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기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연륙교에 사라지는 섬…”왜 섬에 가시나요?”
[홍선기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이야기를 시작하며...
섬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감과 은폐성에서 오는 미묘한 공간이 매력이 아닐까. 물론 섬의 규모와 환경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섬의 형상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단 우리에게 주는 섬의 이미지는 고독한 공간임은 틀림없다.
최근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점차 해외 유명 관광지로 여행을 나가는 추세이고, 여러 TV방송을 통하여 알려진 국내외 섬들도 손님맞이에 바쁘다고 한다. 전 세계 신혼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들도 하와이, 몰디브, 발리, 산토리니 등 섬이고, 인간의 손이 제일 적게 닿아 천혜의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절경도 섬이다.
우리나라가 섬나라라고?
우리나라가 섬 국가라고 한다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3,400여개의 유, 무인도가 있는 섬 국가이다. 여기서 섬 국가는 섬이 많은 국가를 의미한다. 일본이나 영국처럼 국가 자체가 섬은 아니다. 섬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통용하는 유엔해양법에 근거한 섬은 고립성을 중요시 한다. 즉, 사방이 늘 수체(水體)에 의하여 둘러싸여 있어야 하고, 또한 만조시에도 섬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동고서저의 지형상 서해와 남해에 섬이 많이 분포한다. 그러나 서해바다도 옹진군에서 진도군에 이르기까지, 또 남해바다는 여수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섬의 생태환경적인 특성은 매우 다르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갯벌 특성에 의한 것일 것이다.
갯벌을 구성하는 물질이 무엇일까에 따라서 서남해 섬 주변의 갯벌은 달라진다. 갯벌은 강 하구에 쌓인 유기물이 해류에 의하여 옮겨 다니면서 퇴적되는 것으로 바다의 미세한 저서생물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이처럼 갯벌과 섬이 함께 공존하는 서남해의 섬들은 앞서 설명한 유엔(UN)해양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물이 차는 만조시에는 일상적인 모습의 섬으로, 간조시에는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면서 섬들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섬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조수간만의 차가 있는 해역의 섬들은 비슷한 경관을 보인다.
섬 매력을 앗아가는 연륙교
대표적인 지역이 프랑스의 몽셀미셀((Mont Saint-Michel)이다. 갯벌에 파묻힌 갯벌섬으로 된 서남해 바다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명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이 차면 건너갈 수 없는 섬들도 물이 빠지면 펄을 걸어서 옆 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뭍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돌을 하나둘씩 옮기면서 만든 돌다리(일명 노두라고 함)는 그야말로 인간 집념의 산물이다.요즘처럼 몇 주 만에 만들어지는 다리와는 차원이 다른 노동의 결실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근래 섬 주민들의 숙원은 피와 땀이 녹아든 노두보단 편한(?) 콘크리크 연륙교로 내륙과 연결되길 원한다. 이젠 노두가 아니라 연륙교에 섬에서 벗어나고픈 섬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방자치단체인 전남 신안군이 연륙․연도교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목포시와 인접한 압해도와 신안군 암태도를 연결하는 새천년대교가 완성이 되면 신안군은 이제 육지의 행정구역으로 바뀐다. 크고 작은 섬들은 이미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기에 새천년대교가 완성되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섬 주민들에게 엄청난 생활변화가 올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은 이미 계획 단계에서 지자체가 다 조사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부디 마음만 앞서가는 연륙교 사업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섬이 주는 고립성 때문에 사람들이 섬을 찾는 것이고, 또 그 고립성 때문에 섬에서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고립성에 대한 이중적인 특성이 바로 섬의 매력이 아닐까.
글쓴이 :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염소에게 돈을 먹이는 바죠족의 풍습 ⓒ 홍선기 촬영[/caption]

힌두 신상에 카낭사리를 봉납하는 여성 ⓒ홍선기[/caption]
발리 덴파사르에 도착하면, 응우라라이국제공항 출구에서부터 “드디어 내가 발리에 왔구나”를 직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냄새, 즉 향기이다. 엄청나게 많은 향을 태우는 냄새가 공항 내부에까지 도달하여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미묘한 발리의 정서를 전달해준다. 이 향기는 발리를 떠나는 날까지 이어진다. 향내 다음으로는 음악이 공항에서부터 귓속에 들어온다.
