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일, 시민단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의료급여 본인부담 체계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외래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의원은 1000원, 병원과 종합병원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 약국 500원을 부담해왔다. 그런데 개편안에는 이러한 정액 부담금을 각급 의료기관별 진료비의 4%, 6%, 8%, 2%라는 정률제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 의식이 점차 약화되어 과다 의료이용 경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첨부된 자료에 의하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735만원으로 건강보험(건보) 가입자 219만원에 비해 3배 이상 많고, 외래진료 일수도 건보 가입자에 비해 1.8배 많았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정말로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의료이용을 ‘펑펑’ 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수급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기초보장 급여별로 선정기준은 조금씩 다른데,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이하가 대상이다. 기초보장 수급 가구의 약 74%를 차지하는 1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자면, 2025년 기준 중위소득 239만2013원의 40%인 95만6805원이 소득 상한선이다. 다른 급여와 달리 의료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고 2022년 의료급여 수급자가 된 사람은 12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9%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이 15.1%인 것에 비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 10년 동안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은 마치 황금률처럼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중 59%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1년에 펴낸 ‘복합이환을 지닌 노인환자를 위한 통합의료 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시작점인 2007년에 만성질환을 한 가지 이상 가진 노인은 75.3%였고, 세 가지 이상의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이들은 20.2%나 되었다. 복합만성질환자들의 외래진료비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 건보 가입자의 복합만성질환 유병률은 26%인 데 비해, 의료급여 수급자는 그 비율이 34%나 되었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노인 비중이 높고, 게다가 건강 상태가 훨씬 안 좋기 때문에 이들의 의료이용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의료의 반비례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좋은 의료서비스의 가용성은 해당 인구의 필요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국영의료 체계를 운영하는 영국에서조차 의료 필요가 가장 높은 가난한 지역일수록 의료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비판한 논문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최근의 국제 비교연구는 논의를 확장했다. 어느 정도 의료보장 체계를 갖춘 고소득 국가에서는 ‘반비례’보다는 ‘불비례’ 현상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즉 소득이 낮을수록 의료이용량 자체는 더 많은 편이지만, 이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여전히 필요에 비해 불충분하고 질도 나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격표를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의료서비스는 이용자가 결과와 가격을 미리 판단할 수 없다. 심지어 ‘필요’ 자체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경제적 부담을 높임으로써 합리적 의료이용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전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반면 비용의 불확실성과 부담 우려 때문에 의료이용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가 바로 이것일까? 하지만 이는 건강 악화로 이어져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합리성에 대한 요구가 특정 집단, 그것도 사회적 약자에게만 향해진다면, 그것은 합리성이 아니라 차별이다.
지난 2020년 3월 11일,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 전 세계로 전염·확산되자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한국은 팬데믹 선언 직후부터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강도높은 거리두기를 시행한 반면, 사회안전망의 구축이나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정책 등을 마련하지 않아 노동, 교육, 돌봄 등 모든 분야의 시민들, 특히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및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조정하는 등 일상회복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사회의 충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불평등한 일상회복에 전 세계를 덮친 복합적 경제위기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 당시 아프면 쉬라는 정부 방침과 달리 법적으로 상병수당과 유급병가가 도입되어있지 않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많은 이들이 아픔을 참고 일하거나, 일자리를 잃어야 했습니다. 학교 문이 닫히자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이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는 모순 속에서 자산에 따른 교육 격차가 만들어지고, 돌봄의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로 강제로 가게를 닫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피해 지원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고, 감염병으로 일을 쉬어야 했을 때도 적정 수준의 소득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공공의료가 부족해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한 환자도 발생했습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노인, 장애인, 홈리스 등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감염병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감염병 재난은 불평등하게도 취약계층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회복을 이야기하면서도 복지재정에 대한 긴축기조를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일상회복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정부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의 해결은커녕 문제점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돌봄공공연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3년을 맞아 감염병 재난으로 삶이 어려워진 시민들의 일상회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되짚어보고 진정한 일상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주요내용
사회_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현장발언1_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팬데믹 시기 학교는 가장 먼저 문을 닫았고 아이들은 가정에 남아있어야 했음. 온라인 수업은 누군가 가정 안에서 돌봄을 한다는 전제 하에 시행됨. 이는 양육자들로 하여금 사적 돌봄과 조부모 및 친족 돌봄에 의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옴. 이마저도 하지 못하면 결국 경제적 활동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와야 했음. 학교의 방과후 돌봄 및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키움센터 및 아동 공적돌봄의 영역은 늘 부족했고 돌봄의 질을 떠나서 공적돌봄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양육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공적 돌봄을 이용하였음. 학교는 돌봄을 하는 곳이 아니라 말하지만 양육자에게 학교는 이미 돌봄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었음. 학교 문을 걸어 잠근 것은 학교의 돌봄과 교육의 포기 선언이나 다름 없음.
가장 큰 피해는 아동들의 피해였음.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협동심을 배우지 못했고 사회성을 길러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혼자 가정에 남겨져야 했음. 이런 아이들의 발달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음. 팬데믹으로 문을 닫은 학교는 불평등한 돌봄과 학습격차를 유발시켰고 아동의 정서적 발달도 막아버림. 아이들이 뺏긴 3년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현장발언2_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
현재 대한민국은 병상수는 많아도 정작 갈 곳이 없고, 땜질식 유튜브 속성 교육에 생명을 맡겨야 하다보니, 환자의 안전의 중요성은 외면받는 곳임. 2023년 3월 5일, 코로나 확진자 11,246명, 마스크 전면해제가 언급되는 시점에 서울대병원에는 아직도 코로나로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이 있음. 코로나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개선이 필요함.
모자라는 병실, 밀려드는 환자 : 서울대병원은 항상 병상이 모자라는데, 확진자가 들이닥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환자들을 모두 전동시키고 코로나 환자를 돌봄. 중증환자는 증가하나 격리병상 부족으로 궁여지책으로 1인용 병실에 침대를 밀어넣고 12병상으로 운영함. 그래도 감당이 안 되서 직원식당을 코로나 병상으로 운영하고 중환자병동을 확보해도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음. 결국 정부는 코로나지원비로 민간병원에 구걸을 하는 상황에 이름. 이후 모든 병상을 내주며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고 감염병 치료에 가장 앞장섰던 공공병원은 돈 못버는 구박덩이로 전락함. 당시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이외에 산모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었는데 감염병 시기 그 많은 민간병원의 역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음.
부족한 인력, 훈련된 간호사 부족 : 간호인력이 부족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일반병동으로 전환해 간호사 인력을 차출하고 중환자실 침상수를 줄여 간호인력을 차출함. 높은 업무강도에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했음. 2021년 서울대병원에 551명의 간호인력을 배정해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했으나 기재부는 60명만 승인함. 최근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인력감원을 지시했고 서울대병원은 간호사 정원 감축 안을 냈음.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는 영웅이라고 치켜 세웠다가 헐값에 쓰고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듦.
현장발언3_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사회적거리두기는 크게 세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
1) 명확한 방역 기준의 부재 :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이 모호하고 대규모 점포가 아닌 소상공인 중심의 집합금지와 영업 제한 행정명령이 떨어짐. 헬스장과 골프장의 다른 샤워시설 방역기준 적용 등 유사 업종 간의 차별이 발생하고 헬스장의 노래 속도 제한 등 모호한 과학적 기준이 적용됨.
2) 대출 중심의 부족한 손실보상 : 소급적용하지 않고 일부 대상은 배제하는 등 차별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손실보상이 이루어짐. 소상공인 중심, 대출 중심의 지원이 이루어져 코로나 기간 자영업 대출이 200조 증가함.
3) 사회적 고통분담 시스템 부재 : 팬데믹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나 고통을 분담할 시스템이 부재했음. 팬데믹 특수를 누린 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하고 사회에 재분배해야함.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함.
1) 상병수당제도 전면 도입 :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보다 넓게 상병수당이 적용되어야 함.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중인 상병수당제도는 소상공인의 경우 소득보존이라는 개념에서 현실성이 부족함.
