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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를 땐 대통령이지만 욕먹을 땐 개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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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를 땐 대통령이지만 욕먹을 땐 개인이란다

익명 (미확인) | 목, 2016/06/30- 10:33

윽박지를 땐 대통령이지만 욕먹을 땐 개인이란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만일 내가 어떤 사람을 비판 혹은 비난하기 위해 인터넷에다 “개OO 같은 아무개 개XX의 만행”, “진짜 개OO 걸X 같은 년”이라는 글을 썼다고 치자.

한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모욕죄란 이름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 글의 대상이 된 아무개 씨는 나를 모욕 혐의로 고소할 수 있고, 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심평원을 욕한 의사

그런데 비슷한 내용을 쓴 한 의사는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슨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의사라서 봐줬나?

개업의인 ㄱ씨는 2013년 1월의 어느 날, 자신의 블로그에다 위와 같이 누군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썼다. 그 ‘누군가’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국가기관 중 하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었다.

심평원

이에 앞서 ㄱ씨는 급성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에게 항생제 치료를 하였다. 이 치료비를 의료보험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평원은 금액을 삭감했다. 정당하게 치료한 치료비가 삭감되었다고 생각한 ㄱ씨는 심평원에 항의했다. 심평원으로부터는 조정평가위원회 결정에 따른 조처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미 치료가 끝난 사안에 대해 보험 처리가 되지 않으면, 의사가 그 비용을 그대로 뒤집어써야 한다. 화가 난 ㄱ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위와 같은 단어를 써서 심평원을 비난했다.

 

욕설 의사가 무죄인 이유  

심평원은 ㄱ씨를 모욕죄로 고소했고, 이에 대해 2013년 11월 열린 1심 재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14년 5월의 2심 재판에서도 ㄱ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 판결 재판 판사 법원

 

그런데 1심과 2심은 똑같이 ㄱ씨의 행위를 무죄로 보았지만, 그 이유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났다. 1심의 경우는 글이 쓰인 맥락을 고려하며 게재 동기나 전체적인 배경에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피고인이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경위 및 배경 등에 비추어 보면 … 자신의 판단 및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고 그 비중이 크지 아니하며, 이러한 표현은 위 게시물의 게재 동기나 게시물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것으로 보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2심은 1심과는 달리, 문제의 표현이 매우 저속하여 부적절하므로, 이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똑같이 무죄라는 결론에 이른 것은 또 다른 점 때문이었다. 즉, 모욕적 표현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라는 것이었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에 관한 비판이 주목적인 것으로 보이고 특정 개인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와 같은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검찰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6년 3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정하고 상고를 기각하였고ㄱ씨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의 심평원 판결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모욕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사실 모욕죄와 비슷하면서 그보다 형량이 더 큰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져 있어, 이것은 똑같은 민주적 원칙을 다시금 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광우병 논란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외교통상부 정책관이 낸 명예훼손 소송 판결에서,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008년 4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던 송일준 PD ⓒ MBC

2008년 4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을 진행했던 송일준 PD ⓒ MBC

“특히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하여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국가기관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조직 목적이다. 또 그들이 하는 일은 국민 전체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국가기관과 공직자를 국민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국민 이외에는 ‘절대 존엄’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 감시와 비판 과정에서 표현이 좀 과하거나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좀 떨어지게 되더라도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고, 그런 걸 빌미로 해서 언론, 더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자 대법원의 판단이다.

심평원 판결과 PD수첩 판결을 대법원의 말을 빌어 간추린다면,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며, 또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국민 상대로 질 싸움을 거는 정부와 공직자

국가기관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대상이 되든 말든,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은 국민을 상대로 하여 꾸준히 명예훼손과 모욕 소송을 걸어왔다. 죄가 없는 것으로 판정될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때로는 이들의 명예를 끔찍하게 염려해주는 어용 단체가 대역을 맡기도 했고, 때로는 역시 이들의 명예를 끔찍하게 염려해주는 수사기관이 달려들기도 했다.

