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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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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admin | 화, 2020/01/07- 01:36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노란색 버스가 멈춰 섰다. 유치원 통학 차량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담당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하나, 둘 차에 오르고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 남짓, 이를 기다리지 못하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라 서둘러 앉기 무섭게 허겁지겁 통학 차량이 출발한다. 아침이면 목격하는 장면이다. 도로교통법 제 51조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이 존재하는데도 버젓이 되풀이된다.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통행하는 어린이통합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고도 했다. 위반할 경우 승합차는 10만 원, 승용차는 9만 원의 범칙금을 각각 내야하고,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그런데도 해당 법을 인식하고, 준수하는 이들은 드물다. 법 조항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응당 보호하고 배려해야할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가벼운 점 등 아이들이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양육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은 다양하다. 불안감은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을 목도하며 더 큰 미안함과 부채감으로 돌아왔다. 하준, 해인, 태호, 유찬, 한음, 민식이는 이름으로 남은 아이들이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서 모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십 년도 채 살지 못한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은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내 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가족에게 닥친 불행에 주저앉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은 법안에 내주었다. ‘해인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은 그렇게 생명에 빚을 지고 나왔다.

 

#하준이법

지난 2017년 10월 네 살 하준이는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놀이공원 서울랜드에 갔다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오면서 치여 숨졌다. 경사가 진 주차장에 안전장치는 없었다. 이후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운전자 의무를 강제하는 ‘하준이법’이 발의됐고, 올해는 모든 주차장 관리자에게 경사도 관리 책임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판 설치, 고임목 비치를 의무화하는 ‘제2의 하준이법’이 발의됐다.

 

#해인이법

다섯 살이던 해인이는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용인시 어린이집 앞에서 하원을 하려다가 비탈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치였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응급조처가 늦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해 8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인이법’은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 주체 또는 종사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조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음이법

광주의 특수학교를 다니던 여덟 살 한음이는 지난 2016년 7월 통학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음이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통학차량 안에서 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동행 교사의 방치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같은 해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어린이 통학버스 안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태호·유찬이법

태호와 유찬이는 2019년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덟 살이었다. 태호, 유찬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설 축구클럽을 다녔다. 그러나 운전자가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목숨을 잃었다. 아이들이 탔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은 노란색 승합차량이었음에도 법의 적용을 받는 어린이통학차량은 아니었다. 축구클럽은 법적으로 학원도, 체육시설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탑승하는 차량은 모두 어린이통학차량인 줄 알았던 양육자들의 믿음과 상식이 깨졌다.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어린이집·유치원·학원 통학차량 모두 2점식 안전벨트가 안전장치의 전부라는 문제가 있다. 영유아가 자가용을 탈 때는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통학차량을 탈 때는 2점식 벨트만 매도 합법이다. 어린이통학차량에는 3점식 벨트와 동시에 부스터 부착을 의무화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 내부가 보이도록 차 유리의 선팅을 규제해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이용호 국회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런 내용으로 각각 대표 발의한 ‘태호·유찬이법’은 행안위 등에 회부됐지만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민식이법

민식이는 지난 9월 충남 아산 스쿨존 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유치원,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스쿨존이라고 말한다.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의 통학로가 해당된다. 민식이가 사고를 당한 지점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었다. 최근 5년간 스쿨존 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4099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13세 미만 어린이 34명이 사망하고, 2546명이 다쳤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안전장치가 미비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민식이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길게는 3년부터 짧게는 수개월간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상임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익단체 등 이권과 관련 있는 법안은 더욱 관심받지 못했다. 부모들은 국회의원이 발의를 하면 법안이 마련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입법 절차를 꿰기는 어렵다. 법안이 발의되면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 법안소위의 심사를 받고,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여기까지 통과해야 본회의 의결 단계에 이른다. 절차 하나하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상임위원회 심사만 해도 정당 간 협의가 있어야만 열리고, 심사를 기다리는 다른 법안 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생명안전법이 발의된 행정안전위와 국토교통위의 경우 각각 2,973건과 2,173건의 안건이 접수됐다. 이중 2,537건과 1,314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각 상임위를 통과한 6700여 건의 법안 중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752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임기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되고 만다.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해인이, 하준이, 태호, 민식이 엄마·아빠들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체 의원실을 개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의 정기국회 통과에 대한 동의서를 전달하고 서명을 촉구했다. 그리고 몇 주 동안에 걸쳐 개별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전화를 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결과는실망스러웠다. 전체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인 의원은 99명에 그쳤다. 세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 놓고 “동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인 국회의원이 본분을 망각한 탓에 부모들은 매일같이 국회로 향해야 했다. 상임위, 법안소위가 열릴 때마다 그 앞에 서서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기다리고 마주하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심지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리는 한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법안을 알리고자 갖은 노력을 해왔던 엄마, 아빠들이었다.

