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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admin | 화, 2024/01/02- 14:35

호흡기계 질환 발생률 최대 20배 증가사실 확인돼

 

▲ 끌어안고 통곡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피해자 전신질환 일정과 판정기준 대폭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와 현행 판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자, 동료 피해자가 박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전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

지난 11월 8일 환경독성보건학회를 비롯한 7개 환경관련 학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등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고, 재판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를 제출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학회차원에서 특정한 형사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더이상은 화학제품이 야기하는 피해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돌아보면 여러 차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97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원료물질이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나오는 길을 터 주었고, 2000년 옥시는 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SK케미칼, 애경 등 제조·판매업체는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광고하고 유해한 제품을 버젓이 제조·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CMIT/MIT 가습기살균제 1심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적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독성학 연구가 진전을 이루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성분이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원심판단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후속연구는 이 물질이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실제 피해신고자가 사용한 거리를 반영한 실험에서는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시간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도 진전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많은 정교한 결과를 산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발생률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한 결과이다. 특히, CMIT/MIT 피해구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제품 사용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체근거를 종합하여 피해구제특별법에서 인과관계 추정에서 요구하는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검토보고서도 2차례 발간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가해기업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실심 판단의 기회가 마지막인 항소심 재판에서,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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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박희영 등 피고인들의 보석 청구를 기각하라!

   

작년 12월, 10·29 이태원 참사의 부실 대응 및 은폐 의혹으로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정보 경찰 간부 2명 등 책임자들에 대한 공소가 순차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들 주요 책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공용전자기록등손상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후 법원은 공판기일을 한 달에 1번꼴로 지정하며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구속사건의 경우, 법원은 통상적으로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마칠 수 있도록 공판기일을 지정한다.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매주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의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판부의 늑장 진행으로 인하여 1심 구속기간 6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핼러윈 기간에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보고에도 사전 예방을 하지 않았고, 참사 이후에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당일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 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등 3명은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성한 핼러윈 축제 인파 운집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다.

구속된 피고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며 재판부의 늑장 진행에 편승하고 있다. 박희영, 최원준, 박성민, 김진호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심신상의 이유를 들며 법원에 보석 청구까지 하였다. 재판부의 늑장 진행으로 인하여 구속된 피고인들이 곧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들이 석방될 경우,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피고인들은 이렇듯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전략적으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이용하고 있다. 유가족은 다시 한번 이들의 파렴치한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위 경찰 수뇌부들과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에 대한 처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재판부는 사회적 재난 참사의 중대성과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참담한 심경을 헤아려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유가족은 법원의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며 법원이 반드시 피고인들의 보석 청구를 기각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3년 6월 5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월, 2023/06/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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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모르는 사람은 불행도 쓰라리지 않다. 고통은 익숙했던 행복을 상실하는 것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032" align="aligncenter" width="640"] ⓒ최예용[/caption]   대한민국의 최근 10년은 참사와 재난의 연대사이다. 가습기살균제에 인한 시민 살해극이 발생했고 아직도 침몰의 경위와 원인이 다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으며 축제에 나간 청춘들이 압사당한 이태원 참사도 벌어졌다. 뿐인가? 적어도 두 사람이 조를 이뤘어야 할 작업에 홀로 투입된 발전 노동자는 컨베이어에 빨려들어 육신이 찢겼고 현장 실습을 나간 열아홉 살 학생 노동자는 추락사했다. 비일비재, 참사와 재난의 그늘에 드리워져 그늘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끌어올리고 우리 삶에 안전장치를 더할 「생명안전기본법」 입법운동이 시민사회에서 시작됐다. 이 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 두 편을 싣는다.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남겼다는 전몰자 추도연설에 나오는 말이다. 익숙했던 행복에 균열을 내는 가장 큰 상실감을 주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익숙한 이의 빈자리와 공허함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러한 균열이 찾아온다면 인생을 뒤흔들 그 충격 앞에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까. 가슴 한편이 그저 먹먹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사망 ○명, 사상 ○○명. 무미건조한 6하원칙의 단신 보도되는 숫자들을 마주할 때 우리가 느끼는 통증에는 저 피해자 숫자들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말미암은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어느 한순간 황망하게, 다수의 재난 피해자들을 떠나보낸 대가로 우리 사회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늦게나마 고인의 이름을 딴 법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사라진 사람의 빈자리를, 유가족의 깊은 상실감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도무지 그 아득한 상실과 공허를 메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예고 없이 찾아올 재난을 사전예방하는 길뿐이다. 「생명안전기본법」 재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생명안전기본법, 우리 삶에 안전장치를

