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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에 관한 짧은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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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에 관한 짧은 소회

익명 (미확인) | 금, 2015/05/08- 11:42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종이 한국을 떠나며 남긴 말이다. 교종의 가슴에 단 세월호의 노란리본을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며 떼는 게 좋겠다는 누군가의 의견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지난 5월1일부터 2일까지 노동절 집회와 세월호 시행령 폐기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까지 1박 2일 동안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했다. 참담했고, 비참했다. 365일을 2014년 4월 16일로 살아온 유가족들의 고통 앞에 청와대와 경찰은 애초부터 ‘중립’은 없었다.

중립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시위 참가자들에게 최루액은 물론 최루물질인 ‘파바(PAVA·합성 캡사이신의 한 종류)’를 섞은 물대포를 난사했다. 경찰차벽으로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고, 심지어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이에 항의하면 어김없이 채증 카메라가 등장했다. 어떤 근거로 통행을 막고 있냐는 시민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집단적 항의에는 예외 없이 해산을 종용하는 선무방송이 이어졌고, 곧이어 최루액이 시위대를 향해 뿌려졌다.



▲ 지난 5월 1·2일 세월호 참사 1박2일 노숙농성 관련 인권침해감시단 활동모습(사진=엄명환)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의 의도적인 ‘고립작전’에 지쳐갔다. ‘차라리 잡아가라’는 호소는 ‘농담’이 아니었다. 도로에 ‘방치’된 유가족들은 교통불편을 초래한다며 지나가는 일부 차량 운전자들에게 욕을 들어야 했다. 인도를 열어줄 것을 경찰에 요구해보지만 마찬가지로 경찰방패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 과정을 촬영하던 MBC 카메라는 유가족들에게 쫓겨났다.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씨가 목에 밧줄을 묶었다. 연이어 유가족들은 목에 밧줄을 묶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죽어서 아이들을 보러 가는 게 이 비참한 현실보다 낫겠다며 밧줄을 묶었다. 여기저기서 고함소리와 울음소리가 뒤섞인다. 이들의 호소는 절박했지만 경찰의 태도는 단호했다. ‘당신들은 여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가만히 있으라’

진압

‘인권침해감시단’은 전국인권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변’에서 주요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모니터와 현장대응을 목표로 수년째 운영 중이다. 지난 5월 1일, 2일에도 10여명의 변호사와 활동가들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현장에 투입(?)됐다. 말이 감시단이지 법적인 권한도 없고, 보호도 받을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행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고,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처구니없게도 집회현장에서 경찰의 항의도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 집회현장에서 감시활동을 하던 활동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시민들이 경찰을 욕하는 것은 인권침해 아닌가요? 좀 공정하게 하세요!”

뭐, 욕뿐이겠는가. 버스에 줄을 묶어 당기고, 물병이 날아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몸싸움도 벌어진다. 여기서 인권은 ‘경찰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자제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인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회 시위 현장에서 인권옹호 활동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압도적인 물리력 앞에 맨몸으로 맞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권리는 애초부터 ‘진압’ ‘봉쇄’ 당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박노자의 말처럼 “체제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시위란 그 자체는 어떤 물리력 행사의 가능성을 전제하는 집단행위”이기에 여기서 ‘폭력은 나쁘다’는 양비론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최근 세월호 관련 대규모 집회는 경찰의 차벽설치와 통행제한으로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다. 소위 불법, 폭력시위를 ‘예방’한다는 논리로 시민들의 호소와 집회시위의 권리, 이동의 자유가 완벽하게 차단당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을 차단해놓고, ‘교통불편을 초래하니 해산하라’는 경찰의 말은 그래서 문제적이다.

국제엠네스티 아놀드 팡 동아시아 조사관은 “시위대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시위를 할 권리가 있다. 단지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용도로 차벽이 사용됐다.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자유에는 시위대가 그들의 주장을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이 보이는 거리, 그리고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집회·시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돼있다”고 논평을 발표했다. 저들이 밥 먹듯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는 경찰차벽에 가로막혀 있다.



▲ 유가족들은 청와대도 광화문도 갈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경찰의 고립작전은 인권도 무용지물이었다(사진=엄명환)



자유

헌법,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어렵사리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보편적 권리를 항상 주장해 왔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쯤은 살다보면 누구나 느낀다. 돈도 빽도 없는 사람들은 악다구니라도 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최소한의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권력자, 정부다.

