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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하나의 꿈, 하나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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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하나의 꿈, 하나의 팀

익명 (미확인) | 월, 2015/07/06- 11:00

박상훈포트레이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정동칼럼] 하나의 꿈, 하나의 팀

지난해 말, 강의를 위해 정의당 당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전과는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몇몇 당직자들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눈인사를 받았다.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새로웠다. 강의 중간과 끝난 뒤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당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것 같았다. 덩달아 기분이 좋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긴 했다.

잘 알다시피, 2008년에 이어 2012년에도 진보정당의 분열이 있었다. 엄청난 상처를 동반한 분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 진보파들 사이에는 ‘엇갈리는 시선’이 생겼다. 같은 생각을 하는 같은 정파인지 여부에 따라 눈길을 주고 안 주고가 확실하게 구분되었다는 말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 웃는 사이와 그렇지 않은 사이가 구분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같은 당사,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당직자들 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정파에 따라 식사도 따로 하고 담배도 따로 피웠다. 그런 그들 사이에 다른 누가 끼기라도 하면, 부자유스러운 표정이 서로를 감쌌다.

벌써 2년이 흘렀다. 당시 진보정의당 내에서 ‘참여계’ 출신 천호선 당 대표가 취임했을 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내심 비관적이었다.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꾸고 당의 상징색을 노란색으로 바꾼 것도 맘에 안 들었다. 솔직히 잘 안 될 것 같았다. 그 뒤 강의나 토론을 위해 가끔 당사를 들렀지만, 그때에도 별로 달라진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다소 냉정한 외부 관찰자로서 정의당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그 뒤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알게 된 것은, 확실히 정파를 가로질러 눈길이 막힘 없이 교환된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마주 보고 웃었다. 정파의 구분조차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았다. 누가 이들을 서로 웃게 했을까.

인간이란 같은 조직 안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독한 존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옛 상처가 아무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제도의 변화도 있었다. 정파 안배를 고려했던 공동대표와 최고위원회 제도가 폐지되고 당 대표 중심 체제로 바뀌었다. 분명 이런 제도 변화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무책임한 집단지도체제의 폐해를 경험하고 있는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참고할 만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진리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시간의 미덕’이나, 개개인의 행위를 규율하는 ‘제도 효과’만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이란 시간과 제도의 인과율에 지배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새로운 기억을 일궈가는 일은 사람들의 노력 없이 불가능하다.

제도의 객관적 효과를 실질화하는 것 역시 인간의 수고에 달린 문제다. 무엇보다도 당직자들의 노력이 있었을 테지만, 필자가 만난 당직자들이 하나같이 꼽는 변화의 중심에는 천호선 대표가 있었다. 그는 참여계 출신이지만 모두에게 공정했고 인간적이었다고, 당직자들은 말한다. 전국의 당원 모임을 다니면서 그는 늘 “하나의 비전, 하나의 팀”이라는 목표 의식을 힘주어 강조했다고 한다. 그 말이 현실과 무관한 구호가 아니라 적어도 당 안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이제 필자는 가진다. ‘정당 간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그 전에 하나의 꿈을 갖는 하나의 팀으로서 제대로 된 정당 만들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당이론의 고전적 요청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정의당 당 대표 선거가 여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참여계를 대표하는 노항래도 있고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라이벌로 주목받았던 노회찬과 심상정도 있다. 2세대 진보정치를 대표하겠다는 조성주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의 경쟁에서 정파 차이로 인한 상처나 분열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이런 변화의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지난 2년간 정의당이 쌓아올린 무형의 자산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당이란 공동의 정견을 가진 시민들의 연합체이자 하나의 팀’이어야 한다는 비전은 분명해졌다.

‘오래 걸렸지만 오래 갈’ 진보정당의 전통 하나를, 이제 임기를 마칠 천호선 대표가 세웠다. 이로써 한국 민주정치 발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좋은 평가에 인색할 이유가 없음을 지금 정의당 선거가 보여주고 있다.

2015-06-06일자 경향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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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를 복수정당제의 허용 여부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해 당사자들에게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 역시 민주주의의 기초 요건이다. 입법부가 아닌 대통령의 포고령이나 행정명령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된다면 그 체제를 권위주의라고 하지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경쟁하는 정당과 자율적 결사체, 의회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제도적 요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 자율에 맡기라는 신자유주의의 반정치 담론만큼이나, 정당과 의회 및 이해당사자들의 역할을 냉소하면서 일반 시민이 직접 개헌하고 입법하고 정책을 만들고 부적격 공직자도 쫓아내도록 하자는 직접민주주의론 역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촛불 집회를 직접민주주의로 이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민주주의 체제라면 촛불 집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물론 합법적으로 뽑힌 정부에 대해 비판과 반대를 조직할 자유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기본권이다. 공론 조사로 대표되는 숙의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참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고 발전된 대의민주주의 프로젝트의 하나다.