2) 소상공인을 위한 고용보험 개편 및 실업부조 : 현재의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지급을 통한 실업구제의 성격이 강해서 소상공인의 경우, 폐업을 전제로 한 사회보험에 대한 저항이 강해 가입률이 저조함. 실업 구제보다는 실업 방지를 위해 소득 보존 방식의 고용보험으로의 개편이 시급함. 무급 가족종사원의 고용보험 포함 확대, 노란우산 공제 지원 및 개편, 현실적인 폐업지원 및 재창업 지원 도입, 폐업 시 대출금 일시상환제도 개편 및 폐지 등 정책이 마련되어야 함.
정책진단1_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앞으로도 반복될 상황에 놓인 지금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정책적 대응은 지금까지의 감염병 대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함.
1) 고용과 소득위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관리를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엄격한 통제정책이었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의 위기는 사회경제적 계층과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용함.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고용시장의 변화는 사실상 계약제나 여성과 같은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어 나타남. 복지국가의 전통적인 소득보장 정책은 경제활동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부족한 이들을 위한 공공부조, 은퇴 후 노령층의 사회적 부양을 위해 사회보험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공적연금, 그리고 실업이나 폐업 등으로 인한 소득 중단 등 상황에서 고용보험이나 실업부조 등의 형태로 일시적인 소득보장을 위한 정책 등이 있음. 이 중 공공부조나 공적연금과 더불어 갑작스러운 소득 상실이나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한 소득보장 정책의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 이런 의미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이나 더 나아가 전국민 소득보험과 같이 고용 상태나, 소득 수준의 급격한 변동에도 소득이나 생계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설계와 시행이 시급히 요구됨.
2) 돌봄과 사회서비스: 감염병 시기 공공을 우선적으로 폐쇄한 정책결정은 사실상 사회적 돌봄을 잠정적으로 포기하는 결정이었음. 부모의 일상은 사회적 돌봄의 부재 속에서 급속하게 사적 돌봄의 공간으로 이전됨. 아동들은 사적 돌봄의 영역에서 사회적 관계가 제한되거나, 그나마 사적 돌봄을 위한 자원이 부족한 경우 방치되는 상황을 경험함. 이는 노인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가운데 일상적인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집단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임. 사회적 돌봄의 공백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양에 따라 돌봄의 수준과 질이 결정되는 돌봄의 계층화가 심화됨. 유급휴가,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 등의 제도는 노동시장에서 최상위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다수의 불안정 노동자들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돌봄공백과 소득공백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음. 이로 인해 팬데믹 상황 고용안정성의 젠더 격차와 이에 따른 여성의 고용시장 이탈 가속화가 심화됨. 여성은 기존의 노동시장내 불안정안 지위로 인해 남성보다 먼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돌봄을 더 많이 전담함.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공이 직접 관리하면서 운용할 수 있는 공공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공공의료시설에 대한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체계의 구축 등의 과제가 제도적으로 추진되어야 함.
정책진단2_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10%의 공공병상이 확진자의 약 70%를 진료함.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며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취약계층은 치료받을 수 없었음. 민간병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아 감염병상이 포화되면 정부는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시설, 요양병원, 교정시설 수용자들을 가장 먼저 희생시킴. 민간병원들은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병상에 기존 단가의 10배(병상당 달마다 2~3억원)를 보상하고 병상이 비어도 5배를 보상해주고 나서야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함. 그마저도 부족한 간호인력을 늘리지 않아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함.
정부는 2022년 2월부터는 검체 채취 후 7일 이후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았고 환자들은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의료비를 지불해야 했음.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서 발생한 문제임.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은 2021년 10월 기준 GDP의 6.4%로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 평균은 11.7%에 비해 턱없이 적음. 사회정책은 부재했고 노동자들은 아파도 쉴 수 없어 증상을 참고 출근해야 했음. 불공평한 거리두기 등 억압적 방역은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했음. 정부는 중요한 순간 방역을 완화해 감염을 확산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함. 2022년 2~4월 오미크론 유행 때 한국은 초과사망률이 70%를 넘었음. ‘K-방역’은 불평등한 사회와 정책 때문에 성공하지 못함.
팬데믹 3년은 공공의료와 평등한 사회의 필요성을 보여줌. 하지만 정부 정책은 그 반대를 향하고 있음. 우선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계획 축소, 5% 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을 늘리기는커녕 재정을 삭감하는 등 공공의료를 공격하고 있음. 또한 오로지 기업 이윤 보장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안전 침해도 불사하겠다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음. 죽음을 부르는 윤석열 정부의 긴축과 민영화에 맞서야 함.
정책진단3_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비정규직 세부 유형 간에 미친 상이한 영향을 줌. ① 비정규직(19.5%)은 정규직(8%)보다 더 많은 비자발적 실직, 무급휴업 강요, 소득 감소를 겪음 ② 비정규직 내에서는 파견·용역·사내하청 노동자와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를 포함한 비전형 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음. ③ 일자리 상실(정규직 3.5%, 비정규직 8.5%)과 무급휴업을 겪지 않은 일자리 유지자 내에서도, 비정규직의 소득 감소 확률(66.3%)이 정규직(35%)보다 높았고 비전형 노동자(75%)가 가장 큰 영향(기간제, 시간제보다 10%p)을 받음. 이는 코로나 19충격의 영향이 위기 전부터 존재하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을 더욱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함. 이는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자 고용과 소득 보호에 중점을 둔 제도 마련과 소득 기반 보편적 고용보험 제도(상병수당과 유급병가 등 포함)로 전환 필요성을 뒷받침함.
코로나19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은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되, 이와 별개로 가칭 ‘일하는 시민 기본법’을 제정(포괄적 제정)해야 함. 또한 초단시간 노동자와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제도적 배제 문제를 해결하고, 전국민고용보험, 유급병가·상병수당을 보편적으로 시행해야 함.
정책진단4_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정부의 지나친 확장 재정으로 불가피하게 긴축 재정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함. 그러나 지난 정부는 2017년, 2018년 모두 긴축재정을 펼쳤고 2019년에서야 확장재정을 펼침. 2020년,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강요된 확장재정’을 펼쳤지만 이조차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가장 적은 규모임. 게다가 2023년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코로나19 관련 일시적 재정 지출을 거의 중단함. 즉, 2023년도 총지출 증가율 둔화는 적극적 긴축 노력보다는 코로나19 일시적 지출 중단에 기반함.
불과 2.8% 증가한 총수입 규모, 특히 1% 증대에 그친 국세 수입 규모 고려하면, 2023년도 총지출 증가율 5.2%를 ‘긴축재정’이라고까지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음. 다만, 노인 및 공적연금 사업이 우리나라 복지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5% 이상)과 노인인구 증가율(5.7%)을 고려하면, 5.2% 총지출 증가 규모는 실질적으론 감축임. 2023년 예산안은 재정적으로는 확장(재정 수입 대비), 사회적으로는 긴축 예산(사회적 수요 대비)임. 윤석열 정부는 저소득층 21조 원, 장애인에 5.8조원, 취약청년에 24.1조원, 노인아동청소년에 23.3조 원 등 사회적 약자 4대 핵심과제로 총 74.4조 원을 지출한다고 하지만, 세부사업리스트는 구할 수가 없어 검증이 불가능함.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국세 수입이 16.6%(57.1조원) 증가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1% 증가함. 마찬가지로 국가채무 비율이 본예산 대비 50%에서 49.8%로 0.2%p감소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추경 기준 49.7%에서 0.1% 증가했다고 표현해야 함. 또한 세제개편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줄어드는 세수는 60조원(누적법 기준)임. 이는 정부의 감세 정책 때문임. 5년간 60조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물가 인상 및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예산 편성을 할 수 없음. 재정 규모 확대, 국채 감소, 조세부담 감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기 때문임. 재정의 트릴레마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데,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임.
