민 인권 보호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증명해야 할 때다.

오사이 오지그호(Osai Ojigho) 국장

2016년 6월부터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들은 위성 캠프에 대한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충분한 식량을 구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고, 캠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이들의 행동을 제한한 탓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2017년 중순 디콰의 위성 캠프에 들어온 여성들 중에는 캠프에 도착한 이후 아무런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 여성들은 지금도 캠프 내부에서는 굶주림과 질병이 만연하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얀나(가명)는 2017년 말 디콰에 도착해 훌라타리 수용소에서 생활했다. 그녀는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언제나 시신을 땅에 묻고, 묻고, 또 묻을 뿐이죠. 언젠가 저도 저 자리에 누울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부와 국제 비정부단체에서 직접 식량을 배급할 때조차도 만연한 부정부패 때문에 식량을 전혀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사이 오지그호 국장은 “수용소 관리자들이 내부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분한 식량 없이 사람들을 수용소에 구금한 것은 인권법 및 국제인도법 위반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뒀다면 살인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와Giwa 부대에 구금된 여성들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자녀를 동반한 여성 수백여 명이 악명 높은 기와 부대의 구금 시설에 2015년부터 갇혀 있던 것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들 중 대부분은 석방됐으나, 알려지지 않은 수의 여성들은 지금도 군 시설에 여전히 구금되어 있다.

이들 중 다수가 2015년부터 구금된 사람들이다.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 또는 강제 결혼을 당한 피해자이지만 구조되는 대신 소위 “보코하람 부인”이라는 이유로 군에 구금되었다.

국제앰네스티는 기와 부대에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다섯 건 입수했으며, 여성 7명은 불결하고 비좁은 감방에서 아무런 의료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출산을 했다고 밝혔다. 2016년 이후 영유아 최소 32명과 여성 5명이 구금 중 목숨을 잃었다.

오사이 오지그호 국장은 “보코하람 대원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구금하는 것은 국제법 및 나이지리아법상 불법이자 차별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보코하람의 학대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보코하람의 압제하에 수 개월에서 수 년을 살아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보코하람 대원과 강제로 결혼해야 했다고 전한 사람도 있었고, 보코하람의 엄격한 규율을 어겼다가 매질을 당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가족 또는 이웃이 탈출을 시도하려다 실패하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도 7명에 이르렀다.

 

행동해야 할 때

2015년 이후 다수의 비정부단체와 인도주의단체가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성폭력이 자행되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알렸다. 이러한 보고가 발표될 때마다 정부는 해당 사실에 대해 조사에 임하겠다고 빈번히 약속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전혀 취하지 않았으며 처벌받은 사람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조사를 실제로 수행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언제나 시신을 땅에 묻고, 묻고, 또 묻을 뿐이죠. 언젠가 저도 저 자리에 누울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얀나(가명), 보코하람 생존자

2017년 8월, 예미 오신바조 나이지리아 대통령대행은 군의 인권의무 이행 여부를 검토하는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많은 여성들이 위원회에 증언했으며, 위원회는 2018년 2월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에게 해당 내용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오사이 오지그호 국장은 “부하리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국내실향민 인권 보호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증명해야 할 때다. 이처럼 끔찍한 폭력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해당 지역에서 아무런 처벌 없이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을 불식하고, 누구도 강간과 살인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이지리아 정부는 북동부 지역의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조사에 임하거나, 이전에 수행한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공여국의 지원을 통해 위성 캠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식량을 구하고, 군의 구류 시설에 임의로 구금된 사람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는 25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보르노 주 및 바마, 반키, 란, 디콰 등 7개 마을에 설치된 군의 위성 캠프를 취재하는 등 폭넓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한 구금되었다 석방된 여성 48명과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 영상과 사진,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역시 포함되어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조사 결과를 나이지리아 정부에 공유했으나, 보고서 발표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모든 피해자들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을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수, 2018/06/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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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맥주회사 기린, 최근 라킨 주 폭력사태 당시 자사 계열사가 3회 기부한 사실 인정
  • 미얀마 군 사령관, 기부금 전달식 촬영… 보안군 위한 것이라 밝혀
  • 기린, 전달한 기부금 사용처 몰랐다 인정

일본 정부는 다국적 대형 맥주회사 기린의 계열사가 2017년 로힝야에 대한 인종학살 작전이 한창일 당시 미얀마군과 정부에 기부금을 전달한 사실을 시급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의 발표에 대해 기린홀딩스는 계열사인 미얀마 브루어리가 2017년 9월 1일에서 10월 3일 사이 총 미화 3만달러의 기부금을 세 차례에 걸쳐 미얀마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린은 당시 전달된 기부금이 “폭력사태의 피해자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으나, 국제앰네스티는 첫 번째 기부금이 미얀마 브루어리의 관계자에 의해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2017년 9월 1일 수도 네피도에서 진행된 이 기부금 전달식은 당시 TV로도 중계되었으며, 민 아웅 흘리앙 사령관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직접 기부금 전달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기린은 당시 6천 달러의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뒤늦게 확인했다. 민 아웅 흘리앙 사령관은 기부금 중 일부는 라킨 주에서 작전 중인 “보안 요원과 주 정부 공무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군이 북부 라킨 주에서 로힝야에 대한 인종학살을 자행하고 있던 시기, 바로 그 군대에 기부를 하는 국제 투자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시마 조시(Seema Joshi) 국제앰네스티 기업인권국장

시마 조시(Seema Joshi) 국제앰네스티 기업인권국장은 “미얀마군이 북부 라킨 주에서 로힝야에 대한 인종학살을 자행하고 있던 시기, 바로 그 군대에 기부를 하는 국제 투자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이렇게 전달된 기부금이 실제로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된 군부대 작전을 지원했을 위험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미얀마 최고사령관과 함께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하기로 선택한 것은 미얀마 브루어리가 로힝야에 대한 미얀마군의 행보를 지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품게 만든다”고 밝혔다.

시마 조시 국장은 “일본은 자사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과 관계없이 인권탄압에 기여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의심스러운 기부금 전달 사실에 대해 시급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린의 미얀마 투자

2015년 기린은 미얀마 최대 규모의 맥주회사인 미얀마 브루어리의 지분 55%를 미화 5억 6천만달러에 매입했다. 미얀마 브루어리의 남은 지분은 미얀마 전·현직 군인들이 소유한 대형 복합기업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 유한회사(UMEHL)’가 보유하고 있다. 2017년 8월 29일, 미얀마 정부는 UMEHL과의 합작사업 진행 과정에서 기린이 만달레이 브루어리에 미화 43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기린은 미얀마 맥주 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기린은 세계적인 주요 맥주회사로,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표 주류회사인 라이언 네이션을 인수했고 필리핀 산 미구엘의 지분 48.6%를 보유하고 있다.
기부금이 전달될 당시 세계 각국 언론에서는 미얀마 보안군이 로힝야 사람들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잔혹행위를 자행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었고, 이미 수십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이웃나라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나고 있던 시기였다.
2017년 9월 11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로힝야에 대한 공격을 “인종학살의 교과서적인 예”라고 칭했으며, 국제앰네스티는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미얀마 보안군이 다수의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적으로 널리 보도됐으나, 기린은 그 이후인 2017년 9월 23일과 10월 3일에도 추가로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직접 밝혔다.

‘인도적 목적 사용’ 주장 반박하는 공개출처 증거

기린은 2018년 4월 국제앰네스티에 보낸 서한에서 라킨 주에 기부금 2회, 쌀과 식용유 등의 현물기부 1회로 총 세 차례 지원을 제공한 것은 폭력사태의 피해자들에게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에 기부한 것이 아니라는 기린의 주장은 미얀마 총사령관인 민 아웅 흘리앙 사령관이 직접 인터넷에 게재한 글을 비롯한 여러 공개출처 증거와 상반된다.

국제앰네스티 디지털 검증단은 민 아웅 흘리앙 사령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 중, 9월 1일 민 아웅 사령관과 정복 차림의 군 관계자들이 공식 행사장에서 여러 미얀마 기업의 대표들로부터 선물을 전달받고 있는 영상을 분석하고 검증했다.

