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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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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익명 (미확인) | 일, 2017/01/01- 17:11

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이태호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인원 300명 중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우왕좌왕하던 국회가 촛불민심에 의해 견인된 결과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즉각퇴진을 외쳐온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탄핵된 상태였다. 그런데, 광장의 외침은 박근혜 개인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없는 국가, 그 민낯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가 촛불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항의는 이미 대학가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나붙었을 때, 그리고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국가는 없었다”라고 국민 모두가 개탄했을 때 이미 격화되고 있었다.

 

 

무너지는 낡은 체제와 위태로운 시민

 

문제는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그 체제다. 다행히 박근혜-최순실의 국정파괴 행위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환상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어떤 동상도 국정교과서도 이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가질 순 없다. 실제로 모든 지표는 고도성장과 낙수효과에 대한 환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같은 동굴 속의 그림자로 개인의 희생과 순종을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인 양극화, 출산율의 저하와 인구절벽,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극단적 증가, 남-녀간 정규직-비정규직간 최악의 임금격차,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 부채, 최악의 자살률 등 모든 조건들이 불평등과 특권에 분노하는 거리의 촛불에 휘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의제의 위기와 자유로운 시민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던 한국의 보수정치는 파산했다. 그들은 국민에게 가져다 준 것은 ‘국민 없는 국가’였다. 현 상황을 보수의 민주적 개과천선의 결과로 해석하려는 조선일보류의 아전인수가 가당찮은 것과 마찬가지로, 탄핵안 가결을 야당의 정치적 승리로 보는 것도 큰 착각일 수 있다. 광장에 나온 시민은 기존의 정당체제나 조합 등의 사회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들이며, 복지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사회적 돌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즉 위태로운 분노한 시민들이다. 이들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야당도 한 몫 했다. 이 점에서 정치권 전체는 살림, 돌봄, 생명과 안전, 주권자의 권리행사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참여 민주주의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겸허히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특권층의 실상과 또 하나의 게이트

 

청문회나 검찰 수사, 그리고 각종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제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낡은 체제의 수혜자인 특권층은 상상한 것 이하로 저열하고 시대착오적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대 같은 재벌기업들, 관료집단과 공안세력들, 독재자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집권여당 등 지난 30년간 별다른 개혁 없이 이 체제를 재생산해온 온갖 특권집단들의 민낯은 영화나 드라마의 그것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어쩌면 더욱 심각하고 구조적인, 또 다른 국정농단 게이트가 있다. 김기춘, 우병우, 그리고 황교안 총리 등이 간여했던 정치검찰출신들의 공작정치, 국정농단 게이트가 그것이다. 김영환 비망록 등으로 그 일부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경이 모두 간여되어 있다. 부패한 분단안보국가의 적폐가 아직 규명되거나 처벌되지 않은 채 황교안 체제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구악을 파헤쳐 개혁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은 계속된다.

 

 

탄핵 이후의 과제들

 

박근혜는 즉각 사퇴하여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직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박씨 개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고 나라 전체에는 ‘국정공백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박근혜 직무정지 이후의 대행체제는 박근혜 2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국정농단의 폐해를 회복하는데 최대한 기여하고, 국민통합과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국정관리에 한정하는 중립적인 체제여야 한다. 대행체제는 또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조기대선이 이루어지기까지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행체제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모두 공작정치를 중단하고, 국정원과 검·경·군의 엄정중립을 보장하며,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과거 국정농단과 적폐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등 국정농단과 적폐와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은폐하지 말고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 같은 국민합의 없는 갈등유발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주변국과 큰 외교적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되는 사드배치, 한일정보보호협정 같은 민감한 외교안보사안들은 유보해야 한다.

 

 

황교안 체제는 제2의 박근혜 체제

 

이런 일을 하기에 황교안 총리는 적임자가 아니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는 대행체제를 맡은 자격이 없다. 우선 그에게 중립적인 국정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황교안은 민주인사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공안검사이자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서,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법무부 장관 재직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등 공작정치에 앞장섰고, 김기춘, 우병우 등 정치검찰 출신들의 공작정치를 일관되게 비호하여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대표적인 부역인사다. 일각에서는 총리마저 사퇴하면 국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황교안의 존재가 안정적인 국정관리나 국민통합에 큰 장애가 된다. 그가 사퇴하고 부총리가 대행체제를 맡는 것이 더 낫다.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촛불집회를 이끈 주체는 ‘자유롭고 위태로운’ 행동하는 주권자들이었다. 촛불은 국민 없는 국가, 주권자 없는 정치에 대한 항의였고, 자구적이고 합헌적인 저항행동이었다. 이 항의에 내재하는 무수한 사회적 난제들은 궁극적으로 정치의 개혁,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의 과두제와 진입장벽은 정치개혁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치와 분권의 확대와 주권자의 발의권-감사권-소환권-심판권의 강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각종 소수정당 진입장벽의 철폐, 모든 면에서의 국회의 개방과 특권의 축소 등 국회와 과두정당 자신의 개혁대안을 먼저 내놓고, 다른 개혁조치를 말해야 한다. 또한 헌법 개정 문제를 국회의원끼리 밀실에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퇴진이 완수되기까지 헌법 개정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그 이후에도 개헌이 과연 필요한 지 국민의 의사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헌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이 논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헌법개정 절차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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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분석하고 정책을 이해하다

 

김경훈 | 서울복지시민연대 간사

 

 

서울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거대한 규모의 서울이 어떠한 철학적 바탕 위에 운영되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서울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만들어나갈지 구상하는 것은 철학적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서울의 철학적 사고를 들여다보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그러나 서울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울시의 정책방향을 읽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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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시 예산분석학교에 참여한 시민들> ⓒ서울복지시민연대

 

서울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일개 서울시민으로서 이러한 개별 정책을 분석하고 지향점을 판단하는 것은 고사하고 정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개별 정책들이 모여 일정한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방향성은 예산의 분배 구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산의 구조와 흐름만 읽을 수 있다면 서울시의 정책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바탕 위에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시 예산분석학교를 열었다. 2018 예산분석학교는 8월 21일부터 10월 2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참여예산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고, 시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참여예산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광범위한 시민 거버넌스의 토대를 만드는 한편, 시민 재정 전문가를 양성하여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산분석학교에서는 예산분석의 총론부터 각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예산분석 경험이 전무한 시민들은 본 강의만 들어도 어떻게 예산분석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다양한 강의자의 구성에 따른 이들의 예산분석 경험과 관점 그리고 방법 등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예산을 분석하고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싶은데 막상 실행하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할 때가 많다. 그러한 고민 지점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예산을 분석할 자료를 구하는 것이다. 예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서울시가 매년 성과주의 예산개요와 개별사업 계획서 등을 작성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화번호부와 같이 두꺼운 성과주의 예산개요를 보면, 각 부문별 세부사업내역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간략하게 사업명, 사업개요, 예산(증감)만 나와 있기 때문에 세부적 내용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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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시 예산분석학교의 강의를 듣고 있는 시민들> ⓒ서울복지시민연대

 

따라서 28조원(순계)에 달하는 서울시 예산을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사업의 우선순위, 재원규모, 분야별․사업별 추진계획 등을 살피면 되는데, 이러한 내용은 중기지방재정계획에 잘 나와 있다. 그리고 사업부서별 예산의 세부편성기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예산서를 보면 된다. 즉, 중기지방재정계획서를 통해 서울시 예산의 큰 윤곽을 잡아 나가고, 예산서로 관심 있는 분야의 세부 사업을 살펴나가면, 예산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를 균형 있게 분석할 수 있다.

 

예산분석이라고 하면 일반 시민과는 동떨어진 일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각도 기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분석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자치구에 적용해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살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예산낭비사업 등에 대해 건설적 비판과 그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반 시민이 재정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고 참여 민주주의를 직접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월, 2018/10/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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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야학, 세상이 감추고 싶은 곳에서 시작되는 변화

 

 

검치 | 홈리스야학 교사대표

달자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인터뷰 및 정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홈리스야학은 올해로 11년을 맞는다. ‘주말배움터’로 시작했던 홈리스를 위한 교실은 어느덧 정규과정이 편성된 야간 학교로 발전했다. 작년 10주년 평가회를 인터뷰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2018년 가을학기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홈리스행동을 찾았다. 한국 사회가 아직도 흔히 ‘노숙인’으로만 여기는 사람들, 화려하고 깨끗한 도시가 항상 감추려하는 존재인 홈리스. 사회에서 단절된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고, 잃어버린 권리를 함께 찾기 위해 헌신하는 홈리스야학의 교사와 활동가의 이야기를 최대한 생생히 싣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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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3. 복지동향과 인터뷰 중인 달자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참여연대

 

홈리스야학이 워낙 좋은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도 많은 인터뷰를 했을 것 같다

(달자) 주요 언론과도 몇 번 인터뷰를 했지만, 항상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어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 활동가로서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야 했는데. 그동안은 상투적인 말들만 내뱉은 것 같다.

 

홈리스야학에 언제부터 참여하게 됐나

(검치) 2014년부터 활동했다. 중간에 잠시 군대를 다녀오는 시기도 있었기에, 이제 만 2년을 채운 것 같다.

(달자) 2008년부터 자원활동 교사로 야학에 참여했고, 지금은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현재 홈리스야학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달자) 봄, 가을 학기제로 운영하고 있다. 홈리스야학의 전신인 주말배움터부터 비슷한 형태로 운영했다. 학기를 준비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방학 기간도 필요했다.

(검치) 야학과 유사한 형태의 학교들도 학기제로 운영되고 있다.

 

홈리스야학에 대한 작년 10주년 평가는 어땠나

(달자) 과거 야학에 참여하셨던 분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려 평가 설문을 실시했다. 당시 교사로 활동했던 상임활동가, 자원활동가의 평가도 들었다. 이후 야학발전위원회를 꾸렸고, 앞으로 1년 간 10주년 평가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설문조사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향후 계획들을 수립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아직 구체적인 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9월 초까지 12차례의 회의를 통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홈리스야햑의 과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검치) 야학의 과목은 기본, 문화취미, 권리교실 크게 3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 과목은 한글, 영어, 컴퓨터로 구성되고, 문화취미 과목은 건강, 요리, 노래 과목으로 구성되며, 권리교실 과목은 홈리스교실이 있다. 참고로 저는 영어를 맡고 있다.

(달자) 저는 컴퓨터를 맡고 있다. 홈리스의 정보접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컴퓨터 교육을 시작했다. 컴퓨터 교실이 따로 있긴 하지만, 컴퓨터가 총 7대밖에 없어서 기초반, 활용반으로 나눠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에서 교육 내용을 구성하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한글로 따지면 ‘가나다’부터 교육한다고 보면 된다. 타자를 치는 것, 컴퓨터를 켜고 끄는 법, 마우스를 쥐는 법부터 시작한다.

 

건강 수업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검치) 날씨가 좋을 때는 실외에서 공놀이를 하기도 한다. 시합이나 경쟁이 될 수 있는 형태는 피한다. 실내에서 스트레칭 수업을 할 때도 있다. 건강권과 관련한 이론 수업을 한 적도 있다.

(달자) 요가나 몸살림 수업도 한 적이 있다. 지난 학기부터 돌을 소재로 활용하는 전각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과 그에 필요한 교재는 어떻게 준비하나

(달자) 교실마다 다른데 한글 과목과 컴퓨터 기초 과목은 기존의 책을 교재로 활용한다. 그 외의 대부분의 과목은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제작한다.

(검치) 영어 수업도 교재를 직접 만들고 있다. 기초 영어 수준의 단계도 야학에서 교육하기엔 내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글씨 크기도 야학 학생들이 읽기에 너무 작다. 영어 단어 하나하나의 뜻과 발음하는 법도 함께 알 수 있어야 한다.

(달자) 한글 과목도 교재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교재의 내용을 학생들이 알기 쉬운 비유로 변형하기도 한다. 컴퓨터 과목도 매 수업마다 별도의 PPT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사들이 수업을 위해 품을 굉장히 많이 들이고 있다.

(검치) 매 학기마다 학생의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사나 수준 차이도 변한다. 교재도 그에 맞게 매번 업데이트하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시각자료 등을 용이하게 만들려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홈리스지원시설에서도 홈리스야학과 같은 교육을 하고 있는가

(달자) 이미 인문학 교실 같은 수업들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보통 지자체 지원을 받고 있고, 종합복지관에는 컴퓨터 교실, 미술 교실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시설에 갔다가 홈리스야학으로 오는 분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종합복지관과 같은 시설이 분명 홈리스야학보다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홈리스야학이 1:1 수업을 하는 느낌으로 학생들을 더 세심하게 배려한다고. 아무래도 종합복지관 같은 시설은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뒤처지는 사람을 신경 쓰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홈리스야학에 드는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달자) 한 학기에 적게는 500만 원 정도 예산을 책정한다. 2009년부터 서울시,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프로젝트를 신청해서 지원을 받고, 홈리스행동의 예산도 같이 사용한다. 홈리스야학 운영에 필요한 식료품 구입비, 소풍비, 모꼬지, 회의비의 지출이 가장 크다.

 

무척 적은 예산인데, 홈리스야학을 진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가?

(달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야학 기간 중에는 10~15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식탁을 차릴 때 누군가 ‘만원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예산을 아끼고 아껴서 1만 원의 범위에서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잘 먹어야 팔 다리에 힘도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데. 이번 추석에도 홀로 지내는 사람들과 송편을 만들고 명절나기를 함께한다.

(검치) 식사를 함께하는 분들에게 상징적으로 1천 원을 받고는 있지만, 대부분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그마저도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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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3. 복지동향과 인터뷰 중인 검치 홈리스야학 교사대표> ⓒ참여연대

 

현재 활동 중인 홈리스야학 교사는 총 몇 명인가?

(검치) 현재 11명 정도 된다. 현재 활동하는 교사 중에는 지난 학기에 새로 오신 분도 있고, 오래된 분들도 있다. 이번 학기에 홈리스 관련 활동을 하다가 새로 참여하신 분도 두 분 있다.

(달자) 야학 학기를 시작할 때마다 느끼지만 매번 교사의 수가 부족하다. 교사 한 분당 학생을 5~6명씩 맡아야 되는데, 수업을 리드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학생마다 개성이 뛰어난 면도 있고,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교사 입장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로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지?

(달자) 학생들이 대부분의 수업은 좋게 평가하는데, 유독 컴퓨터 과목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지나치게 ‘민주적’으로 수업을 운영했다는 평도 있었다.

(검치)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알기에 대부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특히 야학에 특화된 교재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노력은 확실히 인정받는다.

(달자) 학생들은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하는 것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느낀다. 학생들이 표현하는 만족이라는 부분은 수업의 질과도 당연히 연관이 있겠지만, 교사와의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크게 기인한다.

 

교사 입장에서 필요한 지원은 없는가

(검치) 딱히 없다. 교재나 장비 등 필요한 부분은 이미 지원을 받고 있다.

(달자) 이런 말을 하는 교사들에게 항상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수업을 하고, 회의를 하다보면 막상 교사들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시간조차 없는데.

 

홈리스야학의 학생들은 공교육 과정에서도 소외된 경험이 있지 않은지

(달자) 확실히 그런 학생이 많다. 다만 면밀하게 각자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각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생활나눔 수업을 갖는다. 학생들이 그 수업에서 서로 지난 시간을 어떻게 지냈는지 공유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학생들을 위한 기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는 고민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내심 학생회에서 그런 역할을 맡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경제적인 문제가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 눈에 곧바로 띄기 마련인데, 그럴 경우는 즉시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검치) 처음부터 인적사항을 물어보는 것이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당사자가 말하기 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교사들도 수업에서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는다.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각자의 이해도나 관심도는 자연스럽게 파악되기 마련이고, 학생들의 상황을 수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달자) 2016년도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중퇴가 거의 평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학 학생 중에는 주민등록도 없이 살아왔던 분도 있다. ㄱ, ㄴ, ㄷ도 배워본 적이 없는 분도 있었다.

(검치) 영어 수업에서도 영어 단어들을 쉽게 익힐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리면 학교에서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야학을 통해 알게 돼서 너무 좋다고 표현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공교육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역할을 홈리스야학이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야학에 참여하신 분들이 홈리스행동의 활동가로 성장한 경우도 있는지

(달자) 홈리스야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이 지금 홈리스행동의 자원활동가로 성장해, 인권지킴이를 비롯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원활동가들은 거리에 계신 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홈리스가 맞닥뜨리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은 무료급식장에서 홈리스에게 물을 나눠주면서 허락 없이 홍보성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봉사단체의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서울시장에게 직접 민원을 넣기도 했다.

(검치)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수업 이외의 활동들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10주년 평가에서도 제기된 내용이지만, 수업의 내용도 당사자들이 활동가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달자) 물론이다.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당사자 조직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권지킴이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는데, 홈리스야학이 당사자들의 성장을 돕는 중간과정으로서의 역할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 인권지킴이 활동 중 거리에 계신 분들을 만나서, 주거지원과 기초생활수급 신청까지 연계해 당사자들이 일정한 삶에 안착하게 되면, 그 분들을 홈리스야학에 초대하고 권리교실 등을 통해 또 다른 인권지킴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필자의 지인도 홈리스야학이나 인권지킴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달자) 잘 알고 있다. 홈리스야학은 학생회라는 자치 조직을 두고 있는데, 그 분을 포함해 야학 학생들이 성장해서 학생회를 이끌어 갈 정도로 성장하는 분들도 있다.

