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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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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admin | 화, 2020/01/07- 01:36

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노란색 버스가 멈춰 섰다. 유치원 통학 차량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담당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하나, 둘 차에 오르고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 남짓, 이를 기다리지 못하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라 서둘러 앉기 무섭게 허겁지겁 통학 차량이 출발한다. 아침이면 목격하는 장면이다. 도로교통법 제 51조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이 존재하는데도 버젓이 되풀이된다.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통행하는 어린이통합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고도 했다. 위반할 경우 승합차는 10만 원, 승용차는 9만 원의 범칙금을 각각 내야하고,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그런데도 해당 법을 인식하고, 준수하는 이들은 드물다. 법 조항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응당 보호하고 배려해야할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가벼운 점 등 아이들이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양육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은 다양하다. 불안감은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을 목도하며 더 큰 미안함과 부채감으로 돌아왔다. 하준, 해인, 태호, 유찬, 한음, 민식이는 이름으로 남은 아이들이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서 모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십 년도 채 살지 못한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은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내 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가족에게 닥친 불행에 주저앉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은 법안에 내주었다. ‘해인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은 그렇게 생명에 빚을 지고 나왔다.

 

#하준이법

지난 2017년 10월 네 살 하준이는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놀이공원 서울랜드에 갔다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오면서 치여 숨졌다. 경사가 진 주차장에 안전장치는 없었다. 이후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운전자 의무를 강제하는 ‘하준이법’이 발의됐고, 올해는 모든 주차장 관리자에게 경사도 관리 책임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판 설치, 고임목 비치를 의무화하는 ‘제2의 하준이법’이 발의됐다.

 

#해인이법

다섯 살이던 해인이는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용인시 어린이집 앞에서 하원을 하려다가 비탈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치였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응급조처가 늦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해 8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인이법’은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 주체 또는 종사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조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음이법

광주의 특수학교를 다니던 여덟 살 한음이는 지난 2016년 7월 통학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음이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통학차량 안에서 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동행 교사의 방치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같은 해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어린이 통학버스 안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태호·유찬이법

태호와 유찬이는 2019년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덟 살이었다. 태호, 유찬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설 축구클럽을 다녔다. 그러나 운전자가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목숨을 잃었다. 아이들이 탔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은 노란색 승합차량이었음에도 법의 적용을 받는 어린이통학차량은 아니었다. 축구클럽은 법적으로 학원도, 체육시설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탑승하는 차량은 모두 어린이통학차량인 줄 알았던 양육자들의 믿음과 상식이 깨졌다.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어린이집·유치원·학원 통학차량 모두 2점식 안전벨트가 안전장치의 전부라는 문제가 있다. 영유아가 자가용을 탈 때는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통학차량을 탈 때는 2점식 벨트만 매도 합법이다. 어린이통학차량에는 3점식 벨트와 동시에 부스터 부착을 의무화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 내부가 보이도록 차 유리의 선팅을 규제해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이용호 국회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런 내용으로 각각 대표 발의한 ‘태호·유찬이법’은 행안위 등에 회부됐지만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민식이법

민식이는 지난 9월 충남 아산 스쿨존 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유치원,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스쿨존이라고 말한다.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의 통학로가 해당된다. 민식이가 사고를 당한 지점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었다. 최근 5년간 스쿨존 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4099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13세 미만 어린이 34명이 사망하고, 2546명이 다쳤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안전장치가 미비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민식이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길게는 3년부터 짧게는 수개월간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상임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익단체 등 이권과 관련 있는 법안은 더욱 관심받지 못했다. 부모들은 국회의원이 발의를 하면 법안이 마련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입법 절차를 꿰기는 어렵다. 법안이 발의되면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 법안소위의 심사를 받고,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여기까지 통과해야 본회의 의결 단계에 이른다. 절차 하나하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상임위원회 심사만 해도 정당 간 협의가 있어야만 열리고, 심사를 기다리는 다른 법안 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생명안전법이 발의된 행정안전위와 국토교통위의 경우 각각 2,973건과 2,173건의 안건이 접수됐다. 이중 2,537건과 1,314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각 상임위를 통과한 6700여 건의 법안 중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752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임기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되고 만다.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해인이, 하준이, 태호, 민식이 엄마·아빠들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체 의원실을 개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의 정기국회 통과에 대한 동의서를 전달하고 서명을 촉구했다. 그리고 몇 주 동안에 걸쳐 개별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전화를 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결과는실망스러웠다. 전체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인 의원은 99명에 그쳤다. 세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 놓고 “동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인 국회의원이 본분을 망각한 탓에 부모들은 매일같이 국회로 향해야 했다. 상임위, 법안소위가 열릴 때마다 그 앞에 서서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기다리고 마주하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심지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리는 한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법안을 알리고자 갖은 노력을 해왔던 엄마, 아빠들이었다.

 

지난 11월 19일에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대통령에게 직접 어린이 생명 안전법 제정을 호소했다. 다행히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과 법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물살을 탔다. 21일 민식이 법의 상임위 법안 심사 통과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모두 법사위 심사를 통과했다. 본회의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상정 예정이던 전체 법안 199건에 대해 무제한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 제 106조의 제 2항에 따라 무제한토론 요구서는 요구 대상 안건별로 제출한다. 본회의 개의 중 안건이 추가된 경우에는 해당 안건의 토론 종결 전까지 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본회의 상정을 막고 싶다면 국회의장이 이를 직권 상정하는 즉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됐다. 또한 유치원3법과 선거법, 공수처법을 제외한 196개 안건은 여야가 이미 상임위에서 협의한 법안들이었다. 안건별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되는 것임에도 자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 신청 대상으로 만든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아이들 안전에 관한 법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현장에서 이를 직접 지켜봐야 했다. 불과 며칠 전 “나도 엄마”라며 자신을 믿으라고 했던 공당의 대표는 정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여러모로 20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상반기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립하며 국회는 80일가량 멈췄다. 논의돼야 할 수많은 법안들도 묻혀버렸다.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이 임기만료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여론의 압박에 힘입어 12월 10일 본회의 마지막 날에야 하준이 법과 민식이 법이 통과됐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는 법안 통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간에 너무 지쳐 이젠 그럴 감정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준이 법이 통과된 것은 하준이와 다른 부모들(민식이네, 태호네, 해인이네) 그리고 정치하는 엄마들 덕입니다. 국회에 고맙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말한 죄로 우리는 정쟁과 모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데, 국회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아시겠지요.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한음이, 해인이, 태호, 유찬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밑거름이 되어 이 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아이들 희생으로 빚진 법안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늘의 별이 된 민식, 태호, 유찬, 하준, 한음아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1989년 UN총회에서 채택돼 2018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기에 특별한 보호와 돌봄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근간으로 한다. 아동권리협약 제3조(아동 최상의 이익)는 “공공 ․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제6조(생명․ 생존․ 발달)는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생명 안전법안을 냉대하고,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으려고 했던 정치권의 모습은 명백히 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나는 행태다. 또한 ‘성인 남성을 제외하고 생애가 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겨워 하는 사회’라는 자조를 더하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정치는 없었다. 사회는 ‘노키즈 존’, ‘입시 위주 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기보다 배척하고 속박할 뿐이다.

 

어린이 배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우리집’의 촬영 수칙을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마지막 항목 내용에 특히 가슴이 따끔하다.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 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미성숙하고 약해서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치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조차 만들기를 기피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환경과 구조 속에 자라난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 역시 아찔하고 아득하다.

 

정치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함에 있다고 믿는다. 정기국회 기간 하준이와 태호 엄마는 초기 임신부였다. 어느 때보다 안정을 취해야 할 상황임에도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정치권을 대신해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호소했다.

 

 

배려해야 할 약자들이 불안과 위협 속에 방치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번 국회가 아이들을, ‘표’가 없는 존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부끄러움과 미안함 속에서 우리 모두 결코 잊지도 용서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직 ‘태호 유찬이법’, ‘해인이법’, ‘한음이 법’이 남아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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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편집위원장

 

출산율은 자녀세대에 이 나라를 ‘살만하다’ 추천할 부모세대의 의사를 가늠케 한다. 2015년 대한민국의 출산율 1.25명, 이 나라를 살만한 곳으로 추천할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녹녹치 않은 이 나라 부모의 오늘을 낯 뜨겁게 드러낸다. 고달픈 부모 밑에 행복한 아이, 기대하기 어려운 조화이다. 때문에‘ 부모 되기 어려운 나라’는 ‘어린이가 불행한 나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좋은 보육이 나라 고민의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무상보육 재정을 축에 둔 중앙정부의 처신은 나라살림이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잊고 있는 듯하다. 중앙정부가 약속한 무상보육의 뒤 이은 책임을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에 전가하고 있다. 신뢰를 저당한 중앙정부의 자기부정으로 무상보육은 표류 중이다.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은 무상보육 재정의 책임을 떠안고 중앙정부를 대신해 비난받이가 되었다. 바닥이 드러난 지방정부 살림에 빚내어 무상보육을 꾸려보라는 악수(惡手)가 중앙정부의 해법이다. 불어난 빚과 함께 떠안은 누리과정 예산의 무게로 지방정부는 침몰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와해한 무상보육의 정치적 효력은 2012년 대선을 통해 확인되었다. 무상보육으로 낚은 국민의 지지는 박근혜 정부가 추수하고 재주는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이 부려야 하는 형국이다. 이미 171,013억원의 채무로 버티기 힘든 지방교육청에 3.9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하는 재주까지 강요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의 꼼수로 마련한 지방채를 빌미로 여력 없는 지방정부의 고삐를 틀어 쥔 모양세다.

 

사회복지 재정부담을 이유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은 깊고 쇠다. 이 달 복지동향은 누리과정 예산을 벼리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의 지점과 쟁점을 살펴보았다. 법, 보육, 재정 전문가의 면밀한 분석과 논지는 누리과정 예산의 골 깊은 갈등지형을 선명히 드러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보육의 최근 동향으로 어린이집 초과보육에 대한 서울시 보육정책위원회의 결정을 소개했다. 미국의 난민인정절차와 정착지원에 대한 최근 동향도 다루었다. 

금, 2016/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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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공무원 연금, 무상급식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몇몇의 이슈가 연일 뉴스의 맨 처음을 장식할 만큼 뜨거운 사회적·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보수적 정치세력이 복지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절대적 빈약성 때문에, 새로운 복지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확충하려는 시도가 쟁점화되어왔던 것과는 정 반대의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연달아 직면하는 공통적인 사회복지 상황이다. “모든 노인에게 2배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으로 노인층의 스타가 되었던 대통령의 행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반복지적 움직임이다. 물론 이 기초연금 공약도 허공에 날아가버린지 오래이다. 연금이나 학교급식의 이슈에 비해 다소 조용히(?) 진행되어버린 또 하나의 주요한 이슈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역시 복지의 보강이라는 방향이 아니라 복지의 후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간의 최저생계비와 연계된 통합급여체계의 시대를 뒤로 하고, 개별급여와 ‘급여기준선’에 토대한 제도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얼핏 듣기에 공공부조제도의 전문적 기술사항의 변화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기초보장제도의 개혁을 요구해왔던 결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수급자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 사이의 공공지원의 격차,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 최저생계비를 절대적 방식으로 계측하면서 계속 그 수준이 하락되어왔던 문제, 비현실적으로 낮았던 주거급여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들과 개선요구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현재의 제도개편 방향은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개선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방향이며 너무나 개탄스러운 것이다.

 

첫째,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전환되었다고 정부는 표현한다. 그런데 애초에 개별급여 주장이 나타났던 이유는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층 등의 경우에도 (생계급여는 받지 않지만) 주거나 의료 등의 영역에서 폭넓은 사회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은 주거나 의료급여의 확대라기보다는 생계급여의 대상과 보장수준을 축소하는 결과로 귀결되어버렸다.

