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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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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맹자다

익명 (미확인) | 월, 2017/01/16- 11:46

큰 폭풍 전에는 이상한 침묵이 지배한다. 언제였을까. 지난 두 달간 벌어졌던 폭풍과 같은 사태의 그림자가 예감처럼 얼핏 스쳐갔던 것이. 이 세상이 이제 가다 못해 끝내 막장, 막판으로 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문득 엄습했던 순간이 있었다.

지난해 9월 25일 백남기씨 사망 이후 경찰과 서울대병원의 하는 꼴을 보면서부터였다. 도대체 어떻게 아비 죽은 이유를 자식들, 가족들에게 덮어씌우려고 하나. 그래도 한국이고, 한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들에게 아주 근본적인 부모자식 간의 인륜이라는 게 있는 데, 이걸 어떻게 이렇게 건드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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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공권력에 의한 죽임임을 온세상이 아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병사’라고 우기고, 기어코 부검을 하려고 했다. 되돌아보면, 이는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정권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진 출처: 미디어오늘)

경찰 물대포를 머리에 직격으로 맞고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뇌출혈과 의식불명이 되었고, 그로 인해 사망하게 된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병사’라니… 거기다 그 사망 책임이 ‘연명 치료’를 거부한 가족에게 있다니, 그래서 그렇게 사람 죽여 놓은 경찰이 오히려 칼을 들고 죽은 사체에 다시 갈라봐야겠다니…

그 시커먼 영장을, 흉악무도한 심보를 기어코 ‘집행’하겠다고, 시신을 강탈해가겠다고, 영안실을 포위하고 있다니…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쳐 돌아갈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무슨 일이 터지고야 말 것만 같았다.

무슨 공포영화의 말도 안 되는 좀비들 같이 웃기지도 않게 집요했던 경찰의 부검 영장 청구가 딱 끊긴 건, 지난해 10월 28일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뭔가가 ‘탁!’ 하고 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는 당장 아는구나. 제 주인이 죽은 것을. 이제 끝났다는 것을. 악의 탑이 무너지고 좀비 주술이 끝났다는 것을.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제2의 10·26

10월 26일, JTBC의 2차 태블릿 폭로가 있었던 날은 ‘제2의 10·26’이었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사망했다.

그 37년 전인 1979년 10월 26일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의학적으로 사망했던 것처럼. 백남기씨의 시신을 그토록 집요하게 탈취하려 했던, 집요하게 물어뜯으려했던 그 ‘개’들은 그들에게 ‘싸인’을 보내는 권력자의, 권력핵심집단의 ‘사망’을 바로 알아챘던 것이다.

얼마나 영리한 개들인가. 물론 이 종류의 개들은 머리가 영리하다기보다는 코가 영리하다 (참고로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그 ‘개’들은 결코 우리가 사랑하는 가정의 반려견들을 지칭하는 것이 결코 아니니 이 점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 살인용·공격용으로 훈련된 사냥개들, 투견들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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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판도라상자, 최순실의 태플릿PC에 대한 2차 폭로가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26일었다. 그날 박근혜 정권의 수명도 다했다. 1979년 같은날, 그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경찰이 부검 영장 청구를 철회했던 그 날의 바로 다음날인 10월 29일, 제1차 촛불 집회가 청계광장에서 시작되었다.

마침 몇 주 전부터 토론 모임 하나가 광화문 토즈에 잡혀 있었다. 모인 우리는 들떠 있었고, 바로 그 날 바로 그 자리에 모임을 몇 주 전에 미리 잡아 놓은 모임 총무의 역사적 투시력, ‘신의 한 수’를 한껏 찬양하였다. 감격스러웠다.

모임을 서둘러 파하고 우리는 집회 군중 속을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2만이다, 3만이다 나름들 모인 사람들의 수를 가늠해 보았다. 그날 우리의 소감은 ‘2008년과 뭔가 다르다’, ‘더 젊어졌다’, ‘더 집중력이 있다’로 모아졌다.

집회가 파한 이후 우리는 따로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밤 깊도록 이야기했다. 이 나라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제2의 12·12 사태, 촛불 폭풍에 날아가다

10·26하면 바로 거의 자동으로 떠오르는 게 ‘12·12 사태’다. 전두환을 두목으로 하는 신군부 일당이 탱크를 앞세워서 온건파인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고 하극상으로 권력을 강탈했던 그 쿠데타, 역시 37년 전 그날 밤의 그 사건 말이다.

