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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부자들의 조세도피처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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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부자들의 조세도피처 사용법

익명 (미확인) | 목, 2017/11/09- 16:00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 기사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뉴스타파 등 국제 공조취재단이 동시에 보도한 이후, 예상대로 전세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세계 상위 1%의 부자들이 국제 금융과 조세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서 조세도피처를 경유한 탈세와 검은 돈 은닉을 어떻게 자행해 왔는지를 국제공조 취재단의 기사들을 종합해 정리한다.

버뮤다 로펌 애플비 등에서 유출된 천 3백여 만 건의 문서는 역외 조세도피처의 금융시스템이 갈수록 교묘한 회계 처리를 통해 세금을 피하려는 전세계 지도자급 인사, 그리고 애플과 나이키, 우버 등 거대 기업들과 얼마나 깊게 얽혀있는지 잘 보여준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하나의 거대 산업으로 진화한 역외 조세도피 산업이 어떤 구조로 형성돼 있고, 전세계 부자와 유명인들이 어떻게 이 산업의 주요 고객이 됐는지 알아보자.

거대 산업으로 진화한 ‘역외 조세도피 비즈니스’

조세도피처가 고객들에게 약속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안’과 ‘비밀유지’다. 조세도피처 현지의 대리인들은 원주인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회사의 설립을 도와준다. 역외 법인을 두는 것 자체는 보통 합법적이다. 그래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비밀을 보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자금 세탁, 마약 밀매, 부패 정치인들, 그리고 음성적인 비용 처리가 필요한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역외 법인, 즉 페이퍼컴퍼니는 보통 사무실이나, 고용된 직원이 없는 말 그대로 ‘껍데기’뿐인 회사다. 따라서 이 같은 형태의 법인은 원칙적으로는 국고로 들어갔어야 할 수억 달러의 세금을 회피하는 데 활용된다.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브룩 해링턴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역외 조세도피 산업’은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해 가난한 계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한다. 공인 자산관리사이자 ‘국경 없는 자본: 자산관리인들과 상위 1% 부자들’의 저자인 해링턴 교수는 “이 1%에 속하는 사람들은 우리같은 일반인들과 똑같이 평등하게 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사회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누리는 “꿈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된 상위 1%의 사람들이 조세도피처에 구축한 이른바 ‘역외 조세도피 산업’의 민낯은 지난 2016년 ICIJ와 전세계 파트너 언론사들이 심층 취재한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와 이번에 새로 애플비 등에서 유출된 문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세도피처의 특징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로펌 ‘애플비’와 각종 기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비의 자회사 ‘에스테라’의 기업 보고서와 각종 문서에서 드러난다. 에스테라는 2016년 애플비에서 독립한 자회사로, 두 기업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애플비 자료에 따르면, 이 로펌 고객 중 미국인의 비율이 최소 3만 1천명으로 집계되며 단일 국가로는 가장 높았다. 미국 시민권자 또는 미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 수치다. 영국, 중국, 캐나다 등의 국가가 그 뒤를 이으며 애플비의 주고객층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역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들의 업계 내 비공식 그룹, 이른바 “역외마술서클(Offshore Magic Circle)”. 애플비도 회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역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들의 업계 내 비공식 그룹, 이른바 “역외마술서클(Offshore Magic Circle)”. 애플비도 회원이다.

애플비와 자회사에서 유출된 700여만 건의 문서는 1950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애플비와 180개국 2만 5000곳이 법인 사이에서 오간 이메일과 수십 억 달러에 대출 계약서, 그리고 은행 입출금 내역서까지 포함돼 있다. 애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들의 업계 내 비공식 그룹, 이른바 “역외마술서클(Offshore Magic Circle)”의 회원이다. 버뮤다에 본사를 둔 이 로펌은 홍콩, 상하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등의 역외 지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조세도피처 중에서도 케이맨 제도나 버뮤다와 같이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평이 나있는 곳은 페이퍼컴퍼니의 위탁운영 비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비는 지난 100여년 동안 우수한 평판을 유지해왔고, 신중하고 값비싼 고객 검증 시스템을 통해 회사가 공적으로 흠집이 나는 상황을 피해왔다. 그러나 대중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에 유출된 파일은 애플비가 이란, 러시아, 리비아 등의 문제 있는 고객까지도 받아들여 은닉 자산을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애플비가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버뮤다 금융당국에 비공개적으로 벌금을 낸 사실 또한 유출 문서에 담겨있다.

애플비는 이 사실에 대한 ICIJ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답변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애플비는 성명서에서 “범법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며 “지금까지 애플비는 자주 규제 관련 감사를 받아왔고 규제기관이 설정한 높은 [법적] 기준을 지킬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유출된 파일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역외 로펌 ‘아시아시티 트러스트’에서 작성된 50만여 건에 이르는 문서도 포함돼 있다. 이 회사는 가족 경영 업체이며,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와 카리브해 네비스 섬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또한 유출된 문서에는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카리브해, 태평양 지역과 유럽 지역 세계 최대 조세도피처인 안티구아, 바부다 섬, 쿡 제도, 맨 섬 등의 정부에 등록된 기업 등기 서류도 포함돼 있었다. 조세도피처로 가장 유명한 지역의 20% 가량이 이번에 유출된 데이터베이스에 등장했다.

역외 전문 로펌의 역할

애플비는 주요 업무인 세계 최상위 부자들을 위한 은닉자산 관리 외에 다른 업무도 해왔다. 주로 사업장을 둔 각 국가에서 기업들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법률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애플비는 세금 관련 자문을 하지는 않지만,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세금 프로그램을 짜는 데 역할을 한다.

일류 글로벌 은행인 바클레이, 골드만 삭스, BNP파리바 이외에도 애플비는 상류층 고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동 최대 건설기업인 사드그룹의 창업자와 지난 2011년 쓰나미를 겪은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가 애플비의 고객들이다.

애플비가 보유한 상위 기업 고객 중에는 세계 최대 원자재 무역업체 글렌코어가 있다. 글렌코어는 버뮤다 애플비 본사에 따로 사무실을 차릴 정도로 중요한 고객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유출된 문서에 글렌코어와 애플비가 지난 수십년 간 주고받은 이메일, 계약문서, 이 기업이 러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 있는 벤처기업에 내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융자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버뮤다 소재 애플비 본사. 건물 안에는 주요 고객사인 글렌코어만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이 갖춰져 있다. ⓒ ICIJ

▲버뮤다 소재 애플비 본사. 건물 안에는 주요 고객사인 글렌코어만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이 갖춰져 있다. ⓒ ICIJ

애플비 내부 시스템에서 유출된 글렌코어 이사회 회의록 문서는 이 회사가 콩고민주공화국 구리광산 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현지 고위급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이스라엘 사업가 다니엘 거틀러에게서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가를 보여준다. 미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글렌코어가 이 과정에서 거틀러의 회사로 추정되는 업체에게 수백만 달러를 빌려준 행위가 뇌물을 건넨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거틀러와 글렌코어는 이 사건에서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었다.

이에 대해 글렌코어는 거틀러에 대해 “철저하고 광범위한” 뒷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거틀러의 변호인은 법무부 조사가 “거틀러가 부정한 행동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되지 못한다”며 그는 “거틀러에 대해 제기되는 그 어떤 잘못이나 범죄 의혹을 완벽히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거틀러가 빌린 융자가 적절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역외탈세 산업’의 주요 구성원과 그 구조

역외탈세 산업은 전세계를 아우르는 미궁이다. 이 미궁 속에는 회계사, 은행가, 자금 관리인, 변호사, 중개인 등 부유층 및 그들과 연결된 이들의 이익을 위해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애플비는 역외탈세를 돕는 비즈니스의 사슬 속에서 그 구성원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다. 스포츠 스타들과 러시아 ‘올리가르히 (oligarchs: 과두제 집권층)’, 그리고 정부 관료 등이 제트기, 요트 등 초호화 자산을사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애플비 같은 역외사업 전문가들은 러시아 억만장자이자 푸틴의 유년기 친구들인 아카디 로텐버그와 보리스 로텐버그 같은 이들이 지난 2013년 2천만 달러 (한화 약 222억 8천만원)에 달하는 제트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 정부는 로텐버그 형제가 푸틴이 아끼는 사업을 지원했고, 러시아 정부를 통해 고액의 계약에 자금지원을 받은 행적을 문제삼아 지난 2014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애플비는 이들 형제와 거래를 중단했지만, 제재 시작 2년 후 맨섬에 설립된 로텐버그 형제의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 아카디 로텐버그(왼쪽)와 보리스 로텐버그 형제

▲ 아카디 로텐버그(왼쪽)와 보리스 로텐버그 형제

애플비 고객들은 이 로펌의 전문성, 효율적인 일 처리, 그리고 전세계에 뻗어있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높게 샀다. 애플비처럼 역외 업무를 하는 비슷한 로펌들도 이 업체를 몇 번이나 올해의 역외 로펌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수십년 간 쌓인 내부 문서가 이번에 유출되면서, 역외 조세도피 산업의 가장 뛰어난 로펌이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약점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약점은 바로 미심쩍은 고객을 받아들이고,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이들 업체의 현금 흐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애플비와 버뮤다 금융당국이 맺은 협약 문서를 보면, 애플비의 신탁 부서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해 벌금이 부과된 사실이 있다. 올해는 간호사, 소방관, 경찰로 구성된 단체가 애플비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고객을 대행해 자금을 옮겼다며 캐나다에서 이 로펌을 고소했다. 로펌은 1천270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애플비와 고객사는 잘못을 시인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 중 애플비 내부 직원이 만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기타 자료에는 애플비 고객이 되는데 성공한 불미스러운 인사들의 예시가 설명되어 있다. 이들 인사로는 파키스탄의 한 부패 공무원과 인도네시아 독재자 수하르토의 두 자녀, 그리고 무기 구입에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아몬드 딜러’ 등이 포함돼 있다. 애플비는 일부이긴 하지만 법에 명시된 대로 고객의 의심스러운 행적을 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심쩍지만 수년 간 행적을 확인하지 않고 지나간 경우도 많았다.

