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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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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익명 (미확인) | 수, 2018/04/04- 13:54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제70조 제1항은 타인의 평판을 저하시키는 표현은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함에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허위가 아닌 사실, 즉 진실(또는 진위 판명이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견해)의 표명에도 형사처벌을 하는 제도는 문명사회의 수많은 가치들과 격렬히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란

국내에서 처음 이 문제를 지적했던 신평 교수는 “이 법이 보호하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허명(虛名)”이라고 비판했다. 한 사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유통을 모두 억제하여 드러나는 평판은 그 사람의 진짜 명예가 아니라 거짓된 명예라는 의미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수많은 언론 보도 및 정보 공유 행위가 타인의 악행을 실명으로 지적하지 못하고 익명 및 가명으로 지적하는 것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예의’인 양 떠받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가 불완전하게 공유되니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게 된다. 문제가 된 자를 특정할 수 없으니 그와 유사한 모든 사람들을 회피하게 된다.

‘만두 파동’, ‘치킨 파동’은 실제로 많은 만둣집과 치킨집들이 유해 음식을 팔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극소수의 만둣집과 치킨집들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지만 이에 대해 실명 보도를 하지 않으니 소비자들이 모든 만두와 모든 치킨을 보이콧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품이 아니라 문명 자체’라고 일컫는 아름다운 시나 그림도 사물에 대한 평가인 것과 마찬가지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다룸으로써 그 힘을 더하는데 바로 그런 평가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이다.

이 문제점에 대해서는 UN자유권위원회도 2010년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발행한 ‘일반논평 34호’에서 명예훼손에 대해 ‘진실’이 항변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일반논평은 UN자유권위원회가 수많은 자유권 당사국들의 인권 상황을 검토하고 의결하면서 나온 사례들로부터 일반화시킬 수 있는 원칙을 추출한 것으로서 장래의 UN자유권위원회의 해석 방향을 정리한 문건이며 UN시민정치적권리협약(ICCPR)에 대한 유력한 해석 자료다.

 

‘오로지 공익을 위해’의 함정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공익을 위해’ 발언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원은 형법 제310조를 넓게 해석하여 제도권 언론에 의한 보도의 경우 거의 대부분 항변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만 말하라는 것은 그 자체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인데 언론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고발을 했다가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한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 노인회 회원이 노인회 간부가 다른 회원들에게 공개 석상에서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공유했다가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받음. 심지어 이 노인회 간부의 동행자는 폭행죄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었음.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1914]

– 제약 도매상이 제약 회사들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 소위 ‘갑질’에 대해 비난한 글을 관련 단체 및 언론 등에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도 공익의 항변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판결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97]

– 임금 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임금 체불 사실을 피켓에 적어 행인들에게 알렸다고 해서 유죄판결 [대법원 2004. 10.15, 선고 2004도3912]

– 노조 위원장이 회사의 노조 담당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노조 파괴 활동을 하던 사람임을 인터넷에 알린 것에 대해 유죄판결. 대법원 상고 진행 없이 확정 [서울중앙지법 2011. 9. 8, 선고 2011노2137 (형사8부)]

– 2012년 사장이 여성 경리 직원에게 언어 학대를 일삼다 해고하자 경리 직원이 학대 사실을 A4용지에 적어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가던 식당 등에 돌린 것에 대해서 사장이 명예훼손 고소를 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 유죄판결 (공익 변론을 하고자 하였으나 당사자의 고사로 포기함.)

 

이 법이 존재하는 한 모든 사회적 고발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판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법에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가 있어서 피해자가 직접 고발을 하는 경우 그 피해에 대한 법적〮사회적 보전을 받고자 하는 ‘사익’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제310조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피해자만큼 사안의 부정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절절히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 난감한 법해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는 나라들 중 공익성 항변에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를 두고 있는 나라는 ‘오로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가 더 크다.

뿐만 아니라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가 빠진다고 해도 고발자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공익’을 입증하지 못 하면 형사처벌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고발을 위축시킨다. 현재 법해석 관행상 운 좋게 언론사가 관심을 가져서 언론 보도로 나가면 공익성을 인정받겠지만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공익이 아니라면 언론이 관심을 가질까?