숙의민주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직접민주주의로 보는 것을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참여자들의 숙의 능력이 그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소 엘리트 편향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숙의민주주의의 한계이기도 하다. 국민투표, 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직접민주주의로 보는 것도 잘못이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국민투표식 민주주의(plebiscitary democracy) 혹은 우파 포퓰리즘(right-wing populism)으로 부른다.

최근의 사례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인데, 이번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내건 슬로건,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이 대표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간접민주주의라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간접민주주의는 정치 이론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일종의 통속어다. 이 말이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2월 15일에 실시된 유신헌법 국민투표 때였다. 당시 야당과 재야 세력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확대되자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찬반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헌법학자들을 동원해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유형론을 펼치게 했다.

과거든 현재든 직접민주주의론자들이 확고하게 추구했던 이상은 공적 사안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었다. 9일에 한 번씩 민회를 개최했던 고대 아테네가 대표적이다. 시민 총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과 조직, 결사는 인정되지 않았다. 고대 아테네의 경우 민회 밖에서의 그 어떤 집단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장자크 루소를 추종했던 프랑스혁명의 주도 세력들 역시 시민의 전체 의지를 분열시킨다는 이유로 정당은 물론 이익 단체의 결사를 법으로 막았다.

시민 총회에서 결정된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 역시 독립된 행정 조직을 만들 수 없었다. 관료제는 없었으며 시민이 번갈아 행정관·평의원·배심원 역할을 맡았다. 아테네에서는 추첨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시민을 뽑았다. 선거로 동료 시민의 지지를 동원해 대표가 되는 것 역시 권력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같은 공직을 두 번 할 수 없었고, 임기는 1년 이하로 짧았다. 사회 규모의 확대는 최대한 억제되었다. 규모의 증가는 기능 분화와 전문화를 낳고, 그것은 곧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의무였다. 아테네의 경우 참여가 법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참여하지 않는 시민은 비난받았다. ‘바보 멍청이’란 뜻의 영어 ‘idiot’는 고대 그리스어 ‘idi ̄ot ̄es’에서 유래한 말로 당시에는 참여하지 않는 시민을 가리켰다.

오늘날 우리가 이런 제도와 원리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접민주주의가 해당 시기의 역사적 제약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현실적 최선을 추구한 실험인 것은 맞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이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때가 많다. 지금은 지금의 조건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론이 필요하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1024/86916628/1#csidxcfc3fd8be35f8ff9b8c185d8e2eba2a

화, 2017/10/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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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10월 살림살이 내역입니다.

 

2017년 10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11/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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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9월 살림살이 내역입니다.

2017년 9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11/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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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2.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제3회 복지국가아카데미에서 만난 조성주, 그가 말한 청년실업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요? 궁금하다면 >> 영상보러가기 ]

 

 

참여연대 회원 월례모임(8/18 화, 오후7시)에 초대 합니다

 

어느 덧 올해도 8월 회원월례모임을 맞았습니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회원월례모임은 상근자와 회원들이 함께 준비하는 ‘통인밥상’과 서로를 알아가는 ‘공동체게임’, 참여연대의 최근 소식을 듣는 ‘참여연대 톺아보기’, 그리고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통인월례강좌’로 구성됩니다.

 

8월의 이야기손님은 최근 정의당 당대표 경선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청년 조성주 입니다.

'두려움 없이 광장 밖으로 과감히 나아갑시다' 라던 그의 출마선언문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죠. 청년유니온,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서울시 노동전문관, 정치발전소 등을 거치며 고민해 온 '2세대 진보운동'과 청년운동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조성주 출마선언문 보러가기 >>http://goo.gl/wG7wkR )

 

9월에는 청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청년 스스로 청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가칭)'청년참여연대'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참여연대의 20-30대 회원 50여명이 모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어떠한 일들을 해나갈지 깊이 고민하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꼭 참여연대 회원이나 청년참여연대 준비위원이 아니어도 '청년'에 관심 많고 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다양한 청년, 시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

 

참여연대 회원, 그리고 아직 회원은 아니시지만 항상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시민 분들, 모두 모두 환영합니다. 8월의 셋째 주 화요일(8/18) 저녁 7시 참여연대의 2015년 8월 ‘회원월례모임’에서 만나요!

