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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admin | 화, 2024/01/02- 14:35

호흡기계 질환 발생률 최대 20배 증가사실 확인돼

 

▲ 끌어안고 통곡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피해자 전신질환 일정과 판정기준 대폭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와 현행 판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자, 동료 피해자가 박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전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

지난 11월 8일 환경독성보건학회를 비롯한 7개 환경관련 학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등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고, 재판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를 제출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학회차원에서 특정한 형사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더이상은 화학제품이 야기하는 피해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돌아보면 여러 차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97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원료물질이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나오는 길을 터 주었고, 2000년 옥시는 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SK케미칼, 애경 등 제조·판매업체는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광고하고 유해한 제품을 버젓이 제조·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CMIT/MIT 가습기살균제 1심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적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독성학 연구가 진전을 이루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성분이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원심판단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후속연구는 이 물질이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실제 피해신고자가 사용한 거리를 반영한 실험에서는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시간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도 진전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많은 정교한 결과를 산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발생률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한 결과이다. 특히, CMIT/MIT 피해구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제품 사용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체근거를 종합하여 피해구제특별법에서 인과관계 추정에서 요구하는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검토보고서도 2차례 발간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가해기업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실심 판단의 기회가 마지막인 항소심 재판에서,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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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질문에는 특수한 답이 필요하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마지막 저서에 남긴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형사재판도 그녀가 언급한 대목과 닮은점이 있다. 기존의 통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예외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SK,애경,이마트 같이 신망받는 기업들이 안전성 검증도 거치지 않았을 줄은,  건강에 좋다고 광고까지 할 줄알았을까. 해당기업 임직원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2021년 5월에 항소심을 시작하며 기업들의 변호인들은 이미 이렇게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기업이 매출과 이윤 추구한 결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피고인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과 책임주의 근간으로 하는 형사사법 근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원심의 태도였습니다.”

일반원칙에 호소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다. 항소심 재판이 시작한지 벌써 3년 차지만 무작정 달려오기만 한 건 아니었다. 2021년 10월 공판 이후 2022년 8월 재개되기까지 열달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2022년 2월 법원 인사철 전후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형사재판은 죄가 있다는 검사와 죄가 없거나 덜하다고 말하는 변호인의 공방이다. 유죄에 대한 입증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부담한다. 유죄판결이 나오기 위해서는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기업들의 제품 판매와 피해자에게 나타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다시 이 사건의 특수성에 부딪친다.

상황이 어려운 이유는 많다.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규명 연구도 부족했던 상황이기에 관련 정부 부처들 또한 벼락치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 피해 입증이 어렵다. 사용했던 제품이나 구매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을 찾기 힘들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재현 실험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동물들에게 실험을 해오기도 했는데 이 또한 녹록치 않다. 실험결과를 인체에 적용할 수 없는 한계도 있고, 실험동물의 고통에 대한 윤리 기준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길어진 재판일정과 작은 반전.

지난 2월 23일에도 공판이 열렸다.  재판의 쟁점은 전문가 증인신문으로 옮겨갔다. 이번 기일의 가장 큰 쟁점은 추가증인 채택문제였다. 검찰은 천식등 피해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를 집필한 전종호 교수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으나(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거동 평가연구), 변호인이 반발했고 다음 기일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당초 2021년에 항소심의 종전 재판부(형사2부 재판장 윤승은)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말한 추가실험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도 해당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규명하는데 있어 물질이 에어로졸 형상으로 하기도에 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보았다. 일단 도달해야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승은 재판장은 또한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정리하며 “원심은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했지, 도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그렇게 증인채택은 물 건너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재판이 장기화되었고, 2022년 12월에 연구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은 항소심 재판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고민의 흔적들은 서승열 재판장의 말에서도 여러차례 묻어났다. 기업들의 혐의를 원칙대로만 고려하다 보면 “가해자”가 무죄판결을 받고 사라지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재판부(고등법원 형사2부 재판장 윤승은)는 좀 더 일반론에 가까운 입장을 피력하기도 해서, 후임 재판부(고등법원 형사5부 재판장 서승열)로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제품 제조, 출시 당시에 실험자료 등이 있으면 적정성과 예견 가능성만 판단하면 되겠지만 이 사건은 제품 제조 당시 연구 결과가 없었고, 사건 발생 이후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습니다. 검찰의 입증 부담도 고려해야 하고, 피고인 항소심 재판상 권리가 조화되어야 합니다.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였을 때 통상 형사소송법의 원칙 그대로 적용하기는 적절치 않습니다.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면 추가로 검토하겠습니다.”