 

홈리스야학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지

(달자) 홈리스야학은 홈리스의 권리를 함께 찾아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다. 홈리스가 잃어버린 권리, 혹은 처음부터 몰랐기 때문에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권리의 의미를 함께 찾고 싶다. 당사자들은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시혜와 동정에 머무른 지원에 체득하고, ‘나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라고 모든 것을 해석한다. 홈리스들은 스스로를 권리의 주체로 여긴다기보다, 도움을 받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홈리스야학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누구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검치) 사회서비스의 수급체계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수급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부터 당사자의 기를 죽이고, 낙인감을 주는 문제부터 없어져야 한다. 마치 신청자를 탈락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여러 복잡한 기준들도 정비해야 한다. 생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취미나 문화적인 생활에도 눈을 돌릴 수 있을 텐데. 가난한 사람들이 삶의 기본적인 필요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달자) 꼭 홈리스야학과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홈리스 당사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까이에 있는 동자동사랑방, 돈의동 해뜨는사랑방 같은 커뮤니티를 보더라도 주민들이 직접 조직을 이루고 소통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시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검치) 홈리스야학 같은 커뮤니티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의 다른 도시에서도 분명 이런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홈리스야학에 교사 또는 학생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검치) 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신청을 받고 있다. 내년 2월에 교사를 다시 모집할 예정인데, 홈리스행동 페이스북 페이지나 야학 교사들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모집 기간과 관계없이 연락해주셔도 좋다. 교사로 참여하기 위한 자격은 따로 두지 않는다. 전문성을 요하지도 않고, 담당 과목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분들이면 된다. 홈리스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갈 의지가 있고, 당사자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데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 신청하면 좋겠다.

(달자) 학생들의 경우 쪽방, 노숙인시설, 거리 등에서 포스터를 배포해서 모집하고 있다. 신청 자격도 홈리스로 한정하지 않는다. 주거가 불안정한 취약계층이 주로 신청하고, 관심이 있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거리 홈리스도 많이 찾아오시고,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도 높다. 수급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의 수급신청을 돕기도 하고,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건강보험이나 채무 등의 복지상담도 하고 있다.

 

홈리스야학의 교사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검치) 막상 홈리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소통하기 전까지는 막연한 당위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홈리스야학 수업 공간에 오면 홈리스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야학에서는 학생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밥을 같이 먹고, 서로의 존재에 대해 더 알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흔히 우리의 시선을 형성하게 되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홈리스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주체로 그려지지 않는다.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홈리스가 글을 쓴다든지, 노래를 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야학에서는 수업이나 동아리, MT 등을 통해 권리를 잃은 사람들이 교실에 모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취미를 얻어 삶의 즐거움을 찾고 고립된 환경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도울 수 있고, 그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홈리스도 우리와 같은 시민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홈리스야학에 교사로 참여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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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와 함께 작성한 홈리스 인권선언문> ⓒ홈리스행동

 

교실 곳곳에 붙어있는 홈리스 인권선언과 성평등 실천문에 대해 설명해달라

(달자) 인권운동 사랑방 활동가가 인권을 주제로 권리교실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 분이 장애인 인권선언을 만든 적이 있어서, 홈리스 인권선언도 만들어보자고 했다. 학생들이 직접 쓴 문구들을 편집해서 교실에 붙여 놨다. 홈리스 추모제에서 함께 낭독한 경험도 있으니, 야학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검치) 성평등 실천문은 교사회에서 주도해서 만들었다.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될 당시, 홈리스야학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성평등 실천문을 만들기 전에는 피해자가 공론화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식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루트가 생겼다.

 

홈리스야학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검치) 가끔 주말 아침에 같이 영화를 보러가는 관계가 생겼다. 처음에 문화카드로 영화를 보여주겠다며 제안했을 때는 귀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밥도 사드리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된 지금은 나에게도 즐거운 경험이다. 삼촌처럼 친근하기도 하고.

(달자) 그 분이 원래 혼자서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검치 선생님과 그런 경험을 쌓은 후에는 혼자서도 영화를 보러 다닌다. 글을 읽지 못했던 분이 이제는 직접 예매도 한다. 혼자서 그런 문화적인 생화를 누릴 수 있는 계기를 같이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검치) 그것까진 몰랐다. 지난주에도 같이 영화를 보고 왔는데.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하는 시간만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데, 소풍이든 모꼬지든 그런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자) 홈리스야학에 오래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즐겁다. 한국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특징이겠지만, 금전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 관계가 단절되고 대부분 그로 인한 상처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상처가 곪기도 하고. 홈리스야학에 처음 찾아온 분들 중에도 누군가 말을 걸면 대뜸 화부터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조차도 홈리스야학에 참여하게 되면서 점점 유해지고, 다른 학생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또 홈리스야학에서 기초학문을 익힌 분들이 함께 길을 걸을 때 간판을 읽는다든지, 낙서를 한다든지, 컴퓨터로 페이스북을 한다든지. 그런 모습을 볼 때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얻은 것 같아 감동이 인다.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검치) 홈리스야학에 참여하면서, 홈리스는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직접 소통하면서 공통점을 많이 찾게 된다. 영화도 같이 볼 수 있게 되고. 사회적으로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도 홈리스의 상태에만 관심을 갖지, 멀리서는 사람 대 사람, 즉 관계의 문제로 접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홈리스는 우리 사회가 도움을 줘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얼마든지 서로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도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은 교사들이 정의감만으로 홈리스야학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공간, 이 커뮤니티에 올 때마다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와 닿는다. 홈리스야학에 참여했던 경험을 글로 만들어 학보신문에 게재해서 많은 문의를 받은 적도 있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달자) 누군가는 평생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는 아주 작은 면이지만, 홈리스야학에 참여하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감추고 싶은 곳을 직접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사치로 여겼던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데도 홈리스야학이 분명히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달자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의 말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그는 컴퓨터, 공기청정기, 제습기 등의 장비를 날개로 달면 좋겠다는 필자의 제안도 고사했다. 다만 홈리스야학 학생들의 영양 상태를 고려한 식료품 또는 식료품 구입을 위한 금액은 언제든 환영한다는 뜻을 전해, 홈리스행동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긴다.

 

<홈리스행동>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83길 28-1
전화: 02-2634-4331
이메일: [email protected]

월, 2018/10/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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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이 독자들께 닿기까지의 이야기

 

김잔디 | 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들어가며

대학생 때부터 복지동향의 정기구독자였다가 복지동향을 발행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시민으로서 2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20년 동안 매월 빠짐없이 복지동향을 발행하는 것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수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간사들에게는 많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복지동향을 발행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명감, 달리 말하면 부담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그 부담을 내려놓고 다시 구독자의 위치에서 복지동향을 접하다 보니 복지동향이 가진 의미와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함께 기획된 다른 특집 글의 필자들께서 복지동향의 역사적 의의와 앞으로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룬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편집간사로서 복지동향을 제작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참여연대 회원들을 포함한 구독자들께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복지동향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란다.

 

복지동향만이 특별한 이유

복지동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읽히는 사회복지분야 월간지다. 사회복지분야의 최신 정보와 뜨거운 논쟁이 궁금하다면 복지동향을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복지동향은 사회복지분야뿐만 아니라 노동, 조세‧재정, 인권 등 사회정책 전반의 이슈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간결하고 깊이 있게 담아왔다.

 

물론, 사회복지분야에 다양한 간행물이 발행되고 있다. 사회정책분야 학술지부터 사회복지 관련 협회의 전문잡지, 정부기관 소속 연구원의 간행물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간행물로써 사회복지분야 전반의 아젠다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복지동향에는 분명 다른 것이 있다. 복지동향을 제외한 대부분의 간행물은 정부나 준정부기관의 지원에 의존하여 발행된다. 반면 복지동향은 정기구독자, 참여연대 회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관심과 기여를 통해 제작되고 발행되어 왔다.

 

정부기관의 소속이거나 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다룰 수 있는 주제와 필자 구성에 제한이 생기기 마련이다. 복지동향도 원고 분량, 주제 선정, 필자 섭외 등에 대한 기준과 논의절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과 절차가 다양성과 진보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사회복지분야의 다른 간행물에 비해 다양한 주장과 논쟁을 자유롭게 소개해 왔다. 학술적 전문성을 가진 필자부터 현장에서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 지역운동가까지 다양한 필자구성을 가지고 있다. 주제도 대표적인 사회정책 이슈(사회보험, 사회서비스, 공공부조, 복지국가 등)부터 사회복지시설, 지역복지, 여성, 이주민, 노동, 조세‧재정, 주거, 모금 등 사회 전반의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복지동향은 학술적인 접근과 대중적 접근을 모두 고려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발행되는 사회복지분야 간행물 대부분이 학술적인 내용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학술지나 연구기관의 정기간행물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지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언어와 각색이 필요하다. 그래서 복지동향의 글은 그 분량을 제한하고 있고, 대중적 이해를 고려한 원고요청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도 시민과 사회복지분야 이해당사자들이 관심 갖는 것들을 우선으로 다뤄왔다. 이런 점에서 복지동향은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매체다.

 

복지동향의 모든 필자들은 원고료 없이 자발적으로 기고에 참여하고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복지동향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편집위원, 편집간사, 출판사까지 최소한의 제작비용을 제외하고는 재정적 지원 없이 자원으로 참여해왔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복지동향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없다면 발행이 불가능한 제작 환경이다. 그래서 편집간사로서는 복지동향 표지에 나오는 필자들과 마지막 페이지에 표기되는 발생인, 편집인, 편집위원장, 편집위원, 편집간사, 발행처, 편집‧제작에 속한 사람들이 몹시 소중하고 감사하다.

 

사회정책 또는 사회복지는 한국사회의 주류에 속하는 쟁점이 아니었다. 경제성장을 통한 부의 분배에 중점을 두고 국가가 운영되기 때문에, 사회복지는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시민사회계나 정치운동 세력 내에서도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진보적인 시민사회나 정치세력으로부터도 노동의 가치보다는 뒤떨어지는 개념으로서 취급되거나, 자본주의에 편승한 순응적 산물로서 무시되었다. 그 반대세력에서는 사회복지나 복지국가는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훼손하고,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을 받아왔다. 참여연대는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시민이 권리로서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복지 아젠다를 소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복지동향을 제작하고 있다.

 

한 권의 복지동향이 나오기까지

복지동향은 편집위원회와 편집간사를 중심으로 제작된다. 편집간사 또는 편집위원회에서 <기획주제>를 정하고 필자를 선정한다. 이 외에도 <동향>, <복지톡>, <복지칼럼>, <생생복지>, <열린광장> 코너의 내용을 구성하고 필자를 섭외하다 보면 매월 10명의 필자를 선정하고, 섭외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제작 일정에 맞춰 원고를 받아 검토를 한다. 제목 추가여부, 비문이나 오탈자 수정, 관련 이미지 추가, 원고 분량 확인 등 편집을 거쳐 출판사에 넘기면 출판사가 인쇄를 위한 편집을 다시 한다. 그 사이에 편집간사는 발송자 명단을 발송업체에 보낸다. 복지동향은 정기구독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후원회원, 필자 등에게 발송된다. 이 모든 과정은 주로 편집간사가 주도하는데, 1명이 담당하기도 했고, 격월로 2명이 번갈아가며 진행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코너는 <기획주제>이다. 주제에 따라 전문 분야별로 구성된 편집위원들에게 기획주제 구성을 요청하기도 하고, 편집간사가 기획한 구성을 편집위원들에게 검토받기도 한다. 필자 구성에서도 편집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필자섭외를 편집위원이 직접 하기도 한다.

 

편집간사 입장에서는 복지동향 제작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업무가 원고 취합이다. 원고료를 따로 드리지 않기 때문에 필자들에게 원고를 독촉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항상 넉넉한 기간을 두고 원고를 요청하지만 간혹 아주 난처하게 하는 필자들이 있다. 마감 기한을 코앞에 두고 필자가 원고 기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기한을 한참 넘겨 원고를 주는 경우에는 결국 발행일정을 미루기도 한다. 그래서 편집간사 마음 깊숙한 곳에는 필자블랙리스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업무로는 각 코너를 구성하는 업무가 있다. 가장 최근의 복지 쟁점들을 잘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종 토론회, 학술대회, 언론기사, 국회 법안, 연기기관 보고서 등 참고하기도 한다. 매년 반복되는 주제들(선거공약 및 정부의 복지정책 평가, 보건복지 예산 분석 등)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각 발행기간에 맞춰 가장 최신의 주제들로 구성하려고 한다. 그래도 편집위원장을 비롯한 편집위원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매월 발행이 가능한 것이다.

 

20년 동안 복지동향은 계속 변화해왔다. 표지부터 글씨 크기, 단의 구성, 이미지의 활용까지 편집위원회와 편집간사는 일정 기간마다 복지동향을 개편했다. 오랜 구독자라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표지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故신영복 선생님의 제자(題字)로 쓰인 ‘복지동향’은 그대로 두고, 좀 더 친근한 이미지의 표지를 제작했다. 제목에 쓰이는 글씨체도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했고, 전반적인 글씨 크기와 문단 구성도 2단으로 변경하였다. 또한 줄글을 계속 넣기보다는 주제와 관련된 사진이나 이미지를 적절히 추가해서 흑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구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고 있다. 원고의 전체 분량도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한다. 또한 종이의 질이나 무게도 고려한다. 이 모두 가독성을 고려한 변화였다. 현재는 제작비용이나 환경을 감안해서 재생지를 쓰고 있다. 뒤표지와 여백의 공간도 적극 활용한다.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참여연대에서 하고 있는 중요한 캠페인을 홍보하는 데에 활용하기도 한다. ‘복동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숨겨진 구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목차 구성도 많은 논의와 고민을 통해 변화해왔다. 현재의 구성은 사회복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더 많이 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복지톡>을 통해 사회복지현장의 다양한 구성원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복지분야 관련 종사자, 의사, 활동가, 시민, 교수, 정치인 등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을 소개한다. <복지칼럼>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신진 실행위원들을 중심으로 복지국가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기고글을 소개하고 있다. 한 필자가 일정 기간을 연속으로 기고하기도 하고,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칼럼을 쓰기도 한다. <생생복지>는 지역복지운동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다. 참여연대가 국회나 보건복지부와 같이 중앙정부의 사회정책에 대응하는 조직이라면, 전국에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사회복지 아젠다를 가지고 활동하는 지역복지운동단체가 있다. 이들이 모여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를 발족하였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복지국가를 위한 지역적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형제복지원 문제를 전하기도 했고, 인천과 충북에서는 지역복지재단 설치와 관련된 쟁점도 다뤘었다. 경기도에서는 민관 거버넌스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고, 관악구에서는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줬다.

 

감사한 사람들

이번 20주년을 통해 그간 원고를 기꺼이 기고해주신 모든 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촉박한 기간으로 원고요청을 드려도 기쁘게 응해주신 분들도 많았고, 기획주제에 따라서는 몇 개월을 연속으로 원고를 요청했던 분들도 많았지만 거절하신 분은 거의 없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섭외한 필자보다는 아직 대면 한 번 하지 못하고 전화통화로만 원고요청을 수락해주신 분들이 더 많다. 그만큼 복지국가나 사회복지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참여연대의 활동과 복지동향의 취지에 동의하고 참여하려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또한 편집간사의 잦은 연락과 채근에도 적극적으로 편집과정에 참여해주신 여러 편집위원장을 비롯한 편집위원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원고요청이 촉박하게 거절된 경우에는 대신 원고를 써주신 적도 있었고, 복지동향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각 대학의 도서관부터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복지동향을 적극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20년 동안 복지동향 발행을 주도했던 많은 편집간사들에게 감사드린다. 20년 중에 4년 7개월 동안 복지동향 발행에 편집간사로 참여하면서 간혹 폐간을 고민할 정도로 지치고 힘든 순간이 있었다. 참신한 주제를 찾지 못하거나, 필자섭외에 난항을 겪기도 하고, 발행일을 맞추지 못하면 극심한 압박을 받기 때문에 복지동향 업무는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더욱이 편집간사들은 편집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하는 모든 일을 수행하는 동시에 복지동향 발행업무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들과 동료활동가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행될 수 있었다. 또 늘어나는 구독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편집위원과 필자, 출판사인 나눔의 집까지 모두 애정을 가지고 복지동향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간사들도 소홀하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이경민 전 편집간사는 복지동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최근의 복지동향 개편과 구독자 증가는 이경민 간사의 주도적인 추진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끝으로 매년 35,0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정기구독하시는 구독자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후원하시는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애독자인 곽경인 회원님은 페이스북에 복지동향을 여러 차례 홍보해주셨다, 광장종합사회복지관 복지동향 공부모임 등 복지동향을 통해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구독자도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 복지동향을 판매하고 싶다는 사장님도 계셨고, 외국 교수가 연구자료로 활용할 의도로 구매의사를 밝혀온 적도 있었다. 수많은 간행물이 봉투도 벗겨지지 않은 채 버려지기도 하지만 복지동향만큼은 꼭 구독자들에게 읽혀지길 바란다.

 

남은 과제들

복지동향이 지속적으로 그 역할을 해내려면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도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 중 몇 가지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우선, 원고료 지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간 적은 금액이라도 원고료를 지급하자는 의견, 활동가, 신진학자 등 적절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필자일 경우에 한해서만 원고료를 지급하자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원고료 없이 원고를 받고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원고료 지급계획을 수립하거나, 원고료 지급 없는 간행물로 원칙을 지속하는 등의 논의가 내부에서 충분히 있어야 필자 섭외과정에서 자주 제기되는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구독자 확대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제는 종이를 통해 글을 소비하기보다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좋은 글을 지면이나 유료 학술정보제공 플랫폼뿐만 아니라 SNS, 홈페이지, 이메일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비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배제되지 않은 방안도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지금은 참여연대 회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편집간사로 참여하는 동안, 복지동향 제작에 대한 업무과중으로 조직 내에서 지원을 요청하거나 고충을 토로하면 복지동향을 폐간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항상 등장했었다. 이것은 복지동향에 대해 참여연대 조직 내부 의사결정자들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복지동향 발행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자원을 투입하는지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 많은 구독자들이 존재하고, 사회복지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참여연대가 제작하는 또 다른 월간지인 ‘참여사회’는 복지동향에 비해 훨씬 많은 재원과 인력을 투자하지만, 복지동향은 참여사회에 비하면 더 적은 재원과 인력 투입에도 질적으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법 개정, 사회복지제도의 도입, 대중 캠페인, 노동 및 시민사회와의 연대활동, 관계부처의 감시 등 참여연대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만큼 복지동향도 복지 확대에 중요한 운동방식이다. 참여연대가 다루는 사회쟁점들이 많다보니 모든 이슈에 대해서 조직구성원 모두가 완벽히 이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구성원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복지동향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해주길 바란다.

