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판결비평] 대기하는 노동자는 과연 자유로운가

지역

[판결비평] 대기하는 노동자는 과연 자유로운가

익명 (미확인) | 금, 2018/08/24- 15:58

학교에서 50분 수업 이후의 휴식시간 10분은 얼마나 자유로운 시간일까요? 집에 갔다 오거나, 낮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올 수 있을까요? 짧은 그 시간동안 할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거나, 화장실을 겨우 갔다올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10분 남짓한 휴식시간이, 선생님에게 교육받는 시간이 아니므로 수업시간 계산에서 빼야하고, 그 쉬는 시간만큼 보충수업을 받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혹은 신고가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출발하기 위해 대기하는 소방관들이, 그 대기하는 시간은 실제 노동시간이 아니므로 그만큼 시급을 적게 받으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지난 6월 28일 대법원이 꼭 그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음 배차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버스기사들의 대기시간 전부를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그것입니다. 시민의 안전은 물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흐름에도 역행한 이 판결에 대해 손명호 변호사가  집필하였습니다. 

 

대기하는 노동자는 과연 자유로운가

[광장에 나온 판결] 버스기사 배차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불인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제2부 2013다28926 재판장 김소영, 주심 조재연 대법관)

 

손명호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가진 게 "시간" 밖에 없는 사람들과 노동시간 단축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가?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가진 것이 "시간" 밖에 없는 사람들은 시간을 팔아야만 먹고살 수 있다. 시간을 팔아서 먹고사는 이를 노동자라고 부르고, 남의 시간까지 사용하는 이를 사용자라고 부른다.

 

남에게 판 시간은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그 시간만큼 남에게 종속 된다. 많이 팔수록(많이 일할수록) 제 삶을 사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래서 적게 팔아도(적게 일해도) 먹고살 수 있어야 비로소 제 삶을 살 수 있다. 노동자들이 온전히 제 삶을 살 수 있도록 투쟁해온 역사가 곧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이고, "하루 8시간 노동"으로 상징되는 노동법의 역사이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시간, 대기시간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을 1주 40시간, 1일 8시간으로 제한하면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다(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에서 완전히 해방된 시간이기 때문이다(제54조 제2항). 그런데 당장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쉬는 것도 아닌 시간이 있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시간, 지시가 있으면 언제라도 업무에 착수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시간이다. 대기시간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응할 수 있는 일정한 장소 내에서 작업준비 상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작업시간 도중에 현실적인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시간이다. 

사용자는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 동시에, 업무를 위해 대기시간에도 노동자를 어느 정도 구속하고자 한다. 노동자는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아 임금을 더 받고자 한다. 동시에,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인정받아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기도 하다. 이처럼 대기시간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시간"으로 근로기준법에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법률의 공백 속에서, 법원은 시외버스 운전기사의 운행 대기시간(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0548 판결) 및 우편물운송차량 운전기사의 격일제 근무 중 대기시간(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4509 판결)이 근무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 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후 법원은 일관되게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이 배제되지 않은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법원은 대기시간에 관한 명시적인 법률 근거가 없을 때에도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미치는 대기시간은 당연히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인정하는 데 사용자의 엄격한 입증을 요구했다.      

 

이러한 판례가 집적되어 2012년 2월 1일 개정(2012. 8. 2.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에서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비로소 대기시간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노동자에게 전가된 대기시간 판단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 통상적으로 하루에 3회 내지 7회 노선운행을 하는데, 그 운행과 운행 사이에 대기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고들(노동자)은 대기시간이 교통상황, 날씨, 승객의 수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일정하지 않고, 배차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대기시간에 차량 정비와 검사, 차량 청소 등 운행준비를 하여야 했으므로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들(사용자)은 사전에 작성된 배차시간표에 운행버스의 출발시각이 미리 정해져 있었고, 운전기사들이 대기시간 중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므로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심과 제2심 재판부는 운행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운행 대기시간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판결이유로 ①회사가 대기시간에 운전기사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②도로 사정 등으로 버스운행이 지체되어 배차시각을 변경하여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피고들이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활용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감독할 업무상 필요성도 크지 않으며, ③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기는 하였으나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각이 배차시간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버스운전기사들이 이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즉, 대법원은 기존에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인정하는 데 사용자의 엄격한 입증을 요구한 것과 달리, 대상판결에서는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대기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의 존재를 엄격히 입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중에 차량 정비와 검사, 차량 청소 등 운행준비 외에 운전기사들이 자유롭게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으므로 이를 구별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분명히 존재한 때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과로 없는 사회를 꿈꾸며

 

대상판결은 종래 법원의 해석과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새삼 노동자들에게 대기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의 존재를 엄격히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종래 대기시간에 관한 명시적인 법률 근거가 없을 때에도, 법원은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를 새기며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대기시간은 당연히 근로시간에 해당하고,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인정하는 데 사용자의 엄격한 입증을 요구했다. 

