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과감히 폐기할 때였다. 당내 분란이 일지 않았다.
작은 차이로도 갈라지고 그 때문에 집권으로부터 멀어져도 신경 쓰지 않던 더민주였다. 이제는 상호 이견을 존중하며 당의 목표 아래 결집하는 법을 터득한 것일까? 의원들이 모두 신중해졌다.
이게 총선 이후 4개월간 더민주가 보여준 변화의 전부다. 더민주는 총선에 패배한 박근혜 정권이 온갖 자충수를 두며 억지를 부리는데도 소 닭 보듯 했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추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퇴행을 막으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고, 내년 대선 승리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럴려면 지금처럼 최대한 실책을 줄이려는 소극적인 행보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 무심함 혹은 신중함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혹시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일까?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대승한 뒤 조심하자며 몸을 사렸다. 이에 권력을 줬는데도 왜 개혁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지지층에서 비등했고, 놀란 열린우리당은 느닷없이 4대 개혁입법을 들고나왔다. 그러자 보수세력이 들고 일어섰다. 당시 보수는 총결집했고 정권은 위기에 빠졌다.
양극단을 오락가락하다 정권을 잃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부작위의 신중함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
대안 없는 반대의 공허함은 이명박 정권 때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그런데 대안은 야당이 개혁입법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본래 야당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시민들도 그걸로 야당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야당이 어떤 의제로 집권세력과 갈등하고 타협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야당이라면 정권 비판과 견제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특히 박근혜 정권처럼 무슨 사고를 칠지 알 수 없는 권력을 견제하지 못해 시민을 고통에 빠뜨린다면 무능 야당으로 찍혀 다음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정권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으면 단호히 맞서야 한다. 미국의 대선후보 경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확인했듯이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은 세계적 경향이다.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야당은 기득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더민주는 정권 견제를 똑똑히 하는 것도, 기득권을 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의제 선점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있지도 않다.
사드 문제가 부상할 때 한반도 평화 구상을 내놓기는커녕 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얼빠진 태도, 노동자가 삭제된 당 강령을 내놓았다가 우경화 의심을 받자 철회한 섣부른 행동,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한다면서 핵심 증인을 빼주려는 허튼 선심이 그렇다.
물론 더민주가 부드러운 야당으로서 중도·보수층으로부터도 호감을 얻으려 하는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김종인식의 돌발적 노선 전환 방식은 곤란하다. 그런 보수층 유인책은 정체성 논쟁 촉발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와 결국 효용성을 떨어뜨린다.
보수층 유인을 위해 기성 체제의 틀을 받아들이는 전략의 이점 역시 야당을 또 다른 기득권으로 인식하는 역효과에 의해 상쇄된다. 만일 정권교체가 하나의 기득권에서 다른 기득권으로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야당의 대선 승리는 또 하나의 사기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노선 전환이 아닌 노선 확장을 해야 한다. 가령 종북, 안보무시, 성장소홀 등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포용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 반대와 대안, 기득권 타파와 지지기반 확장전략을 적절히 조화시킨 똑똑한 배합이 가능하다.
이처럼 적극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은 야당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목표, 현 집권세력보다 나은 정책과 리더십을 잘 드러내줄 것이다. 그 결과, 야당 선택은 대단한 결단이나 모험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고르기와 같은 부담 없는 행위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승리를 안겨준 현재의 판을 흔들지 않는 게 좋다고 믿어서인가, 너무 소심하다. 말조심, 몸조심은 좋은 일이다. 다만 그건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상대 실책으로 잭팟을 터뜨린 총선 때의 행운이 대선 때 또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균형은 여건이 유리해질 때를 기다리는 안이함이 아니라, 정치적 기회를 만드는 주도적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혹시 더민주 집권 자체가 개혁인데 무슨 대단한 준비가 필요하냐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사실 두 보수정권의 퇴행을 고려하면 야당이 어떻게든 집권하기만 하면 지금보다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야당이 정권을 다 잡은 듯한 발상에서 나온 것 아닌가?
여기에서 우리는 문제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떻게 해야 야당이 집권할 수 있는가? 조용한 집권? 꿈도 꾸지 마라.
디플로마트, 이명박 ‘박근혜 합류 수감’ 가능성 높아져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공작, 4대강, BBK 집중 총정리 디플로마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에 합류하여 수감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이은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의 국정농단 및 부정부패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 외신들이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디플로마트의 보도는 이명박의 국정원을 이용한 블랙리스트, 지난 ...