「생명안전기본법」이라고? 생명과 안전이 나열된 기본법이라니 이 법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처음 이 법안의 명칭을 대하면 ‘나랑 무슨 상관?’ 갸우뚱하게 될지 모른다. 그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데 이렇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법의 보장을 받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힘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겠냐 싶은 비관적인 전망을 할 수도 있다. ‘실효성이 있을까?’ 그런 회의적인 생각도 할 수 있다. 비관과 회의를 뚫고 지난 5월 31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생명안전기본법 입법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본부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의 필요성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우리 사회에 있어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큰 성찰의 계기였다. 경쟁과 효율, 수익성만 좇으면서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줄여야 하는 비용처럼 바라본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사람의 목숨이, 생명이, 안전이 비용과 숫자로 가볍게 다뤄지는 구조를 바꾸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년 동안 ‘안전사회’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이자 쟁점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사고’의 발생으로 우리 가슴은 다시 한번 무너졌다. 고통스럽던 그날 밤을 통해 우리는 재차 확인했다. 안전 시스템과 안전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현실과 총체적인 재난 대응 실패의 사회적 구조를 말이다. 지난 2023년 5월 16일은 참사 발생 200일이 되던 날이었다. 이전의 재난과 대형 사고들이 벌어진 이후와 조금도 달라진 건 없었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풍경이 재현되고 있었다. 노동 현장의 참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2018년 12월 11일 김용균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또 한 번 우리 사회를 울렸다.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또 다른 김용균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한 제지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99년생 노동자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렇게 노동 현장의 인명 사상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이 강화되며 추세적으로 줄어들던 화학사고 또한 다시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고와 재난에 대한 사회적 경보 시스템의 붕괴, 안전의식의 해체를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이전에 발생했던 재난과 참사의 사회적 해결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문제는 먼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마치지 못했고, 이후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라는 점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커졌지만 정작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들이 사라지는 형국이 되풀이돼 온 것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이제는 재난과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조사해 책임자 처벌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적 동력을 법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존중, 안전 우선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033" align="aligncenter" width="360"] ⓒ함께사는길 이성수[/caption] 이 법안은 ‘누가 피해자인지 바르게 정의하고 정당하게 구제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국민적인 영향을 주는 참사라고 해도 참사의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그 참사 또한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참사의 피해자가 되면 그제야 우리는 ‘피해자로서 마주하는 현실이 상상을 벗어날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다.’라는 무서운 사실에 직면하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적 허들’과 그 ‘허들의 아득한 높이에 좌절’하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재난과 참사의 피해자와 그 유족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참사의 충격을 뒤로 하고 시간이 흐르기 무섭게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막말이 터져 나온다. 의도 없이 순수해야 하고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하며, 구체적인 보상이나 배상에 대한 생각들도 섣불리 꺼내면 안 된다. 이상은 인터넷 악성 댓글러를 비롯해 익명의 그늘 아래 숨어 참사의 피해자들을 법정보다 먼저 판결하는 자들이 강요하는 편견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압력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도 피해자는 미규정 상태의 존재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규정한 내용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재난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한순간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존재, 사회적 약자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조효재 교수는 그의 저서 『인권의 최전선』에서 재난 피해의 계층성에 대해 언급했다. 재난이 무작위로 일어난다고 해도, 피해는 차등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고 약자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참사와 재난의 현장은 대부분 국가가 보장하는 서비스의 현장이거나 기업의 생산 현장이고 그래서 국가와 기업은 피해자(사회적 약자가 된 시민)의 권리 보장은 물론 발생한 참사와 재난의 해결에 기본적 책무가 있다고 전제하는 게 마땅하다.