 

둘째, 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의 방식전환을 표방하였다. 기존에 시민단체에서는 (수백 가지의 물품가격을 더한 전물량방식으로 측정하는) 절대빈곤선 방식의 최저생계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바 있다. 이는 수급자 혹은 빈곤층의 생활과 필수품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규격화’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있고, 그 수준 역시 너무 낮아서 일반적 생활 모습과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상대빈곤을 표방하였다고 하지만, 중위소득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중위소득 산정방법마저도 예전에 일반적으로 논의해왔던 자료들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하는 꼼수를 부렸다. 여러 편법을 동원하여 결국 상대빈곤선 측정방식을 도입하되, 그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약하고 있다. 결국 상대빈곤방식으로의 전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셋째, 주거급여를 독립된 방식으로 도입하였으나 그 실제 운영에서 별도의 전달체계 라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공급자 이해관계 위주의 개편이 되고 있다. 이는 비용의 문제, 일선 현장성이 없는 제도의 운영 등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권리성의 삭제이다. 그간 학교의 강의 등에서, 15년 전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뀌었을 때, 그 가장 큰 의미는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근대적 권리성 공공부조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최저생계비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임의적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 최저생계비 이상의 보장수준에 대한 국민의 권리성이라는 부분이 사실상 없어졌고, 예산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국가가 축소나 철회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개편은 결국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원래의 방향(실질적 보장수준의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에 대해 접근해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궤도의 이탈은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야할 길과 멀어져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리나라의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소득보장 체계가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가 공공부조제도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개선은 공공부조제도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줄여가는 소득보장 체계의 정상화, 즉, 연금제도, 각종 수당, 임금체계 등의 개편과 보강을 통해서 관철되어야지 무조건 공공부조제도의 축소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에 대한 복지지원 내실화를 시도하였다기 보다는 명백하게 “불필요한(?) 복지지원의 구조조정과 축소”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 모녀법’이라는 범주 안에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섞어 넣었다. 민생지원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개악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수사를 사용하여 마치 ‘보강’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번 개편내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해보아도 세 모녀 사건은 예방이 가능하지 않다. 세 모녀 사건을 포장지 삼아 오히려 복지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민사회와 친복지 진영은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더 큰 다른 유사한 이슈들에 묻혀 빈곤층에 집중된 사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 해체는 정부와 보수정당의 이해관계 속에 무난히 진행되어 버렸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 시민사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보장수준의 향상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최저생계비 상승과 측정방식 변화, 부양의무자 기준의 철폐, 탈수급 저해요인인 차상위층 이상에 대한 부분적 지원방식(개별급여)의 보강이나 소득공제제도 보강을 요구해왔다. 허무하게도 이번 정부의 제도개편은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개별급여‘와 ’최저생계비‘ 이슈를 다루었다. 그리고 국민의 복지권이라는 것을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정부는 행복이음 등 전산망을 통해 부정수급을 줄이겠다는 감시적 전산망 운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도개선 요구의 기초가 되었던 ‘권리성 공공부조’의 기반 자체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특정 부분에서 보장수준을 높이려 했던 미시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 정부는 복지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의 축소’와 ‘권리의 해체’를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을 ‘회복’하려는 시민사회는 기초보장제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보다 넓은 연대의 활동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지향 혹은 복지국가운동이 선별주의적 제도의 전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살리는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많은 것을 위임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불행히도 야당 역시 최근의 복지의 권리 해체 상황에서 보수적인 프레임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었기에 신뢰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 모녀’를 혹은 심지어 ‘장그래’를 살리려는 진정성은 정치가 직업인 현재의 그 누구에게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구도의 정당정치에서 수단을 찾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여론화의 밑바닥 작업을 더 필요로 한다. 국민들의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힘으로 보수 정치권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그간 너무 정치권과 입법부와의 소통기술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대가를 지금 치루고 있다.

금, 2015/04/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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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기초보장분야

 

허선 l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2015년 7월 1일 대폭 개편되어 정부가 칭하는 ‘맞춤형 개별급여’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보건복지부 소관 기초생활보장 예산액은 8조7,1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 삭감되었다<표2-1>. 삭감된 주요 이유는 기존의 보건복지부 소관이었던 주거급여와 교육급여가 각각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사업으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개의 개별급여를 포함해도 인상률이 6.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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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의 목적을 ①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 유인을 제고하고, ② 급여별 선정기준을 현재 보다 높은 수준의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반영하여 대상과 보장수준을 높이며, ③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여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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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대상을 늘리고 보장 수준을 높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다층형 급여체계로 개편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의 시행 초기라 아직까지 수급자수 증가가 확정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금년과 같은 6개월 시행이 아닌 1년간의 시행이기 때문에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함에도 기초생활보장 평균예산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의 예산 편성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예년 수준의 수급자수를 의도적으로 유지하여 예산 확대를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예산편성 내용을 살펴보면 4가지의 개별급여 중에서 가장 인상률이 높은 예산은 생계급여(21.2%)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탈수급지원(22.1%)이다. 그에 비해 의료급여(2.9%)와 교육급여(6.9%, 교육부 소관)는 소폭 인상에 그치고 있다. 주거급여의 경우는 오히려 삭감되었다(△8.8%).

 

세부사업 평가

 

2016년 생계급여 예산은 3조2,728억 원으로 전년대비 21.2% 인상하였다. 그러나 수급자수를 전년도 기준(135만 명)으로 하여 편성한 예산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사각지대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반영되지 않았다.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기준을 현재 수준보다 높은 상대적 수준(중위소득의 29%)으로 인상하였음에도 정부는 수급자수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여 2016년 예산을 편성하였다.

 

2016년 의료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2.9% 인상에 불과하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자수가 줄어든다는 예상 하에 편성한 예산으로 의료비 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타법적용수급자 수가 감소되는 추세를 반영하였다고 하나, 근거를 밝히지 않았으며 타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면 이는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 수급자가 줄어든다는 예상으로 예산을 과소 편성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으로 신규수급자가 12만 명 증가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왔음에도 금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정부는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의 이유로 ‘탈수급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혀 왔다. 예를 들어 ‘의료비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급여 혜택만 주면 수급자에서 머무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의료급여 수급자 선정기준을 기존의 기초보장수급자 선정기준 보다 높지 않은 기존의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정하였다. 그러나 기존수급자에 대한 탈수급의 유인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수급자수를 오히려 줄어든다고 가정하여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축소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시행된 교육급여의 경우, 기존의 수급자 선정방식과 달리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수급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교육부로 이관된 2016년 교육급여 예산은 6.9% 인상에 불과하며 턱없이 부족한 예산편성임을 알 수 있다.

 

국토부로 이관된 2016년 주거급여 예산은 오히려 8.8% 삭감된 수준이다. 주거급여는 임차가구의 경우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실제 임차료 지급하고, 자가가구는 주택노후도에 따라 수선비용(주택개량)을 지원한다. 그러나 주거급여 예산이 기준임대료 상승률인 2.4% 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편성이라 할 수 있다.

 

결론

 

정부가 원대한 계획을 갖고 다층형급여체계를 도입하여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첫 해이며, 대규모로 존재하는 빈곤사각지대(정부추계 약 100만 명)가 존재함에도 예산을 소폭으로 인상한 것은 빈곤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그동안 다층형급여체계 개편시 수급자수를 기존 보다 훨씬 늘려 220만 명(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4.11.17.)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음에도 2016년도 예산안을 볼 때 계획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최근 빈곤율이 감소되었거나 실업률이 대폭 낮아졌거나 또는 경제지표가 매우 좋아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수급자수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개선하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201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국민들의 실생활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말하는 탈수급과 사각지대해소를 위한 ‘욕구맞춤형 개별급여’가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비판하는 ‘예산맞춤형 분절급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으로 반복지적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화, 2015/11/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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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엄규숙ㅣ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번호 복지동향 기획주제는 2016 년도 보건복지예산안 분석이다. 기초보장,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분야로 나누어 보건복지부 예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기초보장 분야는 2015년 7월 소위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이후 내년도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6%나 삭감되었다. 정부가 주장하는 탈수급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욕구맞춤형 개별급여’가 아니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예상했듯이 ‘예산맞춤형 분절급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이후 노정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동향에서 더 깊이 살펴보았다. 수급자 선정과정이 더 복잡해지면서 수급자의 권리 침해가 빈번해진데다가 부양의무자 족쇄는 여전히 강고하다.

 

보육분야는 전체 예산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이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고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마찰이 잦은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 몫인데다 어린이집 확충 등 인프라 투자도 최소 수준으로 시늉만 낸 듯하다. 확보된 예산은 대부분 보육료지원용이다. 영유아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 지원과 같은 현금성 지원이 작년에 이어 8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어들어 전체 보육예산 대비 0.6%에 불과하다. 작년도 실적도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기보다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노력한 성과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육료지원 예산도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구분하여 지원율에 차등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여 모든 아동의 보육받을 권리가 분절화되고 경력단절 여성의 보육서비스 이용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보육공공성이 강화되기는커녕 약화되고 있다.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예산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취약계층 아동 관련 예산과 아동복지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위한 예산 감소가 눈에 띈다. 특히, 요보호아동에 대한 지원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일반회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복권기금이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떠넘겨졌다.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 장애인,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과 달리 아동복지시설 운영 예산은 여전히 국고보조사업 환원에서 배제되었는데, 이는 정부가 보육사업 빼고 아동∙청소년 복지의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인복지 분야 예산 규모는 전년대비 3.8% 증가했지만 후기 노인, 치매노인, 만성질환 노인의 증가를 고려할 때 여전히 부족한 편성이다. 대부분이 기초연금 예산이고, 장기요양서비스의 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늘어 가는데 비해 노인돌봄서비스의 질적 양적 축소가 확연하다.

 

다음으로 보건의료제도의 핵심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가입자수 증가율, 보수월액 증가율을 반영하지 않고 축소 편성되었다. 반면 서민의 쌈짓돈인 담뱃값을 인상하여 국민 건강증진이나 예방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 활성화’에 투입되고 있다.

 

장애인복지 분야의 예산은 소폭 증가하였지만, 노령 장애인 증가와 장애인 가구 증가를 고려할 때 충분치 못하다. 복합적 욕구를 갖는 장애인의 증가를 고려한 예산 소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산 편성이다.

 

전반적으로 2016년 예산안은 지난 8년 동안 보수정부 하에서 진행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화의 핵심인 (1)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를 통한 시장의 역할 확대, (2)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및 공공책임성 방기, (3) 가족의 역할 강화로의 기조를 더욱 강화한 예산안이라는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의 평가이다.

 

분야별로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한 것 뿐 아니라 복지예산의 지출구조를 변화시키는 조치도 같이 진행 중이다. 동향에서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를 집중 조명해봤다. 지방자치에 위배되는 반 복지적이고 비민주적 정비이고, 주민복지욕구우선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수요자중심 복지와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비조치이다. 정부가 이 조치의 법적근거로 내세우는 법조항들이 견강부회일뿐더러 지자체 자체사업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정비조치임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사회복지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의 예산 부담을 지방정부에서 의무적으로 함께 져야하는 현재의 예산제도 때문에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강행되면서 민주화에 역행하는 역사교육 퇴보 징조에 시민사회와 야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청소년들부터 원로 학자들까지 연일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지켜내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더니 역사 속에서 독재시대 국정교과서 귀신을 불러낸 정부여당이 뻔뻔스럽게 민생을 챙기자 한다. 좋다. 민생을 이야기 하고 싶다면 이번호 복지동향을 읽고 부디 서민의 팍팍한 삶을 돌아보시라. 점점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시민의, 국민의 분노가 작년에는 대한민국 치킨지도라는 자조적인 이미지파일로 SNS에 회자되더니 올해는 흙수저, 금수저 패러디로 더 적나라해지고 있다. 민심에 역주행하면서 민생을 외치는 참 나쁜 그대들이여.

화, 2015/1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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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복지

 

강상준 ㅣ 서울복지시민연대

김정동 ㅣ 대전참여사회연대

김정은 ㅣ 경기복지시민연대

문태성 ㅣ 민주평화사랑방

박민성 ㅣ 사회복지연대

배정남 ㅣ 행동하는복지연합

신진영 ㅣ 인천평화복지연대

양병준 ㅣ 전북희망나눔재단

진경아 ㅣ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홍  선 ㅣ 관악사회복지

황성재 ㅣ 우리복지시민연합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도사회복지연대회의 출범식 및 심포지엄 ‘경기복지 변화의 시작! 연대의 힘으로!’

지난 9월 17일, 경기복지시민연대 등 경기도 내 21개 사회복지 단체가 참여한 ‘경기도사회복지연대회의’가 최근 공식 출범했습니다.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 사회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각 기관, 단체 간의 민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기존 운영되어왔던 ‘경기도사회복지정책연대회의’를 강화하고자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향후 ‘경기복지 변화의 시작! 연대의 힘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경기도 사회복지정책의 올바른 방향 제시 ▲경기도 사회복지시설의 효율적 운영방안 모색 ▲경기도 사회복지서비스 수요자의 만족도 제고 ▲사회복지시설 직원의 전문성 향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날 행사는 1부 출범식과 2부 출범기념 심포지엄으로 나눠 치러졌습니다. 1부 출범식은 참여단체 기수단 입장식을 시작으로 연대회의 경과보고, 출범선언, 출범선언문 발표와 축사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어진 2부에서는 ‘경기도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인재(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경기복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의 주제발표를 하였습니다. 이종복(평택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문환(경기도청 무한돌봄과), 김민수(경기도사회복지연대회의 기획조정위원), 김도묵(남양주시동부노인복지관장), 김소희(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토론을 하였습니다.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을 인권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회복지 종사자의 노동인권 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거나 미룰 수 없는 정책과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앞으로 경기도 복지환경에 대한 전향적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한 기대가 모아지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서울복지시민연대

사회복지사의 노동권 확보 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서울복지시민연대에서는 사회복지현장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복지시민연대,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전국사회복지유니온 등 노동 및 지역복지운동 단체와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마련하였다.