지난 19일 성평등가족부 대통령 국정업무보고에서 임신중단 약물(유산유도제) 도입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에서 유산유도제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식약처에서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허가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방기’를 시인하고 현장의 실태를 언급한 것은 늦었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가 여전히 입법 공백이나 안전성 확인 등의 논의 수준에 머물러 부처 간 합의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제는 말뿐인 지적과 원론적인 검토, 합의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더 이상 핑계를 대지 말고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부처와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인 임신중단 약물 허가에 나서야 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1년 1월 1일부로 형법상 ‘낙태죄’의 효력은 상실되었다. 현재 대한민국 법률 어디에도 약물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약품이 제출한 임신중단 약물의 허가 심사를 보류해왔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사용가능한 임신 주수를 정하기 위해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식약처 허가사항을 법률 조항에 의존하겠다는 궤변이다. 유산유도제의 사용 가능 주수는 형법이나 모자보건법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약물의 사용범위를 법률적 허용주수와 기계적으로 연동하여 허가를 미루지 않는다. 식약처가 과학적 심사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입법부의 눈치를 보는 사이, 여성들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여전히 ‘대체 입법 연동’이라는 거짓 선동을 반복하는 것 또한 정부내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유산유도제는 이미 지난 30여년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핵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물이다.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났다. 이를 거부할 어떠한 의학적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입법 미비를 핑계로 약물 도입을 막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여전히 국가가 여성의 재생산권을 허가하고 승인하겠다는 낡은 관습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유산유도제의 허가만으로는 임신중지와 재생산건강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여전히 높은 병원의 문턱과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환자 존중과 권리, 여전히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지역사회의 낙인과 사회적 시선, 그리고 각기 다른 사회적·경제적 조건 속에서 임신중지의 부담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약 하나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산유도제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차별과 낙인을 줄이고, 안전한 의료 접근을 보장하며, 개인의 조건과 결정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과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국가가 정한 ‘우생학적 모자보건법’의 틀 안에서 국가가 허락한 사유를 증명해야만 임신중지가 가능했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식약처는 법적 근거 없는 ‘입법 핑계’를 중단하고, 유산유도제에 대한 허가 심사를 즉각 진행하라. 뿐만 아니라 임신중지 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재생산권이 보장가능한 형태로 공공 보건의료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라.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 행정에 나서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핵마피아는 여전히 핵발전소의 안전 신화를 앞세워 기득권 유지 및 확대에 혈안이 돼 있다. 핵발전소의 증설 및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사업의 경우, 국가가 추진한다는 구태의연한 권위(?)와 공공성을 앞세워 국민의 건설적인 이견 또는 비판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핵마피아는 이러한 권위에 덧칠하려고 유엔 산하기관 등 국제기구의 보고서와 성명서를 내세워 국민을 현혹해왔다.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출처에는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세계보건기구(WHO), 그리고 민간단체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등 4개 기관이 있다. 특히 각국의 방사선 피폭 방호 기준을 권고하는 ICRP는 의료 피폭, 핵발전소 사고시 시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허가 없이는 방사능 연구 못하는 WHO
WHO를 제외한 세기관은 핵발전 추진국의 핵마피아들과 상호협력하는 ‘국제 핵마피아’의 중심이다. 특히 이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핵연료 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익 확대를 꾀한다. 이 기관들의 핵심적인 몇몇 전문가는 ‘회전문 인사’를 통해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에서 피폭 영향의 저평가 작업, 즉 사고 피해를 축소하려 한다.
인류의 건강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WHO도 핵마피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959년 5월 WHO가 IAEA와 맺은 협정 때문에, WHO는 IAEA의 ‘동의 없이’ 방사능 관련 공중위생에 관한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협정문(제1조 3절)에는 “두 기관이 상호 협의해 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1988~98년 WHO 사무총장을 지낸 나카지마 히로시는 2001년 스위스·이탈리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1995년 당시 체르노빌 사고의 보고서가 출판되지 않았던 이유로 ‘협정의 존재’를 언급했다. 현재 WHO 사무국은 조직적인 은폐 의혹과 IAEA의 영향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해외에는 ‘WHO 독립을 위해서’(Independent WHO)라는 시민단체 연합조직이 있을 정도다.
1955년에 설립된 UNSCEAR도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계획’에 참가했던 이들이 조직한 미국원자력위원회(AEC·1974년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에너지연구개발국(ERDA)으로 분리)가 중심이었다. 따라서 설립 때부터 핵실험 같은 정치적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미국산 핵발전소의 수출을 주목적으로 한 IAEA의 설립(1957년)과 함께, UNSCEAR는 각국 대표들이 모여 방사선 영향에 관한 과학논문을 심의·선택하는 임무에 집중했다. 핵발전소 확대에 기여하는 성격의 자료를 수집·정리해 ICRP에 전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UNSCEAR는 영어로만 작성된 자료를 선택하므로 비영어권 자료와 소수 의견은 배제되는 근본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체르노빌 사고 뒤 현지인들에 의한 실태 조사 결과도 러시아어 또는 우크라이나어로 작성됐지만 UNSCEAR는 처음부터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UNSCEAR가 체르노빌 사고의 피해 사례로서 갑상선암 발병을 유일하게 인정하는 이유도, 갑상선암이 다른 질병보다 발견과 치료(수술)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때는 사고 12년 뒤인 1998년이었다. 게다가 현지인들의 피해 조사에서 갑상선암 이외의 각종 질병의 발생률·사망률 및 장애아의 출산율에서 ‘유효한 증가’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UNSCEAR는 ICRP의 주장을 인용해 방사능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단, 백혈병 발생에 대해서는 UNSCEAR도 2008년과 2010년의 회의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핵산업 길 닦기’로 성격 바뀐 IXRPC
영국에서 비영리단체(NPO)로 등록돼 있지만, 정작 사무실(본부는 없고 직원은 2명)은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ICRP는 방사성물질을 취급하는 기술자들이 방사능 피폭에 따른 직업병 연구를 목적으로 세운 조직이다. 방사능 연구 초창기에 베크렐과 퀴리 부인 등도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없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중 X선 장치 및 라듐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방사능 피폭으로 X선 연구자 수백 명이 사망했다. 또 전쟁 중에 유행했던 야광용 시계 문자판에는 방사성물질인 라듐을 사용했는데, 이를 만드는 미국 여성노동자들은 문자를 그리는 붓끝을 다듬기 위해 입속에 붓을 자주 넣어 턱의 골육종 및 재생불량성빈혈로 사망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았다.
1928년 문을 연 ‘국제 X선 및 라듐 방호위원회’(IXRPC)는 6년 뒤 최초로 허용 선량(방호 기준)을 발표했다. 그 뒤 AEC의 주도로 IXRPC는 ICRP로 재편됐다(1959년). 방호 기준도 초기의 핵무기 개발·확산에 따른 피폭자의 관리에서, 핵발전소의 보급과 함께 핵산업의 추진을 위한 보완 수단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왔다. 즉, 방호 기준의 결정은 안전성보다는 사업자의 안전 대책비 경감에 중점을 두는 형식적인 ‘리스크와 편익’ 비교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경제적 효율성 우선의 방호 기준을 1958년부터 적극적으로 제창하기 시작한 ICRP는 국제적인 비영리 학술단체지만, IAEA를 비롯한 각종 원자력 추진 단체들의 조성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UNSCEAR가 제공한 자료의 범위 안에서 작성한 ICRP의 보고서(권고)가 IAEA를 통해 실행되는 구조다. 1956년 UNSCEAR가 ICRP에 의료 분야의 방사선 피폭에 관한 보고서의 작성을 의뢰한 이후, 핵발전소 추진을 위한 방사선 피폭의 국제적 협력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 국제기구 전문가들의 ‘회전문 인사’ 병폐를 지적해온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CRR·1997년 설립)는 ICRP의 방호 기준 및 피폭 평가와 다른 견해를 발표해왔다. 특히 내부 피폭 및 저선량 피폭의 영향을 경시해온 ICRP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고 일컬을 정도다. ICRP의 방호 기준을 설정하는 위원들은 군사 및 의료방사선 관련 단체에도 속한 경우가 많지만, WHO는 위원을 낼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덧붙이면, WHO는 약 3년 전에 ‘방사능과 건강’ 분야를 폐지해 ‘공중위생과 환경’ 분야에 통합했다.