이 행사가 개최되기 일주일 전인 2017년 8월 25일은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면서 라킨 주에 재차 위기가 시작된 시기였다. 이에 미얀마군은 살인, 강간 및 성폭력, 고문, 마을 방화, 강제로 굶주리게 만드는 전략 등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수준의 폭력을 가하며 잔혹하게 대응했고,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그 실태를 상세히 기록했다. 693,000명이 넘는 로힝야 사람들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나야 했고, 지금도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다.

민 아웅 흘리앙 사령관은 2017년 9월 1일 TV 연설을 통해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며,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국가 방위와 안보 의무를 짊어지고 목숨을 건 보안 요원과 주 정부 공무원, ARSA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집을 떠나야 했던 원주민들을 위해 기부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합작 사업 기부

국제앰네스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민 아웅 사령관은 기린이 인정했던 나머지 두 건의 기부에 관해서는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9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다른 기념 행사를 언급했는데, UMEHL과 18개곳의 합작 투자사는 이 행사를 통해 추가로 미화 19,200달러를 군에 기부했다. 기린은 당시 이 행사에도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민 아웅 흘리앙 사령관은 이러한 기부금이 “라킨 주에서 희생을 감수하며 국가 방위와 안보 의무를 수행한 보안군 부대 및 각 부서별 직원, 그리고 ARSA의 테러 공격으로 본래 살던 지역을 떠나야 했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며, 국경지역의 철책 설치 사업에도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전, 국제앰네스티와 각 언론은 미얀마 보안군이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대인지뢰를 국경지대 철책을 따라 매설한 정황에 대해 기록한 내용을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얀마 정부에 대인지뢰 사용 사실과 관련해 공식적인 항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서류 증거 없어

기린은 미얀마 브루어리가 “라킨 주 또는 어떤 지역에서든 군사 작전을 지원하려는 의도로 직접, 또는 UMEHL을 통해 기부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UMEHL과의 합작 계약에 “미얀마 브루어리의 재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명백히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기린은 UMEHL의 해당 조항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점을 추궁하자, 기린은 계약서의 세부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성격의 기부가 기린과 UMEHL의 합작투자 계약에 포함되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기린은 UMEHL이 먼저 기부금을 요청했으며, 이후 라킨 주 정부가 소유한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했음을 기린에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린은 이러한 은행 계좌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송금된 금액이 얼마인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기린은 “최종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단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까지는 충분히 추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받은 것이 군이 아니라 라킨 주 정부라고 해도, 중대한 인권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주 정부가 로힝야에 대한 고질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등의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시마 조시 국장은 “군이나 라킨 주 정부에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함으로써 미얀마 브루어리는 오랜 세월 동안 차별을 겪어야 했던 로힝야와 그 외 소수민족의 인권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기부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전달되었는지에 대해 미얀마 브루어리가 분명히 밝히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책임

기린은 인권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 행동지침에도 명시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기준에 따라, 기린과 같은 기업은 활동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업이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영업 활동이 인권침해를 유발하거나 그에 기여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기업은 위험 기반 실사 분석을 진행함으로써 잠재적 또는 실제로 발생한 인권 영향을 확인하고 평가해야 한다.

기린이 서한을 통해 국제앰네스티에 전달한 정보에 따르면 기린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기린은 정부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라킨 주에서의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미얀마의 인권침해에 동참하고 있다.

기린은 2018년 2월 세계적인 인권정책을 새롭게 마련하고, 미얀마 내에서 이루어지는 미얀마 브루어리의 거래 내역 검토를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또한 앞으로 모든 기부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마 조시 국장은 “이처럼 의심스러운 기부금 전달이 이루어진 지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 단계에서 정책을 바탕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늑장 조치다. 이미 잠재적인 피해는 모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심스러운 기부금 전달이 이루어진 지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 단계에서 정책을 바탕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늑장 조치다. 이미 잠재적인 피해는 모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린의 사례는 기업이 인권실사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다.”

시마 조시(Seema Joshi) 국제앰네스티 기업인권국장

“기린의 사례는 기업이 인권실사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다. 분명히 밝히건대, 국제앰네스티는 기업에 미얀마를 보이콧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아니며, 외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기린을 비롯한 기업들은 고위험 환경에서 인권침해에 기여하지 않기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고, 어떠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일본 역시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자국 기업이 인권침해를 유발하거나 그에 기여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기부금 지출에 대해 조사하고, 일본 기업이 미얀마에 투자하거나 이곳에서 기업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

 

배경
2016년 일본 정부는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가행동계획(NAP)를 마련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기업 활동이 인권 존중을 보장하도록 규제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며, 국제앰네스티는 NAP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완성시킬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현재 NAP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 기업의 부정행위에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뒤늦게 나선 데 대한 일본 정부의 변명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금, 2018/06/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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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텍사스 주 맥알렌에서 미국 –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어머니가 수색되고 억류되어 두 살배기 온두라스 망명 신청자는 울고 있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의 ‘무관용 정책’으로 잔인하게 부모와 떨어져 철창에 갇힌 어린이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 끔찍한 광경은 미국의 평판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매우 끔찍한 정책이다. 겁에 질린 아이들을 부모의 품에서 떨어뜨리고, 사실상 철창이나 다름없이 비좁은 구금 시설로 보내고 있다. 이는 고문과 다를 바가 없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Erika Guevara-Rosas)국제앰네스티 미주국장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Erika Guevara-Rosas) 국제앰네스티 미주국장은 “매우 끔찍한 정책이다. 겁에 질린 아이들을 부모의 품에서 떨어뜨리고, 사실상 철창이나 다름없이 비좁은 구금 시설로 보내고 있다. 이는 고문과 다를 바가 없다. 이민국 관계자들이 난민 가족들에게 강압적인 목적으로 이처럼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의도적으로 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미국법과 국제법상 규정하는 고문의 정의에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떨어질 수 없는 가족: 멕시코 티화나의 난민 야영지에서 촬영한 사진들

“이렇게 부모와 그 자녀를 떨어뜨려 놓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의문의 여지 없이, 난민 가족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김으로써 다른 난민들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가족 중 다수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일상적인 폭력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 부모와 자녀의 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정책이며, 또한 난민법상 미국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2018년 4월 6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형사상 불법 입국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미국 국경지대에서 2,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와 이별해야 했다. 어린이들은 구금되고, 부모 또는 보호자와 떨어졌으며,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정신적 충격에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동권을 침해받고 있다.

뉴스매체가 입수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번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수천 이상의 이주민 가족들이 트럼프 정부에 의해 생이별을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자녀들과 강제로 이별해야 했던 망명 신청자 부모 17명을 최근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법적인 경로로 미국에 입국해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었다.

게바라 로사스 국장은 “트럼프 정부의 주장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다. 이처럼 잔인하고 불필요한 정책은 비정규적 경로를 통해 들어온 가족뿐만 아니라,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보호를 신청한 사람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족들은 ‘북부 삼각지대’ 지역에서 박해와 선별적 폭력을 피해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자 미국으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정작 미국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가족 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올해 1월 “부모가 자녀까지 데려오지 못하게 하는 법을 시행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닐슨 장관의 발언을 보면 처음부터 이 정책이 가족을 표적으로 삼을 의도로 마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가족 분리는 명백히 미국 정부가 자초한 위기다. 미국 정부는 나날이 악화되는 난민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난민 가족을 상대로 역겨운 수작을 부리고 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Erika Guevara-Rosas)국제앰네스티 미주국장

게바라 로사스 국장은 “이러한 가족 분리는 명백히 미국 정부가 자초한 위기다. 미국 정부는 나날이 악화되는 난민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난민 가족을 상대로 역겨운 수작을 부리고 있다. 현 정부의 이전 이민 정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미국에 피난을 온 가족들을 표적으로 삼아 이들에게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또 다시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미국 정부에 이처럼 불필요하고 충격적이며 부당한 강제 분리 정책을 즉시 중단하고, 이미 분리된 가족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재결합시킬 것을 촉구한다.