 

2015. 8. 18. 화요일 오후 7시~9시30분

장소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회비 : 1만원 (신입회원 및 비회원 동행인 무료)

 

1부
19:00 ~ 19:25 함께 먹기 - 통인밥상 (25“)
19:25 ~ 19:35 사무처장 인사 (10“)
19:35 ~ 20:00 함께 놀기 (25“)
20:00 ~ 20:10 숨고르기 (10“)

2부
20:10 ~ 21:30 함께 듣기 - 통인월례강좌 (80“)
21:30 ~ 뒤풀이
 

참가신청서 작성하기 >> 클릭

 

참가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0580 [email protected]

수, 2015/07/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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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까지 너무나도 무더운 여름.. 다들 잘 보내고 계신가요? ^^


지난 8/18에는 이 여름보다 핫한 ‘청년’을 주제로 월례모임이 열렸습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청년분들이 많이 오셨는데요.

 

20150818_회원월례모임 (3)

 

천웅소 시민참여팀장의 사회로 문을 연 8월 월례모임은 이태호 사무처장의 활동보고와  준비된 종이에 9월 발족을 앞두고 있는 청년참여연대에 바라는 점을 하나하나 적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 월례모임의 주제는 앞에서 말했다시피 '청년'이었는데요. 지난 정의당 당대표선거에서 두려움없이 광장 밖으로 나아가자고 외쳤던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를 모시고 청년유니온 설립부터 현재 정당 활동까지 그의 눈에 비친 청년문제, 청년운동은 어떠한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50818_회원월례모임 (6)20150818_회원월례모임 (7)

20150818_회원월례모임 (4)20150818_회원월례모임 (2)

 

“청년, 작은 성공으로 탄탄해지자”


조성주 대표는 대학등록금문제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 청년문제가 비단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시스템과 연관되어 있기에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무언가 희망을 줄 수 있는 하나하나의 작은 성공이 필요했기에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을 만들기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 활동 중 커피숍에 종사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생의 주휴수당을 받아낸 얘기를 할 땐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20150818_회원월례모임 (9)

 

그 외에도 피자30분 배달제, 미용실 실태 그리고 최근 패션업계의 노동착취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눈여겨보고 작지만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진정어린 모습이 고립되어 있던 청년들을 하나둘씩 모으게 하고 목소리를 내게 하는 원동력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하나의 단체를 만들려면 여러 전략적 기교나 지식이 매우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원천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진정어린 마음,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청년참여연대가 광장밖의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넘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20150818_회원월례모임 (14)

 

다음 월례모임(9/22)의 주제는 '세금'입니다.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럼 다음 모임 때 다시 만나요! 

 

 

월, 2015/08/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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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백년포럼은 “청년이 말하는 청년문제”입니다. 10번째 백년포럼이기도 합니다. 

이번 백년포럼의 발제자는 청년정치인으로 유명한,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입니다. 토론자로는 이수호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이 나섭니다. 이후 자유 대화가 이어질 것입니다. 

10회 백년포럼 웹자보

조성주 위원은 ‘다음세대가 꿈꾸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주제로 왜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청년 세대와 불화하는지, 청년들은 어떤 민주주의를 꿈꾸고 바라는지에 대해 발표합니다. 

청년 담론은 넘쳐나지만, 대개 청년 아닌 사람들(‘꼰대’라고 하지요^^)이 청년을 대상화한 담론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백년포럼에서는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스스로 대안까지 모색한다는 점에서 기존 청년 담론과 차이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일시: 12월 15일(목), 7시반~9시반, 장소: 국민TV 지하카페(서울 마포구 합정동)

참가비는 5,000원입니다 (참가비는 자료집 제작과 대관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단, 후원회원은 무료입니다). 

 

 

수, 2016/11/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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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포럼이 지난 15일이 열린 열번째 포럼 ‘다음세대가 꿈꾸는 민주공화국’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백년포럼에 참여해 귀중한 의견을 주신 분들, 그리고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보다 새롭고, 참신한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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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10회 백년포럼에서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일시: 12월 15일 오후 7시 30분

장소: 국민TV 지하카페(서울 마포구 합정동)

발제: 조성주(정치발전소 기획위원)

토론: 이수호(청년유니온 기획팀장)

10회 백년포럼 자료집

수, 2016/12/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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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부터는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의 칼럼 '정경유착'이 연재됩니다. 정치와 환경의 만남, '정(치와 환)경유착'을 꿈꾸는 조성주 회원님의 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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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조합’은 환경과 기후변화, 지구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서구의 노동조합들이 일찌감치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산업적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온 절박함에 비하면 한국의 노동조합들의 관심도는 낮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는 듯 하다. 언제부턴가 노동조합들이 ‘환경’, ‘복지’ 등의 주제들을 ‘명분’으로 삼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노사관계와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일을 할 때였다. 해당 사업장의 전통적인 민원성 요구를 들고 온 지하철노동조합은 ‘지하철’이야 말로 ‘친환경 교통수단’이며, 저탄소(실제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버스노동조합은 ‘버스’가 노인, 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가장 좋은 교통수단이며 사실상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유지되고 또 확장되어야 하는 교통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노동조합 역시 국제적으로도 중요해진 친환경, 저탄소 시대에 가장 유용한 ‘국가전략’ 차원의 교통수단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의 특성대로 ‘친환경’, ‘복지’, ‘저탄소’의 중요한 교통수단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지금보다 더 상승되어야 한다고 요구안을 내밀곤 했다. 


