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호흡기계 질환 발생률 최대 20배 증가사실 확인돼

| ▲ 끌어안고 통곡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피해자 전신질환 일정과 판정기준 대폭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와 현행 판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자, 동료 피해자가 박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전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
지난 11월 8일 환경독성보건학회를 비롯한 7개 환경관련 학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등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고, 재판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를 제출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학회차원에서 특정한 형사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더이상은 화학제품이 야기하는 피해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돌아보면 여러 차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97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원료물질이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나오는 길을 터 주었고, 2000년 옥시는 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SK케미칼, 애경 등 제조·판매업체는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광고하고 유해한 제품을 버젓이 제조·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CMIT/MIT 가습기살균제 1심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적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독성학 연구가 진전을 이루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성분이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원심판단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후속연구는 이 물질이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실제 피해신고자가 사용한 거리를 반영한 실험에서는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시간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도 진전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많은 정교한 결과를 산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발생률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한 결과이다. 특히, CMIT/MIT 피해구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제품 사용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체근거를 종합하여 피해구제특별법에서 인과관계 추정에서 요구하는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검토보고서도 2차례 발간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가해기업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실심 판단의 기회가 마지막인 항소심 재판에서,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족 모임과 가습기넷은 4월 6일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들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가습기넷[/caption]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규모는 2017년 3월말 현재, 피해신고 5,531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168명으로 20퍼센트 수준에 이른다. 지금까지 정부가 피해판정을 한 인원은 982명에 그치고 있다. 4,549명이 여전히 피해판정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판정 작업 역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6년간 피해자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정부는 폐 손상 판정위원회를 구성해 이에 국한하는 판정절차만 진행해 오면서 피해자들을 분열시켰다. 뒤늦게 2016년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피해판정 기준 보완작업을 하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고, 미흡한 수준이다.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를 포함해 가해기업들도 지난해 여론의 뭇매에 뒤늦은 사과를 하고 일부 피해보상 대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피하고 재판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정부와 가해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라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의 제품을 대상으로 2차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가습기넷[/caption]
옥시 등 가해기업이 진정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피해대책에 나서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정부의 판정기준 뒤에 숨어서 꼼수를 부리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해당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만나면서 적극적인 피해구제에 나서야 한다. 옥시 등 가해기업이 지금까지 해 온 것은 정부 판정기준 1.2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에만 머물고 있다. 3월27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판정한 피해자 숫자는 982명이고 이런 방식으로 피해보상을 받은 이들이 151명이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피해자 인정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피해자 판정에 대기 중인 4,500여명의 피해자들을 고려하면 피해자 다수가 피해구제, 대책으로부터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 판정기준 및 판정작업을 서둘러 진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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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아웃(OxyOUT)'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가습기넷[/caption]
151명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피해대책을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가해기업들은 피해구제 특별법의 피해구제기금을 통해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구제를 하면 된다고 보는 듯 하다. 특별법에 의한 피해구제는 인도적 구제 수준이다. 모든 피해자가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피해구제 특별법의 피해구제는 가해기업을 면피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법과 무관하게 가해기업은 참사의 당사자로서 별도로 직접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집단소송제, 상한없는 징벌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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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아웃(OxyOUT)'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가습기넷[/caption]
현행 법 상 가해기업에 대한 처벌 수준은 미약하다. 수많은 소비자를 죽게 만들고도 최고형이 고작 7년형이다. 이를 누가 받아 들인단 말인가. 옥시레킷벤키저 해외임원은 수사도 받지 않았고, 존리는 미꾸라지처러 빠져 나갔다. 지난해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영국까지 가서야 사과를 받았다. 이게 어디 사과란 말인가. SK케미컬이나 애경 등 CMIT/MIT 관련 가해기업들도 처벌의 사각지대에서 웃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차원의 대책기구 마련, 검찰 차원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미흡한 수사와 조사를 추가로 단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해기업들이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대책을 마련해서 대한민국 국민들, 소비자들 그리고 피해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할 때까지 옥시불매,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공정거래위는 옥시 등 가해기업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아웃(OxyOUT)'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가습기넷[/caption]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소비자의 안전이 정부와 기업차원에서 확보될 수 있을 때까지 옥시불매로 상징되는 소비자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오늘 여의도 옥시 앞 첫 기자회견과 불매캠페인은 피해자와 우리 사회 소비자들이 결코 당신들을 용서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준엄하게 알리고자 함이다. 더 이상 정부 뒤에 숨어서 꼼수를 부리지 말고, 대한민국 소비자 안전을 위해, 피해대책을 위해 당신들만의 대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결국 당신들에게 돌아갈 것은 영업정지를 포함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3일 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들이 삼성물산 본사와 홈플러스를 찾아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열었다[/caption]
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가피모) 회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활동가들이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본사와 홈플러스를 찾았습니다. 지난 26일 SK케미칼을 시작으로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엄벌을 촉구하는 시리즈 캠페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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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매장의 벽면에 홈플러스 밑에 삼성TESCO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홈플러스 삼성그룹이 만들고 운영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처: KBS화면 촬영)[/caption]
1997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은 대구에 홈플러스 매장을 처음으로 개설합니다. 이어 1999년 영국 테스코(TESCO)와 반반씩 투자해 삼성테스코를 설립합니다. 테스코는 영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여러 나라에서도 유통업을 하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이후 삼성의 홈플러스는 전국에 매장 141개까지 확대하고 매출액 11조 원을 올리며 국내 2위 유통회사로 급성장합니다.
▲ 3일 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들이 삼성물산 본사와 홈플러스를 찾아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열었다 (출처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caption]
▲ 삼성이 판매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제품 사용자는 80만~90만명, 제품 사용후 병원치료받은 피해자는 7만~11만명으로 추산된다 (출처 환경보건시민센터)[/caption]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폐이식을 해야했던 피해자가 폐이식 후에 복용해야 하는 약봉투와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환경보건시민센터)[/caption]
▲ 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들은 검찰은 삼성과 테스코를 수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사항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삼성은 소비자와 국민에 사과하고, 자체적인 피해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caption]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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