배경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미국 남부 국경지대를 방문해 현지 조사를 수행했으며, 2017년부터 국토안보부가 망명을 신청하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을 그 부모 및 보호자로부터 강제 분리하는 경우가 부쩍 증가한 것으로 우선 파악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올해 말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초 국제앰네스티는 국경지대에서 강제 분리된 네 가족의 재결합을 촉구하며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국토안보부 정책에 따르면 가족 단위로 구금되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미국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분리된 가족들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재결합시켜라.
  • 부모 또는 보호자로부터 아동을 강제 격리하는 조치를 중단하라. 가족 화합(family unity)에 관한 국제기준에 따라 가족은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
  • 자녀와 함께 미국에 도착한 부모 및 보호자를 장기간 구금하는 조치를 중단하라.
  • 아동과 가족 이민자 구금 시설의 재정 확대를 모두 철회하라.

더 많은 배경 정보는 2017년 6월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벽을 마주하다(Facing Wall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국경관리국이 출입국관리소를 통한 정식 망명 신청을 빈번히 가로막으면서, 비정규적 경로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는 망명 신청자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고 기록했다.

화, 2018/06/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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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WILINK/Amnesty International

말라위 정부는 백색증이 있는 사람(알비노)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제도를 시급히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말라위에서 알비노는 신체부위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으나, 이처럼 끔찍한 범죄 사건의 대다수가 범인을 처벌하지 못하고 미해결 상태로 넘어가고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1월 이후 말라위에서 알비노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신고된 것만 148건으로 증가했으며, 그 중 살인이 14건, 살인 미수가 7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이후 최소 21명의 알비노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색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혐오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것은 말라위 형사사법제도의 제도적 실패를 뼈저리게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이러한 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관행을 즉시 뿌리뽑아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모든 미결 사건을 국제공정기준에 따라 지체 없이 처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 디프로스 무체나Deprose Muchena 국제앰네스티 남아프리카 지역국장

국제앰네스티는 신규 브리핑 “알비노에 대한 폭력을 멈춰라: 말라위의 알비노에 대한 효과적인 형사정의 실현을 위해”를 발표하고, 백색증을 지닌 사람들에게 정의가 구현되기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범죄에 비해 알비노 관련 사건의 수사가 종결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말라위 경찰과 입헌사법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신고된 알비노 관련 사건 148건 중 종결된 사건은 30%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기소된 사건은 살인 1건과 살인미수 1건뿐이다.

알비노 관련 사건을 처리할만한 고위급 치안판사가 많지 않아 판결이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말라위 경찰조차 국제앰네스티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살인

가장 최근 발생한 피해자는 말라위 남부 마친가 주의 나카와 마을에 거주하던 22세 남성 마크 마삼부카로, 지난 3월 9일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매트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되었다. 그의 시신은 4월 1일 얕은 구덩이에 매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2017년 12월 7일에는 두 살 소녀 잔 은웨둘라가 실종되었다. 잔의 아버지가 주술적 목적으로 이웃나라인 모잠비크의 주술사에게 딸을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모잠비크는 콩고민주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와질랜드, 탄자니아와 함께 국가간 신체부위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잔의 아버지는 이후 살인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본 브리핑이 발표된 현재까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제 역할 못하는 형사사법제도

말라위 법원과 검찰, 경찰은 재정적 자원 부족과 알비노 관련 범죄를 다룰 만한 고급 인력의 부족 등 갖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으며, 이 때문에 사건이 처리되지 못한 채 쌓이고 있다.

중대한 사건은 치안법원에서 처리하고 있지만, 기소 검사 대부분이 법률교육을 받지 않은 경찰관이다.

한 고위급 판사는 앰네스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경찰 검사 대부분이 법적 진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기 때문에 결국 피고는 무죄 판결을 받거나 훨씬 적은 형량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살인의 악순환을 끝내라

2018년 6월 13일 카숭구에서 열린 ‘세계 알비노의 날’ 기념식에서 국제앰네스티는 말라위 정부가 백색증이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재차 약속한 점에 대해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알비노 대상 범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향후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인권교육과 인식 제고 등을 통한 인권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전략에는 신체부위를 구매하려는 수요의 근원을 추적, 파악하는 것은 물론 국가간 알비노 인신매매와 신체부위 밀수를 근절하기 위해 말라위 인근 국가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디프로스 무체나 국장은 “말라위 정부는 백색증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신체부위를 노리는 범죄조직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하는 알비노의 안전과 안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사법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
2014년 11월 이후, 백색증을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및 납치, 강도 등의 인권침해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생하며 말라위 전역을 휩쓸었다. 인근 국가인 모잠비크,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공격이 벌어졌다.
백색증을 지닌 사람들은 그들의 신체부위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믿음에 따라, 이를 노리는 공격의 대상이 된다. 현재 말라위의 알비노 인구는 7,000명에서 10,000명 사이로, 1,800명당 한 명 꼴인 것으로 추정된다.
월, 2018/07/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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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카 쇼지(Hiroka Shoji)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이 글은 The Diplomat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과거의 잔혹행위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오늘날 일본 사회의 여성관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일본군 ‘위안부’에 소속된 중국인 소녀가 미얀마 랑군(양곤)의 한 캠프에서 들것에 앉아 심문을 기다리고 있다. (1945년 8월 8일)

선명하지 못한 흑백 화면 속, 커다란 구덩이에 여성 시신 수십 구가 버려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불과 19초에 지나지 않는 영상이지만, 정의를 요구하며 수십 년간 계속된 투쟁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중국 운남성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1932년부터 2차대전 종전까지 지속된 일본군 성노예제 역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2018년 2월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공개한 이후 전 세계 언론에서 널리 보도됐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근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자국의 전쟁 기록에 직면하기를 거부하고, 보상 문제에 대한 합의는 끝났다고 주장하며 잔혹행위가 자행됐다는 사실도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잔혹행위, 특히 여성에게 저지른 잘못을 적절하게 인정하길 거부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는 오늘날 일본 사회의 여성관에도 스며들어 있다. “위안부”라는 조직적인 전쟁범죄의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정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생존자들을 “직업적 창부”로 지칭하거나 증언 및 증거의 타당성을 공격하는 등 이를 부인하고, 비하함으로써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군 성노예제에 대한 보도가 아직도 이러한 부당함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일본군 성노예제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그 뿌리는 일본의 분쟁과 점령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기원한다. 당시 일본이 성노예제를 고안하고, 운영하고, 확장시킨 방식 역시 일본의 뿌리 깊은 젠더 불평등과 타국민 차별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오늘날 일본 사회에도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70년 동안 일본에서 여성의 지위는 극적인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가 갈 길은 멀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 조사 결과 일본은 성평등에 있어서는 144개국중 114번째로 최악 수준에 꼽혔다. 정부 및 공공, 민간기관에서 여성이 요직을 차지한 경우는 충격적이리만치 드물다. 일본 여성은 사회 각계 각층에서 일상적으로 성폭력과 차별에 시달리며, 세계적으로 여성 운동이 힘을 얻고 있는 지금도 이 문제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최근 오사카국제대학교 조사 결과 정부부처, 경찰, 언론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사례도 150건에 이르렀다.