 

이후 국회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을 신설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명문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법원의 해석과 국회의 입법은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법의 목적에 부합했다.

 

2012년 2월 1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시간에 관한 유일한 법적 근거인 위 조항에 따라 "작업을 위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은 전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의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배차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하루에 3회 내지 7회 운행하므로 운행과 운행 사이에 대기시간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대기시간은 다음 운행을 위한 시간이므로 당연히 "작업을 위한" 시간에 해당한다(다음 운행이 없다면 대기시간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 회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내버스 운수회사에는 운전기사 외에 배차담당자가 있다. 배차담당자는 대기 중인 운전기사들에게 당일의 교통상황에 따라 앞차와의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운행을 지시하고 운전기사들은 배차담당자가 설정한 배차간격에 맞추어 앞차와 일정한 간격으로 운행을 할 의무가 있다. 비록 배차시간표에 회차별 출발시간이 공고되어 있더라도 전 회에 출발한 버스가 교통상황, 날씨, 승객의 수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정시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차량의 정비가 필요하거나 동료기사의 지각 또는 결근 등으로 회차 순번이 바뀌는 경우가 있으므로, 대기시간 중에도 배차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운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항소심 판결이 "대기시간이 2분 또는 5분, 8분 등 10분 미만인 경우도 수회 있다"고 하고, 대상판결도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다"고 한 것도 이러한 운행 대기시간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운전기사들은 대기시간 중에도 "사용자(배차담당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대기시간 중 자유롭게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과 차량 정비와 검사, 차량 청소 등 운행준비 시간을 구분하라고 요구한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하였다고 하려면 원칙적으로 미리 그 시간을 뚜렷이 정하여 노동자가 그 시간동안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상판결 사건은 매회 달라지는 전 회 차량의 도착시간과 배차간격, 개별차량의 상태, 동료기사들의 출퇴근 상황 등에 따라 배차담당자가 그때그때 대기시간을 부여하였으므로, 대기시간 중 운행준비 시간과 휴식시간은 사전에 일정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운전기사들은 대기시간 중에 배차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그때그때 운행준비를 하거나 식사를 하여야 했으므로 대기시간 내내 사용자의 지휘·감독권 아래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대상판결의 원고들이 승객과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대중교통 종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인정하는 데 보다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에 대하여 "운전업무자로서 승객을 비롯한 교통관여자들의 생명, 신체를 보호할 의무는 근로계약 이전에 사회공동체에 의하여 부과된 것으로 원고(사용자)와의 근로계약으로 그 본질적인 내용을 바꿀 수 없다"고 하여, 대중교통 종사자의 승객과 시민에 대한 안전보호의무는 사회공동체에 의해 부여된 것으로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으로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8. 2. 9. 선고 2017구합3601 판결, 원고 항소 포기로 확정).

 

이처럼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대중교통 종사자로서 승객들과 시민들에 대해 고도의 안전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또한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과 달리, 운행 도중에 식사를 하거나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도 없다. 대기시간 없이 운행업무만 계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정 시간 운행 후 반드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시내버스 운전업무에 있어서 대기시간은 업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보조 시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상판결 사건의 경우 대기시간이 2분, 5분, 8분 등 10분 미만으로 부여된 경우도 상당한데, 이러한 초단기의 대기시간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식시간이라기보다는 식사와 생리현상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업무준비 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대중교통 종사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대상판결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운행 대기시간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제 시간을 남에게 내어주지 않고 온전히 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절실하다. 대기시간은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시간"이다.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없는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쉽게 인정하면 근로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대중교통 종사자와 같이 시민의 안전문제와 직결된 업무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업무 도중에 필수적으로 휴식시간을 부여하여야 하고,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법원은 노동법의 역사와 함께 흐르는 노동시간 단축의 의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시간을 빼앗긴 노동자들에게 삶을 돌려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대기하는 노동자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북한의 예고된 폭주와 충돌, 지켜만 볼 것인가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북 대화 재개해야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장
 

 

