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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사기관 CTI, “현대기아차 위조부품 사용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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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사기관 CTI, “현대기아차 위조부품 사용 가능성 있다”

익명 (미확인) | 목, 2015/09/24- 14:24

현대기아차가 ‘위조부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위조 부품 사용” 내부 보고서 입수), 미국의 대표적인 부품검사기관이 “현대기아차가 위조부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위조부품 검사기관 CTI(Component Technology Institute ; 부품기술연구소)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현대기아차 내부보고서인 ‘QRT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총 5개 부품에서 위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TI는 대표적인 위조부품 검증 규격인 ‘CCAP-101’을 만들어 관련 업체에 자격을 발급하고 직접 검사를 시행하는 이 분야 최고의 민간 검사기관이다.

▲ CTI의 분석 보고서

▲ CTI의 분석 보고서

위조부품의 유일한 단서, ‘QRT 보고서’

뉴스타파는 현대기아차에서 ‘위조(counterfeit)’ 부품이나 ‘위조가 의심(suspect)’되는 부품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지난 8일 보도했다. 총 두 편의 보고서는 국내의 위조부품 검사기관 QRT가 현대모비스의 의뢰로 작성했다. QRT는 검사 대상이었던 4개의 장치에 장착된 10개의 부품에 대해 위조 혹은 위조가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고 이 사실을 현대모비스에 보고했다.

하지만 최초 보고서 작성 시점에서 6개월여가 지난 올해 4월, QRT는 보고서가 성급하게 작성됐다며 위조 부품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바꿨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보고서에서 지목한 10개 부품 가운데 7개에 대해 납품업체인 제조사로부터 진품 확인서를 받아왔다. 하지만 위조 가능성이 높아 디캡(De-cap, 칩 표면 분리) 검사를 실시했던 나머지 3개 부품 중 2개에 대해서는 검사 과정에서 부품이 지나치게 망가졌다는 이유로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했다. 나머지 1개 부품은 디캡 검사로 겉면이 파괴되어 ‘다이(Die, 내부 틀)’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진품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진품 확인서를 받아온 부품들 중에도 장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불명의 크랙(깨짐)이 발견된 부품이 2개 있었다. 위조부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량이라는 말이 된다. 또한 김제남 의원실에서 위조부품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개가 현대기아차 전자장치에 쓰인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

QRT 보고서는 지금 상황에서 위조부품 사용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QRT는 위조부품 검증시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외관 검사, 비파괴 X선 검사, 디캡(De-cap) 검사 등을 하고 중요 부분에 대한 고화질 이미지를 보고서에 첨부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두 편의 보고서 중 첫 번째 의뢰 후 작성된 QRT 보고서와 부품 이미지들을 미국의 위조부품 검사기관인 CTI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CTI, “5개 부품 위조 가능성 있다”

▲ 1번, 5번, 21번 다이오드의 엑스선(X-ray) 사진

▲ 1번, 5번, 21번 다이오드의 엑스선(X-ray) 사진

CTI는 먼저 1번, 5번, 21번 다이오드를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다. QRT 보고서는 모서리의 갈린 흔적과 내부 뼈대의 차이가 발견된 21번 다이오드만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었다. CTI는 세 부품의 X선 이미지에 대해 “1번, 5번, 21번 모두 과거에 사용됐던 흔적이 보인다”며 “이런 징후들은 아마 이 부품들이 (과거에) 설치되거나 제거될 때 생긴 흔적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반도체들은 시판되지 않은 차량의 신품 전자장치에 장착됐다가 고장을 일으켜 QRT에 분석 의뢰된 부품이었다.

