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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혁신가인가, 사익의 대변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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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혁신가인가, 사익의 대변자인가?

익명 (미확인) | 화, 2016/10/18- 14:43

(이 글은 코리아엑스포제에 실린 필자의 ‘민간 싱크탱크가 한국의 정책을 망치고 있다‘(2016년 10월 12일)를 필자와 코리아엑스포제의 허락을 받아 번역, 게재한 것입니다.)

지난 10월 11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매경 미디어그룹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WKF)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정책과 경제영역에서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강연자는 칼라일펀드의 공동설립자인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전 미국 부통령 딕 체니, 대북강경론자인 전 국무차관 웬디 셔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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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매경 미디어그룹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 모습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한국처럼 복잡한 나라가 딕 체니같은 사람을 초청할 수 있을까? 전쟁이 일어난 다른 나라에서 전범재판 피고로 불려 나와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 그가 어떻게 초청됐을까?

겉만 뻔지르하고, 알맹이없는 국제행사

지난 4월에는 아산정책연구원이 매년 전세계 전문가와 학자들을 초청해 여는 아산플레넘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남산 하야트호텔에서 열렸는데, 음식은 호화로왔고, 외국인 전문가들은 대학생 인턴들의 극진한 접대를 받았다.

방 한가운데 테이블에는 아산정책연구소가 만든 경제 및 국제관계 관련 영어 브로셔가 쌓여 있었다. 브로셔의 편집은 흠잡을데 없이 깔끔했다. 그러나 내용은 지루했고, 정직하지 못했다. 성장과 개발에 대한 진부한 주장만 가득했다.

전문가들의 말도 한결같이 피상적이고, 의례적이었다. 다른 싱크탱크와 정부기관에서 온 사람들은 기후변화, 빈부격차, 서구에서 극우파의 등장과 군국주의의 발호 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말하길 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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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플래넘에서 초청인사들이 대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 출처: http://www.mayvan.co.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port&wr_id=424)

어떤 이유에서 내가 초청됐지만, 평소 존경하던 국내외 전문가는 초청받지 못했다.

그나마 초청받은 외국인 전문가는 빅터 차(Victor Cha),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부르스 베넷(Bruce Bennett)처럼 매번 보던 얼굴들이었다. 이들은 남북한과 미국의 일반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으면서 한결같이 군사동맹과 자유무역협정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아시아 전문가 중에서 그 지역 언어에 능숙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개는 정부와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불려온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은 지난 20년동안 곧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허황된 주장을 반복하던 사람이었다. 그들의 분석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한을 마치 소외되고 적의를 가진 국가로 묘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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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정책은 정부와 민간 싱크탱크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조 속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북문제 전문가로 소개되는 대개의 외국인 전문가들은 특정 입장과 정책만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전문가라는 후광을 업고, 국내 정책을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또 그들은 뻔뻔하게도 비싸고, 효용이 의심되는 사드와 같은 무기체계를 선전하는 글을 쓰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전하는 무기만 사용하면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다.

내 생각에는 그들이 그냥 집에 머물거나, 자신들의 부패를 깨닫고 조용히 물러났으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진짜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 기후변화와 드론 활성화 같이 실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순위에 목매는 민간 싱크탱크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곳이다. 이 연구소는 서울에서 많은 돈이 드는 회의를 열고, 전세계에서 전문가와 고위직 관료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을 통해 아산정책연구원이 매우 중요한 곳임을 알릴 수는 있지만, 실제 그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은 거의 없다.

한국 언론은 한국의 싱크탱크가 낙후됐으며,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정책 혁신을 위해 싱크탱크가 필수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많은 인턴학생들은 정치학이나 국제관계학과 관련된 그럴듯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싱크탱크에서 일한다. 어떤 사람은 싱크탱크 경력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는다. 그러나 싱크탱크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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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국 싱크탱크의 국제적 역할 확대’ 포럼 모습. (사진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12254831)

예컨대 제임스 매건 펜실베니아대학 교수가 만든 세계 싱크탱크 순위가 나올 때마다 한국에서는 안달복달하는 분위기가 있다. 2015년에는 KDI(33위), 대외경제정책연구원(48위), 동아시아연구원, 아산정책연구원, 국방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 세종연구소 등이 포함됐다.