하지만 이 정부에게 애초에 ‘중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태생이 국정원을 비롯하여 온갖 국가기구를 동원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통해 만들어진 권력이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중립적,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들이 좋아하는 ‘법대로’ 혹은 ‘법의 심판’은 단지 시민들의 자유를 옭아매는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그래서 인권은 결코 중립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인권은 법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편을 들어 주세요. 중립은 항상 강자를 도와주지 약자를 돕지 않습니다. 침묵은 고통주는 사람에게 유리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보호하진 못합니다.


1986년 폭력과 억압, 인종 차별과의 투쟁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리 위젤이 남긴 말이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인권침해 감시단은 경찰의 기대처럼 앞으로도 결코 중립적이지 않을 것이다.


2015. 5. 7. 미디어스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미디어스] 인간의 고통 앞에서도 청와대와 경찰은 '중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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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에는 특별한 경험을 가진 연구원이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팀의 박흥석 선임연구원인데요. 박흥석 선임연구원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박흥석 선임연구원을 만나 그간 하지 못했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잘 보지 않던 TV를 켰다. 익숙한 얼굴에 나도 모르게 놀람의 감탄사가 나왔다. 동료 연구원이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서 활동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화면 속 그는 실없이 아재개그를 날리던 사무실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진지하게 세월호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눈동자에서 빛이 났다. 무엇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홍보팀’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무작정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질문지를 만들며 난관에 봉착했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막막했다. ‘세월호’라는 사안이 무겁기도 했고, 잘못 접근하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도 있었다. 고민 끝에,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고 잊지 않으려 애쓰는 시민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박흥석 선임연구원(이하 박흥석 연구원)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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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일상의 붕괴를 목도한 순간

“그날이 특별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참사 당일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시간 생중계로 배가 가라앉는 걸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탑승객이 400명이 넘는데, 구조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잖아요. 말도 안 되죠.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이 산 채로 수장되었는데, 부모님들은 얼마나 슬플까요. 항상 곁에 있던 아이가 사라진 거잖아요. 일상이 무너진 거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게 한스러울 거예요.”

당시 박흥석 연구원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자연스레 정부, 국가, 공권력에 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와우아파트 붕괴, 서해 훼리호 침몰, 대구 지하철 화재 등에서 정부의 대처는 한결같이 미흡했어요. 사고원인을 밝히는 과정도 표면적이었죠. 세월호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를 답습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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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여객선 사고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섰다면,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전 사례와 비슷하게 흘러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특조위에 참여하기로 했죠. 하지만 발족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어요.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은 2015년 1월에 제정됐는데, 그해 여름이 되어서야 첫 출근을 했거든요. 그래서 지방선거 이후에 1년을 반백수로 지냈어요. 가족들이 많이 고생했죠. 저도 돈 준다고 하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어요.”

특조위 활동은 눈엣가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에서 그의 첫 역할은 이석태 위원장 보좌였다. 선체 인양이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특조위는 해양·조선·선박전공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보통 조선·해양전문가는 고액 연봉과 좋은 대우를 받게 마련인데, 특조위 활동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물론 처우나 급여가 좋지 않았다. 더구나 해운업계의 가장 큰 고객은 해양수산부다. 특조위 활동 경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결국 평소에 틈틈이 인양 관련 공부를 해온 박흥석 연구원에게 관련 업무가 넘어갔다.

“저는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거든요. 선박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제대로 조사하려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죠.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쉰 날이 20일도 안 돼요. 퇴근도 거의 밤늦게 했고요. 할 게 많았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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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특조위의 모든 조사관이 밤낮없이 진실을 밝히는 데에 몰두했다. 정부와 기득권에는 눈엣가시였을 터다. 때문에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조사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박 연구원은 특조위를 ‘불나방’에 빗대어 표현했다.

“많은 분이 우려하셨죠. 그래도 조사관들 사이에는 ‘그래도 시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죠. 반민특위 사례만 봐도 색깔과 이념 프레임으로 숨통을 끊어놨잖아요. 특조위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어요. 특조위 내부 자료가 새누리당에 넘어간 적도 있고, 정부가 특정 단체에 활동 반대집회를 시키기도 했죠. 심지어 경찰서 정보과나 국정원이 조사관과 유가족 사찰까지 하더라고요. 심적 부담이 컸어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거잖아요.”

