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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위기’와 사측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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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위기’와 사측 전략?

익명 (미확인) | 월, 2018/12/31- 12:53

[목차]

  1. 진짜 경영위기 맞나?
  2. 일시적인 위기인가, 근본적 위기인가?
  3.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나?
  4. 사측의 예견되는 전략
  5.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현대차의 일부 현장 활동가들은 작금의 현대차 위기를 아직도 다소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기껏해야 몇몇 악재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경영악화 내지는 인위적인 수치조작을 통한 회사 측의 의례적인 ‘엄살’ 정도로 받아들인다. 적어도 현대차에 있어선 앞으로도 당분간 지난 1998년과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그 근거로 사측과 노조는 이미 단체협약을 통해 대략 매년 2천 명씩 발생하는 정년퇴임을 통한 자연감축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2만 명을 줄이기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6만여 명의 인력이 4만 명 정도로 축소되게 되어, 미래차 보급에 따라 엔진이나 변속기 등 기존 부속품이 없어지게 되는 것에 따른 인원감축 분을 얼추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공연히 대규모 구조조정 운운하는 것은 현장에 불안감만을 조성하고, 오히려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회사 측에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현대차 위기는 이렇듯 대규모 구조조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낙관적’인 것일까? 일부 활동가들의 이 같은 판단과는 달리, 현장 내 30~40대 비교적 젊은 층의 정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감도는 것 같다. 50대 이상의 고참 들이야 이제 곧 정년퇴임할 것이기에 걱정이 덜 하겠지만, 아직도 창창하니 현대차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젊은이들로서는 그렇지가 않은 가 보다. 그들은 아마도 정년을 다 채울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욱 강하다.

이들 젊은 노동자들의 걱정은 사실 공연한 것이 아니다. 사측 경영진 스스로가 현재 현대차의 미래에 대해 별로 자신감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의 인용문을 한 번 보도록 하자.

“현대·기아차 경영진은 최근 판매량 회복 시점을 전망한 내부보고서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이 보고서에는 미국과 중국시장 판매량 회복이 단기간에 불가능해 최대 판매량(801만대)을 기록했던 2015년 수준으로 올라오는 시점을 5년 뒤인 2023년으로 봤다. 2023년 판매량이 회복되더라도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5년 8%대에서 7%대로 떨어진다. 이 같은 전망도 신차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신흥시장에서도 견조 한 성장을 지속한다는 전제에서다.” ([현대차 大해부]② “美·中빅마켓서 고전… 판매량 회복까지 최소 5년”, 조선닷컴, 2018.05.30.)

다소 비관적인 이 같은 판단은 학계와 자동차업계, 증권업계 애널리스트 등의 주류적인 생각인 것 같다. 이들은 현대차가 내년까지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최소한 “새로운 신차 사이클이 시작되는 시점까지는 고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러한 판단 역시도 아직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 이들은 지금 현대차의 경영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그 근원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 또 현대차가 향후 부딪치게 될 자동차업계의 대변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실을 말하면, 지금의 위기는 현대차의 존폐와 관계될 뿐만 아니라, 조만간에 한국경제 전반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생각은 필자의 기우에 불과할까?

본인이 그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지금 불행하게도 현대차는 ‘3중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제 자본주의 위기, 한국경제의 위기, 그리고 현대차의 자체 경영위기다. 이하에서 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국제 자본주의 위기

먼저, IMF 외환위기 때와 지금의 국제적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국제적 패권 지위가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이 때문에 세계 자본주의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수습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 일국적 차원을 벗어나 지구화단계에 들어선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누군가가 나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세계경제의 균형자적 역할을 해줄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신자유주의가 한창 기세를 떨칠 무렵인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그 같은 역할은 미국의 몫이었다. 미국은 자신의 달러패권을 이용하여 세계경제에 있어 ‘소비중심’으로서의 역할을 나름대로 수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세계 자본주의는 자신의 과잉생산 압박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이한 이후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지금은 제 살 궁리에 급급한 실정인데, 현재 미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의 열풍은 신자유주의 이후 방향을 찾지 못하는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계 자본주의는 지금 ‘일국주의’로 후퇴하느냐, 지구화를 향한 전진을 계속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으며, 현재 횡행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자본주의 전반의 모순을 한층 격화시킬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중미 간 무역전쟁은 미국의 대중 억제전략, 그리고 미국경제 자체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올라온 사정이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발하였다. (필자의 레디앙 발표 글, “중미 무역전쟁―패권국가 미국의 최후 공세” 참조) 자력만으로는 자국 경쟁력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충분히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미국은 자신의 패권국가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다른 나라에 자신의 부담을 전가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간의 중·미 간 무역전쟁의 진행과정이 보여주었듯이, 중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다른 동맹국들에게 부과되는 ‘고통 분담액’은 반대급부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점이 미국이 전통적인 동맹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과 일본, 그리고 멕시코·케나다 등을 포함하여 그야말로 적과 우군을 가리지 않고 지금 무차별적인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이다.

미국은 현재 거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그리고 빈부격차의 심화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광범위한 저소득층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와있다. 이처럼 ‘자기 코가 석자’ 인 상황에서 다른 동맹국들의 형편을 봐줄 수 있는 형편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1997년 IMF 위기를 맞이할 때와는 상황이 분명히 달라졌다. 그 땐 미국이 소련의 붕괴로 인해 유일패권의 지위를 확고히 하였으며, 국제 자본주의 지도자로서 나름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같은 미국이 이끄는 세계 자본주의는 당시 외환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외환위기를 비교적 빨리 소화할 수 있었으며, 이후 세계경제의 확장기조와 인접국인 중국시장의 지속적인 확대, 그리고 엔고와 같은 유리한 조건들을 십분 활용하면서 다시 재기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젠 그러한 조건들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이며, 다만 엄중한 각국 간의 경쟁만이 남아 있다.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 즉각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한 데서 보듯, 미국은 오히려 자국시장을 방어하고 한국시장을 공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걱정되는 것이 미국의 ‘자동차관세 25%’이다. 얼마 전 GM이 미국 내 5개와 해외 2개 공장에 대한 폐쇄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 하자, 트럼프대통령은 “수입자동차 관세를 매기면 GM공장이 문을 안 닫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트럼프의 이 같은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이 때문에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 대미 자동차수출국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G20의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통해 중미 무역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카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이는 현대차를 포함한 전체 한국 자동차산업에 또 다른 커다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의 국내 생산량은 반 토막 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한 해 50만~60만 대 정도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도 생산 공장 2개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된다. 이쯤 되면 현재 고사 직전의 부품회사들도 곧바로 직격탄을 맞고 무너질 공산이 크다. 현대차 노조가 “만약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 대재앙 쓰나미로 다가와 한국자동차산업 몰락의 핵폭탄이 될 것” (현대자동차지부, 2018년12월10일자 성명) 이라고 말한 것은 결코 과장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 한국경제의 위기