지난해 6월 재단 신입 공채 때 임 아무개 씨 채용 부탁
올 3월과 7월 서울센터에 신 아무개 파견 압박해 관철
신 씨 아버지는 유 의원 남편 동창이자 지역구 특보역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이석우)에 연거푸 지인 채용을 부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재단은 국회 미방위로부터 감사를 받는 기관이어서 지위를 이용한 채용 청탁 의혹을 사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재단 신입 직원 공채 때 미방위 소속 유승희 국회의원의 부탁이라며 임 아무개 씨를 서류 전형에서 통과시키도록 담당 심사위원에게 부탁하라는 지시 문자를 재단 실무진에게 보냈다. 담당 심사위원은 김 아무개 인재선발시험위원으로 확인됐다. 임 씨는 그러나 1차 서류심사에서 총점 44.8점으로 지원자 435명 가운데 389위에 머물러 떨어지고 말았다.
이 이사장은 임 씨가 1차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2015년 6월 22일 유승희 의원실을 찾아가 결과를 알리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재단 실무진이 이사장에게 보고한 문자에는 지원자를 뒷조사하고, 면접 시 이념적 치우침이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왼쪽 위). 유승희 의원 부탁임을 드러내 보였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재단 관계자가 이석우 이사장에게 유승희 의원실에서 부탁한 채용 대상자에 대해 뒷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오른쪽). 같은 달 20일 문자메시지(왼쪽 아래)에는 이석우 이사장이 유승희 의원의 임 아무개 씨 추천 건 대책을 꾀한 뒤 의원실에 찾아가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2015년 6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직원 공채 1차 서류심사 결과 가운데 일부. 그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서류심사를 벌여 18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올 3월, 7월 서울센터에 남편 친구 아들 파견 계약
지난 3월엔 유승희 의원 남편인 유 아무개 교수의 친구 아들이 재단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 파견직으로 채용돼 역시 부정 청탁 의혹을 샀다. 서울센터에 채용된 신 아무개 씨의 아버지는 유 교수와 초등학교 25회 동창. 이 학교와 서울센터는 모두 유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성북구(갑)에 있다. 신 씨 아버지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한 사단법인 사무실도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신 씨 아버지는 유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 드나들며 특별보좌역을 스스로 맡아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 보문로 171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보문로 157 신 아무개 씨 아버지의 사단법인 사무실이 있던 자리.
신 씨는 지난 3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4개월 동안 서울센터에서 파견 직원으로 일하며 다달이 230만 원쯤 받았다. 특히 신 씨는 이례적으로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추천된 복수 후보자와 경쟁하는 절차조차 없이 홀로 지정돼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13일은 신 씨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센터에 파견됐던 직원 2명의 노동 계약도 끝난 날. 관련 예산이 빠듯해, 올 10월 ‘시청자미디어축제’ 때 파견 직원을 다시 채용하려면 신 씨를 포함한 3명과 계약을 끝냈어야 했다는 게 재단 관계자 설명이다.
신 씨가 4개월 만에 서울센터를 그만둘 처지에 놓이자 유승희 의원실에서 ‘계속 채용’을 부탁했다는 재단 관계자 진술과 제보가 이어졌다. 유 의원실에선 재단에 ‘고졸 정규직 채용 규정’이 있는지도 물었고, 재단 관계자들은 이를 고졸 파견 사원인 신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압력으로 여겼다. 재단은 결국 서울, 부산, 광주센터 파견 노동자 3명 가운데 두 명을 내보내고 신 씨만 남겼다. 계약 해지 12일 만인 지난 7월 25일 신 씨를 파견 직원으로 다시 채용했다.
재단에 인력을 파견하는 K사 관계자는 “의뢰 받기로는 10월경 (시청자) 미디어 축제가 있고, 그걸 위한 제반 준비가 필요해서 (신 씨 계속 채용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시청자 미디어 축제 때 필요한 파견 인력을 한꺼번에 뽑지 않은 채 오로지 신 씨만 채용해 앞뒤가 어긋났다. 지금 재단이 때 이른 10월 축제 준비로 바쁜 상황도 아니다.
