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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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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익명 (미확인) | 일, 2017/01/01- 17:08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안진걸 |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

 

[인터뷰 및 정리] 김남희 |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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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자기를 위한 가치 소비로 분주한 현대인들. 피로한 현대사회에서도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돈, 열정을 쏟는 포미(For-me)족이 대세다. 물질만능주의 소비문화 안에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포미족이라고 다 같은 포미족이 아니다. 여기 다른 의미의 포미족이 있다. 타인을 위해 시간과 돈, 열정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이야기하는 사람, 바로 참여연대 안진걸 처장이다. 그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서민운동가로, 사회 안에서 답답하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본인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천상 민생 사랑꾼이다.

 

그가 얼마나 바쁘게 사는 지는 그의 24시간 족적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면 누구도 반문할 수 없으리라. 새벽 신문이 배달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의 하루는 민생으로 시작해 민생으로 끝난다. 서민이 더 행복해지는 삶을 위해 늘 애쓰는 그가 이번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낸다고 한다. 과연 퇴진운동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정세를 들어보자.

 

 

퇴진행동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현재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이다. 그리고 퇴진행동의 운영위원이며, 공동대변인이다. 퇴진행동에서 각계 각층을 망라하는 24명의 상임운영위원을 선임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이다. 공동대변인으로 퇴진행동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퇴진행동이 구성되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지난 10월 초 민주노총과 민중단체들이 주축으로 민중총궐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월 중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문제가 되면서 정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상규명과 박근혜 퇴진 촉구를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여러 단체들로부터 제기되었다. 민중총궐기 추진본부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연대기구를 만들자는 교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월 29일 집회를 개최했는데, 많아야 3,4천명이 모일 줄 알았는데,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나왔다. 국민들의 열망을 직접 느끼고, 이러한 열망을 모아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 차례의 회의와 논의를 거쳐 11월 9일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친 주말집회와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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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집회가 그 동안 변화된 모습은 어땠는가

 

정권퇴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시민들이 모였고, 짧은 시간에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이끌어 냈다. 그 과정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확장했고, 최초로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민주적 기본권이 확장되었다. 이를 통하여 범국민적 민주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었다고 본다. 이 모든 결과는 분노를 가지고 촛불을 들고 나온 수많은 국민들의 덕분이다.

 

추운 날씨에 주말마다 집회가 계속되면 지칠 법도 한데, 10번에 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는데도 열기가 크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열정 뒤에는 공정하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후퇴되고 있는데 그 뒤에 권력자들의 국정농단, 헌정파괴, 정경유착 등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철저하게 짓밟혀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넘어선 것을 얘기하는 데 대해서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열기 뒤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열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포함해야 할 것 같다.

 

 

두 달 만에 탄핵 소추를 이끌어냈다. 이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탄핵 소추가 이루어지기까지 과정을 보면 드라마틱했다. 박근혜는 마지막까지 정치적 꼼수를 부리며,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중도에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탄핵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새누리당에게 보냈고 여기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탄핵 소추의 건이 국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올 뿐 아니라 강력한 퇴진압박을 했다. 국민들의 압력이 흔들리는 야당의 퇴진담론을 이끌어냈다. 새누리당이 흔들리고 야당도 탄핵이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올 때, 전국적으로 11월 26일 192만 명, 12월 3일 232만 명이 모이는 등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더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강력한 시민들의 의견을 보여줬고, 결국 압도적 탄핵을 이끌어 냈다. 탄핵은 아직 절반의 승리지만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주말마다 계속 집회가 열리면서 시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근혜가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보니 박근혜, 최순실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고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작정하고 국민과 나라를 괴롭히는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고 분노가 치솟는다.

 

 

퇴진행동의 운동이 시민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평소에 시민사회, 시민운동이 이론적으로 제도 안팎의 저항권과 주권을 행사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체제내적이고 제도적인 진보를 추구해 왔다. 거버넌스를 통한 소통과 제도권과의 협력을 통한 개선을 주 업무로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퇴진행동의 운동을 통해서 필요하다면 시민들의 결단으로 체제나 제도를 뛰어넘는 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본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 결단을 시민들이 하고, 시민사회도 함께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정치권력에 대하여 정권퇴진 운동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온갖 악행과 불법으로 점철된 정권에 대하여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만 할까?

 

이번 박근혜 퇴진운동은 국민의 수인한도를 넘어선 권력인 경우에는 제도를 뛰어넘어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적인 운동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운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운동을 일부 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집회에 참석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오히려 앞서서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이번 운동은 앞으로 시민사회가 권력을 감시하는 태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박근혜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때,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로 내세우는 것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다. 만약 퇴진이나 심판을 시민사회의 요구로 내세우는 것에 대하여 끝까지 반대하거나 주저했다면, 시민단체는 시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시민사회라는 것이 민심의 바다에 자리잡고 있고,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도태되거나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또한 이번 운동은 시민사회 활동에도 발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민들이 이번 퇴진운동을 통하여 시민단체의 역할을 보고 느끼면서 재평가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참여연대 회원가입도 실제로 늘고 있다.

 

시민사회가 이번 퇴진운동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광장이 열렸고 시민들의 열기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토요일 집회 때 헌법재판소에 엽서 보내기와 탈핵 서명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열린 광장에서 여러 가지 시민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사회의 정책이나 기조에 대하여 국민 중심으로, 민주적 합의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울림이 있다. 시민사회도 이 판에 함께 해야 한다.

 

 

예전에도 큰 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는데, 기존의 경험과 비교해 달라.

 

87년 6월 항쟁 때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공기만 맡은 수준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91년 5월 투쟁의 기억이 있고, 95년 전두환 노태우 학살자 처벌 투쟁을 통해 구속시킨 승리의 경험도 있었다. 시민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범대위,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1년 반값등록금 및 FTA 폐기 운동, 2012년 세월호 추모 집회 등 여러 사회운동에서 크고 작은 실무자로 결합했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지금까지의 운동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크고 더 역동적이었다. 우선 집회의 인원이 비교가 되지 않게 많이 모였다. 집회 현장의 항공사진을 보면 시민이 가득찬 서울광장이 전체 집회 규모에서 한 귀퉁이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광장에 모인 사람 뿐만이 아니라 집회가 이루어지는 같은 시간에 온라인 등으로 수백만 명이 응원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이 사실상 하나로 모아졌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학생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위주였고, 6월 항쟁도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진보중도보수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국민 일반이 모였다. 가장 많이 나온 단위가 가족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나온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다. 그래서 가족혁명이라고도 부르고 싶다. 뿐만 아니라 동창회, 산악회, 동네 모임과 같이 함께 어울리는 여러 모임으로 나오는 모습도 정말 많았다.

 

기존의 사회운동과 비교할 때 이번 퇴진운동은 양태와 규모가 크고, 공감대가 높고, 논란이 거의 없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핵심구호에 대하여 논란이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하여 국민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사실상 대부분 국민의 판단은 끝났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핵심구호 뒤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숨어 있다고 본다. 이번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학생들은 헬조선이 싫어서 나왔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우리 사회가 지금 너무나 답답하고 막막한 사회다. 우리에게는 헬조선인데, 자기 자식, 자기 사람을 좋은 학교, 좋은 자리에 집어넣은 자가 정권의 핵심이라는 점이 이렇게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집회가 규모는 컸지만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였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퇴진운동은 시민의 합의가 높아서 더 파괴력, 더 대중적인 운동이었다고 본다. 유례없이 많은 사람이 광장에 나오는데 수백만 명이 모였는데도 단 하나의 폭력사태도 없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규모 집회에는 폭력, 약탈, 방화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퇴진운동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큰 규모가 이렇게 평화적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사회과학적 분석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 모이는 이유에는 강한 분노가 있었지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똘똘 뭉쳤다. 집회에서 간혹 돌출행동을 보이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군가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면, 다들 “내려와 내려와”를 연호하여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역사적 지혜를 모아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평화적인 가족 단위에 아이들이 많이 나온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이 광장에서 다양한 실천이 가능하다. 열린 광장에서 서로 다른 태도를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경험을 함께 하고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의 광장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이다.

 

이런 큰 규모의 집회에서는 처음으로 집회인권수책을 만들어 발표하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사람은 즉시 사과하는 용기도 보였다. 집회에서 습관적으로 “모두 일어나주십시오”라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는 장애가 있거나 다리가 불편한 분들을 고려하여 “일어설 수 있는 분만 일어서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배려와 존중이 학습되고 실천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어떤 운동보다 위대하고 짜릿하고 보람차고 긍지가 넘친다. 국민들의 마음에도 이러한 자긍심이 함께 스며들고 있다.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퇴진행동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박근혜 정권 퇴진이다.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6월 항쟁 때도 그렇게 많이 싸웠지만, 전두환은 결국 임기를 마쳤고 노태우가 다음 정권을 맡았다. 우리의 목적은 정권 퇴진이다.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정권 퇴진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그 과정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흙수저가 되었을까. 왜 사회는 공정하지 않는가 하는 논의가 있고, 헬조선을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수 특권 세력, 재벌대기업만 특혜를 받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퇴진과 함께 지금까지 이루어진 잘못된 정책을 막는 임무도 있다. 퇴진행동이 다루어야 할 의제를 무한정으로 확대할 수는 없겠지만, 퇴진 이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하기 위한 기반은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퇴진행동을 퇴진을 위하여 철저하게 운동하되,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이후 60일이면 바로 다음 대선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퇴진행동은 퇴진 즉시 해산보다는 질서 있는 해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1000만 명이 되는 시민들이 참여한 운동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고 끝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퇴진을 위한 조건과 계기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질서 있게 해산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에서 1999년부터 일했다.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인 김종건 교수가 대학동기다. 98년 여름에 학교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어서 민중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가보라고 했다. 당시 IMF 때문에 중산층이 붕괴되고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자 증가, 노숙인 증가 등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회복지위원회가 바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듣는 순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일하고 있는 박순철 간사를 소개시켜 줘서 연락했는데, 참여연대에서 곧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다. 1999년 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고, 시민권리국으로 배치되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접했을 때 신선함과 청량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늘 노동이 존중받고 복지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국 시민운동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복지위원회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것에 대해 항상 흐뭇하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 활동기구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이후 우리가 바라는 사회 또한 노동이 존중되고 복지가 넘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에서 보람을 느끼는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

 

운동의 보람은 고비고비마다 촛불도 들고 집회도 하고 하면서 느낀다. 우리 사회에 답답하고 억울하고 안쓰러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분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을 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답답하고 어려운 억울한 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육체적으로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 심신이 힘들 때도 있다. 함께 웃으면서 낙관적으로 일하면 좋은 세상 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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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사회서비스 이용권

 

김옥녀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다문화정책전공 교수

 

본 고는 이주민과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이주민의 증가현황,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의 위치, 사회서비스의 개념 및 필요성,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와 현황, 마지막으로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간략한 제언으로 기술하였다.

 

다문화사회로의 전환과정

 

한국의 이주민 유입은 1990년 산업연수생을 시작으로 2000년대 농어촌을 중심으로 한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이 우리 이웃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한류의 열풍은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로 이어졌다. 2007년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한 ‘방문 취업제’의 도입은 한국사회를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했다. 이후 8년 10개월만인 2016년 6월, 한국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전체인구의 3.9%인 200만명 이상으로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과 이민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전체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 측면에서는 다문화사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주민의 증가는 2001년 1.2%(총인구 대비)에서 2021년 3.8%로 3배에 달한다(그림 1. 참조). 2019년 252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코로나 19로 인해 2021년 7월 현재 197만명으로 다소 주춤 추세에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향후 2040년까지 이주민은 352만명(총인구 대비 6.9%)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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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에게는 멀고도 먼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

 

세계화와 함께 진행된 이주의 본격화는 한국이라고 예외일리가 없었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이주민의 빠른 증가세는 동일 지역에서 살아가는 내국인과 이주민 모두에게 낮선 문화에 적응해야하는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전 세계적인 이주의 본격화 현상은 2005년 유네스코로 하여금 ‘문화적 표현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하게 했고, 이주 국가들은 문화다양성과 공존을 국가 문화정책의 주요 방향성으로 설정하게 된다. 문화다양성이란 국경, 인종, 권역의 경제를 허물고 다양한 문화를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한 국가와 사회의 다양한 문화형성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용어이다. 사회적으로 동질적인 문화와 인종을 중심으로 살아온 한국의 내국인 주민들에게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등장은 상호 이해를 기반 한 존중의 대상이라기보다 배제 또는 차별적인 문화로 간주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다문화사회가 지향하는 문화다양성과 공존을 위한 정책의 실현은 이주민과 이주관련 전문가 및 종사자들에게는 염원에 불과하다. 이주민의 증가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나 인식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경험 부족, 민족적 동질성을 정체성으로 여겼던 내국인들과 언어와 문화가 통하지 않는 낮선 이주사회에 적응해야하는 이주민과의 갈등과 사회통합을 위한 진통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현상이다. 

