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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딸’ 포스터에 형사반까지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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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딸’ 포스터에 형사반까지 출동

익명 (미확인) | 목, 2015/12/10- 19:17

수사기관이 박근혜 대통령를 비판·풍자하는 행위에 대해 잇달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법적 논란이 있는데도 검경이 앞장서서 대통령을 풍자한 시민들을 체포하거나 기소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자의 딸’ 포스터 붙이자 경찰 7명 우르르…목공소 주인 황연주

서울 마포구 구수동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는 황연주 씨는 지난 11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인쇄물을 가게 유리창에 붙였다가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인쇄물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독재자의 딸’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A4 크기 포스터로,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자는 내용이다.

 

경찰이 황 씨의 가게에 나타난 것은 11월 28일. 인쇄물 내용을 탐탁지 않게 여긴 인근 주민의 신고 직후 순찰차 2대와 형사 승합차 1대가 차례로 도착했다. 신수지구대와 마포경찰서에서 최소 7명의 경찰관이 출동했다고 한다.

황 씨에 따르면, 경찰은 영장 제시 없이 목공소 안으로 들어와 창문에 붙은 인쇄물을 임의로 떼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소지가 높다는 이유였다. 황 씨가 해당 인쇄물이 왜 명예훼손이 되느냐며 항의하자 경찰은 황 씨에게 “독재자의 딸이라는 근거를 대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시 현장을 촬영한 뉴스타파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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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구대 측은 7명 이상의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출동한 이유를 묻자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또 경찰관이 사유지에 들어와 임의로 인쇄물을 떼어낸 행위에 대해선 “올해 상반기 지구대 관할 지역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이 뿌려진 일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을 했다.직원들이 그런 맥락으로 (이번 신고를) 이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 측은 취재진에게 “대통령 비판 전단지 배포가 있은 이후 경찰청과 지방청에서 내려온 지침이 있다”고 밝혔다. 이 지침에 따르면 황 씨와 같이 인쇄물을 길거리나 유리창에 붙인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게 마포서의 해석이다. 당시 마포서 형사까지 현장에 출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VIP(대통령) 관련 사안은 본청과 서울청에 보고되는 중요 사안”이며 “지구대에 접수된 중요 사안을 형사가 다시 확인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황 씨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모욕죄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개사료’ 풍자극에 7개월 간 구속 중 –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

지난 10년 간 강정·밀양·진도 등 전국 각지를 돌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온 이른바 ‘둥글이’ 박성수 씨.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을 풍자하는 그의 영상은 누리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박 씨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현재 7개월째 대구구치소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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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박 씨가 만들어 배포한 한 전단지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이 전단지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비롯해 △18대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 △청와대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정윤회 씨의 딸 국가대표 선발 특혜 의혹 등이 담겼다.

지난 2월 대구에 사는 박 씨의 지인 변홍철 씨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당사 앞에서 이 전단지를 뿌리고 ‘인증샷’을 찍는 전단지 배포 행위극을 펼쳤다. 전단지의 내용을 본 인근 주민이 현장에서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즉각 수사에 들어갔다.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그 정도 행위극은 얼마든지 용인될 것이라고 믿었던 변 씨의 생각과는 달리 경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박 씨와 변 씨에 대해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는 한편, 탐문 수사와 계좌 추적도 강도 높게 진행했다. 변 씨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변 씨가 활동했던 지역 연대단체(청도 345kV 송전탑반대대책위)의 계좌 내역까지 조회했다. 당시 경찰은 박 씨의 후원금 1만원을 추적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변호인 측은 “제주·군산·광주 등 각지에서 벌어진 비슷한 행위극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안”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인 고소가 없었음에도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은 기존 수사 관행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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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씨는 이 같은 경찰의 과잉 수사에 항의해 미리 준비한 개사료를 경찰서와 검찰청에 뿌리는 개사료 행위극을 이어가다가 결국 지난 4월 대검찰청 앞에서 현장 체포됐다. 검찰은 박 씨가 제작한 전단지와 SNS 상에 올린 글을 근거로 형법상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박 씨의 법률 대리인인 류제모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박 씨에게 불리한 이례적인 조치들이 연이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류 변호사는 박 씨가 흉악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나 검경을 풍자한 것 뿐인데도 재판부가 재판 기일을 지나치게 길게 잡아 박 씨의 구치소 수감 기간도 필요 이상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형사 소송법상 판결 전 구속 기간은 최대 6개월로 한정돼 있지만, 박 씨의 경우 2건의 집시법 위반 혐의가 재판 과정에 추가되면서 구속 기간이 7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 11월 24일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씨에게 징역 3년(집시법 위반 2건 포함)을 구형했다. 이 역시 통상적인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구형량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검찰의 구형량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부장판사 김태규)은 12월 22일 박 씨에 대한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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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다