악역을 누가 맡든, 결과는 비슷했다. 참여연대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부나 공직자가 제기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소송은 모두 30건이나 됐다. 청와대 홍보수석, 서울시장, 문화부장관, 경찰,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 우리나라에서 힘깨나 쓴다고 하는 기관과 공직자들이 줄줄이 원고로 나섰다. 국정원은 민·형사를 통틀어 6번이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도 이들로부터 고소되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국민 절대다수는 무혐의 처리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실제로 죄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것은 한두 건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국민을 상대로 ‘너 고소’ 남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

질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것은 바보다. 혹은 황산벌의 백제군처럼 장렬한 최후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질 때 지더라도 얻을 게 있다고 간교하게 계산하는 자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하여 질 싸움을 거는 한국 정부와 공직자들이 이 셋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놓고 ‘국가권력의 명예훼손죄 기소 남용 방지와 제도 개선 방안’ 같은 토론회를 여는 사람들의 견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러한 기소 및 소송 제기는) 국민의 공적 발언 자제나 여론 형성의 위축만을 초래할 뿐 아무런 법적 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 입막음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이 바보거나 장렬한 최후를 맞을 준비가 된 자들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겁을 주고 송사로 괴롭혀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간교한 술수를 벌이는 자들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소송 쇼쇼쇼

괘씸한 국민에게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덧씌우는 소송 쇼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계속된다. 2015년 7월 참여연대가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작 이래 그때까지 국민이 정부나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했다는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당한 경우는 22건에 달했다. 형사 소송이 18건, 민사 소송이 4건이었다. 형사 사건 중 4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실컷 조롱 대상이 됐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도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은 한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공직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공직자이다. 이들은 권력구조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들로서, 각 개인이 사실상 국가기관이나 마찬가지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나 공직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비판은 비록 좀 과도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 그런데도 죽어라 명예를 지키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소송한다.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media/photo.php?srh%5Bpage%5D=74&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7260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직접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2014년 9월 16일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어떤 대통령도 모든 국민을 100%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불만족한 국민은 비판도 하고 비난도 하고 욕도 하게 마련이다. 국민의 욕을 먹는 게 불명예라서 참기 어려운 생각이 든다면,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 체제와 자신의 정체성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욕먹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소송으로 국민을 괴롭힐 게 아니라, 대통령을 안 하면 된다. 욕먹을 것 먹고 비판받을 것 받아가면서 당당하게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 쌔고 쌨을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명예훼손 소송 폭주는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쪽의 재갈 물리기는 톡톡히 효과를 거두는 셈인데, 심지어 어이없게도 일부 판사는 이전 판례를 무시하고 그런 폭주에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법원의 창조적 발상: 공인 박근혜 vs. 사인 박근혜

1.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 사건

환경운동가 박성수 씨는 2015년 봄에,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페이스북에 그런 내용을 올렸다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해 12월 열린 1심 결심 재판에서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1)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기관이고 따라서 그 직무 수행에 대한 비판이 명예훼손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2) 대통령의 정체성을 헌법기관의 그것과 개인의 그것으로 구분하여, 박씨의 비판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격이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기발한 판단을 하였다.

마치 박씨가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어서 다른 박씨의 (공공 이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을 물고 늘어져 명예훼손을 범한 것처럼 말이다. 박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이다.

2. 부산 ㄴ씨 전단지 사건 

얼마 전인 6월 23일, 부산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배포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ㄴ씨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유는 ㄴ씨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빙자하여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각종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 같지만, 문제가 된 것은 전단지 내용에 포함된 “청와대 비선 실세 + 염문설의 주인공 정 모 씨에 대한 의혹 감추기” 단 한 줄이었다. 이것이 대통령이 아니라 사인(私人) 박근혜의 명예를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3. 정신 장애인 ㄷ씨 사건 

또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비방 글을 인터넷에 올린’ ㄷ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ㄷ씨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판결문에서 “정신감정 결과 최씨는 피해망상, 충동조절능력 저하 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라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심신미약 상태였다 할지라도 글을 올려 사회적 오해와 혼란을 빚은 점을 비춰볼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심신미약 상태면 강도, 강간, 살인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감형하는 게 법원의 태도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방하면 심신미약이든 아니든 정신 장애인조차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는 셈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본 한국, “성질 잘 내는 대통령” 