지금 세계는 유례없는 신 과학기술혁명의 파도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처 미래기술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한국은 자신이 그동안 자랑해왔던 제반 분야들을 하나 둘씩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처음 조선업종에 이어 지금은 자동차, 그리고 머지않은 장래에 반도체로 확대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재벌경영’의 구조적 족쇄에 갇혀 있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별 다른 뾰쪽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기술혁명은 그 어느 때와 달리 개별 기업차원의 혁신능력뿐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전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혁신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국가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 및 연구시설과 함께, 주택·의료·환경 등의 복지시설을 제공할 의무를 짊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튼튼한 사회보장체계의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취약한 재벌체제에 기초한 한국의 국가권력은 이런 면에서 볼 때 너무나도 부족하다. 능력과 의지 모두 결핍되어 있는데, 더욱 한심한 것은 지금 와서 이러한 것들을 갖추기에 이미 시기가 상당히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혀 그를 위한 사회적 합의조차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 역시도 이미 기존의 산업구조와 사회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안 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전형적인 위기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는 그 대신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으로 인해,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인재는 고갈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더욱 황폐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이미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이다.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가계부채는 날마다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면서 도대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저신용·저소득자가 주로 몰리는 2금융권의 대출이 많이 불어난다는 소식은 매우 불길한 징조로 들린다. 그것은 벼랑 끝에 몰린 한계 채무자들의 마지막 도피처일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은행보다 훨씬 높은 보험·카드사·대부업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은 올해 3분기까지 19조원이 늘어나서 대출 잔액은 이미 414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의 27%를 차지하는 것이자, 2017년 한국 전체 GDP의 2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처럼 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경제의 전반적 상황은 현대차의 경영위기탈피 가능성을 더욱 낮게 한다. 현대차가 당면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내수의 뒷받침과 함께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향후 경제위기와 서민층 파산의 급증으로 내수의 급격한 위축이 예견되는데, 이는 현대차의 경영위기를 진일보 촉진하게 될 것이다.

(3) 현대차 자체의 경영위기

현대차는 지금 전통 내연기관차 부문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추격으로 인해 기존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으며, 미래차(친환경차, 지능형차)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그룹들과 비교해 추격이 쉽지 않을 만큼 거리가 생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이하 두 가지 사실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a) 이미 급락한 영업이익률을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업이익률은 연구개발비 규모와 비중을 결정하는 객관적인 제약조건이 된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시급한 연구개발투자가 크게 제약될 것이라는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 세계 주요 메이커들은 하나 같이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미래차의 연구개발비로 쏟아 붓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내연기관차 분야에서 일정한 영업이익률이 올라주어야 미래차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이제 적자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현대차의 경영성적은, 향후 연구개발투자를 근본적으로 제약하게 만들어 선두주자와의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더욱 벌어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b) 여전히 ‘후계승계’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불안한 리더쉽.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먼저 고려해야하는 한국의 재벌경영은 위기 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핵심 사업으로의 집중을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 세계 각지에 편재한 생산기지, 관계회사와의 복잡한 거래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은 한국 재벌의 속성 상 쉽지가 않다. 이 점은 GM이 위기 극복을 위해 취했던 태도와 좋은 대조가 된다. GM은 지난해에 독일 자회사 오펠과 영국 복스홀을 매각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과감히 손을 뗐다. 이어서 인도나 남아공 등에서도 잇따라 철수하여, 미국과 중국 등 돈이 되는 거대 시장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늘렸다. 이렇듯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한 비용과 자산은 대부분 자율주행차와 카셰어링 등 신사업에 투자하였다. 그 결과 올 초 미국의 기술평가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로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기업들에 대한 기술력과 비전, 상용화 전략, 생산력 등 10개 지표에 대한 종합 평가에서 GM이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大해부]①’800만대의 저주’에 갇힌 현대차‘)

재벌경영으로 얽히고설킨 현대차가 이렇듯 오직 회사만의 발전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향후 현대차 위기와 한국경제의 위기는 서로 맞물리며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위기는 그 자체로서 한국경제 전반의 위기를 촉진 할 것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생산액과 부가가치, 수출액, 종업원 수 모두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10%로 단일산업 중 규모가 매우 크다. 산업네트워크 분석을 통해서 보면, 자동차산업 및 1차 금속제품 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들 산업은 겉으로 드러난 성과보다도 국민경제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i-KIET산업경제이슈, 제6호, 2017년2월6일) 이 같은 국민경제에 있어 핵심적인 지주산업의 몰락은 기존 조선업 불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와 88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35만5000명이다. 판매 및 물류, 서비스 등 간접고용 인력까지 더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용 인력은 17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도처에 인화물질로 겹겹이 둘러싸인 현대차는 사실상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차의 예견되는 앞날은 도대체 어떠한 것일까? 필자가 보기엔 근본적 전환의 계기를 지금 마련하지 못한다면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본다. 기존의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나름대로 틈새시장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완전자율주행과 차량공유의 시대가 오면 어차피 세계 자동차시장은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있는 소수의 업체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술혁명은, IT와 기존 고급 기술력을 가진 두 선진 부분의 연합에 의한 소수 몇 개의 메이저를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을 재편하게끔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가다가는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은 이들의 하위 파트너 내지는 심지어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기술종속과 플랫폼 의존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금 애플이 대부분의 핸드폰 제조회사로부터 높은 사용료를 받아 가듯 상당히 높은 특허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하청업체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대형악재 하나가 현대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필자의 이 같은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그것은 ‘대형 리콜사태’인데, 지난 2015년9월과 2017년3월 미국에서 실시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세타2 엔진 결함 리콜에 대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적정성 조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포쓰저널>의 김성현기자가 쓴 기사에 따르면, NHTSA는 이미 조사를 마무리한 채 현대 기아차 측과 벌금 액수 등 후속조치에 대한 합의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며, 최종 결과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나올 전망이다. 조사 대상은 2011년―2014년 식 세타2 엔진을 장착한 현대차와 기아차 등 총 6개 차종인데, 이들을 모두 합치면 대략 290만대나 되는 규모이다. 해당 차종에서 이미 ‘미충돌 발화 사고’로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태인데, 미국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 소나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엔진 교체 비용은 대당 300만원 안팎으로, 총 8조5천억 원 가량이 소요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현대차 2년간의 순이익에 해당되는 액수이다. 여기에다 만약 현대·기아차가 엔진 결함을 속인 것으로 판정되면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 더해지게 되며, 미국 시장에서의 이미지 실추와 신뢰도 추락까지 감내해야 한다.(“현대차·기아차 세타2 엔진 발화원인 ‘거짓보고’ 의혹 NHTSA 조만간 결론”, 포쓰저널, 2018년11월20일자)

그렇잖아도 경영위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현대차에게 있어 이 사건은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국제 독점자본은 그때쯤 가면 아마도 각종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진 현대차를 헐값에 인수하거나, 지배주주 자격으로 자본 참여를 통해 자신의 글로벌 생산체계에 편입시키려 할 것이다. 한국 재벌과의 연합은 그들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직접 표면에 나서지 않고서도 한국의 잘 정비된 ‘비정규직제도’와 국가의 특혜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초과착취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위기 시나리오’가 지금 당장 실현되기 보다는 향후 몇 년 간에 걸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이 있듯이, 명색이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의 하나면서 국내에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현대기아차그룹은 향후 일정한 시간을 두고 쇠락해 갈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3중 위기’에 직면한 현대차는 ‘주관적 의지’만 가지고서는 지금의 하강 추세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회사는 가능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위기의 전면적 폭발을 누르려 할 것이지만, 그러나 위기의 점진적 진척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고찰로부터 우리는 현대차 경영진이 들고 나올 카드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기술적 변화를 감안 하고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염두에 두면서, 결국 가까운 시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회사 측은 오히려 ‘어차피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대차 경영위기를 역공의 기회로 삼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마침 지금은 문재인정부가 경제위기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며 구석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자신의 경영위기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차츰 구조조정 전략을 구체화한다면, 추가적인 다음과 같은 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즉 경영위기는 현대차 개별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며, 또 ‘재벌경영’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경제 전반의 거시경제 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덮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며, 거기에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문재인정부에게 돌림으로써, 이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예봉을 꺾어 ‘타협적’이게 만들 수 있는 계기로도 삼을 수 있다.

