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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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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admin | 화, 2020/01/07- 01:36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노란색 버스가 멈춰 섰다. 유치원 통학 차량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담당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하나, 둘 차에 오르고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 남짓, 이를 기다리지 못하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라 서둘러 앉기 무섭게 허겁지겁 통학 차량이 출발한다. 아침이면 목격하는 장면이다. 도로교통법 제 51조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이 존재하는데도 버젓이 되풀이된다.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통행하는 어린이통합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고도 했다. 위반할 경우 승합차는 10만 원, 승용차는 9만 원의 범칙금을 각각 내야하고,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그런데도 해당 법을 인식하고, 준수하는 이들은 드물다. 법 조항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응당 보호하고 배려해야할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가벼운 점 등 아이들이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양육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은 다양하다. 불안감은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을 목도하며 더 큰 미안함과 부채감으로 돌아왔다. 하준, 해인, 태호, 유찬, 한음, 민식이는 이름으로 남은 아이들이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서 모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십 년도 채 살지 못한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은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내 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가족에게 닥친 불행에 주저앉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은 법안에 내주었다. ‘해인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은 그렇게 생명에 빚을 지고 나왔다.

 

#하준이법

지난 2017년 10월 네 살 하준이는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놀이공원 서울랜드에 갔다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오면서 치여 숨졌다. 경사가 진 주차장에 안전장치는 없었다. 이후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운전자 의무를 강제하는 ‘하준이법’이 발의됐고, 올해는 모든 주차장 관리자에게 경사도 관리 책임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판 설치, 고임목 비치를 의무화하는 ‘제2의 하준이법’이 발의됐다.

 

#해인이법

다섯 살이던 해인이는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용인시 어린이집 앞에서 하원을 하려다가 비탈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치였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응급조처가 늦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해 8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인이법’은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 주체 또는 종사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조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음이법

광주의 특수학교를 다니던 여덟 살 한음이는 지난 2016년 7월 통학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음이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통학차량 안에서 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동행 교사의 방치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같은 해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어린이 통학버스 안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태호·유찬이법

태호와 유찬이는 2019년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덟 살이었다. 태호, 유찬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설 축구클럽을 다녔다. 그러나 운전자가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목숨을 잃었다. 아이들이 탔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은 노란색 승합차량이었음에도 법의 적용을 받는 어린이통학차량은 아니었다. 축구클럽은 법적으로 학원도, 체육시설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탑승하는 차량은 모두 어린이통학차량인 줄 알았던 양육자들의 믿음과 상식이 깨졌다.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어린이집·유치원·학원 통학차량 모두 2점식 안전벨트가 안전장치의 전부라는 문제가 있다. 영유아가 자가용을 탈 때는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통학차량을 탈 때는 2점식 벨트만 매도 합법이다. 어린이통학차량에는 3점식 벨트와 동시에 부스터 부착을 의무화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 내부가 보이도록 차 유리의 선팅을 규제해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이용호 국회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런 내용으로 각각 대표 발의한 ‘태호·유찬이법’은 행안위 등에 회부됐지만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민식이법

민식이는 지난 9월 충남 아산 스쿨존 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유치원,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스쿨존이라고 말한다.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의 통학로가 해당된다. 민식이가 사고를 당한 지점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었다. 최근 5년간 스쿨존 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4099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13세 미만 어린이 34명이 사망하고, 2546명이 다쳤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안전장치가 미비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민식이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길게는 3년부터 짧게는 수개월간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상임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익단체 등 이권과 관련 있는 법안은 더욱 관심받지 못했다. 부모들은 국회의원이 발의를 하면 법안이 마련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입법 절차를 꿰기는 어렵다. 법안이 발의되면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 법안소위의 심사를 받고,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여기까지 통과해야 본회의 의결 단계에 이른다. 절차 하나하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상임위원회 심사만 해도 정당 간 협의가 있어야만 열리고, 심사를 기다리는 다른 법안 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생명안전법이 발의된 행정안전위와 국토교통위의 경우 각각 2,973건과 2,173건의 안건이 접수됐다. 이중 2,537건과 1,314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각 상임위를 통과한 6700여 건의 법안 중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752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임기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되고 만다.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해인이, 하준이, 태호, 민식이 엄마·아빠들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체 의원실을 개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의 정기국회 통과에 대한 동의서를 전달하고 서명을 촉구했다. 그리고 몇 주 동안에 걸쳐 개별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전화를 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결과는실망스러웠다. 전체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인 의원은 99명에 그쳤다. 세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 놓고 “동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인 국회의원이 본분을 망각한 탓에 부모들은 매일같이 국회로 향해야 했다. 상임위, 법안소위가 열릴 때마다 그 앞에 서서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기다리고 마주하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심지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리는 한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법안을 알리고자 갖은 노력을 해왔던 엄마, 아빠들이었다.

 

지난 11월 19일에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대통령에게 직접 어린이 생명 안전법 제정을 호소했다. 다행히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과 법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물살을 탔다. 21일 민식이 법의 상임위 법안 심사 통과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모두 법사위 심사를 통과했다. 본회의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상정 예정이던 전체 법안 199건에 대해 무제한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 제 106조의 제 2항에 따라 무제한토론 요구서는 요구 대상 안건별로 제출한다. 본회의 개의 중 안건이 추가된 경우에는 해당 안건의 토론 종결 전까지 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본회의 상정을 막고 싶다면 국회의장이 이를 직권 상정하는 즉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됐다. 또한 유치원3법과 선거법, 공수처법을 제외한 196개 안건은 여야가 이미 상임위에서 협의한 법안들이었다. 안건별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되는 것임에도 자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 신청 대상으로 만든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아이들 안전에 관한 법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현장에서 이를 직접 지켜봐야 했다. 불과 며칠 전 “나도 엄마”라며 자신을 믿으라고 했던 공당의 대표는 정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여러모로 20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상반기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립하며 국회는 80일가량 멈췄다. 논의돼야 할 수많은 법안들도 묻혀버렸다.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이 임기만료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여론의 압박에 힘입어 12월 10일 본회의 마지막 날에야 하준이 법과 민식이 법이 통과됐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는 법안 통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간에 너무 지쳐 이젠 그럴 감정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준이 법이 통과된 것은 하준이와 다른 부모들(민식이네, 태호네, 해인이네) 그리고 정치하는 엄마들 덕입니다. 국회에 고맙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말한 죄로 우리는 정쟁과 모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데, 국회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아시겠지요.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한음이, 해인이, 태호, 유찬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밑거름이 되어 이 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아이들 희생으로 빚진 법안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늘의 별이 된 민식, 태호, 유찬, 하준, 한음아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1989년 UN총회에서 채택돼 2018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기에 특별한 보호와 돌봄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근간으로 한다. 아동권리협약 제3조(아동 최상의 이익)는 “공공 ․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제6조(생명․ 생존․ 발달)는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생명 안전법안을 냉대하고,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으려고 했던 정치권의 모습은 명백히 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나는 행태다. 또한 ‘성인 남성을 제외하고 생애가 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겨워 하는 사회’라는 자조를 더하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정치는 없었다. 사회는 ‘노키즈 존’, ‘입시 위주 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기보다 배척하고 속박할 뿐이다.

 

어린이 배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우리집’의 촬영 수칙을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마지막 항목 내용에 특히 가슴이 따끔하다.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 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미성숙하고 약해서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치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조차 만들기를 기피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환경과 구조 속에 자라난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 역시 아찔하고 아득하다.

 

정치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함에 있다고 믿는다. 정기국회 기간 하준이와 태호 엄마는 초기 임신부였다. 어느 때보다 안정을 취해야 할 상황임에도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정치권을 대신해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호소했다.

 

 

배려해야 할 약자들이 불안과 위협 속에 방치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번 국회가 아이들을, ‘표’가 없는 존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부끄러움과 미안함 속에서 우리 모두 결코 잊지도 용서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직 ‘태호 유찬이법’, ‘해인이법’, ‘한음이 법’이 남아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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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이숙진 l 서울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2015년 6월 복지동향은 지령 200호를 발간합니다. 지령 200호. 200이라는 숫자가 사뭇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희들의 별스런 소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후훗”하고 기뻐하다가 에고 참..하며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특히 저는 매주 학교신문을 만들어보았고, 전문지 기자로 직장생활을 해보았던 경험치가 있었던 까닭에 월간지 복지동향 200호 라는 숫자에 담긴 희노애락을 감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러나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300호, 3000호를 내다보며 복지동향이 누구와 함께 무엇을 얘기하며 어떤 색깔의 미래를 꿈꾸어야 할지를 생각하며 복지동향 특집 200호를 준비했습니다.