물론 가루다항공(Garuda Air)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출발과 도착을 전후하여 기내에서 흘러나오는 인도네시아 음악들에 심취한다. 기내 음악은 순다지역 음악인 Bubuy Bulan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민속음악이 흘러나오지만, 막상 발리에 도착하면 발리의 전통민속음악인 Gamelan의 다양한 금속 타악기(Gong)와 대나무로 만든 타악기들의 음악 소리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한국에 징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발리에는 Gong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세 번째로는 여러 힌두신의 조각과 그 신을 위해 봉헌하는 아름답고 다양한 형태의 봉납(offering)이다. 대체로 공항에 도착, 출구에 이르기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 발리힌두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느끼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발리섬에서 지내본 사람이라면, 주요 관광지역인 우붓(Ubud), 구타(Kuta)나 덴파사르(Denpasar)를 포함하여 섬 전체가 발리고유의 힌두교(Balinese Hindus) 세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리에 인접하는 롬복이나 다른 소순다열도 섬들과는 전혀 다른 문화세계가 존재한다. 발리의 하루는 의례(ceremony)로 시작하여 의례로 끝나는 일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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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intya, 인도네시아 발리힌두의 최고의 신 ⓒ홍선기[/caption]
해가 뜨면 봉납을 시작, 세 번의 공양을 마치면 하루가 끝이 난다. 장소와 방식, 크기와 모양을 달라도 그 봉납이 가지는 색과 내용에 따라서 신이 달라진다고 한다. 봉납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낭사리(Canang Sari)이다. 힌두교 사원, 집 근처에 있는 신상, 심지어는 가게 앞에까지 카낭사리를 봉납한다.
아침이면, 정결하게 의관을 갖춘 여성들이 수십 개의 카낭사리를 쟁반에 넣고, 이곳저곳의 신상과 사원에서 향을 피우고, 카낭사리를 놓고 절을 한다. 카낭사리는 기본적으로 발리힌두의 최고의 신인 아신티아(Acintya)에 감사하는 기도를 올릴 때 봉납하는 제물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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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낭사리 ⓒ홍선기[/caption]
Canang Sari의 어원은 ‘아름답다’는 의미의 'ca'와 ‘목적’을 의미하는 ‘nang'에서 왔다고 한다. 'Sari'는 ’본질‘이라는 발리어 의미라고 하니 이 단어들을 조합하면, 뭔가 순결하고 완벽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카낭사리의 형태는 주로 야자나무 잎으로 만들고, 그 안에 베틀후추(Piper betle), 라임, 그리고 꼭두서니과 식물인 갬비어(Uncaria gambir), 담배잎, 빈랑자로 불리우는 베텔야자 열매(Betel nut, Areca catechu) 등으로 구성한다.
이들 재료들은 각각 힌두교의 대표적 세 신(Trimurti)을 상징하는데, 시큼한 라임은 시바(Shiva), 베텔야자 열매는 비슈누(Vishnu), 그리고 갬비어는 브라마(Brahma)이다. 이렇게 장식된 카낭사리를 놓은 것도 힌두신의 위치에 따라서 방향이 결정된다. 동쪽으로 가리키는 흰색꽃은 이스와라(Iswara)신, 남쪽을 가리키는 붉은색 꽃은 브라마(Brahma), 서쪽을 가리키는 노랑색꽃은 마하데바(Mahadeva), 그리고 북쪽을 가리키는 푸른색 혹은 녹색의 꽃은 비슈누(Vishnu)를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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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카낭사리를 가지고 신전으로 향하는 여성 ⓒ홍선기[/caption]
과거에는 힌두신전의 신상에게 바쳤던 봉납이 발리가 관광지화 되고, 카낭사리 의례 자체가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활용되면서 이제는 모든 가게의 사업번창을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가게의 크기 따라서 많은 곳은 9군데까지 카낭사리를 놓는다고 하는데, 주민들 말로는 신은 어디는 존재하기 때문에, 많이 놓을수록 좋다고 한다.
발리의 여성들은 쉬는 시간마다 이 카낭사리를 만들고 있고, 카낭사리 재료만을 판매하는 가게도 늘었다. 십자가나 신상, 성화 등 우상숭배를 절대 금지시하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섬과는 다르게, 인류가 만든 종교 중 가장 오래된 종교의 하나인 인도의 힌두교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만 특이하게 변형되어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생태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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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힌두신전의 카낭사리 봉납 ⓒ홍선기[/caption]
하루 종일 신에게 감사하고 기도하는 일과가 곧 발리의 생활이다. 발리의 경제는 그야말로 신에 대한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교는 축제로 연결되고, 그걸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에 의해 경제가 형성된다. 발리 주변의 농장에서는 카낭사리에 넣는 다양한 재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다양한 색깔은 바로 신의 형상인 것이다. 향기, 소리,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을 형상화 하는 섬, 발리. 그 자체가 "신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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