▲ 27번 트랜지스터

▲ 27번 트랜지스터

또한 현대모비스가 진품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한 두 개 부품(27번 트랜지스터, 4번 트랜지스터) 모두 위조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품 위조기법 중 하나인 블랙 토핑(black-topping)의 흔적과 크랙(깨짐)이 발견됐다고 QRT가 분석했던 27번 트랜지스터의 경우, “(부품) 패키지와 표면 마킹의 상태를 보면 이 부품들을 위조품으로 의심할 수 있다”면서 “칩의 바깥쪽 틀이 조악하고 습기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틈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칩의 다이(Die, 내부 틀)는 원래 칩 제조사인 미국 NXP가 만든 제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4번 트랜지스터

▲ 4번 트랜지스터

부품의 가장자리에서 크랙이 발견돼 QRT가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던 4번 트랜지스터에 대해서도 “(부품을 위조하는 과정에서) 표면의 마킹이 다시 됐다고 볼 수 있는 미세한 마모의 흔적들이 보인다”면서 “크랙은 칩을 뜯어내고 다시 기판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145번 저항기와 195번 저항기

▲ 145번 저항기와 195번 저항기

위조품뿐만 아니라 QRT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저품질 부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난 16일 뉴스타파 보도(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를 통해 자동차용 품질 규격 미달품으로 확인된 195번 저항기(resistor)의 경우 “열악한 제조 과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145번 저항기 역시 “전형적인 저가 생산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CTI는 이처럼 총 5개 부품에서 위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CTI의 수석 컨설턴트 레온 하미터는 “이 부품들의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주어진 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제한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음(Since we do not have any history on this module and the importance to be sure there are no counterfeit components in the module, this is the most we can determine based upon the data provided. Only limited conclusions can be made from the data and photos.)”을 전제로 “일부 부품들이 위조품이라고 볼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we think there is a low probability of some components being counterfeit)”고 밝혔다.

“위조부품 결론 조작” VS “조작 불가능”

국정감사에 현대차 권문식 부회장을 불러 직접 위조부품 의혹을 검증하고자 했던 김제남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다만 김제남 의원은 증인을 철회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잔여 의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기아차가 ‘내부 보고서’가 성급하게 작성됐다고 말을 바꾼 상황에서 지금은 위조부품이 사용됐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지만, 위조품이 없다는 확신도 없는 상태다.

현대모비스 측은 QRT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주한 장석원 박사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부품을 조작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또 장 박사를 “사기꾼” 혹은 “브로커”라며 비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장석원 박사를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장석원 박사는 2차 분석 대상이었던 BCM(Body Control Module) 하나와 오디오 장치 하나를 시험 의뢰 전 열흘 정도 가지고 있었다. 현대 측은 장 박사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이 과정에서 고의로 제품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 박사는 부품 내부의 회로 기판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 겉면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 박사가 시험용 부품을 고의로 손상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 법무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을 내사해 온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아직 현대 측이 수사를 의뢰해온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사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도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부분이 있다.

▲ LF쏘나타에 들어가는 BCM (차체 제어 장치, Body Control Module)

▲ LF쏘나타에 들어가는 BCM (차체 제어 장치, Body Control Module)

전자 기판을 습기나 염분으로부터 보호하고 부식을 막기 위해 ‘콘포말 코팅(conformal coating)’이라는 것을 한다. 아크릴, 에폭시, 혹은 실리콘 같은 물질을 기계 장치를 이용해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자동차 전자기판을 열어보면 반짝이는 투명막이 기판 위에 빈틈없이 덮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장 박사가 부품을 위조품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소자에 작은 크기의 흠집을 내고 금을 가게 만들었다면 콘포말 코팅층도 파괴될 수밖에 없다. 기계로 코팅된 막을 개인이 흔적없이 복구하기는 어렵다. 해당 기판이 QRT 기술진에게 전달돼 외관을 살펴봤을 때 찢어진 코팅막은 어렵지 않게 발견됐을 것이다. 반도체를 들여다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진을 보유한 QRT가 콘포말 코팅이 손상되어 드러나는 외관의 고의적 손상과, 콘포말 코팅이 보존된 채로 나타난 부품 내부의 불량도 구분하지 못했을지는 의문이다.