 

이러한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지난 2월 공판에서 변호인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계속적 증거신청으로 재판을 지연하는건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검찰의 추가증거가 종전실험과 다르지 않다.

SK캐미칼측 변호인 나상용(법무법인 광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2019년 1심의 첫 공판을 시작으로 4년이 흘렀지만 계속적 추가증거신청으로 재판이 지연중입니다. 이는 공판중심주의원칙과 원심의 충실한 심리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이런 현저한 재판지연은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묵과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추가증거 신청은 형소법과 규칙에도 위배됩니다. 준비기일 이후 신청증거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전 재판부도 이를 고려해서 3회 공판준비기일 기준으로 최종보고서를 완성한 것을 기준으로 허용한다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검사는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데 이행도 없었습니다. 계속적인 추가증거신청으로 항소심을 지연하는 건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애경산업측 변호인 정성태(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추가증거 신청취지가 구체적이지 않음을 지적했고 실험의 한계를 강조했다.

“방법만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게 아니라 종전과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방사선분석법에 의한 실험법은 비강점적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사실상 기도점적 실험과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PHMG는 이미 18년도에 흡입독성 실험이 이뤄졌지만 CMIT/MIT는 아직까지 진행된 바가 없습니다. PHMG는 보전성물질이라 흡입을해도 보존되기에 증명이 되지만 CMIT/MIT는 보존이 어렵고 반감기가 짧습니다. 표지해봐야 알 수가 없고 적합하지 않아서로 보입니다. 또한 검출된 물질이 대사산물이 발견된 것이지 CMIT/MIT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는 변론과정에서 시민사회를 부정적인 맥락에서 거론하기도 했다.

“객관,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실험결과를 믿는데 이건 시민단체가 한 것입니다. 국가기관 용역 받아서 하신건데 시민단체 소속에원심판단을 비판적으로 본분들이 책임자이고, 집필자이며 실험도 했습니다. 사안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라고 하시는데 그럴지도 의문입니다. 실험내용 보고서를 보면 명백하게 1심 판결이 잘못된 걸 증명하겠다는 의도로 이뤄진걸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증거들은 새 실험이라기보다 종전연구에 대한 걸 종합, 나열이고 많은 것들이 이미 1심에 제출되었으며 탄핵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심리를 정리하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사건은 재판부가 새로 구성되었고 형소법 원칙을 피고인들은 강조하고, 특수성에 관한것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일반사건과 비교해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이 고의적 지연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 공동신청 감정인을 통해 동일감정을 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이 사건의 성질상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여러 제출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적인 문제는 이 사건의 법률쟁점이 많고, 입증책임에 대한 특수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양측이 틀렸다는게 아니라 어떻게 적용하는게 적절할지 재판부도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전례없던 과실범의 공동정범 범위 관련해서도 많은 시간소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들의 사건 장기화에 대한 입장은 알겠지만 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는 사회적 필요성이 있고, 안전성검사가 이뤄졌다면 이런일이 벌어지지는 않았겠지요.” 라며 “재판정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법을 주문한 한나 아렌트의 지적은 이 사건에도 유효한 것 같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낼 수 있을까? 다음 공판기일은 4월 27일 오전 10시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2월 28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822명이고, 이 중 1,810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4,978명이다.

화, 2023/04/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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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그래프에 담을 수 없는 우리의 목소리도 증거

  [caption id="attachment_236392" align="aligncenter" width="640"] ⓒ복건우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항소심 유죄 선고를 촉구했다.[/caption]  

박진영 | ‘재난에 맞서는 과학’ 저자·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가습기살균제 생산업체인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직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일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1월 1심 무죄 판결 이후 법조계,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이 판결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이 사건이 형사재판이라서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유해성에 관해서 더 엄밀한 잣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주요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다른 책임에 대해서는 더 다루지도 못했다.