이 순위는 재정, 인력규모, 유수저널 게재논문 수 등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이런 지표를 통해 과연 국가정책에 대한 싱크탱크의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을까.

또 이 순위는 연구의 정확성과 적절성은 반영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과 부유한 후원자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는 후한 평가를 받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돈은 부패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비전을 가진 후원자가 의미있는 후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의 기업 후원은 종종 싱크탱크가 당면 문제에 대해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방해한다. 왜냐하면 너무 적나라한 분석은 후원자를 불편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의 기업 후원은 싱크탱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같은 저명한 잡지도 누구의 글을 실을지에 대해 협소한 관점으로 판단하고, 가끔 대기업이 추구할 만한 아젠다를 제시하기도 한다.

국가정책 도둑질하는 그들만의 리그

더욱 문제는 한국의 민간 싱크탱크가 갖고 있는 폐쇄성이다. 순위를 매기는 직원이 오면 한국 정부는 그들을 비공개로 열리는 싱크탱크의 세미나에 보낸다. 이런 세미나에서는 후원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만 나온다.

세미나는 공개 토론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서울에서 초청받은 행사는 매우 폐쇄적이었다. 최악의 경우는 아산정책연구원과 동아시아연구원이었다. 이들 싱크탱크는 자신들을 마치 고위 정책결정자들의 비밀클럽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이러한 싱크탱크들이 정책영역에서 하는 역할은 교육에서 학원이 하는 역할과 점점 닮아간다. 학원은 시험을 취업을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만들고, 교사들의 역할을 주변화함으로써 교육과 시험제도를 왜곡하고, 결국 교육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비영리기관이지만, 최고의 관심사는 돈을 모으거나, 또는 후원자의 생각을 널리 선전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과 후원자들을 위해 공공 정책과정을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정부 관리, 국책연구소 연구자, 대학교수들에 의해 이뤄져야 할 (공적인) 업무를 사익화한다. 그들은 그럴싸한 이벤트, 멋진 브로셔와 광고 등으로 자신들의 무책임과 협소한 이해관계를 은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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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다양한 집단들이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정책공동체(policy community)에서 자유로운 정보교류와 협력을 통해 정책혁신이 이뤄진다. 그러나 국내의 정책공동체는 정부와 특정 민간 싱크탱크 간의 폐쇄된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정책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www2.ucsc.edu/whorulesamerica/power_elite/interlocks_and_interac…)