올해 여러 차례 노동 사안을 취재 하면서 몇 차례 근로감독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근로감독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나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근로감독관부터 만나게 됐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최전선에서 지켜주는 파수꾼이 바로 근로감독관이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작 시급 2천원을 받고 새벽까지 일하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니, 근로감독관이 뭐하는 사람인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처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기도 하고, 사업장의 노동 환경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업무도 처리합니다.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왠지 이 사람들, 많이 바쁠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이번에 만난 한 현직 근로감독관이 자신이 일하는 자리를 보여줬는데, 책상엔 빈틈없이 서류가 쌓여있고 컴퓨터의 전용 프로그램에는 백여 개의 담당 사건이 빽빽하게 목록화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것이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검증하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여섯 명의 근로감독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문제들을 알게 됐는데요. 한 명씩 만나볼까요?

근로감독관의 배신… 김OO 근로감독관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드는 막걸리 ‘생탁’. 휴일 보장이나 수당 지급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던 60세 안팎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미 지난 3월에 한 번 전해드렸죠? (관련 기사 : “개한테는 주지 않는다”) 그때 다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김모 씨에 관한 얘기입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쉬어야 할 날에도 계속 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생탁 노동자들은 억울한 마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사건을 맡은 김 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생탁 신용섭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파업 시작 이틀 후인 작년 5월 1일, 이번에는 생탁 회사 사무실에서 사장 신모 씨, 사하경찰서 정보관 정모 씨까지 모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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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대화를 들은 내부 인물의 증언으로 대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취재해 이날 3인이 만나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생탁 사장 : 노조하고 말이 안 통합니다. 파업 계속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근로감독관 : 독하게 마음 먹고 한달만 놔둬봐요. 저거 못 견디고 스스로 와해될 겁니다. 골수분자는 회사에서 잘라내야죠.

감독관이 대놓고 사측에 유리한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는 경찰 정보관(정보과 형사)과 함께 노조를 와해시킬 방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 : 어차피 조직부장하고 총무부장은 파업 푸는데 동의 안 할 거예요.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인드입니다. 설득할 수 있는 건 분회장이에요. 분회장이 나는 못하겠다, 하고 빠져나오면 노조에 동요가 일어날 거예요.

생탁 사장 : 감독관님 말씀대로 (노조)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해드리죠.

경찰 정보관 : 아침에 분회장하고 30분쯤 얘기했는데 뭐 그런 시각은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황은 뉴스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근로감독관의 ‘배신’입니다. 감독관이 사측과 밀담을 나눈 뒤, 실제 분회장 전모 씨가 “나는 못하겠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측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만들었죠.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하겠다”는 사장의 말 또한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이 휴일 보장이나 상여금 지급 등 ‘당근’을 제공한 것이지요. 결국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 상당수가 새로 만들어진 제2노조로 옮겨 왔습니다.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제자리를 지킨 노조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한 명은 스트레스성 심장사로 지난 6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8명 뿐입니다. 생탁 노동자 송복남 씨는 결국 부산시청 앞 10여미터 높이의 광고탑 위에 올라갔습니다. 7월 24일로 고공농성 100일이 됩니다.

근로감독관 김모 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생탁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돼서 징계를 받았던 김 감독관은 이제 부산고용노동청이 아닌 울산고용노동청에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계신 것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이 들어보고 싶어 먼 길 마다않고 찾아갔습니다.

▲ 근로감독관 김모 씨

▲ 근로감독관 김모 씨

김 감독관은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셨어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 당시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김 감독관은 여러 말을 했지만 핵심은 하나였죠. 사측의 마음을 얻고 속내를 떠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겁니다.

기자님은 그걸 쉽게 이해 못 하는게 맞을 거예요. 현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건 맞죠. 하지만 우리들은 일을 하면 상대방 말에 일부 맞장구 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저한테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고용노동부는 김 감독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다시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결국 김 감독관은 명예를 회복했지만 생탁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은채로 15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사측을 떠보기 위해 주고받은 말들은 현실로 이뤄졌고요. 그는 2009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남자’… 추OO 근로감독관