세월호 사고 이후, 세월호의 과적 상황에 대한 고발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않더라도 공익성을 인정받을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의 고발은 어땠을까? 2014년 1월 청해진해운 직원이 세월호 과적을 사회적으로 고발하지 못 하고 청와대 신문고의 비공개 절차를 따랐고, 3개월 후 참극이 일어났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모든 사회적 고발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미투 운동의 큰 걸림돌

최근의 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해 성폭력 피해자들과 그 지원 그룹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과거 성추행 피해자들을 입막음하거나 가해자에 의해 입막음의 무기로 이용되어온 문제점을 지적하자 ‘미투 고발은 공익성을 인정받을 것이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 없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의 미투 고발은 대부분 유명인사나 공인이 가해자인 경우에 대해 이뤄지고 있어 언론사들이 앞다퉈 보고를 해주기 때문에 위의 법 해석에 따라 쉽게 공익성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이 횡행하고 있는 사인 가해자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언론의 실명 보도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당장 모든 사실이 밝혀진 강간죄 재판 결과에 대한 보도마저도 A씨, B씨의 익명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행태를 보자. 당장 점주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름 모를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고발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없다.

실제로 2015년 필자가 UN자유권위원회의 위원들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진실이 항변되어야 한다’는 것은 완전 항변을 말하는 것이지 부분 항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우리나라처럼 ‘오로지 공익을 위해’(형법 제310조) 발설한 진실만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진실이 면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우리나라처럼 ‘공익적인 진실’을 면책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법전에 남겨두고 있지만, 실제로 이 죄는 사람들의 평판 보호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 침해를 규제하는 데에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를 당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경우와 같이 내용상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한 사안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서 예로 들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주가 여성 직원을 언어 학대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등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유지하고 있는 소수 국가의 선례를 따를 수 없는 이유다. 또 ‘공무원에 대한 고발’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면책하는 일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선례를 따라 ‘공인에 대한 고발’만 면책할 수도 없는 일이다(조국 민정수석이 취임 이전의 논문에서 제안함). 이 모든 것들이 고발자에 대한 엄청난 위축 효과로 귀결된다.

‘공익을 입증하면 진실을 말해도 된다’거나 ‘공인이 고발 대상이라면 진실을 말해도 된다’는 식의 포지티브 시스템이 아니라 ‘○○만 아니라면 진실을 말해도 된다’라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형법 조항은 ‘사실을 적시하여 △△하는 경우 □□형에 처한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한정 문구를 더 넣어서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하여’로 바꾸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성추행, 임금 체불 등등을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내세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피해를 당했으면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검찰에 조용히 고발을 해야지 왜 여러 사람에게 알리느냐”고 하는데 서지현 검사 사례를 보면 사회정의를 몽땅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의 허구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은 국민에 봉사해야 할 국가가 자신의 주인인 국민을 법적 절차 없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지,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쉽게 얘기해서 당장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동료들과 공유하여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권리는 법적 절차와 관계없이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

법적 고발과 달리 사회적 고발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현대사회는 잘못을 저지를 자유를 허용하고 있어 불법과 부도덕 사이에 넓은 윤리적 재량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수많은 행위들이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 논의의 소재가 된다. 간통이나 혼인빙자간음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사회의 헌법은 이런 부도덕은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국민들의 토론과 이에 따른 자율규제로 해소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 토론의 공간마저 폐쇄하고 있는 법이다.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인권(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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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인 살인과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신남방정책 추진하라

