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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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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건강권

익명 (미확인) | 금, 2018/08/17- 14:33

2018529, 한국산업보건학회 주최로 <위험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와 보장방안>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의 산재 소송과 관련한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전문가 토론의 자리였다. 이날 발표 중에서 건강권에 대한 국제 규범과 정부의 책무성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김명희 회원의 발제를 공유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건강권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노동건강연대 회원

 

 

저는 예방의학을 전공했습니다. 건강불평등, 건강권과 관련된 이슈를 주로 연구해왔기 때문에 학회 측에서 조금 포괄적인 내용의 건강권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얘기해 달라고 하셔서 준비를 하게 되었고요. 뒤에 발표하시는 선생님들은 구체적인 법안이나 제도를 말씀하는데 비해서 제가 이야기 드리는 내용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자료집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면서 읽어나가겠습니다.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안에 영업기밀이 담겨 있는가 아닌가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다 아시는 것처럼 삼성, 산자부, 경제신문이 한 팀이 되어서 만약에 보고서가 공개되면 후발주자 중국에 우리 핵심기술 모두가 유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영업기밀인가 아닌가를 떠나, 최대한 양보해서 실제로 영업기밀이 담겨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노동자의 건강권보다 우선 순위에 놓일 수 있는 것이냐 궁금합니다. 기업이라는 것은 비인격체이고 비인격체의 이윤 보호가 인간의 존엄성이나 권리보다 앞설 수 있는 문제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는 것이죠. 제 발표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소위 CSR이라고 하는 사회적 책임에 노동자 건강권보호가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기업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고 작업장 내 민주주의 플러스 정부의 책무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를 하고 또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도 내서 지역이나 국가재정의 보탬이 되기도 하고. 혁신이라는 것도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내죠. 그래서 기술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업들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다른 이름으로 지속가능경영 혹은 사회적 책임 CSR이라고 하는데요, 이거는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사회와 생태적,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어떤 행위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처음에 CSR 개념이 등장했을 때는 기업들이 하면 좋은자율 규제 활동이었다면 현재는 지역 수준에서나 초 국가수준에서 상당한 수준의 의무이행을 강조하는 규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업이 하면 좋고 아니면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 특히 책임 있는 대기업들은 이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국제적인 규준이 된 상황이구요.


초기의 CSR이라는 것이 대개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의 저개발 국가 노동착취 문제 혹은 환경파괴 문제 이런 것들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이 강력하게 벌어졌을 때, 그것에 대해서 기업이 대응하거나 반응하는 수세적 활동이었다면 지금은 CSR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자 위험관리도구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제도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CSR이라고 하면 기업이 공여한 기금이나 기부금, 임직원의 봉사활동 참여를 통한 자선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취약계층이나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주거/의료 지원 사업, 문화예술 진흥사업, 기부금 이런 것이 대표적이죠. 민간 기업을 다니는 제 친구들을 보면 자기 집 김장은 안 해도 매해 겨울만 되면 김장하고 연탄 나르고, 이런 것이 한국에서는 CSR의 일반적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도 사실은 마찬가지로. 자료집에 실어놓은 것은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회공헌 사업의 내용입니다. 보시면 본인들이 잘하는 것, 기술과 관련해서 청년들이나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사업이 있고 나머지는 대개 자선활동에 가까운 것들이죠. 이 사업들이 어떤 공통점이 있냐 하면 작업장 안이 아니라 작업장 바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죠. 삼성이 획득한 초과이윤,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의 인적자원, 노동력을 동원해서 사실 기업 평판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의 국제적 트렌드는 사실 이런 것과 다릅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다고 하는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보면, 올해 2018 CSR 글로벌 트렌드가 어떠냐 했을 때 국내 기업들이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들이 첫 번째로 언급하고 있는 게 뭐냐면, 한국에서 갑질로 알려져 있는데, 작업장 내 괴롭힘과 불평등을 척결하는 것이 CSR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중에 하나로 언급하고 있어요. 그 외에 젠더와 인종, 그 다음에 브랜드 행동주의, 기후 변화문제, 아니면 최고위급에서 CSR의 내용을 강화하는 것, 공급업체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것, 소비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즉 얘기를 하자면 기업 바깥에서 어떤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CSR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조직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근로환경, 외부 환경 보호에 대한 강조라 할 수 있는 거죠.