근로감독관 추모 씨는 김 감독관에 이어 작년 5월부터 생탁 파업 사태를 맡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추 감독관이 시간을 끌면서, 제2노조가 만들어지고 교섭권을 빼앗아 갈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합니다. 해명을 들어보기 위해 부산고용노동청으로 찾아갔습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불쑥 찾아갔지만 추 감독관은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내서 성의껏 그간 생탁 문제를 처리해온 과정을 들려줬습니다. 추 감독관은 법이 허락하는 한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조사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장이 25명인데 하나하나 조사해보니 선대 아들이 이름만 올려둔 경우고 있고 나이든 사람들이 돈만 받아가는 경우도 있고… 경영에 책임 있는 사업주를 가리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은 사장만 25명인 특이한 회사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름만 올려두고 돈만 받아가는 사장들인데요. 창업은 선대에서 함께 했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소수가 경영을 책임지는 식으로 바뀐 것이죠. 어쨌든 추 감독관은 경영 책임이 있는 9명 사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생탁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 4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했습니다.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결국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야 하는지 묻자 추 감독관은 ‘양보’를 강조합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타협이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 ‘공정한’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개월간 제2노조 설립과 교섭권 박탈 등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밀려나기만 했던 노동자 측에게 어떤 양보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추 감독관은 일단 복귀를 해서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게 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측이 징계나 정년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의 해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노동자 측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점부턴가 이 ‘공정한 남자’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성을 가장한 방치는 사실상 버틸 여력이 강한 쪽을 편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을까요. 추 감독관도 고용노동부가 뽑은 201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이었습니다.

소망교회 걱정에 잠 못드는… 이OO 근로감독관

자, 이제 장소를 서울로 옮겨볼까요? 이번에는 다른 노동 현장을 보겠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부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으로 묶여 유명해진 소망교회. 힘쎈 대형 교회에서 경비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작년 12월, 처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이상철(가명) 씨는 이 사건을 맡았던 근로감독관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립니다.

처음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 공모 씨는 임금체불 건에 대해 계속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제 만나볼 근로감독관 이모 씨에게 사건을 넘깁니다. 하지만 이 감독관도 마찬가지로 7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규정상 25일 안에 처리하게 돼 있는 일반 민원 사건에 대해 무려 7개월이나 시간을 끈 겁니다. 이상철 씨는 검찰이 결론을 낼 때까지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감독관 이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일단 찾아가 봤습니다. 긴 시간 기다려 만난 이 감독관. 하지만 만나자마자 문전박대입니다. 겨우 자리를 만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 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근로감독관 : 그건 뭐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들 주장이 첨예해서 그렇죠. 주장이 첨예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니 조사가 당연히 길어지죠.

기자 : 그렇다해도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이게 확실하다고 확정짓지 못한 논점들이 있었나요?

근로 감독관 : 제가 검사하고 충분히 얘기했는데 지휘와 보고를 받다보니 저하고 좀 생각이 달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자기가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지만 계속 되묻자 결국 ‘소망교회’ 얘기가 나옵니다. 이상철 씨와 담당 노무사 모두 근로감독관이 소망교회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감독관은 “소망교회라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법 위반은 했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고의적이 아니고 무지해서 생긴 걸 소망교회가 나쁘다고 언론에서 내면 안되잖아요. 그런 뜻이기 때문에 검사도 그걸 공소할 때 조심스러운 거예요.”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위법행위는 저질렀지만 소망교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다치면 안된다는 데 공감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끈끈한 공조일까요. 이 감독관은 중간에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만둬서 행복해요… 한용걸 前 근로감독관 (가명)

근로감독관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선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도 가진 근로감독관. 잘만 하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감독관들이 게으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근로감독관들은 대체로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직 근로감독관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지금은 공인노무사로 일하는 전직 근로감독관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업무량이 거의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 신고업무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 또 감독 업무 차원에서 감독 계획들이 내려오거든요. 그런 거는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서 나가요. 그러면은 제대로 된 감독도 안 이뤄져요. 임금체불 지도하는 것보다는 사업장 전체에 노동법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돼 가지고…

그는 근로감독관으로 일할 때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집안에 큰 일이 없으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고 말합니다. 잘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근로감독관이지만, 그만 둔 지금이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2011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체 수는 1,711개, 노동자 수는 15,272명에 이릅니다. 격무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내에서도 피하는 자리여서 근로감독관 충원율은 정원의 84~87% 선에 불과합니다. (2014년 기준 정원 1,689명, 현원 1,485명, 충원율 87.9%)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앞서 생탁이나 소망교회 사건에서 본 것처럼 근로감독관들이 회사 측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지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요.