 

준비호가 발간되었던 1998년,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들었던 시기로부터, 우리는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그리고 박근혜정부 까지 근 20여년을 복지동향과 함께 지내오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고,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화 등이 구체화되었을 때 보편적 복지국가가 멀지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그때로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 복지동향은 '복동이'로 거듭나야할 숙명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각계로부터 200호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그 인사말씀 중에는 복지계의 교양시사 정보지, 유일한 복지 전문지이자 소식지 등으로 자리매김 해주시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당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편집위원, 편집간사 그리고 독자가 모여 우리가 바라는 복지동향에 대한 특별좌담회도 열었습니다. 현장에 보다 가깝게 가야 한다, 보건의료나 노동 혹은 주거 등 다양한 목소리를 넣자, 참여연대의 운동성이 담겨야 한다, 운동성과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자 등등등, 앞으로 할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많은 과제가 있음에도 독자들께서는 17년 동안 복지동향을 사랑해주셨습니다. 사회복지분야의 최근 이슈를 보려면 복지동향을 펼쳐야 한다고 하셨고, 기획주제 코너는 단연코 인기였으며, 복지동향 구독 권유 의향은 95%나 되었습니다. 물론 더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하라, 전문성을 강화하라, 더 많은 정보를 담아라 등의 거부할 수 없는 개선사항도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고자 하는지 다시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덴마크에 관한 책 2권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라가고 싶은 모델이라며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황금삼각형 모델이, 그들의 생활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67%나 되는 세금을 불평없이 낼까? 그들은 왜 첫인사로 그사람의 직업보다 취미를 더 궁금해할까? 그들은 왜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직업을 차별하지 않으며, 성차별, 장애차별 없이 서로를 신뢰하고 국가를 신뢰할까? 이런 질문은 물론 현재 우리의 처지로부터 나왔음이 분명합니다. 복지동향이 복지국가를 향한 제도와 이슈들을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어나갈 것입니다만, 생활속 변화를 위해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가며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복지동향 200호를 축하하며, 독자와 함께 가는 복지동향의 한걸음이 복지국가에 두걸음 더 가까이 가는 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수, 2015/07/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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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복동이 파헤치기

 

정리 김잔디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복지동향은 1998년 준비호 3권을 거쳐 같은 해 10월 창간되었고, 17년이 지나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월간 <복지동향>이 2015년 6월 200호를 발행한다. 수많은 필자, 편집위원, 편집간사, 자원활동가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값진 월간지는 아직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17년 간 매달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독자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후원회원이 있어 복지동향을 꾸준히 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0호가 발행되기까지 복지동향에 어떤 이야기와 인물, 기록 등이 있었을까?

 

복동이를 위한 편집인들의 고민줄거리

 

창간호에는 백종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전북대 교수)이 발간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항상 주변적인 이슈로 제기되었다가 사라지고 마는 복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관련 정보를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복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창간 첫돌기념사에서는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발간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염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1년 1월호와 2월호는 나남출판에서 나눔의 집으로 출판사가 바뀌면서 최초로 합본호를 발행했다. 3월호부터는 표지에 인물사진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주신 글씨로 제호가 변경되었다. 내부 구성이 바뀌기도 했지만 이때무터 지역통신원을 두고 지역의 현안 문제들에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2007년 2월 100호를 맞이한 복동이는 창간을 준비하며 세웠던 목표들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100호를 보면, 역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들의 좌담내용에 관련내용이 잘 정리되어있다.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발간이 이어졌으며, 다양한 복지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반면, 정보전달과 아젠다 전달의 기능이 충돌하는 문제, 협소한 독자층의 한계 등이 지적됐다. 그래서 200호를 기다리며 ‘쌍방향 소통’ ‘대중성 강화’, ‘명확하고 장기적인 지향점 수립’ ‘차세대를 위한 개선’ 등이 과제가 되었다. 200호를 맞이한 오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기도 하지만 그간 정체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표지로 본 복동이의 얼굴

 

복지동향은 200호를 발행하기까지 크게 3차례 표지디자인을 변경했다. 초창기 목차를 담은 표지였다가 출판사 변경과 함께 2001년부터 복지현장의 인물을 표지에 담았고, 2003년부터 현재와 같은 표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된 표지들과 함께 독자들이 알만한 표지인물을 소개한다.

 

숫자로 보는 복동이

 

복지동향의 표지를 넘기면 왼쪽에는 편집위원, 편집간사, 지역통신원 등이 표기되고, 오른쪽에는 목차에 따라 필자명이 표기된다. 이런 식으로 복지동향을 거쳐 간 사람들은 누구고, 몇이나 될까?

 

조사해본 결과, 41명의 편집위원, 14명의 편집간사, 19개의 지역통신원 단체 그리고 465명의 필자들이 그간의 복지동향을 만들어왔다. 가장 많은 원고를 작성한 필자는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로 60편의 원고가 실렸다. 그 다음 순으로는 남찬섭 동아대학교 교수, 허선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뒤를 이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많은 원고가 실린 필자는 김창보 前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순으로 조사됐다.

 

회원 및 시민들의 정보접근성을 돕기 위해 발행된 복지동향의 원고(표, 그림 등 제외)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고, 각 콘텐츠에 대한 누적된 조회수를 볼 수 있다. 조회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본 결과, 상위권에 ‘빈곤문제’를 주제로 한 글의 조회수가 높았다.

 

복동이를 향한 한마디

 

과거 복지동향의 내용, 구성 등의 변화와 흐름을 따라가 보니 누군가 더 큰 공을 세워 200호를 맞이한 것이 아니었다. 필자, 편집위원, 편집간사, 독자 모두가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결과다. 물론 앞으로 해결하고,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다. 그래도 복지동향 300호를 맞이할 때는 더 많은 독자와 필자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의 비전에 한걸음 더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독자들은 <복지동향>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발간 초창기 복지동향에 적혀있던 어떤 구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복지동향하면, 자장면이 생각난다. 나른한 오후, 사무실로 우송된 복지동향 위에 약간 불은 자장면을 올려놓고 먹다가 책 주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이 있어요...

이런 ‘느낌 있는’ 월간지를 기대하시라!

수, 2015/06/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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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가 바라는 복지동향-

 

사회 장지연 ㅣ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패널 이찬진 ㅣ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변호사

       윤홍식 ㅣ 복지동향 편집위원,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잔디 ㅣ 복지동향 편집간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곽경인 ㅣ 복지동향 독자, 서울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

정리 김남희 ㅣ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변호사

사진 이경민 ㅣ 복지동향 편집간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장지연: 오늘 이 자리는 복지동향을 만드는 편집간사, 편집위원, 복지동향을 읽는 독자가 한 자리에 모여 복지동향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복지동향, 어떻게 하면 독자가 늘어날까?

 

곽경인: 서울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복지동향 열혈독자 곽경인이다. 한 달에 한번씩 복지동향 제목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복지동향을 매달 가족과 같이 찍는다던지, 강아지가 읽는 것처럼 사진 찍어서 올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매달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매달 반복하다보니 요즘 호응도가 떨어진다. (웃음) 복지동향 발행부수가 현재 3,000부인데 30,000부가 될 때까지 홍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가 읽기에는 복지동향은 너무 어렵다. 기획 주제를 보고, 정독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장지연: 저는 이 정도 수준이 괜찮다고 본다. 자기 영역이 아니면 약간 어렵고, 자기 영역이면 약간 쉬운 정도인데 이 정도가 괜찮지 않을까.

 

곽경인: 현장에 공무원을 포함하면 사회복지사가 60,000명 정도 된다. 그 중 절반은 복지동향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사회복지시설에서만 1권씩 보면 좋을 것 같다. 복지동향은 사회복지현장에서 복지정책을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데, 쉽게 구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복지시설에 한 권씩 보내서 홍보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울에만 사회복지시설이 1,000개가 있는데 이런 사회복지 현장에서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윤홍식: 사회복지시설 과장들에게 전화해서 한부씩 봐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실행위원들이 영업사원처럼 전화를 걸어 독려하는 것이다.

 

장지연: 연구자들은 다른 학술자료와 같이 복지동향의 글을 검색해서 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주로 많이 보게 된다.

 

김잔디: 학교 다닐 때는 리포트 쓰기 위해서 많이 검색해서 많이 보았다. 최근에는 참여연대 간사들에게 읽히게 하기 위해서 간사화장실에 비치해서 독려하고 있다.

 

장지연: 사회복지 현장에서 행사할 때 부스 차리는 것 대신 책과 회원가입서를 비치하는 것은 어떨까?

 

김잔디: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에 들어가시는 교수님들께서 복지동향 홍보를 하면 좋겠다.

 

장지연: 복지동향을 널릴 알릴 수 있도록 영업만 생각하는 사람, 콘텐츠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인력사정으로는 어렵다.

 

이찬진: 많이 읽히는 것이 중요한데, 과월호를 전자북 형태로 무료로 배포하면 어떨까?

 

김잔디: 전자북은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도 이미 공개하고 있는데, 표와 사진을 빼고 텍스트만으로 과월호를 공개하고 있다.

 

장지연: 무료로 제공하는 것보다는 지금 정도 수준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복지동향에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보자!

 

곽경인: 전문지로 가면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다. 사회복지 현장의 얘기를 좀 더 넣으면 좋을 것 같다. 시민단체 성명서는 열린광장에 싣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현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윤홍식: 현장에서 글을 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김잔디: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글을 부탁하면 거절당할 때가 많다.

 

곽경인: 복지동향을 봤을 때, 내 주변의 아는 사람이 글을 쓰면 꼭 읽게 된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대중성 있는 사람이 글을 쓰면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윤홍식: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분을 편집위원으로 모시고 적절한 분들을 추천받아서 글을 싣도록 해보자. 곽경인 선생님이 해주셔야 할 것 같다. (웃음)

 

곽경인: SNS가 활성화되면서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 전국적인 유명 인사들이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똑같은 주제에 대하여 글을 써도 교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장지연: 기획을 하더라도 전문가로만 구성하지 말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잔디: 전략적으로 1년 계획을 짤 때 현장의 목소리를 넣는 것으로 하고 계획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기획주제에 대해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쓰라고 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

 

윤홍식: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는 지금 가장 현장에서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도 받고 글을 넣는 코너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현장동향’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복지동향, 잘 읽히고 있는 것일까?