젠더 고정관념이 팽배하며, 성차별적 태도는 여성들의 일상 생활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 일본 형법에서 규정하는 강간의 정의는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부부강간을 명확히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등 국제기준에 따르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20세기 초 2차대전 종전까지 한반도, 중국 등지에서 일본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의 후손 역시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소위 ‘자이니치’라 불리는 한국계 일본인에 대한 공격도 만연하다. 한국계 학교는 고등학교 학비 면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혐오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거의 매일같이 위협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벌어진 잔혹행위의 규모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일본군에 성노예로 끌려간 여성, 처형된 여성이 총 몇 명인지도 결코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던 “위안소”의 위치와 수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모두 파기되었다. 최근 성노예제에 관한 문서와 영상자료를 공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전쟁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에 대항하고, 지금도 국가의 손으로 자행되는 불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욱 넓은 범위의 개혁과 재발 방지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지 않을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생존자 대부분이 현재 90대 노인으로 그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생존자들의 증언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므로 배상에 관한 문제 해결은 나날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군 성노예제처럼 일정 기간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을 자행하도록 국가가 직접 조직한 제도는 유례가 없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조직적 폭력이 일본만의 특이한 역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구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과테말라 등 최근 역사를 통해 우리는 여성폭력이 불러온 암울한 결과를 여러 차례 목격해 왔으며, 오늘날 미얀마에서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의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피해자에게 전적이고 실질적인 배상을 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범죄의 기저에 있는 여성 차별 문제의 해결을 위해 포괄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거의 인권침해를 바로잡는다면 오늘날 여성과 소수자의 상황을 개선하고, 이처럼 끔찍한 범죄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 2018/07/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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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카리스마 있는 학생 굴리게이나 타시마이마이티Guligeina Tashimaimaiti는 굴곡 없이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굴리게이나는 최근 말레이시아 공과대학(UTM)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고, 박사과정에 합격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참이었다.
총명한 학생이었던 그녀는 영예롭게 졸업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말 못할 어려움

굴리게이나 타시마이마이티(31)는 말레이시아 공과대학에서 유일한 중국 위구르 출신 학생으로, 2010년부터 이곳에서 학부 과정을 시작했다.
굴리게이나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북부의 일리 지역에서 태어났다. 7년간의 말레이시아 유학 생활 동안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학비를 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굴리게이나 역시 틈틈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사로 일하며 돈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일리로 돌아갔을 때, 굴리게이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녀는 아버지가 경찰에 불려가 기나긴 심문을 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굴리게이나와 독일에 사는 그의 언니 굴지레까지, 가족 중 2명이 외국에 산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표적이 된 것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새미(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함)”는 굴리게이나의 절친한 친구다. 그녀는 일리 경찰이 굴리게이나에게 여권과 학위증명서 사본은 물론 혈액과 DNA 샘플까지 요구했으며, 그 사실을 굴리게이나에게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학업을 마치면 중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친필 각서까지 요구했다.

굴리게이나의 아버지는 중국 정부로부터 딸이 졸업 이후 귀국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위협을 당했다고 굴리게이나에게 말했다. 복잡한 심정으로 말레이시아에 돌아온 굴리게이나는 학업에만 매진했고, 기록적인 시간 안에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새미는 굴리게이나가 성실한 태도와 우수한 성적뿐만 아니라 봉사활동까지 참여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미는 굴리게이나가 밤낮 없이 쉬지 않고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걱정된다고 말을 꺼냈지만, 굴리게이나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를 꺼리며 가족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만을 남기곤 했다. 새미는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점차 친구가 말 못할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굴리게이나의 언니 굴지레는 20년째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결혼해 자녀 두 명을 뒀다. 굴지레는 중국 정부가 가족이 외국에 있는 위구르 사람들을 집중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굴리게이나가 석사논문을 마친 후 일리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하자, 굴지레와 새미는 그녀를 만류하려 했다. 새미는 중국에서 수많은 위구르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굴리게이나의 안위를 걱정했다.

강제실종 전의 굴리게이나가 보낸 사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굴지레는 굴리게이나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재교육 캠프”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2016년부터 위구르 자치구역에는 “반극단주의센터” 또는 “교육변화센터”라 불리는 구금시설이 대량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을 정해지지 않은 기간 동안 임의로 구금하고, 이들에게 중국의 법과 정책을 강제로 교육시키는 시설이다.

굴리게이나는 자신은 정치 활동이나 “분리주의” 활동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으니 중국 정부에 공정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굴지레와 새미에게 말했다.
굴지레는 전화 및 위챗(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부모와 연락하는 것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많은 친구들이 위챗에서 두 자매를 조직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굴리게이나는 일리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금방 말레이시아로 돌아올 것이라고 친구들을 안심시켰다.
새미가 마지막으로 굴리게이나를 본 것은 세나이 국제공항에서였다. 새미는 비행기까지 그녀를 배웅하며, 안전하다는 신호로 매주 위챗의 프로필 사진을 교체해 달라고 부탁했다.

굴리게이나는 2017년 12월 26일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그 뒤로 그녀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굴리게이나는 일리에 도착하고 일주일 뒤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이후 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수 주간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경 사진이 감방처럼 보이는 어둡고 우울한 흑백 사진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바뀐 굴리게이나의 프로필 사진

언니인 굴지레는 위챗을 통해 굴리게이나와 연락을 취하려 했고, 말레이시아의 친구들 역시 메시지를 보냈다. 현지의 이웃 주민들과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한 이웃 주민은 굴지레가 끈질기게 추궁하자 굴리게이나가 “교육 수용소”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는 힌트를 남긴 후 위챗에서 그녀를 차단했다. 이웃 주민, 친구, 가족들까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차례로 굴지레를 차단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제 위챗에 남은 연락처는 하나도 없어요. 모두 저를 차단했거든요.” 굴지레는 그렇게 말했다.

굴지레는 2017년부터 “재교육 수용소”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외국에 있거나 외국에서 막 귀국한 위구르 사람들은 표적이 되어 “재교육”을 위해 끌려갔다.
굴지레는 굴리게이나 역시 그런 곳으로 끌려간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요.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학력이 있고, 박사과정에도 합격했는데 갑자기 저나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연락을 끊을 이유가 없잖아요.”

 

위구르인 집단 구금

이처럼 굴리게이나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을 대상으로 한창 탄압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중국 정부는 “극단주의” 및 “분리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위구르인을 비롯해 이슬람계 소수민족 구성원을 집단으로 구금해왔다.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본인이나 가족이 외국에 거주하는 위구르인 다수가 표적이 되어 위협을 당했고, 중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갖가지 구금시설로 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언론에서는 위구르 자치구역에서 이루어지는 탄압과 관련해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관련 내용을 독립적으로 보도하려면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또한 “재교육 수용소”에 관한 특정 정보를 입수하고 확인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걱정에 빠진 학교 친구들과 교수진

굴리게이나는 말레이시아로 돌아와 2018년 2월 18일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도 언니인 굴지레는 물론 말레이시아에 있는 굴리게이나의 학교 친구들과 교수들 역시 그녀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굴리게이나의 학교 동료 및 친구, 지도교수들은 말레이시아 공과대학에 굴리게이나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콸라룸푸르의 중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굴리게이나가 중국에서 온 친구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 학생들과도 가깝게 지냈다고 호소했다.
이 서한에는 “그녀는 매우 사교적이고, 중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고 적혀 있다.

우리는 그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수십년 동안 역경과 고난을 견딘 끝에 그녀는 마침내 말레이시아 공과대학의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굴지레는 동생이 있을 만한 장소를 전혀 짐작할 수 없어 매우 괴로운 심정이라고 했다.

“굴리게이나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에요. 항상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걸 좋아했죠.” 굴지레는 그렇게 말했다. “평생을 공부만 해 온 아이예요. 정치적인 활동 같은 건 한 적도 없어요. 재교육 수용소에서 지낸 경험은 그 아이에게 상처로만 남을 거예요.”

굴리게이나의 학교 친구인 새미는 그녀가 결국 받지 못한 석사학위와 학교에서 수여한 상장을 보관하고 있다.