만약에 이 법이 있었다면?

‘만약에’라는 가정은 부질없다지만 「생명안전기본법」이 있었다면 우리가 아는 다수의 참사와 재난의 처리, 그 전개 과정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안전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달랐다면 경영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고육지책을 제도화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안 시행 1년이 되기 무섭게 기업들과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퍼트리고 있다. 애써 통과시킨 법안을 무력화하는 데 이렇게 공을 들이다니 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의 낭비일까. 가습기살균제 참사 또한 마찬가지다. 제품이 잘 팔린다고 안전성 검증도 뛰어넘은 채 무작정 상품을 출시하는 관행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하는 과장광고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서 혐의를 부인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행태나, 실험결과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더 키우는 비극은 적어도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다. 21대 국회에는 「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되어 있다. 발의된 지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 법안에 대해서 입장이 없다.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생명안전기본법」을 되살려 제정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n번째 참사들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약속이다. 그 참사의 억울한 희생자들, 피해자들을 더는 만들지 말자는 행동이다. 참사와 재난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피해자는 나와 무관한 타인이라는 관념에 더 이상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고 앞으로 될지 모른다는 시민의 공감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가장 낮은 자리 밑돌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는 우리를 위한 안전장치다. 불행의 우연한 손가락에 겨누어지기보다 불행을 피할 예방장치, 불행에 직면해도 구제받을 안전장치를 만들고 살아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한 까닭이다.   ※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길  6월호에 수록되었습니다. :  에코뷰 | 월간 『함께사는길』 (ecoview.or.kr)
수, 2023/06/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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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ption id="attachment_232139"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란 어쩌면 과학적 근거나 객관적 부분보다, 우리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한 발 내딛을 용기가 아닐까요.”

지난 6월 7일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신범 부소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은 이렇게 논의를 정리했다. 만성유해물질의 관리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두 번째 토론회였다. 2023 화학안전 정책포럼은 지난 2월부터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행사는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가 함께 화학안전 제도의 방향을 논의하는 공론장으로서 지난 2020년부터 본격화되었다.

만성유해물질 관리로드맵 연구는 한국환경보건학회가 수행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김기태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해외 관리동향과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화두를 제시했다. 이 논의는 제도의 변화와도 맞닿아있다. 환경부가 준비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유독물질 지정관리를 급성,만성,생태독성으로 차등화 해 관리하게 된다. 이 경우 급성과 만성사이 중간지대에 일정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산업계는 별도로 관리하게 되면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고, 시민사회는 빈틈없는 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만성물질의 인체노출을 저감하기 위한 개념을 어떻게 합의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거나, 노출 이후 잠복기를 거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

[caption id="attachment_232140"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김기태 교수는 30여명의 학자들이 함께 논의한 결과 큰 틀에서 포괄할 수 있는 정의는 도출했다고 말했다. 물론 얼마나 반복적인가, 잠복기의 길이에 따라 세부적인 의견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는 또한 다양한 해외사례를 소개했는데 유럽의 필수적인 용도(Essential Use)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과 관련해 보건안전. 사회에 필수적이고 기술적 경제적 대안이 없을 경우 사용하는걸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평가대상 물질은 선정하고, 불필요한 평가는 지양하고 의사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 용도파악, 대안평가에 다양한 전문가를 참여시켜 의사결정을 내린다. 화학물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물질을 고안, 제조하는 단계부터 고려하는 것이고 독성이 적거나 없는 물질을 더 사용토록 하자는 골자다.

