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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73] 정세균이 옳고, 이정현이 틀렸다 :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의 위법성과 정당성 논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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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73] 정세균이 옳고, 이정현이 틀렸다 :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의 위법성과 정당성 논란에 대해

익명 (미확인) | 화, 2016/09/27- 10:11

정세균이 옳고, 이정현이 틀렸다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의 위법성과 정당성 논란에 대해

 

좌세준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했다. 역대 여섯 건의 장관 해임 건의 중 다섯 번은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 건의를 어떠한 형태로든 받아들였는데,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초유'의 거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만이 아니라 새누리당도 국회의장 형사 고발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인데, 새누리당에 그 많다는 율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정세균 의장은 과연 국회법을 위반하여 가면서까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일까?

 

아마 새누리당은 알면서도 짐짓 '포커페이스'로 "국회법 위반"이라 밀어붙여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번 해임 건의안 의결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국회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1학년 정도면 배우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새누리당 의원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모르지는 않겠지만, 확인 차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다.

 

23일 밤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 23일 자정 직전까지 진행되던 제8차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정세균 의장은 본회의 차수 변경 및 의사 일정 변경을 통해 24일 0시가 넘은 시점-국회사무처 보도 자료에 따르면 24일 0시 18분경-에 제9차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다음, 해임 건의안 표결에 들어갔고 투표 결과 가결을 선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까지 나와 강력히 문제 제기한 부분은 정세균 의장이 국회법 제77조에서 정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차수를 변경하고 의사 일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해임 건의안 통과 후 국회사무처가 낸 보도 자료에 따르면 "차수 변경을 위해 회기 전체 의사 일정 변경(안) 및 당일 의사 일정(안)을 작성하여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 9.23(금) 23시 40분경"이라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이 "종이 한 장 보내 통보한 것은 협의가 아니다"인 것을 보면, 새누리당은 "산회를 선포하고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나온 새누리당 측의 '국회법 위반' 관련 주장은 사실상 이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국회법 제77조가 규정하고 있는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 절차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국회법상 '협의'의 개념은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하는 절차라는 성질상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그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

 

위 헌재 결정은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원기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5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이 "야당인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본래의 의사 일정상 다섯 번째로 예정되어 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 심의를 첫 번째로 일방적으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협의를 거쳐 의사 일정을 변경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제7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었고, 위 개정안 통과 직후 엄동설한에 이듬해 1월까지 '장외 투쟁'까지 돌입했던 터라 가히 '잊지 못할'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8년 4월 24일 위와 같이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장내 소란으로 국회법에 따른 정상적인 의사 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하여 의사 일정 제5항이던 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안을 제일 먼저 상정하여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점, 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안의 상정 자체에 반대하던 한나라당 대표의원과의 협의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던 점,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을 포함하여 274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의사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그 자체로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에 지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피청구인이 한나라당 대표의원과 직접 협의 없이 의사 일정 순서를 변경하였다고 하여 국회법 제77조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8년 전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이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상황과 비교하여 보면 정세균 의장을 '직권 남용'으로 형사고발한다는 새누리당의 카드가 무리수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23일 자정 직전까지 이루어진 헌정 사상 '초유'의 장관 답변 필리버스터를 통해 해임 건의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의사가 명백히 확인되는 상황이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협의하는 것은 실질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던 점, 정세균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출석하고 있는 가운데 차수 변경과 의안 심의 순서 변경을 직접 고지하였던 점 등이 모두 위 2005년 12월 본회의 당시의 상황과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의안 상정 순서 변경 외에 본회의 차수 변경이 있었다는 것인데, 국회법 제76조 제2항, 제78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차수 변경 절차의 위법을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이번 해임 건의안 처리 과정의 '위법성' 논란에 대한 결론이다. 그렇다면 위법성 논란을 넘어,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과 가결,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한 박 대통령의 결정을 정치적 '정당성'의 잣대로 재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5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청와대가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했다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해임 건의안 통과는 유감"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의 입장 표명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와 같은 입장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의 요건이나 제도적 취지를 완전히 오해한 데서 나온 것이다.