 

서울복지시민연대의 김수정 정책위원장 발제로 이루어진 이번 토론의 주제인 사회복지현장의 노동권 확보방안 모색 연구는 사회복지현장의 포커스 그룹에 대한 인터뷰 형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발제내용은 사회복지사의 노동권 인식에 있어서 교육현장의 문제, 사회복지시설의 비민주적 운영구조,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식의 부족 등으로 원인을 분석하였으며, 노동권 확보방안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지사의 노동권에 대한 의식화와 노동자성에 대한 인식, 노동관련법에 대한 숙지 및 정치적 역할의 확대, 사회복지사의 노동권 상담센터의 지자체 운영방안에 대한 것 등을 제시하였다.

 

토론자로 나선 경기복지시민연대는 사회복지현장의 노동운동은 복지국가운동 차원에서 필히 사회복지계가 나서야 하는 과정이며,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 등 노동운동 단체에서는 현실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사용자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단체교섭의 상대가 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현장의 산별노조로의 조직화를 주장하였다.

 

이날 더욱 관심을 이끈 것은 사회복지현장의 노동관련 분쟁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사회복지 노동자 측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노무법인 터전 이창승 공인노무사가 실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노동권의 피해사례와 성공사례 등을 현장감 있게 들려주어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총 6강에 걸쳐 사회복지노동자 방과후교실을 개최하여 ‘노동을 경유한 복지국가 운동’을 주제로 사회복지현장에 노동에 대한 인식과 연대의식 강화에 힘쓰고 있으며, 금번 공동기획토론회도 그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복지현장에서 노동에 대한 확고한 운동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안전한 마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월평1동 안전마을 만들기’

안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국가나 자치단체수준의 안전만 이야기할 뿐 삶의 터전인 마을안전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마을로 만들기 위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꿈터 마을어린이도서관, 대전광역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모였습니다.

 

9월 5일 100여명의 주민이 모여 진행한 1차 마을회의에선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찾았습니다. 학교주변 흡연, 통학로 무단횡단, 골목불법주차로 인한 사고위험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9월 16일엔 이런 위험요소가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공유지도에 표시하는 커뮤니티맵핑을 진행한 후 9월 19일 위험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2차 마을회의를 진행했습니다. 2차 마을회의에선 마을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주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자치단체가 해결해야할 내용으로 정리했습니다.

 

주민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시도인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은 이후 다양한 주제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복지축소 반대, 지방정부 복지자치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결성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가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으로 전국이 혼란스럽다. 인천의 경우 해당하는 사업이 총 53개, 예산액은 78,291백만 원이다. 서비스대상자는 940,000명에 달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으로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떠들어 놓고는 처우개선에 관해 한 푼도 국가예산으로 늘이지 않으면서 지방정부가 주는 16,000여명에 대한 처우개선비 201억 원을 중복사업이라며 삭감토록 했고, 가장 열악한 복지기관인 지역아동센터에 주는 종사자장려수당 14.8억 원도 삭감하라고 한다. 또한 중중장애인 7,000명에게 주는 월 3만 원의 생계보조수당 25억 원도 정비계획에 포함되었다.

 

이에 인천지역의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는 ‘복지축소 반대, 지방정부 복지자치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하였다. 인천평화복지연대를 비롯하여 25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복지축소 반대와 지방정부 복지자치권 수호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정비방안이 지역복지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명백히 반대한다. 복지정책의 확대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제도와 저출산고령화 관련 예산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저부담저복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복지사업 국고보조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지방정부의 복지재정 확충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토론회와 궐기대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중앙정부의 재정책임성 높이고 지방정부의 복지자치권을 지켜내기 위해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인천시를 상대로 복지자치권 보장을 위한 의지를 중앙정부에 분명한 전달할 것을 촉구하고 이 모든 과정을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행동하는복지연합

행동하는복지연합 10주년 생일잔치 열려

행동하는복지연합(이하 행복연)이 6월 22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메르스로 인해 행사가 늦춰져 9월 15일에 청주대학교 공터에서 400여명의 지역주민들과 사회복지현장 실무자, 공무원 등이 함께 모여 생일잔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에서 복지운동을 처음 시작한 행복연을 10년 동안 묵묵히 지켜보고 함께 해주신 지역사회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10여년의 시간동안 행복연은 지방정부 복지정책 및 예산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안제시 활동, 복지현장에 대한 대변옹호 활동, 복지주체들에 대한 색다른 교육훈련 활동, 가난한 이웃들의 복지권 확보 운동, 착한소비를 통한 일상의 나눔 문화를 만들어 가는 행복카페활동, 나와 우리를 생각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디자인을 수행하고 있는 행복나무 활동을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복연은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고 오로지 회원들이 참여하는 회비와 후원금만으로 조직의 운영을 하는 재정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은 회비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늘 지켜봐 주시고 참여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행복연이 10년동안 지역복지 강화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달려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행복연은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지역사회의 복지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충북지역에서 필요한 이슈들을 만들어 내고 실천적 대안들이 현실화 되도록 유관 기관 단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사회 욕구에 기반한 존재성에서 그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한 지역사회를 디자인 합니다’ 이것이 행복연이 가는 길입니다!

 

평화주민사랑방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은 국민이 갖는 기본권이다.

지난 8월에 익사에 거주하는 조모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는데 익산시에서 주민등록을 복원 한 후 신청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모씨를 상담하기 위해 익산으로 향했고 상담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익산시가 수급신청 조사도 하지 않고 전화로 부적합 판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익산시에 기초생활보장 부적합 사유에 대한 공문서 및 신청 재검토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익산시는 조모씨에게 수급자 선정이 되었다고 연락을 했다.

 

주민등록말소제도는 국민의 기본권(국민기초생활보장, 국민건강보험, 선거 등 참정권, 초등학교 배정 등)을 침해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 제6조·제8조·제14조·제15조·제20조·제21조·제23조를 개정하고 거주불명등록제도로 변경하였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2조(신청에 의한 조사) 제1항에 의하면 제21조(급여의 신청)에 따른 신청이 있는 경우, 조사하게 하거나 검진을 받게 할 수 있으나, 주민등록상의 문제로 수급권을 제한하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358쪽에는 “가급적 주민등록 재등록을 하여 거주지 확인이 되도록 설명, 개인적 상황 등에 따른 거주불명등록자로 된 경우에도 수급신청은 실제 거주지에서 급여신청을 할 수 있음을 안내” 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적 사정에 의해 거주불명등록(주민등록말소)이 되어 있는 경우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은 국민이 갖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월, 2015/11/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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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난민의 소수성에 시비한 다수의 무시는 잔인한 폭력이다. 배제된 적극성을 방패로 존재하는 자의 시간과 공간을 비현재화 하는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존재자체가 역모’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존재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에서 난민은 존재에 대한 인정조차 거부되었다. 때문에 문화다양성의 가시성이 재촉한 다문화의 기류 속에도 난민은 쟁점의 표면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줄 곧 우리 사회는 난민의 존재를 외면해 왔다.    

 

2014년 한해 전쟁이 야기한 난민은 5,590만 명에 이른다. 시리아에서만 4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지중해를 건넜고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향했다. 2015년 5월까지 우리 정부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건수는 이미 11,172건에 이른다. 우리라는 인지적 공간 내에 존재한 바 없는 난민이 이미 우리의 경계 내에 터했음이다.

 

이 중 496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었다. 5%를 넘지 못하는 인정률이다. 올 한해 1,633명의  신청자 중 1.2%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국의 평균 인정률은 3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정상범주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인구수 대비 난민인정자 비율은 0.0005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 0.2명과 견주기도 민망한 수치이다. 난민을 가장한 불손한 의도에 기만당하지 않겠다는 강박이 기승한 결과이다.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이름 ‘난민’은 절박에 기댄 비참의 인내를 요구한다. 난민으로 인정되기까지 생존은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옹색한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1) 그나마 6개월의 지원을 끝으로 생존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곳에서 난민은 생존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쟁을 강요받는다. 난민의 뿌리 되기를 거부하는 우리 정부의 비겁한 자기표현이다.

 

이산은 우리의 역사적 현실이다. 피난민은 과거의 우리이며 여전히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다. 연유와 형태는 제각각이나 이동은 현대인이 삶을 운영하는 방식이고 동력이다. 이산과 난민은 이동의 결과이다. 나고, 자라고, 늙어갈 공간이 서로 다른 이동의 시대에 난민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는 좀 더 ‘떳떳’해야 한다.

 

1) 난민신청자는 4인 가족의 경우 월 1,105,600원의 생계비를 6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70,000의 66%에 불과한 금액이다.

월, 2015/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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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설문조사

“복지동향을 통해 복지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더 나은 복지동향을 만들기 위해 2015년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복지동향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지정 후원하는 독자 139명, 복지동향만 구독하는 독자 37명, 총 176명의 독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설문개요>

 

1. 조사 목적 : 복지동향 200호를 맞이하여 독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복지동향 활동에 활용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함

2. 조사 방법 : 설문지를 이용하여 이메일 조사

3. 조사 대상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회원과 복지동향 정기구독자

4. 조사 기간 : 2015년 4월 22일~5월 10일

5. 조사 응답 : 총 176명(회원 139명, 비회원 37명)

 

1.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는?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응답자의 71%(125명)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외 ‘참여연대 지원 차원에서(16%)’,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풍부해서(9%)’, ‘보던 거라고 그냥 계속 보고 있음(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독자들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복지동향을 구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복지동향 창간 목적에 일정정도 부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현 복지동향 코너 중에서 제일 관심 있게 보는 코너는 무엇인가?

 

현재 복지동향은 총 5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코너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9%(122명)가 ‘기획주제’를 꼽았다. 뒤를 이어 ‘동향’이 16%, ‘칼럼’이 10%, ‘열린광장’이 3%로 나타났다. 반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는 ‘동서남북’ 코너가 1%로 응답자의 선택이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최근 2년 복지동향 기획주제 중 인상 깊었던 주제는?

 

최근 2년 동안 복지동향 기획주제 코너에서 다뤘던 주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에 대한 질문에 ‘복지국가재정/조세정책’이 76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뒤를 이어  ‘무상복지논쟁’이 53표를 얻었다. 그 이외는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일터(29표)’, ‘정부예산안평가(28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개편(27표)’, ‘청년문제(24표)’, ‘참여연대사회복지운동평가(23표)’ 등이 비슷한 득표율을 보였다.

 

4. 앞으로 복지동향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복지동향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성을 강화했으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 ‘페이지가 늘어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20%를 차지했다. 그 외 2%의 독자는 ‘표지 디자인과 내부 편집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신진 연구자나 새로운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의 투고 확대’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획주제의 필자가 대부분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독자에게 기획주제 구성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복지동향이 현재와 같이 전문성은 유지하되 독자들에게 쉬운 구성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 같다.

 

5. 복지동향이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한다면 투고할 의향이 있는가?

 

복지동향에서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하게 되면 응답자의 45%가 복지동향에 글을 투고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반면 53%는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6. 복지동향 구독을 주위사람들에게(친구/지인)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가?

 

응답자의 95%는 복지동향을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회원과 비회원 모두 권유할 의향이 각각 96%, 92%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에 관한 것이다.

 

1. 응답자의 복지동향의 구독기간은?

 

응답자의 복지동향 구독 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이 108명(62%)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1년 미만이 27명(15%),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3명(13%), 10년 이상이 18명(10%)로 나타났습니다.

 

2. 응답자의 성비

 

응답자의 성별구성은 남자 49%, 여자 50%로 균등했다.

 

3. 응답자의 연령 분포

 

연령대별 분포는 40대가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0대가 29%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과 20대는 각각 15%, 14%임을 알 수 있었으며 60대가 3%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4. 응답자의 직업

 

응답자의 직업분포를 살펴보니 ‘복지분야 종사자’가 44%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사무직/전문직’이 20%, ‘교수/연구직’이 14%, ‘학생’이 5%, ‘자영업/사업’, ‘활동가’가 4%로 나타났다.

수, 2015/06/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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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무모, 영인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

이 글에서는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을 가르지 않고,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비인간 동물의 수를 셀 때 ‘마리’가 아닌 ‘명(命)’을 사용합니다.

현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위치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들과 맺는 관계는 각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1)이란 개념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비인간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나가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법적으로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에 준하는 존재로 다뤄졌다. 그렇기에 학대 사건이 벌어져도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죄목은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범죄인 재물손괴죄였으며, 동물 학대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동물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향상과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한국 법무부는 지난 2021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국회에 계류 중이다.