따라서 우선 제2의 12·12를 모의하는 자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자들과 그룹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했다. 이들의 동향을 낱낱이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손안에 넣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12·12와 비슷한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물론 당시와 같은 군사 쿠데타는 이미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유사한 정치공작적 역습, 반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 김기춘, 최병렬, 김용갑, 김용환 등의 ‘친박 원로7인회’ 같은 그룹들, 그리고 서청원, 최경환 등의 새누리당 ‘친박9인회’ 등이 그런 모의를 벌일 수 있는 대상자들이었다. 이들의 면면은 70년대 유신 시절 김지하가 그토록 통쾌하게 풍자했던 ‘5적’과 너무나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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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을 만들어낸 7인회 멤버들. 상단 왼쪽부터 김용환, 최병렬, 김용갑, (하단 왼쪽부터) 현경대, 강창희, 안병훈, 김기춘. 이들은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미지 출처: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23)

검찰, 경찰, 군의 공안통들, 재벌과 그 끄나풀들, 그에 붙어 사는 경제관료들, 고위 공무원들, 국회의원 장차관들 … 아니 그 중 일부는 바로 유신 시대의 장본인들, JP 말을 빌리면 ‘유신 본당’들이기도 했다.

최순실이란 이름을 캐면 캘수록 그 뿌리, 본체가 바로 정확히 유신 권력의 핵심에 닿아 있었음을 국민들은 알 수 있었다.

최태민, 이 요승(妖僧)의 술수는 결국 박정희 유신체제를 호위·선전하고 앞장서 궂은 일을 처리해주는 사이비 기독교 유신행동부대, 청년 유신행동부대를 만들어 박정희에게 갖다 바친다는 것이었다. 이름하여 ‘구국선교회’,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이었다.

우선 죽은 엄마(육영수)의 목소리를 빙의하여 딸(박근혜)의 영혼을 홀리고, 다음은 그 딸을 방호막으로 앞세워 그 아비(박정희)의 동정심과 환심을 샀다. 그토록 희한하고 의심스러운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를 박정희는 끊지 않았다. 최태민은 절대 권력자 박정희가 내심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친박 원로7인회’의 대표격인 김기춘은 자신의 입신출세의 뿌리를 바로 유신체제의 탄생 순간에 두고 있다. 유신과 김기춘은 정치적 출생일이 정확히 같다.

1972년 당시 유신 헌법 기안 임무가 신직수 법무장관에게 떨어졌고, 이 작업을 위해 신직수가 중용했던 젊은 검사가 바로 김기춘이었다.

대통령에게 히틀러와 같은 절대적 비상대권을 주고,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세계 헌정사상 희대의 괴물을 고안하는 데 김기춘은 그 영리하다는 (이번엔 코가 아니라) 머리를 바쳤다. 김기춘은 이후 청와대로 들어가 박정희에게 ‘똘똘이’ 소리를 들어가며 독재자의 사랑을 넘치도록 듬뿍 받았었다고 한다.

이렇게 위세를 차게 된 김기춘은 그 후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던가.

김기춘과 그가 애호했던 우병우 라인의 뿌리는 1972년 만들어진 유신 독재체제에 있다. ‘막후의 알부자’라는 우병우의 장인, 그리고 그 장모가 이미 유신시절부터 최태민과 가까운 사이로 밝혀졌다. 최태민과 김기춘도 그러했을 것이다. 박정희-김기춘-박근혜-최태민은 이렇게 뿌리에서부터 얽혀 있다. 그 뿌리에서 최순실이 나오고 우병우도 나왔다.

정의를 유린하고 나라 살림을 말아 먹는 수법은 대를 이어 전승되었다. 기기묘묘 화려하기까지 한 국정농단·세금빼먹기·재벌과 짜고치기의 신종 수법들도 선보였다. 그 수법이 이제는 부정입학, 부정학사관리에까지 가지를 쳤던 것이 밝혀지면서 이제 중고생만이 아니라 어린 초등생들까지 최순실, 정유라의 이름을 알고 주목하게 되는 희한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막나가는 대학기업화에 제동을 걸었던 이대생들의 신선했던 분투가 정유라 부정입학 건과 바로 연결되면서 전국 대학생들의 결집과 진출로 증폭되기도 하였다.