 

우리 헌법 제63조 제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헌법 제65조 제1항이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의 경우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것과 명백히 구별된다. 한 마디로 우리 헌법은 "직무 능력과 무관한 사유"로도 국회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의결할 수 있도록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 헌법은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의 권한을 대통령이 갖는 국무위원 임명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장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은 장관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인 반면, 해임 건의는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위한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을 두고 "직무 능력과 무관한 해임 건의"라거나 "형식적 요건"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이자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헌법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 이른바 '기속력'을 이유로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하는 것 또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 규정의 정치적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오랜만에 펼쳐본 헌법 교과서를 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 부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해임 건의가 갖는 기속력의 강약은 해석론이나 헌법 이론의 문제가 아니고 해임 건의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정치 상황의 여러 변수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할 것이다. 바로 이곳에 우리 각료 해임 건의권의 개방성과 정치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 결정은 '합법성'의 영역을 떠나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그른' 선택인가를 판단하는 '정치적 정당성'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가 이루어진 최근의 정치 상황의 여러 변수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정치적 감각이 발휘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국회법 위반이나 국회의장에 대한 형사고발로 접근하는 새누리당의 선택이나, 청와대가 해임 건의안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한 결정은 한 마디로 '법'과 '정치' 모두를 무덤으로 가지고 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보다 나은 카드를 선택할 시간과 기회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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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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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예견한 성과 연봉제의 비극

공공 분야 성과 연봉제는 실패 예정된 정책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

 

공공과 금융 분야에 성과 연봉제를 전면 도입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해당 분야의 노동조합이 9월 말 대규모 파업으로 맞섬에 따라 이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신의 직장', '철밥통' 등의 용어에 담긴 따가운 여론을 등에 업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는 국민의 74%가 성과 연봉제의 조기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에게는 성과 연봉제를 밀어붙이는 뒤편에서 전문성이라고는 전무한 낙하산을 공공 기관 경영진에 대거 투하하는 정권의 후안무치에 국민들도 혀를 내두르는 게 아닐까.

 

세계적으로 실패한 공공 분야 성과 연동 임금제를 왜?

 

199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각국 정부는 정부 기관 및 공공 기관에 성과 연동 임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직원들에게 노동 동기를 부여하고 개인 및 조직의 실적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다. 2005년 OECD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 연동 임금제는 철저히 실패했다. 인건비와 행정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직원들은 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회의하며, 실제로 객관적인 성과 평가의 방법도 있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한국G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민간 기업도 기존의 전면적인 성과 관리 제도의 폐해를 인식하고 폐지하는 추세이다.

 

신자유주의 경영 기법에 정통한 한국의 관료들은 무엇 때문에 이미 세계적으로 실패한 정책을 도입하려는 것일까? 노동계가 성과 연봉제를 반대하는 바로 그 이유야말로 정부와 자본이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노동자들이 '개인'으로서 실적 경쟁으로 내몰리고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려는 동기와 연대 의식을 상실하는 것, 비용·수익 등의 각종 숫자로 업무를 평가함으로써 직원들 개개인이 공공 기관의 고유 목적인 '공공성'을 망각하게 하여 공공 분야에 사기업 경영 원칙이 확립되는 사태야말로 성과 연봉제의 목적이 아닐까?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유력한 근거가 기획재정부의 성과 연봉제 설계 방식이다. 정부안은 기본 연봉을 제외한 성과 연봉의 차등 폭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 성과 연봉은 상대 평가에 따라 정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공공 기관 4급 직원의 경우 직장 안의 동급 동료와 연봉 차이가 최대 486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실적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의 연봉을 가져가는 방식, 즉 제로섬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다.

 

실적 경쟁의 경제적 비효율

 

애덤 스미스가 240년 전에 <국부론>에서 밝힌 사실은 성과 연봉제에 대해 여전히 교훈적이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제 임금에 의해 후한 보수를 받을 때 과로하기 쉽고, 수년 안에 자신의 건강과 육체를 망치기 쉽다."

 

4급 직원 기준 최대 월 40만 원의 급여 차이가 제로섬 방식으로 작동할 때는 노동자들의 과로를 훨씬 넘어서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9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 부문 성과주의 도입에 따른 국민 피해 증언 및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는 이런 우려가 공공 부문의 현장에서 이미 현실화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핵심은 공공 기관 고유의 목적인 공공성이 훼손되고 그 피해를 공공 서비스의 이용자인 국민들이 입게 된다는 것이다.