 

마치며

글을 쓰고 기고한다는 것도, 돈을 내고 그 글을 읽는 것도, 글을 모아 매달 책으로 제작하는 것까지 모두 누군가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만 발생할 수 있는 행동이다. 누군가가 열심히 쌓아 놓은 지식을 종이 위에 짜임새 있게 담아내면 지면이나 모니터 화면을 통해 누군가는 읽고 이해하고 나누게 되는 이 과정이 모두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참여방식의 하나이기 때문에 복지동향은 반드시 필요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아직 복지동향을 모른다면 지금 당장 구독하길 자신 있게 권한다.

월, 2018/10/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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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활동가의 경험과 지역복지 운동의 미래

: 인천평화복지연대 활동을 중심으로

 

 

신진영 |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처장

 

 

지역복지운동단체의 출발과 복지동향

 

1987년 노동자 대투쟁 후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운동이 활성화되었다. 시민운동의 활성화, 학술단체협의회 등 학술운동의 대두와 함께 노동자계급의 대규모 요구와 투쟁은 사회복지에도 변화를 가져왔으며, 초보적이지만 2단계 의료보험통합논의, 공동육아운동, 사회복지예산확보운동, 장애인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운동이 나타났다. 1990년대 들어 시민사회단체는 사회복지 이슈 제기 및 제도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전국을 단위로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광역단위에서는 경기도를 비롯하여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지에서, 기초단위에서는 서울 관악구, 충남 천안 등 지역별 사회복지운동단체들의 활동이 활성화되었다.

 

지역주민운동에서 생활영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운동 확장 차원에서 고민이 발전한 것이다. 인천 역시 이러한 고민 속에 2006년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를 창립하였고 2015년에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와 통합하여 현재 ‘인천평화복지연대’로 활동 중이다.

 

이렇듯 지역별로 한 단체 정도가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하다보니 고민을 함께 나눌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98년 복지동향이 창간되었고 1999년에 발간된 복지동향에는 부산, 충남 천안, 대구, 광주의 지역복지운동단체들이 소개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몇 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5년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발족하였다. 복지동향은 시민과 현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동서남북’, ‘생생복지’라는 꼭지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였고, 네트워크 소속 단체 활동가들이 지역통신원으로 참여하였다. 네트워크의 출발과 고민을 함께 해준 복지동향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고민의 확장

우리 단체의 창립 시기에는 시민들과 함께 복지는 시혜와 자선이 아니라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한 사회복지 교육 프로그램인 ‘사회복지대학’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항하는 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 사회복지예산분석 등의 사업을 시작하였다. 복지와 보건은 반드시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체명에도 복지와 보건을 함께 사용하였다. 보건복지 통합이라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보건복지 연계정책개발, 공공의료 강화, 보편적 복지로서 건강사업과 예방사업을 추진하였다. 사회복지 관련 전문 의제에서 시작해서 주민참여예산운동을 매개로 행정과 재정의 감시 및 주민참여운동으로 발전해갔다. “시민을 복지와 정치의 주인으로! 지역복지공동체 건설!”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7대 의제사업을 시행했다. 7대 의제사업은 주민참여예산운동, 사회복지종사자 권익옹호 운동, 교육 불평등 해소 운동, 보육 공공성 강화 운동, 아름다운 동네 공동체 만들기 운동, 공공의료 강화 운동, 복지시설 민주화 운동이었다. 활동은 다방면적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부문운동에서 전체 지역사회 운동으로 확장되어 갔다. 창립 후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과 통합의 과정에서 처음에 고민하였던 건강권, 복지권, 인권 등 보편적 복지운동에서 시민자치 운동으로 좀 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창립초기만 하더라도 보편적 복지 정책 제기만으로도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대두되었던 복지국가에 관한 논의는 보편적 복지 개념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켰다.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는 운동적 목표설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복지종사자와 시민을 복지의 주체로 세우는 운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시민을 단순한 복지수혜자가 아니라 복지서비스와 복지정책의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복지운동 과제의 확장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질서, 그로 인한 양극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모든 것이 상품화 되었고 시장이 전 사회를 지배하는 체제가 되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의 양상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빈곤문제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 시민의 생명을 자본의 이해로 바꿔버린 안전문제, 남북 간의 분단체제, 지구의 생태문제 등이 인간의 안녕을 상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특히나 인천의 경우 남북한 간의 군사적 분쟁의 주요지역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평화도시만들기 운동이 인천지역 시민운동의 주요 이슈이다. 이념적으로 ‘퍼주기복지=빨갱이’라는 등식으로 이해되는 분단체제의 한국사회 이념스펙트럼은 매우 ‘우클릭’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운동의 확산뿐만 아니라 평화운동을 통해 분단과 전쟁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연평도해전과 폭격으로 남북 분쟁의 상징이 되어 있는 인천에서의 평화운동은 모든 인천시민운동이 피해갈 수 없는 의제인 것이다. 이렇듯 지역복지운동은 사회위험 전반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의 과제를 확장해야 한다. 북서 유럽의 복지국가들도 변화하는 경제사회 환경에 끊임없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며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당장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본고에서는 현재 고민 중인 지역복지 실현의 장인 지방정부의 역할과 주체형성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나누고자 한다.

 

지방정부에 바란다

급변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복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복지정책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되어 있지 않고, 역할 분담의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그 결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복지가 핵심의제로 떠오른 2000년대 이후 누리과정 등 재원분담 문제, 복지축소로 귀결된 지방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적용 등이 그 실례다.

 

특히나 인천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재정건전화를 위한 부채 감축을 시정의 최대 목표를 삼았다. 그 과정에서 자체 복지사업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유사·중복 정비대상 사회보장사업’ 지침을 내렸고 인천시는 또다시 복지예산을 119억 3,800만원 삭감하였다. 사회복지예산 중 불과 2%에 불과한 자체 지역복지에 칼을 댄 것이다. 이는 사회보장의 발전과 지방자치시대에 부응하는 지방정부의 복지기획력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반복지적인 행태이다. 또한 사회보장 증진보다는 중앙통제 방식의 사회보장 후퇴 및 획일화, 하향평준화에 악용하면서 복지사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와 수평적 지위를 갖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까지 침해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지침을 가장 앞장서서 성실히 수행한 인천시의 모습이라니.

 

바야흐로 지방분권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30년 만에 개헌이 논의되고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하면서 지방분권이 주요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이 지난 5월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논의의 동력이 사라진 듯하다. 얼마 전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였고, 향후 논의의 불꽃을 재점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복지의 경우 중요한 지점은 현재와 같이 중앙과 광역, 기초단위 각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분권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분권을 실행하기 위한 지역차원에서의 민주주의 실현, 즉 모든 수준의 정부활동에 대한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실천은 지역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지역복지는 지역주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찾아가는 일련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지방정부는 사회보장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측의 책임아래,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기준을 마련하여 역할을 구분하고 그에 다른 재원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 반드시 민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서도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도 지역주민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복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의식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열등처우 원칙에만 충실한 정부의 사회통제적인 복지의식도 벗어나야 한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지방정부로 단순히 이양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지방정부 활동 곳곳에 참여하고 직접 활동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물을 수 있을 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이 가능하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이상과 관련되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지역복지에 대해,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역조직화

지역조직화에 관한 고민은 여러 부문에서 고민이 확장 중이다. 복지관들의 사업도 조직화 사업이 비중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마을만들기를 통한 지역조직화에 관한 고민도 날로 확장 중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복지전달체계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회보장체계가 시·군·구-읍·면·동이라는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지방행정조직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또한 마을만들기가 궁극적으로는 읍·면·동의 기능과 인력을 주민의 시각에서 재편하는 것에 관련된 것이라고 할 때, 그것이 복지전달체계와 연관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한 공공복지전달체계 논의 중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읍면동복지허브화, 커뮤니티케어는 복지, 마을, 건강 세 영역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고민들과 역할들이 얽히고설킨 지역사회의 건강한 복지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공공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 사회보장 전달체계로서 역할을 확립하고 민간은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 재정립을 해야 한다.

 

지역복지운동에서 지역조직화는 지역사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지역사회 문제 혹은 의제를 선정해 나가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단계는 발굴된 다양한 의제 중에서 가장 시의성이 있고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방법 및 결과가 다른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것으로 완성된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과제는 지역조직화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성장이다. 그 과정에서 공공으로부터 독립적인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지역복지운동단체의 역할이 있다. 지역사회 환경, 노동, 돌봄, 복지, 여성 등 다양한 이슈들의 공론이 없는 상태에서 공공부문과의 파트너십이나 협치를 논의하기는 어렵다. 주체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지역사회 숙의, 토론, 학습이 요구된다. 생활세계에서의 자율적 목소리를 조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던 의제 중심에서 탈피하여 이기에서 이타로, 즉 자신의 이익이 아닌 지역 내·외의 취약계층을 포함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의제로 발전되어 갈 것이라 기대한다.

 

사회복지종사자가 주체로

사회복지정책의 형성은 더 이상 단순한 프로그램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경제의 변화에 조응하면서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사회복지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사회복지가 다른 사회부문과 통합적으로 고민되는 시점에서 현재 사회복지종사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북서 유럽의 복지국가 발전 역사를 보면 사회변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주체가 있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1970년대 복지국가의 위기를 함께 이겨낸 조직화된 사회보지종사자들이 있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열정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요인 중 큰 부분은 보상체계이다. 복지는 더 이상 비공식부문의 노동이 아니다. 전근대 사회에서의 개인적 동기에 따른 자선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종사자의 노동이 광범위한 공식적 제도 영역에서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고용관계와 임금결정 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은 시장임금이 아니라 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한 당해 예산에 의해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임금 교섭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직무와 그 직무에 따른 적정임금, 그리고 이미 형성된 차별에 대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사회복지의 각 영역별로 서로 다른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고 국비지원시설과 시비지원시설의 차이는 심지어 더 벌어지고 있다. 계약직 임시직 형태의 비정규직 종사자도 늘어만 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상황에서 더욱 필요한 것이 연대이다. 단일임금체계에 대한 논의 과정은 서로의 처지를 더욱 이해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에 관한 논의는 사회복지 노동의 가치를 논의하고 위치지울 수 있을 것이다.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을 포함한 노동조합 활성화의 노력은 노동권 확보의 길을 만들 것이다. 그 결과로 정부와 나란히 임금 협상 테이블에 앉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 연대의 장에 서로 서로를 초대하자.

 

나가며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은 360여 개에 달하고, 지방정부를 통해 전달되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은 17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사업은 제각기 다른 경로와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발생한 사회복지관련 의제를 해결하려고 보면 쫓아가야할 대상이 한 둘이 아니다. 분절되고 파편화되어 있는 사회보장체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렇게 분절되고 파편화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복지 이슈에 관심을 갖고 그 맥락을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다.

 

처음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본다. 복지동향은 사회복지 이슈와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해준다. 복지동향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거시적인 조망을 가질 수 있다. 정책의 변화를 파악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실천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표현이나 내용의 어려운 점을 조금만 쉬운 언어로 바꾸어 앞으로 사회복지종사자를 비롯하여 시민들과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월, 2018/10/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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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에 돌아보는 복지동향의 성격과 전망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1. 서론

올해는 “인간성의 존엄 ... (과) 인권보장을 으뜸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의 실현과 “참여와 인권을 두 축으로 한 희망의 공동체 건설”(참여연대, 1994)을 목표로 하여 1994년 9월 10일 참여연대(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가 출범한 지 24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이하 “사회복지위원회”)가 1998년 10월부터 발간한 월간 복지동향이 발간 2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10월은 2001년 2월에 1월호 및 2월호의 합병호를 낸 것 외에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발간된 복지동향이 지령 240호에 달한 달이기도 하다.

 

복지동향이 처음 발간될 당시 그것은 사회복지이슈에 관한 지식과 정보의 공개와 공유 및 이를 통한 복지인식제고, 사회복지문제의 쟁점화, 여론형성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되었다(백종만, 1998; 이영환, 1998 참조). 하지만 복지동향에 이러한 기능만 부여되거나 기대된 것은 아니어서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이나 입장을 알리는 기능이나 공론장의 기능이 기대되기도 하였다. 실제로도 복지동향의 큰 꼭지 중 「기획주제」(초창기에는 「특집」, 더 후에는 「심층분석」)는 정보제공의 목적을 가진 것이지만 「동향」의 일부와 「칼럼」은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이나 입장을 알리는 목적을 가지 것이기도 하다. 이는 복지동향의 성격에 대해 다양한 기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다양한 기대는 시기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복지동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가는 일차적으로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복지동향과 참여연대 및 사회복지위원회가 놓여있는 사회경제적 맥락에 의해 결정될 것인데, 여기서는 하나의 월간지로서 복지동향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복지동향창간호에 실린 발간사와 10주년에 실린 편집인의 글, 그리고 지령 100호를 맞아 열린 좌담회 자료 및 지령 200호를 맞아 펴낸 특집호 자료를 주로 활용하고자 한다.

 

2. 월간복지동향에 기대된 성격

1) 창간 경위와 창간 당시 기대된 성격

위에서 본 것처럼 복지동향은 1998년 10월에 창간호가 발행됨으로써 출발하였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그 시점에 복지동향이 창간된 것은 아니다. 창간되기 전인 1998년 5월부터 7월의 3개월에 걸쳐 창간 준비호가 발간되었는데 여기에는 자원봉사자로 조직된 ‘참여복지 길잡이팀’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참여복지 길잡이팀은 사회 각 분야에서 복지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평가하여 이를 복지이슈로 제기하는 역할을 하였는데(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07), 이들의 역할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복지동향의 창간이 성사되었다고 하겠다(당시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팀의 명칭과 노무현 정부의 초기 복지슬로건이 참여복지로 동일한 것은 참으로 묘한 감정을 갖게 한다).

 

참여연대의 핵심적 출범동기인 민주주의와 인권, 참여는 사회복지위원회가 가진 복지운동의 핵심목표이기도 하며, 사회복지위원회는 이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좀 더 심화시키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동기와 관련해서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삶의 질 …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민주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경제민주화와 사회민주화가 시대를 이끌어가는 기본정신으로 전면(화) (해야) 한다(는) … 인식”이 기초가 되었다는 진단(백종만, 1998)이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출범 당시 참여연대 정책위원회 산하의 특별위원회로 시작한 사회복지위원회는 첫 해 운동 목표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를 내걸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그 활동들로는 시민들의 사회복지의식개혁을 위한 언론 캠페인, 사회복지학교를 통한 대중 및 사회복지종사자의 사회복지의식화 교육, 삶의 질의 낙후성을 공론화하고 국가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익소송, 사회복지 관련법 개정을 위한 관련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입법청원활동, 지역사회 수준에서 국민생활 최저선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 시민운동단체들 간 네트워크 구성 활동, 사회복지예산 GDP 5% 확보 운동, 아동인권사업, 사회복지학생 캠프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전개한 지 2년 반 정도가 지난 1997년 초, 국민생활최저선은 의도와 다르게 그 목표수준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어 국가복지의 확대를 반대하는 세력에게 빌미를 준다는 반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위원회는 최저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운동의 목표를 ‘국민복지기본선 확보’로 한 단계 높여 재정립하였다(백종만, 1998). 국민생활최저선 혹은 국민복지기본선이라는 개념 혹은 이념은 20세기 초 영국의 웹 부부에 의해 주창되고, 베브리지 보고서에서 구체화된 바 있는 National Minimum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1980년대 후반 민주화 투쟁을 거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과제를 안게 된 한국사회에서 사회복지위원회에 의해 구체적인 이념과 운동의 형태로 등장하였으며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정치적 역학을 고려하여 수정・변용되어 추구되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1997년 말에 이르러서는 사회복지 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활동의 강화와 국민복지기본선 확보운동에 대한 시민참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여기에는 시민운동을 표방한 사회복지위원회가 시민의 참여보다는 전문가 중심의 운동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백종만, 1998 참조). 그리하여 사회복지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복지 이슈에 관한 정보를 산출하고 유포(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사회복지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토대를 마련”키로 결정하였다(백종만, 1998). 앞에서 말한 참여복지 길잡이팀은 이런 결정에 따라 조직된 것이며 복지동향 역시 이러한 결정에 따라 기획되어 창간된 것이다. 그리하여 복지동향은 “우리 사회에서 항상 주변적인 이슈로 제기되었다가 사라지고 마는 복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관련 정보를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복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여기서 사회복지 문제의 쟁점화 기능도 정보제공과 인식제고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결국 창간 당시 복지동향의 성격은 정보제공과 대중지 및 계몽지로 부여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07),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보지(誌)로서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2) 지령 제100호 기념 좌담회 및 발간 10주년에 나타난 기대들

복지동향은 2007년 2월에 지령 제100호를 맞이하게 되고 이를 기념하여 당시 편집위원장과 전・현직 사회복지위원장들이 좌담회를 열어 복지동향의 역사를 회고하고 앞날을 전망한 바 있다. 이 좌담회에서도 창간호와 유사하게 복지동향의 성격에 대해 정보지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예컨대 사회복지운동 과정에서 획득하게 되는 정보의 공유와 이를 통해 복지개혁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라든지 사회복지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사회복지운동의 대중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언급들이 그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 좌담회에서는 정보지로서의 역할과는 다소 성질을 달리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그 중 한 가지는 복지동향이 사회복지운동을 표방한 단체로서 개혁적 의제를 선도하고 보완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사회복지위원회를 복지운동의 중심적인 단체로 상정하고 그런 단체로서 사회복지위원회가 의제를 선점하거나 의제의 정책화를 위해 벌이는 활동을 선전하고 알리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이런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는 복지동향이 기관지로서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기대는 사회복지계의 동향을 진보적 입장에서 해석하여 그런 동향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관련된 관점을 제시하고 진보운동단체들 간의 소통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폭넓게 담아내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보다 다양하게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며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복지동향 발간 10주년을 맞은 2008년 10월에는 좌담회 등의 특별한 기획꼭지는 없었고 편집인의 글에서 10주년에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 여기서는 복지동향이 창간호부터 복지계의 동향을 꾸준히 추적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반복지 진영을 상대하여 복지운동진영의 강고한 진지를 만들어가는 한편 세밀한 기획과 분석을 통한 정책대안 제시 기능을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다짐이 표현되고 있다(이태수, 2008). 이것은 지령 100호 기념 좌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 중 의제선점 및 정책화와 가장 가까운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지령 100호 좌담회가 발간 10주년 편집인의 글에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결국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복지동향에 매우 다양한 기대가 부여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기대는 복지동향이 창간되자마자 부여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복지동향은 여러 꼭지들을 마련하여 각 기대에 부응하고자 해왔던 것이다.