 

곽경인: 복지동향은 펼쳐보면 잘 읽히지는 않는다. 용지의 문제인지, 디자인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좀 딱딱한 전문지 같은 느낌이 든다. 

 

장지연: “왠지”가 중요하다. 복지동향이 잘 읽히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곽경인: 뒤적거렸을 때 사진도 보이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다.

 

장지연: 디자인은 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윤홍식: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참여사회 디자인을 반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김남희: 저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소논문 같은 형식보다는 대담을 풀어놓은 대화체 글은 훨씬 잘 들어오고 흥미가 가더라. 최근에 간담회를 녹취해서 정리하고 대담형식으로 넣는 것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줄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과 대화를 풀고 사진을 넣어서 전달하는 것이 확실히 전달력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현장에 있는 분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찬진: 열독률은 얼마나 될까? 열심히 보는 것이 아니라 훑어보는 수준이지 않을까?

 

김잔디: 코너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독자 설문조사에는 기획을 많이 본다고 응답했다.

 

장지연: 독자들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대담을 넣는 것과 동시에 기존의 핵심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도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이 내용을 모아보면 그때 모든 핵심적인 이슈들을 짚어주고 있다는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알리고 싶은 깊이 있는 주제를 파고드는 복지동향의 정체성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복지동향 구성에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자!

 

이찬진: 보건의료나 주거, 노동 등 다른 분야 운동그룹의 목소리를 복지동향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1년에 4번 정도를 건강권운동, 주거운동 등 다른 그룹의 목소리도 중계하는 인터뷰 기사를 넣으면 어떨까?

 

김잔디: 그런 취지로 지금은 동서남북이라는 코너가 있다. ngo들이 자기들 핵심사업을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코너이다. 만약 인터뷰로 간다면, 질문지도 미리 만들고 정리하는 업무들이 손이 많이 가긴 할 것 같다.

 

윤홍식: 인터뷰어는 편집위원이 돌아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섭외하고 정리하는 것이 품이 많이 들어가긴 한다.

 

장지연: 인터뷰 코너를 만들어서, 복지동향 편집위원들이 인터뷰를 하고 녹취를 풀면 정리를 인터뷰어가 하는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자.

 

곽경인: 인터뷰를 하더라도 교수나 전문가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장지연: 당연하다.

 

이찬진: 복지동향을 위한 포럼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복지동향의 편집방향을 정하는데 복지동향을 매개로 한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최근 국민연금과 관련한 상황 같은 것을 정리하여 현장중계처럼 생생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능동적인 복지동향 읽기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복지동향 함께 읽기 운동을 하자!

 

곽경인: 사회복지 현장에서 복지동향을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홍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정책을 얘기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자기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에 매몰되게 된다. 정책도 보고 흐름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이끌어줄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복지동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홍식: 복지동향의 활성화는 사회복지 현장의 조직화 정도와 연결이 될 것이다. 조직화된 사람들이 모여서 읽기 시작해야 한다.

 

김잔디: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복지동향으로 매달 스터디를 하는 모임이 울산시민연대에서 생겼다.

 

곽경인: 사회복지사협회에서도 독서동아리가 3개가 있다. 동아리가 생기면 협회에서 지원도 해준다. 복지동향 동아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윤홍식: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복지동향을 통해서 복지국가에 대한 상을 보고, 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거리가 되는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동향에 참여연대의 운동성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산에서 복지동향 학습모임이 생겼다니 너무 고무적이다. 기회가 되면 그 모임을 기사화하면 좋을 것 같다.

 

곽경인: 복지동향 학습모임을 참여연대로 오라고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협회에서도 마중물이라는 독서동아리가 한 달에 두 번씩 계속 유지되고 있고 독서동아리가 계속 생기고 있다. 복지동향이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정책적 메마름을 해결해주면 좋을 것 같다.

 

복지동향에 참여연대의 색깔을 더 입혀야 할까?

 

윤홍식: 복지동향에 참여연대의 노선과 성격을 좀 더 분명히 하는 것으로 좋겠다. 그때 돌아가는 이슈 중심으로 기획이 구성되는데, 참여연대의 색깔을 좀 더 드러냈으면 좋겠다. 각각의 이슈에 대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드러났으면 좋겠다.

 

장지연: 필자 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참여연대의 의사나 색깔이 반영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막강한 것이다.

 

김잔디: 기획보다는 칼럼에서 우리 의견을 드러내면 좋을 것 같다.

 

김남희: 기획 주제 앞부분에 기획 주제의 취지와 의도를 설명하는 글을 편집위원 중 한분이 소개글을 “기획의 변”과 같이 반 페이지 정도 담으면 좋을 것 같다.

 

김잔디: 그것이 편집인의 글이다.

 

윤홍식: 차라리 편집인의 글을 없애고, 기획주제의 쟁점, 그리고 우리의 의견과 방향을 넣어서 기획주제를 설명하는 글을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찬진: 열린광장도 요약페이지를 만들어서, 내용을 정리하고 활동일지 같이 우리가 어떻게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보고하는 글을 넣어도 좋을 것 같다.

 

곽경인: 현장에서는 열린광장에 있는 성명서의 톤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윤홍식: 열린광장에는 현재 돌아가는 진보진영의 생생한 목소리가 그 곳에 담겨있다. 기획주제에는 참여연대의 색깔이 좀 더 분명하게 들어가야 한다.

 

이찬진: 시의성 있는 기획주제로 치고 나갈 것이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운동의 흐름을 아예 파악해야 할 것 같다. 

 

김잔디: 복지동향이 기관지 되는 것에 대해 약간 반대다. 여러 가지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윤홍식: 정보전달만 하는 글이 너무 많다. 우리는 복지국가 운동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복지국가 운동을 고민하고 복지국가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지금 운동방향을 알고 좌표를 잡고 싶으면 복지동향을 읽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들이 학술저널이 아닌데도 학술저널처럼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 색깔이 좀 더 확실했으면 좋겠다. 운동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글들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장지연: 기획주제는 성명서와는 다르다. 하지만 언론은 그 색깔이 있어도 그 것을 감추고 객관적인 척 해야 한다. 우리는 기획 주제 필자를 섭외하고, 칼럼에서는 교조적인 주장도 내고, 이런 정도가 맞는 것 같다.

 

이찬진: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임팩트있게 이번에는 우리 입장을 확실히 내겠다는 내용으로 기획하여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잔디: 필자들은 좀 더 강하게 쓰는 것을 좀 두려워해서 몸을 사리고 객관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섭외할 때 필자들에게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좀 더 강조해서 써달라고 요청하고 있긴 한데...

 

곽경인: 현장에서는 볼 책이 없다. 좀 더 대중적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지연: 글이 전반적으로 좀 어려운 것 같기는 하다. 필자들에게 쉽게 써달라는 요청을 하나?

 

김잔디: 항상 쉽게 써달라는 요청을 한다. 주 독자층이 현장이니까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을 중점적으로 써달라고 요청을 한다. 앞으로는 원고청탁서에도 이런 부분을 계속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나도 현장에 있다가 왔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 반영하려고 노력했는데, 나도 참여연대에서 계속 일을 하다보니까 현장과 좀 멀어진 것 같다.

 

아쉬움과 바람들

 

장지연: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복지동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 부탁드린다.

 

김잔디: 아쉬움이 가장 많은 사람 중 하나다. 복지동향을 보면서 나도 성장해왔기 때문에 애정도 많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집중을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좋겠다. 신경을 많이 쓰고 싶은데 못 쓰는 것 때문에 항상 죄책감을 느낀다.

 

윤홍식: 서울시 복지재단 이슈리포트 내는 데도 전담인력이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

 

곽경인: 복지동향이 월초에 나왔으면 좋겠다.

 

김잔디: 그게 참 어렵다. 복지동향과 다른 업무를 같이 처리하다보니 원고독촉도 한계가 있고 아무리 일찍 섭외해도 원고를 늦게 주시는 분들이 꼭 생기기도 하고, 원래 발간일이 15일이기도 하다.

 

장지연: 15일이라는 발행일이 애매할 수 있다. 합본호를 한번 내더라도 월초로 앞당겨서 발간해보면 좋을 것 같다.

 

곽경인 : 현장에 있는 활동가나 사회복지사들이 같이 한국복지국가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3,000명의 독자가 30,000명이 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

 

윤홍식: 복지동향 편집위원에 현장 분들도 모시고, 복지동향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도록 노력하겠다.

 

장지연: 여러 가지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부지런하게 애써보도록 하겠다.

수, 2015/06/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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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설문조사

“복지동향을 통해 복지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더 나은 복지동향을 만들기 위해 2015년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복지동향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지정 후원하는 독자 139명, 복지동향만 구독하는 독자 37명, 총 176명의 독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설문개요>

 

1. 조사 목적 : 복지동향 200호를 맞이하여 독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복지동향 활동에 활용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함

2. 조사 방법 : 설문지를 이용하여 이메일 조사

3. 조사 대상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회원과 복지동향 정기구독자

4. 조사 기간 : 2015년 4월 22일~5월 10일

5. 조사 응답 : 총 176명(회원 139명, 비회원 37명)

 

1.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는?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응답자의 71%(125명)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외 ‘참여연대 지원 차원에서(16%)’,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풍부해서(9%)’, ‘보던 거라고 그냥 계속 보고 있음(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독자들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복지동향을 구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복지동향 창간 목적에 일정정도 부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현 복지동향 코너 중에서 제일 관심 있게 보는 코너는 무엇인가?