 

다문화 사회란, 이주민의 양적인 증가와 함께 이주민들이 이주사회에서 인간다운 보편적인 권리를 향유 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 사회문화적 인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다문화사회가 추구하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 문화공존을 위한 노력은 이주민뿐만 아니라 내국인 주민에게도 이주민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회문화적으로 충분히 조성 및 제공되어야 한다. 정책과 제도적인 기반과 함께 이주민과 내국인 주민 상호 간 문화이해와 존중이 기반 될 때 다문화사회 구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다문화사회란 국가, 내국인 주민, 이주민이 상호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다함께 만들어가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사회는 이주민에게 일방적으로 이주국가에 대한 문화적응만을 요구하는 사회통합 정책으로 인해 내국인 주민이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되고 사회통합을 추구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주민에 대한 한국인의 민낯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삶의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녀야할 권리(자유권, 사회권)의 접근을 차단하고 박탈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그 결과 사회적인 소수집단으로 등장하는 이주민들은 노동·주거·의료·교육·사회문화생활 전반에서 열악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민족적, 공동제적인 문화적인 특성과 함께 외국인에 대한 선별적인 차별과 배제가 강한 나라에 속한다. 제6차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 자신과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59개국 중 51위의 하위에 속하며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에 동의한 한국인은 31.8%에 달한다. 다문화 및 민족에 대한 차별과 배제 등 민족적 우월감이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적 태도는 이주민 중에서도 미주·유럽과 아시아, 백인과 유색인종, 경제적 부유국과 빈국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인종과 민족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달라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표 4-1>에서와 같이 총입국자, 취업자격외국인 인력, 결혼이주여성의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을 제외한 이주민들의 지역 및 출신국은 아시아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이주민의 비자 유형별 출신국을 살펴보면 단순기술인력(E-9)이나 결혼이주여성(F-9)은 주로 문화와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지역의 이주민으로 집중되어 있다. 특히 한국인들은 이주민 문화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피부색, 국가경쟁력 등으로 서열화하고 있어 한국사회 내 이주민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는 이주민과 내국인 주민 간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문제로 부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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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전세계적인 사회적 위험으로 급부상한 코로나19는 사회적 위험 대응에 취학한 이주민들의 삶을 한국 사회 내 최저계층으로 살아가도록 더욱 공공화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가 드러낸 이주민에 대한 한국의 민낮들은 그동안 한국인이 지닌 이주민에 대한 시각을 여과없이 보여주였다. 

 

‘최저보다 더 낮은’ 노동조건, ‘최저보다 열악한’ 주거환경...(이주와 인권연구소, 2019)

‘차별과 배제’로 인한 의료와 교육기회의 박탈(데일리한국, 2014.12.18.)

‘공적 마스크, 재난지원금도 인종차별’.(한겨레 신문. 2020.6.13.) 

‘이주민에겐 차별적인 사회안전망’(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0)

‘코로나19 이후 차별경험 60.3%’(국가인권위원회, 2020)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을 위해 한국사회는 그동안 사회의 관심 밖이었던 이주민의 삶을 재조명할 시점에 와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은 더 이상 이방인로서의 낮선 존재도, 위협적인 존재도, 연민과 동정의 대상도 아닌 한 지역사회의 주민으로서 산업현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체이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그로 인한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서 내국인 주민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구성원이자 지역주민의 일원이다. 

 

이주민의 당연한 권리, 사회서비스 이용권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에게 내국인 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한 사회통합 측면과 사회갈등의 예방적인 측면에서 적절한 수준의 사회서비스는 인간으로서 지녀야할 당연한 권리이자 필수요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란 국가별,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며 포괄하는 범위도 다양하다. 사회보장의 3개 축 중의 하나로서 사회보험(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공적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 의료보호)를 제외한 전반적인 영역이 사회서비스의 범위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 의료, 고용, 문화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전 생애주기에 따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상담, 돌봄, 재활, 역량개발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주민은 국내에 거소를 둔 외국인과 그 자녀를 지칭하며 국적취득자와 미취득자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2019년 기준 이주민 유형별 현황은 기타를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23.7%)비중이 가장 높으며, 외국국적 동포(13.6%), 외국인주민 자녀(11.4%), 한국국적취득자(8.4%), 결혼이민자(7.8%), 유학생(7.2%)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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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의 주요 대상은 상당부분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 이주배경 청소년 등 일부 이주민에게 한정되어 있다. <표2>과 같이 2019년 기준 전체 외국인 중 기타를 제외한 외국인근로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는 국민이 아니고, 장기적·영구적 이민이 아닌 일시적·단기적 체류라는 이유로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사회보장에서 소외되어 왔다. 또한 2021년 7월 기준 39만 명에 이르는 미등록노동자 상당수가 장기체류자라는 현실은 이주노동자가 더 이상 일시적인 노동자가 아닌 한국 사회에 온전히 정착한 이주민이란 것을 시사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사회적 갈등과 빈곤, 범죄, 질병 등의 각종 다양한 사회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함으로써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민에 대한 사회서비스 대상의 확대는 매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정대상, 공급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 이주민 사회서비스에 대한 전달체계와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주민에 대한 사회서비스의 전체적인 전달체계 특징은 중앙부처-광역시도-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로 연결되는 서비스 전체달체계에서 벗어나 있다. 중앙부처-소속 행정청-사업수행기관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전달체계의 구조를 지닌다. 그 결과 이주민에 대한 각 정책별, 대상별 관리주체가 상이하고 관계부처별로 이주민을 직접 관리하는 수요자 중심이 아닌 행정편의 중심의 전달체계를 지닌다. 법무부는 외국인의 출입국 행정 및 전문인력 관리를 위해 사회통합거점기관, 사회통합운영기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 중 결혼이민자와 가족의 지역사회정착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행정안전부는 다문화플러스센터,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관, 자활센터, 지역아동센터, 보건소 등, 교육부는 다문화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사회서비스 전반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서비스 공급 체계는 여성가족부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림 4-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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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민간단체는 이민행정과 사회통합에 집중된 행정서비스와 사회서비스로 인해 이주민에게 한국생활 및 적응에 필요한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생활교육, 정보화교육, 상담, 이주여성 폭력 예방 등의 이주 초기에 필요한 단편적인 서비스 제공에 머물러 있다(표 3. 참조). 더욱이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특정 대상(결혼이민가족, 이주배경 청소년 등)에 집중되어 있어 서비스 대상의 확대와 다양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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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욕구는 지역사회 정착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생존에 필요한 서비스로서 이주유형별 기본적인 필요 욕구는 공통적인 특성을 보인 반면 이주유형과 정착시기별, 지역 등에 따라 사회서비스 욕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은  이주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공통적인 욕구로 가장 먼저 언어와 의사소통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의료, 취업, 교육, 정보, 사회문화적인 서비스로 나타났다. 

 

이주특성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경우 노동영역에 대한 욕구가 다른 이주민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금체불, 신분증 압류, 폭언 및 폭행, 열악한 근로조건, 산업재해, 직장 내 갈등, 사업체 변경 등의 법률상담과 정보 획득, 취업, 귀환프로그램 등에 대한 욕구 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결혼이주여성은 가정폭력, 자녀양육의 어려움, 출신국문화에 대한 인정과 관련 정보 교류, 법률정보, 문화적 갈등 해소에 대한 욕구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도시보다 농어촌지역의 결혼이주여성이 더 높은 욕구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정착단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 또한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초기진입시기에는 한국어교육, 국적취득을 위한 안내, 가족관계 이해를 위한 교육, 지역사회기관 및 정보 안내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적응 필요 시기에는 자녀교육지원, 의료지원, 출산전후 서비스, 학부모로서 자녀학교 활동에 대한 정보, 사회교류기회제공 순으로 조사되었다. 사회정착단계에서 필요한 서비스는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직업훈련 및 취업, 가족문제상담, 주택서비스 등으로 변화되고 있다. 유학생은 전공학습지원에 대한 욕구, 방학 중 아르바이트, 한국문화체험 및 다양한 학습기회의 제공, 유학박람회, 한국문화체험 및 여가활동지원에 대한 욕구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고, 다양하게... 

 

이상으로 지금까지 이주민의 증가와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의 경제·사회적 위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사회서비스 필요성과 현황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이 지역사회에서 내국인주민과 함께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전달체계 개선과 이용자 욕구 중심의 서비스 개발에 대한 간략한 제언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첫째, 이주민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도록 결혼이주여성가족과 이주배경아동서비스 대상 중심에서 이주노동자 둥 다양한 이주민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둘째, 이용자 중심의 사회서비스제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주민 욕구에 따른 사회서비스개발 및 제공이 필요하다. 이주민의 사회통합정책은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중심으로 여러 중앙부처에서 제공되고 있다. 이주민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본행정중심의 서비스는 중앙부처별로 제공되고 있다. 반면 실생활에 필요한 이용자중심의 이주유형, 지역특성, 거주기간(정착단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점은 이주민이 실제 거주하고 생활하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주민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따른 사회서비스를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교류 및 소통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이용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제공으로 서비스 질 향상과 만족도 향상을 통해 이주민이 지역사회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사례관리를 통해 이주민의 욕구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이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이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고, 이주민관련 기관과의 업무 효율성, 서비스 효과성 증진을 위해 시군구 및 관계부처 공공기관은 민간의 다양하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하 있다. 이주민의 다양한 욕구충족을 위해 전문인력과 자원확보을 확보하고, 유관기관 간 상호업무 및 자원 조정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넷째, 서비스 제공기관에 전문통역지원서비스 확대를 통해 이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 정보제공과 이용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이 직면하는 위기상황 중의 하나는 생존에 필요한 체류자격과 노동, 각종 폭력으로부터의 위협 등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서비스의 전문용어와 법률용어는 내국인들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이용의 한계로 작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주민이 사회서비스 기관에 방문해도 필요에 따른 서비스에 대한 통역지원이 없다면 유용한 서비스가 구비되어 있다 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다양한 이주민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특히 이주민의 서비스 편의 증진과 서비스 중복 및 누락을 방지하고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파편화된 부처별, 정책대상별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문제개선을 위해 2017년부터 행정안전부는 기존에 별도 분리된 장소에서 제공된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의 서비스 업무를 한 곳에서 원스톱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수요자중심의 ‘다문화이주민+센터(협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확대를 위해 부처 간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법무부(2021).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21년 7월호.

2) Kim & Jang (2017). Cultural Diversity and Cultural Co-existence between Asian Immigrants and the Natives in Korea. OMNES 7.2: 60-98.

3)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 안내. https://www.mohw.go.kr/react/policy/index.jsp?PAR_MENU_ID=06&MENU_ID=063...

4) 이수상, 장임숙(2007).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사회연결망.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제42권 4호

5) 경기복지재단(2020). 경기도 외국인주민을 위한 사회서비스 연계 활성화 방안 연구

6) 국가인권위원회(2020).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결과보고

7) 이용재, 배화숙(2008). 결혼이민자의 사회서비스 및 정보의 접근성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39(4)

8)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2016). 충남 외국인 유학생 인권실태조사

9) 행정안전부(2020). 2019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

10) 이주와 인권연구소(2019). 최저보다 낮은: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11)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다문화가족·외국인 정착지원 서비스, 한 곳에서! 

http://www.mogef.go.kr/nw/enw/nw_enw_s001d.do;jsessionid=l2jLDs3DnofyAJP...

12) 마스크도 지원금도 없다…코로나19 위기의 이주노동자. 한겨레신문, 2020.6.20.(사회 인권복지면)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949182.html

13) 이주민 150만 시대의 그늘, ③ 방치되는 이주아동. 데일리한국, 2014.12.18

http://m.hankooki.com/m_dh_view.php?WM=dh&FILE_NO=ZGgyMDE0MTIxODExMjU1Nj...

 

목, 2021/09/0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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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1)의 건강보험 현황과 문제점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들어가며

 

「국민건강보험법」의 제1조에서는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이주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듯 보이지만, 제 109조에서는 ‘외국인 등에 대한 특례’ 조항을 두어 외국인과 재외국민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기준은 점점 정교화되어, 2008년부터는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 2019년 7월 16일부터는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은 지역가입 당연적용 대상이 되었다(김기태 외, 2020, p.121).

 

이주노동자 건강보험 현황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 현황은 아래 <표 1-1>과 같다. 2019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의 가중치를 고려해서 분석해 보면,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지닌 이주노동자는 무려 91.2%가 가입하였다고 응답하였고, 재외동포(F-4)는 77%, 방문취업(H-2)은 62.5%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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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자격별 외국인 건강보험 지역가입 현황은 아래 <표 2-2>와 같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로, 2019년 7월 법이 개정되어 2018년에 비해 2019년 7월에는 각각의 체류자격별 지역가입자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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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 2-3>는 재외국민과 외국인의 건강보험 직장가입 현황이다. 여기서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포함한 재외국민과 외국인의 직장가입 현황을 살펴보았다. 재외국민 직장가입자는 2015년 13,957명에서 2018년 17,472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다, 이후 약간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반면,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2015년 580,359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에는 697,23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발생을 한 2020년에는 그 수가 소폭 감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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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건강보험의 주요 문제점     

- 높은 직장가입자 문턱, 배제된 농어업 이주노동자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는 직장이 있어도 직장가입자가 될 수 없는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 즉,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은 근무처에서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는 엄연히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로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농축산업에서 종사하는 이주노동자가 그 예이다. 농어업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농어업경영체등록확인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개인농장의 경우에는 사업장등록증을 의무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김기태 외, 2020, p. 125). 그러다 보니, 2020년 7월 기준, 직장보험 가입자인 농업 이주노동자는 36%였고, 어업은 25.8%로, 농어업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윤태석, 2021.02.06.). 반면, 비전문취업(E-9) 이주노동자는 81%로 매우 높았다(윤태석, 2021.02.06.). 다시 말하면, 농어업 이주노동자의 낮은 직장보험 가입률은 즉, 지역가입률이 많다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지역가입자가 된 농어업 이주노동자는 건강보험료 납부 부담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직장가입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납부하면 되는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국내의 소득과 재산에 따른 부과점수로 보험료가 산정되고 보험료를 혼자 전액 부담해야 된다. 특히, 국내의 소득과 자산 파악이 어려운 이주노동자의 경우, 그 보험료가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 평균에 미달하면 이주노동자는 평균 보험료(2019년 기준 113,050원2))를 납부해야 한다(김기태 외, 2020, p.343). 농어업 이주노동자 중 상당수가 저임금 혹은 최저임금을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보험료 책정은 이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보험료 체납 그리고 체류의 불안정성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체납은 본인의 건강보장 뿐만 아니라 체류자격에도 상당한 제한을 가져오게 된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수행된 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약 12.03%는 보험료를 체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김기태 외, 2020, p.271). 체류자격별로 살펴보면, 방문취업(H-2)과 재외동포(F-4) 집단의 경우 9.52% 그리고 비전문취업(E-9) 집단은 24.21%는 체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기태 외, 2020, p.271). 