한국의 민간 싱크탱크가 정부보다 공공업무를 더 잘 할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한국정부를 현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활동의 가장 중요한 과정, 즉 장기 국가 아젠더 설정을 사익화하기 위해서이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민간 싱크탱크가 향후 20년간 한국이 해야 할 일을 제안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위험성은 실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본 것과 같은 재앙을 모든 한국인이 향후 몇 백년동안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채 수없이 많은 무모한 대북대책을 부추기는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은 새로운 생각과 접근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기서 정부 기관끼리 논쟁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각성된 정부 관료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작지만 활기찬 정책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학자, NGO, 정부 관료, 대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숙의가 이뤄져야 한다. 민간 싱크탱크처럼 불투명한 엘리트조직을 정책중개자인 양 격려하고 지원하는 현재의 상황은 결코 한국의 미래에 이롭지 않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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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대법원 세월호 선장에게 무기징역 확정 선고 – 대법원, 고등법원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선고 만장일치로 확정 – 대법원, 이 선장이 고의로 승객들을 포기한 것 – 희생자 학생들 대부분 웅크린채 발견,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따라 기다린것 – 세월호 참사는 정경유착, 규제 감독 태만, 무능한 해양경찰 책임 뉴욕타임스는 12일 대법원이 세월호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한 소식을 보도했다. ...
토, 2015/11/14-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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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한미 양국군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되고, 이에 대해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상태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시스코 교육회관(212호)에서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평화전략시국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이번 대토론회는 (사)다른백년과 (사)평화통일시민연대가 주최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없는가’, 김동엽 경암대 교수가 ‘북핵문제/사드배치, 탈출전략은 없는가’, 이장희 명예교수가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평화 시민단체의 역할과 과제’ 등을 주제로 발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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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08/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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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관련 후속 보도에 대해 나 의원이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제기한 이의신청이 기각됐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글로벌 메신저 공모절차 없이 나경원 딸 추천’이라는 제목의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나경원 의원의 주장이 이유 없어 기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 28일 나경원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인 글로벌 메신저 후보를 추천하면서 나 의원의 딸 김 모 양을 단독 추천해 다른 국내 장애인 선수들의 참여 기회를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나경원 주장 ‘이유없다’ 이의신청 기각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당시 한국 내 지적 장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메신저 후보를 공개 모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공모 과정 없이 자체 회의를 통해 나경원 의원의 딸을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11년 5월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위원회의 회장으로 선출돼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보도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심의위에 이의 신청을 했으나, 심의위는 나경원 의원의 주장이 ‘이유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등의 보도에 대해 경고 조치한 심의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경고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반론을 거부한 나경원 의원의 반론을 어떻게 실을 수 있느냐’며 재심을 요구했으나 심의위는 이를 기각했다.

심의위는 기각 결정문에서 “상대방( 나경원 의원)이 반론을 개진하지 않더라고 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기에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명확하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을 감안해 치밀한 취재를 통해 상대방의 관점을 다루어 유권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 개진 없어도 상대방 관점 다뤄야”…황당 논리로 재심 기각

하지만 이는 언론의 사실보도 원칙을 무시하는 터무니없는 논리다. 나경원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취재를 회피하는 상황에서 취재기자가 나경원 의원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심의위의 지적대로 기자가 섣불리 나 의원의 관점을 예단하고 이를 보도할 경우 오히려 사실을 왜곡할 소지가 크다.

게다가 심의위는 나경원 의원 딸의 부정입학 및 성적관리의 진위여부는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별론으로 했다고 스스로 밝혀놓고도 뉴스타파 보도가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을 내렸다.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고 말해놓고 뉴스타파 보도가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모순을 범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런 황당한 논리로 언론의 검증 기능을 침해한 심의위의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나경원 의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황일송 기자 상대 1억 민사소송 제기

한편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검찰에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를 고소한 데 이어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황일송 기자에 대해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화, 2016/04/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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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대통령에 대한 하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10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거나 탄핵해야한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다. 11일 한국갤럽조사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달리 야권의 입장은 복잡하다. 정의당은 하야를 공식적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 대선 예비후보군 중 일부도 즉각 하야나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 청와대를 압박하면서 ‘실효성 있는’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야 혹은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취재 : 김경래
편집 : 정지성

금, 2016/11/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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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사람으로 채워 공모 취지 잃어

8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4년 7개월여 동안 ‘개방형 직위’를 43회 공모한 가운데 뽑힌 민간인 수다. 18.6%에 지나지 않았다.

9명. 같은 기간 정부 기관 안에서 과기정통부의 ‘공모 직위’에 뽑힌 다른 부처 사람 수다. 64회 공모를 벌여 9명을 뽑았으니 14.06%였다.

지난 4년 7개월여 동안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간 개방형 직위와 정부 내 공모 직위를 각각 2회, 4회 모집했지만 모두 내부 출신을 뽑았다. 0%. 개방 공모 제도가 무색할 인사 철옹성을 쌓았다.