어찌되었든 현대차 정규직노동자와 사측의 지금까지의 일종의 잠정적 타협과 휴전의 시기는 점차 지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대차는 이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여 기존의 경영전략을 일대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있다. 현대차의 운명에 있어 남은 것은 두 가지 방향밖에 없다. 자본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구조조정이든지,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재벌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든지 둘 중 하나이다. 분명한 것은 그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의 ‘산업평화’는 깨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며, 그에 따른 상호간 ‘위기’의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회사는 벌써부터 현장규율 강화를 들먹이며 현장의 주도권을 탈환하려는 움직임을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예년과 다르게 금년 초부터 관리직 200여명에 대한 권고사직을 실시하였고, 그밖에도 노조 감시용 혐의를 받고 있는 ‘담장 감시카메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사측은 또 지난 11월16일자로 의장3부 B조 도아반원 대부분에 대해 ‘작업표준 미준수(변칙근무)’를 이유로 중징계(감봉)하는 조치를 내렸다.

물론 이와 함께 회사 측 말을 잘 듣는 어용 대의원과 노조간부의 양성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노조를 확실히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어야만 앞으로 경영위기의 진척에 따른 일감 줄이기, 인원감축, 노동강도 강화 등의 구조조정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용 대의원들에 대한 매수 작업도 사실상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2000년대 초 경기가 좋을 때와는 달리 이들을 돈으로 달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재벌이 그간 정규직과의 타협을 가능케 했던 물적 조건은 지금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위기 심화정도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다분한 가운데, 일부 활동가들이 아직도 사측과 노조가 향후 10년간 2만 명의 ‘자연감소’를 협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별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의 상황인식이 대단히 느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그 ‘10년’ 이란 긴 세월에 있다. 지금처럼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지금까지의 내연기관 시대와 획을 긋는 자동차업계의 일대 혁명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시기에 있어 10년이란 세월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아주 긴 세월’이 된다. 그 동안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자본가들의 약속은 반 푼 값어치도 안 되는 한 장의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안이하게 그들의 약속을 믿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허약한’ 노조에 대해 자본가들이 신의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

 

Redian, 12월 16일에 게재된 글입니다(필자는 공동게재에 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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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황제’라 불릴만한 자리가 있다. 이 자리에 오르면 40억 원대의 연봉을 받고, 35개 계열사의 3만 직원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3연임의 고지를 밟으면 총 9년간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금융지주의 회장, 특히 그 가운데서도 ‘리딩뱅크’로 불리는 KB금융지주의 회장이 되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윤종규 회장이다. 지난 9월 15일, 윤 회장은 차기 회장직 인선에 단독후보로 나서면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 지었다.

당초 회장 인선을 담당하는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3명의 후보군, 이른바 ‘숏리스트’를 추린 후 26일 심층면접을 거쳐 차기 회장을 확정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가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대됐다.

 

여론도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윤 회장의 역점 사안이었던 ‘리딩뱅크’ 탈환도 회장 인선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실현됐다. 올 2분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9901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신한금융(8920억 원)을 제쳤다.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어준 지 10년 만의 일이다. 또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KB금융의 약점으로 지적되어오던 비금융 부문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계에서 황제가 되는 법 ① : ‘우리가 남이가’

순조로운 윤 회장의 연임 가도에는 행간이 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견제와 감시가 없는 상황에서 연임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 3주간 진행된 회장 선임절차를 두고 사실상 각본이 짜여진 ‘대관식’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먼저 차기 KB금융 회장 선임절차를 맡고 있는 확대위 위원들의 면면 때문이다. 확대위는 KB금융의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다. 현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은 윤종규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해 2년 넘게 함께 해 온 사람들이다. 윤 회장은 이사회는 물론, 이사회 산하의 6개 위원회 중 2개 위원회에 직접 소속돼 사외이사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 3월 이들 사외이사 6명은 전원 재선임돼 임기를 1년 더 연장했다.

나머지 사외이사 1명은 윤 회장이 직접 뽑았다. 윤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심사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4인 위원 중 한명이다. 올 3월 KB금융은 107명(2016년 하반기 기준)의 사외이사 후보군 가운데 스튜어트 B.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솔로몬 전 회장은 2006~ 2007년 윤 회장과 함께 KT 사외이사로 활동한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2016년 기준, 이들 사외이사가 연간 30~40회 회의에 참석하는 대가로 받은 연봉은 7000만 원이 넘는다.

  참석 회의수 기권/반대 연봉(만원)
최영휘 39 1 8700
유석렬 35 0 8000
이병남 32 3 7800
박재하 33 0 7800
김유니스경희 31 1 7200
한종수 31 0 7900

2016년 사외이사 활동내역 (출처 : KB금융 이사회 공시)

이들이 독립적 사외이사로서 KB금융 경영진을 합리적으로 견제해왔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뉴스타파가 KB금융 이사회공시에 나타난 사외이사들의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2015~2016년 2년간 사외이사들이 안건에 대해 기권이나 반대 의사를 나타낸 일은 총 76차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5번 밖에 없었다.

사외이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 내규규범 제정’과 관련해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의사 표현이 실제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KB금융 측은 이같은 사외이사 활동 이력을 두고 ‘충분히 독립적 견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상은 ‘거수기’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쪽에 가깝다.

이병남 2016.4.7 경영진 보상 및 제도 개선 (반대) 브랜드 밸류 및 주주 가치 훼손 책임
  2016.7.21 이사회내 위원회 규정 등 제정 및 개정 (반대) 국제적 정합성 제고에 미흡
  2016.10.28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정안 (반대) 사외이사의 임기에 관한 조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지 않고 있음
최영휘 2016.10.28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정안 (기권)
김 유니스 경희 2016.10.28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정안 (반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 및 연속성 제고를 위해 일부 조항 반대”

2016년 사외이사 기권 및 반대 제시 안건과 이유 (출처 : KB금융 이사회 공시)

KB금융 측은 윤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회전문식 인사’를 주고 받았다는 일각의 지적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2015년 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준해 내부 규정을 정비했고 실제 사외이사의 전문성, 독립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외이사들과 윤 회장의 밀착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사외이사 개개인이 충분한 사회적 평판과 입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만큼 연봉이나 연임에 연연해 독립성을 해칠 개연성은 적다는 것이다.

선임 과정에도 윤 회장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고 말한다. 현 사외이사 대부분은 전임 사외이사들에 의해 선임됐고, 후보 추천은 외부 인사와 전문 기관을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KB금융 이사회 공시에 따르면, 이병남 사외이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전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박재하 사외이사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으로부터, 김 유니스 경희 사외이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전 고려대 교수)으로부터 각각 추천받았다.

금융계에서 황제가 되는 법 ② : ‘KB금융 절대왕정시대’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KB금융의 역대 회장 4명 가운데 임기를 채운 사람은 어윤대(2대) 전 회장과 현 윤종규 회장 2명뿐이다. 황영기(1대) 회장은 전력 때문에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1년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가까스로 임기를 채웠지만 ‘ISS 정보유출 사태’에 연루돼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연임을 포기했다. 전임 회장인 임영록 전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빚어진 이른바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4년 11월, KB사태 직후 출범한 윤종규 회장 체제는 태생적으로 ‘흑역사’를 종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취임사에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소통 강화, 조직의 화합을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내 태스크포스팀도 윤 회장 취임과 함께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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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취임 이후 일련의 조직 개편 작업을 단행해 KB금융을 괴롭히던 ‘외풍’과 ‘내홍’ 모두를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회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까지 사라졌다는 것이다.