“QRT, 위조 판별 기술 부족” VS “신뢰해도 좋다”

현대모비스는 QRT가 위조품 판별의 기본도 모른 채 섣부르게 위조 결론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위조부품을 잘 찾아낼 경우 앞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QRT는 국가공인 부품신뢰성 검증기관으로서 삼성, LG,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NXP 등 글로벌 칩 메이커들에게도 부품검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또한 2010년 경부터 국내 토종업체로는 유일하게 위조품 검사를 해왔고, 국내 학계와 산업계의 부품신뢰성 분야 전문가들이 총망라된 한국신뢰성학회의 학술대회에서 2011년 위조품 검증 기술에 대한 발표를 하는 등 관련 분야를 선도해 온 곳이다.

QRT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조부품 검증의 경우 QRT가 오랫동안 해온 반도체 신뢰성 검증 만큼 긴 현장 경험이 있지는 않지만, 양쪽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뢰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 QRT에게 다양한 종류의 부품신뢰성 검증을 맡기고 있는 기업들 (QRT 홈페이지 캡처)

▲ QRT에게 다양한 종류의 부품신뢰성 검증을 맡기고 있는 기업들 (QRT 홈페이지 캡처)

“전세계 반도체 1%는 위조…미 방위산업에까지”

미국에서는 이미 중국산 ‘쓰레기 위조부품’ 유입을 심각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의 보고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증가하는 위조 집적회로의 위협(Counterfeit Integrated Circiuts : A Rising Threat in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다운로드)>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회사들이 매년 위조부품으로 인해 얻는 손실이 100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반도체의 1% 가량이 위조품으로 의심되며, 위조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또한 자동차, 항공, 무기산업 등의 시장 분석을 제공하는 IHS에서 2012년 발표한 위조칩 시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조사 대상 다섯 개 부품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 부품 종류 전체 발생 비율 자동차용 부품
1 아날로그 IC 25.2% 17%
2 마이크로 프로세서 IC 13.4% 1%
3 메모리 IC 13.1% 2%
4 Programmable Logic IC 8.3% 3%
5 트랜지스터 7.6% 12%

▲ 2011년 위조부품 상위 5개 ⓒ IHS Parts Management 2012

미국은 자신들의 방위산업에 흘러드는 위조부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2년 발간된 미 상원 국방위원회 보고서 <국방부 공급망의 위조 전자 부품에 대한 연구(Inquiry into Counterfeit Electronic Parts in the Department of Defense Supply Chain)(다운로드)>는 무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위조칩 문제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1년 발생한 SH-60B 헬리콥터의 전방 적외선 시스템 고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발견됐다. 상원 국방위원회는 그 공급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중국 선전(深圳) 시의 ‘화지 전자’라는 곳을 발견해냈다. 미국의 대잠수함 초계기인 P-8A 역시 부품의 동결 상태를 감시하는 ‘아이스 디텍터’가 고장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발견됐다. 해당 부품의 조립과 납품 과정을 추적한 결과, 텍사스에 위치한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역시 중국 선전 시에 위치한 ‘액세스 전자’라는 곳이 위조품 공급처로 특정됐다. 미 상원은 위조부품의 70%가 중국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중국의 위조부품 제조과정 영상. 수명이 다한 전자쓰레기를 신품으로 위조해 다시 시장에 판매한다. 위조칩 모서리에서 발견되는 갈림이나 깨짐 등이 이런 재생 과정에서 발생한다. ⓒ aaa component test lab

미 상원은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국가 내에 위조부품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정체불명의 유통업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내용을 담아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2월 이 법안에 서명했고 이듬해부터 상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위조부품의 유입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체계가 전무한 상황이다. 산업체에서도 불량품 검사는 철저하게 하지만 위조품에 대한 인식이나 검사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

흔히 불량품과 위조품을 혼동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불량품 대부분은 정상 동작을 안 하기 때문에 수입검사(IQC)나 출하검사(OQC) 등 여러 단계의 품질 검사에서 상당수 걸러진다. 하지만 위조품은 수명이 거의 다한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해당 기능을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품질 검사들을 통과해 제품에 탑재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위조품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기간이 짧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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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성공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목욕통(Bathtub) 곡선. x축은 사용 시간, y축은 고장 발생률이다. 제품이 막 완성된 시점(그래프 왼쪽)에서 고장률은 높다. 불량 때문이다. 이와 같은 초기 고장은 제품 출하 전 충분한 품질검사를 통해 결점 있는 제품을 골라냄으로써 줄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난 후에 고장은 다시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위조부품을 사용할 경우 위 그래프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듯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2014년 IEEE 보고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증가하는 위조 집적회로의 위협(Counterfeit Integrated Circiuts : A Rising Threat in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에서 인용)