이주노동자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데, 지역가입자는 월급 대비 높은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기태 외, 2020; 이한숙 외, 2020). 또한,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들 중 일부는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체납의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이한숙 외, 2020). 

 

가장 큰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할 시, 이주노동자는 보험급여가 즉시 중단된다. 물론, 모든 보험료를 완납하면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가 급여 제한기한에 받은 보험급여는 즉시 환수 조치된다(김기태 외, 2020, p.270). 이러한 조치는 내국인 건강보험 체납자에 비해 매우 강력한 조치이다. 참고로 내국인 직장 및 지역가입자는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1회라도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은 체류자격 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인해 ‘건강보험료 체류외국인 비자 연장 제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보험료를 체납한 이주노동자는 비자연장이 심지어 제한된다(김기태 외, 2020, p.270-271).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면 6개월 이내로 3회까지는 비자 연장을 허용하되, 4회째 체납 시에는 체류를 불허하고 있다(법무부, 2019.07.06.). 이러한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이한숙 외, 2020). 

 

나가며 

 

2021년 3월 2일 고용노동부는 농어촌 이주노동자와 같이 직장보험 가입자가 아닌 이주노동자들이 입국 즉시 지역가입을 추진하며,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에 건강보험 당연가입외국인을 포함하는 한편,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을 통한 보험료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하였다(고용노동부, 21.03.02.). 이러한 건강보험제도의 개선방안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제도 내의 이주노동자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과 대상국 간의 MOU를 통해 입국한 집단이고, 한국의 필요에 의해 입국을 허용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의 한국 산업경제에 대한 기여도 그리고 사회보험료 납부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지역가입자 보험료 계산 방식, 체납 시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여러 조치 등을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검토 및 제고할 필요가 있다.


1) 본 원고에서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지닌 이주노동자로 대상을 한정한다.

2) 법무부 체류관리과(2019),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변경안 주요 내용.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21.03.02.) 농.어촌 외국인근로자, 입국 즉시 지역 건강보험 가입 [보도자료] http://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jsessionid=4U2k20b2... 에서 2021.08.19. 인출 

김기태, 곽윤경, 이주미, 주유선, 정기선, 김석호, 김철효, 김보미 (2020) 사회배제 대응을 위한 새로운 복지국가 체제 개발. 세종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법무부 (2019.07.06.) 건강보험료 체납한 외국인, 비자연장 어려워진다. http://www.google.co.kr/url?sa=t&rct=j&q=&esrc=s&source=web&cd=&cad=rja&... 에서 2021.08.22. 인출 

윤태석, 2021.02.06.  농어촌 이주노동자… 고용부·복지부 '핑퐁 게임'에 새우등.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20321590004883에서 2021.08.22. 인출   

이한숙, 곽재석, 권영실, 김미선, 김사강, 김선, 박영아, 이인경 (2020) 이주민 건강권 실태와 의료보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목, 2021/09/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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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1)의 3대 사회보험 현황 및 정책 제언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들어가며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칠 수 있다. 또 실직하고, 늙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별적인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사회보장제도가 있다. 물론 사회보장제도가 내국인에게 한정될 이유는 없다. 국내에 들어와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산재와 실직 등의 문제는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국민국가 성원 자격의 위계에서 가장 아래쪽에 머무는’(설동훈, 2017)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노출 수준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노동자들의 독특한 법적 지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회보장기본법 8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른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서 상호주의란, 흔히 국가 사이의 사회보장협정의 기초가 되는 원칙인데, 상대편 나라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대우받는 수준과 동일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이주민을 대우한다는 의미이다(조성혜, 2020). 한국인이 태국에서 고용보험에서 배제된다면, 한국의 태국 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이와 같은 원칙을 한국의 이주노동자에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른바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한국땅을 밟은 이주노동자 집단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들은 산업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한 한국의 필요에 따라 한국을 방문해 일정 기간 고용이 됐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의 필요에 따라 기한을 정해서 유입된 인구들이다. 본국보다 근로소득 수준이 높은 한국의 일터를 찾는 이주노동자들의 경제적인 이해도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주의의 원칙을 이들에게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운용은 제도의 원칙, 이들의 독특한 법적 위상, 한국 사회의 수용성 등을 골고루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 이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재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을 둘러싼 현황을 간단히 짚고, 관련한 정책 제언을 시도한다.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보험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보상제도는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로 정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를 배제하지 않는다. 한국의 사회보험 가운데 유일하게 내외국인의 구분이 거의 없이 적용되는 법이다(조성혜, 2020). 그렇지만, 이주노동자가 체감하는 산재보험의 적용 수준은 낮은 편이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본인의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답한 비율이 46.9%였다 (김기태 외, 2020). 통계청 공식통계에서는 그 비율이 높다. 2019년 이주민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의 결과를 보면, 비전문취업 노동자의 경우, 본인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됐다고 답한 비율이 91.9%였다. 미가입이 5.2%, 모름이 2.9%였다. 물론, 두 조사 모두에서 사업장의 실제 산재 가입 여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주노동자가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산재 가입 여부를 물어본 것이므로, 사업장의 실제 산재 가입률이 더 높을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노동여건을 고려하면 산업재해보험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인구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그림 3-1> 참고). 이들의 산업재해 현황은 통계의 수치보다도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산업재해의 경우 은폐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김기태 외, 2020). 첫째,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사업장들이 대부분 상대적으로 영세한 작업장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주노동자들이 안전에 관해 소통하는 데 내국인 노동자보다는 미숙한 탓도 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업무상 질병인정률도 낮다. 지난 2016년 내국인 노동자의 경우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평균 44.1%였다. 반면, 이주노동자는 2016년 인정률이 38.6%로 내국인보다 낮다(박선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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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이주노동자들의 몸은 계속 훼손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2021년 6월 중대재해 사망자 1113명 가운데 135명(12.1%)이 외국인이었다(이상서, 2021). 이주노동자의 전체 국내 노동자 대비 비율(3.9%)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사망비율은 3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정책은 국내 취약 노동자를 위한 산업재해 방지 정책과 대부분 일치한다. 내국인 저임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수 일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방지 정책은 국적을 가라지 않고 모든 저임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이를테면, 사업장 작업 환경 개선, 산업안전 교육 내실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주노동자에 한정한 산업재해 관련 정책을 한가지만 제시하자면, 현행 이주노동자 배정 과정에서 점수제에 대한 조정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점수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은 사업장들은 일정한 기준에 따른 점수를 부여받은 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지를 통보받게 된다. 

 

점수의 배점 항목을 보면, 성폭행은 10점, 폭행, 폭언, 성희롱은 5점, 임금체불 및 근로조건 위반 및 기타 사업주 귀책사유는 3점의 감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사망 재해 2년 연속 발생에 대한 감점은 2점에 불과하다(고용노동부, n.d.). 주의할 점은 일반 재해에 대한 감점은 없고, 사망 재해에 한정해서 감점이 있다는 점이다.2) 또 산재 은폐 또는 보고의무 위반 사업장에 대한 감점 역시 1~2점이다. 특히 이주민에게 자주 발생하는 산재의 특성을 고려해서 산업재해에 대한 감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의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상호주의가 적용된다. 한국과 맺은 사회보장협정의 내용에 따라 국민연금의 적용여부가 달라진다. 중국,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은 사업장과 지역 모두 당연가입이 적용된다. 사업장은 당연가입이 적용되지만, 지역은 제외되는 나라는 키르기스스탄, 몽골,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등 5개국이다. 사업장 가입 및 지역 가입이 모두 적용 제외되는 나라는 7개국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티모르 등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에서 장기체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남아 출신 비전문취업(E9) 노동자들은 수급대상이 되기 힘들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연령이 60세 이상이라는 일반적인 수급요건을 충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국민연금으로부터 배제할 이유는 없다. 연금수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입자에게는 출국할 때 반환일시금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환일시금의 액수는 가입자가 낸 연금보험료 총액에 일정한 이자를 더한 액수다. 어차피 낸 만큼만 돌려받는다면 이들을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이유가 적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는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4.5%)를 납부한다. 따라서 외국인노동자가 국내 체류를 마치고 반환일시금으로 받는 액수는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의 총액의 두배를 넘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들을 국민연금에서 포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국민연금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외국인 고용법상 차별금지 원칙에 어긋난다(조성혜, 2020). 

 

국민연금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가 국민연금을 미가입하거나 체납한 경우다. 이에 따라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본인이 납입한 국민연금 보험료의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국민권익위원회, 2013). 이와 같은 문제점은 해당 사업장에 대한 제재의 강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법 128조에서는 이와 같은 사업장에 대해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정이 집행된 사례는 드물다(김기태 외, 2020). 현재는 연금보험료 체납 사업장에 대해서 독촉고지 및 체납업무 안내 등의 조치만 이뤄질 뿐이다. 

 

이주노동자의 고용보험

 

일부 국내거주(F2) 및 영주(F5)자격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실업급여의 임의적용의 대상이 된다. 즉, 본인이 신청한 경우에만 실업급여 수급 대상이 된다. 이주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0%에 이르지 못한다(김기태 외, 2020). 이에 따라,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자 변경 기간 동안에 소득 단절에 따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2013년 이전에는 이주노동자의 전용보험인 출국만기보험제도가 회사를 떠나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구실을 했다. 2014년 법 개정 및 시행에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한 다음에야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게 됐다(윤지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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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위한 고용보험제도의 개선 방향으로, 고용보험이 이주노동자를 포괄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3) 지난 2020년 고용보험법 10조의 2가 개정되어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이주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운데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가입이 의무화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 부분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포괄하면서, 고용보험의 주요한 축인 실업급여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할 이유는 적다. 상대적으로 작업장 선택이 자유로운 H2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최대 3개월 동안의 구직 기간이 보장된 E9 노동자들도 실업 시에 소득 단절이라는 문제를 겪는 것은 내국인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 

 

또한, 고용보험에 이미 임의가입된 비전문취업(E9) 노동자들에 대한 구직급여 지급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분석 결과를 보면, 고용보험 보험료를 낸 이주민 구직자 가운데 구직급여를 받은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김기태 외, 2020). 

 

나가며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를 건강보험을 제외한 3대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3대 사회보험은 실업, 산업재해, 노령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이지만, 그 안에서도 이들은 일정한 배제의 대상이 됐다. 이들을 포괄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가지 첨언하겠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개선과 아울러, 이들의 작업 및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보다 낮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최저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이주와 인권 연구소, 2019). 지난해 12월에는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속헹씨(31)가 숙소인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작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해고, 폭행, 성폭력 등의 극악한 관행들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그림 3-3> 참고). 기본적인 인권 보장의 토대 위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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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서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지닌 이주노동자로 대상을 한정한다. 참고로, 비전문취업 노동자는 대부분 동남아 노동자들이며, 방문취업 및 재외동포 노동자

들은 중국동포들이다.

2) 점수제 도입 초기에는 산재 발생에 대한 감점이 있었으나 사라졌다. 산재 발생으로 인한 불이익은 산재 은폐로 이어진다는 우려에 따른 결과였다(박선희, 2018).

3)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이주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안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다. 조성혜(2020)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므로 실업의 가능성이 적고, 설혹 이직을 하더라도 구직활동이 가능한 기간이 3개월 이내인 점을 고려해서, 실제로 실업급여를 수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고용보험료만 내고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서, 체류기간이 아직 경과하지는 않았지만 실직 상태에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출국만기보험금을 일부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또한 실업 중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소득보장제도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 정책 마련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실업 빈도 등에 대한 현황 파악 및 검토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기태, 곽윤경, 이주미, 주유선, 정기선, 김석호, 김철효, 김보미 (2020) 사회배제 대응을 위한 새로운 복지국가 체제 개발. 세종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서 (2021.8.3.) “최근 1년 반 동안 중대재해 사망자 12%는 외국인.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0801059600371?input=1195m에서 인출

설동훈. (2017). 한국 내 이주민의 권리 보장: 동향과 쟁점, 복지동향 12월호 DOI: www.peoplepower21.org/Welfare/1539643에서 2019. 3. 5. 인출.

조성혜 (2020) 외국인근로자의 사회보장법상 지위_외국인고용법이 사회보장법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사회법연구. 40. 35-84.

박선희. (2018).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실태. 2018 노동자 건강권 포럼 발표 자료. 95-100 (일과 건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주최) 

고용노동부. (n.d.). 고용허가제 정보 가운데 점수제 소개. https://www.eps.go.kr/eo/ScoreInfo.eo?tabGb=03에서 2021.8.23. 인출

국민권익위원회. (2013). 외국인근로자 국민연금 체불방지 방안. 국민권익위원회. 

윤지영. (2014). 이주노동자 퇴직급 출국 후 수령제도의 도입과 문제점. 복지동향. http://www.peoplepower21.org/Welfare/1224831에서 2020. 8.22. 인출.

 

이주와 인권 연구소. (2019). 최저보다 낮은: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부산: 이주와 인권 연구소.

 

목, 2021/09/0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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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

 

김규찬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이 글은 ‘복지국가는 이주민을 위해서도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개념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의 탐구이다. 이 글을 통해 일견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관계에 대해 사회권과 복지국가의 성립, 이주민의 사회권을 위한 논리와 구조, 그리고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권의 발전 과제라는 측면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사회권과 복지국가

 

‘인간은 존엄하며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진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이 진술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이 본래적으로 존엄하다는 것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므로 일단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권리(rights)로서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또한 과연 ‘누구나’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야 실현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만한 수준 이상으로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개인적 삶의 욕구, 가치, 개성 등이 인정되고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의 의미와 조건은 시대에 따라서도, 또 문화적으로도(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정의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개인적 자유, 법 앞에서의 평등 등)이나 참정권 외에도, 건강, 소득, 교육, 사회참여 등 인간의 안녕(well-being)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요소들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조건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엽 출현한 복지국가(the welfare state)는 이러한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노력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복지국가의 성립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인 사회권(social rights)은 기존의 공민권(civic rights)이나 정치권(political rights)과 같은 법적인 권리로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Marshall, 1950). 복지국가는 이러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국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Baldock et al., 1999; Bryson,1992). 