가벼운 자리만 민간에

과기정통부 정보화담당관. 2016년 3월 장국환 전 콤텍정보통신 이사가 뽑힌 과장급 자리. 그는 과기정통부 본부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민간 출신 과장이다. 국장급인 대변인과 감사관, 과장급 자리인 다자협력담당관, 거대공공연구협력과장, 연구제도혁신과장, 정보보호지원과장, 구주아프리카협력담당관도 민간 개방형 직위로 공모했으되 모두 과기정통부 출신을 뽑았다. 권한과 책임이 무거운 자리를 과기정통부 출신끼리 끌어안은 채 상대적으로 가벼운 직위 한 곳만 민간에 내줬다.

과기정통부 소속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해용 우정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2015년 10월), 이윤택 대전둔산우체국장(2015년 12월), 이영구 우정공무원교육원장(2016년 4월), 이욱희 우정사업본부 준법감시담당관과 이창규 대구우편집중국장(2016년 6월), 박태영 전주전파관리소장(2016년 7월), 노동환 부산사상우체국장(2017년 3월) 등 7명만 민간 출신이다.

소속기관장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우정사업본부장은 2013년 7월 김준호(행정고시 28회)와 2015년 8월 김기덕(행시 29회)처럼 옛 정보통신부 출신이 바통을 주고받았다. 국립중앙과학관장에도 2013년 7월 최종배(5급 특채), 2014년 11월 김주한(기술고시 20회), 2016년 8월 양성광(기시 21회) 등 옛 과학기술부 출신으로 이어졌다. 국립과천과학관장 자리도 2013년 10월 김선빈(5급 특채)과 2015년 10월 조성찬(기시 25회) 같은 옛 과기부 출신으로 채워 민간 개방 인선 체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방통위에서는 홍보협력담당관을 개방형 직위로 두 차례 공모했으되 2014년 4월 배춘환(5급 특채)과 2016년 3월 진성철(5급 특채)처럼 옛 방송위원회 출신이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방형 직위 이 름 임용일
감사관 마창환 ’16.03.09.
홍남표 ’13.06.27.
대변인 전성배 ’16.07.06.
조경식 ’15.06.23.
구주아프리카협력담당관 최문기 ’17.03.20.
다자협력담당관 이상훈 ’13.03.29.
정보화담당관 장국환 ’16.03.28.
거대공공연구협력과장 이충원 ’15.11.23.
연구제도혁신과장 이재흔 ’17.04.17.
김진형 ’15.06.08.
정보보호지원과장 박준국 ’16.07.01.
박철순 ’16.01.15.
우정사업본부장 김기덕 ’15.08.17.
김준호 ’13.07.15.
우정공무원교육원장 이영구 ’16.04.08.
박경수 ’14.02.18.
강원지방우정청장 김태의 ’16.01.15.
정용환 ’13.12.01.
우정사업본부 준법감시담당관 이욱희 ’16.06.20.
우정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 정해용 ’15.10.14.
서울지방우정청 우정사업국장 천장수 ’14.07.01.
하동용 ’13.03.23.
서울성북우체국장 임호영 ’15.01.01.
서울강동우체국장 정상준 ’15.01.01.
부산사상우체국장 노동환 ’17.03.20.
이주수 ’14.01.01.
해운대우체국장 서동수 ’13.08.23.
인천우체국장 안일선 ’16.05.01.
정광화 ’14.01.01.
김광호 ’13.03.23.
대전둔산우체국장 이윤택 ’15.12.21.
심규화 ’13.03.23.
광주우편집중국장 황철연 ’17.07.24.
임영일 ’15.02.01.
대구우편집중국장 이창규 ’16.06.20.
국립중앙과학관장 양성광 ’16.08.29.
김주한 ’14.11.28.
최종배 ’13.07.18.
국립과천과학관장 조성찬 ’15.10.30.
김선빈 ’13.10.07.

전주전파관리소장

박태영 ’16.07.01.
조관복 ’15.03.30.
김창현 ’13.03.23.