최근에 하루가 멀다 하고 비위사실이 폭로되고 있는 대한항공 같은 경우에만 봐도 굉장히 많은 CSR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학사업, 헤비타트 운동 지원, 연탄도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죠. 문화예술 후원, 국제 재난구호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여기 계신 분들이 잘 아는 것처럼 작업장 바깥에서 이렇게 좋은 활동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작업장 안에서는 전근대적인 권력형 괴롭힘으로 자사 그리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게 현실인 거죠. 이런 대한항공의 모습이 한국사회에서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적으로 CSR의 세 가지 축이라고 하면 3P를 의미합니다. people, planet, profit 이라고 해서 첫 번째 people 이라는 것은 외부의, 작업장 바깥의 사람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노동관행을 통한 노동자 보호와 지역사회 주민 보호를 가리킵니다. 이런 기본적인 P에 해당하는 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작업장 바깥에서 사회공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CSR 영역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기업이 CSR 경영을 통해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한다고 해도 이게 다는 아니다, 다른 두 가지가 같이 가야된다는 겁니다. 뭐냐 하면 첫 번째로는 정부 당국에 의해서 강력하게 집행되는 법규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노동자들이 자기 조직화, 단체교섭을 통해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있어야 이것들이 실현가능해지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유엔 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에도 기업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는 차치하더라도 삼성전자에 없는 게 바로 이거죠.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두 가지 축이 모두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아까 CSR 활동 내역에서 본 것처럼 CSR 활동에서 내부의 노동권 존중에 대한 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또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민주적 노동조합이 삼성에 없는 것이죠. 사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그룹 전체가 여러 가지 기업 활동을 통해서 국내 경제성장에 기여도 많이 했고, 사람들에게 질 좋은 상품과 괜찮은 보수의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 인정하는 부분일 겁니다. 예전에 자료를 분석해보면,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같은 연령대 다른 어느 집단의 노동자보다도 임금수준이 높았는데, 반도체 생산업종이 보수가 괜찮은 좋은 일자리라는 것은 다들 인정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지난 10년간 소속 노동자나 시민들에게 끼친 해악도 굉장히 큽니다. 오늘 반도체 이야기이지만 반도체를 빼더라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다들 기억을 하실 텐데 과거에 삼성1-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가 굉장히 큰 해양오염으로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피해, 건강 피해를 일으켰지만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대한 폭력적 탄압은 지금 막 진상 규명이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보건 분야에 되게 큰 이슈였던 2015년 메르스 유행 때에도 삼성의료원을 통해 메르스가 급격하게 전파되어 공분을 사기도 했었죠. 전체 감염자의 절반이 삼성의료원을 통해서 전파됐고, 당시 병원 측의 부실한 대응이 문제가 되어 노동단체들이 해마다 수여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었습니다. 작년 2017년 노동절에도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타워크레인이 붕괴해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그것 때문에 올해 삼성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었죠. 뿐만 아니라 여기서 다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손실을 초래하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었다는 건 다들 많이 아시는 거고.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소송비 대납, 최근에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건. 하여튼 이런 부정부패 사건에도 삼성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것들을 종합해 보면 민주주의와 투명성, 건강권, 노동권, 환경권 측면에서 골고루 문제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거든요. ‘기업은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해야 한다.’, ‘기업은 인권 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당취득 뇌물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부패에 반대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이 있는데 앞서의 행동들은 이것들을 모두 가볍게 져버린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영업기밀 보호를 이유로 작업환경 측정기록 공개를 거부한 것은 이런 긴 목록 중에 한 가지를 더 보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 삼성에서 오신 분들도 있을 텐데 억울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없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잖아요.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진정한 CSR이나 사회공헌을 지향한다면 그 첫 단계를 외부에서 연탄을 나르고 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 보호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 째로 말씀드릴 부분은 정부와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산업계가 CSR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을 얻는 거죠. 그동안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 환경을 파괴하기도 하고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기도 하고 때론 시민이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기도 했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라는 것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고, 야수 같은 기업들을 길들여온 규제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멀리 보면 아동노동의 금지나 8시간 노동제도의 시작부터 해서 산재보험의 도입,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여러 가지 법규의 제정이 잘 보여주고 있죠. 사실 기업이 스스로 윤리적 행동을 하고 자율적 실천을 하고, 이런 것만으로 작동했던 자본주의는 역사상 실재한 적이 없었고, 소위 보이지 않는 손도 저절로 움직인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민이나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개입, 정부의 책무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권 규약이라고 통상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입니다. 여기 12조에서는 건강권을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라고 정의하고, 건강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한 식수나 위생 이런 것들이 들어있고, 환경과 산업위생의 모든 측면 개선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강권은 단순히 보건의료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저의 결정요인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도 일반논평 제14조를 통해서 특별히 건강한 자연환경과 근로환경이라는 명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보건의료만이 아니라 식량, 주거, 노동, 인간 존엄, 생명권 이런 여러 가지와 정보접근권, 결사·집회·이동의 자유 등 여타 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말하자면 건강권 보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와 노동권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국제 인권 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크게 세 가지 의무를 가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가 존중(respect)’으로, 법이나 정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건강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보호(protect)’의 의무가 있는데 정부가 아닌 기업 같은 비정부기구의 행위나 부작위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개인과 지역사회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말하자면 정부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보호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 고용주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보증하고 민간 기업이 환경오염을 시키거나 지역공동체에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역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법과 규제를 통해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민간 기업에 의해 자행되는 건강권 침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영업기밀과 노동자 건강권이 마치 저울질할 수 있는 동등한 가치의 사안인 것처럼 다루는 것 자체가 국가의 건강권 보호 책무에서 벗어난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건강권이라든지 사회권은 노동부나 복지부 같은 데서만 책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사안은 정부가 건강권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성을 충분히 다 하지 못한 사례였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40년 전에 발표된 논문의 한 도막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81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것인데. 나중에 토론자 분께서 말씀하시겠지만 노동자 알권리 운동이 확산되고 제도화가 진전되던 시기였죠. 당시에 논문을 발표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업장 건강위험을 확인하고 노동자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데에는 최소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가 노동자의 자율성 존중, 그 다음에 현재 작동하는 위험 분포의 정당화, 다음에 세 번째가 위험 감소를 위한 노력의 효율성 증진. 이 세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노동자가 유해물질 노출로부터 발생한 건강 위험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했다면, 해당 노동자가 그 위험을 자발적으로 수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작업장 건강위험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면 직업성 질환에 대한 산재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심지어 노동자들이 아예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신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거죠.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되면 건강문제에 대한 부담이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 혹은 공적 재원으로 충당되게 되고 고용주의 부담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되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작업장 건강을 증진시킬 인센티브가 없는 게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작업장 내에서 알 권리의 충족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라고 지적했어요. 알 권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지금 소개한 논문이 40년 전 미국에서 나온 것이지만 오늘날 한국 학술지나 신문 사설에 발표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업장 위험요인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이거 공개한다고 바로 그 다음날 산재 인정 되고 보상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최소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겠죠. 유해하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없거나 저감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력이 없다면 알 권리만으로는 건강권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알 권리는 그야말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불과한데 이것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실 그 다음 단계로의 이행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CSR의 기본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고, 인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중요한 의무 중 하나는 제3자의 인권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금 성찰해서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하고, 정부는 이 사안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정리 정우준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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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판결문 공개 제도 개선을 환영한다.

