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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물대포, 그리고 투명인간이 된 백남기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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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물대포, 그리고 투명인간이 된 백남기 농민

익명 (미확인) | 목, 2016/06/09- 19:55

오늘(6월9일)로 농민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209일이 흘렀다. 그는 자력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실상 마지막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수사는 멈춰있고, 그들은 오히려 승진했다. 정부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야 3당은 ‘백남기 청문회’에 공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간은 많지 않다.

20초

69살, 전남 보성에서 밀 농사를 짓는 늙은 농부 백남기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에 올라와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밀밭 파종을 전날 마쳐 여유가 생겼다. 대통령이 약속한 ‘쌀 수매가 인상 공약’을 지키라는 게 농민들의 요구였다. 오랜 벗이자 고향 후배인 최영추 씨가 서울 길에 동행했다.

11월 14일 저녁, 광화문 광장 앞. 농민회에서 행사용으로 준비한 상여는 물대포에 맞아 속절 없이 부서졌다. 경찰 차벽에 막혀 광화문 광장에는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버스를 대절해 올라왔던 농민들은 하릴없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 채비를 했다. 백남기 ‘형님’이 보이지 않았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형님이 분명 농민회 사람들과 어울려 한 잔 하고 계실 거다.’ 근처 선술집에도 형님은 없었다. 시위 군중 사이를 헤맸다. 시위대 한 쪽에 소동이 벌어졌다.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인파를 헤치고 얼굴을 확인했다. 형님이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영추 씨는 한 동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병원을 지켰다.

▲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있다.

▲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있다.

이후 경찰 살수차에 달린 CCTV가 공개됐다. 살수차는 시위대 맨 앞에서 경찰 버스에 매단 줄을 끌어당기는 백남기 농민을 정확하게 조준했다. 물대포의 엄청난 힘에 늙은 농부가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물대포는 집요했다. 물대포는 쓰러진 농민을 또 가격했다. 주위 사람들이 농부를 뒤로 끌어 냈다. 물대포는 또 이 농부를 따라갔다.

경찰 살수차가 백남기 농민을 쫓아가면서 쏜 시간은 20여 초. 상반신을 쏘지 말고, 부상자가 생기면 구호해야한다는 경찰 내부 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살수차 운용자에게 지휘부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9일 – 경찰

경찰은 민중총궐기 진압 과정에서 131명의 경찰이 다치고, 기물이 파손됐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1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전격 체포했다. 집회 참가자 400여 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다. 백남기 농민과 관련된 사건도 청문감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비공개다. 국제 앰네스티가 한국 경찰에 보낸 질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경찰은 답변했다.

그 사이 민중총궐기 진압 책임자였던 경찰청 이중구 경비국장은 강원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조현배 정보국장도 경남청장으로, 정용선 수사국장도 경기청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청 경비부장과 교통부장도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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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일 – 검찰

백남기 씨의 가족과 대책위원회는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7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12월 17일 백남기 씨의 딸 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백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적어도 2-3개월 정도면 기초조사를 하고 피고발인(경찰) 조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왜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지 듣지 못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서 검찰이 조사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 매주 서울대 병원 후문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서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매주 서울대 병원 후문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서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고발인 조사를 한 뒤 6개월 동안 검찰 수사에서 변화가 있었던 딱 한 가지는 담당 검사가 교체됐다는 사실 뿐이다. 백남기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권나운 검사에게 피고발인 조사가 왜 늦어지고 있는지 물어봤지만 “수사 사항은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검찰 고발 사건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수사를 틀어 쥐고 있고 경찰과 다른 국가기관은 검찰 수사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게 현재 상황이다.

1명

209일 동안 정부 관계자 누구도 백남기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 문병을 오지 않았다. 경찰은 물론 농림부, 행정자치부, 청와대, 모두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백남기 씨의 이름을 입에 올린 적이 한번도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농민 전용철 씨가 FTA 반대 집회에서 사망했을 때 한나라당 대표 명의로 조화를 보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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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씨의 가족이 만난 유일한 정부 관계자는 경찰 정보관이다. 대책위와 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보과 형사만 가족을 대면한 거다.