그 순간 다른 한 구석에서는 소위 ‘친박9인회’가 맹활약 중이었다. 서청원, 최경환, 조원진, 윤상현, 홍문종, 이장우, 원유철, 김진태, 정갑윤, 유기준 등 (이 중 몇몇의 참여는 들쭉날쭉이었다). 여기서 모인 결론은 이정현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10월25일 박근혜 대통령 1차 ‘대국민 담화’ 이후 결집하여 거의 매일 모임을 가지면서 ‘반격’을 모의해왔다는데, 교묘한 ‘꼼수’로 평가된 대통령의 3차 담화도 이들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꼼수는 어짜피 꼼수다. 꼼수가 교묘할수록 촛불은 더욱 커져만 갔다. 국회와 야당은 헷갈렸는지 모르지만, 촛불 민의는 3차 담화 이후인 12월 3일의 5차 집회에서 오히려 더욱 단호하고 분명해졌다. 최대인파인 232만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12월 9일, 국회는 결국 이 요구에 순응했다. 예상보다 훨씬 늘어난 ‘동요하는 비박’이 탄핵 찬성에 표를 던졌다. 그 유명한 ‘우주의 기운’–‘1(기권), 234(찬성), 5(무효), 67(반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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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민의의 엄청난 태풍은 7인회든 9인회든, 또는 무엇이든, 제2의 12·12를 도모했던 모든 세력들의 모든 모의와 작당을 야속하게도 지붕·창문·세간살이 할 것 없이 몽땅 다 날려버렸다.

나날이 새로 밝혀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정도와 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JTBC가 테블릿 내용의 공개를 시작한 이후, 먼저 종편 내부에서부터 동종 업계 간 폭로의 경쟁 논리가 맹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종편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들은 서로 질세라 최순실 국정농단의 ‘팩트’들을 파헤쳐대기 시작했다. 밤낮 없이 모든 종편들이 최순실, 정유라, 차인택, 장시호, 김종, 고인태 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국정농단의 세부 사항을 터트리고 규탄했다. 과연 한달 전까지 정반대의 이야기를 밤낮없이 늘어놓던 그 사람들, 그 진행자, 그 패널, 그 종편이 맞는지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할 정도였다.

심지어 TV조선까지 이 대열에 낙오되지 않으려고 한껏 비판의 볼륨을 높였다(최소한 11월 30일경까지는 그러했다). 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정능력조차 잃어버린, 망가질대로 망가진 MBC, KBS는 보도 경쟁, 시청률 경쟁의 대열에서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일간지들도 (역시 조선일보까지도) 한 동안 맹활약했다. 이쪽 업계에서는 유난히 깜깜하게 뒤떨어졌던 게 동아일보였다, 인터넷 신문들도 그간 쌓아온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이 기간 촛불은 거침없이 커져갔다. 대통령이 연이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되지도 않는 변명과 회피를 늘어놓을수록, 김진태 등 막장형 막말로 저명해지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주문을 외면 욀수록 촛불은 보라는 듯 더욱 커졌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절대로 꺼지지 않는 신상품 ‘LED 촛불’이 광장에 다양한 모델로 출시되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실로 ‘창조경제’가 아닐 수 없었다. 바람에 꺼지는 촛불이 아니라, 촛불이 바로 바람, 그것도 가장 억세고 무서운 태풍이라는 사실을 김진태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그걸 꺼보겠다고 부채질하면 10배, 100배로 커지는 들불이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그깟 ‘친박 집회’라는 것이 오히려 그 집단의 그로테스크한 기괴함, 기형성, 후진성을 만천하에 한껏 선양할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한 게 고시공부밖에 없고, 아는 게 공안업무밖에 없는 자들, 한국사회를 지배해 왔던 소위 공안통 ‘엘리트’들의 한 없이 빈곤하고 비루한 교양 수준의 현주소다.

3만(1차-10월 29일), 20만(2차-11월 5일), 100만(3차-11월 12일), 95만(4차-11월 19일), 190만(5차-11월 26일), 235만(6차-12월 3일) …

이 엄청난 힘은 7인회든, 9인회든, 또 다른 어떤 모의 세력이든, 그 모두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11월 4일, 2차 촛불 하루 전에 5%로 역대 최대의 바닥으로 가라앉은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이후 영영 회복되지 못했다. 이 속에서 제2의 12·12 모의는 영구 실종되었다. 12·12, 야심찬 대반격은커녕, 이제는 각자 모두 제 한 목숨 보존해보겠다고 발보둥치지 않으면 안 되는 처량한 처지가 되었다.