 

현재 복지동향은 총 5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코너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9%(122명)가 ‘기획주제’를 꼽았다. 뒤를 이어 ‘동향’이 16%, ‘칼럼’이 10%, ‘열린광장’이 3%로 나타났다. 반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는 ‘동서남북’ 코너가 1%로 응답자의 선택이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최근 2년 복지동향 기획주제 중 인상 깊었던 주제는?

 

최근 2년 동안 복지동향 기획주제 코너에서 다뤘던 주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에 대한 질문에 ‘복지국가재정/조세정책’이 76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뒤를 이어  ‘무상복지논쟁’이 53표를 얻었다. 그 이외는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일터(29표)’, ‘정부예산안평가(28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개편(27표)’, ‘청년문제(24표)’, ‘참여연대사회복지운동평가(23표)’ 등이 비슷한 득표율을 보였다.

 

4. 앞으로 복지동향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복지동향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성을 강화했으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 ‘페이지가 늘어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20%를 차지했다. 그 외 2%의 독자는 ‘표지 디자인과 내부 편집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신진 연구자나 새로운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의 투고 확대’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획주제의 필자가 대부분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독자에게 기획주제 구성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복지동향이 현재와 같이 전문성은 유지하되 독자들에게 쉬운 구성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 같다.

 

5. 복지동향이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한다면 투고할 의향이 있는가?

 

복지동향에서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하게 되면 응답자의 45%가 복지동향에 글을 투고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반면 53%는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6. 복지동향 구독을 주위사람들에게(친구/지인)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가?

 

응답자의 95%는 복지동향을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회원과 비회원 모두 권유할 의향이 각각 96%, 92%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에 관한 것이다.

 

1. 응답자의 복지동향의 구독기간은?

 

응답자의 복지동향 구독 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이 108명(62%)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1년 미만이 27명(15%),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3명(13%), 10년 이상이 18명(10%)로 나타났습니다.

 

2. 응답자의 성비

 

응답자의 성별구성은 남자 49%, 여자 50%로 균등했다.

 

3. 응답자의 연령 분포

 

연령대별 분포는 40대가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0대가 29%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과 20대는 각각 15%, 14%임을 알 수 있었으며 60대가 3%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4. 응답자의 직업

 

응답자의 직업분포를 살펴보니 ‘복지분야 종사자’가 44%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사무직/전문직’이 20%, ‘교수/연구직’이 14%, ‘학생’이 5%, ‘자영업/사업’, ‘활동가’가 4%로 나타났다.

수, 2015/06/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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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난민의 소수성에 시비한 다수의 무시는 잔인한 폭력이다. 배제된 적극성을 방패로 존재하는 자의 시간과 공간을 비현재화 하는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존재자체가 역모’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존재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에서 난민은 존재에 대한 인정조차 거부되었다. 때문에 문화다양성의 가시성이 재촉한 다문화의 기류 속에도 난민은 쟁점의 표면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줄 곧 우리 사회는 난민의 존재를 외면해 왔다.    

 

2014년 한해 전쟁이 야기한 난민은 5,590만 명에 이른다. 시리아에서만 4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지중해를 건넜고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향했다. 2015년 5월까지 우리 정부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건수는 이미 11,172건에 이른다. 우리라는 인지적 공간 내에 존재한 바 없는 난민이 이미 우리의 경계 내에 터했음이다.

 

이 중 496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었다. 5%를 넘지 못하는 인정률이다. 올 한해 1,633명의  신청자 중 1.2%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국의 평균 인정률은 3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정상범주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인구수 대비 난민인정자 비율은 0.0005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 0.2명과 견주기도 민망한 수치이다. 난민을 가장한 불손한 의도에 기만당하지 않겠다는 강박이 기승한 결과이다.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이름 ‘난민’은 절박에 기댄 비참의 인내를 요구한다. 난민으로 인정되기까지 생존은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옹색한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1) 그나마 6개월의 지원을 끝으로 생존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곳에서 난민은 생존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쟁을 강요받는다. 난민의 뿌리 되기를 거부하는 우리 정부의 비겁한 자기표현이다.

 

이산은 우리의 역사적 현실이다. 피난민은 과거의 우리이며 여전히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다. 연유와 형태는 제각각이나 이동은 현대인이 삶을 운영하는 방식이고 동력이다. 이산과 난민은 이동의 결과이다. 나고, 자라고, 늙어갈 공간이 서로 다른 이동의 시대에 난민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는 좀 더 ‘떳떳’해야 한다.

 

1) 난민신청자는 4인 가족의 경우 월 1,105,600원의 생계비를 6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70,000의 66%에 불과한 금액이다.

월, 2015/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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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공무원 연금, 무상급식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몇몇의 이슈가 연일 뉴스의 맨 처음을 장식할 만큼 뜨거운 사회적·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보수적 정치세력이 복지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절대적 빈약성 때문에, 새로운 복지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확충하려는 시도가 쟁점화되어왔던 것과는 정 반대의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연달아 직면하는 공통적인 사회복지 상황이다. “모든 노인에게 2배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으로 노인층의 스타가 되었던 대통령의 행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반복지적 움직임이다. 물론 이 기초연금 공약도 허공에 날아가버린지 오래이다. 연금이나 학교급식의 이슈에 비해 다소 조용히(?) 진행되어버린 또 하나의 주요한 이슈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역시 복지의 보강이라는 방향이 아니라 복지의 후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간의 최저생계비와 연계된 통합급여체계의 시대를 뒤로 하고, 개별급여와 ‘급여기준선’에 토대한 제도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얼핏 듣기에 공공부조제도의 전문적 기술사항의 변화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기초보장제도의 개혁을 요구해왔던 결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수급자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 사이의 공공지원의 격차,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 최저생계비를 절대적 방식으로 계측하면서 계속 그 수준이 하락되어왔던 문제, 비현실적으로 낮았던 주거급여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들과 개선요구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현재의 제도개편 방향은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개선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방향이며 너무나 개탄스러운 것이다.

 

첫째,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전환되었다고 정부는 표현한다. 그런데 애초에 개별급여 주장이 나타났던 이유는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층 등의 경우에도 (생계급여는 받지 않지만) 주거나 의료 등의 영역에서 폭넓은 사회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은 주거나 의료급여의 확대라기보다는 생계급여의 대상과 보장수준을 축소하는 결과로 귀결되어버렸다.

 

둘째, 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의 방식전환을 표방하였다. 기존에 시민단체에서는 (수백 가지의 물품가격을 더한 전물량방식으로 측정하는) 절대빈곤선 방식의 최저생계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바 있다. 이는 수급자 혹은 빈곤층의 생활과 필수품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규격화’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있고, 그 수준 역시 너무 낮아서 일반적 생활 모습과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상대빈곤을 표방하였다고 하지만, 중위소득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중위소득 산정방법마저도 예전에 일반적으로 논의해왔던 자료들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하는 꼼수를 부렸다. 여러 편법을 동원하여 결국 상대빈곤선 측정방식을 도입하되, 그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약하고 있다. 결국 상대빈곤방식으로의 전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셋째, 주거급여를 독립된 방식으로 도입하였으나 그 실제 운영에서 별도의 전달체계 라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공급자 이해관계 위주의 개편이 되고 있다. 이는 비용의 문제, 일선 현장성이 없는 제도의 운영 등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권리성의 삭제이다. 그간 학교의 강의 등에서, 15년 전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뀌었을 때, 그 가장 큰 의미는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근대적 권리성 공공부조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최저생계비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임의적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 최저생계비 이상의 보장수준에 대한 국민의 권리성이라는 부분이 사실상 없어졌고, 예산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국가가 축소나 철회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개편은 결국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원래의 방향(실질적 보장수준의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에 대해 접근해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궤도의 이탈은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야할 길과 멀어져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리나라의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소득보장 체계가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가 공공부조제도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개선은 공공부조제도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줄여가는 소득보장 체계의 정상화, 즉, 연금제도, 각종 수당, 임금체계 등의 개편과 보강을 통해서 관철되어야지 무조건 공공부조제도의 축소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에 대한 복지지원 내실화를 시도하였다기 보다는 명백하게 “불필요한(?) 복지지원의 구조조정과 축소”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 모녀법’이라는 범주 안에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섞어 넣었다. 민생지원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개악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수사를 사용하여 마치 ‘보강’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번 개편내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해보아도 세 모녀 사건은 예방이 가능하지 않다. 세 모녀 사건을 포장지 삼아 오히려 복지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민사회와 친복지 진영은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더 큰 다른 유사한 이슈들에 묻혀 빈곤층에 집중된 사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 해체는 정부와 보수정당의 이해관계 속에 무난히 진행되어 버렸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 시민사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보장수준의 향상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최저생계비 상승과 측정방식 변화, 부양의무자 기준의 철폐, 탈수급 저해요인인 차상위층 이상에 대한 부분적 지원방식(개별급여)의 보강이나 소득공제제도 보강을 요구해왔다. 허무하게도 이번 정부의 제도개편은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개별급여‘와 ’최저생계비‘ 이슈를 다루었다. 그리고 국민의 복지권이라는 것을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정부는 행복이음 등 전산망을 통해 부정수급을 줄이겠다는 감시적 전산망 운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도개선 요구의 기초가 되었던 ‘권리성 공공부조’의 기반 자체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특정 부분에서 보장수준을 높이려 했던 미시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 정부는 복지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의 축소’와 ‘권리의 해체’를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을 ‘회복’하려는 시민사회는 기초보장제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보다 넓은 연대의 활동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지향 혹은 복지국가운동이 선별주의적 제도의 전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살리는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많은 것을 위임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불행히도 야당 역시 최근의 복지의 권리 해체 상황에서 보수적인 프레임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었기에 신뢰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 모녀’를 혹은 심지어 ‘장그래’를 살리려는 진정성은 정치가 직업인 현재의 그 누구에게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구도의 정당정치에서 수단을 찾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여론화의 밑바닥 작업을 더 필요로 한다. 국민들의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힘으로 보수 정치권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그간 너무 정치권과 입법부와의 소통기술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대가를 지금 치루고 있다.