오랜만에 운전대에 앉았다. 모든 것이 낯설다. 차도 사양이 바뀌었고 도로는 더욱 복잡하다. 건너편 차선의 운전자는 왜 이렇게 난폭하고 거친가. 불만족스러운 표정과 언사로 훈수를 두는 옆 자리 앉은 사람은 또 어떤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운전석'에 앉게 된 문재인 정부의 상황이 딱 이렇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뉜다. 하나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권을 행사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한편 한미 동맹 강화와 군비 증강, 대북 제재 유지 및 강화 방침을 재확인한 자리가 아니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의 "모든 국가 역량을 활용하여"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력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에는 도리어 핵미사일을 포기하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접근법이냐는 질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 기간조차 없이 당선 직후 출범했다는 점,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조기 정상회담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평가가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직후 이어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운전수'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당면할 한반도의 위기가 먼 훗날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북한에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과 신베를린구상에서 일관되게 대화를 강조하는 만큼 제재와 압박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한미 정상은 대화와 제재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베를린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강조하는 한편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화를 우선시하고 강조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제재와 압박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 7월 10일 한미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맞대응해 전략폭격기 B-1B를 동원해 연합 무력시위에 나섰다. 북한의 도발에 압박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 상황은 강대강 대결국면으로 치달았고 이 땅에 사는 주민들은 일촉즉발의 가능성을 걱정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첨단 무기를 동원한 군사 훈련과 무력 시위가, 또는 한미의 압도적인 핵 억지력이 일찍이 북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좌절시킬 수 있었던가? 아마 그랬다면 한반도 핵갈등은 일찌감치 종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다 알 듯이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확실한 억지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북 선제타격 내용까지 포함하는 킬체인(Kill Chain) 등 군사력 강화를 조기에 완성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묘안은 무엇인가? 중국과 러시아까지 지지를 표명한 일명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스스로 한미군사훈련 축소와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 전에 청와대는 문정인 특보가 방미 당시 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언을 두고 개인적 발언이라며 선을 긋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다른 방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미의 가공할 만한 군사력이 주는 위협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무엇보다 북한이 느끼는 안보 위협을 감소시켜야 한다. 북한이 지난 20년 간 온갖 제재와 압박, 시련에도 불구하고 획득한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 혹은 조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북한도 협상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몰아치는 트럼프 정부만큼이나 북한 역시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를 대신할 만한 돌파구를 찾아내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북한과 주변국들을 설득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 소요는 필수적이다. 만일 그 사이 북한이 한 걸음 더 나아가 핵미사일 능력을 완성 궤도에 올리고 미국 본토에 대한 2차 타격능력까지 확보한다면 더 이상 한미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없어진다.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핵능력 동결도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 17일 북한에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정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자고 북한에 제안한 바에 따른 것이다. 군사 핫라인을 복원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시급성 때문이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현재 남북 간에 위기 상황을 관리할 어떠한 군사적 채널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물이 불어나 정부는 급히 임진강 일대 행락객과 낚시객 등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린 바 있다. 남북 군사채널이 복원된다면 이러한 위기 상황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대담하고 과감한 제안도 그 시작은 작고 간단한 시도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핵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조치를 발전시켜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선제적 조치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모든 수단을 활용'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협상을 재개할 방안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8월 말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에도 도발과 제재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경적을 울리는 사이 북한은 어김없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로 무섭게 폭주했다. 최악의 충돌이 예고되는 지금, 9년 만에 운전석에 앉은 한국은 브레이크를 밟든 핸들을 틀어야 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 내지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목, 2017/07/20- 17:11
305
0

[회원확대 캠페인 ⑤] 잘 뽑았으니 잘 감시합시다

[회원확대 캠페인 ⑤] 잘 뽑았으니 잘 감시합시다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직접 감시합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잘 하고 있나?" 

 

21년간 권력감시활동을 해온
참여연대가 만든 열려라국회 웹사이트에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회의 출석 및 표결 결과, 
재산내역과 정치 후원금 등 
다양한 의정활동 정보를 제공합니다.  
 


* 2016년 참여연대가 펴낸 주요 국회감시 보고서 

-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 활동 평가 보고서

- 19대 국회 나쁜 법안, 누가 발의했나  

한국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19대 국회의원 발언과 태도 

- 19대 후반기 국회, 디딤돌ㆍ걸림돌 법안 표결 보고서 

-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새누리당의 공약 - 위험하거나 없거나 

-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20대 총선 정당별ㆍ후보자 재산 현황 분석 

-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20대 총선 후보자들의 이런! 전력 

- [공약이행 평가] 집권여당은 유권자와 한 약속, 얼마나 지켰나 

- 20대 국회 입법ㆍ정책과제를 제안하고, 국회 개혁을 촉구합니다 

 

정치 권력에 맞선 참여연대의 꾸준한 감시 활동!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는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으로 쑥쑥 자라납니다!  ( 지금 바로 회원가입 클릭 )