윤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두 자리, 국민은행장과 상임감사위원 자리는 윤 회장 임기 내내 공석이었다.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맡았던 사람은 ‘KB사태’로 물러난 이건호 전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다. 두 사람은 주전산기 교체과정을 둘러싸고 임영록 전 회장과 갈등을 빚다가 자진 사임했다. (관련기사 : “나는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KB사태’의 불편한 진실)

KB금융 이사회는 윤 회장 취임 당시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하도록 결정했다. 경영진의 뜻을 거스르는 2인자의 존재가 KB사태를 불러온 ‘외풍’의 원인으로 보고 내린 조치였다. 그룹 내 은행의 비중이 큰 KB금융에서 국민은행장이 가진 권한은 금융지주 회장에 버금간다. 윤 회장은 그룹 내 서열 1, 2위의 자리를 독식하는 절대적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윤 회장 연임 확정 이후 KB금융 이사회는 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회장의 입김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숏리스트’ 3인에 포함됐다가 자진 사퇴한 두 후보,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의 이름이 신임 은행장에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배구조위원회 경영진측 위원장인 윤 회장이 직접 사장으로 승진시킨 측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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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KB금융의 지배구조도 새 옷을 갈아입었다.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에 관련된 사안 일체를 이사회 내 신설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에서 관할하도록 재편하고, 주주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주문에 따라 추진된 개선안이지만, 모든 결정이 윤 회장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는 전제에는 변함이 없었다.

신설된 지배구조위원회의 경영진 측 공동위원장은 윤 회장 몫이다. 윤 회장은 2016년에 열린 6차례의 지배구조위원회 회의에 모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차기회장의 후보군인 ‘롱리스트’의 구성 원칙을 결정한 지난해 11월 15일 회의, 선정 절차와 후보군을 결정한 12월 6일 회의에도 참석했다. 표결에 불참한 ‘후보군 결정’ 안건을 제외하고는 모든 안건에서 찬성표를 행사했다. 연임에 도전하는 회장이 차기 회장을 어떻게 선임할지 결정한 셈이다.

2016 2.26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찬성
5.3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찬성
10.28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찬성
11.17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찬성
사외이사인 상시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장 선임 찬성
2016년 하반기 회장 후보군 구성 원칙 찬성
12.6 2016년 하반기 회장 후보군 선정 절차 찬성
2016년 하반기 회장 후보군 (표결불참)
12.26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찬성

2016년 윤종규 회장 (상시)지배구조위원회 활동 내역

KB금융 측은 충분히 회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 회장의 은행장 겸임은 내부 분열을 수습하기 위한 이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공석인 상임감사위원의 역할은 현행 감사위원회에서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장이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문제도 다른 금융지주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에서 황제가 되는 법 ③ : 4000번의 중복투표, 누가 했나?

노조는 KB금융 사내에서 윤 회장의 입김이 닿지 않는 유일한 곳이다.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곳도 노조가 유일하다.

지난 12일, KB그룹 노동조합 협의회(이하 ‘KB노협’)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노조 설문조사(9.5~9.6 시행, 16101명에 발송)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노협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설문조사 막바지 2시간 사이 17개의 특정 IP에서 4000여 개 이상의 중복 응답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간대에 나온 응답 4296개의 99.6%는 윤 회장의 연임을 찬성한다는 답변이었다. 이 응답을 제외한 나머지 응답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답변의 비중이 81.4%에 이르렀다. 누군가 설문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조직적인 중복투표를 한 정황이다.

KB노협 측은 IP 주소 등을 볼 때 사내 특정부서의 활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계자의 증언과 제보도 확인한 상태다. 지난 13일, KB노협은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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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활동에 KB금융 사측의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은행 임원들의 선거 개입 사실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다음은 공개된 임원의 발언 일부다.

이번에 선출되는 분회장, 다음에 선출되는 대의원 선거에서 대다수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올바른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노동조합 선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오성 전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전국 부점장 화상회의

회장님께 깨지고 나오다가 ‘(노조) 비대위가 승인 못 받으면 어떻게 되나’ 물으시기에 ‘무노조 상태로 가게 된다’ 했더니 회장님이 웃으면서 ‘그때 가면 우리 하고 싶은 거 다 해치우자’ 그러더라고…

김철 국민은행 HR본부장, 노조위원장 선거 낙선자 회동

문제가 불거지자 윤 회장은 노조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고 문제의 발언을 한 두 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KB노협 측은 당초 불투명한 회장 선임 절차와 지주사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활동해 왔지만, 더이상 윤 회장의 연임을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윤종규 회장 연임저지 KB노협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한 데 이어 21일에는 임직원 우리사주 주식 등을 위임받아 이사회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에는 △낙하산 인사 배제 규정 신설, △대표이사 회장의 권한 축소, △ 사외이사 추천 등의 내용이 담겼다.

KB금융은 노조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노조에서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노조가 공개한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사석의 발언일뿐 선거 개입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답했다.

“시끄러워야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지금은 조용하잖아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이게 사실은 문제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주인이 없다 보니 모두가 한몫 챙기고 나갈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소리 내고 있지 않다는 거잖아요. KB금융은 시끄러워야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전 KB금융 임원

이번 윤 회장의 연임 과정을 지켜본 한 KB금융 전직 임원의 말이다. 그는 KB사태 이후 사람과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리 없이 진행된 윤 회장의 경영 승계 과정이야말로 KB금융이 안고 있는 진짜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윤 회장의 지배구조 장악, 이른바 ‘참호 구축’이 마지막 단계에 와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선 사람이 아닌 구조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은 사외이사 수를 조정하고 그 의미와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전 교수는 이런 노력들이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말할 때 주로 사외이사를 얘기해왔습니다. 하지만 현 시스템을 두고 조정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얼굴 보고, 돈 받고, 같이 밥 먹다 보면 대쪽같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알게 모르게 경영진과 뜻을 같이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사외이사 관련해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 정도라 생각합니다.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의 얘기를 투명하게 외부에 전달해 감시자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두 번째 방법은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사외이사제도의 추가적인 개정보다는 이처럼 밖에서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쓰자는 것입니다.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어정쩡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경영성과 개선을 위해 금융지주에 압력넣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근본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취재 : 오대양

월, 2017/09/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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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닷컴’ 중국의 성난 사드 민심, ‘솽스이’ 한국기업 성적표 좌우  – 올해 한국기업, 관련 마케팅 행사 거의 없어 – 온라인 판매 위주라 영향 받지 않을 것 낙관도 – 사드로 한국해외직구시장 실적 2분기 28.9%감소 블랙프라이데이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쇼핑 축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매우 중요한 날인 ‘솽스이’가 다가옴에 따라 사드배치로 멀어진 중국 민심이 한국기업 매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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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7/10/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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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한국심장재단 주최로 열린 심장병 예방을 위한 걷기대회에 참가하여 임직원 봉사활동도 실시했다. 메리츠화재 임직원과 자녀 10여 명은 이날 '한걸음 더 걷기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일, 2017/10/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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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은행 지분 소유 한도 불변, 바젤Ⅲ 동일적용’ 입장 밝히고,
무단 인출 사고 긴급 조사해야

–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 불변’이라는 명확한 입장 밝혀야 –
– 30일 금융위 종합감사에서 바젤Ⅰ예외적용, 무단 인출 사고 문제 다뤄야 –
– 국감을 계기로 뒤틀린 인터넷전문은행 정책 바로 잡아야 –

지난 16일 개최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정책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최종구 위원장은 은산분리 기본원칙 유지, 케이뱅크 인가과정 문제 인정 등의 답변을 하였다. 9월26일 답변한 경실련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까지 종합하면,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표현으로 여지를 남겼고, 자본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정책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무단인출 사고까지 나면서 소비자는 더욱 불안하다.