 

보훈병원의 3급 이상 간부직과 의사직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성과 연봉제는 과잉 진료와 과소 진료를 남발한다. 9년간 성과 연봉제를 적용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으로 다시 호봉제로 전환한 서울시동부병원의 경우 성과 연봉제가 적용된 9년간 취약 계층 환자보다 일반 환자와 보험 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 방침이 확립됐다. 강원도의 5개 지방의료원에 적용된 성과 연봉제 평가 항목에서는 수익성 지표가 90점을 차지한 반면 보건의료 서비스라는 공익성 지표는 10점에 불과했다. 경찰 분야의 성과주의는 고문까지 낳았으며, 소방 분야에서는 허위 보고와 실적 조작이 일어났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성과 연봉제가 직원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조직이나 기관 전체의 경제적 성과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추진됨에도 실제에서는 경제적 비효율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농촌진흥기관에 도입된 성과주의는 개인의 연구 성과를 양적으로 높여 잡기 위해 연구 성과물을 잘게 쪼개어 건수를 올리는 방식을 낳았다.

 

"기술의 상호 작용, 재배 기술 적용 시간의 중복과 상쇄 효과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게 되어 완성도가 떨어져 농가에서 스스로 여러 기술을 종합해야 한다."

 

성과주의 경영은 지표화하기 어려운 협력과 협업의 가치를 축출하는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 경찰, 소방, 연구 등의 공공 분야에서 '협력과 협업'이야말로 효율을 높이는 원동력임을 여러 사례는 웅변하고 있다. 오로지 화폐적 인센티브로 직원 간 과당 경쟁을 유도하는 정부의 성과 연봉제는 협력과 협업이 낳는 효율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실패 예정된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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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9/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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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촛불 시민을 치어리더로 만드는가?

헌재 판결이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최택용 콜리젠스 정치연구소장
 
지난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광장에 작은 촛불이 모여서 만든 희망은 뜨거웠다. 겨울이 가면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자연의 봄은 매번 아름다워서 '새봄'이라고 찬사를 듣는다. 촛불이 달군 한국 사회의 겨울도 새봄으로 금방 변모할 것만 같았다.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고, 최순실과 이재용을 비롯한 공범들은 구속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고, 최순실과 공범자들이 처벌받고, 그리고 정권교체까지 이루어지면, 우리 사회는 새봄을 맞이할까?

 

야당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특권 사회를 극우정권 9년 동안 견제하지 못했다. 집권 세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욕망의 금도가 없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 행한 거침없는 일탈들은 우연히 드러났고, 그런 일이 가능했던 대한민국의 속살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 분노 중에도 '국가 권력을 민간인 최순실에게 위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탈 행위'가 국민적 공분의 핵심이었다. 주권자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비선들과 함께 국가 권력을 사적 이익에 사용했다는 사실에 "이게 나라냐?"라고 참담하게 절규했다.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자임해 온 여의도 국회와 정당들이 '국민 주권'을 농락한 정권의 독주를 왜 견제하지 못했을까? 단지, 여의도 국회와 정당들이 무능했기 때문일까? 만약, 정당 정치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운영체제)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도 여의도 국회와 정당은 제 기능을 하기 힘들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12월 대통령 선거로 교체될 박근혜 정권을 5월 대통령 선거를 통하여 몇 달 앞당겨서 교체되도록 만들 뿐이다. 어차피 탄핵 사태 이전에도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었던 대통령 선거였다. 최순실과 공범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특권과 반칙을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것은 없다. 이전에도 이권을 위해서 특권과 반칙을 사용한 사람들의 극소수는 작은 처벌을 받아왔다.

 

확인하자. 탄핵 가결 이후 수개월 동안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국회는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어떤 유의미한 개혁 입법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된 것 외에 여의도 정당 정치는 변한 것은 없다.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이 바뀐 것을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우리 촛불 시민들은 새 대통령이 잘 해주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가? 또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는 촛불을 더 들어 주세요!'라고 요구했던 야당을 믿고 기다리면 되는가?

 

여의도 정당 정치가 촛불 시민을 선수로 뛰는 자신들의 치어리더로 여긴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박근혜 대통령만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보지 않는다. 야당을 포함한 여의도 정당 정치가 헌법 정신에서 한참을 벗어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1987년 체제 이후로 관습과 관행의 포장지 속에서 특권·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그 여의도 정당 정치에 '국민 주권'이 앉을 좌석은 없다.