 

현대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사회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편으로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대인 서비스)로 구성된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system)를 활용한다. 각 제도는 급여(서비스 포함)의 대상, 내용, 수준을 각기 다른 논리에 근거해 결정하는데, 무엇보다 수급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이 세 제도의 특성을 결정한다. 사회보장 급여(혜택)의 대상자는 기여(보험료 납부), 인구학적 기준(연령 등), 소득수준, 전문가 진단 등 다양한 기준의 조합으로 선정된다(Gilbert and Terrell, 2005). 한국의 경우에도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서는 보험료 납부(기여)를 공통조건으로 하되, 고용보험의 경우는 근로와 구직활동 조건이 덧붙여진다.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적 보유를 전제로 소득과 재산,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조건 등을 결합하여 수급자를 선정한다. 한편 사회서비스에서는 주로 신청자의 욕구를 근거로 하는데, 이 경우 서비스 제공자나 공무원의 재량(discretion)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안병영 외, 2018). 

 

자유권이나 정치권과 달리 사회권은 제한된 사회ㆍ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된다. 특히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비시민(non-citizen)들에게 사회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상당한 정치적, 정책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여금에 대한 보상적 요소가 있는 사회보험의 경우는 이주민에게도 권리를 부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보험금을 내지 않는 공공부조나 욕구를 근거로 하는 사회서비스는 보다 정교한 권리 부여의 정당화 논리가 요구된다.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 

 

유형이나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복지국가는 국제적으로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복지국가가 사회권을 부여하는 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복지국가는 영토적 경계가 분명한 국민국가(nation state)와 단일한 정치적 소속(국적)을 가진 국민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중심성의 한계로 인해 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주민의 사회권은 복지국가 정책 및 연구에서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Banting et al.,2006; Sainsbury, 2012; van Oorschot andUunk, 2007). 

 

그러나 국제이주의 증가는 국민을 전제로 한 복지국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국가별 편차가 크지만, 실제 현대 대다수 국가들은 국적을 가진 시민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주요국의 인구 대비 이주민의 비중은 미국의 경우 13.7%, 영국은 13.4%, 스위스는 29.6%에 달한다(Castleset al., 2020). 한국의 경우에도 체류외국인의 총인구대비 비중이 4.6%를 넘어서고 있다(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2020). 이를 볼 때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에는 국적자뿐만 아니라, 외국국적자, 무국적자, 다중국적자 등 다양한 정치적 성원권(membership)을 가진 구성원이 실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복지국가가 시민들을 위해서만 작동한다면 상당 규모의 인구가 복지국가로부터 배제될 것이며, 사회적 연대(solidarity)의 원리를 통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해 온 복지국가의 이상이 훼손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복지국가와 사회권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주민에게도 사회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어도 다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첫째, 인간존엄성에 근거한 보편적 인권보장을 위해 수립되어 온 다양한 인권 관련 협약, 권고 및 기준이 이주민의 사회권의 건실한 토대가 된다. 둘째,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인 이주민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윤리적 책무이자 장기적으로 비용효율적일 수 있다. 셋째, 이주민은 현재 혹은 잠재적 ‘노동력’으로서 국가의 생산성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보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넷째, 이주민은 ‘인구’의 유지 및 재생산에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다. 다섯째, 사회권의 부여를 통해 이주민의 소속감을 증진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실제 사회법의 성립 자체가 공동체주의적 목적으로 출발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윤찬영, 2004). 

 

복지국가가 시민뿐만 아니라 비시민을 위해서도 작동해야 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주민에 대한 사회권 부여의 근거와 방식 및 사회권의 내용은 시민들의 경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이주민의 사회권은 국내법과 함께 국제법이나 ‘상호주의’와 같은 보완적 근거를 필요로 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과는 달리 이주민의 경우 공민권이나 정치권의 획득이 선행되지 않더라도(즉, 국적 취득 전이라도) 사회권이 부여될 수 있다(Sainsbury, 2012; Soysal, 1994). 사회권의 요건에서도 기여나 자산조사 외에 이민정책 및 국적법상 요구조건이 추가될 수 있다. 실제 많은 국가들이 이민 유형에 따라 거주권, 노동권, 사회권을 등 권리를 차등화하고 있다(Kim, 2018; Morris, 2001, 2003). 

 

현재 한국 내 이주민의 사회권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체류자격, 노동(기여), 그리고 특수한 욕구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기여금에 의한 사회보험의 가입은 폭넓게 허용된다. 그러나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출신국에 따라 사회보험별 실제 적용여부 및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노호창, 2016). 많은 국가에서 국가재정을 통해 운영하는 공공부조에 대한 권리는 원칙적으로 자국민으로 제한한다(안병영 외, 2018: 248-250). 한국도 미성년자녀 양육 등 긴급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공공부조 접근을 제한한다. 한편 사회서비스는 욕구가 우선적으로 급여의 조건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이주민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서비스의 운영 및 제공방식(재원 등)에 따라 특정 외국인은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주민의 사회권은 내국인들과는 달리 사회(복지)정책뿐만 아니라 이민정책, 노동정책, 국제협력 등 다양한 정책 영역들의 조화로운 조정을 필요로 한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과제

 

한국은 불과 한 세대 동안 복지국가의 비약적 발전과 국제이민자의 급속한 유입 증가를 동시에 경험하였다(Kim, 2017a, 2017b). 국제이민자의 급속한 유입 및 정착 증가는 오랜 기간 단일 문화의 신화를 유지해 온 한국으로서는 매우 낯설고도 중대한 사회변동이라 할 만하다. 그간 복지국가 발전과정에서 국민의 사회권은 꾸준히 확장되어왔다. 동시에 증가하는 이주민들의 관리와 정착지원을 위한 제도들도 빠르게 수립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다문화 사회’라는 수용적 수사(rhetoric)에도 불구하고, 사회권을 포함한 시민권의 부여 없이 단지 시혜적 정책을 폄으로써 오히려 국민과 이주민 간, 또는 이주민들 간의 분리, 차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김정선, 2011; 이미영, 2017; 황정미, 2011). 

 

복지국가의 진화와 함께 국민의 사회권이 변동되어 왔듯이, 이주민의 사회권 역시 정치적, 정책적 환경 변화와 함께 확장 혹은 축소될 수 있다(김규찬, 2020; Kim, 2017a). 한국복지국가는 저출산ㆍ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학적 위기에 대응하여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족의 재생산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대한민국정부, 2005). 그 과정에서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들도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대상에 포함되었다(여성가족부, 2018). 노동이민정책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이주민의 권리 확장은 여러 이민국가들이 이미 경험해 온 바이다. 민주적 정치제도와 인권보호가 법제화된 나라에서는 이주민의 권리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Hollifield, 2004). 이제 한국에서도 인권의 한 요소로서 사회권은 국민의 전유물이 아니며, 특정유형의 이주민을 사회권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도 지지받기 어렵다. 다만 이주민의 사회권 적용의 구체적 방법과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사회권은 기본적으로 시민(국적자)의 권리로서 제도화되어 왔지만, 국가의 구성원이 국민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다양한 성원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민권의 한 요소로서 사회권의 진화를 요구한다. 한국이 보다 포용적인 복지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법에서 요구하듯이 국민이 아니더라도 단지 ‘인간’으로서, 혹은 적어도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주민’이라는 자격만으로도 사회권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마땅하다(설동훈,2016). 이런 조치들은 모든 사회구성원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통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가의 사회ㆍ경제적 발전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복지국가의 사회권의 대상을 국민으로만 제한함으로써 이주민들이 사회적 배제와 차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한국으로의 이민 유입 증가는 몇몇 서구사회에서 경험하듯이 통합의 위기(사회적 분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Castles and Schierup, 2010; Schierup et al., 2006). 

 

더불어, 비록 귀화하여 국적을 소지하게 된 이주배경 인구들의 사회권 문제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국민이 된 이들은 형식적 측면에서는 기존 내국인들과 동등한 사회권을 부여받게 되겠지만, 이주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서구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인종주의적 제도들이 공식적으로 철폐된 이후에도, 여러 세대의 이주배경 인구들이 시민권 소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고립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발 복지국가이자 이민유입국으로서 한국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움으로써 더나은 발전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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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2011). ‘시민권 없는 복지정책으로서 ‘한국식’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 「경제와 사회」, 92, 20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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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1/09/0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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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아래미 복지동향 편집위원,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8월 26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특별기여자’ 378명이 한국에 입국하였다. 선진국에 걸맞은 책임 있는 대응이라며, 대체적으로 환영하고 있고 감격해 하는 분위기까지 있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의 국내 미군기지에 ‘난민’ 수용 가능성 기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우려와 반대를 나타냈다. 혐오표현과 차별언어가 난무했다. 같은 아프가니스탄인인데도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주민에게는 성과주의적 관점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기여도나 생산성이 기대되는 이주민에게는 너그러워지는 편이나, 인도주의적 조치에 대해서는 매우 냉정하고 불관용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역설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례는 이 외에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아일란이라는 시리아 난민아동이 해변에서 사망한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지만,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각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러한 인간의 패러독스는 이주민의 사회권 보장 이슈에서도 드러난다. 사회보장협정을 통해 내가 외국에서 사회보험을 이용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주민이 우리나라에서 사회보험을 이용하는 것은 껄끄러워 한다. 한국 국적자와 이주민 모두 코로나19를 겪고 있고, 차별과 배제 위험으로 이주민의 재난피해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1~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대상을 국민으로 경계 짓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음에도 5차 재난지원금의 대상에서 200만 외국인 중 170만 명은 여전히 배제되었다. 재외국민이 외국에서 이러한 대우를 받는다면, 재난에 국적이 어디 있냐며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국 사회는 이주민이 약 4~5%로 소위 ‘단일민족사회’에서 벗어난 지 꽤 되었고, 앞으로도 초연결사회구조에서 이주민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권은 인간의 패러독스와 경계 짓기 속에서 ‘국민’이라는 경계 내에서 논의되어 온 편이다. 그러나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는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 복지체제에서 사회권은 국민이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이주민 권리에 대한 논의가 주로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북한이탈주민 등 이주민의 세부집단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번 호에서는 이주민의 사회권을 복지국가 및 사회보장체계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먼저, 김규찬 교수는 복지국가에서 이주민의 사회권이 보장되기 위해 필요한 논리와 구조를 살펴보고,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권의 발전 과제를 원론적 차원에서 논의하였다. 다음으로는 김기태 박사와 곽윤경 박사가 노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회보험이 이주민의 사회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고, 사회보험의 차별적ㆍ배제적 요소와 정책과제는 무엇인지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옥녀 교수는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이용권 현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이주민의 세부집단에 편중된 사회서비스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해결과제를 제안하였다.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인권을 강조하는 사회복지계에서 관련 논의에 이주민을 배제해 왔다는 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복지국가 및 사회권 논의와 사회보장정책 및 서비스 대상에 이주민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 이주민이 시민으로서 생산, 소비, 납세 등을 이행하고 있는데 사회권 보장체계에서 배제되어 있는 현실의 부당함을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이주민도 한국사회구조가 야기하는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주민도 증명할 필요 없는 사회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패러독스와 경계 짓기를 멈추고 이들에게도 사회권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더 미뤄서는 안 된다.

목, 2021/09/0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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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75호 | 김아래미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기획주제 : 인간의 패러독스와 경계 짓기로 배제되고 있는 이주민의 사회권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1]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김규찬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2]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현황과 문제점│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3] 이주노동자의 3대 사회보험 현황 및 정책 제언│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4]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이용권│김옥녀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다문화정책전공

 

동향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동향1] 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하여│조희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821956" rel="nofollow">[동향2] 저소득 한계채무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 필요하다 |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복지톡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821930" rel="nofollow">[복지톡] 실업급여 갑질?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급은 사장님이 정하는 게 아니에요!│최혜인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

 

복지칼럼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821918" rel="nofollow">[복지칼럼] 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목, 2021/09/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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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해 6월 필자는 본지에 윤석열 정부 소득보장제도의 전망과 과제에 대한 짧은 글을 쓴 바 있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 소득보장 부문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정부 출범 후 제시한 국정과제를 비교하였다. 굳이 요약하자면 지난 정부에 비해 새로울 것 없이, 팬데믹 시기 소득 위기를 타개할 청사진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현 정부 소득보장제도에 대한 우려였다. 어느덧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최근까지 국민연금이나 실업급여 등 일부 제도조정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의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정부는 국정과제 발표한 지 1년 넘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정부 씽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정책기획위원회가 폐지된 상태에서 정부의 공식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정책의 구체적인 진행 과정과 성과는 제한적이다. 이 가운데 올해 초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에 출범했으니 이번 복지부 업무보고는 사실상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윤석열 정부만의 고유한 세부 플랜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내 소득보장 분야의 진행 상황을 복지부 업무보고를 통해 점검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논의에 앞서 개념을 짚을 필요가 있다. 많은 사회과학 연구와 칼럼, 정부보고서에서 소득보장 혹은 소득보장제도라는 개념을 활용하지만,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소득보장제도에 포괄되는 정책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합의는 없다. 통상 소득보장은 통상 질병, 실업, 사고 등으로 인한 소득의 중단 혹은 상실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서의 일차분배를 재분배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일부 혹은 그 기능을 일컫는다. 따라서 소득을 보장하는 정형화된 제도나 정책프로그램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기보다 다양한 노동-경제사회정책들이 소득을 정책적으로 재분배하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과 성과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혹자는 소득보장‘제도’를 사회보장(통상 개념적으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의 총체)과 혼용하여 쓰기도 하고, 연금과 각종 수당 및 현금성 급여(대표적으로 생계급여)만을 소득보장‘제도’로 간주하기도 한다. 시중의 사회보장 관련 교과서에서도 김태성 서울대 교수의 기여와 소득/자산조사 여부를 활용한 소득보장제도 분류법 정도가 소개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 또한 개념적 엄밀성이나 역사성, 학계의 통상적 인용 등을 가진 설명은 아니다(이에 따르면 다양한 보편적 수당제도, 사회보험, 공공부조가 이에 해당된다). 필자도 작년 윤석열 정부 소득보장제도를 전망하면서 개념적 엄밀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근로장려금 정도를 소득보장으로 ‘퉁’쳤음을 고백한다. 향후 소득보장 혹은 소득보장제도의 이론적 개념화, 세부 구성, 범위, 타 제도와의 관계 등이 학술적으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논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소득보장’을 어떤 제도로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지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많은 문서들이 있지만 그나마 가장 확실한 기준으로 삼을만한 것은 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작성한 ‘사회보장기본계획’이 아닐까 한다. 2014년 발표한 1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소득보장은 국민연금, 사적연금, 그리고 기초연금(구 기초노령연금)으로 달성되는 것으로 보았고 주로 연금과 같은 노후소득보장 관계정책과 일부 농어촌 주민들 대상 소득보조 사업이 언급되는 수준에서 논의되었다. 2019년 2차 기본계획에서는 소득보장을 노후소득보장과 근로연령층 소득보장으로 더 세분화하였다. 이에 따르면 노후소득보장은 공적연금, 퇴직연금,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근로연령층 소득보장은 고용보험, EITC, 기초생활보장제도 내 자활급여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편찬한 보고서에서 소득보장분야를 ‘취약계층대상 소득보장’(생계급여, 자활급여, 장애인연금 및 장애(아동)수당)과 ‘노후소득보장체계’(기초연금,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퇴직연금, 농지연금)로 소득보장의 범위를 재조정하였다(근로연령층 소득보장은 고용 분야 분석으로 이관). 다만 여기서 일부 재정사업들(출산크레딧, 실업크레딧, 농어업인 보험료 지원, 공무원 및 군인연금의 국가보전금 등)도 소득보장에 포함하였다. 확고하다고 볼 수 없고 다소 불명료한 점은 있지만 필자는 최대한 정부의 이러한 분류법에 기초하여 출범 2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소득보장제도의 성과와 과제를 검토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소득보장 관련 국정과제의 성과는 고사하고 그간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문제점은 없었는지, 향후 어떤 구체적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2023년 복지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살펴보자.