로펌 ‘아시아시티’는 자사가 고객들이 부를 축적하고, 이 부를 “유린될 수 있는 소송 과정”, 또는 정치적 격변, 가족의 붕괴같은 상황에서 고객의 부를 보호하는 게 주요 업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같은 홍보 문구로 아시아시티는 중국 백만장자들과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카자흐스탄 공무원, 그리고 폭넓은 직종의 미국인들을 고객으로 맞았다. 미국인 고객 중에는 의사, 포커선수, 콜로라도 농장주도 있다.

아시아시티 유출 문서는 이 로펌이 미국에서 “당신이 알고싶어하지 않을 체중 감량 치유법” 등의 자기계발서로 밀리언 셀러가 된 케빈 트루도를 대신해 쿡 제도에 신탁을 세운 과정이 드러나 있다. 알고 보니 트루도는 지난 2014년 시카고 법원에서 법정 모욕죄로 10년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었다.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는 그가 자신의 사기 행각에 친어머니의 사회보장번호까지 도용했다며, 그를 “뼛속까지 거짓으로 가득찬” 철면피 사기꾼이라 불렀다.

애플비는 인터넷에 올린 성명서에서 자신은 당국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선에서 고객의 일을 대행한다고 밝혔다. 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사업 활동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행위는 용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애플비 측은 ICIJ의 취재에 “우리는 실수한 적이 없다”며 “잘못된 행위를 발견하는 즉시 애플비는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빠르게 대응한다”고 해명했다. 아시아시티는 취재에 응답이 없었다.

▲ ICIJ 취재진이 버뮤다 애플비 본사를 찾아 취재를 진행 중이다. (출처: 아사히 신문)

▲ ICIJ 취재진이 버뮤다 애플비 본사를 찾아 취재를 진행 중이다. (출처: 아사히 신문)

과거 애플비의 버뮤다 본사에서 회계감사 담당 매니저로 재직했던 아드리안 알하산은 ICIJ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역외 서비스 로펌은 FBI가 아니”라며, 고객 중 누군가 “무모하게” 법을 위반하고자 하면 역외 서비스 로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비 같은 로펌이 하는 일은 ‘해변 청소’와 같다며 고객 뒷조사하는 데만 수년의 시간을 보내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청소를 다 했다고 말해도, 결국 작은 미역 조각 하나 하나 다 주웠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역외탈세 산업의 결과: 불평등의 심화

조세도피처의 비밀주의는 부와 비즈니스가 규제기관 또는 감사기관, 조세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조세도피처 19곳의 기업체 등기소 문서에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역외 은닉처에서 설립된 회사들의 이름과 상세 정보, 임원, 실 소유주 같은 정보가 나와있다.

이런 문서는 금융 정보의 비밀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인 마셜 제도, 레바논과 최근 태풍으로 몸살을 앓은 세인트 킷츠, 네비스 섬 등 카리브해 국가에서 작성된다. 일부 지역의 기록은 누구나 공개적으로 구할 수 있지만, 개인의 이름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하게 돼있다. 나머지 케이맨 제도 같은 곳의 등기소는 기본 정보만 담긴 서류를 떼는데도 장당 30달러를 지불하도록 만든다. 6개 조세도피처의 등기소는 온라인으로는 정보를 열람할 수 없게 해놓았다.

이번 유출 자료에는 기업 정보를 온라인으로는 공개하지 않는 카리브해 연방국가 ‘앤티가 바부다’에서 나온 1천여 건의 기록과, 온라인 등기소에 있어도 빈번한 오류 때문에 찾기 힘든 바베이도스 내 60만 건이 넘는 문서도 포함돼있다.

지난 10여년 간 EU와 여러 국제기구들은 역외 조세도피처 정부에 조세법 개혁을 통해 해당 지역에 있는 중개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고객에 대한 신원 조사를 시행하라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진전은 별로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조세도피처 관할권의 관행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 권력자들과 거대 기업들이 현재의 조세도피처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는 주요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이들 상류층 고객들은 많은 이들의 희생을 대가로 이득을 취한다. 중산층 납세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지우고, 작은 사업체보다는 다국적 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구조이다. 그 중에서도 상류층의 역외탈세로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이들은 국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의 사람들이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현지에서 영업하는 거대 기업의 납세 현황을 감시하는 공무원들은 냉방기마저 고장난 비좁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다. 부르키나파소는 전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이 나라 국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버뮤다의 페이퍼컴퍼니 주인이 내는 법인 등록비보다 더 적다. 이곳 조세 당국은 세계 16위 규모의 기업이자 애플비의 주요 고객인 글렌코어에게 총 2천900만 달러에 달하는 미납 세금과 벌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렌코어의 반발로 당국은 벌금을 150만 달러로 깎아줬다.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해링턴 교수는 역외로 자금을 이동시켜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행위는 “좋은 이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부자가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빈곤해진다. 부자 개개인들이 공평한 몫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링턴 교수는 그러나 “이런 지적은 자산관리사들, 또는 역외 조세도피 산업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는 프랑스 혁명 때와 같은 수준의 불평등과 불의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ICIJ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 팀
번역, 정리: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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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다

올해 여러 차례 노동 사안을 취재 하면서 몇 차례 근로감독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근로감독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나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근로감독관부터 만나게 됐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최전선에서 지켜주는 파수꾼이 바로 근로감독관이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작 시급 2천원을 받고 새벽까지 일하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니, 근로감독관이 뭐하는 사람인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처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기도 하고, 사업장의 노동 환경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업무도 처리합니다.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왠지 이 사람들, 많이 바쁠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이번에 만난 한 현직 근로감독관이 자신이 일하는 자리를 보여줬는데, 책상엔 빈틈없이 서류가 쌓여있고 컴퓨터의 전용 프로그램에는 백여 개의 담당 사건이 빽빽하게 목록화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것이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검증하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여섯 명의 근로감독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문제들을 알게 됐는데요. 한 명씩 만나볼까요?

근로감독관의 배신… 김OO 근로감독관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드는 막걸리 ‘생탁’. 휴일 보장이나 수당 지급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던 60세 안팎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미 지난 3월에 한 번 전해드렸죠? (관련 기사 : “개한테는 주지 않는다”) 그때 다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김모 씨에 관한 얘기입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쉬어야 할 날에도 계속 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생탁 노동자들은 억울한 마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사건을 맡은 김 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생탁 신용섭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파업 시작 이틀 후인 작년 5월 1일, 이번에는 생탁 회사 사무실에서 사장 신모 씨, 사하경찰서 정보관 정모 씨까지 모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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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대화를 들은 내부 인물의 증언으로 대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취재해 이날 3인이 만나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생탁 사장 : 노조하고 말이 안 통합니다. 파업 계속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근로감독관 : 독하게 마음 먹고 한달만 놔둬봐요. 저거 못 견디고 스스로 와해될 겁니다. 골수분자는 회사에서 잘라내야죠.

감독관이 대놓고 사측에 유리한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는 경찰 정보관(정보과 형사)과 함께 노조를 와해시킬 방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 : 어차피 조직부장하고 총무부장은 파업 푸는데 동의 안 할 거예요.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인드입니다. 설득할 수 있는 건 분회장이에요. 분회장이 나는 못하겠다, 하고 빠져나오면 노조에 동요가 일어날 거예요.

생탁 사장 : 감독관님 말씀대로 (노조)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해드리죠.

경찰 정보관 : 아침에 분회장하고 30분쯤 얘기했는데 뭐 그런 시각은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황은 뉴스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근로감독관의 ‘배신’입니다. 감독관이 사측과 밀담을 나눈 뒤, 실제 분회장 전모 씨가 “나는 못하겠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측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만들었죠.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하겠다”는 사장의 말 또한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이 휴일 보장이나 상여금 지급 등 ‘당근’을 제공한 것이지요. 결국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 상당수가 새로 만들어진 제2노조로 옮겨 왔습니다.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제자리를 지킨 노조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한 명은 스트레스성 심장사로 지난 6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8명 뿐입니다. 생탁 노동자 송복남 씨는 결국 부산시청 앞 10여미터 높이의 광고탑 위에 올라갔습니다. 7월 24일로 고공농성 100일이 됩니다.

근로감독관 김모 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생탁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돼서 징계를 받았던 김 감독관은 이제 부산고용노동청이 아닌 울산고용노동청에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계신 것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이 들어보고 싶어 먼 길 마다않고 찾아갔습니다.

▲ 근로감독관 김모 씨

▲ 근로감독관 김모 씨

김 감독관은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셨어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 당시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김 감독관은 여러 말을 했지만 핵심은 하나였죠. 사측의 마음을 얻고 속내를 떠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겁니다.