촛불은 맹자다

11월 26일, 190만이 모인 5차 집회가 있던 광화문, 한 달 전 첫 촛불집회 때 모였던 ‘토론모임’이 한 달 만에 다시 정기 모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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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19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마음들은 이미 뽕밭에 있었던 만큼, 공부와 토론은 대충 대충 마치고 민의의 바다에 서둘러 몸들을 실었다. 청운동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을 따라가, 아니 인파에 떠밀려가, 오랜만에 한껏 목청을 푼 후, 비교적 연식들이 노후한 까닭에 쉬이 피곤해진 몸뚱이들을 추슬려 슬슬 후진, 다시 종로통 인사동 입구 막걸리 집에 모였다.

과연 공부하는 학자들이요 먹물들이었다. 정세 흐름에 대한 간단한 검토 후, 이야기는 사뭇 형이상학적으로 흘러갔다. 과연 우리 눈앞의 이 촛불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수백만이 모인 이 거대한 인간의 흐름, 그 흐름을 잇는 인간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과연 무엇이 이렇듯 거대한 실체를 만드는가?

유독 독일 박사가 많았다. 다 쓰러지는 막걸리 집(황지우 시인의 시에서는 ‘흐린 주점’)에 끝까지 남은 7명 중 셋이 독일서 철학 학위를 받았다. 과연 독일 철학박사들답게, 이야기를 높고도 높게 철학적으로 끌고 올라갔다.

우리 자신 그 일부가 되었던 이 거대한 인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모종의 강한 동질감, 공통성을 느꼈다. 모두에게 하나같은 경험이었다. 즐겁고 고결한 감전이랄까. 너무나 익숙한 무엇. 어찌 이리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이렇듯 높은 수준의 ‘공통감(sensus communis)’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인가.

공론장=외펜틀리히카이트니, 공동체=게마인샤프트니 하는 독일적 개념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했다. 그 개념들이 전제하고 있는 독일의 개인과 오늘 바로 여기 이 속의 이 거대한 군중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의 개인들은 다르다, 뭔가 동아시아적인 것, 한국적인 것이 작동하고 있지 않느냐 했다.

가족 공동체, 이런 것이 아닐까. 동아시아인들, 한국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족적 공통감과 같은 무엇이지 않겠는가.

좋은 말씀을 잘 듣고 조용히 마음에 꾹꾹 담아 두지 못하고, 꼭 중간에 끼어서 이야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곤 했던 젊은 시절의 악덕을 아직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필자가 “그렇기는 합니다마는 …” 하며 한마디 더하는 순간이 이윽고 오고야 말았다.

비교란 가까운 것끼리 해야 재미있는 디테일이 나온다. 한국과 독일의 비교는 좀 멀어서 그런 디테일이 잘 안 나온다. 구체적인 차이를 추출하기 힘들다. 오히려 동아시아 내부, 이를테면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교해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우리 눈앞의 거대한 촛불 인파, 그 안에 모아지는 멘탈러티에는 이웃 국가인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성이 있지 않나.

주권자의 권력남용이나 잘못된 통치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서 직격탄을 날리는 전통은 동아시아 공히 맹자에서 유래한다. 옛 시절의 주권자란 왕이고, 왕 앞에 감연히 나서 목숨을 건 직언을 하였던 이가 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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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군주답지 못하면 천하를 구제하기 위해 군주의 목을 베어라” 지금의 촛불혁명은 이러한 맹자의 역성혁명사상과 맞닿아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모두 알고 있는 전통이기는 한데, 우선 일본은 그런 맹자 전통이 정치세력화된 적이 없다. A급 일본 학자들도 가만 이야기해 보면 결국 맹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문인통치가 아닌 무인통치 국가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물론 맹자를 이해는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역사 속에서, 황제의 힘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에 맹자의 전통은 항상 주변화되었다. 그래서 민심에서 맹자를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핵심 전통이라 할 수 없다. 맹자 전통이 역사의 중심이 되기에 항상 부족했다.

맹자가 정말 민심을 만나고 민심이 맹자를 받아들였던 곳, 맹자가 민심 안의 주류 전통이 되었던 곳은 오직 조선밖에 없다.

여기 이 ‘흐린 주점’ 밖의 저 거대한 촛불은 정확히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 대통령의 권력농단, 주권농단을 겨누고 있다. 국가권력의 핵심문제, 최고주권의 소재와 정당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평화롭고 축제적이나 그 태도는 엄정하고 단호하다. 아니 경건하기조차 하였다. 저 촛불의 모습은 바로 맹자의 모습, 맹자의 전통 아닌가.