일본에서는 전력사업자들이 방호 기준의 완화를 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전기사업자연합회’가 일본인 ICRP 위원들의 국제회의 참석 비용을 방사선영향협회를 통해 오래전부터 부담해온 사실이 일본 국회의 후쿠시마 사고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일본은 ICRP의 권고(1990년)를 따라 핵발전소 노동자는 연간 50밀리시버트(mSv), 일반 대중은 연간 1mSv의 방호 기준을 법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법적 기준으로 아직 채택되지도 않은 ICRP의 2007년 권고를 적용하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시, 주민의 피난 지시를 해제하는 기준(20mSv 미만) 등 긴급(사고)시 높은 기준을 적용해 도쿄전력의 오염제거·배상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일본 전력사업자, 배상 피하려 기준 자체 높여
저선량 피폭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방호 기준을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방사선 관련 전문가의 행보는 ‘부패한 과학’의 전형적인 사례다. 범죄적 행위를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로 정당화하려는 현재의 방호체제, 특히 ICRP는 핵산업의 유지·확대에 불가결한 구성원이다. 전염병의 예방 및 방호 기준의 설정처럼, WHO와 ICRP의 공헌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은 방사선 피폭 영향의 저평가 또는 은폐의 동조자이기도 하다.
의료대란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아프면 큰일’이라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특히 중증환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가 힘써 추진하는 일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개인의 질병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기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실로 막대한 정보가 있다. 무엇보다 질병명과 진료일자, 투약일수, 진료받은 의료기관 등 개인의 일생에 걸친 의료정보가 있다. 알츠하이머, 우울증, 성 매개 감염, 임신과 분만, 자연 유산과 인공 유산, 성폭력 피해 정보 같은 극히 민감한 정보들이다. 또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기본정보, 소득의 종류와 금액, 신용카드 청구정보, 직장정보, 전월세 임대료 등 주거정보, 재산정보, 출입국 기록 등이 있다.
사실상 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기관 중 가장 방대하게 수집한 정보다. 정부는 이것을 개인 동의 없이 민간보험사에 넘기려 한다.
그들은 실명정보가 아니라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니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중 일부를 가린 데 불과하다. 예컨대 ‘홍길동’을 ‘홍OO’으로, ’35세’를 ’30대 중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얼마든지 개인이 드러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가명정보는 “추가 정보의 사용·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다. 바꿔 말하면 추가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15년에 가명화되어 불법적으로 외국에 팔려나간 한국인 처방전 데이터의 주민등록번호를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손쉽게 전부 식별해서 논문으로 발표한 일이 있었다.
민간보험사들은 이 건보공단 정보를 끊임없이 노려왔다. 시민사회가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며 반대했음에도 기업의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한 ‘데이터 3법’이 통과된 배경 중 하나였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건보공단이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정당한 우려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이런 공단에 자료를 넘기라고 압력을 넣는다.
보험사는 가입자 선별하고 등급 매긴다
민간보험사는 그 개인정보를 가져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데 쓴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실제 나이가 아닌 건강나이 대로 보험료를 부과해 건강한 사람의 보험료를 깎아준다’고 한다. 정부도 똑같은 주장을 한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반길 일이 아니다. 건강 수준에 따라 보험료에 차등을 둔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하지 않은 이들이 가장 보험을 필요로 하지만 이들의 보험료는 오를 것이다.
사실 언제나 보험사는 가입자를 선택하고 등급을 매긴다. ‘언더라이팅’이라고 하는 그들의 일상 업무다. 예컨대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높다. 누군가 병력이 있으면 보험사는 그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위험이 높은 질환에 대해선 보장을 거부하거나 심한 경우 보험가입 자체를 거절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한다.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갖지만 개개인에 대한 위험평가를 하지 않는다. 오직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걷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반면 민간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만 쉽게 가입시키려 한다. ‘체리 피킹’ 즉 단물 빨아먹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개인을 분석해 건강한 사람들을 선별한다.
보험업계는 ‘모범사례’로 의료정보가 상품화된 나라 미국을 든다. 예컨대 이그잼원(Examone)은 의료정보로 개인의 사망률을 계산해 보험사에 제공하는데, 이미 보험에 가입한 사람에 대해 이 업체의 계산을 들이대면 84%만 가입 적합 대상자이고 나머지는 기준에 미달하거나 인수를 거절했어야 할 대상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 보험사들은 의료정보에 GPS 정보, 금융기록, 운전정보, 심지어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까지 분석해서 개인의 건강수준을 평가한다.
ⓒ 셔터스톡
보험사들은 의료정보에 GPS 정보, 금융기록, 운전정보, 심지어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까지 분석해서 개인의 건강수준을 평가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추세라고 한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은 더 체계적으로 배제할 이들을 선별하기로 악명 높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취약하고 아플 가능성이 높은 이들일수록 보살핌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보험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아플 예정이고 죽을 예정인 이들’을 찾아내 배제한다. 이런 시도가 성공할수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은 절박한 순간에 가장 차갑게 외면받을 것이다.
이처럼 민간보험사는 그 운영원리 자체가 건강보험과 반대로 사회연대를 해체한다. 그리고 보험사가 더 많은 개인정보를 가질수록 그 냉혹한 원리는 더 잘 작동하게 된다. 개인은 더 엄격한 감시와 통제에 놓이고 보험사는 건강을 담보로 이윤을 더 쉽게 뽑아낼 수 있게 된다.
미국식 민영보험 모델 추구하는 정부
민간보험사들이 건강보험 정보를 노리는 또 다른 이유는 당장의 돈벌이보다 더 큰 장기 목표에 따른 것이다. 2005년 폭로된 삼성생명 의료민영화 보고서에 의하면 민간보험 발전의 최종단계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이다.
전 국민에 대한 공적 의료보장 없이 민영보험이 시장을 장악하는 미국 체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한다. “의료정보를 수집해 보험사 중심의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 의료’ 서비스를 실시한다.”
관리 의료는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미국 의료민영화를 상징하는 건강관리기구(HMO)는 민간보험사-병원 복합체다. HMO는 영리기업인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소유·통제하는 ‘보험사 중심 의료 네트워크’다. 보험사가 건강관리에서부터 질병의 치료까지 의료의 전 과정을 장악한다.
영화가 잘 묘사하듯 보험사는 병력이 있는 사람들을 보험 가입에서 배제하고, 운 좋게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의료 이용을 거부하면서 죽음과 고통으로 내몬다. 비용을 아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건강관리기구와 내용은 물론 이름마저 비슷한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생명과 KB손해보험 등 거대 보험사가 대상이다. 이들 보험사가 건강관리에서 경증질환 치료까지 직접 하고, 보험사 중심으로 병의원과 연계한다.
한국에서 기업은 지금까지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었는데 건강관리서비스로 가능해진다고 환호한다. 사실상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가 그 영리의료의 정점에 오르는 것이 미국 체계다. 정부가 미국식 민영보험 모델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필요조건이 있다. 보험사가 의료에 진출하려면 개인의 일생에 걸친 질병기록이 필요하다. 보험사에는 아직 그런 정보가 없다. 보험사들이 공단에 쌓인 방대한 정보를 노리는 이유다.
“데이터가 돈”이라는 대통령
▲ 지난 3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강원도청 별관에서 열린 열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풀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오늘날 민영보험은 공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취약성 때문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한국의료패널에 따르면 2021년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81.1%에 달하고 가구당 4.8개의 보험에 가입해 월 29만 원 이상을 낸다. 이를 추계하면 시장규모가 55조 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이런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최근 KB헬스케어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했다. 삼성생명도 비대면 진료를 하는 굿닥과 연계를 시작했다. 재벌 등이 운영하는 보험사가 비대면 진료를 장악하면 의료부문에서도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택시’ 같은 플랫폼이 될 것이다.
게다가 두 보험사는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 인증기업이다. 보험사가 건강관리부터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장악력을 가지려 하고 정부는 이를 물심양면 돕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공공의료나 건강보험제도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고 평범한 이들의 권리는 짓밟힐 것이다.
이런 민간보험은 애초 공적 보장체계가 제 역할을 하는 나라에서는 존재감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수준으로 공보험이 보험 역할을 못 하는 나라다.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입원 시 90% 의료비를 보장하고 와병 시 소득보장까지 해주는 반면 한국은 입원비의 68%만 보장할 뿐 아니라 소득보장제도는 전혀 없다.