2016년 해양수산부는 선체조사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특조위가 먼저 선체를 정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예산 확보를 주장했다. 그러자 해수부는 인양 선체 정리 예산으로 40억 원을 편성했다. 선체조사와 선체정리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사용처가 같다며 특조위의 요구를 예산에서 삭감해버렸다. 또한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특조위의 활동을 강제종료 시켜버렸다.

“특조위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5년 8월이에요. 그런데 정부는 특별법 시행일인 같은 해 1월부터 활동했다고 주장했어요. 1월에는 조사인력과 예산이 없었는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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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언제나 선(善)인가… 시민의 역량으로 감시해야

조사관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꿈에 시달리다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스트레스와 분함이 극도에 달했다. 특조위 활동 이전 생활로 돌아갔지만, 공간뿐이었다.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아픔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박흥석 연구원도 많은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좀 더 ‘무거워졌다’고 말한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내면의 심연을 봤다고나 할까. 좋게 말하면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공감이 어렵다는 말이다. 요즘은 세심한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조에 직접 뛰어드신 분들의 트라우마가 가장 심할 거예요. 국가가 짊어져야 할 것을 그분들이 다 감당하셨잖아요. 깊은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일정 시간 감압(잠수병 방지를 위해 몸에 용해된 불활성 가스를 제거하는 것)을 해야 해요. 하지만 구조에 참여한 잠수사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에 다시 들어갔어요.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죠. 더구나 차갑게 식은 아이들을 품에 안아 뭍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신체적·심리적 치료가 절실했죠. 하지만 정부는 갖은 핑계를 대가며 그분들을 외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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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故 김관홍 잠수사의 일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고 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이내 목을 가다듬은 후,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국가라는 게 선한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조건 없는 믿음은 버려야 해요. 언제 위협적으로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시민의 역량으로 국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우리는 국가를 계속 감시해야 합니다.”

국가를 사랑하는 것을 강조한 나라보다 국가를 통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그나마 ‘덜 나쁜’ 나라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 어느 헌법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해법은 결국 시민의 힘을 모으는 ‘연대’에 있지 않을까?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경험했듯이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 요구 서명에 65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어요. 덕분에 특조위가 만들어졌고요. 이후 416연대라는 단체도 생겼고, 유가족협의회에 시민이 재정을 지원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연대의 움직임이 보였어요. 긍정적이죠.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쉬운 점도 있어요. 단편적인 활동이 많았거든요. 연대체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던 것도 아쉬워요. 사실 이런 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생기는 일이거든요. 정부가 유가족 한 분 한 분 만나 잘 다독이고 서로 상처 주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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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인양됐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질문의 답 찾아야

“참사 당시에는 이민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죠. 도망가면 이준석 선장과 다를 게 없잖아요. 기울어진 이 나라의 균형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많은 사람과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사회혁신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사회혁신이라니! 희망제작소에서 주야장천(晝夜長川) 외치는 그 가치 아니던가. 박흥석 연구원이 희망제작소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을 검토하고 대안을 찾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여타 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희망제작소만의 강점이라고도 말했다.

“저를 비롯한 희망제작소 연구원 모두가 정부, 국가, 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촉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를 놓치면서 어떻게 시민을 말하고 우리 사회의 비전을 만들 수 있겠어요. 촉을 세우고 잘 살피다 보면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구체적 실천과제도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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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국가 운영방식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나누고 중간중간 견제장치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 속에서 공감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끝 아니냐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해요. 왜 인양했는지 살펴봐야 하죠. 미수습자를 찾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규명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 인양의 목적이에요. 이 세 가지를 충족하지 못하면 인양은 끝난 게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선체조사위가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민은 잘 지켜보고 살펴야 해요. 필요할 때는 목소리도 내야 하고요.”