2백만, 아니 지금 이 순간 온 나라 국민의 마음을 묶어주고 있는 그 ‘공통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맹자로 모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이 순간 형성된 이 놀라운 주권적 대중, 주권적 국민의 의지란 결국 맹자의 마음 아니겠는가. ‘맹자의 땀’이고 ‘성왕(聖王)의 피’ 아닌가.

이미 여러 잔 순배가 돌아 긴장이 풀리고 너그러워진 까닭인지, 갑자기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를 늘어놓은 셈이었건만, 웬 일인지 모두 끄덕끄덕 진지하게 동조해주는 듯 만하였다. 이 역시 틀림없이 술기운이 오른 나의 착각일 뿐이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로서는 오래 전 던져두었던 화두를 하나 현실 속에서, 뜨거운 현장 안에서, 다시 확인해 보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대한민국 Year One

11월 중반 이후,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5%로 고착되고 광화문엔 100만, 200만 촛불이 연이어 모여든 즈음부터. 더 이상 문제는 12·12가 아니었다. 제2의 12·12는 이미 분쇄되었다.

흐름은 이제 87년 6월의 상황에 돌입하고 있었다. 6·29란 이미 12·12와 같은 군사적 반동을 포기한 상태에서 ‘직선제’라는 개헌 조항을 가지고 6월 민주화 대항쟁을 중도에서 끊어 무력화시켜보겠다는 전두환 일당의 야심찬 기획이었다. 대통령 직선제는 물론 6월 항쟁의 승리의 결과였다.

그러나 냉전보수 세력은 노회했다. 민주화 요구에 굴복하는(즉 민의를 받드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야당의 분열을 유도한다면 대선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민주화 진영과 야권은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6월의 압도적 열기를 볼 때 대선에서의 승리는 이미 자명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지어 이후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도 어떻게 되던 야권이 이긴다는 ‘필승론’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이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87년을 결코 반복할 수 없다.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87년엔 6.29 이후 모든 것이 끝난 것으로 생각(착각)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점에서 2016년의 촛불민의는 1987년의 민주항쟁보다 각성되어 있다. 제발 이제 꺼져 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겠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만일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또 다시 (새로 경신된) 최대 규모의 촛불이 광장에 들이닥칠 것이다. 헌재를 들어 엎는다. 현재 민의가 이렇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헌재가 그런 만용을 부릴 가능성은 지극히 작다. 이렇듯 거대하고 깊으며 동시에 높은 민의란 세계사적으로도 진실로 특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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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시민혁명은 보수세력의 수동혁명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30년이 흘러 다시 촛불혁명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기어코 ‘새로운 대한민국 Year One’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크고 높은 민의가 말하고 있는 것, 원하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한 마디로 집약해보면, ‘Year One’이 아닐까. 원년, 새로운 시작. 여기서 Y와 O는 반드시 대문자로 써야 한다. 특별한 시간, 절대적으로 고유한 순간—역사적 새 출발, 새 지평, 헌정사적 원년(元年)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87년과 또 하나 크게 다른 사실은 이번에는 그 Year One을 국민들 자신이 스스로 열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87년에는 6.29 이후 그 일을 국회의 여야 개헌특위에 넘기고는 그걸로 그만이었다. 그저 ‘직선제’만 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큰 실책이었음을 이제 국민들이 안다.

그 87년 이후 30년만에 다시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되었다.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어떠한 개혁법안 논의, 개헌논의도 결코 국회 여야의 독점물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개혁 법안인가, 어떤 개헌인가.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하고 있다. 이미 경향 각지의 수많은 시민단체들, 주민모임들 속에서 활발한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 태반이 지난 두 달 동안 새로이 만들어진 모임들이다.

다음 정부의 할 일은 크고 높다. Year One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충심으로 이행하려는 모든 정치세력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과거 87년 DJ, YS를 훌쩍 넘어서는 비전과 포부를 가져야 한다. 나만이 된다,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작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큰 정치, 높은 정치를 해야 한다. 이것이 그토록 놀랍고 거대했던 주권적 국민의 뜻에 충직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은 믿는다.