민사재판과 구별된다는 형사재판의 목적을 검색해 봤다. 공익 유지, 기본적 인권 보장, 실체적 진실 발견, 규범적으로 승인된 진실 탐구…. 공익, 인권, 진실과 같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가습기살균제 형사 재판과 관련해서 우리가 더 많이 접하는 단어는 증거, 과학, 불충분, 불확실성 등이다. 원료물질의 유해성과 참사와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둘러싼 반복적인 논의와 판단을 통해 법원은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1심 이후 1년이 넘는 항소심 변론 과정에서 원료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 입증만을 다뤘다. 수많은 과학 증거가 법정에 제출됐다.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법정이 아니라 더 확실하고 엄밀한 과학 연구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학술 공론장 같았다. 얼마 전 검찰은 3753쪽에 달하는 100개의 증거 서류와 23개의 참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미 오랜 기간 가습기살균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에 관해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쌓였다고 말한다. 이렇게 제출한 더 많은 과학 연구의 결과와 증거를 토대로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법정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또한 이번 항소심 재판을 통해 오직 확실하고 탄탄한 과학 연구만이 유해성 입증에 필요한 유일무이한 증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이미 다른 가능성을 목격했다. 2017년 8월2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엘시디(LCD)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 사건에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와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과학이 우리 사회의 진실과 실체를 확인하는 유일한 도구는 아니다. 숫자와 그래프로 환원되지 않는 진실도 있다. 문서의 형식으로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증거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몸이 곧 증거라고 외치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사용 피해자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의 책임이 확인되기를 바라는 탄원서에 서명한 5870명의 목소리가 있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고 출판해 원료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기를 바라는 환경·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법정 밖의 수많은 증거가 법정에 제출된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 힘을 발휘해 원심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토, 2024/01/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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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지자체, 고용노동부의 성찰과 후속대책을 요구한다.

   

지난 27일, 환경부가 기존의 고시를 개정하여 방역소독제 겉면에 ‘공기 소독 금지’ 문구를 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진 장관이 직접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기지에서 현장 점검을 하며 내놓은 대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5월 17일 언론보도 이후 10여일이 지난 상황을 감안하면, 별다른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환경부는 여전히 이 사안을 공기 중에 분사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지 않은, 방역현장의 과실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이처럼 안이한 대책을 규탄한다. 또한 관련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부의 무대응에도 개탄을 보낸다.

환경부는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18일에 설명자료를 낼 때도 방역현장에서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해 공기 중에 분사하여 소독한 것이지, 환경부는 적법하고 안전한 소독 방법을 안내·홍보해 왔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관련 연구보고서의 존재여부에 대한 언론과의 진실 공방에 가려진면이 있지만 이러한 면피성 해명에도 문제가 있다.

환경부는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논란이 된 소독제품에 대한 관리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부터 따져봤어야 했다. 단순히 고시를 개정하여 특정용도 금지표시를 붙이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환경부가 강조한 대로라면 분명 설명을 했는데, 왜 현장 일선에는 실행되지 않는지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현행법령에 따라 조치했다고 안주할 일이 아니다.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방역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업체 전수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소독제가 분사되는지, 노동자와 시민이 위험에 노출되었는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주로 경쟁입찰을 통해 최저가에 낙찰되는 방식이다.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업체가 유리한데 후과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전가된다. 방역업계의 하청구조, 노동자의 업무과중 이라는 매커니즘 아래에 시민의 안전을 위한 방역이 되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현장이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장의 안전보건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방·지원하는 것도 해당 부처의 중요한 업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화재가 발생하고 사이렌이 울리는데, 정작 현장에 있던 이들은 사고의 징후를 감지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설정하고 안전정책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기회에 방역현장의 안전보건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고, 건강피해 실태도 세심하게 살펴야한다. 또한 작업 여건에 대한 업체들의 안전·보건 조치 이행 여부, 불법적인 재하도급 실태를 비롯한 전반적인 환경점검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진단에 준하는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 논란에서 언급된 물질들, 특히 염화벤잘코늄(BKC)의 유해성과 위해성은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되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우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이 물질을 더 우리 곁에 남겨두어야 할 이유가 없다. 표면 소독용으로는 안전하다는 소극적 지침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 환경운동연합은 재차 촉구한다. 제품의 안전정보가 하위 사용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관계부처의 성찰과 후속대책을 다시금 요구한다.