자부심 잃고 떠나다… 안영식 前 근로감독관 (가명)

이해의 실마리는 안영식 전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안영식 씨는 근로감독관을 선발하는 과정과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노동인권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노동법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행정법 시험치고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쩌다가 배치가 되니까 노동 문제를 잘 몰라요.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저는 인강 들으면서 다녔어요. 노동인권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공무원이 화내는 민원인들을 만나다보니까 반감이 생기죠. 가장 반노동적인 인사들일 걸요? 노동부 직원들이…

갈수록 사측에 기울어진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늘 바쁘니까 어쩌다가 정기감독 나가면 기껏해야 한 사업장 한 번 가는 거예요. 그럼 먼저 사측 사람들 안내 받고 얘기 듣고 오지 몇 번씩 찾아가서 노조 얘기 듣고 다른 얘기도 듣고 할 시간이 없죠. 그런 식으로 계속 하다보면 점점 사측 논리에 세뇌돼요. 그러다보면 근로자는 나쁜 놈이라고 머릿 속에 넣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안영식 감독관은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근로감독관이 되고 싶어서 자원해서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으로 노동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근로감독관 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근로감독관이 됐을 때 자부심도 컸고, 일도 열심히 해서 인정도 받았지만 결국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제 그는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도망가요”… 정태화 근로감독관  (가명)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이번 근로감독관 보도를 준비하면서 근로감독관이 노동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많이 적발해도 실제 처벌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 얘기를 들어보니, 적발된 후 사업주가 대부분 위반 사항을 시정했기 때문에 처벌 횟수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멀리 지방에 내려가 만난 현직 근로감독관 정태화 씨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처벌을 하려고 해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잘 안하게 된다는 겁니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어려워지잖아요. 일은 많은데… 처벌을 하려고 하면 증거주의이고 자백이 필요한데 증거나 자백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사업주 반발도 심하고… 그렇게 할 능력이나 의향이 있는 감독관이 지금 몇 퍼센트나 될까요?

이는 앞서 만난 안영식 전 감독관의 말과도 일치합니다. 그는 5만원짜리 과태료 처벌 하나 하려고 해도 피의자 조서, 진술 조서, 송치서, 지청장 사인 등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많기 때문에 “송치 하나 줄이는 것이 해피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늦은 밤 술 한 잔을 나누며 들었던 정태화 감독관의 얘기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많은 기대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여기에 노동 문제의 특수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던 일반 공무원들이 마지못해 배치 받아 오는 곳이 근로감독관이라는 상황도 문제였습니다. 노동인권을 지키는 첫 번째 파수꾼인 근로감독관이 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반행정직 들어와서 이런 업무를 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하고, 힘들다 보니까 다른 부처로 많이 도망갔어요. 도망 안 가거나 견뎌보자, 이런 사람들만 남았어요.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인식인데… 기자님은 저희가 소명의식 가지고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을 해야하지 않냐고 말하십니다만, 부끄럽게도 그런 소명의식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 *뉴스 영상에서 근로감독관들의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목, 2015/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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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게시물 삭제 및 계정정지에 대해서 게시자 이의제기 절차 없어

마닐라 원칙 위반 및 정보매개자면책제도 도입취지 무색

 

페이스북 포스팅 삭제-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글 캡처 (사진: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게시물 캡처 화면)

 

지난 5월 19일 페이스북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삭제되었다가 6일만에야 복원되고 게시자의 계정도 24시간 정지된 사건(위 이미지 참조)이 있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불법의 여지가 전혀 없는 해당 게시물에 대한 페이스북의 조치 및 관련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페이스북 본사 측에 신청하여 지난 6월 9일 회의를 가졌으며 우선 이에 대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공개한다.

첫째,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번 삭제 및 정지는 완전히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항간의 예측처럼 특정 게시물에 대한 신고의 개수가 많다고 해서 자동으로 게시물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모든 게시물은 24시간 체제로 육안으로 검토되며 최대한 빨리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도리어 게시물에 대한 신고를 많이 하는 이용자의 경우 목록을 만들어놓고 특별히 관리를 한다고 한다.

둘째, 계정 폐쇄에 대해서만 게시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있고 계정 정지 및 게시물 삭제에 대해서는 게시자에게 통지만 해줄 뿐 이의제기 절차 자체가 없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1차 게시물 삭제에 오류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점검팀을 가동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게시물 삭제와 계정정지에 대해서는 게시자의 이의제기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셋째, 게시물 삭제, 계정정지, 계정폐쇄의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어떤 내규 위반을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인지가 통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시물관리 조치가 페이스북의 어느 내규를 위반하는지 설명하면 게시자들이 그 내규만을 피하여 재게시하거나 유사게시를 하는 문제 때문에 이를 게시자에게 통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픈넷은 위와 같은 페이스북의 절차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통지하였다.