금, 2015/04/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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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엄규숙ㅣ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번호 복지동향 기획주제는 2016 년도 보건복지예산안 분석이다. 기초보장,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분야로 나누어 보건복지부 예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기초보장 분야는 2015년 7월 소위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이후 내년도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6%나 삭감되었다. 정부가 주장하는 탈수급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욕구맞춤형 개별급여’가 아니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예상했듯이 ‘예산맞춤형 분절급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이후 노정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동향에서 더 깊이 살펴보았다. 수급자 선정과정이 더 복잡해지면서 수급자의 권리 침해가 빈번해진데다가 부양의무자 족쇄는 여전히 강고하다.

 

보육분야는 전체 예산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이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고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마찰이 잦은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 몫인데다 어린이집 확충 등 인프라 투자도 최소 수준으로 시늉만 낸 듯하다. 확보된 예산은 대부분 보육료지원용이다. 영유아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 지원과 같은 현금성 지원이 작년에 이어 8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어들어 전체 보육예산 대비 0.6%에 불과하다. 작년도 실적도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기보다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노력한 성과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육료지원 예산도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구분하여 지원율에 차등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여 모든 아동의 보육받을 권리가 분절화되고 경력단절 여성의 보육서비스 이용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보육공공성이 강화되기는커녕 약화되고 있다.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예산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취약계층 아동 관련 예산과 아동복지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위한 예산 감소가 눈에 띈다. 특히, 요보호아동에 대한 지원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일반회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복권기금이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떠넘겨졌다.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 장애인,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과 달리 아동복지시설 운영 예산은 여전히 국고보조사업 환원에서 배제되었는데, 이는 정부가 보육사업 빼고 아동∙청소년 복지의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인복지 분야 예산 규모는 전년대비 3.8% 증가했지만 후기 노인, 치매노인, 만성질환 노인의 증가를 고려할 때 여전히 부족한 편성이다. 대부분이 기초연금 예산이고, 장기요양서비스의 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늘어 가는데 비해 노인돌봄서비스의 질적 양적 축소가 확연하다.

 

다음으로 보건의료제도의 핵심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가입자수 증가율, 보수월액 증가율을 반영하지 않고 축소 편성되었다. 반면 서민의 쌈짓돈인 담뱃값을 인상하여 국민 건강증진이나 예방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 활성화’에 투입되고 있다.

 

장애인복지 분야의 예산은 소폭 증가하였지만, 노령 장애인 증가와 장애인 가구 증가를 고려할 때 충분치 못하다. 복합적 욕구를 갖는 장애인의 증가를 고려한 예산 소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산 편성이다.

 

전반적으로 2016년 예산안은 지난 8년 동안 보수정부 하에서 진행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화의 핵심인 (1)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를 통한 시장의 역할 확대, (2)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및 공공책임성 방기, (3) 가족의 역할 강화로의 기조를 더욱 강화한 예산안이라는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의 평가이다.

 

분야별로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한 것 뿐 아니라 복지예산의 지출구조를 변화시키는 조치도 같이 진행 중이다. 동향에서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를 집중 조명해봤다. 지방자치에 위배되는 반 복지적이고 비민주적 정비이고, 주민복지욕구우선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수요자중심 복지와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비조치이다. 정부가 이 조치의 법적근거로 내세우는 법조항들이 견강부회일뿐더러 지자체 자체사업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정비조치임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사회복지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의 예산 부담을 지방정부에서 의무적으로 함께 져야하는 현재의 예산제도 때문에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강행되면서 민주화에 역행하는 역사교육 퇴보 징조에 시민사회와 야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청소년들부터 원로 학자들까지 연일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지켜내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더니 역사 속에서 독재시대 국정교과서 귀신을 불러낸 정부여당이 뻔뻔스럽게 민생을 챙기자 한다. 좋다. 민생을 이야기 하고 싶다면 이번호 복지동향을 읽고 부디 서민의 팍팍한 삶을 돌아보시라. 점점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시민의, 국민의 분노가 작년에는 대한민국 치킨지도라는 자조적인 이미지파일로 SNS에 회자되더니 올해는 흙수저, 금수저 패러디로 더 적나라해지고 있다. 민심에 역주행하면서 민생을 외치는 참 나쁜 그대들이여.

화, 2015/1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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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기초보장분야

 

허선 l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2015년 7월 1일 대폭 개편되어 정부가 칭하는 ‘맞춤형 개별급여’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보건복지부 소관 기초생활보장 예산액은 8조7,1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 삭감되었다<표2-1>. 삭감된 주요 이유는 기존의 보건복지부 소관이었던 주거급여와 교육급여가 각각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사업으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개의 개별급여를 포함해도 인상률이 6.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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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의 목적을 ①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 유인을 제고하고, ② 급여별 선정기준을 현재 보다 높은 수준의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반영하여 대상과 보장수준을 높이며, ③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여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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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대상을 늘리고 보장 수준을 높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다층형 급여체계로 개편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의 시행 초기라 아직까지 수급자수 증가가 확정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금년과 같은 6개월 시행이 아닌 1년간의 시행이기 때문에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함에도 기초생활보장 평균예산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의 예산 편성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예년 수준의 수급자수를 의도적으로 유지하여 예산 확대를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예산편성 내용을 살펴보면 4가지의 개별급여 중에서 가장 인상률이 높은 예산은 생계급여(21.2%)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탈수급지원(22.1%)이다. 그에 비해 의료급여(2.9%)와 교육급여(6.9%, 교육부 소관)는 소폭 인상에 그치고 있다. 주거급여의 경우는 오히려 삭감되었다(△8.8%).

 

세부사업 평가

 

2016년 생계급여 예산은 3조2,728억 원으로 전년대비 21.2% 인상하였다. 그러나 수급자수를 전년도 기준(135만 명)으로 하여 편성한 예산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사각지대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반영되지 않았다.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기준을 현재 수준보다 높은 상대적 수준(중위소득의 29%)으로 인상하였음에도 정부는 수급자수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여 2016년 예산을 편성하였다.

 

2016년 의료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2.9% 인상에 불과하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자수가 줄어든다는 예상 하에 편성한 예산으로 의료비 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타법적용수급자 수가 감소되는 추세를 반영하였다고 하나, 근거를 밝히지 않았으며 타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면 이는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 수급자가 줄어든다는 예상으로 예산을 과소 편성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으로 신규수급자가 12만 명 증가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왔음에도 금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정부는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의 이유로 ‘탈수급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혀 왔다. 예를 들어 ‘의료비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급여 혜택만 주면 수급자에서 머무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의료급여 수급자 선정기준을 기존의 기초보장수급자 선정기준 보다 높지 않은 기존의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정하였다. 그러나 기존수급자에 대한 탈수급의 유인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수급자수를 오히려 줄어든다고 가정하여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축소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시행된 교육급여의 경우, 기존의 수급자 선정방식과 달리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수급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교육부로 이관된 2016년 교육급여 예산은 6.9% 인상에 불과하며 턱없이 부족한 예산편성임을 알 수 있다.

 

국토부로 이관된 2016년 주거급여 예산은 오히려 8.8% 삭감된 수준이다. 주거급여는 임차가구의 경우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실제 임차료 지급하고, 자가가구는 주택노후도에 따라 수선비용(주택개량)을 지원한다. 그러나 주거급여 예산이 기준임대료 상승률인 2.4% 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편성이라 할 수 있다.

 

결론

 

정부가 원대한 계획을 갖고 다층형급여체계를 도입하여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첫 해이며, 대규모로 존재하는 빈곤사각지대(정부추계 약 100만 명)가 존재함에도 예산을 소폭으로 인상한 것은 빈곤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그동안 다층형급여체계 개편시 수급자수를 기존 보다 훨씬 늘려 220만 명(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4.11.17.)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음에도 2016년도 예산안을 볼 때 계획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최근 빈곤율이 감소되었거나 실업률이 대폭 낮아졌거나 또는 경제지표가 매우 좋아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수급자수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개선하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201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국민들의 실생활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말하는 탈수급과 사각지대해소를 위한 ‘욕구맞춤형 개별급여’가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비판하는 ‘예산맞춤형 분절급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으로 반복지적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화, 2015/11/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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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분석총론 : 잔여주의적 체제를 공고화하는 반복지적 예산안

 

이찬진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변호사

 

박근혜 정부 4년차 보건복지예산(안)의 기조

 

정부의 보건복지예산(안)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공공부조 현상만 유지하는 것임. 보육 및 제반 돌봄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전반의 축소 기조이며 잔여적 복지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표1-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 4년차인 2016년도 사회부문(보건・복지・고용) 예산은 기금 포함 122조 원으로 편성되었다. 이는 2015년도 대비 6.4% 증가한 규모이나 2010년에서 2015년까지 평균 증가율 8.4%보다 2%p 낮다. 보건복지예산안 중 사회보험 기금을 제외한 일반회계 예산은 ‘15년 추경대비 △3.0%(△1조 230억 원) 감소한 32조 9,160억 원이다<표1-2>. 기초생활보장의 개별급여 항목인 주거급여 및 교육급여 예산 1조1546억 원(주거급여 1,009,960백만 원+교육급여 144,646백만 원)을 합산하여도 전년대비 증가율은 0.4%(1,316억 원)에 불과하여 교육 및 주거급여 예산을 포함한 기초보장분야 예산 증가율 6.4%와 사회보험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절대적 감액 또는 실질적 감액이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기초연금이나 의료급여 등 의무지출예산의 자연증가분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질적인 복지축소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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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예산안은 지난 8년 동안 보수정부 하에서 진행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화의 핵심인 (1)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를 통한 시장의 역할 확대, (2)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및 공공책임성 방기, (3) 가족의 역할 강화로의 기조를 더욱 강화한 예산안이다.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욕구별 맞춤형 개별급여 체제로 전환한지 2년차가 됨에도 2016년 예산안은 2015년 9조2,649억 원보다 5,525억 원 감액된 8조 7,124억 원으로 편성되어 비수급 빈곤 사각지대 해소는 요원한 실정이다.