어서 굴리게이나가 일상으로 돌아와서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공부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다들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월, 2018/07/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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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수감생활을 했던 송인호씨와 히로카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히로카 쇼지(Hiroka Shoji) 동아시아 조사관

이런 날이 오기를 꿈꾸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수감생활을 했던 송인호씨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연이은 감옥행에 종지부를 찍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송인호씨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송인호씨의 꿈은 머지않아 실현될지도 모른다. 헌재 판결에 따라, 한국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입법자들은 2019년 말까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인호씨에게는 너무 늦은 판결이었다. 송인호씨는 사회에 봉사하려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따라 병역 의무 이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2016년 8월 석방될 때까지 14개월간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종신형

인호씨를 비롯해 매년 수백 명의 한국 청년들이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부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고 군에 복무할 것인지, 아니면 감옥에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보통 18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형사처벌 기록이 전과로 남아 사회에서 소외되면서 이들 중 많은 수가 형기를 마치고도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에 계속해서 시달린다. 대부분 전과 기록 때문에 평생을 사회적 낙인이 찍힌 채 불이익 속에서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인호씨를 처음 만난 건 2014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관해 조사하고자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지난 수년 동안 국제앰네스티 지지자들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범죄화 중단을 위해 활동해 왔다. 앰네스티는 개인별 사례를 통해 현 상황을 알리고, 헌법재판소에 관련 사안에 관한 법적 견해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캠페인을 통해 전세계 100개국 이상의 앰네스티 지지자들이 국방부장관에게 이 청년들의 고통을 끝내라고 촉구하는 등 국제앰네스티의 세계적인 저력이 드러났다.

국제앰네스티의 옹호 활동과 국제적 연대 활동에 더불어 유엔 전문가들 역시 힘을 보탰다. 국제앰네스티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캠페인이 시작된 지 6개월 후인 2015년 11월, 유엔 인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병역을 거부할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즉시 모두 석방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2016년, 수감 중이던 백종건씨가 내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전과가 남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종건씨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힘든 시간 중에도 앰네스티의 도움을 받은 것은 제게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각자의 노력과 도전이 당장은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그 움직임들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전과가 남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백종건씨

 

행동해야 할 때

한국 정부는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한국 정부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에서 명시한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이러한 관행을 끝낼 기회를 얻었다. 국제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어떠한 법적 또는 그 외의 제재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 남겨진 문제는 여전히 많다. 대상자의 대체복무제도 적합 여부를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평가할 것인가? 대체복무제도가 군이 아닌 민간 통제 하에 운영된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정부는 대체복무를 요청한 사람이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앞서 형이 선고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전과 기록은 말소될 것인가?

우리가 정부의 행동을 기다리는 사이, 변화는 이미 다른 곳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다. 2015년부터 하급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상대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80여 명 이상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놓은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타당한 이유 없이 입대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에 처한다고 명시한 현행 병역법에 대해서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병역법은 개정 없이 현행대로 유지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앞으로 한동안은 여전히 감옥에 보내질 수 있다.

이제 세간의 이목은 대법원에 쏠리고 있다. 양심에 따라 군복무를 거부한 사람들의 처벌을 두고 오는 2018년 8월 30일 대법원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법원 심리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한국의 국제법적 의무를 지체 없이 이행하고, 병역 의무를 대신할 순수한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 제도를 도입하고, 감옥살이로 삶이 황폐화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전원 석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호씨는 최근 헌재 판결이 나온 이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제게도 꿈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미뤄 두고 있었어요. 제 전과기록 때문에 실현될 수 없다는 걸 알았거든요. 이제는 저도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다시 꿈꿀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금, 2018/08/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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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최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요하네스버그 방문으로 임기 첫 직무를 시작하는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이 16일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권 운동이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크고, 대담하고,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이 밝혔다.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인권은 인류가 마주하는 일부 불의와 관련된 것일 뿐 다른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세계가 맞닥뜨린 복잡한 문제는 그래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가 현재 겪고 있는 억압의 유형은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변화 위기가 불평등과 인종에 관한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해 논할 수 없으며, 성차별이 여성의 경제적 배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면 그에 대해 다룰 수 없다. 기본적인 경제 정의를 요구하려 할 때 정확히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탄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현재 인류가 현대 역사상 가장 분열된 시기를 살아가고 있으며,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증오와 공포에 눈이 먼 사회에 악몽처럼 끔찍한 비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인권과 같이 인류를 하나로 묶는 공통된 가치 아래 하나가 될 때에야 비로소 이러한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역설했다.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먼저, 국제앰네스티는 전세계 구석구석, 특히 남반구까지 뻗어 나가는 순수한 의미의 글로벌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음을 분명히 전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더욱 포용적인 인권 단체로 나아갔으면 한다. 2018년에는 인권옹호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활동가는 노동조합, 학교, 종교단체, 정부, 기업체까지 삶의 각계 각층 어디서나 탄생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 우리는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며, 더 나은 활동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이의 제기와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일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이곳에 필요한 리더이기도 하다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믿음이다. 아헤드 타미미, 엘린 에르손, 시본길레 은다쉬처럼 시민 불복종에 나서거나 ‘순진하고 이상적’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를 서슴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용감한 롤모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닥친 불의를 출신과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의 일처럼 여긴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지구 반대편의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낯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싸울 때, 변화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실은 더욱 명백하게 증명되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모두 힘을 합쳐 압제자에 맞서야 할 시기다.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 자녀와 손녀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 불의를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사람이라면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국제앰네스티는 여러분의 목소리와 참여를 필요로 한다. 인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운동에는 여러분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임 사무총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살릴 셰티 전 사무총장이 지난 8년간 국제앰네스티에 공헌하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살릴 셰티 전 사무총장이 남긴 업적을 바탕으로 이를 더욱 확장시켜, 세계적으로 단합된 운동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규칙을 깨고 변화를 만들다

쿠미 나이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사회정의운동에 바친 활동가다. 1965년 더반에서 출생한 쿠미는 15세 때 처음으로 액티비즘에 발을 들이게 된다. 당시 그는 반 인종격리 정책 시위를 조직하고 이에 참여했다가 결국 퇴학을 당했다.

1985년, 시위 도중 끌려나가는 쿠미 나이두

그때부터 쿠미는 지역사회 액티비즘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게 됐고, 인종차별적 정권에 맞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1986년, 21세가 된 쿠미는 비상사태 관련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어쩔 수 없이 도피 생활을 해야 했던 그는 결국 영국으로 망명하기로 결정하고,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어 해방운동에 관한 금지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렀다.

인종차별 정권이 붕괴되자, 쿠미는 1990년 남아공으로 돌아와 아프리카민족회의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것은 교육이었는데, 특히 성인의 문맹률 낮추기 운동과 선거 교육 운동 등을 통해 그동안 역사적, 제도적으로 외면당했던 지역에 힘을 불어넣었다.

쿠미는 여러 차례 대표직을 역임했지만, 그 중에서도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이사장 재임 시절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대표하는 용감한 활동가로서 그의 명성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시기였다. 특히 2011년 북극 원유 시추에 반대하는 탄원서명을 직접 전달하고자 그린란드의 석유굴착장치를 오르다 체포된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로부터 1년 후에는 러시아 북극의 바렌츠해에 있는 러시아 석유굴착장치를 점거하기도 했다.

쿠미가 가장 최근 맡았던 직책은 범아프리카단체인 정의, 평화, 존엄을 요구하는 아프리카 궐기(Africans Rising for Justice, peace and dignity)의 공동설립자 겸 임시 의장이었다. 노동조합과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간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이 단체는 아프리카 대륙 자체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프리카인들은 늘어나는 부와 권력을 분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62년 국제앰네스티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재판에 감시대표를 파견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쿠미가 앰네스티의 세계적 대표직인 사무총장에 지원하게 된 것은 그 편지 덕분이었다.

국제앰네스티의 신임 사무총장직 임기가 시작되기 전날 밤, 쿠미는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던 장소인 더반의 채스워스 중학교를 방문했다. 1980년 퇴학당한 이후 처음으로 찾은 모교였다.

아침 조회 시간에 모인 아이들에게 쿠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에 납득하지 마세요. 리더십은 내일 발휘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가만히 있으면 내일은 오지 않습니다. 인류에 대한 봉사는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배경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의 대표자이자 주요 대변인이며, 국제이사회의 이사장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 단체로, 전세계 70개국 이상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직원 2,600명, 회원과 자원봉사자, 지지자 총 700만명을 보유하는 등 세계적인 입지를 자랑한다.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 국제이사회가 임명하며, 4년간의 임기를 수행한다. 임명은 세계적으로 폭넓게 후보를 물색한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다.