기자님은 그걸 쉽게 이해 못 하는게 맞을 거예요. 현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건 맞죠. 하지만 우리들은 일을 하면 상대방 말에 일부 맞장구 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저한테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고용노동부는 김 감독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다시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결국 김 감독관은 명예를 회복했지만 생탁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은채로 15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사측을 떠보기 위해 주고받은 말들은 현실로 이뤄졌고요. 그는 2009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남자’… 추OO 근로감독관

근로감독관 추모 씨는 김 감독관에 이어 작년 5월부터 생탁 파업 사태를 맡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추 감독관이 시간을 끌면서, 제2노조가 만들어지고 교섭권을 빼앗아 갈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합니다. 해명을 들어보기 위해 부산고용노동청으로 찾아갔습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불쑥 찾아갔지만 추 감독관은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내서 성의껏 그간 생탁 문제를 처리해온 과정을 들려줬습니다. 추 감독관은 법이 허락하는 한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조사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장이 25명인데 하나하나 조사해보니 선대 아들이 이름만 올려둔 경우고 있고 나이든 사람들이 돈만 받아가는 경우도 있고… 경영에 책임 있는 사업주를 가리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은 사장만 25명인 특이한 회사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름만 올려두고 돈만 받아가는 사장들인데요. 창업은 선대에서 함께 했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소수가 경영을 책임지는 식으로 바뀐 것이죠. 어쨌든 추 감독관은 경영 책임이 있는 9명 사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생탁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 4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했습니다.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결국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야 하는지 묻자 추 감독관은 ‘양보’를 강조합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타협이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 ‘공정한’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개월간 제2노조 설립과 교섭권 박탈 등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밀려나기만 했던 노동자 측에게 어떤 양보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추 감독관은 일단 복귀를 해서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게 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측이 징계나 정년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의 해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노동자 측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점부턴가 이 ‘공정한 남자’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성을 가장한 방치는 사실상 버틸 여력이 강한 쪽을 편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을까요. 추 감독관도 고용노동부가 뽑은 201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이었습니다.

소망교회 걱정에 잠 못드는… 이OO 근로감독관

자, 이제 장소를 서울로 옮겨볼까요? 이번에는 다른 노동 현장을 보겠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부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으로 묶여 유명해진 소망교회. 힘쎈 대형 교회에서 경비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작년 12월, 처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이상철(가명) 씨는 이 사건을 맡았던 근로감독관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립니다.

처음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 공모 씨는 임금체불 건에 대해 계속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제 만나볼 근로감독관 이모 씨에게 사건을 넘깁니다. 하지만 이 감독관도 마찬가지로 7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규정상 25일 안에 처리하게 돼 있는 일반 민원 사건에 대해 무려 7개월이나 시간을 끈 겁니다. 이상철 씨는 검찰이 결론을 낼 때까지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감독관 이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일단 찾아가 봤습니다. 긴 시간 기다려 만난 이 감독관. 하지만 만나자마자 문전박대입니다. 겨우 자리를 만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 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근로감독관 : 그건 뭐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들 주장이 첨예해서 그렇죠. 주장이 첨예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니 조사가 당연히 길어지죠.

기자 : 그렇다해도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이게 확실하다고 확정짓지 못한 논점들이 있었나요?

근로 감독관 : 제가 검사하고 충분히 얘기했는데 지휘와 보고를 받다보니 저하고 좀 생각이 달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자기가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지만 계속 되묻자 결국 ‘소망교회’ 얘기가 나옵니다. 이상철 씨와 담당 노무사 모두 근로감독관이 소망교회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감독관은 “소망교회라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법 위반은 했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고의적이 아니고 무지해서 생긴 걸 소망교회가 나쁘다고 언론에서 내면 안되잖아요. 그런 뜻이기 때문에 검사도 그걸 공소할 때 조심스러운 거예요.”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위법행위는 저질렀지만 소망교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다치면 안된다는 데 공감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끈끈한 공조일까요. 이 감독관은 중간에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만둬서 행복해요… 한용걸 前 근로감독관 (가명)

근로감독관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선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도 가진 근로감독관. 잘만 하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감독관들이 게으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근로감독관들은 대체로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직 근로감독관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지금은 공인노무사로 일하는 전직 근로감독관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업무량이 거의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 신고업무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 또 감독 업무 차원에서 감독 계획들이 내려오거든요. 그런 거는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서 나가요. 그러면은 제대로 된 감독도 안 이뤄져요. 임금체불 지도하는 것보다는 사업장 전체에 노동법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돼 가지고…

그는 근로감독관으로 일할 때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집안에 큰 일이 없으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고 말합니다. 잘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근로감독관이지만, 그만 둔 지금이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2011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체 수는 1,711개, 노동자 수는 15,272명에 이릅니다. 격무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내에서도 피하는 자리여서 근로감독관 충원율은 정원의 84~87% 선에 불과합니다. (2014년 기준 정원 1,689명, 현원 1,485명, 충원율 87.9%)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앞서 생탁이나 소망교회 사건에서 본 것처럼 근로감독관들이 회사 측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지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요.

자부심 잃고 떠나다… 안영식 前 근로감독관 (가명)

이해의 실마리는 안영식 전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안영식 씨는 근로감독관을 선발하는 과정과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노동인권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노동법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행정법 시험치고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쩌다가 배치가 되니까 노동 문제를 잘 몰라요.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저는 인강 들으면서 다녔어요. 노동인권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공무원이 화내는 민원인들을 만나다보니까 반감이 생기죠. 가장 반노동적인 인사들일 걸요? 노동부 직원들이…

갈수록 사측에 기울어진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늘 바쁘니까 어쩌다가 정기감독 나가면 기껏해야 한 사업장 한 번 가는 거예요. 그럼 먼저 사측 사람들 안내 받고 얘기 듣고 오지 몇 번씩 찾아가서 노조 얘기 듣고 다른 얘기도 듣고 할 시간이 없죠. 그런 식으로 계속 하다보면 점점 사측 논리에 세뇌돼요. 그러다보면 근로자는 나쁜 놈이라고 머릿 속에 넣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안영식 감독관은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근로감독관이 되고 싶어서 자원해서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으로 노동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근로감독관 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근로감독관이 됐을 때 자부심도 컸고, 일도 열심히 해서 인정도 받았지만 결국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제 그는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도망가요”… 정태화 근로감독관  (가명)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이번 근로감독관 보도를 준비하면서 근로감독관이 노동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많이 적발해도 실제 처벌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 얘기를 들어보니, 적발된 후 사업주가 대부분 위반 사항을 시정했기 때문에 처벌 횟수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멀리 지방에 내려가 만난 현직 근로감독관 정태화 씨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처벌을 하려고 해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잘 안하게 된다는 겁니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어려워지잖아요. 일은 많은데… 처벌을 하려고 하면 증거주의이고 자백이 필요한데 증거나 자백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사업주 반발도 심하고… 그렇게 할 능력이나 의향이 있는 감독관이 지금 몇 퍼센트나 될까요?

이는 앞서 만난 안영식 전 감독관의 말과도 일치합니다. 그는 5만원짜리 과태료 처벌 하나 하려고 해도 피의자 조서, 진술 조서, 송치서, 지청장 사인 등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많기 때문에 “송치 하나 줄이는 것이 해피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늦은 밤 술 한 잔을 나누며 들었던 정태화 감독관의 얘기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많은 기대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여기에 노동 문제의 특수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던 일반 공무원들이 마지못해 배치 받아 오는 곳이 근로감독관이라는 상황도 문제였습니다. 노동인권을 지키는 첫 번째 파수꾼인 근로감독관이 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반행정직 들어와서 이런 업무를 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하고, 힘들다 보니까 다른 부처로 많이 도망갔어요. 도망 안 가거나 견뎌보자, 이런 사람들만 남았어요.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인식인데… 기자님은 저희가 소명의식 가지고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을 해야하지 않냐고 말하십니다만, 부끄럽게도 그런 소명의식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 *뉴스 영상에서 근로감독관들의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목, 2015/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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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근로감독관이 노사분규가 있는 기업의 사측 노무담당 간부와 술자리를 갖고 노조를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근로감독관은 술자리에서 산별노조를 기업별노조를 바꾸는 방법, 법적인 문제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방법 등을 사측에 조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근로감독관은 사측의 말문을 열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마지막 기대 저버린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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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저녁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근무하는 박 모 감독관은 오스람코리아의 인사총무부장 박 모 씨와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 만났다. 당시 박 감독관은 오스람코리아 노조의 진정을 받아 해당 사업장을 감독하는 중이었다.

독일계 조명 제조업체인 오스람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회사가 일방적인 희망퇴직 공고를 낸 이후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단체협약 협상은 13차례의 교섭을 갖고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노조 사무실 제공과 타임오프제 준수 등 기본적인 요구 사항만을 반영한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이마저 모두 거절한 상황이다.

조동윤 금속노조 경기지부 오스람코리아분회장은 근로감독관과 사측 노무담당자의 만남에 대해 “그동안 상식 밖의 버티기를 하는 회사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보니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사측에 컨설팅…“노조는 기업노조로, 해고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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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의 술자리가 문제가 된 이유는 근로감독관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금속노조 산하의 분회로 있는 오스람 코리아 노조를 기업노조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같은 술집에 있던 금속노조 지역 간부가 우연히 듣게 됐고, 이후 외부에 알려졌다.

