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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admin | 화, 2024/01/02- 14:35

호흡기계 질환 발생률 최대 20배 증가사실 확인돼

 

▲ 끌어안고 통곡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피해자 전신질환 일정과 판정기준 대폭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와 현행 판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자, 동료 피해자가 박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전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

지난 11월 8일 환경독성보건학회를 비롯한 7개 환경관련 학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등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고, 재판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를 제출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학회차원에서 특정한 형사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더이상은 화학제품이 야기하는 피해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돌아보면 여러 차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97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원료물질이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나오는 길을 터 주었고, 2000년 옥시는 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SK케미칼, 애경 등 제조·판매업체는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광고하고 유해한 제품을 버젓이 제조·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CMIT/MIT 가습기살균제 1심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적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독성학 연구가 진전을 이루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성분이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원심판단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후속연구는 이 물질이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실제 피해신고자가 사용한 거리를 반영한 실험에서는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시간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도 진전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많은 정교한 결과를 산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발생률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한 결과이다. 특히, CMIT/MIT 피해구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제품 사용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체근거를 종합하여 피해구제특별법에서 인과관계 추정에서 요구하는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검토보고서도 2차례 발간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가해기업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실심 판단의 기회가 마지막인 항소심 재판에서,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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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되찾고 싶다"

  [caption id="attachment_235696"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서울의 기온이 한자리로 떨어졌다. 빌딩 숲이 우거진 여의도의 칼바람은 더했다. 여의도 IFC 빌딩 앞에 다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섰다. 피해자 김경영씨가 말했다. "피해자는 이 지옥 같은 삶을 계속적으로 살아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어떻게 '피해자가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주사 한 번 제대로 맞지 못하면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언덕길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해야 하는 저로서는, 억울함을 넘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괴로움에 휩싸입니다." 7일 환경단체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여의도 RB(구 옥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과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들은 옥시가 여전히 피해 인정과 책임 이행에 소극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근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유공(SK케미칼의 전신)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으로 만들어 공급했고, 이후 옥시가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 1994년~2011년까지 옥시의 제품은 약 450만 개나 팔렸다고 알려졌다. 신고된 피해자의 80%가 이 제품을 사용했다. 지난 한 달간 7명의 피해자가 유명을 달리했고 피해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냥 행복하게 우리의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고 희망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사람을 국민을 우습게 소비자를 우습게 하는 기업은 반드시 죄를 받아야 합니다. 죄를 지은 이들이 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정당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 추준영씨의 희망은 소박했다. 제품을 판매한 가해기업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길 바랐다.   [caption id="attachment_235697"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어떻게 해야 저희 피해는 회복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어떻게 해야 저희 피해는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김경영씨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 피해자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해자는 희미해져간다.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옥시 못지 않게 책임이 있다고 지목하는 기업들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신세계 등이다. 이 기업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23형사부 재판장 유영근, 배석판사 이태호 이상훈)은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다"라고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과학계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후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가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에는 결심공판이 진행되었고 검찰은 원심과 동일하게 구형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2024년 1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서명바로가기 : 탄원서캠페인 온라인 서명양식 서울고등법원은 미흡했던 1심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오늘도 아픈 내몸이 증거라고 호소하고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877명이고, 이 중 1835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5212명이다.
화, 2023/11/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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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이상민 탄핵 기각 결정은 무정부 상태의 확인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998" align="aligncenter" width="640"] ⓒ오마이뉴스 공동취재 (2023)[/caption]   오늘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기각 결정했다. 10.29이태원참사의 최고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헌재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여 대한민국이 무정부 상태임을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는 국민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생명권은 모든 국민들이 향유하는 기본권의 대전제이다. 이상민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부여된,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 및 법률상의 직무를 유기했다. 무엇보다도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존재이유인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직무수행을 할 것이라고 신뢰하고, 권력을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여지없이 배신하였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이상민의 공직 박탈은 시민의 상식과 헌법에 기반한 요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의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 오늘은 헌재마저 상식에 기반한 요구를 외면했다. 이태원참사 이후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았다. 이상민이 공직의 무게와 공직자의 책임을 아는 자라면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오늘 헌재의 결정으로 공직을 유지한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미 국민들은 이상민을 파면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행정안전부장관이 아니다. 우리는 그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도 공직에 연연하여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공직자로 기억할 것이다. 부끄러움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시민들은 이태원참사와 폭우참사와 같이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무정부상태 해시태그를 달며 국가의 무책임함을 비판해왔다. 오늘의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 임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결정이다. 참담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잘못가고 있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역시 주권자 국민의 몫이다. 10.29이태원참사의 국가공식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07.25.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화, 2023/07/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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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id="attachment_230136" align="aligncenter" width="745"] ⓒ생명안전시민넷(2023)[/caption]  

"첫번재로 대부분은 시에서 일종의 테스크포스 조직인 건설본부가 건설을 하면 지하철공사나 교통공사가 인수인계해서 운영하는 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건설과 운영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운영상 발생하는 문제들이 건설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2003년 참사에서 그렇게 불에잘 타는 불쏘시개 전동차를 도입한 것도 실은 건설본부의 문제였죠. 허술한 방재시설이나 승객의 대피동선이 복잡하게 설계된 문제도 그렇고요. 지하철 운행을 1인 승무로 설계한 것도 건설할 때 이미 결정된 겁니다. 물론 운영 과정에서도 잘못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안전한 대책을 세우려면 건설 단계에서부터 안전하게 설계와 시공을 해야 하는 거죠.