1991~2015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집회 참가자가 사망한 사건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각 정권의 대표적인 사건들은 어떻게 마무리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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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대 국회

행정부는 사안을 무시하고 있고, 사법부는 개입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사태 해결의 열쇠는 국회가 쥘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는 백남기 농민 사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총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국회는 사안을 외면했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었다는 경찰의 입장을 두둔했고, 오히려 더욱 철저한 시위 진압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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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다수가 된 야 3당은 5월 31일 주요 현안에 대해 공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야 3당이 밝힌 5대 주요 현안은 세월호, 가습기, 어버이연합, 정운호 게이트, 백남기 농민 등이다. 백남기 씨 사건은 다섯 번째다. 여당이 이미 제출한 쟁정 법안들도 산적한 상황이다. 백남기 청문회가 언제 어떻게 열릴 것으로 합의가 될지는 아직 요원하다. 생명이 위독한 백남기 씨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취재 김경래
촬영 김기철
편집 정지성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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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뉴스타파’ 최승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자백> 소개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 씨 사건 중심으로 국정원의 간첩 조작 실체 비판 – 부산국제영화제 파행 언급하며 한국 표현의 자유 역행 지적 엘에이타임스는 17일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최승호 PD가 내놓은 다큐멘터리<자백>을 소개했다. 기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영화 <자백>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 씨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고 간첩 ...
토, 2016/05/2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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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살림지역아동센터 후원의 날]

 

한살림서울은 2009년부터 광명시와 용산구에 초등생 방과 후 교실인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2017년 한살림지역아동센터 후원의 날에 함께 해주세요!

 

  • 일시 : 6월 1일(목) 오후 3시~10시
  • 장소 : 광화문 링크호프(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 12-5, 지하 1층)

 

한살림서울 홈페이지
금, 2017/05/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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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국가인권위에 12월 5일 집회 인권지킴이단 파견 요청해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에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가능성 있어 인권침해 예방과 감시 등 인권보호 활동 요청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 장유식 변호사)는 오늘(12/1)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에 오는 12월 5일 집회에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강경진압을 예고하고 있어 이날 집회도 지난 11월 14일 집회에서와 같이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인권위에 12월 5일 집회 집회현장에서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 및 감시하는 한편 유사시 긴급구제 등 인권보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12월 5일 집회는 전국농민회총연합(이하 전농) 등 주최 측이 평화적 집회 개최를 약속하였음에도 경찰이 폭력집회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금지통고 했다. 하지만 전농은 예정된 대로 평화적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평화집회를 선언하였음에도 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경대응할 것을 거듭 강조함에 따라 지난 11월 14일 집회에서처럼 12월 5일 집회에서도 경찰의 인권침해가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2와 10에 따라,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그 밖에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법률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인권지킴이 운영지침’에 근거하여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8년 6월 미국산소수입 반대 촛불집회, 2011년 한미FTA비준 반대 집회 및 2014년 4월 밀양송전탑건설 반대 현장 등 인권침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집회와 시위 현장에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인권침해 행위의 예방 및 감시, 현장 긴급구제 등 인권보호 활동을 펼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참여연대는 국가인권위의 설립목적이 인권보호에 있는 만큼 경찰의 집회 대응 과정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활동은 인권위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이라며, 인권위가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12월 5일 집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 감시하는 등 인권보호 활동을 적극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발송한 인권지킴이단 파견 요청 공문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12월 5일 집회에 인권지킴이단 파견을 요청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는 12월 5일 서울광장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등 주최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집회 주최측이 평화집회를 선언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불법폭력시위가 예상된다며 지난 26일 최종 금지통고하였습니다. 경찰은 지난 11월 14일 1차 대규모 집회가 폭력시위였고 이를 주최한 단체와 12월 5일 예정된 집회의 주최 측이 동일하여 또다시 폭력시위가 예상되기 때문에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강경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있고 집회 주최측은 평화집회를 개최할 것이므로 예정대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우리 헌법 제21조는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는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 장유식 변호사)는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를 지지합니다. 또한 폭력집회, 시위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폭력을 예상하여 대다수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경찰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께 12월 5일 집회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2와 10에 따라,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그 밖에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인권지킴이 운영지침’에 근거하여 인권위는 지난 2008년 6월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벌어진 미국산소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강행처리에 항의하는 촛불집회와 2014년 6월 밀양송전탑건설 반대주민들이 설치한 움막 등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해 집회시위현장에서의 인권침해 행위의 예방 및 감시, 현장 긴급구제 및 인권보호 활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의 설립목적이 인권보호에 있는 만큼 경찰의 집회 대응 과정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활동은 인권위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일 것입니다. 특히 지난 11월 14일 대규모 집회에서는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경찰장비관리규칙과 살수차운영지침 등등을 위반하여 살수포를 쏘아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뜨렸고 다수의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번 12월 5일 예정된 집회 역시 경찰은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강경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농은 평화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경찰이 지난 11월 14일 집회에서처럼 차벽과 살수포로 참가 시민을 강경 진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크고 작은 인권침해가 우려됩니다. 이에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께 인권지킴이단을 파견하여 경찰의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한편 유사시 긴급구제 등 인권보호 활동을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화, 2015/12/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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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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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내건 이 현수막 만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는 문구가 있을까?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퇴행적이고 기형적인 교육정책이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현행 교과서에 ‘붉은 칠’을 덧씌워서 국민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것 뿐이었다.