국민이 비판하는 공직자의 모습에서 순수한 사인을 추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함에도(국민이 왜 비판을 하고 비난을 하고 비방을 하겠는가), 그런 억지를 들이밀어 국민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나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것은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는 5천만 국민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우리는 대통령 개인의 명예가 5천만 국민이 누려야 할 민주적 기본권보다 중요한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한 실마리는, 노무현 재임 때 31위까지 올라갔던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이명박 때 40위권으로 떨어지고 박근혜 시기에 들어와서 50  57 → 60 → 70위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양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펴낸 201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리포트에서 한국 항목의 제목은“irascible presidency(성질 잘 내는 대통령)”이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 박근혜

‘국경 없는 기자회’ 한국 항목 제목은 “성질 잘 내는 대통령”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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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역사는 항상 희극과 비극이 섞여 있는 회색 덩어리 같은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보통 역사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비극으로부터 배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비극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만으로 가득 찬 사회는 자본주의의 착취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반대 벡터도 가능하며 양극단 사이에서의 진동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될 것이다. 비극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볼 것이 아니라 비극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의 수들, 즉 희극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했다고 하여 명예훼손 유죄가 선고되었다. 과거에 공산주의자라는 칭호가 국민들에게 씌웠던 누명과 천형을 생각하며 종북몰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필자도 수년 전 이정희 의원에게 ‘종북’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의 역습’이라고 자위했다. 진보적인 인사들이나 독재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심지어는 정치에 무관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엮었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종북’ 칭호는 상대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맹목적인 반공 사회의 사법적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분단사회의 질곡이라는 역사로부터 배우려면 저런 판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공산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너무 많이 배우려다가 역사의 비극 속에 갇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세계 각국에서 사문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명예란 도대체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나를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천사처럼 살아도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내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훼손의 씨앗이 된 말을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비례성에 어긋난다. 민사 손해배상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명예훼손이 형사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면 기소와 압수수색만으로도 피의자들의 삶을 피폐화할 수 있는 검찰은 쉽게 권력 연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역사의 희극은 더 이상 종북몰이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민중은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승리했다. 역사는 항상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비극, 즉 분단사회에서 진보 인사들이 받은 핍박에만 매몰되어 종북 발언, 공산주의자 발언을 형사처벌까지 하려고 든다면 그 역사의 다른 면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이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불러도 나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공산주의’를 포함한 다른 진보적인 사상들, 즉 사회주의 등등은 우리 사회가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극악의 지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을 절대로 진보적인 판결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명예훼손으로 법정 구속된 종편 출신 송아무개 기자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송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수위는 송의 디지털스토킹이 불러왔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피해자가 송의 ‘만행’을 먼저 알렸다면 피해를 막지 못했을까? 혹시 알리지 못한 이유는 거꾸로 송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위험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가 피해자가 겪은 비극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에만 매몰되어 형사처벌을 통한 검열에만 심취한다면, 소비자들의 이용후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죄 없는 기업들의 블랙컨슈머리즘에 대한 고발도 같이 위축될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항상 반만 옳다.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9.03.)

금, 2020/09/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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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 11. 5.(목)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 간담회실에서 ‘공익제보와 개인정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문의 요약문입니다. https://opennet.or.kr/18973 

개인정보보호법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생활과 행복추구에 긴요한 서비스나 재화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의 향후 이용이나 제3자제공을 미리 제한할 협상력이 없을 정도로 개인정보처리자와의 힘의 비대칭에 놓인 정보주체를 ‘정보감시’ 또는 정보감시의 가능성으로부터 오는 ‘위축효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제로서 정보주체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에 대해 소유권과 유사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짜로 하고 있다. 

  한편 법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정보처리가 정보주체의 통제권 하에 놓여지면 도리어 힘없는 개인정보주체들이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저항권이 제한되므로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정교하게 재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들은 첫째 GDPR 및 GDPR이행입법들의 상당수는 공익 및 정당한 이익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정보수집 및 제3자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둘째 단순히 제도권 언론의 취재보도만을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론 “목적”의 정보처리에 대해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제3자가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도 예외에 포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특히 공익제보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3자제공, 언론목적 정보처리, 개인정보처리자의 해석 등에 있어서 국제기준에 비추어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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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85 Processing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1. Member States shall by law reconcile the right to the protection of personal data pursuant to this Regulation with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including 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 and the purposes of academic, artistic or literary expression.