유승희 의원과 이석우 이사장, 청탁 의혹 ‘모르쇠’
유 의원실 여러 관계자는 서울센터에 채용된 신 아무개 씨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특보라는 게 공식 (임명) 절차가 있는 건 아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호칭이거나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라며 다만 신 씨 아버지가 성북구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생활을 꽤 오래 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신 씨 아버지와 유 교수가) 초등학교 동창인 건 맞는데 서로 인생 경로가 너무 달랐고 나중에 알고 보니 동창이었더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유승희 의원은 지난 7월 29일 기자와 만나 서울센터에서 일하는 신 아무개 씨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신 씨와 임 아무개 씨 채용을 부탁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신 씨 아버지를 “남편 초등학교 동창이라 알게 된 게 아니”라며 “정치를 하다 보니까 (신 씨 아버지가 당원이어서) 당연히 지역구에 와서 알게 된 것”일 뿐 채용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임 아무개 씨와의 관계는 따로 밝혀 말하지 않았다.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 소개된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알림(왼쪽)과 2015년 6월 센터 개소식. 개소식에는 유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세 번째),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오른쪽 끝)이 참석했다. (사진: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서 갈무리)
유승희 의원은 지난해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서울, 경기 최초로 성북구에 유치했다’고 홍보용 블로그에 내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를 2년간 꾸준히 설득해, 천신만고 끝에 국비 50억 원을 확보하고 2015년 6월 (센터를) 개관해 운영 중”이라는 것. 서울센터는 오는 2018년까지 200억 원을 들여 길음동에 새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유 의원실의 채용 청탁 여부를 두고 “아는 게 없고,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살면서 의아한 점이 하나 있다. 서울에는 훌륭한 고등교육을 받고 하버드와 예일, 스탠포드 등에서 유학한 사람들과 함께 기계공학부터 공공정책, 외교 등에서 뛰어난 지식과 식견을 갖춘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한국은 국제이슈에 관해 자국만의 비전과 시각을 제시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한국 인재들은 북한 및 동아시아 이슈에서 훨씬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프린스턴 대학의 존 이켄베리 등 미국 전문가가 쓴 글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데 온 힘을 쏟는다.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CSIS에서의 발언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외신’이라는 외피를 쓰고, 국내에 들어와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진은 CSIS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세미나 장면.
지금 미국 정부가 어떤 정책도 제시할 능력이 못 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라도 이 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대통령직을 떼돈 버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억만장자 무리와 이들의 충성스런 부하, 국익보다 금융자본을 위해 일하는 전문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서 미국은 정국 마비를 겪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은 일본과 중국, 북한 상황 변화에 대해 유의미한 대응은 고사하고 자국을 위한 장기계획조차 구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베 정권의 권위주의 확대를 미화하고, B급 영화에 나온 김정은의 희화화된 이미지를 내보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추격에 대해 어두운 암시를 던지는 게 현재 미국 정책의 기조다. 여기에는 미국의 제도 쇠락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실 부정이 깔려 있다.
외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지식인들
한국의 대통령은 전세계 어느 정부보다 확실한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독립적 정책 구상 및 동아시아 미래 제안을 위한 전문성과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장점을 활용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 방향을 찾으려 한다면, 오히려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경제와 거버넌스, 안보 및 외교에서 미국보다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은 서구, 그 중에서도 미국에 그렇게 의존하는 걸까?
중국과의 관계개선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중국 정치 및 경제를 심오하게 이해하며 고등교육까지 받은 인재가 훨씬 더 많다. 고립주의를 신봉하며 철저하게 반-지성적인 트럼프 정부가 워싱턴에 자리를 잡고 앉은 만큼,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쪽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한국 지식집단의 대미종속은 대다수가 미국 유학파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미국 유학을 했다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미국의 지식을 국내로 수입하는 오파상에 그칠 뿐,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제에 대해 전혀 독립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 대학의 소장파 교수들을 보면, 오로지 SSCI 저널에 논문을 기고해야만 평가 받는 가혹한 시스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잘못된 가정 속에 수립된 미국의 외교정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깨달은 것 같다.
스스로도 핵확산방지조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만 강조하는 미국의 모순은 미국 학자들의 논문에서 결코 언급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한국 교수들은 이들의 논문을 인용해야 한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고 행동하면서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미국의 말도 안 되는 주장도 받아들여야 한다.
미사일과 항공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를 비롯한 지구적 위협에 대해 논의하도록 새로운 장을 열어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안보 정책을 만들어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실질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주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이론을 구축할 능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서글픈 수동성이 한국의 정책 입안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식민지 문화의 사고 습관
물론 별다른 능력 없이도 높은 자리로 올라온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 소수가 미디어와 정책을 장악한 상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체계가 쇠퇴하고 지적 탐구 대신 물질적 소비를 우선시하는 전지구가 겪게 된 현상이다.
그래도 이 문제는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다.
필리핀을 살펴보자. 한국보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훨씬 낮은데도 미국을 상대로 솔직하게 자기 주장을 한다.
수빅만 해군기지를 폐쇄했고,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에는 미국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도 했다. 미성숙한 행동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끝나지는 않았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필연적으로 둘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필리핀과 미국의 관계가 파탄나는 건 아니다. 모두 국익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발언을 하는 것이다.