민간보험은 그러나 의료비 문제를 전혀 해결해주지 못한다. 보험사의 지급률이 로또나 카지노보다 못하다는 통계분석 결과가 과거 발표되기도 했을 정도다. 의료비에 대한 걱정을 자극해 국민 1인당 보험료를 건강보험보다 약 3배나 더 걷어가지만, 실제 보장은 건강보험보다 5~10배 적게 한다. 특히 고액 보험금 수령 대상인 암·희귀질환 등 중증환자들은 보험사들의 터무니없는 거절 조치에 피눈물을 흘린다.
게다가 민간보험의 성장은 공적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민간보험의 존재가 비급여를 늘리고 과잉진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수의료’ 공백의 주범이기도 하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생명을 살리기보다 실손보험에 기대 비급여 돈벌이에 나서는 것이 ‘의사부족’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정부라면 건강보험을 강화해서 민간보험이 필요 없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약화시키겠다고 선언한 정부다. 게다가 이제는 건강보험 업무에 쓰라고 허락한 개인 질병정보까지 넘겨주면서 민간보험 돈벌이를 장려하기에 여념이 없다.
역대 정부가 모두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로 수익을 내라고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더 노골적으로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 산업부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시장만능주의자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건의료 데이터 풀 겁니다. 데이터가 다 돈입니다. 언제 개인 동의를 받아 가면서 이 정보를 활용하겠습니까?”
대체 누구의 정보이고 그 정보로 누가 돈을 버는가? 오직 기업의 이익을 만능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인식의 정부가 개인의 인권과 존엄, 그리고 건강보험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 융합관에서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주최로 열렸다. 한 사직 전공의가 질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의료 개혁 완수하겠다.”
대통령이 최근 입만 열면 하는 말이다. 의료대란에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한해 초과 사망자가 6천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런데 대통령은 “응급실 대란은 과장”이라 일축하고, 총리는 국민이 죽어간다는 건 “가짜뉴스”라고 호통쳤다. “의료 개혁 내용은 대다수 국민이 찬성한다”며 밀어붙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고통스러운 개혁의 과정을 겪고 있다”면서다.
그런데 미심쩍다. 국민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정부, 정말 그 고집의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일까?
의대 증원이 곧 의료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와중 겨우 연 400명 증원에 반대해 파업한 의사들이 이 문제를 국민의 관심사이자 개혁의 우선순위로 만들었다. 정부는 ‘의사 카르텔’과 대결하는 모습으로 지지를 얻으려고 의대 증원을 앞세웠다.
하지만 실상 의대 증원만으로 의료 공백은 해소되지 않는다. 지역이나 중증·응급 환자를 돌볼 자리엔 의사가 없지만, 지금도 도심엔 미용·성형이나 비만 진료 간판이 즐비하다. 의사 숫자만 늘려선 이런 어이없는 현실이 재생산될 것이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의료 개혁’ 가운데서도 의대 증원은 일부에 불과하다. ‘의료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한국 의료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겠다며 내놓은 정책 묶음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그 방향과 정책의 내용을 국민은 잘 모른다. 의정 갈등 블랙홀 때문이다. 이목이 온통 의대 증원에 집중된 틈에 정부는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감춰둘 수 있었다.
이제라도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정부가 의료 대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겠다는 ‘의료 개혁’, 그 진짜 내용은 무엇인가?
시장 만능주의 정부, 건강보험마저 노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 ‘의료 개혁’은 한국 의료를 미국식 의료시스템으로 변모시키려는 시도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를 민영화해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먼저 건강보험 제도를 표적으로 삼는다. 건강보험 보장을 축소하고 환자 의료비 부담을 높이겠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환자 과다 의료 이용’을 유발해 재정에 악영향을 줬고 ‘필수 의료 투자 부족’을 낳았다는 진단을 내린다.
조금만 따져도 잘못된 분석이다. 한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에 속한다. 환자들이 과다 이용을 할 만큼 의료비가 낮지 않다. 과잉 진료는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병원들이 수익 추구에 혈안인 탓이다.
그런데 정부는 애꿎은 환자들을 비난하면서 건강보험 제도를 공격한다. 정부 말대로 되면 오히려 의료 공백은 더 심해질 것이다. 큰 병원에서 사람을 살리기보다 동네 의원을 개설해 수익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이 의료 공백의 주된 원인이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 시장이 넓어서다. 정부의 건강보험 축소는 이 시장을 확대해 더 많은 의사들을 돈벌이로 유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을 축소해 아낀 돈으로 ‘필수 의료’ 수가를 높이겠다고 한다. 병원에 보상이 적어서 문제였다는 것이다. 연간 5조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끌어다 퍼붓는다고 한다.
그런데 대형 병원들은 지금도 수익이 높다. 쌓아둔 돈으로 수도권에 6천 병상 분원을 짓고 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비급여와 과잉 진료로 수익을 내기 쉬운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는 자본의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수가를 높이면 병원에 쌓이는 이윤만 늘어날 뿐이다. 그 돈은 결국 시민들이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의료비 부담으로 메워야 한다.
의료 공백의 진정한 원인은 취약한 공공 의료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료를 국가가 책임진다. 공공병원이 대부분이어서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도 수익성과 무관하게 아픈 이들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공공병원 비율이 5%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며 공공병원을 짓지 않고 기존 공공병원도 예산을 삭감해 경영난을 유발한다.
따라서 정부 의대 증원은 결코 생명을 살리지 못한다. 정작 지역에서 환자를 돌볼 병원들을 말려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공공의료기관에 의사를 배치하자는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같은 정책도 정부는 반대한다.
“의료 산업 위해 의대 증원” 한다는 대통령
▲ 2024년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그럼 정부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의사를 늘리겠다는 것일까. 몇 차례 속내를 짐작할 만한 발언이 있었다. 예컨대 의대 증원 발표 다음 날 방영된 KBS 신년 대담에서 대통령은 “의료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나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의 이윤을 환자 안전보다 우선한다. 상식적으로 의료 기술은 엄격한 검증이 완료된 이후에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신의료 기술 평가 제도를 ‘킬러 규제’로 낙인찍었다. 정부는 검증이 충분치 않은 의료 기술을 바로 ‘실사용’하다가 “환자 사고 등 안전 문제 발생 시”에야 제품을 퇴출한단다. 환자를 실험 대상 삼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병원들의 돈벌이 비급여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의사들을 달래며 “바이오, 신약, 의료기기 시장에서 의사들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민영 보험사를 위한 선물도 ‘의료 개혁’에 빠지지 않는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에 쌓인 개인 의료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겠다고 한다. 공단에는 질병명과 진료 일자, 투약 일수, 진료 받은 의료기관 등 개인의 일생에 걸친 의료정보가 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보건의료 데이터 풀 겁니다. 데이터가 다 돈입니다. 언제 개인 동의를 받아 가면서 이 정보를 활용하겠습니까?”
정부 ‘의료 개혁’의 화룡점정은 미국식 민영보험제도 도입이다. 보험사들의 목표는 건강보험과 경쟁하다 나아가 대체하는 것이다. 2005년 유출된 삼성생명 ‘의료민영화 보고서’는 그 목표를 위해 의료 공급에 관여하는 길을 열라고 제시한다. 정부는 이를 실현해 주려고 한다.
보험사가 진료 기준과 가격을 결정하고 의료 행위를 심사·평가해서 의료 기관에 직접 지불하는 미국 같은 모델을 만들어 주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보험사들이 의료를 장악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며 이윤을 축적해 온 방식을 한국에 고스란히 이식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의료 개혁’은 민영보험 자본, 바이오·헬스케어 자본, 병원 자본을 위한 것이다.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이 죽든 말든 추진하겠다는 ‘의료 개혁’의 실체다. ‘국민들이 지지한다’고 정부가 떠들어대는 이 ‘의료 개혁’이 성공하면 지금도 휘청이며 존속하는 이 나라의 공적 의료 안전망은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단지 의료 대란을 초래한 책임자일 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다는 거짓말 뒤에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다. 국민의 죽음에 무관심한 의료 대란 대처는 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성격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얼마 전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순간 말을 잃었다. 하소연할 데를 찾다 무작정 걸었다는 그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자 의료급여 환자였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의료급여 정률제 이야기다. 지금까지 1000~2000원으로 고정됐던 가난한 이들의 진료비를 정부는 총진료액의 8%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기초법공동행동의 조사에 따르면 본인부담은 6배까지 오른다. 많이 아플수록 더 많이 오른다.