“국가의 범죄는 절대 권력을 지닌 소수 독재자들의 야욕과 그들에게 복종하는 다수 봉사자들의 협력에 의해 현실화 됩니다. 정신 나간 사람들 몇 명의 손으로는 이런 거대한 범죄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독재 권력의 전횡에 참여하거나 방관할 때에만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괴물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김두식 ‘헌법의 풍경’ 중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최은영 | 미디어홍보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7/04/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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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잠수사 고 김관홍 씨 조의금 모금 편집부 세월호 잠수사 고 김관홍 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접하며 해외 동포들도 슬픔을 함께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온라민 시민단체 정상추 네트워크에서 고 김관홍 씨 조의금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김관홍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진해서 구조 활동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9월에는 국회 국민안전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
일, 2016/06/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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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그 남자의 소멸

그가 세상을 떠났다. 젊은 상주들이 손님을 맞았다. 영정사진 속 남자도, 눈가가 붉어진 동료들도 이른 나이였다. 상가 안에도 바깥에도 이 죽음이 완전한 타인의 것이 아닌 이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김정우 전 지부장(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은 말했다. “(한겨레) 기사 보고 전화했지. 만나서 술 한잔하자고 했어. 그러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때 이미 마음을 먹은 다음이더라고.” 부질없는 소리겠지만 그때 알았더라면, 그때 말렸더라면… 속울음이 신음처럼 새어 나왔다. 10년 전 그날들이 없었더라면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냈을 특별해진 삶이 서른번째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그 남자는 며칠 전 <한겨레>에 등장했었다. ‘진압 10년 만에 쌍용차 복면인들 “이제야 말한다, 나였다고”’의 ‘나’ 중 하나였다. 2009년 여름은 잔인했다. 어제까지 한솥밥 먹던 형과 아우가 산 자와 죽은 자가 되어 대치했다. 그들을 먹여 살렸던 볼트와 너트는 무기가 되어 서로를 공격했다. ‘오 필승 코리아’는 동료의 아내가 목숨을 끊은 참혹한 날도 귀를 찢도록 울려 퍼졌다.

2009년 8월5일 옥상 위 8분은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을 심어주었다. 감옥에 끌려갔고 폭도로 불렸다. 갈 곳은 없었다. 받아주는 직장도 없었고 빚은 쌓였다. 가족들의 불화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경찰 방패를 막고 있던 것처럼 몸을 말고, 말고, 또 말아도 당신이 있을 자리는 없다고 밀려났다.

얼마 전 경찰 대상 인권교육에서 당시 진압에 참여했던 특공대원을 우연히 만났다. 10년 전 일을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타고 내린 옥상 위는 노동자들이 발라놓은 윤활유 그리스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노동자들과 대치했는데 미끄러운 옥상 위에서 넘어진 순간에도 몸을 직각으로 세우는 초능력이 나오더라며 살아남기 위해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 말했다. 감정은 10년 전 것이 아니었다.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죽이고 싶을 만큼 아직도 밉다’고 말했다. 그에게 물었다. 경찰 당국이 10년 동안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는 치유해주었는지를.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떠나간 남자와 경찰 모두에게 10년 전 8분은 과거가 아니었다.

<한겨레> 기사에 달린 어지러운 댓글들을 보았다. “죽을 힘으로 살지 그랬어.” “귀족노조 노동자 말고는 하기 싫었나 보지?” “누구나 사는 게 지옥이야.” 비아냥과 욕설이 뒹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여겼을 것들이다. 도망칠 수 없는 세상이 거기 있었다. 네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는 책망의 말들에서 징그럽고 두려운 세상을 살아내는 또 다른 그 남자가 보였다.

어쩌면 농성자였고 경찰이었고 사측의 구사대거나 댓글을 달고 있는, 역할은 달라도 A씨, B씨, C씨…. 정작 책임지는 자들은 아무도 없는 사회에서 자신과 타인의 살을 대패로 미는 사람들. 그의 소멸에 책임 있는 자들은 얼굴이 없는데, 얼굴을 숨기려 몸을 동그랗게 말아도 피할 길 없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 그는 없는데 죄책감이 남았다. 고통을 미리 보듬지 못한, 더 투쟁하지 못했나 하는, 어쩌면 외면했던… 그를 인터뷰한 기자 역시 기사화한 것을, 그의 얼굴과 이름 담은 것을 죄스러워했다. 10년 전 옥상 위에도 국가가 없었는데, 오늘도 그렇다.

그러나 언젠가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다한 다음, 마지막에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는 사회가 당신 덕분에 왔다고, 인사하는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을 만들어야지.