자동차 위조부품은 결국 ‘안전 문제’

위조부품을 쓰면 위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고장 없이 쓸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 이미 한계에 이른 부품들이 새 제품으로 둔갑해 쓰이기 때문이다. 마치 굵은 쇠사슬의 고리 하나가 얇은 철사끈으로 엮여 있는 형국이다. 당장은 제 기능을 해내지만 팽팽하게 잡아당기다보면 얼마 안 가 끊어질 수 있다. 그것은 소비자에겐 고장이자 ‘비용’으로 돌아온다. 나아가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직 현대기아차에 위조부품이 쓰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위조부품이 사용됐다는 내부보고서가 있었고, 해외 검사기관에서도 위조부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제 공은 현대기아차로 넘어갔다. 무조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 혹시 모를 위조부품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앞서 언급한 미 상원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모든 위조부품의 유통망을 파악할 수 없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실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운 것이다. 더구나 자동차 부품은 궁극적으로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현대기아차가 보다 솔직한 자세로 남아있는 의혹들을 보다 떳떳하게 검증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하는 이유다.

※ 뉴스타파에서는 자동차 제조 회사의 불투명한 부품 유통망 문제나 품질 문제와 관련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재원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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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애플비 유출 문서 중 영국의 유서깊은 프라이빗 뱅킹 전문 은행 쿠스(Coutts)의 고객 명단에서 발견한 한국인 2명 가운데 1명은 카이스트 교수인 안성태 씨다. (안성태 씨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자산 신탁 관리 서비스에 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코스닥 상장 제약회사인 메지온의 박동현 회장이다.

메지온 박동현 회장, 케이맨 제도에 세 딸과 함께 수백 억 규모 신탁 소유

메지온은 ‘자이데나’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업체다. 원래 동아제약의 자회사 (동아팜텍)였으나 2013년 메이온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애플비 유출 문서에서 나온 쿠스의 고객 명단을 검색하다 메지온 박동현 회장의 이름을 발견했다. 유출된 문서에는 박 회장이 조세도피처에 만든 신탁의 구조가 상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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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20여년 전 케이맨 제도에 씨씨이 트러스트(CCE Trus)t라는 신탁을 만들고, 이 신탁에 예치한 자금으로 역시 케이맨 제도에 씨씨이 인베스트먼트(CCE investment)라는 투자운용회사를 세웠다. 박 회장에게 이 신탁에 대해 묻자, 그는 “약 20여년 전 미국에서 일하던 시절 번 돈으로 신탁을 만들었다”며 “미국 시민권자인 세 딸에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서 번 돈으로 신탁을 만든만큼 한국에서의 탈세나 불법 외화유출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미국에 내야할 상속세를 피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는 한국 시민권자인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세 딸에 대한 상속 목적” 주장.. 그러나 자신도 ‘실제 수혜자’로 지정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은 신탁의 설정자일 뿐, 세 딸이 실수혜자(Beneficiary owner)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은 신탁의 자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버뮤다 법률회사 애플비 유출 문서를 보면, 그의 이런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애플비 문서에는 그와 그의 세딸이 신탁의 실수혜자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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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보여주며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박 회장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났다”며 자신 역시 실수혜자에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세법상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신탁 설정자 자신도 실수혜자 명단에 들어가야한다고 해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신탁 통해 자기 회사에 지분투자.. 5억 투자해 300억 수익