 

3) 지령 제200호 당시의 특집호에 나타난 기대들

지령 100호를 맞을 당시에 열린 좌담회에는 당연참석자인 편집위원장을 제외하면 전・현직 위원장들이 참석하여 다소 ‘중후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오갔다면, 지령 200호를 맞은 2015년 6월에는 현직 위원장 및 편집위원장 외에 편집위원들과 복지동향의 실무를 담당하는 간사들 그리고 더 나아가 비록 한 명이지만 독자가 참여하는 보다 소프트하면서도 개방적인 좌담회가 열렸다(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15a). 이 좌담회에서도 지령 100호의 좌담회와 비교하여 크게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차이점도 있다.

 

우선 유사점을 보면 지령 200호 좌담회에서도 독자층을 좀 더 넓힐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즉, 일반시민들이나 현장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지로서의 성격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인데 이는 곧 정보제공의 기능이 좀 더 접근성 높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요구라 하겠다. 이러한 정보제공 기능 외에 운동단체로서 사회복지위원회가 가진 입장이나 노선, 성격을 좀 더 분명히 밝히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한 보건의료나 주거, 노동 등 사회복지와 밀접히 연관된 타 분야 운동의 흐름도 싣고 그 운동단체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라도 싣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지령 200호 기념 좌담회가 가진 차이점으로는 복지동향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의 변경이나 대담 형식의 글을 좀 더 많이 게재하자는 제안, 발간일정을 월초로 조정하면 좋겠다는 제안 등이 나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지령 100호와 200호의 좌담회가 어디에 초점을 두는가의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지령 100호의 좌담회가 거의 대부분 복지동향의 역할이나 성격을 주로 그 내용적 측면에 초점을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라면 지령 200호의 좌담회는 내용적 측면의 이야기도 물론 있었지만 그 외에 정보전달력의 향상을 위한 형식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좌담회에 참석한 인원구성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복지동향이 처한 여건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200호 기념 좌담회에 실무간사진과 독자가 참여했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고 후자와 관련해서는 지령 200호를 맞은 복지동향에 일정한 변화가 요청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령 100호를 맞은 2007년 2월도 사회복지위원회와 복지동향이 녹록한 상황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는 복지동향이 안착하는데 더 많은 관심이 주어졌다면 지령 200호를 맞은 2015년 6월은 정권도 보수정부인데다 대안적인 다양한 매체도 그 전보다 훨씬 더 많이 등장한 상황이어서 정보전달력 등 여러 면에서 변화압력이 강해진 때였다고 할 수 있다.

 

4) 복지동향의 성격 분류와 향후 전망

지금까지 창간호에 실린 발간사와 지령 100호 좌담회, 발간 10주년 편집인의 글, 그리고 지령 200호 기념 좌담회 자료들을 통해 복지동향의 성격과 관련하여 제시된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이 이야기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함으로써 복지동향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들의 갈래를 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한다.

 

위에서 살펴본 이야기들을 자세히 보면 우선 그들은 복지동향의 기능과 관련하여 정보제공의 기능을 강조하는가, 아니면 전략제시(혹은 입장천명)의 기능을 강조하는가의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그 이야기들은 누구를 주 대상으로 설정하는가의 측면에서도 일반시민 내지 대중을 염두에 두는가, 아니면 조직화된 세력으로서의 진보진영, 즉 진보적 복지운동단체를 염두에 두는가라는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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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차원, 즉 기능과 대상을 교차하면 네 가지 범주를 얻을 수 있다(<표 1> 참조). 정보제공의 기능을 주로 수행하면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면 그것은 정보지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으며 동일한 기능을 조직화된 세력으로서의 복지운동단체를 대상으로 하면 그것은 공론지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또 전략제시 혹은 입장천명의 기능을 일반시민 대상으로 하면 그것은 계몽지의 성격을 갖는 것이며, 동일한 기능을 운동단체를 대상으로 하면 그것은 기관지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여 정보제공과 전략제시의 기능을 하는 경우를 대중지라 할 수 있고, 운동단체를 대상으로 할 경우를 전문지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성격이 서로 완전히 배타적이라 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정보지의 성격을 갖는다고 해도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계몽지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 기관지의 성격을 갖는다 해서 이것이 일방적으로 전략제시의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전략을 둘러싼 논쟁을 유발하여 공론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네 가지 범주로의 분류에 더하여 다른 범주가 추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분류는 일종의 이념형적 분류이면서 동시에 실험적인 분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복지동향은 이들 네 가지 성격을 모두 갖는다고 할 수 있고 이들은 서론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복지동향의 각 꼭지에 반영되어 있다. 대체로 「기획주제」는 정보지와 계몽지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동향」과 「칼럼」은 기관지 혹은 공론지의 성격을, 「복지톡」이나 「특집」은 공론지의 성격을, 그리고 「열린광장」은 기관지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 복지동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격은 무엇일까? 이는 지령 200호를 맞아 독자 1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15b).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응답범주는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로서 무려 71%가 이에 답하였다. 이는 독자들이 복지동향을 정보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복지동향의 꼭지 중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해서는 69%의 응답자가 ‘기획주제’라고 답하여 앞의 질문에 대한 응답과 매우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복지동향을 정보지로 인식하는 경향은 복지동향의 향후 개선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도 반영되어 있다. 즉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읽기 쉽고 재미있는 구성’이 44%, ‘전문성 강화’ 24%, ‘수록 정보량 증가’ 20% 순으로 나왔는데 이들은 전체적으로 정보전달을 보다 쉽게 함으로써 정보전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복지동향이 주로 정보지로 인식된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약간의 다른 응답경향도 관찰되고 있다. 예컨대 복지동향의 구독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보지라는 인식에 기초한 응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보이기는 했지만, ‘참여연대 지원 차원에서’라는 응답도 16%에 달했고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풍부해서’라는 응답도 9%에 달했는데 이 두 응답은 복지동향을 기관지 내지 공론지로 보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그 중 전자의 응답은 기관지라는 인식이 그리고 후자는 공론지라는 인식이 더 강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관심 있는 꼭지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기획주제가 가장 많은 응답비중을 보였지만 그 외에 ‘동향’이 16%, ‘칼럼’이 10%로 나왔는데 이들 응답 역시 복지동향을 기관지 내지 공론지로 보는 인식에 기초한 응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개선사항에 대한 응답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즉, 개선사항에 대한 응답의 상당부분은 정보지 성격의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전부를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예컨대 ‘읽기 쉽고 재미있는 구성’이라는 응답(44%)과 ‘수록 정보량 증가’의 응답(20%) 중 상당수는 확실히 정보지 성격의 강화 응답이겠지만 기관지나 공론지의 경우에도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으며 정보량을 보다 풍부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응답들의 일부는 기관지나 공론지의 성격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문성 강화’ 응답(24%)은 기관지나 공론지 성격의 강화를 더 많이 의도한 응답이겠으나 정보지의 성격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응답을 전체적으로 보면 복지동향은 대중지로서의 성격과 전문지로서의 성격이 대략 7:3 정도로 인식되고 있고 또 향후에도 그런 정도의 비율로 그 성격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복지동향은 여전히 창간호에서 의도된 것과 유사하게 정보지의 기능을 가장 많이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며 창간 후 부여된 기관지나 공론지로서의 성격도 일정하게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앞에서 계속 언급한 것처럼 복지동향의 복합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런 복합적 성격이 향후에도 유지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관지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열린광장」 꼭지에 대한 관심은 3%로 최하위 수준이었고 또 시민단체들의 소개 내지 참여 목적을 가진 꼭지(공론지적 꼭지)인 「동서남북」도 관심도가 1%로 최하위 수준이어서 이 꼭지들은 그 필요성은 있으나 필요성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3. 결론 및 전망

지금까지 복지동향의 창간과 발간 10주년, 지령 100호 및 200호를 각기 맞는 시점에 게재된 일부 글들을 중심으로 복지동향에 기대된 성격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또 그것들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해보았다. 창간 당시 복지동향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던 것 즉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복지인식의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그동안도 지속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인식되는 것으로(적어도 독자들에게는) 보인다. 그리고 그런 창간 당시의 필요성과 함께 기관지와 공론지로서의 성격도 일정부분 공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 복지동향이 발간 2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간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출판사의 협조가 매우 큰 몫을 차지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복지동향에 요구되는 편집디자인의 개선이나 내용구성의 세련화 등은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온 것이기도 하나, 현재의 간사인원으로는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복지동향과 이를 펴내는 사회복지위원회에 획기적인 요청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요청사항을 써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지동향이 복합적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국 사회복지정책 내지 그 개혁을 위한 복지운동 차원에서 핵심적인 몇 가지 제도에 대해서는 대안적인 활용서 같은 것을 발간하여, 전문성의 강화 부담을 분산함과 함께 현장의 활용성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컨대 정부가 펴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의 대안적 안내서 같은 것을 펴내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일부 꼭지는 카드뉴스 같은 형식으로 실어 딱딱한 형식을 완화하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카드뉴스는 지령 200호에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게재된 바도 있다.

 

셋째, 지령 200호 좌담회에도 나온 이야기이지만 다른 분야 운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끔 그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더 많이 싣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사회복지문제가 다른 분야의 문제와 연관성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복지동향이 다양한 시대변화와 함께 정보지와 기관지 혹은 공론지로서의 역할을 나름대로 수행해왔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이 지속되어 한국사회 복지운동에 기여하는 매체로서 자리를 지켜나가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백종만. 1998. “발간사: 월간 복지동향을 발간하며,” 복지동향, 창간호, 10월.

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07. “복지동향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다.” 복지동향, 제100호, 2월.

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15a. “특집1: 복지동향,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가 바라는 복지동향,” 복지동향, 제200호, 6월.

복지동향 편집위원회. 2015b. “특집3: 독자설문조사, 복지동향을 통해 복지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복지동향, 제200호, 6월.

이영환. 1998. “편집의 글,” 복지동향, 창간호, 10월.

이태수. 2008. “편집인의 글: ‘한국복지정책의 풍향계’로서 10년을 넘어,” 복지동향, 제120호, 10월.

참여연대. 1994. 창립선언문, 9월 10일.

월, 2018/10/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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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발간하는 복지동향은 올해 10월호에 스무 살 생일을 자축하고자 한다. IMF 경제위기 이후 복지운동의 맹아기를 막 벗어나던 1998년부터 복지동향은 국내 사회복지 현안에 대한 정보지로서, 복지 아젠다를 발굴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기관지로서, 그리고 전국의 복지시민 단체들과 함께 개혁적 의제와 활동방향을 공유하는 공론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복지동향은 현재까지 240번 발행되어 총 4,230개의 글을 실었다. 지면 출판 중심의 발행물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DBpia에서만 총 이용 수는 434,391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4월 이나영 교수의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본 미투 운동의 사회적 의미’는 현재 수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온라인 이용 수가 1,535건에 이른다. 지금까지 최대 이용 건수는 2009년 10월 이원영 시민활동가가 투고한 동향 글인 ‘무상급식은 정부의 책임이다’로서 총 2,499건이다. 복지동향이 사회복지계의 그 어떤 정보지나 학술지보다도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스무 해가 그냥 지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김종해 교수는 본 호의 첫 기획 글에서 복지동향 창간 당시 길잡이팀의 구성표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별 그리고 사회복지대상별 담당교수와 팀장 그리고 팀원으로 구성된 길잡이팀은 복지 분야의 모든 이슈들을 다룰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었다. 이는 당시 열악한 사회복지제도와 현장의 목마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시민단체가 그 어떤 연구소나 재단보다 큰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는 발행물을 내놓기까지 참여자의 자발적 헌신이 있었음을 뜻한다. 20년 전 당시 길잡이팀에 속한 허선 교수와 남찬섭 교수 등은 오늘날도 여전히 사회복지위원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감사하다. 무엇보다 편집간사의 헌신은 눈물겹다. 본 호에서 김잔디 전 편집간사는 한 권의 복지동향이 나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편집간사가 편집업무만을 수행할 수 없는 시민단체의 인적 자원 문제는 뒤로 하고서라도, 복지동향이 매월 출간되기까지 매 순간 곡예와 같은 아슬아슬함이 있다. 편집간사는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데 원고를 전문가에게 청탁해야 하고, 섭외된 필자 중 일부는 꼭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출판과 발송에서도 이른바 초치기에 완벽함까지 요구되는 일을 거뜬히 수행해내는 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복지운동 주체는 한정되고, 국가복지정책과 사업에 있어 시민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더 복지동향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커지고 있고, 그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복지동향이 사회복지 전국 현장 곳곳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고, 일반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대중적 접촉점을 늘려야 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복지정책 환경에서 복지계의 대응 전략을 전파해야 하고, 복지국가운동의 세력화를 위한 장기적 과제들을 선도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와 관련한 복지동향의 방향성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던 일은 그대로인데, 해야만 하고, 하고 싶은 일도 늘어가고 있다. 다만 그 어떤 활동도 한줌에 불과한 위원회 위원들과 한두 명의 간사로 해낼 수는 없다. 복지동향의 지속성과 발전가능성은 자발적 참여자들의 양적 질적 헌신에 달려있다. 시민사회와 복지운동계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월, 2018/10/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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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비전은 포용과 혁신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정책이라면, 포용과 혁신이라는 사회정책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반으로서 전 국민의 기본적 생활보장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들은 개발시대의 미니멈 사회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고, 그로 인하여 낙후된 사회보장은 개인들을 부동산과 민간보험 등 각자도생의 무한 경쟁으로 내몰았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정책이 경제정책과 함께 두 가지 중심축임을 선언했다. 올해 9월 열린 국가 사회정책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실질적 재원대책까지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주문하였다. 과연 이러한 사회정책의 의지가 정부 예산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을까? 이번 11월호 복지동향은 2019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을 분석하였다.

 

본 호에 실린 총론을 살펴보면, 기대만큼 여전히 실망도 크다. 2019년 정부 예산안은 사회복지지출이 12.2% 증가했고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도 14.6% 증가하여 기본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소득보장의 개선과제들이 반영되었고, 노인 및 장애인 일자리 그리고 어린이집을 비롯한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도 이전 정부에 비하여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포용, 혁신과 같이 근본적 사회개혁을 위한 노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여전히 재정건전성 기조는 유지되고 있고 일자리도 고용지표 개선을 위한 양적 접근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아직 논의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가 불투명하다.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에서 안전과 생명이 존중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능동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얼마만큼의 예산의 적정한 규모만큼 예산의 근거가 충분한지도 중요하다. 아무리 보육예산이 늘어간다고 해서, 민간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비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복지체감도가 올라갈 리 만무하다. 사실 보육예산의 증가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인지조차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전국민 무상보육의 나라도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 노인 및 장애인 그리고 사회서비스 일자리 예산이 늘어나면 고용지표는 개선될지언정 그 일자리가 그들의 소득보장에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여전히 많은 재정지원 일자리는 소득보장형 일자리와 단순 사회참여형 일자리의 구분도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조건부로서 일자리 형식만 갖추기도 한다. 

 

역대 정부들의 ‘미니멈’수준의 사회정책을 벗어나 최적수준의 사회정책으로의 전환한다는 방향은 매우 올바르다. 다만, 포용과 혁신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곳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투명하지 않은 곳에 넓게 펼쳐진 예산은 결국 또 다른 최순실만 양산하거나 이를 감시하기 위한 거래비용만 늘리게 된다. 사회정책은 철저히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확대·재생산 될 수 있다. 이른바 선진 복지국가들에서는 근거 중심의 사회정책이 대세이지 않은가? 정부에겐 소득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만이라도 또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 확충만이라도 분명한 정책수단을 통해 해결할 의지가 필요하다. 사회정책에 대한 평가는 투입이 아니라 결과임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월, 2018/11/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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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

 

정리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불안정한 노동체제와 금융시장 자본주의의 본격화로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의 조건을 빼앗기고 있다. 기본소득은 심각한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주장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기본소득으로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9월 28일(금) <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 출판기념 토크쇼를 했다. 기본소득실험의 국제적 경험과 실현에 대한 전망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패널을 초청해 나눴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 :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패널 :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원재 LAB2050 대표,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 출판기념 토크쇼 사회를 맡은 최혜지 교수가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기본소득 실험의 국제적 경험과 실현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리차드 카푸토(Richard K. Kaputo)가 2012년 엮은 <Basic Income Guarantee and Politics>를 번역한 출판물로, 핀란드·독일 등의 전통적인 복지국가부터 멕시코·이란까지 세계 12개국의 복지제도와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토크쇼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의 이야기를 채워줄 세 패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왼쪽부터) 이원재 LAB2050 대표,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혜지] 윤홍식 교수에게 여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기본소득을 다루면서 왜 굳이 이 책을 번역서로 선택했는지, 다른 기본소득을 다루는 책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여쭙습니다.
 