김주중씨 잘 가요. 당신 고통을 보살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영면에 드시길.


박진(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한겨레 세상읽기 (2018.7.2)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51594.html#csidx243bf9f767a671a9fe8bb2a87c492aa 

화, 2018/07/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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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옥시 앞, 세월호 참사 가족분들과 함께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85851" align="aligncenter" width="640"]7 ▲ 27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의 책임 규명과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사회적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1년간 투쟁하고, 국회앞에서 철야농성에 앞장선 세월호 가족분들과 함께 28일, 21차 옥시 앞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단원고 희생자 예은 아빠(유경근 416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큰 건우 아빠, 그리고 지혜, 보현, 슬기 엄마가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내어 주셨습니다.

# 사회적참사 특별법,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

지난 24일, 국회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이번 법을 통해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두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85846" align="aligncenter" width="360"]사진1 ▲ 416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등 자본의 힘이 2기 특조위를 방해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출처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416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희생자 수가 세월호의 10배 이상인 사회적 참사로 지난 6년간 제대로 된 사과는 물론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어떤 조치나 제재,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 집행위원장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등 자본의 힘이 2기 특조위를 방해할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85847" align="aligncenter" width="640"]사진2 ▲단원고 희생자 예은 아빠, 큰 건우 아빠, 그리고 지혜, 보현, 슬기 엄마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옥시RB처벌과 옥시 아웃'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출처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 세월호 유족⦁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회적 참사'라는 이름으로 손잡아

단원고 희생자 지혜 엄마는 “기가 막히고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한 두 참사의 피해자들이 이제는 함께한다”며, “그 동안 각자의 앞에 놓인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양 참사의 당사자들이 이제는 ‘사회적 참사’라는 이름으로 손을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20대 국회가 첫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당시 정부와 여당의 방해와 기업의 비협조로 90일간의 국정조사는 진상규명 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과정에서 중요한 법안 초안의 내용들이 변경되어 실질적인 진상규명을 이뤄내는 데 제한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조사 대상과 내용을 제한 할 수 있는 ▲ 특례조항문제, ▲ 특위구성의 문제, ▲특위 가동 기간의 축소, ▲특검 결정 기간의 연장 등의 문제가 그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5,925명, 이 중 1,281명(21.6%) 사망 (2017.11.24)

[caption id="attachment_185848" align="aligncenter" width="270"]사진3 ▲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경복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출처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박경복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우리는 다시 옥시 앞에서 섰다”며, “옥시는 국내에아직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여전히 정부 뒤에 숨어 폐손상 3,4단계에 대한 배상 계획도, 영국 본사 차원의 피해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85849" align="aligncenter" width="360"]사진4 ▲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출처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가습기살균제 강은 피해자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책임기업인 옥시를 비롯해 SK케미칼, 애경,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LG생활건강, 다이소아성산업 등 수십여개다"라며, " ‘사회적 참사 특별법’으로 다시 그들을 청문회에 세우고 법앞에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85850" align="aligncenter" width="640"]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팀장이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caption]

환경운동연합 정미란 생활환경팀장은 “지속적인 국민적 관심과 국회 표결에서 찬성한 여야의원 및 정부가 관심을 집중하고 지원해야 만이 법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목숨을 잃고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이제는 국가가, 정부가, 국회 최선을 다해주길” 호소했습니다.

#현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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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기금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팩트체크 후원배너
화, 2017/11/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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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극우 세력은 쌍용자동차 분향소에 대한 폭력·모욕행위를 중단하고 경찰은 이를 방관하지 말라!

7. 3. 대한문 앞 분향소에 대한 범죄행위 관련 고소·고발 및 경찰규탄 기자회견

 