박 회장과 그의 세 딸이 실수혜자로 되어있는 CCE Trust는 CCE investment를 통해 메지온 주식을 100만 주 이상 사들였다. CCE investment가 지분을 사들인 시점은 2009년, 메지온이 상장되기 3년 전이었다. 당시 액면가 500원이었던 주식은 현재 3만 원 이상, 투자금 5억 원은 현재 3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메지온의 공시자료를 보면 CCE investment는 박회장과 특수 관계라는 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즉, 공시자료상으로는 엄청난 주식 대박의 수혜자는 박 회장과 세 딸이 아니라 CCE investment라는 외국 자본인 것이다. 이는 실제로 박회장 일가에게 세금 상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CCE investment는 2016년 약 3억 원 어치의 메지온 주식을 팔았다. 원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자가 주식을 팔 때는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CCE investment의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라는 점이 공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메지온의 IR 담당자 역시, CCE investment가 박 회장과 특수관계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의에 “CCE investment는 박회장의 우호지분이긴 하지만 해외에 있는 투자자이기 때문에, 박회장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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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뉴스타파 질의가 시작되자 “공시를 누락한 것은 실수이며, 지금이라도 공시를 바로잡고 내야할 세금이 있다면 납부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밀 드러낸 이메일.. “주식 팔아 500억 원 예치할 것”

애플비 유출 문서 중에는 애플비 홍콩 지사의 담당자가 버뮤다 애플비 본사에 보낸 이메일도 있다. 이 이메일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4년 2월 홍콩을 방문해 애플비의 담당자를 만났다. 이메일 내용은 이렇다.

박동현씨는 올해 말 메지온 주식을 팔아 매각대금을 트러스트에 예치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매각대금은 5천만 달러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탁 자산의 0.2%나 수수료를 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CCE investment가 보유하고 있던 메지온의 주식을 팔아 트러스트에 돈을 예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후반 메지온의 주가는 4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지분을 팔았다면 5백억 원에 가까운 현금이 마련되었을 것이고 이 돈은 공식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돈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이 국경을 넘어 케이맨 아일랜드의 신탁에 예치되었을 것이다. 아무도 CCE investment가 박동현 일가 소유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저 외국 자본 하나가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해 빠져나가는 것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당연히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은 전혀 부과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형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의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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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CCE investment는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고, 지난해 3억 원어치의 주식을 판 것을 제외하면 아직 100만 주 이상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회장은, 애플비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깎기 위해서 거짓 계획을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도 나와있다.

그는 트러스트와 관련된 정보의 보안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포트큘리스 스캔들같은 정보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해 줄 것을 원했습니다.

포트큘리스(PTN: Portcullis TrustNet) 스캔들이란 지난 2013년 뉴스타파와 ICIJ가 함께 진행한 조세도피처 프로젝트를 말한다. 당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하던 업체, PTN에서 유출된 대규모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뉴스타파 등 국제 공조취재단이 조세도피처의 검은 세계를 파헤친 바 있다. 박동현 회장의 이 이메일은 당시 뉴스타파가 조세도피처의 비밀을 폭로하자, 이런 일이 또 일어나 자신의 신탁이 들통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단지 실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주장하는 그가 왜 그렇게 애플비 홍콩지사까지 찾아가 자료의 유출을 우려하며 보안을 신신당부했을까?

조세도피처의 신탁들.. 한국 부자의 자산은 얼마나 숨겨져 있을까

애플비 유출 문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박 회장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박회장은 매우 운이 없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비밀이 낱낱이 밝혀진 것에 대해 매우 억울해 했다. 박 회장의 사례는 사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자료가 유출되지 않은 수많은 조세도피처 법률회사들의 장부에는 수많은 한국 부자들의 자산이 숨겨진 신탁들이 등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자산들은 외국인 투자를 가장한 형태로 한국에 재투자되는 사실상의 내부 거래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한국인은 뉴스타파 취재결과 현재까지 모두 232명이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목, 2017/11/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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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전망되는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오늘(1월 23일) 19대 대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하루 전(22일)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적폐청산, 공정국가. 이재명이 합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월 23일 월요일 오전 11시,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소는 자신이 소년시절 노동자로 일했던 공장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노동자 출신 대통령’으로서 과거의 어둠과 절망을 걷어내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시장이 강조한 화두는 ‘적폐청산’과 ‘공정사회’였다. 이 시장은 공정사회를 방해하는 적폐로 재벌과 기득권 정치 세력이 있다면서 이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우리 경제구조의 가장 큰 문제로 ‘10%의 국민이 대한민국 전체 연소득의 48%, 자산 66%를 가지고, 국민 50%가 연소득의 5%, 자산 2%를 나눠가지는 극심한 불평등 구조’를 꼽으며 이를 타파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과 개인에 합당한 증세를 실시해 국민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언론과 검찰, 공직사회의 대대적 개혁을 통해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며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로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촛불민심이 원하는 것이 ‘공정사회’라며,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도입 확대하고,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비례대표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성남시의 공약 이행률이 96%라는 것을 강조하며 기득권과 싸워 이겨 적폐청산, 공정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말해 자신이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기득권과 싸워 이기겠다”고 주장했다.