목격자의 진술과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면, 박 감독관은 노조 때문에 회사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박 부장의 호소에 대해 “△제 2 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와해시키는 곳도 많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 △금속노조로 있다가 완전히 바뀌어서 기업노조가 된 ‘동서공업’처럼 천천히 가라”는 구체적인 자문을 했다. 또 이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제공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감독관이 언급한 동서공업은 2008년 직장폐쇄까지 가는 등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사업장이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사측은 일부 조합원들을 회유해 노-노 갈등을 야기한 바 있다. 결국 파업 이후 동서공업 노조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파업을 주도한 15명의 노조원이 정리해고 되는 등 노동계에서는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례로 거론되는 사건이다.

또 박 감독관은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문을 했다. 박 부장이 노조 간부의 해고 문제를 거론하자 박 감독관은 “△절차를 잘 거쳐 (해고를) 해야 한다. △일단 징계위원회 구성과 심사위원 선정을 잘하고 천천히 하라. △징계자에게는 원래 해고 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한 단계 낮춰가는 것이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노사의 신뢰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라’는 근로감독관의 집무규정을 현저히 벗어난 발언이다.

박 근로감독관 “말문 열어보려 만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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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을 만난 박 감독관은 문제의 술자리가 사측의 말문을 열기 위해 자신이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회사가 직장폐쇄나 용역 동원 같은 강제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 교섭을 통해 해결하라고 설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관은 문제의 대화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노조 탄압 컨설팅’을 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오스람 코리아 측이 노동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피워 사태가 커졌다는 점에 대해 훈계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진의가 왜곡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감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자체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취재진은 이날 술자리에 앞서 이훈원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과 오스람코리아 상무이사까지 참석한 별도의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이뤄진 이 식사 자리에 대해 이 지청장은 “업무가 풀리지 않아 그 사람들(오스람코리아 사측)의 속내를 들어보려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며 “상대가 외국계 계열사의 임원이라고 해서 지위를 생각해 해당 식당을 이용했다. 비용은 모두 안산지청에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노조탄압 징크스’ 겪는 반월-시화공단…사측-노동부 밀회 한번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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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개의 중소사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반월-시화공단(현재 ‘안산-시흥스마트허브’)은 노조 탄압 사건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지역 노동활동가 사이에서는 “2, 3년마다 굵직한 노동 탄압 사건이 발생한다는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실제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노조 결성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직장 폐쇄와 용역에 의한 폭력 사태 등 극단적인 노사분규가 벌어져 왔다. 그때마다 산별노조 탈퇴와 노조 해산 등 사실상 노조가 무력화 되는 수순으로 사태가 마무리돼 왔다는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이 지역의 노조조직률은 전국 평균인 9.8%에 크게 미치지 못한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드러난 사측과 근로감독관의 은밀한 만남은 이 지역 노조 탄압의 역사가 정부 감독 기관의 묵인 하에 이뤄져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목, 2015/07/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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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자 작은 초소와 둥근 조형물이 보였다. 차량이 진입하자 초소에서 황급히 경비가 뛰어나와 막았다. 영주댐을 취재하러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경비는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5분도 되지 않아 다른 관계자가 나왔다. 그는 안전 문제 때문에 취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영주댐이 올해 초 나급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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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그렇게 취재진을 돌려보냈지만, 나급 국가보안시설은 의외로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었다. 정문에서 500미터 가량 올라가자 뻥 뚫린 채 공개된 영주댐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리하지 못한 자재도 쌓여 있었다.

영주댐 건설 현장은 4대강 사업 마지막 공사 현장이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4대강 사업도 사실상 종료된다. 정부가 밝힌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영주댐 때문에 오히려 낙동강이 더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댐을 만들어서 하류 지역에 물을 공급해서 하천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것은 댐을 만듦으로 인해서 하천생태계가 더 황폐화되는 것과 비교한다면은 오히려 하천에 댐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하천생태계, 수질 보존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창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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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그 증거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영주댐 아래로 흐르는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작가 박용훈 씨가 4대강 사업 전에 찍어놓은 모습을 상상하며 찾아간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 대신 무성하게 자란 풀과 자갈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운 모래 유입이 줄고 기존 모래는 쓸려나가면서 곳곳에 모래섬도 만들어졌다. 영주댐 건설 이후 생긴 변화들이다.

결국, 낙동강은 이렇게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감천 합수부에서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발견했다. 합수부는 4대강 사업 당시 6m 수심 확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준설 공사를 진행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충분히 걸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모래가 쌓여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쓸려 내려온 모래들이 이곳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역행침식이란 게 어쨌든 지천에는 막대한 피해를 안기지마는 그 원인은 4대강 사업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역행침식으로 인해서 하천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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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상처가 더 깊어진 낙동강. 하지만 강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수, 2015/07/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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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벌써 몇 년째 낙동강을 쫓아다니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거의 낙동강에 살다시피 하고 있다. “아이고 덥다. 이렇게 더운날 무슨 짓이고.” 방수복과 장화를 짊어진 채 정수근 처장이 더운 날씨를 불평했다. 강정고령보 근처 얕은 강바닥을 뒤지던 정 처장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어올렸다. “바로 이겁니다.” 나뭇가지에 큰 벌레 하나가 붙어있었다. 큰빗이끼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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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빗이끼벌레

정 처장은 큰빗이끼벌레에 관심이 많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 등장한 특별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큰빗이끼벌레는 주로 고사목을 터전 삼아 군집을 이루고 산다. 먹이는 남조류, 바로 녹조다.

원래 강물 수위가 깊지 않았던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은 보 건설 이후 수위가 급격히 불었고, 강 주변에 뿌리 내린 나무들을 고사시켰다. 큰빗이끼벌레에게 집과 먹을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보에 갇혀 거의 흐르지 않는 강물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큰빗이끼벌레는 호수 같이 흐르지 않는 물에 주로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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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많이 서식하기만 하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수근 처장은 큰빗이끼벌레가 생태계도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 온도가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큰빗이끼벌레는 집단적으로 폐사한다. 폐사하면서 암모니아를 내뿜고, 원래가 유기물 덩어리인 사체도 흐르지 않는 물 표면을 떠다니다가 가라 앉아 강 바닥을 오염시킨다.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지가 고사목이 많은 강 언저리라는 것도 골치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깊어진 수심 때문에 산란지를 잃은 치어들은 큰빗이끼벌레에 밀려 산란할 곳을 잃는다. 정수근 처장은 “실제로 어민들은 치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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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 그리고 맹꽁이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이후 집을 얻었다면, 멸종위기종 2급 맹꽁이는 집을 잃어서 걱정이다. 물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대구 대명유수지는 맹꽁이의 서식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불어난 물 수위가 물억새를 고사시킬 뿐 아니라, 땅 속에 숨어서 포식자들의 눈을 피하는 맹꽁이의 집도 삼켜버렸다.

맹꽁이는 뭍에서 노는 시간이 긴데 몸이 노출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습니까. 나머지 대부분은 몸을 땅속에 감춰야되는데…
–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몸 피할 곳을 잃어버린 맹꽁이, 고사 당하는 물억새, 낙동강에 나타난 큰빗이끼벌레.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린 낙동강, 그리고 교란되는 생태계. 4대강 사업 국민조사단과 뉴스타파가 마주한 4대강 사업의 맨얼굴이었다.

화, 2015/07/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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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창녕함안보는 평화롭게만 보였다. 엊그제 내린 비와 흐린 날씨가 곤죽 덩어리 녹조를 가렸다. 오랜만에 열린 수문은 시원하게 강물을 뱉어냈다. 윤순태 촬영감독은 함안보가 안전하게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강물 속에 들어갔다. 함안보 바닥이 유실되고 있다는 의혹은 보 건설 이후 계속 제기되고 있다.

▲ 낙동강 창녕함안보

▲ 낙동강 창녕함안보

윤순태 감독 : 가다가 돌 하나 잡았는데 굴러 떨어져갔고, 수심 재 보니까 16.8m 야. 완만한게 아니라 폭 꺼졌어.

박창근 교수 : 콘크리트 끝나는데 말하는거에요?

윤순태 감독 : 네,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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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은 수중에서 함안보 바닥을 기어가다가 갑자기 땅이 푹 꺼지는 위험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6미터여야할 수심이 16미터가 넘었다. 보의 바닥이 유실된 거다. 현장에 있었던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진 지점은 경사가 시작된 곳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4대강 공사는 2012년 마무리됐지만, 함안보는 그 이후 4차례 보수공사를 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보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강바닥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함안보에서 10km 떨어진 본포 취수장 인근에서 길어 올린 흙더미는 일명 저질토, 오염된 흙이다.본포 취수장 물은 주민들에게 식수로 공급된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 전에는 오염토가 쌓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물의 흐름이 거의 없어지면서 표면의 유기물이 가라 앉아 부패하면서 오염토가 쌓이게 됐다

▲ 낙동강 본포 취수장 강바닥에서 퍼올린 흙. 시커멓게 오염돼 악취를 풍겼다.

▲ 낙동강 본포 취수장 강바닥에서 퍼올린 흙. 시커멓게 오염돼 악취를 풍겼다.