사실 노동조합들의 주장대로 ‘친환경’, ‘저탄소’라는 ‘대의명분’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임금수준에서 상위 20% 내에 들어가는 공공부문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당장의 추가적인 ‘임금인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당 산업 종사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높아지는 것과 해당 산업이 친환경, 저탄소 지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때로는 해당 산업 종사 노동자들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명분은 보통 다른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명분 그 자체로 존재이유가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동조합들의 이러한 시도들이 반갑다. 그것이 결국 현장에서 더 높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향한 개별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위장된 명분’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명분’의 장점은 반복해서 활용되다보면 그것이 자신도 모르게 애초의 ‘목적’과 구분하기 어렵도록 녹아들어 섞여버린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명분’이라는 것의 존재이유는 오히려 이런 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의 노동조합은 ‘개별기업’별로 쪼개져 있는 기업별노동조합 형태여서 ‘산업’적 변화에 조응하기 힘들뿐더러 더 나아가 ‘환경’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의제에는 더 민감도가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이나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노동조합의 당장의 이익을 위한 ‘명분’으로라도 활용된다면 오히려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는 오히려 ‘정치’의 역할이 더 필요한 순간이다. 


사실은 ‘이기적 의도’마저 ‘공적인 효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 가진 중요한 ‘효과’라 할 수 있다. ‘명예욕’, ‘권력감’, ‘더 많은 부와 이익’ 등이 정치를 구성하는 본질적 힘이다. ‘이익교환의 정치’라는 측면에서도 정치는 훨씬 거대한 이익을 보장하거나 뺏고 또 명분을 끌어내거나 위장시킬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개별 사업장의 담 속에서 임금인상과 보장된 정년, 기업복지라는 안락한 일상에 만족하고 있는 현실에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노동을 향한 녹색정치의 역할’이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가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결국 시민단체들이 그 역할을 떠맡게 되는데 이것은 명확하게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재정의 몇 십 배는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주요 산업의 대규모 노동조합들 입장에서는 ‘감사패’ 몇 장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쟁점이 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시민단체는 명분을 잃을 수 없고 노동조합은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니 어쩌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각종 기후변화, 환경문제와 밀접한 산업의 대규모 노동조합들이 ‘정의로운 전환’에 나서고 ‘녹색’과 연대하는데 필요한 것은 ‘명분’이 아니라 정치가 치밀하게 구성시킨 ‘명분으로 위장된 이익’일지도 모른다. 


정치는 필요성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거래하고 타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예쁘장한 담론이 아닌 현실의 ‘적록연대’나 ‘정의로운 전환’은 결코 ‘산뜻’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변화하지 않을 수 없기에 타협하고 조율해 갈 뿐이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결국 지구생명체들이 생존해가는 방법이 아니던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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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조성주 / 정치발전소 대표, 생태지평 회원
어릴적 천문학자를 꿈꾸다가 어느새 지구별의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다양한 곳에서 노동문제를 주로 다루어왔고 현재 정치발전소 대표를 맡고 있다
화, 2021/02/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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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 보좌관님 (큰파일)

협동조합과 정치

박선민(정치발전소 사회정책연구센터장)

지난여름 독일과 이탈리아로 ‘유럽 민주주의 연수’를 다녀왔다. 숙소는 호텔이 아니라 부엌이 있는 아파트였다. 우리는 근처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와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다. 비용도 아낄 수 있었고, 푸짐히 먹으니 뱃속도 든든했다. 로마에서 애용했던 슈퍼마켓은 협동조합 COOP이었다.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다. 가장 번화한 중앙역 안에 있어서 오가는 길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COOP은 일반 대형마트와 같았는데, 다른 점은 COOP마크가 찍힌 상품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었다. 얼추 절반 이상이 자체 생산품이었다. 주스, 우유, 빵, 시리얼 등 우리가 산 대부분의 제품은 협동조합이 생산한 것이었다.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구입하고 보니, 협동조합 강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독일에도 ‘뢰베(ReWe)라는 슈퍼마켓이 있다. 김택환의 <넥스트코리아>에 따르면 뢰베의 연매출액은 삼성전자가 거둔 매출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한다. 또, 독일은 우유 생산량의 66%, 농산품의 55%, 곡물 무역의 50%가 협동조합 생산품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이면서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1100여개의 ‘협동조합 은행’의 경우, 자산규모가 시중 대형 은행의 80%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1만3천여 개의 지점이 있어 ‘동네 빵집’만큼 흔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독일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이 협동조합 은행의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놀랍지 않다.