 

생계급여기준선이나 의료급여기준선이 모두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종전 최저생계비보다 높게 설정되었는데도 2016년도 예산안에서도 수급자 수가 정체되는 것을 기초로 예산 편성을 하고 있다. 결국 201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으로는 ‘세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공공부조의 핵심적 문제인 비수급빈곤층 문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3.8% 증가하였으나 기초연금 수급 노인 16만 7천 명 증가(수급자수 3.6% 증가)에 기준연금액 증가(1.1%)조차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70%를 하회하는 대상자들에게 국한하여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현실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기초연금 예산은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포괄하고, 중간계층 이상의 시민들의 노후보장은 공적 사회보장에서 배제하는 선별적 복지의 기조를 분명히 하는 예산이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책임성의 악화 및 시장화 지속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의료시장화(상업화)와 민간 중심의 돌봄서비스 정책이 있다.

 

아동 돌봄으로 대표되는 보육예산에서 가정양육지원사업 및 시간제 보육이 확대되는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노인예산 중에서 공공노인요양시설확충 예산의 감축을 통하여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 제도 폐지·축소 심의 조정을 통한 지역복지의 축소

 

올해 박근혜 정부는 중복적인 복지제도의 정비와 지역 간의 복지 형평성 및 지방재정 절감 등을 명분으로 사회보장기본법상의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역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협의권과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사회보장위원회의 의결로 전국 지자체의 자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중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496개 사업, 9,997억 원 규모의 지역별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전국적으로 하달한 것이다.

 

또한 올해 9월 30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사회보장위원회의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에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해당 자체사업에 소요된 예산만큼 교부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조문을 신설하여 지역복지 제도의 폐지・축소 강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미흡한 사회서비스 제도를 지역 특성에 맞게 보완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강제로 축소・폐지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2016년도 사회보장위원회 분야 예산은 전년도 대비 110%로 크게 인상되었다<표1-3>. 이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보장위원회를 내세워 2015년도 하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앙정부 강제하의 ‘지역복지 폐지・축소 및 전국적 하향 평준화’의 정책적 기조는 더욱 확대되고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따라서 반복지적 기능 확대에 투입되는 사회보장위원회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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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예산(안)을 통해 본 한국 복지체제

 

한국 복지체제는 공적역할을 제한하고,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는 잔여주의적 성격의 복지가 강화되고 있다. 현 정부는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할 기회를 차단하고, 각자 도생하는 길을 재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중 일부에게만 선별적인 공적복지를 제공하고, 비취약계층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위험에 대한 대비를 시장을 통해 담보하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보수정권의 의도는 보편적 복지체제를 위한 사회적 연대의 근간을 불가역적으로 해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2016년도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지자체에 대한 사회보장사업 관련 보건복지부의 협의권 및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권행사와 불이행시의 지방교부금 삭감이라는 재정적 강제수단을 통하여 지자체 차원의 사회보장제도를 대폭 폐지・축소하는 정책 기조가 더욱 강화되어 전반적인 복지축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이는 보편적 복지의 강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 체제가 공고화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화, 2015/11/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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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ㅣ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픔이 오래가면 이 또한 무감해지는가 보다. 내 몸의 피로와 상처도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는 데 남의 아픔인들 안 그렇겠는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절망했던 시간이 희미해져가면서 이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헬조선의 청년들 그리고 기본적 생활조차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우리 시대 불감증은 그렇게 보편화되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즉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하여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암흑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고통보다 보지 않는 고통이 더욱 많은 법이다.

 

2016년 총선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2012년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또 다시 2년 만에 찾아온 선거에서도 우리는 비참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심판론이 판을 치고 있다. 야당은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는 한편, 청와대는 국회를 심판하자고 하며, 혁신세력은 현역을 심판하자고 하고, 진보는 낡은 정치를 심판하자고 한다. 심판을 할 대상은 이렇게나 많은데, 이들을 모두 심판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서로의 아픔에 민감하게 될 것인가? 아니라면 무능함은 통치자나 정치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가 그렇게 정치로만 남아있을 때,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사회적 신경세포는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란 가치와 권력의 배분과 관련한 것이다. 일단 가치와 권력이 배분되면 그 구성에 따라 세상만사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선거는 이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권력이 아무리 바르다고 판단할지라도 지난 동안 세상만사가 어지러우면 그 선택에 대한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이 요구된다. 이는 정권이나 정치인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심판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업을 국민들이 선택하였다. 다만 국민이 선택한 권력은 집권 후 그 모든 위임된 권한을 방기하고 약속을 파기하였다. 그럼에도 선택은 옳았는가? 이러한 판단이 쉽지 않은 이유는 대안적 선택이 그렇다고 희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도 있지 않아서이다. 즉 어떠한 정치적 선택도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명확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반성할 기준도 없고 정치적 무능감이 사회적 불감증으로 전이된다.

 

결국 선거 정치가 사회를 바꾸려면 내 한 표에 대한 성찰과, 희망을 제시하는 대안 정치세력의 존재,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각 정치세력은 명확한 인과 관계에서 선거와 정책을 연결시키고, 시민들이 그 선택의 결과를 현재의 고통과 비교하여 상시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번 복지동향은 이러한 취지에서 ‘선거정치로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었다. 총론으로 남찬섭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번 총선이 한국사회의 전환기적 성격에 대응하여 복지국가를 주도할 정치세력의 등장이 요구되며 또한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대안사회 요구가 여전히 유효한데 집권 초기부터 그 민심을 배신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남기철 교수는 현 정부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형성과 양립할 수 없음이 분명한 이상 이들에 대한 심판이 없다면 보편적 복지국가의 전망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보영 교수는 이에 더 나아가 심판론은 대안이 없다는 안일함의 표현일 뿐이며 대안의 설득력과 구체성의 싸움을 전개하기 위하여 싱크탱크의 역할을 주문하였으며,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지역복지운동단체들이 지역주민들이 공감하는 복지이슈를 총선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대중정치활동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2016년 총선, 한 달 남짓한 기간, 선거정치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목, 2016/03/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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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편집위원장

 

출산율은 자녀세대에 이 나라를 ‘살만하다’ 추천할 부모세대의 의사를 가늠케 한다. 2015년 대한민국의 출산율 1.25명, 이 나라를 살만한 곳으로 추천할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녹녹치 않은 이 나라 부모의 오늘을 낯 뜨겁게 드러낸다. 고달픈 부모 밑에 행복한 아이, 기대하기 어려운 조화이다. 때문에‘ 부모 되기 어려운 나라’는 ‘어린이가 불행한 나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좋은 보육이 나라 고민의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무상보육 재정을 축에 둔 중앙정부의 처신은 나라살림이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잊고 있는 듯하다. 중앙정부가 약속한 무상보육의 뒤 이은 책임을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에 전가하고 있다. 신뢰를 저당한 중앙정부의 자기부정으로 무상보육은 표류 중이다.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은 무상보육 재정의 책임을 떠안고 중앙정부를 대신해 비난받이가 되었다. 바닥이 드러난 지방정부 살림에 빚내어 무상보육을 꾸려보라는 악수(惡手)가 중앙정부의 해법이다. 불어난 빚과 함께 떠안은 누리과정 예산의 무게로 지방정부는 침몰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와해한 무상보육의 정치적 효력은 2012년 대선을 통해 확인되었다. 무상보육으로 낚은 국민의 지지는 박근혜 정부가 추수하고 재주는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이 부려야 하는 형국이다. 이미 171,013억원의 채무로 버티기 힘든 지방교육청에 3.9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하는 재주까지 강요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의 꼼수로 마련한 지방채를 빌미로 여력 없는 지방정부의 고삐를 틀어 쥔 모양세다.

 

사회복지 재정부담을 이유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은 깊고 쇠다. 이 달 복지동향은 누리과정 예산을 벼리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의 지점과 쟁점을 살펴보았다. 법, 보육, 재정 전문가의 면밀한 분석과 논지는 누리과정 예산의 골 깊은 갈등지형을 선명히 드러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보육의 최근 동향으로 어린이집 초과보육에 대한 서울시 보육정책위원회의 결정을 소개했다. 미국의 난민인정절차와 정착지원에 대한 최근 동향도 다루었다. 