– 과거 판결 및 장래 판결 공개 대책도 마련 필요

– 아직도 검색은 재정적으로 큰 부담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사 판결서의 임의어 검색 허용 및 판결서 통합 검색·열람 시스템 도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형사 판결문의 경우에는 사건번호와 피고인명을 입력해야만 열람이 가능하여 사실상 사건 관계자만이 판결서에 접근할 수 있어 일반적인 법률논점에 대한 판례분석이 불가능하였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또한 현재는 각급 법원 웹사이트별로 판결문 데이터가 따로 운용되고 있어 일일이 각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약 85번의 검색 및 열람 신청을 반복해야 했지만 이제 한 사이트에서 통합검색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오픈넷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판결문 공개 제도가 매우 미흡함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에 앞장서 왔다. 금태섭 의원과 함께 국회에 판결문 전면 공개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 개정안(금태섭 의원 대표발의)도 발의하였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법 개정에 앞서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부당하게 제한되었던 판결문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과 알 권리를 한 단계 고양시키는 것으로써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진일보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번에 천명한 개선만으로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인 알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우선 ‘종합법률정보’ 사이트(law.go.kr)에서 임의어 검색을 통해 판결문 전문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판결문은 주로 판결공보에 실리는 판결들로써, 대법원 판결의 경우 약 5%, 하급심 판결문의 약 0.0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은 대법원 사이트(scourt.go.kr)를 통해서만 그나마 더 많은 판결문을 접할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형사 판결문은 2013년 이후, 민사 판결문은 2015년 이후 ‘확정’된 판결에 관하여만 검색이 가능하다. 위 시점 이전의 판결문은 검색은 허용되지 않고, 선고 법원과 사건번호를 특정하여 판결서 제공 신청 절차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공개된다. 국민이 판결문을 검색해보는 것은 자신이 받을 판결을 예측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이 받은 판결을 평가하기 위함인데, 불과 과거 몇 년 전 판결도 열람해보지 못하면 그 취지가 상실된다.