두번째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의 문제가 생깁니다. 사고는 건설이 끝난 후 운영하는 과정에서 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에는 인적 요인이 개입됩니다. 2003년 참사도 기관사 과실과 같은 인적 요인만으로 몰아가니까 건설 단계에서부터 안전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들이 다 가려지는거죠. 현장근무자의 과실도 당연히 처벌받아야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시공, 설계가 이렇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이원준 전 대구지하철 노동조합 위원장)

그러나 2.18 참사 후 지하철을 건설했던 대구시 철도건설본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당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구시는 2003년 중앙로역 화재참사 이전에도 이미 상인동 가스폭발참사, 산남네거리 공사장 붕괴사고 등 지하철 1,2호선 건설과정에서 큰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고를 겪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의 지하철 건설과 운영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쪽으로 향해 가고있다. 반복된 대형참사 앞에서도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왜 바뀌지 않는 것일까? - 재난을 묻다(2017) 중 발췌.

  [caption id="attachment_230137" align="aligncenter" width="796"] ⓒ생명안전시민넷(2023)[/caption]  

대형참사 직후에는 세상이 다 바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나 기관장들은 뼈를 깍는 수준의 혁신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거대한 정부나 기업조직들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되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정치적인 수사들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관성일수도 있고,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대형참사 이후 대응의 틀을 바꿔보려는 시도인데요. 지금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책임있는 기관들의 책무를 명시하는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고, 아직 높은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죠?

▶토론회 자료집 보러가기 : 대구지하철참사와 생명안전기본법_필요성
월, 2023/02/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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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할 참사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D-7] 생명안전 기본법, 입법청원에 함께 해주세요

  [caption id="attachment_234830" align="aligncenter" width="640"] ⓒ생명안전시민동행[/caption]   "김형주님 안녕하시죠?" "창현아 엄마야 오랜만이다." "나의 심장같은 아들 조경철 엄마는 많이많이 보고싶어!" "주영아 많이 보고싶어!" "엄마 딸 류영아 잘 있었어?" "안은주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민꽃잎, 민우주, 민대한 민민국, 민만세..." "재용아 7년 다 됐다 그치 너 있는곳은 많이 춥지 않니?" "윤희야 우리 윤희 못 본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 "호성아 우리 막둥이, 우리 강아지 잘 지내고 있지?" "보고싶은 우리 딸 상은아!" "엄마 아빠도 이곳에서 힘들지만 우리 상은이 생각하고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잘 버티고 있단다..."  

기억해야할 참사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234827" align="aligncenter" width="640"] ⓒ생명안전시민동행[/caption]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과 일상에서 죽고 또 다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소중한 생명이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과 갖가지 시민재해까지. 먼저 떠난 이들의 울음과 다친 사람들의 호소를 우리는 경청해야 합니다.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아픔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 울음을 닦아주며, 생명안전의 길로 이끌어 가야 합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그 길입니다.  입법청원에 함께 동참해주세요!

▶입법청원 하러가기

피해자들의 바람영상 보러가기

  [caption id="attachment_234813" align="aligncenter" width="480"] ⓒ생명안전시민동행[/caption]
목, 2023/09/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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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질문에는 특수한 답이 필요하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마지막 저서에 남긴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형사재판도 그녀가 언급한 대목과 닮은점이 있다. 기존의 통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예외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SK,애경,이마트 같이 신망받는 기업들이 안전성 검증도 거치지 않았을 줄은,  건강에 좋다고 광고까지 할 줄알았을까. 해당기업 임직원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2021년 5월에 항소심을 시작하며 기업들의 변호인들은 이미 이렇게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기업이 매출과 이윤 추구한 결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피고인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과 책임주의 근간으로 하는 형사사법 근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원심의 태도였습니다.”

일반원칙에 호소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다. 항소심 재판이 시작한지 벌써 3년 차지만 무작정 달려오기만 한 건 아니었다. 2021년 10월 공판 이후 2022년 8월 재개되기까지 열달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2022년 2월 법원 인사철 전후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형사재판은 죄가 있다는 검사와 죄가 없거나 덜하다고 말하는 변호인의 공방이다. 유죄에 대한 입증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부담한다. 유죄판결이 나오기 위해서는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기업들의 제품 판매와 피해자에게 나타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다시 이 사건의 특수성에 부딪친다.

상황이 어려운 이유는 많다.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규명 연구도 부족했던 상황이기에 관련 정부 부처들 또한 벼락치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 피해 입증이 어렵다. 사용했던 제품이나 구매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을 찾기 힘들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재현 실험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동물들에게 실험을 해오기도 했는데 이 또한 녹록치 않다. 실험결과를 인체에 적용할 수 없는 한계도 있고, 실험동물의 고통에 대한 윤리 기준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길어진 재판일정과 작은 반전.