 

여의도 정당들을 정상적인 민주 정당이라 볼 수 있을까? 헌법 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일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의도 정당의 비정상적인 문제점 중에서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국회의원 공천 제도의 모순을 살펴보자.

 

총선이 다가오면 주요 정당의 당 대표와 공천심사(관리)위원들은 대부분의 후보를 밀실에서 낙점하여 하향식 공천을 해왔다. 당 대표는 당원도 아닌 명망가와 금수저 엘리트를 총선 직전에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으로 영입해서 황제공천을 주기도 한다.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에 의한 양당 구조 아래에서 정당 대표와 실세들이 낙점한 거대 양당의 후보 중에서 국민들은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실질적으로는 '주권'과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정당을 장악한 대통령이나 당 대표에게 있다는 의미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민 주권'을 확인하는 것은 몇 년에 한 번꼴로 있는 선거를 통해서 겨우 가능하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의도 정당들은 비민주적이고 봉건적인 '공천제도'를 통해서 '국민 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공천 파동'이 뉴스를 도배하는 후진국 선거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은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할까? 공천을 준 대통령과 당 대표를 비롯한 실력자를 위해서 정치를 할까? 국민과 당원을 위해서 정치를 할까? 이런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 패거리의 쟁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당 정치 구조인 것이다. 그것이 친박 비박, 친문 비문 등의 몰가치적이고 전근대적인 표현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16년 4.13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경우, 253개 지역구 중에 불과 56개 정도에서 후보 선출 경선을 실시했다. 경선을 시행한 지역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후보를 대개 2배수로 압축하여 본 선거일을 겨우 한 달 남겨두고 경선지역으로 발표했다. 확정된 룰에 따른 공정한 경선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전무하다시피 한, 형식적 경선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공천은 당 대표와 공천심사위원들이 밀실에서 후보 명단을 압축하여 중앙위원회에서 순번만을 정했다. 아울러 '당 대표 추천 몫'이라는 비민주적이고 제왕적인 관행을 인정하여, 당선 안정권 비례 후보 몇 석을 김종인 대표가 공개적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셀프 비례 2번 공천'과 '정무적 전략 공천' 등으로 민주적 상향식 공천이 발붙일 여지가 없었다.

 

새누리당도 대동소이했지만, 행태와 파장은 민주당보다도 더 심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새누리당은 '진박'공천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였다. 2016년 4.13 총선도 공천을 둘러싼 비민주적 행태와 이전투구를 보도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치러졌다.

 

우리는 이렇게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으로 국회의원을 재생산하는 여의도 정당 정치가 국민을 대신하여 사회적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해주기를 기다린 셈이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은 격이다.

 

정당론의 태두인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그의 저서 '정당 정부(Party Government)'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천 절차의 본질이 정당의 본질을 결정한다. 공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정당의 주인이다."

여의도 정당의 주인은 당을 장악한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비롯한 극소수 실세들이었다. 그들이 낙점한 두세 사람 안에서 국민들은 선택했을 뿐이다. 더구나 소속 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 낙점된 공천자와 비례대표 상위순번 공천자는 선출직 국회의원이라 보기 어렵다. 내용적으로 임명직 국회의원이었던 셈이다. 당원과 국민에 의한 상향식 민주주의와 무관한 공천으로 헌법 제8조 2항이 명령한 당내 민주주의를 노골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그리하여 헌법의 최고 가치인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까지도 여의도 정당 정치는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왔던 것이다.

 

촛불 시민들에게 여의도 정당들이 외치고 있는 '적폐 청산'을 이룰 의지가 있다면, 자신들의 집 안에 있는 적폐부터 청산하고 민주적 정당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른 수순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해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OECD 국가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민주주의 룰을 지키는 것이다. 헌법은 기본원리인 제1장 총강의 제8조 2항에 당내 민주주의를 규정했다. 그러나 법률은 헌법 제8조 2항의 당내 민주주의를 구체화하지 않고 정당의 당헌당규에 위임한 셈이지만, 여의도 정당의 당헌당규는 당내 민주주의와 이에 입각한 상향식 민주적 공천을 수십 년 동안 외면했다.