종차별주의

동물 학대를 강력히 처벌하고, 다른 종에게로 공감을 확대해나가고자 하는 흐름은 반길만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동물을 종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종차별주의(speciesism)2) 가 만연하다. 특정 종의 동물들, 구체적으로는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소위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미약한 법규가 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 동물들이 번식되고 사육되며 죽임당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은 관행이자 합법으로 널리 인정된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의 규모는 지난 어느 시대보다도 거대해졌고, 그만큼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한 처사도 잔혹해졌다. 비인간 동물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이 아닌 이윤을 위한 도구로 대해진다.

우리 인간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비인간 동물들을 크게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로 분류하여 극도로 다르게 대우해왔다. 종차별주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구분하고, 비인간 동물 중에서도 특정 종의 동물만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는 오로지 인간의 기준이며, 인간의 이익을 침범한다고 여겨지면 ‘보호할 대상’에서 ‘유해조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새벽이생추어리의 탄생

2020년 5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생추어리인 새벽이생추어리는 뿌리 깊은 종차별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물권 단체이다. 생추어리(sanctuary)란 사전적 의미로 ‘안식처’, ‘피난처’를 뜻하는데,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식 축산업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동물들을 구조하여 돌보는 시설이 생겨나면서 지금과 같은 의미의 동물 생추어리가 확산되었다. 인간이 만든 시설 중 가장 동물권에 입각한 공간인 생추어리는 다른 어떤 목적보다도 그곳에 거주하는 동물의 안온한 삶을 가장 우선시하며,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의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들의 돌봄을 책임진다. 동물보호소나 동물원과 다르게 동물을 사거나 입양 보내지 않고, 더 이상 동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며, 동물을 전시하거나 체험에 동원하는 등 인간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다. 동물 한 명 한 명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습성과 욕구에 맞춘 환경을 제공하며, 아플 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현재 새벽이생추어리에는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open rescue)3)된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쓸모를 잃자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 구조된 돼지 잔디가 산다.

우리 사회에서 ‘가축’으로 불리는 종인 돼지는 고기를 생산하는 것과 동물실험을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며 각각 공장식 축산과 동물실험 산업4)에서 막대한 규모로 희생된다.

돼지도 반려동물로 불리는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인간과도 다를 바 없이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지닌 존재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그렇게 해야만 거대한 자본이 계속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그렇게 외면당하여 잊혀지고 가려져 온 동물들의 삶을 드러내는 활동을 한다.

돼지다움 그 너머 새벽이답게, 잔디답게 사는 삶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돼지다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알리며 우리 사회가 비인간 동물들로부터 어떤 삶을 빼앗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새벽이와 잔디는 돼지 본연의 습성대로 부드러운 땅을 코로 파며 탐색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감정표현을 한다. 

축산 농가에 사는 돼지들은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기에 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배변 활동을 한다. 땀샘이 없는 돼지는 본래 진흙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하는데, 축산 농가의 돼지들은 자신의 오물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새벽이와 잔디는 스스로 자는 곳과 배변 활동을 하는 공간을 분리하여 생활하며, 더운 여름에는 진흙목욕을 하며 살아간다.

같은 돼지 종이지만 새벽이와 잔디는 서로 체격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이 달라 단순히 ‘돼지’라는 하나의 분류로 묶일 수 없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간들 사이에도 ‘너’와 ‘나’가 분명히 구분되듯이, 새벽이에게는 새벽이다움이 있고 잔디에게는 잔디다움이 있다. 그들은 각자 개별성과 고유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알림으로써, 어떤 인간 동물권 활동가보다도 강력한 목소리를 지닌 새벽이와 잔디를 대변해왔다.

폭력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가는 새벽이와 잔디

생후 2주차에 구조되었음에도 새벽이의 몸엔 종돈장에서 겪은 여러 폭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악한 종돈장 환경 탓에 새벽이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고 치료가 필요했다. 새벽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꼬리가 잘리고 송곳니를 뽑혔다. 이는 새끼 돼지들이 변변한 환경적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의 귀와 꼬리를 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남성으로 태어난 새벽이는 고기에서 나는 웅취를 없앤다는 이유로 거세당했다. 이 모든 일들은 축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관행으로 마취 없이 진행된다.

잔디는 실험동물로 쓰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구를 작게 만들고 피부색을 희게 만든 종의 돼지이다. 잔디가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고개를 허우적거리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수의사에 따르면 잔디 코의 모양이 선천적으로 기형이고 이는 근친 교배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원하는 특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인간 동물을 선택적으로 교배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개변했다. 이 과정에서 비인간 동물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나 해당 종의 복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젖소의 유방은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젖을 생산하도록 개변되었고, 닭과 칠면조는 거대한 가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주저앉는다. 고기로 키워지는 돼지들은 평균 6개월령에 도살되는데, 단기간 빠르게 살찌우기 위해 성장촉진제가 사용된다. 인위적으로 비대하게 커진 몸을 버티기에 돼지의 관절은 너무 약하다. 새벽이 또한 관절 건강을 위해 평생 식단 조절을 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새벽이와 잔디는 이미 인간에 의해 장애를 입고 기형으로 태어났다. ‘고기’와 ‘실험동물’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강제로 몸을 개변시킨 결과, 다양한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은 인간이 행한 폭력을 가감 없이 증언하며 성찰하게 만든다.

축산업의 가려진 비용

축산업에서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메탄, 이산화질소가 배출되며, 가축을 키울 공간 및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진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1/3은 가축의 먹이로 이용된다. 누군가는 고기를 그 어느 시대보다 쉽고 값싸게 소비하고 함부로 버리기까지 하는 현실이지만, 이 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고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비좁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자 더 많은 항생제와 살균제가 사용된다. 그리고 항생제 남용은 내성 있는 병원균을 만들어낸다.5)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고 있다. 밍크, 수달, 여우 등의 포유류가 감염되어 집단으로 죽은 것이 확인되면서 ‘조류발 팬데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6)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확산을 용이하게 만드는 밀집된 환경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높인다. 매년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비인간 동물이 살처분7)되었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가에서는 총 6만 5,404명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는데,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감염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예방적으로 살처분된 인근 농가의 돼지는 그 5배가 넘는 34만 3,13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동물들이 산 채로 매장된 땅에선 침출수가 흐르고, 이는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동물권은 비인간 동물만을 위한 것일까

2017년 경북의 한 돼지 농장에서는 이주 노동자 두 명이 돼지 분뇨로 막힌 구멍을 뚫기 위해 집수조에 들어갔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었다. 사장의 지시로 어떤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일을 진행하다 발생한 인재였다.9)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후 과로사, 자살 등으로 공무원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정부는 살처분 인력을 외주화하여 용역을 주고 일용직 노동자로 대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불안정한 신분에,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왔다.10)

축사 인근 주민들은 축사 악취와 소음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혐오 시설인 축사는 땅값이 싸고 사람이 적은 지방에 위치하며, 도시의 사람들은 돼지, 소, 닭을 평생 마주치지 않고도 깨끗하게 손질된 고기를 마트에서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로만 남는다. 지금과 같은 지나친 육식 소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누가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지는 가려진다. 공장식 축산은 종차별주의뿐 아니라 도시와 지방 간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지속된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자들은 비인간 동물과 인간 구분 없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 동물권의 문제는 비인간 동물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권은 인간 사회의 빈곤, 생태, 공공 보건, 노동자들의 권리 등 인권을 포괄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맺는 대안적 관계를 제시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수의 돌봄 활동가(‘보듬이’)를 모집하여 일정 기간 매주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 돌봄하며 관계를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살아있는 돼지를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사회에서 새벽이와 잔디를 직접 만나 그들의 고유함을 알아가는 경험은 특별하다.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는 사회에서 평생 살아왔다. 새벽이와 잔디가 봄을 맞아 푹신하게 녹은 땅을 밟으며 신나게 뛰는 모습, 햇볕 아래 따사로움을 느끼며 평온하게 잠든 모습은 그들이 고기로 당연하게 태어난 것이 아님을, 그들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주체적인 생명으로 태어났음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절되었던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안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된다.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새벽이와 잔디는 생추어리의 주인이고, 방문하는 인간은 손님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기에 생각과 달리 실패하기도 하고, 자신 안의 뿌리 깊은 종차별을 마주하는 날도 많지만, 더 나은 태도와 관계맺음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인간은 비인간 동물을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시혜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해방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로 여기며 돌봄이란 방식으로 연대하고자 한다.

돌봄 활동은 직접 몸을 움직여 생추어리의 거주 동물을 보듬는 활동이기 때문에, 글이나 말, 교육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가치를 체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돌봄 활동에서 얻은 여운은 도시로 돌아온 일상에서도 지속되어, 당연하게 여겨온 관념들에 더 많은 균열을 내고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모든 동물의 해방을 꿈꾸는, 새벽이생추어리

새벽이생추어리는 모든 사람이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간 동물이 다른 종의 동물, 자연과 맺고 있는 착취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 없는 비거니즘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벽이생추어리가 말하고자 하는 동물권은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지 않고 그 누구도 고통 속에서 생식 능력을 착취당하며 번식 당하지 않을 권리, 죽임당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을 권리, 평생의 자유를 억압당하며 구속당하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삶을 통해 단절되었던 존재들과 연결되는 충만함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변화에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1) 비거니즘(Veganism)을 실천하는 사람. 비거니즘을 완전 채식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식(食)에만 한정된 개념은 아니다.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치관이자 철학으로, 의식주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말한다

2) 특정 종에 속한 개체가 다른 종에 속한 개체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열등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기반하여 차별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

3) 활동가들이 신원을 감추지 않고 농장에 들어가 동물들이 겪는 폭력적인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조하는 직접행동을 말하며, 폭력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구조할 권리’를 확립하려는 활동이다. 새벽이는 2019년 7월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 활동가들에 의해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되었다. DxE(디엑스이)는 전지구적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로 알려진 동물권 운동 단체이다. 디엑스이 미국 활동가들은 미국 내 이뤄진 초국적 거대 축산 기업을 상대로 한 공개구조에 대해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22년 10월과 2023년 3월 각각 소송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가 선고되었다(※출처①: ‘학대’ 새끼돼지 구조해 절도죄로 기소…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 오마이뉴스, 손가영, 2022-10-10, ※출처②: dxekorea 인스타그램)

4) 잔디가 태어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희생된 실험 동물의 수는 4,141,433명이다. ‘운 좋게 살아남은’ 잔디만이 생추어리에서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출처: 2020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 동물 사용실태)

5) 【공장식 축산을 고발한다②】 가축이 병들 때 사람만 건강할 수는 없다, 뉴스퀘스트, 박민수, 2022-09-20

6) [기후환경 리포트] 코로나19 다음은 H5N1? 조류발 팬데믹 인간 위협, MBC, 현인아, 2023-02-27

7) 가축 살처분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동물을 죽여 없앰으로써 전염병의 전파를 막는 일종의 예방법이다. 한국의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 기준에 대해서는 축산 농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예방적 살처분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며, 살처분 현장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강도 높은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8)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중 84% 예방 차원 시행,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2022-10-12

9) 돼지똥통에 빠진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연합뉴스, 성도현, 2022-12-20

10) “한해 50억만 벌었으면”…AI 살처분을 기다리는 사람들, 한겨레, 황춘화, 2019-02-16

참고문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송은주(옮긴이), 민음사, 2011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남종영, 북트리터, 2022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이마즈 유리·장한길(옮긴이), 오월의 봄, 2020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향기,은영,섬나리, 호밀밭,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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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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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복동이 파헤치기

 

정리 김잔디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복지동향은 1998년 준비호 3권을 거쳐 같은 해 10월 창간되었고, 17년이 지나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월간 <복지동향>이 2015년 6월 200호를 발행한다. 수많은 필자, 편집위원, 편집간사, 자원활동가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값진 월간지는 아직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17년 간 매달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독자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후원회원이 있어 복지동향을 꾸준히 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0호가 발행되기까지 복지동향에 어떤 이야기와 인물, 기록 등이 있었을까?

 

복동이를 위한 편집인들의 고민줄거리

 

창간호에는 백종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전북대 교수)이 발간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항상 주변적인 이슈로 제기되었다가 사라지고 마는 복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관련 정보를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복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창간 첫돌기념사에서는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발간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염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1년 1월호와 2월호는 나남출판에서 나눔의 집으로 출판사가 바뀌면서 최초로 합본호를 발행했다. 3월호부터는 표지에 인물사진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주신 글씨로 제호가 변경되었다. 내부 구성이 바뀌기도 했지만 이때무터 지역통신원을 두고 지역의 현안 문제들에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2007년 2월 100호를 맞이한 복동이는 창간을 준비하며 세웠던 목표들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100호를 보면, 역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들의 좌담내용에 관련내용이 잘 정리되어있다.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발간이 이어졌으며, 다양한 복지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반면, 정보전달과 아젠다 전달의 기능이 충돌하는 문제, 협소한 독자층의 한계 등이 지적됐다. 그래서 200호를 기다리며 ‘쌍방향 소통’ ‘대중성 강화’, ‘명확하고 장기적인 지향점 수립’ ‘차세대를 위한 개선’ 등이 과제가 되었다. 200호를 맞이한 오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기도 하지만 그간 정체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표지로 본 복동이의 얼굴

 

복지동향은 200호를 발행하기까지 크게 3차례 표지디자인을 변경했다. 초창기 목차를 담은 표지였다가 출판사 변경과 함께 2001년부터 복지현장의 인물을 표지에 담았고, 2003년부터 현재와 같은 표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된 표지들과 함께 독자들이 알만한 표지인물을 소개한다.