오염된 흙은 장소를 가르지 않고 강 전역에 늘고 있다. 누구보다 낙동강을 잘 아는 어민들은 강바닥이 죽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어민 장덕철 씨(60)는 “작년에는 살아있던 땅이 올해에는 새까맣게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어구를 넣어보면 압니다. 어구가 그냥 썩어가지고 올라와요.
– 정덕철 어민

▲ 낙동강은 어민들의 오랜 삶터였다. 4대강 사업 이후 어민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 낙동강은 어민들의 오랜 삶터였다. 4대강 사업 이후 어민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또 다른 어민 이성호 씨(55)는 카메라 앞에 서자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터뜨렸다. 이성호 씨는 아버지 때부터 낙동강 하류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녹조가 발생했을 때 보에서 수문을 열었잖아요. 저희 어민들이 어구를 밤에 설치해놓거든요. 보를 열어버리면 어구 손실도 억수로 많아요. 수자원에서는 우리 일 아니다 모른다. 책임 회피에요
– 이성호 어민

얼마 잡히지 않는 물고기라도 잡겠다며 설치한 어구는 예고 없이 열린 보의 문 때문에 물살에 휩쓸려 가버린다. 정부기관은 그래도 특별한 대책은 세워주지 않는다. 평생 강을 터전 삼아 살아온 이들에게 낙동강은 4대강 사업 이후 ‘체념의 강’이 됐다. “옛날과 비교하면 95% 물고기가 멸종했다”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한마디로 엉망입니다. 옛날에 비교해가지고는 거의 90%, 95%, 거의 멸종이라고 보면 되요. 그 정도로 낙동강 환경이 안좋습니다. 어민들로서는 조업해가지고 생계를 해야 하는 판인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지요.
– 장덕철 어민

낙동강을 오르며 만난 주민 장성기 씨(55). 카메라를 보자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이내 사람 좋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20년. 그가 합천창녕보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고령군 연리들에서 수박농사를 지은 햇수다. 하지만 이제 장 씨는 수박농사를 포기했다.

내가 그런(수박) 농사를 20년 넘게 했어. 하다가 내가 그만뒀지. 도저히 하다가 안되니까. 그래가 요거(오이)라도 해야 밥이라도 먹고 살고 애들 학교라도 시키니까.
– 장성기 농민

장 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곽상수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함안보 근처 연리들의 수박농사는 4대강 공사 이후 ‘끝이 났다.’ 4대강 공사 이후 높아진 지하수 수위 때문에 농지가 습지화되기 시작했고, 수박농사 수익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는거다. 수박이 이전에 비해 80%밖에 크지 않았다.

“아, 형님 수박 손 놨구나” 인터뷰를 마치고 손수레를 끌고 나오는 장 씨에게 곽 씨가 말을 붙였다. “그래, 안한다. 이기라도 해야 애들 밥이라도 먹일 거 아이가.” 장 씨는 종전 그 사람 좋은 표정으로 손수레를 끌었다.

▲ 창녕함안보 근처에서 연리에서 자라는 수박의 크기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80%밖에 되지 않는다.

▲ 창녕함안보 근처에서 연리들에서 자라는 수박의 크기는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80%밖에 되지 않는다.

어민들도, 농민들도 자신들의 삶이, 생계가 이리 힘들어진 것이 무엇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매번 “잘은 모르지만”, “전문가는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했고, 자신있게 덧붙였다.

4대강 사업 이후 이렇게 변했습니다.

화, 2015/07/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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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구입한 RCS(Remote Control System)로 천안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온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실험용 혹은 북한 공작원 대상으로만 해킹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는 국정원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창 명부’와 ‘천안함 문의’의 연결고리…“티켓 아이디”

2013년 10월 2일 국정원의 RCS 관리자가 해킹팀에 보낸 메일에는 목표물에게 보낼 파일을 즉각적인 취약점 공격(0-day exploit)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첨부된 파일은 ‘서울대 공과대학 동창회 명부’라는 제목의 MS 워드 문서였다. 취재진이 문서를 열어보니 미국 남가주 지역에 거주하는 서울 공대 동문들의 명부였다. 291명의 신상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의 공격 대상은 이들 중 한 명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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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10월 4일 국정원 관리자는 또 하나의 메일을 보냈다. 요청 사항은 똑같이 공격 파일로의 변환이었다. 제목이 ‘Cheonan-ham Inquiry’인 MS 워드 문서 파일이 첨부됐다. 직접 열어 봤더니 한 언론사 기자가 전문가에게 천안함 침몰 의혹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의 문서였다. 그런데 이 언론사에 다니지 않는 기자 이름이 써 있었다. 기자를 사칭한 미끼 파일이었던 것이다. 문서 내용을 볼 때 파일의 공격 대상은 천안함 침몰 의혹을 제기해온 전문가들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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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뉴스타파는 이 두 이메일의 형식과 내용을 분석하던 중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양쪽에 표기돼 있는 티켓 아이디(Ticket ID)가 똑같았던 것이다.

메일에 표시된 티켓 아이디는 해킹팀과 국정원 사이의 업무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각 업무 단위를 서로 구별할 수 있도록 부여한 하나의 ‘일감’ 또는 ‘과제’와 같은 개념이다. 그러니까 같은 날 이뤄진 작업들도 성격이 다르면 티켓 ID가 다를 수 있고, 기간 차이를 두고 이뤄진 작업들도 같은 성격으로 이어져 있다면 ID가 동일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정원이 지난 6월 17일에 해킹팀으로 보낸 두 통의 이메일을 비교하면, www.baidu.com 이라는 똑같은 URL에 똑같은 악성코드 2개씩을 심는 동일한 작업을 요청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양쪽의 티켓 아이디는 서로 다르다. 한 쪽은 목표 대상이 3개, 다른 쪽은 4개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13년 10월 2일 ‘서울대 공과대학 동창회 명부’와 10월 4일 ‘천안함 문의’ 메일을 비교하면, 양쪽 모두 MS 워드 파일을 공격용으로 변환하는 동일한 작업이면서 티켓 아이디도 똑같다. ‘천안함 문의’ 첨부파일에 대한 변환 작업은 10월 17일과 23일에도 똑같이 메일로 요청됐는데 이 2건 역시 티켓 아이디가 똑같다. 결국 이 4개의 이메일은 공격 대상까지 동일했기 때문에 동일한 티켓 아이디가 부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서울 공대 동문회’와 ‘천안함 문의’ 사이의 고리가 완성되게 된다. 즉, 해킹 목표 대상은 서울공대를 나와 미국 남가주에 거주하며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전문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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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안 박사 해킹했나” 질문에 국정원 얼렁뚱땅 넘긴 까닭은?

국정원의 해킹팀 프로그램 구매 파문 이후 처음 열린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 위원들은 안수명 박사에 대한 해킹 의혹을 국정원장 등에게 집중 질의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모호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천안함 문서’ 파일을 누구에게 보냈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있던 북한 잠수함 관련 인물이고 우리 국민은 아니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공격 대상이 재미 과학자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진 않고, 미국 아이피를 추적하고 있는 게 있긴 하다”는 식이었다. 중국에 있는 사람인지 미국에 있는 사람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대충 얼버무린 채, ‘북한 잠수함 관련 인물이다’라고만 설명하고 넘어갔다.

▲ 국회 정보위원회 (7월 14)

▲ 국회 정보위원회 (7월 14)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정원이 이렇게 대응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수명 박사는 국정원이 문제의 해킹용 파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 1달 쯤 전인 2013년 9월 1일부터 열흘 간 중국 베이징에 머물렀다. 지인의 소개로 한 북한 여성을 만나 북한 입국 비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12살 위인 큰누나와 함께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 박사는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9월 10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LA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 해군의 조사를 받고 소지하고 있던 노트북과 책 등을 압수당한다. 당시 안 박사는 미군과 거래하는 방위사업체 안테크의 대표여서 미군의 비밀취급 인가를 갖고 있던 상태였는데, 중국에서 북한 여성과 접촉하고 북한 입국까지 시도했던 탓에 당국의 조사가 불가피했다. 이 문제로 안 박사는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결국 국정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천안함 문의’ 첨부파일을 ‘중국에 있던 사람’에게 보냈다고 말한 것은 안 박사가 2013년 9월 베이징에 체류했던 사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정원이 안 박사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음은 분명해 졌지만, 실제로 해킹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안 박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한 이메일은 받은 기억이 나지 않고, 아마도 열어보지 않고 지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공대 남가주 동창 명부에 대해서는 “매년 한두 차례씩 이메일로 오는 문서이고 실제로 출력해서 사용한 적도 있지만 그 시점이 2013년 10월 무렵이었는지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어 목적 실험용? 북한 공작원 상대로만 사용?

국정원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해킹팀의 프로그램을 대부분 방어 목적의 실험용으로 활용했으며 공격 대상은 북한 공작원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비록 미국 시민권자이긴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해킹 시도가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일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뉴스타파가 이번 유출 자료들 가운데 국정원과 해킹팀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스파이웨어를 심어달라는 요청이 담긴 이메일은 모두 86건이다. 매 건당 최소 1개에서 최대 12개까지 URL이나 첨부파일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국정원이 확보한 감염 URL과 첨부파일은 모두 309개였다.