수, 2020/11/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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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이라는 법이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이 ‘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만 보호하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막상 법을 만들 때는 정부 부처가 “산업기술”이라고 지정만 하게 되면 모두 영업비밀처럼 보호되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런 조문을 가진 법은 전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만들 때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경제스파이법도 영업비밀 보호에 한정되어 있고 중국, 일본, 독일에도 영업비밀이 아닌 것을 보호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법은 없다.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영업비밀이 아닌 산업정보는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더 발전되어 나간다. 영업 직원이든 연구소 직원이든 회사의 기술정보 중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고객들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산기법에 의해 차단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든 제조물책임 피해를 본 소비자든 기술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되고 생명과 안전의 보호에도 해가 되는 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산업기술보호규제는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 국회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당취득행위나 비밀유지 위반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법을 개정하여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 즉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과 다르게 이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산기법 제14조 8호).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교수가 강의할 때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학생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학생에게 맡겨진 것이다. 발명을 하건 창업을 하건 강의평가를 하건 말이다. A제품 발명을 위해 나온 정보가 B제품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다. 비밀유지 의무가 없는 한 합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은 자신의 상상 내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 공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아놓은 것이다. 영업비밀도 아닌 것에 대한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법이 더 위협적인 것은 “산업기술”이 이용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노동자나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어도 안전이나 배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산기법이 2019년에 개정되면서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함께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1980년대에 미국, 일본 등이 자신의 첨단기업들이나 첨단기술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합법거래들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또는 허가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밀보호와 무관하다. 국가핵심기술 상당수는 법적으로 항상 공개되는 특허나 사실상 공개되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음 만들 때는 합법적인 거래들에 대한 허가 신고제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2019년 엉뚱하게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에 국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9조의2)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국가핵심기술 중에는 이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개된 특허, 저작권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비밀로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전세계의 어느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대국민 공개를 금하지 않는다.

이 법은 노동자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부처가 사업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전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재소송을 위해 작업장에서 이용된 독극물 목록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으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례다.

14조 8호나 9조의2가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업계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침해죄를 적용한 판례가 나왔고 위의 삼성전자 사례도 영업비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청구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산업도 죽이고 노동자도 죽이는 세계 유일의 누더기법 산업기술보호법,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하루빨리 개정해달라.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1.29.)

월, 2020/11/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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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금지는 국제인권이며 우리나라가 가입한 UN여성차별철폐협약에 명시되어 있다. 이 협약의 준수를 감시하는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노동자 거의 전부가 여성인 상황에서, 성노동자에 대해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성차별이라면서, 수십년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세계적인 대세는 성노동자 처벌은 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성매수자처벌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OECD국가 중에 우리나라만 성노동자도 지역적 상황적 예외없이 모두 처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에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 .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이라고 한 바 있다(간통죄 위헌). 이를 성매매에 적용해보자면 금전을 원인으로 성행위를 하게 되면 사랑, 결혼, 출산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성행위를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되고 과도한 난교 상황은 성스러운 사랑, 결혼, 출산을 저해하여 도덕적 다수가 생각하는 ‘건전한 성풍속’에 어긋난다고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전한 풍속’을 형사처벌로 강요하는 것이 정당할까?   

성매매를 금지하자는 또다른 시각에서 헌재는 2012년에 성알선자 처벌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성매매가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면서 금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상품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로 금지할 수 있는 정당성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성스러운 것인지만 이를 상품화하면 형사처벌해야 할까? 그럼 마사지사도 처벌해야 할 것이다. 교육도 성스러운 것이고 사교육열풍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학원을 형사처벌하려는 법은 위헌판정까지 받았다.  

또다른 시각에서 헌재는 2006년에 성매매알선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나라 성매매의 양태는 ‘강요된 성매매’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최소한 ‘중간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알선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성노동자까지 처벌해야 할까요? 강요와 폭력의 주체들만 처벌하면 되지 않을까?