일단 그간의 추진 성과가 지나치게 부족하다. 작년 보건복지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문재인 정부 기간 새로운 소득보장제도(아동수당 도입,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노인 및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를 도입하고 대상 및 보장 수준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시장불평등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복지부는 소득보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요 정책성과로 약자 복지 기반 마련과 생애주기별 취약 대상맞춤 돌봄을 확대하였고,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 코로나19 대응, 바이오헬스 글로벌 도약 가능성 확인을 제시하였다. 다른 많은 성과가 있어도 굳이 넣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복지부가 밝힌 윤석열 정부 보건복지 주요 성과는 이게 전부다. 그나마 작년 9월 안상훈 사회수석이 발표하여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약자복지’도 긴급복지 및 자립수당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및 시간제보육개편, 노인재택의료센터 도입, 발달장애인돌봄대책 마련, 부모급여 도입 정도다. 이 가운데 소득보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양육수당을 확대하여 만 2세 미만 보호자에 매월 최대 70만원을 추가로 지급(단 보육료 바우처만큼 감액)하는 부모급여 도입 정도인데, 이마저도 아동수당법이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어 실제 집행이 될지, 언제 어느 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역대 최대 인상폭(5.47%)이라고 홍보한 기준중위소득도 사실상 그간 기재부 반대로 매번 무산됐던 것을 이번 정부 들어 ‘21년 합의한 로드맵대로 이행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상병수당 도입논의는 ‘시범사업 중’(25년 6월까지 예정)이라는 말 하나로 거의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사항이 없다. 생계급여 선정기준도 현행 기준중위소득 30%를 35%로 상향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고, 재산기준 완화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개선도 올해 8월에 나올 예정인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4~‘26)’에 반영하겠다는 정도의 계획을 제시한 정도다. 실업급여와 육아휴직 급여확대에 대해서는 일부 논의가 진행되었을 뿐 검토단계에 들어가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 특히 저소득계층의 소득 위기를 어떻게 보호했는지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는 성과조차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계획과 검토만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기초연금을 최대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국정과제는 매년 물가상승률만 반영해도 몇 년 안에 달성될 것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임기 말까지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윤석열 정부의 가장 왕성한(?) 소득보장 개선 노력은 국민연금개혁 논의로 모아질 것으로 보이나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논의가 지배적이다. 현 정부의 연금개혁에는 기금(돈) 운영만 있을 뿐 정작 국민의 안정적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신의 연금개혁의지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국정과제에서는 국회 설치로 선회하여 논란의 중심에서 피해가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이에 현재 4월 종료 예정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 일부 조정안이 확대 보도되는 등 논란만 확산되었을 뿐 정작 연금개혁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론화위 활동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최근 기업범죄 전문 검사 출신을 연기금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노동계 기금위원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해촉하였고, 찬반토론을 무시하고 안건을 상정하여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줄이고 이를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겠다며 표결처리를 강행하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물산 합병사건을 계기로 2020년 이후 기금의 거버넌스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단 3년만에 와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프랑스가 엄청난 대중적 공분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을 강행한 바를 배워 우리도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험료를 올리는 연금개혁을 달성하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건 비교 대상이 아니다. 프랑스는 정년을 연장하여 수급개시연령을 늦추자는 것으로, 사실은 수급개시연령이 아니라 정년연장, 즉 보다 오래 일하라는 정부의 개혁안을 대중들이 거부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실질은퇴연령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지만, 근속연수는 가장 짧은 국가이다. 젊을 때부터 다닌 안정적 직장에서 빨리 퇴직하면서 부득이 노인이 되어서 저임금 일이나마 놓지 못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당해연도에 걷은 보험료와 세금으로 당해에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연금보험료 28%를 걷어 소득대체율 60%(우리는 각각 9%, 42%)의 제도를 운영하는 프랑스의 연금개혁을 보고 우리도 개혁하자는 것은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더 하라는 걸 보고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의 음식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기만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연금기금의 기본 목적은 가입자의 안정적인 노후연금 지급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지속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적정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재정운용 전략을 가져야 하는가와 같은 인식의 흐름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적정 노후에 대한 고려 없이 연기금 고갈과 재정안정화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할 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국민연금의 제도적 기반이 훼손되거나 불안하다고 인식될수록 기금운용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지려고 욕망하는 기재부 등 재정권력과 민간 금융권은 반사이익을 얻는다. 실제 민간 금융회사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일부 연구집단들은 지속적으로 연기금의 고갈을 강조하고 국민연금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도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것을 보면, 정부와 재정안정화론자들은 국민연금기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활용 가치가 낮아 소위 경제 전체에 사중손실을 유발하는 수괴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연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논의는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라 재정안정이 목적이라고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로 기능한다. 하지만 연기금 및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기금투자수익률이나 보험료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의 문제라는 점은 명확하다. 전세계 가장 낮은 출생율과 그에 따른 빠른 속도의 고령화라는 제약조건 속에서 기금의 적극적인 사회적 보호의 역할을 방관한 채 기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재정 관료들과 재정안정화론자들의 주장은 사실상 국민연금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기금고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연금논의가 세대갈등으로 번져가는 지금의 상황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올해도 어김없이 기금재정재계산이 발표되었고 상당한 사회적 논란만 가중된 채 뚜렷한 해법이나 논의의 진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금과 노동시장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을 일부 양분삼아 집권에 성공한 현 정부는 정작 논의를 국회로 넘긴 채 위원회의 민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자기 사람 심기에 바쁜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글은 2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불안한 삶을 어떻게 얼마나 보호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쓴 글이다. 대체로 이런 종류의 글은 성과의 과오를 판단하고 더 나은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소득보장 성과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평가할 내용이 부족하다. 무엇인가를 했다면 그걸 평가하면 될 일이지만, 뭔가를 별로 하지 않은 상태라면 평가도 궁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최대의 우려는 무능이었다. 초기에는 주로 대통령 개인의 정치 및 국정운영 경험 부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었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정권 자체의 무관심이 문제가 아닐까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 약자복지라는 이상한 용어를 내세웠지만 정작 긴급복지, 자립수당, 기준중위소득에서 소폭 인상하고 기존 양육수당을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어느 정부 때나 그랬지만 정권이 바뀌면 취약계층들은 일말의 희망을 갖는다. 특히 소득과 건강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기가구라면 그러한 희망만이 거의 유력한 탈출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희망은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그나마 미약한 계획만이 있을 뿐이다. 남은 집권 기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박스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과 밥을 굶는 아이, 단칸방에서 맞는 고독사, 병원에 가지 못하는 장애인, 경제적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뼈아픈 사례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을까. 팬데믹이 휩쓴 가계의 불안은 과거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말로 포장되었던 자녀살해, 가족살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으로 파괴적인 모습으로 여전히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모든 정권이 동일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유사한 성과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백번 양보하여, 정부가 국민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데 능력이 부족할 수는 있다. 이는 다른 많은 정책자원들을 활용하면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관심은 다른 문제다. 부디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기를, 그리하여 남은 집권기간 동안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위험에 처한 국민들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라도 하는 국정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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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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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한국 노동시장 진단 – 불안정 고용, 임금 격차, 장시간 노동, 중대 재해 모두 심각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제 1년이 지났다. 출범 초기 ‘취임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낮은 지지율로 인해 가장 왕성해야 할 집권 1년 차에 정책 추진력이 미약해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할 만한 정책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책 성과가 아닌 정책 지향과 추진 동기를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토대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간략히 살펴볼 것이다.

먼저 고용현황이다. 1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와 노동시장 모두 침체기를 겪다가, 22년 초반부터 코로나 감염확산이 정체 또는 감소하고 각국이 팬데믹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양태를 보여줬다. 특히 급격히 침체되었던 노동시장의 경우 침체로 인한 기저효과와 포스트코로나에 따른 노동수요 증가로 일부 국가 또는 산업의 경우 노동력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수요가 증가해 고용량이 늘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23년 2월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고용 규모가 전년 대비 35.7만 명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1여 년간 지속돼 왔고, 증가 추세만 따지면 노동시장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증가 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에 그치고 있으며,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고용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21년 기준(OECD 통계, 통계청 제공) 한국의 고용률은 66.5%로 OECD 평균 69.7%에 비해 3%p 이상 낮다. 고용 규모로 따지면 대략 85만 명 정도가 추가 취업되어야 OECD 평균과 유사해진다. 

다음으로는 한국 노동시장의 오랜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9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1.4%에 해당한다. 간접고용 일부를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정부 추계로는 37.5%에 달한다.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나라마다 편차가 심해서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대표적 지표인 임시직(Tempo-rary workers, 쉽게 말하자면 계약직) 규모를 비교하는데, 한국의 경우 2021년 임시직 비중은 28.3%(정부 공식 통계)로 비교국 중 2번째로 많고, 일본(15.0%), 독일(11.4%), 영국(5.6%) 등과 비교할 때 심각히 높은 수준이다.

노동시간 역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의 오명을 못 벗어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의존적 취업자(노동자+특고+무급가족종사자) 연간 노동시간은 1,928시간으로 OECD 평균인 1,617시간에 비해 3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다. 1,300시간대에서 1,500시간대에 분포한 유럽 주요국에 비하면 최대 600시간까지 더 일하는 셈이다. 이를 주 40시간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1년에 7.5주(1.5개월) 이상을, 유럽 주요국에 비해 10~15주(최대 3개월) 정도 더 일한다. 

노동안전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한국의 산재 치명률(산재 발생 후 1년 내 사망자 비율)은 10만 명 당 4.3명이다. 이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OECD 가입국 중 멕시코, 튀르키예, 라트비아 다음으로 높다(2021년 ILO 통계). 산재 통계는 각국마다 산출 방식이 달라 ILO 통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대 산업재해가 여전히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주요국의 10만 명당 산재 치명률은 프랑스 2.5명, 스페인 2.1명, 일본 1.5명, 스웨덴 0.8명, 독일 0.7명 등이다(프랑스, 스페인, 독일은 2020년 자료).

노동시장 소득 격차도 심각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미국 다음으로 크다. 임금 10분위 배율(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수준)로 보면, 미국과 한국은 각각 4.84배와 3.60배에 달한다(2020년 기준).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이 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스웨덴으로 2.14배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는 34% 수준으로 OECD 평균 13%의 2.5배 수준으로 가장 심각하고, 다른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7번째로 크다(「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0」).

거꾸로 가는 노동정책, 현실이 아닌 이념과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책 추진 탓

요약하자면 세계 10위권의 경제 수준을 달성한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안정, 노동시간, 산업안전, 임금 불평등 등 주요 노동시장 지표가 모두 매우 처참한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교육과 더불어 노동개혁을 3대 개혁의 하나로 지목했다. 앞서 살펴본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노동개혁을 주요 개혁 과제로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직무성과급 도입 그리고 노조회계 투명성 제고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의 핵심은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한 연장노동 상한제의 단위 기준을 주 단위에서 월이나 분기, 반기, 연간으로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주 단위 연장노동 상한을 월 단위(=약 4.3주)로 환산하면 총 52시간이 된다. 그런데 단위 기준을 변경한다는 것은 그 기간 내에서 연장 노동시간 배분을 임의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간 총 연장 노동을 한 주에 몰아서 하게 한다면 현행 52시간(40+12)이던 주간 노동 상한이 최대 92시간(40+52)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연속 휴게시간 11시간 보장, 4시간마다 30분 휴게시간 부여 등을 가정하여 계산한 것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간 69시간 노동이다. 이 69시간을 두고 극단적인 가정이다, 아니다 논란을 하고 있고, 대통령은 갑자기 60시간 이상은 너무하다,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떤 계산이 맞는지, 더 현실적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 이미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는 야간노동을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DDT 살충제가 야간노동과 같은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한국정부는 과로사 인정 기준을 12주 평균 주당 60시간으로 설정하고 있다(이는 당연인정기준으로 이보다 적게 일하다 사망한 경우에도 관련성에 따라 과로사가 인정된다). 따라서 필요한 정책은 노동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춰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오히려 반대다. 도대체 왜?