[회원확대 캠페인 ⑤] 잘 뽑았으니 잘 감시합시다

수, 2016/06/01- 18:14
304
0

군산대 입학금 폐지 환영! 군산대를 시작으로 모든 대학에서 신속히  입학금 폐지해야 

입학사무 소요 비용에 학교별로 차이날 이유 없어

전형료 대폭 인하٠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도 실현해야
또 졸업유예 시 등록금 징수도 즉시 금지해야

 

최근 국립 군산대가 입학금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입학금은 산정근거도 없고 지출내역도 불투명하여 부당하게 학생・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습니다. 다른 국공립대학도 입학금을 폐지해야 할 것이며 특히 높은 입학금을 받는 사립대도 입학금을 조속히 폐지해야 할 것입니다. 또 차제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적했던 대학 입시전형료의 대폭 인하와, 졸업유예 시 대학생들에게 별도로 등록금을 받는 행위도 금지시킬 것, 그리고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을 완성할 것도 강력히 촉구합니다.

 

입학금은 0원(한국교원대학교)에서 102.4만원(동국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그 산정근거와 집행내역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있었고, 대학은 입학금을 내지 않으면 입학을 허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신입생들로부터 입학금을 강제로 징수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즉, 입학금은 뚜렷한 근거나 용처도 없이 사실상 대학 입학에 대한 상납금처럼 운용되어 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 10월에 약 8천여 명의 대학생들이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을 했으며 약 1만여 명의 대학생들은 부당하게 낸 입학금을 돌려달라는 입학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군산대를 시작으로 국공립대 뿐만 아니라 사립대도 입학금 폐지가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입학식 개최, 학생증 발급 등에 소요되는 입학사무 비용이 학교별로 크게 차이나지 않을텐데, 국공립대 입학금 평균은 15만4천 원, 사립대 평균 77만3천 원으로 차이가 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금은 원칙적으로 즉시 폐지하는 것이 맞고, 필요하다면 입학관련 실비만 최소한 징수하면 될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국공립대와 사립대는 군산대 입학금 폐지를 계기로 신속히 입학금 폐지에 나서 학생들과 학부들의 교육비 고통을 줄이는데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부당한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신속히 입학금 폐지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입학금 폐지 목표 연도가 언제인지 분명히 밝히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도 나서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다수의 입학금 폐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입니다.

 

한편, 예전부터  대학 입시전형료가 너무 비싸다며 수험생・학부모들의 원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대로 대학 입학 전형료를 대폭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역시 대학생들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졸업유예시 등록금 징수 행위도 금지시켜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대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장 중요한 반값등록금 정책과 관련하여,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과 함께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고지서 상에 등록금 절반 인하+저소득층에겐 국가장학금 추가 지급)을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7/08/04- 14:52
304
0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재원 조달 위한 증세 방안은?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추미애 대표와 김부겸 장관의 발언을 환영한다

 

어제(7.20) 있었던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 세율을 신설해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에 앞서 진행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서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남겼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강한 환영의사와 함께 적절한 문제제기라고 평가한다.

 

그저께(7.19) 있었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에서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방안은 없었다. 사실 세수 자연증가분과 세출절감으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178조원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국민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약속했다면, 그에 걸맞는 현실적인 재원마련 방안인 증세와 관련해서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이해와 합의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해 집권여당의 대표와 행정부의 장관이 공식적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법인세의 정상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 등 공평과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복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7/07/21- 13:13
304
0

7a9ee92016d42e1d2a429bb653b3a4cb.jpg

목표와 취지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선정기준 및 보장수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이 1.12%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 인상률로, 1인 가구 수급자의 한 달 생계급여는 최대 50만원에 불과합니다.
  • 낮은 기준중위소득의 결정은 선정기준을 낮추고, 수급비로 살아야하는 빈곤층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드는 두 가지 효과를 갖습니다. 수급비로 한 달을 살아야하는 실제 수급가구의 가계부조사를 통해 낮은 급여의 문제점과 비현실성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지난 2-3월 전국 30가구(일반수급가구)의 가계부를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낮은 수급비로 꾸려지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삶과 제도 개선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자 합니다.

 

토론회 개요

  • 주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정의당 윤소하 의원,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대표의원: 인재근, 강창일)
  • 일시: 2018년 5월 16일 오후1시
  • 장소: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 사회: 배진수(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 발제
    • 가계부로 보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삶_김준희(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원)
    • 수급가구 생활실태로 보는 제도개선 방안_김윤영(빈곤사회연대)
  • 영상: 가계부조사 참여가구 인터뷰_장호경 감독
  • 토론
    • 이상은(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 박승민(동자동사랑방)
    • 김성욱(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수, 2018/05/16- 16:12
30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