둘째, 검색결과가 나오더라도 검색어 전후의 일부분만 볼 수 있을 뿐, 판결문 전문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각 판결문당 1천 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판결문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판단하는 것 자체에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유효문건 1개를 건지기 위해 100개 이상의 문건을 훑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법원 판결문 검색사이트의 검색결과에 포함된 판결문들은 이미 익명화 처리가 된 판결서들로 이를 열람하는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또 아직 익명화가 되어 있지 않은 판결서라 할지라도 호주, 캐나다 등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진 국가들이 판결문에서 실명까지 전체 공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검색목적의 한시적 열람은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옳다.

이 정도 공개 수준만으로는 헌법(제109조)이 보장하는 재판·판결 공개주의의 근본목적, 즉 사법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책임성 강화를 통해 국민의 사법신뢰를 제고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을 실현할 수 없다. 판결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생산된 공적 자산이며, 국민은 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판결문 공개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쟁송과 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폭넓게 제공함으로써, 행위의 결과를 미리 공지하여 범죄 행위를 줄이고 소송 남발을 차단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더 나아가 변호사나 연구자 등 법률 관련 전문직 종사자의 편익을 증대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이 받는 법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 판례 데이터를 활용한 새롭고 창의적인 법률 서비스를 촉진할 수도 있다.

대법원은 국민이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판결문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단순히 웹사이트나 데이터 베이스만을 통합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검색창을 통한 1회의 임의어 입력만으로 모든 각급 법원의 판결문이 검색되도록 하고, 단순한 검색 목적의 판결문 열람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나아가 더 오래된 판결문과 미확정 판결문도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하도록 공개하여야 한다.

2018년 10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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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8/10/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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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건강연대가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활동을 하지 않은지 꽤 되었다. 인력과 예산은 적은데 할 일은 넘쳐나기에 노동건강연대에게 선택과 집중은 늘 중요한 과제다.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모든 문제가 다 저마다 심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크기, 심각성, 해결가능성, 활동가들의 관심 등을 종합하여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은 2006년 정도 이후부터 노동건강연대의 주요 사업에서 빠졌다. 2001년 창립 이후 2005년 정도까지는 이런저런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이 있었는데, 2006년부터는 거의 없어졌다.

 

당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주노동자 안전과 건강 관련 사업을 해보려 이런저런 시도를 했고, 그에 따라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 혹은 기관이 늘어났다. 꼭 노동건강연대가 하지 않아도 정부가, 다른 단체들이 관련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노동건강연대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했다. 이 때가 기업살인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때와 겹친다.

노동건강연대 독자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국적, 민족 등으로 나뉘어 있어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에 한계가 있었고, 언어가 장벽으로 작용하여 사업을 벌여나가기 어려운 때가 많았다. 요구되는 사업의 성격도 주로 교육, 정보 전달, 의료 지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노동건강연대 사업의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후 10년이 지났다.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환경과 구조는 10년 전에 견줘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안 좋아진 듯하다.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접근 수준, 일반적인 노동권 보장 수준, 체류자격의 안정성 및 시민권 획득의 용이성,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 대한 포용성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 및 구조는 지난 10년간 거의 나아진 게 없다.

사회구조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위험은 더 증가하는 양상이다. 10년 전에는 매우 소수에 불과했던 농업, 어업, 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농업, 어업, 축산업은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업종이다. 한국의 농업, 어업, 축산 관련 사업장은 그 규모가 매우 영세하여 특히 더 많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50인 미만 농업, 어업, 축산업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정부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인 것이다.