이는 유럽연합의 그린딜(A Green Deal Industrial Plan for the Net-Zero Age)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김교수는 그린딜이 지속가능한 화학물질 전략(CSS)라는 기치아래 2019년에는 경제,재정,불평등의 총체적 해결을 위해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을 최초의 기후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아래, 화학물질과 제품관리, 오염제로를 표방하는 환경매체관리, 산업활동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말 그대로 그린순환 체계를 위한 원칙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에는 과불화화학물을 중심으로 사용중단을 논의하고 있고, 유해성평가에 혼합독성을 고려하는 등 정책이 구체화 되었다고도 했다. 소비자 제품에서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이 화학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와 공감대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142"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팽팽한 입장 차이만큼, 토론은 첨예했다.

GS칼텍스의 김성필 책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출저감 이라던지 관리방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직접적인 규제가 적어도 이번 법안 개정안에 담길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도입한 배출저감제도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관리가 비교적 잘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특히 비교적 긴 호흡으로 진행중인 배출저감제도를 먼저 정착시키는 게 순서라고도 강조했다.

석유협회의 김이례 대리도 이에 동의하며, 만성유해성 물질에 대해 각 이해당사자들의 시선이 일치되고 나서 정의와 원칙을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규제의 필요성에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야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또한 발제내용에 실행가능성에 대한 부분들이 들어가있는데, 현장적용 가능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대비 편익내용과 사회-경제적인 건강관련 평가지표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 건생지사 조성욱 대표는 화학물질도 유해성 추정의 원칙으로 설계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운을 떼었다. 안전한 화학물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환경정의에 대한 원칙이 빠졌다며, 공장 인근의 주민들처럼 피해를 보는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익을 보는이들의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은영 사무국장은 화학물질 관리의 분명한 목적은 예방과 피해 최소화라며 (과학기술의 한계등으로) 정보가 완벽하다 할 수 없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구체적 인 정의보다, 밝혀진 물질들을 관리하는점을 감안해,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또한 현행 제도로는 부처별로 관리가 상이한데 개별법을 적용하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원칙들이 확립되었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통용되는 화학물질만 2억개 부족한 연구인력, 과학의 한계와 사회적합의

김기태 교수는 기후위기나 인구절벽처럼 화학물질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들이 많다고 했다. 지구의 역사에서 화학물질을 본격 사용한건 1930년대였다. 우리사회는 70년대부터 본격화 되었는데 앞으로 50년, 100년 후의 일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지금 과학이 말하는 건 단편적인 사실들이고, 실제 노출과 행동 패턴을 다 반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는 극복할 수 없는 변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제도에 대한 개념정의에 있어 이론과 현실의 차이는 연구진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라고도 말했다. 통용되는 화학물질 수가 2억개가 넘고, 100만개이상 대량으로 사용되는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반도체 같은 분야에 비하면 연구진도 턱없이 부족하다. 과학적 근거로 동물실험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사람에게 직접 실험할수 없는 여건에서 적용상의 한계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물질로부터 노출이 안된 대조군을 찾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이기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소한 지금 할 수 있는 걸 만들어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이례 대리는 제도가 중복이 있다보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서로간에 방향성을 조율해 주제를 만들어가는게 숙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실질적인 고민은 잔류성,축적성,내분기게물질 등 급성물질 중 잔류성,축적성을 가지는 물질까지 만성의 영역으로 확대된다면 관리의 부담이 너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정의가 시설규제에 대한 부담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결국 만성유해물질을 정의하며 시설규제에 대한 부분이 강화될지가 산업계의 실질적인 고민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기태 교수는 시설규제나, 물질리스트의 확장같은 개별사안을 고민하진 않았고, 사실상 만성물질을 급성과 구별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농도 차이밖에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고 우리도 화학물질을 많이쓰는 편이라 독자적인 관리체계도 만들어야 하고, 이게 동남아시아 시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caption id="attachment_232141"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우리사회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김신범 부소장은 만성물질의 범위, 정의에 대한 키가 시설관리와 연동되어 있는 대목을 언급하며, 목록에 넣는것만으로 시설규제 연동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숙제는 시설규제와 만성유해물질 관리를 퉁치는게 아니라,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만성물질을 확대해 나가는것과 당장 화학사고로부터 주민보호의 범위를 어떻게 적용할지라고도 언급했다.