교수 시절 ‘국정 역사 교과서는 독재국가와 후진국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창했던 교육부 김재춘 차관 옆에 앉혀두고 교육부 장관이 국정화 발표 기자회견을 여는 코미디가 가능했던 것도 전방위적인 매카시즘적 선동 덕분이었다.

현행 8개 역사 교과서…”주체사상은 김일성 개인숭배와 우상화의 도구”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들과 주류 언론이 가장 부각시킨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은 6.25 전쟁의 책임 부분과 주체사상에 관한 내용이다. 이들은 현재 학생들이 사용하는 ‘좌편향’ 역사 교과서가 전쟁 책임이 남한에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주체사상도 비판없이 인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검정을 통과한 8개 역사 교과서(교학사 포함)를 모두 일일이 확인했다. 6.25 전쟁 책임에 관련해 단 1곳도 예외 없이 모두 북한의 남침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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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교과서에 적용된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6.25 전쟁의 개전에 있어 북한의 불법 남침을 명확히 밝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집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교과서 검정을 절대 통과할 수 없다.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8개 교과서가 하나같이 김일성의 개인숭배와 우상화, 반대파 숙청에 이용됐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8개 교과서의 주체 사상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왜 우리 학생들이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냐”고 강변하고 있지만 현재 교과서에 적용된 교육과정에 의하면 분단 이후 북한의 변화 과정과 북한의 세습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주체사상에 대해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조한경 부천여고 교사(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는 지적한다.

또 박근혜 정부가 2018년부터 적용하기 위해 올해 확정한 2015 교육과정을 보면 ‘북한의 변화와 남북간의 평화통일 노력’이란 소주제에서 배워야하는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를 포함시키도록 해놓고 있다. 2015 교육과정은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돼 있다는 이유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도 포함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를 새누리당이 문제삼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래엔 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집필진으로 참여한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좌편향됐다고 하는 교과서들은 모두 박근혜 정부 아래서 엄격한 집필기준에 따라 교육과정을 통과한 교과서”라면서 “이들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면 누구보다 교육부가 먼저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미래엔 교과서 대표집필자)는 집필진과 역사학계 90%가 좌편향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매카시즘을 동원해 국정화로 가기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날조와 왜곡, 선동으로 점철된 국정화 주장…그렇게 탄생할 국정교과서는?