위험하고 어렵고 지저분한 작업은 이주노동자 몫이 되는 제조업 작업장의 경향도 더 심화되었다. 이들의 죽음이나 건강 피해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과 관련한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주민에 대한 막연하고 비합리적인 두려움, 멸시, 차별, 혐오 등의 부정적 정서 역시 10년 동안 별로 나아진 게 없는 듯하다. 그간 한국 경제는 더 안 좋아졌고, 지난 10년간 극우보수 정부의 집권은 악영향을 끼쳐 오히려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정서는 더 커진 듯하다.

 

이에 노동건강연대도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사업을 다시 기획해보려 한다. 아직은 그간 따라잡지 못한 환경 변화와 주체의 변화를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이다.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관련 주체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후 노동건강연대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다시 사업으로 만들어 시작해 볼 요량이 있다. 문제가 크고 심각한 것에 견줘 문제가 너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한 무기력증도 한몫 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들과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와 토론이 필요하다.

금, 2018/08/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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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2019년 사업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공개 교육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청소년들 역시 교육청이나 학교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사업 계획을 짜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던 중,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이상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안내하는 페이지에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다만 중학생 이하인 경우는 친권자의 대리에 의하여, 고등학생 이상의 경우에는 공개제도의 취지, 내용 등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고 비용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단독청구 가능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환경부의 설명에 따르면, 중학생들은 본인 혼자서는 정보공개 청구가 불가능하며, 고등학생인 경우에도 '취지, 내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경우에만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정보공개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자로 명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뿐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이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 운영 매뉴얼]에서도 "미성년자, 재외국민, 수형자 등을 포함하는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자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중학생의 경우 대리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거나, 고등학생의 경우 '취지와 내용 등에 대해 이해가 가능해야 함'을 전제로 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2016년 행정안전부 [정보공개 운영 매뉴얼]


 이상한 것은, 환경부와 유사하게 정보공개 청구권의 나이 제한을 명시한 공공기관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의 경우, 정보공개법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나 "중학생 이하의 경우 비용부담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 청구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며, 친권자등 법정대리인에 의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고등학생 이상은 "공개제도의 취지, 내용 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고 비용부담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단독청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작, 서울시 유아교육진흥원의 상위기관인 서울시 교육청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모든 국민˙법인˙외국인"으로 규정하여, 별도의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국회사무처, 대법원 등 주요 기관 홈페이지에서도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 청구권자에 대한 나이 제한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이 제한을 명시한 몇몇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해보았지만, 정보공개법에서 나이 제한에 대한 언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시한 이유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관련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담당자 자신도 홈페이지에 그렇게 설명이 되어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논의해보겠다는 답변들만 돌아왔습니다.

 정부 정보공개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정책과 주무관에게 문의한 결과, 정보공개정책과에서도 나이 제한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으며 중학생의 경우에도 정보공개 청구권을 제한할 이유나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만, 정보공개법 제10조는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할 때, 청구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 22조 6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보통 중학교 1학년 나이까지)은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경우,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과정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만 14세 미만 청소년은 대리인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부나 유아교육진흥원에서 말하듯,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의 정보공개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리인에 의한 청구만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청구에 동의서가 첨부되는거니까요.)



 더 충격적인 것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회원가입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보통 웹사이트들은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이 회원 가입을 할 경우, 보호자 인증을 통해서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공개포털은 이러한 절차 없이 아예 회원가입을 불가능하게 막아둔 상황입니다. 청소년들이 정보공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 막혀 있는 것입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14세 미만 청소년의 회원가입을 시도하였지만,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





 정보공개센터는 그동안 정보공개청구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계속 해왔습니다. 이미 2015년,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공개청구시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여 처리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다고 의결한 바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제안하고, 진선미 의원실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 역시 주민등록번호 기입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현행 절차가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정보공개청구를 제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뭔가 이 짤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정보공개 청구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에서 나이 제한을 명시하고 있고, 해당 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 역시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 미성년자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명시한 정보공개포털에서 정작 만 14세 미만의 회원가입을 막아두고 있는 모순, 어쩌면 그동안 청소년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일반화 되지 않았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지도 모릅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면, 이러한 규정에 대해서 문제 제기나 논의가 이미 이뤄졌어야 할테니까요.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하는 날이 올 때까지, 정보공개센터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홈페이지 역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나이 제한을 명시하고 있었으나, 담당자와 통화 결과 나이 제한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빠른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월, 2019/01/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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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2019년 사업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공개 교육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청소년들 역시 교육청이나 학교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사업 계획을 짜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던 중,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이상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안내하는 페이지에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다만 중학생 이하인 경우는 친권자의 대리에 의하여, 고등학생 이상의 경우에는 공개제도의 취지, 내용 등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고 비용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단독청구 가능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환경부의 설명에 따르면, 중학생들은 본인 혼자서는 정보공개 청구가 불가능하며, 고등학생인 경우에도 '취지, 내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경우에만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정보공개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자로 명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뿐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이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 운영 매뉴얼]에서도 "미성년자, 재외국민, 수형자 등을 포함하는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자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중학생의 경우 대리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거나, 고등학생의 경우 '취지와 내용 등에 대해 이해가 가능해야 함'을 전제로 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2016년 행정안전부 [정보공개 운영 매뉴얼]