한국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오랜 식민지배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겉으로는 ‘문화통치’를 내세우며 유화정책을 펼쳤던 일본은 이면에서 무서운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부드러운 가죽장갑 안에 쇠주먹을 감춘 일본 식민당국의 지시에 따라 한국의 지식인과 공무원은 우선순위와 생각을 조정해야 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의 문화와 지시를 과도하게 존중하는 자세가 한국인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미국 지식계급의 심각한 쇠락과 정치문화의 대대적 후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미국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확실히 이런 선입견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나 독일,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심지어 영국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나라, 그런 ‘천조국’은 더 이상 없다. 그런데도 한국인들, 특히 한국의 지식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환상 속에서 미국을 추종하고 있다. 이 그림은 이 글의 필자인 페스트라이쉬 교수와 김기도가 함께 디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뛰어난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의 지식계급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미국의 터무니 없는 요구를 따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를 식민시대 사고방식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강대국을 섬기는) ‘사대의 예’ 관행이 있다. 이는 과거 한국과 중국의 관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는 사신을 중국에 보내 중국 황제에게 공물을 바쳤다. 유교의 예에 의거해 중국의 천자만이 천제를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조선의 왕은 자국 영토에서조차 천제를 지낼 수 없었다.
분단국가의 사고 습관
또 다른 문화적 원인이 있다. 두 개의 정치∙이데올로기 체제로 나뉘어진 분단 국가라는 현실이다.
서울 도심을 별 생각 없이 걸을 때에는 북한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북한에 관한 언론 보도는 많지 않고, 대화 중 북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국의 문화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말로 꺼내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북한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스러움’을 만들어 내며 다수의 한국인을 지배하고 있다.
어디에서든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의 문화구조를 미묘하게 뒤틀고 한국인의 사고를 은밀하게 왜곡시킨다. 한국이 부자연스러운 분단국가로 남고 북한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는 한, 이런 왜곡 또한 지속될 것이다.
북한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부인해도 분단의 비극이 한국에게 엄청난 정신적∙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분단이 한국이란 국가의 핵심을 구성하기 때문에 한국민은 한국의 교육과 경제력, 오랜 문화적 전통을 하나로 모아 온전히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분단은 한국인의 사유를 제약하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이다. 한국의 좌우가 사회경제적 입장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태도로 결정난다는 점을 보더라도, 한국인의 사유에서 분단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다.
60~70대 한국인들은 한국의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최고 업적이자 자부심으로 꼽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조선은 현실과 동떨어지고 독재적인 양반 계급의 지배를 받으며 추상적 유교 철학에만 집착했다. 이들은 근대화에 실패했고, 결국 나라는 구제불능의 수준으로 뒤처졌다.
다행히 이후 비전과 의지를 갖춘 유능한 지도자들이 나와서 서구 기술과 노하우를 한국에 도입했다. 이들은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1960~70년대 한국의 현대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내러티브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가진 뛰어남을 완전히 무시할 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을 쓸데없이 슈퍼맨급 영웅으로 미화시킨다.
중요한 건 이런 주장이 식민시대 정당화를 위해 사용했던 논리와 동일한 흐름을 가진다는 점이다. 주체와 연도 등 세부 내용만 약간 고친 정도다.
1930~40년대 한국의 ‘현대화를 돕기 위해’ 일본이 개입한 것처럼, 1960~70년대 한국의 ‘현대화를 돕기 위해’ 박정희 등이 나섰다고 말하고 있다. 잘못된 역사관을 고치지 않고 국가 발전을 위해 기울였던 17~18세기의 수많은 노력을 한국 역사에서 삭제한 채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내보이는 것이다.
문화 전통을 완성하지 못하고 공백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서구문화를 비이성적 수준으로 미화하고 개발과 외교, 안보뿐 아니라 도시계획과 설계에서까지 자체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게 힘들어졌다.
그 결과,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을 졸업한 고학력 지식인들은 한국에 대해 자신보다 잘 알지 못하고 유능하지도 않은 미국 정책입안가의 잘못된 가정을 기반으로 신문기사를 쓰고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제안한다.
제국 운영 경험이 없는 ‘좁은 세계관’
마지막으로, 19세기 식민주의의 진정한 본성을 파악하고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찰해야 한다.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한국의 야망은 19세기 국가 건설에 사용됐던 제국주의적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업 경제력과 자연자원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킨다는 원리는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열강들의 치열한 경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제국주의적 역학관계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증가 추세에 있는 갈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현대 한국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
한국이 뛰어넘고 싶어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은 20세기 복잡한 제국주의 체제를 완성한 바로 그 국가들이다. 미국의 경우 1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제국주의 야욕을 자제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제국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제국을 운영했던 경험은 그들에게 세계적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시각을 갖도록 했다. 제국주의의 일방적 피해자였던 한국에게는 그런 제국 경영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세계 속에서 자신을 보는 세계시민적 관점이 부재하다.