조왕호 교사는 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는 집필진으로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전에는 문제가 없던 교과서 내용들에 대해 지속적인 수정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원래 미래엔 역사교과서에 실렸던 이화여대의 김활란 동상(왼쪽)과 교육부의 수정명령으로 대체된 최종 수정본(오른쪽)

▲ 원래 미래엔 역사교과서에 실렸던 이화여대의 김활란 동상(왼쪽)과 교육부의 수정명령으로 대체된 최종 수정본(오른쪽)

특히 친일파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부분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돼 있다”며 수정을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자학사관이라고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국정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의 획일화된 방침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 2015/10/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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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된 박근혜. 그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 것은 수많은 이들의 조력이 있어 가능했다. 그의 정계 입문 뒤 인연을 맺어온 수많은 정치인들이 기존 보수층 표를 다지기 위해 뛰었고, 그와 이념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여러 인사들도 깜짝 영입돼 부동층을 흡수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맹활약했던 그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12년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선출 장면

2012년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선출 장면

“오로지 재집권”… 새누리당의 탄생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

18대 대선을 1년,19대 총선을 4개월 앞둔 2011년 말.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한나라당은, 전면 쇄신을 내세우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위원장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 20대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등 외부 인사 6명을 영입해 모두 11명의 비대위 체제가 갖추어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는 당장 닥친 4월 총선 승리가 곧 대선후보가 되는 길이었다.

당면 현안은 MB와의 선긋기였고, 이를 위해 당의 강경보수 이미지를 탈색시키는 작업에 돌입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 의제를 꺼내들었고, 이상돈 위원은 인적 쇄신과 정치개혁을, 이준석 위원은 청년정책을 주도하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2년 2월에는 아예 당명까지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당 로고에는 진보정당의 전유물이던 빨간색이 칠해졌다. 기존의 한나라당에서 완전 탈색한 새로운 정당이니,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탈색작업을 통해 새누리당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으로 승리했다. 날개를 단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넉 달 뒤인 8월 20일 압도적 지지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추대됐다. 그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 모두가 하나 되는 대한민국, 모두 함께 행복을 누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선대위 조직도

박근혜 선대위 조직도

“내가 더 열심히 뛴다”…친박 정치인들의 경쟁과 깜짝 영입 인사들

2012년 10월, 민주통합당 문재인과 무소속 돌풍의 주역 안철수로 상대 후보가 결정되자 새누리당은 공식적인 선거대책기구를 조직했다. 명칭은 ‘국민행복선대위’.

대선후보 박근혜를 정점으로 공동 선대위원장 4명을 뒀다. 전현직 당대표인 정몽준, 황우여 의원은 당연직이었고,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여성 기업인 김성주 씨가 깜짝 영입돼 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경제공약을 주관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안대희 전 대법관, 그리고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한광옥 전 의원이 영입돼 임명됐다. 총괄본부장 김무성 의원 역시 원조 친박이긴 했지만 2008년 공천학살 사태로 박근혜 후보와 갈라섰던 전력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인선이었다. 대부분 2012년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는 새누리당과 이념적 거리가 멀다고 평가됐던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선거캠프 요직에 앉힘으로써 개혁과 쇄신,통합의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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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의 ‘사과’ 또는 ‘침묵’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 캠프를 총괄 지휘했던 김무성 본부장은 박근혜 후보 공식 홍보 동영상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 다섯 분이 모두 자기가 만들다시피 한 정당으로부터 쫓겨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실패한 대통령만 역사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왕에 대통령이 되려면 좀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무성 의원은 집권 이후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며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다시피 하면서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1달여 만인 지난해 11월, 그는 2012년 대선에서의 역할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총책임을 맡아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국민 여러분 앞에 ‘왜 박근혜여야 하느냐’ 하는 것을 열심히 홍보를 했고,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게 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저를 비롯한 새누리당 모두가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2016.11.15 대구 테크노파크 강연 중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참여했던 자신들의 과거 행보에 대해 공개 사과한 사람들은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면, 한나라당 비대위 3인방이던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정도. 이들은 박근혜 정권 초반부터 “나도 속았다”면서 과거 입장에서 선회했고,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엔 더욱 적극적으로 지난 행보를 공개 사과했다.