우리나라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협동조합 설립이 급물살을 타 8천여 개가 넘게 설립되었다. 생산자·소비자·근로자 등 다양한 대상과 신용·보험·주택·스포츠 등 여러 사업 영역에서 설립할 수 있다. 다만, 협동조합기본법 상 금융·보험업은 제외되어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정의에 의하면 협동조합은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다. 다른 나라에서 협동조합 은행이 협동조합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사회적 경제라는 넓은 범위에서 봤을 때 사회적 가치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사회적 경제는 상생과 호혜, 연대를 기본원리로 하며 사회적 가치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 불황의 장기화와 심화된 양극화 현상 등 시장경제에서 나타난 문제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을 우위에 둔다. 이윤 극대화의 정글에서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를 통해 협동의 경제를 만들어 가는 사회적 경제는 우리에게 ‘다른 사회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금융, 사회적 투자, 공공조달 등 사회적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다양한 요인들이 확산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은 아니지만 5천여 명의 소액 주주들이 설립한 독일의 ‘환경은행(Umwelt Bank)’은 친환경프로젝트에만 자금을 투자하는데 무려 2조원이 넘는 돈을 환경 분야에 대출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최근 설립된 협동조합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환경 분야라는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함에도 우리나라는 마치 ‘별도의 영역’처럼 구분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정치활동도 금지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9조에서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행위 또는 특정인을 당선되도록 하거나 당선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고, 제44조에서는 “협동조합의 임직원은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협동조합은 정치활동은 해서는 안 될까? ‘사람들이 자발적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정당과 대동소이하다. 정치는 일상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다. 역시 협동조합 활동과 유사하다.

정치활동 금지가 전 세계의 보편적 상식은 아니다. 영국에는 협동조합당이 있다. 협동조합운동의 정치기구다. 모든 당원은 반드시 협동조합기업(co-operative enterprise)의 회원이어야 하며, 당원만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30세 미만의 협동조합당원은 동시에 청년 협동조합당(Co-operative Party Youth)의 당원이 된다. 여성네트워크, 흑인, 아시아, 소수민족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에서 1932년에 창당되었던 협동조합당인 ‘협동연방당’은 1961년 캐나다노동총연맹과 합당하여 신민당(New Democratic Party)을 만들었고, 캐나다를 현재의 복지국가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협동조합이 정말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조직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였다고, 정치와 무관한 것도 아니다. 현재 사회적 경제 영역의 법으로는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이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자활기업은 보건복지부, 마을기업은 행정자치부, 농어촌공동체회사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소관부처가 각각 달라 사회적 경제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 사회적경제의 기반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 및 제도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에 유승민(새누리당), 신계륜(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정의당) 의원이 각각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 하였다. 이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초만 해도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 전망되었지만 지금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3월에 있었던 여야 회동에서 4월 임시회가 열리면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하였지만 그 약속은 유승민 대표의 사퇴로 날아가 버렸다. 정책적 과제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고 있다. 남겨진 과제는 많고, 갈 길은 멀다.

박선민(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획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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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1/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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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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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민주화투쟁입니다. 그걸 놓치면 남는 건 불평등, 그리고 약자들에 대한 모멸뿐입니다.”

박상훈(52) 후마니타스 대표(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손꼽힐 만큼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 많은 글을 쓰고 말해 온 사람이다. 정치권이 생물처럼 움직이는 선거 국면, 정치 구호와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 같은 때에 한 번은 의견을 듣고 싶은 사람이다.

박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2월 12일이었다.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이 서울 양화로 ‘미디어카페 후’에서 진행한 이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한 이야기는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정치’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특정 당이 어떻게 문제인지, 선거에서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도 3시간이 넘도록 ‘정치’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박 대표가 하고자 한 말의 조첨이 사실 여기에 있다. ‘정치’란 흔히 생각하는 저런 전략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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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실망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 시리즈의 공통 질문인,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 진단을 내린다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박 대표는 “4반세기가 넘도록 민주주의를 해왔는데도 우리 삶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는 깊은 회의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첫 단계가 통치자를 직접 뽑는 것이라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로 일단은 성취됐다. 두 번째 단계는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좋은 대표를 통해서 공공정책에 반영되는 것, 그래서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대표의 질을 높여왔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9년을 돌아볼 때 유권자에게 투표권은 있지만 그 결정으로 변하는 것이 없으니 불만과 냉소, 갈등이 생겨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투표율이 50% 넘을까 말까 한 상황에서 50% 득표를 겨우 넘겨 당선되는 일이 흔하다. 전체 유권자로 보면 겨우 25%만 지지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는 다수의 참여, 다수의 결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만 봐도 잘 사는 자치구 3개, 못 사는 자치구 3개의 투표율을 비교하면 20%p 차이가 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정치 참여의 효능을 못 느끼고, 정치인은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산동네, 달동네를 방문했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약속 안 지켜도 속수무책, ‘선출된 군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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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안 하는 게 시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려고 마음먹어도 누구를, 어느 정당을 찍어야 할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를 박 대표는 “책임성의 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권 정부가 4~5년 동안 공공정책을 운영한 데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정상적인 민주주의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이 권력을 위임받아 갈 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출된 군주정’이라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뽑아놓고 늘 화만 나게 되지요.”