 

지난 11월 19일에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대통령에게 직접 어린이 생명 안전법 제정을 호소했다. 다행히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과 법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물살을 탔다. 21일 민식이 법의 상임위 법안 심사 통과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모두 법사위 심사를 통과했다. 본회의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상정 예정이던 전체 법안 199건에 대해 무제한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 제 106조의 제 2항에 따라 무제한토론 요구서는 요구 대상 안건별로 제출한다. 본회의 개의 중 안건이 추가된 경우에는 해당 안건의 토론 종결 전까지 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본회의 상정을 막고 싶다면 국회의장이 이를 직권 상정하는 즉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됐다. 또한 유치원3법과 선거법, 공수처법을 제외한 196개 안건은 여야가 이미 상임위에서 협의한 법안들이었다. 안건별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되는 것임에도 자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 신청 대상으로 만든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아이들 안전에 관한 법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현장에서 이를 직접 지켜봐야 했다. 불과 며칠 전 “나도 엄마”라며 자신을 믿으라고 했던 공당의 대표는 정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여러모로 20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상반기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립하며 국회는 80일가량 멈췄다. 논의돼야 할 수많은 법안들도 묻혀버렸다.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이 임기만료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여론의 압박에 힘입어 12월 10일 본회의 마지막 날에야 하준이 법과 민식이 법이 통과됐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는 법안 통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간에 너무 지쳐 이젠 그럴 감정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준이 법이 통과된 것은 하준이와 다른 부모들(민식이네, 태호네, 해인이네) 그리고 정치하는 엄마들 덕입니다. 국회에 고맙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말한 죄로 우리는 정쟁과 모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데, 국회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아시겠지요.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한음이, 해인이, 태호, 유찬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밑거름이 되어 이 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아이들 희생으로 빚진 법안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늘의 별이 된 민식, 태호, 유찬, 하준, 한음아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1989년 UN총회에서 채택돼 2018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기에 특별한 보호와 돌봄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근간으로 한다. 아동권리협약 제3조(아동 최상의 이익)는 “공공 ․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제6조(생명․ 생존․ 발달)는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생명 안전법안을 냉대하고,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으려고 했던 정치권의 모습은 명백히 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나는 행태다. 또한 ‘성인 남성을 제외하고 생애가 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겨워 하는 사회’라는 자조를 더하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정치는 없었다. 사회는 ‘노키즈 존’, ‘입시 위주 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기보다 배척하고 속박할 뿐이다.

 

어린이 배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우리집’의 촬영 수칙을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마지막 항목 내용에 특히 가슴이 따끔하다.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 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미성숙하고 약해서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치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조차 만들기를 기피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환경과 구조 속에 자라난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 역시 아찔하고 아득하다.

 

정치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함에 있다고 믿는다. 정기국회 기간 하준이와 태호 엄마는 초기 임신부였다. 어느 때보다 안정을 취해야 할 상황임에도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정치권을 대신해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호소했다.