게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게시물이 어떤 이유로 삭제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를 통지받는 것은 정보매개자 면책을 받는 사업자가 이용자를 위해 최소한 보장해야 하는 절차이다. (마닐라 원칙 제3조 e항, https://www.manilaprinciples.org/ko)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게시자에게도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직접 게시물 삭제를 당했는데 왜 당했는지 물어볼 길조차도 없는 게시자의 답답함을 생각해 보라― 게시물관리정책의 효율도 떨어뜨린다. 페이스북 스스로 게시물 삭제차단이나 계정정지가 올바르게 이루어졌는지 평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페이스북은 내부검토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99% 이상은 타당한 삭제차단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인터넷의 생명은 힘 없는 개인이 강력한 정부나 기업과 동등하게 세계인과 대화할 수 있는 자유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정보매개자면책제도가 세계 각국에 마련되어 있고, 그 혜택을 받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최소한 신고된 게시물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UCC플랫폼인 페이스북의 경우 개별 게시물에 대한 이해관계가 미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침해주장에만 의존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와 같은 실수의 빈도를 최소화하려 한다면, 불법게시물 포착에 있어 이용자들의 신고에 의지하듯이 합법게시물 포착에 있어서도 게시자의 복원요청에 의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며 게시자와 침해주장자 사이에서 불편부당을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오직 신고된 게시물의 삭제차단에만 자원을 투입하고 복원요청 처리에는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합법적인 게시물에 대한 사적 검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보매개자면책제도의 취지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오픈넷은 이번 조치가 합법적인 게시물에 대해서조차 누군가의 요청만 있다면 정보매개자들이 삭제차단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퇴행적인 정보통신망법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가 아니었을까 의심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관련 글: 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http://opennet.or.kr/9389) 하지만 게시자 이의제기절차를 두지 않는다면 결과는 그와 같은 법이 있는 것과 별다르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목, 2016/08/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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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X참여연대]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참여연대와 슬로우뉴스는 2015년 11월 30일 부터 딱 한 달, 더 이상 미룰수 없는  노동개혁이라며 새누리당이 발의한 5개의 노동법 개정안을 대략 따져봤습니다. 아래 글은, 그 첫번째 글로, 새누리당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안번호 1916866, 이인재 의원 대표 발의, 법안 이름을 클릭하면 법안 원문, 논의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 수 차례 쪼개기계약으로 괴로워하다 자살을 선택한 젋은 노동자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원문은 슬로우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합니다. 아래를 클릭하세요. 새로운 창이 열립니다.

 

하나,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1. 기간제법 – ‘무한상사 3년 인턴’ 현실로 
둘,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2. 파견법 – 노동의 뿌리까지 비정규직으로 
셋,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3. 근로기준법 – 노동부의 평행우주 ‘1주일 = 5일’ 
넷,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4. 고용보험법 –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방해한다고? 
다섯,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5. 산재법 – 산재보험보다 사보험이 먼저? 

 

 

[슬로우뉴스X참여연대]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 1. 기간제법 – ‘무한상사 3년 인턴’ 현실로 

 

무한상사의 ‘그 전 녀석’은 인턴을 3년 반이나 했는데, 현행법 상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장님은 어떤 노동자와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기간을 2년으로 할 수 없다. 어떤 사장님이 법이 정한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한 경우에는 그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일상적으로 하는 말로는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 신문에서 정규직 전환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기간제’란 무엇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기간제란 무엇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정규직’은 법에 있는 표현이 아니다. 법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표현한다. 이런 고용 형태를 우리는 흔히 ‘정규직’이라고 부른다. 비정규직이란 정규직 바깥에 있는 개념이다. 즉, 비정규직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고용 형태다.

 

우리는 정규직이라고 하면 고용, 임금, 4대 보험, 승진 등 여러 가지 노동조건이 당연하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법적 기준은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느냐, 없느냐이다.

 

현행 기간제법 4조 – 기간제노동자의 고용기간 

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새누리당은 고용불안이 심각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는 크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많지 않으니 아예 이런 개정안을 발의했다.

 

(1) 35살 이상 노동자는 본인이 신청하면 비정규직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2) 법이 정하고 있는 2년 비정규직 사용 기간 안에서 3회를 초과하여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비정규직과 관련한 현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분석과 원인과 대책의 관계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기분’ 탓이다. 기분 전환하는 차원에서 새누리당의 개정안을 하나씩 따져보자.

 

1. 쪼개기 계약

 

쪼개기 계약은 근로계약 기간을 잘게 쪼개서 계약하는 방식으로 근로기간을 2년을 채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현행법에 대한 ‘회피 기술’이다.

 

새누리당 개정안 – 계약기간 연장 관련

4조의2 (근로계약기간의 합리적 설정)

①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업무의 지속성 등을 고려하여 그 기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사용자는 제4조제1항 본문 및 같은 항 단서 제4호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때에는 2년의 범위 안에서 3회를 초과하여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할 수 없다. 다만,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새누리당은 개정안을 통해 법이 정한 비정규직 사용 기간인 2년 동안 3번 넘게 계약갱신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 원을 물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규정의 실질적인 의미를 ‘해석’하면 이렇다(아래는 ‘예시’).

 

+ 2년 동안 총 (6개월짜리든 뭐든) 계약을 4번 하라(첫 계약 + 3번).