정부는 빈곤층 의료비가 낮아 “비용의식”이 약화됐고 “과다의료” 이용을 한다고 말한다. “재정부담”을 유발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며 증거도 댄다. 건강보험 가입자들보다 3.3배 의료비를 쓴다는 통계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짓통계다. 가난할수록 아프다. 의료급여 환자 중 노인과 장애인 비율도 높다. 그래서 진료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정부는 애써 감춘다. 이 거짓은 이미 18년 전 반박되었다. 원작자는 2006년 유시민 당시 복지부 장관이다. 진료비가 무료라 빈곤층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는 것이 마타도어의 시작이었다. 공교롭게 지금과 수치마저 같은 ‘3.3배 과다 이용’ 통계를 내밀었다가 연령분포와 질병의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잘못된 자료”라고 사과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을 먼지도 털지 않고 다시 꺼냈다.
수급자의 의료비가 싸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2000원이면 한 끼인 이들에게 1000~2000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비급여는 전액 본인부담이다. 그래서 수급자는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미충족 의료’ 비율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배 이상 많다. 주 원인은 경제적 곤란이다.
정부는 말한다. 1만2000원씩 지원금을 줄 예정이라고. 그래서 의료비 추가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얄팍한 눈속임이다. 정부는 안다. 돈을 주고 의료비를 올리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18년 전 정부가 빈곤층 ‘무상진료’를 빼앗을 때도 매달 6000원 지원금을 줬었다. 어떻게 되었나? 식비도 주거비도 모자란 이들은 이 돈을 의료비에 쓰지 못했다. 1000~2000원 진료비에도 떨면서 아픈 몸을 부여잡고 참았다. 그 결과 정부는 2007년 한 해만도 2400억원 재정을 아꼈다고 자랑삼아 발표할 수 있었다. 가난한 이들의 생명값이다. 오늘날 윤 정부가 예고한 정률제는 그보다 훨씬 더 가혹한 의료비 부담제다. 이것은 ‘아파서 죽을까, 굶어 죽을까’ 중에 고르라는 잔혹한 선택지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가난한 이들은 되물을 것이다. 대체 ‘도덕적 해이’는 어디에 있나? 안전한 주거지도, 끼니마다 따스하고 건강한 식사도 없는 삶. 그 곤궁한 생활 곳곳에서 자라나는 질병과 고통을 견디려는 몸부림이 왜 도덕적 낙인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정작 생활비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우리의 가난에서 부를 축적하는 부자와 기업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천문학적 감세로 역대급 세수 결손을 초래하는 정부의 ‘도덕’과 ‘비용의식’은 어떠한가? 또 과잉진료는 대체 누구 책임인가? 돈 없는 의료급여 환자들은 실상 민간병원에선 기피 대상일 뿐이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외면하면서도 돈 되는 환자 주머니를 털기 바쁜 부도덕한 병원들, 시장에 내맡겨진 이 의료 현실은 누가 만들었나?
그런데도 정부는 끝내 가장 취약한 이들을 탓한다. 그들의 존재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묻는다. 낙인찍고 모욕 줘 권리를 빼앗는다. 실상 이 칼끝은 우리 모두를 향하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은 안다. 대중의 불만을 약자에게 돌릴 수 있다면 그들의 지배가 결코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도덕적 해이’를 물어야 할 곳은 가장 아픈 이들의 삶을 박탈하는 이 불의한 정치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10월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는 2차 공동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헌 |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
최근 지지율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의료 개혁’을 앞세우며 의료 자본을 위한 규제 완화에 열심이다. 가장 최근엔 새 의료기기의 전면적인 ‘선 진입-후 평가’ 도입을 약속했다. 말하자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모든 새 의료기기를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즉시’ 3년 동안 비급여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평가하는데, 이 기간에도 비급여로 계속 쓸 수 있고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해도 퇴출되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는 새 의료기기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임상적 안전정과 유효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기 업계는 필수적인 신의료기술평가를 얼토당토않게 “중복 규제”라고 아우성치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킬러 규제’라며 벼르던 윤석열 정부가 업계 요구를 전면 수용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의료기기 업체의 임상시험 대상이 된다. 동시에 의료기기 업체가 비용을 들여 거쳐야만 하는 임상시험의 비용도 환자가 대신 부담하는 셈이다. 또한 겉으로 비급여를 관리하겠다고 해 놓고 실제론 비급여를 양산하는 표리부동한 처사이기도 하다. 의료기기 업계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개인 의료정보를 민영보험사들에 개방하려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민영보험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보공단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호시탐탐 노려왔다.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를 민영보험사가 보유한 신체나 개인 정보 등과 결합하면 개인을 식별해 낼 수 있고, 보험사들은 이를 이용해 보험 가입 거절,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 등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험 가입자들은 이유도 모르고 피해를 당할 수 있다. 또 개인의 내밀하고 민감한 의료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범죄에 이용될 위험도 있다. 민영보험사들을 비롯한 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비용 지출에 인색하다. 무엇보다 민영보험 육성은 건강보험 약화로 이어진다. 민영보험사들 궁극의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대란’을 핑계로 비대면 진료(원격의료)를 전면 시행하고 법제화하려 하고 있는데, 역시 문제적 규제 완화다.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의료기기 업체, 통신 대기업, 플랫폼 업체들을 위해 정부는 끈질기게 허용하려 해왔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었다. 이를 틈타 비대면 진료를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난립해 큰 수익을 올렸는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서 비대면 진료가 불법인 상황이 됐다. 이들 플랫폼 업체들은 돈벌이가 끊겼다며 아우성쳤고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시범사업’이라는 꼼수로 비대면 진료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러다가 정부 자신이 초래한 ‘의료 대란’을 발판 삼아 비대면 진료를 전면적으로 시행 중이고, 이제는 이를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의사가 없어서 의료 대란이 발생했는데 비대면 진료를 전면화하면 없던 의사가 갑자기 생기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부는 코로나19 기간 행해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수행한 바가 없다. 의약품 오남용, 무진료 처방, 불법 조제 등의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정부는 무시했다. 미국에서 2016년 조사한 민간 기업의 원격 진료 결과를 보면, 정확히 진단을 내린 경우는 76.5%에 불과했다. 또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확한 치료 및 관리 방법을 제시한 것도 54.3%에 불과했다. 정부는 그동안 시행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부작용 사례들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의료 대란 재발을 막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은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일 뿐이다.
의료대란이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 쟁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의사 인력 외에 시급히 대처할 과제는 많다. 국민이 감내하는 의료대란 고통을 더 나은 의료제도로 나아갈 마중물로라도 보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의 준동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민영보험은 이번 대란에서 자신의 지위를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상향시키려 한다. 정부가 8월 발표한 ‘의료개혁실행방안’을 보면, 향후 개발되는 실손보험은 병원과 직계약을 할 수 있다. 현재 민영보험은 환자가 의료비를 모두 의료기관에 내고 사후에 보험사에 개개인이 청구하는 구조다. 반면 건강보험 진료는 환자는 본인부담금만 직접 의료기관에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이 해결한다. 이를 ‘직불제’라고 한다. 지금까지 민영보험과 의료기관의 직불제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담합 혹은 종속관계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건강보험은 직불제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 내용을 심사평가하고 가격도 결정한다.
그렇다면 민영보험이 직불제를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비급여 가격을 의료기관과 결정한다. 혹자는 싸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환상이다. 특정 비급여는 자사와 계약한 의료기관에서만 저렴하게 공급하는 미끼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총수익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최적으로 하게 된다. 결국 비싼 보험료를 내는 민영보험에 가입하면 비급여 가격이 싸질 수 있지만, 싼 민영보험에 가입하면 보장 내용에서 제외될 수 있다. 현재 실손보험도 보장 제외를 조건으로 가격이 싼 경우가 많다. 평균 가격은 민영보험사와 민간 병원이 최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곳에서 결정된다. 건강보험이 최대한 가격을 낮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다 민영보험사는 환자의 진료정보도 심사평가를 명목으로 다 가져갈 수 있다. 현재도 건강보험공단의 개인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직불제가 성사된다면, 보험사는 공단 빅데이터 말고 직접 환자들의 개인진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영보험이 민간 병원과 계약을 맺고 진료비를 대납하고 심사평가를 추진함으로써 사실상 건강보험과 동등한 지위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현재도 실손보험은 4천만명가량이 가입해 금융위원회가 “제2의 건강보험”으로 광고까지 해주고 있다. 실손보험에 많은 사람이 가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아직도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런데 실손보험이 별도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경쟁형 보험으로 의료기관과 계약까지 한다면 그때는 4천만명이 아니고 빈곤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또 특정 민영보험과 계약한 특정병원은 더 높은 보험료를 감내할 환자들만 받을 수도 있다.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한층 더 강화된다.