금, 2016/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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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ㅣ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이번호는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은 재정안정화의 기조 속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연기금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하나인 공공성의 차원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론적 함의만 가진 채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웠다. 장기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공적연기금의 고유성을 간과한 채 재무적 수익에 버금가는 가시적인 효과성의 입증에 대한 압력은 공적연기금을 금융투자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적연기금은 사회보장기금으로서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사보험과 같이 적립기금을 쌓아놓고 남은 기대여명에 따라 모은 돈을 이전시키는 수평적 재분배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사회적으로 부양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연대는 일방적인 이전이 아니다. 세대의 연속성이 보장될 때 사회적 부양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공적연기금을 현 세대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공공투자를 시도한다면 국민연금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세대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이런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육시설, 장기요양시설, 재활병원 등의 구축을 위해 사회적 효용의 범주를 제시하고 경제적 효과성까지 예측한 시도는 주목할 이유가 있다. 여기에 제시된 사회서비스 인프라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는 영역이다. 문제는 거버넌스이다. 공적연기금의 사회적 투자를 저해해왔던 투자 수익 가시화의 압박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누가 운영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는 여기서 도출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은 외면한 채 거대 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정부의 시각을 국민의 일상으로 돌려놓고 기금의 사회투자를 통해 선순환구조를 강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국민연금기금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고민과 협력 속에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 더욱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우후죽순격의 혼란스럽고 산발적인 보호체계의 난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면하게 한다.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사각지대들이 대상별로 한 부분씩 봇물 터지듯 감춰진 생채기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와 사회복지계는 새로운 전달체계의 확충과 지지기반 강화의 한 목소리로 땜질해왔다.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점검과 일원화된 시스템의 요구도 필요하지만, 복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졸속적인 관리운영시스템의 전환으로 입막음하려는 관행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개별 사례별로 민감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공적영역의 행정인력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동과 노인이 여전히 보호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생애주기별 복지시스템을 주장해왔던 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또 다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스템 점검, 실태 조사, 미봉책의 대안 마련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복지계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제도적 완비의 요구라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제도의 구축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복잡해지고 있다. 오히려 과잉시스템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 삶의 질에 대한 고려 그 자체이다. 실태조사와 지원대상자의 발굴에서만 머무르는 관행을 멈추고, 보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행정과 복지를 시스템적으로 구분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뜻밖의 정국 전환으로 그동안 막혀왔던 복지정책도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누구나 만끽하는 5월의 봄이 이어지길 바란다.

일, 2016/05/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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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2016년 5월호 제211호

이은주 ㅣ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기획1] 국민연금기금 사회투자논쟁의 재조명

주은선 ㅣ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기획2] 국민연금기금 사회적 활용방안 - 보육 인프라 확대를 중심으로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기획3] 국민연금기금의 국공립 노인장기요양시설 인프라 투자 방안

이미진 l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향1] 아동학대, 의무보호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조흥식ㅣ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향2] 가정폭력방지 정책은 가정폭력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현진희 l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향3] 노인인권 관점에서 노인학대 정책 방향 모색

권금주ㅣ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복지톡] 취업맘들의 와글와글 양육분투기

패 널 : 김남희, 주소현, 오연희

 

[복지칼럼] 총선공약과 복지

정형준 l 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생생복지] 전북희망나눔재단 ㅣ 경기복지시민연대 ㅣ 우리복지시민연합 ㅣ 서울복지시민연대

일, 2016/05/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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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복지동향 6월호는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안정화 방안’이 어떤 점에서 방향을 잘못잡고 있는지 따져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하였다. 이 ‘방안’은 4대 사회보험과 특수직역연금(공무원, 군인, 사학)을 7대 사회보험이라고 통칭하고, 이들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를 위하여 재정전망주기와 추계방식을 일치시켜나가면서 통합 관리할 것과 여유자금의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안’에 담긴 정책방향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다보면 곧바로 드러난다.

 

도대체 사회보험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위험에 연대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노동자와 사용자가 갹출하고 국가가 제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보험을 통하여 노후생활, 실업, 질병, 일자리에서의 재해라는 위험에 닥친 시민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호막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제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는 조세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사용처가 정해져 있으니 목적세에 가깝다고 하겠다. 세입과 세출을 맞추어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절약하여 돈을 남기는 것은 가계에서는 미덕일 수 있지만 국가재정에서는 옳지 않다. 더욱이 저성장 시기에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낭패를 볼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전혀 없다.

 

사회보험의 재정운영 원리가 단일한가? 달리 질문하자면, 재정운용방식을 통일하는 것이 합당한가? 국민연금은 부분적립식으로 특정시기에 기금이 축적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외에 건강보험, 실업보험, 산재보험은 애초에 이런 원리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거액의 미사용 금액이 남았다면 그것은 보험료를 너무 많이 거두었거나 지급해야할 급여를 다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 자체로 정책을 잘못 집행했다는 증거이다. 이를 두고 ‘여유자금’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러므로 국민연금과 여타 사회보험의 재정전망의 목적과 주기는 같을 수가 없다. 인구증가율이나 실업율과 같은 중요한 모수를 일치시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손쉬운 일이므로 이를 두고 통합관리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으리라.

 

우리가 ‘사회보험재정 안정화 방안’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이것이 재정안정이라는 매우 부차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두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보험급여의 축소를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정부의 태도를 일반 시민에 까지 전파할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 기금을 경기부양이나 산업정책, 심지어는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한 쌈짓돈처럼 사용하게 만드는 길을 열게 될 수 있다.

 

낙수효과를 신봉하며 부자감세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할 때에도 복지나 사회보험 급여 지급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결론으로 내려졌었다. 이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겠다며, 전세계적인 저성장의 시대를 핑계 삼는 정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결론은 복지나 사회보험급여의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으로 내려지는 것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금, 2016/07/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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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포함은 불법적 시도

 

정형준 l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정부가 2016년 3월 29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주재로 7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우선 기재부가 사회보장제도인 사회보험의 수장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 자체가 심각한 권한 남용이다.
사회보험은 각기 자신의 목적에 따른 ‘목적성 기금(보험)’의 형태를 띄고 있다. 기재부가 이들 공단 이사장을 모두 불러 모으려면, 최소한 국고지원비중(조세지원비중)이 일정수준을 넘어서 가입자(수익자) 권리를 일반회계를 관리하는 기재부가 직접 행사할 자격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제 대부분의 연금과 사회보험은 거의 전적으로 가입자(국민들)의 직접 기여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의 일방적인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그리고 ‘재정추정’ 모두 월권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은 독립된 ‘건강보험법’의 규정을 받는 ‘사회보험’으로, 주요 핵심 정책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 이번에 확정한 ‘7대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추진 방안’(이하 추진방안)<그림 2-1>에 포함된 내용도 심각한 문제다. 건강보험에 대해서 자산운용 결과를 설명하며, ‘단기간에 적립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기관’으로 묘사하고, ‘해외, 대체 투자’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은 탈법적, 비합리적 처사다.

사실 건강보험의 경우에는 개념상 투자 수익률 같은 용어가 존재할 수 없다.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단기보험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 기금과 평행선상에서 밝히며, 여타 사회보험 중 가장 수익률이 낮다(2.2%)고 밝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기본 원리와 근간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행위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건강보험 누적금(흑자)은 잘못된 의료정책의 산물

우선 투자 및 운용자금으로 묘사되는 막대한 건강보험 흑자가 박근혜 정부 의료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투자수단으로 인식되기 이전에, 현물서비스(의료서비스)로 국민들이 즉각 돌려받아야 온당하다.
현재 17조 원의 막대한 건강보험 누적금은 명백하게도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행실패, 공공의료포기, 낮은 보장성강화안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약속했던 ‘4대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과 같은 자신의 공약조차 간병, 차등병실료, 선택진료비를 부분적으로만 급여화하여 공약이행은 커녕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보장성강화를 추진했다. 공약은 100% 국가책임이었는데, 막상 기존의 본인부담금에서 경감되는 수준이 15-20%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내부적으로 보면 법정본인부담금조차 기존부담을 전혀 경감하지 못한데 기인했다. 도리어 초음파시술 같은 경우는 기존계획(이명박 정부의 보장성강화안)의 적용인구를 4대중증질환으로 축소하여 약 200만 명의 보장성 강화도 축소했다.
여기에 2015년에는 공공부조인 의료급여 환자의 보장성을 축소하고, 일반 국민들의 장기입원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1달 이상 입원하면 법정본인부담금을 기존의 20%에서 30%까지 올리는 안을 여론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건강보험 흑자국면에 명백히 역행하는 보장성 악화 정책들이었다.
이런 정부의 건강보험 긴축정책들로 인해, 국민들은 낸 보험료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은 지금 심각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부유한 계층은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도 경제적 여력이 있어 실손보험같은 민간보험을 가입하거나 직접 부담을 감수하면서, 병원 이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들은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아파도 병원 이용을 자제해 건강보험 흑자가 매년 수조 원씩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아픈 사람들과 그 가족까지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되는 ‘재난적의료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누적금(흑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잘못된 의료정책을 교정하고, 국민들의 의료비를 인하하여,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이용을 자제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정책의 산물인 건강보험 흑자로 금용상품 등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후안무치한 발상이다. 건강보험 누적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개선하여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 인하를 하도록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 국민건강보험의 특징

재정의 대부분을 가입자가 내는 구조

국민건강보험은 공보험임에도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가입자의존성(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한다. 2014년 기준으로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비율은 87%이고, 정부는 국고에서 고작 13%만을 부담했다. 그나마 정부가 법에 명시된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원한다면 정확하게 16.6%가 되어야 하지만, 예상금액을 낮게 산출하여 막대한 금액을 매년 누락해왔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국가에서 국고지원을 가장 낮게 하는 공보험 보유 국가이다.