 

이제 헌법 제8조 2항이 천명한 당내 민주주의를 선거법과 정당법에 구체화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헌법을 법률로 구체화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들의 비민주적 특권과 기득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반납해야 한다. 자신들의 반(反)헌법적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외치는 '국가 대개조'와 '적폐 청산'은 공허하고 모순된 주장일 뿐이다.

 

현 시스템 아래에서 여의도 정당의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대변해야 될 대상은 국민이나 당원이 아니었다. 실제로 자신이 공천되는 과정과 무관했던 국민과 당원에게 충성하는 것은 어렵다. 다음 공천을 위해서 노력할 국회의원들의 공천권자가 당원과 국민일 때,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가치와 노선으로 국민에게 어필하는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비민주적 계파 패거리의 정치는 의회민주주의를 왜곡할 뿐만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 그들만의 리그를 끝내고 정당 정치를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다가올 경제 위기를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도 정당의 문제나 다름없다. 입법부인 국회의 협조 없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입법부는 현행 헌법 하에서도 충분히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국회를 구성하는 주요 정당의 내부가 민주적 상향식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여 시녀화했던 것이다. 국가 권력기관과 여당을 장악한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야당의 실권자들도 대통령에 맞서는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당내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당을 장악하려 했다. 그 결과로 국회는 '정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정당 정치의 현주소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을 앞두고 정당의 공천 문제와 정당민주주의를 살펴 본 이유는, 최순실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는 공적 영역 전반에서 민주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공적 영역에서 민주적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제어하고 감시하는 것은 정치 본연의 몫이다. 정당 정치 자체가 민주적 시스템을 일탈한 상태라면 그 몫을 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정치의 정상화를 생략한 사회의 정상화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비례의원 숫자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다. 현 상태에서 시행한다면 당 대표와 당주류 실세들이 임명할 수 있는 국회의원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다.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준용하자는 의견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독일은 정당법과 선거법에 당내 민주주의와 상향식 공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순이 잘못되면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본질적 모순을 외면하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합리적 제도는 있다. 합리성을 망각한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야 4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200석에 육박한다. 국민의 사회개혁 열망도 뜨겁다. 그러나 선거법과 주요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골든타임에 놀고 있는 여의도 정치 선수들이다. 촛불 시민은 집권을 위한 치어리더가 아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대한민국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 이후는 또다시 정치의 몫이다. 전근대적 '여의도 정치'가 현대적 '시민 정치'로 거듭날 때만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시대 교체'를 이룰 제19대 대통령 후보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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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3/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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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도중 검찰 고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지난 2008년 태광실업(회장 박연차) 세무조사가 절차와 과정 모두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국세행정개혁TF(이하 국세청개혁TF)의 조사로 확인됐다.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 고발이 먼저 이뤄졌고, 탈세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단서 없이 계열사 10여 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세 달에 걸친 조사 끝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개혁TF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그동안 수 많은 의혹을 받아 왔다. 이명박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는 의혹 등이었다. 한 마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표적 조사’였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9년 동안 “청와대 하명조사도, 정치적 표적조사도 아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국세청개혁TF의 조사에서 국세청은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책임자 규명 요구 등 상당한 파장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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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태광실업에 대해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건 2008년 7월 말이었다. 부산에 있는 기업이지만 교차조사라는 명목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동원된 대규모 조사였다. 10월 말까지 1차 조사가 마무리된 후 국세청은 조사기간을 연장했다. 국세청이 검찰에 태광실업을 고발(수사의뢰)한 시점은 같은 해 11월 25일로 당시는 아직 세무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국세청 고발을 받은 검찰은 즉각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회장 측으로부터 640만 달러 가량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4월 3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8월 출범한 국세청개혁TF는 세 달간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과거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 차원의 조사를 진행해 왔다. 대상 건수는 김대중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행된 50여 개 세무조사였다. 조사 대상 중 핵심은 지난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였다. 정치권과 국세청 안팎에서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국세청개혁TF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인식이 퍼져 있을 정도였다.