▲ 굵은 글씨가 민간 경력자. 장국환 정보화담당관은 콤텍정보통신, 이영구 우정공무원교육원장은 삼성전자, 이욱희 우본 준법감시담당관은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정해용 우정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은 한화인재경영원 출신이다. 노동환 부산사상우체국장은 국민은행, 이윤택 대전둔산우체국장은 SC제일은행, 이창규 대구우편집중국장은 현대로지스틱스, 박태영 전주전파관리소장은 SK브로드밴드에서 일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방형 직위 이 름 임용일
홍보협력담당관 진성철 2016.03.18.
배춘환 2014.04.14.

정부 내 공모 직위는 ‘떼어 둔 당상’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정부 내 공모 직위는 미리 정해 둔 자리에 가까웠다. 지난 4년 7개월여 동안 68명을 공모한 가운데 59명을 내부 사람으로 채웠다.

과기정통부 국립전파연구원장을 2013년 4월 서석진(기시 25회), 2014년 8월 최영진(행시 36회), 2016년 1월 유대선(행시 34회) 등 정통부 출신이 정기 인사 발령을 받듯 돌아가며 맡았다. 중앙전파관리소장도 2013년 3월 이정구(행시 35회), 2014년 10월 이동형(행시 33회), 2017년 1월 문성계(기시 22회) 같은 정통부 출신이 도맡았다.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정보통신산업과장‧융합기술과장‧지역연구진흥과장‧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디지털콘텐츠과장‧미래인재기반과장 자리도 옛 과기부와 정통부 출신이 바통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방통위 핵심 직위 가운데 하나인 이용자정책국장은 옛 정통부 출신에게 떼어 둔 당상으로 보였다. 정부 내 공모를 했으되 2015년 1월 박노익(행시 35회)과 2017년 2월 김재영(행시 34회)처럼 정통부 출신을 잇따라 뽑았다. 이용자보호과장은 공모 없이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1 대 1 ‘계획인사교류’로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사람으로 채워졌다. 2014년 6월 양기철은 옛 방통위, 2016년 3월 안근영은 정통부 5급 특채자였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과 예금사업과장에는 공개 모집한 취지에 동떨어진 채용이 이뤄졌다. 2013년 4월 유용섭(9급 공채), 2014년 4월 문성유(행시 33회), 2016년 4월 성일홍(행시 37회) 등 연구개발투자심의관 자리가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무원의 것으로 굳어졌다.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과 예금사업과장 자리는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이 차지했다. 2013년 3월 이현철(행시 33회), 2014년 1월 윤창호(행시 35회), 2015년 6월 김정각(행시 36회) 등이 금융위와 우본을 차례로 오갔다. 2014년 12월 우본 예금사업과장을 맡았던 주홍민(행시 43회)도 2017년 1월 금융위 후배 조문희(행시 46회)에게 자리를 내준 뒤 본가로 돌아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직위 이 름 임용일
연구개발투자심의관 성일홍 ’16.04.01.
문성유 ’14.04.18.
유용섭 ’13.04.26.
국립전파연구원장 유대선 ’16.01.15.
최영진 ’14.08.14.
서석진 ’13.04.26.
중앙전파관리소장 문성계 ’17.01.31.
이동형 ’14.10.01.
이정구 ’13.03.23.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 김정각 ’15.06.29.
윤창호 ’14.01.17.
이현철 ’13.03.23.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김선옥 ’14.08.14.
김선호 ’13.12.26.
국립중앙과학관 전시연구단장 배정회 ’17.02.20.
한풍우 ’13.08.26.
정보통신산업과장 박태완 ’17.02.27.
조현숙 ’16.05.11.
이은영 ’14.10.01.
박윤규 ’13.09.12.
융합기술과장 최미정 ’16.07.04.
송경희 ’14.09.29.
지역연구진흥과장 김보열 ’17.02.28.
황성훈 ’16.02.22.
이석래 ’14.09.11.
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 박정한 ’16.07.05.
김유식 ’15.10.15.
최성준 ’15.03.16.
권병욱 ’13.09.17.
디지털콘텐츠과장 김영문 ’16.04.01.
김정삼 ’14.05.15.
미래인재기반과장 장병주 ’16.11.07.
이영미 ’15.03.16.
조낙현 ’13.09.12.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시험인증센터장 성향숙 ’17.03.28.
윤기환 ’16.03.07.
김영찬 ’15.02.18.
박인수 ’14.02.18.
김영표 ’13.09.12.
대전전파관리소장 최태호 ’17.03.16.
강희석 ’13.08.19.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과장 조문희 ’17.01.09.
주홍민 ’14.12.17.
우정사업정보센터 보험정보과장 정일환 ’14.12.31.
김영희 ’13.09.04.
서울동작우체국장 김훈웅 ’17.01.01.
김재평 ’15.01.01.
황규성 ’13.03.23.
서울중랑우체국장 김용모 ’16.07.01.
최석봉 ’13.10.22.
인천계양우체국장 김종묵 ’14.07.01.
독고무 ’12.04.01.
울산우체국장 조한섭 ’17.01.01.
정광화 ’16.02.17.
유중환 ’13.08.23.
대전우체국장 이완직 ’15.01.01.
고용석 ’12.04.01.
북광주우체국장 정경배 ’15.07.01.
유재은 ’13.01.01.
서대구우체국장 임동기 ’15.07.01.
이상욱 ’13.09.16.
북부산우체국장 변주용 ’17.01.01.
이영오 ’15.01.01.
이계양 ’13.01.01.