지난 6월 27일, 또 한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공장에서의 폭력적인 진압에 대한 트라우마와 쌍용자동차 해고자라는 낙인으로 10년간 고통 속에 살아야했던 고 김주중 조합원은 그 삶을 황망히 스스로 거두고 말았습니다. 회계조작까지 감행하며 저지른 정리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사법농단 세력의 재판거래 결과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행위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 그도 모자라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수십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로 얼룩진 지난 10년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전원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로 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고 김주중 조합원을 추모하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리고 정부와 쌍용자동차, 사법농단 세력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3일 대한문 앞에 다시 분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5년여 만에 다시 동료들의, 그 가족들의 영정을 들고 대한문 앞에 서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추모와 위로, 다짐과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할 대한문 앞은 극우세력의 모욕과 폭력행위를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하는 치욕의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분향소를 설치한 지난 3일 오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분향소에 모인 이들은 군가와 함께 쉴 새 없이 방송차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시체팔이’, ‘분신하라’는 등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마저 상실한 욕설과 폭언을 온몸으로 견뎌야만 했습니다. 먼저 신고된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은 이들의 폭언과 폭력행위를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분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경찰을 둘러싼 채 극우단체 회원들의 폭력과 모욕은 계속되었습니다. 동료의 황망한 죽음 앞에 그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맹목적이고 무자비한 이들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3일부터 4일 오전까지 극우단체 회원들의 직접적인 폭력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였고, 이 가운데 피해가 큰 5명의 피해자가 대표로 고소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일 분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온갖 욕설과 협박, 폭력 앞에 무방비상태였지만 경찰은 중립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환자가 발생하고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야 최소한의 개입만 하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분향소 이동 이후, 그 정도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신고된 집회’라는 이유로 오로지 분향소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삶을 모욕하기 위해 진행되는 극우단체의 집회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있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은 그 폭언과 욕설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와 피해자들은 극우단체 회원들을 고소·고발하였습니다. 동료의 죽음 앞에 다시 대한문 앞에 설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에게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폭언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모욕과 폭행 혐의로, 그리고 오로지 분향소를 방해하기 위해 집회를 빙자하여 방송차를 동원해 폭언을 퍼붓고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혐의로 고소·고발하였습니다. 또한 극우단체의 위와 같은 행태를 ‘신고된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묵인하고 방치하고 있는 경찰을 규탄하고자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오는 14일 대한문 앞 분향소 맞은 편 서울광장에서는 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되어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극우단체가 총 집결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향소에 대한 물리적인 위해의 가능성은 기정 사실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기자회견 후 서울지방경찰청과의 면담을 진행하여 관련 대책마련을 촉구하였습니다.

 

기자회견 개요

 

  • 일시 및 장소: 2018. 7. 12.(목) 오후 1시, 서울지방경찰청 앞
  • 주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시민사회-종교-인권-법률단체) 구속노동자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난민인권센터,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법률원(민주노총,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손잡고,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인권영화제,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정당) 녹색당, 민중당, 정의당 (이상 가나다순)
  • 사회: 류하경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발언
    • 진행경과: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 고소·고발 취지: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장
    • 7. 3. 당일 피해당사자 발언1: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 7. 3. 당일 피해당사자 발언2: 윤지영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 경찰의 묵인과 소극적 조치 규탄 발언: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 기자회견문 낭독
  • 서울지방경찰청 면담  
 

기자회견문

 

극우 세력은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멈추고 이를 방기하고 있는 경찰은 책무를 다하라!

 

고 김주중 쌍용차지부 조합원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6일째인 오늘, 우리는 지난 7월 3일 대한문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마련한 분향소에 대해 극우세력이 자행한 반인권적 폭력들을 고발하고 이를 묵인 방조한 경찰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이것이 함께 살자를 외치며 인간다운 삶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쌍용차노동자들과 더불어 공존과 인권의 가치를 다지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7일, 우린 서른 번째 세계를 잃었다. 정리해고에 맞서 함께 사는 길을 가자며 싸운 사람, 그 과정에서 쌍용차 자본과 국가의 잔인한 폭력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사람, 그러나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며  낙인과 고통에 쓰러지지 않고 맞서는 진정한 명예와 용기를 보여줬던 사람 - 고 김주중 조합원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우리는 원치 않았던 이유로 영원히 작별하는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떠나야만 했던 그 고통에 쌍용차자본과 국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윤만을 위해 노동자를 부품취급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어렵게 맺은 약속을 저버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쌍용차자본에게 그리고 이런 기업의 행태를 제어하는 최소한의 책임을 방기한 채 살인적인 진압과 함께 되려 국가 손배 청구로 고통을 더한 국가에게 어떻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는 고 김주중 조합원을 추모하며 자본과 국가에게 책임을 묻고 의무를 다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며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을 다짐하는 우리 모두의 연대의 공간이자 상실과 슬픔을 그 다짐과 실천으로 치유하는 공간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 

 

모욕과 폭력, 반인권적 혐오를 멈춰라!