 

 

배려해야 할 약자들이 불안과 위협 속에 방치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번 국회가 아이들을, ‘표’가 없는 존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부끄러움과 미안함 속에서 우리 모두 결코 잊지도 용서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직 ‘태호 유찬이법’, ‘해인이법’, ‘한음이 법’이 남아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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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불평등의 심화의 문제와 해소대책

 

김남근 변호사ㆍ참여연대 정책위원

 

들어가며: 자산불평등의 심화와 그에 따른 문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 원에서 약 3억이 올라서 9억 원이 되었다. 9억 원은 고가주택의 기준이 되어 이를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각종 세금이 누진되고 대출규모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제는 서울지역 아파트의 절반은 고가주택이란 얘기인데, 절반 정도가 무주택인 서울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표 1-1> 순자산 분위별 자산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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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유럽의 자산가들은 부동산 실물자산과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의 보유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의 자산 상위 1%, 5%의 자산가는 부동산 자산비율이 거의 90%로 압도적이고, 그 중에서도 거주주택 외 부동산이 55%, 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다주택자들의 실거주 목적 외에 투자(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과다보유하고 있고, 이는 중산층이 선호하는 아파트의 가격상승이 다른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을 크게 앞질러 투자재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주택이 삶(Living)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구매(Buying)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는 투기목적의 다주택자만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던 30대 중산층마저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 DTI가 거의 100%가 될 정도로 3-4억 원의 큰 빚을 내어 주로 가격상승이 기대되는 신규아파트 사기에 나서고 있다. 착실히 돈을 모으고 원리금 상환 수준을 DTI 40% 수준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큰 빚내서 집을 사서, 큰 돈 번 옆의 동료의 사례 앞에 무기력해지고 있다.   

 

<그림 1-1> 자산가격의 변동 추이(2000년을 100으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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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자산이 이렇게 주택을 구입하는데 묶여 있으니, 중산층 가계마저 정상적인 소비가 어려워지고, 경제 전체적으로는 내수경제가 위축되어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최근의 2%대의 저성장 고착화의 배경에는 경제성장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의 위축이 주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리인상이나 주택가격의 하락이 다가오면 빚을 내서 집을 산 중산층 가계의 위기도 올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경제 전체와 가계 여러 위기징후를 가져오고 있고,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신혼부부 등의 거주불안으로 인한 비혼과 저출산의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한다. 국민의 경제정의의 감정을 크게 훼손하여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우리 지역만은 집값 상승이 되어야 한다고 부추키고 있다. 정말 망국적인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자산불평등을 가져온 부동산버블의 주요원인인 과잉 유동성의 메카니즘을 살펴보고 “개발-보유-처분” 단계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자산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과 아울러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방안을 검토해 본다.  

 