▲ 굵은 글씨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자리로 고착된 직위

방송통신위원회 공모 직위 이 름 임용일
이용자정책국장 김재영 ’17.02.16.
박노익 ’15.01.09.
이용자보호과장 안근영 ’16.03.30.
양기철 ’14.06.09.

응모… 부질없다

개방형이라고 돼 있고, 공고도 내긴 하는데 자기들끼리 뽑고는 하잖아요. 우리 주변엔 그런 상황을 다 아니까, 아예 시도(응모)를 안 하죠.

한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의 말. 민간 개방형 직위 공모 체계가 부질없음을 내보였다. 한 방송통신 전문 변호사도 “암암리에 임자를 정해 놓고 (공모)하잖아요. 개방형 공모직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무원 중에 (개방형 직위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퇴직해 지원하고, 개방형 직위 (임기가) 끝나면 다시 공무원으로 들어가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일반 사람들은 자기 일 중단하고 (개방형 직위에) 가서 2, 3년쯤 일하고 끝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이후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우수한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것 같습니다. 메리트가 없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공무원은 개방형 직위를 쉬 선택할 수 있지만 민간인에겐 ‘들어갈 때 비좁고 나올 땐 널찍해 매력 없는 자리’라는 뜻으로 읽혔다.

정부 안에서 적임자를 찾는 ‘공모 직위’도 본디 취지를 잃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 자리로 고착한 연구개발투자심의관과 금융위 자리가 된 우본 보험사업단장을 두고 “인사 교류 형식으로 공모를 (해당 부처에) 일방(一方)으로 해서 전문성 있는 분을 추천 받아 직접 임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내 모든 부처 공무원에게 기회를 열어 주는 게 공모 체계에 걸맞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다른 부처에서 올 수 있게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고, (제도에) 부합하는 거죠”라고 인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부처 간 1 대 1 계획인사교류’와 달리 연구개발투자심의관처럼 떼어 놓은 당상으로 굳어진 건 공모 직위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을 가진 게 기재부이고 그 중에 연구개발을 하는 과기정통부 특징 때문에 예산 과정 속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국가 세수 종합 판단을 기재부가 하니 그때그때 (공모 직위) 보직을 맞춰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관이나 해외문화원은 부처 간 경쟁이고, 아예 민간에도 여는 자리 등을 인사혁신처에서 정해서 부처에 통보하는데 무늬만 그렇게 돼 있고 실질적으로는 공무원들이 독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와요. 그래서 비율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 공모 체계가 부실한 나머지 ‘공무원 독차지’에 가까운 상태임을 알게 했다.

수, 2017/10/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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