+ 이를 통해 얻을 이득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잘 챙기시라.

+ 4번 넘는 쪼개기 계약으로 규정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 원 안에서 해결해주겠다.

 

2015년 여름, 현대자동차가 23개월 동안 16차례에 걸쳐 계약을 반복갱신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계약 만료를 통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고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에 의한 갱신 거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은 쪼개기 계약이라는 것을 하지 말라는데 새누리당은 개정안으로 답한다. 그나마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이 개정안 규제조차 지키지 않아도 된다.

 

쪼개기 계약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와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이 필요한 기간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노동자가 출산·육아휴직 중인 경우, 이를 대체할 노동자를 고용할 때, 해당 휴직 기간만큼 계약하도록 강제하면 된다. 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고용노동부가 사장님들이 법을 잘 지키게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이 제일 좋지 않겠는가 싶다.

 

2. 35세

 

개정안은 현행법의 비정규직 사용 기간인 2년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35세인 노동자가 근로계약 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경우, 다시 2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연장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예를 들면, 35세 노동자가 2년 계약 연장을 신청하고, 37세가 되면) 사장님은 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령에 따라 합리적인 사유가 있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

 

새누리당 개정안 –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과 ’35세’ 

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생략)

4. 35세 이상(신청 당시 나이를 말한다)인 기간제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근로계약기간의 연장을 신청하는 경우. 이 경우 다시 연장된 기간을 포함한 총 근로계약기간은 4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② 제1항제4호에 따라 연장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사용자는 해당 기간제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다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사용자가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해당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제2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왜 하필 35세일까?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사유는 무엇일까? 누구도 궁금증에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백 투 더 유신’에서 그려진 2015년이 지금 우리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모르겠다만, ‘무한상사’는 ‘개정안, 그 이후’의 우리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냈다. 나이 37살에 인턴만 3년 반 하는 상황이 무한상사 밖 우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5년 11월 24(화) 라디오에 나와 아래와 같이 말했다.

 

“기업들에 2년이 지나면 모두가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강제할 순 없지 않습니까? 정규직이 되도록 유도를 하고 지원을 하고 그렇게 8년을 시행해왔는데 전환되는 비중이 35세~55세는 8%밖에 안 되더라는 거죠. 그러면 90% 이상에 해당되는 이분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이건 근로자한테 희망을 주는 겁니다.”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현행법 4조 2항에도 불구하고 무려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업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다면 법에 적어 놓은 대로 정규직 전환이 잘 이루어지도록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한다는 상식적인 판단은 일단 뒤로 하자. 

 

일단, 현실에서 왜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은지 궁금해 해보자.

 

우선 사장님들이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기간, 무려 법으로 정한 기간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자격 자체를 얻지 못한다. 새누리당 개정안에 따르면 3회까지 쪼개기 계약이 가능하다. 개정안으로 합법적 쪼개기 계약이 가능한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간을 만족할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오겠나?

 

기간과 상관없이 애초에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는 업종이 많은 것도 문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5세~55세의 전환율이 8%라고 하는데, 현행법은 이미 일정 연령 이상 노동자를 애초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이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환대상에서 제외한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조항은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수순으로 작동한다.

 

일단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 사업 완료를 이유로 계약 해지

 

사업 계획을 쪼개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되는 노동자를 빼고, 남는 노동자 중에 다시 일부 노동자가 조건을 갖춰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전환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 비율이 작은 이유는 정규직 전환의 예외가 많기 때문이지, 기업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2015년 여름, 정부는 ‘공공부문 고용개선 상담지원센터’를 만들고,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가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장님 눈 밖에 날까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다.

 

어쩌면 정책의 비현실성은 둘째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노오력’하라고 사장님들을 규율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3. 생명·안전 분야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 제한

 

뜻은 좋으나 생명·안전 분야로 규정한 범위도 좁고 예외도 많다. 왜 꼭 여객운송만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인지는 알 수 없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나마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생명·안전 분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누리당 개정안 – 생명·안전 분야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④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선박, 자동차, 철도(도시철도를 포함한다), 항공기를 이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중 국민의 생명ㆍ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에 따른 안전관리자 및 같은 법 제16조에 따른 보건관리자의 업무에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중규직? 무기 계약직? 

 

2014년 이맘때쯤, ‘중규직’이라는 개념이 크게 회자한 적 있다. 인터넷에서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떠들썩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정규직의 법적 정의를 생각해보면 정규직 여부는 결국 근로계약 기간, 일상적으로 정년이라고 부르는 고용 기간의 문제이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고 하면서 말한 것도 결국 근로계약 기간이다. 정규직 전환이라고 말하면서 정부가 말했던 것은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그것마저 잘 보장된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임금 등 기타 노동조건은 소위 ‘정규직’ 전환 전 비정규직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중규직이고, 무기 계약직이다.