안심한다. Year One은 그렇게 시작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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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언론의 비판기능 – ‘프리미어12’ 언론 보도 태도 유감 Wycliff Luke 기자 프리미어12를 전한 한국언론은 일본의 꼼수를 질타했다. 그러나 국가의 기강을 뒤흔드는 사건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음 뉴스 화면 갈무리] 우리는 ‘사소한’ 일엔 목숨을 건다. 그러나 정작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할 문제에 대해선 시큰둥하다. 지난 11월19일(목)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이 ...
월, 2015/11/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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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감시단, 중국에 구류된 북한 난민 구하라 한국 정부에 촉구 -중국에 구류된 9명 난민 북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 -현장난민의 처지 인정해 강제 송환 막을 것 촉구 인권 감시단은 11월 24일 한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 중국에 구류된 9명의 북한 난민들의 강제 송환을 중단해 줄 것과 그들이 한국을 포함한 자신들이 선택한 국가에서 망명할 수 있도록 ...
목, 2015/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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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타임스, 박근혜 대통령 반정부 시위대를 IS에 비유 복면 금지 지시 – 박 대통령, 복면 허용 안돼, IS나 하는 짓…시위대를 IS와 비교 – 민주노총 반응 “한심하다”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통찰 기대한 적 없어” – 경찰 지나친 무력 사용으로 비난받아…머리에 물대포 맞은 한 시위자 생명 위태로워 스트레이트타임스는 24일 AFP 통신을 인용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시위 중에 복면 착용을 ...
금, 2015/11/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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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서치, 국가보안법 폐지 및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국제 선언 청원문 게재 – 표현의 자유 및 시민 자유권 구현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 한국, 박근혜 정부 들어 인권탄압 심각해져 – 구속 수감 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및 당원들 석방 요구 – 국제 인권협약의 모든 조항을 존중하고 준수 요구 캐나가 퀘벡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리서치에 ...
금, 2015/11/2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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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Human Rights Concert  Contact:      (04537) Seoul Jung-gu Myongdong-gil 80, 2nd floor Catholic Human Rights Committee                                                     Date:             2015. 11. 30 Email:           [email protected] Facebook:     www.facebookk.com/HumanrightsAct   2015 Human Rights Concert ‘Human Rights, Sing for Hope Again’ 107 Human Rights Groups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Hold Human Rights Concert Featuring Lee Eun-mi and Kingston ...
월, 2015/11/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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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마트, 자국민을 테러리스트(ISIS)에 비유한 한국 대통령 비판 – 세계 유력 일간지 기사 요약 보도 – 박근혜 2008년 합법화된 법안 파괴 시도 – 독재자 이미지 부각 박근혜 대통령이 피와 헌신으로 이룩한 민주헌법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노골화 되고 있다. 2008년 헌번재판소에서 위법으로 판결된 “복면 금지법”을 다시 법제화 하려는 박근혜의 발언이 지난 한주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됐다. ...
화, 2015/12/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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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12/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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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타임스, ‘자국민을 학살한 독재자를 용서하는 한국인들’ – 독재자 전두환 재조명 –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독재자가 평안한 말년을 보내는 상황 비판 – 한국사회 독재자를 용서한건지 무관심 한건지 한국인은 용서와 관용의 민족인가? 수백명의 자국민을 무참히 사살한 그래서 사형선고를 받은 독재자를 예전에는 정치적 사면으로 그리고 지금은 무관심이라는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인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20년이 되면 ...
수, 2015/12/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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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연대 네트워크 레이버스타트, 한국 정부에 노조 탄압 중단 촉구 서명 시작 – 한국정부에 노동탄압 중단 요구 -긴급온라인 청원 시작 국제노동연대 온라인 캠페인 네트워크인 레이버스타트(LabourStart)가 한국 정부에게 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긴급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청원문은 노동법 개혁안에 반대하며 노조 단체들이 벌인 평화적 시위를 정부가 폭력으로 진압한 사실, 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
목, 2015/12/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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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설악산 케이블카 2016년 예산 미반영, 국회의 합리적 선택 환영한다

설악산 케이블카 2016 예산 미반영국회의 합리적 선택 환영한다

환경과 지역주민이 상생하는 일에 국민의 세금이 쓰여져야

 

12월2일, 국회는 2016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 예산안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것은 법절차를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다. 국회의 합리적인 선택을 국민행동은 환영한다.