부동산버블을 초래하여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과잉대출의 규제 

서울지역은 연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인 DTI(Debt to Income)이 40%로 대출규제를 한다고 하니, 부부합산 연평균 8,800만 원인 경우에도 10년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2억 원 이상 받을 수 없다. 도시가구 근로자 평균소득의 2배를 버는 이러한 고소득 30대 중산층 부부들도 적정한 대출규모의 2배에 이르는 3-4억 원의 빚을 내서 당장 아파트를 사려고 뛰어드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6% 수준일 때는 1억 원의 대출도 큰 부담이 되었는데,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 이러한 자금이 부동산 매입용으로 투자되어 부동산 버블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이었던 소위 “빚내서 집 사라”정책의 결과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크게 증가하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말부터 2018년말 기간 동안 25.4%p 증가한 97.7%에 달하고 있다. 이는 43개국 중 스위스(128.7%),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노르웨이에 이어 7번째로 높다. 2015년 1,423.1조 원에 달하던 가계부채는 2019년 3분기 1,842.3조 원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인 2017년부터는 8·2 대책 등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2016년 1,566.9조원, 2017년 1,688.1조원, 2018년 1,791.6조원 등으로 점차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줄어든 증가폭도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아 주택구매자금을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여 여전히 대출을 통한 주택구매자금 동원이 부동산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에 기인하여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018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11.6%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7%대로 증가세가 진정되다가, 2019년 12월 11%를 기록하며 다시 급증하였다. 개인사업자대출은 2019년 4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5년 15.2%, 2016년 12.1%, 2017년 15.5%, 2018년 12.5%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2018년 1분기부터 매달 전년 동기 대비 40%대의 증가세를 보여,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적된 바 있다. 2019년 들어서 가파른 증가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개인사업자대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여타 대출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2> 가계부채, 개인사업자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증가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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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상환능력의 개선이 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인데,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 및 증가속도는 OECD 회원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2018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147.5%에서 36.7%p 증가한 2018년 184.2%로 수치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면 2018년 기준 OECD 19개 국가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130.6%로 우리나라와 차이가 크다. 우리 정부는 가계부채의 정책목표를 증가율의 폭을 낮추는데 두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선진국들은 금융위기의 교훈을 통해 가계부채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정책목표로 두고 적극적인 금융감독 행정을 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2007년 143%를 넘었던 미국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현재 108.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2008년 ~ 2013년 사이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이 이뤄졌는데 이와 같이 9분기 연속으로 이뤄진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의 경우도 2005년 110.7%에서 2018년 95.3%까지 소폭 감소했고, 일본의 경우, 2005년 110.4%에서 2017년 107.3%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규모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의 기본원리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소득능력)에 따라 대출금의 규모를 규제하는 것이다. 채무자의 소득능력(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갚지 못하면 담보주택을 처분하여 원리금을 회수하겠다는 대출은 “약탈적 대출(Pedatory Loan)"에 해당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8개 주에서 ‘Home Ownership and Equity Protecting Act(주택소유자 재산권보호법, HOEPA)’를 제정하여 소득능력을 검토하지 않고 담보주택의 가격만 보고 대출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채무자 ‘연소득 대비 총부채상환 비율(Debt to Service Ratio, DSR)’을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기본원칙으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대책의 주요내용으로 발표되는 금융대책은 주로 ‘주택가격 대비 부채규모 비율(Loan to Value, LTV)’에 의존하고 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이 해당 대출 원리금만이 아니라 다른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총부채의 원리금 상환금액을 연소득 대비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지역에 따라 대출규모를 들쭉날쭉 복잡하게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소득능력에 따라 대출규모를 정하는 기본원리에 충실하면 지금과 같은 과잉유동성을 제어하여 부동산버블을 막는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DSR을 금융의 기본원리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HOEPA법과 같은 ‘주택담보의 과잉대출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자산불평등의 축소