그런데, ‘실험용’이라고 밝힌 것은 불과 80개 뿐이었던 데 반해 실제 목표물 해킹에 사용하겠다고 한 것은 229개다. 국정원 해명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그렇다면 공격 대상은 누구였을까. URL의 대부분은 구글과 야후, 삼성, 안드로이드 등 누구라도 의심 없이 접근할 만한 성격이었다. 중국의 포탈과 택배서비스, 중동지역 정보 등 외국 사이트들은 국정원 설명대로 대북 방첩 활동을 위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떡볶이 맛집과 벚꽃놀이를 소개한 개인 블로그, 구글 한국어 입력기, 메르스 정보 페이지 등은 누가 봐도 내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된다. 이런 URL과 첨부파일은 전체 309개 중 43개에 해당했다.

목, 2015/07/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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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전국을 휩쓴 지 두달이 넘었다. 지난 7월 4일 이후 보름째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는 메르스 종식국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메르스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다. 186명 가운데 36명이 메르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는 건강했던 사람이 단순히 간병하러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돼 고인이 된 경우도 있다.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정부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인들은 정부가 격리자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빌생한 3차 감염자들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와 병원에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제기한 김형지(49) 씨와 허영강(37)씨를 만나 그동안 억눌러왔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확진 이틀 만에 사망한 어머니…“숨진 것도 억울한데 가해자로 몰려”

 

 

‘173번째 환자’로 불린 김형지씨의 어머니 최숙자(가명)씨는 지난 6월 24일 메르스로 세상을 떠났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었다. 70세 나이에도 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던 최 씨. 어쩌다가 메르스에 걸렸고 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지게 된 것일까.

지난 6월 5일, 최 씨는 자신이 돌보는 시각장애인의 입원을 돕기 위해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 들렀다. 최 씨가 강동경희대병원에 머문 시간은 불과 10분 가량. 보건당국은 이때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76번 환자로부터 최 씨가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76번 환자는 지난 5월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다. 보건당국의 격리대상에는 포함됐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강동경희대병원까지 무방비 상태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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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76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지 9일 만인 6월 6일에야 격리자 통보를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76번 환자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속수무책으로 놓쳐버린 76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은 최 씨를 포함해 9명이나 된다.

6월 7일, 76번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당연히 밀접접촉자인 최 씨는 격리되어야 했지만, 격리 대상에서 누락됐다. 보건당국은 “당시 입원했던 시각장애인이 최 씨가 건강하다고 생각해 동행 사실을 말하지 않아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것”이라며 책임을 시각장애인에게로 돌렸다. 김형지 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 응급실에 혼자 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CCTV 한 번만 확인해도 어머니의 동행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소홀히 해놓고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6월 7일 이전까지는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최 씨는 메르스 노출을 전혀 의심할 수 없었다. 최 씨는 6월 10일부터 몸에서 열이 났지만 단순 감기로 여기고 여러 병원과 약국을 오갔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손자와 잠도 같이 자고 병문안도 오도록 했다.

 

▲ 최 씨의 강동성심병원 진료기록

▲ 최 씨의 강동성심병원 진료기록

 

열이 조금씩 잡히는가 싶던 6월 17일, 최 씨는 허리 통증으로 강동성심병원을 찾았다. 다음날 정형외과에서 X- Ray를 촬영했다. 이때 폐렴 증상이 발견됐다. 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형외과에서는 6월 19일 감염내과로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감염내과는 메르스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최 씨의 병원 방문 이력에 메르스 발생 병원 접촉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6월 19일 최 씨의 ‘진료 협의기록지’엔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력 없고 위험병원 내원력이 없어 메르스 검사 대상이 아니다”고 나와있다. 최 씨는 자신이 치료를 받기 위해 들렀던 병원은 의사에게 얘기했지만 단순히 시각장애인과 동행했던 경희대병원 방문 이력은 말하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최 씨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강동성심병원은 22일 메르스 자체 검사를 진행했고 다음날인 6월 23일 보건당국은 최 씨에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렸다. 즉시 격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불과 이틀 만인 6월 24일 최 씨는 숨을 거뒀다.

김 씨는 “어머니의 폐렴증세가 처음 발견됐던 6월 18일에만 메르스 검사를 하고 곧바고 치료를 시작했다면, 아니 그보다 앞서 보건당국이 76번 환자를 제대로 격리만 했다면 어머니는 메르스에 걸리지도 사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도 어머니의 메르스 확진과 동시에 즉각 격리됐다. 그래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가 없었던 것이 원통하기만 하다. 그런데 가슴 아픈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명백히 메르스 피해자인 어머니가 한 순간에 가해자로 바뀌어 세상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 이해식 강동구청장 페이스북

▲ 이해식 강동구청장 페이스북

 

어머니 최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6월 23일,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최 씨의 메르스 감염 경로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173번 환자는 시각장애인의 치료차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이 사실을 숨겼다”면서 “한 사람의 일탈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썼다.

이 글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고, 비난의 화살은 보건당국이 아닌 최 씨를 향했다. 최 씨가 수천 명의 강동구 주민들을 격리시킨 몰염치한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뉴스타파는 강동구청 측에 최 씨가 경희대병원을 방문 사실을 ‘숨겼다’고 설명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부가 일찍 병원명단을 공개했다면, 76번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거고, 저희 어머니도 메르스로 사망하는 일 없었을 거에요. 정부 잘못으로 저희 어머니도 억울하게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피해자인데, 돌아가셔서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게 너무도 속상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단순히 10분 머문 병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말을 안 했을 수는 있어도 일부러 메르스 사실을 숨길 분은 아니에요. 늦게라도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형지 / 메르스 사망 최숙자 씨 큰아들

폐암 어머니 돌보다 먼저 세상 떠난 아버지…”정부는 사과 한 마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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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건강하셨던 분이, 멀쩡하셨던 분이 한 달만에 고인이 됐는데 정부나 병원 어디서도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지난달 24일 메르스로 세상을 떠난 허경범 씨의 아들 허영강 씨는 “한 달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충남 부여군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지병 없이 건강하게 살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폐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입원시키기 위해 건양대병원을 찾았던 아버지는, 그곳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나게 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허 씨는,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뒤 격리되지 않은 채 건양대병원으로 옮겨온 16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폐암 환자인 아내를 데리고 건양대병원에 응급실에 갔던 5월 28일 16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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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6번 환자는 5월 30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돼 1차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때, 16번 환자와 접촉했던 허 씨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날인 5월 31일에는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허 씨에겐 이같은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고 격리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애초에 정부가 관리를 잘해서 16번 환자를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죠. 하지만 적어도 5월 30일에라도 아버지를 격리시키고 메르스 환자와 있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면, 그리고 빨리 검사를 해줬더라면 이렇게 사망하시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허영강 / 메르스 사망 허경범 씨 아들

그렇게 무방비로 나흘을 흘려보낸 6월 1일, 아버지 허 씨의 몸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이 시작됐다. 건양대병원은 6월 2일에야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허 씨를 1인실에 격리하고 검체를 채취했다. 그러나 이 때도 역시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아들 허 씨는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도 없는데 왜 아버지가 메르스에 걸리느냐”고 병원 측에 반문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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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버지 허 씨는 6월 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때서야 메르스 환자와 아버지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료는 더디게 진행됐다. 메르스 확진 후 바로 격리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이틀간 건양대병원 음압병상에 머물렀다. 6월 6일이 되어서야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천안단국대병원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메르스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버지 허 씨는 6월 24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진 허 씨의 아내는 아직도 남편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들 허 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안 후로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병원 관계자들도 어머니의 충격을 우려해 관련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아직까지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방역 부실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허 씨는 지난 9일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73번째 환자인 최숙자 씨의 가족과,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아직도 치료 중인 165번 환자의 가족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허 씨는 “마땅히 국가의 책무인 방역을 제대로 못해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정부도 병원도 잘못했다, 미안하다, 사과 한 마디가 없을 수 있느냐”면서 “어떻게든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지 않으면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월, 2015/07/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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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실무자가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실무자로 알려진 45살 임 모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임 씨가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임 씨가 남긴 유서 3장 가운데 공개된 유서는 국정원에게 보내는 1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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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과 차장, 국장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임 씨는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켰다”면서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적었다.

또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 적어놨다.

무엇을 왜 삭제한 것일까?

유서의 문맥을 보면 자료를 삭제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국정원 측에 해명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해를 일으킬만한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아니니 우려할 부분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임 씨가 유서에 쓴 내용대로 대외적으로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는 현재로선 밝혀진 것이 안 박사에 대한 해킹 시도 건밖에는 없다. 안 씨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여서 외교문제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간부들은 임 씨의 책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이 전했다. “해킹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부터 실무자였던 임씨가 4일 동안 잠도 안자고 일하면서 공황상태에서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국정원에서는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산담당 실무자로 해킹 목표물을 직접 선택할 위치엔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임 씨가 상부의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정원은 임 씨가 삭제한 자료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00%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언제 삭제했는 지도 조사해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모든 해킹관련 기록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기록 공개는 빠르면 이달말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일, 2015/07/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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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대 롤링홀에서는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란 이름으로 특별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첫 번째 무대는 크라잉넛과 딕펑스가, 두 번째 무대는 3호선 버터플라이, 요조가, 세 번째 무대는 전인권 밴드, 두번째 달이 주축이 되어 롤링홀을 달궜다. 그리고 네 번째 공연이 열린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는 MC 스나이퍼와 여러 래퍼들이 모였다.

매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특별한 공연에 담긴 이야기를 뉴스타파 카메라에 담았다.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는 2015년 말까지, 매달 계속될 예정이다. 추후 공연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 2015/06/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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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신규 확진 ‘0’…사망 1명, 퇴원 2명 추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감염자가 사흘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숫자가 182명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6월 29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명이 추가돼 모두 33명으로 늘었다. 신규 사망자는 50번째 환자(여, 81세)로 지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감염됐다.