[윤홍식]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를 하자는 취지로 세미나를 하면서 이 책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소득을 지금까지의 복지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희망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이상적으로 좋은 부분과 실제 구체적인 국가 정책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OECD국가부터 비OECD국가, 사민주의 복지국가부터 자유주의 복지국가까지. 굉장히 다양한 국가들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복지정책을 실험하고 있었는지 묶여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실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소득’들’이라는 복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최혜지] 역자 서문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 중 제일 눈에 띈 것이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소득‘들’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장입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공산당선언이 떠올랐습니다.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당이라는 유령이다.’라는 선언인데, 왜 공산주의를 유령이라고 표현했을까하는 것이 저의 질문이었습니다. 공산당 선언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체적으로 공산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원칙도 없었고, 모두가 모호한 상태의 공산주의를 이해했기 때문에 유령으로 표현한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기본소득이라는 유령이 떠도는 것이 아닌지. 각자가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모습이 모호한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은 이원재 대표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많은 글들을 발표했는데, 미래사회하고 조우하는 지점으로써 기본소득을 주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이원재 대표가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상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이원재]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업이라는 조직도 법적으로는 조직이라는 형태로 규율되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유기적인 속성이 생기고, 조직이 스스로 미션을 정립할 때에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기계적으로 정렬되지 않는 복잡함과 사회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아오키 마사히코의 설명방식이기도 한데요. 이 것은 사회적기업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어쩌면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임금을 아주 낮게 받고 일을 하거나 자원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죠. 4차 산업혁명, 급격한 기술변화와 연결시켜 상상을 조금 더 해보자면, 기술이 변화하면 변화할수록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의무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의 필수 재화들은 이미 충분히 생산되고 있고, 그 외 부가적인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이것들은 꼭 자본주의 고용관계 속에서 억지로 일을 시켜 생산을 해내야만 유지되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임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서 인센티브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 관계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기본소득을 접했죠. 소득하고 생산은 정렬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별 기업에서 이것이 해체될 수 있듯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해체되는 여유가 생길 수 있고, 그 여유를 만드는 도구가 기본소득 같은 제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최혜지] 이원재 대표가 생각하는 기본소득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셨습니다. 기본소득을 처음 접하면서 어느 나라든 녹색당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김주온 위원장께서는 왜 녹색당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어느 나라에서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녹색당에서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실까요?
 
[김주온] 여러 나라에 녹색당이 있는데, 작년 리버풀에서 녹색당들이 모이는 총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녹색당과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기본소득 세션을 열어, 각국 녹색당들이 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지, 핀란드 녹색당처럼 강하게 주장하는 곳과 독일 녹색당처럼 당론으로 정하지 못한 나라들의 차이는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했는데요. 각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복지제도와 그 사회의 맥락에 따라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녹색당은 2012년 총선을 치르면서 농민 기본소득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농민들의 생존이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2016년 당시 제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기본소득을 더 많이 주장하자는 기조를 정했고, 이후 논의를 확대해 보편적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있었습니다. 점점 변화하는 노동의 종류와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이 이전의 소수자, 마이너리티만이 아니라 보편적 현상이었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저당잡고 다른 사회나 삶으로의 전환, 정치 참여 등의 가능성을 모두 없애버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지제도를 넘어 대안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지렛대, 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한국 녹색당은 기본소득을 주장하게 된 거죠.
 
녹색당에서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모습, 제가 기본소득을 지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지금 돌아봐도 기본소득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인데요. 기본소득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환영받고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인데요. 보편적으로 주어지지만 특히 사회약자들에게 큰 효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누구나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최혜지] 윤홍식 교수께서는 몇 년 전만해도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역자서문에서 ‘한국사회의 대안담론으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더 활발히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번역하게 됐다’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제도로 이해할 수도 있고, 철학이나 가치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대안 담론’으로 기본소득을 표현하신 의도가 있는지, 2년 전의 생각과 지금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윤홍식] 기본적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역자서문에서 기본소득과 기본소득’들’로 표현했는데요.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사회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과 패러다임 전환으로서의 기본소득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담론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해 사회적 진보진영이 대안담론 만들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아직도 신자유주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그것에 대항할 대안 담론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한 담론 중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풍부해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기초연금 등을 도입하다보면 언젠가는 완전한 기본소득(Full Basic Income)으로 갈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대안적 담론으로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려면 기본소득이 꿈꾸는 생산체제가 무엇인지, 어떤 생산체제를 순환적으로 강화시키고 유지하려는 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의 경제체제, 생산체제가 변화하고 있는데, 만약 기본소득이 지금까지 노동과 연관된 노동에 기초한 복지제도나 분배제도의 대안이라면 도대체 그 주체가 누구인지, 그 주체가 ‘누구’라면 그 주체를 어떻게 조직할 것이고 어떻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부분의 빈틈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좋겠고, 다양한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은 보편적 수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동의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2년 전과 차이는 없습니다.
 
[최혜지] 결국 기본소득이 성공하려면 누가 연대의 주체여야 하는가, 기본소득을 가능케 하는 생산체계는 어떤 것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셨고, 다른 패널 두 분이 답을 주실 적절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는 것은 생산체제의 전환을 가장 극단적으로 만드는 기폭제(Trigger)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윤홍식 교수께서 질문하신, 기본소득이 대안 담론으로 기능하게 할 생산체제가 어떤 것인지를 이원재 대표는 이미 보신 것 아닌가요?
 
[이원재] 저는 기본소득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단계는 아니고, 대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실험하고 공론화하고 토론해서 입증할 것은 입증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제도적인 관점은 윤홍식 교수님과 입장이 같습니다. 청년 기본소득과 기초연금, 아동수당부터 시작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험은 가능한 급진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생산체제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의식주, 교통, 돌봄 등과 같이 필수적인 생산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거든요. 자본은 필수적이지 않은 것 쪽에 집중하고 최대한 노동절약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며 성장해가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필수적인 영역은 고용이 여전히 중요하고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요. 억지로 고용을 시켜서 사람들을 삼성전자에 취직하도록 더 많이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고용을 기대하지 않고 가치를 많이 만들도록 하되, 사회가 잘 환수해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새롭게 생길 수 있는 다른 영역들이 훨씬 더 커져서 이 사회가 나누어가지는, 임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일하도록 생산체제를 재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혜지] 전반적으로 미래사회에서 생산에 가담한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등 새로운 형태의 생산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것을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고. 이런 것들을 환수해 기업이 성장하도록 만들어준 정보라든지, 새로운 생산방식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생산체제는 어떻게 보면 노동하지 않음에도 일정한 부를 얻을 권리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라는 맥락에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윤홍식] 과거에 노동자들을 재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그 취지에 가장 적합한 사회보험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재생산하고자 하는 산업구조가 무엇인지를 질문 드립니다. 80-90년대 들어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사무직 일자리가 다 줄어든다는 것이 이슈였는데 오히려 일자리는 더 늘었습니다. 필수적이지 않았던 것들이 일자리로 들어오게 된 것이죠.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현격히 줄어든 것인데, 이는 기술과 변화의 발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기 때문이거든요. 기본소득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문제와 생산체제에 대한 문제,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를 연결해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이원재] 추상적일 수 있지만 창조적 활동이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창조적 활동이 결과적으로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미리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유튜브 영상이나 비영리 영역의 자원활동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최혜지] 생산체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무엇을 생산으로 보느냐’라는 질문도 지나치게 산업사회적인 마인드에서 생산을 염두에 두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야말로 노동을 통한 것만이 생산이어야 되는가, ‘정치적 활동같은 액션이 인간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생산적 활동이다’라고 아렌트가 말했고, 아렌트의 사유체제가 함의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원재 대표님의 말씀에 공감할 수 있고 그런 사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대안적 담론으로서 조금 더 구체적인 자기 실체를 갖기 위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폭 넓은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이는 누가 기본소득의 추진동력, 추진주체가 될 것인가로 회귀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생산체제를 중심으로 명확한 계급이 있었기 때문에 계급의 추동력이 운동성을 가지고 사회변화를 만들어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생산체제 내에서도 과거 경험했던 계급성이 많이 약화되었는데, 과거 노동자 계급과 가까운 계층이 누가 남아있을까요? 우리 이원재 대표께서 못 다한 얘기가 있으시네요?
 
“누가 기본소득의 추진동력, 추진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이원재] 저는 청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최근 LAB2050에서 조사를 했는데, 정부의 일자리 대책을 소개하고, ‘구직자에게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어보는 일자리 조사였는데요. 세대별로 많이 달랐어요. 20-30대는 긍정이 더 높고, 아주 확연하게 40대는 부정적인 답변이 더 높았습니다. 구직활동 자체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든지, 스스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든지. 그런 경향 때문에 청년수당을 묘사한 이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인 대답을 한 것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수당실험이 일어났을 때 10년, 20년 뒤에는 지형이 많이 변해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최혜지] 청중으로 참여하신 분들 가운데, 남찬섭 교수님이 그리시는 기본소득의 모습 혹은 대화 내용 중 같이 논의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남찬섭]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면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는데, 노동이 변화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포착하려는 노력과 기본소득과 같은 상상력으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제도의 변화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제도는 그 자체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보면 청년기본소득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사회가 아동이나 노인과는 달리 청년세대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하고 소득을 확보하기를 원하는데요. 사회가 이런 청년 세대에 대해서 일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소득을 제공한다면, 관련한 제도가 점진적으로 추진된다 해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면이 있습니다.
 
[최혜지]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은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노동에 대한 재정의라고 하는데요. 노동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있지 않은 다음에 기본소득을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는데, 이 부분에 많이들 동의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또 다른 패러다임의 주둔세력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청중의 또 한 분이 발언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네요.
 
[김남희] 이 책의 번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제 아이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맞벌이로 열심히 일을 하며 열 살, 일곱 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커서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하길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커서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합니다. 사회의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고, 지금 나의 아이들이 자란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동시에 이 아이들을 위해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주거, 의료, 교육 등 필수재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이 된다고 해도 월세 내고 의료비로 쓰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데, 보편적 필수재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되면, 지금도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기본적인 영역에서 해답이나 해결책 제시하지 않고 다른 모순점에 봉착하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원재] 주거, 교통, 돌봄은 국가가 상당부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대체로 사회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주거, 교육의 부분은 국가가 직접 고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한편으로 창의성이 발휘되는 부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김주온] 기본소득이 도입되기까지 여러 정치적 주체가 형성되고 법이 만들어 지는 과정 속에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 교육·노동 등에 대한 논의가 유기적으로 어떻게 바뀔까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김남희 변호사님이 요즘 아이들의 상황을 말씀하셨듯, 제 주위 또래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임금을 병원비에 많이 쓰는데, 병원비로 들어간 돈을 다시 충당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캐나다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세력의 독특한 점은 의료인이 많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덜 아프고, 위험한 일을 덜해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것이고, 이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최혜지] 기본소득을 기존에 있는 소득보장, 사회보장과 대치해도 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들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사회적 욕구를 공공이 책임지는 동시에 노동과 분리된 소득의 보장인 기본소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모든 사회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여러 의견들을 말씀해주신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오늘의 자리와 같이 기본소득, 혹은 기본소득‘들’에 관한 논의가 더 활발히 펼쳐지는 바람입니다.
 
행사 말미에 “많은 나라들이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는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청중의 질문에, 윤홍식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여러 나라에서 소득보장제도를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실험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수당, 청년구직수당, 기초연금 등을 큰 틀에서 기본소득‘들’로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토크쇼가 마무리되고 난 뒤, 우연히 토크쇼에 대한 소감을 접했다. ‘참여연대 행사답지 않은 편안한 마음과 푸근한 공간’이었다는 평가에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함께 안도했다. 그것이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든 보편적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든,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상상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을 꿈꾸는 동시에, 기본소득‘들’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기를 희망해본다.
 
화, 2018/1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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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 발족하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부동산 투기라는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해 거리를 활보하면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 소수의 부자들은 너무 좋아하고,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은 억울해하고 있으며, 무주택 서민들은 절망에 빠져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황, 서로가 서로에게 이리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부동산 투기다. 부동산 투기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하는 비생산적 경제 행위이다. 투기하는 사람이 누리는 이익은 다른 사람이 입는 손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면서 국민경제 전체를 고통스럽게 한다.

 

 

<사진=2018.10.10. 보유세강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필자와 몇몇의 연구자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불로소득은 2015년에 무려 346.2조원(GDP의 22.1%), 2016년 374.6조원(GDP의 22.9%)이 발생했다. 단언컨대 부동산 불로소득의 언덕 위에 건설된 ‘부동산 공화국’의 혁파 없이는 소득주도성장도, 혁신경제도, 공정경제도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며,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과도한 주거비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존속조차 장담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보유세 강화다. 보유세 강화 없이 부동산 불평등과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보유세 강화이기 때문이다. 하여 토지+자유연구소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 내지 환수 입법화를 위한 시민행동에 돌입한다. 보유세 하나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보유세 강화 없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서울 등의 미친 집값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9.13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유동성 관리에만 치중할 뿐 보유세는 강화하는 시늉만 냈다. 문재인 정부는 별도합산토지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주택분과 종합합산토지에 대한 종부세만 조금 올렸다. 고작 2,700억 원 증세안을 가지고 비이성적 과열과 자기실현적 예언이 지배하는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을 어떻게 진정시키겠다는 것인지 정녕 알 길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주택분 최고세율을 3.2%로 상향한 것을 가지고 참여정부 때 보다 강한 세금폭탄이라고 억지를 부리는데, 최고세율 기준에 해당하려면 공시가격 94억 원을 초과한 다주택자여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주택들을 소유하는 개인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이번 종부세 개편안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장참여자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너무나 어리석은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부동산 투기라는 호랑이를 우리 안에 가둘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보유세 강화은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하여 시민이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보유세 강화를 정부와 국회에 맡기지 말고 시민들이 정부와 국회를 직접 압박해 보유세 강화를 관철시켜야 할 때다. 이런 이유로 시민사회는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을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이 주장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실효세율 1%(2016년 현재 0.16%)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임기 중에 보유세 실효세율 0.5%를 달성할 것. 둘째, 문재인 정부는 당장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하고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85%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 셋째,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로 마련된 재원을 신혼부부, 청년, 주거취약층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할 것. 이것이 받아들여지고 구현될 때까지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은 시민들과 다양한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사진=2018.10.10. 보유세강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화, 2018/11/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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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이름짓기”가 아니라 성찰과 실천이 중요하다

 

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8.15 경축사에서 기존에 내세웠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외에 “생산적 복지”를 새로운 국정의 기조로 선언하였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복지”가 국정기조로 선포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후 등장하는 정부마다 “○○복지”라는 이름짓기가 이어져 왔다. 국민의 정부 당시에 우리나라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던 터라 대대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려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미 김 대통령이 선포하였듯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국가 부도 직전의 대한민국을 살려낼 대대적인 수술의 지침이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몰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경유착이 지목됐다. 그 핵심에 부패한 정치와 재벌의 독점적 지배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좌파든 우파든 재벌개혁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적 복지가 선언된 것이다. 당장 복지가 필요한 민중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은 복지를 낭비적으로 보아 반대의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복지” 앞에 “생산적”이라는 강력한 제동장치를 걸어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이는 실로 정치 9단의 탁월한 수사(修辭, rhetoric)였다. 객관적으로 복지가 매우 필요했던 당시에 복지를 갈망하는 좌파의 입장과 오히려 그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복지를 반대하는 우파의 입장을 동시에 두둔하는 절묘한 어휘 구사였다.

 

사실 생산적 복지는 거의 20년 만에 재집권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토니 블레어 수상이 선포한 “제3의 길(The 3rd Way)”을 본떠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토니 블레어는 사회학자 기든스(A.Giddens)가 제창한 “제3의 길”을 자신의 노선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영국 복지국가를 주도해 왔던 사회민주주의 길(the 1st way)과 `70년대 말 대처 정부에서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의 길(the 2nd way)을 혼합한 제3의 길은 신 노동당의 좌표로 선포된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로 굴절된 사회민주주의는 당내 좌파는 물론 유럽 각국의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제3의 길 노선을 받아들인 국민의 정부는 그것을 생산적 복지로 번역을 했던 것이다. 복지국가의 길을 가 본 적도 없고, 시장주도의 자유주의의 길을 가 본 적도 없는 우리가 중도노선으로서 제3의 길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절묘하지만 낯선 생산적 복지의 구체적인 실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결국, 국민의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생산적 복지의 꽃”이라고 포장을 하였다. 법 제9조 제5항 “조건부 수급”, 소위 “자활”이 생산적 복지의 핵심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고용시장에서 이미 배제된 사람들을 자활노동으로 몰아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에 한해서 생계급여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과거 생활보호법과 달리 “권리성 급여”라고 했던 것이다. 생산적 복지는 이미 신자유주의 백신을 투입한 체계였기 때문에 미흡한 복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생산성이 좋았던 것도 아니어서 생산적 복지는 복지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 이후 참여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계승한다며 “참여복지”를 내세웠으나 핵심을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들과 자료를 망라해 볼 때, 참여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MB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내세웠으나 곧 폐기되었고,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으나 출발부터 기초연금 파동과 증세 논란을 일으키며 사실상 무복지 내지 저복지로 일관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를 제창하였다. 이 이름을 듣는 순간 참으로 긴장감 떨어지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타적이거나 차별적인 것이 복지의 내용이나 성격이 될 수는 없다. 복지는 당연히 포용적이지. 그러므로 포용적 복지는 동어반복적이거나 “시원한 아이스크림” 또는 “뜨끈한 국밥” 같은 밋밋한 어휘일 뿐이다. 게다가 무엇을 포용하는지 구체성이 없다. 비정규직을 포용한다는 것인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포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틀린 말이거나 무의미한 말은 아니지만 참으로 허름한 작명이다. 게다가 포용적 복지를 상징 또는 대표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저 잡다하고 어수선한 복지 논의만 무성하다. 정부가 핵심으로 꼽는 아동수당이 그렇고, 사회서비스원도 그렇다.