출마선언 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도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론조사와 경선은 다르다”며, “소극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경선에서는 적극적 지지자가 승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패기득권 세력과 싸울 적임자로 자신이 선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과 함께, 바꿉시다.”

이에 앞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1월 22일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첫 공식 선언이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지금의 국정혼란 상황이 벌어진 것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우리 정치가 30년을 후퇴한 것 같아 안타깝지만, 국민들의 역량을 바라보며 30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또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87년 6월 항쟁의 시대를 끝내고 이제 새로운 30년을 시작해야 한다”며 세상을 바꿀 젊은 리더십은 자신에게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자신이야 말로 민주당의 적자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차차기 후보’가 아닌 ‘차기 후보’임을 강조했다.

안 지사는 ‘법과 제도와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 ‘대화를 통해 타협하는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대화 만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지사는 자신의 복지정책에 대해 “누구에게나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해주는 것을 통해 일체의 차별이 없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복지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이재명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주장하는 무상 복지정책과 차별화를 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안 지사는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은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실망스럽다며 “포퓰리즘은 구태 기득권 세력이 쓰는 말이며, 국민이 내는 세금을 다시 국민에게 주는 것은 공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두 후보가 잇따라 출마선언을 하자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지사님의 출마선언을 환영한다’, ‘이재명 성남시장님의 대선 출마 선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드림팀이다’고 말하며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출마를 응원했다.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이 잇따라 대선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도 조만간 대선 출마 선언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1월 26일에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9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취재: 송원근, 이유정

촬영: 김기철, 김수영

편집:  박서영

월, 2017/01/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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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 앞에서 14년째 주류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만 씨. 20년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성격대로 조용한 일을 하며 미래를 만들어 보자’는 다짐으로 가게를 시작했다.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 처음엔 낯설었던 와인과 양주의 이름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이 씨를 찾아 일부러 서울대입구역을 찾는 단골도 생겼다. 가벼운 호주머니로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 가게의 주된 손님이다. 덕분에 이 씨는 인근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름이 오르내리는 지역의 명사가 됐다.

지난 13년 간은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돈벌려고 매달려서 일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족끼리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봤지만, 저 나름대로는 조용하고 가정적으로 행복하다 느끼며 지내왔습니다. 시간날 때면 책도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으면서 제 꿈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이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대 상권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씨가 스스로 ‘서울대입구역 최고의 자리’라 말하는 그의 가게는 정작 비어 있는 상태다. 지난해 7월, 그가 입점해 있는 대성빌딩의 건물주가 바뀌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여전히 쫓겨나는 사람들… ‘꿈도 미래도 다 잃었다’