민주주의와 인권 무시하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 입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청와대는 두테르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신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 취임 후 한국을 방문하는 첫 번째 아세안 국가의 정상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란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살인 행위와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본격 추진하려고 하는 신남방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의 공동체 건설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수립되고 이행되기를 희망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큰 우려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고 경찰에 즉결 처형 권한을 부여하여 총 4,075명(정부 집계, 2018년 3월 기준)을 처형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자경단 활동까지 포함하면 사법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 살인으로 정부 집계의 3배가 넘는 13,000여 명이 처형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엔 어린이 74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조사에 착수할 정도로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초법적 살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시한 채 최근 경찰의 마약범 단속 재개를 승인했다. 또한 ICC 탈퇴를 선언하고 “ICC가 더 이상 마약 용의자 사살에 대해 조사하거나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권을 비판하는 인권옹호자들을 ‘죽여버리겠다’, ‘목을 베어버리겠다’며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한편, 최근에는 인권단체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집요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마약왕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KARAPATAN)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아로요 정권(2001~2010)에서 474명, 아키노 정권(2010-2016)에서 139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에 이어, 2016년 7월 집권한 두테르테 정권에서는 벌써 33명의 인권옹호자가 살해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프론트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의 연례 보고서 역시 지난해 인권활동가 사망 사건의 80%가 필리핀, 브라질, 캄보디아, 멕시코 등 4개국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땅과 자원을 지키려고 하는 농민과 선주민, 그리고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선주민문제실무그룹(IWGIA, International Work Group for Indigenous Affairs)은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매달 2명꼴로 선주민과 활동가들이 초법적인 살해를 당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4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필리핀 정부가 정기적으로, 점점 더 많은 수의 선주민들을 위협하거나 학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민 단체인 Pesticide Action Network(PAN)는 지난해 선주민이 가장 많이 희생된 국가로 필리핀을 꼽았다. 한편 필리핀 법무부는 유엔 선주민 권리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of Indigenous People)을 ‘테러리스트’ 목록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를 비판하는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내외 시민사회, 유엔 인권기구에 대해 무시와 조롱을 넘어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급격히 후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초법적인 처형을 즉시 중단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은 이러한 살인을 선동하거나 장려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한 불법 살해로 의심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정한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조사와 활동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협과 탄압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폭압에 대해 우려와 항의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하는 필리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리핀을 포함해 아세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공적개발원조(ODA)가 이러한 심각한 인권 후퇴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확고하게 천명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ODA 사업이 결과적으로 협력 대상국 시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필리핀 경찰의 부패와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 탄압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경찰청-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이나 ▷선주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필리핀 국내법 위반 등 절차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 등 ODA 사업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 하에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허울 좋은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한국 내 이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돌아보고, ‘사람’을 우선에 둔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평화’ 기조 역시 군사 원조나 한국 무기 수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아세안을 단순한 투자 지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생하여 번영할 수 있도록 아세안 지역 내 한국 기업에 의한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신남방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 국제민주연대,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총 21개 시민사회단체)

 