 

이름이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는 실질과 실천이 중요하다. 그것이 복지의 본질에 부합한다. 생산적 복지가 복지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지, 참여복지가 보편적 참여를 달성했는지 정확한 평가는 없다. 권력의 중심에서 이런 이름을 짓는 작명가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멋진 말로 포장해서 도대체 누구를 현혹하려는 것인지? 복지국가 또는 복지정책의 노선을 포장하는 것보다는 본질과 진정성에 대해 성찰하고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를 현혹시키려는 조어(造語)에 집착하는 것은 불순해 보인다. 그나마 생산적 복지는 성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당시 시대적 문제의 본질과 해법을 지향하는 이름이었다. 이와 같은 조어법이라면 포용적 복지보다 “포용적 성장”이 백번 낫다. 성장은 경쟁적이거나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니 “포용적”이라는 관형어와 짝을 이룰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복지는 어떤 성격이나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시대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 듣기 좋은 이름 짓기에 주력하는 것은 너무 경박하고 무책임하게 보인다. 아기가 태어난 후 이름을 지어도 늦지 않을 텐데, 우선 멋진 이름부터 지어 놓고 여기에 아이의 개성과 꿈을 맞추게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

 

현재는 저출산 고령화의 위험 시대다. 많은 문제들이 이것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의 에너지도 이것 때문에 여의치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복지체제는 어떤 가치 또는 특성을 최우선적으로 또는 가장 강력하게 추구해야 하는가? 이것에 답을 줄 수 있는 그런 복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포용적 복지라는 하나 마나 한 밋밋한 기조와 간판을 걸고 우물쭈물하지 말라. 이름은 천천히 짓더라도, 지금 이 시기 대한민국은 어떤 복지를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진정성을 가지고 간절하게 성찰하고 토론하자. 이렇게 하다보면 적절한 이름이 지어질 것이다. 제발 강호의 목소리들을 포용하기 바란다. 포용적 복지론자들이여.

 
화, 2018/11/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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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의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을 위해
: 2018년 기초법공동행동 거리상담을 마치며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의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로서 가난에 처한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이다.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장제급여 총 일곱 가지 급여로 나뉘어져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중위소득을 급여별 선정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신청자가 수급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선정기준 이하여야 한다.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가구규모별 기준 표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이래로 수급자수는 전체 인구 대비 2~3%인 반면, 절대빈곤율은 8~9%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수급자수 보다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면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0여개 단체와 수급당사자들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이하 기초법공동행동)‘은 빈곤해결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수준 등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기초법공동행동에서는 매년 영구임대아파트단지나 쪽방밀집지역에 찾아가 거리상담을 하고 있다. 수급당사자들과 비수급빈곤층의 입장에서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제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서류작성이 까다로워서 신청조차 못하거나 부당하게 탈락되거나 삭감된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올해에는 방화, 노원, 마포에 있는 영구임대단지 세 곳과 영등포 쪽방 밀집지역 한 곳에서 거리상담을 했다.

 

거리상담은 크게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천막 한 동에 상담부스를 마련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 상담을 중심으로 기초법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주거, 의료, 법률, 장애등급을 상담한다. 그 외 사람들은 2인 1조로 가가호호 방문하며 상담부스를 홍보하고 준비해 온 유인물을 배포한다. 유인물에는 매년 변경되는 제도의 내용과 수급자 선정기준 그리고 기초법공동행동의 입장을 담는다. 올해에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 2019년도 급여인상액과 10월부터 폐지되는 부양의무자기준 등을 안내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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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8 기초법공동행동 거리상담: 영등포 쪽방지역)

 

제도는 바뀌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그거 해봐야 소용없다.’ ‘애매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 매년 거리상담에서 듣는 이야기다. 이러한 불신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로 가난한 사람들이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불신의 원인을 묻고 따라가다 보면, 옆집 사람도 자신과 똑같이 자식이 있는데 자신만 수급을 못 받는다는 한풀이를 듣게 된다. 실제 부양의무자기준에 걸리는 상황도 있지만, 관계단절을 통해서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서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제도의 기준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급신청에서 탈락한 경험으로 인해 당연히 지금도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신청조차 하지 않거나, 달라진 기준으로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수급신청 당시 겪었던 차별적 경험 때문에 신청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수급비가 너무 적다.’ ‘수급비가 삭감되고 있는데 왜 깎이는지 물어보기 힘들다.’는 이야기 역시 매년 듣는 이야기다. 후자의 경우,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억울하고 궁금해도 참는다.’는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법에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한다.’고 그럴듯하게 쓰여 있지만 현실의 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고 못하고 있다. 2019년 생계급여 인상률이 2.09%라는 소식을 안내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 한숨으로 시작됐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여전히 폐지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기쁨은 다시 걱정과 고통으로 덮였다. 정부는 다양한 복지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제도개선을 했다고 말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한 족쇄, 부양의무자 기준

 

올해 79세로 영구임대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A씨는 기초연금 20만 원과 생계급여 15만 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다. 기초연금 외에는 소득이 없고 보증금 120만원이 재산의 전부지만 16만 원의 수급비가 삭감되고 있다. 처음 수급비가 삭감된 시기는 2년 전이었다. 50대 딸이 재혼을 하면서 사위의 소득으로 인해 수급비가 삭감되었던 것이다. 딸과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재혼한 이후로 왕래는 없는 상황이었고 재혼한 사위는 얼굴을 두어 번 본 것이 전부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런 사위에게 A씨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결정했다. 급여가 삭감된 당시 A씨는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항의도 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딸과 사위에게 실제 부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관계단절 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관계단절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위에게 부양비를 징수할 수 있다는 통보도 받았다. 결국 A씨는 삭감되는 급여에 대한 항의를 중단했고 2년 여 동안 삭감된 수급비로 생활해 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실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 관계단절을 인정하여 수급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심의에 올려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지방생활보장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수급자들이 알고 있을 리 만무하다. 동사무소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지난 2017년 8월 정부에서 발표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실제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심의에 올리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후 1년 여 동안 A씨에 대한 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거리상담 이후 A씨의 집을 방문해 관계단절 사유서를 작성하여 동주민센터에 찾아갔다. 담당공무원은 ‘관계단절 증명서를 제출하러 왔다.’는 A씨와 필자에게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서 아무 안건이나 심의하지 않으며 안건을 올려도 인정 못 받으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A씨가 어렵게 결정해 드러낸 치부는 담당공무원에게 ‘아무 안건’ 따위로 취급됐다. A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A씨가 2년 전 동사무소에 자신의 상황을 이미 설명했었다는 것, 복지부가 작년 수급신청 탈락자에 대한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의무화했는데 1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담당공무원은 그제야 심의에 올리겠다고 답했고, A씨와 필자는 서류를 처리하는 동안 앉아 말없이 대기했다. 맞은 편 칸막이 너머에서는 수급 상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는 급여는 주거급여에요. 선생님, 금융정보제공동의서 아드님한테 받아오실 수 없잖아요. 그럼 생계급여는 신청이 안돼요. 주거급여만 신청하실 수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수급신청의 경우 구두로 거절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사업안내서에는 금융정보제공동의서의 경우 보장기관이 직접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작년 8월 정부는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465페이지짜리 굵은 사업안내서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은 수급신청을 하는 당사자가 자기의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없는 경우 적용받기 힘들다. 사업안내서를 구하는 것부터 힘들고 운좋게 구하더라도 전문용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업안내서에서 정하고 있는 행정절차는 그림의 떡, 아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두 가지의 수급권이 있다. 일반수급권과 조건부수급권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하는 근로능력평가를 기준으로 나눈다. 기본적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1-4급 등록 장애인 등이 아닌 근로능력층의 경우 자활센터에서 일자리 교육 및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수급권이 보장된다. 근로능력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있어왔다. 2010년 도입되어 동사무소에서 판정하던 근로능력평가는 2013년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되어 시행되었다. 이관 이후 ‘근로능력 있음’ 판정은 3배가량 늘었다. 2014년 이러한 제도 변화 안에서 근로능력이 ‘없음’에서 ‘있음’으로 변경된 수급자가 일자리에 참여하며 이식했던 인공혈관에 감염이 발생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됐다. 실제 일할 수 없지만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된 사람들이 자활사업단에 배치되는 경우는 적지 않고, 이들은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배치된 자활사업단에서 강제노동을 참고 버티거나 수급권 자체를 포기하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올해 61세인 B씨는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몇 년 전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고 현재는 동맥경화와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식당알바와 공공근로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 왔지만 올해 초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5개월 째 일을 못하고 있다. B씨의 경우 자신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부양의무자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하지만 수급신청을 할 경우 조건부수급자에 해당되어 자활센터에 출석해야 한다. B씨에게 관련 제도를 설명하고 자활센터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교육기간 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진료를 받아보자고 설득했다. B씨는 알겠다고 답했고 본인이 동사무소에 가서 수급신청하고 연락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아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B씨는 나와 헤어진 직후 동사무소에 찾아갔었다고 했다. 담당공무원으로부터 비슷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일자리교육기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이야기 하자. 담당공무원은 ‘그렇게는 일반수급 받을 수 없어요. 5년 뒤에 65세 되시면 일반수급으로 바뀔 거예요.’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B씨는 ‘수급신청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은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고 그래서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한데, 동사무소에서 자신을 일 할 수 있는데 안하려고 거짓말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 모욕을 느꼈다.’고 했다. 몇 번 더 설득을 시도해봤지만 완고했다. B씨는 수급신청을 포기했다.

 

수급신청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복지제도지만 지방정부의 예산이 함께 투입되며 수급권 보장유무를 결정하는 것 역시 지방정부에서 관할하고 있다.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신청가능하다. 주소지가 없는 경우 모든 선정기준을 충족한다고 할지라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할 수 없다. 사업안내서에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취약계층의 경우> 실제 거주지가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 수급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실제 거주지를 노숙인 시설 등으로 한정하며 거리나 여관, 여인숙, PC방, 사우나 등은 제외하고 있다. 거리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에게는 신청자격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별로 실시하고 있는 주거비지원제도를 통해서 방을 구한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절차적으로 쉬워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주거비지원제도가 없는 지방정부가 더 많을뿐더러, 제도가 있는 지방정부에서조차 지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행정절차의 낭비 아닌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주거급여를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시한다면 한 번에 될 것을, 굳이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운영은 거리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들에게 수급신청을 포기하도록 작용하고 있다. 지방정부 주거비지원제도 예산이 떨어지면 신청자들은 막연하게 기다려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운좋게 주거비지원제도를 신청한다고 해도 신청 이후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를 기다린 뒤에야 방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이후에 수급신청을 할 수 있다. 안정적인 거주공간이 없고 핸드폰 등의 연락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수급신청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62세 C씨는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향인 충남에서 20년 전 이혼을 계기로 서울에 왔다.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며 여관, 여인숙에서 생활을 이어왔고 몇 년 전 다친 허리를 수술한 이후부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63세 D씨 역시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80년대 인쇄소에서 일하던 중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중장비를 배워 일하던 중 복막염 수술을 기점으로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사용하고 거리생활을 시작했다. C씨와 D씨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설명하니 둘 다 조건부수급을 통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기 전에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통해 주거지를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에서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지원센터를 일러주고 다음날 만나 신청하러 가기로 약속했다. 다음 날 약속시간으로부터 1시간 동안 주변을 서성였다. 두 사람 모두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없었다. C씨와 D씨가 개별적으로 지원센터에 찾아갔을 확률은 적지만 거리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찾아갔으리라 믿는 것뿐이다.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는 1,522명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PC방, 사우나 등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를 포함한 이들에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신청 자격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수준의 해악

 

잘못된 제도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대도시 서울을 기준으로 수급자에게 인정되는 기본재산액은 주거용 재산을 포함한 5,400만 원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 이상의 재산가액은 매월 수급자의 ‘가상’소득으로 환산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서 수급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가 1인 가구인 경우 167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실제 부양여부와 상관없이 간주부양비가 부과되어 급여가 삭감되고 234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권을 빼앗긴다. 실제 일 할 수 없는 사람을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하여 강제노동에 내몬다. ‘애매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전 재산인 집까지 팔아서 주거지를 하향이동한 뒤에, 일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가족들과의 관계마저 단절되어야 수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자가 된다고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1인 가구 수급자가 보장 받을 수 있는 최대 생계급여액은 51만 원이다. 여기에는 식료품, 생필품, 의복, 통신비에 더해 월세를 제외한 주거유지비까지 포함되어 있다. 때로는 생계급여에서 월세의 부족분을 지출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수단을 통해서 버는 소득은 모두 수급비에서 삭감되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도 국민연금도 삭감된다. 1인 가구 수급자에게 2018년도는 51만 원에 갇힌 삶인 것이다. 이번 거리상담을 진행하면서 수급권을 보장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도에 대한 만족도 평가 설문을 진행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바라는 점을 쓰라는 마지막 문항에 대부분의 수급자들은 수급비가 부족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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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기초법공동행동의 기초생활보장제도 평가 설문)

 

 

2017년 8월 정부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부양의무자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산기준 등의 선정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장수준의 현실화를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차 종합계획 이후 발표된 2019년 생계급여 인상률은 2.09%로, 2018년 1.16%에 이어 역대 인상률 중 최저 수준에 속한다. 올해, 내년 각각 16.4%, 10.9%인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폐지계획이 없는 상황이며, 재산기준과 근로능력평가 등의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람 좋은 미소 띠며 희망적인 말들로 하는 약속은 필요 없다. 코앞의 미래에 대한 계획조차 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의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화, 2018/11/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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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최근 수년간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급속히 추진되었고 그와 함께 전달체계의 개편도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관련 예산을 분석함. 특히 정부는 2019년부터 커뮤니티 케어와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예산안에도 반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들 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전달체계 정책의 기조를 파악하고자 함.

 

이를 위해 예산상 사회복지전달체계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과 함께 사회복지사업지원으로 분류되어 있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을 포함하여 분석함.

 

 

세부사업 평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

 

커뮤니티케어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제기한 핵심 정책으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보건·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여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음. 선도사업은 이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12개 시군구를 선정하여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재가 서비스 연계, 주거 개·보수 및 중간시설 제공, 주거지원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마련하여 전국적 확산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함.

 

이러한 정책 방향의 설정은 2007년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과 2008년 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본격화된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정책이 그동안 뚜렷한 방향성이나 전략이 없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음.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원칙으로 통용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는 그 자체로 사회서비스의 정책 방향과 전략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임. 즉, 장애나 노령, 만성질환 등으로 생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시설이라는 고립된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정책 방향과 이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당사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포함하고 있는 것임.

 

이러한 방향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체계가 당사자의 욕구에 맞춰 적절한 지원이 되는 체계가 아니라 같은 대상과 같은 욕구라도 욕구의 정도나 소득수준, 거주환경에 따라 분절된 체계 아래 일일이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찾아서 신청해야 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한 것이었음. 노인 돌봄만 하더라도 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기타 지자체의 노인복지서비스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 제도별 기준도 달라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통합적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상황임.

 

그렇다면 선도사업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문제를 보완하여 새로운 서비스 체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추진되고 있을까? 예산상으로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음. 우선 전담인력의 예산은 시군구당 1명분만 책정이 되어 있음. 기존에 있는 희망복지지원단에 전담인력 1명만 추가로 배치하여 대상자 욕구에 맞는 서비스 구성이 가능할리 만무함. 게다가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의하면 2017년 장기요양 신청자 수는 92만 명 규모이고. 시군구 평균 4,000명 규모에 달함. 물론 전담인력이 이 모든 사례를 다 포괄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규모가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임.

 

그리고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등 각 대상자별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각각 2개에서 4개 시군구를 선정하여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각 대상자별 사업 예산이 별도로 책정되어 있음. 노인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는 200명, 노인 재가서비스 확충에는 120명, 장애인 주거 환경 개선에는 200명 등의 대상자 규모로 예산이 책정되어 있음. 그런데 노인의 경우 장기요양보험 등급 인정자 규모만 58만 명 수준으로 시군구 평균 2,500명 규모이고,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자가 되는 3급 이상의 장애인은 100만 명 규모로 시군구 평균으로 따지면 4,400명 규모임. 그런데 각 대상자별 200명 안팎의 규모는 턱없이 작을 뿐만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설정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움.