 

숫자로 보는 복동이

 

복지동향의 표지를 넘기면 왼쪽에는 편집위원, 편집간사, 지역통신원 등이 표기되고, 오른쪽에는 목차에 따라 필자명이 표기된다. 이런 식으로 복지동향을 거쳐 간 사람들은 누구고, 몇이나 될까?

 

조사해본 결과, 41명의 편집위원, 14명의 편집간사, 19개의 지역통신원 단체 그리고 465명의 필자들이 그간의 복지동향을 만들어왔다. 가장 많은 원고를 작성한 필자는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로 60편의 원고가 실렸다. 그 다음 순으로는 남찬섭 동아대학교 교수, 허선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뒤를 이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많은 원고가 실린 필자는 김창보 前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순으로 조사됐다.

 

회원 및 시민들의 정보접근성을 돕기 위해 발행된 복지동향의 원고(표, 그림 등 제외)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고, 각 콘텐츠에 대한 누적된 조회수를 볼 수 있다. 조회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본 결과, 상위권에 ‘빈곤문제’를 주제로 한 글의 조회수가 높았다.

 

복동이를 향한 한마디

 

과거 복지동향의 내용, 구성 등의 변화와 흐름을 따라가 보니 누군가 더 큰 공을 세워 200호를 맞이한 것이 아니었다. 필자, 편집위원, 편집간사, 독자 모두가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결과다. 물론 앞으로 해결하고,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다. 그래도 복지동향 300호를 맞이할 때는 더 많은 독자와 필자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의 비전에 한걸음 더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독자들은 <복지동향>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발간 초창기 복지동향에 적혀있던 어떤 구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복지동향하면, 자장면이 생각난다. 나른한 오후, 사무실로 우송된 복지동향 위에 약간 불은 자장면을 올려놓고 먹다가 책 주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이 있어요...

이런 ‘느낌 있는’ 월간지를 기대하시라!

수, 2015/06/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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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이숙진 l 서울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2015년 6월 복지동향은 지령 200호를 발간합니다. 지령 200호. 200이라는 숫자가 사뭇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희들의 별스런 소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후훗”하고 기뻐하다가 에고 참..하며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특히 저는 매주 학교신문을 만들어보았고, 전문지 기자로 직장생활을 해보았던 경험치가 있었던 까닭에 월간지 복지동향 200호 라는 숫자에 담긴 희노애락을 감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러나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300호, 3000호를 내다보며 복지동향이 누구와 함께 무엇을 얘기하며 어떤 색깔의 미래를 꿈꾸어야 할지를 생각하며 복지동향 특집 200호를 준비했습니다.

 

준비호가 발간되었던 1998년,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들었던 시기로부터, 우리는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그리고 박근혜정부 까지 근 20여년을 복지동향과 함께 지내오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고,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화 등이 구체화되었을 때 보편적 복지국가가 멀지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그때로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 복지동향은 '복동이'로 거듭나야할 숙명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각계로부터 200호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그 인사말씀 중에는 복지계의 교양시사 정보지, 유일한 복지 전문지이자 소식지 등으로 자리매김 해주시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당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편집위원, 편집간사 그리고 독자가 모여 우리가 바라는 복지동향에 대한 특별좌담회도 열었습니다. 현장에 보다 가깝게 가야 한다, 보건의료나 노동 혹은 주거 등 다양한 목소리를 넣자, 참여연대의 운동성이 담겨야 한다, 운동성과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자 등등등, 앞으로 할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많은 과제가 있음에도 독자들께서는 17년 동안 복지동향을 사랑해주셨습니다. 사회복지분야의 최근 이슈를 보려면 복지동향을 펼쳐야 한다고 하셨고, 기획주제 코너는 단연코 인기였으며, 복지동향 구독 권유 의향은 95%나 되었습니다. 물론 더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하라, 전문성을 강화하라, 더 많은 정보를 담아라 등의 거부할 수 없는 개선사항도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고자 하는지 다시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덴마크에 관한 책 2권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라가고 싶은 모델이라며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황금삼각형 모델이, 그들의 생활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67%나 되는 세금을 불평없이 낼까? 그들은 왜 첫인사로 그사람의 직업보다 취미를 더 궁금해할까? 그들은 왜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직업을 차별하지 않으며, 성차별, 장애차별 없이 서로를 신뢰하고 국가를 신뢰할까? 이런 질문은 물론 현재 우리의 처지로부터 나왔음이 분명합니다. 복지동향이 복지국가를 향한 제도와 이슈들을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어나갈 것입니다만, 생활속 변화를 위해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가며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복지동향 200호를 축하하며, 독자와 함께 가는 복지동향의 한걸음이 복지국가에 두걸음 더 가까이 가는 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수, 2015/07/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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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 보면, 주요선진국과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낮은 보장성, 상병수당의 부재, 간병비의 존재등에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 여기다가 국제적으로 유래가 없는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는 과도한 경쟁으로 병상과다, 과잉진료논란은 물론, 의료민영화의 배경까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작년까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누적흑자가 발생했다

 

사실 13조원이면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 2005년경 1조원가량의 흑자를 기반으로도 ‘암부터 무상의료’를 시행했듯이 말이다. 그간 재정문제로 시도하지 못한 각종 보장성 강화안들을 모조리 시행해 볼 수도 있는 기회로, 의료복지의 획기적 확대를 꾀할 호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별적으로 보장성 항목을 찔끔 확대하는 척 하면서, 재정지출을 제한하려 한다. 도리어 한술 더 떠 입원비 부담을 높여 보장성을 낮추려 한다. 여기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빈곤층 의료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막대한 재정흑자에도 의료복지를 축소하는 괴이한 상황인 셈이다.

 

우선 건강보험에서 복지긴축을 획책하는 맥락은 몇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재정흑자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려는 심산이다. 이미 담배세 인상으로 일반회계 지원금이 줄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돈으로 운영하겠다는 시도다. 시기적으로도 현행 ‘20% 지원법안’이 2016년 만기이다. 두번째는 향후 노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미리 대비하는 구도다. 물론 2000년 건강보험 재정적자때 국고지원이 이를 메꾸듯이, 향후 비용이 늘어나 혹여나 이를 국가가 부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국가책임회피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더 나아가서는 건강보험의 공적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더내고 덜받는’ 기조를 건강보험에도 적용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5년간 흑자에도 꾸준히 보험요율을 올려왔고, 보장성은 낮춰왔다. 이미 의료복지에서는 ‘더내고 덜받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과체계 개편논의’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향후 노령화, 저성장국면에서 필요한 건강보험 추가재원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면 개편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불합리하고 역진적인 그간의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때문에 피부양자문제, 종합소득부과문제 등은 지난 3년간 부분적이나 개선되었던 바 있다.

 

문제는 전면개편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이번호 복지동향에서는 정부추진안의 근간인 ‘소득중심’ 개편방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비판지점과 대안등을 다뤄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이 내야 한다는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득중심’이 ‘드러나는 소득중심’이 될 공산, 그리고 ‘자산부과’배제가 향후 사회보험의 미래에 미칠영향등이 주된 촛점이다.

 

끝으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측면에서 ‘소득중심’ 주장과 이에 대한 안티테제 개념을 넘어선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가입자들 사이의 형평부과외에도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들이 많이 있다. 특히 국가와 기업 기여를 높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과체계 개편논의를 뛰어넘는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이번호가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

금, 2015/04/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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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기고글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 김종명

 

기대를 모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결국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백지화 선언이후 비판적 여론에 밀려 새누리당과 정부간 당정협의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애초의 후퇴된 정부안조차 제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론에 밀린 정치적 액션인 만큼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될 것이기에 그렇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조금 경감해주는 선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제대로 추진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해야할 시민사회진영은 엉뚱하게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노동자증세, 혹은 서민증세로 바라보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민사회진영의 입장은 비록 의도치 않더라도 부과체계 개편을 소폭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정부에 명분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글에서는 다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현재 일부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필요성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요구는 주로 학계와 보험자단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해 왔다. 10여년 전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고 많은 연구보고서들이 제출되었다. 특히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 인해 지역가입자들의 항의와 민원들이 쏟아졌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찍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함을 인식해 왔었다. 이에 보수적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대 전이사장 조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임기동안 핵심과제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반면, 진보적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 진영은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관심뿐 아니라 입장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현재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혼선은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지역가입자에서 먼저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부담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기에 그렇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기준 외에도 재산,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가 각각 부과되고 합산되어 부담한다. 특히 재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매우 과다하고, 공평하지도 못하다. 특히 소액재산에도 과다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고 있다. 5천만 원의 재산이 있으면 4만 7천원이 부과되고, 1억에는 7만7천원, 3억이면 12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재산으로부터 소득이 발생되기 어려운 전월세, 소액의 1주택에 매우 과도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47%가 재산요소에서 발생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기준이 아니라 재산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고 할 정도다. 이 재산기준으로 인해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이 실제로 없는데도 건강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다. 더욱이 연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가구원수와 성/연령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송파세모녀의 건강보험료가 5만원이 부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직장가입자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연 7천2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대상자는 3만 7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분리 과세되고 있는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은 제외되어 있어 실제로는 1억 원 이상의 근로 외 소득이 있더라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 이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근로소득만을 유일한 소득원으로 가진 대다수 평범한 직장가입자는 자신의 소득만큼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아, 부담능력(소득)에 비례한 건강보험료 부과라는 사회보장제도의 원칙이 어긋나고 있다. 직장가입자 중 15%정도가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피부양자는 소득이 있더라도 금융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 연금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 기타소득이 4천만원이하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이 소득기준은 총 소득기준이 아니라, 개별소득기준이라서 마찬가지로 각 소득 기준에만 부합하면 총 소득이 1억이 넘더라도 피부양자로 유지되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고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무임승차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소득기준이 아니라 총소득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감사원조차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고소득이 있는데도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로 인한 부담은 지역가입자와 평범한 직장가입자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점차 소득의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고소득으로부터 금융자산과 부동자산을 축적하게 되고, 그 자산은 또 다시 불로소득을 만들어 낸다. 이 불로 소득의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은 모두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다. 그 자산(금융 및 부동산)은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그로부터 불로소득이 발생된다. 그런데 이러한 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의 불공평은 우리사회의 부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건강보험료 부담에 대한 형평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불공평한 부과체계는 또 다른 문제도 발생시킨다. 요즘은 일부 안정된 고용계층을 제외하면 직장의 불안정성이 커서 이직률이 크고, 그때마다 직장가입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런데 직업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은 사라지는데도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더 높게 부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정된 직장으로부터 정년퇴직을 하게 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이다.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또 다시 가입자격이 변동된다. 정년퇴직 후 다행이도(?) 직장이 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녀가 무직이거나 실직상태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이원화된 부과체계로 인해 황당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건강보험료의 부과방식의 불형평성, 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의 종류에 따른 불형평성은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의롭지 못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건강보험료 개편, 왜 ‘소득중심’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것인가. 그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공평하다고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제시된 기준이 바로 ‘소득’이다. 현행 건강보험료 체계는 이원화되어 있고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범위도 제한적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성·연령,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만 부과하고 있다. 공평한 부과방식이라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공평한 잣대는 ‘소득’일 것이다. 현행 사회보험제도는 ‘부담능력’에 비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에 그렇다.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현행 이원화된 체계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소득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소득이 같으면 동일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소득이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가 해결된다. 또한, 실직이나 퇴직 후 소득이 사라지는데도 건강보험료가 오히려 급등하는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소득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소득만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할 가장 공평한 기준은 소득기준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편 어느 소득까지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소득에는 종합소득(근로, 이자, 배당, 사업, 연금, 기타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이 있고,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재산이전으로 인한 소득이 있다. 애초 정부안은 근로외 종합소득까지만 확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그 역시 연 2,000만원 이상의 종합과세소득에만 부과하자는 안이다. 그리고, 양도소득 퇴직소득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점, 상속 및 증여소득은 재산이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배제했다. 이에 반해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방안은 양도, 퇴직 소득뿐 아니라 상속 및 증여소득까지 포함하자는 안이다. 양도, 퇴직소득도 소득이며, 상속재산과 증여재산 역시 부의 무상이전에 따른 소득이기에 그렇다. 원칙적으로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진영의 일부는 지역가입자에게 ‘재산’ 요소를 배제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특히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지난해 무상의료본부가 이를 두고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해주는 ‘부자감세’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 객관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사실 고액재산가의 문제를 지역가입자의 문제로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고액재산가들은 대부분이 지역가입자가 아니라 직장가입자로 전환되어 있다. 과거 한때는 고액재산가들은 대체로 지역가입자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직장가입자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1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모두 직장가입자로 편입하고 있다. 고액재산가들은 이런 규정을 편법적으로 활용하여 직장가입으로 편입하고, 소액의 근로소득을 책정하여 여기에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때 건강보험료를 2만원만 낸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과거엔 지역가입자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다. 의사, 변호사, 약사 등의 고소득 전문직 개인사업자들, 음식·숙박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지역가입자는 고용 없이 자가 노동력만으로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 일용직, 특수고용직, 농어업 자영업자, 은퇴자, 노인, 무직자, 실직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으로 서민, 영세민들이다. 이들은 소득도 적기에 재산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재산기준으로 인해 과다한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황은 부과체계 기획단의 자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역가입자의 중위 재산은 1천 1백만 원에 불과하다. 지역가입자의 81%가 1억 미만의 재산을 갖고 있을 뿐이다. 3억 이상을 소유한 지역가입자는 6.3%에 불과하다. 즉, 대다수의 지역가입자는 소액재산만을 갖고 있으며, 그 재산으로부터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건강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일각의 주장처럼 ‘재산’기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형평성 있는 방식은 직장가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재산’기준 보험료를 적용해야 한다. 이게 과연 합당한가? 그리고 직장가입자에게도 재산기준 보험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더욱이 현행 재산기준은 고액재산가의 부담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여전히 고액재산가들을 중심으로 해서는 ‘재산’기준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일리 있다. 그러나 남는 문제가 있다.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을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욱 고액재산가들의 대부분은 지역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즉 직장가입자에게 적용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산기준을 배제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주장한 바가 없었다.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형평하지 못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역이든 직장가입자든 고액재산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고 하자. 그러면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중부과논란 때문이다. 특히 양도소득, 임대소득, 상속증여소득은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과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합당한 부과기준이라면 재산이 아니라,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과 소득 범위를 ‘모든 소득’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자산의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재산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액 자산 자체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원리에 꼭 부합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는 조세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에도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유세가 존재한다. 비록 MB정부가 부자감세를 하여 고액재산가의 세부담을 줄여주었지만, 이는 반드시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회보험방식에서는 정률방식을 취하지만, 조세방식은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액재산에 대한 접근은 조세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현행 사회보험의 원리에 충실한 방향이라면 재산, 자동차, 성, 연령과 같은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모든 가입자’에게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소득파악문제가 남아 있기에 그렇다. 십분 동의한다. 현행 세무행정 구조하에서는 100%완벽한 제도를 설계하기란 실제로 어렵다. 여전히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남는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지역가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가입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탈루 문제 역시 주로는 현행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에서 발생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무엇을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와 그 원칙을 보완해야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구별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기준’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그 원칙을 버리는 것과, 그것을 보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되, 소득파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의 문제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원칙을 흔드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할 문제일 뿐이다. 