쿠미 나이두는 기후대응을 위한 세계캠페인 의장, 빈곤퇴치행동을 위한 세계캠페인 초대의장, 세계시민단체연합회(CIVICUS) 사무총장 및 최고경영자 등 다수의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쿠미 나이두의 전임자인 살릴 셰티 전 사무총장은 지난 2010년부터 사무총장직을 연임했다.

목, 2018/08/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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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옹호자인 텝 바니Tep Vanny가 735일의 수감 생활 끝에 사면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국제앰네스티 Global Operations의 부국장 미나 핌플Minar Pimple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평화적인 운동을 하다 부당하게 구금된지 2년이 지난 후, 텝 바니가 드디어 그녀의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은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석방은 진작 이뤄졌어야 합니다. 텝 바니는 근거도 없는 정치적 혐의와 부정적인 재판 끝에 갇혔습니다. 그녀는 애초에 투옥될 수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당국은 더 이상 보복의 두려움 없이 텝 바니가 다시 활동을 할 수 있도록하는 것은 물론이고,그녀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을 무효로 하고 다른 미결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를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수감되어 있는 다른 양심수들도 즉시, 조건없이 석방되어야 합니다.”

배경

텝 바니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벙깍 호수를 개발하려 당국이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강제퇴거 시키는 것에 저항한 주거권 활동가이자 인권옹호자입니다. 2007년 벙깍 호수에 첫 공사가 시작된 후 수천 가구가 불법적인 강제퇴거를 당했고 지금은 완전히 모래로 메꿔졌습니다. 텝 바니는 벙깍 호수에 살던 사람들의 공동체 지키고자 활동했고, 캄보디아 정부는 그녀에게 괴롭힘을 일삼았으며 정치적인 이유로 범죄혐의를 씌웠습니다. 텝 바니는 2013년 이후에만 최소 6번 체포되었습니다. 2017년 2월 23일, 프놈펜 제1심 재판소는 텝 바니에게 “심각한 상황에서의 의도적인 폭력” 혐의가 있다며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2013년 3월 총리의 집 앞에서 열린 벙깍 호수 공동체의 활동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텝 바니가 평화적으로 참여했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텝 바니가 평화로운 인권 활동을 펼치다가 구금된 양심수로 보고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BRAVE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전 세계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수, 2018/08/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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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로젠스와이그Joshua Rosenzwei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부국장
이 글은 한겨레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한국이 마침내 양심적 거부자를 범죄자 처벌, 구금하고 낙인찍었던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할 것인가?

6월 28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인권으로 인정했다.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처벌과 수감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군과 관계없는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5조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차기 법적 전쟁터는 대법원이다. 8월 30일 대법원은 병역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도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을 개최한다. 현재 천여 명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생이 걸린 모든 재판이 올해 말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계류 중이다. (국제앰네스티 의견서 보기)

국제법과 국제규범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양심적 거부자들이 법적 처벌을 비롯한 어떤 종류의 불이익도 받아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세계인권선언 18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8조가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며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 안보와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한국 정부의 오랜 입장을 뒤집었다. 판결 이후 국방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2007년에 제안된 바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결을 내린 이래,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한국이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도록 더욱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UN인권위원회는 한국의 사례 5건을 포함한 16건에 대해 적절한 대체복무 선택지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인권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UN인권위원회와 UN인권이사회는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에서도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여럿 나왔다.

오늘날 한국과 같은 규모로 병역거부자를 수감하는 나라는 지구 상에 없다. 이 문제로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데 대한 변명은 있을 수 없다.

대법원은 대체복무의 형태 역시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이 내려지든 간에, 모든 대체복무는 반드시 국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대체복무는 지원자 평가를 포함, 복무의 내용과 관리,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순수하게 민간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국방부 관리 하의 “비전투 복무” 및 대체복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복무 기간이 군 복무 기간보다 긴 대체복무와, 성격과 조건상 처벌적, 차별적으로 여겨지는 형태의 대체복무 역시 마찬가지다. 대체복무를 하는 이들이 복지 제도 및 연금 혜택, 교육과 채용에 있어 차별이나 미래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끝으로, 모든 대체복무는 개개인의 양심적 거부 사유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단일 형태의 대체복무제는 부적절하다.

한국 정부가 시급히 답해야 할 문제는 이 외에도 많다. 현재 수감 중인 100여 명의 양심적 거부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2만 명에 달하는 양심적 거부자들의 전과 기록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양심적 거부자들과 그 가족이 수감으로 인해 잃어버린 3만 7천 시간(여호와의 증인의 추정치)에 달하는 세월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웃 국가와의 충돌에 따른 정치적 분쟁을 겪은 후 2003년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바 있는 아르메니아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당시 도입된 대체복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군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대체복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양심적 거부자들은 그 후로도 10년 간 복무를 거부했고, 이들에 대한 처벌과 수감도 계속되었다. 국제 사회의 긴밀한 감시 속에 여러 법적 절차를 거친 후에야 정부는 거부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2013년 제도를 개정하였으며 대법원은 거부자들에 대한 판결을 파기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단번에 제대로 해결할 기회를 맞이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고 제대로 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수 천 명의 청년들에게 미래라는 기회를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이 한국의 양심적 거부자들에 대한 처벌과 차별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다. 전 세계가 한국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목, 2018/08/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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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제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경찰 추산 300여 명이 참가한 축제에서는 당초 50여 개의 부스 프로그램과 공연, 행진이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축제는 1000여 명의 호모포비아 세력의 집단적인 방해로 인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1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했으나 평화적 집회 시위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축제장에서는 호모포비아 세력에 의한 언어폭력, 구타, 물품 파손, 도난, 강간위협 등의 폭력 상황이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에 계속해서 보고되었다. 현장에 있던 앰네스티 활동가 또한 호모포비아 세력에게 구타당했고, 들고 있던 깃발마저 갑자기 달려든 호모포비아에게 갈취당했다. 이처럼 축제장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에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이어지는 폭행 신고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평화적 집회 시위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행해진 폭력을 방치하고 방관한 경찰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신고한 행진 또한 호모포비아의 방해로 인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으나 경찰은 행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절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의 국제인권법은 국가에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촉진시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그 의무를 저버린 경찰 및 관계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이날 벌어진 폭력에 대해 책임자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LGBTI가 공격받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약속해야 한다. 이날 축제 참가자들에게 행해진 혐오 폭력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는 즉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도입하여 소수자들이 혐오와 폭력에서 보호받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월, 2018/09/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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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테렝가누에서 여성 2명에게 채찍질형 6회가 집행됐다. 이 여성들은 서로 합의된 동성간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당시 현장에는 피고인들의 가족과 정부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첼 초아 하워드Rachel Chhoa-Howard 국제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조사관은 이 소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날은 말레이시아의 LGBTI 권리는 물론 인권 역시 후퇴시킨 끔찍한 날이다. 서로 합의된 동성간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두 사람에게 이처럼 잔인한 처벌을 가한 것은 말레이시아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린 만행이다.”

“여성 2명에게 채찍질형을 집행한 것은 말레이시아의 LGBTI가 겪는 차별과 범죄화의 심각성을 재차 적나라하게 일깨웠다. 이는 새롭게 출범한 정부 역시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벌에 해당하는 수준의 조치를 용납하고 있다는 신호다.”

성 지향성과 젠더 정체성을 범죄화하는 악랄한 법이 계속 존재하는 한, 말레이시아의 LGBTI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러한 유형의 처벌을 당할 위험에 놓일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이유로 두려움 속에 살아가서는 안 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즉시 억압적인 법을 폐지하고, 고문이나 다름없는 처벌을 금지하고,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배경

2018년 8월 12일, 테렝가누 샤리아 고등법원은 각각 22세와 32세인 말레이시아 여성 2명에 대해 “여성간의 성관계” 혐의로 벌금 3,300링깃(633유로)과 채찍질 6회를 선고했다.