부동산 가격이 개발사업이나 부동산버블 등으로 정상지가 상승률을 초과하여 상승하는 것을 불로소득이라고 하고, 개발단계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조금 긍정적인 ‘개발이익 내지 초과이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식은 크게 토지나 그 위에 건축된 주택의 일부를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체납을 받는 등의 대물적 방식과 개발부담금이나 세금으로 환수하는 조세적 방식이 있다. 재건축 개발사업에서 공급된 주택의 일정비율을 공공임대 주택으로 환수하거나 토지의 일부를 공원용지나 도로 등으로 기부체납 받는 것이 전자의 방식이다. 조세적 방식으로는 개발단계에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가 개발(재건축)부담금이고, 보유단계에서 종합부동산세, 처분단계에서 양도소득세가 이러한 환수장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재벌 대기업 등이 유휴토지를 생산적인 곳에 사용하지 않고 지가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유휴토지에 대해 3년마다 조사하여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지가상승분을 환수하는 장치로 토지초과이득세라는 제도가 있었으나, 김대중 정부에서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부동산경기 부양의 목적에서 폐지하였다. 종합부동산세는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소득세가 아니라 재산세의 일종이어서 ‘불로소득’의 규모를 산정하여 그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로서는 한계가 있으나, 다주택자 보유 부동산이나 고가 부동산에 대해서는 누진적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일정한 불로소득 환수의 기능을 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지대와 매각차익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지대와 매각차익의 규모를 산정하여 보유세의 세율 등을 크게 인상하면, 개발단계나 처분단계에서의 개발이익이나 처분이익의 환수 없이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거의 대부분 환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개발단계에서의 개발이익 환수는 아직 실현도 되지 않는 미실현 이익을 환수하여 개발사업의 촉진을 방해하고 위헌이라는 논란으로 제대로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고, 처분단계에서 양도소득세 강화는 처분을 주저하게 하여 거래동결 효과가 발생하여 부동산경기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으니, 경제학적으로 논란이 없는 보유단계에서의 불로소득 환수에 집중하자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보유단계에서의 조세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대부분 환수하는 그런 조세제도가 실현된 국가의 사례도 없고, 보유세는 소득세가 아닌 재산세라는 한계가 있어 이러한 주장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개발-보유-처분’ 단계에서 나누어 충실하게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지나친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로 부동산투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환수한 개발이익이나 보유세수, 처분이익 등을 국토 균형발전이나 취약계층과 대도시 청년․신혼부분 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개발이익이 철저히 환수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개발단계에서의 개발이익환수는 개발사업의 촉진을 방해하여 재건축 등의 개발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줄여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논란이 크고, 양도소득세는 거래동결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경기상황에 따라 감면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정상적으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다 내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 되었을 정도이다. 경제성장이나 경기부양을 정치공약으로 내걸고 등장하는 정권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장치를 크게 훼손하여, 불로소득의 환수가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아서,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하겠다는 정권도 그 실현의지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불로소득 환수의 기본전제가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현실의 시가를 반영하는 현실화율이 지나치게 낮고, 주택의 유형이나 지역마다 현실화 비율이 달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뉴욕시의 경우 우리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과표기준이 시세의 90% 수준이고, 뉴저지는 2.52% 수준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과잉 유동자금이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집값 상승을 초래하고 있는데, 뉴욕시 등 대도시 지방정부의 강한 보유세 정책이 고가주택의 매물을 내놓게 하는 등 집값상승의 일정한 제어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은 시세대로 가격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부동산가격이 많이 오른 시기에 이를 대부분 반영하면 조세저항이 심해질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 등이 개입하여 제대로 된 평가작업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2019년의 경우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인상하자,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등 고급 단독주택이 많은 구청장들이 이에 반발하여 개별공시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부동산가격의 평가는 법대로 정확하게 하고, 이를 전부 일시에 현실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시세의 90%와 같이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현실화 시키는 투명한 국토행정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공시지가(공시가격)를 신뢰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현실화 하고, 서구유럽의 대도시 지역의 사례처럼 보유세(종합부동산세)로 환수되는 평균비율을 부동산 시세의 1%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세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면, 보유단계에서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가 다주택자들이 투기적 목적으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욕구를 단절하고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정책도 필요 

한편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자산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내 집 마련을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기 어려운 계층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저소득계층, 기초수급대상자 등의 취약계층만이 아니라 대도시지역의 청년, 신혼부부 계층까지 내 집 마련은 점점 요원한 얘기다 되고 있다. 이들이 민간임대차 시장에서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장기임대차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임대차 안정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제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지역에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비율은 높이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여 중산층의 소득능력에 비춰 적정가격의 분양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부동산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주거불안정에 놓여 있는 계층에 대해서는 과중한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내몰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1)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참여정부 시기에는 3.25~5%이나, 박근혜 정 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절반인 2%대에 머물고 있다. 

2) 자금순환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국가 간 가계부 채 수준 비교 시 활용) 

3) 정확하게는 공공임대아파트의 토지지분은 기부체납을 받고 전유부 분은 표준건축비로 매수하는 방식이다. 

4)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토지초과이득세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되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당시 결정문은 “과세 대상인 자 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할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5) 주로 헨리조지 학파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 한 취지를 담아 전국민에게 그 혜택을 돌리는 기본소득과 연계한 국 토보유세의 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6) 지금도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교부세로 사용되 고 있고, 이러한 세금 등으로 충당되는 주택도시기금이 공공임대주 택 공급의 주된 재원이 되고 있다.