강원도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라고 요구하였다. 강원도지사가 직접 국회의원을 찾아다녔다. 강원도의 숱한 민생현안이 있음에도 도지사는 케이블카 예산확보를 1순위로 요구하였다고 한다. 과연 도지사의 행보가 강원도민을 위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행동은 국회 교문위의 예산심의가 시작할 때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의원, 새누리당 염동열의원 등이 주장한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사업 증액예산 102억원의 삭감을 요청한 바 있다. 상임위와 예결위, 그리고 본회의를 거치며 결국 설악산 케이블카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아직 사업 허가를 위한 행정절차도 끝나지 않았다. 문화재현상변경, 환경영향평가, 산지전용허가 등 사업의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만약 인허가 절차도 끝나지 않은 사업의 예산을 책정하였다면 그것은 법절차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다. 설악산은 천연기념물의 보고로서 중요한 국가문화재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설악산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천연기념물의 지정 취지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사업이다. 관광수익을 위해서 대형철탑과 관광시설을 천연보호구역 안에 설치하는 것은, 국가문화재와 인류유산 보존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커다란 위협이다. 아울러 자연환경이 가장 큰 자산인 강원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도 천연기념물 설악산을 난개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 예산이 아니다. 강원도민을 위한 일이라면,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진정으로 강원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을 현혹하는 지역정치인과 몇몇 개발업자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이다. 국민행동은 국민의 세금이 환경과 지역주민이 상생함으로써 진정으로 강원도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위해 쓰여지기를 희망한다. 자연생태계 최후의 보루인 설악산 국립공원을 지키는 것은 강원도와 전 국민, 그리고 우리 후손을 위한 길이다.

 

2015  12  3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문의 : 황인철 국민행동 상황실장 (010-3744-6126)

목, 2015/12/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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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의 민주노총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격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2일 새벽 정기국회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노동 법안에 대해서는 “양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 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날 아침 김무성 대표는 노동 법안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투쟁과 분개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데 민주노총만 오로지 변화를 외면하고 시대착오적인 투쟁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11월 3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을 ‘전문시위꾼 집단’이라며 명예훼손적인 발언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반정부 성향의 5개 대형집회 모두 민주노총이 주도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행태는 사실상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에서 무단이탈해서 정치적 목적을 꾀하는 정치집단이자 사회를 무질서와 무법천지로 만드는 시위를 주도하는 전문시위꾼 집단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 11.30

정부의 민주노총 압박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 일주일 후인 11월 21일 전격적으로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은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법 폭력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 11/24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에는 경찰이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정부·여당, 민주노총을 ‘불법·폭력 집단’으로 매도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민주노총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선’ 때문이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13만여 명 중 노동자는 8만여 명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가 거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단체가 민주노총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더불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정부의 노동정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을 늘리고 사용자로 하여금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민주노총을 과격한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해야 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데 더욱더 유연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튼튼한 노조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내 뒤를 든든히 봐주는 존재”이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십니까?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랍니까?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 노동절 연설 / 9.7

지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KT노조 사례는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할 때 노동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KT는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2009년 12월, 5천992명을 명예퇴직으로 퇴출시킨다. 2013년에는 저성과자 퇴출제도가 도입됐고 지난해에는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천304명이 퇴출됐다.

특히 지난해 KT노조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특별명예퇴직, 임금피크제, 지사 통폐합, 자녀 학자금 지원 폐지 등에 합의했다가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았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요구하는 소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 부분을 다 도입한 KT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인력퇴출만 있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 96%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반대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은 민주노총만 찍어 누른다고 강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전국적으로 진행한 ‘을들의 국민투표’에는 시민 14만 8천989명이 투표에 참가해 96%(14만3천81명)가 정부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국 169개 시군구 1천5개 투표소에 설치된 2천347개 투표함은 시민단체나 노조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들이 2만 원씩 주고 구입해 설치한 것으로 일반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합의 처리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노동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 노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김영주 국회 환노위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상임위원장은 원래 결론을 먼저 내리면 안 되지만 5대 노동법만큼은 제가 먼저 결론을 냈다”며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내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이다.