더욱이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매매금지법이 도리어 성매매여성들의 강제성매매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며 합법화를 요구하였다. 우리나라의 “성제공자”들은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나 고객을 신고도 하지 못하고,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에 배제된 상태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다니면서 살아가고 있다. 통영에서는 집안 형편상 가출했다가 17살에 출산하여 지금은 7살이 된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함정단속을 피해 투신자살했다. 우리나라 2007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여성들은 30만명에 달한다. 인신매매 예방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음지로 때로는 사지로 내몰 이유가 되는 것일까. 사회적 낙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생계를 잇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법적 낙인을, 범죄자의 낙인을 찍어 동굴로 몰아 넣어야만 인신매매예방에 대한 우리의 도덕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의료서비스 접근권 및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UN여성기구 역시 2013년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했고 UN보건기구들도 꾸준히 같은 주장을 해왔다. 국제인권기구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먼라이츠와치와 국제사면위원회는 2013년 2014년 각각 성노동의 합법화를 정책기조로 발표하였다. 

자 성매매금지법의 정당성이 이러한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의 표현을 차단해야 할까? 성노동에 대한 정보는 성매매라는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정보라는 이유로 차단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성매매는 보편타당한 해악이 아니며 자유롭게 허용하는 국가들도 많이 있다. 해외 여러 국가들에서는 형사처벌되지 않는 성제공자들이 발화하는 표현까지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아무리 국내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고 성제공자들의 온라인 상 표현이 그 불법행위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차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에 표출되어 성풍속을 해칠 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라는 헌재의 설시에서 볼 수 있듯이 성매매 자체에 내재된 해악 보다는 성매매가 끼치는 문화적 영향 때문에 성매매금지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Dhyta Caturani도 성매매금지법이 없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성매매여성들의 표현을 포르노그래피법으로 규제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성매매금지법이 성매매 자체를 죄악시하기 보다는 성매매에 성풍속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터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표현물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해 표현물을 차단 및 삭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우선 물리적 행위와 달리 표현은 위축효과에 취약하다. 행정기관의 잠정적인 판단을 반박하여 표현물의 합법성을 입증하려는 수고를 포기하기 쉽다. 또 행정기관은 집권여당의 입김 때문에 중립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특히 표현물이 불법이라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명령을 어긴 것에 대해 별도의 책임이 부과되는 경우 합법적인 표현물의 위축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행정기관은 산업진흥 등의 다른 정책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위축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기관에 의한 온라인표현의 자유 제한 즉 행정심의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었다. Turkey와 한국이 유일햇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테러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자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행정심의를 시작하였다. (NetzDG법, Avia법)

하지만 이들 몇안되는 나라들의 행정심의는 보통 보편타당한 해악성을 지닌 표현물에 한정하여 이루어진다. 테러나 기타 폭력을 선동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성매매금지법은 위에서 말했듯이 성매매 자체에 내재된 해악 보다는 성매매가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터잡고 있다. 과연 이런 경우에도 성노동자들이 배포하는 정보를 차단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 44조의7 1항 9호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 . 정보’도 불법정보로 정의하면서 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똑같이 취급한다. 폭력 등의 명백한 해악에 이르지 않는 행정규제 위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 자체를 삭제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한 제한이 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실명제를 집행하는 국가라고 해서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게시물까지 삭제차단하는 경우는 없다.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비실명휴대폰의 이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이 유용한 정보에 접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여타 이유로 탐정서비스의 제공은 국내에서 불법이었고 이에 따라 탐정서비스를 광고하는 웹사이트들의 국내유입이 차단되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탐정을 채용한다고 해서 불법이 되는 것이 아닌데 국내인들이 탐정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습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내인들의 알권리에 대한 제한이 된다. 물론, 해외도박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해외사이트운영자가 도박장개설이라는 위법행위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국내에서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도박과 같이 보편타당한 해악을 규제하는 행위를 매개하는 정보가 아니라 문화적인 그리고 연혁적인 이유로 국내에서만 특이하게 금지되는 행위(예를 들어 탐정서비스)를 매개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인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그 자체로 해악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영향력 때문에 규제되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온라인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행정기관의 심의는 폭력 등 심대하고 보편타당한 해악이 없는 한 자제되어야 하며 우리나라만의 문화적인 또는 법체제적인 이유로 불법화된 행위를 막기 위해 관련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오픈넷은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던 위민온웹이 낙태죄가 있다고 해서 차단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시하고 있고 성매매금지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삭제 차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신중지와 성매매 모두 여성의 인권과 다수결주의적 법익 (예: 태아의 생명, 인신매매 방지) 사이에 미세한 저울질이 필요한 사안이며 이와 관련되어 여성들이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목, 2021/06/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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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반대!
투명한 선거!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일, 2026/06/1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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