‘선출된 군주정’이라는 비유가 센 것도 같지만, 이 말에 문제의식 자체를 못 느끼는 사람들도 적잖다. 박 대표도 인터뷰 시작 전에 이미 이 점을 지적했었다. 첫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리의 공적 결정의 규범과 기초가 민주주의라고 가정한다면”이라고 전제한 것이다. 이런 말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없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강력한 통치자가 있는 편이 낫다”는 식의 생각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반면 민주주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치르는 체제입니다. 정책을 과감하게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는 단점이 있지요. 그렇지만 그 과정을 충분히 잘 겪으면 집행 단계의 비용은 훨씬 적게 듭니다. 사회적 갈등이 줄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힘들다고 생략하면 정책은 계속 만들어지는데 집행 단계에서 돈도 다 새버리고 실효성도 사라지고 맙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밀어붙였던 ‘노동개혁’만 떠올려 봐도 이해 가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즉 정치와 민주주의가 좋아지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의 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지금의 불평등‧빈곤‧사회적 해체 징후들이 지속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치는 다른 영역과 달라서 사회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정치가 나빠지면 경제도, 문화도, 개인의 삶도 다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심하게는 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서 동유럽과 남미의 나라들처럼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고 남부 유럽처럼 경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모든 가능성이 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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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기 시작하면 놀랄 만큼 좋아진다”

다만 이 말은 긍정적인 의미기도 하다.

“한국 정치는 최악부터 최선의 시나리오까지 모든 게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사회가 놀랄 만큼 좋아집니다. 경제 시스템도 좋아지고, 노동시장도 좋아지고, 시민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기여하려고 하는 구조가 곧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다. 인터뷰 내내 온화한 말투로 여유롭게 말한 것도 이런 낙관 때문인 듯했다. 그는 “경각심을 갖는 건 좋지만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비판만 하는 태도는 아주 유해하다”고 했다.

“세상 일이 보통은 우리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비관적 예측은 대부분 맞아요. 냉소하고 비판하는 태도는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 하기에 좋지요. 그렇지만 사회가 좋아지는데 기여하지는 않습니다. 백해무익한 정도가 아니라 유해합니다. 불평등한 기존 체제가 유지하도록 하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정치혐오와 정치 불신은 자연스러운 면도 일부 있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즐겨 동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득권 세력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약자들이 정치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을 기회를 갖지 못 하게 하려고, 그러면서 자신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치의 수혜를 계속 얻고자 할 때 과도한 정치 불신과 혐오를 의도적으로 동원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 하는 행태를 개탄하고, ‘다 도둑놈들!’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변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시민의 무기입니다. 물론 정치라는 방법을 가지고 개인의 태어난 조건, 신체조건, 학력을 바꿀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사회경제적인 여러 측면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정당들이 색깔 분명하게 드러내서 경합해야”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해도, 막상 어떻게 ‘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할지는 간단치가 않다.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 더 막연하다. 어디부터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이 의문은 인터뷰의 세 번째 질문,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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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앞서 박 대표가 말한 민주주의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는 방법, “대표의 질을 높여야 한다”와 다시 통한다. 이 말은 많은 부분에서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부터라도 정당들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게 진보인지 보수인지, 기득권인지 약자인지, 정확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하는, 그래서 ‘우클릭‧좌클릭’ 등의 표현도 반은 긍정적으로 쓰이는 우리 상황에서는 다소 낯설게 들리지만 박 대표는 “정당들이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서 경합해야만 사회가 좋아진다”고 했다.