 

분향소를 설치한 지난 3일 오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대한문 앞은 극우세력의 모욕과 폭력행위를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하는 치욕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극우세력은 참기 힘든 고음의 스피커로 ‘시체팔이 꺼져라’, ‘분신하라’ 등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망각한 폭언을 반복하여 외쳤다. 식수도 식사도 안 되고, 화장실도 갈 수 없다며 감금한 채, 상상할 수 없는 모욕을 해댔으며, 2천번을 들려주겠노라 공언한 군가와 혐오가 가득한 곡들을 고출력 스피커로 쉴 새 없이 틀어 댔다. 이에 대하여, 경찰은 먼저 신고된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폭언과 폭력행위를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분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경찰을 둘러싼 채 극우단체 회원들의 폭력과 모욕은 계속되었다. 이들의 반인권적인 공격은 동료의 황망한 죽음 앞에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추모와 연대를 위해 모여든 시민들에게도 예외 없이 쏟아졌다. 

 

아주 낯익은 상황이다. 다시 일어나선 안될 참사의 진실과 국가의 책임을 묻는 세월호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그리고 성소수자, 장애인을 비롯하여 차별에 저항하며 다른 세상을 외치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어김없이 쏟아지던 혐오와 폭력에 다름없다. 다른 이의 인간다운 삶을 부정하고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언행이 어떻게 존중받아야할 신념과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있겠는가. 다른 이의 추모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과 함께 진행하는 집회에 어떻게 권리의 존중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지난 3일과 4일 피해가 큰 5명의 피해자들이 극우세력의 반인권적인 행태들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대표로 고소의사를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은 인권침해를 묵인하는 직무유기를 중단하고 책임을 다하라!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극우단체 회원들의 직접적인 폭력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였고 분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온갖 욕설과 협박, 폭력 앞에 무방비상태였지만 경찰은 중립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양 측을 분리시키는 경계만 유지 했다. 분향소 이동 후, 극우단체의 집회는 여전히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있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은 그 폭언과 욕설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욕설과 행동은 범죄행위와 혐오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들의 분노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해 쏟아내고 괴롭히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경찰이 민주주의 이름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를 형식을 핑계로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유럽안보협력기구 민주제도와 인권 사무소(OSCE/ODIHR)의 집회의 자유 위원단과 법을 통한 민주주의를 위한 유럽위원회(Venice Commission)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관한 지침>을 통해 반대시위에 대한 제한과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반대시위자들은 그들의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의 활동을 방해할 수는 없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반대시위가 조직되는 경우에 주된 행사의 방해를 예방할 국가의 의무이다. "

 

또한 집회의 권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약속은 평화적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며 여러 집회가 동시에 개최될 때에도 각각의 집회는 가능한 한 최선의 방식으로 개최될 수 있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집회와 관련한 경찰력의 행사는 해악으로부터 집회를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모든 합리적인 조치(예컨대 폭력을 위협하는 적대적인 구경꾼들을 침묵시키는 것을 포함하여)를 취해야 하며, 동일한 장소와 시간대에 두 개 이상의 집회가 신고된 경우, 경찰은 관련 위험성을 철저히 평가하여 이를 경감시키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물며 추모행위는 일반적인 집회보다 법적으로 더욱 강한 보호를 요한다. 따라서 법집행공무원들은 평화적 추모와 집회의 자유권을 보호하고 촉진할 자신의 적극적 의무를 어떤 식으로든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는 14일 대한문 앞 분향소 맞은 편 서울광장에서는 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되어있다. 이를 막기 위해 극우단체가 총 집결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향소에 대한 물리적인 위해의 가능성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바이다. 경찰이 이제라도 시민의 권리보장과 제대로 된 안전과 질서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한문에서 외친다. 

“공장으로 가는 길,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두 함께!” 

이 당연한 공존의 약속에 쌍용차 자본이, 국가가,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책임 있게 답해야할 때다.

 

폭력과 능멸,  혐오를 즉각 멈춰라! 경찰은 반인권 폭력행위에 대한 책무를 다하라!

 

2018, 7.12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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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07/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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