박근혜 정권이 탄생하는 데 일조한 본 의원은 누구 못지않게 참담한 심정임을 여러 선배 동료들께 고백하고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하고자 합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2017.2.10.국회 대정부질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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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는 인사들이 더 많다.우선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원장으로 깜짝 영입됐던 김성주 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당시 성공한 여성 기업인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 통치자로 여성을 만들어 놓으면 모든 대한민국 여성이 확실히 보는 거예요. 와,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성이야. 그러면 인구의 반이 하루아침에 깨어나기 때문에 이제는 뭐 우리가 피켓 들고 싸울 필요가 없어요.

김성주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2012.11.13

또 자신은 대선이 끝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면서 교수 출신으로 출마해 당시 경쟁 중이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깎아내리는 역할도 했다.

저는 본래 정치를 되게 싫어하던 사람이거든요. 지금도 싫어요. 그래서 저는 12월 19일에 반드시 천직인 사업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런 면에서 안철수 씨도 좀 교수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때가 제일 좋았거든요. 지금은 페이크거든요. 저는 그래서 박 후보를 좋아해요. 제일 정치가세요. 그러니까 절대 말을 안 바꾸는 정치인은 저는 박 후보 말고는 본 사람이 없어요, 미안하지만. 그거 하나 내가 믿고 들어온 거에요. 진정성!

김성주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 2012.11.13

그러나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김성주 회장은 뜬금없이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됐다.기업인 출신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사상 처음이었고, 취임 전 5년간 적십자회비를 한 푼도 안 냈던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보은인사’였다.

결국엔 탄핵되어 버린 대통령을 만든 자신의 과거 행보에 대해 김성주 총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 뉴스타파는 수 차례 전화 접촉을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문을 보냈지만 그는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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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에서 역시 새누리당에 깜짝 영입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헌재소장 출신으로 장애인이었고, 결국 박근혜 후보의 법치주의와 소외계층 끌어안기 같은 정치적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헌법질서 수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우리 공동체에 법치주의 질서가 뿌리깊고 광범위하게 자리잡게 함으로써 경제민주화를 도모함과 아울러, 나라의 안보를 공고히 하겠다는 확신, 그리고 소외계층을 비롯한 국민 각계각층을 모두 통합하겠다는 소망, 그리고 그 동안의 오랜 기간 동안의 정치적 경륜을 통해서 터득한 국정경영 능력, 이런 걸 모두 종합해볼 때 박근혜 후보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기에 필요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김용준 전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2012.10.11

그는 대선 이후 인수위원장을 맡고 초대 총리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뒤, 지금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법률사무소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탄핵된 대통령을 만드는 데 기여했던 과거 행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자택과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그는 취재진을 피했고, 인편으로 편지까지 보내 입장을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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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선대위에 영입돼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과거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경력을 앞세워, 박근혜 후보가 정치개혁의 적임자임을 적극 홍보했다.

죄 지은 사람은 처벌하는 것이 정의이다. 나는 정치쇄신을 하러 박근혜 캠프에 왔다. 그야말로 깨끗한 나라,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기 위해서다.

안대희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그는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이른바 ‘문창극 참사’ 이후 총리 후보자로 긴급 지명됐지만 전관예우 기간 과도한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낙마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서울 마포갑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도 당적을 버리지 않고 현재 자유한국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을 맡은 채 자신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박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며 지난 대선에서 했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말 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 아닌가,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고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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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영입돼 선대위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한광옥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임을 앞세워 박근혜 후보의 호남유세를 적극 도왔다.

이 시대의 정신은 국민대통합입니다. 국민대통합을 않고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후보님의 뜻을 저 나름대로 같이 동의하고 그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제 나름대로의 각오가 있어서 이 당에 입당했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후보님의 당선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광옥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 2012.10.11

그의 활약으로 박근혜 후보는 비민주당계 대선후보로는 사상 처음으로 호남에서 10% 이상을 득표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그는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되어 마지막 탄핵의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취재:김성수
촬영:김기철,신영철
C.G:정동우
편집:박서영

금, 2017/03/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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