이에 경실련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금융위 종합국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 보고 잘못된 점과 취약점 등을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또한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최근 발생한 무단 인출 사고를 긴급 조사해야 한다.

최 위원장이 답변한 “은산분리 기본원칙 유지하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안 방안 강구하겠다” 발언는 지난 경실련이 공개질의한 ‘은산분리 원칙 완화’에 대한 질문답변과 비슷하다. 하지만 ‘은산분리 기본원칙 유지’라는 답변은 모호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금융위는 모호한 표현 대신 구체적으로 ‘지분한도 불변’이라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약, 금융위가 지분한도 늘리되 대주주 신용공여 및 의결권 제한 등의 임시 제약조건을 추가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는 은산분리 원칙 훼손의 문을 만들어 놓고 잠시 닫아 놓는 꼴과 같다. 따라서 금융위는 명확하게 지분한도에 손대지 않을 것을 정확하게 밝혀 은산분리 완화 여지를 없애야 한다.

또한, 최 위원장은 “케이뱅크 인가 절차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개혁을 위해 마련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1차 권고안에 따른 태도 변화이다.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던 케이뱅크 인가문제에 대해서 금융위원장이 직접 인정한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절차상 문제점 인정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자체 감사, 감사원 감사 등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구체적인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금융위가 인가 과정에서 적용한 유권해석이나 정관에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의 위법성 여부 등 아직 남은 쟁점들도 해소해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만 예외적으로 바젤Ⅰ적용한 점에 대해서는 지적되지 않았다. 경실련은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만 예외적으로 바젤Ⅰ을 적용하여,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에 대한 금융위원회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지방은행과 수협의 사례를 들어 예외적용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가계신용대출에 대하여는 바젤Ⅰ이 바젤Ⅲ보다 위험을 엄격하게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일률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이 내재하고 있는 시스템리스크 위험성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속도와 규모는 과거 지방은행과 수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고 쏠림현상이 심하다. 이런 쏠림현상으로 위험이 매우 빠르게 확대되어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된 업무가 지급결제와 신용대출이기에 때문에 만약 시스템리스크가 일어나면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스템리스크 창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기순응성 또는 외부경제 등 관련하여 발생하는 시스템리스크 대응을 목적으로 추가로 자기자본 요구를 하는 바젤Ⅲ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회는 30일 예정된 금융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꼭 다뤄야 한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98건의 무단 인출사고가 발생했다. 98건의 무단인출이 발생하는 동안 카카오뱅크 보안시스템은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가 일어나도 감지하지 못하는 은행에 소비자는 불안하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ICT 기술을 활용하여 전자거래가 기반인 은행이다. 전자거래에 강점이 있어야 할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무단 인출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보안시스템이 인지 못 했다는 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해서 문제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시스템의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받는다. 따라서 경실련은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의 보안시스템에 대해서 긴급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국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집중 질의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뒤틀린 인터넷전문은행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은산분리 완화 문제와 자본건전성 규제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신규인가는 중단해야 한다. 국회도 국정감사 문제 지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 등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의 산업정책이 감독정책을 포획하면서 발생했다. 이는 우리 금융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깊이 있게 진행해야 한다.

<끝>

별첨. 금융위의 공개질의 답변서

목, 2017/10/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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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에 적법한 과세와 과징금을 부과하라

– 금융당국과 국세청에 대해 감사 및 검찰수사가 필요-

-삼성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처리수준에서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드러날 것-

 

10월 3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적법한 과세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밝혀낸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1199개였고, 재산은 4조 5천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정부가 손 놓고 있던 사이 이건희 회장은 차명계좌에 있는 돈의 대부분을 찾아갔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과세뿐만 아니라,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가능했음에도 금융위는 그간 유권해석을 핑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어제(3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의 인출·해지·전환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하였다. 이어 한승희 국세청장도 과세를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더 이상 정부가 재벌의 차명거래를 장려하는 잘못된 행정을 하지 않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정부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에 증여세와 과징금 부과를 해야한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그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실명제 실시 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90%의 소득세 차등과세와 함께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법 제45조2(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는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최고 50%의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에 중과하는 것으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문제를 끝내려 한다면, 재벌의 적폐를 눈감아 주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과징금과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

둘째, 검찰과 감사원은 금융당국과 국세청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간 금융위와 국세청은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의 실명전환 과정에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감장에서 검찰 수사결과 등으로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면, 금융실명제법 5조에서 말하는 비실명재산으로 보고, 이자 및 배당소득에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국세청이 의지만 있었다면, 과세와 과징금 등의 조치가 충분했다는 의미이다.

이제 정부는 공정과세를 실현하고, 재벌개혁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에 대한 적법한 과세 및 행정조치와 함께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을 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국민의 요구를 모으는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번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문제는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삼성그룹 또한 과거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화, 2017/10/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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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킨코리아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임직원과 환자 및 환자가족 등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5회 뉴스킨과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우 가족 모임'을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뉴스킨코리아의...
월, 2017/11/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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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농정개혁 연속 정책토론회 2]

“건강한 농업생태계가 건강한 먹거리를 만든다”

–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정책방안 제안 토론회 개최-

–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경실련 공동주최 –

– 2017년 11월 16일(목)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

경실련과 국회의원 박완주 의원은 11월 16일(목)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관리 체계 개선방안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우리 먹거리 안전관리체계의 한 축인 유기인증과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한국유기농업학회 회장인 최덕천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유병덕 소장은 ‘유기농에 농약 검사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며 지난 살충제 계란파동에서 무항생제 인증 달걀에서 비펜트린, 피프로닐과 같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건과 자연 방사한 닭이 낳은 달걀에서 DDT가 검출된 사건을 분리했다. 토양오염으로 파생된 DDT 검출된 농가는 오히려 피해자이며, 건강한 생산과정을 통해 생산해도 해로운 성분이 검출되는 경우라면 모든 잘못을 생산자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는 검출 결과 중심의 인증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검출 결과 중심의 인증 제도로 농민은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황과 문제를 지적하고 제도의 개선 방향은 3가지를 제안했다. 농약 검출 등 결과 중심의 유기인증 시스템이 아닌 건강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으로 인증 시스템의 변화를 주장했다. 과정 중심의 인증시스템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현재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정의와 목적을 가진 유기농산물에 대해서 새로운 정의와 목적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농업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아니라 건강한 농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식품 전문 인정기구 설립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발생한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본 친환경 농업의 현실을 보면 분석과 결과 중심의 친환경 인증제도를 과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비의도적으로 인증 위반한 농가에 대한 구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인정기구인 농관원의 관리 능력 향상 및 감독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며 농관원에서 계속해서 친환경 인증기관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면 별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관리감독부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복 당너머 농장대표는 “우리의 먹거리는 모두가 생명체이고 그 생명체가 행복하여야 그것을 먹는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며 “이제 먹는다는 것은 만족감이나 맛을 추구할 뿐 아니라 편안함을 주어야 하고 먹음으로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정서와 문화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제도 및 먹거리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섭생의 원리에 처한 우리는 고비용을 지불하고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친환경 농업이 농자재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항생제 농약 비료를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써도 되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완형 한살림연합회 전무는 “친환경 인증제의 문제 근원을 찾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난 20여 년간 안전과 품질에 치중한 인증 및 농자재 중심의 친환경농업 실천과 정책에서 벗어나‘저투입,내부순환,자연공생’을 열쇳말로 하는 진정한 친환경농업 실천과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외부 농자재 투입을 늘리고 중시하고, 인증 기준 적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농법의 자연적 생산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지현 박사는 과정 중심의 친환경 인증은 대다수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위해요소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체제는 농약 검사를 통한 부적합 판단 시스템은 사후징벌적인 인증시스템이라고 지적하며, 국제규범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유기농 관련 법규를 개정해 사후적 위반행위 적발 등의 과거 틀에서 벗어나 생산과정을 중시하고 사전예방적인 접근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인정기관으로서의 농관원의 역할이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공무원 조직이 아닌 민관합동 형태의 독립적인 인정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상혁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 과장은 발제자가 주장한 지향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단계적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도 고의적인 농가도 있었기 때문에 고의나 과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을 묻고, 비의도적으로 검출된 것에 대해서는 대책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방적인 규제 강화 대책을 수립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항변하였고, 생산자 단체들과 깊은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증기준 안전성이 우려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인증기준 심사를 강화하고 인증 농가 안전성 검사 확대,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강화, 지정기준 및 관리,감독 강화 등 부실인증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좌장인 최덕천 한국유기농업학회 회장은 건강한 농업 생태계가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고, 그걸 먹는 인간도 건강해진다고 발언하며 토론회를 마쳤다.