또한 각 나라의 제도들은 각각의 사고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며 미국은 1930년대에 휘발유에 납을 첨가하면서, 신경독성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했고, 1960년대에 자동차 정비소들의 세척제에 솔벤트 스프레이 제품에서 말초신경염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그에 비해 EU는 환경호르몬을, 일본도 잔류성물질을 좀더 중점관리하게 되었고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러한 상이한 사회경험 속에서 중점 분야가 다르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어떻게 갈지 우리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만성피해들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건 아닐까 고민이 된다고 했다. 환경정의와, 시설규제, 제품에 대한 규제도 연결이 되는데 속성들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합리성을 어떻게 마련해 나갈 것인지가 우리의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수, 2023/06/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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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은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생명줄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232258" align="aligncenter" width="640"] ⓒ10.29참사 시민대책회의(2023)[/caption]  

우린 자식을 잃었습니다.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알려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억울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였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두 모였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왜? 라고요.

그러나 외면했습니다.

철저히 외면했고, 지금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한 진실규명의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특별법은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마지막으로 걸어볼 수 있는 희망의 생명줄입니다. 지금껏 힘들고 어려웠던 하루하루를 그나마 이 악물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억울함을 풀어줄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절박합니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이대로 묻혀버린다면, 앞으로의 우리 삶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당의원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만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설마 이태원 참사가 그 곳에 간 희생자들의 잘못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우린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오늘 저는 단식투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저의 모든 행동과 삶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법안처리를 촉구하면서 끝없이 그 고통을 감내하겠습니다.

신속한 법안처리로 우리의 고통도 끊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이정민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 (故 이주영 님의 아버지)

 

[기자회견문]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신속히 제정하라

  [caption id="attachment_232256" align="aligncenter" width="640"] ⓒ10.29참사 시민대책회의(2023)[/caption]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국회 앞 농성이 오늘로 14일째를 맞았다. 매일 아침 10시 29분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해 국회를 향해 뜨거운 아스팔트를 8.8km씩 걷는 159km 릴레이 행진은 농성 시작 이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폭염이 주는 괴로움보다 가만있는 게 더 힘들다는 유가족들의 진상규명을 향한 절박한 마음을 국회로 전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임위는 특별법 상정과 심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183명이라는 21대 국회 최다 의원 참여로 발의된 법안이라는 기록이 무색하게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차원의 활동은 아직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159명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사회적 참사,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자고 합의를 하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국회를 향해 절규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쳤는데 이것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인가.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인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태원 진상규명 특별법 발의가 되기도 전부터 진상규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렇게 여당이 ‘정쟁법안’이라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사이, 참사 발생 7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는 첫 걸음조차 내딛지 못했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열망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호소에 이제라도 국회는 응답해야 한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계속 해서 반복돼 온 대규모 참사를 이제는 끝장내고 안전사회를 만들라는 이 땅의 평범한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오늘 우리는 국회를 향해 6월 임시국회 중에 진상규명 특별법 입법논의에 유의미한 진전을 이뤄낼 것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또한 동조단식과 릴레이 행진을 통해 국회의 특별법 제정 논의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나갈 것임을 선포한다. 오늘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첫째, 21대 국회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는 6월 임시회 내에 신속처리안건 지정 등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의미한 진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둘째, 특별법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조속한 시일내에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셋째, 국회는 이태원 참사 그 날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내외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등 여러 피해자들의 간절한 뜻을 받들어 1주기 이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우리는 또 다시 대규모 참사가 재발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때 우리가 제대로 진상규명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었으면’이라고 안타까워하는 일을 반복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국가의 부재로 평범한 일상이 하루 아침에 참사의 폐허가 되는 세상에서 살 수는 없다. 폭염 날씨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단식농성에 나선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에 국회는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 우리는 국회가 참사 1주기를 넘기지 않고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호소해왔다. 특별법은 5만 국민동의청원, 국회의원 183명의 공동발의로 이미 국회 안팎에서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원내 야당들의 특단의 대응과 분발을 호소한다. 제대로 된 이태원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우리의 외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 6. 20.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화, 2023/06/2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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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ption id="attachment_232390" align="aligncenter" width="36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지난 6월 21일 2023 화학안전 정책포럼의 열린 대화가 열렸습니다.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 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일종의 중간 보고회 성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크게 네 가지 주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1주제는 화학물질안전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2주제는 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 제도 개선, 3주제는 화학물질 유해성정보 생산·전달·활용 실효성 제고방안, 4주제는 만성 유해성물질 관리 로드맵 마련을 담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산업계 이해관계자들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화학안전 3법의 개정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과 시장을 우선하는 기울어진 시각에 더해, 일각에서는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운영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화학물질과 제품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만이 시장에 나오도록 하자는 NO DATA, NO MARKET 원칙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신규 화학물질의 경우 확보된 정보가 20%도 안됩니다. 제도의 내실화 라는 보기 좋은 큰 명분 아래 기업들의 편의와, 시민들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물밑에서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232379"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2023)[/caption]  
 