정당들은 집권했을 때 사회 전체의 공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조정해서 누구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인지, 그래서 이 사회를 어떻게 달라지게 할 건지를 분명히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와 정당을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집권당 이외의 정당들을 야당(opposition party)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지만, 더 정확하게는 ‘대안 정부'(alternative government)가 잘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 집권당은 아니지만 “사회가 좋아지기 위한 정책 대안을 지금부터 잘 마련해서 시민의 지지를 받은 다음에 정부를 구성하면 안정적으로 잘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정당들이 많아야 지금 정부도, 다음 정부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식이 아니라 ‘새누리당 정부’, 혹은 ‘더불어민주당 정부’, ‘정의당 정부’ 식으로 불려야 하며, 그래야 위에서 말한 ‘책임성의 고리’도 명확해진다고 부연했다. 선출된 대통령이 마치 ‘국가 그 자체’인 것처럼 행동하고 정당과 거리를 두면 그 운영 책임을 묻기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즉, 정당이 정치와 권력의 중심, 주체로 좀 더 확실히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보다는 ‘조직’에 주목해야 한다. 정당들이 경합을 할 때도 상대의 태도나 자세의 문제를 가지고 싸울 게 아니라, 바람직한 정부 운영 방안을 놓고 논쟁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의 버니 샌더스 돌풍을 보면, 설령 버몬트처럼 작은 주 출신 정치인이어도 분명한 대안을 가지고 요구할 때 당내 정치의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친박과 비박은 사회경제적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친노와 비노는 사회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 건지 알 수가 없지요. 이래서는 제대로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매번 새 인물에 투표하는 건 투기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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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박 대표가 지금까지 해 온 정치 관련 저술과 강연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당이 중요하다면, ‘인물 중심’ 정치를 해 온 기존 정치인들은 대폭 ‘물갈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공천 심사, 비례대표 영입 등 이슈가 쏟아지기 전에 이뤄진 인터뷰였지만 박 대표는 이와 연관된 이야기를 했었다.

“정당 내 의사결정권을 외부로 돌리고 새로운 사람들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민주정치에 대한 완벽한 오해”라는 것이다.

“정당은 그 안에서 정책적 능력 있는 사람, 대중적 호소에 능한 사람, 당내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을 각기 잘 키워가면서 조직적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유능하고 책임 있는 공직후보자를 정당 내부로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지 못 하고 매번 밖에서 새로운 인물을 데려와서 찍도록 하는 것은 유권자보고 투기행위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유명인이나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좋지 않은 관행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이 정당 내부에서 실력 쌓기를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정부 예산 한 가지 제대로 이해하는 데도 1~2년의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최소한 재선 이상 의원들이 있어야 수많은 이해당사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제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경험들이 바로 시민의 자산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정당 내 중요 결정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당원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근 일반 시민 대상 여론조사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 방식이 더 공정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박 대표는 “우리나라 대통령 잘 뽑자고 스웨덴 시민 데려와서 투표하게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당의 당원들이 책임지는 구조로 하고, 그것만으로는 안 될 때 개방해야지 아니면 무책임만 남는다”는 것이 이유다. “사회가 어려운 때일수록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정당 행사에도 가보고,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면 지역구에서 명함도 같이 돌려주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민의 결사 참여, ‘집단 이기주의’ 비판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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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박 대표가 강조한 두 번째는 바로 이처럼 시민들이 다양한 결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의 이름이 여러 개여야 합니다. 진보 혹은 보수 세력 지지자이기도 하고, 정당 당원이기도 하고, 지역 단체 회원이기도 하고, 경영자면 경영자 집단, 노동자면 노동조합 구성원이기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결사체들이 시민 의사를 대표할 수 있어야 사회가 튼튼해지고, 삶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 하나가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다. 박 대표는 “어떤 결사체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각 집단들이 정치를 통해 자기 이익을 관철시키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주장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공적 이익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면 왜 지역사회 전체에 이득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대형마트 규제 등을 얻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적’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 되찾아야

또 하나 필요한 것은, 바로 ‘정치적’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를 되찾는 것이다. 앞에서 박 대표가 한,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면 같이 지역구에서 명함도 돌려주라”는 말이나 “각 집단들이 정치를 통해 이익을 관철하려면” 등의 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들에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네”, “저 사람 야심 있나보다”는 말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우리가 하는 싸움의 본질은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둘러싼 싸움”이라고 했다.

“정치라는 말은 출발부터 좋은 의미입니다. 불공정한 것을 공정하게 바꾸고자 하는 공적 개입을 정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정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고 대표를 키워서 정치로 내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저 사람 정치적이야’ 라는 말로 차단하면, 원래 있던 정치인의 독무대만 될 뿐이고 정치를 통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박 대표는 대법관도 공무원도 개인으로서는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거나, 시민단체도 정당과 같이 일하거나 스스로 정당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등 ‘정치적’이라는 말의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참 더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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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치적인 건 괜찮은 거예요. 좋은 거예요!”

시종일관 차분하던 박 대표가 종내 이렇게 외쳤을 때는 듣던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 때문이다.

돌아보면 분명 낙관적인 전망이 많은 인터뷰였지만 상당한 무게감이 남는다. 숙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숙제가 주어진다는 데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더 배워도 되고, 조금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숙제를 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사회가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갸웃거릴 사람들을 위해 박 대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전망 하나를 마지막으로 전했다.