직무성과급제 역시 마찬가지다. 직무급제의 장점은 같은 일에 대해 같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임금체계가 장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산별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기업규모, 고용형태,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심각한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는 기업 내 직무에 따른 별도 임금체계 적용을 의미한다. 이 경우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 축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업 내 직무 간 임금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근속에 따른 보상(즉, 호봉제적 성격)이 줄어들고 성과급 요소가 강화되면,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유일한 격차 해소 효과는 근속에 따른 격차 축소다. 하지만 이 역시 착시 현상일 수 있는데, 당장은 연령에 따른 격차가 축소되는 것처럼 보여도, 거꾸로 보면 신규 입사자의 향후 임금 인상 폭이 크게 제한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판 조삼모사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한에서 임금체계에 대한 결정은 노사 자율에 맡겨 온 것이 근대적 노동법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역시 이러한 노사 자율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임금체계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도대체 왜? 

현실 진단과 상관없이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변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미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파산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고자 하는 지향이 담겨 있다. 자본은 언제나 시장 상황에 따라 노동을 유연화하고 싶어한다. 노동 유연화를 극단적 정책으로 추구한 이념이 바로 신자유주의고, 그 대표적 방법이 비정규직 양산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매우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고, 20년째 그 비율이 정체돼 있다. 고용 유연화가 이뤄질 만큼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노동시간과 임금 유연화다. 

자본의 입장에서 극단적 고용 유연화는 경기 하강기 인력 조정에는 유리하지만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경기 상승기에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남긴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커진다면, 정규직 숙련노동자를 지속 채용하면서도 비정규직 사용과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직무별 별도 임금체계 적용과 근속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별 직무성과급 역시 마찬가지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철 지난 신자유주의 실험을 지속하고, 자본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지난 40년간 전세계가 목격한 불평등 확대와 사회적 분열의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분열을 정치 자양분으로 삼는 노조 적대화 노동정책

윤석열 정부가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하는 세 번째 과제는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정부가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의 회계를 강제로 공개시키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도 이해가 안 되지만, 노동조합 회계를 공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 어떤 노동정책 교과서에도 이와 같은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이 듣도 보도 못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취임 초 각종 인사 실패, 잦은 말실수로 인해 취임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윤석열 정부의 이례적인 리더십이 놓여 있다. 정부에 대한 주요 비판 세력인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진영논리를 강화해서 지지율 반등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부가 3대 개혁 중 하나로 선정한 노동 개혁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자본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관철하고 노동조합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권의 안위를 모색하겠다는 정치 공학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얄팍한 정치 공학으로 한순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민생을 챙기고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할 정치적 의지와 정책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어떤 판단과 행동을 보여 왔는지를 잊었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다시 그 행동과 결단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행동에 각인된 역사는 결코 쉽게 잊혀지거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1) 산재통계는 10만 명당 산재발생 수를 비교하는데, 국가마다 산재발생을 ‘보고’된 재해건수로 보는 경우와 ‘보상’된 재해건수로 보는 경우가 있고, 비교 대상을 전체 취업자, 전체 노동자, 전체 보험가입자, 준상용노동자 등으로 보는 경우가 달라 10만 명당 발생건수로 정확한 비교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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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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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긴축과 민영화로 공공의료를 공격하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의료정책을 폈다. 대통령 자신이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 관련 사회 서비스 산업부로 봐야”한다고 했고, “복지는 돈 쓰는 문제가 아니고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켜 준시장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팬데믹이 한창인 5월에 집권했다. 한국 당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2~4월 초과사망자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직후였다1)긴축과 맞물린 방역 완화 때문이었지만 열악한 공공의료가 낳은 재앙이기도 했다. 향후 심각한 팬데믹이 더 빈번하게 닥쳐올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새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반대였다.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부터 공공병원 설립이나 인력확충이 아니라 ‘민간병원 육성’을, 국민건강보험은 보장성 강화가 아닌 ‘지출효율화’와 ‘재정관리 강화’를 내세웠다. 반면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완화,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제시했다.2) 이런 기조가 지난 1년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했고 생태와 경제 등 다중위기에 시민들의 생명을 근본에서 위협했다.

코로나19, 각자도생 강요하며 국가책임 방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혹독한 각자도생 정책을 추구했다. 집권하자마자 ‘긴축재정’을 표방하더니3)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범위를 축소하고 재택치료비 지원을 중단했다. 돈을 아껴 감염병 고통을 서민에게 전가한 것이었다. 이는 ‘숨은 감염자’를 더 많이 늘렸다. 격리의무는 유지하면서 생계지원이 줄어 진단검사를 회피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공식 확인된 확진자는 크게 늘지 않는데도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 응급실이 코로나19 의심환자들로 적체되는 등 의료가 마비되었다.

정부는 의료대응역량도 축소했다. 6월부터 전국의 모든 생활치료센터 문을 닫아 고시원이나 장애인시설에서 거주하는 확진자는 격리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보건소에 연락해도 “알아서 민간 숙소를 찾으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또 정부는 ‘자율입원’을 확대했다. 국가의 병상배정 책임을 스스로 면제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알아서 병상을 찾아야 했고 민간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입원거부를 해도 막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정부는 그간 전담병원에 보상했던 지원을 아꼈다. 행정과 재정을 축소한 긴축대응이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7월부터 6차 유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백경란 질병청장은 “국가 주도 방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개인의 자발적 방역 참여만을 강조했다. 시민들은 ‘질병구경청’, ‘국가 도주 방역’이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그 결과 8월에는 하루 사망자가 83명으로 급증해 100여 일 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정부는 “독감처럼 받아들이라”면서 “입원해도 할 게 없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하는 것도, 입원치료가 의미 없다는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정부는 국민과 제대로 위험소통을 하지 않으며 방역을 포기했다. 사망자 증가에도 “일희일비 않겠다”고 하는 등 국민들의 삶과 죽음에 무감각했다.

공공의료 공격하며 민간병원 배불리기

후보시절부터였다. 2021년 1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윤석열 선대위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모든 병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언론과 함께 “정부가 민간병원만 쥐어짜고 공공병원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마타도어에 나선 것이다. 실상은 10%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70∼80%를 치료하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진료를 제외하면 모든 병상이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반면 민간병원들은 돈벌이 진료를 멈추지 않으려고 고작 1.5~ 3% 정도의 병상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수언론과 윤석열 후보는 이런 민간병원 돈벌이를 비호하면서, 공공병원에 입원해 있는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내쫓으라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이 주장이 관철돼 이듬해 1월 초까지 80여 명의 저소득층,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부 쫓겨나게 되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 후 국립중앙의료원을 공격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사업비를 삭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한 1,050병상을 76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의 보루이자 공공의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2019년 25.9%에 달하고 응급, 중증외상, 감염병, 심뇌혈관 등 필수 중증 의료 중앙센터 역할도 한다. 이런 병원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적어도 1,000병상은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기재부는 615억 원을 더 쓰지 않아 상징적 국가 병원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부자와 기업들에게는 향후 5년 간 수십~수백조 원을 감세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민영화도 추진했다. 공공병원이 민간에 위탁되면 수익성 중심 의료행위를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은 역사적 경험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고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앞장섰다. 경북 포항·김천·안동의료원, 대구의료원, 서산의료원 등이 그 대상으로 언급되었고, 가장 우선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성남시의료원이었다. 경영이 어렵고 시 재정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성남시의료원 경영 문제는 지난 3년 코로나19 치료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성남시의료원 뿐 아니다. 많은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의사 인력, 진료건수, 수술건수, 필수진료과 개설률, 의료수익 등이 크게 감소했다.4) 윤석열 정부는 공익을 위해 나섰다가 위기에 처한 공공병원 재정을 책임지고 지원하기는커녕 이를 핑계로 민간위탁하려 한다. 성남시의료원은 그나마 노동조합들과 시민운동의 만만치 않은 저항 때문에 민간위탁이 잠시 멈춰지게 되었지만 불씨가 여전하다.

새로 설립하기로 약속되거나 예정되었던 공공병원들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제2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첫 유행지인 대구에 짓기로 전 시장이 약속도 했지만, 윤석열 정권 등장과 홍준표 새 시장 당선 직후 무산되었다. 광주와 울산에 지어질 지방의료원도 기재부가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갔는데 ‘경제성’ 평가에 발목을 잡힐 것이 우려되고 있다. 지방의료원이 하나도 없는 몇 안 되는 대도시들에도 이토록 공공병원 설립이 불투명한 것은 경제논리에 생명과 건강을 종속시키는 정부 기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내용은 공공기관 예산절감, 인력감축,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축소, 자산매각을 포함하는 민영화 종합세트였다.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립대병원 정원을 감축하려 했다. 공공병원 간호사를 비롯한 인력은 평소에도 늘 부족해 허덕이고 과로하다 사직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그런 부족한 인력으로 감당하며 피눈물을 쏟았는데도, 정부는 인력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냉혹하게 줄이려 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공동파업으로 맞섰다. 투쟁의 성과로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들 중 정원 감축 대상에서 예외가 된 두 기관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 1년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공격을 대중운동으로 막아낸 사실상 유일한 사례였다.

오랜 시장주의 의료정책이 누적된 결과, 한국의 필수의료는 지난 한 해 심각한 붕괴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이 발생했는데도 긴급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서 사망했다. 2023년도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10%대였다. 길병원은 전공의가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병동을 폐쇄해 충격을 줬는데, 연달아 여러 병원들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대로 정부는 수가 인상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는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료를 올려 95%가 민간인 병원수익만 올려줄 정책이다. 병원이 돈을 더 번다고 전문의 고용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지난 십수 년간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의 강화이지만, 정부는 불평등과 시장주의를 강화할 오답만 내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을 내놓는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과잉진료를 유발하여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기존 보장 항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MRI와 초음파를 재검토 사항의 예로 들었고, 본인부담 상한제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했으며,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5)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치에 맞지 않다. 우선 한국의 건강보험 지출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어 보장성이 낮은 것이 문제이지 ‘재정 건전성’을 운운하며 긴축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 국가가 지출하거나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이 OECD 평균의 약 1.5배 적고,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거나 본인부담 의료비로 지출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은 거꾸로 약 1.5배 많은 나라다. 공적 지출이 적어 개인 부담이 높은 것이다. 입원비 건강보험 보장성이 67%로 OECD 평균 87%보다 매우 부족한 것으로도 나타난다. 또 과잉진료의 원인은 정부가 주장하듯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라 민간 의료공급자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다. 한국은 일인당 의사 진찰 건수가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인데 이는 OECD가 행위별수가제 때문이라고 해설한 바 있다. 높은 보장성이 과잉진료를 낳는다면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유럽 국가들은 그 문제가 심각해야 할테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은 민간병원들이 무분별하게 병상을 늘리고 CT, MRI도 OECD 평균의 1.7배를 보유하면서 갑상선, 무릎, 척추 수술을 외국의 몇 배나 하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많은 것이다.6) 또 실손보험이 비급여 확대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병원과 보험을 통제하지 않고 불필요한 의약품·의료기기를 규제완화로 무분별하게 시장진입시켜 비급여를 양산하면서 과잉진료 책임을 환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의 태도이다. 이는 철저히 기업주들의 주문에 따른 정책으로,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공공부문의 기업 지출을 줄이고 민간의료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7)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개인의료정보 상품화

이렇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면서 정부가 애쓰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넓혀주고 나아가 직접 치료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의 정책은 영리회사의 의료행위를 금지한 한국 의료체계의 공적 안전망을 허물고 보험사에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다.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로부터 시작해 의료서비스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HMO)로 나아가는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12개 업체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을 부여했다. 여기에는 삼성생명 가입자 대상 서비스, KB손해보험 자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비의료’라는 건 말 뿐이고 사실상 민간보험을 중심으로 영리기업의 의료행위를 허용한다. 건강증진, 예방, 재활은 WHO가 규정한 일차보건의료의 일부이며 만성질환은 관리가 다름 아닌 치료다. 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민영보험사에게 만성질환은 ‘직접치료’ 목적으로도 허용하겠다고 했고, 사업범위는 ‘포괄적’으로 확대해주었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사가 만성질환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면서 병원을 알선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8)

민간보험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전자전송하는 정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험사들이 환자 보험금 지급을 편하게 해 더 많이 지급하려고 이 정책에 혈안일 리 없다. 실제로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80%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유하기 위한 것이다. 소액진료 뿐 아니라 공보험 진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정보를 전산화·표준화된 형태로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이 통과되면 환자들은 보험금 지급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더 적게 받게 될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어떻게든 환자 개인 건강정보, 의료정보를 수집해서 환자를 선별하고 등급을 매겨서 보험료에 차등을 두거나 보장범위를 줄이려 한다. 정부가 정말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을 늘리고 싶다면 보건당국이 나서서 보험사들의 최저 지급률을 법제화하면 된다. 카지노와 로또에도 최저 지급기준이 있는데 민간보험은 그런 하한도 없이 완전히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는 비급여를 양산하고 그 비용을 천정부지로 올리며, 과잉진료를 일으키는 실손보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충분히 올리면 애초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개인의 건강정보·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 등 영리기업에 제공하려는 규제완화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심평원의 가명정보가 민간 보험사들에게 팔려나간 일도 폭로된 바 있다.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개인 식별이 충분히 가능한 정보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가명정보의 기업활용을 더 용이하게 하도록 법도 만들려 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헬스케어법’을 통해서다. 이 법에는 개인의 실명 의료정보를 기업에게 넘기는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내용도 있다. 각자에게 자신의 정보 통제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클릭 한 번에 민감한 의료·건강정보를 기업에 통째로 넘길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의료 마이데이터’라고도 부른다. 온갖 군데 흩어진 정보를 한 번에 기업에 넘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질병청,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의료기관, 웨어러블기기 등에 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는 작업도 이미 해두었다. 현행 의료법은 아무리 개인이 동의하더라도 제3자에게 함부로 전자정보를 전송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기업과 개인 간 권력격차가 있는 사회에서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호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정부는 개인 정보인권에 대한 이런 안전장치를 허물어 기업 돈벌이를 장려하려 한다.