국세청개혁TF의 재점검은 국세청이 보유한 문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세무조사 착수와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혹시 절차를 어긴 부분은 없는지 등이 확인 대상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세청개혁TF는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국세청개혁TF는 태광실업에 대한 검찰 고발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며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심각한 행위”로 규정했다. 당시 세무조사가 정상적인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됐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국세청 전직 고위 관료는 이렇게 설명했다.

세무조사가 모두 완료되고 탈세 규모나 방법 등이 확인된 뒤, 이를 검찰에 고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세청의 통상적인 세무조사 절차이다. 그런데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말해 탈세 규모나 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에 고발부터 했다면 그것은 아주 이례적일 뿐 아니라 절차를 무시한 행위에 해당한다. 직권남용, 조세범처벌절차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직 국세청 고위 관계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완료하기도 전에 검찰에 고발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앞으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장 국세청이 검찰 고발 과정에서 정상적인 내부 절차를 준수했는지가 확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범처벌절차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완료된 이후 기준 이상의 탈세 규모가 확인되거나 탈세 과정에서 사기 등 기타 부정한 방법이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을 때,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이하 범칙조사위원회)를 열어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서는 검찰 고발이 결정될 수 없는 구조다.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세무조사는 원칙적으로 범칙조사위원회에 심의를 맡길 수도 없다.

이런 규정을 감안하면, 태광실업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열렸을 범칙조사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그 자체로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만약 범칙조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고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와 관련 국세청개혁TF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세청으로부터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범칙조사위원회 구성과 활동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계열사 10여 곳 동시 조사도 절차상 문제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이 태광실업의 계열사 10여 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에 나선 부분도 국세청개혁TF 중간 조사 결과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됐던 해외 비자금과 관련이 없는 계열사에 대해 전방위 조사가 이뤄진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은 본사격인 태광실업은 물론 계열사인 정산개발 등 관계회사들에 대해 동시 조사에 들어갔다. 심지어 태광실업이 인수한 지 몇 년도 안 된 화학회사 휴켐스까지 조사대상에 포함됐을 정도였다. 이 문제 또한 그 동안 국세청이 단 한번도 스스로 문제라고 인정한 적이 없는 사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하명, 이명박 직보 여부 등 규명 필요

▲ 한상률 전 국세청장

▲ 한상률 전 국세청장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의혹은 한 둘이 아니다. 9년이나 지난 사건이지만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이란 점 외에도 국세청이 정치적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했다는 논란이 빚어 질 때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 왔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교감하며 치밀하게 준비한 세무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2008년 10월 24일 끝난 (태광실업에 대한) 1차 세무조사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된 뒤 검찰로 넘어갔으며, 당시 청와대는 그 폭발력에 대한 계산도 끝냈을 것이라고 여권 인사들은 전하고 있었다. 여권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2008년) 11월 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박 회장 소유의 태광실업, 정산개발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민정수석실을 건너뛰고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 했다…보고서는 특히 박회장이 빼돌린 수백억 원 가운데 ‘괴자금’ 50억 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 2009년 3월 25일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치적 세무조사였다는 주장을 제기해 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자신이 겪은 일을 이렇게 이렇게 설명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된 2008년 7~8월경, 두 번에 걸쳐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만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청장은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매주 한 두 차례 독대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를 보고한다고 말했다. 명예를 회복해 주겠다며 나에게도 세무조사 투입을 지시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권과 국세청이 손잡고 만들어낸 사건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세청,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은 의혹을 부인해 왔다. 정치적 세무조사도, 의도적인 표적조사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둘러싼 항간의 오해 중 하나는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그야말로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 누구부터의 지시도 없었고 부탁도 없었다.

한상률 자서전 ‘참회의 증언’ 중 / 2015년

따라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청와대의 하명에 의해 시작된 것인지,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과정을 일일이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는지 등의 의혹은 앞으로 규명되어야 할 부분들이다. 국세청개혁TF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의혹들을 조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세무조사 재점검은 국세청이 보유한 세무조사 관련 서류들을 확인해 세무조사의 시작과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서류로 확인할 수 없는 국세청과 청와대 간의 은밀히 교감 등은 조사대상이 되지 못했다.

국세청개혁TF 관계자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위법행위와 관련, 국세청 주변에서는 당시 세무조사에 참여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년이나 지난 사건이어서 공소시효 등의 이유로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세청 개혁을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취재 : 한상진

목, 2017/11/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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