 

무기계약직은 말 그대로 기한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뜻이므로 정부이나 사장님들은 이를 두고 정규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무기 계약직과 중규직은 모두, 정규직 노동자라고 할 수 없는 제3의 어떤 것일 수밖에 없다. 중규직은 뭘 모르는 사람의 개드립이 아니고 정말 그들이 바라는 어떤 것이다.

 

2014년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던 25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했다. ‘노오력’하면 다 될 거로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는 이 계약직 노동자는 2년 동안 7차례 쪼개기 계약을 했고, 여러 차례 성희롱과 성추행까지 당했다. 더욱이 2014년 11월 30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중앙회가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노동자를 퇴직시킨 것은 결국 ‘부당해고’임이 밝혀졌다. 정확히 일 년 전 일이다.

 

새누리당이 내놓고, 정부가 미는 기간제법 개정안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1분만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월, 2016/01/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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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 등으로 꾸려진 ‘4·16가족협의회’가 정부가 진행하는 배·보상 절차를 거부하고 민사소송을 내기로 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 유경근 집행위원장 등 30여명은 29일 오전 9시40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중소기업연수원에 마련된 해양수산부 지원단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정부가 제시한 배·보상 신청을 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 15일부터 중소기업연수원에 출장소를 마련하고 배·보상 신청을 접수해 왔다.

가족협의회는 “지난 28일 해수부 직원이 생존 학생 학부모를 모아놓고 ‘소송을 하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지금 배·보상 받으면 3억’이라고 하는 등 피해 학부모들을 욕보이는 말을 했다”고 주장한 뒤, 항의의 뜻으로 지원단 사무실 안 책상과 의자, 집기류 등을 밖으로 빼낸 뒤 돌아갔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그동안 (온전한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 우선이라는)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 해수부에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배·보상 절차를 따르라고 유가족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이미 배·보상을 거부하고 민사소송을 내기로 의견을 모아 준비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는 8월 중순께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사소송은 배·보상금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판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금액을 들먹이며 배·보상을 한 뒤 참사를 덮으려는 정부의 방침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에게는 평균 4억2000만원, 교사에게는 평균 7억6000만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금액에는 정부와 무관한 보험금과 국민성금 배분 예상액까지 포함돼 ‘배상금 규모를 부풀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기성 기자[email protected]

 
 

관련 참고자료들

 

 

 

The post 세월호 참사 ‘4·16 가족협의회’, 정부 배·보상 거부 민사소송 내기로 appeared first on 4.16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화, 2015/06/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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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확인 결과 충남9호차 7차례 직사 살수…경찰, 살수차 사용보고서 조작 의혹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경찰의 살수차가 경찰의 내부 운용지침을 다수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야당 간사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9호차에 달린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처음부터 직사 살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민중총궐기 당시 충남9호 살수차 CCTV 영상. 백남기 농민(버스 앞 파란옷 입은 이)이 물대포를 맞기 직전 상황이다. 당시 CCTV는 실제보다 약 1시간 가량 시간이 빠르게 설정돼 있다. (영상:박남춘 의원실 제공)

▲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민중총궐기 당시 충남9호 살수차 CCTV 영상. 백남기 농민(버스 앞 파란옷 입은 이)이 물대포를 맞기 직전 상황이다. 당시 CCTV는 실제보다 약 1시간 가량 시간이 빠르게 설정돼 있다. (영상:박남춘 의원실 제공)

박 의원은 “총 7번 살수를 했는데 모두 직사로 했다”며 “4차 살수에 백남기 농민이 당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작성한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에는 살수차 운용자가 “경고 살수 1회, 곡사 살수 3회, 직사 살수 2회 등 총 5회 살수”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충남9호차를 운용한 한석진 경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경고 살수하고 좌우 왕복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살수했다”면서도 “밤샘 조사를 받고 새벽에 다시 충남청 제1기동대로 내려가야 했는데 블랙박스를 감찰계에 제출하고 와서 기억에 의존해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살수차를 사용할 경우, 먼저 살수차를 사용할 것임을 경고방송하고 소량으로 경고 살수한 후 본격 살수(분산·곡사·직사)해야 한다. 그런데 충남9호차의 경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직사 살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충남9호차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살수 2회 등 총 5회 맑은 물 및 최루액 0.5%의 농도로 약 4,000리터를 살수했다”고 나와 있다.

▲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충남9호차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살수 2회 등 총 5회 맑은 물 및 최루액 0.5%의 농도로 약 4,000리터를 살수했다”고 나와 있다.