두 사람에게 채찍질형이 선고되기 이전부터 말레이시아에서는 수 주간에 걸쳐 LGBTI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LGBTI 관련 시설은 습격의 대상이 됐고,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은 LGBTI에 대해 연이어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무자히드 유소프 라와Datuk Dr Mujahid Yusof Rawa 말레이시아 종교부장관은 언론보도 인용을 통해 파카탄 하라판(희망연대) 정부는 LGBTI를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며, 과거에 정부가 LGBTI와 교류한 것은 단지 그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밝혔다.

채찍질형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처벌의 형태로, 고문에 해당할 수 있으며, 국제법상 절대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목, 2018/09/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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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진실을 원한다:
내 딸 마리엘 프랑코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마리네테 다 실바

6개월 전,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내 딸, 마리엘 프랑코가 3월 14일 리우데자네이루 한복판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의 삶에서 마리엘이 차지하던 존재감만큼이나 엄청난 공허감을 남겼다. 그날 밤 이후, 가족들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마리엘과 함께 목숨을 잃은 운전기사 안데르손 고메즈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딸을 잃은 슬픔을 그 누가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의원이자 저명한 인권옹호자였던 마리엘이 무슨 짓을 했길래 이처럼 끔찍한 폭력을 당해야 했는지 날마다 고민해 보지만, 여전히 그 답은 알 수 없다.

온라인액션
브라질: 누가 마리엘 프랑코를 죽였는가
1,748 명 참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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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눈에 띄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교회에서, 참여한 프로젝트에서도 타고난 지도자의 기질을 발휘했다. 마리엘은 언제나 남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마을 텃밭을 일구거나 소외계층을 위해 대학 입시 과정을 열고, 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다. 연대를 기반으로 구성된 집단 조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마리엘은 남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꼈다. 마리엘이 느끼는 책임감과 그녀가 꾸는 꿈은 너무나도 거대했고, 결국 2016년 마리엘은 브라질 제2의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의 시의원직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마리엘의 선거 운동은 리우데자네이루 정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는 흑인 여성과 페미니스트, 젊은이들, 빈민가 주민들이 모두 포함됐다. 마리엘은 총 득표수 5위를 기록했고, 당 내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마리엘은 소수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활동한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했다. 인권옹호자로서는 자신이 옹호하는 사람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브라질 국민들이 제도권 정치에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마리엘은 자신의 활동을 국회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갔고, 그것이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내 딸 마리엘의 삶은 느닷없이 끝나버렸다. 마리엘의 공적 활동이 순식간에 차원이 다른 규모로 성장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마리엘이 곧 수도 브라질리아로 진출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리엘이 그렇게 쉴 새 없이 주장하며 신봉했던 집단의 이익을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엘이 피살된 이후에도 그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며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수도에서 수천 명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다양한 경로와 다양한 언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내 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됐다.

내 딸의 목숨을 앗아갔던 잔인한 범죄 사건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마리엘의 이야기를 전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우리의 입장을 재차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수사 책임당국에 매번 대상을 바꿔가며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고도 있다. 그러는 동안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정하게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마리엘을 롤모델로 여기는 소녀들이었다. 이들은 어디서든 내 딸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나 스티커를 가슴에 달고 다녔다. 브라질에서, 세계 각지에서 보내주는 성원이 우리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줄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정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리엘의 생애는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마리엘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식을 잃은 고통에 시달리며 생애 가장 힘겨운 시간을 견디는 어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헌신했다. 피해자들은 보호를 받아야 할 정부 요원들에게 오히려 죽임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허술한 치안 정책으로 매년 수천 명의 흑인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마리엘은 그 허술한 정책들에 맞서 싸웠다. 지금, 나는 그 어머니들과 같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 나의 고통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슬픔의 크기는 그들 못지 않다. 피해자 어머니들은 매일같이 나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나의 안부를 묻고, 내가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해주고 있다. 내 딸이 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그들이 내게 같은 일을 해 주는 것이다.

나는 내가 받은 온기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연대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마리엘이 곁에 있음을 느낀다. 이 연대에는 그날 밤, 범인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기를 바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 마리엘은 제도에 책임을 묻기 위해 활동을 벌였고, 빈민가 출신의 흑인 여성인 주제에 지금까지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차지한 역사가 없었던 지위를 감히 차지하려 들었다. 사람들은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고 느낀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전 세계의 활동가들과 함께 저항하며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내 딸 마리엘의 모범적인 행보가 국제적으로 더욱 인정을 받았고, 그것이 곧 정의를 요구하며 브라질 정부에 책임을 묻는 투쟁으로 변화했다. 마리엘은 다정한 사람이었고, 사랑으로도 투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 같은 존재였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영감을 제공했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인권옹호자였다. 우리 가족은 이 범죄의 원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내 딸을 죽였는지, 누가 살인을 지시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마리네테 다 실바는 변호사이자 마리엘 프랑코의 어머니입니다.

수, 2018/09/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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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쿠미 나이두Kumi Naidoo사무총장

가나는 자국에서 가장 훌륭하기로 손꼽히는 인재를, 아프리카는 한 명의 거인을, 세계는 도덕적 잣대를 잃었다. 그를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특별한 삶에 영향을 받았던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 역시 비통함에 빠져 있다. 같은 아프리카 출신이자 평화와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리더로서, 나 역시 감히 그들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피 아난

무엇보다도, 그의 아내인 나네를 비롯한 아난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또 그가 한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현재 우리가 분투하고 있는 문제의 관점에서 코피 아난에게 경의를 표하려 한다.

코피 아난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 ‘우리 연합국 국민들’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유엔 헌장의 서문을 재차 강조하곤 했다. 국가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가장 먼저 내세운 표현처럼, 유엔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제1의 원칙이었다.

국제앰네스티 쿠미 나이두Kumi Naidoo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각국 정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포용적으로 접근할 때 가장 효율적인 거버넌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비정부단체(NGO)부터 노동조합, 종교단체까지 시민사회 모든 분야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유엔 의제를 강화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코피 아난이 가난한 이들에게 보인 헌신은 깊고도 개인적인 것이었기에 절대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그는 새천년개발목표(MDG)가 무사히 채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일부 강대국들의 설득에도 나섰다. 그는 MDG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최소한의 개발 목표”라며 혹독하리만치 솔직하게 평가했고, 항상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 HIV/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하던 시기에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과감히 나섰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제 HIV/AIDS는 현대 주요 질병 문제 중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빈곤층 산모와 영아들 사이에서 HIV/AIDS가 확산되지 않게 막기 위한 연구 개발에 엄청난 재정 자원을 투자했다. “세상의 부당함을 내 일처럼”이라는 국제앰네스티의 슬로건처럼, 그는 가난과 불의, 불평등을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여겼으며 깊이 공감했다.

코피 아난은 기후변화에 맞선 투쟁에도 앞장섰던 활동가였다. 그는 기후변화가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평화, 안보, 성평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으면 지구를 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미래까지도 지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평생을 헌신했던 사람답게, 코피 아난은 기후변화가 특히 아프리카와 도서국가, 최빈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유엔 사무총장 재직 중 기후변화 문제에 상당한 우선 순위를 부여했던 그는 유엔을 떠난 뒤에도 핵심 과제로 삼아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