2023년 5월 31일

환경운동연합

수, 2023/05/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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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박희영 등 피고인들의 보석 청구를 기각하라!

   

작년 12월, 10·29 이태원 참사의 부실 대응 및 은폐 의혹으로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정보 경찰 간부 2명 등 책임자들에 대한 공소가 순차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들 주요 책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공용전자기록등손상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후 법원은 공판기일을 한 달에 1번꼴로 지정하며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구속사건의 경우, 법원은 통상적으로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마칠 수 있도록 공판기일을 지정한다.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매주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의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판부의 늑장 진행으로 인하여 1심 구속기간 6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핼러윈 기간에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보고에도 사전 예방을 하지 않았고, 참사 이후에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당일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 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등 3명은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성한 핼러윈 축제 인파 운집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다.

구속된 피고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며 재판부의 늑장 진행에 편승하고 있다. 박희영, 최원준, 박성민, 김진호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심신상의 이유를 들며 법원에 보석 청구까지 하였다. 재판부의 늑장 진행으로 인하여 구속된 피고인들이 곧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들이 석방될 경우,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피고인들은 이렇듯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전략적으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이용하고 있다. 유가족은 다시 한번 이들의 파렴치한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위 경찰 수뇌부들과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에 대한 처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재판부는 사회적 재난 참사의 중대성과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참담한 심경을 헤아려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유가족은 법원의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며 법원이 반드시 피고인들의 보석 청구를 기각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3년 6월 5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월, 2023/06/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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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모르는 사람은 불행도 쓰라리지 않다. 고통은 익숙했던 행복을 상실하는 것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032" align="aligncenter" width="640"] ⓒ최예용[/caption]   대한민국의 최근 10년은 참사와 재난의 연대사이다. 가습기살균제에 인한 시민 살해극이 발생했고 아직도 침몰의 경위와 원인이 다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으며 축제에 나간 청춘들이 압사당한 이태원 참사도 벌어졌다. 뿐인가? 적어도 두 사람이 조를 이뤘어야 할 작업에 홀로 투입된 발전 노동자는 컨베이어에 빨려들어 육신이 찢겼고 현장 실습을 나간 열아홉 살 학생 노동자는 추락사했다. 비일비재, 참사와 재난의 그늘에 드리워져 그늘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끌어올리고 우리 삶에 안전장치를 더할 「생명안전기본법」 입법운동이 시민사회에서 시작됐다. 이 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 두 편을 싣는다.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남겼다는 전몰자 추도연설에 나오는 말이다. 익숙했던 행복에 균열을 내는 가장 큰 상실감을 주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익숙한 이의 빈자리와 공허함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러한 균열이 찾아온다면 인생을 뒤흔들 그 충격 앞에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까. 가슴 한편이 그저 먹먹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사망 ○명, 사상 ○○명. 무미건조한 6하원칙의 단신 보도되는 숫자들을 마주할 때 우리가 느끼는 통증에는 저 피해자 숫자들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말미암은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어느 한순간 황망하게, 다수의 재난 피해자들을 떠나보낸 대가로 우리 사회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늦게나마 고인의 이름을 딴 법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사라진 사람의 빈자리를, 유가족의 깊은 상실감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도무지 그 아득한 상실과 공허를 메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예고 없이 찾아올 재난을 사전예방하는 길뿐이다. 「생명안전기본법」 재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생명안전기본법, 우리 삶에 안전장치를