살수차사용 결과보고서 조작 의혹 제기돼

최루액 혼합살수 방식도 운용지침을 어긴 정황이 드러났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곡사 또는 직사 살수로도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는 경우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살수차의 물탱크에 최루액 등을 혼합해 살수할 수 있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상황 자료에 따르면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던 종로 서린로터리에서는 16시 57분에 살수 경고방송 후, 17시 08분부터 본격 살수가 시작됐다. 그런데 경찰은 본격 살수가 시작된 17시 08분부터 최루액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사, 곡사 살수 후 혼합 살수를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최루액을 살수했다”고 지적하자, 당시 4기동단장이었던 신윤균 현 영등포경찰서장은 “광주, 전남 살수차의 호스가 끊겨서 (충남 9호차가) 충원됐고, 그 전부터 절차를 지켜서 경고 방송이나 살수를 했기 때문에 그 살수의 효력이 충남 살수차에도 미친다고 생각해 도착하자마자 혼합 살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살수차 운용 경찰 “농민 부상 당한 사실 몰랐다”

살수차 운용 과정에서 구호조치도 지침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살수차 사용 중에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한석진 경장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간인 피해상황을 몰랐느냐”고 묻자, “당시에는 몰랐다”며 “다음날 새벽에 감찰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시각은 오후 6시 56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시 살수명령과 현장 지휘 책임자인 신윤균 전 4기동단장(현 영등포경찰서장)은 오후 8시 40분에야 사고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후 9시경 (농민이) 위중한데 수술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고,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오후 9시 경에 텔레비전 자막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기본적인 책임은 시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이런 위중한 사건을 2시간 후에야 알았다는 것은 경찰 지휘 보고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9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구은수(사진 왼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 살수차를 운용한 증인 두 명은 신분 노출을 꺼려 가림막(사진 오른쪽) 안에서 증언했다.

▲ 9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구은수(사진 왼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 살수차를 운용한 증인 두 명은 신분 노출을 꺼려 가림막(사진 오른쪽) 안에서 증언했다.

살수차 방향 조절 경찰, 현장 처음 투입

사고 당일 충남9호차를 운용한 경찰은 2명이다. 한석진 경장은 살수 압력을 조절했고, 최윤석 경장은 방향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 경장은 “규정과 지시에 의해 살수했는데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상황은 급박하고 시위대가 경찰 차벽을 훼손하고 있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좌우로 왕복하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최윤석 경장은 시위에서 직접 살수차를 운용한 것이 민중총궐기 대회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 경장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살수차 모니터 화질이 떨어지고 야간에 비가 와 거리 측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쏘면 위험하다고 생각을 안 했느냐”고 묻자, “특정인을 겨냥하고 쏜 적은 없다”며 “평소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8년, 경찰을 표적물로 삼아 살수차 안전성 테스트를 한 것 외에는 안전성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구은수 전 서울경기지방청장은 “미흡했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새누리당 의원 “민중총궐기 본부 측도 경찰에 사과해야” 논리 펴

강 전 총장은 이날도 끝내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강 전 총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며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적인 사과는 여러 차례 했지만 공식적, 법적 사과는 형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최종 판단이 나오면 어떤 사과도 거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찰 부상에 대해 민중총궐기 집행부도 사과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은 강신명 전 경찰총장에게 “집회 집행부로부터 사과 표명 받았느냐”고 질문한 후 “폭력 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은 사과하지 않고 이것을 막았다가 약간의 실수로 사고를 낸 경찰에게만 유감 표명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사건 초기 내부조사 자료 제출 거부

이날 청문회에서는 경찰이 사고 발생 초기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민중총궐기 당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당시 살수차를 운용한 한석진, 최윤균 경장 등을 상대로 감찰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경찰들이 고발을 당하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청문감찰중간보고서까지만 작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당사자 진술조서 등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박남춘 야당 간사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 사항 외에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조사된 상태까지만이라도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재옥 새누리당 간사는 “검찰 수사 단계라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조사된 자료가 아니라고 보여진다”며 “중간에 기초조사한 것, 진술 몇 개 받은 걸 제공받으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남기 씨 가족에 따르면 백 씨는 현재 의식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체온 조절과 혈당, 대변 등 모든 것을 기구와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적으로 심박수를 조절하는 약을 맞고 있고 피가 스스로 형성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수혈을 받고 있다.

가족은 지난해 11월 강신명 전 경찰총장을 비롯해 7명의 경찰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까지도 강 전 총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불러 피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큰 딸 백도라지 씨는 “손주 재롱을 보며 지내셔야 할 아버지가 살인미수에 의해 병원 신세를 지고 계신 것에 대해 강신명 청장을 비롯해 7명이 어떤 책임을 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백남기 농민 가족과 대책위는 12일 오전 청문회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문회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포함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시행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 백남기 농민 가족과 대책위는 12일 오전 청문회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문회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포함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시행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화, 2016/09/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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