플랫폼 민영화 원격의료 추진, ‘혁신’이라는 신기루로 규제 완화

올해 상반기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의료민영화 하나를 꼽자면 원격의료일 것이다. 원격의료는 단순히 의료를 대면으로 하는지 비대면으로 하는지에 관련한 사안이 아니다. 비대면 의료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다는 명목으로 영리기업에 의료시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영리기업에 원격의료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나오미 클라인이 말한 ‘재난자본주의’의 보편적 재현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정부는 팬데믹을 맞아 영리기업에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그 결과 캐나다는 원래 의료를 공공에서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원칙의 붕괴를 경험했다. 의료서비스가 유료화되어 환자 부담이 늘었고 민간의료보험 적용대상이 되었다. 또 원격의료 제도는 공공 보건의료자금이 영리기업으로 흐르는 통로가 되었다. 과다청구도 늘었다. 공공적 무상의료하에서는 불필요했던 돈벌이 과다청구가 자행되었다. 기업이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다루니 유출 사건도 더 쉽게 발생했다.9)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반복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에도 이미 ‘닥터나우’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의약품 오남용과 과잉처방을 부추겼다. 전문의약품이 버젓이 광고되었고, 의약품 선택서비스가 제공됐으며, 탈모약·여드름약 ‘성지’ 병원들이 생겨났다. 95%가 민간의료기관이라 안 그래도 과잉진료와 과잉처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또 복지부 2차관은 플랫폼 돈벌이는 수가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에는 의료로 돈벌이를 할 수 없었던 자본들은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택시’와 마찬가지로 의료로 영리를 추구할 것이고 그러면서 의료 생태계 자체를 상업적으로 왜곡시킬 것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명목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다른 예는 의료기기·의약품 규제완화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기술에는 기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제대로 된 안전·효과 평가를 생략하거나 유예하는 방식을 채택하려 한다. 이런 디지털 예외주의(digital exceptionalism)는 세계적 추세이나, 한국은 결코 다른 나라들에 못지않다.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기술 같은 ‘혁신 의료기술’은 기존에 잠재성 같은 별도 기준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선진입-후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10) ‘혁신’이란 안전과 효과가 명확히 입증돼 시민들과 환자들에게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부는 단지 ‘새로운 것’이면 다 ‘혁신’이라는 엉터리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최근 과방위를 통과한 ‘인공지능산업육성법안’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의료기술에 대해 선진입-후평가를 허용했고,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논의될 ‘규제과학혁신법’은 식품·의료기기·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총망라해 ‘예외주의’를 실현하려는 내용이다. 이런 규제완화는 공통적으로 기업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마루타 삼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며

윤석열 정부는 겨우 집권한 지 만 1년이 됐을 뿐인데도 이처럼 공공의료를 공격하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전방위적이었다. 긴축과 민영화가 고통과 죽음을 낳는다는 연구와 저서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만, 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들이야말로 그 구체적인 현실의 표본들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강력한 사회운동의 부재다. 이 정부 4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반복될 팬데믹·기후 재난과 경제위기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겪을 재앙과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다. 연대와 저항이 실로 절실한 이유다. 


1) Our World in Data – Statistics and Research. Coronavirus(COVID-19)

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2022.5

3) 기획재정부,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2022.7

4) 이흥훈,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의 현황과 회복을 위한 과제, 공공보건의료 회복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토론회, 2022.9.26

5)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2022.12.8

6) OECD health at a Glance 2019

7)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새정부 정책 혁신과제, 2022.4

8) 보건복지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2차, 2022.9

9) Canadian Health Coalition, NUPGE report warns against privatization through virtual health care, 2022.1.26

10) 관계부처 합동,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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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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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여성이 평생동안 아이를 낳는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22년에 0.78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회정책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의 결혼과 출산 결정은 한 개인의 생애과정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반해, 현재 주요하게 나타나는 관련 정책들은 출산 시기나 그 이후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 글은 출산에 맞추어진 초점을 그 이전의 단계, 즉 성인 이행기(the transition period to adulthood)에맞추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고 있고, 여기에 가중된 자립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의 접근이 실제 결혼과 출산 결정 유보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라면, 합계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은 비단 출산과 그 전후 시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성인 이행기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성인 이행기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여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기서는 오늘날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나아가는 과정, 즉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저출산 정책과 청년 정책의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길어진 성인 이행기: 교육기간, 혼인연령, 출산연령의 예

성인이 되는 것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만19세가 넘으면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만, 이 연령이 지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당장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성인 자각을 조사하였을 때 20대 초반의 성인 자각은 매우 낮은 편이었고,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절반 이상이 자신을 ‘가끔’ 혹은 ‘항상’성인이라고 느낀다고 하였다(유민상 외, 2022). 이는 이 시기가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의 전환기 혹은 이행기(transition period)가 나타나고, 길어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선진국들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아네뜨(Arnett, 2000)는 이러한 시기를 새로운 성인기 혹은 발현 성인기(emerging adulthood)라고 불렀는데,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시기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안정된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가 등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법적으로 성인 연령이 되면 바로 노동시장에 나가거나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시기가 근래에 들어 대학교육이나 훈련을 받고 직업생활을 하고 조금 늦게 결혼과 출산을 하는 시기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리고 성인 이행기의 자립을 지원하는 국가 수준의 청년 정책의 출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길어진 성인 이행기를 보여주는 지표와 이를 어렵게 만드는 지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길어진 교육 기간

현대 산업사회는 과거에 비해 긴 교육이나 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오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많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대학원 학위를 추가적으로 필요로 하는 직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학 입학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높은 고등교육 진학률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10% 남짓하던 대학진학률(고등교육 진학률)은 2020년대 70%를 넘어서고 있다. 그 이상의 역량을 쌓기 위해 방학이나 휴학 기간 중 추가적인 경쟁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휴학과 졸업 유예 등으로 이러한 시기를 더 늘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2) 늦어진 혼인 시기

혼인 시기도 점차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1990년에 여성의 평균 혼인 연령은 24.78세였으나 2021년에는 31.08세로 높아졌고, 2022년에는 31.3세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별 혼인율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더 잘 눈에 띈다. 1990년대 여성의 혼인은 20대 후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2022년에는 30대 초반의 혼인율이 가장 높아졌다. 여전히 여성들은 사회가 주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연령 규범의 부담을 안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전보다 늦게 혼인을 하거나 아예 혼인을 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서 탈표준화되고 있다. 이러한 탈표준화의 방향에 결혼이나 출산을 빨리 하려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고 있고, 반대로 결혼과 출산의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3) 늦어진 출산 시기

혼인 시기가 늦어지면서 출산 시기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2000년에만 하더라도 여성은 평균적으로 20대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는 경우가 가장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 시기의 다른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상태로 인생 경로의 탈표준화를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4) 성인 이행기 지연 요인으로서의 높은 니트 비율

이상에서 살펴본 것은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 단계로의 시간이 연장된 이유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까지가 더 험난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타당하다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자주 경험하게 된 니트 상태(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표준화되는 인생 경로

지금까지 길어진 성인 이행기를 보여주는 지표와 이를 어렵게 만드는 지표에 대해 살펴보았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이 인생의 중요한 단계이며 개인이 따라야 하는 사회 규범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많은 이들이 결혼이 적합하다는 사회적 시기에 따라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동기 혹은 추동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 단계 혹은 표준화된 단계는 점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적인 생애 과업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과업으로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변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2020년에 시행한 「청소년종합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13-24세의 청소년들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에 대해 39.1%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2017년 51.0%에 비해 12%p 가량 하락한 수치이다. 특히 남자는 42.9%, 여자는 34.8%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나타나는 변화라는 걸 보여준다. ‘결혼을 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에 대해서는 60.3%가 동의하였다. 이는 2017년 조사 결과인 46.1%에 비해 증가한 수치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 ‘반드시’ 결혼이나 출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점차 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점차적으로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역시 ‘선택’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2016년~2021년까지 시행한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2016년 결혼과 출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전체의 50%가 넘었으나, 2021년 조사에서는 30%대로 줄어들었다. 대신 결혼과 출산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청년들의 비율이 가장 많아졌다. ‘결혼할 필요 없음’과 ‘자녀를 가질 필요 없음’은 각각 6.6%와 7.3%로 아직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혼과 출산은 반드시 해야 할 인생 과업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선택할 수 있는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요컨대 모든 사람이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가 원하고 있으므로 여전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다만 이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지만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과 환경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준화된 인생경로를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인생경로를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삶의 질 지원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저출산 정책과 청년 정책의 방향

이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저출산 정책은 더 생애주기적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고,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성인 이행기 동안의 자립 지원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성인 이행기에 있는 청년들이 자립을 하고, 그 이후 새로운 사회적 결속과 재생산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련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이는 청년 정책의 영역도 아니었고 저출산 정책의 영역도 아니었으나, 이제는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정책 영역이 된 것이다. 청년 정책에서 성인 이행기 자립을 지원하고, 저출산 정책에서 그 이후의 재생산과 관련된 지원을 담당하되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청년 정책에서 모호하고 상징적으로만 다루어졌던 성인 이행기 자립에 대한 개념적 명확화와 실행 방안 정책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책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다. 첫째, 성인 이행기 니트 청년의 지원이 필요하다. 성인 이행기가 지연되는데 일조하고 있는 니트 상태와 관련하여, 청년들이 니트 상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 더 확대되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는 정책은 개인이 가진 권리 차원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권리적 차원의 정책지원은 유럽의 청년 보장(youth guarantee)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인 이행기 자립 시기를 앞당겨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그리고 결혼자금을 마련하느라 길어지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학자금 상환을 위해 긴 시간을 쓰는 청년들을 위해 보편적인 무료 대학 교육을 상상해볼 수 있고, 교육 시기의 장학금과 생활비와 같은 지원금(stipend), 주거비 지원도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고등교육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을 상환하기 위해 쓰는 시간을 앞당겨줄 것이다. 셋째, 성인 이행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에 개인과 가족의 지원에 의해 지원되고 투자되었던 교육, 결혼, 출산에 대한 부담을 사회적 부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불균등하게 가족의 투자와 지원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던 성인 이행기의 자립이 사회적 지원을 통해 보편적으로 균형 있게 이루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현 청년세대의 자립을 지원하여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갖기 위해 고려해야 할 장기적 부담(자녀에 대한 교육/취업/결혼 지원)을 줄여주는데 기여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길어지는 성인 이행기는 단순히 개인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거대한 변화이다. 이는 특정 세대를 탓하고 출산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힘든 성인 이행기를 경험한 청년들, 그리고 그 이후 단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청년들에게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는 캠페인은 의미 없게 들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사회정책적 함의는 “사회정책이 국가적 이익과 사회적 효용을 위하여 개인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이 원하는 삶의 형태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인생에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선택한 경로에 대해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되길 기대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이 글은 2023년 2월 22일 보건복지부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발표된 ‘성인 이행기 청년의 결혼, 출산 인식과 함의’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해당 발표는 ‘유민상, 신동훈, 신영규, 박미희(2022).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II: 성인 이행기 청년의 자립. 세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고서를 요약한 것임을 밝힌다

참고문헌

김기헌, 유민상, 배정희, 신동훈, 정지운(2021). 니트 등 비경제활동 청년층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세종: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2020). 2020 청소년종합실태조사. 서울: 여성가족부

유민상, 신동훈, 신영규, 박미희(2022).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II: 성인 이행기 청년의 자립. 세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Arnett, J. J. (2000). Emerging adulthood: A theory of development from the late teens through the twenties. American psychologist, 55(5),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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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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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무모, 영인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

이 글에서는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을 가르지 않고,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비인간 동물의 수를 셀 때 ‘마리’가 아닌 ‘명(命)’을 사용합니다.

현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위치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들과 맺는 관계는 각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1)이란 개념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비인간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나가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법적으로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에 준하는 존재로 다뤄졌다. 그렇기에 학대 사건이 벌어져도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죄목은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범죄인 재물손괴죄였으며, 동물 학대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동물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향상과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한국 법무부는 지난 2021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국회에 계류 중이다.

종차별주의

동물 학대를 강력히 처벌하고, 다른 종에게로 공감을 확대해나가고자 하는 흐름은 반길만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동물을 종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종차별주의(speciesism)2) 가 만연하다. 특정 종의 동물들, 구체적으로는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소위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미약한 법규가 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 동물들이 번식되고 사육되며 죽임당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은 관행이자 합법으로 널리 인정된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의 규모는 지난 어느 시대보다도 거대해졌고, 그만큼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한 처사도 잔혹해졌다. 비인간 동물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이 아닌 이윤을 위한 도구로 대해진다.

우리 인간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비인간 동물들을 크게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로 분류하여 극도로 다르게 대우해왔다. 종차별주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구분하고, 비인간 동물 중에서도 특정 종의 동물만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는 오로지 인간의 기준이며, 인간의 이익을 침범한다고 여겨지면 ‘보호할 대상’에서 ‘유해조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새벽이생추어리의 탄생

2020년 5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생추어리인 새벽이생추어리는 뿌리 깊은 종차별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물권 단체이다. 생추어리(sanctuary)란 사전적 의미로 ‘안식처’, ‘피난처’를 뜻하는데,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식 축산업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동물들을 구조하여 돌보는 시설이 생겨나면서 지금과 같은 의미의 동물 생추어리가 확산되었다. 인간이 만든 시설 중 가장 동물권에 입각한 공간인 생추어리는 다른 어떤 목적보다도 그곳에 거주하는 동물의 안온한 삶을 가장 우선시하며,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의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들의 돌봄을 책임진다. 동물보호소나 동물원과 다르게 동물을 사거나 입양 보내지 않고, 더 이상 동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며, 동물을 전시하거나 체험에 동원하는 등 인간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다. 동물 한 명 한 명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습성과 욕구에 맞춘 환경을 제공하며, 아플 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현재 새벽이생추어리에는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open rescue)3)된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쓸모를 잃자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 구조된 돼지 잔디가 산다.