평화에 대한 그의 헌신 역시 한결같았다. 은퇴 후 한가로운 생활을 즐길 만한데도 그는 불굴의 용기와 저력을 발휘해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했다. 국제 원로 자문그룹인 디 엘더스(The Elders)의 의장이 된 그는 케냐를 비롯해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미얀마의 로힝야인들에게 평화와 정의를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행적이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코피 자신이 먼저 인정할 사실이다. 르완다의 안타까운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은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그의 앞길을 방해한 결과물일 때도 많았다. 코피가 애석해했던 것 중 하나는 2012년 6개항 평화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후 유엔-아랍연맹의 첫 번째 합동특사직을 사임해야 했던 일이었다. 강대국들이 시리아 국민들의 생명보다 지정학적 이익을 우선하면서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코피는 자신의 활동으로 위기감과 이성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라크 사례에서 코피는 국제법과 국제규약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재차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찬성하는 국가까지도 포괄해 세계 대중들의 의견을 파악하고 이해했던 현명한 목소리였다.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코피는 유엔에 애정을 갖고 인류의 연대와 정의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전적으로 헌신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성, 준수 및 일관성 부족이라는 유엔의 한계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유엔이 1945년 당시의 지정학에 머물러 있다고 대담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편을 위해 분투했지만, 그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코피 아난을 추억하면서, 우리는 그가 남긴 업적에 존경을 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투쟁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하며, 소외된 자들을 위한 투쟁이다. 우리는 코피 아난이 대표적으로 보여줬던 대담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는 포용적이고 효과적인 유엔을 필요로 한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과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안전보장이사회를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계속해서 처참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 변명 대신 야심찬 조치가 필요한 때다.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이 급격히 무너지고 민간인들이 끔찍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지도자들은 정의로운 평화의 가능성을 과감히 믿고 끈질긴 투쟁을 이어 나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의 시대에, 누구도 낙오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행동과 책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전반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 확신한다. 코피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투쟁, 기후변화에 맞선 싸움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키고자 했다. 그가 떠난 것은 그를 세상에 내보냈던 아프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를 사랑하고 지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상실이다.

코피 아난의 삶은 세상을 더 안전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포용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큰 영감으로 남을 것이다.

국제앰네스티 쿠미 나이두Kumi Naidoo사무총장

그가 그립겠지만, 그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도덕적인 용기가 절실히 필요한 세상에, 코피의 삶이 앞으로도 그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영감으로 남기를 바란다.

금, 2018/10/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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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망스러운 미 국무부 성명, 민간인 사상 발생 책임 떠넘겨

  • 공습으로 라카 지역 80%가 파괴되고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
  • 국제앰네스티 조사 중 민간인 피해자 수십 명이 추가 존재했다는 증거 밝혀져

미국 주도 연합군이 라카에서 충격적인 규모의 민간인 피해를 입히고 파괴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진행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일상과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생존자들에게 모욕과도 같은 일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1년 전 미국 연합군은 무장단체 자칭 이슬람국가(IS) 축출을 명목으로 라카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2017년 10월 17일, 4개월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미 연합군의 현지 동맹인 쿠르드계 시리아 민주군(SDF)은 IS를 대상으로 승리를 선언했다. IS는 자신들이 점령한 라카에서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전쟁범죄를 자행해 왔다. 승리에는 처참한 대가가 따랐다. 도시의 약 80%가 파괴되고 민간인 수백 명의 시신이 거리에 널렸다. 대부분 연합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 9월 10일 국제앰네스티로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은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라카를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공습과 포격은 미군이 가한 것이었다. 연합군은 라카 생존자와 피해자 유족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 없으며, 수많은 민간인이 숨지고 부상을 입었던 공습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거부했다.

미국이 라카에서 벌인 ‘절멸 전쟁’으로 민간인 수백 명이 숨졌지만 미 국방부는 이들에게 사과를 하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IS의 폭정에 시달리다 연합군에 재앙과 다름없는 집중포화를 당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유족들에게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욕이다.”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또한 “전투가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정의구현을 향한 길은 여전히 거대하고 험난한 장애물로 가로막혀 있다. 연합군이 민간인 사상자 대부분을 발생시킨 데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며,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그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사상자 집계의 허점

연합군이 자체 추산한 민간인 사상자 수는 지나치게 적은 수준인데, 공습으로 인한 피해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 조사를 수행하겠다던 약속을 연합군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국제앰네스티가 2018년 6월 보고서 “절멸전쟁: 시리아 라카 지역 민간인들이 치른 처참한 대가(War of Annihilation: Devastating Toll upon Civilians in Raqqa – Syria)”를 발표하기에 앞서, 연합군은 지금까지 라카에서 수행한 군사작전을 통틀어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는 23명뿐이라고 밝혔다. 놀랍게도 공격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백 건의 공습이 이루어졌지만 영국 국방부는 여전히 민간인 사상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군 관계자와 정치인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자, 연합군은 7월 말 민간인 사망자 77명이 더 있었다고 조용히 인정했다. 거의 모두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기록된 사례들이었다.

이전 발표에 비해 300% 이상 많은 수의 사례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연합군은 여전히 이러한 민간인들이 사망했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민간인 수백 명이 숨진 만큼,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당연히 궁금증이 생긴다. 무기 오작동인가, 정보 오류인가, 사람의 실수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부주의였나. 연합군은 공격 대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탄약을 잘못 사용한 탓인가? 사실을 확인해 정당성을 평가하고, 향후 비슷한 실수가 되풀이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교훈을 배우려면 이러한 세부적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법적 의무이며,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세부사항 파악은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국제앰네스티에 “최종 답변”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미군의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이숨지고 부상을 당했지만 이러한 공습을 감행할 당시의 상황과 그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더 이상 질문에 답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허위 주장

국방부는 또한 국제앰네스티의 노련한 조사관들과 군사 및 법조계 전문가들이 국제인도법(전쟁법)을 잘 모르고 있다며 비논리적인 주장을 펼쳤다. 국방부는 국제앰네스티가 민간인 사망 사건에 관해서만 위법 사실이 추정되는 사건을 바탕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기록한 사례에서 민간인들이 숨지고 부상당했던 공습 현장에 IS 대원은 없었다는 핵심적인 증거를 무시한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사실이 당시 공습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행위임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라고 보고 있다.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앰네스티 조사 결과 가장 중요한 의문점은 연합군이 민간인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전쟁법에서 요구하는 만큼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했는가에 대해서다. 연합군은 이 정보를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증거를 통해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간인을 보호하려면 그럴싸한 말로 치장해 약속을 하는 것 그 이상으로,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투명성, 그리고 민간인 피해 위험을 최소화하지 못하는 절차가 있을 경우 이를 보완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민간인에게 미치는 전체 피해 규모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정의 구현과 책임 이행, 보상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제임스 매티스 미 국무장관은 미군이 ‘착한 사람’이라고 주장해 왔다. ‘착한 사람’이라면 전쟁법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으로 죄 없는 민간인들이 고통에 시달린다면 마땅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할 것이다.”

 

더 넓은 패턴의 민간인 사상자 발생에 관한 새로운 증거

연합군이 라카에서 벌인 군사 작전으로 민간인에게 끼친 피해를 조사하는 데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앰네스티는 라카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패턴이 더욱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증거를 계속해서 수집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 라카에서 네 차례 진행한 현지 조사 결과를 비롯해,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 및 위성사진에 대한 포괄적인 전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연합군이 계속해서 현실을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현지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가능한 모든 도구를 동원해 민간인 사상자 규모를 전면적으로 밝히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정의구현과 충분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이전까지 기록되지 않은 다수의 연합군 공습 사례를 추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밝혀냈다. 연합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당시 인근 지역에서는 분명 IS 대원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숨진 민간인 중 20명은 메르바드와 알 타드피 가족의 일원으로, 이들은 2017년 6월과 9월 각각 가해진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한 얼마 전 연이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바드란 가족 39명과 그 외 민간인 10명이 숨진 것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합군은 이러한 사망자 중 44명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했으나 나머지는 “신뢰할 수 없다”며 책임 인정을 거부했다. 그러나 2017년 9월 10일이라는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제시한 정보가 입수됐다. 이날 마지막으로 가해진 공습에서 바드란 가족 2명과 민간인 3명이 숨졌고, 그 중에는 라카의 전직 검찰총장이었던 70세 남성도 있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외에도 새롭게 밝혀진 사례들의 자세한 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전면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공습으로 거의 수백 명에 이르는 민간인 사상자들이 발생했지만 지금도 연합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연합군이 계속해서 현실을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현지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가능한 모든 도구를 동원해 민간인 사상자 규모를 전면적으로 밝히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정의구현과 충분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 2018/10/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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