지난 2월 23일에도 공판이 열렸다.  재판의 쟁점은 전문가 증인신문으로 옮겨갔다. 이번 기일의 가장 큰 쟁점은 추가증인 채택문제였다. 검찰은 천식등 피해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를 집필한 전종호 교수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으나(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거동 평가연구), 변호인이 반발했고 다음 기일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당초 2021년에 항소심의 종전 재판부(형사2부 재판장 윤승은)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말한 추가실험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도 해당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규명하는데 있어 물질이 에어로졸 형상으로 하기도에 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보았다. 일단 도달해야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승은 재판장은 또한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정리하며 “원심은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했지, 도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그렇게 증인채택은 물 건너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재판이 장기화되었고, 2022년 12월에 연구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은 항소심 재판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고민의 흔적들은 서승열 재판장의 말에서도 여러차례 묻어났다. 기업들의 혐의를 원칙대로만 고려하다 보면 “가해자”가 무죄판결을 받고 사라지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재판부(고등법원 형사2부 재판장 윤승은)는 좀 더 일반론에 가까운 입장을 피력하기도 해서, 후임 재판부(고등법원 형사5부 재판장 서승열)로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제품 제조, 출시 당시에 실험자료 등이 있으면 적정성과 예견 가능성만 판단하면 되겠지만 이 사건은 제품 제조 당시 연구 결과가 없었고, 사건 발생 이후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습니다. 검찰의 입증 부담도 고려해야 하고, 피고인 항소심 재판상 권리가 조화되어야 합니다.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였을 때 통상 형사소송법의 원칙 그대로 적용하기는 적절치 않습니다.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면 추가로 검토하겠습니다.”

 

이러한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지난 2월 공판에서 변호인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계속적 증거신청으로 재판을 지연하는건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검찰의 추가증거가 종전실험과 다르지 않다.

SK캐미칼측 변호인 나상용(법무법인 광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2019년 1심의 첫 공판을 시작으로 4년이 흘렀지만 계속적 추가증거신청으로 재판이 지연중입니다. 이는 공판중심주의원칙과 원심의 충실한 심리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이런 현저한 재판지연은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묵과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추가증거 신청은 형소법과 규칙에도 위배됩니다. 준비기일 이후 신청증거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전 재판부도 이를 고려해서 3회 공판준비기일 기준으로 최종보고서를 완성한 것을 기준으로 허용한다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검사는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데 이행도 없었습니다. 계속적인 추가증거신청으로 항소심을 지연하는 건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애경산업측 변호인 정성태(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추가증거 신청취지가 구체적이지 않음을 지적했고 실험의 한계를 강조했다.

“방법만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게 아니라 종전과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방사선분석법에 의한 실험법은 비강점적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사실상 기도점적 실험과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PHMG는 이미 18년도에 흡입독성 실험이 이뤄졌지만 CMIT/MIT는 아직까지 진행된 바가 없습니다. PHMG는 보전성물질이라 흡입을해도 보존되기에 증명이 되지만 CMIT/MIT는 보존이 어렵고 반감기가 짧습니다. 표지해봐야 알 수가 없고 적합하지 않아서로 보입니다. 또한 검출된 물질이 대사산물이 발견된 것이지 CMIT/MIT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는 변론과정에서 시민사회를 부정적인 맥락에서 거론하기도 했다.

“객관,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실험결과를 믿는데 이건 시민단체가 한 것입니다. 국가기관 용역 받아서 하신건데 시민단체 소속에원심판단을 비판적으로 본분들이 책임자이고, 집필자이며 실험도 했습니다. 사안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라고 하시는데 그럴지도 의문입니다. 실험내용 보고서를 보면 명백하게 1심 판결이 잘못된 걸 증명하겠다는 의도로 이뤄진걸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증거들은 새 실험이라기보다 종전연구에 대한 걸 종합, 나열이고 많은 것들이 이미 1심에 제출되었으며 탄핵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심리를 정리하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사건은 재판부가 새로 구성되었고 형소법 원칙을 피고인들은 강조하고, 특수성에 관한것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일반사건과 비교해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이 고의적 지연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 공동신청 감정인을 통해 동일감정을 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이 사건의 성질상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여러 제출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적인 문제는 이 사건의 법률쟁점이 많고, 입증책임에 대한 특수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양측이 틀렸다는게 아니라 어떻게 적용하는게 적절할지 재판부도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전례없던 과실범의 공동정범 범위 관련해서도 많은 시간소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들의 사건 장기화에 대한 입장은 알겠지만 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는 사회적 필요성이 있고, 안전성검사가 이뤄졌다면 이런일이 벌어지지는 않았겠지요.” 라며 “재판정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법을 주문한 한나 아렌트의 지적은 이 사건에도 유효한 것 같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낼 수 있을까? 다음 공판기일은 4월 27일 오전 10시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2월 28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822명이고, 이 중 1,810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4,978명이다.

화, 2023/04/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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