여기다 정부가 사후정산을 하지 않아 계속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2012년 14.8% --> 2014년 13.7%). 10여년 전부터 예측치의 20%가 아닌 사후정산을 통해 실질적인 20%를 지원하라는 요구가 계속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여기다 건강보험 정책은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결정하는 방식도 가입자, 공급자, 정부가 합의를 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결정한다. 이것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건정심은 건강보험 적자 때문에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기구였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건강정책을 형식상은 논의한다. 해외의 경우를 볼 때, 가입자의 보험요율을 결정하는데에도 공급자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이다. 물론 건정심도 실제 가입자를 대표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그 동안 흑자를 쌓아두고도 국민의료비 인하에 쓸 수 없었다. 또한 낮은 가입자 대표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의료 정책은 정부가 원하는 데로 흘러간다.
이렇게 허수아비 기구처럼 운영되는 사회적 합의기구라도 존재하지만, 이번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계획은 아예 형식적인 가입자들과의 논의도 일체 없다. 또한 이를 상의하려는 계획도 없는 단순한 정부의 일방적인 투자운용계획만 통보되고 있다. 사실 계속되고 있는 일방적인 계획발표 과정만 본다면, 건강보험재정이 거의 전적으로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다.
따라서 이번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계획은 낮은 국고지원에도 모자라,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들을 객체화 시키고 기존의 형식적 절차조차 무시하는 탈법적 행위이다.

 

현물서비스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보험

한국의 건강보험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현물서비스에만 의존한다. 우선 상병수당 이 없다. 사실 중요한 의료보장인 상병수당이 없어 수많은 국민들이 아파도 소득이 없어져 일터에 나가거나 조기에 퇴원하는 나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동안 일관되게 상병수당의 도입  상병수당의 도입은 그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도 계속 주장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도입 시범사업조차 요원하다.
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매번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금급여가 없다는 점은 건강보험 재원이 그 해 이용 가능한 의료서비스라는 제한된 형태로만 제공된다는 점으로, 의료공급 및 수요에 특별한 요소가 없는 이상 적립자체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때문에 누적 적립금 자체가 잘못된 단기재정추계를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 다음연도에 보장성 강화나 보험료 인하로 해소되었다. 대표적으로 2005년 1조5천억의 흑자가 발생하여 암등 중증질환의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방식의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들어 그간의 흑자를 적립만 하고 보장성강화나 보험료 인하에 투입하지 않은 점은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 ‘적자 엄살’ 건강보험 5년 연속 흑자, 매일경제, 2015년 4월 12일 – 이 기사에서 기재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올해 세입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33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단기 상품 운용만 하는 12조 원대 건보 재정을 그냥 두는 것은 재정효율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며 "국가 재정과 건보 재정을 감안해서 건보 지원액을 결정해야지, 지금처럼 경직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가 나와 있다.
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두 번째는 건강보험을 기금화하여 누적금을 합법적으로 금융시장등에 투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건 연금처럼 미래 특정 시기에 현금으로 제공되는 현금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경우는 적립금의 존재자체가 논리적 법리적 문제점을 가진다.

 

건강보험은 누적된 자금이 필요 없는 1년 단기 재정운영 계획

여기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1년 단기 재정운영계획을 가진 사회보험이다. 단기계획을 중장기계획으로 바꾸려면, 최소한의 중장기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악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면서 핵심변수인 의료공급개혁(공공병원설립, 의료전달체계, 지불제도등)에 대해서는 로드맵조차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작년에 기재부가 발표한 ‘2060 장기재정전망’에서도 건강보험을 끼워넣어 ‘재정수지’의 전망을 1925년에는 적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재정전망의 전제조건에 무려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은 현재보다 33%나 인상되는 상한까지 올리는 걸 전제했다. 이 재정전망에서 의료공급쪽 변수에 대해서는 공공의료지출을 7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요소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재정고려사항의 핵심인 의료공급구조에 대해서는 전망도, 분석도 언급도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공급구조와 의료이용행태가 유지된다는 전망하에 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현재의 건강보험재정결정구조에서는 정상적이라면, 적립금만큼 국민들의 보험료를 당장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 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보험료는 요율까지 매년 인상된 바 있다. 물론 지난 5년간 보험요율 인상의 근거인 재정자료에서는 무려 17조의 누적흑자를 예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무려 연말에 한해 4조 8천억의 흑자를 발생했던 2014년의 경우 그해 6월까지도 마찬가지였다<표 2-2>.

따라서 단기재정의 수입지출도 맞추지 못하는 현 정부의 재정전망을 무려 20년에서 40년까지 믿으란 것은 전혀 믿지 못할 일이 된다. 무엇보다 그간 단기 재정운영체계에 대한 평가와 심판도 없는 상황이 더 이상하다. 잘못된 건강보험재정전망을 제시한 누군가가 우선 책임이라도 져야 ‘장기재정전망’을 일부라도 신뢰하던지, 누적금을 사용하던지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현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재정전망은 단순히 정권의 입맛에 맞춘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국고지원 축소시도와 긴축의 모순

결론적으로 정부가 이러한 장기재정전망의 암울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국고지원을 확대하려고 하기는 커녕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논리모순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장기적인 재정안정성을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추어 일반소비세에 일정수준의 ‘건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논의만 무성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방안도 사실 건강보험 재정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도 볼 수 있다. 중장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안을 무려 1년이 지나서 발표한 점 박근혜 정부는 2014-2018년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무려 1년이나 지난 2015년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 당시 발표된 보장성 강화계획 조차 매우 선별적이고, 실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앞서 보았듯이 의료급여환자의 비용절감, 입원비 본인부담인상 등이 추진되었다는 점을 모두 종합해보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현 정부의 노선은 명확한 ‘긴축노선’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고, 돈을 계속 적립한 이유를 여러가지로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건강보험에 그나마 13% 가량을 차지하는 국고지원 축소 시도가 배경으로 충분히 의심된다. 실제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추어 기재부에서는 일반소비세에 일정수준의 ‘건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런 논의는 대부분 국고지원금의 축소이후를 대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술 더 떠 이를 투자해서 적립금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도 기존의 국고지원 축소계획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의심될 만하다.

 

법리적인 문제

건강보험 누적금의 전용은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 38조에 보면, 준비금(누적흑자)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질의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제2항에 의거하여 자산의 관리‧운영 및 증식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상 누적금은 준비금이지, 자산이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자산은 국민건강보험이 소유한 부동산 및 공단운영자산을 뜻한다. 이를 교묘히 누적금을 자산으로 왜곡 표현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낸 보험금은 법률상 자산이 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조차 답변에서 투자방침이 ‘현행 법령의 범위 내에서 준비금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임’이라고 답변하여, 준비금을 투자금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는 앞서 보았듯이 준비금은 보험급여 및 지출할 현금 부족 이외에 사용할 수 없다는 법률위반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막대한 흑자조차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부끄러운 일이건만, 아예 법률까지 어겨가며 이를 투자운용 운운한 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법률조차 확인하지 않는 무지의 산물이거나, 법률은 가볍게 어기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으로 그간 박근혜 정부가 수많은 법률의 위임 범위조차 어겨가며,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으로 각종 의료 영리화, 민영화 정책을 강행하였다. 결론적으로 법률의 허용된 범위를 넘는 건강보험에 대한 투자운용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소결

한국의 건강보험은 상병수당 등의 현금급여가 없는 것은 물론, 보험자가 직영하는 의료기관도 없고(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유일한 예외), 여기에 심사평가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독립적인 공적기구로 편성되어 있어, 그간 건강보험공단이 징수기관일 뿐이란 비판이 있어왔다. 아무리 그간 건강보험정책을 정부가 임의로 정했다고 해도,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나 보험요율 결정 문제가 아닌 투자운용은 일방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흑자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정책 전반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우선적인 재정학적 판단과 반성, 그리고 시정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는 민간보험의 심사평가기능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허용하려는 시도와 병원에서 직접 민간보험에 의료비를 청구하도록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처럼 금융상품화 하려는 시도다. 여기에 자산운용까지 가능한 ‘단기상품’으로 건강보험을 둔갑시키는 것은 이념상으로 볼 때 공보험을 ‘민영화’하는 효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민간보험과 경쟁하는 공기업이 운영하는 ‘보험상품’으로 사회보험을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은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그 의도 모두 매우 위험하다.
이번 협의체는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7대 사회보험 이사장이 모두 모인 구조로, 기재부가 사회보장제도를 좌지우지하려는 월권행위인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작은 예시로 보인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장관들(교육부, 문화관광부 등)에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계획’을 고지하는 구조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기재부독재법’이라고 불리게 만든 핵심조항이다. 기재부의 경제논리가 실질적인 복지제도 운영에 대한 침해로 나가서는 결코 안되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기재부가 개입하는 사회보장제도와 보건의료정책은 모조리 돈벌이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부자들은 투자금을 확보해 기쁨의 비명을 지를 테지만, 서민들은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위험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사회보장제도가 민간보험 수준으로 전락하며 최종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피폐화를 만들어 낸다. 특히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다.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를 투자금으로 사용하는데에는 절차적으로도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정책 실패의 근거인 흑자를 빌미로 국고지원 축소를 획책해서는 안된다. 특히 자산운용을 잘해서 비용의 일부를 책임지라는 논리는 매우 천박하다. 해외의 경우처럼 건강보험에 대해서 국고지원을 체계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금, 2016/07/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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