 

몇 가지 논쟁지점에 대한 평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들이 있다. 몇 가지만 간추려 보자. 

우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보다 국고지원과 사업주 부담률 조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특히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핵심은 국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건강보험 재원의 세 주체인 국민, 국가, 기업 중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에서 논점이 다른 주장이다. 설령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국민들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되어 발생되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즉, 국고지원 문제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다른 문제일 뿐이다. 국고지원율을 현행보다 더 상향하더라도 부과체계 개편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국고지원을 상향하게 되면 그만큼 국고수입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다. 조세로 이뤄지는 국고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현재 조세의 형평성이 결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보다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다. 간접세 비중이 매우 크기에 그렇다. 조세와 건강보험 재정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은 오히려 건강보험이 더 크다. 건강보험 재정의 30%는 기업주의 부담이지만, 조세에서 법인세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정도 수준이다. 조세보다 오히려 기업부담이 더 많다. 어찌되었든 건강보험료의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국고지원이나 사업주부담률 조정과는 다른 논점이다. 논점을 정확히 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서민증세, 노동자 증세로 바라보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오히려 그간 과도하게 부담해온 서민들, 특히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부담능력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방안을 실행하게 되면 대부분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굳이 붙인다면 이는 서민감세에 해당하지 서민증세라고 볼 근거는 없다. 단, 지역가입자의 하위 15%정도는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실질적인 부담경감은 없다는 문제는 남아있다. 이들은 사실상 빈곤층으로 건강보험료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맞지 않다. 부과체계 기획단과 정부는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힌 바도 있기에 그렇다. 송파세모녀의 예처럼 최저보험료를 설정하더라도 대부분의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대폭 경감되기에 그렇다. 

 

한편 노동자 증세라는 주장도 그렇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온전히 시행하게 되면, 직장가입자중 16.7%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이들은 소액이라도 근로 외소득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상위 소득을 가진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부과체계 개편을 노동자증세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상위 노동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시각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온당치 않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부자의 부담을 늘리고, 서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다. 단지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다. 누구는 소득이 없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고, 누구는 똑같이 100만원의 소득있는 데도 소득의 종류가 다르며 근로소득에는 부과하는 반면, 금융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게 공평한가. 그렇지 않다. 단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방안은 그간 무임승차해왔던 근로외 종합소득에 대해서도 근로소득과 같은 동일한 소득이라면 동일하게 건강보험료를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의 효과는 근로외 소득을 가진 상위 소득계층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인 서민들은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거기에 상위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이를 노동자증세로 바라보는 것은 절대 온당치 않다. 대부분의 평범한 노동자들이라면 근로외 소득을 갖긴 어렵다. 근로외종합소득이라면 이자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이기에 그렇다. 노동자의 85%는 오직 근로소득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과체계 개편을 노동자증세라고 한다면, 명확히 단서를 붙여야 한다. ‘상위 10% 노동자증세’라고 말이다. 이를 노동자 일반의 증세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왜 상위 10%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나? 왜 대다수 평범한 노동자의 시각으로, 과다한 건강보험료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가입자·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는 건가. 더욱이 ‘증세’라는 표현도 가당찮다. 그건 증세가 아니라, 그간 부당하게도 무임승차를 누려왔던 특혜를 환수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한편, 소득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범위에 연금소득이 포함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연간 2천만 원의 연금소득자가 부자냐는 항변이다. 노동자 증세라는 비판과 상통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노동자이 부담은 가중시키는 것은 절대 반대하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연금소득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연금소득자 입장에서는 여기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것이 마땅찮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공적 연금체계는 시장소득이 연금소득으로까지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소득이 많은 계층일수록 연금수령액도 높다. 반면,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이 적은 계층은 연금수령액이 적다. 더욱이 비정규직, 영세자영자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가 안정화된 후라도 전체 국민이 절반이상은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노후의 연금소득 역시 시장소득의 양극화가 그대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또한 온전히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를 개편했을 때와 현행 체제를 유지했을 때를 비교하자면, 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중심의 개편안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행 구조에서는 연금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인 퇴직 후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이거나, 혹은 지역가입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피부양자라면 연금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에는 현행 체제에서도 연금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에는 연금소득이 20%가 반영될 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 기준이 적용되어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소득에 비해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기에 그렇다. 여전히 연금소득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남게 된다. 더욱이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방안에서는  연금소득 전체가 아니라 일부인 25%정도만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 부담이 크지 않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디딤돌

 

지금까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 왜 소득중심의 개편이 필요한지, 그리고 관련하여 진보진영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논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논리를 보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일차적으로는 애초부터 자신의 입장을 갖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여기에 보수적 인사로 알려진 김종대 전이사장이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오히려 왜곡된 시각으로 바로보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우리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너무 이념적 잣대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고 보여진다. 부자 대 서민(혹은 노동자) 프레임이다. 소위 1%대 99% 프레임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단지 공평한 부과체계를 위함이지 부자증세(혹은 노동자증세)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프레임으로만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형평성 문제는 사라지고, ‘왜 내가 더 내야 하느냐’는 항변만이 존재한다. 이런 잘못된 프레임은 올바른 개혁조차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상위 1%만이 아닌 상위 10%의 고소득 노동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를 ‘노동자 증세’로 규정하는 주장은 결국 상위 10%의 ‘나는 더 내기 싫다’는 반증세 정서를 대변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상위 소득계층의 건보료 무임승차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을 뿐인 거다.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회연대 의식’ 형성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줄 뿐이라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무상의료는 요원할 것이다.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 없이 재원을 확충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그 책임을 국가와 기업에 온전히 넘긴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민들은 복지확대를 위해 증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나, 증세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세의 형평성과 그것이 과연 복지에 제대로 쓰일 것인지에 대한 신뢰부족으로 인해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든, 건강보험료든 동일한 숙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기업의 부담률을 높이는 것 역시 간단하지는 않다. 기업 소득은 대부분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고용은 그 반대이기에 그렇다. 여전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건강보험의 보장을 위한 개혁은 현행 건강보험제도 자체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해법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보험의 형평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잣대로 소득기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중적 동의도 간편하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발판삼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자. 

금, 2015/04/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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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부과체계 소득중심 개편의 위험성 

 

제갈현숙 / 민주노총정책연구원장

 

2013년 연간 근로소득이 2,000만 원보다 적은 249만 명은 약 5,234억 원, 1인당 약 18만 원가량의 소득세를 냈다. 반면 2주택 임대소득자들은 임대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유리지갑’으로 국세청에 고스란히 소득신고가 되기 때문에 소득만큼 조세 책임을 지고 있다. 반면 부동산 및 불노소득을 매개로 증식되는 재산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는 여전히 미약하다. 이러한 조세형평성의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시점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마저도 소득중심으로 개편된다면, 소득재분배에 역행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소득재분배는 재산을 포함한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수직적인 재분배가 클수록 효과적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에서 소득중심 혹은 소득단일 부과체계 개편은 국세청이 확보한 사업 및 근로소득의 신고 정도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과 같이 재산을 기반에 둔 고자산가에 대한 소득파악 자료의 미비로 이들에 대한 부과체계 기준이 마련되기 어렵고, 그 결과 보험료 수입구조에서 소득역진성이 발생한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로 조세의 형평성이 왜곡된 요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근로소득 이외에 임대, 배당, 상속, 증여와 같이 재산증식형 소득에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득중심 개편 방향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살펴본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의 배경과 경과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은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마련에 있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평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부과기준 차이,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문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에 따른 문제점이다. 이에 2012년 9월부터 직장가입자 중 7,200만 원 이상 종합소득자에 대한 추가 보험료가 부과되었고, 2013년 6월부터 금융, 연금, 임대소득이 각각 4,000만원 넘을 경우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시켰다. 이 두 가지 방안은 기존 부과체계 방안을 보완하고 소득수준에 따른 형평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수용 가능했다. 그런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중 재산에 따른 비중이 1998년 27%에서 2010년 40%로 증가하면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에 따른 문제점은 심화되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12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재정 부족분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에 대한 방안이 중심과제였다. 보고서에서는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부과함으로써 약 2조원을 마련하고 , 이 밖에 부가가치세에 건강세 부과, 연금소득 인정률 100% 상향,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감 규정 폐지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대한 부과 이외에는 서민증세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공단 밖으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한 건보재정 확대가 잠시 수면위로 올랐다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건보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후 2013년 7월 25일 건강보험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이 발족되어, 2014년 9월까지 운영되었다. 기획단의 단장은 맡은 이규식 교수는 의료민영화를 주장해왔던 대표적인 학자로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도입 등을 주장해왔을 뿐만 아니라,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 작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었다. 기획단의 건강보험부과체계는 2015년 1월 연말정산의 후폭풍 속에서 복지부가 개편안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가, 기획단 안이 마치 매우 친서민적으로 마련된 방안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가 재산부과에 따른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가 갖는 문제점과 고자산자 피부양자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되었다. 그렇다면 기획단의 소득중심 부과체계 방안대로라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 최종활동보고서의 주요 내용

 

첫째, 보수 이외에 별도의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직장가입자에 대해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직장가입자가 보수 이외에 임대소득 등 사업소득, 금융소득, 근로소득 등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경우에 대해 보험료를 추가 부과한다. 현재 직장가입자 중 보수외 소득이 연간 7,2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일반 보험료율의 1/2(’13년도 2.945%)을 적용하여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 부과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 보험료 대상층은 과연 부유층 혹은 고소득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금융소득에서 주식배상이나 펀드수익은 배제됐으며, 소득에 대한 부과 기준에서 양도․상속․증여 소득이 단일성 소득이란 이유로 배제되었다. 이렇게 볼 때, 국세청에 신고 되는 소득이 높을수록 부과되는 보험료는 증가될 수 있고, 보수월액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부족으로 투 잡을 하게 되는 노동자가 추가 보험료를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부담능력과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이다. 소득과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보험료 책임을 면해왔다. 그러나 부담능력 즉,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고 보험료를 부과 한다는 계획이다. 피부양자 중 종합과세소득 보유자수는 약 233만 명(전체 피부양자의 약 11.5%)이고, 이중 66%가 연소득 336만원, 월 28만 원 이하 소득자였다. 결국 주요 피부양자 박탈 대상자는 공적연금 수급자가 될 것이다. 