우리 사회에서 ‘가축’으로 불리는 종인 돼지는 고기를 생산하는 것과 동물실험을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며 각각 공장식 축산과 동물실험 산업4)에서 막대한 규모로 희생된다.

돼지도 반려동물로 불리는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인간과도 다를 바 없이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지닌 존재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그렇게 해야만 거대한 자본이 계속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그렇게 외면당하여 잊혀지고 가려져 온 동물들의 삶을 드러내는 활동을 한다.

돼지다움 그 너머 새벽이답게, 잔디답게 사는 삶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돼지다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알리며 우리 사회가 비인간 동물들로부터 어떤 삶을 빼앗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새벽이와 잔디는 돼지 본연의 습성대로 부드러운 땅을 코로 파며 탐색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감정표현을 한다. 

축산 농가에 사는 돼지들은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기에 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배변 활동을 한다. 땀샘이 없는 돼지는 본래 진흙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하는데, 축산 농가의 돼지들은 자신의 오물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새벽이와 잔디는 스스로 자는 곳과 배변 활동을 하는 공간을 분리하여 생활하며, 더운 여름에는 진흙목욕을 하며 살아간다.

같은 돼지 종이지만 새벽이와 잔디는 서로 체격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이 달라 단순히 ‘돼지’라는 하나의 분류로 묶일 수 없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간들 사이에도 ‘너’와 ‘나’가 분명히 구분되듯이, 새벽이에게는 새벽이다움이 있고 잔디에게는 잔디다움이 있다. 그들은 각자 개별성과 고유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알림으로써, 어떤 인간 동물권 활동가보다도 강력한 목소리를 지닌 새벽이와 잔디를 대변해왔다.

폭력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가는 새벽이와 잔디

생후 2주차에 구조되었음에도 새벽이의 몸엔 종돈장에서 겪은 여러 폭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악한 종돈장 환경 탓에 새벽이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고 치료가 필요했다. 새벽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꼬리가 잘리고 송곳니를 뽑혔다. 이는 새끼 돼지들이 변변한 환경적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의 귀와 꼬리를 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남성으로 태어난 새벽이는 고기에서 나는 웅취를 없앤다는 이유로 거세당했다. 이 모든 일들은 축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관행으로 마취 없이 진행된다.

잔디는 실험동물로 쓰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구를 작게 만들고 피부색을 희게 만든 종의 돼지이다. 잔디가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고개를 허우적거리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수의사에 따르면 잔디 코의 모양이 선천적으로 기형이고 이는 근친 교배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원하는 특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인간 동물을 선택적으로 교배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개변했다. 이 과정에서 비인간 동물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나 해당 종의 복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젖소의 유방은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젖을 생산하도록 개변되었고, 닭과 칠면조는 거대한 가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주저앉는다. 고기로 키워지는 돼지들은 평균 6개월령에 도살되는데, 단기간 빠르게 살찌우기 위해 성장촉진제가 사용된다. 인위적으로 비대하게 커진 몸을 버티기에 돼지의 관절은 너무 약하다. 새벽이 또한 관절 건강을 위해 평생 식단 조절을 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새벽이와 잔디는 이미 인간에 의해 장애를 입고 기형으로 태어났다. ‘고기’와 ‘실험동물’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강제로 몸을 개변시킨 결과, 다양한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은 인간이 행한 폭력을 가감 없이 증언하며 성찰하게 만든다.

축산업의 가려진 비용

축산업에서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메탄, 이산화질소가 배출되며, 가축을 키울 공간 및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진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1/3은 가축의 먹이로 이용된다. 누군가는 고기를 그 어느 시대보다 쉽고 값싸게 소비하고 함부로 버리기까지 하는 현실이지만, 이 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고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비좁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자 더 많은 항생제와 살균제가 사용된다. 그리고 항생제 남용은 내성 있는 병원균을 만들어낸다.5)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고 있다. 밍크, 수달, 여우 등의 포유류가 감염되어 집단으로 죽은 것이 확인되면서 ‘조류발 팬데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6)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확산을 용이하게 만드는 밀집된 환경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높인다. 매년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비인간 동물이 살처분7)되었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가에서는 총 6만 5,404명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는데,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감염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예방적으로 살처분된 인근 농가의 돼지는 그 5배가 넘는 34만 3,13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동물들이 산 채로 매장된 땅에선 침출수가 흐르고, 이는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동물권은 비인간 동물만을 위한 것일까

2017년 경북의 한 돼지 농장에서는 이주 노동자 두 명이 돼지 분뇨로 막힌 구멍을 뚫기 위해 집수조에 들어갔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었다. 사장의 지시로 어떤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일을 진행하다 발생한 인재였다.9)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후 과로사, 자살 등으로 공무원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정부는 살처분 인력을 외주화하여 용역을 주고 일용직 노동자로 대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불안정한 신분에,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왔다.10)

축사 인근 주민들은 축사 악취와 소음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혐오 시설인 축사는 땅값이 싸고 사람이 적은 지방에 위치하며, 도시의 사람들은 돼지, 소, 닭을 평생 마주치지 않고도 깨끗하게 손질된 고기를 마트에서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로만 남는다. 지금과 같은 지나친 육식 소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누가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지는 가려진다. 공장식 축산은 종차별주의뿐 아니라 도시와 지방 간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지속된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자들은 비인간 동물과 인간 구분 없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 동물권의 문제는 비인간 동물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권은 인간 사회의 빈곤, 생태, 공공 보건, 노동자들의 권리 등 인권을 포괄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맺는 대안적 관계를 제시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수의 돌봄 활동가(‘보듬이’)를 모집하여 일정 기간 매주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 돌봄하며 관계를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살아있는 돼지를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사회에서 새벽이와 잔디를 직접 만나 그들의 고유함을 알아가는 경험은 특별하다.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는 사회에서 평생 살아왔다. 새벽이와 잔디가 봄을 맞아 푹신하게 녹은 땅을 밟으며 신나게 뛰는 모습, 햇볕 아래 따사로움을 느끼며 평온하게 잠든 모습은 그들이 고기로 당연하게 태어난 것이 아님을, 그들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주체적인 생명으로 태어났음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절되었던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안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된다.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새벽이와 잔디는 생추어리의 주인이고, 방문하는 인간은 손님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기에 생각과 달리 실패하기도 하고, 자신 안의 뿌리 깊은 종차별을 마주하는 날도 많지만, 더 나은 태도와 관계맺음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인간은 비인간 동물을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시혜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해방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로 여기며 돌봄이란 방식으로 연대하고자 한다.

돌봄 활동은 직접 몸을 움직여 생추어리의 거주 동물을 보듬는 활동이기 때문에, 글이나 말, 교육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가치를 체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돌봄 활동에서 얻은 여운은 도시로 돌아온 일상에서도 지속되어, 당연하게 여겨온 관념들에 더 많은 균열을 내고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모든 동물의 해방을 꿈꾸는, 새벽이생추어리

새벽이생추어리는 모든 사람이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간 동물이 다른 종의 동물, 자연과 맺고 있는 착취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 없는 비거니즘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벽이생추어리가 말하고자 하는 동물권은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지 않고 그 누구도 고통 속에서 생식 능력을 착취당하며 번식 당하지 않을 권리, 죽임당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을 권리, 평생의 자유를 억압당하며 구속당하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삶을 통해 단절되었던 존재들과 연결되는 충만함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변화에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1) 비거니즘(Veganism)을 실천하는 사람. 비거니즘을 완전 채식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식(食)에만 한정된 개념은 아니다.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치관이자 철학으로, 의식주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말한다

2) 특정 종에 속한 개체가 다른 종에 속한 개체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열등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기반하여 차별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

3) 활동가들이 신원을 감추지 않고 농장에 들어가 동물들이 겪는 폭력적인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조하는 직접행동을 말하며, 폭력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구조할 권리’를 확립하려는 활동이다. 새벽이는 2019년 7월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 활동가들에 의해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되었다. DxE(디엑스이)는 전지구적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로 알려진 동물권 운동 단체이다. 디엑스이 미국 활동가들은 미국 내 이뤄진 초국적 거대 축산 기업을 상대로 한 공개구조에 대해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22년 10월과 2023년 3월 각각 소송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가 선고되었다(※출처①: ‘학대’ 새끼돼지 구조해 절도죄로 기소…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 오마이뉴스, 손가영, 2022-10-10, ※출처②: dxekorea 인스타그램)

4) 잔디가 태어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희생된 실험 동물의 수는 4,141,433명이다. ‘운 좋게 살아남은’ 잔디만이 생추어리에서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출처: 2020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 동물 사용실태)

5) 【공장식 축산을 고발한다②】 가축이 병들 때 사람만 건강할 수는 없다, 뉴스퀘스트, 박민수, 2022-09-20

6) [기후환경 리포트] 코로나19 다음은 H5N1? 조류발 팬데믹 인간 위협, MBC, 현인아, 2023-02-27

7) 가축 살처분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동물을 죽여 없앰으로써 전염병의 전파를 막는 일종의 예방법이다. 한국의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 기준에 대해서는 축산 농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예방적 살처분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며, 살처분 현장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강도 높은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8)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중 84% 예방 차원 시행,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2022-10-12

9) 돼지똥통에 빠진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연합뉴스, 성도현, 2022-12-20

10) “한해 50억만 벌었으면”…AI 살처분을 기다리는 사람들, 한겨레, 황춘화, 2019-02-16

참고문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송은주(옮긴이), 민음사, 2011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남종영, 북트리터, 2022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이마즈 유리·장한길(옮긴이), 오월의 봄, 2020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향기,은영,섬나리, 호밀밭,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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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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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개성공단의 위기! 해법은?- 개성공단 기존 법제와 질서를 넘어 패러다임의 과감한 ...
목, 2015/05/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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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아프다고?” 대통령 와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불경하게도 생뚱맞았다. 재임 중 대통령이 아프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었다. 우산을 직접 드시던데, 무거웠나? 누리꾼들은 신속하게 국가원수가 아픈 것은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고 알려줬다. 누리꾼들은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보도자료를 왜 내는지 의심스럽다 선동했다. 나쁜 사람들! 아프다잖아! 위경련과 인두염.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이미지=한겨레21)



‘아픈 사람이 있다’ 소리쳤지만

비슷한 때, 엄마 한 명도 병원으로 실려갔다. 네 개의 갈비뼈에 금이 갔지. 그녀 아이가 지난해 이맘때 바다에 빠진 날이었지. 엄마가 한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남미 순방 같은 어마어마한 일은커녕, 밤늦은 서울 종로 거리에서 광화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지. 이 길도 막고 저 길도 막고. 가는 길목마다 알뜰히도 서 있던 경찰들의 촘촘한 경비구역을 뺑뺑 돌고 있었지. 어느 곳에서 경찰과 밀고 밀리다 넘어진 거야. 말에 따르면 경찰이 엄마를 손으로 확 밀쳤다고. 엄마는 화단 모서리에 옆구리를 부딪치며 넘어졌고. 그때 이미 골절이 시작되었는지 고통을 호소하며 울었지. 다른 이가 엄마를 안고 유리문에 기대서 119에 전화했겠지. 누워서 울고 있는 엄마를 분명히 보고도 경찰은 방패로 밀어붙였다지. ‘아픈 사람이 있다’ 소리쳤지만 아랑곳없이 밀어붙였다지. 밑에 깔린 엄마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고. 화난 사람들이 울부짖자 지휘관은 이렇게 말했다지. “입 닥치고 그 안에 가만히 있으라.”

누가 그런 말을 하더군. “대통령은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일 때 국가의 얼굴이다. 국가가 아프고 국가가 울기도 하는가, 기묘한 일이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국민이 그걸 보게 해. 몰라도 되는 사실을 자꾸 알게 한다는 거지. 정말 알고 싶은 건 알 수가 없는데. 죽은 자의 유서에 등장한 정부 전·현직 각료들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데, 그게 대통령과 무관한지 알고 싶거든. 살아 있던 목숨들이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는데, 그 순간 국가는 무얼 했는지, 긴박했던 7시간 동안 당신은 도대체 어디 계셨는지. 사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들은 그런 것이거든. 그런데 그건 알면 안 된다는 거지. 알고 싶어서 만들어낸 특별법은 대통령 시행령으로 짓뭉개버리고 있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주기 날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충고를 하고 허겁지겁 공항을 빠져나가는 그토록 인간적인 모습 말고.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책임지는 국가의 모습인데, 그건 영 보여주지도 알려주지도 않아.

철옹성 같은 차벽에 산산이 깨진 마음

아프시다니까, 사람들은 어김없이 여당에 투표하잖아. 존재감으로 치자면 부끄럽기 한량없는 어느 야당은 말도 말자고. 선거라는 게 웃기기 그지없어서 민심의 반영으로 읽히지. 그러니 그걸 믿고 밀어붙인다고 해. 그렇게 되면 다음은 이른바 ‘공안 정국’ 같은 거 아니겠어. 아픈 대통령 모함하고 최고 존엄에 항거한 자들에 대한 구속과 손해배상 청구 같은 것이지. 아, 그렇긴 해… 아프다는데, 병문안 못 갈망정 그러면 안 되지. 한데 지난 1년간 당신들 철옹성 같은 차벽에 산산이 깨진 마음은 어떻게 배상해주려나. 비통함을 계산기로 두드릴 수 있다면, 나는 저 청와대 뒤 인왕산을 청구하겠어. 그 산에 살고 죽어, 민심을 못 살피는 통치자의 꿈에 밤마다 시뻘건 피 흘리며 찾아가려고. 국가로부터 구조 못 받고 죽은 자식 기일 날, 또한 국가에 의해 뼈가 부러진 엄마의 고통이 바로 진짜 인간의 얼굴이라는 걸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2015. 5. 6. 한겨레21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한겨레21] 외면 당한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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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5/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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