「생명안전기본법」이라고? 생명과 안전이 나열된 기본법이라니 이 법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처음 이 법안의 명칭을 대하면 ‘나랑 무슨 상관?’ 갸우뚱하게 될지 모른다. 그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데 이렇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법의 보장을 받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힘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겠냐 싶은 비관적인 전망을 할 수도 있다. ‘실효성이 있을까?’ 그런 회의적인 생각도 할 수 있다. 비관과 회의를 뚫고 지난 5월 31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생명안전기본법 입법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본부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의 필요성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우리 사회에 있어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큰 성찰의 계기였다. 경쟁과 효율, 수익성만 좇으면서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줄여야 하는 비용처럼 바라본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사람의 목숨이, 생명이, 안전이 비용과 숫자로 가볍게 다뤄지는 구조를 바꾸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년 동안 ‘안전사회’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이자 쟁점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사고’의 발생으로 우리 가슴은 다시 한번 무너졌다. 고통스럽던 그날 밤을 통해 우리는 재차 확인했다. 안전 시스템과 안전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현실과 총체적인 재난 대응 실패의 사회적 구조를 말이다. 지난 2023년 5월 16일은 참사 발생 200일이 되던 날이었다. 이전의 재난과 대형 사고들이 벌어진 이후와 조금도 달라진 건 없었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풍경이 재현되고 있었다. 노동 현장의 참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2018년 12월 11일 김용균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또 한 번 우리 사회를 울렸다.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또 다른 김용균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한 제지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99년생 노동자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렇게 노동 현장의 인명 사상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이 강화되며 추세적으로 줄어들던 화학사고 또한 다시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고와 재난에 대한 사회적 경보 시스템의 붕괴, 안전의식의 해체를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이전에 발생했던 재난과 참사의 사회적 해결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문제는 먼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마치지 못했고, 이후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라는 점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커졌지만 정작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들이 사라지는 형국이 되풀이돼 온 것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이제는 재난과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조사해 책임자 처벌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적 동력을 법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존중, 안전 우선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033" align="aligncenter" width="360"] ⓒ함께사는길 이성수[/caption] 이 법안은 ‘누가 피해자인지 바르게 정의하고 정당하게 구제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국민적인 영향을 주는 참사라고 해도 참사의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그 참사 또한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참사의 피해자가 되면 그제야 우리는 ‘피해자로서 마주하는 현실이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다.’라는 무서운 사실에 직면하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적 허들’과 그 ‘허들의 아득한 높이에 좌절’하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재난과 참사의 피해자와 그 유족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참사의 충격을 뒤로 하고 시간이 흐르기 무섭게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막말이 터져 나온다. 의도 없이 순수해야 하고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하며, 구체적인 보상이나 배상에 대한 생각들도 섣불리 꺼내면 안 된다. 이상은 인터넷 악성 댓글러를 비롯해 익명의 그늘 아래 숨어 참사의 피해자들을 법정보다 먼저 판결하는 자들이 강요하는 편견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압력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도 피해자는 미규정 상태의 존재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규정한 내용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재난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한순간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존재, 사회적 약자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조효재 교수는 그의 저서 『인권의 최전선』에서 재난 피해의 계층성에 대해 언급했다. 재난이 무작위로 일어난다고 해도, 피해는 차등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고 약자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참사와 재난의 현장은 대부분 국가가 보장하는 서비스의 현장이거나 기업의 생산 현장이고 그래서 국가와 기업은 피해자(사회적 약자가 된 시민)의 권리 보장은 물론 발생한 참사와 재난의 해결에 기본적 책무가 있다고 전제하는 게 마땅하다.

만약에 이 법이 있었다면?

‘만약에’라는 가정은 부질없다지만 「생명안전기본법」이 있었다면 우리가 아는 다수의 참사와 재난의 처리, 그 전개 과정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안전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달랐다면 경영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고육지책을 제도화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안 시행 1년이 되기 무섭게 기업들과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퍼트리고 있다. 애써 통과시킨 법안을 무력화하는 데 이렇게 공을 들이다니 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의 낭비일까. 가습기살균제 참사 또한 마찬가지다. 제품이 잘 팔린다고 안전성 검증도 뛰어넘은 채 무작정 상품을 출시하는 관행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하는 과장광고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서 혐의를 부인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행태나, 실험결과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더 키우는 비극은 적어도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다. 21대 국회에는 「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되어 있다. 발의된 지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 법안에 대해서 입장이 없다.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생명안전기본법」을 되살려 제정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n번째 참사들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약속이다. 그 참사의 억울한 희생자들, 피해자들을 더는 만들지 말자는 행동이다. 참사와 재난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피해자는 나와 무관한 타인이라는 관념에 더 이상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고 앞으로 될지 모른다는 시민의 공감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가장 낮은 자리 밑돌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는 우리를 위한 안전장치다. 불행의 우연한 손가락에 겨누어지기보다 불행을 피할 예방장치, 불행에 직면해도 구제받을 안전장치를 만들고 살아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한 까닭이다.   ※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길  6월호에 수록되었습니다. :  에코뷰 | 월간 『함께사는길』 (ecoview.or.kr)
수, 2023/06/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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