(끝)

목, 2017/11/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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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500m 높이의 빌딩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한강과 잠실종합운동장을 바라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점심에는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먹었다. 식사하는...
월, 2017/11/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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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 경단련 ‘인력 부족 해소’ 위해 한국 대학생 대상 취업 설명회 – 일본 경단련, 한국 전경련과 공동으로 개최 준비 – 한국 대학생 IT 활용 능력과 영어 구사 능력 높아 – 한국 대학 졸업생 ‘공급과도’ 상태 판단 일본의 경제단체인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전했다. 산케이 신문에 의하면, 경단련은 일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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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11/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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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전경련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소속 위원의 정부 위원회 참여를 배제하라

▶전경련 여전히 경제관련 주요 4개 행정부처(기관), 6개 위원회 6명 참여

▶3월 기준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단 6개 위원회만 없어진 상황

▶없어진 6개 위원회 역시 임기만료 및 위원회 역할 부재에 따른 결과

– 정부, 정경유착 근절 위한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 및 정부 위원회 배제 노력 전무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전경련 해체 찬성’ 약속을 지켜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정보공개포털에 등록된 52개 주요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및 산하유관기관이 정부의 행정 및 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실태조사는 지난 3월에 이어 문재인 정부 10월 기준으로 한 재조사였고, 전경련이 문재인 정부 공식 위원회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주요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문재인 정부 10월 기준, 고용노동부 2개(최저임금위, 임금채권보장기금심의위), 산업통상자원부 2개(소재부품발전위, 할당결정심위), 외교부 1개(민관합동해외긴급구호협의회), 공정거래위원회 1개(소비자정책위) 위원회에 여전히 전경련과 산하기관 6명이 참여 중에 있다. 2017년 3월 기준 박근혜 정부와 비교했을 때, 역할이 없어진 창조민관협의회를 포함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위원회,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심의위, 국민연금기금운용위, 기획재정부 부담금운용심의위,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책심의위 단 6개 위원회만 없어진 상황이다. 없어진 위원회는 정부의 해촉 조치가 아니라, 임기만료에 따른 결과이다.

전경련에서 한국경제연구원으로 바뀐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위원회와 고용보험위원회는 기존 활동위원이 전경련에서 산하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소속을 옮겨서 단체명만 바뀐 상황이다. 전경련 관리·감독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립허가 취소를 위한 노력도 없지만, 위원회에서 여전히 활동을 하도록 방관하고 있고, 재벌정책을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위원회 배제 노력이 없다.

이상의 조사결과를 볼 때,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부패를 일삼은 전경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국민들은 설립목적을 위반해 공익을 심각히 훼손한 전경련에 대한 해체와 정부위원회의 전경련 참여 배제 촉구를 했었다. 이러한 촛불시민의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지만 여전히 전경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있으며, 참여하고 있는 정부의 주요위원회에서도 배제시키기 않고 있다. 이에 경실련은 대통령과 정부가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계기로 전경련 해체 문제를 반드시 매듭 지을 것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전경련의 설립허가 취소와 정부 위원회 참여를 배제하라.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으로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설립목적을 위반함에 따라 당연히 민법 제38조의 설립허가 취소 요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설립허가 취소를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여전히 전경련은 경제관련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는 배제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설립허가 취소와 함께, 반드시 정부위원회 참여를 통한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전경련의 즉각적 해체 찬성’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이던 지난 2월, 경실련은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전경련 해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개질의를 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답변에서 ‘전경련 즉각 해체’를 주장하며, “우리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정경유착의 악순환을 이제 단절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모금창구 역할을 한 전경련의 행위는 반칙과 특권의 상징과도 같다. 국민적 비판여론에 따라 주요 재벌기업들이 전경련 탈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 기업과 전경련이 자체로 결정할 문제이지만 차제에 전경련은 스스로 해체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해체이유를 설명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경련 해체를 통해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내걸며, 출범한지도 벌써 7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상징인 전경련은 여전히 간판을 내걸고, 활동 중에 있다.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근절을 희망했던 촛불시민의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지만, 전경련 해체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정부 위원회에 참여까지 시키고 있다. 정경유착에 대한 근절 없이는 건전한 국가경제 발전은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 국회는 국민들과 약속한 ‘전경련 해체’에 대해 신속히 매듭을 지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7년 11월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수, 2017/11/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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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이 되면 시중은행에서는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예고된 시각에 인사 결과가 발표되는 일은 드물다. 1~2시간 늦어지는 것은 예사이고, 그보다 더 늦어지면 이미 승진 축하연이 벌어진 후에야 인사 결과가 나오는 헤프닝도 왕왕 있다.

암묵적인 승진 통보를 미리 받았지만 정작 최종 인사 발표에서는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항의를 하려해도 불가능하다.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인사를 결정했는지는 ‘경영권자의 재량’이라는 명목 하에 철저히 불문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인사 평가 담당자인 지점장은 ‘좋은 평가를 했는데도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는 말을 반복한다. 문제는 어떤 직원을 만나도 같은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은행가 ‘깜깜이 인사’가 빚어낸 인사철 촌극이다. 이른바 ‘줄대기’ 이외에는 확실한 승진 방법이 없다는 은행 직원들의 자조적인 말이 떠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두고 은행권에서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청탁과 줄대기가 힘을 발휘하는 곳은 비단 채용 단계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용 비리가 은행권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면, 인사 비리는 우리 금융의 공공성 전반을 흔드는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내부 감사 문건 입수…30명 중 1명은 부당 인사

뉴스타파는 시중은행 인사의 내막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에서 작성한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이다. 2014년 상반기 인사에 대해 이뤄진 특별감사 결과를 담은 이 문건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윤종규 회장에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됐다.

▲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 작성)

▲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 작성)

이 문건에 따르면, 특별감사를 통해 4개 유형의 규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본부장이 개인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이다. 51개 본부 가운데 31개 본부장이 총 376건의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부장이 부점장이 평가한 개인평가점수에 대해 ±5점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을 위반하고 5~10점의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사부서가 사전에 중요인사기준을 결정해야한다는 내부 지침을 위반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결정해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임의적인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은행장에 보고해 별도의 결재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조차도 지키지 않았다.