퇴원자는 2명이 늘어 모두 95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 63번째(여 68세)와 103번째(남, 66세) 환자로 모두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었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수, 2015/07/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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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째 신규 확진자 ‘0’…추가 사망자도 없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감염자가 나흘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숫자가 182명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6월 30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규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아 총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유지됐다.

퇴원자는 2명이 늘어 모두 97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 96번째(남, 76세)와 136번째(남, 67세) 환자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목, 2015/07/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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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기장해수담수화 바로알기’ 코너에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기장군 해수담수화 사업에 대한 시의 입장이 표현된 질문과 답변이 있다. 부산시는 여기서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핵발전소 인근에 취정수장이 있으며,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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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부산시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해봤다. 먼저 캐나다 사례. 캐나다 온티라오 호수 주변에는 실제로 핵발전소 10기가 운전 중이고 주변에 취정수장이 17개 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폭발 사고 5일 뒤에 캐나다 피커링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방사능 오염수 7만 3천 리터가 온타리오 호수로 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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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이 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방사능 오염수 누수 사건, 사고는 11건이다. 1992년과 1996년 사고 때는 인근 취정수장이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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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페일리 전 전 유럽방사선위험평가위원회 영국위원장은 1989년부터 온타리오 호수의 방사능 오염을 연구했다. 뉴스타파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안 박사는 온타리오 호수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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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국. 미국 뉴욕 주 공공 서비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허드슨 강에 들어설 계획이던 담수 시설 사업을 중지했다. 담수 시설은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와 5.6km 떨어진 곳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사업을 반대했고, 뉴욕 주는 주민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계획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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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산시는 서명운동을 받으면서까지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애초 해수담수화 사업은 두산중공업을 위시한 물산업의 해외 수출을 위한 실험적 성격의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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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였던 2010년 부산시가 기장군에 보낸 공문을 보면 “물 산업 해외진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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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수주한 두산중공업은 기장군에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한 후 칠레에 같은 플랜트를 1억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시장규모가 167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두산중공업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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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득을 보는 사이 수돗물 대체 사업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진행됐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실험용 쥐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13초, 14초 뉴스에 잠시 한 번 나온 다음에 공급하겠다. 나중에 보니까 관도 다 공사가 돼 있는 상태인거예요. 그러니까 물만 틀면 되는 상태인거예요.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우린 물을 마셔야 하는 당사자잖아요.
양정미 / 기장군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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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계획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왜 부산이 왜 공급을 하려고 애를 쓰느냐, 지금 부산시 것도 아닌데… 그래서 5년간 모니터링을 하자. 그래도 문제가 없으면 주민들 동의 하에 공급하도록 해도 된다.
김좌관 /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주민투표를 통해서 진짜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냐, 반대하는 사람이 많으냐, 이걸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권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얘기기 때문에 관의 일방 주도로는 절대 될 수가 없습니다.
이진섭 / 기장군 주민

목, 2015/07/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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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미 씨는 올해 세 살 난 아들을 둔 젊은 엄마이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부산시민입니다. 이진섭 씨는 아내, 어머니, 자신 등이 암에 걸렸고, 작년 말 고리 핵발전소와 아내의 갑상선 암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부산지법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대한 현지 취재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양 씨와 이 씨가 우려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혹시 소심한 시민들의 기우가 아닐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판단을 구합니다.

<양정미 씨의 이야기> “언니 방송 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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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강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해운대 쪽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받았더니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언니, 언니네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 먹게 된다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방송 안 봤냐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더니 짧은 뉴스 하나가 있었어요. 부산 기장군하고 해운대구 송정동 쪽에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할 거라고… 정말이더라고요. 그 해수담수화 공장을 2010년부터 지었다는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작년에 균도 아버님(이진섭 씨) 소송이 있었잖아요. 고리 핵발전소 근처에 살면 갑상선암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법원이 인정했으니 주위에서도 엄청 떠들썩 했죠. 나야 얼마나 살까 싶지만 우리 강희 생각하면 기장을 떠나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갑자기 바닷물로 만든 물을 먹으라고? 그 바닷물은 고리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성 물질들 흘러들어오는 그 바닷물이잖아요.

진짜? 왜? 우리가 먹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물을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날 밤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잠든 애 얼굴을 보는데… 나는 괜찮은데 우리 강희한테는 못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애가 미숙아로 태어났잖아요. 임신 중 유산에, 태어났는데 사산까지 거쳐서 세 번째로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27주만에 세상 빛을 봤죠. 애 아빠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애기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울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3년만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을 거라고요. 그때부터 쭉 이 마음으로 살았어요. 강희야, 엄마가 너 지켜줄 거야.

그래서 집 밖에도 거의 못 나가고, 인스턴트 같은 거 하나도 안 먹이고 그렇게 세 살까지 키웠어요. 이제 좀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핵발전소 근처에서 만든 물을 공급하겠다는 거예요. 이건 그냥 틀면 나오는 거니까 먹고 씻고 할 때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 때부터 이게 정말 안전한가, 여기 저기 알아보고 다녔죠. 부산시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들이 몇 개 있는데 정말인가 좀 따져보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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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NSF라고, 미국에 국제위생재단이라는 공신력있는 검사기관이 있대요. 거기서 해수담수화 물을 들고가서 방사성 물질을 58가지나 검사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다는 거예요. NSF가 품질을 보장했으니 안전한 수돗물이라는 거죠.

아무래도 뭔가 찜찜해서 직접 NSF 한국지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부산에 해수담수화 공장에서 만든 물이 정말 안전한 물이라고 거기에서 보장하느냐구요. 그랬더니 부산시하고는 말이 다른 거예요. 자기들은 샘플로 온 물 가지고 검사 한 번 한 거 결과 통보했을 뿐이지 수돗물 자체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수돗물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수돗물의 품질을 인증하는 일은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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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그러대요. 지금까지 수차례 국내 기관에서도 검사 받았는데 안 좋은 물질들은 다 ‘불검출’이라고 나왔으니 안전하다고요. (불검출은 전문 용어로 ND:not detect라고 한다.) 그럼 정말 그 방사성 물질들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괜히 설레발 친 건가 하고 잠깐 긴장이 탁 풀리기도 했어요. 근데 동국대 의대에 김익중 교수님이라고, 방사성 물질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얘기는 또 다르더라구요. ‘불검출’이라는 말이 물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래요. 기계가 검사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거 이하로 나오면 그냥 ‘불검출’이라고 읽는다는 거예요. 물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아내질 못해서 불검출 인거죠.

균도 아버님이나 다른 갑상선암 걸리신 기장의 어머님들 보면 참 걱정스러워요. 지금까지 고리 핵발전소에서 늘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게 방사성 폐기물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핵발전소 근처에서 살아서 암 걸린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도 문젠데, 앞으로 식수에까지 그렇게 “미량이라서 괜찮다”고 하는 수준으로 자꾸 먹고, 또 먹고 하면 그게 문제가 되지 말란 법이 어디있어요.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저 요즘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죠. 사실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희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서명받으면 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이러고 있거든요. 오후 한시 되면 저는 늘 기장시장 앞으로 나갑니다.

<이진섭 씨의 이야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저한테 기장은 제 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원래 부산이 고향인데 거기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기장에 들어와서 조그마한 가구 무역 회사를 시작했어요. 장사가 꽤 잘 돼서 한 때 기장에서 손꼽힐 만큼 큰 돈도 좀 만졌습니다. 그러다 IMF와서 다들 망할 때 말아먹고 그 때부터 택시를 몰았죠.

90년에 기장 들어왔는데 2년인가 있다가 첫 아들 균도를 낳았어요. 균도가 두 살 땐가, 행동이 좀 다른 애들하고 다른 것 같아서 병원 여러 곳을 다녔는데… 알고 보니 애가 자폐성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그래도 균도하고는 재밌게 잘 살았습니다. 녀석이 말이 좀 늦되고 가끔 과잉행동을 한 달 뿐이지, 기분 좋을 땐 싹싹하고 사람들한테도 잘합니다. 녀석이 번번히 학교에서 쫓겨나고 장애 정도가 심하다고 시설에서도 밀려나고 그러는 걸 보다가 안 되겠어서 제가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죠. 녀석은 여전히 제 보배입니다.