새 건물주는 건물의 등기를 마치자마자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겠다며 명도 통고장을 보내왔다. 14년동안 서울대입구역 앞을 지켜온 가게를 정리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두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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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는 것은 서울대입구역 최고의 자리만이 아니었다. 통고장 어디에도 권리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14년 전 입점 당시, 이전 임차인에게 냈던 권리금이 9000만 원이다. 현재는 1억5000만 원 선에서 얘기가 오가는 자리다. 노후 준비의 전부였던 가게와 목돈 모두를 날리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명도 소송에 나섰지만, 패소 가능성이 짙자 소송을 포기했다. 가게는 손해를 감수하고 인근 다른 빌딩으로 이전했다. 주류 전문점이라는 특성상 주류 보관을 위한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대항할 힘이 없다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아무리 소리 지르고 외치고 해봐도 손을 맞잡아 끌어줄 곳이 없다는 것이 너무 허탈합니다. 비록 소시민이지만 살아오며 세금 한 푼 안 낸 것이 없고 길거리에 담배 꽁초 하나 버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범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의 가게가 있던 빌딩을 매입한 건물주는 인근 빌딩을 하나 더 매입했다. 빌딩 매입자금은 100% 금융권 대출이었다. 건물주는 매입한 빌딩 2채를 함께 재건축할 계획이다.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쫓겨나게 된 점포는 모두 16곳이다. 이들이 받지 못한 권리금 총액은 18억 원(입점상인 측 주장)이 넘는다. 건물주가 명도 통고장을 발송한지 1년, 입점 상인 대부분은 명도 소송을 포기하고 점포를 이전했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빌딩에 남아 점포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면 달리 생계를 찾을 방도가 없는 이들이다.

“법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재건축은 임차인 내모는 만능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갱신 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 제공’ 등 임차 상인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노후화나 훼손에 의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철거 및 재건축을 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명도 소송에 나선 서울대입구역 앞 빌딩의 입점 상인들이 줄줄이 패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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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상인들의 변호를 맡은 이영기 변호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여러차례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 왔지만 여전히 ‘건물주 중심’이라는 법의 대전제를 허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예외조항이 아직 법에 남아있는 것의 대전제가 있습니다. 건물의 가치의 상승에 대해 임차인은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피땀을 흘려서 상권을 개발하고, 상가 건물의 가치 상승에 기여를 해도 모든 것은 건물주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법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어 철거를 해도 임대인, 임차인 공동의 노력에 의한 건물의 가치 상승분에 대해 일정부분 임차인에게 돌려줄 필요있습니다.

문제는 건물주가 의도적으로 이같은 법의 허점을 노린다면 얼마든지 임차상인의 권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건물의 경우, 명도 소송 과정에서 건물의 안전진단 결과가 주요 쟁점이었다. 새 건물주는 건물 매입 후 사설업체를 통해 건물 구조안전진단을 했고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 결과보고서의 ‘종합결론’에 따르면, 이 건물은 콘크리트 압축강도, 철근 배근에는 결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진 등으로 인해 수직하중과 수평하중이 동시에 작용 했을 시에는 충분한 내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축법상 내진설계 기준은 매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3층, 연면적 900여 ㎡ 규모인 서울대입구역 건물의 경우, 2015년 내진설계 기준 강화에 따라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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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된 지 20, 30년 이상 지난 건물 가운데 현행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은 드문 실정이다. 2016년 기준, 서울시 건물들의 내진설계율은 26.8%에 그친다. 이른바 ‘건물 사냥꾼’들이 주요 상권의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재건축하려 하면, 임차 상인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우선입주권, 퇴거료 보장’…의안은 1년 넘게 계류중

지난달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임차인 지위 강화를 골자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미 20대 국회 들어 총 13개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가운데는 건물 노후화에 의한 재건축이라도 임차 상인이 우선입주권이나 퇴거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명시한 법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목, 2017/08/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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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8차 범국민행동이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후안무치에 분노한 시민 65만 명이 참여했다.
부산(5만 명)과 광주(3만 명), 대전(1만 명) 등 전국 20여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면 집회 참가자는 77만 명이 넘었다.
시민들이 밝힌 촛불은 한겨울 추위와 어둠을 물리쳤다. 일부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탄핵 이유가 없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점을 규탄했다. 또 국회의 탄핵 가결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8주째 주말을 반납한 시민들은 ‘광화문 구치소’라고 이름 붙인 철제 케이지를 끌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면서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단 구명조끼를 입고,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행진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조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친정부단체 회원들이 탄핵기각을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취재 : 홍여진
촬영 : 김기철
편집 윤석민

일, 2016/12/1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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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김모씨(70)는 휘발유가 담긴 맥주PT병을 든 채 분신 소동을 벌였다. 김씨는 1조원대 기술수출계약 공시를 보고 한미약품 주식을...
목, 2016/10/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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