 

▲ 지난 2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노동 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노동 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악 5법 저지를 분명한 당론으로 하고 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노동개악 5법 저지 입장을 견지할 것이며 이는 내년 총선까지 변함없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목, 2015/12/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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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이 부족한 보육예산 편성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와 국회

3-5세 국가책임보육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국회

온전한 예산 편성으로 공약 이행해야

 

어제(12/2) 국회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을 3,000억 원의 목적 예비비로 우회지원하는 내용으로 2016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약속했던 ‘국가완전책임보육’을 시행하기는커녕  3-5세 과정의 보육․유아교육 재정 부담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전가하여 국가책임을 회피하고 결국 보육대란을 야기시키는 박근혜 정부와 보육대란이 예상되는 내용의 예산을 통과시킨 국회의 무책임한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책임보육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며 3-5세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국민과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예산 편성시기가 되면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보육책임을 떠넘기더니 지난 10월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책임회피를 했다. 또한 어제(12/2) 국회가 편성한 예비비 3,000억 원은 2016년 누리과정 시행을 위해 필요한 2조 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이 금액조차 예비비 명목으로 책정하여 누리과정에 온전히 쓰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행태는 정부가 2년 전 보육에 대한 국가완전책임제 실현 약속을 공개적으로 파기한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현재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매년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반복되어 보육교사와 부모 등 보육이해당사자들은 보육 대란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으며 이미 시도교육청은 보육재정으로 인해 지방채를 발행하여 많은 빚을 지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할 보육예산을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편가르기 시도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정부는 정권 초기에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호언장담했지만 현실은 보육대란으로 돌아왔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안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인데 국가가 보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처사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대책없는 보육예산 편성을 철회하고 국가재정으로 책임지는 국가책임보육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목, 2015/12/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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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고 주간지 오바마 박근혜 지지 옳은지 의문 표시 -더 네이션, ‘독재자의 딸 노동자들 탄압’ 맹비난 -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임계점 될 수도 외신들의 박근혜 정권 비판 보도가 아버지 박정희와 광주 학살자 전두환 이후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BBC, 파이낸셜타임스, 아사히신문. 디플로마 등 세계 언론을 대표하는 유수의 언론들이 일제히 박근혜 정권의 독재와 폭압적인 ...
금, 2015/12/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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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BBC, “왜 역사를 국정화하려 하는가?” – 박근혜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분석해 – 일본, 미 텍사스 주 사례 열거 하며 독재체제라 비판 근본적인 질문 속에 근본적인 답이 있다. 박근혜는 아버지의 독재자 이미지-친일장교 이미지를 세탁하고자 한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근본 배경이다. 영국 BBC는 이런 근본적인 해답을 일본, 그리고 미국 텍사스주의 사례와 함께 제시해준다. 특히 BBC는 한국에서 ...
토, 2015/12/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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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민심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노동자, 농민, 학생, 시민 5만 여 명이 참가했다.

복면 시위를 IS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에 풍자로 맞서듯 2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가면의 바다를 이뤘다. 임옥상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대형 가면을 들고 나왔고,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했다.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성공회 등 종교인들은 혹시 모를 충돌을 막고 평화 집회를 보장하기 위해 꽃을 한 송이 씩 들고 거리로 나왔다.

▲ 시민들은 복면 시위를 IS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각양각색의 가면을 쓰고 나왔다.

▲ 시민들은 복면 시위를 IS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각양각색의 가면을 쓰고 나왔다.

▲ 종교인들은 꽃을 들고 거리로 나와 “평화, 피어라”라고 외쳤다.

▲ 종교인들은 꽃을 들고 거리로 나와 “평화, 피어라”라고 외쳤다.

집회는 1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살인진압 공안탄압 규탄, 노동개악 저지’ 민중총궐기 대회와 2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쉬운 해고와 평생 비정규직, 임금 삭감을 내용으로하는 노동개악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려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준식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친일과 독재 미화에 복면을 씌우려 한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밖에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국민은 정권을 쉽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숨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래라 저래라 말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주의 퇴행을 꼬집었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협의회 집행위원장도 “대한민국은 세월호 그 자체”라며 “대한민국의 선장은 승객인 국민들의 생명과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스케이트장 공사로 비좁았던 서울광장은 노동자, 시민, 학생 등 5만여 명으로 가득찼다.

▲ 스케이트장 공사로 비좁았던 서울광장은 노동자, 시민, 학생 등 5만여 명으로 가득찼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고 민중총궐기 대회와 행진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행진 과정에서 경찰이 도로 2차선만 허용해 3.4킬로미터를 행진하는 데 3시간 넘게 걸렸다. 대학로까지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촛불문화제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 백남기 씨의 가족들은 서울광장에서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해 온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 백남기 씨의 가족들은 서울광장에서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해 온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촛불 문화제에서 백남기씨의 딸 백민주화씨는 “제 나이가 서른인데 저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도 이 자리에 많이 나와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나라의 희망을 보는 것 같고 저희 아버지가 이 목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실 것만 같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일, 2015/12/0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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