민간 병·의원의 과잉진료와 과다 비급여 사용을 민간 보험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출시돼 비급여시장은 확대됐을 뿐 실손보험의 각종 규제가 비급여를 줄인 바는 없다. 민영보험과 민간 의료기관은 서로를 강화해주는 공생관계다.
우리는 민영보험이 의료기관과 계약하고 의료비를 결정하고 심사하는 게 만연한 나라를 알고 있다.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식 의료제도의 제일 큰 문제는 건강보험이 없고 민영보험이 의료기관과 직계약을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조합보험에 가입한 서민들은 조합 계약 병원만 가고, 비싼 보험에 가입한 부자는 고급 병원에 간다. 반면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시민들은 집에서 약만 사 먹는다. 보건의료제도 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과거의 잔재다. 지금 의사들의 저항도 민영의료 공급을 방치한 결과다.
미국처럼 한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은 결국 민간 보험의 기득권을 강화시켜 이후 제대로 된 건강보험 개혁을 할 수 없는 방해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윤석열 정부 같은 친시장주의 정부를 한번 더 만나면 미국처럼 될 가능성도 크다. 현 정부는 이 지점에서 건강보험을 위협할 ‘의료 민영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는 것이다.
지난 8월2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이 대형 화면을 통해 중계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개혁’ 관련 방송 내용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전진한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정부가 ‘의료대란’ 수습에 다음달 초까지 건강보험 재정 2조3448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환자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거나 의료비 부담 절감에 쓰는 게 아니다. 대부분 민간 대형병원들의 매출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서다. 재난 상황에도 정부 관심사는 오로지 병원 자본의 이윤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멋대로 쓰는 것이 이 정부 들어 예삿일이 됐다.
이른바 ‘필수의료’ 개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병원 보상을 늘린다는 ‘수가 인상’을 남발한다. 무려 연 5조원 넘게 쓴다고 한다. 대체 그 돈은 어디서 난단 말인가? 정부는 이미 2월에 답을 내놓았다. ‘의료개혁’ 핵심인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다. 정부는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의료비 부담 완화’에서 ‘필수의료 살리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우선 기존 패러다임을 “급격한 보장성 확대”로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불필요한 의료쇼핑 증가”를 일으킨 구태로 규정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필수의료에 대한 미흡한 투자로 중증·응급의료 등 공백(을) 초래”했단다. 엉터리 분석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입원보장률은 오이시디 평균은 90%지만, 한국은 68%에 그친다. 그래서 의료비 본인 부담이 주요 국가들과 견줘 과중하다. 무엇보다 보장범위가 좁아 비급여가 범람해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애꿎게 환자들을 비난하며 건강보험 보장을 축소하고 본인 부담을 인상할 계획이다.
한술 더 떠 건강보험에 미국 민영보험 같은 최소부담금 제도도 검토 중이다. 일정액 이하는 환자 본인에게 100%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또 보험료 일부를 자신이 노후에 쓸 의료비로 스스로 적립해두는 ‘저축계좌’도 고려한다고 한다. 의료를 많이 이용하면 페널티를 주고, 적게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사회보험을 해체하고, 각자도생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패러다임으로 ‘필수의료 살리기’를 앞세운다. 대체 ‘필수의료’란 무엇인가? 정부는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을 꼽는다. 그런데 심근경색·뇌졸중 치료가 필수면,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만성질환 관리는 왜 필수가 아닌가? 소아 진료는 필수고, 중장년·노인 진료는 필수가 아닌가? 피부과, 성형외과가 필수가 아니라면 화상 환자 피부 치료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재건 성형도 비필수인가?
결국 의료행위를 ‘필수’와 ‘비필수’로 구분하는 건 사회적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뜻하는 대로 필수의료를 협소하게 쓴다면 예방, 재활은 물론 대부분의 필수적 의료서비스가 제외된다. 의료는 사회보편적 필수서비스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국제기구에서는 ‘보편적 건강보장’ 맥락으로 이 말을 쓴다. 공중보건과 의료보장에 누구나 접근할 권리를 추구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10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상한 단어는 ‘건강보험’(18.8%)이었다. ‘응급 및 중증’(6.5%)을 떠올린 사람은 많지 않았다. 즉 국민도 보편적 건강보장 영역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건의료정책 키워드가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를 ‘필수의료’로 대체하는 프레임 전환을 시작했다. 그 목적은 의료가 다 ‘필수’는 아니니 국가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이데올로기 전쟁이다. 이런 식이니 중증이 아닌 경증환자 응급진료를 보장하는 것은 ‘필수’도 ‘의무’도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쫓겨난 의료 분야는 자연히 기업들의 시장이 된다. 만성질환 관리와 치료는 윤석열 정부 들어 ‘비필수’로 격하됐고 행정적으로 ‘비의료’가 됐다. 민영보험사, 테크기업 등이 이 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른바 경증 의료행위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된다.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고 건강보험 민영화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마저 살릴 수 없다. 응급, 중증, 소아, 분만이 외면받는 이유는 의료 시장화와 건강보험의 취약성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는 부르는 게 값이고, 그 돈벌이 기회를 좇아 의사들은 큰 병원을 떠난다. 그래서 해법은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에게 건강보험이 ‘필수’다. 윤석열 정부는 그 필수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우리에게 필수인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 그게 바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실체다.
보건연합‧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건강과대안, 지난 21일 ‘팔레스타인 의료인들과의 대화’ 개최
가자지구 알아우다협회 병원 아흐마드 무한나 박사 증언 청취…국제 연대‧후원 등 재차 다짐
‘팔레스타인 의료인들과의 대화’ 행사가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마이원 커뮤니케이션홀과 온라인 Zoom 등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이 전쟁,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거 지역과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7만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죽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 노인이었으며, 60만 명의 아이들과 6만 명의 임산부 대다수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보고된다.
아울러 이스라엘 점령군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90%가 넘는 190만 명을 안전하지도 않고 비위생적인 조건에서 강제 이주시키고, 필수 서비스와 물품의 공급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식량, 물, 의료서비스를 박탈하고 기아와 질병, 사망을 일부러 방치하는 등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엠네스티가 지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팔레스타인 희생자와 목격자, 가자지구 당국, 의료진 등을 인터뷰하고 현장조사 등을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 141명을 포함해 최소 334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은 15건의 공습에 군사적 목표가 없음을 확인했다. 오히려 민간인과 주요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과 고의적인 무차별 공격이 반복되는 패턴을 폭넓게 발견됐다고 밝히고 있다.
올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휴전이 이뤄졌지만, 실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평화위원회’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을 묵인하고, 강대국에 의한 가자지구 식민 지배를 강화하고, 나아가서는 세계지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우려는 시도에 다름아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민 조직이 모여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규탄하고 목소리를 내 왔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반전평화팀 2기를 발족하고, 팔레스타인 등 국제 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피켓을 들고 가자지구 의료인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참석자들
“가자지구가 고립되지 않도록…연대를 확장하자”
보건연합,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은 공동으로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마이원 커뮤니케이션홀과 온라인 Zoom으로 ‘가자지구 의료인들과의 대화’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가자지구의 의료 상황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듣고 한 층 더 깊은 연대와 후원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온‧오프라인으로 80여 명이 참석해 귀를 집중했다.