“어떤 일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한 목소리로 예측하는 건 거의 틀리게 돼 있어요. 어떻게든 낙관을 찾으려고 하면 불현 듯 이뤄지는 게 바로 정치의 매력입니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권하형 | 사진작가
영상 : 이윤섭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비디오 에디터

화, 2016/03/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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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4 / 청년유권자파티 "이생망,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사회 :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장)
  • 이야기 손님 : 이가현 (알바노조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구현모 (청춘씨:발아에서 활동하는 청년),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 노래손님 : 가수 김대중 (씨 없는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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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이런데도 우리 꼭 투표해야 하니?! 
이번 총선 정말 핵.노.답.이라고 생각하는 청춘들이 유쾌한 입담파티를 열었습니다.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마시며 투표해야 하는 이유 딱 하나만 찾아보았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38483

 

참여연대 팟캐스트 총선 특집 일정 (업로드 일자)

금, 2016/04/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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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노무현은 일관되게 의회주의자였고 정당주의자였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이 국민투표를 통해 3선 개헌을 하고 유신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에 항의해 싸웠다. 노태우 정권이 임기 중에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고자 한 것을 무산시킨 것도 김대중이었다. 노무현의 꿈은 지역이 아닌 가치 중심의,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봤으면 하는 것이었다. 다당제와 연합정부도 구상했고, 그에 맞게 선거제도를 고치자며 끊임없이 야당에 제안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로 판가름내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노무현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동원하는 일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정치의 기능을 파괴한다는 것이 김대중과 노무현 공통의 생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민주주의를 꿈꾼다. 정당과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 노선을 ‘간접 민주주의’라 비판하면서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려 한다.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청원, 국민소환, 국민공론결정 등은 문 대통령의 새로운 민주주의 노선을 상징한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입법을 주도하고 정책을 이끈다면, 사실 여야가 중심이 되는 정치는 필요 없을지 모른다.

그런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면 결과는 참혹할 수밖에 없다. 국민소환제를 한다? 그 대상은 누가 될까? 대형 보수 교회들에 의해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의원들부터 닦아세워질 것이다. 국민들이 편을 나눠 서로가 혐오하는 의원들을 소환하기 위해 여론을 최대 동원하려는 일은 피할 수 없다. 국민발안이나 입법청원은 어떨까? 지배적인 가치를 동원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국민청원’이 대표적인 예인데, 주요 청원은 청소년 보호 없애라, 여자도 군대 보내라, 여성가족부 장관 쫓아내라 등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적인 편견으로 채워져 있다. 무매개적인 국민 참여를 강조하면 할수록,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를 사납게 만든다. 누군가를 향해 처벌하라, 척결하라, 구속시켜라 같은 ‘유사 공안담론’이 공론장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정당과 의회가 중심이 되어 일을 풀어가는 것이, 일견 잘 안 될 것 같고 복잡해 보여도 결국에는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변화를 만든다. 정치라는 매개 없이 시민이 자유롭게 열정을 표출하는 상황을 옛 철학자들은 자연상태(state of nature)라 불렀다. 어떤 철학자도 그런 상황에서 더 나은 공동체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내전 상태를 만날 거라 보았고, 로크나 루소 역시 혼란과 불안정을 피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들이 하나같이 발전시키고자 한 것은 공적 질서를 가능케 할 ‘주권(sovereignty) 이론’을 확립하는 일이었다.

주권을 시민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배타적 권리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개인 권리를 가리키는 것은 기본권일 뿐, 주권은 개개인에게 나눠질 수 없다. 주권이란 침해 불가능한 자율적 권리를 가진 시민들이 통치를 수용하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해 시민 스스로 피통치자가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권은 시민 개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들의 전체 의사이자 그것을 합법적으로 위임한 것을 가리키는 바, 민주주의에서라면 그것은 법을 만들고 집행할 권리를 시민으로부터 일정 임기 동안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선출직 대표들에게 주어진다. 대통령, 여야 정당, 국회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이들 사이에서 주권의 내용이 합당하게 따져지고 조정되어 공공 정책으로 실천되는 그 긴 과정을 정치라고 부른다. 문 대통령의 민주주의관이 갖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민주주의자라면 응당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정치를 회피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 봉사했던 법학자들이 정당정치를 조롱하고 국민투표를 합리화하기 위해 즐겨 동원한 용어인) 간접민주주의라는 말로 낮춰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본권을 중시한다면, 국가보안법을 포함해 시민 개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결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억압하는 법·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주권을 중시한다면, 전체 시민의 의사가 제대로 집약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국민을 수백 번 외치는 것보다 수백만 배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시민주권은 함부로 소비될 일이 아니라, 입법부를 중심으로 소중히 아껴 쓸 때 힘을 갖는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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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71010/86671715/1#csidxe40d0a3e354d309bb27e346845fc545

목, 2017/10/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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