월, 2018/06/0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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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만도 못한 국가인권위원회 지난 1월, 군사법원은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재판 판결문에서 육군 중앙수사단의 색출 수사를 '헌법과 형소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여 위법'이라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불법수사에 대한 진정을 기각하였습니다. 인권위가 군사법원만도 못한 인권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결정을 내린 차별시정소위원회에는 성소수자 혐오세력으로 알려진 이은경 변호사(새누리당 추천)가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32&aid=…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는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전 부대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미란다 원칙과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 수사’였다는 군사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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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8/06/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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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많은 분들의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미국 열린사회재단(OSF)으로부터 2년간 2억원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이 기금을 토대로 군대 내 반인권적 제도개선과 피해자 지원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더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미국의 거물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SF)이 병사 휴대전화 사용금지 등 한국군 인권문제에 관심을 나타내며 국내 시민단체에 거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4일 시민단체 군인권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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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8/06/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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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軍 초급간부 대상 무분별한 사생활침해 숙소 무단점검, 영상통화, 번개통신까지... 사생활 없는 초급간부 보도자료 전문보기 http://www.mhrk.org/news/?no=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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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6/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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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군인권센터입니다. 군인권센터는 현재 기획 중인 장편퀴어영화 '죄인'의 제작 중단을 공식 요구합니다. 영화 '죄인'은 군인권센터가 지원하고 있는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의 경우 현재 다수의 피해자들이 군형법92조의6 추행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2월에 있었던 무죄 선고 역시 검찰의 항소로 2심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헌법소원도 여러 건 제기하여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학생들로 구성 된 '죄인' 제작진은 2018년 5월 31일 군인권센터로 연락하여 영화 제작과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시나리오 초안을 검토받고 싶다고 하였고, 6월 7일에 미팅을 가졌습니다. 미팅 전까지 군인권센터는 영화가 기획 단계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통상 피해자가 존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소재로 컨텐츠를 만들 때 첫 단계는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팅을 하고 보니 시나리오는 이미 대부분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센터로 수정할 부분이나 피해자 동의 여부를 묻기는 하였으나 피해자의 동의도 없이 영화 기획을 마치고 사후에 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 제작의 기본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또한 미팅 후 군인권센터가 피해자들과 협의한 뒤 의견을 주겠다고 하였음에도 6월 13일에 일방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에 포스터를 게시하여 제작을 기정사실화 한 일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이전에도 ‘故 윤 일병 구타·가혹행위 사망사건’, ‘육군 여군 대위 성추행 사망사건’등에 대한 영화, 드라마 제작을 제안 받은 바 있었는데 당시에는 제작진 모두 기획 전 단계에 제작 동의 여부를 먼저 논의하고 기획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죄인’의 제작을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피해자의 동의 없이 영화가 기획되었다는 점 (2)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영화 등의 컨텐츠 제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제작진은 사건을 대중적으로 알려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였으나 취지와 목적에 우선하는 것은 피해자입니다. 또한 현 단계에서 대중적으로 사건을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피해자와 지원기관의 몫입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현재도 대부분 직업군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계속되는 재판으로 상시적 아웃팅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아웃팅이 될 뻔한 것을 막은 경험도 수차례입니다. 피해자들 중에는 수사와 재판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기 때문에 각자가 처한 위치와 상황도 모두 달라 사건을 지원함에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도 합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직장, 가족, 친구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어그러질 수 있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에 도움을 주고 싶은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으나, 피해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신중치 못한 접근은 도리어 독이 될 수 있음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죄인’의 제작 중단을 엄중하게 요구합니다.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홍보, 제작비 펀딩 등의 제작 과정이 계속하여 진행될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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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8/06/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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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특혜 입원' 관련 논평- 한 병실에 50명, 군 병원의 열악한 실태 논평 전문보기 http://mhrk.org/news/?no=5194


군인권센터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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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6/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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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필 훈장 추서 반대 성명 - 쿠데타 일으켜도 훈장 주는 나라 성명전문보기 http://mhrk.org/news/?no=5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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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8/06/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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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무사령부, 정의구현사제단 등 광범위 사찰 - 세월호 유가족 사찰 - 2014년 6.4 지방선거 관여 - 국회 여야 사찰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사찰 - 국가안전처 장관 인선 관여(군출신)


[뉴스데스크]◀ 앵커 ▶ 방금 청와대 누군가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리포트를 마무리했는데 그 누군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유충환 기자가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유 기자, 준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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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7/0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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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령관, 민간사찰 청와대 직접보고 진도 팽목항과 안산 단원고 등 곳곳에 기무사 요원들이 배치된 지 두 달쯤 지난 2014년 7월 6일. 기무사령부에 세월호 TF 팀장급인 처장 실장들이 호출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은 참석자들을 강하게 질타합니다. "실종자가 현재 11명인데 부모 성향은 확인하고 있는가?" 사령관의 질문에 처장들이 대답을 못하자, "여기 정보기관이야! 옛날 같으면 일일이 공작할 사항이야!" 라고 호통을 칩니다.


[뉴스데스크]◀ 앵커 ▶ 국군 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들까지 사찰했다고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후속 취재를 통해서 사찰의 윤곽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했습니다. MBC가 기무사령관의 회의록을 단독입수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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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7/0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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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해군 제독, 여군 성폭행으로 긴급체포 해군 진해기지사령관 임정택 준장(해사 44기)이 여군을 지난주 수요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미수)로 어제 저녁 긴급체포되어 해군 헌병단에 압송되었습니다. 긴급체포는 해군참모총장의 특명으로 이뤄졌습니다. 사안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성역 없는 수사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여 피해자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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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7/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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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기무사, 해체 수준의 개혁이 답이다. - 군인권센터 국군기무사령부 8대 개혁 요구안 - 성명 전문보기 http://mhrk.org/news/?no=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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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07/0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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