 

월, 2020/03/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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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남기철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 사회에서 삶의 고통은 여러 가지로 다가온다. 그중 주택은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동네의 집값이 얼마가 올랐다, 작고 낡은 아파트 하나가 십억 대 이상이더라 하는 말은 많은 사람들의 의욕을 꺾기에 충분하다. 심각한 박탈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도 자신 의 자산가치가 점점 보잘것없어진다고 느끼고 있다. 강남이나 비싼 곳들의 집값이 올라가는 금액을 보면 영원히 닿을 수 없는(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는 닿을 수 있었던...) 격차를 실감 하게 된다. 과중한 채무를 감당하면서라도 비싼 주택을 사는 대세(?)에 뒤늦게라도 참여하려고 했더니 이제는 각종 규제가 생기면서 더 이상은 그러지 못하게 한다. 먼저 과감한 편법 을 결행(?)하지 못한 성실성에 자책하게 된다. 내가 좀 더 일찍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해 우리 가족은 영원히 집없이 살아야만 하나, 우리는 영원히 집을 갖지 못하는 계급에 속해버 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을 하게도 된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국민 모두를 투기꾼이 되도록 조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 년에 걸쳐 열심히 일해 번 1~2억에 대해서 부담하는 세금에 비교할 때, 같은 기간 집값이 올라서 벌게 된 몇 억에 대해서 내는 세금이 훨씬 적다. 예전에는 살 수 있었던 집들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제는 영원히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 혹은 내 집의 가격은 오르지 않는데 다른 동네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박탈감에 속상하기도 하다. 일해서 번 돈이 더 우대 받아야 한다는 상식은 철저히 배신당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20세기 중반 식민지 피폐화에 이은 전쟁의 참화로 그야말로 폐허 속에서 출발하여 지난 수십 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주택의 양과 품질도 많이 좋아졌다.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를 일컫는 주택보유율은 1970년대 60% 수준에서 이제 100%를 상회한다. ‘벌집’이나 ‘판자촌’은 많이 줄어들었다. 공용화장실에 아침부터 줄 서는 풍경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개의 주택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그런데 그 주택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고루 누리고 있지 못하다. 주택보유율이 100%를 넘지만 자가보유율은 60% 수 준이다. 서울에서는 그보다 더 낮다. 주거취약계층은 점점 더 고단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쪽방과 고시원도 비싸지고, 살던 지역에서 밀려나야 하는 것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는 정권마다 자주 하는데, 왜 그런지 그 수치는 잘 늘어나지도 않고 내 생활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체감도 없다.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배경이 되었던 반지하 주택과 고급 주택의 비교는 극복할 수 없는 ‘계급’을 나타내고 있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일까? 어린 학생들이 장래 희망으로 건물주나 임대사업자를 이야기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해야 하는 걸까? ‘부동산 계급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무언가를 해보아야 한다. 물론 정책여건도 좋지 않다. 주택가격 의 급속한 하락은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공공임 대주택을 대규모로 확충하기에는 이미 비싸진 토지가격이나 모자란 공용부지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어렵다. 부동산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 변하는 일부 언론도 간단히 제압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진정성 있는 정책방향과 정책의지를 국민은 원하고 있다. 촛불은 권력의 정치만이 아니라 생활의 정치에서 관철되어 야 한다.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주택의 문제를 다루어보았다. 자산 공정성을 위해 부동산과 조세에서의 문제, 누구나 이야기하는 확충 공약의 이면에 깔린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문제,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주택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느끼는 거주공간의 문제, 주거취약계층에게 우리의 주거권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상품’이지만, 국민의 주거권이 주택상품과 주택시장보다 우선이 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규범이다. 언젠가 영화 <소공녀>나 <기생충>을 보면서 “한 때는 우리나라가 저랬지”라며 반추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한다.

 

월, 2020/03/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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