 이상한 것은, 환경부와 유사하게 정보공개 청구권의 나이 제한을 명시한 공공기관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의 경우, 정보공개법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나 "중학생 이하의 경우 비용부담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 청구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며, 친권자등 법정대리인에 의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고등학생 이상은 "공개제도의 취지, 내용 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고 비용부담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단독청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작, 서울시 유아교육진흥원의 상위기관인 서울시 교육청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모든 국민˙법인˙외국인"으로 규정하여, 별도의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국회사무처, 대법원 등 주요 기관 홈페이지에서도 '모든 국민'이 정보공개 청구권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 청구권자에 대한 나이 제한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이 제한을 명시한 몇몇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해보았지만, 정보공개법에서 나이 제한에 대한 언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시한 이유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관련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담당자 자신도 홈페이지에 그렇게 설명이 되어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논의해보겠다는 답변들만 돌아왔습니다.

 정부 정보공개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정책과 주무관에게 문의한 결과, 정보공개정책과에서도 나이 제한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으며 중학생의 경우에도 정보공개 청구권을 제한할 이유나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만, 정보공개법 제10조는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할 때, 청구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 22조 6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보통 중학교 1학년 나이까지)은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경우,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과정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만 14세 미만 청소년은 대리인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부나 유아교육진흥원에서 말하듯,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의 정보공개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리인에 의한 청구만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청구에 동의서가 첨부되는거니까요.)



 더 충격적인 것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회원가입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보통 웹사이트들은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이 회원 가입을 할 경우, 보호자 인증을 통해서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공개포털은 이러한 절차 없이 아예 회원가입을 불가능하게 막아둔 상황입니다. 청소년들이 정보공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 막혀 있는 것입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14세 미만 청소년의 회원가입을 시도하였지만,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





 정보공개센터는 그동안 정보공개청구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계속 해왔습니다. 이미 2015년,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공개청구시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여 처리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다고 의결한 바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제안하고, 진선미 의원실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 역시 주민등록번호 기입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현행 절차가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정보공개청구를 제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뭔가 이 짤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정보공개 청구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에서 나이 제한을 명시하고 있고, 해당 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 역시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 미성년자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명시한 정보공개포털에서 정작 만 14세 미만의 회원가입을 막아두고 있는 모순, 어쩌면 그동안 청소년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일반화 되지 않았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지도 모릅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면, 이러한 규정에 대해서 문제 제기나 논의가 이미 이뤄졌어야 할테니까요.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하는 날이 올 때까지, 정보공개센터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홈페이지 역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나이 제한을 명시하고 있었으나, 담당자와 통화 결과 나이 제한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빠른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월, 2019/01/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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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문(PDF):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제도 개선 방향_오픈넷 손지원

2018년 12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장에서 ‘사이버 명예훼손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이철희 의원실, 한국법제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개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그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개정, 폐지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 부조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각종 내부고발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임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현재 법제 하에서는 폭로자를 보호할 수 없으며, 사회적 고발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을 여러 판례를 들어 설명하고, 특히 성폭력 고발인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성폭력 가해자가 폭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2차 가해를 더욱 손쉽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꼬집었습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조항에서 형법 조항과 같이 ‘공익성’을 요건으로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추가하는 개정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개정이며, 근본적으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과거 성이력과 같은 타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비방의 목적만 있는 악의적인 사생활 유포 행위를 막는 방안으로서 ‘오로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개인의 내밀한 사적 정보를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자’로 구성요건을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화, 2018/12/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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