애가 장애가 있어도 착하고 예쁘니까 그냥 그렇게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엔가 저희 어머니가 갑상선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때가 시작이었습니다. 아내도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유독 이 지역에 갑상선암 수술한 사람이 많긴 합니다만, 막상 내 가족이 그렇게 되고 나니 정말 충격이 컸어요. 그리고 저도 결국, 직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저는 가족들이 이렇게 다 아프게 된게 고리 핵발전소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리 가족 다들 고리원전 10km 안팎에 90년대부터 쭉 살아왔으니까요. 물론 고리 핵발전소는 늘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만 배출하고 있으니 건강에 무해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럼 핵발전소 주변 5~30km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1.8배 더 많이 갑상선암에 걸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데 지금 또, 핵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이 흘러드는 바다에서 수돗물을 만들어서 기장하고 송정에 넣겠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요즘 또 고민이 많던 차에, 기준치 이하의 적은 방사선도 오래 피폭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 이거구나 싶었죠. 그게 이미 학계에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인데 영어로 LNT라고 한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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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의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최근에 서울에서 온 어떤 기자가 부산시 수질책임자한테 이 얘기를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그 책임자라는 사람이 LNT라는 건 환경단체에서나 주장하는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반박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정말 그런가 한번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그 부산시 책임자 말이 근거 없는 무책임한 말입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권위 있는 곳에서도 모두 이 LNT 모델을 근거로 방사선 안전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었어요. 보세요. 이런 자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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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암 발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논문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 써있지 않습니까.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LNT 모델이 자기들 생각에 가장 합리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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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 안전한 선이란 없는 거구나. 설령 99%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1% 위험을 수 십년간 겪어야 한다면 위험할 수 있는 거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정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먹는 게 걱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들어보세요. 저는 해수담수화 시설 자체에 대해서 비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거 물 부족한 곳에 먹는 물 만들어주는 좋은 기술인 거 다 압니다. 근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왜 핵발전소 코 앞에다 수돗물 만드는 시설을 지어놨냐는 거예요. 이거 우리가 수도 요금 내고 사먹는 물 아닙니까. 깨끗한 물이니 무조건 먹으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이 안 됩니다. 한 5년 길게 모니터 해본 뒤 이상 없으면 그때 결정하든, 아니면 정말 주민투표를 해서 당장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든, 부산시는 주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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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7/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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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뉴스타파의 정재원 기자입니다. 오늘은 평소 기사와는 달리 친절한 말투로 찾아뵙게 됐어요. 좀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를 꺼내야 하거든요. 앗, 잠깐! 어려운 얘기라니까 벌써 창을 닫으시려는 건 아니죠? 조금만 더 읽어보세요.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이 몰래 몸 속에 들어와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먹는 물 속 방사선에 관한 얘깁니다.

여러분 혹시 ‘해수담수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해 바닷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겁니다. 물이 귀한 중동 쪽에서 각광받는 기술이죠.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단위용량을 가진 ‘역삼투막’ 방식 해수담수화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무려 2,000억 원짜리 시설입니다. 부산시 기장군에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얼마 전 그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는 기장군 바닷가에 다녀왔어요. 물도 떠서 깨끗한가 살펴도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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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의문 하나! 중동도 아닌 우리나라에 왜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들었을까요.

저도 처음 부산시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취재할 때 가장 먼저 “왜 우리나라에?”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여러 가지 설명을 했지만, 무엇보다 부산시민들에게 양질의 물을 언제든 공급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부산시의 설명도 맞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깊은 속뜻’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실험’에 동원된 주민 10만 명> 기사를 보세요.

99.9%의 약속

해수담수화 기술은 먹는 물이 부족한 곳이라면 분명 의미 있는 기술입니다. 또한 낙동강처럼 상수원이 언제든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해수담수화 시설을 하나쯤 두고 물을 끌어오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죠. 낙동강 상류에 구미산업단지 같은 잠재적인 오염원을 둔 부산시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부산시도 ‘선의’를 가지고 해수담수화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창 부산의 해수담수화 공장이 건설 중이던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시작됐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다량의 방사성 오염 물질들이 방출됐죠.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새삼 자신의 생활 반경 주변에 위치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산에 사는 분들은 핵발전소 사고시 위험반경이라는 30km이내에 부산시 면적 절반 이상이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3년여가 지난 작년 말, 해수담수화 공장이 완공되자 부산시가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부산시 안에서도 기장군과 해운대구 송정동에 사는 10만명 가량의 주민들에게만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부산시민들은 부산시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큰 경각심을 갖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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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보듯이 고리핵발전소와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불과 11km 떨어져 있습니다. 고리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거나, 예측하지 못한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결국 주민들의 반대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이 무기한 연기됩니다.

이 때부터 부산시는 부랴부랴 방사성 물질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유입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책임자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참 열심히 여러 대책을 세웠더군요. (반어법 아닙니다.) 원래 기껏해야 3종 정도 검사하던 방사성 핵종 검사를 미국의 저명한 검사 기관 NSF(국제위생재단)에 의뢰해 58종까지 검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방사선량을 검출할 수 있는 장비를 들여놓을 계획을 세우고 관련 예산도 늘리는 등 확실히 노력을 하긴 했죠.

그 중에서도, 부산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준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역삼투막(RO)’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밑 그림이 해수담수화의 역삼투막 방식을 설명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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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를 담수화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산에 들어선 해수담수화 시설은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역삼투막’ 방식입니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강한 압력으로 역삼투막을 통과시키면, 염분이 빠지고 순수한 물만 남습니다. 여기에 미네랄을 첨가해 먹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이죠.

부산시는 두 겹의 역삼투막을 통해 바닷물을 정수하면 “방사성 물질의 99.9%를 제거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물론 이 ‘99.9’라는 숫자가 나오는 과정에도 몇 번의 말바꿈이 있었습니다만, 여기서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뉴스 영상에 제가 부산시 관계자들을 만나며 겪었던 모든 과정들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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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라니 놀랍지 않나요? 그 확신의 근거가 궁금해서 수질책임자에게 물어봤더니 국내외 논문에 그렇게 나와있다고 합니다. 논문에 들어있는 이론만으로 실제 설치된 기계 장비의 성능을 확신하는 것도 의아했지만, 정말 그런 논문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봤습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정부 기관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찾아봤습니다. 먼저 서울시 상수도연구원에서 2014년 낸 논문 <물 속의 인공방사성 핵종 제거율 연구>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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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방사성 오염 물질인 요오드 131을 역삼투막에 통과시켜 제거율을 실험해봤더니, 평균적으로 8% 가량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는 내용입니다. 다음 논문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논문 <방사성물질 정수처리기술 및 제거율 평가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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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요오드의 제거율은 물질 농도에 따라 95~99%, 세슘의 제거율은 88~95%로 조사됐습니다. 이 논문을 작성한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의 김충환 박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부산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을 99.9%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줬더니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게 농도에 따라 막에 따라 다 다른 건데 이렇게 완벽하다는 식으로 문장이 나왔어?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아 무조건 다 되네” 하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우리 전문가 입장에서는 좀 그런 거예요. 그냥 막 잘 모르는 시민들한테 역삼투막에 처리하면 상당히 제거된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요컨대, 운영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 측정해보기 전까지는 방사성 물질 제거율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산시 측에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실제로 측정 실험을 해봤는지 물었습니다. 수질 담당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직접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쿼터백, 삼중수소

미식축구에 비유하자면 역삼투막은 일종의 ‘수비수’입니다. 언제 몰려들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들이 공격수 역할을 하겠죠. 위의 실험 결과에 나오는대로 이 수비수들은 나름 훌륭하게 방어를 해냅니다. 열에 하나 정도가 터치다운을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어떤 수비수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면 어떨까요. 맨 앞에 선 나약한 ‘센터’가 떨어져나간 후에도 거침없이 돌진해 항상 100%의 확률로 골라인을 넘어가는 공격수가 있다면? 현실에서야 그런 공격수를 만날 수 없겠지만, 방사성 물질의 세계에는 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은 원자, 바로 ‘삼중수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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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는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설치된 역삼투막을 100% 확률로 통과합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쌔고 빨라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쿼터백이랄까요. 덩치 큰 수비수의 블로킹도 날쌘 수비수의 예리한 태클도 골라인을 향한 삼중수소의 돌진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11km 떨어진 고리 핵발전소는 매년 수십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액체와 기체 형태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원전에서 2013년 한해 동안 배출된 세슘, 스트론튬 등 주요 방사성물질이 22조 베크렐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방사성 물질이므로 단순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부산 사람들이 수십년간 먹고 사용할 수돗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작게 평가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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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의 김좌관 교수는, 고리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방류 주기나 방류량,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해류의 이동이나 확산 특성에 따라 인근 바다의 삼중수소 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안전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시는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여러 가지 방사성 측정 장비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실시간 총알파 총베타 분석기’ 입니다. 이 장비들은 개별 방사성 물질들이 내뿜는 유해 방사선의 총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알려줍니다. 비유하자면 이 장비들은, 골라인 근방에 좀 쎈 놈들이 왔다 싶으면 바로 경보를 울려주는 장치인 셈이죠. 경보가 울리면 바로 게임을 끝내면 됩니다. 바닷물 유입을 끊고 원래 먹던 수돗물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측정 장비를 발주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아무도 모르게 바닷속으로 흘러들 경우 그것을 즉시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작년 11월, 부산시는 이런 상황에서도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부산시민 10만여 명에게 공급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뉴스 영상에서 만나보세요.

남은 의문 하나!
방사성 물질이 95%만 제거되어도 충분한 것 아닐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X-ray를 찍는 것처럼 잠깐 방사성 물질을 접하고 마는 거라면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이 갖는 위험을 낮게 평가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먹고, 씻을 때 써야하는 우리의 수돗물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준치와 불검출, 과연 방사선 안전의 절대치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기사를 보세요!

목, 2015/07/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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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1명 추가 확진…삼성서울병원 간호사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닷새 만에 1명 추가 발생하면서 전체 확진자 숫자가 183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7월 1일) 삼성서울병원 간호사인 24세 여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신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퇴원자는 5명이 늘어 모두 102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 86번째(여, 76세), 89번째(남, 59세), 124번째(남, 36세), 168번째(남, 36세), 171번째(여, 60세) 환자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금, 2015/07/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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