이같은 임의적인 인사를 통해 부당하게 승진·승격하거나 이에 제외된 사례는 총 21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서를 바꿔 승진·승격한 사례가 48건, 부당하게 승진·승격에서 제외된 사례는 167건에 이르렀다. 기준에 따라 승진·승격 대상, 기준을 정하도록한 내규를 위반한 것이다.

자격이 없는 대상자가 다른 후보자들의 승진 기회를 뺏는 일도 있었다. 내규에 따라 승진·승격 대상 제외자로 분류됐던 135명이 추천후보군에 임의로 포함됐고, 이 가운데 29명은 본부장의 추천까지 받았다. 특별감사에 나선 경영감사부가 어느 본부장이 누구를 추천했는지 확인하려하자 관련 명단은 비밀 유지라는 명목 하에 전산DB에서 삭제됐다.

2014년 말 당시 국민은행 전체 일반직원의 수는 약 16000명. 직원 30명 중 한 명은 2014년 상반기 인사에서 부당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본 셈이다.

“은행 비리의 시작과 끝은 인사, 임기동안 이것 하나 바꾸려했지만…”

취재진은 당시 이 문건의 작성 책임자였던 정병기 전 KB국민은행 상임감사를 통해 이 문건의 내용을 확인했다. 정 전 감사는 2014년 초 당시 인사시스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년 초 상임감사 취임했을 당시 KB국민은행의 상황은 참담했다. 일본 동경지점 부당대출로 사람이 자살하고, 내부 통신 전산망 관련 문제가 불거졌고, 카자흐스탄 은행에 대한 투자로 1조 원을 날렸다. 개인 직원들의 일탈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 조직 내부 비리의 시작과 끝은 인사와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인사에서 비리가 발생했다는 제보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상임감사 3년간 인사시스템 하나만은 개선하자고 마음먹었다. 아마 은행의 인사시스템을 손보겠다 했던 것은 내가 역사상 최초였을 것이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2개월간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팀(TFT)도 가동됐다. 정 전 감사가 강조한 인사시스템의 개혁 방향은 ‘투명성’ 확보였다.

정작 직원들은 평가 결과를 모른다. 인사팀에 평가 결과를 알려주자고 하면 ‘시끄러워진다’고 하더라. 그것이 문제라고 본다. 투명하지 않으니까 한번에 수백 건씩 외부 청탁자들에 의해 기준과 순서를 바뀌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직원들 입장에선 맹목적 충성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조건 밖으로 가서 일단 뛰는 것 밖에 없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정 전 감사는 당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인사 관련 개혁과제를 이어받아 추진하겠다 약속했지만 자신의 퇴임과 함께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내부 장치도 없어졌다. 윤 회장 임기인 지난 3년간 상임감사직은 공석으로 유지됐고, 문건을 작성한 경영감사부는 해체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지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렴해 올해 상반기 인사부터는 희망직원에 한해 업무 평가 내용을 ‘최우수’, ‘우수, ‘보통’으로 분류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진이 뽑겠다하면 시스템은 그저 시스템일뿐”

‘깜깜이 인사’는 KB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KEB하나은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조직 개편을 단행해 최순실 씨의 조력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인사시스템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 초부터 실적이 우수한 퇴직 지점장을 재채용하는 인사를 시행하고 있다. 함영주 행장의 ‘인사 파격실험’으로 불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 사적 금전 대차, 성추행 사건 등으로 물러났던 문제적 인물들이 복귀한 것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성추행 사건으로 퇴직했던 이 모 전 지점장이 적정한 검증 절차없이 재채용된 사실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 KEB하나은행 재채용 건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원 회신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제공)

▲ KEB하나은행 재채용 건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원 회신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제공)

금감원 조사 결과에 대해 김정한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두 최고경영진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에서 비롯된 인사 적폐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등은 지난 2일 ‘하나금융지주 적폐 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하고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에 대한 퇴진 운동에 나선 상태다.

검증을 철저히 하느냐, 안하느냐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경영자가 채용하겠다는 지시가 내려오면 인사채용 시스템은 단순히 시스템일뿐이다. 이런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회장과 행장 밖에 없다. 이것 자체가 KEB하나은행에 만연한 인사적폐고, 이들 최고경영진부터 청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한 /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

“은행가 인사 난맥상, 피해자는 국민”

전문가들은 은행의 고질적인 인사 비리가 단순히 한 민간기업의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준과 원칙없는 인사가 은행을 부실하게 만들고, 그 부실은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사가 만사다. 승진해야할 사람이 승진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이 승진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금융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정책,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코드에 맞추기, 줄서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조연행 /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은행의 부실이 이전돼서 사회로 갈 것이 두렵다. 일반 기업같으면 자금 경색이 일어나 시장에서 도태되지만, 은행은 망하지 않고 부실이 계속 쌓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경제위기 오면 내부의 부실을 안고 있다가 한번에 그 핑계로 다 넘겨버리지 않겠나. 그것이 IMF였다. 엄청나게 많은 금융 비리가 드러났지만 그때가서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국민들이 다 떠안는 것이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11월 28일 추가]

기사가 나간 뒤 KB국민은행은 뉴스타파에 뒤늦게 해명문을 보내왔다. 국민은행 측은 “2014년 특별감사 이후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본부장의 개인평가점수 조정권한은 제한됐으며, 사후 결재가 문제가 된 인사 세부심사기준은 은행장 사전 결재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승진·승격 대상자와 제외자 선별 절차는 혼선이 없도록 명단을 미리 확정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으며, 전산DB에서 삭제돼 문제가 됐던 추천인 관련 자료도 현재는 누적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또 전 직원을 상대로 인사 기준을 고지하고 있으며, 희망자에 한해 자신의 인사 평가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월, 2017/1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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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기약없는 기다림을 끝내고,

재벌개혁 공약을 이행하라

– 재벌개혁 정책 로드맵 발표와 이행을 조속히 하라 –

– 기존순환출자 해소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즉시 해야 –

공정위는 어제(30일) 2017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년도에 비해 기업집단들의 순환출자는 줄어들지 않았고, 내부지분율은 오히려 늘어나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감소하여 계열사를 통한 지배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의 출자가 증가하여 금산복합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결국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전 정부와 달라진 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재벌의 실태는 변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말로만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있었던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후보시절부터 기존순환출자의 단계적 해소,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등 재벌개혁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취임 후 7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나오는 이야기는 스스로 변하기를 기다리겠다는 말 뿐이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재벌개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대 정부에서 봤듯이 정권 지지도가 높은 초기에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재벌들의 거센 저항으로 개혁이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시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탄생한만큼,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적기인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재벌개혁 정책을 시행할 때이다. 이미 국회에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도 이미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도입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모든 준비는 되어 있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의지를 보일 때이다. 진정성 있는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말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정책과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앞선 정부들이 재벌과 타협하고,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그 실패를 발판삼아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재벌개혁 공약을 이행하고,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 2017/12/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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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좋아 병·의원 및 사옥용 적합. 155억원. (02)541-0075 서초 두바이 이세연 ○서울 9호선 대로변... (02)508-1213 서초 제이에스 차상혁 ○서울 송파구 대로변 투자 및 수익형 빌딩=대단지 아파트 항아리상권 대지...
월, 2017/12/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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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한국, 필리핀에 경제 지원… 중국과 경쟁하나 – 문재인 대통령, 필리핀에 경제 개발 및 원조 제안 – 필리핀, 중국과 관계개선 이미 14개 부문 경제협력 협의 – 한국, 중국에 과잉 투자 개선 위해 동남아 시장으로 눈돌려 VOA가 필리핀의 개발계획이 한중간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도로 · 항만 · 철도 등의 국가 인프라 개발을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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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1/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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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이 되면 시중은행에서는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예고된 시각에 인사 결과가 발표되는 일은 드물다. 1~2시간 늦어지는 것은 예사이고, 그보다 더 늦어지면 이미 승진 축하연이 벌어진 후에야 인사 결과가 나오는 헤프닝도 왕왕 있다.