식민지를 보유해야 하는 제국주의는 지난 150년간 프랑스나 일본 등의 정치 및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익에 영향을 주는 식민 영토가 해외의 먼 곳까지 퍼져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국 문화의 가치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복잡한 관료제를 구축했다.
이들 열강은 자국의 예술과 문화, 철학, 거버넌스, 역사가 가지는 우월성을 찬양하는 문헌으로 학문적 토대를 구축했다. 식민지 시민을 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한국은 이런 식민화의 피해국이었다. 해외에 자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노하우를 구축할 시간도 없었다.
한국의 위대함에 대해 다른 문화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신화를 만들어 내지도 못했다. 물론, 다른 국가와 달리 자국의 문화를 번드르르하게 소개하지 않는 소박함이 한국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제국주의적 전통이 없기 때문에 한국은 불리한 입장에 있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은 지난 140년간 끊임없는 편집과 보완을 통해 외국인을 위한 자국어 교재를 개발했고, 해외에서 자국의 ‘팬’을 키워내기 위해 장기적 계획도 수립했다. 문화를 통한 정치에 통달한 셈이다.
한국은 1990년대 와서야 문화를 본격적으로 해외에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내실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는 한국인들
앞선 세 가지 요소는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자국 문화와 지정학적 입지에 기반한 고유의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일본과 미국 정계에서 자신의 이익만 지키려는 소수 군벌과 억만장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을 배제하고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은 이 중대한 문제를 진중하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한국이 안보 및 외교에서 고유의 역사∙문화 인식을 바탕으로 자국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어는 단 한 마디도 모르면서 자칭 ‘한국 전문가’라 주장하는 워싱턴의 학자 및 정치인이 강요하는 내러티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 1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직전 일주일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상승했는데 이는 전주(0.1%)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건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서울의 집값이 75주만에 하락했다는 사실이다.(서울 아파트값 75주만에 하락)
8.2대책 효과…서울 집값 75주만에 하락
8.2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매매 및 분양권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안정되는 걸로 봐선 투기 수요 억제라는 정책목표는 주효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8.2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75주 만에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정의로운 과세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가 돼야 한다.
8.2부동산 대책은 특정 지역을 청약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누어 청약, 세제(양도세 중과), 재건축 및 재개발, 대출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수단들을 일거에 투사한 대책으로 정책조합과 시점 모든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붙은 급한 불은 일단 끈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호흡을 고르고 부동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여전히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어떤 철학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주거복지를 확대하면 족한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는가?
아니면 설사 부동산 시장과 건설 관련 연관 산업이 위축되는 한이 있더라도 부동산 시장 가격을 보유세 등을 통해 동결시키고(부동산 가격이 특정 시점에 동결된다면 물가와 임금 등의 상승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은 사실상 하락하는 셈이다) 불로소득을 환수해 기본소득 등의 재원으로 삼는 수준의 담대하고 혁명적인, 부동산 공화국과 작별하는 기획을 구상하고 있는가?
부동산 불로소득 GDP의 24.3%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안정에 안도하지 말고 부동산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시민들의 집합적 요구가 ‘나라 다운 나라’. ‘적폐 청산’,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촛불시민들은 진정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갈망하고 있다. 촛불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는 건 시시한 개량이나 째째한 타협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적폐 중의 적폐, 특권 중의 특권, 거악 중의 거악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몇몇 통계만 봐도 그런 사실은 증명된다. 2015년 말 기준 한국의 국민순자산은 1경 2,359조원인데, 이중 부동산 자산이 무려 9,136조원이라는 사실, 2007년부터 2015년 사이에 연평균 317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불로소득(매매 및 임대소득)이 발생했는데 이는 GDP의 24.3%(피용자 보수는 GDP의 43.6%)에 해당한다는 사실, 가격 기준으로 개인이 지닌 대한민국 사유지 중 65%가 10%의 수중에 있다는 사실 등등의 통계가 대한민국이 불로소득 천국이며 부동산 공화국임을 증명한다.
단언컨대 부동산 불로소득의 공적 환수를 통한 부동산 공화국의 해체 없이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평등한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으로 상징되는 주권자들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주권자들의 뜻을 받들어 부동산 공화국 해체에 나선다면 대한민국은 평화적 촛불혁명으로 정치혁명을 이룬 국가가 된 데 이어, 사회경제적 혁명으로 세계에 우뚝 선 일등 국가가 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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