더 좋은 화학안전 3법을 위해 애써주시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소통) 채널이니까 활용하면 되는 거지”

지난 11월에 있던 화학안전주간 행사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산업계 어느 분들이 하시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행사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시다가 나온 이 한마디가 어쩌면 포럼을 바라보는 솔직한 속마음 일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이 올라오더군요. 그리고 묵혀두었던 그 토론문을 오늘의 열린대화를 앞두고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신뢰와 소통”이라는 상식적인 전제를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참사는 막아야 한다는데 시민사회와 산업계 모두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울리히 백의 말처럼 성찰을 바탕으로 마침표와 변화의 새로운 장을 한번 열어보자. 반년 전의 날것에 가까운 고민들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도 올해 연초부터 부지런히 달려온 포럼 일정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게 참 많구나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많이 배워가는 값진 시간이었고, 신뢰를 쌓아하고 사회적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만든다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은 것이구나라 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해나가는 숨가쁜 흐름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어쩌면 참여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 모두에게 두려움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환경부도 알게 모르게 성과를 제촉받는 상황이 있으실거고, 산업계도 유럽이나 해외에서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탄소세처럼 무역장벽을 세울텐데 대응을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부터 혹시나 포럼을 통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 아닌가. 여러가지 고민이 있으실거라 봅니다. 시민사회도 안전의 사각지대가 넓어지면 어떡하나 끊임없는 고민의 지평선이 열려있습니다.

요즘에도 주요 언론과 경제지들은 여전히 “화학물질 규제를 싹 손본다”는 기존의 프레임이 담긴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포럼 과정에서 규제완화냐 아니냐 보다는 내실화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포럼에 참여하고 계신 이해관계자들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듯 해, 유감스럽기까지 합니다.

사회자께서 농담을 섞어 말씀하셨듯이 첫번째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름 새로운 시도가 중간에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 내실화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환영 못 받는 개정안으로 전락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게 이렇게 가도 되는걸까 어떤 부작용은 없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두려움이 문제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영화 대사 하나가 떠오릅니다. 2016년의 지나간 흥행작 대사를 한번 언급해 봅니다.

저도 두려움도 많고 겁도 많아서 백배까지 엄청난 용기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두려움에 압도되지 않고 현실을 직면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퍼져있는 두려움은 무엇일까요.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남은 하반기에 서로가 가진 두려움의 실체를 좀 더 드러내고, 한 발자국씩 더 공감대와 접점을 넓혀갈 수 있는 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 포럼을 어떻게 함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아직 가야 할 길은 멉니다. 입장 차이도 여전하고 부담감도 큽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라, 모두가 두려움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가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을 앞으로도 함께 내딛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수, 2023/06/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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