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I 필드 차단 기술을 도입하여 https 보안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불법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했다.
망사업자를 통한 접속차단 시스템이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URL 차단, IP 차단, DNS 차단 기술을 이용한 접속차단 역시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을 읽고 워닝 페이지로 접속되도록 변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술의 도입으로 국가기관의 요청에 따라 망사업자가 관리, 통제하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 영역이 SNI 필드까지 확장되었다.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 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 차단 방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다. 이렇듯 규제를 이유로 이용자의 보안접속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지속하면 국가기관 스스로 국민의 인터넷 보안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물론 접속차단이 곧바로 개별 이용자들의 패킷이나 접속기록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용자의 패킷을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형식의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또한 불법감청은 아니라고 하여도, 이러한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보다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신의 통신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통제되거나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차단 대상 사이트가 성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음란물 규제 찬반 양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듯이 보이나, 접속차단 대상은 비단 음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는 모든 불법정보 및 불법에 이르지 않는 유해 정보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포쉐어드’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며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는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차단했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명은 ‘과도한 욕설’ 사용을 이유로 접속차단 결정을 받았었다.
불법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함부로 차단하는 경우도 많다. 사이트 차단은 그 안의 합법적인 정보까지 모두 차단되는 과검열, 과차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보고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만에 번복한 해프닝도 있었다.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결정은 한해 평균 15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터넷 심의 제도로 인해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터넷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접속차단 기술의 강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이렇듯 과도한 심의 제도와 맞물려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위험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터넷 이용자의 보안과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접속차단 시스템을 재고하고 광범위한 인터넷 심의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가길 바란다.
2019년 2월 1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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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쉐어드 차단 취소: 심판자는 누가 심판하는가 – 손지원 변호사 인터뷰 (슬로우뉴스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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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개선을 위한 토론회 개최
현행 통비법 조항들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개선 필요성 확인
11월 19일(월) 오전10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
최근 몇 년 간 헌법재판소가 통신비밀보호법의 일부 규정들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속 내렸습니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는 법률을 올바르게 개선하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오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구갑)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실시간 위치추적과 기지국수사에 대하여 헌법불합치를 결정하였으며, 8월 30일에는 국가정보원의 패킷감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를 결정하였습니다. 2010년에는 감청기간의 무제한 연장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지난 정권에서 정보수사기관들이 수년 간 불법적인 감청을 자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2015년 불거진 국정원의 RCS 해킹 의혹에서부터 최근 알려진 기무사의 단파감청, 경찰의 시민단체 감청 등의 사건이 연일 발생하는 것은 현재 정보수사기관들의 감청이나 통신 수사에 대한 인권법적·사법적 통제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국민 통신비밀 보호가 총체적으로 반헌법적 반인권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으로는 정보수사기관의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감청과 광범위하고 무분별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수집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헌법재판소의 최근의 헌법불합치결정들을 계기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과 함께 올바른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을 모색하기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조지훈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의 사회로 진행될 이번 토론회는 이호중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가 발제를 맡았습니다. 토론에는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오지헌 변호사(법무법인 원), 한가람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오병일 활동가(진보네트워크센터)가 참여할 예정이며, 토론자들은 앞서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르게 된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분들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을 위한 토론회
□ 토론회 개요
(제목) “총체적 헌법불합치 통신비밀보호법,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일시) 2018년 11월 19일(월) 오전10:00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
(주최) 박주민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갑),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 프로그램
인사말 : 박주민 의원
사회 : 조지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발제
-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보인권연구소 이사장)
토론
-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변호사)
-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
-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종합토론
오픈넷은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들에 시민들의 신상정보를 요청하여 수집한 국가정보원, 서울지방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2016. 6. 1.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1심 패소 판결을 2018. 12. 13.에 받았습니다(2016가소5944347).
청구원인 요약: 통신자료 제공은 수사기관 등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즉 개인정보를 법원의 영장 없이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합니다. 또한 달리 정보주체에게 사전 또는 사후 통지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아, 정보주체로서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확인 신청하지 않는 한 전혀 알 수 없으며, 제공된 정보에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통신자료 제공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함에 있어서, 수사기관이 그 제공 요청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됨으로 인하여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본권 등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의해 통신자료가 제공되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되었다면 그 책임은 이를 제공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니라, 이를 요청하여 제공받은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에 직접 추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이 사건 수사기관 등은 원고들의 사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원고들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함으로써 제공 요청권한을 남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수사기관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들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판결이유: 원고들은 피고가 수사 대상 사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원고들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하여 제공 요청 권한을 남용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원고들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위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음
재판 결과에는 오픈넷이 수사기관이 법원에 관련 수사기록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이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행위의 불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프라이버시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오픈넷이나 원고는 어떤 필요에 의해서 통신자료 제공이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으므로 피고인 수사기관들이 그 이유를 통신자료제공요청서 등 관련 문서의 제출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기각하면서 원고가 정보공개법 상의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보공개 신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사유에 해당되어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아래 설명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 원고들이 많습니다). 결국 이들 원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선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이유를 설명하지도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배상을 하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되는 것입니다.
법원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및 요청사유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1호의 인용문서도 아니고, 제344조 제2항의 공문서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 따라서 공개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문서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서제출명령신청서 및 재판부의 결정(2016가소5944347)
대법원에서의 재항고 기록 및 결정문(2018마마5311)
오픈넷은 우선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소송의 피고가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 또는 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법원이 그 증거의 제출을 명하지 않고 재판과 무관한 법에 의해서 증거를 취득할 것을 주문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해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 포스트에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빅데이터 시대의 비식별화 문제와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기자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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