 

이러한 식이라면 커뮤니티케어가 복지부의 설명대로 기존의 분절화된 제도중심의 사회서비스에서 대상자 중심의 통합된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되기보다는 그저 몇 백 명의 대상에게 약간의 추가적인 서비스를 더 해주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임. 물론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도사업의 예산만이 아니라 기존의 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 활동지원 등 기존 서비스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 체계 내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인가도 관건일 것임. 하지만 이미 많이 지적되어 왔던 이러한 서비스들의 불충분성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예산규모로는 기존 서비스체계의 구조를 바꾸는 수준의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임. 게다가 복지부가 요구한 예산도 기획재정부에 의해 150억 원에서 약 46%가 삭감된 81억 원으로 조정되어 시행 초기부터 제도운영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할 것으로 보임.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사회서비스원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사회서비스공단이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내년에 시범사업으로서 서울, 대구 등 4개 시도에서 설립을 추진하고 이를 총괄하기 위한 중앙지원단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사회서비스공단은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과도하게 민간에 의해서만 공급이 되어서 본래 취지인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는 문제에 대응하여 공공이 책임지는 공공성 높은 사회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방안으로 제기되었고,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추진되고 있는 것임. 그래서 내년 예산은 중앙 지원단 설립을 위한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그리고 지방 사회서비스원 설립 지원을 위한 인건비, 시설비, 사업비, 운영비에 대한 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음.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은 그 본래 취지가 사회서비스의 공적공급을 확대하는 것에 있으므로 사회서비스원 설립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얼마나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를 확충할 것인가가 정작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음. 하지만 지방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예산을 보면 사회서비스원 자체 조직 인력(12명)의 인건비,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위한 시설비, 운영비 등이 대부분이고, 사업비도 대부분 사회복지시설 안전점검, 종사자 교육훈련 등의 예산임. 결국 복지부가 사회서비스 공공공급 확대를 위해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공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은 반영하지 않은 것임. 그리고 사업 내용에 있어서도 별도로 이렇게 설립되는 지자체별 사회서비스원이 어떻게 공공공급 확대에 나서도록 촉진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보이지 않음. 이렇다면 사회서비스원이 공공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기존의 국공립 시설이나 이미 계획된 신규 시설에 대한 운영전담기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는 어려워질 것임.

 

기타 전달체계 개선 예산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예산의 가장 큰 비중(57.2%)은 지자체별로 확충된 사회복지인력 인건비 지원이 차지하고 있음. 읍면동 복지허브화 구축을 위해 2016년과 2017년에 채용된 1,920명 인건비의 일부를 보조해주고 있는 것임. 복지수요와 업무의 증가함에 따라 복지 공무원의 수요 역시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2012년부터 17년까지 채용된 신규 사회복지직 증원인력을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필요한 복지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는 등으로 인한 복지인프라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함.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필요인력의 경우에는 한시적 지원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재정분담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것임.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은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의 통합사례관리, 자활사례관리,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드림스타트), 의료급여 사례관리, 방문건강관리, 중독관리통합지원 등 각종 사례관리 사업을 모두 묶은 항목이고, 대부분의 예산이 각 사업의 사례관리사나 서비스인력의 인건비로 구성되어 있음. 이러한 현장의 각각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사례관리 전달체계관련 예산이 늘어난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과연 이러한 각각의 사례관리 사업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떠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임. 사례관리의 본래의 의미가 하나의 대상(사례)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효과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각 서비스별로 사례관리가 별도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임. 

 

결론

 

이상으로 2019년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안을 살펴봄. 예산상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복지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나 사회서비스원이 정책 취지에서 내세우는 만큼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워 보임.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보장해주기보다는 그저 몇 백 명에서 어느 정도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정도, 사회서비스원은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를 확대하는 것 보다는 십 수 명 규모의 일부 국공립기관 운영 전담조직을 만드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임. 물론 이 사업들은 지자체가 주체가 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포함한 역량을 투입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음. 이 때문에 앞으로의 추진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임.

 

 

기타 전달체계에 있어서도 기존에 추진되어왔던 통합사례관리를 비롯한 각종 사례관리 사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단지 이러한 사례관리 사업들의 예산을 묶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례관리를 비롯한 전달체계 정책의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임. 우선적으로는 커뮤니티케어, 사회서비스원과 전달체계 사업들을 개별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광역 지자체와 시군구 본청, 읍면동사무소가 전달체계 상에서 각자 어떠한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어떠한 역할들을 강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 틀과 방향설정이 있어야 할 것임. 그리고 이러한 방향 아래에서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림잡은 몇 백 명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실제 대응하려는 대상 규모에 걸맞은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임.

 

 

화, 2018/11/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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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장애인복지 분야

 

남찬섭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2019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정책 지출예산(예산+기금)은 2조 7,326억원으로 2018년도 추경예산 대비 금액으로는 5,113억원, 증가율로는 23.0% 증가한 안으로 편성됨. 이는 201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안임. 이는 복지부 총지출예산 증가율 14.4%나 사회복지예산 증가율 15.4%보다 훨씬 큰 것임. 

 

이로 인해 장애인예산은 복지부 총지출예산 대비 2018년 3.5%에서 2019년 3.8%로, 복지부 사회복지예산 대비 4.2%에서 2019년 4.5%로 증가하였음.

 

 

예년과 마찬가지로 2019년도 복지부 장애인 지출예산안 역시 장애수당 및 장애인연금의 소득보장사업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 선택적 복지,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 등의 3대 사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 즉, 2019년도 장애인복지예산에서 장애수당・연금은 31.1%(8,495억  원), 장애인 선택적 복지는 40.5%(1조 1,065억 원),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은 18.9%(5,171억 원)로 이들 세 사업을 합치면 복지부 장애인지출예산총액의 90.5%(2조 4,731억 원)에 달함.

 

3대 사업이 복지부의 장애인 지출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 지는 몇 년이 된 일인데, 그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장애인 지출예산의 구성에 변화가 일정하게 진행되어왔고 이제는 그 변화가 상당히 가시화되었음. 이는 특히 2019년 예산안에서 더욱 잘 드러남. 

 

복지부 장애인예산에서 장애수당・연금과 장애인 선택적 복지, 장애인복지시설지원의 3대 사업은 2015년도에도 90.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였고 이런 비중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화가 없음. 하지만 3대 사업의 구성비 추이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 즉, 장애인 선택적 복지 사업의 비중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와 대조적으로 장애수당・연금 및 장애인복지사업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음.

 
 
이런 추이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3대 사업의 연평균 증가율에서도 나타남. 2015년부터 2019년 기간 전체에서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빠른 것은 장애인 선택적 복지사업이며 가장 증가속도가 느린 것은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임. 장애수당・연금의 증가율도 낮은 편임. 물론 장애수당・연금의 경우는 정권별 차이가 있어서, 박근혜 정부에 속하는 2015~2017년의 정부예산으로 보면 거의 증가가 없었고 현 정부 들어와서 연평균 10.9% 증가하였음. 장애인 선택적 복지 예산의 증가 역시 정권별 차이가 있음. 박근혜 정부에 속하는 2015~2017년 기간에도 연평균 12.6%로 증가하여 비교적 빠른 속도의 증가율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와 증가율은 훨씬 더 커져서 2017~2019년 연평균 증가율이 26.7%에 달함. 
 
그리하여 복지부의 장애인예산 구조는 장애인 선택적 복지와 장애수당・연금의 양대 사업이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음. 즉, 이 두 사업을 합친 비중은 2015년에도 매우 커서 66.0%에 달했지만 2019년 예산안에서는 둘을 합친 비중이 71.6%에 달해 만일 이대로 예산이 확정된다면 두 사업의 비중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서게 됨. 
 
이러한 경향은 복지부 장애인예산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 장애인관련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 선택적 복지사업과 장애수당・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소득보장사업의 양대 사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보다 전통적인 사업이었던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이 중간규모를 차지하는 사업으로 변모하고 나머지 사업들이 보조적으로 존재하는 구조, 즉 2강 1중 구조로 재편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 향후 복지부 장애인예산을 분석함에 있어서 이러한 구조 변화가 어떤 함의를 가질 것인지가 좀 더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 
 
세부사업 평가
 
 
장애인소득보장
 
장애인소득보장사업 중 장애인연금은 2019년도에 7,197억 원으로 편성되어 2018년 장애인연금 예산 대비 19.8% 증가하였으나 장애수당은 1,297억 원으로 2018년도에 비해 2,100만 원 정도의 매우 소량이지만 감소하여 2018년 예산에 이어 연속적으로 감소하였음. 
장애수당 중에서는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이 755억 원으로 2018년 대비 0.7% 증가하였고 차상위계층 등 대상 장애수당은 542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0% 감소하였음.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은 수급자 수를 2018년 23.9만 명에서 2019년 24.1만 명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가정한 데 따른 것임. 차상위층 등 장애수당이 감소한 것은 장애아동수당의 수급자 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데 따른 것인데 수급자가 2018년 20,426명에서 2019년 17,651명으로 13.6% 감소할 것으로 가정되었음. 이에 따라 장애아동수당 예산은 2018년 217억 원에서 186억 원으로 14.2% 감액 편성되었음. 차상위층 장애수당은 2018년 330억 원에서 2019년 356억 원으로 7.8% 증액 편성되었으나 장애아동수당 예산의 감소폭이 좀 더 커서 전체적으로 차상위층 등 장애수당의 예산은 소폭 감소하였음.
 
장애인연금은 지원 대상은 35.5만 명에서 36.4만 명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급여액은 기초급여에 대해 25만 원에서 30만 원(소득하위 30% 대상)으로 증액하고 부가급여에 대해서도 소득하위 30%인 65세 이상은 38만 원까지 인상키로 하면서 전년에 비해 비교적 큰 폭인 19.8%(1,188억 원) 증가한 예산으로 편성되었음. 
 
장애아동수당 대상자가 감소하는 것은 저출산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며 이와 반대로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수당 대상자가 증가하는 것은 고령화 및 빈곤의 고령화 현상과 연관이 있을 것임. 향후 이런 인구추이에 주목한 장애인소득보장의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임.
 
이와 함께 장애수당 및 장애인연금의 성격을 정비하는 제도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 현재 장애수당(기초 및 차상위 경증장애인 대상) 및 장애아동수당(기초 및 차상위의 경증과 중증 대상)은 추가비용보전성격의 급여이지만,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전성격의 기초급여와 추가비용보전성격의 부가급여가 혼재해 있어 이들을 추가지출 보전급여와 소득보전급여로 명확히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음.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와 장애수당 및 장애아동수당은 전자의 역할로 통폐합하고 장애인연금은 후자의 역할로 정립할 필요가 있음. 
 
장애인활동지원과 주거시설운영지원
 
2019년도 복지부 장애인예산 중 장애인 선택적 복지에 속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은 전년도 6,907억 원에 비해 2,778억 원(40.2%) 증가한 9,685억 원으로 편성되어 상당히 크게 증액되었음. 반면 전통적인 장애인복지사업의 하나인 거주시설운영지원예산은 2018년 4,709억 원에서 4,802억 원으로 2.0% 증액 편성되어 장애인복지예산 전체 증가율보다 훨씬 작게 증가토록 편성되었음. 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복지부 소관 장애인예산의 큰 변화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추후에도 이런 방향으로 계속 변화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임.
 
또한 이러한 변화와 관련하여 여성장애인지원예산이 전년에 비해 2.9% 감액 편성된 점은 약간 아쉬운 점이 있음. 현재 복지부의 여성장애인지원사업은 교육지원과 출산비용지원 등으로 되어 있어 프로그램 내용이 다양하지 않아 이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음. 과거와 달리 여성장애인의 비중이 40%를 넘고 있으므로 복지부는 여성가족부와 협력하여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예산도 증액시킬 필요가 있다고 봄.
 
발달장애인지원예산은 2018년에 전년에 비해 소폭 감액 편성되어 많은 논란을 초래한 바 있었는데 2019년도 예산안에서는 2018년 86억 원에서 260억 원 증가한 346억 원으로 편성되었음. 이는 증가율로는 304.0% 증가한 것으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예산을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임. 예산의 증가는 장애인들의 희망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공공후견지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들이 공급체계를 민간중심으로 상정한 것들인데, 기존에 이미 진입해있는 민간공급자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추후 서비스 확대에서는 공공부문에 의한 공급도 추진할 필요가 있음. 
 
앞에서 복지부 소관 장애인예산이 2강 1중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하였는데 이는 오늘날의 장애인정책이 거주시설보다는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의 도모를 기조로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됨. 더욱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의 흐름에 비추어서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음. 다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증가뿐만 아니라 공급체계의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급체계의 개혁을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임.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
 
2019년도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예산은 324억 원으로, 전년도 269억 원 대비 55억 원(20.5%) 증액되었음.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예산 항목 중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된 예산으로 판단되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 준비 예산과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신설) 예산은 58억 원 증액됨.
 
향후 장애인의 욕구에 따른 서비스지원체계가 갖추어지면 장애등급심사는 폐지될 것이지만, 당분간은 현행 등급제가 중・경증으로 단순화된 상태에서 운영될 것으로 보여 등급심사가 완전히 폐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순히 등급을 없앤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욕구진단체계 수립과 그에 따른 서비스 전달체계 수립 그리고 욕구진단 및 서비스전달과 관련된 권한과 책임의 제도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와 연관된 것이므로 커뮤니티케어나 복지분권, 사회서비스공단 등 전달체계에 관련된 제반 사안들과의 연결 속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임.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안과의 관계가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장애인전달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님. 양자는 병행하면서 추진되어야 하고, 상호 간 지속적인 소통으로 다른 사안의 변화와 그 추이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임. 
 
장애인일자리지원
 
2019년도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은 1,208억 원으로 전년도 957억 원 대비 250억 원(26.2%) 증액되었음. 시각장애인안마사파견사업의 지원단가가 1.8% 소폭 증액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하위사업들(일반형 전일제 일자리, 일반형 시간제 일자리, 장애인복지일자리, 발달장애인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은 참여인원과 지원단가가 모두 인상되었는데, 여기서 지원단가의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한 데 따른 것임. 
 
결론
 
2019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은 2018년 대비 23.0% 증가하여 지난 정권의 1%대 증가율보다 높음은 물론, 복지부 총지출예산 증가율 14.4%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임. 이에 따라 복지부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3.5%에서 2019년 예산안에서는 3.8%로 증가함.
 
2019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의 특징은 복지부 장애인예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장애수당・연금과 장애인 선택적 복지사업,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의 3대 사업 중 장애인 선택적 복지사업의 예산증가폭이 가장 큰 반면, 전통적 복지사업인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의 예산증가폭이 가장 낮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자립지원서비스 관련 예산이 더 크게 증가하고 있음. 이는 2015년부터 드러난 추이로, 2019년 장애인예산이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복지부의 장애인예산은 양대 사업인 장애수당・연금 및 장애인 선택적복지사업과 중간정도 규모로 축소된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이라는 ‘2강 1중 구도’로의 재편이 보다 분명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임. 이는 커뮤니티케어나 복지분권 등 현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기조와도 조화로우며 나아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라는 오늘날의 장애인정책 기조와도 조화로운 변화라 할 수 있음.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함께 여성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여성가족부와 사업을 협력하여 추진할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장애인소득보장과 관련하여 장애아동수당의 대상자 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반면 장애수당이나 장애인연금은 대상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이므로 향후 이런 인구추이를 고려한 정책수립을 보다 본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 이와 함께 추가비용보전과 소득보전의 역할을 제도별로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 
 
장애등급제 폐지는 근본적으로 전달체계 구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이므로, 사회서비스 전반의 공급체계 및 전달체계와의 연관성 속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음.  
 
2014년 이후 장애인구가 정체되고 있는데 장애출현의 경향이 변하는 흐름을 장애유형에 반영치 못한 것에 그 원인의 일단이 있는 것으로, 실제로 장애인구가 정체하고 있는 것은 아님. 특히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애발생경로가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장애유형을 확대하고 동시에 장애인정기준도 확대・개정하여 사회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음.
 
화, 2018/11/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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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보건의료 분야

 

정형준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전체적인 평가

 

보건 분야 예산은 보건복지 총 예산의 16.8%이며 2018년에 비해 9.0%(9,615억 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이는 건강보험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이 14.7%(8,032억 원) 증가한 것과 더불어 기존의 빅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개발사업 등 신규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 편성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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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계에서 예산 증감률이 뚜렷한 사업을 살펴보면 보건산업정책(145.5%), 지방의료원 등 육성(76.6%) 보건산업진흥(27.9%), 보건의료연구개발(21.5%) 의료취약지 지원(27.4%)등의 예산이 증가하였고, 만성질환관리체계 및 기반구축(△18.1%), 감염병관리(△13.4%), 한의학산업지원(△23.7%)등의 예산은 감소하였음.  

 

2019년 건강보험 총 보험료 수입예상액은 57조 8,154억 원으로 예상되며,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8조 942억 원임. 그러나 정부는 과징금 수입을 감안하더라도 2조 1,352억 원을 감액한 5조 9,721억 원을 편성함(여기에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강보험지원금으로 1조 9,011억 원을 편성함).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임.

 

세부사업 평가

 

신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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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신규사업은 의료취약지 지원 8억 원, 국립암센터 운영 11억 원, 건강보험 지원 39억 원을 제외하면, 보건의료연구개발, 보건산업정책,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지원 등에 책정되었음. 특히 보건의료연구개발에 신규로 334억 원이 책정되었으며, 보건산업정책에 143억 원,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지원에 19억 원이 책정되었음.

 

우선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 및 정신보건, 지역보건 지원 등의 상당부분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신규 보건의료 예산의 대부분이 보건의료연구개발과, 보건산업정책에 투입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움. 보건복지부가 관할해야 할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의료 활성화, 의료인력확보 및 의료의 질 및 안전관리 등에는 신규사업이 없음에도, 유독 보건의료 산업화에만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향후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 역량이 의료산업화 지원 및 발전에 맞춰지는 방향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임. 게다가 보건의료연구개발 사업의 대부분이 현재의 의료의 질 및 안정성 확보, 공공의료체계 확립, 의료전달체계 확보, 감염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의료로봇 등 의료기기발전사업, 인공지능 신약개발 등 거의 모든 신규사업이 산업자원부에서 진행해야 마땅한 사업들임.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의 경우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핵심 안전망인데 고작 39억 원을 배정하였음. 이는 작년 정부가 밝힌 소득하위 50%에 대한 재난적의료비 지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규모임. 물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면 건강보험 영역의 보장범위로 재난적의료비를 급감시킬 수 있을 것이나,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속도로 볼 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됨.