 

셋째, 지역가입자의 소득 이외의 보험료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재산보험료에서 재산에 대한 기초공제 제도를 도입 하고,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재산보험료 기초공제액을 적용할 경우 기초공제액 규모에 따라 재정 감소 액은 약 8천억 원에서 1.7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연소득 500만 원 이하 세대에게는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고, 연소득 500만원 초과 세대에 대해서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한다. 

 

약화되는 자본의 재정 책임 VS 강화되는 노동의 보험료 부담

 

기획단의 소득중심 단일화 방안대로라면 소득을 중심으로 직장가입 노동자들은 기존의 월급 이외에 추가적인 소득에 보험료를 더 부과 받게 된다.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은 해당 노동자가 개인으로 더 납부하게 되기 때문에 증가된 액수만큼 자본의 보험료 증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보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재정책임을 자본과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이 신자유주의 복지국가 개혁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노동자가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온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병수당(질환으로 입원 시 지급되는 생계비 급여)을 민영화하거나 노동측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혁되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자녀가 없는 경우 보험료율을 더 내는 방식 등이 유럽에서는 사용되었다. 그러나 공적 의료보험 급여와 관련된 보험료 부과에서 노동과 자본의 부담률을 차등적으로 적용하진 않았다. 

 

그런데 기획단의 방안대로라면, 생계를 위한 모든 노동에 부과된 세금은 국세청 자료로 등록되고, 이것이 건강보험 보험료 산정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이제까지 직장소득이외 종합소득으로 추가적인 7,000만 원 이상의 소득 기준보다 더 하향화된 기준이 제시된다. 이것은 자칫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노동자의 소득에 준한다. 자본의 추가적인 소득이나, 주식배당, 펀드 수익은 아예 배제된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인데 첫째, 자본의 사회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책임을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실제 고소득층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고, 이들은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형태를 유연화 시켜왔다. 그 결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료 책임에서 벗어나 있고, 국가복지를 위한 재정 책임에서도 법인세 인하라는 혜택을 받아왔다. 그런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서 더 많은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누락시킴으로서 건강보험 재정 책임의 주요 주체에서 이탈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가입자의 위치를 개개인의 소득으로 집중시킴으로써 가입자 내부의 왜곡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끊임없이 노동자 내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새로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과체계 개편의 근본적인 목적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 제고가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책임의 정의로운 책임 부과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부과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고자산가와 국가의 재정책임 강화의 필요성

 

기획단의 핵심 고려 대상은 재산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었다. 그 과정에서 공단의 보고서에서 유의미했던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삭제된 반면, 피부양자의 자격상실 기준을 연간 4,000만 원 이상에서 2,000만원으로 낮췄다. 이렇게 될 경우 공적연금 수급자 중 월 167만 원 이상 연금을 받게 되는 노년층은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월평균 최소 65,000원의 보험료를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8억 원 상당의 주택소유자이지만, 국세청에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의 경우 한 푼의 보험료를 내지 않게 된다. 즉 문제의 핵심은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보험료 인상기준이 소득중심 부과체계에서는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득중심 방안은 국세청의 과세자료를 근거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부동산을 매개로 증식되는 소득에 대한 과제자료 및 세금 산정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2012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62.7%, 근로자의 소득파악률은 100.3%, 임대소득의 경우 과세 대상자 중 신고자는 단 6%로, 신고 된 수입은 추정치 44조원의 단 2%에 머무는 1조 2,963억 원이다. 이렇게 볼 때 소위 ‘불로소득’의 근원이 되는 재산에 대한 부과기준 마련이 오히려 필요하다. 이러한 고자산가들에 대한 재정 책임은 불명확한 반면, 소득이 낮은 가입자에 대한 재정책임은 명확하게 했다. 

 

기획단은 ‘소득이 없더라도 누구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회보험 원칙을 고려’해서, 소득파악 문제로 인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소득 없는 세대에 대해 정액의 최저보험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보험의 원칙에서 소득이 없는 대상자가 반드시 갹출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이것은 가입자의 재정 책임 원칙을 과도하게 적용함으로써 국가 재원으로 지원해야할 공공부조 대상자에게 정액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마치 사회보험의 정의인 것처럼 호도하고 것이다. 현재 월 보험료 16,480원 이하 세대는 지역 가입자 중 127만 세대로 16.8%에 이르고, 체납세대 비율을 보면 이들 중 대부분은 보험료 납부 자체가 어려운 상태이다. 500만원 미만 소득이 없거나 소득 자료가 없는 세대에 대해 최저보험료를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정액 보험료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원리와 지원은 구분되어야 하고, 국가는 공공부조 대상자에 대한 의료보장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급여 수혜율이 전 국민의 단 2%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급여 대상자의 획기적인 확대가 국가재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공평성보다는 재정책임에 대한 공정한 부과에 역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논의된 소득중심 부과체계는 재산증식형 소득에 대한 부과체계 기준 마련보다는 노동을 매개로 한 소득에 대한 더 많은 보험료 부과의 우려가 있다. 또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이 축소되지 않고, 강화될 수 있는 방안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금, 2015/04/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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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과거 직장별 의료보험조합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 체제로 운영하다가 1차로 1998년 법률에 따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의 조직통합을 이루었다. 그리고 2차로 2000년 7월 직장 의료보험조합까지 통합하여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제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재정적자인 지역의료보험조합과 재정흑자를 이루고 있던 직장의료보험조합이 직장조합을 중심으로 재정통합을 진행되었다. 결국 투명한 소득을 갖고 있는 직장가입자들이 소득파악률이 낮은 지역가입자들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도 헌법재판소의 2009헌마299호 사건의 합헌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2000년 7월 통합 건강보험체계가 출범하면서 법률에는 소득이 없는 자로 규정하여 기존의 직장가입자들의 피부양자 제도를 존치하였으나 실제 운영기준은 기존의 기준대로 적용하였고, 그 대신에 지역가입자들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하여 100분의20 범위에서의 국가재정지원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인정 기준은 그간 5차례 강화되어서 2013년 6월 현재 근로․기타 소득의 연간 합계액 4000만원 초과자, 연금소득의 100분의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2000만원 초과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 한편, 현금영수증 제도 및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지속적인 시행으로 인하여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크게 개선되었다. 통계적으로는 건강보험제도의 통합 당시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가 1:1 수준이었으나, 2013년 연말 기준으로 7;3으로 변경되었으며, 피부양자 역시 15,281,000명에서 같은 기간 20,400,000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피부양자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의 40.8%에 해당하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며, 이들에 대한 요양급여 비용은 전체 요양급여비의 49.3%인 18조 8055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 부과 대상의 98.5%는 월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지역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이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재산과 자동차,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서(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을 소득 유사기준으로 포함하여도 53%에 불과함.) 나머지 47%는 재산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건강보험제도 통합 초기에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중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 60%이상이었던 것이 크게 악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소한의 생계책임재산에 해당하는 전․월세보증금 및 영세 주택 보유분까지도 재산부과 대상으로 적용되는 등,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가입자들에게 가혹한 구조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15.3.10.자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자료 참조) 

 

사정이 위와 같기에, 2010년 이후에는 지역가입자들 집단에서 보험료부과기준이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면서 헌법재판을 제기하는 등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와 같은 제도 현실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적어도 통합 건강보험 제도 초기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감안한 기형적인 피부양자 제도, 나아가 지역가입자들 중 빈곤층에 가혹한 재산중심적 보험료부과체계는 전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임을 받아들여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관하여 정부와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왔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입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소득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험료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 설계된 것으로서 나름대로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여기에 현재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향후 직장가입자 숫자의 지속적인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인 인구 1인당 진료비가 그 밖에 인구 진료비보다 평균 4.4배 이상 지출을 하고 있는 현실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고액자산에 대한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감안한 보험료 부과체계의 유지와 향후 고령화에 따른 보험재정의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세(국고지원비율)의 지속적인 확대 역시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한 고려 사항

 

이상과 같은 점에서 볼 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 3대 축인 가입자, 직장가입자의 사용자, 정부가 주체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가입자 상호간의 보험료 배분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의 추계전망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접근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애주기적 관점 및 향후의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후소득보장의 변화를 아울러 볼 때 가입자 종별에 따른 단순 구분에 의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같이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포함한 부담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당위론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역․직장조직의 통합과정에서 불완전한 재정통합에 따른 갈등 봉합의 유산으로, 법률에 반하여 남아 있는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청산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도 사회적 합의의 기조 하에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과정은 기존과 같은 정부 주도 하에 특정 전문가 집단의 연구 성과물에 갇혀서 정부와 여당 내부의 당정 협의만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노․사․정․국회․시민사회를 망라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인진료비 폭증과 인구구조 변화의 위험

 

<표 3>에 의하면 현재 건강보험적용대상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매년 0.3%에서 0.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 4>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월평균 진료비는 65세 미만의 그것보다 평균 4.4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현재 건강보험 급여비용 중 65세 이상의 인구 11.7%가 사용하는 보험재정은 전체의 51.48%(=0.117X4.4.)를 상회하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건강보험급여비용을 기준으로 산출된 결과이다. 또한, 건강보험급여비는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6.6%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수가 인상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대부분의 원인이 고령화에 기인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아래 <표 5>는 우리나라의 과거 노년부양비와 미래의 노년부양비 추정표이다. 2013년의 노년부양비 16.7%를 기준으로 할 때 저출산의 여파로 2020년까지는 연0.8%, 2030년까지는 연 1.65%, 2040년까지는 연 1.86%,  2050년까지는 연 1.38%, 2060년까지는 연 0.96%로 매년 가파르게 노인인구 및 노년부양비가 증가되며, 그 결과 206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무려 80%를 초과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년부양비 적용 인구를 현실적으로 20세 이상으로 변경 적용할 경우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65세 이상의 인구가 0.2명 정도로 추산하면 2060년에는 1:1 정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직장가입자 숫자의 절대적 감소가 지속된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3월 3일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부양비는 18.12명으로 추산하고 있다(이것은 위 통계보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함). 2015년 기준 15∼64세 인구는 3719만4000명, 65세이상의 인구는 674만 명인데 통계청은 앞으로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돼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692만3000명, 65세 이상 인구가 2077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015. 3. 4. 서울신문기사에서 인용) 경제활동인구 즉, 직장가입자로 지칭할 수 있는 인구집단은 향후 45년간 34%정도가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반하여 그 피부양자나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집단은 2.9배가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의 비율인 7:3은 다시 바뀌어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구구조의 변화(저출산-고령화)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독립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청년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폭증이 국민총소득 중 근로소득의 비중 감소를 초래할 것임이 넉넉히 추정되며 이를 대체하여 기업소득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노동의 자본소득 배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을 시사한다. 또한, 2012년도 기준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 대 과세소득 기준 근로소득의 규모가 266.6.조원 : 201.2조원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늘어나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한 보험료 부과체계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책임질 수 없다. 오히려 자산 양극화의 현실에서 노년 계층이 다수의 자산을 과점하고 있고, 이들 계층이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아울러 볼 때, 이들의 부담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재정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기업퇴직연금이 확대되어 2040년 정도에는 노인 인구의 50-60%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기준 월 100만원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들도 증대되어 현재기준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은퇴자들이 일정한 노후 현금 소득을 보편적으로 확보하는 시점이 되면 현재의 피부양자들 상당수가 연금소득자의 지위도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부담의 여력이 증가에 따른 기업부담분의 증가가 필요하며, 전반적으로 GDP 대비 근로소득의 비중 저하에 따른 보험료 수입을 메울 수 있는 국고부담 확대 방안과 고액자산가의 보험료 부담능력, 연금소득을 포함한 총체적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재정적 요인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에서 고려해야할 것이다.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1년 남짓의 활동결과를 기초로 최근 7개의 개선모델을 발표하였다. 모든 모델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고, 보수 외 별도 종합소득(7안은 연 336만 원 이상의 모든 소득)과 지역의 성․연령, 자동차 폐지 및 재산에 있어서 기초 공제, 소득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연5.89% 정률 부과를 기초로 한 것이다. 마지막 모델만 1687억 원 상당의 재정 흑자를 전망하고 있고, 6가지의 모델 모두 재정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직장가입자로부터 추가로 확보되는 재정규모가 1번 모델은 2533억 원, 7번 모델은 3.3조원이 증가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에게서는 1조원~3조원 정도의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결국 7개의 모든 개선안들은 근로소득에 대한 현재의 80%상당의 비중을 고정한 채 향후 인구구조 변화 및 근로소득의 비중감소, 소득유형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중․장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으로서는 크게 부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개선방안을 기초로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미시적인 접근이라는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