보건연합 김형성 운영위원은 “전쟁은 중대한 보건의료 위기로, 특히 여성과 어린이 약자들에게 가혹하다. 직접적인 사망과 부상뿐 아니라 식량, 주거, 교육, 의료와 같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무너뜨려 더 길고 깊은 고통을 남긴다”며 “보건의료인들에게 전쟁 반대는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의무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가자지구 의료인들의 활동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넘어 평화의 토대를 넓히고, 사실 왜곡을 막고 저항을 조직하는 국제 연대를 지지하고 평화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또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유경숙 이사장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팔레스타인 어린이에 필수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시도하고, 노력해 왔다”면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약이 없어서 죽어가는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을 보면서 많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이제는 분노를 뛰어넘어 파괴된 팔레스타인을 위해 연대를 담아내고, 실질적인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건강과대안 유형섭 운영위원은 “이 전쟁의 비극을 단지 네타냐후의 광기나 이스라엘군의 잔혹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극우 내각에 대한 서구 열강의 정치적 군사적 지원 속에 강화돼 온 구조적 문제”라며 “생명의 가치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의 한복판에서 진료를 이어가며 가자지구의 의료체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의료인들의 노력은,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불빛이며 지난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적 폭력에 맞서 함께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반전평화팀 채민석 팀장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의료시설이 붕괴하고 의료인에 대한 표적살해가 일어나고, 수많은 부상자들이 나오고, 오랜 봉쇄로 어린아이들이 얼어죽고 있다”며 “현지 의료인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료인들이 연대와 후원을 보내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 연사인 아흐마드 무한나 선생님이 소속된 알아우다병원의 ‘알아우다’는 귀환이란 뜻이다. 타인의 무력과 강제에 의해 지워지지 않고, 의료진들이 알아우다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과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가자지구 병원 70% 중단
아흐마드 무한나 박사
이번 ‘가자지구 의료인들과의 대화’는 가자지구 알아우다협회 병원 병원장이자 마취과 의사인 아흐마드 무한나(Ahmed Muhanna) 박사가 증언을,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사람들 박이랑 활동가가 통역을 맡아 진행됐다.
가자지구의 ‘알아우다협회 병원’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즉시 응급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바로 그날부터 부상자를 받기 시작했다. 같은해 11월 9일 알아우다 병원이 폭격을 당해 수십명의 병원 직원들과 시민들이 다치고, 병원 차와 건물까지 훼손됐다. 이스라엘군은 의도적으로 병원과 태양열 발전기, 산소탱크 연료 저장소, 의약품 창고를 타겟으로 삼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의료기기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부품 반입조차 금지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같은 해 12월 알몸으로 의료진을 내쫓고 무한나 박사 등 4명의 의료진을 체포했고, 가자지구의 모든 1차의료시설과 알아우다협회 소속 보건소를 파괴했다.
그로 인해 의료진이 줄었지만, 3개 수술실을 가동했고, 16개 병상의 야전병원을 만들고 4개과 진료를 이어갔다. 왜냐하면 가자지구에서 정형외과 수술이 가능한 곳은 알아우다협회 병원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무한나 박사는 “팔레스타인은 지난 1948년부터 전쟁과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는 정형외과 수술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며 “10여차례에 걸친 전쟁으로 속출한 부상자를 치료하면서, 자랑스러우리만큼 다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 전 가자지구에서는 지역‧공공병원을 포함해 35개 병원과 70곳이 넘는 1차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의료기관 38곳을 제외하고 70%의 의료 인프라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라며 “알아우다협회 소속 병원과 보건소를 6번에 걸쳐 포위 공격과 폭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알아우다 병원을 포함한 가자지구의 의료체계는 말 그대로 붕괴된 상태다. 무한나 박사는 “전례없는 수준의 압박을 받으며 치료에 임하고 있다. 응급치료실은 수용가능한 역량을 넘어선 200%로 가동 중이다”라며 “공공의료기관은 전쟁 중 집중 공격을 당해 거의 불능 상태고, 우리 알아우다협회 같은 지역사회 의료시설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돕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침탈을 당한 북부 아우다병원 35명의 보건의료인 동료들이 순교했다. 그 중 8명은 환자를 돌보다, 임무 중에 사망했다”며 “의사, 간호사, 환자라는 이유로 저격당하고 살해당했다”며 “특히 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다. 부모와 일가친척까지 잃은 아이들, 수만명의 임산부도 위험한 환경에서 출산을 해야한다. 여기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목숨 뿐 아니라 아이의 미래까지도 잃게 되는 거라, 매분매초 시간과 가능성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우다협회는 비정부기구로서, 가자지구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소외계층인 여성과 어린이를 집중적으로 돌보고 있다. 부족하고 부족한 필수의약품과 식량으로 인해 산모와 신생아는 영양실조의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어, 알아우다협회는 이들을 위한 30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25년 가자지구 신생아의 3분의 1이 알아우다협회 병원에서 태어났다.
아울러 알아우다협회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밀려든 피난민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 등의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보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건강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성폭력피해와 정신질환이 악화된 환자, 그리고 고아가 된 수많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의료인들과의 대화’ 행사가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마이원 커뮤니케이션홀과 온라인 Zoom 등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두려움이 승리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아흐마드 무한나 박사 지난 수십년 간 이스라엘 점령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건강을 돌봐왔고, 최전선에서 부상자와 환자를 치료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2월 병원을 습격한 이스라엘군에 의해 잡혀간 후 655일, 22개월 간 수용‧감금됐다가, 지난해 말 풀려났다.
그는 “구금기간 동안 극심한 모욕과 굶주림과 폭력을 겪었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모든 걸 박탈당한 시간이었다”며 “22개월 동안 체중이 30kg 줄었다. 극한의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이스라엘군이 우리의 몸은 구속할 수 있을지언정 영혼은 구속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고난은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담담히 말했다.
석방되자마자 무한나 박사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알아우다협회 병원이었다. 그는 “감옥에서 많은 동료들이 점령자들의 고의적인 치료거부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많이 봤다. 구금에서 풀려난 뒤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동료들에 대한 생각과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이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며 “복귀 후 동료들과 직원들의 환대와지지, 응원을 받으며 다시 한번 희망을 느꼈고, 계속해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인도적이고 의료적인 지원을 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한나 박사는 국제사회, 특히 한국의 보건의료인 동료들에게 국제연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대의는 정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도주의적이고 도덕적인 대의”라며 “이스라엘 점령군이 벌이는 의료시설에 대한 폭격과 봉쇄, 주민들을 의도적으로 굶주림에 방치하고, 국제법을 위반해 필수의약품과 구호품을 막는 등 이러한 범죄에 침묵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범죄를 지속하도록 하는 간접적인 공모다”라고 지적했다.
무한나 박사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일일 반입물량을 기존 트럭 600대에서 200대로 줄였다. 600대 분량의 식료품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이다. 게다가 공공구호품의 40%를 감당하는 UN, 세계보건기구(WHO),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국제 NGO단체의 활동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단체의 활동까지 막히면 이미 붕괴될대로 된 의료체계는 또 한번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면서 그는 “정의는 가능하고, 팔레스타인의 자유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연민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내고, 가자지구와 주민들을, 대의를 지지하는 실질적인 지원이야말로 국제연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무한나 박사는 “우리는 인도적인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내기 위해, 병원에서 계속해서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분만실에서 손전등에 의지해 출산을 돕고, 제한적인 자원 속에서 어린이를, 제한 없는 의지로 치료하고 있다”며 “여러분도 침묵을 깨고, 가자지구로 필수 의약품이 반입되고, 의료진이 표적 살해당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수술할 수 있도록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아직 이스라엘 점령군에게 붙잡힌 동료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그들이 있을 곳은 철창 감옥이 아니라 수술실과 진료실이다. 의사를 보호하는 것은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또한 무한나 박사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방법으로 SNS를 추천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고, 전쟁이라는 상황 때문에 무력감과 제약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한다”며 “SNS를 통해 가자지구의 의료상황을 알리는 의료진이 많다. 이들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연대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상당한 응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이후 학계, 언론, 활동가 등 전례 없는 세계적인 국제연대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면서 이스라엘의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거짓말이 폭로되고, 일부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이스라엘의 전쟁을 반대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 본다”며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연대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무한나 박사를 향해 존경과 감사 그리고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대의에 동의하며 후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연대의 뜻을 다지는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폭탄이 아니라 의료품을!”, “전쟁이 아니라 생명을!”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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