 

거기다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은 정부가 10월초 발표한 공공의료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바, 현재 의료취약지에 절대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는 정부도 깊이 공감한 바 있음. 그런데 고작 8억 원의 예산으로 몇 명의 의료진이 양성될 수 있을지 의문임. 더구나 이 예산은 28억 원 가량이 요청되었으나 기획재정부에 의해 8억 원으로 조정됨. 8억 원으로 지원 가능한 전문 인력은 연간 10여명을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면피용 신규사업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임.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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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예산에서 공공의료 관련 항목은 공공보건의료 정보화, 공공보건의료지원, 지방의료원 등 육성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음. 이중 공공보건의료지원 예산은 전년대비 71.5% 감소하였는데, 순감한 국내 심장분야 지역인프라 분석・구축 연구를 제외하면 남은 예산은 국제회의지원이므로, 사실상 이마저도 공공보건의료지원예산으로 판단할 수 없음. 반면 공공보건의료정보화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환된 사업으로, 전년대비 15.7% 증액된 총 54억 원이 책정되었음. 지방의료원 등 육성에는 1,118억 원이 책정되어 전년대비 76.6% 증액됨.

 

우선 지방의료원 등 육성은 올해 10월 초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기본계획에 따라, 지방의료원뿐만 아니라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될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 것임. 따라서 예산의 증액은 공공의료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 예산이 민간의료기관에 불필요하게 배정되지 않도록 배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임. 

 

한국의 의료기관은 95%가 민간의료기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공공의료기관이 적은 나라임. 이 때문에 지방의료원 지원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추가적인 설립이 요구된 바 있음. 하지만 지역거점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500병상급)건립에 최소 1,000~2,0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2019년 예산안은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

 

또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의료기관에 지원될 금액으로 본다면,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공공의료사업을 정부지원금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점검이 필요함. 따라서 지방의료원 등 육성에 76.6% 증액된 예산임에도 예산 집행과정에 대한 거버넌스 이후의 면밀한 평가가 필요한 사안임.

 

2019년부터 일반회계로 분류되는 공공보건의료정보화 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임.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보건의료 정보시스템을 집적화, 표준화하는 시도로 읽힘. 이는 보건의료산업정책 핵심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공공병원의 개인건강정보까지 표준화해서 직접하려는 시도로 보이며, 따라서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예산이라기보다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사업 활성화에 ‘공공의료’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이며, 순수한공공의료강화 예산으로 보기 어려움.

 

더구나 공공보건의료정보화의 내용이 불분명하고 개인건강정보를 비식별화하여 집적화하고 이를 산업화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면 공공의료에 대한 대중적 인식마저 더욱 나빠질 우려도 있기에, 본 사업은 그 내용과 개인건강정보 관리와 관련된 여러 장치들이 함께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임.

 

결론적으로 2019년 예산안에서 공공의료와 관련된 보건의료 자원배분은 실질적인 공공병원 설립계획을 위한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고, 의료산업화과제(빅데이터)와 민간병원에 공공보건의료사업 위탁(민간병원에 지역거점병원지위를 부여하고 공공병원의 역할을 수행토록 함)을 위한 예산이 주로 책정되어 있음. 이는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예산안임. 기존 지방의료원등에 대한 ‘착한’ 적자 및 인력지원 계획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이 제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기 어려움.

 

보건산업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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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산안의 특징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보건의료산업에 역대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는 점임. 보건의료연구개발 예산은 일반회계와 기금을 합할 경우 전년대비 3.1% 감소했으나 3,128억 원의 막대한 규모로 배정되었고, 보건산업정책 예산은 206억 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45.5% 증가하였음. 여기에 전년대비 27.9% 증액된 보건산업진흥 예산 351억 원도 배정함. 이는 공공의료 예산이나 재난적의료비 지원 예산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은 비중임.

 

문제는 이러한 예산 증액 편중 뿐 아니라 사업의 내용에서도 발견됨. 주로 순증하거나 증가한 사업들을 보면 보건의료연구개발에서도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개발,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기반 구축사업, CDM 기반 정밀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술개발,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등 보건의료 개인건강정보를 집적화 하여 제약, 의료기기, IT산업에 연계할 플랫폼 개발에 주로 집중하고 있음. 이들 사업은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공익적 목적의 사용에도 제한사항이 크며, 개인건강정보는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빅데이터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으로 산업화 계획은 시기상조임.

 

복지부가 2018년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90억 원 남짓을 배정한 바 있으나, 여러 법리적 문제 등으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경험으로도 그 문제가 드러남. 이러한 이유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전년대비 25.3% 감소된 예산이 편성되었으며, 기획재정부의 조정과정에서 추가로 14억 원이 삭감됨.

 

또한 복지부는 글로벌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는 명목으로 해외환자 유치 지원 사업에 2018년 131억 원을 책정했으나, 올해는 100억 원으로 감액하였음. 이는 작년에 본지에서 논했듯이 글로벌헬스케어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앞으로 의료관광유치와 같은 구시대적인 산업화 과제는 쇠퇴한다는 것을 방증한 것임.

 

보건산업진흥 예산에서는 제약산업 육성 지원에 126억 원을 배정하여 전년대비 27.9%의 증액을 하였음. 제약산업 육성 지원은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예산에서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공익적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에 한해서만 보건의료예산으로 편성될 필요가 있음. 따라서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27.9%의 증액도 과도해 보임.

 

보건산업진흥 예산 중 바이오헬스 기술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무려 98억 원을 배정해 전년대비 97.3%를 증액하였음. 이는 전년대비 예산을 거의 2배가량 부풀린 것인데, 여기에 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재생의료 등 차세대 보건의료산업발전 과제들이 들어있음. 문제는 이들 보건의료산업과제들이 기초과학연구부터 내실 있는 투자와 연구지원이 아니라, 보건산업측면에서 최종산물개발에 매년 막대한 증액이 이루어지고 있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할 세력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임. 실제로 최근 줄기세포 업체 상당수가 거짓된 최종의약품 과다 광고, 주가조작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사업들에 대한 생태계 조성에 악용되지 않도록 할 장치가 필요함.

 

무엇보다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막대한 예산 배정은 이런 공적자금지원이 공익적으로 어떻게 국민건강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밝혀내는 것임. 그런데 2019년 예산안의 보건의료 산업정책 분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산업발전측면과 고용측면만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어떠한 공익적 이로움이 발생할지에 대한 고려가 없음. 그렇다면 과연 보건의료 예산으로 민간산업체의 발전과 영리적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반문하게 됨.

 

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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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건강보험 지원 예산 중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전년대비 14.8% 증액되었으나, 법정의무조항인 내년도 건강보험의 예상수입의 14%에 비교해 2조 1,352억 원 가량이 부족함(과징금 수익예상금 반영). 더욱 놀라운 것은 보건복지부가 6조 1,669억 원을 요구하였으나 기획재정부는 1,949억 원을 삭감해, 일반회계에서 5조 9,72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점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미납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악재일 뿐 아니라 공적책임 유기 행위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함.

 

또한 신규로 예정된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에 39억만 배정한 것은 정부의 재난적의료비 해결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킴. 향후 정부는 이를 재고하여, 재난적의료비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려는 시도가 필요함.

 

기타

 

한의약 세계화 및 홍보, 한의약산업지원, 한의약연구 및 기술개발등은 대부분 예산이 줄어들었음. 특히 한의약산업지원은 23.7% 감소됨. 이는 정부가 한의약발전을 통해 공익적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산업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하에 전년 투입한 예산이 실패했기 때문으로, 향후 보건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예산배정의 경종을 울리는 실례로 볼 수 있음.

 

의료인력 양성은 283억 원으로 전년대비 20.5% 증액되었고, 의료기관 질관리 및 정책지원도 150억 원으로 전년대비 30.5% 증액됨. 의료인력 양성과 의료기관 질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증액은 매우 중요한데 2019년 예산안을 투입한 결과, 즉 어느 정도의 질관리 및 인력관리, 그리고 의료의 질 향상이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며 향후 그에 따른 예산의 지속적인 확장이 요구됨.

 

1차의료 활성화 예산으로는 혁신형 건강플랫폼 구축 지원이 11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전년대비 167.2% 증액되었음. 이 사업도 1차의료가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모델개발에 대한 것으로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 점차 확대되어야 할 사업으로 평가됨.

 

결론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영리화 사업 등에 예산이 과다 편성되고 있음. 대표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민감정보에 속하는 건강정보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안임. 때문에 이를 전년도 플랫폼 예산만 축소하고, 여타 연구개발 및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함. 또한 보건 분야 신규예산의 대부분이 보건의료산업개발에 치우쳐 있는데, 이들 사업이 공익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음.

 

공공보건정책 관련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지역의료원 지원 등의 명목으로 일부 증액되었음. 그러나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의 민간의료기관에도 투입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된 만큼, 거버넌스 확보 및 공공의료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정이 필요해 보임. 또한 공공병원 설립 등을 위한 공공보건 정책 예산이 합리적으로 증액되고, 최소한 의료취약지에 대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예산이 획기적으로 증액되어야 공공의료 예산으로써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임.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에 의거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57조 8,100억 원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8조 934억 원을 지원해야 하나, 2018년에 이어 2019년 예산안에도 2조 1,352억 원을 감액 편성하였음. 이는 관련 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함. 문재인 케어 소요재정 조달을 전적으로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법이 지정한대로 국고지원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국회는 예산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이를 시정해야 함. 또한 국민건강증진기금법을 개정하여 국고지원을 이행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음. 

 

이러한 국고지원이 제대로 될 경우 OECD 국가 중 미국, 스위스, 한국만이 시행하지 않은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으며, 정부는 그 불명예를 더 이상 가져서는 안 됨. 이를 통해 일시적인 재난적의료비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건강보장 체계를 갖춰나갈 수 있을 것임. 향후 보건의료산업발전을 명목으로 한 각종 R&D사업에 신규예산을 배정할 게 아니라,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 및 시범사업 등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것이 필요함.

 
화, 2018/11/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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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노인복지 분야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예산은 거짓이 없음. 개념으로 구성되는 정책의 목표와 내용이 미사여구에 의존한 과장과 허상에 관대한 반면 예산은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음. 숫자를 도구로 예산은 조직이 실행할 일의 규모와 궤를 현상(現像)하듯 드러냄. 포장되고 치장되었던 정책적 수사는 예산을 통해 여과 없이 실체화 되고, 조직의 의지는 숫자로 치환됨. 누구도 아닌 예산만의 미덕임. 이처럼 노인복지예산 분석은 문재인 정부의 노인복지 구상을 날 것처럼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임.

 

전체적인 평가

 

2019년 노인복지 예산은 13조 9,133억 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지출 72조 3,758억 원의 19.2%, 보건복지부 사회복지분야 예산 60조 7,895억 원의 22.9%를 차지함.

2019년 노인복지 예산은 2018년 11조 610억 원보다 2조 8,526억 원 증가해, 전년 대비 25.8%의 증가율을 보임. 이는 2018년의 전년 대비 노인복지 예산 증가율 12.5%와 비교해 13.3%p 높은 수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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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전년 대비 노인복지 예산 증가율은 같은 기간 사회복지 총지출 증가율인 15.4%의 약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사회복지 예산 중 가장 높은 증가율에 해당함.

 

2019년 노인 1인당 노인복지 예산은 1,808,331원(노인인구 7,694천 명 기준)으로 2018년 노인 1인당 노인복지 예산 1,498,537원(노인인구 7,381천 명 기준)보다 20.7% 증가됨.

 

살펴본 바와 같이, 2019년 노인복지 예산은 전년과 비교해 절대 규모가 확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 총 예산 증가율과 노인 1인당 예산 증가율 모두 2018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 보다 높아, 예산 증가 정도가 종적 비교 차원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또한 2019년 노인복지 예산 증가율은 같은 기간 보건복지부 총 지출 증가율 및 사회복지 총 지출 증가율 보다 높게 나타나 횡적 비교 차원에서도 증가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됨.

 

세부사업 평가

 

절대 규모 및 증감 수준별 노인복지사업 예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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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예산은 11조 4,952만 원으로 노인복지 총 예산의 82.6%를 차지함. 노인복지 예산의 대부분은 기초연금 지급을 위한 것이며 노인돌봄, 노인일자리 등 노인복지서비스를 포함한 기타 예산은 노인복지 총 예산의 17.4%에 불과함. 2019년 기초연금 예산은 전년 대비 26.0% 증가해 네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임. 특히, 기초연금 예산의 증가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지급 대상자 수 증가와 ‘저소득층 소득지원 대책’에 따라 소득하위 20% 노인에게 기초연금 지급액을 30만원으로 인상한 결과임.
 
치매관리체계 구축 예산은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임. 2019년 치매관리체계구축 예산은 2,333억 원으로 2018년 대비 60.1% 증가함. 높은 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치매 국가책임제’의 실시에 따라 치매안심센터 256개소의 설치가 완료되고, 공립요양병원 치매전문병동의 추가 설치 등의 변화에 따른 것임. 특히 치매관리체계 구축 총 예산의 89.4%를 차지하는 치매안심센터 운영비(2,087억 원)의 증가와 개인정보 보안강화 등 치매안심센터 시스템 개선비(17억 원)의 순증이 높은 증가율을 이끈 것으로 분석됨.
 
노인요양시설확충은 2018년 859억 원에서 2019년 1,1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4%의 높은 증가율을 보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예산은 2018년 6,349억 원에서 2019년 8,219억 원으로 29.5% 증가해 노인요양시설확충에 이어 높은 증가율을 보임. 
 
반면 노인단체지원 예산은 2018년 737억 원에서 2019년 442억 원으로 39.9%의 가장 큰 감소율을 보임. 그러나 노인단체지원의 2017년 결산액이 412억 원, 2018년 본예산이 423억 원임을 고려하면 2019년의 전년 대비 예산 감소율은 2018년 추경예산으로 인해 과장되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됨. 따라서 노인단체지원의 2019년 예산은 평년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함.
 
노인건강관리 예산은 196억 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100세 사회 대응고령친화제품연구개발 예산은 7.5% 감소하는 등 일부 노인복지사업 예산은 노인인구 증가율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남. 
 
쟁점별 노인복지사업 예산 분석 
노인일자리 지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예산은 2018년 6,349억 원에서 2019년 8,2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5% 증가함. 이는 신설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포함해 2018년 51만 명에서 2019년 61만 명으로 증가한 사업 대상자 확대에 기인한 것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2019년부터 새롭게 추가된 일자리 유형으로 월별 활동비 594,000원, 활동기간 10개월의 차별화된 일자리임. 낮은 수당으로 대변되는 노인일자리의 질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돌봄을 비롯한 사회서비스의 수요증가를 고려해 제시된 일자리 해법으로 이해됨. 
 
민간분야 일자리는 10만 2,000개로 전체 일자리의 16.7%에 불과하고 83.3%는 공공형 일자리임. 공공형 일자리의 86.7%를 차지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월활동비가 27만 원으로 전년과 동일함. 노인 1인당 일자리 지원 예산은 2019년 10만 3,649원으로 2018년 8만 2,825원 대비 25.1% 증가했으며 이는 월 활동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의해 야기된 결과임.
 
노인일자리사업을 전담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기능강화 예산은 사업비의 경우 48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2억 5,000만 원, 인건비는 76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4억 8,600만 원 증가하는데 그쳤음. 60만 개에 이르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절대 규모와 전년대비 10만 개 증가라는 상대 규모를 고려하면 이와 같이 제한된 예산으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질적인 기능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움.
 
노인돌봄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 예산은 2018년 987억 원에서 2019년 1,124억 원으로 13.8% 증가함. 노인돌봄서비스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예산은 2019년 1,056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2.5% 증가함.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지원규모(2018년 4만 1,365명에서 2019년 4만 7,686명으로 15.3% 증가), 서비스 단가 모두 소폭 증가했으나 서비스 제공시간은 2018년 주당 6.47시간에서 2019년 주당 5,25시간(2018년 이용시간 311시간에서 2019년 이용시간 252시간으로 감소)으로 감소하여 서비스의 충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우려됨. 
 
노인돌봄서비스 예산 중 독거노인사회관계활성화 예산이 33억 원으로 지난해 27억 원에 비해 43.8% 증액되고, 초기 독거노인 자립 지원 예산 335백만 원 순증되어 노인돌봄서비스의 예산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설명됨.
 
노인장기요양보험
 
2019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운영 총 예산은 9,960억 원으로 2018년 8,058억 원 대비 23.6%,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지원 예산은 지난해 7,107억 원에서 8,636억 원으로 21.5% 증가함. 운영지원 예산의 증가는 건강보험료 인상(3.49%), 가입자 수 증가(2.6%), 보수월액 증가(2.8%)에 따른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증가와 장기요양보험료율(0.74%p 인상된 18.4%)의 증가에 기인함.  
 
노인요양시설확충 예산은 2018년 859억 원에서 31.4% 증가한 1,129억 원임. 노인요양인프라의 확대로 최근 노인요양시설확충 관련 예산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치매국가책임제의 시행으로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32개소 등의 신축이 추진되면서 노인요양시설확충 예산이 증가한 것임.
 
결론 
 
2019년 노인복지예산은 기타 사회복지 예산과의 횡적 비교나 지난 해 노인복지예산과 견준 종적 비교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를 보임. 거칠게나마 노인복지 개선을 위한 정부의 의지로 읽힘. 특히 치매 국가책임제, 저소득층 소득지원 등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위한 맥(脈)을 짚어낼 수 있어 긍정적임.
 
한편 기초연금의 노인복지 예산 점유비는 82.6%로 여전히 높고,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 노인의 안정된 삶은 합리적인 소득 외에도 다양한 지원과 기회를 조건으로 함. 일자리, 돌봄, 사회참여, 노인의 삶을 엮어내는 적지 않은 서비스가 노인복지 예산 17.4%의 한계 내에서 어떤 조화를 이뤄낼지 우려됨.

 

화, 2018/11/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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