 

 

 총소득 중심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포함한 대안

 

지속적인 사회고령화와 자산양극화의 현실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지속적인 증가, 경제활동인구의 절대적 감소라는 명백한 조건 하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은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만을 전제로 하여 진행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우선적으로 보험가입자들의 총 소득을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며, 현재와 같은 국고지원 14%와 건강증진부담금 6% 수준의 재정지원비율도 연차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법․제도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형평성과 비례성조차 의문시되는 재산보험료 제도는 즉시 개정하여 일정 자산 이상의 가입자에 대하여 상한선 없이 재산보험료 부과제도로 대폭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제도 역시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연금소득을 감액하여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축소하는 것 역시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철폐되어야 한다. 나아가, 소득과 재산 양자에 있어서 부과대상 소득 및 재산의 상한선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보험료와 별도로 사회보장세나 이에 유사한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등에 부가하는 형식의 직접세 방식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보편화되는 204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현재와 같이 직장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중심으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및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소득과 재산을 매칭한 방식으로 구분하는 보험료 부과체계는 보험료 부담능력에 맞는 보험료 부과체계로서의 일정한 정당성과 역사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구분을 무시하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로 개편하여 직장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만을 내용으로 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자칫 근로소득자들의 보험료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인구구조 변화나 근로소득 비중 감소 전망에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조세에 의한 정부부담을 확대하는 방안 및 기업의 보험료 부담 확대 방안과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료부과체계 개선 방안  3대 분야 모두를 균형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은 직장이나 지역 모두 모든 소득(분리과세 소득 포함-상속, 증여, 양도소득 일체 포함)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기조로 하여, 단기적으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 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적어도 개선단의 2000만원 기준보다는 하회되어야 할 것임) 시행하고 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 부과를 하지 않는 연소득 기준(그 이하는 의료급여 제도를 적용함)을 공제한 나머지의 모든  합산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적 연금소득에는 자신이 이미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때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부담분이 있으므로 연금소득배율을 감안한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보험료 부과 상한선은 법률에 위임되지 않은 것을 시행령을 통하여 설정한 것이므로 위법하며, 즉시 폐지하여 부담의 형평성과 불평등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일정한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원칙적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은 모든 소득 합산 2000만 원 이상(여기에 연금소득의 경우 일정 공제율이 적용되어야 할 것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하되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직장가입자 측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 2015/04/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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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이상훈 변호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1. 들어가며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16년간 대한항공에서 부사무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A씨를 대리한 실업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실 센터가 진행한 사건은 법리적으로 어려운 사건은 아니다. 그보다는 최근 각국에서 점차 강조되어 오던 activation 정책과 관련한 사건이기에 activation 정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사건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acivation정책이란, 실업수당(내지 부조)에 안주하거나 일할 수 있음에도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재정부담 증가와 경제활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여, 좁게는 실업급여나 실업부조 지급을 적극적 구직노력과 연계하여 실업자들에 대한 구직을 독려하는 정책이고, 넓게는  다른 사회보장혜택 역시 적극적 구직노력과 연계하는 정책을 말한다.  

아래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현황과 관련하여 주목하여야 할 여러 자료들과 함께 판결을 통해 발견된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2.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현황: 다른 나라 실업급여와의 비교

(1) 지급기간의 비교

 

실업급여제도는 크게 단기간의 실업급여만 있는 유형, 장기간의 실업급여만 있는 유형, 실업급여와 실업부조가 있는 유형, 실업부조만 있는 유형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1유형인 단기간(1년 미만)의 실업급여만 있는 국가로 캐나다. 이태리, 미국, 일본 등이 있다.

제2유형인 장기간(1년 이상)의 실업급여만 있는 국가로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있다.

제3유형인 실업급여와 실업부조가 있는 국가로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이 있고, 제4유형인 실업부조만 있는 국가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는 제1유형의 국가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급여수준과 짧은 지급기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상한(4만원)이 최저임금액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낮은 형편이며, 지급기간도 최대 8개월로 미국, 영국과 함께 매우 짧은 국가에 속한다. 또한 자발적 실직자에 대해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coverage는 낮은 편이고, 사각지대 또한 넓다. 

 

 

(2) 순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의 비교

 

실업급여수준을 나타내는 기준 중 하나로 순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이 있다. 

순소득대체율이란 실업전 순소득(총소득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 대비 순실업급여(실업급여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OECD에서는 여러 유형(자녀가 몇 명인지, 맞벌이인지,다른 주거용 지원을 받는지 등)으로 분류하여 순소득대체율을 비교하고 있는데, 그 분석결과가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실직자의 실직 후 5년 동안의 순소득대체율은 매우 낮아서 불가리아와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두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맞벌이가 아닌 혼자 버는 가장이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5년 이내의 순소득대체율은 OECD 내외의 비교 국가들 중에서 아예 꼴찌다.  

 

(3) 낮은 실업급여에 따른 빈곤에의 진입가능성

 

OECD의 자료들은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 논문 결과와도 연결된다. 이 논문에서는 통계청의「가계동향조사」의 월별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실직할 경우 얼마나 빈곤 상태로 전환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이 논문에서 기술한 아래 <표 >는 가구주가 실직하였을 때 빈곤 지위의 변화와 빈곤 진입률을 보여준다. 가구주가 실직하였을 때 비빈곤 상태에서 빈곤 상태로 진입하는 비중은 38.7%에 이르고, 가구 소득이 적을수록 가구주 실직시 빈곤 진입률이 높다. 

 

(4) 분석

 

앞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실업급여의 지급수준과 지급기간이 짧은데다가 아동수당이나 주거지원비 등 실업급여 이외에 다른 사회안전망도 부실하다. 그렇다보니 실직 후 조기에 재취업하지 않을 경우 버틸 힘이 부족하여 빈촌층으로 전락하는 비율이 상당하고, 특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인 가족의 형태, 즉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자녀와 배우자를 홀로 부양하는 가장이 실직한 경우의 사회안전망의 부실은 세계적으로도 최악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쌍용차 노동자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쌍용차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08만원이었는데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순간 얼마 안 되는 실업급여를 받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평균 부양가족이 3명인 쌍용차 노동자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3.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을 통해 본 Activation정책

(1) 사실관계    

 

A 씨는 16년간 대한항공에서 부사무장으로 일하다 퇴직했고, 10년간 서울시 영어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에 2년간 거주하면서 한인방송국에서 일한 적도 있다.   A 씨는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영어실력에 부족함을 느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만둘 때까지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구직활동 4개월째인 2013년 8월 A 씨는  취업정보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해커스 어학원의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A 씨는 그동안 자신이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였기에 새로운 직장 역시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희망하였다. 그래서 학원에서 일하다 보면 영어를 접할 기회도 많고 수강할인의 혜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학원의 채용공고를 발견하자마자 지원하였으나 서류 탈락하였다. 

 

구직활동 5개월째인 2013년 9월 A 씨는 다시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해커스 어학원의 채용공고가 새로 뜬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부서이었고, 그래서 A씨는 다시 지원했으나 또 탈락하였다.

그런데 고용센터에서는 A 씨가 해커스 어학원에 재차 지원 신청한 것을 두고 ’동일 사업장에만 반복해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 해당한 형식적 구직활동으로 보았고, 그래서 A씨가 ‘허위 혹은 형식적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줄 수 없다고 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2) 사건의 숨은 배경 

본 사건은 언뜻 보기엔 까다로운 고용센터 직원을 만나서 그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본 사건 처리과정에서 다른 고용센터에 확인한 바로는, 이런 경우 현재는 보통 1차로 주의를 주지 바로 실업급여지급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이유는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한명숙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9월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가 2만5497건으로 2012년 전체(1만2462건)의 2배를 넘어섰는데,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는 2010년 9293건, 2011년 1만880건, 2012년 1만2462건으로 조금씩 늘어나다 2013년 들어 갑자기 대폭 증가하였다』라는 것이고, 그 원인으로 『노동부가 ‘2013년 지방관서 평가 기준’에 실업급여 불인정률 1% 이상이면 30점, 0.8~1%이면 27점, 0.6~0.8% 24점, 0.4~0.6% 21점, 0.4% 미만 18점 등 구간별로 세부적인 평가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센터별로 평가 기준에 맞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불인정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취약 계층인 20대와 50~60대 이상에서 불인정률 증가폭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판결에서의 처분일은 2013년 9월 26일로서 바로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가 급증한 기간에 발생한 것이고, A씨 또한 54년생으로 불인정률 증가폭이 큰 연령대에 속하기 때문에 한명숙 의원의 발표 자료에 정확히 부합된다. 결국 수급자 중심에 서서 과연 그 수급자자 실업급여를 필요로 하는 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고 그  목표치 범위를 중심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 것이 이 사건의 숨은 배경이다. 

 

(3) 판결(서울행정법원 2015. 1. 23 선고 2014구합13980판결) 

 

<판결 내용> 동일 사업장에만 반복하여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를 실업 인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을 하는 수급자가 실업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데, ① 원고는 대한항공에 20여년간, 서울특별시 영어 문화관광해설사로 10년간 근무하였고, 그러한 원고의 경력에 비추어 원고가 해커스 어학원에 근무를 희망하는 것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13. 8. 9.과 2013. 9. 11. 해커스어학원의 각기 다른 구인공고에 대하여 구직활동을 하였을 뿐, 그 외에는 별도의 사업장에 지속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여 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3. 9. 11. 해커스 어학원에 다시 구직활동을 한 점만으로는 원고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인 재취업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해커스어학원에 대한 구직활동이 허위․형식적이어서, 원고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분석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은 실업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비용이 상승하게 되면서 사회보장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였다. 그러자 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용을 촉진하고 복지급여 수급자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여 일자리를 구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구에서 사용했던 일련의 정책이 Activation정책이고, Activation정책의 특징은 공급 측면의 노동시장정책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업급여에 대한 Activation정책은 실업급여의 수급자격 조건, 구직탐색 요건, 구직탐색노력에 대한 모니터링, 일자리나 ALMP(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 참여 제의 거부에 대한 제재 등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구직활동을 증명’토록 요구하는 것이고, 센터에서 진행한 사건은 Activation정책 중 구직활동의 증명도에 대한 현장에서의 다툼에 대한 사건이다.   

 

Activation정책은 취업우선(work first)과 인적자본개발(human capital development) 측면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우선전략은 “어떤 일자리든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방향 속에 취업에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접근방식을 말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교육과 훈련보다는 단기간의 구직활동을 통해 실업급여 혹은 복지급여 수급자가 빠른 시일 내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반면 인적자본개발 전략은 장기적으로 수급자의 고용가능성을 제고하여 안정적인 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조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수급자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어느 나라든지 취업우선과 인적자본개발 중 하나의 전략만을 일방적으로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취업우선전략은 단시간 내에 고용률 상승이라는 계량화된 개선 수치를 산출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 관료나 현장 담당자로서는 취업우선전략을 우선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반면 이에 따른 일자리들은 대체로 고용이 단기적이고 불안정하며 훈련의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취업과 실업 그리고 비경제활동 상태를 오가거나 다시 복지제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취업우선전략이 가지는 한계와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수급자가 신속하게 취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고용을 유지하고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지원하는 최선의 전략과 수단을 조합하여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고용센터에서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갖고 수급자의 취업 의욕․기술․능력 등 개별적 특성을 파악한 후 수급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본 사건의 경우도 A 씨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회활동을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였기에 새로운 직장 역시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희망하였다. 그렇다면 고용센터에서는 A 씨의 특성에 맞추어 상담 및 구직지도를 하는 것이 취업우선과 인적자본개발 전략의 조화로운 접근법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구직자와 직업상담원이 만나는 짧은 시간에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확인하는 등 실업급여 지급을 중심으로 한 실업인정절차에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하고, 수급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대상판결의 경우 그 과정에서 실업 불인정 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러자 정부 차원에서 실업인정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였으며, 경직된 행정으로 말미암아 원고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게 되어 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Activation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단시간 내에 고용률 상승이라는 계량화된 개선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구직자의 특성에 맞는 프로파일링, 심층상담 등 실질적인 고용지원서비스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도록 기본 접근 방향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용센터 현장에서도 실적 위주의 실업급여 관리업무 보다는 실직자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지원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금, 2015/04/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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