암묵적인 승진 통보를 미리 받았지만 정작 최종 인사 발표에서는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항의를 하려해도 불가능하다.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인사를 결정했는지는 ‘경영권자의 재량’이라는 명목 하에 철저히 불문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인사 평가 담당자인 지점장은 ‘좋은 평가를 했는데도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는 말을 반복한다. 문제는 어떤 직원을 만나도 같은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은행가 ‘깜깜이 인사’가 빚어낸 인사철 촌극이다. 이른바 ‘줄대기’ 이외에는 확실한 승진 방법이 없다는 은행 직원들의 자조적인 말이 떠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두고 은행권에서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청탁과 줄대기가 힘을 발휘하는 곳은 비단 채용 단계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용 비리가 은행권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면, 인사 비리는 우리 금융의 공공성 전반을 흔드는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내부 감사 문건 입수…30명 중 1명은 부당 인사

뉴스타파는 시중은행 인사의 내막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에서 작성한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이다. 2014년 상반기 인사에 대해 이뤄진 특별감사 결과를 담은 이 문건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윤종규 회장에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됐다.

▲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 작성)

▲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 작성)

이 문건에 따르면, 특별감사를 통해 4개 유형의 규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본부장이 개인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이다. 51개 본부 가운데 31개 본부장이 총 376건의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부장이 부점장이 평가한 개인평가점수에 대해 ±5점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을 위반하고 5~10점의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사부서가 사전에 중요인사기준을 결정해야한다는 내부 지침을 위반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결정해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임의적인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은행장에 보고해 별도의 결재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조차도 지키지 않았다.

이같은 임의적인 인사를 통해 부당하게 승진·승격하거나 이에 제외된 사례는 총 21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서를 바꿔 승진·승격한 사례가 48건, 부당하게 승진·승격에서 제외된 사례는 167건에 이르렀다. 기준에 따라 승진·승격 대상, 기준을 정하도록한 내규를 위반한 것이다.

자격이 없는 대상자가 다른 후보자들의 승진 기회를 뺏는 일도 있었다. 내규에 따라 승진·승격 대상 제외자로 분류됐던 135명이 추천후보군에 임의로 포함됐고, 이 가운데 29명은 본부장의 추천까지 받았다. 특별감사에 나선 경영감사부가 어느 본부장이 누구를 추천했는지 확인하려하자 관련 명단은 비밀 유지라는 명목 하에 전산DB에서 삭제됐다.

2014년 말 당시 국민은행 전체 일반직원의 수는 약 16000명. 직원 30명 중 한 명은 2014년 상반기 인사에서 부당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본 셈이다.

“은행 비리의 시작과 끝은 인사, 임기동안 이것 하나 바꾸려했지만…”

취재진은 당시 이 문건의 작성 책임자였던 정병기 전 KB국민은행 상임감사를 통해 이 문건의 내용을 확인했다. 정 전 감사는 2014년 초 당시 인사시스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년 초 상임감사 취임했을 당시 KB국민은행의 상황은 참담했다. 일본 동경지점 부당대출로 사람이 자살하고, 내부 통신 전산망 관련 문제가 불거졌고, 카자흐스탄 은행에 대한 투자로 1조 원을 날렸다. 개인 직원들의 일탈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 조직 내부 비리의 시작과 끝은 인사와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인사에서 비리가 발생했다는 제보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상임감사 3년간 인사시스템 하나만은 개선하자고 마음먹었다. 아마 은행의 인사시스템을 손보겠다 했던 것은 내가 역사상 최초였을 것이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2개월간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팀(TFT)도 가동됐다. 정 전 감사가 강조한 인사시스템의 개혁 방향은 ‘투명성’ 확보였다.

정작 직원들은 평가 결과를 모른다. 인사팀에 평가 결과를 알려주자고 하면 ‘시끄러워진다’고 하더라. 그것이 문제라고 본다. 투명하지 않으니까 한번에 수백 건씩 외부 청탁자들에 의해 기준과 순서를 바뀌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직원들 입장에선 맹목적 충성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조건 밖으로 가서 일단 뛰는 것 밖에 없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정 전 감사는 당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인사 관련 개혁과제를 이어받아 추진하겠다 약속했지만 자신의 퇴임과 함께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내부 장치도 없어졌다. 윤 회장 임기인 지난 3년간 상임감사직은 공석으로 유지됐고, 문건을 작성한 경영감사부는 해체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지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렴해 올해 상반기 인사부터는 희망직원에 한해 업무 평가 내용을 ‘최우수’, ‘우수, ‘보통’으로 분류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진이 뽑겠다하면 시스템은 그저 시스템일뿐”

‘깜깜이 인사’는 KB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KEB하나은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조직 개편을 단행해 최순실 씨의 조력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인사시스템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 초부터 실적이 우수한 퇴직 지점장을 재채용하는 인사를 시행하고 있다. 함영주 행장의 ‘인사 파격실험’으로 불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 사적 금전 대차, 성추행 사건 등으로 물러났던 문제적 인물들이 복귀한 것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성추행 사건으로 퇴직했던 이 모 전 지점장이 적정한 검증 절차없이 재채용된 사실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 KEB하나은행 재채용 건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원 회신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제공)

▲ KEB하나은행 재채용 건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원 회신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제공)

금감원 조사 결과에 대해 김정한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두 최고경영진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에서 비롯된 인사 적폐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등은 지난 2일 ‘하나금융지주 적폐 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하고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에 대한 퇴진 운동에 나선 상태다.

검증을 철저히 하느냐, 안하느냐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경영자가 채용하겠다는 지시가 내려오면 인사채용 시스템은 단순히 시스템일뿐이다. 이런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회장과 행장 밖에 없다. 이것 자체가 KEB하나은행에 만연한 인사적폐고, 이들 최고경영진부터 청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한 /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

“은행가 인사 난맥상, 피해자는 국민”

전문가들은 은행의 고질적인 인사 비리가 단순히 한 민간기업의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준과 원칙없는 인사가 은행을 부실하게 만들고, 그 부실은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사가 만사다. 승진해야할 사람이 승진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이 승진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금융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정책,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코드에 맞추기, 줄서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조연행 /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은행의 부실이 이전돼서 사회로 갈 것이 두렵다. 일반 기업같으면 자금 경색이 일어나 시장에서 도태되지만, 은행은 망하지 않고 부실이 계속 쌓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경제위기 오면 내부의 부실을 안고 있다가 한번에 그 핑계로 다 넘겨버리지 않겠나. 그것이 IMF였다. 엄청나게 많은 금융 비리가 드러났지만 그때가서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국민들이 다 떠안는 것이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11월 28일 추가]

기사가 나간 뒤 KB국민은행은 뉴스타파에 뒤늦게 해명문을 보내왔다. 국민은행 측은 “2014년 특별감사 이후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본부장의 개인평가점수 조정권한은 제한됐으며, 사후 결재가 문제가 된 인사 세부심사기준은 은행장 사전 결재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승진·승격 대상자와 제외자 선별 절차는 혼선이 없도록 명단을 미리 확정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으며, 전산DB에서 삭제돼 문제가 됐던 추천인 관련 자료도 현재는 누적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또 전 직원을 상대로 인사 기준을 고지하고 있으며, 희망자에 한해 자신의 인사 평가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월, 2017/1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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